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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테크]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호갱님… 오피스텔 등 임대소득은 2000만원 이하로

    [머니테크]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호갱님… 오피스텔 등 임대소득은 2000만원 이하로

    서울의 지자체 6급 공무원 A(56)씨는 얼마전 강서구 마곡지구에 상가를 계약했다. 이제까지 재테크라고는 집 한 채 사서 빚 갚는 것이 전부였던 그가 상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5년 공무원연금제도가 바뀌고 나서부터다. A씨는 “퇴직 후 받게 될 연금을 계산해 보니 대략 230만원이 좀 넘는다”면서 “아직 대학생인 아이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로 부족할 것 같아 상가에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오피스텔·상가 입지는 대학가·업무중심지 예전에 퇴직한 공무원들은 연금 하나만 있으면 노후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2015년 공무원연금제도가 개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몇십만원이라도 생활비를 채워줄 무엇인가가 필요해진 것이다. 대부분의 공무원이 관심을 갖는 것이 오피스텔이나 소형아파트,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이다. 예금이나 보험에 비해 수익이 높고, 주식보다는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은 좋은 말로 하면 VIP고객이고, 나쁜 말로 하면 ‘호갱님’이 되기 쉽다. 때문에 상품별 특징과 함께 투자에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하는지 사전에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먼저 가장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오피스텔은 1~2인 가구가 많은 대학가나 업무중심지에 마련하는 것이 좋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오피스텔 수요층은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아직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젊은층이 많다”면서 “사무실이나 대학가 주변이 임대를 놓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시세 차익·임대소득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소형아파트는 수도권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광화문·강남·여의도 등 일자리가 많은 곳으로 출퇴근이 쉬운 곳이 투자처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상가 투자는 더 어렵다. 같은 업무중심지와 대학가에 있더라도 길 하나 차이로 수익률과 공실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로변에 있는 상가라고 모두 좋은 게 아니다. 지하철역 앞이라도 장사가 잘 안되는 곳이 많다. 자리를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리가 오르며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공급이 늘면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도 챙겨봐야 한다. # 임대소득 232만원 넘으면 연금 일부 지급 중지 그럼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만 잘 고르면 끝일까. 아니다. 세금과 연금일부정지도 챙겨봐야 한다. 먼저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를 매입해 주택임대사업자가 되는 경우 과세 기준인 2000만원 이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내년까지는 소득세 과세가 유예되지만 2019년부터는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문진혁 우리은행 세무자문팀장은 “이미 연금소득이 있기 때문에 다른 임대소득이 늘어나면 종합소득금액이 올라가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면서 “임대소득 규모를 2000만원 이하로 가져가는 것이 세금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소득이 너무 높아져 연금일부정지를 당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는 근로·사업·임대소득이 232만원을 넘으면 연금의 일부(최대 50%) 지급이 정지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동호회 엿보기] 어느 교수님이 내 소나무 그림에 반해 새책에 넣고 싶대요

    [동호회 엿보기] 어느 교수님이 내 소나무 그림에 반해 새책에 넣고 싶대요

    “업무 끝나고 3시간 꼬박 그림 그리기 피곤하지 않냐구요? 모일 때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니까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업무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져요. 잡념도 없어지고 건강한 에너지가 솟는 기분이랄까요.”(김도이 문화재청 활용정책과 주무관)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 저녁, 대전 문화재청 노조사무실은 서걱서걱 연필 움직이는 소리로 가득 찬다. 오롯이 연필 하나를 흰 종이 위에 묵묵히 밀고 나가다 보면 어느새 흐뭇한 작품 하나가 탄생한다. 문화재청 연필 스케치 동호회 ‘연스문화재’의 모임 풍경이다.# 청사로비 전시회 뒤 입소문… 자신감도 쑥쑥 2014년 5월 결성된 연스문화재는 현재 18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대전에서 일 끝나면 서울까지 쫓아가서 그림을 배우던 김도이 주무관이 “함께 그리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싹 틔운 동호회다. 재작년에는 문화재청 대회의실, 지난해에는 정부대전청사 지하 1층 로비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주변 다른 기관에도 입소문이 왁자하게 났다. 전시회를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요청이 물밀듯 들어와 현재는 통계청, 조달청, 특허청 직원들도 섞인 ‘연합 동호회’로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6월 대전청사 지하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땐 특히 호응이 뜨거웠다. 아마추어 작가인 이들의 그림을 사고 싶다는 요청까지 들어왔을 정도다. “당시 우연히 전시를 관람하던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님 한 분이 그림을 그린 지 두 달 남짓 된 직원의 소나무 그림을 보고 ‘이 그림을 곧 출간할 자신의 책에 넣고 싶다’고 연락을 해 오셨어요. 저희끼리 ‘그림 배운 지 두 달 만에 작가님이 됐다’며 부러움 반, 놀림 반 웃으면서 축하해 줬죠.”(김도이 주무관) 연필 한 자루와 스케치북 하나에 퇴근 후 몇시간을 바치는 이들은 성취감, 스트레스 완화, 타인과의 교감 등을 연필 스케치의 매력으로 꼽았다. 통계청 고용통계과 사무관인 김유진씨는 “도구는 간단하지만 세 시간 정도만에 한 작품을 끝내니 무언가를 내 손으로 이뤘다는 성취감도 크고 일상에서 쌓였던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풀리며 삶의 윤활유가 된다”고 했다. # 연필이란 아날로그 감성 ‘삶의 윤활유’로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이정영 사무관은 “내가 그린 작품을 가족들에게도 보여주고 전시회에 내걸어 여러 사람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게 즐겁고 뿌듯하다. 그러다 보니 집중력도 높아지고 마음에 안정도 얻게 된다”고 거들었다. 서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성정을 지닌 연필은 아날로그의 대표 주자가 아닐까. 문화재를 다루는 섬세하고 정성 어린 손길로 그려낸 작품인 만큼 교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살진 굴비, 배우 최민식, 오드리 헵번, 경회루, 양떼목장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연스문화재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오는 7월 3~7일 대전청사 지하 1층 로비를 찾으면 된다. 회원들의 스케치북을 빼곡히 채운 작품 가운데 수작들이 전시회에 등장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순직 입증 주체를 유족에서 국가로 바꿔야”

    “순직 입증 주체를 유족에서 국가로 바꿔야”

    “공무원이 업무 중 사망했을 때 순직 인정을 받으려면 유족이 입증해야 해요. 이게 쉽겠습니까. 해당 조직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든 증거를 감추고 없애려고 할 거고요. 당연히 순직 인정까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입증 책임을 유족에서 국가로 바꾸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이창원(57)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국가가 업무 중 재해를 입은 공무원들에게 “사려 깊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재해보상 차원에서 접근했다기보단, 연금지급 개념으로 보상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직 기간과 계급에 따라 보상 금액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재해를 입은 공무원이 중심이 되다 보니 유족은 보상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에 전념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재해보상제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재해보상 입증 책임이 국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 바꾸기엔 무리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 사례를 들었다. 실제로 미국은 순직 재해보상 기준에 있어 우리나라처럼 위험직무에 대한 구체적 나열이 없다. 대신, 업무 기준을 포괄적으로 적용해 해당 조직의 업무에서 크게 일탈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순직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면 국가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전제한다. 우선 경찰과 소방관 등 위험직무 공무원에 대한 신체검사 기준이 매우 엄격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해 시 업무 외 다른 요인이 개입할 확률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재해보상에 있어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주로 어떤 재해를 당하는지 미리 빅데이터로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교수는 “직무 분석을 통해서 특정 업무가 가진 위험 요소를 미리 평가해 놓으면 과실 정도를 평가할 때 객관적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위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 대한 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어 재해 예방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공직에 대한 열망이 강한 상태에서 공무원 재해보상 제도를 개선하면 사회적 반감이 있을 거라고 이 교수는 예상한다. 그러나 그는 “공무원 재해보상 제도 개선에 대해 비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은 배 아픈 건 못 참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면서 “재해보상 제도가 튼실해야 소방관이 목숨을 다 바쳐 불을 끄고, 경찰이 열심히 도둑을 잡는 등 사회적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관가 와글와글] 선배들 왜 그럴까, 후배들은 왜 그 모양이야… 공직사회에 투영된 세대차

