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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대학 등록금 ‘꼼수’…겉 다르고 속 다른 동결선언

    일부대학 등록금 ‘꼼수’…겉 다르고 속 다른 동결선언

    일부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등록금 인상때 신입생의 등록금 인상폭을 상대적으로 크게 적용하는 ‘꼼수’를 썼기 때문이다. 27일 대학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대학알리미(대학정보공시센터) 등에 따르면 등록금 동결을 선언한 몇몇 대학들이 신입생에게는 상대적으로 고율의 인상폭을 적용하는 반면, 2~4학년 재학생들에게는 저율의 인상폭을 차등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등록금을 동결해도 대학의 전체 등록금 수입과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2009년 이후 올해까지 3년연속으로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2009년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은 전년도보다 2.3% 인상된 607만원이었다. 지난 해 역시 등록금 동결 선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1인당 등록금은 2.3% 늘어난 평균 621만원이었다. 3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했다던 대학들 가운데 경북대, 공주대, 충북대, 전북대의 경우도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이 해마다 1.6~4.4%씩 올랐다. 이 밖에 많은 대학들이 1% 미만 범위에서 평균 등록금이 올랐다. 이처럼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해도 평균 등록금이 오르는 이유는 ‘차등인상’에 있다. 예컨대 학교 측이 등록금을 인상할 때 인상률을 신입생에게는 10%, ‘곧 졸업을 앞둔’ 재학생에게는 5%씩 각각 적용하면, 이후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더라도 해가 갈수록 상대적으로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전체 등록금 수입액도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전체 등록금을 7.5% 인상한 뒤 동결해도 3년만 지나면 10% 인상률에 저절로 도달하게 된다. 앞서 서울대는 2008년 등록금을 5.9% 인상할 때 신입생과 재학생 등록금을 각각 7대3 비율로 차등 인상했다. 대학측은 “신입생들이 재학생보다 더 개선된 환경에서 오랜 기간 공부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수익자 부담원칙에서 신입생 등록금을 더 올려 받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차등 인상 여부도 (학교측과 학생회가 협상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라면서 “학생회 측도 재학생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신입생의 등록금 인상폭을 높이는 대신, 재학생의 인상폭을 낮추는 결정에는 큰 반발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신입생들만 ‘등록금 바가지’를 쓰는 셈이다. 등록금을 차등 인상하지 않는 일부 대학들은 고액의 입학금을 책정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신입생 입학금을 올리면 그해 대학 수익이 쉽게 늘어난다. 지난해 103만원의 입학금을 받은 외국어대, 고려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립대가 100만원 안팎의 입학금을 받았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측은 “입학금은 액수가 많더라도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어차피 한번 내는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 대신 인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준·최두희기자 apple@seoul.co.kr
  • 10兆 쌓아둔 대학들의 ‘재정 떼쓰기’

    10兆 쌓아둔 대학들의 ‘재정 떼쓰기’

    지난 21일 점심 무렵 부산 롯데호텔 3층 아트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세미나에 참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올해도 등록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는 경제상황이다. 물가가 불안하고… 등록금 인상 자제를 부탁드린다.”며 대학총장들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국민대 이성우 총장은 “수년째 동결하면 상당한 재정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과 이 총장의 견해 차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정부와 대학의 불만이 응축된 장면이다.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 요구에 대학들이 재정압박이 심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이 쓰지 않고 쌓아둔 ‘적립금’이 2009년 말 기준으로 10조원을 넘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 주요 사립대의 경우 2년사이 최고 67%까지 ‘곳간’(적립금)을 불린 곳도 있다. 2009년 말 현재 적립금이 4000억원 이상인 곳은 이화여대(7389억원), 연세대(5113억원), 홍익대(4857억원) 등 3개교나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립대총장협의회가 지난해 10월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사립대학 육성을 위한 건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계속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자, 적립금 용도에 대한 성격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적립금을 대학의 중·장기 계획이나 대규모 투자사업 부분에 한해서만 쓰고 있다. 등록금 상승이 이뤄지지 않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나 물가상승분 보전비용으로 적립금을 쓰려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교과부 한석수 대학지원관은 23일 “사립대 적립금 용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서 “현재도 당해연도 등록금을 받고 난 뒤 남은 재정은 기금이나 적립금으로 넘기는 게 관례인데 이를 당해연도에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적립금 주요 부분이 등록금 수입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이런 점 때문에 대학들이 ‘등록금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서울신문이 이날 교과부 대학정보공시센터(대학알리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등록금을 동결했던 2009년에도 서울 주요 사립대의 적립금이 증가하는 추세는 바뀌지 않았다. 2011년도 5.1%의 등록금 인상을 제시한 고려대는 2007년 1526억원이던 적립금이 2009년 2305억원으로 2년 새 51% 급증했다. 등록금 3.8% 인상안을 내놓은 경희대도 2007년 817억원에서 2009년 1362억원으로 66.7% 늘었다. 올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연세대는 2007년 3471억원에서 2009년 5113억원으로 2년 새 47.2% 증가했다. 이화여대도 2007년 5115억원에서 2009년 7389억원으로 44.4%가 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적립금이 재단의 ‘몸집 불리기’에 사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2009년 사립대 적립금 중 건축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조 2001억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반면 연구기금 적립금은 6381억원으로 9.2%에 불과했다. 전년대비 증가율도 2008년 27.4%에서 2009년 14.7%로 줄었다. 이에 대해 서울 A사립대 기획실 팀장은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 적립금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라며 “등록금 문제로만 적립금 사안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학의 발전과 경쟁력 등의 관점에서도 적립금 문제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현·최재헌기자 moses@seoul.co.kr
  • [사설] 일부 사립대 ‘등록금 동결’ 거부 명분 약하다

    대학 등록금 동결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학이 좀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세미나에 참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동결 또는 3% 이내’라는 새로운 등록금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데 대해 일부 사립대 총장들이 “자율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장관은 세미나에서 물가 등을 고려해 인상을 자제해 달라며 “대신 정부가 최대한 재정을 지원해 부족분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내년도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을 올해(3030억원)의 두배로 늘리고 사업비 집행 지침을 수정해 지원금을 최대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립대 총장들은 정부가 2009년부터 3년 연속 등록금 동결을 요청했다며 과도한 간섭이라고 맞선다.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인상 결정이 나면 거기에 따를 것이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법제화한 등록금상한제에 이어 등록금 동결 요청이 대학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적잖은 사립대들이 해마다 등록금을 올려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쌓아 놓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모 지방 사립대는 같은 총장의 재임기간 중 적립금이 두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재정 여력이 있는데도 손쉬운 등록금 인상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등록금 인상이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 측은 등록금과 적립금은 용처가 다르다고 하지만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이 장관은 고등교육 지원을 확대하되 200여개에 이르는 대학을 고루 지원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균등 지원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대학은 영리기업이 아니다. 특히 부실화를 겪고 있는 대학이라면 ‘등록금 경영’보다는 스스로 몸피를 조정하는 데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마땅하다. 등록금을 동결키로 한 대학이 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많은 대학들이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무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대승적 차원에서 등록금을 동결하고, 부족한 재원은 교육역량강화사업 등 국고보조금과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통해 확보해 나가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 사립대총장협의회장 박철씨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박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을 선임했다고 23일 밝혔다. 박 신임 회장은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후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스페인 왕립한림원 종신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돈키호테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김영길 한동대 총장 대교협 차기 회장에 내정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1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영길(72) 한동대 총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현 이기수 회장은 다음 달 말 고려대 총장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대교협 회장직에서도 물러나게 된다. 김 총장은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공대, 미국 미주리대 대학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RPI공대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을 거쳐 1978년부터 1995년까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5년 한동대 초대 총장에 임명됐다. 작고한 김호길 포항공대 초대 총장의 동생인 김 총장은 현재 대교협 부회장 및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직을 함께 맡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부산 6개大 등록금 동결

