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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리로 쌓은…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진행된 재건축조합장과 용역업체 간 ‘검은 거래’의 전모가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최창호)는 용역업체들에 재건축사업 특혜를 대가로 총 1억 6500만원을 받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장 권모(61)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또 권씨에게 뇌물을 건넨 아파트 설계업체 대표 한모(60)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재건축 정비업체 대표 이모(63)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방 사립대 교수인 권씨는 지난해 9월 용역업체 선정 대가로 한씨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는 앞서 2013년 5월에는 정비업체 대표 이씨에게서 5000만원을, 같은 해 8월에는 총회 대행업체 대표 정모(63)씨에게서 1500만원을 받았다. 한씨는 용역업체에 선정된 이후 공사 대금을 빨리 넣어 달라는 등 편의를 봐 달라며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등과 함께 불구속 기소된 설계업체 경영본부장 노모(48)씨는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하청업체에 용역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 돈 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는 30개 동 3930가구로 총면적 35만 3987㎡에 이른다. 강남권 핵심 재건축사업 가운데 하나다. 검찰 관계자는 “용역업체를 선정할 때 조합장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여서 이 같은 비리가 싹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40명 중 10명만 수업 들어도 ‘좋은 학급’ 전교생 중 1명만 서울대 가도 ‘대박 학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현재의 입시시스템으로는 일반고가 ‘2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그럴까. 서울 중랑고의 한 일반고 교사는 4일 “40명 중 10명이 수업을 들으면 ‘좋은 학급’이라고 하고 40명 중 10명이 다른 공부를 하더라도 교사는 지적조차 할 수 없다”고 일반고의 실태를 토로했다. 해당 교사는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고 대들더라도 아무런 대응을 못하는 등 무엇보다 교사들의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일반고는 ‘정말 정말’ 서글픈 학교가 돼 버렸다”고 한숨 지었다. 교사들은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이명박 정부의 고교 정책을 꼽았다. 실업계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면서 예산이 대거 지원됐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학교 환경이 좋아지자 특성화고에서도 탈락한 하위 90~100% 학생들이 일반계고로 진학했다. 이런 가운데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등장하자 과학고와 외국어고에서 밀린 학생들이 일반고가 아닌 자사고로 발길을 돌렸다. 실제 일반고 현장에서는 대입 지도를 포기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구로구의 한 사립고 교사는 “일반고에서 고3 때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문과는 70%가 넘고 자연계는 50% 수준”이라며 “8년 전에는 한 학교에 4명 정도 서울대를 갔는데 지금은 한 학교에 한 명만 가도 ‘대박’이라고 한다. 지금 고교 제도에서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중구의 한 일반고 2학년생 임모군은 “3학년을 앞두고 입시학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문과 내신 3등급 후반 성적으로 학생부종합이나 교과전형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어렵다는 말을 듣었다”면서 “바늘구멍이라도 뚫어 보자는 심정으로 논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또 “우리 반에서는 이미 대학 포기자가 절반 이상이어서 담임 선생님은 ‘뭐라도 하려고 하는 네가 참 기특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겨울 가족 나들이 어디로

    겨울 가족 나들이 어디로

    여행지 선정하기가 만만치 않은 계절이다. 날씨는 차고 볼거리는 많지 않다. 이럴 때는 실내 시설을 찾는 게 좋은 방법이다. 전국에 박물관, 미술관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 가족과 함께 돌아볼 만한 독특한 체험 공간들을 추렸다. 강원 원주의 ‘뮤지엄 산’ ●조선시대 관찰사의 ‘사무실’은 어땠을까 원주는 조선 초기부터 500년간 강원 감영이 있던 도시다. 관찰사의 업무 공간이자 중앙의 정치 이념과 문화를 지역에 전하던 감영은 정보가 가득한 책도 출판했다. 자연스레 목판을 제작하고, 종이를 만들고, 책을 보관하는 기술도 발달했다. 원주 곳곳에 당시를 되돌아보는 문화 공간들이 늘어서 있다. 책을 만들기 위해 글자나 그림을 나무에 새긴 목판과 판화를 전시하는 고판화박물관, 한지부터 현대의 종이까지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뮤지엄 산(SAN), 책과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눈앞에 펼쳐 놓은 오랜미래 신화미술관이다. 고판화박물관 (033)761-7885, 뮤지엄 산 (033)730-9000, 오랜미래 신화미술관 (033)746-5256. 전남 목포자연사박물관 ●어린이바다과학관·근대 문화유산 ‘알찬 공부’ 목포는 박물관 투어에 맞춤한 도시다. 박물관 사이 거리가 가깝고, 자연사부터 수중고고학까지 테마도 다양하다. 갓바위 주변에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문학관, 남농기념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문예역사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등 박물관과 전시관이 모여 있어 도보로 이동하며 관람을 즐기면 된다. 아이가 있다면 목포자연사박물관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둘러보고, 차로 10분 거리인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까지 관람하는 코스가 무난하다. 여기에 목포의 상징 유달산, 구도심의 근대 문화유산, 목포진역사공원까지 둘러보면 알찬 목포 여행이 완성된다. 목포자연사박물관 (061)274-3655,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 (061)242-6359. 서울 국립한글박물관 ●한글 창제 원리부터 국어로 정착되기까지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10월 9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에 문을 열었다. 2층 주전시실에선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한글 창제 원리와 한글이 국어로 정착되기까지 과정을 다양한 자료와 전시물을 이용해 소개한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현대미술로 새롭게 해석한 특별전 ‘세종대왕, 한글문화 시대를 열다’가 진행 중이다. 전시실 맞은편의 한글놀이터는 한글과 놀이를 결합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전문 해설사가 동행하는 무료 해설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국립한글박물관 인근에 국립중앙박물관도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02)2124-6200, 국립중앙박물관 (02)2077-9000. 강원 속초 국립산악박물관 ●와, 박영석 대장님이 직접 쓰던 장비라니… 한국은 산악 강국이다.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8848m)에 오른 고 고상돈 대장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를 배출했다. 속초 노학동에 세워진 국립산악박물관은 이 같은 한국의 등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박물관은 한국 대표 산악인 50여명의 발자취 등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특히 제2전시실 명예의 전당에는 고 박영석, 오은선 대장 등 5명의 산악인이 실제 사용하던 장비와 유물이 전시돼 있다. 암벽 체험실에선 전문가에게 인공 홀드(인공 암벽에 설치된 손잡이나 발디딤용 도구) 이용법과 자세, 이동법을 배우고 암벽 타기에 도전할 수 있다. 고산 체험도 이색적이다. (033)638-4459. 안산 대부도 유리섬·종이미술관 ●유리·한지로 내 작품 만들어 볼래요 안산의 대부도에는 순수한 감성을 일깨우는 체험 공간이 많다. 그 가운데 유리섬은 유리로 만든 예술 작품을 보고 체험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유리공예시연장에선 1200도가 넘는 가마에 유리를 녹이고 파이프로 모양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유리공예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종이미술관은 한지 공예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는 곳. 한옥 숙박 체험도 할 수 있다. 대부도 해안을 연결하는 ‘대부해솔길’ 4코스가 유리섬과 종이미술관을 지난다. 한적한 어촌마을을 구경하며 잠깐 걸어도 좋다. 이 밖에 베르아델 승마클럽, 안산어촌민속박물관, 정문규미술관 등도 볼만하다. 대부도 유리섬 (032)885-6262, 종이미술관 (032)887-0606. 전북 무주 태권도원 ●세계에서 가장 큰 경기장·태권도 체험 공간 지난해 무주의 백운산 자락에 태권도원이 들어섰다. 태권도의 역사가 오롯한 태권도박물관, 세계 최대 규모의 경기장, 태권도 체험관 등 태권도의 모든 것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태권도원에는 도전의 장(체험 공간) 외에 태권도 수련에 필요한 도약의 장(수련 공간), 전통 정원 호연정부터 전망대에 이르는 도달의 장(상징 공간) 등도 마련됐다. 무주 읍내에는 기이한 행동과 작품 활동으로 ‘조선의 반 고흐’라 불리는 조선시대 화가 최북과 일제강점기에 창씨개명으로 절필한 뒤 36세에 짧은 생을 마친 문학비평가 김환태의 삶과 업적을 만나 보는 최북미술관, 김환태문학관이 있다. 태권도원 (063)320-0114, 최북미술관&김환태문학관 (063)320-5636. 충남 공주 국립공주박물관 ●선사시대부터 현대미술까지 시간여행 떠나요 공주로 떠나는 박물관, 미술관 나들이는 타임머신을 탄 듯 흥미롭다. 선사시대 유적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계룡산 갑사 인근의 임립미술관은 1997년에 문을 연, 충청남도 사립 미술관 1호다.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한 뒤 그리기, 만들기 등 체험도 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와 글램핑장도 마련해 뒀다. 웅진동의 국립공주박물관에선 백제 무령왕릉 출토품 4000여점을 전시한다. 석장리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선사 박물관이다. 선사시대 인물 모형, 움막집 등을 배경으로 선사시대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임립미술관 (041)856-7749, 국립공주박물관 (041)850-6300, 석장리박물관 (041)840-8924. 경북 고령 대가야박물관 ●500년 역사, 가야인의 숨결 고스란히 느껴요 대가야의 수도였던 고령은 경주, 부여 등에 못지않은 고도다. 고령읍 대가야로 일대에 500년 대가야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지산삼거리의 대가야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 대가야박물관과 남쪽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가 이웃하고 있다. 이들을 아우르는 주산의 남동쪽 능선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고령 지산동 고분군도 있다. 세 곳 모두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다.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역사관, 대가야왕릉전시관, 어린이체험학습관으로 구성된다. 끝자리 4, 9일에 열리는 고령 오일장도 다녀올 만하다. 대가야박물관 (054)950-7103.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직격 인터뷰] “모든 고교 가·나·다 군별로 선발… ‘일반고=2류’ 편견 깰 것”

