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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中송환법’ 보류…140만 시위대 “완전 철폐하라”

    홍콩 ‘中송환법’ 보류…140만 시위대 “완전 철폐하라”

    행정장관 “더 나은 행정 펼칠 것” 사과 집회서 ‘임을 위한 행진곡’ 울려 퍼지기도‘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의 보류를 이끌어낸 홍콩 시민들이 16일 검은 옷을 입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날 오후부터 홍콩 시내가 송환법의 완전 철폐와 케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검은 물결로 메워지자 홍콩 정부는 끝내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람 장관은 오후 8시 반 “지난 두 일요일 동안 보여준 홍콩인들의 우려를 이해하며 정부는 홍콩의 핵심 가치를 아낀다”며 “대중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안 철폐 대신 “법안 심의는 중단됐으며 대중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존 입장을 밝히며 시민들이 진정을 되찾기를 기대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부터 빅토리아공원에서는 최소 수만명의 시민들이 송환법 철폐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빅토리아공원을 출발해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까지 4㎞ 구간을 행진했다. 홍콩 재야단체와 야당은 이날 집회에 홍콩 시민 7명 가운데 1명 꼴인 144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거리 시위 역사상 최대 규모인 1989년 톈안먼 사태 지지 시위 숫자인 150만명을 뛰어넘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1주일 전 시위 때 참가자들은 흰 옷을 입었지만, 이날 참가자들은 주최 측의 안내에 따라 검은 옷을 주로 입고 나왔다. 집회 참석자들은 홍콩인들의 저항의 상징물인 ‘우산’을 펼쳐 들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는 어린이에서부터 노년층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홍콩 시민들이 참여했다. 람 장관은 전날 전격 기자회견을 통해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밝혔지만 시위를 이끈 시민인권전선 대표는 “칼은 여전히 홍콩의 심장 근처를 겨누고 있다”며 법안의 완전 철폐를 강조했다. 홍콩에서 거리 시위로 친중 정책이 취소된 것은 2003년 국가보안법 추진, 2012년 도덕교육 강화에 이어 세 번째다. 집회에 참석한 은행원 존 차우는 AP에 “우리의 요구는 매우 간단하다. 캐리 람이 사무실을 반드시 떠나고 송환법이 철회되고 경찰이 우리 시민들에게 극단적인 폭력을 사용한 것을 사과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안 연기 결정은 오는 29일로 알려진 미중 정상의 무역전쟁 담판을 앞둔 중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과 중국이 잘 해결하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미 국무부와 미의회는 홍콩에 대한 기존의 특별대우를 매년 재평가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15일 홍콩 경찰의 시위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홍콩인들은 한국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인들의 청와대 인터넷 청원은 2만건을 넘어섰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검은 대행진’ 홍콩시민들 “송환법 완전 철폐”…행정장관 공개사과

    ‘검은 대행진’ 홍콩시민들 “송환법 완전 철폐”…행정장관 공개사과

    일제히 검은 옷을 입은 홍콩 시민들이 16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며 다시 대규모 집회에 나섰다. 케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직접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시위에 나선 이들은 송환법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면서 ‘검은 대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또 케리 람 행정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외쳤다. 시위는 이날 오후 2시 30분(현지시간)부터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는 최소 수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송환법 철폐 요구 집회가 열렸다. 홍콩 일부 언론은 이날 시위 참여자가 일주일 전 시위 때보다 많은 최대 14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자체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주요 검색어 사용 빈도를 분석해본 결과 이날 시위 참가 인원이 최소 89만 2000명에서 최대 144만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103만명(집회 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열리는 대규모 집회다. 집회 참가자들은 빅토리아공원을 출발해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까지 4㎞ 구간을 행진했다. 어린이에서부터 노년층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다양한 홍콩 시민들이 참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는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수 ㎞거리의 도로를 가득 메워 홍콩 도심이 ‘검은 바다’로 변했다고 묘사했다.AP통신에 따르면 집회에 참석한 은행원 존 차우는 “우리의 요구는 매우 간단하다. 캐리 람이 사무실을 반드시 떠나고 송환법이 철회되고 경찰이 우리 시민들에게 극단적인 폭력을 사용한 것을 사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가 늦은 밤까지 이어진 가운데 케리 람 행정장관은 오후 8시 30분(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정부 업무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 “홍콩 사회에 커다란 모순과 분쟁이 나타나게 하고, 많은 시민을 실망시키고 가슴 아프게 한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송환법 반대 운동이 시작되고 나서 케리 람 행정장관이 이처럼 시민들에게 직접 사과 메시지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공개사과에 나선 것은 2주째 초대형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전날 고공시위를 벌이던 송환법 반대 시민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민심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시위대가 요구한 송환법 철회와 자신의 사퇴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케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2주간 매우 많은 시민이 시위를 통해 의견을 전달했다. 시민들이 줄곧 평화롭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면서 “행정장관은 홍콩이 문명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 다원적 사회로서 줄곧 상호존중, 화이부동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음을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람 행정장관은 이어 정부가 강력한 시민들의 이견을 고려해 ‘송환법’ 업무를 중단했으며 향후 입법 활동을 재개할 시간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그는 “법안 심의는 보류될 것이며, 대중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홍콩 정부가 단기간 내에 범죄인 인도 법안을 재추진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사퇴 요구에는 계속 홍콩 행정 수반으로서 업무를 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최대한의 성의를 다하고 가장 겸허한 태도로 비판을 수용하면서 (잘못된 점을) 고쳐 나가 더욱 많은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전날 전격 기자회견을 통해 송환법 추진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직후 열렸다. 하지만 이날 다시 홍콩 도심에 다시 모여든 시민들은 홍콩 정부가 언제든 다시 송환법 통과에 나설 수 있다면서 공식적으로 송환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악법 폐지’, ‘학생과 시민들을 사살하지 말라’, ‘우리를 죽이지 말라’ 등 내용이 적힌 영어·중국어 팻말과 플래카드를 손에 들었다. 전날 밤 정부 청사 인근 애드미럴티의 유명 쇼핑몰 퍼시픽 플레이스에서 홀로 송환법에 반대하는 고공시위를 벌이던 30대 남성 량(梁)모씨가 추락사한 가운데 이날 시위 참석자들은 량씨를 애도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은 사고 현장을 찾아가 꽃과 촛불, 편지를 놓고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는 대만에 거주하는 홍콩 시민들과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대만 시민 등 수천명이 모여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홍콩 유학생들이 서울 마포 등지에서 송환법 반대 집회를 가졌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보좌관’ 이정재, 계속 되는 통쾌한 반격 ‘사이다 드라마’ [종합]

    ‘보좌관’ 이정재, 계속 되는 통쾌한 반격 ‘사이다 드라마’ [종합]

    ‘보좌관’ 이정재가 국회에 입성했다. 14일 첫 방송 된 JTBC ‘보좌관’에서는 장태준(이정재)가 국회에 입성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송희섭(김갑수)의 수석보좌관으로 태준이 첫 등장했다. 태준은 보여 지는 것과 달리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희섭을 보좌했다. 태준의 노력으로 희섭은 결국 원내대표에 당선될 수 있었으나 좋지 않은 행실로 모두에게 무시당하곤 했다. 선영은 조갑영(김홍파)의 명령으로 희섭의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TV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준은 희섭의 눈치를 보면서도 함께 청와대에 가자는 말에 상황을 해결하려 움직였다. 태준이 가장 먼저 찾은 건 선영이었다. 라이벌 갑영의 라인이자 태준의 연인이기도 했던 것. 선영은 갑자기 잡힌 기자회견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사건으로 태준은 뇌물수수 의혹으로 자택 수사까지 받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 인맥을 통해 벗어날 구멍을 찾았고, 직접 검사를 찾아 당당하게 딜하는 배짱을 보였다. 태준이 당당할 수 있었던 건 직접 미끼를 던졌기 때문이었다. 태준의 반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선영을 통해 갑영과 관련한 자료를 얻어냈고, 갑영을 찾아가 “제 독이 지금 바짝 올랐습니다”라 경고하고 돌아섰다. 그러나 태준이 가진 자료로는 한 방이 어려워 윤혜원(이엘리야) 등 모두가 머리를 모아 흠을 찾아내기 위해 애썼다. 이때 인턴 면접을 보러 온 한도경(김동준)이 실마리를 건졌다. 덕분에 쪼개기 후원의 정황을 잡을 수 있었고 태준은 당장 갑영의 사무실을 찾았다. 서로 기회를 주는 거라 기싸움을 하던 중 태준은 “마지막 기회입이다. 잡으시죠”라며 쥐고 있는 자료를 보였다. 결국 갑영은 당 대표 출마 철회를 선언했고, 또다시 태준은 희섭을 멋지게 보좌할 수 있었다. 방송 말미, 희섭은 도경을 인턴으로 채용했고 태준을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자리에 올 때가 됐다며 초대했다. 태준은 “안녕하세요. 장태준입니다”라고 야망의 찬 눈빛으로 인사했다. 한편 드라마 ‘보좌관’은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리얼 정치 플레이어들의 위험한 도박, 권력의 정점을 향한 슈퍼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의 치열한 생존기를 담은 드라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전문]文 “스웨덴과 가장 큰 공통점 평화의지”

    [전문]文 “스웨덴과 가장 큰 공통점 평화의지”

