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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문점 선언, 국가 재정 부담 불가피… 국회 비준 동의 필수”

    “판문점 선언, 국가 재정 부담 불가피… 국회 비준 동의 필수”

    한반도에 모처럼 찾아온 남북 간 해빙 무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4·27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의 실질적 이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은 1일 이번 판문점 선언이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의 10·4 선언문보다 더 진전된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 위해 필요한 법적·제도적 대응 방안과 남북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 떠오를 법률적 쟁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북한법 전문가 3명의 의견을 들어봤다. 좌담회에는 국민대 북한법제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정원 법과대학 교수, 법무부 자문위원인 한명섭 통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했으며 조현석 사회부장이 진행을 맡았다.→이번 선언문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박 교수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통의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지표를 마련했다. -한 변호사 전반적 내용은 10·4 선언문의 계승에 가깝다. 그러나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 추진이 사실상 연계돼 진행되는 것은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3자) 또는 남·북·미·중(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한다고 명시한 점도 북한이 평화협정의 주체로 우리를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부에서는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평화협정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별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맞다. 정전협정의 서명 주체가 아닐 뿐이다. -이 위원 개성 지역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동·서독처럼 상주대표부를 두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도 정상회담을 제도화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선언문의 법적 효력을 위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가. -박 교수 2000년 6·15 선언문을 비롯해 10·4 선언문과 그외 남북 간 주요 합의문서의 중요성에도 불구, 법적 규범력을 갖지 못해 실질적 이행이 담보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적 합의의 절차적 과정으로서 국회 비준 동의 절차는 이뤄져야 한다. 통일이라는 국가적 대계를 위한 중요 합의가 정치적 쟁점화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한 변호사 선언문 내용만 보면 정치적 이행 의무가 발생하는 ‘신사협정’에 불과하다고 본다.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합의문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공동선언문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아도 정치적 이행 의무가 있는 만큼 국제 사회에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 위원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가나 국민에 대한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주는 부분에 대해선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동해선·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등은 분명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법제처의 유권 해석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선언문 이행을 위해 해결돼야 할 법적 과제는. -박 교수 현재 대북 정책 관련 법이 상당히 미비한 실정이다. 기본법 체계는 갖췄지만 구체적으로 세부 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다. 교류 협력만 해도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질 수 있는데 제도적 정비가 돼 있지 않다. -한 변호사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금강산관광지구법’이 사라졌다. 북한은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새로 만들어 기존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다. 개성공단도 통행·통관·통신 등 ‘3통’ 문제, 신변안전 보장, 분쟁 해결 절차 등 남북 간 협의를 했지만 합의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돼 있지만 평화협정이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평화조약은 강화조약인 만큼 헌법상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는 규정돼 있지 않다. 이러한 법률적 쟁점들을 미리 해결해야 한다. -이 위원 남북 간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했는데, 적대행위가 무엇인지 남북 간 합의가 필요하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려면 관련 법도 많이 정비돼야 한다. →남북한 법이 이질적인데 통합 가능성은. -박 교수 남북한이 현재 극히 다른 이념과 체제를 가지고 있고 법령 체계도 달라 이 두 법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통일을 추구한다면 우리 법령 체계 중심의 통일법이 마련될 수밖에 없다. -한 변호사 남북한 법의 가장 큰 차이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느냐’라는 부분이다. 통일 국가가 시장 경제 체제를 지향한다면 북한의 생산수단에 대해서도 사적 소유를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노동, 자본, 토지 등 생산수단의 전환 과정에서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통일 후유증을 감소시키려면 법제 측면에서도 서로 간의 차이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위원 통일법은 우리 법과 북한 법을 가지고 ‘제3의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독일 통일에서도 보듯이 서독의 법이 동독에 확대 적용됐고 일부 동독 법률 중에서 필요한 부분은 부속서에 담아 잠정적으로 유지했다. 동독이 체결한 조약도 80%가량은 소멸됐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북한법 중 일부만 수용하는 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북한 주민에 대한 법치 교육, 인권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북한과의 교류가 확대된다면 북한 지역 투자도 가능할까. -박 교수 중국에서 북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임금도 800~1000달러를 준다. 우리가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준 임금 수준인 150~300달러와 격차가 크다. 투자가 확대될수록 임금 조정 문제가 불가피하게 따를 것이다. -한 변호사 개성공단이 재개된다 해도 기존 형태로 돌아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 대거 남한으로 내려온다면 오히려 남한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북한에 물품을 공급하는 형태로 북한 시장의 개방을 요구해야 한다. 또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법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 대북 정책을 펼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하도록 절차적 규정을 둬야 한다. 근거 법이 없으니 입주기업 보상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위원 개성공단 폐쇄로 그곳에 투자한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많은 손해를 봤다. 철도, 도로 연결 관련해서도 국내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 남북 간 신뢰 구축, 신변 안전 제고가 동반되지 않으면 사실상 투자는 어렵다. →통일되면 유산 상속, 지분 다툼 등 가족 분쟁이 늘어날 수도 있는데. -박 교수 우리 민법 원칙이 사적 자유의 원칙인데 북한의 사회주의 사회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속된다. ‘원소유자의 권리를 인정할 것이냐’ 아니면 ‘분단 과정에서 점유하고 있던 북한 주민의 기득권을 인정할 것이냐’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독일에서도 동독 지역의 재산권 반환 문제가 사회 갈등의 소지가 됐다. 우리도 그런 경험을 교훈 삼아 북한 주민의 권리 보호 측면에서 이 부분을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 변호사 북한의 토지 이용권을 우리의 소유권, 지상권(타인의 토지에 건물 등을 세우고 이용할 권리), 임차권 등으로 전환하는 등 북한 주민이 갖는 권리를 남한 법제의 권리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유산 상속 문제는 복잡하다. 우리는 북한 주민의 상속을 인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우리 국민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친족 범위, 상속 순위, 유류분 제도 등에서 남북 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통일 전에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 위원 토지, 협동조합 전환 등 구체적 분야에서 문제가 많다. 우리 정부도 연구를 하고 있지만 비공개로 진행 중이다. 이제는 하나씩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통일을 대비해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나. -박 교수 정부가 북한법, 통일법에 대한 연구 기반을 보다 확충하고 산학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사법부와 국회도 각각 분쟁 해결 절차, 선거 등 정치제도 통합에 필요한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한 변호사 남북 교류 협력의 가장 큰 문제는 상호 교류가 아닌 남한의 일방 투자라는 점이다. 북한 주민이 남한에 와서 거주하는 형태를 규정하는 법제가 없다. 또 남북한 법제 통합은 각 정부 부처가 다 달라붙어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법무부, 통일부, 법제처 외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대통령 산하든 총리 산하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야 한다. -이 위원 연구 재정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석·박사 양성이 안 된다. 정부가 수요 조사를 한 뒤 신진연구자 지원 및 양성에 나서야 한다. 정리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조원진, 집회 도중 문재인 대통령 향해 “미친xx” 막말

