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사법부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 수면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 공사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 차지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 운임
    2026-08-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294
  • 갈등 사회의 역설…워마드와 태극기 극과 극 ‘분노 동맹’

    갈등 사회의 역설…워마드와 태극기 극과 극 ‘분노 동맹’

    광복절 보수단체 집회에 워마드 동참 광화문서 “文대통령 탄핵” 함께 외쳐 안희정 前지사·제주 예멘 난민 문제 등 정치→사회 문제로 갈등 영역 다양화‘촛불’로 모아졌던 시민사회가 다분화되고 있다. 사회 갈등 구조가 복잡해진 데다 난민 문제와 젠더 이슈 및 경제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우회전’ 논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정 이슈가 불거지면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던 진영 논리도 약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보수 단체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집회’에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 회원 50여명이 동참한 것은 이 같은 현상을 잘 보여 줬다. 두 단체는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반(反)문재인’ 구호를 함께 외쳤다. 집회장 주변에는 ‘워마드’와 정반대 편에 있는 여성 혐오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도 보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은 사법부가 내렸지만 여성들의 분노는 문재인 정부로도 향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약속했지만, 여성 차별적인 정책이 여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기존 여성주의(페미니즘) 단체들은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사법부와 양성평등 정책에 미지근한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극단주의적인 워마드와는 선을 긋고 있다. 평소 진보적 가치를 지향했던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을 성폭행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것도 기존 잣대로 재단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페미니즘 의제에선 진보와 보수의 경계선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촛불 국면에서 ‘박근혜 정권 탄핵’에 앞장섰던 진보적 시민사회세력 중 일부는 요즘 “문재인 정부의 보수화가 본격화했다”며 비판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에서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와 선을 긋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등이 ‘정치’의 영역에서 ‘사회’의 영역으로 옮겨 오면서 주체별 균열이 생겨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가치가 전환하는 시대에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정권 찬반 문제로 지나치게 단순화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했던 사람들의 생각이 젠더·환경·난민 문제 등 사회 영역에서 다원화·구체화되고 있다”면서 “단순히 진영의 균열로 봐선 안 된다”고 진단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안희정 무죄에 반발하는 여성단체도 원래 문 대통령 지지층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이슈가 바뀌면서 스탠스가 바뀐 것”이라면서 “완전한 지지 철회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하며 현재로선 유동성이 강화된 것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갈등을 발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사회의 영역에 그대로 두면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강자가 독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양한 갈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동시에 이를 중재, 조정하는 정치가 구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5당 5색’ 비빔밥 메뉴로 정치권 협치 강조

    ‘5당 5색’ 비빔밥 메뉴로 정치권 협치 강조

    김성태 “드루킹 특검 연장요구 답 없어” 정의당, 故노회찬 의원 책 선물로 전달 文도 中企서 만든 느티나무 만년필 선물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6일 청와대에서 가진 오찬 회동은 2시간 12분 동안 ‘여·야·정 상설협의체’ 개최에 전격 합의하는 등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문 대통령과 원내대표들은 상석이 따로 없는 원탁에서 식사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항상 1(여당) 대 4(야당)로 하는데 오늘은 2(대통령+여당) 대 4가 돼 든든하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는 등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잠시 긴장감이 흘렀던 순간도 있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드루킹 특검과 관련해 “성의 있는 답변을 내 달라”며 수사 기간 연장을 요구할 때였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후 “문 대통령이 일언반구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회동에 앞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질을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던 김 원내대표는 “오늘 언급을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국민연금과 사법 농단 등 현안 관련 대화도 오갔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해 정부가 마치 최종안을 추진하는 것처럼 오해하지 말아 달라는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전교조는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 농단 대상이었으니 문 대통령이 당장에라도 직권취소해 법외노조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검토해 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와 관련,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뿐 아니라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특활비도 예산 때 이런(폐지) 부분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의 동참을 요구했다. 윤 직무대행은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장례와 관련해 “대통령께서 심심한 조의를 표해 주신 점을 감사드린다. 유족이신 김지선 여사께서 감사의 뜻으로 책을 보내 주셨다”며 노 전 원내대표가 생전에 집필한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를 선물했다. 노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직접 선물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느티나무로 만든 만년필을 5당 원내대표에게 선물했다. 청년 중소기업이 만든 만년필로 5당 원내대표의 이름을 각각 새겼다. 청와대는 민주당의 파란색을 상징하는 블루버터플라워, 한국당의 빨간 무생채, 바른미래당의 민트색 호박나물, 민주평화당의 녹색 엄나물, 정의당의 노란색 계란으로 만든 오색 비빔밥을 ‘협치’ 메뉴로 준비했다. 청와대가 바른미래당의 민트색 식재료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고 윤 대행이 전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檢, 김기춘이 양승태에 건넨 ‘재판지연 요구’ 문건 확보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강제징용 소송 관련 재판 지연과 전원합의체 회부를 요구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 전 실장으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도 얻어내 재판 거래 의혹의 칼끝은 점점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권력 최상층부를 본격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16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김 전 실장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한 요구 사항을 담은 말씀자료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는 ‘징용소송 재판을 지연하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려 달라’는 취지의 요구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문건 등을 토대로 지난 14일 검찰에 소환된 김 전 실장에게 재판 거래 의혹을 물었고,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징용 소송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고 법원행정처장과 한 회동 결과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 1일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을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결론을 최대한 미루거나 전원합의체에 넘겨 판결을 뒤집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회동 전달인 2013년 11월쯤 박 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지시를 받았고, 김 전 실장이 직접 양 전 대법원장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실제로 말씀자료에 담긴 내용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어떤 경로로 담당 재판부에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이 건네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또 2013년 12월 회동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도 배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행정부처와 사법부의 대표들을 모아놓고 재판을 지연해 달라는 요구를 하며 거래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이와 관련, 검찰에서 “국익을 위해서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 두 건은 2013년 8~9월 일본 전범기업들의 재상고로 대법원에 다시 올라간 뒤 5년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소송을 미뤄 주는 대가로 법관 해외 파견을 얻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재판거래 연루 의혹’ 홍일표, 1심서 벌금 1000만원…의원직 상실 위기