    부산지역 대학들의 대학 등록금 동결이 잇따르고 있다. 17일 부산지역 대학 등에 따르면 부산대와 한국해양대, 경남정보대, 부산경상대 ,동의과학대, 부산정보대 등이 지난해 수준에서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특히 경남정보대는 부산 경남지역에서 유일하게 4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했다. 부산대와 한국해양대와 동의과학대, 부산 경상대 등은 3년 연속 등록금 동결에 동참했다. 경남정보대는 “학부모의 부담을 덜고 물가안정에 이바지하기 위해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로 감소하는 대학 운영자금은 효율적인 대학 재정 운영과 예산절감 등을 통해 보전하기로 했다. 동결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부경대 등 다른 대학들도 이번 주 안에 동결 또는 인상 폭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학생 등록금만으로 살림살이를 해야 하는 사립대로선 쉽게 동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정부·한은 전방위 물가대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해 들어 물가가 급등하자 금융시장의 예상을 깨고 13일 기준금리를 2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렸다. 정부도 물가안정을 위해 올 상반기에 전기와 가스 등 중앙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지방 공공요금도 물가 상승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올린 후 2개월 만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에 4%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통화정책의 무게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막는 데 두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물가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물가 불안요인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5년간 민간 임대주택에 값싼 공공택지를 다시 공급하고 소규모 주택건설에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1조원을 저금리로 지원하기로 했다. 대학 등록금의 경우 국립대는 동결하고 인상이 불가피한 사립대도 3% 미만으로 억제하며 유치원비는 동결을 유도할 방침이다. 상하수도와 시내버스, 택시, 쓰레기 봉투 등 지방 공공요금도 인상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전·월세 대책으로 도시형 생활주택과 다세대, 소형 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건설을 늘리기 위해 주택기금에서 올해 말까지 1조원의 자금을 금리 2%에 특별 지원하기로 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지방채 10년새 90% 늘어 3조弗… 최대 100곳 파산 위험

    지방채 10년새 90% 늘어 3조弗… 최대 100곳 파산 위험

    #사례1 :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에 위치한 소도시 차우칠라가 이달 초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실업률이 18%에 육박하고 재정적자가 100만 달러나 되는 차우칠라는 시청 개보수 공사를 위해 지방채 590만 달러를 발행했다가 1월분 채무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주정부 관계자는 “차우칠라는 단지 이례적인 경우일 뿐”이라며 진화에 부심했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위기설이 연례행사가 돼 버린 캘리포니아야말로 ‘제 코가 석자’라고 꼬집었다. #사례2 : 모두가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던 지난 연말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의 주도인 해리스버그는 파산보호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쓰레기 소각로 구입을 위해 2억 8800만 달러의 채무를 지게 된 시 정부는 막대한 운영비로 고전하던 끝에 결국 올해로 예정된 5000만 달러 채무 상환이 불가능하다며 두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해리스버그는 주법에 따라 지출을 억제하는 대신 주 정부로부터 재정 보조를 받게 됐다. 기업으로 치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홍역을 치른 미국이 이번에는 지방재정 악화라는 ‘잔혹극 2막’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지방채 규모는 2조 9000억 달러나 된다. 10년 사이에 90%나 늘었다. 부채 규모는 갈수록 느는데 경기침체 영향으로 세입은 줄었다. 거기다 방만한 예산집행까지 겹쳤다. 그동안은 지방채를 발행해 재정적자를 메웠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방채 시장이 최근 현금이 고갈된 주와 시 정부의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라고 지난 8일 전했다. 또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연방정부가 1650억 달러 규모로 내놓았던 연방보조금 성격의 ‘빌드 아메리카 본드 프로그램’이 2010년 말 만료되면서 지방채 시장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주·지방정부 재정 악화 불안감 확산 주 정부·지방정부의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아졌다는 또 다른 징표는 미국 대형 은행들이 지방재정 악화에 따른 지방채 신용부도 스와프(CDS) 수요 급증 전망을 배경으로 CDS 거래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채권에 대한 CDS 총거래 잔액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방정부들은 지방채 CDS 거래업무 확대가 채무 불이행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기 거래 확대를 유발해 재정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미국 주 정부 가운데 CDS 프리미엄이 가장 높은 일리노이는 11일 현재 328bp이고 지난해 7월에는 370bp까지 치솟기도 했다.”면서 “이 정도면 최근 재정위기설이 거론되는 스페인 수준이고, 500bp를 넘어서면 사실상 파산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정악화는 미국 전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드 메일은 8일 46개 주 정부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공공의료보험인 헬스케어 예산을 삭감하면서 일자리 40만개가 사라졌다면서 재정긴축이 광범위한 산업공동화 현상을 일으켜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1% 포인트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 최근 보고서는 주 정부에서 필요한 재정과 집행 가능한 재정 규모 격차가 지난해에만 1710억 달러나 됐고 올해도 16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정부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대응은 긴축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지난 5일 주의회 연두 연설을 하면서 뉴욕 주가 위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약 100억 달러에 이르는 주 정부 재정적자를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재정 긴축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는 공·사립 대학생들에게 제공해온 희망(HOPE) 장학금 축소 문제를 적극 검토하기로 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고등학교에서 평균 3.0 이상 학점으로 주내 공·사립대학에 진학해 평균 3.0 이상의 학점을 유지하는 학생들에게 1인당 최대 6000달러까지 지급하는 장학금의 재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근본 해법 없는 허리띠 졸라 매기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시장분석가 가운데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메러디스 휘트니는 지난해 12월 20일 CBS 시사프로 ‘60분’에서 “규모가 큰 지방정부 가운데 최소 50개, 많게는 100개가 채무 불이행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LA타임스는 “많은 캘리포니아 지방정부들이 2008년 파산했던 발레호 시처럼 되지 않을까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최근 CNN머니 보도에 따르면 마크 빈터 웰스파코 수석경제학자는 “우리는 지방채 시장이 또 다른 붕괴하는 도미노라고 우려하는 얘기를 곳곳에서 듣는다.”면서도 “나는 그 문제로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용어클릭 ●CDS 프리미엄 CDS는 대출이나 채권 형태로 자금을 조달한 채무자의 신용을 사고팔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CDS 매도자는 채무자가 이자 지급을 못 하거나 채무조정을 진행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CDS 매입자에게 보상해 주도록 돼 있다. CDS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CDS프리미엄이라고 하며 bp(basis point)라는 단위로 나타낸다. 1bp는 0.01%와 같다. 손해보험에 가입할 때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것처럼 채권의 발행 기관이나 국가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질수록 CDS프리미엄은 상승한다.
  • [물가가 걱정이다] 1분기 물가 잡아야 서민경제 산다

