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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다 합법’ 판결에 정치권 표심 촉각… ‘타다 금지법’ 국회 넘을까

    ‘타다 합법’ 판결에 정치권 표심 촉각… ‘타다 금지법’ 국회 넘을까

    26일 법사위 통과하면 27일 본회의 상정최초 발의 김경진 의원 “법원의 오판” 논평 “무죄 판결로 법사위 통과 힘들어질 듯” “판결과 관계없이 통과 후 안착이 우선”표심 의식한 정치권… 입장 따라 시각 분분법원이 승차공유서비스 타다에 대해 ‘불법 콜택시가 아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타다 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판결이 불러올 파장, 그로 인한 업계와 이용자의 표심에 정치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른바 ‘타다 금지법’)은 오는 26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 다음날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되고 최종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의결된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예정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타다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처리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를 법률에 직접 명시하고,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에 한해서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국토위는 개정안을 공포 후 1년 뒤 시행하도록 하고, 처벌 유예기간은 6개월로 두기로 했다. 지난해 7월 ‘타다 금지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한 무소속 김경진 의원은 법원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타다 무죄, 법원의 오판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무죄 판결 받은 쏘카 대표) 이재웅은 현 정부와 깊은 연관을 맺은 인물이다. 사법부가 행정부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계류 중인 ‘타다 금지법’의 조속한 통과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법사위 소속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논평에서 “정부의 무책임과 검찰의 무리수로 고사할 뻔한 혁신산업의 싹에 가까스로 생존을 위한 지지대를 세워준 판결”이라며 환영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타다 금지법’을 원점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은 “규제의 공백 속에서 차량 공유 규제완화로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며 “법사위에 계류된 관련법에 대해 신속히 논의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택시 운전자에 대한 생존권 차원의 확고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타다의 불법성을 둘러싸고 그동안 택시 업계와 모빌리티 스타트업 업계는 극한 대립을 보여왔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의 상생안 발표로 분위기가 누그러지기도 했지만 싸움이 법정으로 옮겨가면서 갈등은 더 깊어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타다 금지법’에 어떤 입장을 보이냐에 따라 양쪽 업계와 타다 이용자 등의 총선 표심이 움직일 수도 있다. ‘타다 금지법’이 국회 통과 가능성을 보는 정치권 시각은 엇갈린다. 법사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통화에서 “여러 의원들이 반대하는 걸로 안다”며 “특히 오늘 무죄 판결이 나왔는데 무리해서 법으로 금지시키겠다고 동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국토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판결과 관계없이 법안을 통과시켜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제도를 안착시키고 준비기간을 가지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은 “법사위원장과 간사가 다 불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그래도 역할을 다 하실 것”이라면서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할 건 아닌 것 같다”면서 “법·제도 정비를 통한 정부 지원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여기는 남미] 실수로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여자, 2개월 간 성폭행 시달려

    [여기는 남미] 실수로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여자, 2개월 간 성폭행 시달려

    여자가 남자교도소에 홀로 수감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멕시코 당국이 뒤늦게 공식 인정했다. 멕시코 사카테카스주 치안장관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회견을 갖고 "재판에서 징역이 선고된 여자가 (실수로)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사실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사건 발생 18개월 만이다. 여자는 남자교도소에 들어가 숱한 성추행과 성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2018년 8~9월 멕시코 사카테카스주 칼데라에 있는 교도소에서 벌어졌다. 브렌다라고 이름만 공개된 여자는 재판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칼데라에 있는 남자교도소에 수감됐다. 남자만 수감돼 있는 교도소에 여자가 들어오면 바로 경위를 확인했어야 했지만 교도소 측은 그대로 여자를 입소시켰다. 사법부가 수감을 명령하면서 문서에 칼데라에 있는 남자교도소를 수감시설로 지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남자교도소에 들어간 여자는 곧바로 가족을 통해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인권위원회가 늑장을 부리면서 이감에는 꼬박 2개월이 걸렸다. 여자는 남자들의 성노리갯감이 됐다. 여자는 남자교도소에 수감된 기간 동안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 끔찍한 성폭행도 있었다. 교도관까지 가세한 범죄다.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여자를 여자교도소로 옮기기 전 신체검사와 심리 상담을 한 결과 남자교도소에서 여러 차례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성폭행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교도관은 현재 도주한 상태다. 사건은 인권위원회가 뒤늦게 지난해 12월 "여자를 남자교도소에 수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사카테카스주 치안부와 교도소 측은 지금까지 확인을 미뤄왔다. 언론의 보도로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지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추태를 보였다.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여자를 남자교도소에 수감하라고 명령한 건 사법부였다"면서 "실수는 사법부가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교도관을 감싸는 듯한 그의 발언도 논란거리다. 이스마엘 에르난데스는 "교도관의 경우에는 (성폭행이 아니라) 성추행만 있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한편 검찰은 여자를 공격한 남자재소자와 교도관을 모두 특정했다며 빠른 시일 내 수사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후보자 사상 검열 후 “실격”… ‘개혁파 말살’로 번지는 이란 총선