    ‘재판거래 연루 의혹’ 홍일표, 1심서 벌금 1000만원…의원직 상실 위기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 지인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일표(62·인천 남구갑) 자유한국당 의원이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여기서 끝나면 홍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번 판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끌던 사법부가 수사 및 재판 대응방안을 코치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주목을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 이영광)는 16일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은 홍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1900여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판사 출신의 3선인 홍 의원은 지난 2013년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수입·지출 계좌를 통하지 않고 지인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됐다. 홍 의원은 2010~2013년 선관위 등록 계좌에서 차명계좌로 옮겨진 정치자금 7600만원을 다른 용도로 쓴 뒤 회계장부에는 허위로 사용처를 적어 넣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액수 중 절반인 200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 2000만원과 회계장부 허위작성 혐의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불법 정치자금을 특정 행위의 대가로 받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치자금법 57조(정치자금범죄로 인한 공무 담임 등의 제한)에 따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판결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홍 의원은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홍 의원은 양승태 사법부의 염원이었던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선고된 홍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과거 대법원이 수사·재판 대응방안을 대신 세워준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해 경위를 수사 중이다. 홍 의원은 이런 문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편파 수사 이어 편파 판결” 절망에 빠진 여성들

    “편파 수사 이어 편파 판결” 절망에 빠진 여성들

    지난 13일 ‘홍대 누드모델 몰카’ 피고인 안모(25·여)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데 이어 14일 안희정(54)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편파 판결’ 비판이 들끓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오는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여성단체들은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오는 25일 예정했던 ‘성폭력 성차별 끝장 집회’를 18일로 앞당겨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25일에는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들만 참여하는 낙태죄 폐지 집회가 열릴 계획이다. 사법부의 ‘편파 판결’을 규탄하는 여성 집회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남성 혐오 커뮤니티인 ‘워마드’ 회원 50여명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참여해 “홍본좌(안씨를 지칭) 무죄, 안희정 유죄”를 외쳤다. 한 워마드 회원은 인터넷에 ‘문재인 탄핵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워마드 운영자의 게시물을 보고 현장에 나왔느냐는 질문에 “트위터 공지를 보고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안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을 보고 집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SNS에서 ‘#우리는 김지은을 지지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또 여성단체들과 네티즌들은 김씨에 대한 ‘2차 가해성 게시글’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안희정 무죄’ 판결을 계기로 여성들의 반발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공무원 이모(33·여)씨는 “이렇게 되면 직장 내 모든 성희롱도 무죄가 되겠다”고 우려했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피해자만 참고 넘어가라는 의미냐”고 따졌다.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여성들도 많다. 직장인 유모(34·여)씨는 “지위가 높은 남성과 여성이 법적으로 다투는 일은 사실상 게임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여대생 이모(22)씨는 “여성들이 무기력감을 느껴 미투 운동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오늘의 눈] 안희정 판결, 사법부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없었는가/김지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안희정 판결, 사법부는 한발 더 나아갈 수 없었는가/김지예 사회부 기자

    “피고인 무죄.” “이런 쓰레기들.” 지난 14일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던 서울서부지법 303호 형사법정에 울려 퍼진 목소리들이다. 엘리트 판사로 알려진 조병구 부장판사는 판결에 논리적 흠결이 없었음을 강조하듯 차분하게 선고문을 읽어 내려갔지만, 여성 방청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법조인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체로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위력에 의한 간음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와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로 현행법 체계의 미비를 꼽았다. 유죄를 선고하고 싶어도 현행법에서는 처벌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조 판사가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ns Yes rule)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 민스 노 룰’은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성관계를 한 경우 이를 강간으로 간주하고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 기준으로 강간 여부를 가린다. 여기에서 더 나아간 ‘예스 민스 예스 룰’은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모든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한다. 최근 ‘미투 운동’ 영향을 받아 스웨덴이 이를 입법화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꼭 공을 입법부로 넘겨야만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전날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선고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주를 이뤘던 기존 몰카 판결과 달리 법원은 이 사건의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몰카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처벌도 엄중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피고인이 여성이라서 중형이 내려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긴 했지만, 향후 몰카 재판의 시금석이 될 판결이라는 평가가 더 타당해 보였다. 14일 저녁 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긴급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은 “재판부가 적극적인 판결로 현실을 극복하기보다는 소극적인 판결로 현실 뒤에 숨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법전을 뛰어넘은 지 이미 오래다. jiye@seoul.co.kr
  • 여성공천 30% 이룬 ‘싸움닭’… “국민 체감하는 개혁”

    여성공천 30% 이룬 ‘싸움닭’… “국민 체감하는 개혁”

