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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기각’ 이상민 “정쟁 멈춰야”… 복귀와 동시에 수해현장 방문

    ‘탄핵 기각’ 이상민 “정쟁 멈춰야”… 복귀와 동시에 수해현장 방문

    헌재, 탄핵심판 청구 기각… 9명 전원일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 직후 “이번 기각 결정을 계기로 10·29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 선고와 동시에 직무에 복귀하는 이 장관은 가장 먼저 수해 현장을 방문한다. 이 장관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10·29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탄핵소추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했다. 이 장관은 “더 안전한 대한민국,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어디서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어떤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할지 지난 6개월간 많이 고심했다”며 “무엇보다 이번 호우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서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 장관이 이날 오후 5시 최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남 청양군 지천 일대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청양군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13개 지자체 가운데 하나다. 이 장관은 지천 제방 복구 현장을 둘러보고 비닐하우스와 침수 피해 농가의 복구 현장도 살핀다. 이어 정부세종청사의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호우 상황을 점검한다. 그는 당분간 수해 현장을 찾는 등 재난관리 업무부터 먼저 챙길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집중호우로 이미 5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12년 만에 최대 인명피해가 났기 때문이다. 보름 넘게 이어진 집중호우로 주택 1636채가 침수되고 140채가 파손됐으며,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 한 이재민은 2000명이 넘는다. 한편 헌재는 이날 10·29 이태원 참사로 탄핵 소추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헌재는 “현장 혼란을 재난 대응 위한 최선 다하지 않은 것이라 볼 수 없고 재난 대응을 불성실하게 수행했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 전북도 집중호우 피해자에게 지방세제 지원

    전북도 집중호우 피해자에게 지방세제 지원

    전북도가 집중 호우로 피해가 발생한 도민들에게 지방세제 지원에 나선다. 전북도는 ‘호우피해 사망자 및 유가족에 대한 도세 감면동의안’이 도의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피해 도민에 대해 지방세제 지원을 한다고 25일 밝혔다. 지원 내용은 지방세 감면, 신고·납부 기한 연장, 세무조사 연기 등이다.이번 호우피해 사망자 소유의 부동산, 차량 등을 유가족이 상속할 경우 취득세를 면제하고 사망자 및 유가족에게 부과된 2023년 지역자원시설세(소방분)가 면제된다. 호우로 인해 멸실·파손된 자동차의 자동차세와 멸실·파손된 건축물, 자동차, 기계 장비 등 자산을 2년 내 대체 취득할 경우 취득세와 등록면허세도 면제된다. 취득세 등 신고 세목의 신고·납부 기한도 6개월(최대 1년) 내 연장한다. 재산세 등 부과 세목은 6개월(최대 1년) 범위에서 고지·징수유예가 가능하다. 체납자의 재산압류나 압류재산 매각 등도 1년 범위에서 유예된다. 특별재난지역은 징수유예, 체납처분유예를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호우 피해로 세무조사를 받기 곤란한 법인 등은 세무조사를 연기할 수 있다. 황철호 전북도 자치행정국장은 “이번 지방세제 지원이 호우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도민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지원이 누락되지 않게 꼼꼼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 ‘이렇게’만 해도 24년 더 살 수 있다…8가지 비법은?

    ‘이렇게’만 해도 24년 더 살 수 있다…8가지 비법은?

    40세가 넘었더라도 활발한 신체활동, 금연, 좋은 식습관 등 8가지 건강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대 24년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재향군인부(VA) 보스턴 의료시스템의 쉬안 마이 T.응우엔 연구원팀은 2011~2019년 재향군인 연구 프로그램인 ‘백만 재향군인 프로그램’(MVP)에 등록된 40~99세 71만 9147명의 의료기록과 설문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연령·성별에 따른 사망률과 다양한 요인의 사망에 대한 위험비(HR)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25일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영양학회 연례 회의(Nutrition 2023)에서 연구 결과 8가지 건강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사람은 이런 습관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이 분석한 건강 생활습관은 비흡연, 활발한 신체 활동, 주기적인 폭음 안 하기, 좋은 수면 위생, 좋은 식습관, 스트레스 최소화, 긍정적 사회관계, 오피오이드(약물) 중독 벗어나기 등 8가지다. 추적관찰 기간 사망자는 3만 3375명이었다.연구 결과는 40세에 건강 생활습관 8가지를 모두 실천하는 남성은 이런 습관이 전혀 없는 남성보다 기대수명이 평균 24년 더 길었고, 여성은 21년 더 길었다. 전반적으로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은 낮은 신체활동, 오피오이드 사용, 흡연 등으로 나타났다. 이 요인들은 연구 기간 중 사망 위험을 각각 35~40%로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스트레스와 폭음, 잘못된 식습관, 열악한 수면 위생도 각각 사망 위험을 약 20%씩 높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긍정적 사회관계 부족으로 인한 사망 위험 증가는 5%로 추정됐다. 응우엔 연구원은 “이 연구 결과는 관찰 연구로서 생활습관과 사망 간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생활습관 요인들이 만성 질환 예방과 건강한 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기존 다른 연구 결과들과는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건강한 생활습관 채택이 공중 보건과 개인 건강 모두에 중요하다는 것과 그런 선택이 이를수록 좋지만 50대, 60대에도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여전히 유익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활방식 의학(lifestyle medicine)은 만성질환의 증상보다는 근본적인 원인 치료에 목적이 있다”며 “이는 처방 약과 수술로 인해 의료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잠재적인 방안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 청주시 집중호우 사망자 유족에 시민안전보험금 등 지원

    청주시 집중호우 사망자 유족에 시민안전보험금 등 지원

    청주시는 이번 집중호우 사망자 유족들에게 시민안전보험금, 재난지원금, 재해구호협회 의연금 등이 지원된다고 25일 밝혔다. 시민안전보험은 청주시에 주민등록을 둔 시민이면 자동가입된다. 보장항목은 자연재해사망 2000만원, 대중교통이용 중 사망 2000만원, 폭발·화재·붕괴 사망 2000만원, 익사사고 500만원 등이다. 사망자 가운데 관외거주자 3명(세종 1명, 안양 1명, 수원 1명)은 제외된다. 재난지원금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6조에 따라 사망자에게 2000만원, 부상자에게는 장해등급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이 지급된다. 재해구호협회 의연금은 재해구호법 29조에 근거해 각종 재해사망 및 부상(장해등급)시 최대 2000만원이 지급된다. 지급액은 구호협회 모금액에 따라 결정된다. 재난지원금과 의연금 지급규정은 전국이 같다. 의연금 2000만원이 지원될 경우 오송지하차도 사망자 14명 가운데 버스승객 유족은 재난지원금 2000만원, 시민안전보험 4500만원(자연재해 2000만원, 대중교통 2000만원, 익사사고 500만원)을 합해 최대 8500만원을 받게된다. 시 관계자는 “유족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단독] “아들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잠자듯 떠났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⑤]

    [단독] “아들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잠자듯 떠났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⑤]