    [물가가 걱정이다] 1분기 물가 잡아야 서민경제 산다

    정부가 선언한 ‘물가와의 전쟁’의 승패가 올 1분기(1~3월)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1분기 평균 물가상승률이 1년치 상승분의 절반을 웃돌아 이때 물가를 잡지 못하면 정부 목표치인 물가상승률 3% 억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배추 파동’에서 나타났듯이 예상치 못한 이상 기후 등으로 물가가 급등할 수 있는 변수들이 하반기에 돌출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 등 거시정책을 포함한 입체적인 물가 대책이 1분기에 집중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2009년 5년간 연말 대비 평균 물가상승률은 3%다. 이를 분기별로 나눠 보면 물가가 1분기에 평균 1.6%포인트 올랐다. 2분기와 3분기는 각각 0.5%포인트, 1.0%포인트 상승했고, 4분기에는 오히려 0.1%포인트가량 떨어졌다. 1분기 물가상승률이 연간 상승분의 53%로 1분기에 물가가 집중적으로 올랐다는 얘기다. 공공·개인 서비스의 경우 평균 2.7% 오른 가운데 1분기에만 1.4% 포인트 정도 뛰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제품 가격과 개인·공공 서비스 요금을 연초에 올리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이 때문에 비용 측면의 수요 압박이 거세다.”면서 “정부가 상반기 각종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 1분기 물가상승률에는 ‘기저효과’도 상당히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1분기 물가상승률이 예외적으로 낮아서다. 2009년 연말 대비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총 3.5%. 이 가운데 1분기 물가상승률은 1.1% 포인트로 연간 비중이 31% 수준이었다. 예년보다 2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오히려 3분기가 배추 파동을 타고 1.8% 포인트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국·공립대 등록금이 동결됐고, 사립대 등록금도 정부가 동결을 유도하면서 개인·공공서비스 요금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면서 “올 1분기는 오름 폭이 크지 않더라도 물가상승률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 원자재값도 올 1분기에 가장 많이 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시티뱅크, 바클레이스 등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은 국제유가가 상반기에 14%, 하반기에 9%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비철금속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동’은 상반기 20%, 하반기 13% 오르고, 농산물 밀은 상반기에 47% 오르는 반면 하반기에 6%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국제 원자재값의 ‘상고하저’(上高下低) 현상은 최근 미국 경제의 주요 지표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데다 풍부한 유동성이 국제 원자재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진국의 혹한과 남반구의 라니냐 현상 등 이상기후 등으로 최근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6일 두바이 현물 가격은 배럴당 92달러로 전년 대비 13.9% 뛰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값 상승세가 상반기 중 1분기에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2분기에는 단기간 과도하게 급등한 탓에 가격 조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세대공감] ‘새해 다짐’

    [세대공감] ‘새해 다짐’

    새해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새해 소망이다. 매일 밝아오는 똑같은 아침이지만 1월 1일 하루만큼은 지난해 묵은 기억 훌훌 털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에, 새로운 것을 소망하고 계획을 세운다. 2009년 한 취업 포털에서 직장인 809명을 대상으로 새해 다짐 실천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새해에 세운 계획을 ‘전부 실천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24.2%였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들어맞는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새해가 시작된다는 기대로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더욱 새롭고 기분 좋게 한해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세대마다 서로 다른 새해 소망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샘이나·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新·舊 없는 ‘열공’ 의지 ●42년 만의 고등학교 진학 “이제 다시 공부할 때가 된 것 같아요.” 4일 오후 9시 서울 화곡동 김정희(58·여)씨의 집. TV에서 구제역 관련 보도가 흘러나왔다. 김씨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남편과 둘째 아들이 구제역 확산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뉴스에 관한 대화에 낄 수 없는 것이 ‘가방끈이 짧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김씨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잘 모르니까 이야기에 낄 수 없어 소외됐다는 느낌까지 드는 게 사실이죠.”라고 말했다. 김씨는 광주 출신으로 6남매의 장녀다. 동생들은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배울 만큼 배웠’지만 그는 동생들 뒷바라지하고 집안일 돕느라 중학교를 마친 게 고작이다. 그는 “그때는 맏딸이니까 동생들 돌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동생들 학교 가면 집안일하고, 동생들이 좋은 성적 받으면 제가 잘된 것처럼 덩달아 기분 좋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제 보니 저만 뒤처져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드네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언제가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해 계획을 “고등학교 입학”이라고 말했다. 그가 고교 진학을 포기한 때가 1968년이니 42년 만의 도전인 셈이다. 그는 “자식들도 다 커서 다들 자기 밥벌이하고 있으니 이젠 저를 위해 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둘째 아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 과정에 들어간 만큼 이제 고등학교 진학을 미룰 걸림돌은 없다. 그는 가방에서 서울 방화동의 한 고등학교에 곧 제출할 입학 원서를 꺼내 만지작거리다 껴안았다. ●“영어회화 공부로 명예 회복” “Excuse me.”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백화점 의류 매장에 외국인 손님이 찾아왔다. 이미 산 옷이 너무 작아 큰 것으로 교환해 달라고 했던 것.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외국인이 찾아오자 직원들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김정선(26·여)씨를 찾았다. 김씨는 토익 점수 950점에 1년 어학 연수도 다녀오는 등 누가 봐도 영어에 능숙할 것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더듬더듬 “Um….” 말문을 떼기도 어려웠다. 해당 치수가 품절이라 교환이 어려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데 처음엔 ‘품절’이라는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여차여차해서 해결은 했지만 직원들 앞에서 망신당한 것 같아 보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김씨는 그 일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김씨가 새해에 자신과 한 약속은 ‘영어회화 완벽하게 하기’다. 3일 오전 6시 김씨는 지난해 말 등록한 영어회화 수업에 가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앞으로 영어 쓸 일이 있으면 제가 또 불려갈 텐데 다시 망신당할 수는 없잖아요. 영어회화를 열심히 공부해 꼭 명예 회복을 할 겁니다.”라고 말하며 그는 밝게 웃었다. 자립의지 다지는 딸들의 결심 ●스스로 등록금 벌어서 내기 서울 대림동에 사는 대학생 이혜리(20·여)씨의 새해 목표는 등록금 벌어서 내기다. 이씨는 국립대에 다녀 사립대보다 등록금이 싼 편인데, 그걸 ‘무기’로 지난 2년 동안 부모에게 의지해 대학을 다녔다. 아르바이트를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그는 “과외도 하고 학원 강사도 해보고 커피숍이나 빵집 서빙 아르바이트 등 고등학교 졸업 때부터 쭉 아르바이트를 해 왔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번 돈은 모두 개인 용돈이나 방학 때 해외 여행 자금으로 쓰였다. 이씨의 부모는 맞벌이를 하고, 하나 있는 오빠도 직장인이라 집에서 이씨의 등록금을 대는 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4년 동안 1년 정도는 자기가 번 돈으로 대학을 다니고 생활비도 내 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씨는 “내년엔 4학년이라 어차피 아르바이트도 하기 어려울 거고 올 한해만큼은 자식 등록금 걱정 안 하게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부모님은 “기특하지만 공부만 열심히 해달라.”며 이씨를 말렸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주중에는 과외, 주말에는 학원 강의를 나가고 있다.”면서 “한번 해보고 싶은 거예요. 등록금을 꼭 부모님이 내야 한다는 건, 우리나라 부모님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강조했다. 또 “아르바이트해서 학비를 버는 것도 하나의 공부라고 생각해요. 물론 힘들겠지만 스스로 자립할 수 있어야 어른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취업, 후회 없이 준비할 것” 나현영(가명·25·여)씨는 자신의 새해 약속을 ‘현실을 직시하기’로 정했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하는 나씨는 아직 직장을 못 구했다. 지난해 기업 20여곳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대부분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기 때문. 마지막 학기에 공부와 취업을 병행하느라 제대로 준비를 못 했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자기소개서도 미리미리 써 두지 않고 마감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제출하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불성실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업이 아닌 곳은 쳐다도 보지 않은 것도 후회하고 있다. 서울에서 알아주는 4년대 사립대학 영문과를 다니는 나씨의 친구나 선후배들은 대부분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취업했고, 그도 당연히 대기업 아닌 곳은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올봄부터는 백수가 되는 자신의 처지가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학벌만 믿고 취업 준비도 제대로 안 했는데 눈은 높으니, 취업이 안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면서 “올해부터는 내 현실을 직시하고 취업 준비를 하겠다는 결심을 세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일단 나씨는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물류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유통관리사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그래서 새해 첫날부터 서점을 찾았다. 이제 졸업생이 되는 만큼 취업 시장에서 불리하다는 생각에 남들보다 더 많은 ‘스펙’을 쌓을 계획이다. 영어 회화 학원에도 등록했다. 800점 후반인 영어 점수를 확 끌어올리고 영어 면접에도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올해는 후회 없이 공부하고 준비해서 꼭 취업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엄마·아빠들의 자기계발 ●드럼 치며 주부 스트레스 확 날려 “두구두구두구 칭” 강원 동해시에 사는 김금희(53·여)씨가 집 안 청소를 하다 말고 드럼 소리를 흉내 낸다. 양손으로 드럼 치는 시늉까지 한다. 김씨는 올해 ‘드럼을 배우겠다.’는 새해 계획을 세웠다. 집안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없앨 방법을 고민하다가 드럼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동년배의 가정주부들이 모여 ‘난타’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이미 드럼 레슨을 등록했다. 김씨는 “드럼 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확 트이는 것 같아요. 우리 주부들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어디다 이야기할 데도 없잖아요. 드럼을 치면서 마음속의 우울함을 날려보낼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일·가정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시간 보낼 것” 서울 여의도동에 사는 권순찬(54)씨는 새해 첫날 오전 6시, 해도 뜨기 전에 등산복을 입고 등산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불렀다. 아내와 두 자녀는 집에 둔 채 혼자 나섰다. 휴일에 가족을 두고 홀로 외출하는 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권씨는 고교 동창생 3명과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일과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려고”라고 말했다. 권씨의 새해 다짐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많이 보내자’이다. 권씨는 “그동안 새해 소망은 일 아니면 가족이었는데 올해는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이런 계획을 세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에서는 승진할 생각을 하면서 일에 치이고, 집에 돌아와서는 자식 교육·집 장만 걱정에 이렇게 머리가 희끗희끗 나이가 들어 버렸지요.”면서 “지난해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우리가 너무 남을 위해서만 살아온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일요일이면 늦잠을 자고 일어난 권씨가 홀로 집에 남아 있을 때가 잦았다. 그는 “부인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고, 자식들도 약속이 있다고 나간 뒤에 저만 덩그러니 혼자 남아 TV 보고 있었던 적이 많았어요.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면서 “그런데 그게 제 문제더라고요. 제가 나서서 모임도 만들고 친구들도 만나면 풀리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권씨는 당장은 마음 맞는 친구 몇몇과 산을 오르는 ‘소심한 일탈’을 했지만 산악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하는 등 앞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 [사설] 국립대 성과연봉제 취지 살려야 한다