    문재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북 간, 북한과 국제사회 간 ‘신뢰’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며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며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로의 체제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장받아야 한다.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이며 변할 수 없는 전제”라고 천명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연설 전문. 존경하는 국왕님, 안드레아스 노를리엔 의장님과 의원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구 모론! (안녕하십니까) 노벨평화상 수상자 알바 뮈르달 여사는 바로 이 자리에서 전 세계 군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처음으로 선언했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도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 바로 이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 비전을 재차 천명했습니다. 그로부터 19년이 흘렀는데, 한반도 평화에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유서 깊은 스웨덴 의사당에서 연설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연설의 기회를 주신 스웨덴 국민과 국왕 내외분, 의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스웨덴은 대한민국의 오랜 친구입니다. 한국전쟁 때 야전병원단을 파견해서 2만 5000명의 UN군과 포로를 치료하고, 한국의 국립중앙의료원 설립을 도왔습니다. 민간 의료진들은 전쟁 후에도 부산에 남아 수교도 맺지 않은 나라의 국민을 치료하고 위로했습니다. 스웨덴은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이상적인 나라였습니다. 1968년, 한국이 전쟁의 상처 속에서 민주주의를 꿈꾸던 시절 한국의 시인 신동엽은 스웨덴을 묘사한 시를 썼습니다. 그 시의 일부를 읽어보겠습니다.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 여행 떠나는 총리는 기차역 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있을 때, 그걸 본 역장은 기쁘겠소라는 인사 한마디만을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그 중립국에서는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 기지도 탱크 기지도 들어올 수 없는 나라,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가더란다.” 한국인들은 이 시를 읽으며 수준 높은 민주주의와 평화, 복지를 상상했습니다. 지금도 스웨덴은 한국인이 매우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한국인들은 한반도 평화를 돕는 스웨덴의 역할을 매우 고맙게 여기고 신뢰합니다. 스웨덴은 서울과 평양, 판문점 총 3개의 공식 대표부를 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입니다. 북한 역시 스웨덴의 중립성과 공정함에 신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변함없는 성의를 보내준 스웨덴 국민과 지도자들께 경의를 표하며, 한국 국민의 뜨거운 우정의 인사를 전합니다. 의원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스웨덴과 대한민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편에 위치한, 지리적으로 아주 먼 나라이지만 서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반도에 위치하여 역사적으로 많은 전쟁을 치렀고, 주권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습니다. 스웨덴은 18세기부터 100년간 대기근으로, 한국은 20세기 식민지와 전쟁을 거치며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기도 있었습니다.그러나 위대한 국민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점이 특히 닮았습니다. 근면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양국 국민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가난한 나라를 잘 사는 나라로 일으켰습니다. 잘 교육받은 청년들은 혁신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양국 정부는 이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과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문화를 사랑하는 양국 국민이 이룬 예술적 성취 역시 놀랍습니다. 양국의 문화예술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인은 아바(ABBA)와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을 좋아하고, 스웨덴 작가 린드그렌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과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한국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습니다. 무엇보다 두 나라의 가장 큰 공통점은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입니다. 스웨덴 국민의 훌륭함은 단지 자국의 평화를 지키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의 평화에도 관심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스웨덴은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국제사회의 평화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고통받는 인류를 향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온 스웨덴의 역사는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를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스웨덴의 여름만큼 아름답고 화창한 봄날의 판문점을 세계인들이 주시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남북의 정상은 10년 만에 다시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다시는 전쟁으로 인한 불행을 겪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간절한 열망이 분단의 상징 판문점을 일순간에 평화의 산실로 되돌렸습니다. 어렵사리 만난 남과 북은 진심을 다해 대화했고, 평화와 번영, 공존의 새로운 길을 열기로 약속했습니다. 남북군사합의서를 체결하여 적대행위 중지, 비행금지구역 설정, DMZ 내 감시초소 철수와 공동 유해 발굴 등에 합의했습니다. 그날의 만남으로 드디어 남북 사이에 오솔길이 열렸습니다. 정전협정 후 65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비무장지대의 숲에 11개의 오솔길이 생겼습니다. 이제 곧 남북 국민들이 오가는 수많은 길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올해는 DMZ ‘평화의 길’이 열려 군인이 아니면 갈 수 없었던 비무장지대를 일반인들도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이런 변화가 평화를 바라는 세계인의 지지와 성원, 국제적 연대 덕분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만들 당사국들이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스웨덴의 역할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스웨덴 국민의 응원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을 더욱 크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부터 역사적인 1·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스웨덴이 했던 큰 역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스웨덴의 오늘을 만든 힘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스웨덴 국민은 서로를 신뢰하고 정부와 기업을 신뢰합니다. 1938년 역사적인 쌀트쉐바덴 협약과 같이 노사가 합의를 거쳐 결정을 도출하고, 결정이 내려지면 모두가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지혜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스웨덴의 쉰들러라고 불리는 라울 발렌베리와 ‘하얀 버스’로 2차 세계대전 전쟁포로를 구출한 폴케 베나도트의 활약은 개인이 어려움을 겪을 때, 누군가가 나서서 도울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왔습니다. 스웨덴의 국민은 ‘좋은 사회가 되려면 구성원 모두가 기여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평화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서도 모든 나라의 기여가 필요합니다. 스웨덴은 개발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핵무기 보유를 포기했습니다. 새로운 전쟁의 위협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핵으로 무장하기보다 평화적인 군축을 제시하고 실천한 것은 스웨덴다운 선택이었습니다. 스웨덴이 어느 국가보다 먼저 핵을 포기할 수 있었던 데는 인류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신뢰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궁극적으로 ‘평화를 통한 번영’을 선택할 것이라는 신뢰였습니다. 핵확산방지 활동, 최고 수준의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스웨덴은 자신의 신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스웨덴을 따라 서로에 대한 신뢰를 키우고 있습니다. 인류애와 평화에 앞장서고 있는 스웨덴 국민께 경의를 표합니다. 의원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저는 스웨덴의 길을 믿습니다. 한반도 역시 신뢰를 통해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통해 신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남과 북 간에 세 가지 신뢰를 제안합니다. 첫째, 남과 북 국민 간의 신뢰입니다. 평화롭게 잘 살고자 하는 것은 남북이 똑같습니다. 헤어져서 대립했던 70년의 세월을 하루아침에 이어붙일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차이가 크게 느껴질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은 단일 민족 국가로서 반만년에 이르는 공통의 역사가 있습니다. 대화의 창을 항상 열어두고, 소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오해는 줄이고, 이해는 넓힐 수 있습니다.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대화는 이미 여러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가 중단되었습니다. 남북의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고 있습니다. 접경지역의 등대에 다시 불을 밝혀, 어민들이 안전하게 고기잡이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작지만 구체적인 평화, 평범한 평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평범한 평화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적대는 사라지고 남과 북의 국민들 모두 평화를 지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항구적이고 완전한 평화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둘째, 대화에 대한 신뢰입니다. 세계는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원합니다. 어떤 나라도 남북 간의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무너지면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이 무너지고 전 세계에 엄청난 재앙이 될 것입니다. 어떤 전쟁도 평화보다는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인류가 터득한 지혜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지하는 것은 남북은 물론 세계 전체의 이익이 되는 길입니다. 평화는 평화로운 방법으로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대화입니다.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도 핵무기가 아닌 대화입니다. 이는 한국으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 간의 평화를 궁극적으로 지켜주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서로의 체제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이며 변할 수 없는 전제입니다.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신뢰하고, 대화 상대방을 신뢰해야 합니다.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대화의 전제입니다. 한국 국민들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합니다.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더디게 만듭니다. 대화만이 평화에 이르는 길임을 남북한 모두 신뢰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국제사회의 신뢰입니다.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습니다.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발적인 충돌과 핵무장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합니다.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양자 대화와 다자대화를 가리지 않고 국제사회와 대화를 계속해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이 합의한 교류협력 사업의 이행을 통해 안으로부터의 평화를 만들어 증명해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입니다.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입니다.한국은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북한과 함께 변함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남북 간의 합의를 통해 한국이 한 약속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더욱 굳건하게 할 것입니다. 남북이 함께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면 더 많은 가능성이 눈앞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 남북이 경제공동체로 거듭나면 한반도는 동북아 평화를 촉진하고, 아시아가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남북은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는 세계 핵확산방지와 군축의 굳건한 토대가 되고, 국제적·군사적 분쟁을 해결하는 모범사례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남과 북은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서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왕님, 안드레아스 노를리엔 의장님과 의원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냉전시대의 첫 열전’이었던 한국전쟁으로 남북뿐만 아니라 참전국의 장병들까지 수많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쟁 개시 3년 만에 정전이 성립되었지만, 비극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종전이 아닌 정전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은 냉전에 갇혀 70여 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평화와 공존을 위한 노력은 냉전질서에 압도돼 번번이 좌절되었고 한반도의 겨울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평화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의 지독한 추위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시작되었고 한반도의 봄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웨덴 국민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트란스트뢰메르의 시는 오늘의 우리를 격려하는 듯합니다. “겨울은 힘들었지만 이제 여름이 오고, 땅은 우리가 똑바로 걷기를 원한다“ 트란스트뢰메르가 노래한 것처럼 한반도에 따뜻한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언제나 똑바로 한반도 평화를 향해 걸어갈 것입니다. 지난 70년간 함께 해주신 것처럼 스웨덴 국민께서 함께 걸어주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탁 소 뮈케(감사합니다.) 스톡홀름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또 불거진 연예권력·경찰 유착 의혹, 이번엔 제대로 규명해야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016년 소속 가수 비아이의 마약 사건 수사 무마에 직접 관여했으며, 경찰과의 유착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이돌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는 당시 마약 구매와 투약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으나 조사 없이 무혐의 처분됐다. 같은 사건의 피의자였던 YG연습생 출신 A씨에 따르면 경찰에 비와이의 마약 구매 요청 사실을 진술한 이튿날 양 대표가 자신을 사무실로 불러 진술번복을 협박하고, 회유했다고 한다. 이에 A씨가 진술을 번복하자 경찰은 비아이를 아예 부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또 A씨가 처음에 진술한 신문 조서에 들어있던 비아이 관련 내용도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변호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했다. A씨가 주장하는 경찰 유착 의혹의 진위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겠지만 드러난 정황을 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대목이 여럿이다. 진술번복만으로 사건 연루자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얘긴데, 다른 사건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A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비아이 범행 진술 내용이 작성됐다가 사라진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니 부실수사 차원을 넘어 거대 연예기획사인 YG와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것이다. 연예권력과 경찰의 유착 의혹은 버닝썬 사건 때 승리와 정준영의 단체 카톡방에 올라온 “‘경찰총장’이 뒤를 봐준다”는 대화로 인해 일파만파 확산됐다. 경찰이 ‘명운을 걸고’ 한 수사에서 ‘경찰총장’은 일선 경찰서장(총경)이었고, 유착 관계도 없었다는 결과가 발표됐지만,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의심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국내 3대 기획사인 YG는 올들어 버닝썬 사태, 양 대표의 성 접대 의혹 등 추문이 이어졌다.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의혹은 수년 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YG의 활동을 중지시켜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양 대표는 어제 사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언론 보도와 구설의 사실 관계는 향후 조사 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비아이 마약의혹 전담팀을 구성하고, 언론에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엄중 수사하겠다고 했다. 비아이의 마약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양 대표와 YG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경찰과 유착 관계에 있었는 지 등에 대해 이번엔 제대로 규명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사법농단 문건공개하라는 1심 뒤집은 법원, 또다른 사법농단 아닌가