    <5> 가족 그리고 죽음을 돕는 사람들 조력사망으로 가족이 떠나면 남은 가족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갈까. 후회일까, 위안일까. 서울신문은 조력사망 이후 남은 가족의 심경을 듣고자 지난 8개월간 한국인 조력사망자의 가족들을 찾아 나섰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복수의 가족 중 한 분의 허락을 받아 인터뷰할 수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 조력사망자의 가족 인터뷰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8월 26일 호주 국적의 한국인 허모(당시 63)씨가 스위스 바젤에서 조력사망했다. 허씨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폐암 말기 환자였다. 두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했고, 주치의가 말한 기대 여명도 이미 수개월을 넘긴 상태였다. 마지막 순간, 14년 만에 해후한 아들 한울(27·가명)씨가 곁을 지켰다.●씨도둑질은 못하는 법 ‘씨도둑질은 못한다’는 속담이 떠오른 건 한울씨가 보여 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이목구비부터 미소까지 부자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 “아버지는 스위스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의연하셨어요.” 지난 5월 강원도의 한 소도시에서 만난 한울씨도 그랬다. 2년 전 여름 스위스에 다녀온 일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아버지를 만나고, 떠나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3박 4일의 여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한울씨의 모습에서 사진 속 그의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한울씨에게 ‘아버지가 곧 죽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2021년 8월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아버지는 기억 속 흐릿한 존재였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아버지와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2007년 아버지를 만나러 호주로 가 한 달간 함께 살았던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늘 그리운 건 아니었지만 마음 한편으론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14년 만에 폐암 말기 아버지와의 만남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찾았다. 폐암 말기 환자가 된 아버지는 조력사망을 결정했고, 얼마 뒤 스위스에 ‘죽으러 간다’고 했다. “잘 자라 줘서 고맙다. 이제야 찾게 돼 미안하다. 용서를 빈다. 다만 나는 한시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는 메시지에 한울씨는 “전혀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였다. 한울씨는 학교 수업시간에 ‘안락사’나 ‘존엄사’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접하면서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 막연히 생각했다고 한다. 그 선택을 아버지가 했다. 무려 1년 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호주에 살고 있는 아버지와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도 스위스에 함께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차마 “같이 갈 수 있느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동행을 제안한 건 어머니였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데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한울씨는 그날로 여권 발급을 신청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끊어 주었다. 조력사망 시행을 하루 앞두고 부자는 스위스 바젤에서 만났다. 한울씨는 네덜란드를 경유해 10시간 넘는 비행 끝에 아버지가 머물고 있던 호텔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직접 방문을 열고 아들을 맞이하며 “반갑다”고 말했다. 한울씨는 “스위스에서의 모든 일이 특별했지만 아버지와 처음 만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기억보다 훨씬 나이 들고 살도 많이 빠지고 수척해진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암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 싶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했다. 동행한 가족과 친구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아버지는 그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선택을 되돌리길 바랐다. 한울씨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아버지의 지인은 “아들도 만나게 됐으니 포기하고 돌아가자는 식으로 말려 볼 생각”이라고 했다. 가톨릭 신자인 한울씨가 스위스로 가기 전 가까운 형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그도 “신앙인으로서 조력사망은 찬성할 수 없다. 네가 아버지를 설득하라”고 했다. 한울씨는 복잡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말리고 싶은 마음보단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존중하고 싶었어요. 아버지가 암의 고통이 너무 컸다고 하셨거든요. 남은 치료는 암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연명하는 일뿐인데 그걸 더 받는 게 맞나 싶으셨대요. 건강한 저는 그 고통을 모르잖아요. 이미 마음을 굳힌 아버지한테 ‘더 참고 치료를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자는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병든 아버지는 못 보는 사이 청년이 돼 버린 아들에게 묻고 살았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았다. 이혼하게 된 이유부터 떨어져 지내는 시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지갑에서 작은 사진 하나를 꺼냈다. 사진 속에는 서너 살쯤 되는 어린 한울씨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년 넘은 오래된 사진이지만 구겨짐 없이 잘 관리된 듯했다. 아버지는 사진을 건네며 “한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힘겹게 병마와 싸워 온 이야기와 왜 스위스로 와야만 했는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한울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이 말을 또 했다. 당신은 끝이 정해진 시한부의 삶이라며 너무 걱정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 아버지에게선 죽음을 눈앞에 둔 자의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넌 아직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겠지만 나는 더는 삶에 기대가 없단다. 살 만큼 살았어.” 밤은 이야기로 채워졌다.●그는 마지막 농담을 던졌다 마침내 26일 아침이 밝았다. 아버지는 전날 밤부터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한울씨는 “아버지도 긴장을 많이 하신 것 같았다. 전날 밤 잠을 한숨도 못 잤는데도 잠이 안 오더라고 하셨다. 지난날을 돌아보느라 그럴 수도 있고, 이제 계속 잘 건데 왜 자느냐 싶었을 수도 있고, 여러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바젤 외곽에 있는 조력사 장소로 가기 전 아버지의 호텔방에 사람들이 모였다. 아버지는 “연예인이 된 것 같다”는 농을 던졌지만 분위기는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 사람씩 시계를 선물했다. 한울씨는 ‘남은 인생의 시간을 소중하게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조력사 단체에서 준비한 차를 타고 도착한 시설은 언뜻 보면 차고같기도 하고 목공소같기도 한 외관이었다. 아버지가 누워 있는 침대를 빙 둘러선 사람들 사이에서 흐느낌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울씨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아버지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감정의 동요를 일절 내비치지 않았다. 아버지는 조력사를 돕는 직원이 약물이 담긴 링거액을 걸고 “준비가 되면 밸브를 돌리라”고 안내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밸브를 돌렸다.●동행들에게 시계를 선물한 아버지 그 순간 한울씨는 몇 주 전 군에서 받은 공수훈련을 떠올렸다고 한다. 헬기를 타고 1800피트(548.64m) 상공에 올라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훈련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며 먼저 뛴 동료들이 무사히 착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낙하산은 펴질 것이고, 죽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죽을까 봐 두려웠다. ‘내가 아버지였다면 저 밸브를 돌릴 수 있을까.’ 울음 소리가 커졌지만 한울씨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더 추억을 남겼다면 좋았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그 시점에선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아버지가 스스로 선택한 대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가신 모습이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냥 잠자듯 떠나셔서 그게 참 다행이에요.” 임종을 함께 지켰던 아버지의 지인들은 그 순간에 대해 “이미 절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모습이었다”,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한울씨는 “어쩌면 더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신 걸 수도 있다. 본인마저 두려워하면 같이 온 사람들은 더 힘들 테니까”라고 말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한울씨는 그날 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장교로 임관해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치료의 가능성이 있었다면 저도 (조력사망을) 반대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 스스로 마무리하겠다는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해요. 그리고 제가 아는 누군가가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서 동행을 요청한다면 저는 같이 갈 거예요. 마치 멀리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마음으로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조력사망 희망자들이 얘기하는 가족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아직 존엄을 지킬 수 있을 때 먼 이국 땅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정을 지지하는 가족도, 반대하는 가족도, 차마 반대는 못 해도 함께 가지는 않겠다는 가족도 있었다. 한울씨는 시간을 되돌려도 스위스에 가겠다고 했다.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 당신이 할 수 있을 때 마무리하겠다는 선택을 존중해요. 그리고 당신의 마지막 말씀처럼 아버지는 자살한 게 아닙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 멀쩡한 지붕이 와르르…中 중학교 체육관 붕괴로 11명 사망

    멀쩡한 지붕이 와르르…中 중학교 체육관 붕괴로 11명 사망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의 서쪽 도시 치치하얼의 한 중학교 체육관 지붕이 붕괴되면서 최소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헤이룽장성 정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3일 낮 2시 56분경 치치하얼시 제34 중학교 체육관 지붕이 무너지는 붕괴 사고가 있었으며 당시 체육관 안에는 이 학교 배구팀에 소속된 학생과 코치 등 19명이 있었으나 그 중 4명은 붕괴 직전 체육관을 탈출, 나머지 15명은 매몰돼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4일 오전 10시, 사고 지휘본부는 마지막으로 갇혀 있던 피해자 시신을 수습했으며 이번 사고로 총 11명이 숨지고 4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고 있으나 구조된 이들 역시 생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당일은 휴일이었지만 붕괴 직전 체육관 안에는 이 학교 여자 배구팀이 코치와 함께 훈련 중이었던 탓에 피해가 컸다. 사망자 중 1명은 배구팀 코치였으며 나머지 사상자는 모두 소속 학생들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성 정부가 직접 나서 사고 수습 과정을 공식 소셜미디어에 게재하는 등 발 빠른 피해 수습 모습을 보였으나, 현지에서는 체육관 인접한 곳에서 불법으로 자재를 체육관 지붕에 쌓아 놓았던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실제로 맥없이 바닥으로 무너진 체육관 지붕은 콘크리트 블록으로 건축돼 무게가 상당했으며, 체육관 전체 건물 면적 역시 약 1200㎡에 달했을 정도로 큰 규모였다. 거기에 더해 체육관 인근에서 시설 공사를 하던 시공사가 건물의 벽이나 지붕 잔열에 사용되는 단열재 펄라이트(진주암) 자재를 지붕에 산적한 채 공사를 강행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지붕이 그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지역 관할 소방당국 역시 제1차 사고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 전날 내린 비의 무게까지 감당해야 했던 체육관 지붕이 돌연 무너지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관할 공안은 비용 절감을 위해 체육관 지붕에 공사 자재를 쌓는 등 건축 법규를 위반한 혐의의 교육종합시설 시공 책임자를 현장에 체포하고 사고 경위 조사 등 후속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고를 입은 유가족들은 사고 위로금과 보상금으로 약 50만 위안(약 8915만 원)을 지급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헤이룽장성 쉬친 당서기와 량후이링 성장은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조속하게 수사, 관련자들의 법률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학교 등 대규모 교육 시설과 체육관, 건설 현장 등의 안전 위험성을 조사,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수립 마련을 촉구했다.  
  • [단독] “아버지의 안락사를 존중합니다”...남은 가족의 이야기 [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 “아버지의 안락사를 존중합니다”...남은 가족의 이야기 [금기된 죽음, 안락사]