    [관가 와글와글] 선배들 왜 그럴까, 후배들은 왜 그 모양이야… 공직사회에 투영된 세대차

    #국실장급 저녁 뒤 다시 사무실로… 후배들 30분전 정위치 곤혹 “여기까지 왔는데 차관까지 가야지” 속내 안 숨겨 #서기관급 기업 간 친구들 연봉에 허탈… “그냥 옮길까” 고민 상관들은 닦달, 부하들은 불만… 조정 부담에 한숨 #사무관 이하 개인생활 중시하지만 인정받고 싶은 욕구 강해 누가 하라고 시키지 않았는데도 야근 불 밝혀세대 간의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게 풀리지 않는 난제였고, 또 진행 중인 과제다. 고도의 압축 성장으로 형제간에도 세대차가 난다고 할 만큼 가치관의 변화가 급격했던 한국 사회는 특히 세대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상명하복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공직사회 역시 세대 간의 갈등과 세대차가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다. 관가에는 이른바 ‘꼰대’인가, 아닌가를 구분하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그것은 바로 ‘퇴근 뒤 사무실 복귀 여부’다. 국장이나 고참급 과장 중에는 당장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없는데도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굳이 청사로 돌아와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진짜 퇴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별도의 야근 수당이 나오지는 않는다. 당연히 젊은 직원들은 인사철이면 이런 상사를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뒤 이런 상사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피해야 할 상사 기준 ‘세종 기러기’·‘수험생 자녀’ 왜 경제 부처의 어떤 부서에선 국장이 퇴근 뒤 저녁 식사를 하고 두 번째 출근을 하기 30분 전에 과장이 사무실에 등장하고, 아래 직원들은 그 30분 전에 정위치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일부 영리한 젊은 직원들은 인사철에 반드시 피해야 할 상사를 판단하는 기준을 두 가지 갖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세종 기러기’, 두 번째는 ‘수험생 자녀’다. 가족들을 서울에 두고 세종시에서 혼자 생활하거나, 자녀 공부 때문에 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상사는 하루 두 번씩 출퇴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는 국·과장들이 선호 대상인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사무실을 ‘사랑’하는 국·과장들도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자기 변호를 한다. 한 국장급 간부는 “세종 이전 뒤 많을 때는 하루에도 두 번씩 서울로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퇴근 시간 이후에라도 차분히 업무를 정리하고, 다음날 스케줄을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혹시 후배들이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한 국장에 대해 한 후배 과장은 “사실 그 국장님은 과천청사 시절에도 좀체 퇴근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한 고참급 과장은 “우리는 어릴 때 선배들에게 ‘퇴근은 저녁 먹으러 가는 시간’이라고 배웠는데, 그게 습관이 돼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장급 간부는 “후배들은 우리가 출세에만 목을 맨다고 생각하지만, 선배들에게는 ‘1980~90년대 근로자들과 같이 밤낮없이 일했기 때문에 고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철밥통’이라는 비난에 시달리는 요즘엔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열심히 잘해서 차관까지 가면 좋지 않겠냐”라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국정농단으로 그려진 영혼 없는 공무원 모습 벗어나자” 그러면 사무관 이하의 부하 직원들은 무조건 ‘웰빙’만을 추구하는 걸까. 옆에서 지켜보고, 이야기를 들어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공직사회에 몸을 담은 이상 어느 누구에게도 “일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고들 한다. 개인 생활을 즐기고 싶은 동시에 ‘인정욕구’도 이글거리고 있는 셈이다. 퇴근 시간 이후 정부청사를 돌아다니다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사무실에서 홀로 불 밝히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젊은 사무관, 주무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어디나 그렇지만 ‘낀 세대’가 힘들다. 주니어도 시니어도 아닌 서기관급 과장들이 그렇다. 승진과 성공에 대한 욕심이 없지는 않지만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또래들에 비해 연봉은 적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민간으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열려 있다. ‘낀 세대’는 이런 내면의 갈등 속에 윗선의 닦달과 부하 직원들의 불만을 잘 조정해 가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해결되지 않거나 시간이 자연히 해결해 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정 농단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례에서 ‘절대 이런 선배가 돼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블랙리스트 작성 등으로 전·현직 장·차관이 줄줄이 구속된 문체부의 과장 이하 직원들 중 일부는 “다음 정부에서 문체부는 없어져야 한다”는 식의 과격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고 다닌다. # “功은 본인이 챙기고 過는 부하에 미루는 조직에 미래 있겠나” 왜 그럴까. 지난해 9월 국정감사와 이어진 국정조사 및 청문회 과정에서 선배들이 실망스런 모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관련 업무를 지시하고 재촉했던 실·국장들이 온갖 핑계를 대고 국회 출석을 피하거나 입을 다문 동안 과장 이하 실무자들이 국회의원들이 쏴대는 ‘십자포화’를 그대로 맞았고, 그 과정에서 한 직원은 실신을 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한 문체부 직원은 “지난 반년 가까이 비겁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선배들 아래 있기가 괴로웠다”면서 “공(功)은 본인이 챙기고, 과(過)는 부하에게 미루는 상사들이 많은 조직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라고 푸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일러스트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 [정치 뒷담화] 선거는 체력전…文 밥심 安 농구 安 조깅 洪 반신욕