    조원진, 집회 도중 문재인 대통령 향해 “미친xx” 막말

    현직 국회의원이 현직 대통령에게 폭풍막말을 한 영상이 퍼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정상회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주적에게 굴종하는 모습만 생중계로 보아야 했다”면서 연설영상을 첨부했다. 그는 마이크를 들고 “이런 미친 XX가 어디 있습니까”라면서 “판문점 만남은 ‘핵 폐기, 북한의 그간의 대남 도발에 대한 사과, 북한 인권탄압 문제에 대한 언급’ 등 세 가지가 없는 ‘3무(無)’”라며 위장평화쇼라는 지적을 이어갔다. 조원진은 이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논의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X놈 배신자”라고 하거나 정당정책토론회에서 반복적으로 현직 대통령을 “문재인씨”라고 불러 논란을 일으켰다. 반면 조원진은 국정농단 사태의 ‘정점’인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16개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은 데 대해서는 석방시위를 벌이고 사법부를 규탄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 박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한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대통령이 이 나라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클로즈업]“인권의 최후 보루임에도 제 역할 다 했는지···” 판사의 눈물

    [뉴스클로즈업]“인권의 최후 보루임에도 제 역할 다 했는지···” 판사의 눈물

    과거 유죄 판결 받았던 피해자들에게“다시 재판 맡겨줘서 감사” “(고문) 피해자들이 간첩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거기에 대해 형을 선고한 법원이 다시 이 사건을 심판할 수 있는 자격이··· 다시 한 번 (사법부를) 믿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 고문 가해자의 재심 위증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고문 피해자들의 간절한 외침에 재판장이 눈물을 쏟아 눈길을 끌었다.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의 심리로 국군 보안사령부 수사관 출신 고병천(79)씨의 위증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이 열렸다. 고씨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을 색출한다는 보안사 계획에 따라 1982년 11월 이종수씨와 1984년 8월 윤정헌씨를 불법연행해 간첩 혐의를 자백하라며 가혹한 고문 수사를 가했다. 그러나 2010년 12월 윤씨의 재심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타나 협박,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지난 2일 결심공판이 예정됐지만 피고인 신문과 피해자 측 변호인의 신문 과정에서 고씨가 이씨와 윤씨에 대한 가혹행위를 제외한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고문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하자 이 판사는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돼야 진정한 사죄”라면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꾸짖고 고씨를 법정구속했다. 검찰은 4주 늦춰진 이날 결심에서 “피고인을 비롯한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한 가혹행위와 고문으로 피해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면서 “피고인은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피해자들의 명예를 바로 세울 재심사건에서조차 허위 진술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어렵게 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고씨는 이날 추가로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는 “이른바 ‘통닭구이 고문’, ‘엘리베이터 고문’ 등을 이씨와 윤씨에게 가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고문을 한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 많은 것(고문 방식) 중 어떤 것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고문을 지시한 사람에 대해선 “관례적으로 해온 것”이라면서 “지시한 사람도 물론 내용을 다 알고 있고 폐쇄회로(CC)TV로 보고 있었을 것이지만 지시한 내용은 말씀을 안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고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참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데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점을 대단히 죄송하고 진심으로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뼈를 깎는 마음으로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을 지킨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씨의 반성이 부족하다고 질책했다. 윤정헌씨는 “검사님의 구형이 너무나 가볍다. 고씨 한 사람의 죄로 생각해도 100년, 200년을 살아야 한다”면서 “엄한 처벌을 부탁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종수씨도 “피고인에 대한 개인적 미움도 많았지만, 이런 재판 과정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구조가 어떻게 되면 좋아질지,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문 피해자인 강종건씨는 “이 한 사람(고씨)에 대해선 원한이 없다”면서 “판사님이 이 재판을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고문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달라”며 호소했다. 그러자 이 판사는 눈물을 흘리며 울컥했다. 법복으로 얼굴을 훔친 이 판사는 “당시에 고문이 있었고 피해자들이 간첩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거기에 대해 형을 선고한 법원이 다시 이 사건을 심판할 수 있는 자격이···”라며 말을 쉽게 잇지 못하다가 “다시 한 번 믿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 믿음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제가 과연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의, 최대한으로 심리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인권의 최후의 보루임에도 법원이 제 역할을 다 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법원에 이 사건을 믿고 맡겨주신 것에 대해 잊지 않고 결론을 내 보겠다”며 재판을 마쳤다. 선고공판은 다음달 28일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10대 성폭행 솜방망이 판결’에 성난 스페인 민심