    후보자 사상 검열 후 “실격”… ‘개혁파 말살’로 번지는 이란 총선

    이란의 사실상 2인자였던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와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 서방과의 핵협상 파기에 가중된 경제난과 민생 시위, 소셜미디어를 통한 외부 문화 유입과 청년층의 보수 기득권에 대한 반발…. 이런 모습으로 보혁 갈등 중인 이란이 오는 21일 의원(마즐리스)을 뽑는 총선 정국에 들어갔다. 선거 결과는 ‘중동의 맹주’ 이란의 국내외 정책 방향을 가늠할 풍향계여서 중요성을 더한다. 7148명이 후보로 등록했고 임기 4년의 의원 290명을 선출한다. 18세 이상 유권자는 약 5800만명이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이지만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선거를 통해 공직자 일부를 뽑는다. 국민의 직접선거를 통한 선출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전문가위원이다. 법적 결격 사유가 없다고 누구나 출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직 후보자에 대해 ‘혁명수호위원회’가 검증한다. 위원회는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종교적·사상적 검열을 한다. 이번 선거 출마 신청자 1만 4000여명 가운데 개혁주의자 7296명이 심사에 걸려 출마가 좌절됐다. 선거 제도가 도입된 1980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탈락자 규모는 사상 최대다. 현역의원 약 3분의1인 90명도 탈락했다. 대표적인 탈락 의원에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1902~1989)의 혁명 동지의 아들이자 정부에 비판을 가한 알리 모타하리(62)도 포함돼 있다. 위원회는 탈락한 이들은 횡령·부패·마약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24는 “초강경파는 민주적 선거 과정을 신뢰하지 않고 의회를 장악할 기회로 간주한다”고 분석했다.●의원 290명 선출… 현역 3분의 1도 탈락 개혁주의자 정책기관인 고등위원회는 “우리 후보 90%의 출마가 막혔다”고 주장한다. 출마가 좌절된 대다수는 중도 개혁파로, 중도 실용주의자인 하산 로하니(71) 대통령과 정치적 맥락을 같이한다. 개혁주의자 ‘집단 학살’ 심사에 로하니는 “국민은 다양성을 원한다”거나 “한 정파가 독점하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로하니를 비롯한 중도 개혁파는 경제적 자유화 추진과 함께 이란을 국제 경제 체제에 진입시키려 하고 있다. 로하니는 혁명 41주년 기념행사에서 “수동적이지 말고 적극 참여하라”고 투표를 독려했다. 위원회가 후보들로부터 뒷돈을 요구한다는 폭로도 나왔다. 후보 심사에서 떨어진 마무드 사데기(57) 의원은 중간 브로커가 뇌물로 400억 리알(약 3억 5000만원)을 주면 출마 자격을 주겠다는 녹음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한 후 체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번 선거는 개혁파 궤멸의 시작이다. 중도·개혁주의자 대거 탈락은 로하니나 의회보다 더 권력이 큰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80)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이는 혁명수호위원회의 구성에서 볼 수 있다. 1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절반인 6명과 나머지 6명을 임명하는 사법부 수장의 임명권을 최고지도자가 갖고 있다. 한 강경파 의원은 “개혁주의자 의원 모두 합쳐야 폭스바겐 한 대에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파를 찍어 낸 이유는 올해 80세가 된 하메네이와 연관이 있다고 영국 런던에 있는 중동 전문 매체인 아랍 위클리가 분석했다. 물론 최고지도자는 임기 제한이 없어 사실상 종신이기는 하지만 하메네이는 최근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이 최고지도자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로하니의 임기는 내년에 끝나고, 요즘 인기는 바닥을 기고 있다. 로하니가 치적으로 내세웠던 핵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빠져나가면서 빛이 바랬다. 지난해 11월 유가 인상에 따른 민생고 시위에서 보듯 경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국가적 영웅 솔레이마니도 지난달 미국에 의해 제거됐다. 최근 이란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로하니의 지지도는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이란 보수파 전문가인 사이드 골카르 미국 테네시대 정치학과 교수는 “하메네이의 최우선 과제는 부드러운 승계”라며 “전문가회의가 최고지도자를 뽑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불안에 대비해 정부 모든 기관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채우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하메네이는 지난해 혁명 40주년 행사에서 대략적인 승계 방향을 밝혔다. 그는 “혁명의 두 번째 단계”에서 “혁명에 헌신적인 젊은 사람”이 이란을 끌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골카르 교수는 “하메네이는 젊은 세대에 지도자를 넘겨주려는 것”이라며 “지난해 사법부가 그렇게 추진했고, 이번에 의회를 그렇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국민 60% 이상이 혁명 이후 세대다.●사법부 수장 “선거 문제 삼는자는 적과 같아” 수도 테헤란의 개혁주의자와 이를 지지하는 이들은 강경 보수파 후보 일색인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테헤란대 박사과정으로 아흐마드 레자라는 학생은 중동 전문 인터넷 영어 매체인 ‘미들이스트 아이’에 “4년 전 우리는 희망을 걸고 로하니와 개혁주의자들에게 투표했지만 장애물에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이들이 추진했던 좋은 정책은 하메네이가 되돌려 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메네이에게 정통성을 주지 않고자 투표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테헤란의 택시기사인 파르하드는 “개혁주의자들이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하메네이가 경제의 완전 회복을 막았다”며 “우리는 대안이 없고, 이란에 불운이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지도부는 과거 왕조인 레자 팔라비보다 더 무능하고, 더 나쁘다”며 “투표를 통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층은 강경보수파에 염증을 느낀다. 지난 2일 하메네이 퇴진과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작성한 정치인 8명이 마슈하드 혁명재판소에서 징역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선거와 개혁에 대해 기사를 작성한 언론인 10여명이 혁명수비대(IRGC)의 급습으로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당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런 조치에 로하니는 트위터를 통해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며 개혁주의자 숙청에 대해 유례없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사법부 수장인 이브라힘 라이시(59)는 “선거를 문제 삼는 사람은 누구나 적의 캠프에 속한 사람”이라며 언론인과 정치 활동가들에게 입을 다물라는 경고를 보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활동가는 “정보기술과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하메네이의 가면이 벗겨지고 있다”며 “그는 국민이 압박받고 있는 것을 몰랐다며 커튼 뒤에 더는 숨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투표를 건너뛰겠다”는 아흐마드 레자는 그래도 걱정이 많다. 그는 “우리나라를 분열시키고자 하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의 음모가 우려스럽다”며 “투표율이 낮으면 이런 나라들이 우리나라에 위험하고 대담한 행동을 취할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집권 강경파 신뢰도 보여줄 투표율에 ‘주목’ 그러나 투표율은 집권 강경파에 대한 신뢰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관심거리다. 2016년 투표율은 62%였고, 개혁주의자들이 대거 탈락한 2004년엔 51%였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도 테헤란의 투표율은 21%에 머물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분쟁·협력 연구기관인 애틀란틱카운슬이 전했다. 투표율이 높으면 국민이 현재의 지도부와 정치 체제를 신뢰한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로하니는 “투표율이 낮으면 미국이 좋아할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다면 강경 보수파는 내년 대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외교 정책은 더욱 강경 노선으로 치닫고, 미국과는 긴장완화 국면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사법농단 면죄부 주듯… ‘피고인 법관들’ 판사봉부터 쥐어줬다

    사법농단 면죄부 주듯… ‘피고인 법관들’ 판사봉부터 쥐어줬다

    대법 “판결 확정까지 상당 시간 걸릴 것” 1심 판결도 안난 3명까지 전보 등 조치 법조계 “유무죄 떠나 공정성 지적받아…사법부가 스스로 국민 신뢰 포기한 것” 부장판사급 국회 파견… “개혁 역행” 비판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던 현직 법관 8명 중 7명이 재판 업무에 복귀한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재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고려해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지 1년도 채 안 돼서다. 최근 1심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나오자 대법원이 법관들을 복귀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재판 공정성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나올 전망이다. 사법부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7일 임성근(56·17기)·이민걸(59·17기)·신광렬(55·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현직 법관 7명의 사법연구 발령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다음달 1일 재판 업무에 복귀시키는 인사조치를 했다. 지난 14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임성근 부장판사가 대구고법으로, 13일 무죄를 선고받은 신광렬 부장판사는 사법정책연구원으로 옮겼다. 신 부장판사와 함께 무죄 판결을 받은 조의연(54·24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와 성창호(48·25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이민걸 부장판사와 함께 재판 중인 방창현(57·28기)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원 소속으로 돌아간다. 대법원은 “사법연구 발령 기간이 이미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형사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법연구 기간을 더 늘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민걸 부장판사의 경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이미 받고 사법연구 기간이 여러 차례 연장돼 벌써 2년 동안 재판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직 사법부 고위 법관들의 1심 재판은 아직 심리가 절반도 진행되지 않아 언제 끝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들 법관들의 확정 판결을 받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징계가 다 끝나 사법연구 기간을 늘리는 것 외에는 이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도 본질적인 한계로 꼽힌다. 각 법원은 재판의 공정성을 고려해 이들의 대면 재판을 최소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직접 법정에서 재판하지 않아도 되는 민사신청 사건이나 조정사건 총괄 등으로 사무분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뒤 광주시법원에서 소액사건 재판을 맡은 심상철(63·11기) 광주시법원 원로법관은 법정에서 사건을 다루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법관들에 대한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이 기소된 법관들을 재판에 복귀시키면 재판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혐의도 아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판사들로부터 재판을 받게 될 국민이 해당 재판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행위에 대해 사법부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한다는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무죄를 떠나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법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된 법관들을 다시 재판에 복귀시키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대법원은 국회 자문관 파견 판사로 김경수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를 낙점했다. 국회 ‘로비창구’라는 지적을 받아온 자문관에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인사가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법개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사법농단 판결 확정 안 났는데… ‘피고인 법관들’ 판사봉 잡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던 현직 법관 8명 중 7명이 재판 업무에 복귀한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재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고려해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지 1년도 채 안 돼서다. 최근 1심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나오자 대법원이 법관들을 복귀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재판 공정성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나올 전망이다. 사법부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7일 임성근(56·17기)·이민걸(59·17기)·신광렬(55·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현직 법관 7명의 사법연구 발령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다음달 1일 재판 업무에 복귀시키는 인사조치를 했다.  지난 14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임성근 부장판사가 대구고법으로, 13일 무죄를 선고받은 신광렬 부장판사는 사법정책연구원으로 옮겼다. 신 부장판사와 함께 무죄 판결을 받은 조의연(54·24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와 성창호(48·25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이민걸 부장판사와 함께 재판 중인 방창현(57·28기)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원 소속으로 돌아간다.  대법원은 “사법연구 발령 기간이 이미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형사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법연구 기간을 더 늘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민걸 부장판사의 경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이미 받고 사법연구 기간이 여러 차례 연장돼 벌써 2년 동안 재판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직 사법부 고위 법관들의 1심 재판은 아직 심리가 절반도 진행되지 않아 언제 끝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들 법관들의 확정 판결을 받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징계가 다 끝나 사법연구 기간을 늘리는 것 외에는 이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도 본질적인 한계로 꼽힌다.  각 법원은 재판의 공정성을 고려해 이들의 대면 재판을 최소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직접 법정에서 재판하지 않아도 되는 민사신청 사건이나 조정사건 총괄 등으로 사무분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뒤 광주시법원에서 소액사건 재판을 맡은 심상철(63·11기) 광주시법원 원로법관은 법정에서 사건을 다루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법관들에 대한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이 기소된 법관들을 재판에 복귀시키면 재판 공정성에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혐의도 아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판사들로부터 재판을 받게 될 국민이 해당 재판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행위에 대해 사법부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한다는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무죄를 떠나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법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된 법관들을 다시 재판에 복귀시키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여기는 중국] 의료진에 ‘침 뱉어’ 고의로 코로나19 감염시킨 확진자 체포