    [정치 뒷담화] 선거는 체력전…文 밥심 安 농구 安 조깅 洪 반신욕

    대선 주자들의 건강은 필수자질이다. 평소 건강을 자랑하던 정치인들도 유세 강행군엔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1분 1초가 아쉬운 선거 막판이 되면 선거는 곧 체력전이 된다. ‘조기 대선 열차’에 올라탄 대선 주자들의 건강관리 비법을 들어봤다.●밥심이 최고… 문재인·손학규 문재인(64)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식사는 꼭 챙긴다는 ‘밥이 보약’ 스타일이다. 특전사 출신인 문 전 대표는 젊었을 때 지옥 훈련을 여러 차례 받으면서 기초체력을 튼튼히 했던 것을 건강의 밑천으로 삼고 있다. 부인 김정숙 씨가 지역 ‘내조 유세’를 다닐 때는 문 전 대표 스스로 계란 프라이를 부쳐 ‘혼밥’(혼자 먹는 밥)을 해 먹으며 끼니만은 꼭 챙기고 있다. 차량 이동이 잦아 피로가 많이 쌓인 요즘에는 비타민제도 꼭 챙겨 먹고 있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문 전 대표는 최근 바쁜 일정으로 이마저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히말라야 트레킹을 갔을 때는 3800m 고산지대에서 한 번에 2㎞ 이상을 쉬지 않고 다닐 정도로 강한 체력을 보였다고 캠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을 다니며 많이 걷는 것이 요즘 유일한 건강관리인 셈”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손학규(70) 전 민주당 대표의 건강관리 비법도 ‘밥심’ 이다. 손 전 대표는 바쁜 일정 중에도 끼니를 거른 적이 없는 대식가다. 강진에서 2년여간 칩거할 당시에는 매일 2시간씩 만덕산을 오르고 한겨울에도 냉수 마찰을 하며 체력관리를 했다. 손 전 대표는 지금도 매일 아침 일어나 30여분간 맨손 체조로 체력을 다지고 있다. ●기초체력이 국력?… 안희정·심상정 안희정(52) 충남지사는 축구, 농구, 탁구, 등산, 골프 등 대부분의 스포츠를 할 줄 아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안 지사는 지난 7일 서울대에서 학보사와 인터뷰를 하기 전 학생들과 잠시 농구를 하기도 했다. 당시 양복 상하의를 입은 채 운동화만 급히 갈아 신었다. 안 지사는 “10분을 뛰었는데 눈앞에 별이 보이는 증상이 와서 안 되겠다 싶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안 지사는 평소 도정 업무를 마치고 배드민턴과 탁구를 지역 동호회 사람들과 즐기거나 2명의 아들과 함께 조깅 하는 것으로 건강관리를 해왔다. 그러나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후 분 단위로 쪼개지는 스케줄에 짬을 내 운동을 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닦아 온 기초체력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부인 민주원씨도 안 지사를 돕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고 안 지사의 장남도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어 예전처럼 가족끼리 식사하는 일도 거의 없다는 게 캠프 측의 설명이다. 캠프 관계자는 “너무 쉬지 않고 스케줄에 쫓기다 보면 심신이 지쳐 컨디션이 엉망이 될 수 있어 때로는 30분씩 안 지사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주며 휴식을 취하게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58) 상임대표도 ‘타고난 건강체질’ 스타일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 지도부, 국회의원 당직자는 물론이고 전 당원을 통틀어 가장 체력이 강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매일 아침 6시 출근하며 러닝과 약간의 근력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한다. 체질적으로 뿌리 음식을 먹는 게 좋다는 주위의 조언을 들은 심 대표는 도라지청, 생강차. 홍삼즙 등을 챙겨 먹는다. 심 대표 측 관계자는 “심 대표가 뿌리 음식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면서 “‘이건 약이니 줄 수 없다’며 굳이 한입 달라고 한 적도 없는 보좌진들에게 철벽을 친다”고 말했다. 심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 이후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결심한 남편 이승배씨는 심 대표의 아침 간식을 챙기고 있다. ●달리고 또 달린다… 안철수·남경필 안철수(55) 전 국민의당 대표의 건강관리 비법은 달리기다. 안 전 대표는 부인 김미경씨와 지역구에 있는 중랑천에서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30여분간 함께 조깅을 하면서 특기를 장거리 달리기로 꼽을 정도다. 부인 김 씨는 안 전 대표와 꾸준히 달리기를 한 덕분에 마라톤 대회에 나갈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 안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는 매일 아침 1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난해 무등산을 오른 적이 있었는데 안 전 대표가 굉장히 빨리 산을 올라가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마라톤으로 체력을 관리한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것도 안 전 대표의 건강관리 비법이다. 안철수연구소 대표 시절에 간염을 앓은 후 20여년간 술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안 전 대표가 간혹 정치인들과 회동에서 술을 한 잔 마신 일이 이례적인 일로 기사화되기도 했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남경필(52) 경기지사도 걷고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남 지사는 19일엔 서울국제마라톤에도 참가해 10㎞ 코스를 뛸 예정이다. 남 지사는 자택에선 요가와 필라테스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남 지사는 정신의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출근 전 명상을 통해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나만의 건강관리… 이재명·홍준표·유승민 이재명(53) 성남시장에게 보약은 곧 ‘쪽잠’이다. 평소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기보다는 성남시청이나 관저 주변을 틈틈이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건강관리를 해 왔다. 하지만 대선 출마 이후 그럴 시간조차 없어져 기초 체력으로 버티고 있다. 이 시장 캠프 관계자는 “행사 이동 틈틈이 차 안에서 잠시 눈 붙이는 것으로 휴식과 체력 관리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부인 김혜경씨도 이 시장 못지않게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 시장을 홍보하고 있어 김씨가 예전처럼 이 시장의 건강을 챙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보좌진들이 이 시장의 끼니를 챙길 때 인스턴트 음식은 최대한 배제하고 제대로 된 식사를 챙기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인 홍준표(63) 경남지사도 평소 건강관리 비법은 산책이다. 한 주간 도정이나 국정 같은 것을 주말 시간을 이용해 참모들과 장시간 걸으며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홍 지사는 지난주도 창녕 화왕산으로 등산을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인터넷을 통한 바둑 게임이다. 홍 지사 측 관계자는 “홍 지사는 현재의 정국을 ‘천하대란’이라고 규정하고 바둑을 통해 지혜를 구하고 해법을 구한다”고 말했다. 일을 마친 뒤 집에서 반신욕을 하는 것도 평소 홍 지사의 건강관리 방법 중 하나라고 한 측근은 귀띔했다. 홍 지사는 경남 함양의 산양산삼으로 만든 홍삼 원액을 보약으로 즐겨 마신다. 바른정당 유승민(59) 의원은 특별한 건강관리 비법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서 목을 관리하기 위해 약을 먹고, 가끔 홍삼을 먹기도 했지만 꾸준히 챙겨 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측근들은 “그런 데 좀 무심한 편”이라고 말할 정도다. 대선을 준비하며 분주한 일정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하지 못해 일부 가까운 의원들은 “며칠이라도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일정이 없는 시간에는 의원회관 사무실로 나와 책을 읽거나 자료를 정리한다. 지난 10일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을 한 뒤 주말에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동안에도 계속 회관 사무실에 나와 저술 작업 등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그게 유 의원에겐 휴식”이라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우병우는 개인비리 집중

    검찰이 자금 추적을 토대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개인 비리를 캐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 전 수석에 대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소명 정도’를 이유로 기각한 만큼 입증이 보다 쉬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투자자문업체 M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이튿날 업체 대표 서모(53)씨를 소환조사했다. M사는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된 2014년 5월 이후 수억원대 뭉칫돈을 그의 가족 회사인 정강에 입금했던 것으로 그간 수사에서 드러난 상태다. 우 전 수석은 부동산 투자 수익 일부를 돌려받은 것이라고 했으나 검찰은 위법성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서씨가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자동차 부품업체 한일이화의 사외이사를 지낸 점을 주목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일본 ‘아키에 스캔들’ 벼랑끝에 몰린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벼랑끝에 섰다. 집권 5년차의 초장기 집권을 향해 순항하던 아베 총리가 오사카의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사건’의 당사자가 되면서 정치적 갈림길에 서게 됐다. 모리토모 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 이사장은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단에게 학교 설립과정에서 아베 총리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지지통신 등은 가고이케 이사장이 이날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아키에 여사를 통해 100만엔(약 1013만원)을 기부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 등도 시점이 지난해 9월 아키에 여사가 (학교에) 강연을 왔을 당시였다고 전했다. 정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며 발목을 잡아오던 모리토모학원 의혹 사건이 결국 아베 총리의 문제로 비화되면서 총리의 낙마와 일본 정국을 소용돌이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됐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이날 “모든 것을 국회에 나가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고, 결국 그의 국회 출석을 저지하던 집권 여당 자민당도 백기를 들고, 국회 증인 출석을 허용하기로 했다. NHK는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 민진당 등 여야가 가고이케 이사장이 오는 23일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가고이케 이사장을 국회로 불러 증언하도록 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집권 자민당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일축해 왔다. 아베 총리는 기부금 문제와 관련, 관방장관을 통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야당은 “사실이라면 (총리가) 퇴진해야 한다”고 공세의 강도를 높였다. 정부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총리를 대신한 변명도 궁색했다. 스가 장관은 이와 관련, “아베 총리에게 확인한 결과, 총리 자신은 그런 기억이 없다. 부인 아키에 여사나 사무실 등 제 3자를 통해서도 기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가 장관은 “다만 총리 부인이 개인적으로 기부를 했는지는 현재 확인 중이며 시간이 걸린다”고 석연치 않은 여지를 남겼다. 제1야당 민진당의 렌호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는 결백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아베 총리는 자신이 이 학원과 연루됐으면 의원직을 던지겠다고 했다”며 “기부금 납부가 사실이면 이는 의원직 사퇴를 해야 할 만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증언은 야마모토 이치타 참의원 예산위원장과 간사단이 진상 조사를 위해 문제가 된 오사카의 초등학교 부지를 방문해 이사장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오사카부는 문제의 초등학교 설치 신청에 허위 서류 등이 제출된 것이 확인돼 인가를 해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학원은 아베 총리의 이름을 딴 ‘아베 신조 기념초등학교’를 만든다면서 모금을 했다.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를 명예 교장으로 위촉해 논란을 빚었다. 도쿄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 설민석, 민족대표 33인 폄훼 논란…“룸살롱에서 낮술 먹었다”

    설민석, 민족대표 33인 폄훼 논란…“룸살롱에서 낮술 먹었다”