    서울고법 행정3부는 그제 참여연대가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사법농단 문건을 공개하라는 1심을 뒤집고 비공개 판결을 내렸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사법행정권남용특별조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기재된 ‘조사결과 주요 파일(410개)’ 목록 중 404개 파일의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행정처가 비공개 결정을 내리자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 2월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문건들을 그대로 공개할 경우 조사 대상자가 부담을 느껴 적극적인 자료 제출이나 협조를 꺼리게 돼 향후 감사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 현직 법관에 대한 징계 절차, 전·현직 법관에 대한 형사재판도 진행되고 있어 감사 업무가 완전하게 종결됐다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사법농단 사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전·현직 판사들이 무더기로 재판을 받는 등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년 반 임기 동안 세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을 정도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사법부가 만인에게 평등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법의 기본 원칙을 저버리고 상고법원 설치 등 집단의 이익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유착해 재판 결과를 거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상은 결국 국민이었다. 이번 재판은 피해받고 상처받은 국민이 주권자로서의 알권리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법부가 여전히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은 물론, 사법부 개혁의지도 없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 구성원들 내부의 뿌리 깊은 권위의식과 오만을 드러낸 것이다. 항소심 재판장이 문용선 부장판사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부장판사는 검찰이 사법농단에 연루됐다며 법원에 통보한 비위 법관 66명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 서울북부지법원장 재직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인 재판 관련 청탁을 전해 들은 뒤, 해당 사건 주심 판사를 직접 사무실로 불러 그 내용을 전달했다. 참여연대가 공개를 요구한 문건 404건 중 402건은 이미 사실상 공개됐고, 현재는 두 건만 비공개로 남았다. 그중 하나가 서영교 의원이 포함된 ‘20대 국회의원 분석’ 문건이다. 판사가 자신의 이해관계가 달린 내용의 사건 판결을 스스로 내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 현대중공업 노조 “법인분할 주총 효력 무효” 7시간 파업

    현대중공업 노조 “법인분할 주총 효력 무효” 7시간 파업

    회사의 법인분할 주주총회 효력 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14일 파업 후 울산 시내를 행진하며 대시민 선전전을 벌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주총회 이후 지난 3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 조합원 7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어 노조사무실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오전 10시부터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울산시청까지 행진을 했다. 이날 참가자는 2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이번 행진은 기습적인 주총장 변경으로 날치기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진행한 회사 측에 대한 항의”라고 밝혔다.한편 노조는 중앙쟁대위를 열고 법인분할 무효화를 위한 조합원 파업 투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오는 17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노조 간부, 전문위원들이 2시간 파업하고, 20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전 조합원이 4시간 파업한다. 오는 17일부터는 청와대 앞 상경 투쟁을 전개한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2000자 인터뷰 18]임재성 “강제동원 日 기업, 피해자 화해하도록 정부가 외교력 발휘해야”

    [2000자 인터뷰 18]임재성 “강제동원 日 기업, 피해자 화해하도록 정부가 외교력 발휘해야”

