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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그룹, MOU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

    대출계약서 제출 최종 시한인 14일이 다가오면서 현대건설 인수전이 갈수록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주식 매각 양해각서(MOU)를 해지하지 못하도록 가처분 신청을 냈고, 현대자동차그룹은 매각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지 못했다며 외환은행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채권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 중에 심판을 고소한 격이라고 했다. 현대그룹과 현대차, 채권단이 서로 물고 물리는 소송전으로 묶이면서 현대건설 매각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단이 누구의 손을 들어 주더라도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최종 주인이 정해지거나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현대그룹은 10일 우선협상권자의 권리와 지위를 보전하기 위해 MOU 해지 금지 등의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현대자동차의 무차별적 의혹 제기와 불법적 인수절차 방해 행위에 더해 채권단이 정상적인 매각절차 진행을 하지 않고 MOU 해지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냄에 따라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과 채권단을 싸잡아 비난했다. 현대그룹은 “인수조건과 평가기준 등 모든 조건이 현대차에 유리하게 설정된 불공정한 상황에서도 법과 채권단이 제시한 규정을 이행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면서 “그러나 현대차는 결과를 부인하고 입찰 규정과 법을 무시하면서 채권단과 관련 기관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협상 대상자를 보호해야 할 채권단도 적법하게 체결된 양해각서를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면서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상황 속에서 약자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사법부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1조 2000억원 등의 경위를 밝히라는 채권단의 요청도 거부한 꼴이 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 다툼을 예견하긴 했지만 대출 증명자료 제출 시한(14일) 이전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일단 현대그룹의 소명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의 김효상 여신관리본부장 등 실무담당자 3명을 입찰 방해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또 이 3명과 외환은행에 대해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현대차그룹은 “피고발인들은 현대건설 매각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할 의무가 있는 데도 문제의 대출금 1조 2000억원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 과정에서 임무를 저버리는 등 정상적인 입찰 절차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이 지난 7일 “대출계약서에 준하는 ‘텀 시트’(부속서류)를 제출해도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현대그룹에 보낸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책금융공사 등 나머지 채권기관과 메릴린치 등 공동 매각주간사도 고소 대상이 될 전망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서로 상대방을 맞고소한 상태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현대차그룹과 임원 2명을 상대로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튿날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을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2일에도 현대차그룹에 대해 이의제기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했다. 오상도·윤설영·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법원, 낙동강 사업 취소소송도 정부 승소 판결

    법원, 낙동강 사업 취소소송도 정부 승소 판결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다시 나왔다. 법원이 대규모 국책사업의 적절성을 가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였다. 10일 부산지방법원 행정2부는 환경단체 회원 등 1819명이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취소해 달라며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3일 서울행정법원이 한강사업에 대해 내린 판결에 이어 두 번째다. ●영산·금강 관련 소송 영향 줄 듯 재판부는 1년여간 끌어온 소송에 대해 “낙동강 사업에서 홍수 예방과 수자원 확보라는 목적의 정당성과 사업 수단의 유용성이 인정된다.”면서 부속된 집행정지 신청까지 모두 기각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정부 기본 계획을 취소해 달라는 원고의 요구에 대해서도 “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소송 사건 자체를 종결했다. 판결을 내린 문형배 부장판사는 “사실과 법률, 결론이라는 절차를 따를 뿐”이라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다만 154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사업 시행에 따른 문제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업 시행의 계속 여부, 범위를 판단하는 문제는 사법부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주제”라며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대화와 토론으로 대안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적시했다. 4대강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낙동강 사업은 사업 규모가 가장 크고 첨예하게 갈등을 빚어온 구간이어서 앞으로 영산강사업(전주지법)과 금강사업(대전지법)의 취소 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번 판결이 낙동강 사업권 회수로 경남도와 빚어진 관련 소송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소송단 “대법원까지 갈 것” 한편 소송을 제기한 국민소송단 측은 “재판부의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법원까지 가 항소심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서울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민원인은 주인이지 고객 아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3일 “법원에 오는 민원인들은 바로 사법권을 위임한 주인이지 단순한 고객이 아니다.”며 법관들의 관행을 비판했다. 이 대법원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사법부를 비난하고 시위를 하는 국민들도 바로 우리에게 재판권을 위한 국민의 한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법원장 회의에는 박시환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구욱서 서울고법원장, 이진성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전국 법원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전국 법원장 회의는 통상 1년에 12월 한차례 열린다. 이 대법원장의 임기가 내년 9월 만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회의는 마지막인 셈이다. 이 대법원장은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도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고 진단한 뒤 “법관들이 진정 자신을 낮추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재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법관의 권위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속에서 확보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법권 독립을 역설했다. 이 대법관은 “사법권의 독립은 재판의 주체인 법관 개개인의 독립을 그 핵심으로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최근 언론 정치권 법조계 시민단체 등 외부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은 하급심 판결을 합리적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을 봤다.”며 “법관은 권력이나 다수의 횡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사법의 본연의 임무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관들의 재판 방식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그는 “일반형사재판에서 실질적 증거조사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재판은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위배된다.”고 일갈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서울시 무상급식 예산방안부터 마련해야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내년부터 시내 초등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내용의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를 1일 의결했다. 이에 무상급식 단계별 시행을 요구해 온 서울시는 어제 오세훈 시장이 의회 출석을 거부하고 시의회와 시정 협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교육감 고유권한인 학교급식을 서울시장에게 전가해 서울시에 모든 재정적·행정적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서울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본다. 의사일정에도 없던 안건을 기습상정해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통과시킨 것도 볼썽사납지만 예산 대책도 없이 공약에 집착하는 정치적 행태는 더욱 문제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초등생 전면 무상급식 재원으로 1162억원을 책정했다. 전체 예산의 절반은 교육청이, 나머지는 시와 자치구가 맡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급식비를 내줄 경우 다른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려운 자치구는 더 쪼들릴 수밖에 없으며 보편적 복지라는 미명하에 무상급식을 실시하다 소외계층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설비·인력 등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시작했다가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 항구적 복지예산을 당리당략에 의해 기습적으로 결정, 신설해서는 안 된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일은 더욱 아니다. 서울시는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고, 재의결하면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한다. 서울광장 조례와 마찬가지로 무상급식 문제도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학부모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재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진단한 뒤 단계적 시행방안과 그에 따른 예산 대책을 수립하는 게 순서다.
  • 10년간 친딸 성폭행 자식 5명 낳은 남자 체포