    [직격 인터뷰] “모든 고교 가·나·다 군별로 선발… ‘일반고=2류’ 편견 깰 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취임 첫해인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폐지와 유치원 중복지원 제한 등 논란이 된 정책을 잇따라 추진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보육료 지원) 정책과 관련해서는 교육부와의 갈등이 여전하다. 이념의 대립이 첨예한 교육계의 한복판에 진입한 지 8개월째에 접어든 조 교육감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고교 입시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조 교육감은 또 “공공기관이 을(乙)을 살리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사회적 경제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관련 교과서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취임 뒤 자사고 평가 등으로 논란이 많았는데. -취임 뒤 7개월 동안 조심스러우면서도 바쁘게 보냈다. 원래는 1년 정도 전체를 포용하는 정책부터 안정적으로 추진하면서 자사고 관련 문제를 나중에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법률에 정해진 평가 시기가 취임 직후라 평가와 지정취소까지 급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의 정책들까지 진영 프레임에 갇힌 부분이 있어 아쉽다. →‘일반고 전성시대’ 역시 크게 효과를 못 보는 것 같다. -지난해 자사고 평가 논란을 거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미 5년 전 만들어진 자사고들을 축소하고 폐지하는 ‘네거티브’ 정책보다는 오히려 바람직한 고교 입시제도를 만드는 ‘포지티브’ 정책이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주로 했다. 일반고 지원을 더 잘해서 일반고가 공교육의 중심으로 서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자사고 관련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대안이 될 만한 고교 입시제도가 뭘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고교 입시제도 개편을 준비하는 것인가. -지금의 선발 방식은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다 뽑아가고 나서 그 다음으로 일반고에 배정하는 형태다. 이들 고교가 성적이 좋은 학생을 미리 선발하면서 일반고가 황폐화하고 있다. 지금의 고교 선택제에 따른 선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행 고교 선택제는 학교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지만 후기고인 일반고에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이 가게 되는 구조다. 이 같은 불평등한 고교 입시제도를 임기 내에 바꾸고 싶다. →전기고와 후기고를 통합 선발하는 방안이 대안이란 뜻인가. -일반고는 전통적으로 대학 입학의 주된 통로였는데 지금은 후기고로 배정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2류로 전락했다. 이를 고쳐 전기고와 후기고 통합을 큰 틀에서 정한다면 모든 고교를 가·나·다 방식으로 군별로 선발하는 등 제도 모형이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다. 탈락하는 학생들을 위한 통로를 만드는 작업도 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설계가 가능하다고 보고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군별 모집방식은 지난해 유치원 모집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나. -유치원 원아모집이 실패한 원인은 유치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집군에 학부모가 선택하고 싶은 유치원이 고르게 배분되지 않았던 것도 이유다. 이번에 문제들을 알았으니 각 군에 유치원을 균등하게 분포하도록 하면 된다. 중복지원 문제는 인터넷 시스템 등으로 걸러낼 수 있다. →유치원 입학도 그렇고 경쟁이 너무 과도한 것 아닌가. -옳은 지적이다. 교육 불평등은 유아교육부터 시작된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런 ‘아동학대’ 수준의 처참한 교육경쟁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 1960~70년대 진행됐던 ‘추격산업화’의 관성을 누군가가 제어해야 할 때다. 주류의 질서를 바꾸거나 과감히 탈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영화 ‘설국열차’의 마지막 장면처럼 언젠가는 객차 문을 열어젖히고 나가야 한다. →혁신학교를 중점 추진하고 있는데 성과가 미진하다. 왜 그런 것 같은가. -대입에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학부모들의 반대로 혁신학교 신청을 철회한 학교도 있다. 현재의 주류 경쟁의 시각에서 보면 혁신학교는 답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물어보자. 우린 정말 행복한지, 왜 사는지 질문을 던져 보자. 혁신학교가 그 답이 될 수도 있다. →동네서점 살리기에 동참키로 해 화제가 됐다. -이제는 공공기관이 을을 살리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대기업 등에 대한 지원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 갑이 을을 억누르는 천민자본주의의 경제 작동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경제 이론가인 칼 폴라니의 주장대로 시장의 논리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하면서 사회가 죽어가고 있다. 사회의 자기보호 운동으로 자영업자의 반란이나 재래시장의 반란 등이 제시됐는데, 이런 해법을 공공기관에서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이런 정책을 임기 내에 많이 개발하고 싶다. 교육 과정에 사회적 경제를 포함시키고 교과서도 만들 생각이다. 서울·인천·경기교육청 등이 공동으로 해볼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교부금 축소를 시사해 교육감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누리과정 지원은 어떻게 되나. -교육청별로 2~7개월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편성했고 다행스럽게 국고지원금으로 3개월 정도의 예산을 확보됐다. 지방교육교부금법에 따라 지방채 발행이 가능해지면 교육청별로 나머지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지역 교육청별로 이견이 있다. 그나마 지난해 어린이집 예산 파동은 교육부와 교육감이 동일 보조를 취해 완화되는 분위기였는데 박 대통령이 교육교부금 축소를 밝혀 쟁점이 바뀌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가까이 다가가는 미래지향적인 ‘신(新)교육입국론’을 추진하길 바란다. →교사 복지와 관련해 추진 중인 정책은 무엇인가. -교사의 장기 재직 휴가와 연가를 결합해 한 달간 재충전할 수 있는 ‘교사 안식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무급휴직제도 안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쉼과 여유가 있는 생활이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다. ‘철밥통’이고 긴 방학도 있는데 또 뭘 더 쉬도록 하느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이젠 사회의 질이 좀 바뀌고 개인의 삶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사회 전체가 잠자지 말고, 쉬지 말고, 놀지 말라고 강요한다. 일종의 속도전적인 삶을 강요하는 것인데, 교육감으로선 교사사회부터 바꿔 나가고 싶다. 대담 박홍환 사회부장 정리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날 세운 대학생… 각 세운 부총리

    날 세운 대학생… 각 세운 부총리

    “부총리께서는 취업률로 대학들을 줄 세운 뒤 퇴출시키는 것이 옳다고 보십니까.”(모 대학 총학생회장) “취업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자기계발을 위한 인문학을 생각해야 한다.”(황우여 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 구조개혁에 대한 대학생들의 비판에 맞서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황 부총리는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서울의 8개 사립대 총학생회장 및 단과대학 학생회장, 부산대 및 전남대 총학생회장 등 모두 10명의 대학생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대학 구조개혁 평가 계획을 비판하고 정원조정 선도대학 지원사업 계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대화를 요청하자 황 부총리가 이에 응답한 것이다. 간담회에 앞서 황 부총리는 “교육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듣고 소통하는 자리”라면서 “기탄없이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 냈고, 황 부총리도 이에 맞섰다. 이지원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몇 해 동안 학과 통폐합과 특성화사업, 구조조정과 대학 평가에 따른 고통은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전가됐다”며 “이번에도 평가에 목을 맨 일부 대학이 성적관리 지표 때문에 이미 끝난 시험의 평가를 갑자기 바꾸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성균관대 문과대 학생회장은 “취업 중심의 대학정책으로 인문학과 기초학문, 예체능 계열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이런 대학교육 속에서 대학생들이 과연 무엇을 꿈꿀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황 부총리는 “공부를 하고 나면 앞길이 보여야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또 스펙을 쌓는다”면서 “취업이 어려운데 인문학까지 소양하라고 하면 오히려 많은 노력과 별도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2023년까지 이공계 인력은 30만명이나 부족하다고 한다”면서 “지난해 임용자격을 딴 사범계열 2만 3000여명 가운데 실제 교원이 된 사람은 4600명에 불과할 정도로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진 동국대 사범대 학생회장은 “몇 해 전까지 사범대 신규 인가를 내주고 각 대학에 교직이수제도와 교육대학원을 허가하면서 예비교원의 공급을 늘린 곳이 교육부”라며 “그런데 지금은 사범대를 줄이겠다고 하니 이게 과연 정상이냐”고 꼬집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전기 특목·자사고 후기 일반고 전형 통합해 동시 실시”

    “전기 특목·자사고 후기 일반고 전형 통합해 동시 실시”

