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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 광대를 위한 변명/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객원칼럼] 광대를 위한 변명/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당신하고 당신 딸들은 정말 피붙이인가요? 딸들은 내가 진실을 말한다고 매질을 하려고 대들고, 당신은 내가 거짓말을 하면 매질한다고 으름장을 놓거든요. 말을 안 하면 말을 안 한다고 매 맞을 테지? 그러니 이젠 무슨 짓을 해먹든 바보광대는 면해야겠어.”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에 나오는 대사다. 왕에게 이렇게 직설적인 언어를 쏟아부어도 목이 잘리거나 저잣거리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화자(話者)가 바로 광대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대사는 대개 썰렁하다. 그 썰렁함이 객석으로 번져서 관중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관중은 깨닫는다. 광대는 바보나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것을. 아니, 비극의 양쪽 끝으로 치닫고 있는 극중 인물들 중에 오직 광대만이 제정신이라는 사실을. 이 시대의 출중한 광대들이 대거 동원된 한 편의 연극이 여름의 한국 논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유통업자가 “악의적 발언과 MBC ‘PD수첩’의 왜곡 보도로 매출액이 감소한 데 대해 3억원을 배상하라.”며 영화배우 김민선씨와 MBC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이어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광우병과 관련한 연예인의 발언을 문제 삼는다. “김민선의 발언은 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은 주장이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다른 배우가 나타나서 반박을 한다. 이때, 셰익스피어극 광대의 그것처럼 직설적인 대사를 주로 쓰는 보수논객이 갑자기 등장한다. 대사는 이렇다. “지금까지 등장한 배우들은 사회적 의견을 개진할 지적 수준이 안 된다.” 무대 뒤에서 숨죽여 바라보고 있던 또 다른 남자배우가 나선다. 그는 이른바 국민배우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지적수준’ 사행시로 논객의 발언을 풍자한다. 가슴 아프다. 한국 보수의 천박함과 인색함이여. 광대들을 적으로 돌리다니. 너무 둔감한 것인가. 아니면 오버하는 것인가. 언젠가는 미네르바라는 이름의 ‘인터넷 광대’를 단죄한다고 해서 웃음도 안 나오는 희극을 연출하더니, 이제는 진짜 본물(本物) 광대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쇠고기 수입업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소동은 나라에도 정부에도 보수진영에도 한나라당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헛다리 짚기다. 사법적인 판단은 사법부에서 내릴 일이다. 그러나 이 소동이 촛불집회, 노무현 대통령 서거, 쌍용차 사태 등을 겪으면서 이제 겨우 사회 갈등의 불씨를 수습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기름을 확 부어버리는 비극이 될까 걱정이다. 연극에 광대가 필요하듯 사회에도 광대의 역할이 있다. 그들은 우리를 기쁘게 하고, 우리를 쉬게 하고, 우리 대신 부상(浮上)하고 우리 대신 추락한다. 이런 의미에서 광대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는 일반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광대의 가장 큰 존재 의미가 풍자(諷刺)이기 때문이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풍자를 말하는 자 죄 없으며 이를 듣는 자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안동의 하회탈춤 역시 양반에 대한 광대들의 질펀한 풍자가 압권이다. 하지만 하회탈춤이 지금까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세도가문 풍산 류씨의 재정지원 덕분이었다. 양반들을 풍자하는 연희(演戱)를 양반 자신들이 지원하는 넉넉한 사회정신을 우리 사회가 계승해야 한다. 광대의 말을 무시하다가 완전히 몰락한 리어왕에게 광대가 말했다. “금관을 줘버린 것은 그대 골통 속에 지혜가 없어서이지.”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열린세상] 국가조직과 인력 충원의 문민화/성낙인 서울대 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열린세상] 국가조직과 인력 충원의 문민화/성낙인 서울대 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1987년 헌법체제 아래서 다섯 명의 직선 대통령이 배출되면서 국가와 사회의 문민화가 진척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조직 곳곳에서 기득권에 안주하는 특정 전문가집단의 독식현상은 여전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즉시 전광석화와 같이 군 내부의 최대 사조직인 하나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했다. 군사정부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최고 권력자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관을 비롯한 핵심 요직은 전현직 장군들의 독무대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 시절에 6년간 재임한 도널드 럼즈펠드와 그 후임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모두 문민 출신이다. 게이츠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계속 재임한다. 외교부도 장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관료가 직업외교관 일색이다. 선진국에서는 직업외교관 출신이 아니라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가장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충원한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해 주요국 대사는 오히려 비외교관 출신으로 충원된다. 동종번식이 계속되는 한 핑퐁 외교를 통하여 중국을 개방시킨 닉슨 대통령 시절의 헨리 키신저 같은 훌륭한 외교관이 배출되기 어렵다. 법조계의 배타적 독식현상은 더욱 심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판사출신의 젊은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으로 전격 발탁했다. 검사들의 저항에 부딪치자 전무후무한 ‘대통령과 평검사의 대화’가 TV를 통해서 생중계됐다. 그 이후의 ‘검사스럽다’는 유행어에서 드러나듯이 노회한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에게 열정만 앞선 젊은 검사들이 참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실험은 단명으로 끝났다. 법무부의 상층조직은 현직 검사의 독점 공간이다. 그 인적 구성에 관한 한 대검찰청과 차이가 없다. 오히려 검찰의 전위조직이나 마찬가지다. 검사는 현장에서 수사를 지휘해야 한다. 대신 법무부는 인권, 범죄예방, 교정, 법교육 같은 고유한 법무행정을 담당해야 한다. 1년이 멀다 하고 단행되는 검찰의 인사이동에 휘둘려 법무행정의 안정적 수행은 불가능하다. 대법원도 마찬가지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법원행정처장을 법원장 출신이긴 하지만 비법관으로 임명한 바 있다. 하지만 후임은 종전대로 현직 대법관이 겸임한다. 법원행정처의 핵심 요직도 온통 법관으로 보임되어 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법원행정처는 법원행정 전문가로 충원돼야 한다. 법관은 재판이 그의 소명이다. 그런데 심지어 법관이 해외주재 대사관 소속 또는 국회사무처 소속으로 파견 근무도 한다. 이는 법관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본질적으로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헌법적 가치인 사법부의 독립 중에서도 핵심적 요구사항인 법관의 인적 독립에도 어긋난다. 국방부는 장군, 외교부는 외교관, 법무부는 검사, 대법원은 판사 출신이 행정의 수장으로 있으면 우선은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가행정은 기관이기주의에 매몰될 것이다. 물론 외부인사가 관료조직에 휘둘려 업무파악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물러나고 마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1년이 멀다하고 갈아치우는 장관직의 소모품화를 청산하고 장관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파악하고 기관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장관직의 안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국가의 존립이유와 직결되는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전하고 국가안보를 책임지며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핵심적인 국가기관은 이제 문민화돼야 한다. 정부의 다른 부처에는 각종 직역의 다양한 인재들이 수장에 취임하고 핵심보직도 차지하지만 유독 이들 부처만은 여전히 장군, 외교관, 검사, 판사의 철옹성이다. 민주화 이후에 정권교체와 정부교체가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지도자의 정치철학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는 인사들이 책임 있는 지위에서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성낙인 서울대 법학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 [옴부즈맨 칼럼] 탐사보도 기사의 힘/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년