    [여기는 중국] 의료진에 ‘침 뱉어’ 고의로 코로나19 감염시킨 확진자 체포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자가 침을 뱉는 방식으로 ‘고의’ 전염을 시도한 것이 적발됐다. 이 확진 판정 환자로 인해 병동 내 의료진 2명이 추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하이난성(海南) 동방시(东方市) 공안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남성 환자가 고의로 침을 뱉어 의료진에게 전염시킨 혐의로 장무즈 씨(가명)를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신장 우루무치자치구 출신의 30대 남성 장 씨는 지난 15일 완치 판정을 받은 직후 병원 앞에 대기하고 있던 관할 공안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현재 고의로 코로나19 전염을 시도한 장 씨에 대해 관할 공안국은 추가 여죄가 있는지 여부를 수사해오고 있는 상태다. 이날 공안국이 공개한 사건 내역에 따르면 지난 15일 16시 하이난(海南)성 인민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은 후 병원 문을 나서는 장 씨에 대해 출동한 공안이 강제 연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씨는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신장 우루무치 자치구 소재의 인민병원과 민간 병원 등 두 곳에서 차례로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라는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 씨는 38도에 달하는 발열, 기침, 호흡 장애 등의 증세를 보였다. 이때 장 씨의 주요 감염 경로는 같은 달 24일 장 씨와 함께 식사를 했던 회사 동료 진 씨였을 것으로 추정됐던 상황이었다. 장 씨의 지인으로 알려진 진 씨가 후베이성(湖北) 출장을 다녀온 직후 장 씨와 함께 회식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동방시 공안국의 수사 결과, 이후 장 씨에게 처음으로 감염 증세가 나타난 것은 같은 달 26일이었다. 지인들과 함께 회식에 참여한 뒤 이틀 째 되던 날이었다. 당시 발열과 호흡 불안 증세를 호소했던 그는 27일, 28일 두 번에 걸쳐 차례로 신장 우루무치 지역의 병원에서 감염 의심자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후 장 씨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과 사회에 대한 불만 등을 표출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무렵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하이난성으로 이동했다. 하이난성은 그의 가족 중 일부가 거주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이난성 동방시에 도착한 장 씨는 이달 6일 동방시 소재 인민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라는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장 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에 한 행동이었다. 그는 해당 병동에 머물며 총 60명의 의료진에게 고의로 침을 뱉고 마스크 미착용 후 근거리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전염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의료진 전용 휴게실과 식당, 사무실 등을 차례로 이동하며 쓰레기통과 책상, 의자 등에 자신의 타액을 묻히거나 뱉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장 씨와 접촉했던 의료진 60명 중 2명의 의료진이 감염 확진을 받은 상태다. 나머지 58명의 의료진에대해 병원 측은 격리 관리 상태 중이라고 밝혔다. 또 장 씨가 당일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병동은 현재 일체 폐쇄 조치된 상태다. 병원 측은 해당 병동에 대해 방제 작업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용의자 장 모 씨는 완치되어 퇴원했으며, 동방시 공안국은 퇴원 하는 그를 병원 정문 현장에서 체포해 연행했다. 장 씨에게 공안국은 ‘고의 상해죄’를 적용, 의료인을 향해 침을 뱉어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고의적인 상해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장 씨와 같은 고의 전염을 노린 사건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그의 죄를 엄중하게 다스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현지 언론은 완치 판정 후 병원을 나선 장 씨의 사례에 대해 ‘현장에서 체포된 장 씨가 향후 지역 관할 법원에 의해 엄중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실제로 장 씨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관할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청·공안부·사법부는 ‘코로나19전염예방 불법범죄 단속의견’을 공고하고 장 씨와 같은 고의 범죄자에 대해 폭력 및 상해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해당 공고문에 따르면 전염병을 고의로 감염 시키려는 행위자에 대해 피해자의 감염 여부와 상관 없이 ‘고의 상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 고의 상해죄에 포함되는 행위에는 △의료진의 방호장비를 찢거나 침을 뱉는 행위 △무차별 폭행을 가하거나 의료진에 대해 도발을 하는 행위 △의료진에 대해 공공연히 모욕, 협박 등을 가한 행위 등이 열거됐다. 특히 의료진의 신체의 자유를 불법으로 제한하는 이에 대해 정부는 ‘불법구금죄’를 추가로 적용할 방침이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사법농단’ 잇단 무죄… 양승태에게 물을 죄가 사라졌다?

    ‘사법농단’ 잇단 무죄… 양승태에게 물을 죄가 사라졌다?

    최대 쟁점 직권남용죄 성립조차 안 돼 양 전 대법원장 공소사실 상당수 흔들려 21일 양승태 재판 두 달 만에 재개 ‘촉각’양승태(72·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5명이 잇따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이들의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 등 전직 사법부 수뇌부 재판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 내려진 판결에서는 전체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줄기인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재판 개입의 인과관계에 대한 검찰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이 상당수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사가 위헌적 행위를 했음에도 벌할 수 없다’는 논리에 따라 사법부가 스스로 사법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도 높아질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의 심리로 오는 21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63·12기)·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재판이 두 달 남짓 만에 재개된다. 지난해 5월부터 53차례 열렸던 재판은 양 전 대법원장이 폐암 수술을 받으며 중단됐다. 47개에 달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가운데 핵심은 청와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다.그런데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는 재판 개입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56·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를 했지만 직권남용으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된 재판을 침해할 권한이 애초에 사법행정권자에게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임 부장판사의 개입 행위에도 불구하고 일선 재판장들은 독립적인 판단을 했다며 재판 개입과 실제 재판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도 없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죄의 또 다른 축인 ‘의무 없는 일’도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논리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서도 이어진다면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권한이 직무권한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 법원행정처의 관여를 받은 일선 법원 재판 결과와의 인과관계도 입증이 안 돼 재판 개입 관련 혐의들이 대부분 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재판 개입을 위한 직무권한이 존재하지 않아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면 상급자의 어떠한 재판 관여도 처벌할 수 없고,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인 국가기능의 공정성은 사법의 영역에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러한 판결이 확정되면 앞으로 어떠한 재판 개입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법관 탄핵이나 대법원 징계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관 탄핵은 국회의 소추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아야 하고, 징계는 시효가 3년으로 짧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핵과 징계 모두 현직 법관에게만 적용될 수 있고, 징계 수위도 최대 정직 1년이어서 재판 개입의 중대성에 크게 못 미친다. 재판 개입을 막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는 데다 강제징용 사건 당사자 등 잘못된 재판 개입의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도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미국·프랑스 등에서 규정한 ‘사법방해죄’를 법관들에게도 범위를 넓히는 취지의 입법을 하거나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재판 관여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장 실현되긴 어려워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추미애 보란 듯… 윤석열 “수사한 검사가 기소하는 게 맞다”