    서울시교육청이 전기고인 과학고,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생 선발을 후기고인 일반고와 통합해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고교 입시제도를 확 뜯어고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고교 입시는 전기고가 먼저 우수 학생들을 선발한 뒤 나머지 학생들을 후기고인 일반고에 배정하는 형태여서 일반고가 ‘2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방침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또 “이 같은 불평등한 고교 입시제도를 임기 내에 바꾸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특목고·자사고·일반고 동시전형 방안과 관련, 대입처럼 가·나·다군별로 나눠 선발하는 형태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별로 1개 고교씩 지원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특목고나 자사고 지원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고까지 경쟁체제에 몰아넣을 수 있어 학교별 서열이 매겨지는 등의 부작용을 얼마나 최소화할지가 관건이다. 탈락 학생 구제책도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조 교육감의 고교 입시제도 개혁 구상은 취임 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에 재정 지원을 하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으며 선발제도의 큰 틀을 바꿔 예전처럼 일반고의 위상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태스크포스를 구성, 고교 입시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 착수하고 올해 안에 그 결과를 토대로 교육부와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생각나눔] 총여학생회 꼭 필요합니까… “성차별 여전” vs “男 역차별”

    [생각나눔] 총여학생회 꼭 필요합니까… “성차별 여전” vs “男 역차별”

    대학 총여학생회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서울 주요 대학 중 총여학생회가 남아 있는 곳은 연세대, 경희대, 한양대, 동국대뿐이다. 3일 한양대와 동국대에 따르면 이 대학들은 지난해 총여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없어 다음달 재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후보자가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대학가에서는 총여학생회가 존재의 이유를 잃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을 뿐 총여학생회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총여학생회는 1980년대 중반 민주화 바람을 타고 총학생회가 부활하면서 여학생 자치기구로서 출발했다. 초창기에는 여성단체와 민주화운동을 함께했지만, 1990년대 들어 학내 성폭력과 등록금 문제 등을 논의하는 학생기구로 바뀌었다. 1980~1990년대에 비해 여학생 비율이 증가하면서 총여학생회 활동이 학내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남학생도 함께 낸 총학생회비를 운영비로 쓰면서도 남학생 참여를 원천 봉쇄한 것은 수혜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수원)는 지난해 11월 재학생 총투표에서 53%가 찬성해 총여학생회를 폐지했다. 한양대생 강우석(28)씨는 “회장 선출부터 운영까지 남학생의 참여를 원천 봉쇄한 현재의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총여학생회가 매진하고 있는 여성인권운동 또한 학교 내 양성평등센터에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수 등에 의한 학내 성폭력 사건과 학교 측의 ‘제 식구 감싸기’ 식 대응이 되풀이되는 현실에서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근 경희대 총여학생회는 성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가 끝날 때까지 가해자가 자퇴·휴학·사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학칙 개정을 학교 측에 건의해 관철시켰다. 금혜영 경희대 총여학생회장은 “학내 권력 관계에 의한 성추행은 물론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여전하기 때문에 여학생 자치기구는 존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전 한양대 총여학생회장은 “양성평등센터는 학교 기관이라 성폭력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고 학생 입장에서 나서야 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며 “한양대 여학생 비율은 33%인데 학생회비 지원은 6%에 불과한 만큼 남학생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법령 해석 깐깐하게 ‘매의 눈’ 2배 늘렸다

    법령 해석 깐깐하게 ‘매의 눈’ 2배 늘렸다

    # 지난해 11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선거공약에 따라 자립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하려던 교육청의 행정집행에 급제동이 걸렸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교육감이 자립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지만,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교육청은 ‘협의’를 ‘단순한 상의·통보’로 간주한 반면 교육부에선 ‘실질적 동의’라고 맞서면서 갈등과 논란을 불렀다. 결국 두 행정기관으로부터 법령 해석을 의뢰받은 법제처는 논의 끝에 이를 ‘의견의 일치’로 결론을 짓고, 양측에 통보했다. 법제처는 이처럼 민원인과 행정기관, 또는 행정기관끼리 법령 해석을 놓고 이견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전문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하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해석위원 21명을 새로 위촉했다고 3일 밝혔다. 사법부 차원에서 바꿔 바라보면 해석위원이 배심원이자 판사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이병한 변호사 등 2년 임기의 신임 위원들은 직군별로 교수 7명, 연구원 5명, 변호사 9명 등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지방에서 활동하는 전문가가 11명, 여성이 12명이나 된다. 이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세종시 등 지방으로 많이 이전하면서 지역과 관련된 민원을 현실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많이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다. 이로써 541개 정부위원회 중 하나인 법령해석심의위의 여성 비율은 38.4%로 여성가족부가 권장하는 33%를 웃돌고 있다. 아울러 평소에는 10여명 정도가 신규 위원으로 위촉되는데, 이번에는 지식재산권 등 분야를 넓히고, 위촉 인원도 크게 늘려 국민 생활의 불편과 규제를 줄이기로 했다. 한 달에 3~4차례꼴로 법령 해석을 필요로 하는 안건이 생기면 현재 등록된 해석위원 138명 중 일부가 위촉위원이 된다. 법제처 직원인 지명위원과 위원장인 법제처 차장 등 9명이 해석에 필요한 법리와 학설 등을 논의한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올해는 지방자체제도가 실시된 지 20년을 맞고 있지만, 국민 생활과 밀접한 지자체 조례들은 여전히 불합리하고 모순된 부분이 많다”면서 “지자체 인력과 전문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법제처가 전체 조례 6만개의 정비를 본격화함으로써 법령 해석 안건을 줄이고 숨어 있는 규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2월 13일은 ‘바람피우기’ 가장 좋은 날?

    2월 13일은 ‘바람피우기’ 가장 좋은 날?

    당신의 남편(혹은 남자 친구)이 바람피운다고 의심된다면 밸런타인데이 전날(2월 13일)을 주목해봐도 좋을 듯하다. 불륜을 캐내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 사립탐정 레베카 제인은 최근 지역신문 리버풀에코와의 인터뷰에서 바람피우는 남성 79%가 밸런타인데이 전날에 불륜 상대와 데이트한다고 밝혔다. ‘레이디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는 레베카 제인은 이날은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1년 중 ‘바람피우기 가장 좋은 날’로 꼽힌다고 말한다. 바람피우는 남성은 아내(혹은 여자 친구)는 물론 자신의 불륜 상대인 여성을 위해 똑같은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인은 남성은 선호하는 레스토랑이 있으면 아내와 애인 모두 그 장소에 데려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남성은 뭔가 꺼림칙한 일을 할 때마다 항상 심사숙고한다. 만약 남편이 밸런타인데이 저녁 식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으면 의심하는 것이 좋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그 외에 잠자리 취미가 바뀌거나 평소 계획을 자주 바꾸는 것도 의심할 만한 사항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밤늦게 귀가하거나 외출하고 주말에 이유 없이 외출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여성과 거리에 있던 것을 보고 나서 추궁했을 때 잘못 본 것이라고 잡아떼거나 어디를 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것도 바람피우는 징조라고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을 사용해 바람피우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녀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전보다 늘어나고 수시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확인한다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위), 리버풀에코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대학도 속인 ‘편입학 대리시험’

    경기경찰청 제2청은 3일 수백만원씩 돈을 받고 대학편입시험과 토익시험에 대리응시한 혐의(업무방해)로 모 대기업 직원 김모(2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김씨에게 돈을 주고 아들의 대학편입시험 응시를 부탁한 윤모(55)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9월 자동차회사에 취직한 김씨는 입사 전인 지난해 1월 11일 윤씨로부터 200만원을 받고 윤씨 아들의 서울지역 H대학 3학년 편입시험을 대리응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달 17일에는 김모(25)씨로부터 600만원을 받고 또 다른 서울지역 H대학 3학년 편입시험에 응시해 합격하고, 같은 달 26일에는 토익시험에 대리응시해 980점의 고득점을 받았다. 김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돈을 주면 토익 고득점과 명문대 편입학 합격을 보장한다’는 글을 올려 의뢰인들을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貧]한 달 80만원 벌어 결혼은 무슨… 돈 안 드는 썸이나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貧]한 달 80만원 벌어 결혼은 무슨… 돈 안 드는 썸이나