    3월부터 국립대 신임 교원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는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S·A·B·C등급으로 나눠 평균 연봉의 1.5~2배, 1.2~1.5배, 대학 자율, 0배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2013년에는 정년이 없는 교원, 2015년에는 정년이 있는 교원에게도 성과연봉제를 적용한다고 한다. 연구 실적이 우수한 교원에게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국립대 교수사회에도 경쟁풍토 조성과 연구역량 강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교수들은 개혁의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국립대는 근무연수에 따라 똑같이 월급을 올려주는 호봉제를 적용해 ‘철밥통’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미국에서는 주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주립대에서도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초·중·고교 교원에 대한 평가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대 법인화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국립대로서는 처음으로 인사 및 회계를 포함한 책임 경영을 통해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국내 사립대 역시 직급 정년제를 도입하는 등 성과주의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성과연봉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면서 공정한 평가 기준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교수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평가 단위·내용·방법·절차 등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함으로써 분란과 갈등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0월에 2013년부터 성과연봉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했다가 이번에 2015년으로 늦췄다. 등급 간 연봉 격차 역시 크게 줄였다. 더 이상 교수들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를 훼손하는 허울뿐인 연봉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각 대학도 경쟁력이 떨어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청주대·서원대 구성원 갈등 ‘어수선’

    충북 지역 양대 사립대학인 청주대와 서원대가 구성원들 간의 갈등으로 어수선하다. 청주대는 일반 직원 168명 가운데 125명으로 구성된 대학노조가 지난 2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 학사행정이 마비됐다. 노조가 김윤배 총장 퇴진까지 촉구하는 등 학교와 노조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어 학교 정상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파업은 학교 측이 2년 전에 약속한 수당 신설을 지키지 않은 데다 노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또한 지난 9월 대학 정보 공시를 통해 청주대가 전국 230개 대학 가운에 대학적립금은 7위인 반면 학생 1인당 교육비 161위, 전임강사 평균 연봉은 150위란 사실이 알려진 것도 이번 파업에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 노조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과 최근까지 교섭을 벌여왔으나 김 총장이 불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고 용역을 동원, 농성장 철거까지 시도하며 노조원들을 자극해 결국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왔다. 노조원들은 현재 총장실 앞에 마련된 농성장으로 출근해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학교 측이 태도 변화를 보일 때까지 교섭을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학원 설립자 3세인 김 총장이 인사권과 경영권을 마구 휘두르며 노조까지 탄압하고 있어 총장의 마인드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파업을 통해 청주대의 민주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서원대는 일부 구성원들이 인수 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김성렬 교수회장 직무대행은 “교육부가 재단과의 갈등으로 파행을 빚고 있던 서원대에 파견한 임시 이사 8명 가운데 7명이 현대백화점 그룹 경청호 부회장의 학교 선후배 등 관련 인물”이라며 “현대백화점 그룹이 이미 학교를 장악하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구성원 상당수는 현대백화점 눈치를 보며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임시 이사 선임과 인수 과정의 문제점을 정리해 교육과학기술부에 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서원대 관계자는 “김 교수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은 극히 적을 것”이라며 “구성원들이 찬성한다는 의견을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에 전달하면서 인수 작업에 착수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싱글 라이프] “신묘년엔 일·사랑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거예요”

    [싱글 라이프] “신묘년엔 일·사랑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거예요”