    한국사 스타 강사 설민석씨가 3·1운동을 촉발한 민족대표 33인을 폄훼했다며 후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16일 SBS에 따르면 최근 민족대표 33인의 후손들은 설민석씨의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1919년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고급 요릿집인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을 한 것에 대해 설민석씨가 독립선언을 룸살롱 술판으로, 손병희의 셋째 부인이었던 주옥경을 술집 마담으로 폄훼했다는 것. 실제 설민석씨는 역사 강의에서 태화관을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이라고 표현하며 민족대표 33인이 대낮에 그 곳에서 낮술을 먹었다고 주장했다. 국사학자들도 설 씨의 강의 내용 일부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축배를 한 잔 들었을 수는 있지만 33인 가운데 상당수가 기독교 쪽의 목사나 장로들인데 술판을 벌였다는 느낌의 서술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손병희의 셋째 부인에 대한 설명 역시 “(주옥경은) 손병희 선생을 만나서 우이동에서 부인으로서 내조하고 있었다. 3·1운동 당시에는 기생이 아니었다”는 반박이 제기되고 있다. 후손들은 공개사과를 요구했지만, 설 씨 측은 강의를 뒷받침할 사료가 있다며 향후 신중하게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설씨는 자신의 책 초판에도 ‘룸살롱’, ‘마담’등의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가 이후 관련 내용을 수정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경재 변호사 “최순실, 박 전 대통령 검찰소환 예정 알아…죄책감 느껴”

    이경재 변호사 “최순실, 박 전 대통령 검찰소환 예정 알아…죄책감 느껴”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박 전 대통령이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알려졌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16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취재진에게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걸 최씨도 안다”면서 “(최씨는) 참담한 일이 일어나는 데 대해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적 책임’ 유무가 아니라, 어쨌든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달 10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대성통곡’한 것으로 조카 장시호씨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대성통곡은 아니고, 그냥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씨가 “목이 쉬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더라”고도 전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2015년쯤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자택의 집기를 허락 없이 빼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부탁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집기가 많이 낡아 ‘적절한 시기에 처분해달라’고 미리 얘기해 정리한 차원이지, 함부로 처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며, 최씨의 청와대 출입 등을 놓고 최씨 측근 고영태씨 등이 의미를 과장해 해석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정윤회 (문건) 사건’ 이후로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최씨가 외부로 노출되거나 밖으로 활동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그것을 최씨 본인도 잘 알았다”며 “모든 행동을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벽을 쳤다”고 말했다. 그래서 타인이 보기엔 큰 비밀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어 이 변호사는 “잠깐 청와대에 가는 것이 마치 큰 비밀 창고의 일부를 열어본 것 같은 착각을 준 것”이라며 “사실 별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래서 차명 전화를 사용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사생활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최순실 측 “박 前대통령 소환 전에 고영태 등 범행부터 수사”

    최순실 측 “박 前대통령 소환 전에 고영태 등 범행부터 수사”

    ‘비선 실세’ 최순실씨 변호인이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에 앞서 고영태씨의 기획폭로 등 범행부터 수사해 공정한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16일 주장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 전에 고씨 등의 수사를 특별수사본부가 아닌 다른 수사 부서에서 해야 한다”며 “부득이하다면 동시 수사에 착수해야 차후 수사나 공소유지에서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압수한 녹음파일 2000여개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중 5개의 법정 재생을 법원에 요청해 일부가 성사됐다”며 “그 결과 검찰이 공소유지에 결정적인 진술을 한 사람으로 내세우는 고영태, 노승일, 박헌영 등의 진술·증언의 신빙성이 무너졌다. 이들 일당이 고씨를 중심으로 기획 폭로한 정황들이 녹음내용에서 확인됐다”고 했다. 녹음파일에서 고씨의 관세청 간부인사 매관매직 등 범행, 미르·K스포츠재단 장악 시도가 누차 확인됐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고씨 등을 증인 신문해 기획폭로를 밝히려 했으나 소환에 불응해 진상규명을 하지 못했다면서 “검찰이 이들의 범행과 위증 혐의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 저 사람 아는데!” 사소한 외침서 시작된 ‘이건희 동영상’ 사건

    “나 저 사람 아는데!” 사소한 외침서 시작된 ‘이건희 동영상’ 사건

    ‘이건희 동영상’의 전모가 밝혀지고 있다. ‘이건희 동영상’ 그 이면엔 타락한 도덕성, 왜곡된 성문화, 이를 악용해 한 몫을 챙기려는 흑심이 어지럽게 뒤섞여 꿈틀대고 있는 것.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건희 동영상’은 중국 국적 여성 J(30)씨의 외마디 비명에서 시작됐다. TV를 보던 J씨는 이건희(75) 삼성그룹 회장의 얼굴을 가리키며 “나 저 사람 아는데!”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옆에 있던 남자친구 이모(38)씨가 J씨를 거듭 채근했다. 고민하던 J씨는 입을 열었다. “저 사람 집에 가서 마사지해준 적이 있어요….” 특별한 직업이 없던 J씨는 2011년쯤 한 여성으로부터 “마사지를 해주면 500만원을 준다”는 제안을 받았다. 여성은 날짜와 시간을 지정해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로 오라고 했다. 미용실에 도착한 J씨는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자신을 제외하고도 3∼4명이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들은 미용실에서 단장을 마친 뒤 준비된 차에 올라탔다. 차량이 멈춘 곳은 인근의 고급 빌라였다. J씨는 여성들과 이곳에서 한 노인에게 ‘마사지’를 했다. 일이 마무리된 뒤 그와 여성들은 각각 500만원이 담긴 봉투를 받고 빌라 밖으로 이동했다. J씨는 당시 노인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2011년 중국에서 입국한 그는 한국 사정엔 그리 밝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자친구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이씨는 이를 ‘마약 친구’ 선모(46)씨에게 떠벌렸다. 선씨는 CJ그룹 계열사에 다니던 형(56)에게 말을 다시 옮겼고, 이후 선씨 형제가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촬영 계획을 내놨다는 게 이씨와 J씨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들은 금품 분배 비율 등을 정하고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선씨 형제는 몰래카메라를 구입해 J씨에게 건넸다. J씨는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2013년까지 5차례에 걸쳐 이 회장의 행동을 촬영했다. 그때마다 500만원이 손에 쥐어졌다. J씨는 다만 검찰에서 “이 회장 측의 누가 연락을 해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왜 나를 택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차례에 걸친 ‘만남’ 동안 동행한 다른 여성 중 아는 얼굴은 없었다고 잡아뗐다. 영상을 확보한 선씨 형제는 삼성 측을 접촉해 약 5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뜯어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중 1억∼2억원 가량이 이씨와 J씨의 몫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다만, 이들의 진술은 신빙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이들 일당이 극소수만 알 수 있는 이 회장의 은밀한 사생활에 ‘우연히’ 접근해 영상까지 촬영했다는 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사건 당시 이 회장과 친형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이 극심한 상속분쟁 중이던 점을 주목해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이에 CJ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성모 부사장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선씨 형제 뒤의 CJ 측 그림자를 쫓고 있다. 다만, CJ 측은 이들의 범행은 회사와 무관하며, 이들이 오히려 삼성에 금품을 뜯은 이후 CJ 역시 협박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검찰은 동영상에 나오는 빌라의 전세 계약자 김인(68) 삼성SDS 고문을 불러 조사하는 등 이 회장 측을 향한 수사 역시 줄기를 뻗고 있다. 앞서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파일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이 동영상이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과 논현동 빌라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이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다수의 여성이 등장한다. 유흥업소 종사자로 추정되는 이들 여성에게는 한 명당 한 번에 500만원 가량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자연에 스며야 좋은 건축” 20세기 걸작 남긴 라이트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자연에 스며야 좋은 건축” 20세기 걸작 남긴 라이트