    10년간 친딸 성폭행 자식 5명 낳은 남자 체포

    10년 이상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면서 5명 자식까지 낳은 50대 남자가 아르헨티나 경찰에 체포됐다. 아버지의 자식 겸 손자를 낳은 여자는 “남자친구가 성폭행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협박을 받고 침묵했다.”면서 “아버지와 남자친구가 약속을 해 번갈아 가면서 그들과 잠자리를 같이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회가 큰 충격에 빠진 곳은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라는 아르헨티나의 지방이다. 현지 언론은 15일(현지시간) “10년간 친딸을 성폭행해 자식 5명을 낳게 한 51세 남자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사법부 소식통에 따르면 딸에게 악몽 같은 성폭행이 시작된 건 그가 12살 때였다. “남자들을 조심해야 한다. 아버지가 남자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면서 남자는 딸을 처음으로 성폭행했다. 이런 생활이 10년 이상 계속됐다. “외부에 발설하면 죽이겠다.”는 친부의 협박에 딸은 입을 꾹 다문 채 성폭행을 당해왔다. 짐승 같은 친부의 범죄가 드러난 건 8개월 전이다. 딸과 심하게 다툰 친부가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을 했다. 딸은 “살려달라.”고 소리치면서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이웃의 제보로 경찰이 은밀하게 수사를 진행, 성폭행 사실을 밝혀내고 용의자 친부를 체포했다. 딸은 16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가 사건을 알면서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면서 “아버지가 자신과 잠자리를 해야 남자친구와 동침을 허용했기 때문에 번갈아 가면서 남자들을 상대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딸은 13세부터 22살까지 자식 7명을 낳았다. 가장 큰 아이가 13살, 막내가 10개월이다. 13살 장남, 6살 된 넷째를 빼면 5명이 아버지의 아들과 딸이다. 사진=클라린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낙동강사업권 회수] 국토부 “道, 사업의지 없어… 부산청 감독땐 공사 가속도”