    늘어난 뱃살, 금연 실패, 학업 포기 등…. 한해를 돌아보면 아쉬운 것 투성이다. 연초에 세웠던 거창한 계획과 야심찬 목표는 어느새 기억 속에 묻힌 지 오래. 너무 쉽게 포기한 건 아닌지, 너무 쉽게 돌아선 건 아닌지 뒤돌아볼 때다. 또 오늘의 후회를 거울 삼아 내일의 희망을 설계할 때이기도 하다. 쑥스러움 탓에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다가서지 못했던 소심남부터 자기 계발에 소홀했던 ‘2030’세대까지 올 한해 싱글들의 반성을 정리하고 결혼, 취업 등 다양한 새해 소망을 들어본다. 실천가능 다짐으로 작심삼일 타파 회사원 손미현(30·여)씨는 올해 꼭 해보고 싶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한 가지 일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손씨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은 바로 ‘기부’. 연초부터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결국 1만원도 제대로 기부하지 못했다. 특히 연말 TV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 가정이 카메라에 비춰질 때마다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올봄에 설악산에 올랐을 때 해돋이를 보면서 자신과의 약속으로 삼았다는 그다. 손씨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좋은 일이고 너무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면서 “내년에는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를 해서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마케팅 업무를 하는 김현우(31)씨는 올 한해 본인에게 큰 투자를 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직장에서 성과를 올리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새벽에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고, 자기 계발은 뒷전이었다. 업무에서 뚜렷하게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었지만 일 욕심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던 것. 늘 쫓기다 보니 몸무게는 일년 동안 무려 4㎏이나 줄었고 책 한권, 영화 한편 보지 못해 주변 사람과 일 얘기 빼곤 대화거리가 없어 쩔쩔매곤 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갈 때는 몰랐지만 연말이 되니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대학원 진학 준비, 전국 유람 등 한해 목표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하나도 성취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속엔 부끄러움만 가득했다. 그는 “매년 이것저것 거창한 계획만 여러 가지 세워놓고 하나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곰곰이 따져보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현수(20)씨. 서울에 있는 유명사립대에 진학했지만, 학교에 맞추느라 전공은 고려하지 않아 내내 마음에 걸렸던 그다. 한 학기가 지나도 흥미가 생기지 않자 그는 휴학계를 내고 ‘반수’에 들어갔다. 몇 개월 동안 다시 수학능력시험 공부를 했던 것.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보다 성적이 더 떨어졌다. 난도가 더 높았던 까닭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태함이었다. 이미 대학생이라는 안전장치가 여유로움을 준 데다 막상 다시 공부를 시작하니 생각보다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4개월 동안 제대로 공부한 시간은 한달 남짓. 실망해하는 부모님을 보며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다른 이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인데 너무 안이하게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년에는 정말 독하게 재수생처럼 수능에 매달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해엔 기필코 살 빼고 말 거야 잡지사 기자 홍수연(28·여)씨의 새해 첫 미션은 다이어트. 163㎝의 키에 50㎏이었던 체중은 연말 끊이지 않는 술자리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두달 새 벌써 9㎏이나 늘어난 것.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다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살을 빼 겨우 남자친구를 사귀었던 아픔을 가진 그라 불어난 체중이 더 무섭다. 그는 “10여년이나 요요현상 없이 관리를 했는데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회식 때만 되면 폭식으로 기분전환을 하는 것 같다.”면서 “옷도 맞지 않고 불어난 몸집을 거울로 볼 때마다 속이 상해 기분까지 다운된다.”고 말했다. 최근 식욕억제제까지 복용했다는 그는 “이제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절제하는 마음과 스트레칭, 식이조절로 예전 몸매를 되찾을 생각”이라면서 “예전 기억을 되살려 다시 한번 나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예지(22·여)씨도 2년 전부터 꿈꾸다 계속 미뤄 왔던 목표를 내년에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바로 피아노 배우기. 그는 6살 때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연주하는 것을 그만뒀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 모차르트 소나타 같은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는데 도 단위 피아노 대회에 나가서 우수상을 받을 만큼 실력이 좋았다.”면서 “중학교 이후로 그만뒀더니 어떻게 피아노를 치는지조차 잊어버렸다.”면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가며 스스로 뿌듯해하고 스트레스도 풀었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내년에는 자랑할 만한 나만의 취미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지나간 사랑은 털고 새 인연 맞이하기 공무원 황수진(27·여)씨는 지난해 말 남자 친구와 헤어졌던 아픈 기억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며 보냈던 1년 전 크리스마스와 달리 올해 크리스마스는 씁쓸하게 홀로 방에서 영화 DVD를 쌓아두고 보면서 지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안 좋게 헤어져서인지 그는 “아직도 남자를 만나는 것이 두렵다.”며 당분간 솔로로 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언젠가는 상처 받은 아픔이 치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겨울도 영화 감상, 스노 보드 타기 등 취미 생활을 하며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친한 대학 친구들과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떠는 수다도 그녀의 상처를 달래는 치유제다. 그는 “억지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외로움 때문에 아무나 사귀는 것보다 가끔씩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친구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홀로서기를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장모(28)씨의 새해 소망은 여자 친구 만들기다. 그는 “서른이 다 돼 가는 나이에 애인 없이 한해를 시작한다는 게 너무 서글프고 초라하게 느껴진다.”며 내년에는 연애에 올인하기로 했다. 지난여름 중국 여행 중 만난 한 여성과 핑크빛 로맨스를 시작할 뻔 했다가 수줍은 마음에 대화만 나누고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게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는 그다. 내년이면 취업이 바로 코앞에 다가오기 때문에 영어 공부 등 스펙 쌓기에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지만 여자 친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새해에는 취업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사생결단’ 취업준비·금연결심 장씨와 반대로 고시생 김성용(25)씨는 준비하고 있는 외무고시 합격이 가장 큰 목표다. 대학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외무고시에 뛰어들었지만, 1차 합격도 버거운 상태. 그러나 그는 내년 시험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나와 올봄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면서 친구들과 연락도 끊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꿨기 때문. 2년여 가까이 만났던 여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그는 “가족, 연인, 친구들에게서 떠나 공부만 생각하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하다.”면서 “1차 시험이 2월이라 시간이 촉박한 상태이기 때문에 마무리 공부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또 “1차 합격을 하고 나면 점점 더 자신감이 생기지 않겠느냐.”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취업 준비생 김성훈(30)씨는 올해 부모님에게 매번 투정만 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낙방해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집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짜증을 내면서 속상한 말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부모님은 그때마다 “너만 취업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말을 모질게 하니.”라고 타박을 주면서도 서운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지막 관문인 면접에서 수십번이나 실패를 맛본 그는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 부모님에게 끊임없이 화만 냈다. 김씨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왜 사나 싶어 부모님에게 정말 못할 짓을 한 것 같다.”면서 “내년에는 꼭 좋은 곳에 입사해서 부모님의 서운한 마음을 풀어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회사원 최진우(32)씨는 올해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다 실패한 ‘금연’에 본인 역시 두손을 든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10년이나 담배를 피운 탓에 담배를 끊기가 너무 어려워 침, 전자담배, 약 등 사용하지 않은 금연보조제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담배를 피지 않으면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고 기력도 떨어져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주변 친구들까지 “담배를 끊겠다고 말해놓고 1년이 지나도 아직 피고 있네.”라고 놀리지만 담배와 담을 쌓는 것은 밥을 먹지 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흡연 욕구를 줄이기 위해 집에 있는 라이터와 담배에 물을 뿌려 쓰레기통에 버려도 1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발길이 동네 담배가게로 향할 정도였다. 그는 “담배를 줄여서 금연에 도전해 보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보건소에 가보기도 했지만 갖은 수를 다 써도 담배를 멀리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집에 ‘나의 목표는 금연’이라고 쓴 큰 액자까지 걸어놓았다. 내년에는 반드시 담배와 이별하는 데 성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민경·정현용·이민영기자 white@seoul.co.kr
  • [씨줄날줄] PSM/이춘규 논설위원