    “건축은 자연을 지배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스며들어야 하는 것이다.”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유기적 건축’(organic architecture)의 실현을 평생의 작업으로 삼았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좋은 건축이란 ‘풍경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짓기 전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가 1936년 설계해 폭포 위에 지은 ‘낙수장’은 유기적 건축의 정수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로, 미국 뉴욕 맨해튼에 1959년 완성된 구겐하임 미술관은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미스 반데어로에, 르코르뷔지에와 함께 세계 3대 근대 건축가로 꼽히는 라이트는 1867년 6월 8일 위스콘신주의 작은 도시 리치랜드센터에서 태어나 91세였던 1959년 4월 9일 사망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70여년간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1000여건의 디자인과 600개의 작품을 남겼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에서 정식 건축수업을 받지 못했던 그는 20세이던 1888년 시카고파의 핵심인물인 루이스 설리번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건축 실무를 익혔다. 설리번 밑에 있으면서 몰래 자기 이름으로 6채의 주택을 설계한 것이 발각돼 해고되자 1893년 시카고에 사무실을 차리고 독립했다. 라이트는 열심히 일하면서 점차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냈다. 현대 건축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천재 건축가 라이트는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괴팍한 성격과 무절제한 낭비벽, 속도광, 여성 편력으로 스캔들을 일으키곤 했다. 조강지처를 두고 건축주의 아내(매이마 체니)와 바람이 나고, 아내가 이혼을 해 주지 않자 유럽으로 떠났다가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1911년부터 시카고에서 300㎞ 떨어진 스프링 그린의 언덕에 집을 짓고 고대 웨일스의 음유시인 이름을 따서 ‘텔리에신’이라고 이름 지었다. 끔찍한 방화 사건으로 연인 매이마가 사망하는 불행한 일도 있었고 개인 파산, 이혼과 위자료 소송 등을 겪으며 극심한 고통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텔리에신은 48년 동안 라이트의 작업과 인생의 구심점이 됐고 재기의 발판이 됐다. 1932년부터는 실습생들을 모아 건축 실무를 가르치고 유기적 건축의 실현을 위한 실험도 함께 했다. 라이트는 “위대한 건축은 대지와 굳건히 결합해 주변 환경과 너무 잘 어울리기 때문에 다른 곳에 옮겨 지을 수 없다”고 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잡은 텔리에신은 그가 평생 추구한 유기적 건축의 완벽한 구현인 셈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우병우 ‘자문료 의혹’ 회사 압수수색

    “대기업 수사도 일괄적으로” 면세점 관련 관세청 직원 조사도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맞춰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위 의혹 및 SK·롯데 등 대기업 뇌물 의혹 수사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영수 특검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수사자료들을 집중 분석한 데 이어 최근 관련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특히 검찰은 우 전 수석과 관련,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 임명 이후 투자자문업체 M사에서 자문료 형식의 자금을 받은 단서를 포착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 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자금 지급 경위·명목 등을 살피며 위법성 여부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우 전 수석 사건 관련 참고인도 이미 5명 정도 조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의경 복무 중 특혜 논란이 일었던 우 전 수석의 아들(25)이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해 법무부에 ‘입국 시 통보’를 요청했다. 우 전 수석은 ▲특별감찰관실 해체 ▲세월호 수사 외압 ▲가족회사 ‘정강’ 자금 유용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등 개인 비위와 관련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특검팀은 앞서 지난달 우 전 수석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SK·롯데 등 삼성 이외의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뇌물수수를 비롯한 박 전 대통령 관련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려면 대기업 수사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런 만큼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전후해 의혹에 연루된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수사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대기업 수사도) 일괄적으로 한다”며 “건건이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검찰은 면세점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세청 직원 2명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해 상반기 면세점 제도 개선안 관련 사실관계 등을 확인했다. 면세점 인허가나 총수 사면 같은 현안을 놓고 박 전 대통령이 SK·롯데그룹과 뒷거래를 한 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향후 다른 정부 관계자나 대기업 관계자 소환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각 사안이 각기 다른 수사부에서 진행되는 만큼 동시다발적으로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이건희 동영상’ 미스터리… CJ 배후설 의심하는 檢

    19개월간 5번 촬영 이유에 의문… CJ 前부장, 체포 직전까지 근무도 이건희(75)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의혹 관련 검찰 수사의 축이 최근 ‘제작 과정’에서 ‘범행 동기’로 빠르게 이동했다. 검찰은 CJ그룹 측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5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부장 이정현)는 동영상 제작에 관여해 지난 14일 구속 기소된 CJ제일제당 부장 출신 선모(55)씨의 친동생(46)과 공범 이모(38)씨 등을 각각 지난 13일과 10일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촬영)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檢, 범행 배후·동기 수사 확대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선씨 형제로부터 뒷돈을 건네받은 뒤 자신과 교분이 있던 중국 국적 여성 J씨를 동원해 2011년부터 이 회장의 동영상 촬영에 착수했다. 사실상 동영상 제작 과정에 대한 수사는 일단락된 셈이다. 문제는 이들의 범행 배후 및 동기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검찰 조사에서 선씨 등은 “이 회장 측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한 개인범죄였지 배후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세부사항에 대해선 진술이 엇갈리거나 명쾌한 소명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기소했는데 추가 혐의로 수사하는 건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괜히 두 번 기소하려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개인범죄로 보기엔 의문이 많다고 지적한다. 비밀리에 진행된 이 회장의 성매매 관련 동선은 다른 대기업 재무파트 직원이었던 선씨가 파악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다. 설사 동선을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촬영 비용이나 위험 부담 등을 감안하면 선씨 수준에서 감행할 수 있는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 또 동영상은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1년 7개월간 5차례에 걸쳐 촬영됐다. 서울지역의 한 변호사는 “개인이 단순히 돈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집요하게 범행을 벌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선씨는 지난달 23일 긴급체포될 때까지 CJ제일제당에서 정상 근무했다. 검찰 조사에서 선씨 일당은 2013년쯤 삼성 측으로부터 수억원을 수수한 시기에 CJ 측에도 금품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CJ 측도 “선씨 일당이 우리를 상대로도 협박성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게 사실이라면 CJ 측은 협박범일 가능성이 있는 선씨를 아무런 조치도 없이 계속 근무하도록 배려한 셈이다. CJ 측에 금품을 요구했는지도 선씨와 다른 일당들 간의 진술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동영상이 이 회장과 친형인 이맹희(2015년 작고) 전 CJ그룹 명예회장 사이에 상속재산 분쟁이 격화하던 시기에 촬영됐다는 점도 의혹을 사는 배경이다. 검찰은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CJ 성모 부사장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그룹 차원의 관여 또는 묵인 가능성을 따져 보고 있다. ●CJ “우리도 협박받아” 배후설 반박 CJ그룹 관계자는 “CJ가 배후에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선씨 동생이 성 부사장에게 협박 이메일을 보냈고 이를 감사팀에 바로 넘긴 게 증거다. 선씨가 관련성을 부인해 징계할 수 없었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양천 ‘토박이’ 30년… 생활 정치 비결은 소통과 공감”

    [자치단체장 25시] “양천 ‘토박이’ 30년… 생활 정치 비결은 소통과 공감”