    추미애 보란 듯… 윤석열 “수사한 검사가 기소하는 게 맞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수사와 기소는 한덩어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의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윤 총장의 발언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이 문제를 두고 윤 총장과 추 장관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지방검찰청 방문 당시 직원 간담회에서 “검사는 소추(기소)권자로서 소송을 통해 국가와 정부의 이익을 지키는 사람”이라며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사는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또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돼 온 사법부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강화 등 사법개혁 방향에 맞게 재판을 준비하는 절차인 수사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직접 심리를 한 판사가 판결을 선고하듯 검찰도 수사한 검사가 (직접) 기소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밝힌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검 측은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법무부 방침을 반박한 것이 아니라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에 맞게 수사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고 실질적으로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제대로 준비하는 업무로 검찰 일을 바꿔 나갈 것이라는 점을 설명한 발언”이라고 했지만 결국 수사와 기소의 연속성을 강조한 것으로 추 장관 제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앞서 지난 3일 상반기 검사 전입식에서도 “수사는 기소와 재판의 준비 과정”이라며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 “당장 시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추 장관은 오는 21일 검사장 회의를 주재하고 ‘수사와 기소의 판단 주체를 달리하는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장관 주재로 검사장 회의가 열리는 것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자칫 일선 검사장들이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 검찰 인사와 여권 인사 기소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감정의 골이 보다 깊어질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판깨스트] ‘사법농단’ 잇단 무죄 판결… ‘재판개입’ 책임은 어떻게 묻나

    [판깨스트] ‘사법농단’ 잇단 무죄 판결… ‘재판개입’ 책임은 어떻게 묻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이 연달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 절차가 아직 많이 남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핵심 고위 간부들 외에 검찰이 추가로 재판에 넘긴 10명의 전·현직 법관들의 재판에서 벌써 5명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인데요. 특히 13일과 14일 있었던 두 개의 판결에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를 지닌 판단들이 담겨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향방이 더욱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틀간 무죄 판결이 난 두 가지 사건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전체적인 주요 배경과 핵심 혐의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유영근)가 무죄를 선고한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사건은 사법부의 ‘부당한 조직 보호’라는 전체 사건의 뿌리 중 하나로 연결됩니다. 이들의 혐의는 곧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대법관,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돼 있기도 합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에서 선고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사건은 ‘재판개입’이라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줄기입니다. 47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선 일부로 보이지만, 전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틀을 법원이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계기가 된 것입니다. ●같은 ‘무죄’ 선고됐지만 파장은 더 큰 임성근 부장판사의 ‘무죄’ 선고된 주문은 모두 ‘무죄’.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 결이 조금 다릅니다. 앞 사건은 “이들의 행위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임 부장판사의 사건은 “위헌적인 부당한 일을 한 것은 맞지만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행위를 바라본 시각이 아예 다릅니다. 그리고 ‘사법행정권자’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판단도 달랐습니다. 판결 이후 법원과 검찰의 반응, 그리고 사건이 미칠 파장에도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훨씬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임 부장판사 사건입니다.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으니 사건을 재판에 넘긴 검찰도 연일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그 강도는 임 부장판사 사건에서 더욱 셌습니다. 그리고 이번 판결은 단순히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고 비난하고 넘어가선 안 되는, 본질적인 고민을 법원에 던지는 의미도 있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임 부장판사의 공소사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 관련 보도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을 맡은 재판장인 이모 부장판사에게 “기사가 허위”라는 중간 판결을 선고공판 이전에 하도록 요구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먼저 있습니다. 또 이 부장판사가 선고기일을 잡자 그 전에 판결 선고를 위한 구술본(법정에서 판결의 핵심을 요약해 선고하기 위해 작성하는 내용)을 미리 보고받은 뒤 이를 수정하도록 요청했다는 혐의입니다.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지만 해당 보도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질책을 하도록 수정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불법 집회와 관련한 사건 판결이 이뤄진 뒤 재판장인 최모 부장판사에게 요구해 양형이유 가운데 민감한 표현을 수정하도록 한 혐의,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오승환·임창용씨를 정식 재판에 넘기려던 김모 판사의 판단을 뒤집고 “어차피 벌금형이 최고형인 범죄이니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라”고 종용한 혐의가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세 번째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견책’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이 같은 공소사실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두 갈래로 구분됩니다. 임 부장판사가 각각의 재판장들을 만나 재판에 관여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각 재판관여 행위는 피고인의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일선 재판부에 개입하는 행위 자체가 법관의 독립을 명시한 헌법에 반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판단은 그동안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들을 비판해 온 시각이라면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위헌적”이라는 지적은 결국 임 부장판사의 행위들에 대한 선언적 규정일 뿐, 임 부장판사의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합니다. 위헌적이거나 부도덕한 행위라고 해서 곧바로 벌을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적용된 죄명에 따라 범죄가 성립되는지를 엄격하게 따지는 게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임 부장판사의 행위들이 기소된 죄명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들어맞아야 하는 건데 이날 재판부는 맞지 않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공무원의 ‘권한에 없는’ 불법행위는 직권남용죄 처벌 불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상대방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되는 범죄입니다. 다만 ‘직무권한’은 공무원이 그 지위와 역할에 맞게 해오던 일들로 범위가 제한돼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지인이 운영한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납품계약을 맺도록 하거나 최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광고업체와 광고계약을 맺도록 한 혐의에서 직권남용죄가 무죄로 확정됐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잘못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통령에게는 일반 사기업의 광고발주까지 관여할 직무권한이 애초에 없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해당되는 죄라는 것, 다시 말하면 만약 공무원이 권한에도 없는 불법행위를 했더라도 죄를 물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단순히 ‘공무원 불법행위죄’라는 건 없고,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에 맞게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 권한을 넘어선 일을 하면 직권남용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는 직권남용에 대한 판단이 더욱 중요한데, 이날 재판부는 “형사수석부장에겐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헌법이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어 다른 국가기관이나 외부 세력 뿐 아니라 사법부 내부에서도 법관의 독립을 침해해선 안 된다”면서 “사법행정권도 궁극적으로 사법권 독립 내지 법관의 독립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선 안 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법관의 조직법상 상위기관인 사법행정권자는 법관의 독립을 해치지 않은 범위 안에서만 직무감독을 할 수 있으므로 개별 법관의 재판업무에 대해 사전적·사후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체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는데요. 사법행정권자인 수석부장판사가 개별 판사들의 재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수석부장판사의 직무권한에도 없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사법행정권자에 재판개입 권한 없어’ 판단→ ‘재판개입’ 처벌 근거 아예 없어져 이 논리를 만약 양 전 대법원장 등 다른 재판부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각종 재판개입 의혹들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들 재판에 관여하도록 주도한 사법행정권자들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대법원장에게 일선 법원 법관들의 재판에 관여해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직무권한은 없다”, “법원행정처장이 일선 판사에게 특정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하라고 지시할 권한이 없다”면 임 부장판사의 1심 판결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직 수뇌부들의 재판 만이 아니어도 지금이라도 어느 법원에선가 사법행정권자의 재판개입 행위가 벌어져도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법이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 사건 각 재판관여 행위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해당해 징계사유 등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위헌적인 행위라는 선언도 했으니 국회에서 추진을 한다면 법관 탄핵이나 또는 법원 내부 징계절차로만 재판개입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법관 탄핵이나 내부 징계절차는 모두 현직 법관들에 대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퇴직한 전직 법관들에겐 아예 책임을 따질 방법이 없기도 합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재판 독립의 원칙상 재판개입을 위한 직무권한이 존재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직권남용죄도 성립할 수 없다면 인사권자나 상급자의 어떠한 재판 관여도 처벌할 수 없을 것이고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인 국가기능의 공정성은 가장 중요한 사법의 영역에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직권이 남용된 결과를, 남용된 직권 그 자체와 혼동한 것”이라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형사수석부장이 재판에 개입할 수 없는 것인데, 임 부장판사는 형사수석부장의 재판사무감독권 등 사법행정상의 지휘와 감독, 지시, 명령권을 이용해 개별 판사들의 재판 독립을 침해했다는 게 핵심인데 재판부가 거꾸로 판단을 했다는 겁니다. ●영장재판에서의 수사정보 넘긴 행위에 대해선 “사법행정의 영역” 판단 여기서 앞서 지난 13일 선고된 세 명의 법관들의 사건도 다시 들여다 봐야 합니다. 임 부장판사보다 하루 전날 선고된 이 사건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원행정처(임종헌)→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신광렬)→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법관(조의연·성창호)으로 영장심사 과정에서 확보한 검찰의 수사기록을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다시 영장전담 법관→형사수석부장→법원행정처로 수사정보가 보고돼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공소사실의 내용입니다. 정운호 게이트에 현직 부장판사였던 김수천 전 부장판사가 뇌물 혐의로 연루되자 법원행정처가 다른 판사들에게로 검찰 수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할 목적을 세웠다는 게 검찰의 지적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데엔 우선 ▲사법부의 조직적인 검찰 수사 방해 움직임이 있지 않았고, ▲일부 행정처로 넘어간 수사정보가 있었지만 ‘기밀’이라고 보호할 만한 비밀이 아니었고 ▲외부로 유출되거나 실제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신 부장판사의 임 전 차장에 대한 보고를 “규정에 근거해 법관 비위와 관련해 사무·감독하는 상급 행정기관인 행정처에 보고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장재판 과정에서 알게 된 현직 법관이나 법원에 크게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을 사법행정기관인 행정처에 보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정보보고’라는 판단입니다. 임 전 차장이 김수천 전 부장판사의 가족관계서를 신 부장판사를 통해 영장판사실에 내려보내기도 했고, 이 가운데 일부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수사를 방해할 목적이 아니었고, 영장이 기각된 것도 조·성 부장판사가 통상의 영장심사 절차와 원칙에 맞춰 처리한 결과라고 판단했습니다. 중요 사건의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을 심사하다보면 가족관계는 자연스레 확인 가능하니 굳이 행정처에서 명단을 내려보내지 않아도 영장판사들이 파악할 수 있었으니 그 역시 엄청난 목적을 갖고 비밀스런 정보를 주고받은 게 아니라고 본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의 한 간부는 “13일에서는 사법행정 영역이어서 재판 관련 내용을 보고하는 게 가능해서 죄가 안 된다 하고 그 다음날에는 사법행정 영역에 재판개입의 권한과 근거가 없어 죄가 안 된다고 하니 법원에서의 논리도 서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법행정권자 지시→일선 판사 영향 ‘인과관계 없다’ 다시 임 부장판사 사건으로 돌아와 또 다른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가 재판부에 자신의 생각을 지시하거나 요구한 행위 그 자체만으로 위헌적이고 징계사유라고 꼬집긴 했는데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지시를 전해들은 일선 법관 3명은 임 부장판사에게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았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합의부의 재판은 합의에 따라 심판하는 것이므로 재판장의 의사와 독립된 것으로 재판장이 혼자서 이를 결정할 수도 없다. 이모·최모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요청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신의 법적 판단 및 합의부 내의 논의 등을 거쳐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재판부와 합의해 결정을 했다. 즉, 피고인의 요청과 이모·최모 부장판사 및 소속 재판부의 재판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됐다. 김모 판사 또한 동료 판사들의 의견을 듣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해 피고인의 요청과 김모 판사의 약식명령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됐다.”상급자가 어떠한 지시와 요구를 했고, 실제로 그와 같은 결과가 나왔지만 하급자가 정말 그 지시 때문에 그렇게 판단했는지 아니면 오롯이 자신의 독립적 판단으로 그렇게 결론냈는지 ‘독립된 재판을 해온’ 판사들에게서는 특히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곧 ‘의무없는 일’을 한 것도 아니라는 게 돼 만약 임 부장판사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주어졌다고 판단했어도 또 다시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하도록 지시했고, 그와 관련된 보고서가 작성됐고 일부 재판 결과도 그 지시와 같은 취지로 나왔다고 해도 대법원장→판결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면 역시 재판개입 행위를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무죄 판결문’에서 끝나지 말아야 할 법원의 진짜 고민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각종 재판을 ‘거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종 일선 재판부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연결됩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이죠. 청와대와 정부에 우호적일 만한 판결 결과가 나오도록 대법원 재판을 오래도록 끌었다는 게 주요 혐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만약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부에서도 이날과 같은 판단을 받아들여 어떠한 재판개입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지연된 정의’의 책임을 과연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비단 양 전 대법원장 뿐이 아닙니다. 앞으로 이처럼 사법행정권자의 재판개입이 ‘면죄’된다면 그리고 그 재판의 결과가 틀렸다면. 잘못된 재판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게 됩니다. 재판이 잘못됐다는 것을 법원 어디에서도 밝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렵고 복잡한 사건의 내용과 법리이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은 계속 깊이 들여다 봐야 합니다. 10명의 전·현직 법관 가운데 5명이 무죄가 됐다고 그냥 법원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말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검찰을 쏘아보고 말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재판개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디까지를 재판개입과 관여로 봐야할지 법원은 아주 깊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라는 법원 역사상 가장 아팠던 상처 속에서 반드시 얻어내야 할 열매라는 것을, 무죄 판결문에도 오히려 더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재판 개입’에 “위헌적이지만 무죄”…사법농단 재판 판도 흔들어