    서울 노원구의 매입임대주택에서 혼자 사는 남성 A(45)씨는 일찌감치 결혼을 포기했다. ‘가정을 꾸린다면 책임감을 느껴 더 열심히 일하고 돈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안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겸연쩍은 마음이 들어 고개를 흔든다. A씨는 “내일모레면 쉰인데 모아 둔 돈도 없고 여자를 사귀어 본 경험도 거의 없어 결혼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고 했다. A씨의 한 달 수입은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로하며 버는 70만~80만원이 전부다. 물론 그에게도 한때 마음이 통했던 사람이 있었다. 20대 후반이었던 1990년대 말 서울의 한 봉제공장에 다닐 때 만난 여공이었다. A씨는 “당시 그 여자에게 300만원이 든 월급 통장을 믿고 맡겼는데 통장을 가지고 도망쳤다”며 “이후 여자를 사귈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혼 생각은 없지만 남성적인 욕구가 자연스럽게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A씨는 “종로 쪽에 가면 ‘박카스 아줌마’(남성에게 음료수를 주며 접근해 성매매하자고 꾀는 여성)가 많다”면서 “예전에 2만~3만원을 주고 여인숙에서 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데 성매매가 불법인 걸 알고는 참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절대빈곤층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결심하더라도 돈 때문에 제대로 된 예식을 못 한 채 가정을 꾸리는 사례가 허다하다. 경기도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B(43)씨는 아내(31)에 대한 미안함을 늘 가슴 한켠에 품고 있었다. 결혼 전 귀금속 업체에서 세공사로 일했던 그는 회사가 갑작스레 도산해 일자리를 잃었다. B씨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데다 벌이마저 끊긴 상황에서 결혼은 남의 얘기로만 들렸다”고 회상했다. 이때 친구의 소개로 아내를 만났고 마음이 끌려 6개월간 교제 끝에 2012년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부모를 일찍 여읜 데다 변변한 일자리가 없다는 공통점을 가진 B씨 부부는 조촐한 결혼식조차 할 수 없었다. 특히 세공사로 일하며 고급 혼수용 보석을 다듬었던 B씨로서는 정작 자신의 신부를 위한 반지 하나 맞춰 줄 수 없다는 현실이 서글펐다. 그랬던 B씨는 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마련한 무료 합동 결혼식 지원 대상자로 뽑혀 아내와 전통 혼례를 올렸고 토지주택공사로부터 18K짜리 금반지를 받아 아내의 손가락에 끼워 줬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입주민 중에는 어려운 사정 탓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들이 많은데 무료 혼례라도 올린 B씨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기초생활수급권자 C(35·여)씨는 TV 드라마를 보다가 결혼식 장면이 나오면 서러움을 느껴 채널을 돌린다. 남편과 혼인신고하고 산 지 10여년이 됐지만 아직 결혼식은 따로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최근 “딸이 초등학교에 갔으니 가족 사진이라도 찍자”고 제안했지만 C씨는 “결혼 사진도 못 찍었는데 무슨 가족 사진이냐”며 핀잔을 줬다고 한다. 부부 모두 몸이 불편해 직업 없이 기초생활보장 수급비에 의존해 생활하다 보니 10여년 전 살림을 합칠 때 신혼집은 따로 구하지 못했고 남편이 살던 10평 남짓한 빌라 셋방에 들어가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예물이나 예단, 혼수는 당연히 없었다. C씨가 남편에게 받은 결혼 선물이라고는 은반지가 유일했지만 이마저 피부 알레르기 탓에 끼지 못했다. 다행히 C씨 부부도 B씨 부부처럼 삼성전자 등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말 합동혼례를 무료로 올렸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 사진도 찍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돈이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어떤 극빈층 부부는 초등학생인 아이가 ‘엄마, 아빠는 왜 결혼 사진이 없어요’라고 물을 때마다 먹먹함을 느낀다고 하더라”면서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도 가난 탓에 사랑 앞에서 좌절하는 일이 많다. 돈이 없으니 연애조차 사치로 느끼는 ‘스튜던트 푸어’(학생 빈곤층)가 많고 이성 친구를 사귄다 해도 끊임없이 호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D(26)씨는 대학 입학 뒤 지금껏 연애를 멈춰 본 적이 없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직접 벌어야 했던 그이지만 연애는 퍽퍽한 삶 속의 활력소가 됐다. 하지만 넉넉한 자금 없이 여자 친구를 만나는 건 무척 어렵다. 그는 “돈 없이 연애하다 보면 행복의 총합을 계산하려고 하는 공리(功利)주의자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성을 만날 때 들이는 식비, 선물값 등과 이성과 만나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대조해 계산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주머니가 빈 날이 많아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데 많은 ‘머리굴림’이 필요하다”면서 “이를테면 ‘썸타는’(정식 교제에 앞서 미묘한 호감을 주고받는 행위) 여자와 데이트할 때는 대학가 맛집에 가 저렴한 와인이라도 한잔하며 분위기를 잡고 싶고 생일날에는 몇만원짜리 귀고리라도 사 주고 싶지만 머뭇거리게 된다”고 했다. 그가 지금껏 주로 연상의 여자 친구를 만난 것도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는 “사회 생활하는 누나들은 내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 밥값을 자주 내고 배려한다”고 했다. 또 다른 ‘스튜던트 푸어’인 E(22)씨도 2년째 연애를 못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애를 반쯤 포기한 상태다. 180㎝가 넘는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서글서글한 성격까지 ‘경쟁력 있는’ 외모의 소유자이기에 “소개팅해 주겠다”는 친구는 많다. 하지만 E씨는 번번이 거절한다. 그는 “밥값 내야 하는 상황이 부담돼 주선해 준다고 해도 피한다”고 했다. 지난해 초 군에서 전역한 그는 복학을 미룬 채 헬스장 등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어머니가 빚보증을 잘못 서 수천만원대 부채가 쌓인 탓에 스스로 등록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 교수는 “요즘 청년의 연애 문화인 ‘썸타기’는 남성 청년층의 빈곤한 경제력과 관련 있다”면서 “연애를 시작하면 남자가 돈 내는 상황이 많아지는데 금전적 여력이 안 되니까 ‘사귀자’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불굴의 노력으로 좋은 이력을 갖춘 극빈층 자녀 중에는 사회적 시선과 자신감 부족 탓에 결혼을 미루는 사례도 있다. 중학교 교사인 F(31)씨는 같은 학교에서 만난 4살 연상의 여교사와 1년간 교제하다가 여자 친구로부터 “결혼하자”는 프러포즈를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서울·경기권에 100억원대 건물을 가진 땅부자다. 그녀의 부모는 애초 F씨의 집안이 성에 차지 않았지만 F씨가 서울의 명문 사립대를 나와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데다 딸의 혼기도 꽉 찬 까닭에 결혼을 승낙했다. 그런데 오히려 머뭇거리고 있는 쪽은 F씨다. 부모가 1억원 넘는 빚을 지고 있는데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가 이 돈을 모두 갚기 어려워 F씨가 월급 일부를 떼어 함께 갚고 있기 때문이다. F씨의 친구 중에는 “여자 친구가 집안도 좋고 마음도 맞는데 결혼을 미룰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채근하는 이도 있지만 또 다른 친구들은 “결혼은 형편이 비슷한 사람끼리 해야 잘 산다”고 막는다. 성인이 되기 전에 준비 없이 덜컥 가정을 꾸릴 경우 결혼생활이 그만큼 위태로울 수 있다. 서울에 사는 싱글맘 G(44)씨는 고교 졸업 직후 남자 친구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결혼했다. 그 뒤 딸을 한 명 더 출산했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려운 살림 탓에 잦은 부부 싸움을 벌이다 12년 전 끝내 이혼했다. 막내딸만 데리고 집을 나온 G씨는 이후 다른 남성과 교제하던 중 아들을 가져 출산했다. 하지만 이 남성과는 결혼하지 않고 헤어졌다. G씨는 “기초생활수급자라 아이 둘을 키우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아이를 지우면 살인이라는 생각에 낳았다”면서 “막내아들의 아버지는 출산 사실조차 모른다”고 했다. 아이의 아버지도 궁핍하기에 말해 봤자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아예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금천구의 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극빈층 부부는 부부 관계가 틀어져도 당장 생계유지를 위해 상담할 시간이 없어 갈등이 깊어지고 결국 헤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극빈층 중에서도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는 결혼 생활이 더 큰 도전이다. 인천에 사는 뇌병변 장애인 H(35)씨는 5년 전 친구의 소개로 대학생이던 남편을 만났다. 교제 4개월 만에 아기가 생겼고 이듬해 출산과 함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 뒤 분노조절장애 증세를 드러내며 가정폭력을 일삼았다. 몸이 불편한 H씨는 가만히 맞고 있는 것 외에는 반항할 도리가 없었다. H씨는 지난해 끝내 이혼했다. 하지만 남편의 그림자는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남편이 사채 2000만원을 부부 공동 명의로 빌려 썼던 탓에 이씨는 기초생활수급비에서 돈을 떼어 빚을 조금씩 갚고 있다. 유대근 이두걸 송수연 기자 dynamic@seoul.co.kr
  • 신인들의 창작혼, 뿌린 만큼 거둔다