    일제 시기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매각 신청(5월 1일)을 법원에 낸지 한 달 반 가량 지났다. 또한 일본 정부가 5월 2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2018년 10월 30일)과 관련해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기한(6월 18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 악화된 한일관계의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6월28, 29일)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일본제철과 후지코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온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정치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일본 기업이 과거 행위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2015년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일제 시기 강제동원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 참가했다. 제주 4·3 사건 군사재판 생존자 18명을 대리해 재심, 형사보상 청구,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다음은 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내용. 매각신청->감정->매각명령->송달->집행에 3개월 이상 Q: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들은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울산지법에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후지코시로부터 압류한 자산을 매각해 달라는 신청을 냈다. 한 달 이상 경과됐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실제 자산 매각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며,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는가. A: 5월 1일 보도자료를 냈을 때 ‘최소 3개월’이라고 했다. 법원이 매각 명령을 내리고, 일본 기업에 송달되어서 그 명령이 확정되는 순간까지를 계산한 것이다. 실제 현금화는 그 이후에 이루어진다. 절차를 얘기하자면 먼저 압류한 자산에 대한 감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압류된 일본제철과 후지코시의 자산은 비상장 주식인데, 액면가만 있을 뿐 시장 거래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감정을 통해 이 주식을 매각하면 집행 비용을 빼고서도 채권자(원고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를 판단한 이후, 매각명령결정을 일본 기업에 송달시킬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법원행정처가 매각명령결정서를 일본 외무성으로 보내고, 일본 외무성이 일본 기업에게 송달시키는 방식인데, 일본 외무성이 사인 간의 민사소송에서 이 송달절차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일본 기업들은 매각명령결정서를 송달받고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다툴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유효한 이의제기 사유가 없는 상황이기에 매각명령결정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본다. 이후 절차에서는 집행관의 재량권이 큰데, 집행관이 일본제철에게 자신의 주식을 사갈지 의사를 물어볼 수도 있고, 경매에 부칠 수도 있다. 법원, 일본제철에 의견서 기회 줘 기간 늘어날 듯 최근 법원으로부터 대리인 측에 통보가 온 게 있다. 민사집행법에 따라 매각명령 과정에 심문기일이 필수적이지만 채무자(일본 기업들)가 외국에 있는 경우라면 심문기일을 생략할 수 있다. 그런데 포항지원에서 심문기일을 열지 않으나, 일본제철에게 의견서를 제출할 기회를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주목을 많이 받는 사건이라 법원으로서도 방어권 행사를 꼼꼼하게 보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쁜 일은 아닌 듯하다. 일본 기업들의 의견서 제출 절차가 이루어지게 되면, 매각명령결정이 확정되기까지의 기간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 Q: 그렇다면 여전히 시간이 남아 있다. 이들 일본 기업 자산(일본제철 소유 PNR 주식 19만 4794주 9억 7400만원 상당, 후지코시 보유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 6500주 7억 6500만원 상당)이 실제로 매각되기 전까지 대리인단이 그간 시도해 온 일본 기업과의 협의를 통한 화해 가능성은 있는가.이춘식 할아버지, 연내 해결 희망 A: 대법원 판결 이후 소송대리인단, 지원단은 일관되게 일본 기업에게 합의를 요청해왔다. 일본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의사표시를 하고,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요청이었다. 현실적으로 지금 국면에서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기업들 본사에 수차례 방문하였지만 면담은커녕, 책임있는 답변도 듣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법이 정한 집행 절차를 계속 늦출 수 없었다. 그동안 피해자분들에게 ‘일본 기업으로부터 사과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씀을 드리면서 집행 절차를 미루는 것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피해자분들 역시 일본 기업들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어 하셨기에 우리를 믿어주셨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사과는커녕 판결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고령의 피해자분들에게 기다려달라는 말씀을 드릴 수 없었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께서는 연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신다고 명시적으로 말씀하셨다. 대리인으로서 당사자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Q: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 대리인들은 일본 기업과 화해를 위한 어떤 일들을 해왔는가. A: 광주 근로정신대 소송대리인단과 미쓰비시중공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도쿄와 나고야에서 16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일본제철도 일본 내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리인과 논의하는 과정이 있었다. 물론 이들 협상에서 어떤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일본 기업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에 나섰던 역사가 존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2010년을 전후로 일본 사회가 그래도 유연성이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월급조차 주지 않고 노동을 강요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확정 이후 일본 기업의 태도는 강경 일변도이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일본 기업 강경한 태도 배후에 일본 정부 있는 듯 Q: 일본 기업의 강경한 태도의 배후에는 일본 정부가 있다고 보는가. A: 그럴 것으로 추측한다. 판결 전에도 16차례 협상을 했던 기업이 판결 이후에는 일절 만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2012년 일본제철 주주총회에서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발언도 나왔다. 화해 통해, 사과와 배상 받는 게 최선의 길 Q: 지금의 한일관계는 사상 최악이라고들 한다. 그 배경에는 강제동원 판결을 꼽는다. 한일관계 타개책으로서 1)피해자 구제를 위한 2+2(한국 정부·기업+일본 정부·기업) 혹은 2+1(한국 정부·기업+일본 기업) 등에 의한 기금 방식 2)국제사법재판소(ICJ)에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어겼다는 일본 주장이 맞는지를 가려보자 3)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전면적인 외교전쟁을 선언하고 국민들에게도 피해를 감수해 줄 것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이런 논의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 ICJ에서 가리자는 방안은 부적절 A: 2, 3번은 정치가 없는 방식이다. 2번은 제3자에게 사법적 판결을 하라는 것인데 정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피해자의 권리구제에도 효과적이지 않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쪽 정부는 감당할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일본에서도 강제동원이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에 대해 인정한 것은 드물지 않다. 일본 내 소송에서 하급심 법원들은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후지코시 사건의 경우 “면학 기회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고 근로정신대로 권유해서 참가시킨 행위는 충분한 판단능력을 가지지 못하고 진학 기회가 제한돼 있던 어린 나이의 여성에 대해 이른바 그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고, 더불어 10대 여성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메이지헌법 하의 법제에서도 위법이라고 평가되는 권유방법”이라고 판시했다. 식민지 조선사람들을 속여서 일본으로 끌고 가 노예와 같은 강제노동을 시켰다는 점에 대한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 존재한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ICJ로 가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양국 사회의 합의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닌, 사법적 판단에만 목을 매달게 할 것이다. 판단을 받기까지 시간과 비용 역시 상당할 수밖에 없다. 외교전쟁 불사 주장은 이해 안돼  3번 같은 외교적 전쟁 주장은 그 자체로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의 주장으로 알고 있는데,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민주화 이후 어떤 정권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일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나. 사실상 한국의 민주화 이후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조직해가면서, 식민지 시기 과거사 문제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외교적 전쟁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공방 속에서 결국 피해자들의 권리실현은 또다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싸울 필요가 있다면 싸워야겠지만, 목적이 무엇인지는 명확해야 하지 않겠나. 화해 통한 기금 조성, 초창기부터 논의된 방식  1번은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 강제동원 문제가 등장하였던 초창기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독일 정부와 독일 기업들이 2차 대전에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게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을 설립하여 보상한 사례가 존재하며, 일본 기업이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중국 적십자 등을 통한 기금방식으로 배상금을 지급한 전례도 있다. 2010년 12월 11일 대한변협과 일본변호사연합회가 공동선언을 내고 기금방식의 해결에 대한 선호를 천명한 적도 있다. 기금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일본 기업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의사표시를 하고, 배상금을 출연하는 것이다.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기금에 다른 주체들의 참여는 탄력적일 수 있을 것이다.  소송이 아닌 기금을 통한 해결이 더욱 적절한 이유는, 소송에 참여하기 어려운 많은 피해자들의 권리까지 구제할 수 있으며, 강제동원이라는 역사적 불법행위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의사표시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송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연금기록 등 관련 자료가 대부분 일본에 있는 상황에서 엄격한 사법적 입증 책임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피해자가 많지 않다. 또한 판결을 통해서는 손해배상금 지급만을 강제할 수 있을 뿐인데, 피해자들께서는 자신을 끌고 갔던 기업들의 사과를 원하신다. Q: 중국에서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 기업이 개별 사안에서 화해를 했는데 왜 다른가. A: 남한과 일본, 중국와 일본이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각 체결한 협정이 다르다.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였고, 중국은 일본의 교전국이라는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피해자 규모로 인하여 일본의 대응이 다른 것이 아닌가 의심도 있다. 한국은 피해자 숫자는 강제동원위원회에서 파악된 것만 17만명이고 범위를 넓히면 104만명까지 된다는 통계치가 있다. 화해 없으면 강제동원 소송 꾸준히 늘어날 것 Q: 현재 진행 중인 강제동원 피해 관련 소송은 몇 건 정도이고, 향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가. A: 2018년 10월30일 판결 이전까지 제기됐던 것과 그 이후를 비교해보면, 판결 이전까지 소송 건수로는 16건이었다. 소송 1건에 피해자 숫자는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이 경우도 있으나 모든 소송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어서 정확한 확인은 어렵다. 판결 이후에는 피해자 기준으로 광주 대리인단이 54명, 서울 대리인단이 30여명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日, 협정 아닌 인권 시각으로 강제동원 봐야 Q: 대리인으로서 일본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A: 1965년 협정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라고 반복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도, 일본 기업들에 의해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청구권협정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양국 정부가 온전히 인식하고, 이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합의를 체결하지 못했다는 정황들이 다수 확인되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는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식민지시기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사법부 역시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는 존재했고, 청구권협정을 통해서도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다만, 소송을 제기할 소권이 소멸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 더 큰 日기업 소송비용  그렇다면 일본 정부로서는 1965년의 협정만을 주문처럼 되뇌일 것이 아니라, 1990년 이후 비로소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며 사회적으로 등장한 식민지 시기 여러 조선인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졌는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청구권에서 인권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청구권협정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존 해석을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시기 피해자에게 온전한 배상과 사과가 이루어졌는지를 살피는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의 자산을 압류하는 등의 집행절차로 나아가면서 한일관계가 파탄나고 있다고 보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그렇다면 20년 가까이 소송에서 싸워 비로소 승소한 피해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침묵해왔던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무너지는 양국관계라면, 그 관계는 문제다.  우스개소리를 하나 하자면 일본 기업들이 강제동원 소송에 대응하면서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 막대한 변호사비용을 지불했을 것인데, 이 돈이 실제 피해자들이 청구한 손해배상금보다 클 것이다. 일본 정부든, 일본 기업이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손해일 수 있다. ‘국제법 무시한 대법 판결 잘못’ 日 시각이 잘못 Q: 일본에서는 한일협정이란 국제법이 한국 법률보다 상위에 있는데 한국 대법원이 그걸 무시한 판결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A: 비법률적인 주장이고, 사실 왜곡이기도 하다. 한국이나 일본은 국제법, 즉 국가 간 협정이나 조약을 체결하면, 그에 따른 별도의 국내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원론적 법체계가 아니다. 협정을 맺고 국회 비준이 이루어지면 곧바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일원론을 취하고 있다. 즉,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1965년 청구권협정은 그 자체로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지닌다. 국제인권법의 경우 국내법보다 상위 효력을 지녀야 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청구권협정은 인권협정도 아니다.  청구권협정이 법률의 효력을 지닌다면, 법률에 대한 최종해석의 권한이 사법부에 있다는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라 청구권협정의 해석권한 역시 각 국가의 법원이 가진다. 즉 한국 내에서 청구권협정에 대한 배타적이고 최종적인 해석권한은 한국 대법원이 가진다. 한국 대법원은 그 권한을 행사하여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반인도적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해석한 것이다. 해석권한을 가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13명 대법관 모두가 의견을 내며 치열하게 해석한 판결에 대해, 일본이 “한국 대법원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라는 부당한 비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 대구, 광주 3개 지역에서 소송 진행돼 Q: 대리인단 구성은 어떻게 돼있나. A: 지역을 기준으로 할 때 서울과 대구, 광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법무법인 해마루가 대리인으로,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가 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법무법인 삼일의 최봉태 변호사님이 이 소송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등이 지원단체로, 이상갑, 김정희 변호사님들이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8년 10월 대법원 선고 이후 추가소송을 위해 대리인단 규모가 확대되었는데, 서울에서는 민변 공익변론센터, 광주에서는 광주 민변지부를 중심으로 대리인단이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일본서 소송 이끈 일본인 지원에 감사 Q: 일본 측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A: 한국에서의 소송 이전, 1990년대 일본에서 강제동원과 관련한 소송이 있었다. 모두 패소하고 2000년대에 한국에서 소송이 제기되어 결국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진 것이다. 일본 소송 당시 결합하였던 일본 변호사들과 시민단체들은 한국 소송 과정에서도 많은 조력을 보냈다. 대법원 판결 이후의 방향에 대해서도 한일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 중이다. 특히 일본 측 활동가들은 강제동원 문제를 일본 내에서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금요행동’이 대표적이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앞에서 진행되는 캠페인인데,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는 많이 알지만, 정작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금요행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일본에서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묻는 활동을 그 오랜 시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상상해보면 고개가 숙여진다.피해자 목소리 누군가 대변해야 Q: 대리인으로서 이번 소송에 임하는 자세라고 할까, 마음가짐은. A: 중압감이 크다. 같은 사무실에서 강제동원 사건을 같이 대리하고 있는 김세은 변호사는 ‘살얼음을 걷는 것 같다’고 한다. 집행절차에 나가가는 과정이 특히 그러했다. 일본 정부의 맹공격과 거대한 일본 기업들의 의도적인 침묵이 있다. 우리 대리인의 역할은 거대한 주체들이 서로 소리지르는 판 속에서 또 다시 배제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한일관계 파탄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여기 피해자의 고통도 좀 보아달라고 이야기하는 역할 말이다. 피해자분들이 정말 고령이시다. 판결에 이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죽기 전에 일본 기업에게 사과를 받고 배상을 받으시는 것, 누군가는 그걸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겠나.   [강제동원 소송 관련 일지]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강제동원 근로자 1인당 1억원 배상 판결  12월 31일: 피해자 대리인, 일본제철 한국 자산 강제집행 신청 -2019년-  1월 3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일본제철 한국 자산 압류 신청 승인  1월 9일: 일본 정부,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 한국에 협의 요청  3월 7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전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 국내 자산 압류 신청  3월 15일: 울산지법, 후지코시 소유 국내 자산 압류 신청 승인  3월 22일: 대전지법, 미쓰비시중공업 국내 자산 압류 신청 승인  4월 4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 서울중앙지법에 일본제철, 후지코시,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코크스공업을 대상으로 추가 손해배상청구소송  5월 1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 각 지방법원에 일본제철, 후지코시 국내 자산 매각 신청  5월 20일: 일본 정부,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설치 한국에 요청 6월 28,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서 한일정상회담 불투명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여기는 중국] 호텔 엘레베이터 고장…수능 못 본 수험생들 집단 소송