    국내 최초 조력사망 유족 인터뷰2021년 호주 국적 한국인, 스위스서 조력사망동행한 아들 한울씨가 회상하는 당시의 감정“자살하는 게 아니다” 수 차례 강조한 아버지“치료 가능성 없던 아버지 선택 존중” 조력사망으로 가족이 떠나면 남은 가족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갈까. 후회일까. 위안일까. 서울신문은 조력사망 이후 남은 가족의 심경을 듣고자 지난 8개월간 한국인 조력사망자의 가족들을 찾아 나섰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복수의 가족 중 한 분의 허락을 받아 인터뷰할 수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 조력사망자의 가족 인터뷰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8월 26일 호주 국적의 한국인 허모(당시 63)씨가 스위스 바젤에서 조력사망했다. 허씨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폐암 말기 환자였다. 두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했고, 주치의가 말한 기대 여명도 이미 수개월을 넘긴 상태였다. 마지막 순간, 14년 만에 해후한 아들 한울(27·가명)씨가 곁을 지켰다.씨도둑질은 못하는 법 ‘씨도둑질은 못한다’는 속담이 떠오른 건 한울씨가 보여준 한 장이 사진 때문이었다. 이목구비부터 미소까지 부자는 닮아도 너무 닯았다. “아버지는 스위스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의연하셨어요.” 지난 5월 강원도의 한 소도시에서 만난 한울씨도 그랬다. 2년 전 여름 스위스에 다녀온 일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아버지를 만나고, 떠나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3박 4일의 여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한울씨의 모습에서 사진 속 그의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한울씨에게 ‘아버지가 곧 죽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2021년 8월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아버지는 기억 속 흐릿한 존재였다.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아버지와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2007년 아버지를 만나러 호주로 가 한달 간 함께 살았던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늘 그리운 건 아니었지만 마음 한 편으론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14년 만에 폐암 말기 아버지와의 만남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아들을 찾았다. 폐암 말기 환자가 된 아버지는 조력사망을 결정했고, 얼마 뒤 스위스에 ‘죽으러 간다’고 했다. “잘 자라서 고맙다. 이제야 찾게 되어 미안하다. 용서를 빈다. 다만 나는 한시도 너를 잊은 적은 없다”는 메시지에 한울씨는 “전혀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였다. 한울씨는 학교 수업시간에 ‘안락사’나 ‘존엄사’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접하면서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 막연히 생각했다고 한다. 그 선택을 아버지가 했다. 무려 1년 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호주에 살고 있는 아버지와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도 스위스에 함께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차마 “같이 갈 수 있느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동행을 제안한 건 어머니였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데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한울씨는 그날로 여권 발급을 신청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끊어주었다. 조력사망 시행을 하루 앞두고 부자는 스위스 바젤에서 만났다. 한울씨는 네덜란드를 경유해 10시간 넘는 비행 끝에 아버지가 머물고 있던 호텔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직접 방문을 열고 아들을 맞이하며 “반갑다”고 말했다. 한울씨는 “스위스에서의 모든 일이 특별했지만 아버지와 처음 만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기억보다 훨씬 나이 들고 살도 많이 빠지고 수척해진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암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 싶었다”고 했다.“아들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했다. 동행한 가족과 친구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아버지는 그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선택을 되돌리길 바랐다. 한울씨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아버지의 지인은 “아들도 만나게 됐으니 포기하고 돌아가자는 식으로 말려 볼 생각”이라고 했다. 가톨릭 신자인 한울씨가 스위스로 가기 전 가까운 형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그도 “신앙인으로서 조력사망은 찬성할 수 없다. 네가 아버지를 설득하라”고 했다. 한울씨는 복잡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말리고 싶은 마음보단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존중하고 싶었어요. 아버지가 암의 고통이 너무 컸다고 하셨거든요. 남은 치료는 암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연명하는 일 뿐인데 그걸 더 받는 게 맞나 싶으셨대요. 건강한 저는 그 고통을 모르잖아요. 이미 마음을 굳힌 아버지한테 ‘더 참고 치료를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자는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병든 아버지는 못 보는 사이 청년이 돼버린 아들에게 묻고 살았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았다. 이혼하게 된 이유부터 떨어져 지내는 시간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지갑에서 작은 사진 하나를 꺼냈다. 사진 속에는 서너살쯤 되는 어린 한울씨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년 넘은 오래된 사진이지만 구겨짐 없이 잘 관리된 듯했다. 아버지는 사진을 건네며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힘겹게 병마와 싸워온 이야기와 왜 스위스로 와야만 했는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한울아, 나는 자살하는 게 아니다.” 아버지는 이 말을 또 했다. 당신은 끝이 정해진 시한부의 삶이라며 너무 걱정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 아버지에게선 죽음을 눈앞에 둔 자의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넌 아직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겠지만 나는 더는 삶에 기대가 없단다. 살 만큼 살았어….” 밤은 이야기로 채워졌다.그는 마지막 농담을 던졌다 마침내 26일 아침이 밝았다. 아버지는 전날 밤부터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한울씨는 “아버지도 긴장을 많이 하신 것 같았다. 전날 밤 잠을 한숨도 못잤는데도 잠이 안 오더라고 하셨다. 지난 날을 돌아보느라 그럴 수도 있고, 이제 계속 잘 건데 왜 자느냐 싶었을 수도 있고, 여러 생각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바젤 외곽에 있는 조력사 장소로 가기 전 아버지의 호텔방에 사람들이 모였다. 아버지는 “연예인이 된 것 같다”는 농을 던졌지만 분위기는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 사람씩 시계를 선물했다. 한울씨는 ‘남은 인생의 시간을 소중하게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조력사 단체에서 준비한 차를 타고 도착한 시설은 언뜻 보면 차고같기도 하고 목공소같기도 한 외관이었다. 아버지가 누운 침대를 빙 둘러선 사람들 사이에서 흐느낌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울씨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아버지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감정의 동요를 일절 내비치지 않았다. 아버지는 조력사를 돕는 직원이 약물이 담긴 링거액을 걸고 “준비가 되면 밸브를 돌리라”고 안내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밸브를 돌렸다.그 후 2년…“아버지의 선택을 존중” 그 순간 한울씨는 몇 주 전 군에서 받은 공수훈련을 떠올렸다고 한다. 헬기를 타고 1800피트(548.64m) 상공에 올라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훈련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며 먼저 뛴 동료들이 무사히 착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낙하산은 펴질 것이고, 죽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죽을까봐 두려웠다. ‘내가 아버지였다면 저 밸브를 돌릴 수 있을까.’ 울음 소리가 커졌지만 한울씨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더 추억을 남겼다면 좋았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그 시점에선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아버지가 스스로 선택한 대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가신 모습이 고통스러워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냥 잠자듯 떠나셔서 그게 참 다행이에요.” 임종을 함께 지켰던 아버지의 지인들은 그 순간에 대해 “이미 절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모습이었다”,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한울씨는 “어쩌면 더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신 걸 수도 있다. 본인마저 두려워하면 같이 온 사람들은 더 힘들 테니까”라고 말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한울씨는 그날 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장교로 임관해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치료의 가능성이 있었다면 저도 (조력사망을) 반대했을 수 있겠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 스스로 마무리하겠다는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해요. 그리고 제가 아는 누군가가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서 동행을 요청한다면 저는 같이 갈 거예요. 마치 멀리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는 마음으로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조력사망 희망자들이 얘기하는 가족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아직 존엄을 지킬 수 있을 때 먼 이국 땅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정을 지지하는 가족도, 반대하는 가족도, 차마 반대는 못해도 함께 가지는 않겠다는 가족도 있었다. 한울씨는 시간을 되돌려도 스위스에 가겠다고 했다. “남은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는 것보다 당신이 할 수 있을 때 마무리하겠다는 선택을 존중해요. 그리고 당신의 마지막 말씀처럼 아버지는 자살한 게 아닙니다.”
  • “조선족 2세, 도박빚, 이혼남” 신림동 범인 추측 난무…신상공개 될까

    “조선족 2세, 도박빚, 이혼남” 신림동 범인 추측 난무…신상공개 될까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조모씨(33)를 둘러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21일 사건 발생 후 온라인에는 이름과 나이, 출신학교 등 조씨의 신상정보를 추측한 게시글이 나돌았다. 조씨의 과거 사진과 소셜미디어(SNS) 계정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확산했다. 조씨의 지인을 자처한 이는 그가 외자 이름을 가진 조선족 2세이며, 이혼 후 수천만원의 도박 빚을 떠안고 건설 현장을 전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 정보가 사실인지는 이번 주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 결정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행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는 2010년 신설된 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처벌법에 근거한다. 검경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 사건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정유정 살인사건과 강남 납치 살해 사건,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n번방 성 착취물 제작 유포 사건 등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바 있다. 일단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살펴보면 조씨는 폭행 등 전과 3범에다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이 있다. 현재 무직이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인천 주거지와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할머니 집을 오가며 생활했고 범행 직전에도 할머니 집에 들른 것으로 파악됐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반성한다”영장심사 10분만에 종료, 구속 수감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 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를 받는다. 길이 100여m인 골목에서 남성 3명을 흉기로 찌르고 골목을 빠져나간 조씨는 인근 모텔 주차장 앞에서 또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했다. 조씨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 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병원에 실려 간 부상자 3명 중 1명은 퇴원해 통원 치료 중이고 나머지 2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초 위독한 상태로 알려진 피해자도 고비를 넘겼다. 조씨는 피해자 4명 모두와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구속 후 현재 서울 관악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판사는 23일 오후 2시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조씨는 이날 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너무 힘들어서 저질렀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 앞에서는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제가 너무 잘못한 일”이라며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자신의 처지를 탓했다. 경찰은 조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하는 등 자세한 범행 경위와 배경, 범행 이전 행적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피해자 유족 “모범생, 실질적 가장”“반성 없는 반성문으로 감형 없도록 사형 요청” 한편 조씨의 범행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유족은 같은 날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 자신을 피해자의 사촌 형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와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악마같은 피의자는 착하고 불쌍한 제 동생을 처음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무참히 죽였다”며 “유족들은 갱생을 가장한 피의자가 반성하지도 않는 반성문을 쓰며 감형을 받고 또 사회에 나올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또 자신의 사촌동생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외국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을 돌봐온 실질적 가장이며 과외와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온 대학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이 신림동에 저렴한 원룸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13차례 흉기에 찔렸다고 청원인은 말했다.
  • “싼 원룸 찾아 신림동 갔다가…” 칼부림 사건 사망자 유족 엄벌 촉구