    오는 25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유승희(58) 후보는 14일 3선의 중진 의원인 자신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뒷받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을 해낼 적임자라고 강조했다.유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출마 이유를 이같이 밝히고 “촛불 시민 혁명의 개혁 과제 완수는 문재인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며 “힘 있는 최고위원이 돼 문재인 정부를 단단하게 뒷받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열린 전당대회에서도 여성 후보에 대한 가산점 없이 자력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여성에 대한 배려 없이도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사회운동가 출신으로 1995년 광명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의 첫 공채로 여성국장을 지냈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호주제 폐지, 친고죄 폐지 등 여성문제 해결에 앞장선 그는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여성공천 30%, 선출직 전국대의원 여성 50% 당헌 개정을 이뤄냈다. 유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10년간 애써 토대를 마련했던 개혁 정책이 이명박·박근혜 9년에서 완전히 훼손되는 과정을 봤다”며 “최고위원에 당선돼서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위한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유 후보는 “당시는 야당의 최고위원이었고 지금은 73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권리당원을 가진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만큼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 후보는 개혁을 위해 민주당과 차기 지도부가 적폐청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적폐청산을 마치 과격한 걸로 인식하는데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면서 “적폐 청산에 반발하는 보수세력이 국민을 혼동시키기 때문에 당이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고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야당과의 협치와 연정의 범위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과의 연정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유 후보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국회 특수활동비 문제를 꼽았다. 그는 “지역을 돌아보니 많은 당원이 특활비가 결정적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며 “국민 여론이 얼마나 싸늘하고 원성을 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입법부가 먼저 완전 폐지를 해놔야 지방정부도, 사법부도, 행정부도 폐지 주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안희정 1심 무죄] “위력 판결” 여성계 ‘발칵’… “미투 피해자 지키자” 대규모 시위 예고

    [안희정 1심 무죄] “위력 판결” 여성계 ‘발칵’… “미투 피해자 지키자” 대규모 시위 예고

    포털뉴스엔 김씨 폭로 비난 댓글 폭주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여성계에서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번 판결을 “‘위계’를 이해 못 한 사법부의 소극적 판단”이라고 규정한 여성계는 ‘미투 운동’의 위축을 막기 위해 항의 집회를 이어 갈 계획이다. 피해자 김지은(33)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권력형 성폭력이 정당하게 심판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약자가 힘에 겨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세상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아 진실을 밝혀 범죄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초석이 되도록 힘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재판 직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은 정치, 경제, 사회적 권력자를 보좌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성폭력을 겪더라도 침묵하라고 강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희정 공동대책위’와 시민 200여명은 이날 저녁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긴급 집회를 열었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는 “이 판결이 또 하나의 위력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헛기침만으로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권력이 남용되는 게 문제인데도, 재판부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람처럼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사법부는 은밀하고 악랄하게 진행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 재판 때문에 미투 운동과 여성 집회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민들은 게시글을 통해 “이런 사회라서 우리가 그토록 주말에 나가 외쳤던 것”, “그렇게 시끄러웠어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이끌고 있는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는 5차 시위를 예고했다. 이 카페는 “집회를 신고할 때 함께 제출할 질서유지인 명단을 작성해 달라”고 공지해 5차 시위를 조만간 신고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여성 누리꾼 사이에서는 “5차 시위는 더 과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관련 소식을 전한 포털 뉴스의 댓글에는 “불륜일 뿐 성폭행이 아니기 때문에 무죄는 당연한 결과”라는 주장이 더 많았다. 김씨의 폭로 자체를 비난하거나 미투를 포함한 페미니즘 운동을 거칠게 헐뜯는 댓글도 범람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싸움닭 유승희 “민주당 지지율 하락 원인은 국회 특활비 때문”

    싸움닭 유승희 “민주당 지지율 하락 원인은 국회 특활비 때문”

    오는 25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유승희(58) 후보는 14일 3선의 중진 의원인 자신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뒷받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을 해낼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출마 이유를 이같이 밝히고 “촛불 시민 혁명의 개혁 과제 완수는 문재인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며 “힘 있는 최고위원이 돼 문재인 정부를 단단하게 뒷받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열린 전당대회에서도 여성 후보에 대한 가산점 없이 자력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여성에 대한 배려 없이도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사회운동가 출신으로 1995년 광명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의 첫 공채로 여성국장을 지냈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호주제 폐지, 친고죄 폐지 등 여성문제 해결에 앞장선 그는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여성공천 30%, 선출직 전국대의원 여성 50% 당헌 개정을 이뤄냈다. 유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10년간 애써 토대를 마련했던 개혁 정책이 이명박·박근혜 9년에서 완전히 훼손되는 과정을 봤다”며 “최고위원에 당선돼서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위한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유 후보는 “당시는 야당의 최고위원이었고 지금은 73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권리당원을 가진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만큼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 후보는 개혁을 위해 민주당과 차기 지도부가 적폐청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적폐청산을 마치 과격한 걸로 인식하는데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면서 “적폐 청산에 반발하는 보수세력이 국민을 혼동시키기 때문에 당이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고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야당과의 협치와 연정의 범위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과의 연정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유 후보는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국회 특수활동비 문제를 꼽았다. 그는 “지역을 돌아보니 많은 당원이 특활비가 결정적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며 “국민 여론이 얼마나 싸늘하고 원성을 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입법부가 먼저 완전 폐지를 해놔야 지방정부도, 사법부도, 행정부도 폐지 주장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야권 “안희정 무죄 판결은 미투 운동에 대한 사형선고”