    대학에서 순수학문이 위기다. 당장 취업에 유리한 실용학문은 강세다. 20~30년 뒤를 고려한 선택은 사치로 취급된다. 대학원도 마찬가지. 입학 뒤 1년간 교양과목을 익혀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학부 학생들은 법학·의학 등 전문대학원 진학을 겨냥해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연과학계열에서는 의전원 진학이 용이한 생명공학·화학 등이 선호된다. 인문사회계열도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이 용이한 경제학과 등이 인기다. 서울대 공대 대학원 박사과정이 3년째 대규모 미달사태가 난 것도 취업난과 관계가 있다. 서울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도 해외파 박사들에게 밀린다. 실제 서울대 공대 교수 중 서울대 공대 대학원 출신은 불과 11%선이다. 박사과정 재학 중에는 교수의 잡무처리를 해야 한다. 교수는 왕이고, 학생은 종과 같다고 한다. 대한민국 공학계 인재의 산실이었던 서울공대의 영화는 옛이야기가 됐다. 세계적으로도 인재 산실이 재편되고 있다. 20세기를 풍미한 경영학석사(MBA)가 저물고 전문이학계열석사(PSM·Professional Science Master) 시대가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전한다. PSM은 과학·수학과 경영·법학 등 실용학문을 함께 가르치는 석사과정. 이공계 출신들에게는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을, 인문사회계 출신들에게는 과학지식을 가르쳐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 일반 대학원처럼 2년제이지만 졸업논문은 필요 없다. 학생들은 인턴이나 프로젝트 참여 등으로 기업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 PSM 과정은 미국 대학이 선도한다. 1990년대 중반 도입돼 103개 대학에 개설됐다. 미국에서 50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영국·호주의 일부 대학도 PSM 과정을 개설했다. 국내에서는 PSM 과정을 개설한 대학이 없다. PSM 과정이 주목 받는 것은 고용시장 수요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PSM 과정이 학문융합적 교육을 해 졸업생이 고용시장 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과가 검증되지는 않았다. PSM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강하다. 미국 전통 명문대에서는 PSM이 지나치게 실용을 강조, 이학계열 대학원의 학문 수준을 떨어뜨린다며 외면한다. 아이비리그 등 명문 사립대 대다수는 PSM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PSM이 세계로 확산돼 21세기 인재의 산실이 될까. 아니면 실제로 학문 수준을 떨어뜨리게 돼 도태하고 말까. 운명은 졸업생들의 사회 기여 정도에 좌우되지 않을까.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다트머스는 어떻게 명문대가 됐을까

    다트머스는 어떻게 명문대가 됐을까

    미국 동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학을 통틀어 아이비 리그라고 한다. 이 가운데 다트머스 대학이 있다. 하버드나 예일, 브라운, 프린스턴 대학 등에 견줘 상대적으로 낯설지만 아이비 리그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초일류 학교다. 2007년 미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비즈니스 스쿨 1위, 기업 채용 담당자들이 뽑은 미국 최고의 MBA 과정, 미국 명문대 가운데 졸업생 평균 연봉 1위 등 다트머스에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다트머스는 과연 어떤 학교일까. 종합엔터테인먼트채널 tvN이 다트머스 대학을 조명하는 2부작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다. ‘아이비 리그를 가다-체인지 더 월드 다트머스 대학’이다. 오는 22~23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지난해 다트머스 대학을 책임지며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아이비 리그 총장을 맡은 한국인 김용 총장으로부터 다트머스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는다. 뉴햄프셔주 하노버시에 위치한 다트머스 대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전에 세워진 미국 내 9개 대학 가운데 하나로 240년 전통을 자랑한다. 1부 ‘나의 친구 다트머스’에서는 다트머스의 특별한 교육철학과 전통을 소개한다. 교양 학부 위주의 대학인 다트머스는 이공계 학생들이더라도 인문학 등 다른 학문 분야와 연계해 폭넓은 전문 지식인으로 길러낸다. 학생 선발에 있어서도 시험 점수보다는 다양성을 더 고려한다. 2부 ‘세상의 변화를 이끈다’에서는 공동체와 팀워크를 존중하는 다트머스의 정신을 조명한다. 재학 기간 동안 무려 4만 시간에 걸쳐 지역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공동체 정신은 다트머스의 자랑이다. 졸업생의 3분의2가 학교를 위해 기부금을 낼 정도로 기부 문화에 익숙하다. 이러한 정신 속에서 세계의 변화를 이끌 리더들이 여물어 간다. 다트머스 구성원의 5%에 달하는 한인 학생들이 갖고 있는 꿈에 대한 이야기도 들여다 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의전원 막차 타자” 학원 수강 전쟁중