    “싼 원룸 찾아 신림동 갔다가…” 칼부림 사건 사망자 유족 엄벌 촉구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피에 사촌형 글 게시“수능 3일 전 모친 사망… 빈소서 동생 위로”“서울 소재 대학 합격… 알바하며 동생 챙겨”“억울한 사망자 없도록 가해자에 사형 요청”조모씨 흉기난동 사건에 1명 사망·3명 부상범행 동기는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어”경찰, 범행 경위 조사… 신상공개 금주 결정 서울 지하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상가 골목에서 30대 남성 조모(33)씨의 흉기난동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한 이른바 ‘신림동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사망자 유족이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제 동생이 억울하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고인의 사촌형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글을 쓰는 이유는 제 동생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한 분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라는 마음과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동생은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수차례 칼에 찔렸으며 CPR(심폐소생술)조차 받지 못하고 만 22살의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됐다”며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남겨진 칼자국과 상처를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인은 서울에 있는 꿈꾸던 대학에 합격한 뒤 학생회장까지 당선된 모범생이었다”며 “신림에 간 이유도 생활비를 덜기 위해 저렴한 원룸을 알아 보기 위해 부동산에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인은 정말 착하고 어른스러웠다”며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일 때 수능을 3일 앞두고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가족의 곁을 먼저 떠났음에도 빈소를 지키고, 중학생인 남동생을 위로했다는 일화를 전했다.그러면서 “외국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지자 대학 입학 때부터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고 최근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형마저 잃은 고인의 어린 동생은 부모님도 없이 홀로 형을 떠나보냈다”며 “고인의 동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피의자를 절대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달라 한다”고 전했다. 또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와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적었다. 그는 “유족들은 갱생을 가장한 피의자가 반성하지도 않는 반성문을 쓰며 감형받고 또 사회에 나올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이미 다수 범죄 전력이 있는 33살 피의자에게 교화되고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기회를 또 주지 않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100명의 사전 동의를 얻어 곧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앞서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상가 골목에서 조씨가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다쳤다. 경찰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조씨는 이날 오후 2시 7분 골목 초입에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일면식도 없는 한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고, 이후 골목 안쪽으로 이동하며 약 3분간 행인 3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조씨를 현장에서 체포했고, 23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조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범행 장소로 신림역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제가 너무 잘못한 일”이라며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하는 등 자세한 범행 경위와 배경, 범행 이전 행적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범행이 잔인하며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이번주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 [특파원 칼럼] 겪지 않은 길, 기후변화, 미래세대/이재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겪지 않은 길, 기후변화, 미래세대/이재연 워싱턴 특파원