    야권 “안희정 무죄 판결은 미투 운동에 대한 사형선고”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 야권은 일제히 “미투운동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비판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이것이 사법부를 장악한 문재인 정부의 미투운동에 대한 대답이자 결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미투운동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위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대단히 인색한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서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미투 운동’에 좌절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김형구 민주평화당 부대변인 역시 “법원이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렸겠지만 이번 사건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에 비해 의외의 결과”라며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힐난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위력은 있는데 위력행사는 없었다. ‘술을 먹고 운전을 했으나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며 “상식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침묵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안희정에 무죄 선고한 조병구 판사는···‘시국선언’ 전교조엔 유죄

    안희정에 무죄 선고한 조병구 판사는···‘시국선언’ 전교조엔 유죄

    비서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조병구(44)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안 전 지사에 대해 기소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월 서부지법으로 오기 직전 대법원에서 공보관을 지내며 ‘사법부의 입’ 역할을 했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조 부장판사는 1996년 제38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2002년 서울지법(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이후 대전지법 홍성지원, 서울행정법원, 창원지법 진주지원, 대법원 등에서 근무했다. 서울행정법원과 대법원에서는 대(對) 언론 창구인 공보관을 맡았다. 조 부장판사는 대법원 공보관을 맡기 전 2015년부터 1년 동안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기도 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공보관 모두 요직에 속한다. 조 부장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판결문이 총 114쪽에 이른다고 언급하면서 이번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피해자가 업무상 상급자에게 명시적으로 (성관계에) 동의하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마음속으로 (성관계에) 반대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 성폭력 처벌 체계에서는 피고인(안 전 지사)의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 성폭력 범죄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에 대해 판결을 한 인물인만큼 조 부장판사의 과거 판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2010년 대전지법 홍성지원에 재직할 당시 시국선언을 주도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재직 시절인 2013년에는 유흥주점에서 란제리 슬립만 입고 술 시중을 들게 하는 것은 음란성을 띠는 행태의 영업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조 부장판사는 업주가 해당 구청장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당초 안 전 지사의 사건을 판사 1명이 판단하는 단독 재판부에 배당했다. 법원에 따르면 안 전 지사 사건의 경우 적용된 혐의가 형법상 강제추행과 피감독자 간음 등이기 때문에 법원조직법에 따라 단독 판사가 사건을 맡아야 했다. 하지만 사건을 맡게 된 해당 판사의 요청으로 판사 3명이 논의해 재판하는 합의부로 사건을 재배당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안희정 ‘무죄’에… 여성단체 “정의 없는 나라” 성토

    안희정 ‘무죄’에… 여성단체 “정의 없는 나라” 성토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비서 ‘성폭력’ 혐의에서 무죄판결을 받자 재판 과정에서 비서 김지은씨를 지원해온 여성단체가 강력 반발했다. 14일 ‘안희정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는 재판부의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결과에 대해 성토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은밀하고 악랄하게 이뤄졌는데 이를 들여다봐야 하는 게 사법부의 몫”이라며 “피해자가 수백장의 조서로 말해온 현실에 재판부는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혜선 변호사는 “피해자는 안 전 지사의 범행을 입증하기 위해 최대한 자세히 진술해야 했고 (성폭행 당시를) 계속 기억하고 떠올리고 말했어야 했다”며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회적 의미와 무게감에 대한 고민 없이 무죄추정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만 치중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들은 재판과정에서 김씨가 받은 ‘2차 피해’도 문제 거론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권김현영씨는 “안 전 지사와 김씨는 동원 가능한 자원이 완전히 달랐다”며 “안 전 지사는 가족까지 동원해 자신의 의사표현을 충분히 했고 그 과정에서 김씨는 엄청난 2차 피해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변호사가 김씨 입장문을 대독했다. 김씨는 입장문에서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했을 때 어쩌면 미리 예고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며 “부당한 결과에 굴복하지 않고 굳건히 살아서 안 전 지사의 범죄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이기적인 국민’의 탄핵소추를 허하라/이제훈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이기적인 국민’의 탄핵소추를 허하라/이제훈 정치부 차장

    2015년 무렵 여의도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여의도에 나타나 정치인과 만나거나 언론사 정치부 국회 담당 기자와 술을 먹고 상고법원 설치 당위성에 대한 논리를 설파한다는 것이었다.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소문도 들렸다.법무부와 함께 사법 정책을 담당하는 한 축인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은 늘 바쁘다. 그런 그들이 정치인을 만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 법조를 담당하는 사회부 기자도 아닌 정치부 기자를 만나는 일은 더더욱 흔치 않다. 당시에는 참 특이한 소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서가 추가로 공개된 뒤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법원의 사법행정사무 지원을 위해 존재하는 법원행정처에는 전체 2900여명에 달하는 판사 중에서 30여명 남짓만 근무한다.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도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 판사만 모여 근무한다는 외부의 평가와 행정처 근무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는 보증수표라 참고 견딘다는 말을 이해하려 했다. 그런데 이 엘리트 판사들이 작성했다는 문건을 보면서 이들은 판사가 아니라 마치 정보기관의 정보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문건에서는 ‘법의 따뜻함’을 갖고 있어야 할 판사가 아니라 특권 의식에 물든 협잡꾼 같은 오만함까지도 엿보였다. 2014년 8월 31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는 국민을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평가했다. 잘못 여부를 떠나 자신의 재판에 절박함을 갖고 있는 국민을 내려다보며 이기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묻어 있다. 2015년 7월 13일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방안’에는 “구체적으로 영장 없는 체포를 활성화해 수사기관에 재량권을 부여하겠다”는 생각도 담았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법원에서 국민기본권을 영장도 없이 제한하는 초법적인 생각을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해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황당함에 할 말을 잃게 된다.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판사 해외 파견과 징용 소송을 청와대에 함께 설명하며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에는 기가 막힌다. 사법고시 합격 한 번으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된 판사가 그것도 모자라 해외에서 면책특권이 적용되는 외교관 여권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특권 의식까지 드러낸 것이다. 이렇듯 괴물이 된 법원행정처의 전신을 보면 사실 일제 식민시대의 잔재가 묻어 있다. 법원과 판사를 지배하고 통제하고자 설치된 사법성(司法省)의 후신이 바로 일본 최고재판소 사무총국이다. 법원행정처는 사무총국의 기능을 본뜬 것이다. 5·16 쿠데타 당시 현역 육군 대령이나 검사 출신이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되면서 판사를 통제하는 기능을 한 곳도 바로 법원행정처였다. 이런 아픔의 역사를 가진 법원행정처가 판사 출신의 법원행정처장을 맞아서도 동료 판사의 재산 내역과 이메일을 사찰하거나 동향을 파악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만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 시도는 국회가 개원한 후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과 2009년 몰아주기 배당 의혹을 받은 신영철 대법관 등 모두 두 차례다. 둘 다 국회의 반대로 처리되진 않았다. 국민을 이기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기본권 보호 의무를 내팽개친 판사들에 대한 ‘이기적인 국민’의 준엄한 탄핵소추를 허(許)할 때가 됐다. parti98@seoul.co.kr
  • ‘홍대 몰카女’ 1심 10개월 중형 선고… 여성계 반발