    “의전원 막차 타자” 학원 수강 전쟁중

    15일 오후 10시 서울 서초동 P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학원. 강의가 끝난 시간이었지만 복도와 강의실에는 800여명의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수강 신청을 위해 몰려든 대학생과 학부모들. 수강 신청 시작은 다음 날 오전 7시이지만, 유명 생물 강사의 강의는 불과 몇분 안에 정원이 차기 때문에 아예 밤 새울 작정을 하고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줄을 선 사람들 중에는 처음부터 의전원을 목표로 전공을 선택한 대학 1~2년생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2014년 이후 주요 대학 의전원이 폐지된다는데 꿈이 사라질까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를 대신해 지방에서 원정을 온 학부모들도 많았다. 새벽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와 오전 9시 ‘대기번호 1번’을 받은 손모(56·여)씨는 대학 3년생 딸의 수강증을 손에 쥐기까지 꼬박 2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딸이 기말고사를 보는 중이라 대신 왔다는 손씨는 “의전원이 폐지된다는 발표에 불안감이 크다.”면서 “좋은 강사에 의지해 점수를 높이고 빨리 입학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 시험부터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의전원이 폐지되는 등 신입생 정원이 대폭 줄게 되면서 의전원을 목표로 삼은 대학생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특히 대학 1년생과 내년 신입생들은 1~2차례 기회밖에 가질 수 없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때문에 방학은 물론 학기 중에도 사교육에 의존하며 의전원 시험준비에 매달린다. 현재 전국에 27곳인 의전원은 2015년 11개, 2017년 11개 대학이 의대체제로 전환하면서 5곳만 남게 된다. 바뀌는 제도로 피해를 보게 된 학생들은 교육당국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시내 유명 사립대 생명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최모(20)씨는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하려다가 의전원으로 목표를 세우고 생명공학과에 진학했는데 군대까지 생각하면 과연 시험을 쳐 볼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교육 정책을 몇년 만에 바꿔버리면 꿈을 갖고 준비해 온 학생들은 바보 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일부 학생들은 교육 당국에 대한 법적 대응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바뀐 교육정책으로 의전원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도 “의전원에 가기 위해 자기가 손해를 본 부분을 입증하기 어려워 실제로 소송이 성립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의전원 준비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2015년, 2017년에 절반씩 전환하게 해 전환속도를 늦추고, 의대로 전환하는 학교는 4년간 정원의 30%를 학사편입으로 채울 것을 의무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글 사진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① 박명재 차의과대학 총장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① 박명재 차의과대학 총장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흥미로운 자료를 공개했다. 대학이 학생에게 얼마를 교육비로 투자하는가를 보여 주는 ‘2009년 학생 1인당 교육비 투자 순위’가 그것이다. 경기 포천에 있는 차(CHA)의과학대학교는 설립 14년 만에 교육비 투자 순위에서 전국 173개 4년제 대학 가운데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지난 8일 저녁 서울 태평로 한 중식당에서 이 학교 박명재(63) 총장을 만났다. 그는 창문 밖으로 내리는 함박눈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박 총장과 3시간 가까이 진행한 인터뷰의 주제는 ‘나눔’이었다. 그는 나눔과 섬김을 통해 의술(醫術)이 아닌 인술(仁術)로 국내 최초 건강과학종합대학 설립과 한국 첫 노벨의학상 탄생을 꿈꾸고 있었다. 장관에서 대학 총장으로 변신한 그는 달변가였다. 대담 최용규 사회부장 →교육비 투자 1위 대학에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 -전국 173개 대학 중 1등인데, 교육 투자비란 학교가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지표다. 산술적으로도 우리 대학 1년 등록금이 760만원인데, 여기에 학교의 투자비는 6860만원으로 등록금 대비 9배의 투자비를 학생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교수 확보율을 높여 교수 1인당 학생이 3.8명 정도고, 학생 전체의 61%가 장학금을 받는다. 의예과는 학교가 설립된 1997년부터 지금까지 전 학년 모든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성적과 관계없이 줬다. 순수 사립대학으로 포스텍이나 카이스트, 서울대보다 지급률이 높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의과대학의 설립과정에 대해 알려 달라. -그동안 의과대학 설립은 제한적으로 묶여 있었는데 김영삼 정권 들어와서 의료 소외지역에 허용한다고 해서 경기 포천과 제주도 중문의 이름을 따서 포천중문의과대로 출발했다. 학교 재단인 차병원은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불임, 생식 그리고 요즘은 줄기세포를 세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국제적 인지도를 위해 이름을 차의과학대로 바꿨다. 이름을 영어(CHA)로 하면 C는 기독교 정신(Christianity), H는 인간존중(Humanity), A는 대학(Academy)이 된다. 기독교 정신으로 인간주의를 실천하는 대학이란 의미다. →의과대를 졸업하면 무조건 차병원에서 근무하나. -그런 의무 조항은 전혀 없다. 우수 학생 유치는 우리 의도일 뿐이다. 정부에서 공무원 유학 보내면 3년 근무하게 하는 것은 없다. 60~70%는 우리에게 남고 나머지는 삼성도 가고 아산도 간다. 내가 최근에 발전기금 때문에 졸업생에게 전화를 했다. 처음으로. 연락하니 ‘연락하지 마시죠.’ 이런 분도 있다. →이것이 ‘아름다운 약속’ 캠페인을 하게 된 이유인가. -막상 총장이 되고 보니 학교 설립 후 14년이 지났는데 뚜렷한 비전과 발전계획이 없었다. 졸업한 동문을 찾아보니 6년 내내 전액 장학금 받고 의대를 졸업했는데도, 전화를 하면 왜 연락하느냐면서 따지는 사람도 많았다. 학생 스스로는 ‘내가 똑똑해서 장학금을 받았는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대로 가면 큰일이 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가 교육을 잘못 하는 거 아니냐 하는 반성이 생겼다. 그래서 학생이 장학금을 받는 기본 취지 교육부터 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총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장학금을 줄 때 증서 옆에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제목 달았다. 장학금 받고 공부했으니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는 받은 이익을 다시 환원하라는 말이다. (사실) 아주 느슨한 약속이다. 미국 같으면 장학금 주면 반드시 되갚는데 우리는 그런 문화가 없다. 차의과학대는 주로 의대생들이지만, 훌륭한 의사 이전에 인술을 배워야 한다. 사회 모두가 성공만 꿈꾸지만 바르게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눔과 베풂, 섬김과 봉사 그런 정신이 중요하다. →졸업생들이 안면 몰수하면 그래도 섭섭하지 않나. -그래서 입학식날 장학금 줄 때부터 약속하자고 한 것이다. 직접 마이크를 들고 “여러분, 물론 우리가 여러분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여러분이 공짜로 받고 공부한 다음에 혼자 누리지 말고 학교가 됐든 사회가 됐든 주위 이웃에게 나눠 주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하고 있다. 이게 바로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약속’이다. →아름다운 약속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우리는 두 가지로 비전을 갖고 있다. 한국 최초의 노벨의학상 수상이 첫째 목표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난치병과 불치병을 치료하고, 인류에게 건강 100세의 꿈을 실현해 주는 최고 대학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돈도 더 많이 든다. 그러다 보니 설립자의 사재에만 의존할 순 없다. 97년에 학교가 생기고 현재 배출한 졸업생도 4~5회뿐이다. 그래서 2020년까지 세계 10대 종합 건강 의학 대학으로 가기 위해 발전기금을 좀 더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 반 만에, 조그만 대학인데도 83억원을 모았다. 2020년까지 학생 3000명, 교수 1000명, 1만 5000개 전국 대학 병상 설립, 그리고 한의과대학, 치과대학을 가지면 다 아우르게 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인류에게 건강 100세를 실현하는 최고의 건강 종합 대학이 되는 게 최종 목표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으로 대학 총장은 좀 이색적인데. -공무원 생활 34년 마치고 행정 관리하다가 의과대 총장이 됐다. 그전엔 대부분 의사가 총장으로 갔는데 더구나 관료 출신에다 보건복지부도 아니고 해서 당시 뉴스 거리였다. 취임식에서 딱 두 가지만 얘기했다. 나는 교육에 대해 잘 모른다. 배워 가면서 하겠다. 총장이면서 배워 가는 학생이다. 공직생활 때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었다. 우리나라 전 공무원을 직접 교육했다. 당시에 쓴 책에서도 공무원 교육이 변하면 나라가 바뀐다고 했다. 나라가 바뀌려면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 행정을 바꾸려면 그 주체인 공무원이 바뀌어야 하고, 공무원이 바뀌려면 공무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이 바뀌면 공무원이 바뀌고, 공무원이 바뀌면 행정이 바뀌고, 행정이 바뀌면 정부가 바뀌고, 정부가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 즉 교육이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 그런 신념으로 대한민국 공무원 교육을 제로베이스에 두고 전부 바꿨다. 그게 바로 행자부 장관에 발탁된 계기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 가운데 린든 존슨 대통령 회고록이 있다. ‘내가 대통령직에 있으며 깨달은 유일한 진리는 미국의 모든 문제 해결 종착점은 교육에 있다. 더 나아가 세계의 모든 문제가 교육에 있다.’ 오바마도 그래서 교육에 투자하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교육 종사자들은 이를 넘어 교육의 의무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화여대 김옥길 총장이 교수 시절 교정을 걸으며 ‘배운다는 것은 자유에 속하지만 가르친다는 것은 참으로 고상하고 무거운 의무’라고 했는데 교육의 중요성을 총장 하면서 깨달았다. →차의과대학에 들어오는 학생에 대한 기대도 있겠다. -최근 모든 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이 되니까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전부 다 개업의 해서 돈을 벌고 안정된 직장만 얻으려 한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너무 직업 정신에 투철한 사람은 안 된다. 프로페셔널이 돼야지 개업만을 목적으로 하면 안 된다. 연구하고 과학 하는 의과학도가 돼야 한다. 현재 차병원은 줄기세포와 생식 의학에서 세계의 길이 된다고 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첨단 의학에 도전하고 연구할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 또 자기가 받은 것을 사회에 되돌리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오는 게 우리 대학의 소원이다. →차의과대학의 발전 방안에 대해 알려 달라. -앞으로 학생 수가 늘어나도 절대로 투자비는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 내 신조다. 지금 발전기금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중심 대학을 만들어 학생과 교수의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20세기 최고의 치료법은 항생제였다. 페니실린과 마이신을 통해 노벨상을 받았다. 지금도 모든 병이 생기면 이 약을 투여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항생제로 극복하지 못하는 불치 난치병이 더 중요하다. 무너진 척추를 세우는 방법은 항생제가 아니라 새로운 치료법이다. 제가 총장으로 와서 가장 먼저 한 것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보건복지부 승인을 얻은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분야의 학문에 대해 연구하는 그런 학생이 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의과대학에 오는 학생에 대해 말씀해 달라. -기업이나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의사로 성공하는 데도 조건이 있다. 첫째, 혼을 담아야 한다. 기업은 제품을 파는 데 혼과 열정을 담아서 한다. 혼이 없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둘째는 창의성이다. 모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도 나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힘이 강한 자도 덩치가 큰 자도 머리가 좋은 자도 아니다. 환경에 적응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셋째는 소통이다. 성공하는 사람의 제일 중요한 조건은 소통하는 것이다. 소통을 안 하면 앞으로 나가는 방향을 모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성공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내가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고 또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다. 성공하는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조건에서도 기회와 가능성을 찾지만, 실패하는 사람은 아무리 기회가 좋아도 불평하고 문제점을 찾는다. 정리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이영선 경제프리즘] 사람을 사람답게 나라를 나라답게