    ‘재판 개입’에 “위헌적이지만 무죄”…사법농단 재판 판도 흔들어

    사법부 내에서 벌어진 ‘재판 개입’에 대해 형사법적으로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검찰은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개입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 아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맡은 2015~2016년 일선 재판부의 재판 과정이나 판결문 작성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임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의 요구에 따라 담당 사건 재판장에게 판결 선고 이전 재판 과정에서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한 기사가 허위라는 ‘중간 판단’을 밝히도록 했다고 봤다. 또 판결을 선고하면서 ‘가토 전 지국장에게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되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라며 질책하는 내용을 구술하도록 했다고 파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불법 집회와 관련한 사건 판결이 이뤄진 이후에 재판장에게 요구해 양형 이유 중 민감한 표현을 수정하게 한 혐의도 있다.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 씨를 정식재판에 넘기려는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종용한 혐의도 받았다.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한 것은 사실이라고 봤다. 이를 두고 “법관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인 행위”라고까지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재판 업무와 관련해서는 ‘남용할 직권’이 없으므로 이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애초에 재판 업무에 끼어들 권한이 없으니 이를 남용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과 법원조직법 등을 검토하면 사법행정권자는 일선 재판부의 ‘재판 업무’에 관해서는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없고, 오히려 지위나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권 없이 남용 없다’는 직권남용 혐의의 일반적 법리를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각 재판관여 행위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수석부장판사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실제로 임 부장판사의 지시대로 재판 절차가 바뀌고 판결 내용이 수정됐지만, 이것은 각 재판부가 법리에 따라 합의 과정을 거쳐 판단한 결론일 뿐이라는 근거도 댔다. 임 부장판사가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실제 판결이 지시 내용과 대체로 부합했지만, 그렇다고 재판부 합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사건 등에도 막대한 영향 가능성 비록 1심 판결이라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이런 판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에 해당하는 최고위급 인사들의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논리라서 향후 다른 사건 재판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받는 혐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법행정권자로서의 직권을 남용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 민감한 사건 재판에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임 부장판사처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도 “재판은 신성한 것”이라면서 자신들에게 재판에 개입할 직권은 없었다고 주장해 오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행위와 실제로 재판 절차나 내용이 변경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이 역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주장에 부합하는 결론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은 실제로 자신의 지시를 받아 결론이 바뀌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 “어떤 형태의 재판 개입도 죄가 될 수 없다는 것” 사법농단 사건 전체에 큰 영향력을 미칠 만한 판단에 평가가 엇갈리는 것을 넘어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사법부 내부에서 벌어진 비위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무죄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날 재판부는 “사법행정권 역시 궁극적으로 법관 독립의 실현을 위해 존재한다”며 “사법행정권자가 개별 법관의 재판업무에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요구하는 것은 직무 범위를 넘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허용되지 않은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 사유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어떠한 종류의 재판 개입도 죄가 될 수 없다는 면죄부를 준 기념비적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성”이라며 “그 공정성이 가장 잘 구현돼야 할 재판권 행사 분야에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국정농단’ 최순실 파기환송심 징역 18년·안종범 징역 4년