    [옴부즈맨 칼럼] 탐사보도 기사의 힘/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년

    뉴스의 ‘메가 쓰나미’ 시대다. 독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신문뿐 아니라 방송·잡지·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바꿔 말해 독자들의 정보에 대한 욕구 충족문제를 해결할 곳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뉴스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달리, 그 다양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뉴스, 보도자료, 홍보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 뉴스들은 곧 ‘어느 매체, 어떤 기자에 의해 재가공됐는지’만 다를 뿐, 결국엔 하나의 정보를 다루고 있는 꼴이다. 이런 현실이 반복된다면, 언론매체로서 현상유지가 될진 몰라도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권위 있는 매체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함’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 게 바로 탐사보도라고 생각한다. 탐사보도는 ‘사실과 진실의 본질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명제하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보다는 그 이면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는 보도방식이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기사, 1976년 일본에서 활자화된 록히드 사건 폭로기사, 필라델피아의 인콰이어러지가 사법부의 부당한 인종차별을 폭로한 심층보도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미국의 탐사기자협회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숨기고 싶어 하는 사건이나 정보를 찾아내 보도하는 것”을 탐사보도로 정의했다. 특정 사안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 숨기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불편해하는 진실을 파헤쳐 뒤집어 보이는 입체적 글쓰기라는 말이다. 이 작업을 통해 독자들은 사회의 모순과 만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여론을 형성한다. 정부 당국자 역시 문제의 실상을 접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좋은 탐사보도는 사회의 진일보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자들의 신뢰성 회복으로 권위 있는 언론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서울신문이 지난 7월27일부터 31일에 걸쳐 연재한 탐사보도 ‘중고차시장 대해부’ 기사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취재과정이 치밀하고 방대했다고 생각하며 기사를 읽었다. 평소 모두가 그러할 것이라 짐작하고, 암묵적으로 짐작했던 부조리한 사실들을 정확한 수치와 취재원들의 입을 통해 증명·고발해냈다. 국토해양부 이맹춘 사무관은 “이번 기사를 통해 비로소 이면계약서 작성의 현실, 법적으로 판매 금지된 폐차 부품이 유통되거나 폐차가 통째로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직 딜러 역시 “이중계약서 작성은 관행적으로 해 왔고 탈세에 대한 죄의식도 없었다.”고 고백해 놀라웠다. 이번 탐사보도를 통해 이들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이 사무관은 “각 지방자치단체 단속 때도 적발사항이 없었다는 중고차 매매에 관한 불법문제에 관해 향후 각 지자체에 관련 사실을 통보해 해당 업체를 상대로 계도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도를 통해 그동안 잘못된 관행이 깊이 뿌리박혀 있었던 중고차매매 관련 비리가 어떤 식으로 바르게 잡혀 나가는지 지켜보는 것 역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탐사보도의 힘은 무엇보다 ‘정확성’에 있다. 허술한 탐사보도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한 24시간 속보경쟁, 기자 한 사람이 하루에 벌어지는 몇 가지 사건들을 마감해 내야 하는 일간지 업무체제 속에서 탐사보도는 물론 쉽지 않다.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 성과가 빨리 나타나지도 않는, 인내와 집념의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실한 탐사기사 한 편은 세상을 바꿀 정도의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변선영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4년
  • [열린세상] 예견된 미디어법 파행/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예견된 미디어법 파행/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당이 의사당을 떠나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정치파행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충분히 예견된 결과였기에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 그간 한국정치 행태와 정당정치 수준으로 볼 때 마땅히 벌어질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정치행태와 구조, 한마디로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러한 정치파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미디어법 처리는 애초부터 파행을 예고하고 있었다. 여당은 미디어 시장 확대로 인한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야당은 재벌에 미디어 시장을 줄 수 없다고 외쳤다. 그렇지만 본질은 지난 정권부터 우리사회 고질적 병폐가 된 이념갈등이다. 여당은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그리고 지난해 촛불시위까지 방송의 편파적 보도가 만들어 낸 뼈아픈 패배를 되풀이할 수 없다고 작심하였다. 야당은 가뜩이나 신문시장이 보수신문에 의해 장악된 마당에 그나마 우군이었던 방송시장마저 내줄 수 없다는 각오였다. 결국 여론 장악을 둘러싼 정치적 격투가 미디어법의 본질인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다 아는 본심은 숨겨둔 채 에둘러 일자리 창출과 재벌 진출 반대를 이야기하려니, 애초부터 문제의 본질이 아닌 것을 가지고 싸웠으니 여야 간에 타협이 가능할 리 만무했던 것이다. 미디어법 파행에는 보수신문과 진보방송이라는 미디어 환경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조·중·동과 MBC·KBS가 각각 보수와 진보 여론몰이에 앞장서는 형국이니, 신문의 방송시장 침투는 곧 보수세력의 진보진영 찬탈과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언론이 사회갈등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서글픈 현실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언론은 사회갈등이 아닌 통합의 촉매자로 거듭나야 한다. 합의안 도출방식도 틀렸다.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라는 새로운 시도는 여야 간 정면충돌을 잠시 미룬 대리전에 불과했다. 위원들은 전문가로서의 입장보다는 자신을 추천한 정당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사명감에 지배당했다. 중간적 위치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세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타협안을 찾는 토론보다는 상대방 논리를 깨부수는 논쟁에 더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위원회가 여야당 대리인보다는 중간적 입장에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더라면 그나마 타협안 도출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디어법 파행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보다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이념갈등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지역갈등은 그나마 갈등 당사자가 영호남에 국한되었고 중간세력도 존재했다. 그런데 이념갈등은 모든 정치세력과 국민들로 하여금 진보와 보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이념적 중도 집단이 있다 하나 정치무관심층이 대부분이고, 이들도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진보나 보수 가운데 하나를 취하도록 강요받는다. 의미 있는 중간세력이 없으니 그 갈등이 점차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진보와 보수를 사안에 대한 입장과 가치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선과 악의 문제로 포장하니, 둘 사이에 타협은 있을 수 없고 오직 투쟁과 대결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권력구조도 여야 극한대립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과 여당이 심하게 밀착된 변형된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도 입법부가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대통령제의 근본원리는 삼권분립에 있다. 대통령의 권력은 입법부와 사법부에 의해 견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국정수행의 효율성을 내세워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뒷받침하는 것이 여당의 기본 임무라 인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결심이라는 높은 산을 넘어야만 여야 타협이 가능한 형국이다. 결국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대통령에서 비롯하여 국회, 정당, 언론, 시민단체 나아가 국민까지 모두 패거리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는 왜곡된 갈등구조를 타개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소송 당하는 판사들