    불법촬영 실형 선고 비율은 10% 불과 “몰카男은 집유·몰카女는 징역” 비판 경찰, 서울대 화장실 몰카 수사 착수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를 촬영해 인터넷에 퍼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모델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여성 모델에 대한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편파 수사”라고 주장해 온 여성들은 중형 소식에 또다시 반발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모(25)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격적 피해를 줬고 남성 혐오 사이트에 피해자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 심각한 확대 재생산을 일으켰다”면서 “피고인이 게시 다음날 사진을 삭제했지만, 이미 여러 사이트에 유포돼 완전한 삭제는 불가능해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7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사죄의 편지를 전달하고 싶어 하는 등 반성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반성만으로는 책임을 다할 수 없으며, 피해자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달라질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안씨는 지난 5월 1일 ‘남성 혐오’ 사이트인 ‘워마드’에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올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자 여성들은 “경찰이 가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수사를 속전속결로 진행했다”고 비판하며 거리로 나왔다. 이로 인한 여성집회는 지난 4일까지 매번 최대 규모를 경신하며 총 4차례 열렸다. 불법촬영 범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불법 촬영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이런 이유로 여성들은 “초범인 데다 잘못을 뉘우치는 안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각종 여성 커뮤니티에는 1심 결과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네티즌들은 “남자 몰카범은 집행유예, 여자 몰카범은 징역형”, “몰카 100번 찍은 의대생은 앞길이 창창하다며 집행유예 준 사법부”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청은 이날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100일간 사이버성폭력 특별 단속에 나섰다. 경찰은 여성단체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음란물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한 음란사이트 216곳, 웹하드 30곳, 헤비 업로더 257개 아이디, 커뮤니티 사이트 33곳을 우선 수사 대상으로 정했다. 여성 혐오 사이트로 알려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오늘의 유머’(오유)도 수사 선상에 올랐으나 워마드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워마드에 대해서도 신고가 들어오면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관악경찰서는 워마드에 올라온 ‘서울대 화장실 몰카’ 게시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서울대 남학생 화장실 몰카 관련글을 워마드에 올린 회원 3명을 조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깜깜이 재판’ 대신 ‘깐깐한 조정’… 소액 갈등 70% 당일 합의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깜깜이 재판’ 대신 ‘깐깐한 조정’… 소액 갈등 70% 당일 합의