    [낙동강사업권 회수] 국토부 “道, 사업의지 없어… 부산청 감독땐 공사 가속도”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의사를 밝혀온 경남도의 대행사업권을 회수하고 나서 앞으로 사업이 어떻게 추진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측은 “다른 외적 요인에 영향받지 않을 만큼 법률 검토를 충분히 마쳤다.”면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직접 사업을 감독한다면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경남도→조달청으로 이어지던 감독체계는 16일부터 국토해양부→조달청으로 바뀌게 된다. 국토부는 사업권을 경남도에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 넘기되, 시공사와 경남도의 기존 계약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할 방침이다. 15일 국토부와 경남도, 법조계 등에 따르면 앞으로 4대강 사업의 낙동강 대행사업권 회수를 놓고 치열한 법리·행정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경남도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농경지 리모델링사업의 인·허가를 취소하는 등 양측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는 그간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법무법인 율촌을 법정대리인으로 삼아 수개월간 자문해 왔고 경남도가 ‘사업의지가 없다’는 내용의 증빙자료도 다수 확보해 소송에 대비했다. 이재붕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부본부장은 “법무부를 포함해 다른 네 곳에도 문의했는데 비슷한 답변을 얻었다.”면서 “사업 추진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고개는 시민·환경단체들의 사업정지 가처분신청이다. 시민·환경단체가 제기한 4건의 4대강 사업 정지 가처분신청 가운데 이미 2건은 기각된 상태다. 나머지 2건 가운데 한강 구간은 다음달 3일, 낙동강 구간은 다음달 10일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다. 이 부본부장은 “나머지 2건 모두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전 새만금사업이 시민단체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사업이 중단됐던 사례와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남도가 사업권 회수에 대해 제기할 행정소송과 권한쟁의 심판, 공사중지가처분신청 등은 정부가 넘어야 할 두 번째 고개다. 경남도는 “주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해 사업권을 스스로 반납하지 않을 것이며, 강제로 회수하면 행정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왔다. 국토부는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경남도가 민법상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했다는 법리를 펴고 있다. 당사자 중 한 쪽이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때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토부와 경남도가 교환한 협약서에는 ‘당사자 합의에 의해서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지만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경남도가 하천부지의 농경지 리모델링사업 인·허가를 취소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선다면 정부의 입장은 곤란해진다. 국토부는 이를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자치단체장에게 직무수행명령을 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도 내렸다. 대신 지역민들의 사업찬성 여론을 부추겨 경남도를 압박하고, 행정제재로 맞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강력한 사업추진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미 낙동강 대행사업 구간은 공기 내 사업 완료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부본부장은 “일부 구간은 기한 내 완공이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14일 밤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회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현재 경남도가 대행 중인 4대강 낙동강살리기 사업은 13개 구간으로 사업비 1조 2000억원 규모다. 경남도 대행구간의 공정률은 지난 11일 기준 16.8%(7~10공구는 1.6%)로 낙동강 전체 공정률 33.6%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열린세상]제왕적 대통령제, 개헌이 해답 아니다/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제왕적 대통령제, 개헌이 해답 아니다/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검찰이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하여 11명의 현역 국회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였다. 검찰이 현역 국회의원 사무실 11곳을 동시에, 그것도 국회 회기 중에 압수수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야당은 국회 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며 예산안 심사를 거부해 국회 기능이 일시 중단될 상황을 겪었다. 국회의원들이 불법적 후원금을 받고 청원경찰법을 개정하는 데 앞장섰다면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 야당은 물론 여당대표까지 검찰의 과도한 수사방식을 비판하고 있지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은 탓인지 검찰 수사를 지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누구도 법의 심판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의구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검찰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총리실 직원에게 소위 ‘대포폰’을 지급한 사실을 밝히고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법무장관이 사실이라고 시인하였다. 결국, 민간인 불법사찰에 청와대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자 검찰이 국면전환을 위해 무리한 수사방식을 택했다는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압수수색에 반발하는 것은 검찰 수사에 다분히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입법로비 의혹 사건의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진행될수록 문제의 핵심이 입법로비에 대한 시시비비가 아니라 검찰과 청와대에 의한 국회와 야당 탄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입법로비 의혹도, 대포폰 의혹도 모두 흐지부지되는 상태에서 사건이 종결될 것이다. 권력기관들이 서로 치고받는 와중에 결국 남는 것은 국민의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뿐이다.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정당, 검찰, 그리고 대법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국민에 의해 주어진 권력을 법에 따라 공정하게 행사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특권을 보호하는 데 활용하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국민을 위해, 그리고 공정하게 행사되려면 권력기관 간에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권력의 집중과 권력기관 사이의 야합이 정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며 개헌을 주창하고 있다. 일부는 국무총리와 권력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고 하고, 한편에서는 국회에 더 많은 권력을 주는 의원내각제를 선호한다. 그렇지만, 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가를 따져 보면 분권형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가 해답이 될 수 없다. 대통령제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는 삼권분립이다. 현재 우리 대통령제의 문제는 이 삼권분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국회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사법부가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면서 대통령의 권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타파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회의 행정부 견제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당이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 여당의원이 입각하여 행정부의 일원이 되는 것은 순수 대통령제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회의 고유권한인 법안발의 권한을 행정부와 공유하는 것 역시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대통령제와는 맞지 않는다. 굳이 개헌이 필요하다면 이 같은 변형적 대통령제 요소를 바로잡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에는 정치적 계산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미 여러 정파가 차기 대통령선거 결과를 염두에 두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권력구조로 개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섣부른 개헌논의로 정쟁을 불러일으키고 국력을 소모할 것이 아니라 현행 대통령제 하에서 권력의 분산과 균형을 고민하는 것이 여러모로 합당하다. 대통령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이 권력구조 개편의 핵심 사안이라면 더더욱 권력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순수 대통령제가 그 해답이 되어야 한다.
  • 일본 내 한국문화재 6만점 도자기 등 제외 ‘새발의 피’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조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를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가까운 시일에 넘기고자 한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지난 8월 한·일 강제병합 사과 담화문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일본 정부가 8일 한국 정부와의 합의 아래 밝힌 반환 대상은 이 담화의 내용을 철저히 따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얼핏 생각하면 약속을 충실히 지킨 것 같지만, 뒤집어 보면 간 총리가 언급한 범위 이외의 문화재는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우리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일본 내 한국 문화재가 6만여점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번에 반환된 건수는 ‘새발의 피’라 할 수 있다. 우리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일본이 반환을 확정한 대상은 간 총리의 담화에 있듯 ①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궁내청을 비롯한 국내 정부기관뿐 아니라 해외 주재 일본대사관까지 탈탈 털어 찾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찾았다고 밝혔다. 결국 일본 입법부와 사법부, 민간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②도서만 포함됐다. 당연히 그림, 도자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③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된 것만 포함됐다. 그 전에 반출됐거나 총독부를 통하지 않은 문화재는 제외했다는 것이다. 두 나라 합의문에 ‘반환’이 아닌 ‘인도’(引渡)로 표현된 것도 우리로서는 분개할 만한 대목이다. 반환이 원래 우리 소유였던 것을 돌려받는 의미라면, 인도는 그냥 넘겨준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가 국내법상 반환이란 표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일단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는 ‘실용적 판단’ 아래 마지못해 인도에 합의했다. 대신 인도라는 말 앞에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를’이란 문장을 끼워 넣음으로써 우회적으로 반환의 의미를 담는 방법을 꾀했다. 1965년 체결된 한·일 문화재 반환 협약에서 인도라는 표현을 양국 정부가 이미 합의한 것도 우리의 명분을 약하게 했다. 이날 발표로 간 총리 담화에 따른 도서 반환 실무협상은 종료됐다. 돌려받는 입장인 우리 정부는 국회 비준이 필요없고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결재만 받으면 된다. 반면 일본은 국유재산 반출이라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 양국은 ‘협정 발효 후 6개월 이내 인도한다.’고 합의했는데 협정이 발효하려면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양국 정부가 합의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오는 13~14일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협정을 최종 타결하고, 일본 의회가 12월 초까지 이어지는 회기 중에 신속하게 비준을 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연내 반환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 의회가 순순히 문화재 반출을 승인할지는 불투명하다. 올해 의회에서 미적거릴 경우 내년 2월 시작되는 의회에서부터 논의될 수밖에 없어 반환은 우리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칫하면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뤄지는 최악의 경우도 올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靑 “野, 해도 너무한다” 격앙