    소송 당하는 판사들

    지난달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법관 및 직원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지원안내’라는 제목의 공지글이 올라 왔다. 최근 정당한 업무수행을 했음에도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법원행정처에서 지원책을 마련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법원이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일부 민원인들은 재판 과정 등에 불만을 품고 상습적으로 소송을 제기한다. 송달료 등에 들어가는 국가 예산도 만만치 않은 데다 소송의 대상이 되는 법관이 위축되면 다른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직무와 관련해 민사소송을 당한 법관이 지원을 요청한 경우는 2007년 24건, 2008년 25건이 접수된 데 비해 올해는 6월까지만 16건이나 접수됐다. 법원행정처에 알리지 않거나 직권남용 등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한 경우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소송을 당하는 법관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원인 승소 한건도 없어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A씨는 지방법원의 부장판사를 상대로 700만원을 물어 내라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장이 특별기일로 월요일에만 기일을 진행해 심리 불안을 조성,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였다. B씨는 재판부가 자신이 원하는 증인을 채택하지 않아 불리해졌다고 재판장을 상대로 50만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냈다. C씨는 변론이 필요하지 않은 사건인데도 재판장이 심리를 더 해 소송이 지연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법관을 상대로 한 소송 가운데 승소한 사건은 한 건도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송 당사자가 된 법관이 받는 압박감은 엄청나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피고가 된 입장에서 법정공방을 벌이는 일 자체가 큰 스트레스인 데다 원고쪽의 준비서면이 사실상 협박문에 가까운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송을 당해본 적이 있다는 한 법관은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고로 맞고소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심리 중인 다른 재판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도 생기곤 한다.”고 귀띔했다. ●송달료 등 국고낭비 만만찮아 국고가 낭비되는 측면도 있다. 한 지방법원에는 한 사람이 소송을 300건 가까이 냈다. 대상은 법관과 법원 직원을 포함해 검사, 지자체 공무원 등으로 다양하다. 문제는 인지를 붙이지 않거나 소송가액(소가)을 터무니없이 정한다는 것. 이럴 경우 소가 등을 보정하라는 인지보정명령서를 일일이 보내야 하는데 이때 들어가는 송달료 3020원을 법원이 부담한다. 소송 건수가 많다 보니 송달료가 벌써 80만원이나 들어갔다. 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상급심에서 하급심과 다른 판단을 했을 때 하급심 재판장이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법이 정한 불복절차를 따르지 않고 법관에게 소송을 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대법관을 상대로 한 소송도 매해 여러 건 들어온다는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이 정도로 심한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씁쓸해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서민 생계형 특별사면 취지는 좋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올 8·15에 즈음해 대규모 생계형 특별사면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서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생계형 운전을 하다 면허가 중지된 이를 중심으로 자영업자, 농민, 어민 등 150만명이 사면검토 대상이라고 한다.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경제인을 우선 봐주거나 생계형 사면을 비리자 특사에 끼워넣기 식으로 하던 것에 비하면 이번 사면의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요즘 강조하는 서민행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사면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9차례에 걸쳐 700여만명을 사면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각각 7차례, 8차례씩 사면권을 집행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세 번째 사면을 하게 되며, 연인원이 460여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은 수사와 재판을 무위로 돌아가게 만듦으로써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시킨다. 잦은 사면은 국민들의 준법의식을 약화시켜 법을 지킨 사람이 손해라는 인식을 퍼뜨릴 우려가 있다. 때문에 특별사면 대상을 설득력 있게 골라야 한다. 운전면허 정지·취소로 생활이 어려운 생계형 자영업자나, 가벼운 법 위반으로 농사·어로에 지장을 겪고 있는 농어민들을 사면하는 데 반대할 목소리는 별로 없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음주운전 초범을 특사에 포함시킬 뜻을 밝혔지만, 그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이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특사에서도 음주운전 초범을 구제했는데 이번에 또 사면해 준다면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해이해지고,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는 특별사면이 시혜성으로 남발되지 않도록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면권은 국가이익과 국민통합을 위해 필수불가결할 때에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정부·여당이 앞장서 개선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 “혹시 저작권법에…” 문의 급증