    ‘국정농단’ 최순실 파기환송심 징역 18년·안종범 징역 4년

    최서원 2심서 2년 감형된 징역 18년안종범 법정구속에 “아내 오늘 입원”재판부 “반영하기 곤란”‘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서원(64·개명 전 최순실)씨가 파기환송심에서 2심보다 감형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법정에 선 안종범(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은 1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를 뇌물로 받고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에게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하면서 63억여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재판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재판”이라면서 “최씨의 행위로 인해 국가 조직 체계가 큰 혼란에 빠졌고 탄핵 과정에서 빚어진 국민의 대립·반목 등 사회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에 상응한 엄중한 책임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앞선 항소심 결론 대부분을 유지하되 대법원이 지적한 강요죄 등을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최씨의 이날 2심보다 2년 감형된 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2심은 최씨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200만원, 추징금 70억여원을 선고했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8월 최씨가 대기업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출연 요구가 강요죄 성립 요건인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해당 부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추징금이 낮아진 것도 삼성으로부터 받은 말 3필 가운데 ‘라우싱’이 삼성 측이 보관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뇌물 공여자에게 뇌물이 반환됐다고 본 것이다. 최씨는 선고 직후 재판부를 향해 “말씀드릴 게 있다”면서 “국민적 공분 일으킨 건 다 사죄하겠다. 그런데 말 부분은 다 삼성이 관리하는데 저희한테 추징한 건 무리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건 저희 판단이니까 상고에서 다투도록 하라”고 답하는 데 그쳤다.안 전 수석은 이날 징역 4년에 벌금 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3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었으나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법정에서 다시 구속됐다. 안 전 수석은 재판부에 “법정구속은 인정하는데 아내가 오늘 병원에 입원했다”며 양해를 구했으나 재판부는 “그 부분을 저희가 반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최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선고 후 “파기환송심에서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보고 판단해줄 것을 기대했는데 현 사법부에서 진실을 향해 용기있는 깃발을 드는 판사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사실관계에 천착하고 법리를 따지는 대신 대법에서 기왕 한 판결에 기생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최씨와 상의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사법농단’ 세번째 판결 임성근 판사도 무죄

    ‘사법농단’ 세번째 판결 임성근 판사도 무죄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날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또 현직 판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임 부장판사에 대해 “위헌적 불법행위로 징계 등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죄를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고도 무죄를 선고한 것이어서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받은 임 부장판사가 사건 담당 재판장에게 선고 직전 ‘세월호 7시간 행적’ 기사가 허위라는 점을 강조하도록 요구했다고 봤다. 또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되, 적절한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질책하도록 했다고 파악했다. 재판부는 “이런 ‘중간 판단’ 요청은 그 자체로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 진행을 유도하는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또는 침해 위험이 있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다.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불법 집회 관련 판결이 이뤄진 이후, 임 부장판사가 재판장에게 양형 이유 중 민감한 표현을 수정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판결문 수정 요구는 그 자체로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해 결과를 유도한 걸로 재판 관여 행위에 해당해 법관 독립 침해로 위헌적이고 형사소송법상 위법한 행위”라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임 부장판사는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 씨를 정식재판에 넘기려는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종용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 동기와 의도를 좋게 해석하더라도, 그 자체로 계속적인 특정사건 절차 진행을 유도하는 재판 관여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파악한 임 부장판사의 행위 대부분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봤다. 그럼에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사법행정권자는 일선 재판부의 재판 업무에 관해서는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즉 임 부장판사의 지시대로 재판 절차와 판결 내용이 바뀐 건 맞지만, 결국 각 재판부가 합의를 거쳐 판단했을 뿐이라는 논리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사설] ‘사법농단’ 판사가 무죄라는 법원

    ‘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 3명에게 1심 재판부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법원행정처에 넘긴 검찰의 사건기록 등을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설마설마했지만 또다시 ‘가재는 게 편’이나 ‘직역 이기주의’식의 판결이 나온 셈이다. 일반 국민에게는 자비나 관용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법대로’식 엄벌을 남발하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제 식구에게는 관대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13일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무죄선고를 받았을 때부터 이번 재판의 향배에 우려의 시선이 많았는데 결론은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판결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이들의 ‘상급자’들에 대한 재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렇게 된다면 ‘사법농단’ 자체가 없었다는 것인데 법관들은 그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결과에 도대체 어느 국민이 수긍하겠는가. 결국 사법불신만 커지고, 그 화(禍)는 고스란히 사법부가 감내해야 한다. 문제의 부장판사들은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저지하려고 검찰 수사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수집한 뒤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개입된 정운호 게이트 수사에서 영장기각 등 법원의 수사 방해가 유독 심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법원은 이들이 유출한 정보가 ‘공무상 비밀’로서의 가치가 없고, 국가의 범죄수사 등에 장애를 초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대(對)언론 브리핑 등을 예로 들었고, 오히려 이들의 유출 행위를 사법신뢰를 높일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보고로 볼 수도 있다는 해괴한 논리까지 펼쳤다. 수사정보는 관련자들의 증거은닉이나 도주 등에 악용될 우려가 큰 탓에 엄격하게 외부유출을 막는 게 상식이다. 1심 재판부의 논리는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한 궤변과 다름없다.
  • 지만원 ‘5·18 왜곡’ 4년 만에 단죄… 징역 2년

    지만원 ‘5·18 왜곡’ 4년 만에 단죄… 징역 2년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 등을 비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극우 논객 지만원(78)씨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약 4년 만에 나온 결론으로 5·18 역사 왜곡에 대한 사법부의 경고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는 13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해 온 지씨에 대해 징역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씨의 행위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라며 “여러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고령이고 성실하게 재판에 출석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5·18 민주화운동 당시 촬영된 사진에 등장한 시민들을 ‘광주에서 활동하는 북한특수군’(광수)이라고 수차례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신부를 가장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지칭하며 “북한과 공모하고 있다”고 비방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지씨의 이러한 주장이 허위이며 비방의 목적이 있다며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지씨가 ‘광수’라고 부른 사람들은 실제로 북한특수군이 아니라 시민들이었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와 피해자들의 법정 증언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고 김사복씨를 ‘빨갱이’ 등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근거 없이 피해자의 명예를 현저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지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지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지씨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폄훼로 여러 차례 유죄판결을 받았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신문사에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광고를 실어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법정 밖에서는 지씨의 지지자들과 5·18 단체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 경찰과 구급대원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지씨를 법정구속하지 않은 사법부를 규탄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사법농단’ 현직 판사들 모두 무죄…“조직적 공모로 볼 수 없어”

    ‘사법농단’ 현직 판사들 모두 무죄…“조직적 공모로 볼 수 없어”