    “국민은 소통에 목말라합니다. 여성 정치인이든 남성 정치인이든 소통과 공감이 중요합니다. 소통하고 공감해야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수영(53) 서울 양천구청장의 신념이다. 15일 찾은 김 구청장의 집무실에는 그의 철학이 반영돼 있었다. 구청장과의 소통을 원하는 주민들의 바람이 적힌 ‘포스트잇’이 책상 뒷벽에 가득 붙어 있었다. ‘취임 축하 인사’, ‘일반 행정’, ‘교육·문화’, ‘복지·일자리’, ‘주택·건축·교통’ 등 내용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분류돼 있었다. 김 구청장의 하루는 포스트잇 내용을 숙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민들께서 구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화이트보드에 민원이나 격려 메시지 등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 놓으세요. 매일 출근할 때 가져와 제 사무실 벽에 붙여놔요. 주민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되새기기 위해서예요. 해결한 건 아래쪽으로 옮기고 새로운 건 위쪽에 붙여요.”김 구청장의 소통·공감 정치는 ‘감동 행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엔 신월동 금하뜨라네아파트 입주민에게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다. 금하뜨라네아파트는 건설회사 부도로 2007년 완공 이후 9년이 지나도록 준공 허가가 나지 않았다. 하자보증금, 감리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 직전 하자보증금이 없어도 준공 허가가 날 수 있도록 법이 한시적으로 바뀌었다. 감리비만 해결하면 됐다. 주민들은 십시일반 감리비를 모았지만 부족했다. 김 구청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곧장 조정자로 나섰다. 감리회사를 찾아 사정을 말하고 설득을 거듭했다. 회사 측에서 김 구청장의 중재를 받아들였다. 주민들은 ‘10여년 만에 호적이 생기고 내 집이 생겼다’며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 “준공 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건 무허가 건물에 사는 것과 똑같아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도 고치지를 못하고 등기가 안 돼 있어 매매도 못하죠. 주민들이 정말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김 구청장은 주민의 개인적인 소망도 잊지 않고 챙긴다. 지난해 11월 29일 목동에서 열린 ‘마을계획단 발대식’을 마치고 행사장을 떠날 때였다. 한 주민이 ‘다음달 우리 아들이 출연한 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이 개봉한다. 아들은 죽었다. 영화를 꼭 봐 달라’는 내용이 적힌 쪽지를 건넸다. 김 구청장은 집무실 뒷벽에 쪽지를 붙여 놨다. 잊지 않고 지난달 초 밤늦게 영화관을 찾았다.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희귀 암 말기 판정을 받은 20대 청년이 죽기 전 세계 최고의 자전거 대회 ‘투르드프랑스’에 참가해 49일간 3500㎞를 완주하는 내용입니다. 저를 비롯한 양천구민들이 뭔가를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영화 속 청년 같은 의지만 있다면 ‘다 함께 행복한 양천’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양천구 문화회관대극장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이 영화를 지역민들에게 보여 주려고 합니다.”김 구청장은 지역 내 18개 동을 매주 한 곳씩 찾아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민원이 제기되면 그 어느 지역이든 담당 공무원과 함께 현장을 찾는다. “취임 이후 현장에 중점을 둔 새로운 행정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현장에 나가면 주민들께서 동네 문제점을 많이 말씀하세요. 소통에 중점을 둔다고 해서 주민들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건 아닙니다. 안 되는 건 왜 안 되는지 성심성의껏 설명도 하고 설득도 합니다.” 김 구청장은 복지전문가다. 사회복지정책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복지통’답게 취임 이후 복지전달체계 개편과 복지 정책 마련에 역점을 뒀다.취임 첫해인 2014년 11월 신설한 ‘방문복지팀’은 획기적이다. 사회복지사, 간호사, 구청 직원 등으로 구성된 방문복지팀은 지역 곳곳을 직접 발로 뛰며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낸다. 이름도 모른 채 기억을 잃고 살던 남성을 찾아내 가족을 찾아주는 등 여러 성과를 냈다. “취임 이후 지역민들의 복지체감도를 높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예전엔 구청에 찾아와야 지원했습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죠. 찾아가는 복지는 구청이 직접 복지 사각지대 주민들을 찾아 살아갈 의지를 갖게 해 주는 겁니다.” 주민 참여도 이끌어 냈다. 이용·미용사들은 무료 미용봉사를, 식당업주들은 무료 점심을 제공하는 등 자신들의 재능과 물품을 나누며 이웃을 돌보도록 견인했다. 건강음료 배달사원, 가스 검침원 등 방문업종 종사자 1700여명도 ‘이웃살피미’로 나서도록 했다. 명절 결식아동들에게 급식을 지원하는 ‘엄마도시락’은 큰 화제를 모았다. 명절 연휴 기간 문을 열지 않는 식당이 많아 밥을 굶거나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한다. 김 구청장의 이런 노력은 대외적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사회복지사들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지역 사회 복지 발전과 사회복지사 지위 향상에 기여한 자치단체장에게 주는 ‘복지구청장상’을 받았다. 행정자치부 ‘2016 하반기 기초생활보장사업 평가’에서 우수구에, 서울시와의 협력사업인 ‘2016 찾아가는 복지서울’ 분야에서 2년 연속 ‘우수구’에 선정되기도 했다. 교육특구 작업에도 심혈을 쏟았다. 지난해 자치단체와 학교, 마을교육공동체가 창의적인 공교육을 만들어가는 ‘서울형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됐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강사로 나서는 ‘해누리마을방과후학교’, 초등학교 교과과정과 연계한 실습중심 활동 ‘오감톡톡 스쿨팜’, 전통놀이와 세계 여러 나라 문화를 체험하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창의체험활동’ 등 32개의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했다. 학교 안전망도 촘촘히 구축했다. 주거·교육환경안전관리사 협동조합이 주축이 돼 학교 건물 긴급보수, 교구수리 등을 하는 ‘스쿨 맥가이버’,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학교 안전을 지키는 ‘학교안전살피미’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양천장학기금을 토대로 양천장학재단을 설립한다. 저소득층 학생, 성적 우수자, 특기자 초·중·고교생과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1동 1도서관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구청장은 그동안 각 동마다 음악, 미술, 문학, 영어, 다문화 등 특정 주제 아래 동을 대표하는 도서관을 꾸며왔다. 올해는 목1동엔 여행, 목4동엔 음식, 신정4동엔 건강을 주제로 한 도서관을 만든다. 신정3지구 공공청사용지에 양천구 전체를 대표할 도서관도 건립한다. 주민들의 독서 욕구를 충족하고 동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1동 1도서관은 공약 사항이었어요. 동 주민센터나 적절한 곳에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되 조용히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는 소통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주민들이 굉장히 좋아하세요. 문학을 주제로 한 신월5동 방아다리도서관은 아이들이 매일 가고 싶어 하는 명소가 됐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민들은 김 구청장에 대해 “엄마의 마음으로 지역민들을 보듬는 ‘엄마 구청장’”이라며 “언제 봐도 권위적이지 않고 친숙하고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천에서 애들 다 키우고 30년 넘게 살아서 그럴 거예요. 똑같은 고민을 하며 서로 울고 웃으며 지내왔으니까요. 이웃에게 부끄럽지 않은 구청장이 되고 싶어요. 권위적인 여의도 정치가 아니라 생활 정치의 참모습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전 주민들이 행복한 양천을 만들겠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심상정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 합의?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심상정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 합의?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더불어민주당을 뺀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대통령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개헌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오랜 숙의와 토론조차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정치권이 개헌안 국민투표를 붙인다는 것은 국민 주권주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정치권의 ‘졸속’ 개헌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이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 실시에 합의했다고 합니다. 이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입니까”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심 상임대표는 “지금 우리 국민들은, 국민을 배신한 최고 권력자의 평화적 축출을 안내했던 1987년 민주 헌법의 가치를 새삼 깨닫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일정에 개헌 일정을 끼워 넣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되도 않을 일로 민심만 어지럽히는 이유를 모르겠다. 국민적 반감만 키워, 될성부른 개헌 나무의 싹만 자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국민의 삶을 틀 짓는 최고 규범이다. 충분한 공론 과정과 국민적 합의를 거쳐서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서 주요 대선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각 당이 대선공약으로 개헌안을 제출하고, 대선 후 국민적 공감 속에 추진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안철수·유승민 후보는 어디 딴 나라 정당의 대선후보냐. 민주당은 왜 늘 중구난방이냐”라고 일갈했다. 이번 3당 합의에 대해 심 상임대표는 “대선 포기 정당들의 정략적 뒷다리걸기”, “용꿈을 포기한 총리 지망생들의 권력야합 모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헌 카드와 다르지 않다”면서 “개헌을 정치적 불쏘시개로 활용하려는 3당 야합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4일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갑작스럽게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바로 그 당일 JTBC가 최씨의 사무실에 있던 태블릿PC 안에 ‘드레스덴 선언문’을 포함한 대통령 연설문뿐만 아니라 각종 외교·안보 기밀 문서가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해 박 전 대통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심 상임대표는 “이번 대선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대선이다. 한가롭게 콩 구워 먹을 때가 아니다”라면서 “나라를 조금이라도 걱정하고, 국민을 생각한다면, 미증유의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곤란에서 벗어나는 해법을 제시하는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수요 에세이] 직장 어린이집이 복리후생비용이라고요?/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수요 에세이] 직장 어린이집이 복리후생비용이라고요?/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찬포럼에 초청되어 양성평등에 관한 특강을 했다. LH는 경상남도 진주 혁신도시에 있다. 강의가 끝나고 박상우 사장과 함께 청사 옆에 위치한 직장 어린이집을 둘러보았다. 보육 정원이 200명에 달하는 큰 규모였지만, 정원이 다 차 있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자까지 있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또 실제 아이를 맡기는 직원들의 상당수는 남성직원이라고 했다. 보육실에서 밝고 활기차고 놀고 있는 아동들을 보니 직원 테니스장을 줄여서 어린이집을 만들었던 15년 전 일이 생각이 난다. 2000년대 초 만해도 중앙부처 어디에도 직장 어린이집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정부조차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민간기업에 설치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성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당시 여성부는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서울지방조달청사에 세들어 있었다. 당시 장차관들이 “정책을 백 번 만드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며 “어린이집을 한번 지어 보자”고 앞장섰다. 그러나 반포청사는 사무실 사정도 빡빡했던 상황이라 본관에는 어린이집 공간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여러 논의 끝에 테니스장 일부가 대안으로 나왔다. 하지만 금세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성 직원들이 몇 명 되지도 않는데 뭐하러 어린이집을 짓느냐’, ‘아이들을 집에서 봐야지 직장까지 데리고 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2002년 4월에 완공이 되어 반포동 조달청사에 중앙정부 최초의 직장 어린이집이 문을 열게 되었다. 부지가 작다 보니 정원이 50여명 규모밖에 되질 않았지만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금방 대기자가 생겼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거의 모든 정부청사에 직장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으니 테니스장을 쪼개서 만든 작은 어린이집이 작지만 큰 정책변화의 계기가 된 셈이다. 그 이후 기업에 대한 설치 지원금이나 융자 확대는 물론이고 설치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도 만들었다. 2013년에는 건물을 신·증축하면서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경우 용적률을 완화하는 개선안이 포함된 직장 어린이집 활성화 대책도 발표하였다. 