    불법 복제물로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이용자의 계정과 인터넷 게시판을 6개월간 정지시킬 수 있는 이른바 개정 ‘저작권법’이 23일부터 시행됐다. 인터넷 포털 등은 큰 동요 없이 잠잠했지만 네티즌들은 저작권법 관련 문의가 급증하는 등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포털업계에 따르면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자 포털 고객센터에 대한 문의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게시글이 불법인지를 판단해 달라는 등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묻는 사례가 많았다. 네이버의 경우 한 주에 평균 30건에 불과하던 저작권법 관련 문의가 지난주에는 150~180건으로 5배가 넘게 늘었다. 포털쪽에서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네티즌들은 저작권 위반 여부를 놓고 혼란스러워했다. 디시인사이드는 모든 게시물에 동영상이나 영상 캡처를 붙이는 이른바 ‘짤림방지’ 사진을 붙인다. 이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묻는 문의가 이어지자 디시인사이드측에서 문화부에 질의서를 보낸 상황이다. 한편 개정 저작권법을 둘러싼 법적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보공유연대는 개정저작권이 사법부의 판단 없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인터넷 이용자와 게시판의 운영을 정지시키는 등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면서 위헌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온두라스 新정부 셀라야 복귀 불허

    온두라스 신(新)정부가 오스카르 아리아스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중재안을 거부하며 쿠데타 이후 정국 불안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이 다시 국내로 입국할 뜻을 밝히며 또 한번의 유혈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18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정치협상은 정파를 아우르는 화합정부의 구성 등 7개 중재안을 제시했다. 중재안은 셀라야 전 대통령의 복귀 및 조기 대통령 선거, 정치범 사면 등을 제시했다. 또 선거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셀라야는 복귀 뒤 있을 10월 대선 전에 군 통제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온두라스 신정부는 중재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신정부의 마르타 알바라도 외교부 차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화합정부 구성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재안을 수용할 수 있는 권한은 행정부가 아닌 의회와 사법부에 있다는 논리다. 셀라야 전 대통령 측은 중재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쿠데타 세력이 물러서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국제사회가 제시한 중재안에 양측 모두 원래의 입장만을 되풀이한 셈이다. AP통신은 아리아스 대통령이 19일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양측의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한편 셀라야 전 대통령은 온두라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국내 입국을 강행할 뜻을 밝혔다. 신정부는 셀라야가 귀국할 경우 즉각 구속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유혈 충돌이 재발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셀라야는 지난 5일 항공기를 통해 귀국을 시도하려 했지만 신정부가 공항 활주로를 봉쇄해 착륙을 원천적으로 막았고 이 과정에서 셀라야 지지자들이 군과 충돌, 사상자가 발생했다.안석기자 ccto@seoul.co.kr
  • [사설] 수뇌부 공백, 위기의 검찰이 가야 할 길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이 낭떠러지에 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면서 검찰총장, 대검차장, 중앙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수뇌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천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청문회 거짓답변에 대한 문책성 해임의 성격이 짙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것은 청문회가 생긴 2003년 이래 첫 사례다.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나. 검찰총장 자리에 오를 준비는 물론 자격이 부족했던 천 전 후보자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중차대하다. 10년 전 검찰총장의 부인에게 행한 장관부인 등의 웃지 못할 ‘옷로비사건’을 통해 만천하에 알려졌듯 ‘대한민국 검찰총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공직자를 벌벌 떨게 만드는 자리다.그런 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아야 하는지 자명하다. 천 전 후보자의 경우 중앙지검장에 오를 때까지 실력과 처신 등에서 흠잡을 게 없다는 평을 받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청문회 결과 ‘검찰고발감’의 결함이 드러났다. 특히 일본 골프여행 부분에서 보여준 어설픈 거짓답변은 검사로서의 자질과 수준을 의심케 했다.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전국 1700여 검사들은 자신의 뒤를 돌아보기 바란다.신영철 대법관 파문으로 사법부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준사법기관인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정국에서 검찰에 쏟아진 질책과 요구를 인사쇄신을 통해 바로 세우려던 기도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법치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심기일전해 몸을 추슬러야 한다. 새 검찰총장을 뽑으려면 적어도 한 달이 걸린다. 수뇌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무장관 주도로 검찰총장을 제외한 고검장급 자리에 대한 조기인사를 단행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 [객원칼럼] ‘절차적 정의’를 생각한다/김동률 KDI 연구위원