    청와대는 4일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대포폰 의혹’을 고리로 민주당이 연일 공세를 강화하자 “해도 너무 한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야당의 공세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날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이 공식브리핑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대포폰 사용 의혹을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비유하면서 국정조사 실시와 특검 도입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은 정치 도의상 참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느라 정치공세에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는 처지다. 청와대가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 직원인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최모 행정관이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원인 장모 주무관에게 다른 사람 이름의 휴대전화를 제공한 것은 ‘팩트’(fact)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 행정관은 고용노동부 출신으로 민간인 사찰에 연루돼 물러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장 주무관과 동향(포항)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 행정관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보고는 받았다.”면서 “감청 등을 우려해 ‘대포폰’이 아닌 ‘차명폰’을 최 행정관이 평소 친한 사이였던 윤리지원관실의 장 주무관에게 빌려줬고, 하루만 사용하고 반납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남의 이름을 도용해서 쓴 ‘대포폰’이 아니라 최 행정관이 KT대리점에 부탁해 직원 가족 명의의 ‘차명폰’을 만들어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민정수석실도 아닌 고용노사비서관실 직원이 구태여 남의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면서까지 민간인 사찰을 했던 윤리지원관실 직원에게 건네준 이유는 무엇인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서울시와 보편적 복지예산 협의체 구성”

    “서울시와 보편적 복지예산 협의체 구성”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18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편적 복지예산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집행부와 함께 구성해 1000만 시민이 일정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 의장은 “제8대 시의회는 빈곤층 위주의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좋은 ‘보편적 복지’ 실현에 혼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특화된 복지정책을 펴고 있는 시로서는 반가운 제안이며, 복지 정책이 더욱 활성화하도록 시의회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전시성 사업예산 투입해 재원조달” 허 의장은 이를 위한 전략사업으로 ▲양육부담을 줄이는 정책 강화 ▲청년고용률 제고 ▲노인과 장애인 보편적 복지 실현 ▲보건의료사업 지역 거점화 ▲보건복지 분야 사회적 일자리 창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6대 사업을 민선5기 마지막해인 2014년 마무리짓자면 2조 1485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토목·건축 등 전시성 사업에 들어갈 예산을 투입한다면 재원조달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시와 시의회는 시교육청, 자치구와 친환경 무상급식 및 사교육·학교폭력·학습준비물 없는 ‘3무(無)학교’ 등 교육 현안을 논의하는 협의회를 지난달 초 출범시켰다. ●“서울광장 조례안 소송 취하하라” 허 의장은 이어 “서울광장 조례, 무상급식, 아라뱃길사업 등 현안에서 집행부와 갈등하는 듯하지만 이것이 올바른 지방자치의 모습”이라며 “시민들이 바라는 서울을 만들 수 있도록 더욱 집행부를 견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광장 개방 추진은 소통과 대화를 통해 당사자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인데 제3자인 사법부를 끌어들인 것은 시민들이 원하는 의회와 집행부의 모습은 아닐 것”이라면서 “오 시장은 조속히 소(訴)를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또 “시는 무상급식을 하되 예산문제로 가구소득 하위 30%에서 하위 50%로 상향해 제한급식을 실시하겠다고 한다.”면서 “저소득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정말 예산이 없어서 그러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비리·비위 경찰관 ‘퇴출 판결’ 2題

    ■단순 음주 교통사고도 해임 서울고법, 1심 판결 뒤집어 범죄 수사와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경찰관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 더욱 엄격한 청렴성과 공공성이 요구된다는 판결이 잇따랐다. 사법부는 경찰의 음주운전에 대해서도 엄격한 주의의무 잣대를 들이댔다. 경찰이 음주운전으로 낸 사고가 단순 교통사고라도 해임 사유가 충분하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당수 전국 1심 재판부가 경미한 음주사고만으로는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시하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 심상철)는 인천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다 해임된 권모(45)씨가 인천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은 음주운전 단속을 고유 업무로 하는 공무원으로서 다른 일반 공무원에 비해 음주운전을 하지 않아야 할 엄격한 주의의무가 있다.”며 “엄격한 징계를 가하지 않을 경우 경찰의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988년 경찰에 임용된 권씨는 지난해 4월 인천 부평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092%(면허 정지 수치 해당)인 상태로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인천경찰청은 권씨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해임했지만, 권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권씨의 비위 정도가 약한 만큼, 해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시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성매매업주에 돈 받아 해임 행정법원 “고도의 청렴성 요구” 성매매업주로부터 돈을 받고, 팀에 배당된 수사 지휘비를 개인 용도로 썼다 해임된 전직 경찰 간부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홍도)는 부산의 한 경찰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해임된 박모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1987년 경사로 임용된 박씨는 2004년 경찰간부 계급 중 하나인 경정으로 승진했고, 부산 지역 경찰서에서 과장을 4차례 지냈다. 하지만 박씨는 교통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한 성매매업주로부터 4차례 걸쳐 310만원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지난해 해임됐다. 박씨는 다른 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할 때는 매월 팀에 배당되는 수사지휘비 3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 시간 중 부하직원에게 운전을 시켜 부동산을 보러 다니는 등 근무를 소홀히 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씨는 해임된 뒤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당했고, 이번에는 행정소송을 냈다. 성매매업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고, 수사지휘비도 부하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등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박씨가 성매매업주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공금유용과 근무태만이 아니라는 박씨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또 “범죄 수사와 치안 확보를 고유 업무로 하는 경찰은 일반 공무원보다 고도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日오자와 “탈당·사퇴없다”