    [이영선 경제프리즘] 사람을 사람답게 나라를 나라답게

    원로 교육학자이신 정범모 박사는 ‘교육이란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나라를 나라답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셨다. 지난날 한국은 교육을 통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었다. 한국의 교육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나라를 나라답게 하는 데 기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수차례 한국의 교육을 극찬하면서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를 별로 수긍하지 않는다. 대학 진학률이 85%가 될 정도로 교육열은 높지만, 오늘의 한국교육이 지식기반사회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교육비와 단순 과도학습(過度學習)이 사람을 사람답게, 나라를 나라답게 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교육의 역할은 최첨단 지식을 직접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지식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배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성과 인성, 사회성을 교육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대학정책은 일단 바른 궤도를 타고 있다.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입학사정관제이다. 우리는 지금껏 필답시험만을 공정한 기준으로 여겨 왔다. 이에 비해 입학사정관제는 창의성과 인성, 사회성을 학생의 기록과 면접을 통해 검증하자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제도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는 학부교육 선도 대학지원제도이다. 지금껏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사업은 학술연구진흥 지원, 주로 교수와 대학원 학생들의 학술연구에 배정되었다. 올해 시작된 이 제도는 학부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배양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다. 선진국에는 학부교육 위주의 수많은 유수한 대학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도권의 거대 대학들만이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아왔는데, 그들은 학부교육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왔다. 이제 새로이 시작된 이 제도가 대학교육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부는 이 제도를 더욱 확대하여 보다 많은 대학들이 학부교육에서의 변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국립대학 법인화 추진이다. 한국의 국립대학에는 경쟁이 없다. 경쟁이 있다면 정부에서 예산을 따오는 경쟁이 있을 뿐이다. 미국에는 수많은 유수한 사립대학들이 경쟁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각 주가 주립대학을 세워 지방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경쟁한다. 애덤 스미스가 그 당시 국립대학으로 유명했던 케임브리지 대학에 연수하러 갔다가 국립대학에는 경쟁이 없어 대학의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갈파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비록 국립대학을 지자체에 맡기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법인화만은 이뤄 경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보다 나은 교육제도를 위해 몇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선진국의 유수한 대학들은 대부분 지방에 있다. 대학이 타운의 중심을 이루고, 학생들이 그 속에서 거주하며 사회성을 키운다. 지방 주민들은 대학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는다. 그 대학이 사립일 경우 대학에 적은 금액이나마 기부하는 것을 습관화하고 있으며, 특히 지방 유지들은 대학의 이사진으로 참여한다. 이제 지방대학도 자부심을 갖고 훌륭한 대학이 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기업인들의 대학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전경련을 비롯한 기업집단들이 가끔 대학을 비판하고 나선다. 대학 졸업생들을 기업에서 활용하자니 대학교육이 부실하여 재교육해야 하며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만일 기업이 대학교육을 위해 기부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면 그런 비판을 대학이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자신이 소유한 대학에나 ‘투자’할 뿐 사회적 기부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기업이 대학에 기부하는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최근 공교육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과 지도층의 교육에 대한 인식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우리나라의 교육이 더욱 사람을 사람답게,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학생 1인 교육비 투자 서울대·차의과대 1위

    학생 1인 교육비 투자 서울대·차의과대 1위

    지난해 전국 4년제 일반대학 가운데 학생 한 명에게 교육비를 가장 많이 투자한 대학은 서울대(재학생 1만명 이상)와 차의과대(1만명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육비 투자 순위에서 상·하위 대학 간 차이가 최대 15배까지 벌어져 학교별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일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공개한 ‘2009년 대학별 결산 정보’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일반대학교의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 평균은 약 1056만원으로 전년보다 7.3%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주체별로 보면 국·공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1254만원)가 사립대(997만원)보다 25%(257만원) 높았고,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1222만원)이 비수도권 대학(926만원)보다 32%(296만원)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별 학생 1인당 교육비가 가장 높은 대학(재학생 1만명 이상)은 서울대로 연간 3344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연세대(2047만원), 성균관대(1661만원), 아주대(1598만원), 고려대(1584만원), 서강대(1499만원), 가톨릭대(1480만원), 한양대(1471만원), 이화여대(1402만원), 경희대(1373만원) 등이 상위 10개 대학으로 꼽혔다. 교육비 순위 10위까지는 2008년과 변동이 없었지만, 11위부터는 경상대(17→14), 제주대(21→17), 중앙대(22→20)가 상승하고 건국대(5→15), 한양대(6→8), 서울시립대(14→19)가 하락하는 등 변화가 생겼다. 의학·공학 등 특수대와 재학생 규모 1만명 이하 대학 순위에서는 차의과대가 6864만원으로 학생 1인당 교육비가 가장 높았고, 이어 포항공대(6706만원), 중원대(3704만원), 카이스트(3501만원), 금강대(2609만원) 순이었다. 대학 간 교육비 투자 규모도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비가 가장 높은 차의과대학(6864만원)과 가장 낮은 신경대학(472만원)간의 격차는 무려 15배에 이르렀고, 교육비 상위 10개교의 연간 학생 한 명당 평균 금액도 3457만원으로 하위 10개교의 평균(514만원)보다 7배 높았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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