    ‘10대 성폭행 솜방망이 판결’에 성난 스페인 민심

    전국 곳곳 수만명 거리 시위 스페인에서 10대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남성들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자 시민 수만명이 사법부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왔다.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북부 도시 팜플로나와 수도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전국 각지에서 수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와 법원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팜플로나 경찰은 시위 참가자가 3만 2000~3만 5000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시위대는 이날 “이것은 성적 학대가 아니라 강간”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부에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며 행진했다. 이번 시위의 발단은 2016년 7월 팜플로나에서 열린 황소 축제(산 페르민 축제) 기간 벌어졌던 성폭행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다. 당시 27~29세 남성 5명이 아파트 건물 입구에서 18세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했고 피해 여성은 사건 후 정신을 잃은 채 길거리 벤치에서 발견됐다. 스페인 남부 세비야 출신인 이들은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고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에 이를 자축하는 메시지까지 올린 것이 알려지면서 스페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피해 여성이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는 가해자들에게 검찰은 22년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26일 피고인 5명에게 ‘집단 성폭행’ 대신 형량이 낮은 ‘성적 학대’ 혐의를 적용해 9년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범행 당시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을 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스페인 형법상 강간 혐의를 인정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의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증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다. 검찰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결 이후 스페인 내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의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온라인 탄원서에는 12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스페인 제1야당인 사회당의 안드리아나 라스트라 대표는 “수치스러운 판결이며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인 문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BBC 방송은 “단순히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여성에게 불리한 스페인 사법체계에 대한 강력한 반발심이 이 사태를 추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국 사형제 폐지로 인권 노력 보여줘야”

    “한국 사형제 폐지로 인권 노력 보여줘야”

    “국제사회는 경제, 사회, 기술 면에서 성공적으로 발전한 한국이 이제 사형제 폐지 노력을 통해 인권분야에서도 행동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26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사형제 폐지의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에서 기조발제에 나선 이반 시모노비치(58·크로아티아)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 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은 국제사회의 규범인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에 가입하고 유엔 총회의 사형 집행유예 모라토리움 결의안에 대해 기권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형제반대위, 국제엠네스티 등 인권 전문가와 법무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토론회에서는 사형제 국내 현황 및 대체형벌제 도입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사형 집행유예가 선언된 적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군인 4명을 포함한 61명의 사형수가 있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는 “민주주의에서 사형제를 폐지하려면 사법부와 행정부 뿐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행동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회가 헌법 개정안에 생명권에 대한 언급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면 시사적인 현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극형의 상징으로 순화된 사형제의 기능은 종신형으로 대체가능하다”면서 “범죄인의 사회 복귀를 위해서 일반예방을 일방적으로 후퇴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도록 종신형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김명수 “국가기관 스스로 권력 통제해야”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는 25일 정부서울청사 대강당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김현 대한변협 회장,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김외숙 법제처장 등 법조 분야 주요 기관장과 법조인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5회 법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법의 날은 법의 존엄성을 되새기고 준법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정부는 1964년부터 해마다 기념행사를 열어왔다. 박 장관은 이날 기념사에서 “정의로운 사회는 법의 지배가 바로 섰을 때 가능하다”며 “정의와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정의가 회복되고 법의 지배가 이뤄지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도 “‘법의 지배’가 통용되지 않는 특권층이 존재한다는 국민의 불신은 사회를 깊이 병들게 할 것”이라면서 “사법부는 투명한 절차와 공정한 결과로 국민이 수긍하고 감동하는 좋은 재판을 통해 국가기관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법적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계층 간·세대 간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념식에서는 법질서 확립에 기여한 유공자 13명에 대한 정부 포상도 이뤄졌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석태 변호사가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대책 마련, 유가족 지원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또 신유철 서울서부지검장,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상 황조근정훈장), 박태열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 법무사(동백장), 정준현 단국대 법대 교수, 조종태 대검찰청 검찰개혁추진단장 등이 유공자로 뽑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뉴스클로즈업]“한국 정부, 사과해야” 50년만에 용기 낸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생존자들

    [뉴스클로즈업]“한국 정부, 사과해야” 50년만에 용기 낸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생존자들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각 국가배상법 제3조에서 정한 배상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책임 등에 관해 공식 인정하라.” 지난 22일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서 재판장을 맡은 김영란 전 대법관의 주문 선고에 환호와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비록 모의법정이지만 원고로 참석한 두 명의 응우옌티탄은 “이겼다”며 환호했고, 5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상처를 보듬어준 것처럼 기뻐했다. 1968년 2월, 같은 시기 인근의 마을에서 일어난 비슷한 학살사건의 생존자인 같은 이름의 두 사람은 시민법정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8일 한국에 왔다.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닌 두 사람이 자신들에게 아픔을 준 나라에 발을 내딛는데, 인천국제공항의 입국장 문이 열리자마자 손을 꼭 잡고 활짝 웃으며 나왔다. 시민법정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임재성(38·변호사시험 4회)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25일 “시민법정에 생존자들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가해자의 논리에서 폭력의 증거로 삼는 것 아닌지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두 분의 모습을 보자마자 모든 걱정을 내려놨다”고 설명했다.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마을 학살 생존자인 응우옌티탄(58)씨와 하미마을 학살의 생존자인 응우옌티탄(61)씨가 이번 시민법정의 원고였다. 퐁니마을의 응우옌티탄씨는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을 찾았고, 하미마을 응우옌티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미마을 응우옌티탄은 베트남에서도 자신의 아픔을 알리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어서 50년 만에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상처를 꺼내는 용기를 낸 것이었다. 시민법정에 참석하도록 설득하는 데 꼬박 두 달이 넘게 걸렸다. 어렵게 낸 결심이어서인지, 25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국회와 청와대에서 기자회견도 했지만 두 사람이 가장 힘있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 곳은 바로 시민법정이었다고 임 변호사는 전하며 “그 분들의 그 많은 고민 속에서 이뤄진 결심이 시민법정 내내 너무 당차보였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중심으로 50개 시민단체가 주최한 시민법정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론화를 위해 추진됐다.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과 같은 양상이지만, 당시 도쿄의 시민법정은 이미 사법부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온 뒤였다. 한국에서도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1993년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있는 증언이 나온 이후부터였다. 더 늦기 전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도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변호사들이 모여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계획했다. 과거의 시행착오들을 최대한 줄이고, 생존자들에게 보다 더 진실한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하다가 시민법정을 열게 됐다. 일종의 연극과도 같은 모의법정에도 무게감이 달랐다. 재판장인 김영란 전 대법관을 비롯해 이석태 변호사와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재판부로 선정됐는데 “각본이 짜여진 연극이라면, 더구나 내용이 부실하다면 참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고 한다. “원고 패소 판결을 해도 되느냐”고까지 물었다. 준비위원회에서 만든 소장과 각종 증거, 자료들을 재판부도 매우 꼼꼼히 검토했고 정식 재판을 진행하듯 진지하게 임했다.법복을 입은 재판부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두 명의 응우옌티탄씨는 힘있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불도저로 마을 전체가 휩쓸려 학살의 증거가 남지 않은 하미마을의 응우옌티탄씨는 “153명의 희생자들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며 한국군의 수류탄 때문에 어머니와 사촌동생을 잃고, 자신도 왼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게 된 당시 상황을 또박 또박 밝혔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내놨다. 그러면서도 “저는 전쟁으로 부모님을 잃어 외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저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제가 용기를 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라며 오히려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도 시민법정에 나와 연대 발언을 하려 했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는 아직까지 사과를 받지 못했고, 우리가 죽을 때까지 사과를 받기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면서 “여러분은 꼭 사과를 받길 바란다”며 두 사람에게 응원의 뜻으로 100만원씩을 건네기도 했다.시민법정을 넘어 실제로 우리 법원에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임 변호사는 “재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와 자료는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고 자신하면서도 “베트남과의 외교 문제 등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기까진 검토할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는 아직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원고 두 분이 진짜로 소송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어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면밀히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이라고 강조했다. 1968년 퐁니마을의 진상조사를 벌이기도 했던 국가정보원(당시 중앙정보부)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 다음달 11일 첫 변론이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학생 10명 중 5명 “1억만 준다면 깜빵이라도”