    신인들의 창작혼, 뿌린 만큼 거둔다

    예술가들에게는 마음 편하게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절실하다. 하지만 작가로서 이름이 알려져 작품이 팔리기 전까지는 ‘예술’로 돈을 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고무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해 주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사립미술관 중에서 모범적으로 창작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진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 주고 있는 곳이 금호미술관과 OCI 미술관이다. 2005년 경기도 이천에 설립된 금호창작스튜디오는 1개 동 9개 실의 스튜디오로 구성돼 있다. 만 40세 이하의 국내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1년 단위로 창작공간과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전시와 비평가와의 워크숍, 출판물 발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그동안 10기수 총 61명의 국내 젊은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성과를 보였다. OCI 미술관은 2011년 인천에 창작스튜디오의 문을 열어 매년 8명의 작가에게 12~14평의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마무리된 2015년 입주작가 공모에 150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OCI 미술관의 김영기 큐레이터는 “단순히 창작공간의 차원을 넘어 작가 중심의 프로그램 기획과 교류 확대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창작스튜디오는 같은 길을 가는 동지들이자 경쟁자들이기도 한 예술가들이 한데 모여 격려하고 자극하면서 예술가로서 성숙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들 미술관의 창작지원 프로그램이 거둔 결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스튜디오 입주작가 그룹전이 열린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전시다. 기성작가들에게서는 찾기 어려운 신선함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실험성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금호미술관 ‘주목할 만한 시선’展 6일부터 열리는 금호미술관의 ‘주목할 만한 시선’전은 금호창작스튜디오의 설립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전시다. 현재까지 입주한 작가 중 작업의 변모가 두드러지거나 창작활동에 대한 더욱 면밀한 탐색이 필요한 작가 10명의 작업에 주목한다. 1기 작가 송명진은 내장이라는 원초적 기관으로 신체를 요약해 몸의 역사, 몸 내부의 에너지 흐름 그리고 각 생명체가 존재하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지희킴(3기)은 기증받은 책 페이지에 드로잉이나 잡지 이미지를 삽입한 자유연상 드로잉과 팝업북을 선보인다. 정기훈(5기)은 주위에서 발견되는 사물이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하는 8시간의 노동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속도와 효율성에 몰입한 사회를 은유적으로 비판한다. 박상호(5기)는 부산에 실재하는 건물사진 위에 아크릴로 영화세트의 무대 공간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송유림(6기)은 개인의 사유를 자수작업으로 보여 준다. 이재명(7기)은 도시의 다양한 장소와 시점을 한 화면에 수용함으로써 도시의 풍경과 공간을 재구성한 뒤 그 안에 홀로 고립된 듯 서 있는 작은 인물로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 낸다. 유목연(8기)은 세 명이 칠 수 있는 둥근 탁구대와 경기방청석, 모두를 위한 트로피 등을 설치해 경쟁체제 사회에 대한 블랙유머를 보여 준다. 황수연(8기)은 컬러파스텔로 커다란 캔버스를 채운 뒤 이를 흑백으로 바꿔 노동성을 무색하게 하고 김수연(9기)은 사진을 이용해 입체를 만들고 다시 평면으로 옮겨 실제를 가상의 풍경과 정물로 변환시키는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OCI미술관 ‘크리에이티브 리포트’展 OCI 미술관의 ‘크리에이티브 리포트’전은 OCI 창작스튜디오의 2014년 입주작가 8명이 한 해의 창작활동을 매듭 짓는 시점에서 그동안 쌓아 온 결실을 펼쳐 보이는 자리다. 시각예술뿐 아니라 건축, 작곡 등 다양한 전공에서 출발한 작가들이 저마다 연구해 온 주제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대표작 4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 박종호는 입이 없거나, 얼굴을 문질러 표정을 알 수 없는 인물들로 강요된 인식의 틀과 사회의 부조리에 길들어 무기력한 군상을 그려 낸다. 범진용은 변형된 형상들과 토막난 이야기 등으로 불안과 공포가 교차하는 꿈의 풍경을 그리고 서재현은 먹과 과슈로 그린 괴이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억눌린 욕망의 표출을 시도한다. 이진영은 옛 습판 사진술인 암브로타입으로 주변의 사물과 작가를 둘러싼 미묘한 우연의 이야기를 담는다. 허용성은 젊은 세대의 고민과 방황을 백색의 인물초상으로 표현하고 홍정욱은 점, 직선, 각종 도형을 조합해 가장 중요하면서도 소외받는 ‘기본’을 환기시킨다. 전은희는 삶의 흔적을 통해 타자의 세월 속에 스민 이야기를 되짚고 최현석은 궁중의 화원들이 남긴 옛 기록화의 형식을 차용한 결혼식장, 장례식장, 예비군 훈련장의 기록화로 현재의 불편함과 거슬림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전시는 15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유일한 낙 TV 시청…전기세 겁나 그나마 짬짬이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유일한 낙 TV 시청…전기세 겁나 그나마 짬짬이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지난해에 큰 맘 먹고 거금 120만원을 주고 3D TV를 샀습니다. 일거리가 없는 날이면 눈을 떴을 때부터 감을 때까지 보는 TV에 ‘사치’를 부린 거죠.” 서울 강북 지역의 임대아파트에 사는 A(55)씨의 ‘재산목록 1호’는 TV다. 3년간 매달 3만~4만원씩 모은 돈으로 최신 TV를 샀다. 그가 공사판에서 버는 한 달 수입(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사치품’이다. 다른 가구들은 재활용센터 등에서 헐값에 사들이거나 버려진 걸 주워 왔지만 TV는 달랐다. 스포츠뿐 아니라 평소 즐겨 보는 SF 영화도 기존에 쓰던 구형 브라운관 TV 대신 3D TV로 보니 현장감이 훨씬 살아났다. A씨는 “TV가 없으면 딱히 낙이 없고 뉴스라도 봐야 세상 돌아가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서너 달 생활비 전부를 TV 사는 데 썼어도 별로 아깝지 않다”고 했다. 놀기 위해서는 돈과 여유가 필요하다. 먹고사느라 고달픈 절대빈곤층에게는 그래서 TV가 유일한 여가 수단인 경우가 많다. 그저 켜놓는 것만으로도 온갖 ‘문화생활’을 브라운관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독거 노인 B(76)씨에 비하면 A씨는 ‘호사스러운’ 축에 든다. B씨는 TV를 보고 싶어도 전기요금 걱정에 손이 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B씨가 단칸방에서 매일 아침 눈뜨는 시간은 오전 4시. 하지만 딱히 할 게 없다. 아직 밖이 깜깜해 산책할 수 없는 시간이다. TV라도 보고 싶지만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는 처지라 전기비 걱정에 잘 틀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보며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오전 10시쯤 동네 경로당을 찾는다. 거기서 인근 노인들과 어울리며 줄곧 TV를 시청한다. B씨는 “집에서는(공중파만 나와서) 채널이 몇 개 안 되지만(케이블 채널을 갖춘) 경로당 TV는 채널이 많아서 더 볼 게 많다”면서 “저녁 때 집에 오면 밥 먹으면서 TV를 잠깐 보다가 끄고 8시면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경기 광명에 사는 독거 노인 C(83·여)씨는 노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그의 유일한 낙은 TV 시청이다. 하지만 낮 대신 밤에만 본다. 하루 종일 TV를 틀어 놓기에는 전기요금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C씨는 “오후 6시 이후 3시간이 TV 시청 시간”이라면서 “TV로 영화를 보고 싶어도 (공중파에서는) 늦게 영화를 틀어 주니까 요즘엔 제대로 본 게 없다”고 했다.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빈곤층은 PC방에서 여가를 보내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매입임대빌라에 사는 D(45)씨는 2주에 한 번꼴로 일 없는 날을 골라 PC방에서 ‘게임 데이’를 즐긴다. 보통 한 번 가면 13시간 정도 게임을 한다. 한때 20시간 연속으로 죽치고 앉아 게임에 몰입한 적도 있다. 1만원이면 13시간 정도 게임을 할 수 있어 점심으로 짜장면을 시켜 먹거나 컵라면 등 간식을 먹어도 2만원이면 하루를 날 수 있다. D씨는 “게임방에서 오락을 하다 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가 있을 정도로 시간을 보내기 좋다”면서 “게임 도중 채팅에서 만난 사람 소개로 경기 인근 지역에서 일주일 동안 막노동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대다수 빈곤층은 제대로 된 여행을 꿈꾸기 힘들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4년 비수급 빈곤층 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에 한 번 이상 2박 3일 이상의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빈곤층(기초생활수급대상자)은 98.0%로, 전체 가구 평균(22.4%)의 4배가 넘는다. C씨는 평생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없다. 젊은 시절 명절 때 고향인 광주를 오고 간 것 외에는 순전히 여가를 위해 버스 등을 타고 나간 적이 없다. 더욱이 몸을 맘대로 움직일 수 없는 요즘 들어 여행은 꿈도 못 꾼다. 그는 “재작년 노인복지관에서 여는 무료 나들이에 따라 갔다가 몸살이 걸려 꼬박 일주일을 누워 지냈다”면서 “사는 게 심심하고 따분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셈”이라고 했다. 빈곤층 아이들 역시 여행이나 나들이를 쉽게 가지 못한다. 부모가 형편이 안 되는 데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일 때문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짬이 없는 탓이다. 아름다운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서울 지역 저소득 가정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강에서 역사와 문화 체험을 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한강에 처음 와봤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쉽사리 가지 못하는 빈곤층의 약점을 노리는 ‘사기’도 종종 벌어진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빈곤층 E(74·여)씨는 지난가을 황당한 일을 당했다. 낯선 이들이 E씨가 자주 가는 동네 경로당을 찾아 “공짜로 세종시 구경을 시켜 주겠다”면서 전세버스에 오를 것을 종용했다. E씨와 주변 노인들은 의심 없이 따라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내린 곳은 세종시가 아닌 서울 외곽의 허름한 가건물 강의실이었다. 이들은 노인들을 앉힌 뒤 녹용과 옥장판 등을 파는 강의를 4시간 넘게 진행했다. 항의하는 이들에게는 “자꾸 이러면 못 간다”며 윽박질렀다. E씨는 “강의와 호객 행위가 끝난 뒤 차로 다시 경로당에 데려다준 게 다행이었다”면서 “그 이후에는 누가 ‘공짜 여행을 보내 준다’고 해도 절대 안 따라간다”고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겨우 의식주만 해결하는 수준을 도와주는 현재 우리나라의 빈곤층 지원 시스템으로는 빈곤층이 여가라는 걸 누릴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정보 검색’에 능한 빈곤층 중 복지단체에서 지원하는 무료 여행의 기회를 잡은 경우도 있다.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 대상 싱글맘 E(40)씨는 2013년 여름 강원도 속초로 2박3일 휴가를 다녀왔다.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들과 2살 딸 외에 100일이 갓 지난 막내딸까지 네 식구가 함께했다. 그러나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모 복지재단이 한부모가정 등을 대상으로 주최한 여름휴가 프로그램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 숙박과 교통, 식사비 일체를 무료로 제공했다. 앞서 그녀는 지난해 11월에는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이 역시 싱글맘 관련 협회의 후원 덕분이었다. 아이들은 물론 E씨 역시 비행기를 탄 건 처음이었다. E씨는 “아이들을 위해 1년에 한 번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함께 여행을 가려고 한다”면서 “집에만 있는 애들을 생각하면 무료 여행을 갈 좋은 기회가 없을까 여기저기 찾아보게 된다”고 했다. E씨는 미혼모 관련 협회가 여는 ‘부모 교육’ 강의를 20차례 수강하면 제주도 여행을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덕택에 행운을 잡을 수 있었다. 영화 관람도 빈곤층에게는 쉽지 않다. 노년 빈곤층에서는 최근 수십년간 영화관을 찾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례가 수두룩했다. 특히 한창 영화 관람에 맛을 들일 젊은 층이 돈 때문에 참아야 하는 일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방식이 동원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스튜던트 푸어’ F(27)씨는 밥 먹을 돈을 아껴 영화를 볼 정도로 영화 애호가다. 하지만 영화 관람비는 지갑이 가벼운 그에게 큰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신 스크린을 적게 내거는 군소 영화관에 주로 간다. F씨는 “멀티플렉스는 관람비는 1만원에 가깝지만 단관 극장은 6000원 정도만 내면 된다”면서 “이것조차 부담스러우면 인터넷으로 영화 파일을 공짜로 내려받아 본다”고 했다. SF 영화를 즐겨 보는 G(34)씨도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는 데 1만원이나 내야 하니 최근 6년간 극장 문턱도 밟지 못했다”면서 “대신 가끔 동대문시장 등에서 복제한 최신 영화 DVD를 5편에 1만원 주고 사서 집에서 본다”고 했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은 예나 지금이나 빈곤 노년층의 놀이터다. 강서구에 사는 H(82)씨도 매일같이 정오쯤 탑골공원으로 출근한다. 공원 팔각정 주변에 자리 잡은 뒤 허리에 찬 소형 카세트 라디오를 들으며 공원을 천천히 산책한다. 팔각정에 앉아서 주변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한 달 소득이 국민연금 40만원에 노인연금 16만원 정도가 고작인 처지라 탑골공원 만큼 ‘경제적인’ 소일거리 공간이 없다. 주변 식당들의 밥값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시키면 6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친구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면 한두시간은 훌쩍 간다. H씨는 “지하철 요금은 공짜이니 밥값 정도를 빼면 돈이 별로 들 일이 없다”면서 “날씨가 좋을 때는 청와대 앞까지도 놀러간다”고 했다. I(71)씨도 매일 아침 경기도 성남에서 탑골공원으로 나오는 ‘터줏대감’이다. 그는 “밖에서 밥을 챙겨 먹지 않으면 한 달 용돈은 10만원이면 충분하다”면서 “잠실 석촌호수 부근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라고 했다. 봉사 활동으로 여가를 보내는 빈곤 노년층도 일부 보인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독거 노인 J(82·여)씨는 10년째 지역 노인복지센터 뜨개질 교실에서 다른 노년층을 가르친다. 그녀는 “그냥 놀 바에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는 게 훨씬 보람 있다”고 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 65년만에 도서관 책+연체료 250만원 반납한 80대