    호텔 시설물 고장으로 약 40분 동안 엘리베이터 내부에 갇혔던 수험생들에게 호텔 측이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배상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8일 오후 2시 15분 경, 중국 산둥성 지난시(济南)에 소재한 ‘118호텔’ 엘리베이터가 고장으로 멈춘 후 해당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던 6명의 수험생들이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는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판 수능으로 불리는 까오카오(高考)는 매년 6월 초 한 차례 중국 전역에서 동일한 일시에 전면 실시돼오고 있다. 올해는 지난 7~8일 양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날 시험에 응시했던 피해 학생 6명은 점심 식사와 휴식을 위해 시험 장소 인근에 소재한 118호텔 객실을 찾았다가 이 같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시험장과 불과 750미터,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었던 호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던 수험생들은 엘리베이터 고장과 함께 당일 있었던 외국어 영어 시험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험생들은 이날 피해로 인해 올해 대학 진학을 포기, 내년도 까오카오 시험을 기약하게 된 처지다. 당시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피해 학생 장진웨이 양은 “2시 15분에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지만, 탑승 직후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함께 있었던 피해자들과 힘을 모아서 강제로 문을 개방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면서 “호텔 측이 엘리베이터 수리 업체를 통해 문을 열어준 시간은 오후 2시 55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호텔 관리부서 측이 수험생의 신고를 받은 직후에도 곧장 구조대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부터 시작됐다. 피해자들은 이날 호텔 측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호텔 시설물이 고장났다는 것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한 관계자들이 빠른 상황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를 제기했다. 실제로 당시 사건 피해자인 장 양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엘리베이터가 멈춘 후 긴급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호텔 관리부서 측은 사건을 빠르게 인지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 측은 구조대 신고 대신, 직원들이 문을 개방하려는 시도를 하는 탓에 시간이 지체됐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 학생 진천 군은 “긴급 구조 버튼을 누른 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는 호텔 안내 데스크에 있던 직원이었다”면서 “그는 우리에게 5~10분 내에 문을 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심시켰지만 사실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때 구조대에 곧장 신고하는 방식으로 빠른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 않은 호텔 측의 저의가 매우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호텔 측의 안일한 대응으로 까오카오에 참여하지 못한 수험생 6명은 이후 호텔을 대상으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업체 측은 해당 피해 배상 소송에 대한 사실이 일반에 공개되자, 피해자 각 1인에게 보상금 명목으로 단돈 5000위안(약 85만 원)을 배상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피해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호텔 피해자 모임’을 결성, 호텔 측을 겨냥해 추가 배상금을 받아낼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 피해자 모임 관련 학부모 정 씨는 “아이들이 이날 단 하루 치러지는 까오카오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수 년동안 잠을 줄이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 등 시험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면서 “평생의 숙제를 치루는 이날 학생들에게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은 호텔 측이 사건의 책임을 일부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산둥성 지난시에 소재한 천순 변호사 사무실의 추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지 법상 일정한 숙박료를 지불한 이용자와 이에 대해 일정 기준 이상의 객실 및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호텔 관계를 고려할 때, 호텔 측이 더 많은 배상금을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변호사 설명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 계약법 제60조, 제107조, 제113조 등에 근거해 호텔 측은 피해 학생들이 올해 까오카오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입게 된 피해 보상금 외에도 응시료와 예상 학습 비용, 생활비 일부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괴롭히는 직장상사 처벌규정 없는데 실명으로 신고할까요”

    “괴롭히는 직장상사 처벌규정 없는데 실명으로 신고할까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 행각과 신입 간호사 ‘태움’ 관행 등 직장 내 괴롭힘은 큰 사회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7월 16일부터 시행됩니다. 법에서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크고 작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어왔지만 이를 신고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직장문화를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불온한 회의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해봅니다.부장 : 갑자기 업무를 바꾸고, ‘왕따’시키는 등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는데 그런 경험은 무수히 많을 것 같아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한 번 얘기해볼까요. 달란 : 회사 선배가 자녀의 대입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어요. 부탁이라고는 하지만 연차가 많이 나서 거절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왜 거절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됐어요. 현용 : 옷차림과 웃음소리를 지적받은 적이 있어요. 구제 느낌의 청바지를 입고 갔더니 왜 그런 옷을 입고 있냐며 타박을 들었죠. 또 술자리에서 제 목소리가 부담스럽다고 웃지 말라고 그러더라고요. 업무적 성격의 회식 자리였는데 정말 당황스러웠죠. 또 신문사 특성상 마감 문제가 많았는데 5분 안에 기사를 써 내라든가 기사를 10번 이상 다시 쓰라고 시키는 등의 일들이 있었어요. 유민 : 사회 초년생 때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난히 강조하는 회사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정말 가족처럼 퇴근 시간도 없이 사무실에 묶여 있어야 했어요. 심지어 휴가도 정해준 곳으로 같이 떠나는 문화였답니다. 아무리 좋은 곳으로 간다한들 누가 가고 싶겠어요. 평소에도 식사 시간, 메뉴까지 팀장이 정해준 대로 먹어야 하고 뒤처리는 신입 몫이었어요. 진호 : 제 기억엔 없지만 후배들이 갑질이라고 느낄 만한 언행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지나가는 말로 “넌 왜 그렇게 행동해?”라고 말하는 게 누군가한텐 개인적 습관이나 취향을 지적하는 갑질로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달란 :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지시는 기자들도 많이 경험하는 부분일 것 같아요. 대부분 수습기자 시절 경험이지만 교통사고 사건을 보고하면 자동차의 타이어가 어디 브랜드냐고 묻거나 범죄 사건에 쓰인 흉기, 회칼이라고 하면 손잡이 부분과 날 부분이 각각 몇 센티미터냐고 묻는 등의 지시를 받았죠. 압박이 심하다보니 취재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도 봤어요. 10년 전 연쇄살인 사건을 취재하는데 피의자 집에 무단으로 들어가 앨범 사진을 뒤져오곤 했거든요. 간호사들 ‘태움’ 문화가 그래서 이해가 돼요. 진호 :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기자들은 직장 갑질을 통과의례처럼 겪곤 했죠. 제 친구는 해외 출장에서 복귀했는데 시차 적응 때문에 하루를 쉬겠다고 하니까 회식 참석을 통보하면서 ‘잠을 안 자야 시차 적응 되지 않냐’고 했다고 해요.보영 : 술자리에서의 문제도 심각해요. 제 친구는 신입사원 때 상사가 노래방에 데려가서는 도우미를 부르더니 술값 포함해서 수십만원이 나오니까 친구에게 내일 줄테니 일단 ‘네가 내라’고 했대요. 그러더니 끝내 안줬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그런 식으로 당한 신입사원이 한두 명이 아니었는데 보복이 두려워 위에 말하지도 못했다고 해요. 유민 : 회식 자리에 가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도 싫어요. 새로 들어왔을 경우 신고식처럼 마이크를 잡을 때가 있는데 은근히 최신 걸그룹 노래를 부르길 기대하는 눈치를 주더라고요. 어찌나 부담스럽던지. 진호 : 이게 참 모호한 경계가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팀의 단합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보자는 취지에서 내린 권유라고 하지만, 그 권유를 받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혹스러운 일이고 정신적으로 힘겨운 일이니. 혜진 : 지인 중엔 고소할 만한 일을 겪어도 그냥 혼자 안고 가겠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퇴사해도 업계에서 퍼지는 소문이란 게 있으니까 새로운 진로를 정하지 않는 이상 힘들어집니다. 한국 사회에서 상사를 고발하는 건 쉽지 않아요. 진호 : 그것이 갑질 피해자들이 앓는 주요 지점인 것 같아요. 대처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생계가 달린 문제니까요. 정당한 절차, 노동법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개인이 회사 내 우월한 지위를 가진 사람과 싸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유민 : 제가 아는 사람은 남자인데 남자 부장이 유달리 챙겨주시더래요. 그런데 회식이 끝나고 데려다주겠다고 하고, 개인적인 카톡을 해서 당황했답니다. 결혼도 했고 자식도 있는데 왜 그럴까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성정체성이 달랐고, 어느 날은 회의실에 불러서 자기 어떠냐는 이야기를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범죄죠. 현용 :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다음달에 시행되지만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고 해요. 회사 내 취업규칙 표준안을 만들어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조사 절차를 규정하도록 하긴 했지만 취업규칙을 반영하지 않는데 대한 과태료 500만원이 전부입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떤가요.부장 : 프랑스는 ‘정신적 괴롭힘’이라는 개념을 법적으로 규정한 최초의 국가로 노동법 외에 형법에 규정을 두고 있어요. 노동자의 정신 건강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있는 거죠. 일본은 별도 입법 없이 정부가 주도해 구제방안을 마련하는데 노동자 인격을 침해했다면 사용자에게 배상 명령을 내린다고 합니다. 일본 후생성 보고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을 신체적 공격(폭행), 정신적 공격(폭언, 모욕, 명예훼손, 협박), 인간관계 분리(무시, 격리), 과대 요구(업무상 불가능한 업무 강제), 과소 요청(능력·경험과는 동떨어진 정도가 낮은 업무 부여), 개인정보 침해 등 6가지로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과소 요청’이 특이합니다. 혜진 : 과소 요청 사례는 국내도 많지 않나요. 일부 회사에서는 해고하고 싶을 때 기존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현장직으로 많이 보내더라고요. 현용 : 업무 성과를 많이 못내 성과를 독려할 수는 있지만 인격적으로 못 살게 구는 문화는 없애야 할 것 같아요. 유민 : 개념 자체가 어디까지를 괴롭힘으로 봐야 할 것인지 모호한 점이 혼란스러워요. 입증 책임이 피해자한테 있고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도 없는데 가해자에게 실명으로 직접 신고해야 하는 방식이니까요. 충분한 입법 논의와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여요. 부장 : ‘노동자성’ 문제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학습지교사,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자 등에게는 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에는 시행 이후에도 각계에서 제기된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네요. 현용 : 전근대적인 회사 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자의 적극적인 신고 의지도, 그것을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혜진 : 처벌을 강화하거나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면 어느 정도 줄어들겠죠. 그런데 직장 내 갑질 등은 권력 관계에서 비롯되는 거거든요. 한국 사회 특유의 위계질서가 강화된 조직 문화에서는 근절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장 : 결국에는 직장 내 문화하고도 연결되는데, 그동안 도제식 교육을 해오던 직종들의 문화도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혜진 : 글로벌 기업처럼 수평적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요즘 국내 대기업에서도 직급으로 부르지 않고, 서로 ‘○○님’이라고 부르거나 외국식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등 여러 시도를 하더라고요. 결국 제도와 문화의 개선이 병행돼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부장 : 회의를 길게 하는 것도 갑질이니 오늘은 혜진님의 결론으로 마무리하고. 이만 하겠습니다. 정리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한국 첫 디자인 회사의 연하장