    ‘정운호 게이트’ 관련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법관들 비위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검찰의 수사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이 담긴 사건기록을 수집하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법관이었다. 그러나 판사들의 조직적 공모가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수사 확대를 저지할 목적을 가지고 검찰을 압박할 방안을 마련해 실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신광렬 판사도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관 비위와 관련한 내용을 행정처에 보고했을 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조직 보호를 위해 수사 기밀을 수집해 보고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신 부장판사와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사이의 공모관계에 대해서도 “신 부장판사가 상세한 보고를 요청하자 응한 정황은 있으나, 영장 재판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기로 공모한 정황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신광렬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관련 내용을 유출한 것도 재판부는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출한 정보가 공무상 비밀로서의 가치가 없고, 국가의 범죄 수사나 영장 재판 기능을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특히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이 언론을 통해 수사 정보를 외부에 흘리고,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상세하게 알려준 정황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그 무렵 검찰이 언론을 활용해 수사 정보를 적극 브리핑하고, 비위 법관에 대한 인사를 위한 사법행정에 협조해 상세한 내용을 알려준 정황을 보면 해당 수사 정보가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특정 재판의 진행 상황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어서 현직 법관 중에서는 처음으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한 선고가 이뤄졌으나 이 역시 무죄로 결론난 셈이다. 이날 재판부가 사법부 내 공모관계를 전반적으로 부정한 만큼 ‘사법농단’의 최종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향후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손성진 칼럼] 검찰, 개혁과 통제 사이

    [손성진 칼럼] 검찰, 개혁과 통제 사이

    검찰이 인신구속권을 앞세워 안하무인의 집단으로 국민의 위에 서서 군림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번이라도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검찰의 실상을 몸으로 느끼고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깔아뭉개는 검찰 행태의 배경에는 검찰이 독점적으로 누려 온 권한, 즉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추진되고 있는 검찰 개혁은 당위성을 갖기에 충분하고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적 시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밀어붙이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일련의 정책은 개혁이라는 마스크를 쓴 통제와 다름없다. 스스로 조사를 받을 피의자이면서 검찰 개혁을 추진한 조국과 마찬가지로 ‘추미애표 개혁’도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추미애 개혁이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을 겨냥한 것임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추 장관은 “장관으로 온 이상 저는 탈정치화했다”고 말했지만, 누가 동의하겠는가. 여당 대표까지 지낸 5선 의원 출신인 추 장관이 정치물을 셀프 표백했다고 한들 누가 믿겠느냐는 말이다. 국민은 도리어 추 장관을 개혁의 완장을 찬 검찰 통제사, 특임 장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추 장관은 피의사실을 공표해서는 안 된다며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공개를 거부했다. 형법 126조 ‘피의사실 공표 조항’은 검찰, 경찰 등이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1975년 1차 형법 개정 때 신설된 조항이지만 여태까지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이 문제에서는 피의자의 인권과 명예, 국민의 알권리, 언론 자유 등 다양한 헌법적 권리와 자유가 충돌한다. 피의자의 인권과 명예도 중요하지만 다른 두 가지도 무시할 수 없다. 개개의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특히 피의자가 공인이거나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의 알권리가 앞설 수 있다.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은 어느 쪽일까. 그 사건 수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수사 주체인 검찰을 불신한다면 또 다른 문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 권력이 관련된 이번 사건은 수사 과정과 결과를 국민에게 기소 전에라도 알리는 게 알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에 이의를 제기한 정치인이나 언론, 국민은 거의 없었다. 더욱이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법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도 언론을 통해 밝히도록 하는 ‘대국민보고’도 포함돼 있었다. 물론 공소장도 공개됐다. 이 법안에 서명한 의원 중에는 추 장관도 들어 있다. 추 장관은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의 최초 지시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추 장관은 스스로 이중잣대를 보여 준 셈이다. 국정농단 사건이 헌법재판이라는 논리로 방어하려 했지만, 헌법재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말하는 것이지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가 관련된 국정농단 사건도 형사재판일 뿐이다. 추 장관이 지금 와서 갑자기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소신을 바꾸게 됐다면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앞으로 야당이 연루된 정치적 사건을 포함해 모든 사건의 피의사실 공표와 공소장 공개를 거부해야 한다. 과연 자신의 처지와 정치적 상황이 달라졌을 때도 소신을 지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도 마찬가지다. 사법부와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바라보는 정치권력의 시각은 시시때때 오락가락한다. 툭하면 고발장을 제출해 사법기관의 심판을 받겠다며 권위를 인정해 주는 척한다. 그러나 마음에 차지 않는 수사나 판결이 나오면 법원은 비판과 개혁의 과녁이 되고 만다. 선거개입 사건 수사에서도 결과는 동일했다. 정치권력은 속성상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외치면서도 중립을 보장하지 못한다. 검찰 권력이 무소불위가 아니라 결국은 인사권으로 검찰의 목을 틀어쥐고 있는 정치권력이 검찰 위의 무소불위임이 드러나고 있다. 벌써 민주주의의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미애 개혁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발 더 나아가면 독선과 독재와도 연결될 위험성이 있다. 이런 점들을 염려하는 진보 진영과 검찰 내부의 소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개혁의 정당성을 찾고 민주주의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sonsj@seoul.co.kr
  • 안철수, “공수처 기소권 폐지·추미애 탄핵 추진” 공약 발표

    안철수, “공수처 기소권 폐지·추미애 탄핵 추진” 공약 발표

    “검경 수사권 재조정…정치 검찰·법관 퇴출”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은 1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소권 폐지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 추진 등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사법정의의 핵심은 탈정치화, 그리고 수사 및 소추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이를 위해 사법기관은 청와대 종속에서 해방돼야 한다”며 “형사법 체계와 기관을 국민의 요구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7대 사법정의 실천방안’을 공개했다. 안 위원장은 우선 “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절차를 재검토하고,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 사건의 이관을 요청하도록 한 권한을 삭제하는 한편 기소권을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그는 검경수사권 조정도 공약했다. 그는 “경찰의 수사 종결권은 검찰에 이관하는 게 맞다”며 “또 수사 개시권은 경찰과 전문수사기관에만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 개시권 및 직접 수사권은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경찰을 폐지하고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며 112 중앙시스템화 등의 경찰개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법무부 산하에 전문적인 영역의 수사를 위한 경찰 외 전문수사단 설치, 의회 및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특검 상설화도 공약했다.아울러 정치검찰·정치법관 퇴출,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대법관·헌법재판관의 변호사 개업 금지 방침도 밝혔다. 안 위원장은 “공직자 선거일 사퇴 기일을 현행 90일에서 1년으로 늘리고, 수사 및 소추 기관이나 사법부 법관의 경우 선거일로부터 2년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또 선거에 개입한 공무원 처벌 규정과 관련해 현행보다 3배 이상 형량을 늘리는 쪽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와 추 장관 탄핵 추진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범야권과 연대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추 장관의 검찰 인사 농단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당은 검경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이 정치적인 고려없이 법과 원칙, 그리고 양심에 의해서만 수행될 수 있도록 견제와 균형의 형사법 체계를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권과 약자의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데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엄격해지는 직권남용죄… 양승태·조국 ‘무죄’로 이어질까