    대학생 10명 중 5명 “1억만 준다면 깜빵이라도”

    법률소비자연맹 설문, 10명 중 8명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나라 대학생과 대학원생 10명 중 8명 이상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현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절반 이상이 10억원을 준다면 교도소에서 1년간 생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법률소비자연맹(총재 김대인)이 25일 법의 날을 맞이해 대학생과 대학원생 3656명을 대상으로 법 의식조사를 실시해 2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대학(원)생 85.6%(3131명)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13%(475명)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법보다 권력이나 돈의 위력이 더 세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78.5%(2871명)이나 됐다. 법원(사법부)의 판결이 정치적 또는 사회적 영향력을 전혀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겨우 6.2%(227명)에 불과해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불신도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적 또는 사회적 영향을 영향을 조금은 받을 것이라는 답변이 65.3%(2386명)로 주를 이뤘고, 절대적으로 받을 것이라는 답변도 25.5%(932명) 였다. 만약 10억원을 준다면 1년간 교도소 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절반을 넘는 51.4%(1879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10억원을 받더라도 교도소 생활은 하지 못하겠다는 답변 역시 48%(1756명)으로 팽팽히 맞섰지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근소하게 앞선 것이다. 다만 대학(원)생들은 법에 대한 중요성이나 잘 지켜야 한다는 의식 자체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사회에서 법을 지키면 잘 살 수 없다는 인식에 동의한 대학(원)생은 34.7%(1270명)으로, ‘아니다’라는 답변이 64.5%(2358명)으로 훨씬 많았다. 또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문항에 동의하지 않는 답변이 71.2%(2602명)으로 동의한다는 답변 28.5%(1042명)보다 높았다. 우리 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데에는 63.5%(2320명)가 공감했다. 사회적으로 확산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해선 42.3%(1547명)이 매우 지지한다는 뜻을 보냈고 지지하는 편이라는 답변도 36.4%(1331명)으로 대체로 높은 지지를 보냈다. 다만 미투 운동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78%(2852명)도 높게 나왔다. 미투 운동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성추행이나 성폭력이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61.9%(2264명)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성범죄 근절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도 17%(622명), 펜스 룰 등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배제만 커질 것이라는 답변도 13.9%(509명) 있었다. 이번 조사는 법률연맹 대학생봉사단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8일동안 대학생과 대학원생 3656명(남성 1671명, 여성 1965명. 무응답 20명)을 대상으로 24개에 대한 설문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1.62%p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트럼프 보호무역, 사법부 판결에 영향 안 줘”

    “트럼프 보호무역, 사법부 판결에 영향 안 줘”

    “관세 등 정부와 독립적 판단… 판사로 첫 한국 방문 감격”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미국 행정부가 권한 내에서, 법 테두리 안에서 업무를 수행했는지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완전히 독립돼 있는 만큼 행정부 기조는 법원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만난 제니퍼 최 그로브스(49) CIT 판사는 미국 내 삼권분립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CIT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법원은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패소할 때도 있고, 외국 기업이 승소할 때도 있다”며 “외국 기업 손을 들어줬을 경우 행정부가 다시 관세를 부과하는 등 행정절차를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로브스 판사는 이날 사법정책연구원이 뉴욕주 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2018 뉴욕주 변호사협회 아시아 지역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로브스 판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통상전쟁의 도래’라는 주제의 토론에 참가한다. 그로브스 판사는 뉴욕 검사보로 시작해 대통령 직속 무역대표부(USTR) 지식재산권 담당 선임 국장과 한·미 FTA 1차 협상 지식재산분과 미국 대표 등을 거쳤다. CIT는 반덤핑 등 국제통상 관련 소송을 담당하는 특수연방법원으로 미국 노동부, 농무부, 국제통상위원회, 상무부 등의 무역조정지원이나 상계관세 결정 등에 불복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곳이다. 포스코가 지난해 미국 상무부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 CIT에 제소했고, CIT는 지난 3월 관세를 재산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로브스 판사는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고, 로펌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며 “각각 정부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해 본 경험이 판사로서 원고와 피고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세계무역기구(WTO)보다 CIT에 제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로브스 판사는 “CIT는 한국 기업이 제소했어도 한국 정부나 관련 산업 협회 등 제3자도 소송에 원고로 참여할 수 있다”며 “유사한 사안이 발생하면 법원이 한 건만 골라 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이 다른 기업이나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로브스 판사의 부모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로브스 판사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줄리아드 음대 예비학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한 그로브스 판사는 부모님의 권유로 로스쿨에 진학했다. 그로브스 판사는 “판사가 되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감격스럽고 영광”이라며 “이번에 두 딸이 한국에 처음 왔는데 다양한 곳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에르도안, 지지율 불안에 조기대선 ‘꼼수’