    일본 검찰심사위원회로부터 정치자금 불법 기재 혐의로 강제 기소결정을 받은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이 반격에 나섰다. 당 일부와 야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탈당이나 의원직 사퇴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검찰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7일 기자들에게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뒤 “사법부에서 무죄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며 정면승부할 뜻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와 야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그는 “담담하게 정치 활동을 필요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검찰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유감스러운 결론이다.”라고 전제한 뒤 “검찰위원회의 심사과정이 베일에 쌓여 있고, 국민들도 알 수가 없다.”며 역공을 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女談餘談] 존경하나 의심되는…/홍희경 사회부 기자

    [女談餘談] 존경하나 의심되는…/홍희경 사회부 기자

    두 해 위인 대학 선배의 비웃음 속에 날아가 버린 내 첫 번째 사업 구상은 여론조사에 관한 것이었다. 전화나 설문지로 하던 조사를 인터넷 기반으로 바꿔서 설문에 응하면 답례로 쇼핑몰 포인트를 주자고 했다. 선배는 “그렇다고 설문에 응하겠냐.”고 일축했다. 그런데 폭풍 같은 속도로 인터넷이 보급된 뒤 심지어 포인트를 안 줘도 설문에 응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월드컵 중계를 보면서 먹고 싶은 메뉴는?’이라거나, ‘기사가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꽤 복잡한 설문지도 가끔 이메일로 배달된다. 이런 와중에 정작 트렌드 설문조사를 초창기에 주도하던 업체는 몇 달 전 ‘절필’을 선언했다. 여론조사가 흔해지면서 최소한 갖춰야 할 객관적인 방법론이 무시되고, 조사에 응하는 사람 대신 실시하는 사람의 의도에 짜맞춘 주문제작형(OEM) 조사가 늘었다는 게 이유였다. 아닌 게 아니라 여론조사가 대중화되면서 다소 엉뚱한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되거나, 최소한의 과학적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조사도 발표되곤 한다. 예컨대 몇 년 전 배심재판이 도입될 때 사법부는 시민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배심재판에 참여할 것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정작 배심재판을 받을지 선택권을 지닌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없었다. 생각난 김에 수용자 대상 여론조사 취재를 시도했더니, 지역별·혐의별로 시민조사 때와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월에 결과가 나온 교원평가제 도입 여론조사에는 16개 시·도별로 학부모와 교원 150~250명씩이 전화 설문조사에 응했다. 응답자 규모가 결론을 일반화시키기에 충분했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이 조사에서 나온 “학부모 86.4%가 교원평가제 도입에 호의적”이라는 결론은 교과부가 입법과정 없이 교원평가제 도입을 강행하는 근거가 됐다. 정치권에서 당 대표를 뽑는 당원들의 잔치인 전당대회를 열 때에도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고, 장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때도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는 시대다. 하루에도 몇 개씩 명확하게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으면서도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느덧 ‘여론조사를 존경하나 의심하는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은 아닌지 궁금하다. saloo@seoul.co.kr
  • 이르면 내년2월 ‘법관인사 이원화’

    이르면 내년2월 ‘법관인사 이원화’

    이르면 내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판사의 인사를 완전히 분리, 순환하지 않는 법관인사 이원화가 시행된다. 법관인사 이원화의 요체는 승진으로 여겨진 고법 부장판사의 폐지다. 이원화가 실시되면 1·2심 법원이 일종의 승진체계로 짜여 있던 사법부의 뼈대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이어서 법원구조 및 법관제도의 대변혁을 의미한다. 이 같은 도입 배경으로 고법 진입이 적체되면서 중견 법관들의 중도 탈락이 문제가 되는 데다 대법원장의 인사 독점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일환(대법관) 법원행정처장이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주재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법관인사 이원화 ▲사법개혁특위 활동보고 ▲국정감사 점검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간담회에는 손용근 사법연수원장, 강영호 법원도서관장, 구욱서 서울고법원장, 이상훈 법원행정처 차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대법원은 법관인사 이원화와 관련, ▲내년 2월 시행 ▲내년 9월 시행 ▲2012년 시행을 두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선 법원장들로부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일 뿐 결론을 내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법관들과 사법부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시행시기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원화가 되면 고법 재판부의 배석판사가 모두 고법판사로 채워지며 배석판사는 없어진다. 고법에서 사직이나 정년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지법판사, 검사, 변호사 등 모든 법조인을 대상으로 고법판사를 선발한다. 고법판사는 법관 임기 10년이 끝나야 지법으로 갈 수 있다. 지법판사도 10년의 임기를 마친 다음 고법판사를 지원할 수 있다. 법관인사 이원화가 내년부터 시행되면 내년 고법부장 승진기수인 사법연수원 17, 18기는 기존 방식대로 고법부장으로 보임되고, 현재 지방법원 부장판사인 21~24기 법관과 내년에 지방부장이 되는 25기는 고법판사에 지원할 수 있다. 2012년에는 18~19기가 고법부장으로 승진하고, 22~26기가 고법판사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를 거듭하면 2014년에는 21기가 고법부장과 고법판사에 섞여 있게 된다.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2016년쯤 되면 고법에 근무하다 지법으로 돌아가는 고법 배석판사는 소멸하게 된다. 문제는 과도기다. 즉 업무부담 등의 이유로 이원화를 한꺼번에 전국 동시적으로 실시할 수 없기 때문. 이행기에는 기수가 낮은 고법부장을 유지하면서 고법판사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직 법관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고법 재판부가 대등재판부(3명의 판사가 수직이 아닌 수평관계의 재판부)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기수 차이가 적어 실질적으로 대등한 합의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륜과 능력이 비슷한 고위법관 3명이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을 처리하면 이전보다 더 신뢰받을 수 있는 재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사형선고’ 이철 前 코레일 사장 “과거 잘못된 사법판단 바로 섰다”