    서울신문이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연재를 통해 지적한 사법 현실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사재판의 7할 이상을 소액재판으로 분류해 ‘덤핑’ 처리하고, 상고심의 7할 이상을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 처리하며, 그나마 심리한 사건 판결문마저 소송 당사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현실. 분쟁 해결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믿고 법원을 찾은 국민들을 배신한 사법 체계들이다. 사법부 내에서도 자성 움직임은 없지 않았다. 소액 분쟁 해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조정 활성화를 꾀했고 제약 없이 판결문을 열람할 컴퓨터 4대를 대법원에 설치했다. 활용한 이들에게서 호평이 나오지만 더이상 확산되지 못한 채 ‘예외적인 경우’로 남아 있는 이 제도들을 취재했다.제대로 작동한다면 ‘조정’은 판결의 약점을 보완할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소액재판에서 그렇다. 판결은 태생적으로 한쪽이 진다는 것을 뜻한다. 2·3심까지 진행되면 당사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축낸다. 반면 양보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 조정이 이뤄진다면 양측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된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소액사건은 총 20만 9745건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0만 1300여건이 조정에 넘겨졌다. 법원까지 오느라 상할 대로 상한 감정의 골을 객관화하고,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확인한 뒤 스트레스가 심한 분쟁을 빨리 끝내는 일. 서울중앙지법 김학균·유광희 소액사건 총괄조정위원의 업무다. 이들은 “감정 개입이 많은 소액사건의 특징에 맞춰 조정이 당사자들과 대화하고 앙금을 풀어 주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분쟁은 감정싸움이 재판으로 확대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서울시 기준 상한 요율인 0.9%로 부동산 매매 중개수수료 계약서를 썼다가 막상 낼 때가 되자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거절당한 계약자가 “법대로 따져 보자”며 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당사자들을 달래고 중재하다 보면 0.4~0.5% 선에서 합의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유 총괄위원은 “조정은 흐트러진 인간관계를 복원해 준다”면서 “판결이 절대 해 줄 수 없는 영역”이라고 자부했다. 3분 남짓 만에 이유도 모른 채 승패가 결정되는 소액재판과 다르게 조정위원들이 1시간 이상 쌍방의 이야기를 들어 준 뒤 설득하면 웬만해선 서로 웃으면서 법원을 떠난단다. 유 총괄위원은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들은 판사가 직접 하고 부동산 중개수수료나 임대차 계약금, 이웃 간 분쟁 등 소액사건은 조정으로 처리하면 심리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소액사건 전담 판사가 재판 중 내려보내는 ‘즉일 조정’ 성공률은 매년 70% 안팎으로 높다. 조정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화~금요일 매일 2~3명씩 조정실에서 대기하는 조정위원들이 아무런 사건도 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판사들이 조정에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소법원 조정’ 빈도가 많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수소법원 조정’은 판결을 내리는 법원이 직접 하는 조정을 일컫는다. 이 조정에서는 당사자들이 양보할 수 있는 폭을 좀처럼 노출하지 않아 합의가 잘되지 않는다. 김상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건의 90~95%가 조정으로 끝나는 영·미와 다르게 우리는 판사가 모든 것을 다하려는 게 (하급심 사건 부담과 황폐화의) 문제”라면서 “판결에서 독립한 조정이 이뤄져야 조정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에서 독립된 조정 기구로 이미 설치한 고법 산하 상설조정센터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文대통령 “헌법기관, 국민 눈높이에 부족“ 李총리 ”그 평범한 사실 절감”

    文대통령 “헌법기관, 국민 눈높이에 부족“ 李총리 ”그 평범한 사실 절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문희상 국회의장 등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문 의장 취임을 함께 축하하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모셨다”며 “국회의 처리를 기다리는 민생관련 법안들이 많다. 문 의장께서 좀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 말씀 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찬에는 문 의장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김명수 대법원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또 “헌법기관들이 이제는 상당한 역사와 연륜, 경험을 축적을 한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민들 눈높이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국민들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 해야될 과제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5부 요인과 오찬 회동을 한 것은 취임 후 네번째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촛불혁명, 평화 등 경천동지할 일들이 생겨난 것이 다 뭐니뭐니해도 대통령님 리더쉽으로 가능했다 저는 평가하고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생, 경제, 각종 규제혁신에 관한 각당의 우선순위 법률 같은 것들이 쭉 나와 있는데 이것을 꼭 새로운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휴가 중임에도 이날 오찬에 참석한 이 총리는 5부 요인 중 가장 짧은 소회를 전했다. 그는 “정부는 아무리 잘해도 국민께는 모자르다. 그런 평범한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물며 더러는 잘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으니까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안타까움이 크시리라 생각한다”며 “늘 심기일전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단독]대법-헌재 전면전…‘특근 거부’ 헌법소원 결정 막으려 했나

    [단독]대법-헌재 전면전…‘특근 거부’ 헌법소원 결정 막으려 했나

    “(한정위헌으로 결정하면) 대법원과 헌재간 전면전, 무한투쟁 상태에 돌입” “재심청구, 재판소원 쇄도해 이른바 핑퐁게임이 전개되리란 것은 명약관화” “한정위헌 결정은 소위 (재판 당사자에게) 희망고문의 원인을 제공하는 셈” “사법기관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혼란 상태”   법원행정처는 어떻게 해서든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을 막고 싶었을까. 특근 거부 업무방해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행정처가 헌재에 보낸 검토 의견서에는 헌법 해석상 한정위헌은 허용되지 않고, 권리구제에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행정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배치되는 한정위헌 결정은 분쟁해결의 기초를 흔드는 것이며,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행정처는 이같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13장을 할애했다. 행정처가 헌재 사건에 대해 의견서를 보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행정처가 같은 취지의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재판거래 의혹으로 업무방해 헌법소원 사건이 떠오르고 있다. ◆“1주일에 4억 1000만원 손해…업무방해 인정” 9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업무방해)에 대한 법원행정처 검토 의견’에 따르면 행정처는 헌재의 역할 범위를 규정했다. 행정처는 의견서를 2015년 11월 헌재에 제출했다. 행정처는 한국 헌재는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와 다르다고 밝혔다. 행정처는 한정위헌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대법원과 한정된 사법 기능을 수행하는 헌재를 두고 있는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 최고 정점의 심판체인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부정하는 취지의 한정위헌을 자제해야 한다”며 “우리 헌재는 독일과 달리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 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 강모씨 등 4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고, 벌금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행정처는 “평일 잔업과 휴일 특근을 거부하는 것은 쟁의행위에 해당되고, 조합원 투표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정당성에 흠결이 있다”며 “해고 사실이 알려진 뒤 3일만에 특근 거부를 실행하는 등 행위의 전격성을 충족하고, 1주일에 4억 1000만원의 손해를 끼치는 등 중대성도 충족한다”고 밝혔다. ◆“헌재 한정위헌 결정해도 법원이 따르지 않을 것” 행정처는 무엇보다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해도 법원에서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행정처는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해도 대법이 자발적으로 따르지 않는한 양 기관은 평행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 재판에 대한 헌재 심사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헌재가 국민의 권리구제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한정위헌 결정을 양산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결국 법원재판→헌법소원(한정위헌)→재심신청(재심기각)→재판소원 순으로 핑퐁게임이 전개되면서 한정위헌 결정이 희망고문이 된다고도 말했다. 행정처는 계속해서 헌재의 결정을 법원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행정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헌재가 무오류임을 자처하는 것으로, 두 기관간 전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위헌 선언은 대법원과 헌재간 전면전, 무한투쟁 상태 돌입 이미지를 줘 국민 불안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제주대 교수 뇌물사건, 유죄→한정위헌→재심 기각→재판소원 행정처는 예시로 제주대 교수 뇌물 사건을 들었다. 제주대 교수 A씨는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다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뒤 실형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헌재는 2012년 ‘심의위원을 공무원에 포함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유추해석금지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A씨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A씨는 또다시 헌재에 사실상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결국 행정처는 한정위헌 결정 이후 재심이 기각되고, 헌재가 이를 취소해도 확정된 유죄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만약 법무부가 피고인을 석방하는 등 한정위헌의 기속력을 인정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도 말했다. 이 경우 “석방된 피고인이 형사보상청구권을 행사해도 법원으로서는 무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법기관 전체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다”고 경고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사설] ‘맹탕’에 베껴 쓰기까지, 부실 판결문 이대론 안 돼