    [객원칼럼] ‘절차적 정의’를 생각한다/김동률 KDI 연구위원

    뉴욕 맨해튼의 펜실베이니아역에서 롱아일랜드 레일로드(LIRR)를 이용해 존스 비치에 가면 노예선 ‘아미스타드호’를 기념하는 작은 동판을 볼 수 있다. 뉴요커는 물론 한인들도 즐겨 찾는 낭만적인 바닷가에 어울리지 않는 동판이지만 미국 사법부의 존재를 알리는 뜻깊은 사례로 눈길을 끈다. 1839년 7월2일 새벽 쿠바 인근 해상, 스페인 범선 ‘아미스타드’호에서 노예로 팔려 갈 53명의 흑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흑인들은 백인들을 처형하고 두 명만 남겼다.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뱃길과 항해술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흑인들은 사건발생 지점 인근 북쪽해안에서 해군에 붙잡혀 재판을 받았다. 당시 뉴헤이븐 지방법원은 ‘흑인들은 불법 납치된 자유인으로 백인에 대한 저항은 물론 살인까지도 정당방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은 국내외적인 갈등을 낳았다. 스페인의 항의에다 남부 백인 농장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재선을 위해 남부의 지지가 필요했던 밴 뷰런 대통령이 항소해 재판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74세의 고령인 전직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가 나섰다. 결국 연방 대법원은 1841년 ‘아프리카인들이 자유인으로 태어났으므로 자유인의 권리가 있고, 따라서 노예상들의 재산이 될 수 없다.’고 평결했고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 ‘아미스타드(1997년)’로 제작됐던 사건은 초기 미국사회에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와 도덕적 신념이 중요함을 강조한 역사적인 판례로 인정받고 있다. 신태섭 KBS 이사의 이사직 해임의 원인이 된 동의대 교수직 해임을 두고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학교쪽이 신 전 교수의 한국방송 이사직 수행에 대해 20개월가량 문제삼지 않았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점으로 미뤄 사실상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 판결 취지를 그대로 인용했다. 신 전 교수는 지난달 방통위 등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KBS 보궐이사 임명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다시 동의대 교수직 해임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신 전 교수는 지난해 7월 학교측의 허가 없이 KBS 이사직을 겸직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임됐고 방통위는 이를 근거로 이사직 자격을 즉각 박탈했다. 방통위는 이어 제3자를 보궐이사로 임명해 지지부진하던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을 끌어냈다. 흘러간 사건일 수도 있는 이번 판결은 한국의 사법부가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죽어 있는 권력에 날을 세우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굴종하는 검찰권력에 비교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승소한 신 교수를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신 교수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차가운 시각을 갖고 있다. 그가 노무현 정권시절 보여준 지나친 정파성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방통위의 ‘신태섭 자르기 공작’이라는 그의 성난 목소리 역시 그가 어느 정도 자초한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손가락이 아프다고 팔뚝을 자를 수는 없는 일이다. 대학당국과 정치권력이 신 교수에 대해 행한 물리적, 정신적인 고통은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 오늘날 대한민국호가 소란속에서 순항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고 있는 ‘도덕적 신념’ 때문이 아닐까. 대규모 디도스(DDoS)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서울광장은 오늘도 혼란스럽지만 정치권력에 종속되지 않는 법원이 존재하는 한, 한국호의 미래는 여전히 밝아 보인다. 김동률 KDI 연구위원
  • [책꽂이]

    ●학교 없는 사회(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가치의 제도화를 위해 만들어진 학교를 없애자.’고 주장한 전직 사제 이반 일리히가 도서관, 실험실, 전시실, 공장, 농장 등을 교육의 도구로 사용하는 학교에서 벗어난 자율적 공생을 주장한다. 1971년에 출간된 책. 현재도 학교가 없는 사회가 실현 가능할까. 1만 3000원. ●생각(이어령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저자가 사람들 안에 숨어 있는 창조적 생각의 힘을 일깨우고자 13가지 소재를 발굴해 이야기를 풀었다. 거북선, 뽀빠이와 낙타의 신화, 세 마리 쥐의 변신, 김치의 맛, 선비의 생각과 상인의 만남 등등. 1만 2000원. ●물건의 재구성(연정태 지음, 리더스하우스 펴냄) 재활용 디자이너가 알려주는 ‘만들지 않고 만드는’ 방법. 단순히 리폼이나 DIY(Do-It-Yourself)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도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존중과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존재라고 외치며 재활용 경험담을 담았다. 1만 4000원. ●자본시장법 유권해석(홍영만 편저, 세경사 펴냄) 저자는 현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국장으로, 지난 2월 시행된 자본시장법과 관련한 업계와 법무법인의 질의에 대한 회신내용 중 주요 내용을 발췌해 펴냈다. 유권해석이란 행정부처가 그 법의 효력과 성격에 대해 해석한 내용으로, 사법부의 판단 이전까지 실질적 법규의 내용이 된다. 5만원. ●현지지도를 통해 본 김정일의 리더쉽(이관세 지음, 전략과 문화 펴냄) ‘현지지도’란 북한의 언론들이 최고지도자들의 경제시설에 대한 시찰을 표현하는 용어. 최근 김정일이 현지지도에 집착하는 이유를 2012년 ‘강성대국’과 연결해 분석했다. 저자는 통일부 전 차관으로 현재 경남대 북한대학원 석좌교수. 1만 8000원. ●끝없는 우주(폴 스타인하트, 닐 투록 지음, 이원기 옮김, 살림 펴냄) 수십년 동안 부동의 지위를 차지해온 표준 우주론(빅뱅과 인플레이션)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빙백 이전의 세계와 현재의 우주, 1조년 지난 뒤 우주의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1만 2000원.
  • 국제사회 압박… 온두라스 고립 위기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온두라스가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새 정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자국 대사를 철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 정상들도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을 추방한 쿠데타 정권을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대통령 축출은 불법”이며 “끔찍한 선례”라며 국제사회의 비판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대사 철수, 교역 중단 등 압박 공세이날 니카라과 마나과에서 열린 남미 좌파지도자 모임인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 회담에서 베네수엘라, 쿠바 등 9개 회원국들은 셀라야 대통령이 복귀할 때까지 자국 대사를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과테말라, 니카라과, 엘살바도르는 온두라스와의 교역을 48시간동안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온두라스 원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미주기구(OAS)도 30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호세 미겔 인술사 OAS 사무총장은 셀라야에게 2일 온두라스로 함께 복귀하자고 제안했다.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셀라야 대통령이 민주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점은 아주 분명하다.”면서 OAS 등 국제기구와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공세가 잇따르자 로버트 미첼레티 임시 대통령은 셀라야 대통령의 체포는 헌법 위반에 의한 것이며 적법한 절차로 수행됐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정간섭시엔 무력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또 이미 내각 구성에도 들어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로이터통신은 쿠데타 정부가 11월 대선까지 유지될 경우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은 경제제재나 원조 중단 등의 압박 수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점쳤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등 남미 온건파 정부들이 새 정권을 설득, 조기 총선을 이끄는 것도 또 다른 시나리오다.●“셀라야 허가 받아야 입국 가능”국내에서는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가 폭력사태로 비화되고 있다. 29일 수도 테구시갈파 대통령궁 앞에서는 1500여명의 시위대가 군인 수천명과 충돌했다. 군인들은 헬리콥터에서 최루탄을 살포하고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시위대는 돌을 던지거나 불을 지르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38명이 체포되고 45명이 다쳤다. 대통령 반대파도 30일 셀라야 추방을 지지하는 시가 행진을 벌이겠다고 밝혀 맞불시위도 예상된다.이번 사태는 국내 빈곤층과 보수 부유층 사이의 오랜 갈등을 부추길 전망이다. 셀라야 지지층은 빈곤층인 반면 미첼레티의 기반은 기업인과 정치인, 군부와 사법부 엘리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셀라야 대통령은 3일 OAS 의장과 온두라스로 복귀해 정부 통치권을 회복하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온두라스 정부는 셀라야 전 대통령이 그의 의지대로 귀국할 수 있으나 당국의 허가를 받고 보통 시민의 자격으로만 귀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엔리케 오르테스 외무장관은 “셀라야는 온두라스에 입국금지된 상태에 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우선 외무부의 허가를 거쳐야 하며 대통령이 아니라 보통 시민의 자격으로 입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국 허가를 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재판하고 싶다” 사의… 후임에 박일환 대법관 임명