    65년만에 도서관 책+연체료 250만원 반납한 80대

    무려 65년만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한 남성의 이야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지난 달 31일 보도했다. 올해 82세인 제이 티드마시라는 남성은 17살이었던 65년 전, 학교 도서관에서 책 한권을 대여했다. 당시 그가 빌린 책은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의 ‘어센덴’(Ashenden)이었다.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대여사실을 새까맣게 잊어버렸으며, 십 수 년이 지나도록 이 책은 도서관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그의 서재 책장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학교 도장이 찍힌 이 책을 발견했고, 그는 서머싯에 중등 사립학교인 톤튼 스쿨(Taunton School)에 이 책을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뿐만 아니라 그 간의 연체료 1500파운드, 약 248만원도 함께 내기로 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우연히 책을 발견하고 책장을 열었을 때 ‘톤튼 스쿨’의 도장이 찍힌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반드시 책을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연체료 역시 그때 규정에 맞게 전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톤튼스쿨 관계자는 “제이 경(Sir)은 우리 학교 재단에 매우 가치 있는 후원자이다. 우리는 그가 돌려준 책을 매우 기쁘게 받았으며, 65년의 연체료 역시 ‘후하게’ 지급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의 행동에 영감을 받아, 이미 졸업한 톤튼 스쿨 졸업생들에게 일명 ‘자신신고기간’을 주고 여전히 집에서 잠들어있는 대여 책을 반납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책과 함께 돌려받은 연체료는 학교 도서관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변신! 친환경 어린이집

    변신! 친환경 어린이집

    “어린이집이 새로 단장한 이후 아이의 아토피가 많이 완화됐어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 생활환경을 개선한 덕분입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주부 김수진씨는 환경부의 어린이 활동공간 환경안전진단사업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환경안전진단사업은 2009년 3월 어린이 활동공간 내 유해물질로 인한 어린이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해 제정·시행된 환경보건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법 시행 후 신설된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 대해서는 페인트나 벽지, 바닥재 등에 사용되는 자재에 환경안전관리기준이 적용되고 모래 등에서도 중금속이나 기생충이 검출되지 않도록 관리된다. 그러나 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시설은 면적에 따라 2016년과 2018년으로 각각 적용을 유예했다. 면적이 430㎡ 미만 사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보육실, 교실 등은 2018년 1월부터 적용된다. 올해 1월 현재 법 적용시설은 3만 8524곳인 데 비해 미적용시설은 8만 7533곳으로 이 가운데 2016년에 5만 8909곳이 우선 적용을 받는다. 환경안전진단은 법 적용을 앞둔 영세하고 열악한 시설에 대해 사전 진단을 해주고 친환경 제품으로 개선하는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소유관리자 입장에서는 혼란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 환경 개선으로 아이들의 건강도 챙긴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행 첫해 340곳이 진단을 받았으나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에는 7527곳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아토피·천식 등을 앓는 환아가 있는 가구에 대한 실내 환경개선 및 컨설팅 사업도 실시해 200가구를 지원했다. 특히 어린이 활동공간과 어린이용품에 사용될 수 있는 유해물질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도록 환경보건법도 개정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겨울왕국 패러디로 휴교 소식 알린 교장 화제

    겨울왕국 패러디로 휴교 소식 알린 교장 화제

    최근 눈폭풍이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가운데 미국의 한 학교 교장이 특별한 방법으로 휴교 소식을 알려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USA투데이 등은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州) 소재 명문 사립학교인 모세 브라운 학교(Moses Brown School) 교장 매트 글렌다이닝(50)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Frozen, 2013)’의 주제곡 ‘렛잇고(Let it go)’를 개사에 폭설로 인한 휴교 소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약 4분가량의 영상에서 교장 매트 글렌다이닝은 겨울왕국 속 엘사로 분해 “지난밤 눈이 많이 내려 학교가 휴교하니 학교에 오지 마라”고 열창한다. 또 그는 노래를 통해 집에 머무르며 잠을 자거나 책을 읽으라고 권고한다. 이같이 학교 곳곳을 누비며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펼치듯 노래하는 교장의 모습에 누리꾼들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숨은 공신은 따로 있었다. ‘렛잇고’의 패러디 영상은 모세 브라운 학교의 홍보 담당자가 기획했으며, 실제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학교 내 합창단 지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모세 브라운 학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해당 영상은 현재 274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영상=Mosesbrownschoolnews/유튜브 김형우 인턴기자 hwkim@seoul.co.kr
  • 올해부터 자사고 면접 폐지한다는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올해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면접 선발을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혀 자사고 측과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자사고 지정취소를 두고 격돌한 조 교육감과 자사고 측은 올해 면접 선발권 박탈에 따른 ‘갈등 2라운드’가 예상된다. 공립유치원 9개가 신설되며 유치원 입학 우선권이 법정 차상위 계층에까지 확대된다. 또 신학기부터 서울 1302개 학교 가운데 28%인 368개 초·중·고교가 9시 등교제를 시행한다. 조 교육감은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5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의 면접 선발권을 모두 폐지하는 것이 시교육청의 기본 원칙”이라면서 “이에 따르도록 교육부, 자사고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보충자료에서 “자사고의 입학 전형에서 면접 없이 추첨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자사고가 면접 선발을 고집할 경우 신입생 모집요강을 승인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입생 모집요강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해당 자사고 교장이 전형 방식을 결정, 교육감의 승인을 받아 선발 3개월 전에 공표한다. 이에 따라 자사고는 통상 7월에 모집요강을 시교육청에 제출한다. 자사고 신입생 모집요강과 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결국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며 “모집요강에 대한 승인 권한이 시교육청에 있다는 것은 반려의 권한도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학교장의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비상식적인 시교육청 방침에 대해 자사고들의 의견을 모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승인’의 범위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면서 “자사고의 면접 선발권은 2013년 교육부가 확정했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당시 자사고는 학생을 성적으로 뽑지 않는 대신 면접 선발권을 챙겼다. 정원의 1.5배를 추첨으로 뽑아 면접으로 최종 선발한다. 한편 조 교육감은 과거사 관련 수임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시교육청 감사관 내정자 이명춘 변호사에 대한 임용을 보류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학교’는 어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학교’는 어디?

