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사랑 전쟁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물웅덩이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응급실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김선빈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 심리상담
    2026-03-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758
  • 도상우 김윤서, 4년 열애 끝 결별..이유 보니 ‘안타까워’

    도상우 김윤서, 4년 열애 끝 결별..이유 보니 ‘안타까워’

    배우 도상우 김윤서가 4년여 열애 끝 결별을 알렸다. 김윤서와 도상우의 소속사 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는 21일 “두 사람이 최근 결별했다”고 밝히며 “서로 일이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졌다”고 결별 이유를 전했다. 김윤서와 도상우의 열애설은 2017년에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준 건 2015년 3월에 종영한 MBC 드라마 ‘전설의 마녀’였다. 극 중 이복 남매로 출연하며 대립각을 형성했지만, 현실에선 애틋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던 것. 김윤서는 만나던 도중 군에 입대한 도상우를 위해 틈틈이 면회를 가며 사랑을 지켜왔으며, 도상우의 부친상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빈소를 지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김윤서는 2010년 영화 ‘악마를 보았다’로 데뷔한 9년 차 배우다. 그는 MBC ‘짝패’ SBS ‘신사의 품격’ ‘KBS2 ’최고다 이순신‘ MBC ’개과천선‘ ’전설의 마녀‘ JTBC ’사랑하는 은동아‘ KBS2 ’여자의 비밀‘ 등 일일극, 미니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 MBN에서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우아한 가‘에 출연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도상우는 지난 2008년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모델로 데뷔했으며, 2011년 tvN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를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구여친클럽‘, ’내 딸, 금사월‘,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오는 12월 첫 방송을 앞둔 TV조선 ’간택: 여인들의 전쟁‘에 출연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나의 나라’ 인교진 “디테일 표현 위해 까맣게 썩은 치아 분장”

    ‘나의 나라’ 인교진 “디테일 표현 위해 까맣게 썩은 치아 분장”