    이용훈 대법원장은 23일 사의를 표명한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의 후임에 박일환 대법관을 지명했다. 김 처장은 이달 29일 행정처장직에서 물러나며 박 대법관은 다음달 1일부터 임기 2년의 처장직을 맡게 된다. 법원행정처장은 사법부의 ‘안방마님’으로 대법관 중 1인이 재판업무 외의 모든 대내외 업무를 관장하는 자리다.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된 대법관은 임기 중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다. 박 대법관은 사법시험 15회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78년부터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서부지방법원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6년 7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김 처장은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기 전에 재판하고 싶다.”면서 사의 표명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김 처장의 사의 표명 배경이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파문에 대한 책임과 함께 김 처장의 대법관 임기가 9월14일 끝남에 따라 후임 대법관 제청에 입김을 넣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피의사실 공표 금지 제도화해야”

    대한변호사협회가 22일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하고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 구체적인 개혁안을 내놨다.변협은 이날 서초동 대한변협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과 사법부의 개혁 과제를 발표했다.변협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소제기나 영장청구를 한 뒤 등 일정한 경우에만 언론 브리핑 등 일정한 방법을 통해 범죄 사실을 알린다면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피의자와 참고인을 조사할 때 변호인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밀실에서의 부당한 수사를 막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현실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다. 또 지나치게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피의자나 참고인을 일정 횟수 이상 소환조사할 때는 법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변협은 공개소환의 경우 인권 침해 정도가 심각한 데다 검찰이 이를 악용해 자백을 강요하는 등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책꽂이]