    전 세계에는 내로라하는 명문학교가 많다. 명문을 떠나 학비가 가장 비싼 학교는 스위스 최고의 명문 사립학교인 ‘르 로제’(Le Rosey) 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1880년에 설립된 스위스의 르 로제의 1년 학비는 14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억 5000여 만 원에 달한다. 슈퍼리치 가문을 위한 학교로도 유명한 이곳에는 승마장과 초호화 요트, 콘서트 홀, 사우나, 비치발리볼 코트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현지 로열패밀리 및 영국 출신의 영화배우인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유명인들의 자녀가 유학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캠퍼스 전경은 흡사 ‘왕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화려하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하고 면적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 1~3인실의 기숙사를 갖추고 있으며 각 분야에 맞는 전문 교실이 따로 건축돼 맞춤학습수업을 진행한다. 축구장과 럭비구장, 사격장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도 이 학교의 자랑이다. 뿐만 아니라 18홀의 골프장과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키장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이 학교는 오래 전부터 스포츠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아온 것으로 유명한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소 3개 언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전 세계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입학생을 받는다. 학생 본인이 희망하는 나라의 대학에 맞는 맞춤 교육시스템도 지원한다. 이 학교는 지난 주 영국 런던에서 더 많은 외국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학교 측은 “오는 3월까지 북미와 캐나다, 중동, 유럽 각지를 돌며 유능한 학생을 받기 위한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곳에서는 누구도 ‘내가 당신보다 부자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러한 말은 매우 형편없다는 것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면서 “이곳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유명인의 자녀라 할지라도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단독] “김영란법은 ‘우리가 남이가’式 청탁·관행 바꿀 계기 될 것”

    [단독] “김영란법은 ‘우리가 남이가’式 청탁·관행 바꿀 계기 될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여야는 법 적용 대상에 언론기관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할지를 놓고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과잉 입법과 위헌 논란까지 겹치면서 김영란법은 2012년 8월 입법예고된 이후 2년 5개월이 넘도록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을 제출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속은 타들어 가기만 한다. 게다가 당초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제시했던 원안에서 ‘이해충돌’ 부분은 논의가 유보되고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무부처의 수장인 이성보 권익위원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 상황이다. 김영란법뿐만 아니라 부패척결, 집단민원 등 국민고충처리, 행정심판 등을 이끌어 가고 있는 이 위원장을 26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에서 만났다. 대담 박찬구 정책뉴스부장 →이른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 수정된 법안은 애초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제시한 원안에 비해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김영란법 입법 당시 스폰서 검사사건 등이 발생했다. 직무관련성 혹은 대가성이 없이 평소 관리 차원에서 금품을 건네면 무혐의나 무죄판결이 나는 상황이었다. 김영란법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보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전체적으로 원안에 비해 다소 모양새가 바뀌긴 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도 이러한 입법 취지를 충분히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원안과 어떤 부분이 다른가. -김영란법은 당초 금품수수, 부정청탁, 이해관계 충돌 등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눠져 있었다. (세 가지 가운데) 이해관계 충돌 부분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고,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결과 추후 다시 다루기로 결정됐다. 부정청탁과 관련해서는 정부안은 포괄적으로 규정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인허가 문제, 인사, 조사 등 15가지로 유형을 나눴다. 금품수수와 관련해서는 (원안에는)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게 되면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되고, 100만원 이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100만원 이상 금품수수 시 형사처벌 항목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1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만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또 당초 정부안에는 국공립학교, KBS, EBS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공립학교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립학교와 나머지 언론기관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이 때문에 기존에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었던 법안 명칭도 ‘공직자’와 ‘이해충돌 방지’가 빠진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으로 변경됐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기관 종사자도 포함하면 법 적용 대상자가 1800만명이나 되는 등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논점을 벗어난 논쟁이다. 이번 법안뿐 아니라 뇌물죄 등 법체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법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1800만명이라는 숫자와 관련해서도 공직자 범위에 해당하는 인원이 150만명이고, 언론기관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되면서 30만명이 추가됐다. 모두 180만명이다. 여기에 법률에 의해 금품수수 등을 제한받는 가족의 수(본인 포함 10명)를 포함해 계산하니 나온 수치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이 수정될 때 위원회의 의견을 제시했는지. -우선 공직자에 대해 적용되는 법안이 되어야 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까지도 적용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입법정책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여야 절충안에 찬성이나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회 통과 이후 김영란법이 시행된다면 이에 따른 효과는. -우리 사회는 ‘우리가 남이가’ 식의 부탁이나 부정한 청탁 등 관행화된 부패가 많다. 김영란법 시행은 이러한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예컨대 공직자는 누군가를 만나는 경우 만나도 되는 대상인지 밥을 같이 먹어도 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볼 것이다. 물론 법 시행 초기에는 복잡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정착되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무원행동강령도 굉장히 까다롭다. 김영란법은 법률로 제정되는 데다 어떤 경우에는 형사처벌도 받게 된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정청탁을 밝혀내는 부분에 있어 법률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이 법안만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금품이나 청탁은 당사자와 금품을 건네는 사람 등 두 사람만 있는 자리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익명의 제보와 이에 따른 계좌추적 등이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현행 뇌물 혐의를 밝히는 것과 구조가 비슷하다. 결국은 내부 제보자나 신고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이 법에도 준용하고 있다. →김영란법뿐 아니라 지난해 입법예고한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방지법(일명 한국의 링컨법)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0월 입법예고해 지금은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1~2가지 쟁점에 대한 일부 부처와의 협의가 마무리되면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인가. -복지예산, 보조금 예산 등이 한 해 150조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비나 복지보조금 등이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해 보자는 취지로 만든 법안이다. 부정하게 보조금 등을 수령하는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 징벌적으로 부정수급액의 최대 5배까지 환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묻는다는 측면에서 명단 공개와 입찰자격 제한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른바 관피아 척결과 공직사회 청렴화를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보나. -관피아 방지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올 3월부터 시행된다. 김영란법을 비롯해 공직윤리법까지 제도적으로는 많은 부분이 보완됐다. 다만 관피아 방지법 시행 이전에 공무원들이 활동하던 민간 영역에서 인재 충원을 어떻게 하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즉 능력 있는 퇴직 공직자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법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관피아에 의해 발생했던 그동안의 폐해들을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등 과거를 되짚어 보면서 윤리 교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공직사회 청렴도와 관련해 점수를 매긴다면.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서 지난해 한국은 55점을 받았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 점수보다는 더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면 넉넉하게 50점 정도 줄 수 있다. →아직도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것인데, 권익위 차원의 대책은. -방산비리, 원자력비리는 물론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밝혀지는 구조적 부패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때문에 올해는 구조적으로 부패가 스며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비리가 만연한 분야에 대해 선제적으로 사전 조사를 시행하고,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전수조사 혹은 샘플링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 밖에 올 한 해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업무는. -우선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1년 뒤인 2016년부터 시행된다. 법안 통과 이후에는 권익위가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시행령에는 공직자가 받는 조의금을 얼마까지 허용할 것이냐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확정해야 한다. 게다가 김영란법 시행 주관부처가 권익위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준비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 부패인식지수 개선을 위해 장관행동강령 제정, 청렴교육 의무화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한국이 (부패인식지수에서) 30위권대로 진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민원예보제, 민원조기경보제 시행으로 민원이 심각한 상태로 가지 않도록 하는 등 기본적으로 국민의 어려움을 구제하고 부패를 예방하는 권익위 본연의 업무에 힘을 쏟겠다. 정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1956년 부산 출생 ▲서울대 법학과 ▲사시 20회(연수원 11기) ▲서울지법·제주지법·대구고법·광주고법·서울고법 판사 ▲대전지법·대전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법·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청주지방법원장 ▲서울동부지방법원장 ▲서울중앙지방법원장
  • 삼시세끼 3000원… 밥상이 풀밭이다