    “우리는 녹아내리고 있다.” 전 세계를 뒤덮은 폭염과 이상기후에 지구촌이 신음하고 있다. 유럽에서 폭염이 가장 심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기온이 섭씨 47도로 역대 유럽 최고기록에 근접하자 섬 주민이 탄식한 짧은 한마디가 지난주 외신을 탔다. 유럽에선 연일 40도를 넘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미국과 중국도 최고기온 50도를 웃도는 살인 더위가 기승이다. 미국에서 가장 무더운 곳인 데스밸리는 지난주 낮 기온이 53.3도로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고,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20일 연속 43도 이상 폭염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약 8500만명의 미국민이 폭염경보에 시달리고 있다. 폭우, 홍수, 산불, 토네이도도 지구촌에 몰아치고 있다. 지난봄 캐나다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연기가 미국까지 덮친 데 이어 동부 지역에서 1971년 이후 최대 폭우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폭염에다 폭우가 겹친 미국은 올해에만 기후 재해로 인한 피해액이 120억 달러(약 15조 2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인도 역시 몬순 폭우로 수백명이 사망했다. 한국에서도 역대급 장마와 폭우로 인해 충북, 경북 등지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현대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기상이 부지불식간에 일상이 돼 버렸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식량 부족, 모래폭풍에 시달리는 황폐해진 지구촌이 배경이 됐던 영화 ‘인터스텔라’가 머지않은 미래가 될 수 있겠다는 두려움마저 든다. 기상이변이 두려운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기 때문이다. 더 두려운 것은 우리 세대가 사라진 뒤에 남는 아이들 세대는 치명타를 받게 된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이다. 산업화와 탄소 배출, 환경 오염, 앞세대 업보를 이어받아 부모들이 누렸던 일상을 미래세대는 아예 꿈꿀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상상은 그저 상상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위기에도 지구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지난주 중국을 방문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중국(32.9%)과 미국(12.6%)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정치·경제 안보를 놓고 기싸움 중인 주요 2개국(G2)의 이해관계가 얽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인류 공동의 문제인 기후변화 대처에 탈정치적으로 협력하라”고 요구하지만, 중국은 이런 압박마저 자국을 고립시키려는 수단이라며 맞서는 형국이다. 한쪽에선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정크 과학’이라고 비난하는 거대 석유업계의 로비도 견고하다. 유엔난민기구는 앞으로 적절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는다면 2050년까지 약 2억명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강제 실향민 신세가 되리라는 우려를 내놨다. 더는 시간이 없다. 곧 사라질 세대가 미래세대를 망가뜨릴 수는 없다. 이들이 꿈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도록,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구촌 시민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거대 기업들을 흔들어 놔야 한다.
  • [단독]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단독]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둘 것입니까? 아니면 안락사를 허용할 것입니까? 안락사는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은 안락사 및 조력자살 허용 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례를 연구해 온 그는 안락사 허용 범위가 차츰 넓어지다가 최근 캐나다 등에선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박사는 “안락사 문제는 공공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이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①의사 표현이 명확한 사람이 ②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 가다가 ③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이상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를 묶어 “이렇게 안타까우니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윤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정책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정책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영향을 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인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NIH의 승인을 받아 이메일로 두 차례 진행됐다. 다만 김 박사 개인적 견해로 미국 정부나 NIH 입장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이라 해도 죽음을 돕는 행위가 의사의 윤리와 역할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고통을 줄여 주는 것과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를 구분하자. 안락사 운동은 고통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이 통증 완화가 아니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락사가 의료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철학적 선택의 문제라면 이를 돕는 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존엄사법 연례 보고서를 보면 1998~2022년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율성 상실’(90.3%)이었다. 이어 ‘삶을 즐길 수 있는 활동력 감소’(90.0%), ‘존엄성 상실’(71.7%), ‘가족이나 간병인에 대한 부담’(48.0%)이 꼽혔고 ‘통증 조절 또는 그에 대한 걱정’은 28.0%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미국은 10개 주에서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고 다른 주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있다. 미국 의료계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안락사가 의학적 문제인지조차 논란이 있다. 세계의사협회(WMA)와 미국의사협회(AMA) 모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강령에는 의사조력자살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를 보면 의사들은 조력자살에 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의사 개인은 전문가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조력자살은 근본적으로 치료자인 의사의 역할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반대 쪽에 무게를 실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안락사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각각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를 선택지로 주는 것은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기도 전에 팔다리를 절단하겠느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닌데도 안락사를 선택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캐나다를 보면 일반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캐나다에서는 내년 3월부터 정신질환자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김 박사는 캐나다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 의회 증언을 비롯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확신한다. 정신질환은 치료의 불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없고, 죽음에 대한 환자의 욕구도 일정하지 않다.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신청한 정신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부는 안락사 자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았다’며 마음을 바꿨다. 캐나다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며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를 임종 방식의 하나로 선택할 의향이 있나. “이 질문은 거절하겠다. 안락사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더라도 공공 정책으로 안락사를 도입하는 건 취약계층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 대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들을 ‘국가가 승인한 사망 대상’으로 분류하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한다.” ● 스콧 YH 김 박사는 누구 미국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도덕철학(칸트윤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성인정신의학을 전공한 정신의학 및 생명윤리 분야 전문가다. 2013년 7월부터 미국립보건원(NIH)의 종신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안락사 및 의사조력사망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학술지와 책에 20여건의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73년 가족과 미국으로 갔으며 한국 이름은 김영호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 존엄한 죽음의 문 열기 전, 호스피스·돌봄 등 ‘복지의 문’ 넓혀야[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존엄한 죽음의 문 열기 전, 호스피스·돌봄 등 ‘복지의 문’ 넓혀야[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국민 80%는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표를 던진다.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의료에 매달리는 대신 죽음을 준비함으로써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이 투영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안락사나 조력사망은 여전히 입에 올리기 힘든 금기어다. 반대의 중심에는 종교계와 의료계가 있다. 그 무엇도 생명에 우선할 수 없으며 죽음은 인간이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실적 반대론자도 있다. 편안한 임종을 돕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돌봄이나 의료 복지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락사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죽음에 관한 결정은 한번 시행하면 돌이킬 수 없다. 논의 과정에서 깊고 넓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의료·돌봄 지원이 먼저병원 빅5 중 1곳만 호스피스 있어안락사 허용국 의료복지 잘 갖춰 존엄사 논의가 연명의료 중단, 의사조력사망 도입 등으로 확대될 때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논리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죽음을 허용하기에 앞서 불충분한 의료 지원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의사협회와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의료계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로 여러 차례 의사조력사망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의사 215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신문 설문조사에서도 의사들이 조력사망 도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돌봄 및 의료 복지 강화가 우선’ (25.8%)이 꼽혔다. 실제 우리나라 호스피스 이용률은 극히 낮다. 중앙호스피스센터 통계를 보면 2021년 호스피스 이용률은 호스피스 대상 질환(암·후천성면역결핍증·만성 간경화·만성 호흡부전) 사망자의 21.5%에 그쳤다. 낮은 이용률은 인프라 부족 탓이 크다. 국내 ‘빅5’ 대형병원 가운데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형식인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을 갖춘 곳은 서울성모병원뿐이다. 한 해 암 사망자 수(약 8만명) 대비 전국 호스피스 병상수(1600개)는 2%에 불과해 대기 번호를 기다리다가 죽는다는 이야기가 과장된 말이 아니다. 안락사를 법제화한 국가들 대부분이 호스피스 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2021년 11월부터 조력사망을 시행한 뉴질랜드는 지난해 말까지 조력사망을 신청한 814명 중 76.8%(625명)가 신청 당시 완화의료를 받고 있었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에서 조력사망한 278명 중 91.4%(254명)도 호스피스에 등록한 상태였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에서는 말기 환자 대부분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한 상태로, 말기 환자 5명 중 1명만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한국의 말기 의료 현실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의료 선진국들은 연명의료 결정 대상을 말기 환자부터 식물인간 상태까지 단계적으로 제도를 확장해 나갔다”면서 “한국은 아직 임종 과정에서만 연명의료 결정이 가능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말기 환자나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 관한 중간 단계 논의는 건너뛴 채 조력사망 법제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끄러운 경사길취약계층 “짐 될까 봐 죽고 싶어”합법화 땐 ‘선택’에 떠밀릴 수도 의사조력사망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합법화될 경우 노인이나 장애인, 경제적 취약층이 죽음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사회적 돌봄 제도는 취약하고, 가족에 대한 부양 의무는 큰 한국에서 조력사망과 같은 안락사 제도가 한번 도입되면 ‘미끄러운 경사길’을 열어 놓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국내 노인 빈곤율이나 자살률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또 65세 이상 노인 90.6%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꼽았다는 점(2020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도 노인들이 노년기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전 국민 무상의료 수준의 의료 복지가 갖춰져야 당사자가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2016년 안락사를 법제화한 캐나다의 경우 무상의료 체계가 확립돼 있어 적어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재헌 캐나다 웨스턴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노숙인도 일반인과 동일한 수준의 중환자실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서 “한국인이 안락사를 찬성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족에게 간병 및 치료비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인 듯하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이 떠밀리듯 안락사를 택하는 일이 없게 하려면 탄탄한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사는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 안락사를 도입한다면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죽음을 쉽게 생각하는 풍토가 되지 않도록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락사 찬성 80% 이면사전 연명치료 포기서 썼더라도막상 죽음 인정 못해 “살려 달라” 의료계에서는 조력사망 등 죽음에 관한 일련의 논의가 현실과는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2019년부터 이뤄진 세 차례의 국민 여론조사에서 80%가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지만 당장 현실에서는 병원도, 환자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말기 환자를 주로 보는 의사들은 더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환자와 가족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추가 치료가 무의미한 단계임에도 대다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로 전환하거나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것을 치료를 ‘포기’하는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자문형 호스피스를 맡고 있는 서세영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 놓은 분도 막상 말기 상황이 되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그 상황에서 새로 써야 하는 서류가 있으면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서인지 상당히 주저하고 미룬다”면서 “건강한 상태일 때와 죽음에 이른 상황일 때 존엄사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가 많이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온전한 사회적 합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 교수도 “간병하는 가족들 앞에서는 빨리 죽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의료진만 있으면 더 살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면서 “현실 앞에 서면 환자나 가족 모두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사의 역할죽음 돕는 일, 의사 윤리와 충돌사회적 합의 따라 변화 가능성도 의료계 반대가 심한 배경에는 의사의 역할 문제도 있다. 의사조력사망이 도입되면 의사가 환자의 죽음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환자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둔 의사 윤리와 부딪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의사의 근본적인 목표는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면서 “조력사망은 의료가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근본 원칙을 뒤집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반대는 종교계처럼 절대적 원칙이 아닌 만큼 사회적 합의 수준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대 및 전공의 교육 과정에서 임종 관련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 교수는 “의사라도 직접 말기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아니면 임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부족하다”면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임종 관련 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둘 것입니까? 아니면 안락사를 허용할 것입니까? 안락사는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은 안락사 및 조력자살 허용 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례를 연구해 온 그는 안락사 허용 범위가 차츰 넓어지다가 최근 캐나다 등에선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박사는 “안락사 문제는 공공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이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①의사 표현이 명확한 사람이 ②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 가다가 ③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이상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를 묶어 “이렇게 안타까우니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윤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정책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정책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영향을 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인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NIH의 승인을 받아 이메일로 두 차례 진행됐다. 다만 김 박사 개인적 견해로 미국 정부나 NIH 입장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이라 해도 죽음을 돕는 행위가 의사의 윤리와 역할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고통을 줄여 주는 것과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를 구분하자. 안락사 운동은 고통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이 통증 완화가 아니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락사가 의료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철학적 선택의 문제라면 이를 돕는 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존엄사법 연례 보고서를 보면 1998~2022년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율성 상실’(90.3%)이었다. 이어 ‘삶을 즐길 수 있는 활동력 감소’(90.0%), ‘존엄성 상실’(71.7%), ‘가족이나 간병인에 대한 부담’(48.0%)이 꼽혔고 ‘통증 조절 또는 그에 대한 걱정’은 28.0%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미국은 10개 주에서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고 다른 주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있다. 미국 의료계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안락사가 의학적 문제인지조차 논란이 있다. 세계의사협회(WMA)와 미국의사협회(AMA) 모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강령에는 의사조력자살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를 보면 의사들은 조력자살에 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의사 개인은 전문가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조력자살은 근본적으로 치료자인 의사의 역할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반대 쪽에 무게를 실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안락사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각각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를 선택지로 주는 것은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기도 전에 팔다리를 절단하겠느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닌데도 안락사를 선택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캐나다를 보면 일반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캐나다에서는 내년 3월부터 정신질환자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김 박사는 캐나다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 의회 증언을 비롯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확신한다. 