    서울신문의 기획보도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는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인이 왜 유죄인지 이유가 빠진 ‘깜깜이’ 판결문은 물론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베낀 ‘복사기’ 판결문이 수두룩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는 ‘국민이 이기적이라 대법관 판결을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부실한 판결문과 재판거래의 우려 때문에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이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판결에서 유무죄나 책임의 소재, 양형 등 결론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판결을 내렸는가 하는 배경 설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판결 이유가 명쾌해야 1심 판결에 승복할 텐데 판결문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송 당사자나 변호인은 판사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 판사의 생각을 헤아려 가며 항소이유서를 쓴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항소이유서가 부실한 탓에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에게 결코 유리할 수가 없다. 이런 부실하고 엉망인 판결문조차 받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헌법 제109조나 형사소송법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누구나 열람·복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예규가 까다로워 판결문 공개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니 이 또한 놀랍다. 미국 416건과 일본 353건과 달리 한국 판사는 1인당 연간 6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한다. 업무가 과도하더라도 유무죄와 양형에 목을 매는 소송 당사자의 절박함을 생각한다면 부실한 판결문과 비공개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판결문에 판결 이유 등을 담도록 요건을 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재판 건수로 평가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의 폐지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법개혁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성의 있게 쓴 판결문의 투명한 공개도 사법개혁의 일부다.
  • [법원의 속사정] “판결문보다 심리에 집중하는 게 추세… 자세히 썼다 꼬투리 잡힌 경험도”

    성과 경쟁·업무 과다, 허술 판결문 양산 ‘판결 수치화’ 관료사법 분위기도 여전 “승진제 없어져도 판결문 평가 있어야” “판결문 붙잡고 있을 시간에 심리에 집중하자는 겁니다.” 판결문을 쓰는 방식에도 유행이 있는데, 판결문을 법정 쟁점 위주로 간결하게 쓰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일선 판사들은 입을 모았다. 공판중심주의 강화 정책이 추진된 뒤 법정에서 더 성의 있게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판결문은 간단하게 쓰는 게 최근의 트렌드라는 설명이다. 과거 판결문에 쓰던 만연체나 일본식 표현 대신 읽기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등 판결문을 개선하고 있다고 판사들은 항변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사건 당사자들은 ‘읽기 편한 판결문’이 아니라 ‘판사가 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이해되는 판결문’을 기대하며 시각차를 보였다. 관료사법 시스템은 판단 근거가 생략된 판결문을 양산하는 주요 근거로 꼽힌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로 지법 부장판사들 가운데 소수만 승진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을 때 판사들 사이에선 사건처리 건수 등 판결 통계나 법원장이 평가하는 근무평정 경쟁이 벌어졌다. 수치화할 수 있는 성과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니 충실한 재판보다는 사건을 빨리 털어버리려고 하거나 ‘보여 주기식 판결문’ 작성에 몰두하는 등의 부작용이 지적됐다. 지난해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11월 사법부 개혁 첫 카드로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를 꺼내 들었지만, 관료사법 시스템과 분위기는 판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되어서 재판부와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언론과 각계에서 주목하는 ‘보여지는 판결문’에선 유·무죄 판단 근거나 승·패소 이유가 고루 자세하게 기록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재판부 입장에서 미제를 줄이기 위해 ‘빨리 터는’ 사건일수록 판단 근거가 생략되는 일이 흔하다. 재판의 자세한 내용은 해당 재판부와 당사자만 알고, 공개재판이란 취지에 무색하게 판결문이나 재판에서의 주요 증거가 공개되지도 않으니 판결문은 누구의 평가도 받지 않는 구조다. 평가받지 않는 판결문의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들에게 전가된다. 서울의 한 항소심 재판장은 “당사자뿐 아니라 항소심 법원에서도 1심 판결문을 보며 심리를 충실히 했는지 의심할 때가 많다”면서 “판단근거를 생략하면, 당사자 입장에선 왜 이기고 졌는지가 논리적으로 연결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항소심 재판장은 “판결문에 다 담지 못하면 공판조서에 꼼꼼히 남기는 방식으로라도 심리를 충분히 했는지, 어떤 내용이 쟁점이 됐는지 기록해야 항소심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 배석판사는 “가끔 화가 날 정도로 핵심 판단 근거가 빠진 1심 판결문들이 있다. 그럼 모든 기록을 처음부터 살펴야 한다”면서 “승진제도가 없어졌어도 판결문 평가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료사법 시스템이 사라지더라도 지금처럼 사건이 많이 배당되면 판결문의 질을 빠른 시간에 높이긴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많다. 일각에선 판결문을 너무 자세히 썼다가 오히려 당사자들로부터 꼬투리를 잡혔다는 고백도 나왔다. 폭행 횟수가 3회인지 10회인지 다투던 폭행 사건에서 ‘10회 폭행했다’고 적자 판결문에 적힌 폭행 횟수 때문에 피고인이 항소했다거나, 피고인과 피해자 관계를 ‘내연 관계’로 판결문에 적시했다가 당사자들이 문제 제기를 했다는 고백들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다음 회에선 과도한 소액재판·심리불속행 처리율 등 ‘법원 편의적 사법제도’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중간점검하고 시급하게 채택해야 할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판사 마음대로 ‘깜깜이·복사기 판결문’… 알고보면 법대로라네요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판사 마음대로 ‘깜깜이·복사기 판결문’… 알고보면 법대로라네요