2015년 보육실태조사에 의하면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36점으로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복지부에서 의무대상 사업장 1143곳을 대상으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 현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의무를 이행한 사업장은 605곳(52.9%)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도 부족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 된다.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1인당 복리후생비 수준의 적정성 평가항목에 보육시설 운영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보육시설 비용이 복리후생비에 포함되어 있으니 1인당 복리후생비의 적정성을 평가받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직장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것이 망설여질 것이다. 한쪽에서는 저출산 해소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쪽에서는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투자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직장 어린이집 비용은 복리후생비가 아니라 경영에 필요한 필수 경비로 변경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에서 매년 일하기 좋은 직장을 선정하여 발표하는데 거의 매년 구글이 1위를 하고 있다. 선정 기준에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삶의 질 제고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LH나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들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있고, 롯데그룹 등 대기업이 기업문화개선위원회를 설치해 일과 가정 양립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앞으로 보다 많은 기업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기업문화 개선에 솔선하기를 기대해본다. 이런 노력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 [新전원일기] 연 매출 10억… ‘덴마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新전원일기] 연 매출 10억… ‘덴마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덴마크 무궁화를 보러 가는 길에 눈이 살짝 덮인 산을 봤다. 눈가루가 엷게 나무들 위에 얹혀 있었다. 초코케이크 위에 올려진 슈거 파우더처럼. 바람도 제법 차가웠다. 그러나 분명 봄이었다. 누군가 그랬다. 봄은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계절이라고. 차가운 바람 속에 잠깐 머물다가 가버린다고.지난 2일 비닐하우스 14개 동이 늘어선 충북 음성의 ‘하신농장’ 앞에서 강하늘(28)씨와 인사를 나눴다. 우선 덴마크 무궁화를 눈에 익히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둘러봤다. 덴마크 무궁화라는 꽃 이름은 생소했지만 막상 꽃을 보니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꽃이었다. 덴마크 무궁화는 ‘하와이안 히비스커스’를 개량한 품종이라고 한다. 우리의 ‘나라꽃’인 무궁화도 히비스커스로 넓게 보면 같은 품종이다. 덴마크 무궁화가 우리나라에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경쟁해서 키우다가 지금은 하신농장에서 독점 재배하고 있다. 많은 꽃들 중에 왜 덴마크 무궁화를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우선 꽃이 크고 화려해서 한 송이만 피어도 화분이 꽉 차 보여요. 꽃알도 많고, 하나가 지면 또 다른 꽃이 연이어 피죠. 그래서 3월부터 11월까지 꽃을 볼 수 있어요. 잎도 광택이 있어서 고급스럽고, 실내나 베란다에서 월동이 가능해서 키우기 어렵지 않아요. 그래서 관상용으로 한국시장에 잘 맞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자식 자랑하듯 강씨의 덴마크 무궁화에 대한 자랑이 길게 이어진다. 2000평 규모의 시설비닐하우스 안은 입구에서 건너편 끝까지 생육 단계에 따라 분류된 화분으로 채워져 있었다. “비닐하우스가 제법 넓은데 실내의 온도와 습도, 환기 등은 어떻게 조절하나요?” “덴마크 무궁화는 습도가 높은 걸 좋아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 주는 게 좋아요. 온도는 20도에서 25도를 유지합니다. 통풍도 잘 되도록 주기적으로 천창을 열어서 환기시킵니다. 농장을 한정된 인원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조절 장치들은 어느 정도 자동화돼 있어요. 예를 들어 적정 온도를 미리 설정해 놓으면 그 온도보다 낮아지면 보일러가 자동으로 돌아가고, 높아지면 부저가 울리는 식이죠. 물을 주면 자연스럽게 습도가 올라가지만 그래도 적정 습도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기도 합니다.” 그녀의 말에는 전문가의 확신과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강씨는 열여섯 살에 중국 푸젠성 장저우로 유학을 갔다. 중국이 좋아서 한번쯤 중국에서 살아 보고 싶어서 무작정 떠난 유학이었다. 한국인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그곳에서 그녀는 2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한국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유학길에 올랐지만 처음엔 학교 교육 과정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중국의 옛 한시들을 외우고, 화학 원소들을 중국어로 익혀야 했다. 아침 7시에 시작된 일과는 밤 10시가 되어야 끝났다.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장저우에 대한 추억을 물으니까 망고 얘기를 먼저 꺼낸다. 장저우 시내 가로수가 망고나무였는데 나무에 달린 망고는 국가 것이라서 딸 수 없지만 떨어진 망고는 누구나 가져갈 수 있었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 잘 익어서 떨어진 망고를 발견하면 운이 좋은 날이었다고. “본격적으로 화훼농장을 해 보리라 결심한 것은 언제부턴가요?” “중국 유학에서 돌아온 후 잠깐 직장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어디에 얽매어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제겐 좀 답답하더라구요. 부모님이 하시는 일을 이어받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열심히 하면 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엇보다 꽃을 만지고 심는 게 좋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해 봤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한국국립농수산대에 진학하게 되었고 대학을 다니면서 평생 화훼 농사를 해야겠구나 마음을 굳혔어요.” 국립농수산대는 2학년 때 10개월간 의무적으로 현장 실습을 나간다. 강씨는 네덜란드 ‘피마바우스 농장’으로 실습을 나갔다. 꽃이 피는 ‘호야’(덩굴성 상록다년초)를 기르는 농장이었다.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그녀는 선진 농법과 첨단 관리시스템을 익혔다. 꽃박람회를 참관하는 등 장차 화훼농으로서의 시야를 넓혔다. “농사를 지으면서 제일 걱정하는 게 있다면 뭘까요? 다른 농사는 대체로 판로를 걱정하던데.” “솔직히 판로는 크게 걱정 안 해요. 잘 키우면 판로는 있다고 믿어요. 그러니까 무엇보다 잘 키우는 게 중요하죠. 또 화훼는 한 품종이 끝나면 다음엔 어떤 품종을 선택할까 계속 고민해야 해요. 단순히 지금 농사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또 그다음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 힘들어요. 자료를 찾고 정보를 수집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야 하죠. 이것 때문에 힘들지만 이것 때문에 재밌어요.”경기 고양시 하신농장을 음성으로 확장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이미 10년 전에 강씨의 아버지 강종희(53) 하신농장 대표가 농장을 확장하려고 했다. 땅을 확보해 놓고도 일손이 모자라서 비닐하우스 뼈대만 세우고 방치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에 강씨가 결혼을 하고 남편 임상학(28)씨와 음성으로 내려와 정착하면서 농장을 확장했다. 둘은 같은 대학에서 만났다. 임씨는 축산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하신농장에서 화훼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하신농장은 일종의 가족 농장 형태를 띠고 있다. 중요한 일은 모두 모여 회의를 통해 결정하지만 각자 맡은 일은 나뉘어져 있다. 강씨는 정보를 수집하고 홍보를 책임지고 있다. 남편 임씨는 재배를 담당하고 있고, 남동생 신구(25)씨는 판로를 책임지는 판매실장이다. 어머니 이정희(50)씨는 구매 담당이다. 물론 이들의 중심에는 강종희 대표가 있다. 그는 평생 화훼 농사를 했다. 아이디어가 풍부해서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먼저 시도했고, 덕분에 좋은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홍수가 나서 한강 둑이 무너졌을 때 고양 하신농장의 피해도 컸다. 난 화분이 물에 다 잠긴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강 대표는 유럽을 둘러보고 화훼시장의 눈을 넓혔다. 돌아와서 ‘안시리움’(아메리카 원산지의 관엽식물)으로 다시 시작했다. 화훼농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강 대표에게 들어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입니다. 요즘같이 정보가 오픈되어 있는 때에 기술이나 재배 방법은 비슷비슷합니다. 남들과는 다른 아이디어가 있어야 생산자로서 위치를 유지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중간 상인에게, 소비자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게 됩니다.” 강씨가 화훼 농사를 하겠다고 선뜻 결심한 데에는 이런 든든한 아버지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성 하신농장에서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덴마크 무궁화는 키가 1m 30㎝쯤 된다. 중간에 지주(支柱)를 세워서 기존의 덴마크 무궁화보다 키를 키웠다. 도매상에게 샘플을 보냈을 때, 키를 좀더 키웠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이런저런 궁리와 시도 끝에 지주를 이용한 지금의 재배 방법을 사용하게 됐다. 이 방법은 가지가 나오기 전에 잎을 계속 따주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또 모든 덴마크 무궁화를 이렇게 재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품종이 따로 있다고 한다. 재배 과정이 번거로운 대신 수형이 독특해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다. 키가 크기 때문에 개업 축하나 행사장에 사용되는 관엽식물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지주를 세워서 키를 높게 한 덴마크 무궁화를 선보이는 것은 전 세계에서도 하신농장이 처음이다. 덴마크 본사에서 거래처 현지 방문차 와서 보고 덴마크 무궁화의 변신에 흡족해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경쟁을 통해 독점계약까지 체결하게 된 배경에는 하신농장 식구들의 이런 노력이 숨어 있다. 화훼 농사도 1년 내내 병충해를 주의해야 한다. 생육 과정마다, 계절마다 병충해가 있다. 병충해를 입지 않으려면 주기적으로 약을 치고 현미경으로 확인해야 한다. 눈으로 확인되기 전에 미리미리 대처해야 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화훼는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어요. 비닐하우스가 자동화돼 있지만 규칙적으로 온도계와 습도계를 확인하고 체크해야 해요. 기계도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외국에서 들여오는 상토도 밖에서 뜯고 사용하기 전에 미리 다 소독을 합니다. 거기에 어떤 벌레 알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죠. 만약 병충해에 노출되면 한 배드를 다 버려서라도 피해를 막아야 해요. 화훼 농사는 한 번의 작은 실수로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어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에만 매달린다는 강씨의 말이 와닿았다. 화훼 농사는 비전이 있는 편이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꽃 소비도 증가한다. 집 안에 꽃을 두는 것을 가구를 놓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여긴다. 예전보다 꽃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다. 중국 시장도 크고 러시아나 일본 시장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신농장은 올해 매출 목표를 고양농장 5억원, 음성농장 5억원 등 총 10억원으로 잡고 있다. 강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가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정환이네 집’ 사진이 캡처돼 있다. 사진 속 계단 양옆으로 붉은색 동그라미 두 개가 보인다. 그 동그라미 안을 자세히 보면 덴마크 무궁화 화분이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거기에 어떤 꽃이 있는지 신경을 쓰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강씨의 눈에는 덴마크 무궁화 화분이 보였던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놓치지 않았고 자랑삼아 그 장면을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덴마크 무궁화에 대한 애정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긍지가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가을 음성 하신농장에 심겨진 덴마크 무궁화가 올해 첫 출하를 앞두고 있다.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강씨는 요즘 기대와 긴장 속에서 지낸다. 하신농장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화분들은 사무실에, 행사장에 혹은 어느 집 베란다에 놓일 것이다. 손바닥만 한 붉은 꽃이 주위를 환하게 만들 것이다. 무궁화라는 이름처럼 꽃 하나가 지면 다른 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꽃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글쓴이 소설가 강진 2007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건조주의보’로 등단. 소설집 ‘너는, 나의 꽃’, ‘피크’(공저), ‘캣캣캣’(공저) 등.
  • [현장 행정] 변화에 도전하는 청춘들 공유공간…이해식 구청장의 상생철학과 통하다