    “과거 잘못된 사법 판단이 마침내 이날 바로 섰습니다.” 30일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 3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이철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판결 직후 “오늘 판결은 과거 잘못된 판결에 대한 사법부의 사과를 듬뿍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사장은 “이 판결은 독재정권에 절절히 요구했던 민주화의 정당성과 반민주적 통치행태의 위법성을 새삼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며 “사법부가 긴 기간 동안 심적 고통을 겪은 우리들과 이미 돌아가신 분들에게 사과를 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또 ▲민청학련 조작사건에 대한 정부 사과 ▲사건 진상에 대한 국정원과 기무사의 실상 공개 ▲사법부가 1970년대 긴급조치 및 80년대 민주화운동 관련 사건에 대한 재심을 모두 받아줄 것을 요구했다. 이 전 사장은 민청학련 결성 당시 의장 직책을 맡아 활동하던 중 1974년 ‘내란의 수괴’로 정부 전복을 위한 민중봉기를 계획했다는 혐의로 사형이 확정됐었다. 이 전 사장은 그러나 다음해 형집행 정지로 풀려났고, 이후 “당시 학원 자율화를 논의한 사실이 있을 뿐 내란을 모의한 사실은 없다.”고 재심을 청구,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金 “뜻밖의 감사원장·총리… 팔자 꼬여”

    “‘고소영 내각’이라고 해서 감사원장도 울면서 갔는데, 무슨 팔자가 이러나 싶습니다.” 김황식 총리 후보자는 29일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총리직을 고사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이 “대법관 임기 3년 4개월, 감사원장 임기 2년을 남기고 직위를 옮기는 결단을 내렸는데 소회를 말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을 명예롭게 마치는 것이 소임이자 소망이었는데, 뜻밖에 감사원장과 총리직 제의가 왔고 이 두자리는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면서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는 속된 말로 무슨 팔자가 이러나(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장직을 제의 받았을 당시 ‘고소영 내각’이라고 했을 때이고, 제가 호남 출신에 강단 있는 법조인으로 평가받는 시점에서 국가가 필요로 한다면 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울면서 갔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가장 큰 쟁점이었던 ‘부동시’ 문제를 몸소 ‘인증’해 눈길을 끌었다. 의원들이 만들어 온 자료판을 제시하자 “잘 안 보인다.”면서 코앞까지 가서 보는가 하면, 본인의 안경 두개를 가리키며 “멀리 볼 때와 가까이 볼 때 쓰는 안경이 다르다. 부동시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안경 두께를 보는 것인데, 간단히 봐도 양쪽 알의 두께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고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군에 피살된 다음날 골프를 치러 간 사실이 드러나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지적도 달게 받겠지만, 행정부 공무원이었으면 안 갔다. 사법부는 조금 달리 움직인다.”고 답했다. 현안에 대한 답변도 이어졌다. 군 가산점 부여에 대해서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최소한 부분에서 반영시키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제도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공정성,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대단히 잘못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청문회에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김 후보자가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히 답변, 궁금증이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전현희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병역기피 의혹 관련 안과 진료 기록, 자녀 해외유학 송금 자료, 증여세 탈루 의혹 해소 자료 등을 전혀 제출하지 않아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켰다.”고 강조했다. 유지혜·강주리·김정은기자 wisepen@seoul.co.kr
  • 野 “지출 많은데 예금 왜 느나” 金 “부정한 돈 한푼도 안받아”

    野 “지출 많은데 예금 왜 느나” 金 “부정한 돈 한푼도 안받아”