    [그 책속 이미지] 한국 첫 디자인 회사의 연하장

    0.1㎝로 싸우는 사람/박영춘, 김정윤 지음/몽스북/240쪽/1만 4900원 잘 들여다봐야 한다. 화려한 색깔의 학 날개에서 꺾인 부분이 모두 볼록하다. 학 머리 위와 아래를 지나는 빗금 선도 볼록하게 처리했다. 모든 연하장이 밋밋한 평면일 때, 이 연하장은 종이를 0.1㎝ 눌러 입체감을 살렸다. 이른바 ‘엠보싱´ 기법이다. 서울 을지로 인쇄 골목에서 다른 사람 사무실을 빌려 금속으로 글씨나 문양을 조각하는 일을 시작한 한 젊은이. 1970년 엠보싱 기법을 도입하고 ‘바른손’이라는 이름으로 연하장을 내놨다. 이 연하장은 첫해에만 무려 130만장 가까이 팔리며 ‘대박’을 쳤다. 우리나라 최초 디자인회사 바른손을 일군 박영춘 회장, 책은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하장, 88서울올림픽 카드, 금다래와 신머루, 떠버기, 당근송 등을 탄생시킨 박 회장의 50년 디자인 철학을 풀어낸다. 외국 제품의 디자인을 적당히 베껴 팔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던 시절, 오로지 디자인으로 승부한 이야기가 생생하다. 바른손에 자극을 받아 모닝글로리, 아트박스 등 국내 팬시 문구 업계들도 생겨났다. 박 회장은 디자인의 승부처는 결국 0.1㎝의 ‘디테일’이라고 말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홍지민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홍지민 사회부 차장

    미국 뉴욕의 고등학생 피터 파커는 우연히 유전자 조작 거미에게 물려 슈퍼 파워를 얻게 된다. 그 힘을 하나하나 깨달아 가던 피터는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 친구를 한껏 혼내 주며 우쭐해진다. 중고차 살 돈을 마련하려고 아마추어 레슬링 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이웃집 소녀에게 잘보이고 싶어서다. 무지막지한 챔피언을 상대로 3분만 버티면 3000달러를 준다는 대회인데, 피터는 챔피언을 손쉽게 거꾸러 뜨린다. 그러나 2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손에 쥐어진 것은 단 100달러. 마침 대회 사무실에 무장 강도가 들이닥쳐 돈을 털어 가지만 강도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이 있는 피터는 애써 외면한다. 터덜터덜 밖으로 나와 보니 자신을 마중 나왔던 벤 삼촌이 총에 맞아 쓰러져 있다. 복수심에 불타 범인을 뒤쫓은 피터. 범인을 잡고 보니 조금 전 자신이 방관했던 그 강도다. 피터는 벤 삼촌에게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을 곱씹게 된다. “큰 힘에는 항상 큰 책임이 따른다.”(Great power always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 영화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다. 큰 힘에 따르는 큰 책임을 외면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서도 목도할 수 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10년 전, 6년 전 불거졌을 때, 검찰의 입버릇인 ‘거악 척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불편부당한 수사가 이뤄졌다면 갖가지 의혹의 진위가 상당수 규명됐을 게 분명하다. 적기를 놓쳐 증거가 흐려지고 공소시효에 노심초사하는 상황에서는 수사 의지가 하늘을 찔러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를 반성하고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며 벌인 이번 수사 또한 부실하다는 ‘예견된’ 비판을 받고 있다. 진상 규명은 공염불로 만들고 갈등과 불신은 부풀리는 등 만만치 않은 사회적인 비용까지 발생시킨 원죄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큰 문제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년 6개월간 활동하며 검찰권 오남용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징계나 처벌은 전무하다. 이러한 상황이 검찰뿐이랴. 사법부는 2년 넘도록 사법농단 사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전임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비롯해 십수명의 전현직 법관들이 재판을 받고 있지만, 애매모호한 직권남용죄 법 조항 때문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상황이 이러니 큰 책임을 스스로 알아서 다하겠거니 개개인의 선의에 맡겨 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법 왜곡죄 도입은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해 9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법관이나 검사가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을 처리하며 법을 왜곡해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들 경우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고 공소시효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형법과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법 왜곡죄 적용 대상을 경찰 공무원까지 확대하고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한층 높이는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엊그제 발의하기도 했다. 사법정의 실현의 책무가 방기돼 사법정의가 지연되거나 어그러지는 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여겨진다. 그러고 보니 법 왜곡죄와 관련해 개점휴업 수준이 아니라 폐업 상황인 국회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뼈에 새겨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평균 연봉 1위 직업을 뽐내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의 권한과 인원을 줄이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간단한 이치인데, 이를 내팽개치고서도 당당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도 많다. icarus@seoul.co.kr
  • “배우는 즐거움 얼마나 큰지”… 인문학에 빠진 수원