    ●반크 잉글리쉬(전경식 지음, 비유와 상상 펴냄) ‘독도는 다케시마가 아니다’ 등 한국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개선해 나가는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VANK)의 공식 영어교과서. 글로벌 친구를 만나는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로 외국인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 역시 반크 소속으로 영어 강사. 1만 2000원. ●빅뱅-어제가 없는 오늘(존 파렐 지음, 진선미 옮김, 앙문 펴냄) 빅뱅이론이나 블랙홀 이론의 효시는? 벨기에 가톨릭 사제이자 과학자인 조르주 르메르트는 ‘원시원자’개념을 도입해 ‘어제가 없는 오늘’이란 태초의 시공간에 도달한다는 선구적 이론을 제시했다. 르메르트와 현대우주론의 상관관계를 증명한 과학책. 1만 4000원. ●나의 엄마, 타샤 튜더(베서니 튜더, 강수정 옮김, 윌북 펴냄) 미국의 전설적인 여류 그림책 작가인 맏딸이 전하는 엄마에게 배운 행복의 비밀. 인생의 의미를 묻기보다 인생 자체를 기쁨으로 여기며 자연과 함께 기쁨을 누린 삶의 정수를 보여준다. 1만 2000원. ●학교 밖의 조선여성들(김부자 지음, 조경희·김우자 옮김, 일조각 펴냄)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의 교육 실태를 젠더사의 관점에서 조명한 연구서. 재일조선인 2세인 저자는 식민지 시기 학교 밖 그늘에 남겨졌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식민지근대화론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2만 6000원. ●부러진 화살(서형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교수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뒤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판사에게 석궁을 쏜 ‘석궁 사건’ 재판을 재구성했다. 화살의 행방, 증거 부족, 일관성 없는 피해자 증언 등의 의혹에도 ‘판사’인 피고인이 승소한 과정을 따지며 사법부의 문제점을 제시. 1만 2000원. ●패러독스 범죄학(이창무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형사사법학에 기초한 30개 테마로 범죄에 관한 상식과 통념을 무너뜨린다. 저자는 9·11 테러 이후 수사의 초점과 인력이 테러 방지에 집중되다 보니 금융 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금융 부정과 사기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해석한다. 1만 3000원.
  • 소크라테스·로젠버그 부부 등 부당한 세기의 재판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공연을 할 때 ‘히어스 투 유’라는 곡을 자주 들려준다. 1971년 이탈리아 출신 줄리아노 몬탈도 감독이 연출했고, 리카르도 쿠치올라가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영화 ‘사코와 반제티’에 쓰여진 노래다. 모리코네가 애절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멜로디를 쓰고, 포크가수이자 인권운동가, 반전 평화운동가인 존 바에즈가 ‘죽음으로 승리를 거뒀다’는 비장한 노랫말을 썼다. 영화는 미국 최악의 사법 살인으로 꼽히는 재판의 피고인이었던 구두 직공 니콜라 사코와 생선 장수 바르톨로메오 반제티의 실화를 다뤘다. 이탈리아 이민자였던 이들은 강도살인 사건으로 기소됐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은 유죄 분위기로 흘러갔다. 재판이 진행된 7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항의 데모와 소요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사코와 반제티는 결정적인 유죄 증거가 없었음에도 결국 1927년 8월23일 전기의자에 앉는다. 50년이 지난 1977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재판이 정당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들이 사형당한 날을 기념일로 선포한다. 그들이 실제로 유죄였을까, 무죄였을까는 지금도 논란이 있지만 국적과 정치적 견해에 대한 편견 속에서 재판이 진행됐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고 한다. 아서 슐레진저 하버드대 교수는 “사코와 반제티는 이민자였고, 가난했으며 무신론자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였고 무정부주의자였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든 미국인들은 무조건 유죄라고 생각했을 만한 바로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난해 가을 사법부 60주년 기념식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은 “권위주의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법관이 올곧은 자세를 온전히 지키지 못해 국민의 기본권과 법치질서의 수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그 결과 헌법의 기본적 가치나 절차적 정의에 맞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고 국민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권위주의 시절에 유죄 판결됐던 많은 사건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로 뒤바뀌고 있는 게 우리의 요즘이다. 영국 출신의 변호사 브라이언 해리스는 ‘인저스티스’(이보경 옮김, 열대림 펴냄)를 통해 기원전 4세기 소크라테스 재판부터 20세기 원폭 기밀 간첩 로젠버그 부부 재판에 이르기까지 부당한 재판으로 인식되는 13가지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사코와 반제티’ 사건은 물론 무고한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거나, 유죄 판결에 적어도 합리적인 의혹이 존재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세기의 정치범 재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권력자가 자신을 위협하는 인물에게 가하는 행동이며, 불확실함과 도덕적 모호함이 넘치는 정치범 재판은 인간의 행동 방식을 관찰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시험대”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사회는 반대자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해야 하는가. 사회 정의를 향한 불타는 신념이 테러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가. 자국 방어를 위해 무기를 든 사람에게 반역죄 혐의를 씌우는 것이 적절한 대응인가. 자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다른 나라의 압제자를 공격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2만 3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광고중단 유죄판결 판사 “외압 없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중단 운동을 벌인 네티즌 등 24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판사가 재판 과정 등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최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카페의 불매운동이 다시금 불붙은 가운데 1심 선고 결과를 각각의 이해관계에 끼워맞춰 부적절하게 해석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당시 판단이 공정한 판결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1심 심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 이림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밤 법원 내부망에 ‘판사도 때론 말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배당과정에서 조선일보 등으로부터 비난성 지적을 받은 단독판사가 제외되는 등 범위를 지정해 무작위로 컴퓨터 배정을 한 결과 재판을 맡게 됐다.”면서 “언론사 관련 사건이라 일부러 기자들도 만나지 않았고, 원장님이나 수석부장님으로부터 전화나 이메일을 받은 적도 없다.”고 외압 의혹을 부정했다. 또 정치적인 판단으로 무조건 유죄로 결론내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3개 신문사에서 180개 업체의 광고 중단으로 인해 업무방해를 받았다는 부분은 13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업무방해로 인한 신문사의 피해액도 입증이 이뤄지지 않아 판결문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선고 뒤 쏟아져 나오는 판결에 대한 비판이 아닌 비난과 인신공격은 대한민국에서 법관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해줬다.”면서 “지금 우리사회에서 대립이 심하지만 구체적인 사건에서 최종 판단은 사법부에서밖에 할 수 없는데 한쪽 손을 들어줄 때마다 판사들을 상대로 비난과 저주를 한다면 제대로 법관직을 수행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심리없이 기각판결 상고심 매년 증가

    지난해 초 법원에 1억원의 임대보증금 반환 소송을 낸 직장인 A씨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하고 올해 1월 “1심과 2심 법원 판단에 문제가 있다.”면서 변호사를 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서 1,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승복하리란 생각에서였다.하지만 얼마 전 A씨는 변호사로부터 패소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판결문은 2장에 불과했다. 대법원에 상고한 후 6개월이 지나 우편으로 받은 판결문에는 단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해 이유 없다. 위 법 제5조에 입각해 상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는 두 문장뿐이었다.A씨는 이유도 모르고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되자 분한 마음에 변호사에게 화를 내고 발길을 돌렸다.올해 들어 A씨같이 이유도 모르고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된 사람은 10명당 7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종결한 4765건의 상고심 사건(형사사건 제외) 중 70%에 달하는 3311건이 본안심리를 받지 않고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기 위해 수십장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2장의 판결문을 받는 셈이다.이같은 심리불속행 사건은 2005년 전체 종결사건 9354건 중 58.9%에 해당하는 5514건이었지만 2006년 6884건(59.6%), 2007년 8549건(64.4%), 2008년 8734건(65.4%)으로 매년 늘고 있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정해 놓은 이유 없이 상고했을 경우 대법원이 더 이상 심리하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사건별로는 민사사건이 2005년 4308건에서 지난해 6333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4개월간 2344건에 이르는 사건이 심리불속행 판결을 받았다. 행정소송은 2005년에는 950건에서 2006년 1393건, 2007년 1945건, 2008년 1746건, 올해 4월까지 678건이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됐다.대법원의 한 재판연구관은 “무분별한 소송 남용과 변호사들의 상고 권유가 심리불속행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로펌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기각된 사실도 모르고 판결문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대법원에서 검토했다는 내용과 함께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적는 것이 국민을 위해 사법부가 할 일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수뢰형량 높여 예상밖 중형 가능성