    국회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는 29일 김황식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도덕성과 자질, 국정수행 능력 등을 점검했다. 야당은 병역기피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김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을 모두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가장 큰 쟁점은 역시 ‘부동시’로 인한 병역면제였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김 후보자가 1971년에는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징병처분이 연기됐고, 1972년에는 ‘부동시’로 병역 면제가 됐다.”면서 “왜 1971년에는 부동시 언급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1971년 당시에는 부동시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신체검사 과정에서 그 부분에 대해 어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1972년 3월 안경을 맞추러 갔다가 짝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중에 국군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1971년에 법이 개정돼 그 이전까지는 병역면제 사유가 아니었던 부동시가 1972년부터 면제 사유가 됐다.”면서 “당시 징병검사에서도 부동시 판정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것이 대한안과의사협회의 소견인데, 1971년 신검에서 부동시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당시 부동시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 않으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군법무관 입대를 앞두고 법조인으로 나간 사람이 그렇게 부당한 방법을 썼겠느냐. 2003년 치료 받을 때 한 검사 결과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부동시라는 소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통장 사본을 보면 2007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1억 3400만원이 출금됐다.”면서 “두번째 출금일이 딸의 아파트 잔금을 치르는 소유권이전등기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돈이 딸의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전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그렇다면 증여세 포탈”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대법관에 이어 감사원장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하고 다른 직위를 수락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2008년 감사원장직 수락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대법관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않고 사법부와 상호견제해야 하는 행정부로 가는 것은 임명동의를 해준 국회에 대한 신뢰를 배반한 것이라는 반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감사원장 인사청문회 때 다른 직위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며 특히 순수 행정직인 총리직에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선 이제 총리직을 수락했다.”면서 이를 ‘말바꾸기’로 규정했다. 김 후보자는 “충분히 지적 가능한 사안이고, 결과적으로는 그때 말한 것과 다르게 됐다.”고 이를 수긍했다. 하지만 “제가 마지막까지 고사하는데도 ‘도리 없다, 맡아라’라고 할 때 이를 사양하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의 지출이 수입보다 많다는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김 후보자는 계속 비과세수입을 포함시키지 않고 계산해서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온다고 해명하는데, 실제로 모든 월정직책금과 예금 증감분 등을 포함해 계산해 봐도 2006~2008년 지출이 수입보다 각각 1400만~4500만원 많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개인적으로 처리했다는 차량 리스 비용만 해도 한달에 80만~90만원으로 1년이면 10 00만원이 넘는데, 이 항목도 지출 내역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이런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추궁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도 “모든 비과세소득을 합해도 2004~2009년 모두 6400만원의 지출이 더 많고, 자녀 유학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한 근거도 없다. 지출이 많은데 오히려 예금은 늘어나기도 했다.”고 따졌다. 김 후보자는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고, (수입·지출 내역을)분석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 “그렇다면 제가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이야기인데….”라고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4대강 감사의 주심인 은진수 감사위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인수위 자문위원, 공천 탈락,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 등을 거친 은 위원은 정치인으로서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면서 “순번 조작으로 은 위원이 4대강 감사를 맡았고, 감사가 끝난 뒤에도 감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깔아뭉개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정치적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는 경력이지만, 이를 극복할 만한 큰 장점이 있는 분”이라면서 “감사원은 감사위원 순번을 변경하거나 하는 엉터리 집단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감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4대강 시행이 잘못됐다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후보자는 “야당과 환경단체에서 제기하는 문제점도 모두 점검하게 했는데, 사업 타당성에 대해서는 사업을 중단시킬 만한 사안은 없었다.”면서 “그래서 자연스럽게 예산절감 등을 위한 목적의 감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답했다. 유지혜·강주리·김정은기자 wisepen@seoul.co.kr
  • 대통령, 차라리 로또로 뽑는게 어때?

    대통령, 차라리 로또로 뽑는게 어때?

    정당에 대한 불신 증가, 투표율 저하 등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 징후로 꼽히는 것들이다. 어떤 탈출구가 있을까. 여기 대담한 제안이 있다. 민주주의(Democracy) 대신 ‘대표표본주의’(Demarchy), ‘주사위주의’(Klerostocracy) 혹은 ‘로또주의’(Lottocracy)는 어떨까. 대표자를 뽑는 선거 따윈 집어치우고 국민들 가운데 임의로 선정한 대표표본에게 통치권을 위임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사위나 로또로 통치자를 뽑아보자는 것이다. 평소 하는 행태로 봐서는 그다지 나를 대표해주는 것 같지도 않은 후보나 정당을 고르느라 골머리 썩일 필요도 없고, 후보자 시절을 까맣게 잊은 당선자들의 행태를 보고 열 받을 일도 없으니 말이다. 막가자는 얘기인가. 그렇지 않다. 책 ‘민주사강’(김갑수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을 통해 왕사오광 홍콩 중문대 교수가 진지하게 내놓은 제안이다. 왕 교수는 미국 코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 정치학과에서 10년간 교수 생활을 한 정치학자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가 책 전반에 걸쳐 미국식 민주주의에 비판적인 로버트 달 예일대 교수의 주장을 수차례 인용한다는 점이다. 중국 학자의 ‘중국 옹호+미국 때리기’ 측면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민주주의 근본개념을 파고 드는 급진적 문제 제기만큼은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먼저, 왜 선거 대신 추첨인가. 왕 교수는 아테네 민주정은 계급제 때문에 불완전했고, 현대 민주주의는 보통선거권 덕분에 좀 더 완전해졌다는 상식을 뒤엎는다. 민주주의는 민중(Demos)의 직접 지배(Cracy)를 뜻한다. 여기서는 ‘지배하는 자가 지배 받는다.’는 동일성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선거에 나올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근사한 학위가 있거나, 줄 잘 대서 공천 잘 따내거나, 돈이 많거나, TV에 얼굴을 자주 디밀었던 사람이 아닌 이상 출마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당선은 더 어렵다. 그러나 추첨을 하면 못난 사람, 조금 덜 배운 사람 등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가 돌아간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추첨으로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아테네 민주정이 더 민주적이다. 비록 노예와 여성을 제외했다고는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의 선거제도 역시 이미 돈과 명성 등의 기준으로 수많은 예비후보자들을 탈락시킨 상태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참가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추첨제가 낫다는 주장이다. 한발 더 나아가 왕 교수는 ‘추첨은 민주정에, 선거는 귀족정에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계몽사상가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논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그 원인을 민주정의 공포에서 찾는다. 당시 지식인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머릿수가 많은 노동자·농민층이 의회를 장악해 혁명적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정치참여 욕구를 적당히 받아들이면서 순치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바로 오늘날 현대인이 소중히 여기는 ‘자유’ 민주주의, ‘간접’ 민주주의, ‘헌정’ 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 ‘선거’ 민주주의, ‘다원’ 민주주의라는 게 왕 교수의 진단이다. 예컨대 미국은 영국 왕이 싫어 독립전쟁을 치렀으면서도 ‘의회에 맞설 수 있되 세습하지는 않는 왕’을 대통령이란 이름으로 만들었고, 귀족도 없으면서 각 주(州) 간 균형이라는 명분으로 상원을 만들고, 헌정주의란 이름 아래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위헌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사법부에 부여했다. 한마디로 하원의 입법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따라서 왕 교수는 현대 민주주의를 ‘거세된’ 민주주의, ‘순한 양으로 길들여진’ 민주주의라 부른다. 왕 교수의 결론은 중국이 민주주의를 하려면 미국식 민주주의 말고 좀 더 노동자·농민의 이익에 걸맞은 방식의 민주주의를 찾아야 한다는 데 도달한다. 문제는 ‘방식’이다. 대표표본주의, 주사위주의, 로또주의가 정말 가능할까. 반사적으로 현실성이니 전문성이니 하는 반론이 튀어 나온다. 왕 교수는 반문한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기에 가장 엄밀해야 한다는 법원의 재판에서도 이미 이런 요소들이 배심제라는 이름으로 도입됐거나, 도입되고 있지 않으냐고. 시민의 상식, 그게 바로 민주주의 기반 아니더냐고.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법원내부망 정치·이념논쟁 차단