    ‘나의 나라’ 인교진이 감초 캐릭터의 정점을 찍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나의 나라’는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에 선 굵은 서사를 덧입히며 웰메이드 사극의 진수를 선보였다. 역사를 이룩한 거인들의 뒤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서휘(양세종 분), 남선호(우도환 분), 한희재(김설현 분)의 이야기가 눈 뗄 수 없이 펼쳐지며 뜨거운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시청률 역시 상승세를 탔다. 지난 19일 방송된 6회가 전국 5.0%, 수도권 5.2%(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한 것. ‘나의 나라’는 세자책봉을 둘러싸고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방원(장혁 분)과 이성계(김영철 분), 신덕왕후 강씨(박예진 분)의 갈등이 깊어지며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피의 전쟁을 예고했다. 시대의 소용돌이는 서휘, 남선호, 한희재의 삶에도 들이닥쳤다. 누이 서연(조이현 분)을 지키기 위해 남전(안내상 분) 부자(父子)의 명을 받게 된 서휘는 이방원에게 다가가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며 그의 측근인 정사정(김광식 분)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병기창을 알아냈다. 이어 강무장까지 들어가 이방원에 눈에 드는데 성공한 서휘. 그러나 날카로운 이방원의 의심을 피하지 못했고, 멍석말이로 사가에 끌려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그때 혈혈단신으로 등장한 남선호는 칼을 꺼내며 “대군이 아닌 이 자를 보러왔다”고 선언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역동적인 서사의 힘으로 시청자를 이끌고 가는 동안 감정선을 환기하고 깨알 재미를 주는 이가 있으니 서휘의 동료 ‘문복’ 역을 맡은 인교진이다. 요동 전장에서 함께 살아남아 서휘를 돕는 문복은 감정에 솔직하고 현실에 밝으면서도 의리를 가진 인물. 인교진은 “대본에 집중해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문복은 현재의 전라도와 충청도 사이 지역에서 지낸 친구라 대본에 두 지역 사투리가 섞여 있는데 이 결합이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리얼함으로 화제를 모았던 문복의 외형 역시 인교진과 감독, 작가의 디테일이 가미됐다. “10년의 군역에 찌들어있는 삶을 어떻게 표현할지 감독, 작가님과 논의했다. 그 시대에는 치아 관리를 거의 할 수 없었다고 들어서 까맣게 썩은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전달했고 지금의 분장이 탄생했다. 얼굴에 기미나 점도 더 그려서 오랫동안 떠돌이 생활을 한 문복의 디테일을 표현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나의 나라’ 속 문복은 거창한 신념이나 대의를 좇는 것이 아닌, 눈앞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인교진은 “처절한 민초들의 삶을 리얼하게 표현하면 자칫 어둡고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는데 문복이 이를 환기시켜준다. 웃음이 나고 위트있는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친구다. 드라마의 윤활유 같은 존재”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드라마 안에서도 각각의 인물들과 재미있고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낸다. 이런 점에 있어서 많은 시청자들이 문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복은 요동 전장에서부터 서휘, 박치도(지승현 분), 정범(이유준 분)과 함께하며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양세종, 지승현, 이유준과는 현장에서 ‘휘벤져스’라 불릴 만큼 호흡이 좋다고. “각자의 롤과 매력이 다르고 이러한 부분들이 극에 생생하게 녹아있다. ‘어벤져스’를 보는 것처럼 개성도 돋보이고, 하나가 됐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팀인 것 같다”고 설명한 인교진은 “극 중에서는 어둡고 처절한 연기를 하는 양세종은 실제로 명랑하고 쾌활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 지승현은 동생이지만 배역과 비슷하게 든든한 매력이 있다. 이유준은 실제로 무척 살가운 후배다. 현장에서 넷이 너무 친하고 잘 지내다 보니 우리의 호흡도 화면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문복이 첫눈에 반한 화월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인교진은 “홍지윤 배우는 화월이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가졌다. 쾌활한 성격으로 촬영장을 빛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문복과 화월의 깜짝 로맨스가 성사될 수 있을지도 기대를 모은다. 외형을 감쪽같이 바꿀 정도로 몰입하고 있는 인교진에게 ‘나의 나라’는 어떤 작품일까. 인교진은 “‘나의 나라’는 다들 아시다시피 고려 말 조선 초 이성계와 이방원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비슷한 시기를 다룬 여타의 드라마와 달리 역사적인 사실이 뼈대가 되지만 민초들이 그리는 ‘나라’를 표현하는 작품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지금까지 숲을 봤다면 ‘나의 나라’는 나무 하나하나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과 결과만 기억하지만, ‘나의 나라’는 민초들이 그려온 각자의 ‘나라’를 표현하고 그 ‘나라’가 여러 가지임을 보여준다. 기록되고 기억하는 것은 천편일률적이지만 그 안에 저마다의 ‘나라’를 가지고 있음을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시청자들이 각각의 인물에 몰입하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JTBC ‘나의 나라’는 매주 금, 토 오후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동백꽃 필 무렵’ 오정세X염혜란, 달콤살벌 부부 스틸컷