    에르도안, 지지율 불안에 조기대선 ‘꼼수’

    인기 식기 전 장기집권 노림수 대선 18개월 앞당겨 6월 실시 野 “국가비상사태서 선거 불가”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내년 11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1년 이상 앞당겨 의회 선거와 함께 치르겠다고 밝혔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부채 급증 등으로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자, 최근 시리아 군사작전으로 인기가 높아졌을 때 선거를 진행해 장기집권을 못박겠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야당 ‘민족주의행동당’(MHP)의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와 영수회담을 갖고 “오는 6월 24일에 대선과 총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경제 문제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라며 “선거 이슈를 우리의 주요 의제에서 빠르게 제거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고 조기 대선을 정당화했다. 제3 야당인 MHP는 그동안 주요 사안마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협력하며 정부와 여당 정의개발당(AKP)에 힘을 실어 주는 ‘여당 2중대’ 역할을 해 왔다. AKP는 전체 540석 가운데 과반을 넘는 316석을 차지해 조기 대선안은 무난히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기 대선의 배경으로 안보 상황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경제 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져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터키는 지난해 7.4%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지만, 국가 주도의 급성장 부작용으로 경제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경상수지 적자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터키 리라는 달러와 유로화 대비 최저가로 급락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에담의 시난울젠 소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향후 몇 달간 (자신의 집권에) 경제가 불리한 여건이 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얼마나 불리한 조건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 초당적정책센터(BPC)의 정치 분석가 니컬러스 댄포스도 “터키의 경제적 문제가 그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최근 쿠르드족이 장악했던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지역에서 ‘올리브가지 작전’을 성공적으로 펼친 덕분에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 지역 점령 이후 퍼진 민족주의 표심을 빠르게 투표장으로 가져오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의 자나 자부르 교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전쟁으로 고조된 국내의 민족주의 정서를 최대한 빨리 이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제왕적 지도자’ 자리에 등극하게 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각책임제였던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를 역임했고 2014년부터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정치권력 구조를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51%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1923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내각책임제 공화국을 수립한 지 95년 만에 대통령중심제가 된다. 새 헌법은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을 준다. 대법관 수를 22명에서 13명으로 줄이고 그중 3분의1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을 키웠다. 대통령에게 의회 동의 없는 국가비상사태 선포권을 주고, 의회의 대통령 탄핵과 조사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대통령을 두 번 더 연임할 수도 있다. 개헌안이 대통령의 권한을 과도하게 강화하고 3권 분립을 위태롭게 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개헌안이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장기집권을 노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재선 성공은 필수다.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개헌안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은 2033년까지 대통령을 할 수도 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강하게 반발했다. 뷜렌트 테즈잔 CHP 대변인은 “국가비상사태하에서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며 국가비상사태 해제를 촉구했다. 터키에서는 국가비상사태가 계속되면서 16만여명이 체포되고 언론 탄압 등이 이뤄졌다. 이날 발표로 대선·총선은 2016년 7월 군부쿠데타 이후 계속되고 있는 국가비상사태하에서 치러지게 됐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대법, 2015년 ‘유죄’ 2심 파기 환송… 선거법 위반 놓고 5년간 반전 거듭

    대법, 2015년 ‘유죄’ 2심 파기 환송… 선거법 위반 놓고 5년간 반전 거듭

    2012 대선 앞두고 정치 댓글 지난해 파기환송심 판단 확정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대법원이 19일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확정 선고하기까지 원 전 원장은 약 5년여 동안 재판을 받았다. 1·2·3심에 이어 파기환송심, 재상고심까지 다섯 차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구속과 보석 석방이 반복됐다. 재판 도중 개인비리 혐의가 적발돼 별도의 재판을 받기도 했다.원 전 원장은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을 동원해 당시 여권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돕고 야권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폄훼하는 정치 댓글을 지시한 혐의로 2013년 6월 기소됐다. 이후 원 전 원장은 사법부에서 운용하는 재판 제도의 거의 전부를 경험했고, 심급별로 형량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 활동을 처벌하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5개 재판부 모두 일관되게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의 범행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심급별로 판단이 엇갈렸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1심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원 전 원장은 풀려났지만, 2심에선 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2015년 2월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의 실형을 선고한 뒤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진행된 상고심은 보석 청구를 받아들여 원 전 원장을 석방한 데 이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 전 원장의 선거 개입 혐의를 입증할 일부 디지털 자료의 증거 능력을 재판단하기 위한 전원합의체 회부였는데, 법조계에서는 일부 증거 능력을 재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대법원이 전체 사건에 대한 유무죄 판단 없이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파기환송심의 결론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해 8월에 나왔다. 파기환송심에선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국정원 내에 구성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원 전 원장의 선거 개입 여부를 입증할 추가 증거를 찾아내 법원에 제출한 결과 항소심보다 형량이 늘었다. 이어 대법원은 이날 파기환송심 형량 그대로 사건을 확정했다. 첫 번째 상고심 때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서 재상고심 때는 김명수 대법원장으로 사법부의 수장도 바뀌어 있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美, 유일한 슈퍼파워…中은 기본 역량 부족”

    “美, 유일한 슈퍼파워…中은 기본 역량 부족”