    대법원이 법관과 사법부 공무원의 의사소통 공간인 법원 내부 전산망(코트넷)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코트넷이 종종 정치적 이념 논쟁의 장(場)으로 변질됐던 현상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산하 법원행정처는 최근 ‘사법부 전산망을 이용한 그룹웨어의 관리 및 운용에 관한 규칙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달 6일까지 의견을 수렴 중이다. 코트넷은 현재 행정예규로 운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법적 규제력이 더 높은 ‘규칙’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규칙안은 ▲코트넷이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 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돼서는 안 되며(제3조) ▲비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총괄관리자가 허가를 철회할 수 있고(제9조) ▲위반 행위가 일어날 경우 이용권한을 제한하거나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제11조)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는 게시물은 올리지 못하고, ▲업무와 무관한 게시물 작성도 금지했다. 코트넷 운영은 법원행정처장이 지명한 총괄관리자가 담당하며, 별도의 운영위원회도 설치하도록 했다. 코트넷은 그동안 판사 등 사법부 공무원의 의사소통 공간으로 활용됐다. 사법부 내 주요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의견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토론의 장이 됐다.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파문 때는 신 대법관의 용퇴를 요구하는 판사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가 좌편향이라는 논란이 일었을 때도 코트넷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라회장 힘겨운 ‘판정승’… 폭로·법정공방 가열 가능성

    라회장 힘겨운 ‘판정승’… 폭로·법정공방 가열 가능성

    열흘 남짓 집안 식구끼리 난타전을 치렀던 신한금융지주 사태는 이사회가 신상훈 지주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을 내림으로써 일단 봉합된 듯하다. 이사회는 법률적인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되 신한지주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한다. 누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신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내린 것은 반대로 말하면 라응찬 지주 회장과 이백순 행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 사장 진술의 신빙성보다는 라 회장과 이 행장이 궁지에 몰리는 것을 일단 막아야 조직이 산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하지만 신한의 앞날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우선 법적 논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로 물고 물리는 폭로전이 재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럴 경우 라 회장·이 행장을 중심으로 회장단과 신 사장을 지지하는 내부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신 사장 측의 반격이 강해질수록 라 회장의 인사 폭풍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라 회장은 조직 추스르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을 뿐 아니라 주주와 사외이사, 임직원, 노조까지 사분오열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어 이를 만회하는 일이 시급하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회장이 대표이사를 겸하기 때문에 라 회장이 사장의 직무를 대행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하기로 한 만큼 조직 추스르기에 역부족을 느낄 경우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라 회장 측에서는 “이번 고소 사건은 조직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다가 일어난 것”이라면서 “항간에서 제기하는 각종 음모론 등 억측은 신한을 음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신한조직 문화’의 와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의 경쟁력은 업무 담당자에게 재량권을 주고, 담당자는 시스템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다.”면서 “앞으로 내부 불신이 생기면 이 같은 조직문화는 금방 망가질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외부 개입을 스스로 초래하는 것이다. 양측의 갈등이 지속되면 지배구조의 문제, 최고경영자(CEO)들의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금융당국 등 외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최근 금융당국의 고위 당국자가 “지금 신한지주를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저런 상황을 본 뒤 시장이 불안해하고 지배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판단이 서면 시장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라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가 불거지고, 라 회장·신 사장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상황은 ‘빅3’의 동반퇴진론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절충안을 통해 신 사장의 손발을 묶어놓는 데 일단 성공한 1막보다는 외부의 칼질로 빅3의 거취가 도마에 오르는 2막에 더 주목하고 있다. 김민희·오달란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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