    “배우는 즐거움 얼마나 큰지”… 인문학에 빠진 수원

    5060 중심 강의실 복도에도 ‘인산인해’ 임정 100주년 기념 독립운동 재조명도“이집트 문명을 공부하며 배우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기 수원시 9개 도서관이 오는 11월까지 운영하는 각종 인문학 프로그램이 호평을 받고 있다. 13일 수원시에 따르면 북수원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인문독서 아카데미’ 사업에 선정돼 지난달 21일부터 ‘세계 고대 문명, 그 시간과 공간 속으로’라는 제목의 강좌를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 29일까지 황하 문명, 아스테카와 마야 문명, 그리스 문명을 주제로 한 강좌가 이어진다. 지난 9일 강좌에는 정원 120명을 훌쩍 넘긴 150명의 인파가 몰려 복도에서 강의를 듣는 풍경도 펼쳐졌다. 대부분 50~60대 중년층이다. 이봉화 북수원도서관 주무관은 “강당 책상을 밖으로 빼고 열람실·사무실 의자까지 가져오는데도 여전히 자리가 부족하다”고 열기를 전했다. 영국 리버풀대에서 이집트 상형문자 등을 전공한 강주현 작가가 강의를 맡고 있다. 앞으로 ‘영생을 위한 완벽한 아름다움의 추구, 고대 이집트 예술’, ‘신들의 언어, 거대 이집트 상형문자’ 등 주제의 강의가 이어진다. 광교홍재도서관은 지난달 30일부터 8월 9일까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한국근현대사 다시 읽기’를 주제로 ‘역사, 문학에 빠지다’, ‘역사, 사진에 빠지다’, ‘대한민국을 사랑한 백범 김구’ 강좌를 진행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한 백범 김구’는 청소년을 위한 강의다. 마지막 강의 때 성인, 청소년이 함께 참여하는 역사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 화서다산도서관은 오는 10월 2일까지 ‘1919 외치고, 2019 새기다’를 주제로 ‘과학, 독립을 외치다’, ‘예술, 독립을 외치다’, ‘문학, 독립을 외치다’ 등의 강좌를 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는 내용이다. 장유정 단국대 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강연한다. 대추골도서관은 오는 18일부터 9월 24일까지 ‘인문학, 삶의 의미를 더하다’(청년과 시니어를 위한 인생 재설계)를 주제로 ‘영화로 삶을 성찰하다’, ‘그림이 전해주는 삶의 모습’ 등의 강연을 연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박원순 옥탑방 인근 빈집 ‘청년주택’ 변신

    박원순 옥탑방 인근 빈집 ‘청년주택’ 변신

    강북 14채 중 삼양동 3채 이달 첫 삽 1채는 청년거점공간으로 리모델링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여름 지역 균형 발전 구상을 위해 ‘한달살이’했던 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인근 빈집이 청년주택으로 탈바꿈한다. 당시 박 시장이 삼양동 생활을 마무리하며 발표한 강남북 균형 발전 정책, 공공주택 확대 공급 방안 가운데 하나인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현실화하는 첫 사례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삼양동 한달살이 이후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매입한 강북 일대 빈집 14채에 대한 도시재생에 나선다고 13일 밝혔다. 당시 시는 삼양동에 11채, 옥인동에 2채, 길음동에 1채를 매입했다. 이 가운데 삼양동 빈집 3채에 대한 재생사업이 이달 말부터 첫 삽을 떠 올해 안에 완성된다. 3채 가운데 건물 상태가 양호한 1채는 리모델링을 거쳐 오는 11월 청년거점공간으로 변신한다. 지하 1층~지상 1층, 연면적 45.02㎡ 규모로 사무실, 회의실 등 창업 지원 공간을 꾸미는 것이다. 청년들을 유입시켜 기반 시설이 열악하고 노후주택이 밀집한 삼양동 일대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삼양동의 다른 2채는 나란히 인접해 있다는 점을 감안해 11가구를 품은 청년주택 2개 동으로 조성된다.나머지 11채 가운데 7채는 11가구의 청년·신혼가구를 위한 행복주택, 우리동네 키움센터, 지하주차장, 공원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재생한다. 시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시가 사들여 리모델링하거나 집을 새롭게 지은 뒤 청년·신혼부부 주택, 지역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이다. 시는 올해 2440억원을 들여 빈집 400가구를 사들이는 등 2022년까지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빈집 1000가구를 사들여 임대주택 4000가구로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매입한 빈집은 36가구에 불과하다. 시 관계자는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한 빈집 실태조사가 다음달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빈집 매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여수 야산에 소형 경비행기 추락…조종사 낙하산 탈출

    여수 야산에 소형 경비행기 추락…조종사 낙하산 탈출

    경비행기 한 대가 13일 오후 1시 59분쯤 전남 여수 소라면의 한 초등학교 인근 야산에 추락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사고가 난 경비행기는 교통대학교 비행훈련원이 운영하는 4인승 훈련기로 조종사 A(25)씨 1명만 탑승했다. A씨는 추락 당시 낙하산을 이용해 탈출했다. 낙하산이 전깃줄에 걸리면서 가벼운 상처만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체는 행인이나 건물이 없는 야산 자락에 떨어졌다. 발이나 화재 등 추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고, 인명피해는 없었다.사고가 난 훈련기는 이날 오후 1시 52분 여수공항을 이륙해 비행훈련원 사무실이 소재한 무안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추락한 경기행기는 지난 2016년 6월 17일 무안군 현경면 수양리 야산의 밭에 추락한 경비행기(SR-20)와 같은 기종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여수 야산에 훈련용 경비행기 추락… 인명피해 없어

    13일 오후 1시 59분쯤 전남 여수시 소라면 한 초등학교 인근 야산에 소형 경비행기가 추락했다. 사고가 난 경비행기는 교통대학교 비행훈련원이 운영하는 4인승 훈련기로 조종사 A(25) 씨만 탑승했다. A 씨는 추락 당시 낙하산을 이용해 탈출했다. A씨는 낙하산이 전깃줄에 걸리면서 가벼운 상처만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도착한 119구조대는 A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기체는 행인이나 건물이 없는 야산 자락에 떨어졌다. 다행이 폭발이나 화재 등 추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훈련기는 이날 오후 1시 52분 여수공항을 이륙해 비행훈련원 사무실이 있는 무안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체는 2016년 6월 17일 무안군 현경면 수양리 야산의 밭에 추락한 경비행기(SR-20)와 같은 기종이다. 소방서와 항공 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중이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곽병찬 칼럼] 이 정도면 ‘여의충’이다

    [곽병찬 칼럼] 이 정도면 ‘여의충’이다

    국제적인 상을 받은 영화치고 대중성까지 확보한 경우는 드물다지만, ‘기생충’은 달랐다. 개봉 10일째 아침 9시 조조인데도 거의 만석이었다. 욕심이 났다. 외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능가할 수 있지 않을까. 누적 관객수 추이로는 뒤지지만, ‘극한직업’보다는 빠르다. 그러나 영화평에 달린 댓글을 훑어본 뒤 기대를 접었다. 이미 1400만명에 육박하는 ‘어벤져스’의 관객이 보려면 ‘애국’이든 ‘재미’든, 촌스런 이야기지만 ‘국민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나 ‘국제시장’, ‘명량’, ‘괴물’, ‘극한직업’처럼 말이다. ‘노무현’이나 ‘5·18’을 키워드로 하는 경우는 관객 1000만명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민주주의와 인권 등 지고한 가치를 담았지만, 이 나라에서 그런 가치는 이념적으로 편이나 가르는 도구가 될 뿐이다. 비난 댓글의 내용은 천편일률이었다. ‘빨갱이’ 혹은 ‘좌파’ 감독이 양극화의 비극을 고발하려다가 헛발질을 해, 부자가 낸 세금이나 빨아먹는 자들의 더러운 바닥만 드러냈다는 것이다. 편향이 얼마나 지극하면 그런 상상까지 할 수 있을까 놀라웠지만, 나는 그저 ‘물 건너간 국민통합’이 안타깝기만 했다. ‘기생충’이 터무니없는 훼방을 극복하기를 기대하지만, 일단 박스오피스의 기록 점검은 그 순간 중단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긴 했다. 을의 갑에 대한 혹은 을의 을에 대한 흡혈과 파렴치 따위의 구도에 대한 것도 아니고, 영화 속에서 ‘지상’ 인간이든 ‘반지하’ 인간이든 모두가 보여 준 상상 불허의 가족 간 사랑과 연대의 가능성에 대한 것도 아니었다. 왜 봉준호 감독은 우리 시대의 진짜 기생충들은 놔두고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반지하 인간’을 대표 기생충으로 삼았을까. 벌써 6월 중순이다. 올 들어 국회는 본회의를 단 세 차례밖에 열지 않았다. 두 달째 아예 놀고 있다.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휩쓸고 간 화재에 집도 절도 잃어버린 이들에게 지원할 지원 예산도 묶여 있고, 목숨 걸고 다른 목숨을 살리지만 ‘반지하 인간’인 특수진화대원의 정규직화 문제도 그대로다. 이 밖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나 최저임금법 개정은 물론 ‘한유총’이 뒤집기를 시도하는 이른바 ‘유치원 3법’과 방과후 학교 개선 등도 그대로다. 그런데도 그 ‘충’들은 연간 1억 2000만원의 세비를 꼬박꼬박 챙긴다. 관리업무수당, 입법활동비, 사무실 운영비 등까지 합치면 연간 1억 6000만원에 이른다. 딸린 가족(4급 상당 보좌관 2명, 5급 상당 비서관 2명, 기타 6·7·9급 상당 비서 각 1인)까지 합치면, 그들이 국민 등에 꽂고 있는 것은 음료수 빨대가 아니라 석유 파이프 수준이다. 가진 것이 많은데도 그렇다. 올해 신고한 재산만 평균 24억여원이다. 지난해보다 평균 1억 1512억원 늘었다. 어디 재산뿐인가. 채용비리 등 파렴치 범죄를 저질러도, 거짓말과 가짜뉴스를 쏟아내도 멀쩡하다. 불체포, 면책특권 등 신적인 권리를 누린다. 그러면서도 하는 짓이란, 전국을 돌아다니며 청소차 뒤에 매달리고, 복숭아 따고, 재래시장에서 순대나 떡볶이 먹는 쇼나 한다. 졸렬하고 더러운 언사나 좌파독재 따위의 허황된 분열적 구호로 관심이나 끌려고 한다. 유일하게 활동하는 ‘입’은 편충의 갈고리보다 더 날카롭고 디스토마의 흡혈판보다 더 강력하다. 전통적 기생충은 숙주가 죽으면 저도 따라 죽는다. 그러나 이들은 숙주가 죽어도 죽지 않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처럼 숙주의 잔해물만 있어도 살아남는다. 경제가 폭삭 망하고, 민생이 폭삭 주저앉아야 더 강력한 빨대, 곧 정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이들의 믿음은 이와 관련돼 있다. 세상에 기생충도 이런 기생충이 없다. ‘여의충’이라고 있다. 여의도의 여의(汝矣)가 아니다. 여의주 할 때 여의(如意)다. 뜻대로 다 이뤄 준다는 전설 속 구슬이다. 그런 구슬을 실제로 물고 다니며 멋대로 흡혈하는 충이다. 이 충들은 구제금융 사태로 국민경제가 폭삭 망했을 때도 재산을 더 불렸다. 내부에서 차라리 20대 국회를 해산하자고 해도 오불관언이다. 국민 열에 여덟이 국민소환제를 요구해도 콧방귀만 뀐다, 그들이 국회를 열지 않으면 그만이다. 지금 이 나라에선 이 ‘괴물’, ‘기생충’을 박멸할 수 없다.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지역이나 이념이라는 막강한 방패가 있으니 그들은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다. ‘기생충’처럼 영화로라도 대리만족을 할 수밖에 없다. 어디 그런 영화를 제작할 사람 없을까.
  • 인니 진출 22년 KB손보, 현지 고객 비중 25% 넘어… 국내 보험사 터줏대감 역할 ‘톡톡히’