정신질환은 치료의 불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없고, 죽음에 대한 환자의 욕구도 일정하지 않다.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신청한 정신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부는 안락사 자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았다’며 마음을 바꿨다. 캐나다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며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를 임종 방식의 하나로 선택할 의향이 있나. “이 질문은 거절하겠다. 안락사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더라도 공공 정책으로 안락사를 도입하는 건 취약계층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 대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들을 ‘국가가 승인한 사망 대상’으로 분류하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한다.” ● 스콧 YH 김 박사는 누구 미국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도덕철학(칸트윤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성인정신의학을 전공한 정신의학 및 생명윤리 분야 전문가다. 2013년 7월부터 미국립보건원(NIH)의 종신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안락사 및 의사조력사망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학술지와 책에 20여건의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73년 가족과 미국으로 갔으며 한국 이름은 김영호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 [단독] “죽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 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단독] “죽고 싶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 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4> ‘조력사망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가족이 고통 속에서 죽는 모습은 남은 사람에게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안긴다. 고통뿐인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력사망 제도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안타깝게 떠나보냈거나 병으로 고통을 받고있다고 해서 모두가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죽음이 마지막 선택지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의료 기술의 발달과 완화의료의 확대 등도 말기 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보호자와 암 전문의, 지체장애인 등 각각 다른 자리에 서서 ‘조력사망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한 항암제 다시 삼킨 아내… 6개월 시한부, 20년 기적의 삶 말기암 환자에게 온 기회획기적 신약 ‘글리벡’ 무상 복용암세포 줄어 이식수술로 새생명 “말기 환자들도 본능적으로 죽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살 가능성을 찾습니다.” 안기종(53)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 ‘조력존엄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그는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의학의 발달을 꼽았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 덕에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01년 11월 그의 아내는 우연히 배에서 큰 혹을 발견했다. 아내는 대형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골수성 백혈병. 만성기를 지나 가속기로 접어든 상태였다. “6개월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안씨는 정신없는 아내를 대신해 백방으로 신약에 관한 정보를 수소문했고 얼마 후 희망적인 소식을 찾았다. 불과 6개월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난 표적 항암제 ‘글리벡’을 한국에서도 무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글리벡은 당시 전문의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로 평가받았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말기 환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여기에 참여했다. 글리벡을 복용하자 아내는 심한 구토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생존 욕구가 더 강했다. 토사물을 뒤져 가며 글리벡을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한 달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석 달이 지나자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고, 열 달이 됐을 땐 골수검사 결과 역시 정상인과 같은 수준이 됐다. 병원에서는 상태가 좋아졌을 때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자고 권유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내는 2013년부터 약을 중단했다. 6개월 시한부였던 아내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멀쩡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의학, 더디지만 계속 발달연장된 생명, 말기 판단도 달라져포기하지 않는 한 가능성 있는 것 포기하지 않은 덕에 살아난 아내의 존재는 안씨가 조력사망 제도화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의학 발달로 희귀·난치병의 치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0년 사이 국내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생존율은 2.6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조력사망 제도를 시행한다면 자신의 아내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로 시한부나 말기 환자를 정의하는 기준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는데도 대중의 인식은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간병과의 전쟁을 이어 가며 한숨짓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그의 확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환자가 그냥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지친 간병인들의 호소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사망이 환자를 죽음으로 떠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안 대표가 조력사망을 반드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끝단이 있다. 고통을 전혀 관리할 수 없는 병과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에는 조력사망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조력사망이 제도화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치료비가 없어서, 병간호에 지쳐서 살인까지 하는 세상이잖아요.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입으로 임종 환경을 충분히 개선한 상태가 돼야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병마의 고통 알기에… 내 환자와 가족이 ‘임종의 시간’ 갖게 도와야 해방감보다 죄책감그땐 ‘죽음’ 맞을 준비 못 해 후회호스피스 등 더 나은 마지막 있어 “조력사망이 너무 빨리 고통의 해결책처럼 등장했다는 생각입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 데도 말이에요. ” ‘O&C’(Open and Closure: 수술 시작 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봉합하는 경우. 외과의사가 말하는 가장 허탈하고 안타까운 수술) 김선영(47)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O&C’라는 의학용어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때다. 1990년 가을 40대 중반의 경제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대신 아버지의 몸에는 담즙배액관(PTBD)이 꽂혔다. 어머니는 아버지 곁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지겨운 것….” 이듬해 12월 아버지의 마지막 숨이 그치자 어머니는 시신에서 관을 빼내며 한숨을 내뱉었다.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해방된 듯한, 하지만 고인에게 ‘더 나은 마지막’을 건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다.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임종 과정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도, 가족들도 온통 고통뿐인 기억으로 남았다. 치료를 위해 노력한 시간이 후회와 죄책감으로 얼룩졌다. “그 당시에는 죽음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임종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만약 호스피스 제도가 있었고 누군가 임종을 도왔더라면 아버지와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거예요.” 그는 현재 아버지와 같은 암 환자를 상대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됐다. 환자의 고통과 남은 가족들의 후회 등 말기 환자의 투병 과정을 잘 알기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권하길 꺼린다. 아버지의 임종과는 다르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를 활용해 임종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생존 의지와 의료 복지환자 고통·불안 해소할 시간 필요‘해로운 치료 중단’ 진단 명확해야 하지만 현실에서의 한계는 분명했다. 환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바쁜 병원, 부족한 호스피스 인력 문제는 만성적 고질병이다. 21.5%에 그치는 호스피스 이용률(2021년 호스피스 대상 질환사망자 대비)은 호스피스가 충분히 좋은 제도란 것을 강조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 제도를 확충해 이용률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치료에만 집착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호스피스 등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 결국 관성적으로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하다가 응급실에서 사망하고 가족들은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또 통상 대형병원 진료는 3분 안에 1명의 환자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런 체계에선 의료진이 환자의 외로움과 불안 등을 충분히 해소해주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말기 환자들은 대체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력사망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응답자들이 임종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먼 죽음을 생각할 때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죽어야지’라고 쿨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희망을 놓지 않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준비하려면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더이상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항암이 해롭다는 걸 명확히 말해 줄 필요가 있어요. 그게 치료를 선택하지 않은 가족들의 죄책감과 짐을 덜어 주는 일입니다.” 살수록 고통 커지는 장애인… 나처럼 죽음을 강요받을 수도 “저 몸으로 살겠나”소아마비 걸리자 죽음 갈림길에내 죽음에 제삼자 개입은 ‘살인’ 중증장애인 이문희(66)씨는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르게 삶의 갈림길에 섰던 사실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네에 번진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두 돌이 지나서도 일어서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을 가서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그의 친척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곡기를 끊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밥을 적게 줘 자연스럽게 굶겨 죽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집안의 수입은 대부분 이씨의 치료비로 나갔다. 건강한 아이도 살기 어려웠던 시절 가족은 이씨가 살아갈 삶을 걱정했다. 다행히 어머니의 강한 반대로 이씨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할머니는 내 삶을 걱정해 날 죽이자고 했었지만 정작 손주인 내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여생의 기회를 제거하려 했다”면서 “조력사망 제도도 의사소통이 부족한 장애인들의 의사와 반하는 오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력사망을 반대한다. 손주를 죽이려 했던 할머니처럼 제삼자가 사람의 죽음을 결정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이 말하는 ‘죽을 권리’란 내 죽음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조력사망 제도는 국가가 개인들의 죽음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 그 절차와 방법까지 탈범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학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 역시 조력사망을 반대하는 이유가 됐다. 이씨는 1998년 도르트문트대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을 전공했다. 수업에서 지도교수가 중증장애인의 안락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에 빠졌다. 안락사가 겉으론 약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해도, 실질적으로 약자에게 죽음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가치 없는 삶은 없다생명에 ‘실용의 잣대’ 대면 안 돼신체보다 ‘정서적 해방’ 고려해야 이씨는 조력사망이 자칫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씨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어느 날 새벽 1시, 바깥이 밝아 문을 열었더니 집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뿌렸다. 이웃 주민들의 신고와 도움으로 이씨는 겨우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인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신나치주의자’(네오나치)의 방화 범죄였다. 이씨는 “(세계적으로) 네오나치와 같은 극우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락사는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고 있다”며 “사람의 생명이 극대화된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락사를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성에 근거한 가치와 철학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방증”이라면서 “어느 것이 더 실용적인가란 고민에서 가치 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죽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결국 ‘살고 싶다’는 것임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죽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겁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 세상과의 단절 등 심리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말기 환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죽을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마음 아픈 건 어때요’라고 먼저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안락사, 이상적으로 접근하지 말라” 美국립보건원(NIH) 스콧 김 인터뷰[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안락사, 이상적으로 접근하지 말라” 美국립보건원(NIH) 스콧 김 인터뷰[금기된 죽음, 안락사]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도록 내버려 둘 것입니까? 아니면 안락사를 허용할 것입니까? 안락사는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은 안락사 및 조력자살 허용 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례를 연구해 온 그는 안락사 허용 범위가 차츰 넓어지다가 최근 캐나다 등에선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김 박사는 “안락사 문제는 공공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이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의사 표현이 명확한 사람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가다가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이상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를 묶어 “이렇게 안타까우니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윤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정책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정책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영향을 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인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NIH의 승인을 받아 이메일로 2차례 진행됐다. 다만 김 박사 개인적 견해로 미국 정부나 NIH 입장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라 해도 죽음을 돕는 행위가 의사 윤리와 역할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고통을 줄여주는 것과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를 구분하자. 안락사 운동은 고통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이 통증 완화가 아니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락사가 의료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철학적 선택의 문제라면 이를 돕는 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존엄사법 연례 보고서를 보면 1998~2022년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율성 상실’(90.3%)이었다. 이어 ‘삶을 즐길 수 있는 활동력 감소’(90.0%), ‘존엄성 상실’(71.7%), ‘가족이나 간병인에 대한 부담’(48.0%)이 꼽혔고, ‘통증 조절 또는 그에 대한 걱정’은 28.0%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미국은 10개 주에서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고, 다른 주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있다. 미국 의료계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안락사가 의학적 문제인지조차 논란이 있다. 세계의사협회(WMA)와 미국의사협회(AMA) 모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강령에는 의사조력자살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를 보면, 의사들은 조력자살에 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의사 개인은 전문가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조력자살은 근본적으로 치료자인 의사의 역할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반대쪽에 무게를 실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안락사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각각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를 선택지로 주는 것은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기도 전에 팔다리를 절단하겠느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닌데도 안락사를 선택하는 일은 있어서 안 될 일이다. 캐나다를 보면 일반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캐나다에서는 내년 3월부터 정신질환자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캐나다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 의회 증언을 비롯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확신한다. 정신질환은 치료의 불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없고, 죽음에 대한 환자의 욕구도 일정하지 않다.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신청한 정신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부는 안락사 자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았다’며 마음을 바꿨다. 캐나다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며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를 임종 방식의 하나로 선택할 의향이 있나. “이 질문은 거절하겠다. 안락사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더라도 공공 정책으로 안락사를 도입하는 건 취약계층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 대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들을 ‘국가가 승인한 사망 대상’으로 분류하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한다.”☞스콧 YH 김 박사는 누구미국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도덕철학(칸트윤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성인정신의학을 전공한 정신의학 및 생명윤리 분야 전문가다. 2013년 7월부터 미국립보건원(NIH)의 종신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안락사 및 의사조력사망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학술지와 책에 20여 건의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73년 가족과 미국으로 갔으며, 한국 이름은 김영호다.
  • [단독] 시한부 아내의 기적의 삶…“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 시한부 아내의 기적의 삶…“조력사망은 해방구가 아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