    “중국만의 세계 질서 제시 못해 군사·경제·소프트파워 부족”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석학 기 소르망(74) 전 파리대 정치학연구소 교수가 “국제사회의 유일한 ‘슈퍼파워’는 미국”이라면서 “중국은 야망과 목표를 이루기에 기본 역량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의 초청으로 ‘유럽이 보는 시진핑(習近平) 체제하의 중국과 세계질서’라는 주제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과거 냉전 시대 소련이 강력한 국가라고 생각했지만,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할 경제적 역량이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중국 역시 현재 지정학적으로 높은 야망과 목표를 품고 있지만 이를 달성할 군사적·경제적 능력과 소프트파워 모두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시아를 주도하고 싶은 중국이 중국만의 세계질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태평양, 대만,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주변 국가들이 중국의 영향력에 들어 장기적으로 미국과 세계를 양분하고 싶어하지만, 어떤 군사력을 통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질서나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제시하는 모델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혁신과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미국에 뒤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전 세계 특허출원 건수가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순”이라며 “중국 국가의 우수한 인재가 미국으로 가는 등 개발도상국의 고급 인재가 미국에 있고, 미국이 전 세계 자금과 우수 인재, 특허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에 이 분야에서의 우위를 내 줄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임금과 간단한 수출품에 의존하는 중국의 기술개발은 독일이나 일본에서 출원한 특허에 약간 변화만 줘서 출시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강점을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꼽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아무리 강력한 주장을 해도 정책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입법부, 사법부, 군부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강력한 시스템 덕분”이라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미국이 있었고, 그가 임기를 마쳐도 미국은 존속하기에 미국은 앞으로도 유일한 경제 초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청년 실업률이 늘어나고 성장이 둔화하며 한국식 경제모델이 더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은 현재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과거사 판결 후퇴, 헌재가 돌려놔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과거사 판결 후퇴, 헌재가 돌려놔야

    더불어민주당-민변-참여연대 합동 토론회 국회서 열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박정희 유신 정권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 등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17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박주민·이재정 의원이 공동주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공동주관한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국가범죄 판결의 문제점과 대응 모색 토론회’에서다. 토론회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과거사 재심 판결에서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점이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긴급조치 위반 사건 소송을 대리한 김형태 변호사는 “진실화해위원회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만 1174건 중 8468건의 과거사의 진실을 규명했지만, 국가는 불법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유가족에 대한 손해배상은 여러 이유를 들어 책임은 회피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의 판결 대부분은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과 대법원장을 지낸 2005년부터 2017년 사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판결로 대법원이 2011년 7월 선고한 인혁당 사건이 꼽혔다. 손해배상 판결의 지연이자 기산일을 ‘불법행위 시’에서 ‘사실심(1·2심) 변론 종결 시’로 후퇴시켜 이미 2심 승소를 기준으로 배상금을 가지급받았던 유가족들이 배상금을 돌려줘야 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뇌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해 하급심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관을 징계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2010년부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들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현행 헌법에 어긋난다”며 위헌 판결을 잇따라 내렸지만 2015년 전원합의체는 “위헌은 맞지만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므로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정부 상대 손해배상을 청구한 피해자들에 대해 패소 판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전원합의체 판결이라도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헌법소원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받을 경우 법원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기본권 보장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꼭 필요한 것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라면서 “재판소원은 사법의 인권 침해에 대한 헌법재판 청구권을 구체화해야 할 입법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원세훈 댓글’ 상고심 선고 19일 …첫 재판 이후 5년째

    ‘원세훈 댓글’ 상고심 선고 19일 …첫 재판 이후 5년째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상고심 선고가 19일 오후 2시 내려진다.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상고심 사건을 선고한다고 16일 밝혔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2013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봐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해 법정 구속했다. 반면 2015년 7월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 위반이 맞다”며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고, 보석으로 석방된 원 전 원장을 다시 법정 구속했다.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2월 19일 이 사건에 대한 청와대 개입 등의 논란이 일자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하기로 했다. 앞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지난 1월 22일 발표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결과에선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의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문의를 받고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이에 고영한 대법관 등 대법관 13명 전원은 곧바로 긴급성명을 통해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1975년…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그 책속 이미지] 1975년…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그해 봄/박건웅 지음/보리/388쪽/2만 2000원벚꽃 가득 핀 담벼락에 아내 강순희씨가 앉아 있다.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남편 우홍선씨다. “여보!” 벌떡 일어난 강씨가 눈물을 훔치며 우씨에게 뛰어간다. 뒤이어 아들, 딸도 아빠를 보고 반갑게 달려간다. “많이 보고 싶었어요.” 서로 부둥켜안은 가족의 머리 위로 하얀 꽃잎이 하늘하늘 쏟아진다.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 우씨의 모습은 없다. 행복한 상상은 처참한 현실로 바뀐다. 허깨비를 껴안은 듯, 우씨 없이 부둥켜안은 가족의 모습이 애잔하다. ‘그해 봄’은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 간첩으로 몰려 1975년 4월 9일 선고 18시간 만에 ‘사법살인’ 당한 인혁당 사형수 8명의 이야기를 그렸다. 유가족과 선후배, 동지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인혁당 사건을 재구성했다. 만화가 박건웅의 투박한 그림체가 절절한 사연을 잘 살려냈다.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아들이었던 이들의 어이없는 죽음에 화가 치밀고 유가족의 아픔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32년 만인 2007년 사법부는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8명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죽은 이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법부 블랙리스트’ 암호파일 406개 확보