    엄격해지는 직권남용죄… 양승태·조국 ‘무죄’로 이어질까

    “위법 인지 하급자는 피해자 아냐” 판단최근 직권남용죄를 보는 사법부의 잣대가 깐깐해지고 있다. 앞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엄격한 기준을 내세운 대법원 판결이 원세훈(69)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쳤다. 불법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은 원 전 원장은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유독 직권남용죄는 무죄 판단이 많았다.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 중인 양승태(72)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등 현 정권 인사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순형)는 지난 7일 민간인 댓글 부대 운영에 국정원 예산을 쓴 혐의(국고손실) 등을 받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다만 국정원법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는 직권남용 혐의는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공무원이 법령에 따른 업무를 했을 때는 의무 없는 일이라고 볼 수 없다”며 직권남용죄를 좁게 해석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앞서 검찰이 원 전 원장에게 적용한 직권남용(미수)에 따른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13개에 이른다. 이 중 11개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다. 우선 정권에 비판적 성향을 지닌 방송인 김미화씨나 배우 김여진씨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최승호(현 MBC 사장) PD를 시사프로그램 제작에서 배제하는 인사 조치를 하도록 요구한 행위는 “직무에 속하는 권한 행사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의 직권남용에 더해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야 성립된다. 그런데 국정원의 정보수집·작성 행위와 무관한 이러한 행위는 직권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에게 야권 출신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한 동향 파악을 하도록 한 것도 이들 직원이 위법한 지시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직권남용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상급자의 위법한 요구에 대해서는 복종할 의무가 없는데도 이를 거부하지 않은 것은 지휘부의 각종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권양숙 여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각각 해외를 방문했을 때 미행·감시를 지시한 행위는 위험 인물을 만나는지 확인하는 차원으로 국정원 직원들이 위법하다는 인식을 못 했기 때문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직권남용과 관련한 대법원 기준이 새롭게 제시되면서 일선 법원도 재검토에 들어간 분위기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불법 조회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76)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은 “대법 판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난 4일 예정된 선고 기일을 연기했다. 허윤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은 상급자가 지시한 행위가 하급자가 원래 해왔던 일인지를 세밀하게 따져 보자는 취지”라면서 “사법농단 등 앞으로 직권남용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박기석의 외교 통일 수첩] 임시 봉합한 한일 갈등… 日기업 자산 현금화로 재점화되나

    [박기석의 외교 통일 수첩] 임시 봉합한 한일 갈등… 日기업 자산 현금화로 재점화되나

    현금화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상반기 개시 전망日정부 현금화 조치 시 추가 경제보복 조치 시사지난 6일 양국 국장급 협의했으나 입장 차 여전강경화 “현금화 시점이 관건… 개입할 순 없어”현금화 이후에도 피해자·기업 화해할 수 있도록양국 배상 관련 접점 찾고 피해자 의견 수렴해야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소련 붕괴 이후 유라시아 대륙을 ‘거대한 체스판’으로 비유했습니다. 미일중러 4강의 영향력에 자유로울 수 없고 북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체크메이트(외통수)의 위기에 내몰리곤 합니다. 외교·남북 관계의 묘수를 찾고자 외교·통일 현안을 취재한 수첩(외·통·수)을 꺼내 독자들과 고민을 나누고자 합니다.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피해 손해배상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일본 정부가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강제징용 가해 일본 기업 국내 자산의 매각, 즉 현금화 조치가 올해 상반기에 시행될 가능성이 있기에 양국이 그 사이 해법을 도출하지 못한 채 현금화 조치가 이뤄질 경우 한일 관계가 파국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 국내 자산의 현금화 조치는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6~7월에 개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은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따라 지난해 5월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을 강제 매각해달라고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신청했다. 포항지원은 같은 해 7월 일본제철 측에 매각명령 신청에 대한 의견을 60일 이내에 제출하라는 심문서를 보냈으나 일본제철 측은 현재까지 답변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이에 법원이 피해자와 피해자 대리인단의 의사를 고려, 언제든 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심문서 답변 기한인 60일을 훌쩍 넘긴 가운데 일본 기업이 피해자 대리인단과의 협의는 물론 한국 사법부의 재판 절차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어 법원이 매각명령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법원이 매각명령을 내리더라도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지급하기까지 수 개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이 매각명령을 내리는 순간 반발하며 추가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하고, 이듬해 1월 포항지원이 일본제철 국내 자산의 압류명령을 내리자 한국 정부에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중재 절차를 밟자고 제의했다. 한국 정부가 중재 절차를 개시하는 대신 외교당국 간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논의하자고 역제안했지만, 일본 정부는 그 해 7월 곧바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실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해 12월 “만에 하나 한국 측이 징용공(강제징용) 판결로 압류 중인 (일본) 민간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실행하면, 이쪽으로서는 심각한 예를 든다면 한국과의 무역을 재검토하거나 금융제재에 착수하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하지만 지난 6일 한일 외교당국이 서울에서 3개월 만에 국장급 협의를 열고 강제징용 해법 등을 논의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 측은 지난해 일본에 해법으로 제시한 ‘1+1안’(한일 기업의 기금 출연으로 위자료 지급)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일본 측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한일 청구권협정 등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고, 한국 측이 먼저 이를 시정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국 측은 한국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강제징용 피해자의 권리를 실현하면서 한일 양국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는 반면, 일본 측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양국이 각자의 입장과 원칙을 고수함에 따라 6일 국장급 협의에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제징용 해법으로 입법화를 추진 중인 ‘1+1+α안’(한일 기업과 국민의 기금 출연으로 위자료 지급)은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안’은 일본 내에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해법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반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피해자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정부로서도 문희상안을 해법으로 내놓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물론 일본 정부도 자국 정부·기업의 출연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기에 문희상안을 쉽게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논의하는 데 소극적인 상황에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정부는 애가 타는 모습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종료를 조건부 유예하면서 한일 갈등을 임시 봉합하고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해법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협의하기로 했으나, 현금화로 갈등이 결국 곪아 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내신 대상 브리핑에서 “(일본 기업 국내 자산의) 현금화 시점이 결국은 관건”이라면서도 “현금화와 관련해선 정부로서는 그것도 사법절차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개입을 한다든가 그 시점을 예단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현금화가 만약에 된다고 하면 분명히 그 이전에 우리의 협상전략과 그 이후의 협상전략이라든가 대응은 분명히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시점을 지금 예단드리기는 정부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일 변호사와 시민단체도 지난달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공동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현금화 조치 이전에 해법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협의체에서 어느 정도 해결 방안이 마련되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현금화 조치를 중단하기 위해 피해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법무법인 공감)는 기자자회견에서 “현금화가 되면 한·일 정부, 국민 모두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 문제를 가만히 놔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법원의 현금화 조치 이전에 한일 양국이 해법을 마련하거나, 현금화 조치 개시 이후에라도 피해자와 일본 기업이 화해할 수 있는 토대를 한일 양국이 미리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은 한국 법원이 매각명령을 내리면 즉시 반발하며 추가 경제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면 한일 관계는 파국에 가깝게 된다”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다만 법원이 매각명령을 내리더라도 피해자와 일본 기업이 화해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구체적 해법은 아니더라도 배상 관련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도 피해자 및 피해자 대리인단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사설] 판검사의 정치판 직행, 독립성·중립성 훼손 우려된다

    총선을 앞두고 판검사들이 옷을 벗자마자 정치판으로 달려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판검사의 정치권 직행은 사법부와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며 사표를 제출한 김웅 전 부장검사는 그제 새로운보수당에 입당했다. 사표가 수리된 지 하루 만이다. 사표를 제출했을 때부터 보수 야권에 둥지를 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는데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앞서 2018년 ‘양승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재판 지연 의혹을 폭로한 뒤 사법부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언급되던 이수진 전 부장판사도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으로 간다는 말이 나오더니 사표 수리 20일 만인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됐다. 이 밖에 전두환씨 재판을 맡았던 장동혁 전 부장판사도 지난달 사표를 냈는데 최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판검사의 퇴직 직후 정치 입문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기도 하거니와 ‘직업 선택의 자유’ 차원이라고 항변한다면 비판 외에 문제 삼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의 중립성과 재판의 독립성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할 판검사가 사직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그들의 ‘친정’인 사법부와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전 부장검사와 이 전 부장판사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검찰개혁’과 ‘사법농단’ 등에서 각각 큰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그러잖아도 우리 국회에는 법조인 출신 인사들이 차고 넘쳐 오래전부터 ‘과잉 대표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었다. 20대 국회의원 중 법조인 비율은 17%가 넘는다. 6명 중 1명이 판검사, 변호사 출신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특정 직종의 지나친 점유는 정치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고 국민 전체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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