    고통의 당사자 3人이 전하는 조력사망 반대 이유의학 기술의 발전, 회복 가능성 차단부족한 호스피스·완화의료부터 보완해야사회적 약자 죽음으로 등떠밀 것 가족이 고통 속에서 죽는 모습은 남은 사람에게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안긴다. 고통뿐인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력사망 제도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찬성률을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안타깝게 떠나보냈거나 병으로 고통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조력사망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죽음이 마지막 선택지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또 의료 기술의 발달과 완화의료의 확대 등도 말기환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환자 보호자와 암 전문의, 지체장애인 등 각각 다른 자리에 서서 ‘조력사망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한 항암제 다시 삼킨 아내…6개월 시한부의 기적 “말기 환자들도 본능적으로 죽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살 가능성을 찾습니다.” 안기종(53)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에 ‘조력존엄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그는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의학의 발달을 꼽았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 덕에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했다. 2001년 11월 그의 아내는 우연히 배에 큰 혹을 발견했다. 아내는 대형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골수성 백혈병. 만성기를 지나 가속기로 접어든 상태였다. “6개월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안씨는 정신없는 아내를 대신 백방으로 신약에 관한 정보를 수소문했고 얼마 후 희망적인 소식을 찾았다. 불과 6개월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난 표적 항암제 ‘글리벡’을 한국에서도 무상으로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글리벡은 당시 전문의들에게 ‘기적의 항암제’라는 평가받았다. 몇몇 병원을 중심으로 말기 환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진행하고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글리벡을 복용하자 아내는 심한 구토와 근육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생존의 욕구는 더 강했다. 토사물을 뒤져가며 글리벡을 다시 삼키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한 달 만에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석 달이 지나자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고, 열 달이 됐을 땐 골수검사 결과 역시 정상인과 같은 수준이 됐다. 병원에서는 상태가 좋아졌을 때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자고 권유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내는 2013년부터 약을 중단했다. 6개월 시한부였던 아내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멀쩡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포기하지 않은 덕에 살아난 아내의 존재는 안씨가 조력사망 제도화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의학 발달로 희귀·난치병의 치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0년 사이 국내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의 생존율은 2.6배 이상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 무작정 조력사망을 시행한다면 자기 아내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안 대표는 “의학의 발달로 시한부나 말기 환자를 정의하는 기준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대중의 인식은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간병과의 전쟁을 이어가며 한숨짓는 보호자들의 목소리도 그의 확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환자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간병인들의 지친 호소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력사망은 환자를 죽음으로 떠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다만 안 대표가 조력사망을 반드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끝단이 있다. 고통을 전혀 관리할 수 없는 병과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에는 조력사망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미래에 조력사망이 제도화될 것이란 사실은 부인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도 치료비도 없어서, 병간호에 지쳐서 살인까지 발생하는 세상이잖아요. 제도 개선과 재정 투입으로 임종 환경을 충분히 개선한 상태가 돼야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외로웠던 아버지의 임종, 누군가 도왔더라면… “조력사망이 너무 빨리 고통의 해결책처럼 등장했다는 생각입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로도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 데도 말이예요. ” ‘O&C’(Open and Closure: 수술 시작 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봉합하는 경우. 외과의사가 말하는 가장 허탈하고 안타까운 수술) 김선영(47)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O&C’라는 의학용어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때다. 1990년 가을 40대 중반의 경제학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담낭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위해 배를 열었지만 손을 쓸 수 없다. 대신 아버지의 몸에는 담즙배액관(PTBD)이 꽂혔다. 어머니는 아버지 곁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 지겨운 것…” 이듬해 12월 아버지의 마지막 숨이 그치자 어머니는 시신에서 관을 빼내며 한 숨을 내뱉었다.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해방된 듯한, 하지만 고인에게 ‘더 나은 마지막’을 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다.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임종 과정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버지도, 가족들도 온통 고통뿐인 기억으로 남았다. 치료를 위해 노력한 시간이 후회와 죄책감으로 얼룩졌다. “그 당시에는 죽음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누고 임종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만약 호스피스 제도가 있었고 누군가 임종을 도왔더라면 아버지와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됐을 거에요.” 그는 현재 아버지와 같은 암 환자를 상대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됐다. 환자의 고통과 남은 가족들의 후회 등 말기 환자의 투병 과정을 잘 알기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권하길 꺼린다. 아버지의 임종과는 다르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에서 임종을 잘 준비했으면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계는 분명했다. 환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바쁜 병원, 부족한 호스피스 인력 문제는 만성적 고질병이다. 21.5%에 그치는 호스피스 이용률(2021년 호스피스 대상 질환사망자 대비)은 호스피스가 충분히 좋은 제도란 것을 강조하기엔 부끄러운 숫자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 제도를 확충해 이용률을 높이고 인식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치료에만 집착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호스피스 등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할 기회도 시간도 없다. 결국 관성적으로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하다가 응급실에서 사망하고 가족들은 큰 트라우마를 앓는다”며 “또 통상 대형병원 진료는 3분 안에 1명의 환자를 처리하는 식이다. 이런 체계에선 의료진이 환자의 외로움과 불안등을 충분히 해소해주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김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말기 환자들은 대체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력사망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은 응답자들이 임종에 대해 구체적이고 깊은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먼 죽음을 생각할 때 ‘건강하게 살다가 깔끔하게 죽어야지’라고 쿨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희망을 놓고 않고 조금이라도 가족들과 더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히 준비하려면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더 이상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히려 항암이 해롭다는 걸 명확히 말해줄 필요가 있어요. 그게 치료를 선택하지 않은 가족들의 죄책감과 짐을 덜어주는 일입니다.” 조력사망,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죽음으로 내몰 것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저런 몸으로 살겠냐…그냥 보내주자.” 중증장애인 이문희(66)씨는 어린시절 자신도 모르게 삶의 갈림길에 섰던 생각을 떠올리면 아직도 끔찍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네에 번진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두돌이 지나서도 일어서지 못했다. 뒤늦게 병원을 가서 지체장애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그의 친척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곡기를 끊는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밥을 적게 줘 자연스럽게 굶겨 죽이자는 것이었다. 당시 집안의 수입은 대부분 이씨의 치료비로 나갔다. 건강한 아이도 살기 어려웠던 시절, 가족은 이씨가 살아갈 삶을 걱정됐다. 다행이 어머니의 강한 반대로 이씨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씨는 “할머니는 내 삶을 걱정해 날 죽이자고 했었지만 정작 손주인 내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여생의 기회를 제거하려 했다”면서 “조력사망 제도도 의사소통이 부족한 장애인들의 의사와 반하는 오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력사망을 반대한다. 손주를 죽이려 했던 할머니처럼 제삼자가 사람의 죽음을 결정하는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람들이 말하는 ‘죽을 권리’란 내 죽음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조력사망 제도는 국가가 개인들의 죽음에 개입하는 것을 넘어 그 절차와 방법까지 탈범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학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 역시 조력사망을 반대하는 이유가 됐다. 이씨는 1998년 도르트문트 대학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을 전공했다. 수업에서 지도 교수가 중증장애인의 안락사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회의에 빠졌다. 안락사가 겉으론 약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해도, 실질적으로 약자에게 죽음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이씨는 조력사망이 자칫 파시즘을 기반으로 한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씨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어느 날 새벽 1시, 바깥이 밝아 문을 열었더니 집에 불이 번지고 있었다. 황급히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뿌렸다. 이웃 주민들이 신고와 도움으로, 이씨는 겨우 살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양인과 장애인을 혐오하는 ‘네오 나치’(신나치주의)의 방화 범죄였다. 이씨는 “(세계적으로) 네오 나치와 같은 극우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안락사는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고 있다”며 “사람의 생명이 극대화된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안락사를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실용성에 근거한 가치와 철학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방증”이라면서 “어느 것이 더 실용적인가란 고민에서 가치없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죽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도 결국 원하는 건 ‘살고 싶다’라는 점을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은 죽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겁니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외로움, 세상과 단절 등 심리적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입니다. 말기 환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죽을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마음 아픈건 어때요’라고 먼저 물어봐야 할 때입니다.”
  • 그리스 로도스섬 산불에 3만명 집과 호텔 탈출…섭씨 45도 폭염 예보