    인니 진출 22년 KB손보, 현지 고객 비중 25% 넘어… 국내 보험사 터줏대감 역할 ‘톡톡히’

    보험료 매출만 145억원 꾸준한 성과 “현재 재물보험 80%… 車보험 확대 노력” 보험 가입할 미래 고객 많아 ‘장래성’ 주목KB손해보험은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 중에서도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97년 인도네시아 3대 보험사 중 한 곳인 시나르마스와 합작해 법인을 설립 한 뒤 20년 넘게 영업을 이어가며 현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중이다. 지난해 보험료 매출만 1749억 루피아(약 145억원)로 80개 넘는 손보사가 각축을 벌이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전히 주요고객은 한국계 기업이지만, 현지 고객 비중도 2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지난달 14일 자카르타 시네르마스 빌딩 안에 있는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만난 조정래 법인장은 “KB손보 양종희 사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과 시나르마스그룹 경영진 간의 긴밀한 협업 아래 그동안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들의 재물, 화재보험 등을 주로 취급해 왔다”면서 “자동차 보험 시장에서 현지 고객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도네시아 보험 시장에서는 여전히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구분이 뚜렷해 손보사들이 파는 상품은 우리나라에 비해 단순하다. KB손보 인도네시아 법인도 전체 판매 상품 중 80%가량은 재물보험, 11%는 자동차보험으로 구성돼 있다.여기에 우리나라와는 달리 정부가 표준약관을 통해 자동차보험료를 똑같이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보험사가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는 점도 다르다. 전학수 이사는 “가격이나 상품 마케팅보다는 관계 마케팅에 치중하는 이유도 독특한 자동차보험 구조 탓”이라며 “한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인니 손보사보다 나은 정비망을 갖추거나 사고 시 렌터카를 빌려주는 추가 서비스를 통해 고객 유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B손보의 자동차보험을 뜯어보면 자차 담보 중 렌터카 보상이 최대 21일로 현지 보험사들이 5일가량을 제공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난다. 자동차보험료는 4억 루피아(약 3300만원) 차 기준 1253만 루피아(약 103만원)로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보험시장이 경직돼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KB손보를 포함한 보험사들이 현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장래성’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수입보험료를 일컫는 보험침투율을 보면 인도네시아는 현재 2.75%로 세계 평균치 6.3%보다도 훨씬 낮다. 보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반대로 보험에 가입할 고객은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국처럼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이 될 경우 2억 7000만명 인구가 가져오는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SNS 통해 44년만에 해후한 모녀

    SNS 통해 44년만에 해후한 모녀

    자녀와 생이별을 했던 어머니가 경찰 도움으로 44년 만에 둘째 딸과 극적으로 해후했다. 가정형편과 건강 때문에 두딸을 입양보냈던 서안식(69)씨는 가슴속에 묻고 살았던 막내 딸 조민선(47)씨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서씨가 두 딸을 떠나보내야 했던 때는 1973년. 작은딸 미선(47)씨를 힘겹게 출산한 서씨는 전북 전주시의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데다 산후 후유증으로 도저히 집에서 혼자 몸조리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5개월 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두 딸은 이미 위탁기관으로 보내진 뒤였다. 남편은 서씨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첫째 딸 화선(당시 2세)씨와 미선씨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맡겨버렸다. ‘제대로 키울 수가 없을 것 같아서’가 변명이었다. 충격을 받은 서씨는 두 딸의 오빠인 아들만 데리고 그대로 집을 나와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 몇년 뒤 남편이 ‘재결합하자’고 찾아왔지만 서씨는 “화선이와 미선이를 데려오기 전에는 절대 합할 수 없다”고 내쳤다. ‘딸들을 꼭 찾아오겠다’던 남편이 소식도 없이 세상을 떠나버린 사실을 파악한 서씨는 2017년이 돼서야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경찰은 수사력을 총동원해 딸들의 행방을 추적했다. 단서라고는 ’첫째 딸은 익산, 둘째 딸은 영아원으로 보냈다‘는 남편의 말이 전부였다. 경찰은 미선씨가 맡겨졌던 전주영아원 기록을 통해 미국 시애틀로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기록상 미선씨는 2살이던 1975년에 입양됐으며 영어 이름은 맬린 리터(Maelyn Ritter)였다. 경찰은 페이스북을 통해 맬린 리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세계어서 2명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시애틀에 거주하는 한 동명인(Maelyn ritter)에게 메일을 보내 입양 여부를 확인, 미선씨를 찾아냈다. SNS를 통해 흩어졌던 가족을 찾아낸 순간이었다. 미선씨는 서씨와 유전자도 일치했다. 모녀는 지난 10일 서울의 해외입양연대 사무실에서 눈물로 재회했다. 미선씨는 미국에서 어엿하게 성장해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으로 변해있었다. 가정을 이룬 남편도 상봉 현장에 동반했다. 모녀는 12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둘째 딸을 품에 안은 소감과 첫째 딸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서씨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가정형편과 남편의 독단으로 두 딸과 헤어졌지만 경찰의 도움으로 44년 만에 미선이를 만나게 됐다”며 “처음 보자마자 헤어졌을 당시의 미선이 모습이 겹치면서 눈물만 났다”고 울먹였다. 서씨는 ”큰딸도 찾고 싶다. 엄마에게 빵 사달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이제는 양껏 사줄 수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많은 분이 도와주면 화선이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애타는 심정을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마이크로닷 불법녹취논란, 이제 하다하다..

    마이크로닷 불법녹취논란, 이제 하다하다..

    ‘마이크로닷 불법녹취논란’ 부모님이 억대 사기 혐의를 받으며 활동을 중단한 래퍼 마이크로닷이 피해자들을 만나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불법 녹취를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다. 지난 10일 한 매체는 마이크로닷이 부모인 신모씨의 첫 공판을 3일 앞둔 지난달 18일 제천에 거주하는 피해자 A씨를 찾아가 사기 사건과 관련해 합의를 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해당 매체에 “마이크로닷이 자신의 친척과 함께 내가 일하는 사무실을 찾아와 합의를 해 달라고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결국 거절했다. 이후 마이크로닷 일행이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나도 건물 아래 창고로 내려왔는데 창고 셔터 너머로 남성 목소리가 들렸다. 마이크로닷 목소리였다”면서 “거기서 마이크로닷이 ‘쓸만한 내용 녹음 잘 됐냐’라고 묻자 같이 온 일행이 ‘앞에 것은 쓰면 안 된다. 우리한테 불리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라고 전했다. 또 A씨는 “대화 당시 녹음을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저들이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우리도 실수할 거 아니냐. 화를 내거나 돈을 안 받는다는 같은 말 말이다”라면서 “알아보니 서울 유명 로펌 변호사를 샀는데 그 로펌 사건 수임료가 기본 1~2억 원은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닷은 이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어머니 김씨와 함께 피해자 B씨를 만나기도 했다. B씨는 김씨와 친구 사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닷의 불법녹음 정황과 관련해 피해자들은 방송 복귀를 위해 언론플레이를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마이크로닷의 아버지 신씨는 20여년 전 충북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면서 지인들에게 수십억원을 빌리 뒤 이를 갚지 않고 1998년 5월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 부부는 지난 4월 입국, 경찰에 체포돼 제천경찰서로 압송됐다. 제천경찰서는 신씨 부부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기혐의로 기소된 신씨 부부에 대한 첫 공판은 지난달 21일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에서 열렸다. 오는 20일 진행되는 두 번째 공판에서는 5명의 증인심문이 예정돼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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