    [현장 행정] 변화에 도전하는 청춘들 공유공간…이해식 구청장의 상생철학과 통하다

    “강동구가 터를 제공해 준 덕에 꿈을 키울 힘이 생겼습니다.”●“9개동에 청년마루 만들 것”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의 한 카페. 교육 회사를 준비하는 ‘강동 이으미’의 김정윤(30) 대표가 간담회 자리에서 이해식 강동구청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강동구가 조성한 청년활동공간 ‘청년마루 성내’에 업무공간을 마련해 일을 하고 있다. 구에서 제공한 사무실 공간이다 보니 자연스레 초기 설립 자금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었다. 이 구청장은 “자유학기제가 도입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많다. 단체 이름처럼 강동구가 가진 역사와 지리적 자원을 잘 이어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고 청년들에게 화답했다. 강동구가 청년 창업자 등에게 공간을 지원하는 ‘청년마루’ 설치 지역을 확대해 청년활동에 날개를 달고 있다. 지난해 10월 성내동에 ‘청년마루 성내’의 문을 처음 열었고 그해 12월 상일동에 ‘청년마루 상일’을 오픈했다. 올해도 지난 8일 문을 연 ‘청년마루 성일’을 시작으로 ‘청년마루 암사’(2017년 12월)까지 청년공간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지역 내 9개 동에 적어도 하나씩 청년마루를 만드는 게 목표다. 구 관계자는 “우선 공간을 만들어 놓고 보니 청년들의 수요가 많이 있더라. 이들과 소통하며 좋은 정책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청년마루는 다양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청년들이 아무 때나 방문해서 모임을 하고 쉴 수 있는 ‘청년활동공간’, 취업 강의 등 교육과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복합 문화공간’,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을 위한 ‘창업 오피스’ 등이 있다. 청년마루 상일은 지난달 27일부터 약 2주간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오피스 입주 지원서를 받았고 현재 심사 중이다. ●복합문화·창업준비 공간으로 청년마루를 이용하는 청년들도 점차 늘고 있다. 청년마루 상일센터의 경우 처음 문을 연 12월 170명을 시작으로 1월 210명, 2월 230명이 다녀갔다. 프로그램도 4건에서 11건으로 늘어나 점차 다양화하는 추세다. 청년들은 청년마루를 방문해 ▲월간 영화제 ▲토요 독서브런치 ▲청년 토크콘서트 ▲디자인 스쿨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 구청장은 “통계청의 한국 사회지표를 보면 아동, 장애인에 비해 청년이 함께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면서 “청년마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청춘마켓, 청년야시장 등 그동안 해 온 다양한 청년 사업들도 잘 추진하겠다. 그게 지역사회와 청년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암 발병’ 의왕署 옆 아스콘 공장 조사

    경기 의왕경찰서에서 집단 암환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울신문 2016년 11월 17일자 11면> 환경부와 경기도가 14일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오는 17일까지 4일간 실시되는 조사는 경찰서 옆에서 가동한 H 아스콘 공장 입구와 사무실, 인근 기업, 군포 금정동주민센터 등 4곳에서 한다. 조사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대기공학연구과에서 담당한다. 측정 항목은 대기 중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류 13종과 벤조피린 등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7종 등이다. 문제의 아스콘 공장은 악취 민원으로 수차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으나 아스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벤조피렌’에 대해서는 한 번도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벤조피렌은 화석연료 등의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한 종류로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환경부와 경기도는 “아스콘 제조시설은 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황화수소 등 4개 대기 유해물질의 배출허용기준이 설정돼 있다”면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벤조피렌 등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등에 대해서도 배출 허용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왕경찰서에서는 2010년 10월부터 최근까지 3명이 대장암과 부신암·간암 등으로, 1명은 원인 모를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2명이 구강암과 침샘암으로 투병 중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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