    삼시세끼 3000원… 밥상이 풀밭이다

    ■ 대한민국 상위 1% 부유층과 하위 9.1% 절대빈곤층의 카트에 담긴 먹거리는 어떻게 다를까. 소득 격차에 따른 식료품 구입 패턴 차이 등을 면밀히 분석한 인터랙티브 기사인 ‘카트 속 다른 세상’을 감상하세요. ☞<카트 속 다른 세상> 보러 가기 클릭 (http://interactive.newsjel.ly/seoulnews) “못사는 집 엄마들은 5000원 넘게 사 가는 일이 거의 없어. 국물 낼 때 꼭 필요한 청양고추 정도나 사 간다니까.” 경기 광명의 한 전통시장 채소가게인 ‘G상회’ 주인 정모(61)씨는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많이 사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이곳에는 주변 임대아파트 등에 사는 극빈층 주부들이 장을 보러 많이 온다. 정씨는 10년 넘게 시장통에서 장사하면서 “허름한 옷차림의 주부가 사가는 채소라고는 기껏해야 고추나 값싼 푸성귀 정도”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깨달았다. 이 가게에서는 800g짜리 무 1개에 1000원, 양파 2㎏에 2000원, 당근 1㎏에 2000원 등 주변 마트보다 싸게 판다. 하지만 극빈층 주부들은 이마저 부담스럽다. 그는 “20일에 한번씩 와서 나물 1000~2000원어치만 사 가는 할머니가 있는데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오시는 모습을 보면 ‘장 봐줄 자식도 없나’ 싶어 한 줌이라도 더 드린다”고 했다. 같은 시간 시장 내 생선가게 종업원이 “동태 한 손(2마리)에 5000원!”이라고 목청껏 외치며 손님을 끌었지만 주부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한 정육점 주인은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국거리용으로 돼지고기 뒷다리를 사 가거나 삼겹살을 사는 게 전부”라고 했다. 절대빈곤층의 식탁에서 보기 힘든 대표적 식품은 육류다. 경기도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42)씨는 월 90만원인 수급비 중 10만원을 식료품비로 쓴다. 식구 4명(김씨와 남편, 중학생, 고등학생인 두 딸)이 넉넉히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이 때문에 김씨 가족은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양을 최대한 불려 네 식구가 함께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선호한다. 찌개에 넣는 재료라고 해봐야 김치, 된장 외에 호박, 양파 등이 고작이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고기 반찬을 해 달라”고 투정하지만 빠듯한 살림 탓에 시장에 가도 고기에 손이 가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는 매달 20일에 삼겹살을 사다 먹는 게 김씨 가족이 누리는 최고의 호사다. 그는 “인근 재래시장에서는 삼겹살 두 근을 마트보다 싸게 1만원이면 살 수 있다”면서 “소고기는 아이들 생일 때 미역국에 넣으려고 1년에 딱 두 번 산다”고 했다. 과일도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식재료다. 독거 빈곤층인 임모(41)씨는 막노동 등으로 매달 80만~90만원을 버는 것이 전부라 과일을 사 먹은 적이 거의 없다. 식당에서 과일 한 쪽을 후식으로 내놓는 행운이라도 만나면 간신히 맛만 보는 수준이다. 임씨는 설, 추석 등 명절에 택배 아르바이트를 곧잘 하는데 과일 선물을 배달하다 보면 먹고 싶은 욕구를 참기 어렵다. 그는 “택배 물품으로 귤박스가 들어오면 살짝 뜯어 5~6개를 빼먹고는 다시 테이프로 붙여 놓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동작구의 한 마트 관계자는 “혼자 가난하게 사시는 할머니인데 마트에 와 과일을 사지는 못하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는 분들도 계신다”면서 “마음이 편치 않아 멍든 과일을 공짜로 드리기도 한다”고 했다. 절대빈곤층에게 ‘외식’이란 단어의 말뜻은 ‘참아야 한다’는 것에 가깝다.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 윤모(44)씨는 TV 맛집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게 낙이다. 그렇다고 소개된 맛집을 찾아간 적은 한 번도 없다. 윤씨는 “비싼 음식을 사 먹을 돈도 없고 차 타고 멀리 나갈 형편도 안 된다”면서 “맛있는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조금 해결되는 것 같다”고 위안했다. 극빈층은 싼 가격을 선호하다 보니 품질이 낮거나 건강에 이롭지 않은 식품을 사 먹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광명시장의 H과일가게 주인은 “사과를 싸게 팔기 위해 흠이 난 ‘하(下)품’을 조금 가져다 놨다”면서 “사과 6~7개를 5000원에 팔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동작구 상도동의 D마트 직원은 “바나나 중 시간이 지나 껍질이 검게 변한(갈변현상) 제품은 원래 판매가보다 2000원 싼 2800원에 판다”고 했다. 빈곤층 고객이 많은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G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물건을 대량으로 떼어와 가격을 낮춰 20~30% 정도 싸게 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모든 상품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저렴한 물건을 떼어 오기 위해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짧게 남은 물건도 들여온다”면서 “물건 자체에 흠이 있지는 않고 상품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법을 어기는 현대판 ‘장발장’들도 있다. 광명시장 내 한 슈퍼마켓은 지난해 매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를 고화질로 교체했다. 슈퍼 물건을 조금씩 가져가는 좀도둑 탓이다. 슈퍼 직원은 “우리 가게의 좀도둑은 다른 곳과 좀 다르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어린아이가 과자나 음료수를 훔치다 붙잡히는데 이곳에서는 40~60대 성인들이 물건을 몰래 챙기려다 곧잘 적발된다는 것이다. 고작 몇천원짜리 물건을 살 형편이 되지 못해서다. 이 직원은 “하루에 한 번꼴로 인공조미료 등을 훔치려다 걸리는 어른들이 있다”고 했다. 먹거리 취약계층은 방학 기간 아동·청소년들이 대표적이다. 초교 6학년인 고모(12·서울 구로구)양은 다른 또래처럼 방학을 마냥 반길 수 없다. 먹는 문제 때문이다. 학기 중에는 그나마 영양을 갖춘 무상 급식을 점심으로 먹을 수 있지만 방학에는 라면, 과자 등을 주식 삼아 버텨야 한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버는 월 70만~80만원의 소득으로 고양과 부모, 2살 어린 동생이 한 달을 버텨야 해 넉넉히 사 먹을 형편이 못 된다. 고양의 어머니도 아르바이트로 배달일 등을 해 아이의 끼니를 제때 챙겨 주기 어렵다. 고양처럼 방학철 먹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제법 많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김은정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은 “부모가 낮시간 집을 비우는 저소득층 아동에게는 지방자치단체가 한 끼에 3000~5500원가량의 음식 쿠폰을 준다”면서 “하지만 시골 아이들은 이 쿠폰을 쓸 수 있는 식당이나 편의점을 찾기 어려워 굶기도 한다”고 전했다. 세심한 건강관리가 필요한 노인도 돈이 없으면 먹을거리를 제대로 챙겨 먹기 어렵다. 서울 동작구의 달동네인 ‘밤골마을’의 독거 노인 윤모(84·여)씨는 하루 세 끼를 쌀죽으로 해결한다. 아들 2명과는 명절 때도 보기 어렵지만 부양 능력을 갖춘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신청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이 때문에 윤씨의 수입은 기초노령연금 20만원과 서울시의 지원금 15만원 등 35만원이 전부다. 이 돈으로는 마트에서 식재료를 제대로 사 먹기 어렵다. 인근 N교회에서 김치와 무조림 등 밑반찬을 가끔 가져다주는 것을 그나마 죽에 곁들여 먹는다. 윤씨는 “아는 과일장수가 가끔 바나나를 가져다주는데 이 과일을 잘 으깨어 죽에 넣어 먹는 것이 내가 먹는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고 했다. 장년층 남성도 먹는 문제에 취약하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특히 50~64세의 혼자 사는 남성이 먹는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65세가 넘으면 복지관에서 밑반찬 서비스라도 받지만, 그 직전 나이대는 전혀 관리대상이 안 된다”고 했다. 이들 남성은 공사장에서 일할 때는 ‘함바집’(건설현장의 간이식당) 밥이라도 먹지만 평소에는 집에서 찬물에 밥 말아 김치를 올려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학생 등 청년빈곤층도 먹는 문제 앞에서 서러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대학 입학 후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절대빈곤층으로 추락한 대학생 이모(26)씨는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 지쳤을 때 맥주 한 모금이 절실하지만 늘 주머니 사정 때문에 머뭇거린다. 큰 맘 먹은 날에는 을지로 3가의 허름한 맥줏집을 찾아가는데, 그가 시키는 안주는 늘 1000원짜리 ‘노가리’다. 자기 돈으로 ‘치맥’(치킨과 맥주)을 주문하는 것은 꿈도 못꾼다. 이씨는 “친구들에게 자주 얻어먹다 보니 이젠 미안함을 넘어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극빈층 ‘스튜던트 푸어’인 서울의 한 사립대생 정모(24)씨는 두 달에 한 번씩 꼭 헌혈을 한다. 햄버거 교환권이나 영화 관람권을 주기 때문이다. 정씨는 “평소에는 1000~2000원이 아까워 햄버거가 먹고 싶어도 편의점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는 일이 많다”면서 “가끔 친구들이 5000~6000원 하는 순대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돈 없다고 하기가 자존심이 상해서 난감하다”고 했다. 유대근 이두걸 송수연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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