    그리스 로도스섬 산불에 3만명 집과 호텔 탈출…섭씨 45도 폭염 예보

    그리스 로도스섬에 일어난 불이 심상치 않아 수천명이 집과 호텔을 탈출해 대피해야 했다고 소방당국이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섬 동쪽 해안에 피신한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개인 보트들이 그리스 해안경비대와 합세했다. 그리스 해군 함정들도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이 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을 인용해 영국 BBC가 전했다. AFP 통신과 CNN 방송 등은 대피한 주민과 관광객 숫자가 3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오아니스 아르토피오스 그리스소방청 부청장은 로도스섬의 화재가 자신들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사망자는 물론 부상자도 알려진 바 없다고 그리스 기후위기 및 시민보호부는 밝혔다. 또 이 섬을 방문한 이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상태인데 이 섬의 관광객 수용 규모의 10%도 안되는 비중이었으며 이들은 이 섬의 다른 호텔로 옮겨졌다고 했다. 5대의 헬리콥터와 173명의 소방관이 투입됐으며, 키오타리 지역의 세 군데 호텔이 화재로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에르마, 라도스, 아스클리피오 지역도 화재 피해를 입고 있다. 아르토피오스 부청장은 바다를 이용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사람이 2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면서 페리 여객선 한 대면 이들을 모두 수용할 것으로 봤다. 영국 여성 베키 멀리건은 여동생, 딸과 투숙하던 호텔에서 간신히 탈출했지만 지금은 수백명과 함께 폭염이 쏟아지는 해변에 갇힌 신세라고 하소연했다. 사이먼 휘틀리는 피자를 먹고 있던 중 재가 떨어지더라고 했다. 호텔 직원은 괜찮으니 걱정말라고 했다가 나중에 결국 호텔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며칠 전 다녀온 해변 바가 홀라당 불에 탄 것을 봤다. 연기가 지독했다. 가방 둘만 들고 빠져나와야 했다.” 슬로바키아 소방관들도 이날 돕겠다고 섬에 도착했다. 슬로바키아 화재의용대는 페이스북에 “로도스의 상황이 심각하고 매우 어렵다. 강풍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 소방관들은 뒤로 물렀거나 자꾸 이동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리스는 이번 주말 훨씬 더 강렬한 폭염에 시달릴 것으로 예보돼 있다. 수은주가 섭씨 45도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보돼 있다. 50년 만에 7월 주말 날씨로는 가장 뜨거운 주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소방관들은 이 나라 전역에 발생한 수십 개의 산불과 계속 싸우고 있다. 아테네 서쪽이 남부 펠로폰네스의 라코니아, 로도스섬과 더불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곳인데 당국은 계속 수은주가 올라감에 따라 새로운 산불이 계속 일어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주민들은 가급적 집에 머물러 달라는 당부가 전해졌고, 아테네의 고대 아크로폴리스 같은 유명 관광지는 앞으로 이틀 동안 가장 뜨거운 시간대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스는 다른 많은 유럽 국가들처럼 이달 들어 폭염 일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관광 성수기와 겹쳤다.
  • ‘오송 참사’ 속 생명 구한 화물차 기사, 신형 14t 화물차 받는다

    ‘오송 참사’ 속 생명 구한 화물차 기사, 신형 14t 화물차 받는다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당시, 위기의 상황에서도 3명의 생명을 구한 화물차 기사 유병조(44)씨가 신형 14t 화물차를 지급받는다. 22일 현대자동차는 “‘지하차도 의인’ 유씨에게 신형 14톤 화물차 엑시언트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침수 사고 당시 물에 휩쓸린 남성 2명과 20대 여성 한 명을 자신의 화물차 지붕으로 끌어올려 구조했다. 그는 물에 잠겨 시동이 꺼진 전방의 시내버스를 들이받은 뒤 자기 차도 시동이 꺼지자 창문을 부숴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버스에서 휩쓸려 나온 20대 여성이 화물차 사이드미러를 붙잡고 버티는 것을 발견하고 손을 잡아 화물차 위로 끌어올렸다. 이어 물에 떠 있는 남성 두 명을 발견해 차례로 손을 잡아끌어 난간을 붙잡게 했다. 당시 유씨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44·하수도팀장)씨는 도움을 요청하는 또다른 시민 3명을 구해냈다. 위기 상황에서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한 이가 또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화물차가 침수돼 생계가 막막했던 유씨의 소식이 알려진 이후 각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LX판토스는 지난 19일 유씨에게 차량 피해 지원금 5000만원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유씨는 2020년부터 LX판토스와 운송 위탁계약을 맺고 청주운송센터에서 14t 윙바디 트럭으로 화물 운송 업무를 담당해 왔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KTA)도 유씨에게 화물차 구입 지원금 2500만원을 전달했다. 최광식 화물연합회장은 “폭우 속 묵묵히 화물 운송을 수행하던 와중에도 타인의 생사를 책임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유 운전자님의 모습은 화물업계를 비롯한 전 국민의 가슴속에 커다란 울림을 가져다줬다”면서 “연합회는 국내를 대표하는 육상화물 운송단체로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직접 의(義)를 실천한 운전자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한편 하루빨리 본업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북 폭우 사망자 25명으로 늘어…예천 실종자 1명 시신으로

    경북 폭우 사망자 25명으로 늘어…예천 실종자 1명 시신으로

    경북 예천에서 폭우와 산사태로 실종된 1명이 추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로써 경북에서 호우로 인한 사망자가 25명으로 늘었다. 21일 경북도와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호우에 따른 인명 피해는 사망 25명(예천 15명·영주 4명·봉화 4명·문경 2명), 실종 2명(예천)이다. 당국은 이날 오후 4시 38분쯤 예천군 예천읍 우계리 한천 용우교 인근에서 금곡리에서 실종된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당국은 벌방리에서 실종된 남은 2명을 찾기 위한 수색도 계속하고 있다. 군과 경찰, 소방 등은 이날 인력 569명과 헬기 5대, 중장비 7대, 보트 4대, 드론 20대 등을 투입해 하천과 매몰지역을 집중적으로 수색하고 있다. 당국은 수색과 응급 복구 작업을 위해 이날 인력 3380명과 장비 1152대를 호우 피해 현장에 투입했다. 호우로 일시 대피했던 주민 가운데 673가구, 939명은 여전히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도로, 하천 등 공공시설 피해는 847건에 이른다. 사유 시설은 주택 침수·파손 289건, 축사 파손·침수 55건, 가축 폐사 11만2천764마리, 농작물·농경지 피해 3444.5㏊ 등으로 집계됐다. 공공시설 응급 복구율은 38.5%다. 도로·교량 58.0%, 하천 17.9%, 상하수도 84.1%, 기타 11.8%다.
  • 펄펄 끓는 伊 한쪽엔 축구공 반만한 우박 ‘후드득’

    펄펄 끓는 伊 한쪽엔 축구공 반만한 우박 ‘후드득’

    연일 40도를 기록하며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축구공 반만한 크기의 우박이 쏟아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주에서 19일 밤 시간대 갑작스러운 폭풍우 속에서 최대 직경 10cm의 우박이 쏟아져 최소 11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루카 자이아 베네토 주지사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베네토주 돌로미티산맥 지역을 강타해 상당한 피해를 입힌 매우 심한 악천후에 따라 지역 비상사태 선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지역 각 시장들과 소방대, 산악구조대 등과 연락하며 피해 신고를 수집, 대응 중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자이아 지사는 “악천후가 산악 지대에 영향을 미친 후 이제는 평원을 강타해 일부 시민들이 부상을 입었으며, 대부분의 부상은 우박에 맞아 깨진 유리에 의해 다쳤거나 우박으로 인해 미끄러지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자이아 지사 등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영상들을 보면 폭풍과 함께 커다란 우박이 거센 기세로 쏟아지면서 땅 위를 구르거나 일부는 땅에 부딪혀 다시 튀어 오르며 엄청난 소음으로 사람들을 위협했다. 저마다 경쟁적으로 찍은 인증사진을 보면 우박 2개로 어른 손바닥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베네토주 시민보호국에 따르면 재산 피해와 부상 등으로 500건 이상의 도움 요청을 받아 긴급 서비스가 제공됐다. 우박으로 인해 부서진 창문에서 유리를 제거하고, 폭풍우로 심하게 손상된 나무 등을 치우며 2차 피해를 막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19일 23개 도시에 폭염으로 인한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더위가 취약 계층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상으로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수준의 경보다. 당일 이탈리아 남부 사르데냐섬의 데시모마누는 45.9도, 칼리아리는 44.4도의 폭염이 기록됐다. 수도 로마는 전날 18일 41.8도를 찍으며 역대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의 경우 극심한 더위와 같은 이상 기후가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인구의 약 24%가 65세 이상이며, 유럽서 지난해 폭염으로 사망한 6만1000명 중 거의 30%가 이탈리아 고령자였기 때문에 올해도 폭염으로 큰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루카 메르칼리 이탈리아 기상학회장은 CNN 인터뷰에서 “지구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숨을 막아버리는 기록적인 폭염에 그리스 신화에서 지옥의 문을 지키는 파수꾼인 머리 셋 달린 괴물의 이름을 따 ‘케르베로스’라고 부른다. 역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저승의 뱃사공 이름을 빌려 ‘카론’이라고도 한다.지난 5월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 100년 만에 한 차례 올까말까 하는 폭우와 홍수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이곳에는 이틀간 평균 200∼5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는 이곳 연평균 강우량(1000㎜)의 절반에 해당한다. 폭우로 23개 강의 제방이 무너져 41개 도시와 마을이 순식간에 물에 잠기면서 사망자 14명, 이재민 2만명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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