    특조단, 파일 작성자 등 조사 다음달 말까지 조사 마무리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3차 조사에 나선 법원이 의혹을 규명할 암호 파일 406개를 확보하고 관련자 조사에 돌입한다. 이르면 다음달 말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11일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법원행정처 컴퓨터 4대에서 의혹 관련 파일 406개를 추려냈다고 밝혔다. 임종헌 전 차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조정실 심의관 등 4명이 사용한 컴퓨터에서 확보한 저장매체 8개에서 복구가 가능하고 의혹과 관련 있어 보이는 파일 406개를 뽑아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이 파일을 작성하고 보고 받은 인물 등을 상대로 작성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또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의혹 사항들이 발견되면 추가로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진상을 규명할 방침이다. 이미 조사단은 재판의 독립 침해와 관련된 문서를 일부 발견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단은 우선 박근혜 정부 시절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대해 ‘BH(청와대)가 흡족해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행정처 문서가 작성됐다는 의혹과 관련된 문서를 확보해 추가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단은 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가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인 판사들의 징계를 추진하려 했다는 정황과 관련된 문서도 확보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시론] 여야 개헌 협상 3대 관전 포인트/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여야 개헌 협상 3대 관전 포인트/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3월 26일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됐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 개헌 협상의 3대 관전 포인트를 생각해 본다.대통령 개헌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야 합의로 개헌안이 발의되면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야당이 반대하는 개헌안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헌 협상의 핵심은 여야의 이견이 첨예한 부분이 무엇이며, 어떻게 타협할 수 있을 것인지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 개헌안의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야당의 책임총리제 안의 대립이다. 이 부분은 지난 1년 동안 보였던 여야의 완강한 태도를 보면 쉽게 타협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5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권력분산형으로 가더라도 대통령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왔으나 만약 선거구제 개편 등이 같이 논의된다면 다른 정부 형태, 다른 권력 구조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볼 수 있는 조항(제44조 제3항 후단)이 이미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총리의 선임 방식에 대해 야당과 협상할 여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개헌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대통령의 인사권이다. 정부 개헌안 제70조 제1항에서는 국가원수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원수직을 폐지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과 중요 헌법기관에 대한 임명권이 유지되고 있다. 심지어 독립기관이 된 감사원도 감사원장 및 감사위원들에 대한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삼권분립을 생각한다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동등한 위치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의 자격으로 대법원장을 임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국 대통령은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대법원장 등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 것이며, 이러한 임명권이 형식적 권한이 아닌 실질적 권한, 대통령의 선호가 반영된 인사로 이어져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그동안 국회 개헌특위와 자문위원회를 비롯한 수많은 개헌 논의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대폭 축소하는 안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 개헌안에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이 거의 유지되고 있다. 달라진 것은 대법관 임명제청 이전에 대법관추천위원회를 거치는 것과 헌법재판소장의 호선 정도인데, 이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이다. 대법관추천위원회의 9인 중 6인을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대법관 인사도 결국 대통령의 의사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관 인사에도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대법관회의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세 번째로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 설정이다. 국회에서 총리를 선임하면 대통령과 총리가 경쟁 또는 협치의 주체가 되고, 국회는 총리의 후원 세력으로 전면에 나서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통령제를 유지할 때는 ‘대통령(정부)+여당’과 ‘야당’ 간 갈등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크게 줄지 않았지만, 예산법률주의 도입으로 국회의 재정통제권은 강화된다. 그러면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정부+여당은 야당의 통제를 협치를 통해 풀어 나갈 수 있을까. 승자독식의 대통령과 대통령의 실패를 통해서만 집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야당은 선의의 경쟁이 불가능한데, 과연 어떤 방식의 협치가 가능할까. 그 밖에 관전 포인트도 많지만, 제10차 개헌을 위한 여야 협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들은 이상의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과연 여야는 어떤 전략으로 국민을 설득할 것이며, 어떤 부분들을 서로 양보하는 가운데 타협을 이뤄 낼 수 있을까.
  • 법관회의 의장에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명수표 개혁 힘 실릴 듯

    법관회의 의장에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명수표 개혁 힘 실릴 듯

    최기상 의장·최한돈 부의장 선출 김 대법원장 “사법 감시 해달라” 행정권 남용·블랙리스트 등 논의전국 법원의 법관대표들이 모여 사법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전국 각급 법원 대표판사 119명 중 116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법관회의에서는 의장단으로 진보 성향의 최기상(49·사법연수원 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와 최한돈(53·28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뽑혔다. 법관회의가 김명수(59·15기) 대법원장이 추진할 사법제도 개혁의 우군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 의장은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모임이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최 부의장도 역시 진보 성향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다. 의장은 회의에 상정 안건을 선정해 회의를 소집하고 주재한다. 임기는 법관대표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선출된 때로부터 다음 정기 인사일까지로 하며 1회에 한해 연임 가능하다. 두 명 모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수차례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최 부의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파문으로 지난해 법관회의가 임시소집됐을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를 위해 구성된 현안조사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의혹 조사에 소극적인 양 대법원장에게 반발해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지난해 법관회의에 무반응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과 달리 김 대법원장은 이날 회의에 직접 참석해 법관회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이 일선 법관들이나 국민들의 시각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법관회의의 궁극적 목적은 주권자인 국민이 원하는 좋은 재판, 좋은 법원을 이루는 데 있다”면서 “법관회의가 법관들의 이익만 과도하게 대변하는 단체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사회 일각의 시각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출된 최 의장은 “법관회의가 사법행정권을 제대로 감시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법관회의는 지난 1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 이후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또 꾸려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활동 현황 등을 들었다. 또 좋은 재판과 법관 전보 인사제도 개선,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위축된 지역법관 제도 부활, 법관회의 내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법관회의는 국민의 법원에 대한 권리와 사법부의 책임을 담은 선언문도 채택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MB 재판 맡은 정계선 판사가 꼽은 롤모델 보니…

    MB 재판 맡은 정계선 판사가 꼽은 롤모델 보니…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을 맡은 정계선(49·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 부패 전담부 재판장을 맡았다. 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를 이끌고 있다.충주여고 출신으로 1993년 서울대 공법학과를 나와 1995년 37회 사법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사시 합격 당시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는 대표적 인권 변호사인 고(故) 조영래 변호사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며 “법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만큼 법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자신의 법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1980년대 활동했던 고 조영래 변호사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 권인숙씨(현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장)를 변호하고, 연탄공장 주변에 살다 진폐증에 걸린 시민의 손해배상소송을 맡는 등 인권 변호에 힘썼던 인물이다. 정 판사는 사법연수원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뒤 1998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행정법원, 서울남부지법 판사 등을 거쳐 헌법재판소에 파견 근무한 경력도 있다. 부장판사가 된 뒤 2014년 울산지법에서 형사합의부장을 맡았다. 당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계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하기도 했다.이어 사법부 내 엘리트 코스로 평가받는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서울중앙지법에는 지난 2월 정기 인사 때 전보됐다. 정 판사는 현재 굵직한 부패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대기업들에서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병헌 전 정무수석, 박근혜 정부의 불법 보수단체 지원(화이트 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의 사건을 맡고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시절 민간인 외곽팀을 운영하며 댓글 등으로 여론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과 외곽팀장들의 재판도 맡고 있다. 법리에 밝고 원칙에 충실한 강직한 성품으로 알려졌다. 법원 내에선 재판부 구성원들에게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소통을 중시하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천차만별 차관급… 기재부 0.2%, 검찰은 2%가 ‘별’