    내부 감사·법관평가 대상서 판결문 제외 민사소송법, 5·16 쿠데타 직후 개정 필수기재 항목서 쟁점·판단근거 빠져 형사 판결문선 유죄 간결, 무죄는 장황 피고인보다 검사가 항소심 시작부터 유리 사건의 쟁점, 피고인이 부인하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이유를 쏙 뺀 ‘깜깜이 판결문’이나 항소심 선고 때 1심 판결문을 그대로 베껴 ‘복사기 판결문’을 쓴 판사에게는 징계 등 불이익이 가해질까. 그럴 일은 없다.우선 판결문은 내부 감사는커녕 감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서울변호사협회 등에서 매년 ‘법관평가’를 실시하지만, 재판 진행이 친절했는지 등을 평가할 뿐 판결문 평가 항목은 없다. 설사 판결문 감시가 이뤄진다고 해도 ‘깜깜이 판결문’은 민·형사소송법을 위반하지 않은, 합법적 판결문이다. 사건 당사자들이야 답답하든 말든, 법대로 작성된 판결문이다. 결국 기소·재판 ‘공급자’인 법조인 편의에 맞춰 설계된 소송법이 ‘깜깜이 판결문’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민사소송법의 경우 1960년까지만 해도 판결문에 ‘사실과 쟁점’이란 항목으로 재판의 쟁점과 법원의 판단근거를 반드시 쓰도록 했다. 그런데 5·16쿠데타 직후인 1961년 9월부터 이 ‘사실과 쟁점’ 항목이 판결문(법령 용어로는 판결서) 필수기재 항목에서 빠지면서, 법원은 판단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원고와 피고 중 한쪽 손을 들어 주는 ‘주문’ 위주로 판결문을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재판에 필요한 증거에 대한 평가를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는데, 법관이 자유롭게 판단한 근거를 판결문에 쓰지 않아도 되게 소송법이 허용한 덕에 판결문을 쓸 때 법관의 자유가 극대화된 셈이다. 형사소송법에선 1954년 제정 이후 줄곧 판결문 유·무죄 기재 요건이 바뀌지 않았다. 이 법 40조 판결문(재판서) 기재 요건으로 명시한 항목은 재판을 받는 자의 성명, 연령, 직업, 주거, 기소·공판 검사와 변호사의 성명 등 호구조사용 정보들이다. 같은 법에선 유·무죄 판결에 명시될 이유를 따로 규정했는데, 조항만 보면 유죄판결에 명시해야 할 이유가 더 많다. 형소법 323조에 따르면 판결 이유에 범죄 될 사실, 증거 요지, 법령 적용, 형의 가중·감면 이유 판단 등이 들어가야 된다. 반면 같은 법 325조에 따르면 무죄 판결은 그냥 무죄라고 선고만 해도 된다. 하지만 실제 형사 판결문에선 무죄 이유가 장황하게 설명되는 반면 유죄 판단은 ‘범죄 될 사실’ 항목에 공소장 내용을 붙여 한 줄 정도 지나가는 식으로 언급돼 있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이른바 ‘범털’이 아니라면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더라도, 재판부가 피고인의 주장과 다르게 유죄로 본 근거를 쓰지 않는 게 보통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요즘에는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에 판단 이유를 적으라고 권고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재판부 성향 등에 따라 쓰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죄 이유는 간단히, 무죄 이유는 장황하게 쓰는 판결문은 피고인이나 민사 패소 측을 난감하게 만드는 대신 검찰의 업무를 줄여 준다. 피고인은 1심 법원의 유죄 판단 근거를 재반박해 항소해야 하는데 판결문에 그 이유가 없으니 항소이유서를 쓰는 일이 어려워진다. 반면 검사는 판결문의 무죄 판단 근거를 읽은 뒤 1심 법원이 채택하지 않은 증거를 추려 항소심 재공격에 나선다. 삶을 걸고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직업으로 공소유지를 하는 검사보다 불리해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항소심 시작 단계에서부터 조성되는 셈이다.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형사법 전공 교수는 “피고인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경우에도 형사재판의 한 축에 불과한 검사의 기소내용을 따서 붙인 뒤 유죄라고 간략하게 선고하는 판결문 관행도 사법부의 적폐 중 하나”라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오히려 판결문에 무죄 이유는 간단히 쓰고, 무죄가 아닌 유죄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