    수뢰형량 높여 예상밖 중형 가능성

    검찰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을 일괄 기소하면서 ‘공’을 이어받은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횡령, 배임, 뇌물 등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을 주요 골자로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양형기준안을 지난달 관보에 게재·공포했다. 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대표되는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한 것으로 공평한 양형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양형기준안은 7월1일 이후 기소되는 피고인부터 적용된다. 때문에 ‘박연차 게이트’ 피고인들은 공식적으로는 새 양형기준안 적용 대상자가 아니다. 하지만 일선 판사들은 양형기준이 공개된 이상 현재 계류 중인 사건을 판단할 때도 이를 무시하기는 힘들다는 반응이다. 특히 ‘박연차 게이트’ 사건은 모두 부패전담 재판부에서 심리,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 전담 재판부로서는 스스로 양형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들에게 사실상 공포된 안에 준하는 양형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이번 양형기준안에 포함된 유일한 범죄는 공직자가 부정한 금품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 뇌물범죄다. 양형기준안은 지금보다 뇌물범죄의 형량을 대폭 높였다. 공소사실로만 살펴보자면 박 전 회장의 휴켐스 지분 인수와 관련해 250만달러를 받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은 뇌물수수 범죄 최고유형인 제6유형(5억원 이상 수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징역 9~12년을 선고받게 된다. 실제로 뇌물을 받고 부적절하게 휴켐스 매각에 관여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형을 가중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이를 적용할 경우 징역 11년 이상,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도 있다. 1억원을 수수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3억원을 받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제5유형(1억~5억원 수수)으로 기본형은 징역 7~10년이다. 감형된다고 해도 징역 5~8년, 가중될 경우에는 징역 9~12년으로 집행유예 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에 대해서만 선고할 수 있다. 2만달러를 받은 이택순 전 경찰청장은 제2유형(1000만~3000만원 수수)에 속하고, 제2유형의 기본형은 징역 1~3년이다.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박 전 회장은 뇌물공여범죄 가운데 최고유형인 제4유형(1억원 이상 공여)에 속해 기본적으로 징역 2년6월~3년6월을 선고받게 된다. 박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이 외에도 현재 6건의 범죄가 병합된 상태로 최종 선고 형량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양형기준안이 공식적으로 적용되면 그야말로 빼도박도 못하기 때문에 미리 감경요소 등을 감안, 범행을 자백하고 빨리 기소하고 판결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변호인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반식 훈련’ 2주후 다이어트 효과 중국산 투시안경 사기 주의보 비뚤어진 자세, 질병 부른다 “김정운 16세때 사진 입수…가명 박운” 박지성 “2010년 나의 마지막 월드컵” 하반기 부동산시장 점검 5대 포인트
  • [문화마당]북핵 위기와 저탄소 녹색문화/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문화마당]북핵 위기와 저탄소 녹색문화/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1962년 10월22일 당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 조치를 발표했다. 쿠바는 1962년 9월에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소련제 미사일을 도입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에 무기를 싣고 오던 소련 선박에 대한 해상봉쇄 조치를 취한다. 일주일 뒤인 11월2일 당시 소련의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자국 선박의 회항과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철수를 명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된다. 이처럼 196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서방진영과 공산진영이 심각한 양극 대립을 보였다. 세계의 패권 장악을 위해 양 진영은 앞다투어 군비를 증강했다. 쿠바 봉쇄 사건은 이러한 구도가 가져온 대표적인 상황이었다. 또한 당시의 베트남 전쟁은 냉전체제가 낳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이는 미국에서는 1967년부터 히피문화가, 유럽에서는 ‘68세대’가 등장하는 등의 반전 및 반문화운동의 계기가 된다. 이들은 기성사회의 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과 자연으로의 귀화 등을 주장했다. 궁극적으로는 평화 지향과 인류 파괴에 대한 대안적 사회구축과 철학으로서 친환경 저탄소 녹색문화 운동을 추구하게 된다. 한편 이러한 사상은 표현주의 건축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그 배경이 되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전쟁의 본질마저도 바꾸어 놓았다. 대량학살무기의 개발은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발전이 가져다준 큰 폐해였다. 신무기는 소규모의 공격으로도 엄청난 살상효과를 보였고 사상자 수는 이전의 재래식 전쟁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표현주의 건축가들은 전쟁과 산업기술에 대한 반감을 특유의 비정형적 건축 언어로 그려 냈다. 또한 자연 형상을 닮은 유기적인 건축형태를 추구해 기술과 자연의 합일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인본주의에 바탕을 둔 이상적인 도시와 문명사회의 건설을 동경했다. 냉전시대인 19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친환경 생태건축의 태동을 가져오게 된다. 최근 북한은 제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군비 증강 움직임을 보여 긴장감을 매우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인류와 문명사회를 파괴하는 군비증강 행위와 이를 위한 기술 도용행위에 대한 대응책은 저탄소 녹색문화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개념은 일부 경제적 개념에만 국한되어 있어 보인다. 게다가 단지 몇 개 정부부처가 모여 주도함으로써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치, 경제, 사회, 철학 분야를 아우르는 하나의 광범위한 문화운동으로 확산해 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4대강개발 등의 즉각적인 시행 외에도 생태 기술의 개발과 축적을 위한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계획도 세워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저탄소 녹색문화운동은 무엇보다도 양극화로 인한 갈등 해소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에 있어 투명성은 사회 통합과 소통 원활을 위한 녹색 철학으로 강조되어 왔다. 현재 우리 사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남북 간의 긴장고조 등으로 극단적인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성의 강화가 요구된다. 여기에는 우선 정치권의 반성이 앞서야 한다. 당과 개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맑은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또한 재계도 밀실에서 이루어졌던 정경 유착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 요즘 무리한 수사와 독립성의 훼손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검찰과 사법부도 자연의 투명성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이러한 저탄소 녹색문화는 우리 사회를 내부적으로는 건강하게 하고 외부적으로는 북핵 등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최만진 경상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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