    [커버스토리] 천차만별 차관급… 기재부 0.2%, 검찰은 2%가 ‘별’

    지난달 22일 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동부구치소까지 기아자동차의 검은색 K9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이 차는 법원에서 발부된 구속영장을 집행한 검사와 수사관들이 타고 온 것으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검사장)의 관용차다. 이 승용차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용하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EQ900을 제외하고는 검찰 내에서 가장 높은 사양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윤 지검장의 차를 보내 이 전 대통령을 예우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은 3000㏄급 이상 관용차와 운전기사가 제공되는 등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차종은 3000㏄급 중 기관에서 자율로 정한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고검장에서 검사장 자리로 한 단계 낮아졌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될 당시 호송차량은 K7이었는데,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의 관용차였다. 그때만 해도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 1차장검사는 검사장급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검사장이 맡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차장검사급으로 격하됐고, 검사장 다섯 자리가 줄어들었다. 당시 언론은 검사장 보직 감축에 대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했다. # 文정부서 다섯 자리 줄었지만 여전한 검사장 파워 다섯 자리가 줄었어도 검찰 내 차관급 자리는 다른 부처에 비해 월등히 많다. 공무원 약 1000명이 일하는 기획재정부의 차관은 2명(약 0.2%)이다. 그러나 법무부 외청인 검찰은 현재 검사장 이상 검사가 42명(검찰총장 제외)에 달한다. 전국 검사 2182명(2월 기준 정원) 중 약 2%가 검사장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 저격수’라 불리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일부 주요 검사장만 차관급으로 대우하는 식으로 차관급 직급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검사장은 차관만큼의 힘이 있다. 다른 부처는 차관이 다 한두명인데 검찰만 40명이 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검사장은 법적 근거가 없는 자리다. 과거 검찰청법은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고등검사장·검사장 및 검사로 구분한다’고 규정했지만 현재 검찰청법 6조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고 돼 있다. 검찰총장을 빼고는 다 똑같은 검사라는 의미다. 대신 과거 검사장으로 불린 자리를 검찰청법 28조에 명시했다. 정확한 표현은 ‘대검 검사급 이상의 검사’지만 검찰 내부나 외부 모두 ‘검사장’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검찰은 검사장 직급이 없어진 뒤 3년 뒤에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의 직위를 규정했다. 검찰총장, 고검 검사장, 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 대검 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법무실장·검찰국장·범죄예방정책국장·출입국본부장, 지검 검사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이다. 차관급 예우는 관용차와 운전기사 제공이 핵심이다. 정부 공용차량 관리 규정에 따르면 각 부처 장관또는 처장, 장관급 공무원, 각 부 차관,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 차관급 공무원 등에 공용차량이 배정되는데 검사장은 배정 대상이 아니다. 법적 근거 없이 관용차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에 대해 명예퇴직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에 근거해 전용차량을 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기준 공용차량 예산은 6억 3241만원이다.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꽃’이라 불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고법 부장 이상 판사는 161명(대법관 제외)에 달하는데 관용차 배정에 매년 약 1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서울고등법원에만 부장판사가 67명에 달하는데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배정된다. 법원은 규정을 마련해 놨다. 법원 공용차량 규칙 2조 2항에 따라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의 법관 또는 차관급인 법원 공무원에게 전용 승용차가 배정된다. 고법 부장판사는 차관급으로 전용차량이 지급될 뿐만 아니라 근무평정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헌법재판소는 사무차장이 차관급 예우를 받는데 현재 공석이다. 검사장 이상 42명 중 25명은 기관장에 해당되지만 고법 부장판사 이상 161명 중 30명만 기관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관장은 정부 유관기관, 외부 단체와 회의 및 행사가 많아 관용차가 필요할 때가 많다”면서 “판사들은 하루 종일 법원에서 재판하고 기록 검토하는데 출퇴근용으로만 사용하는 관용차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나 법원의 권위를 살려 주는 게 필요하다면 공무 시에 기사 딸린 품위 있는 승용차를 내어 주면 되는 게 아닌가”라고 페이스북에 비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5일 검사장 직급 개선 방안을 각각 권고했다. 법무·검찰개혁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검사장’ 직급을 폐지하고 보직 개념으로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전용차량, 집무실 등 과도한 처우도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검찰개혁위도 차관급 예우를 폐지하고, 정원을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관용차 없애고 명퇴수당 지급 땐 예산 더 들 수도” 법무부와 검찰이 이런 권고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고민은 남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검사장은 명예퇴직 수당을 받지 않는 대신 관용차를 지급하는 구조다”며 “차관급 예우를 없애고 명예퇴직 수당을 주게 되면 오히려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퇴직한 전직 검사장들이 명예퇴직 수당을 소급 적용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검사장들은 차관급 예우를 받기는 하지만 검사들의 경우 단일 호봉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타 부처 차관보다는 연봉이 연간 수천만원 정도 적다.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에 검사장 이상을 역임한 검사는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수억원에 달하는 명예퇴직수당도 지급받지 못한다. 퇴직 이후에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검사장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퇴직 후 3년간 대형로펌 등의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명예퇴직수당과 퇴직 후 취업 제한 적용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차관급 예우라고 해도 사실상 관용차를 제공받는 것뿐이고 오히려 잃는 게 많다”며 “부장검사들은 다 대형 로펌 가는데 검사장들은 개인 사무실 열거나 중소 로펌 가지 않냐”고 반문했다. 법원도 지난해 사법부 관료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고등법원 부장 승진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법관-법원장-고등법원 부장-지방법원 부장-단독 및 배석 판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법관 서열 구조를 끊겠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인사총괄실,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에서 고법 판사 인사 제도에 대해 논의 중이다. 법원 관계자는 “승진제도를 없앤 것 자체는 판사들 대부분 환영하지만 고법 부장이 받는 혜택을 없애는 것은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승진 제도는 없애지만 현재 있는 고법 부장은 그대로 두고 차관급 예우를 폐지할지, 고법 부장 자체를 고법 판사들이 돌아가며 하는 방식으로 할지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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