    ‘동백꽃 필 무렵’ 오정세X염혜란, 달콤살벌 부부 스틸컷

    ‘동백꽃 필 무렵’ 오정세와 염혜란의 부부 케미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강민경, 제작 팬엔터테인먼트)의 노규태(오정세)와 홍자영(염혜란)의 달콤살벌한 부부케미가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니즈’를 ‘리즈’로 ‘유만부동’을 ‘유만부둥’으로 잘못 말하는 규태와 이를 질색팔색하며 팩트 폭격을 날리는 자영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내고, 유책 사유를 잡아내려는 자영과 들키지 않으려는 규태의 허술한 능청이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을 더하고 있는 것. 대장 노릇을 좋아하는 터라 밖에서 오만 일을 다 벌이고 다니는 노규태. 그런데 지적 카리스마 폭발하는 아내 홍자영 앞에만 서면 몸도 마음도 다 ‘짜그라’ 붙었다. 자신보다 똑똑한 아내에게 열등감이 있기 때문. 규태는 그럴수록 밖을 나돌아 다녔고, 삽질 또한 늘어갔다. “존경한다”는 말에 목이 마른 규태가 때마침 들려온 향미(손담비)의 존경 소리에 우쭐해 헛물켠 것. 거짓말도 잘 못하고, 세종대왕도 노하실 언어구사력을 겸비했지만, “뭐든 드러내지 않는 나와 달리 여지없이 속을 들키고 마는 노규태가 청량해서 좋았다”는 자영. 그러나 그 “백치미”가 바람까지 속이지 못하자 분노가 끓어올랐다. 100밀리리터 짜리 아이크림은 딴 사람주고 자신에겐 20밀리리터짜리 증정품을 줬을 때도 부아가 치밀어 올랐는데, 외박까지 하니 그녀는 “어제의 홍자영일 수 없었다”. 이에 자영은 분노의 증거수집에 들어갔고, 규태는 들키지 않기 위한 허술한 방어 작전을 펼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하지만 규태는 ‘유책 배우자 증거 수집’이 전문인 이혼전문변호사 홍자영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100밀리리터 아이크림의 행방, 자신의 지출현황이 다 나와 있는 카드내역서, 상갓집 갔다 왔다던 말과 달리 선글라스 자국과 선크림 자국 가득한 얼굴, 모텔 카운터 앞 CCTV 등. 치밀하지도 못한 규태는 바람이 의심되는 이 모든 정황을 자영에게 족족 들켰다. 이렇게 속에서 천불이 나는 자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속 편하게 잠을 자는 규태의 모습에 도도했던 그녀의 자존심도 무너졌다. 결국 바람의 대상을 찾아낸 자영. 족욕기에 담긴 물을 쏟아 부으며, 세상 떠나가라 기침하는 규태에게 아랑곳 않고 “미안 까딱하면 죽여 버릴 뻔했네”라며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표현은 안했지만 과거 재수학원을 다닐 때부터 규태를 좋아했기에 분노는 쉽게 거둬질 줄 몰랐다. 규태의 엄마(전국향)에게도 남편의 바람 사실을 낱낱이 까발렸고, 거기다 “합법한 수준으로 제 분이 안 풀릴 것 같아서요”라며 싸늘한 경고까지 날린 것. 이들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달콤살벌한 사랑과 전쟁의 끝은 무엇일지, 생각만 해도 심장이 쫄깃해지고 기대가 된다. 한편,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은 매주 수, 목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 = 팬엔터테인먼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태양계 행성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이광식의 천문학+] 태양계 행성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예로부터 인류와 가장 가까운 천체는 해와 달을 비롯,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었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이 통째로 바뀌더라도 별들 사이의 상대적인 거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별은 영원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류에게 각인되었다. 서양에서는 ​플라톤 시대 이후부터 달을 포함해 이들 행성은 지구에서 가까운 쪽부터 달, 수성, 금성, 태양, 화성, 목성, 토성이 차례로 늘어서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의 다섯 개 별들은 일정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별들 사이를 유랑하는 것을 보고, 떠돌이란 뜻의 그리스 어인 플라나타이(planetai), 곧 떠돌이별이라고 불렀다. ​바로 우리가 행성이라 부르는 천체들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행성은 별이 아니다. 별은 보통 붙박이별, 곧 항성을 일컫는 말이다. 서양에서 부르는 태양계 행성 이름들은 거의 로마 신화에서 따온 것이다. 물론 이 밝은 행성들은 눈에 띄었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문명권마다 다른 이름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로마 시대에 지어진 이름들이 점차 대세를 차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컨대, 빠른 속도로 태양 둘레를 도는 수성은 로마 신들 중 메신저 역할을 한 날개 날린 머큐리(Mercury)에서 따왔고, 새벽이나 초저녁 하늘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금성에는 로마 신 중 미와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Venus)의 이름을 갖다붙였다. 화성에 마스(Mars)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화성 표면이 산화철로 인해 붉게 보이기 때문에 로마의 전쟁신 마스의 이름을 징발한 것이다. 태양계 행성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목성에 신들의 왕 주피터(Jupiter)를 가져온 것도 역시 그럴 듯하다. 토성은 주피터의 아버지인 농업의 신 새턴(Saturn)에서 따왔는데, 토성에 고리가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지구를 뜻하는 어스(Earth)만은 예외였는데, 그리스-로마 시대 이전부터 행성이란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중국과 극동 지역 역시 드넓은 밤하늘에서 수많은 별들 사이를 움직여 다니는 이 다섯 별들이 잘 알려져 있었다. 고대 동양인은 이 별들에게 음양오행설과 풍수설에 따라 ‘화(불), 수(물), 목(나무), 금(쇠), 토(흙)’이라는 특성을 각각 부여했고, 결국 이들은 별을 뜻하는 한자 별 성(星)자가 뒤에 붙여져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여기서도 지구는 역시 행성이 아닌 것으로 취급되어 ​‘흙의 공’이라는 뜻인 ‘지구(地球)’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요일 이름, 곧 일, 월, 화, 수, 목, 금, 토는 사실 천동설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망원경 발명 후에 발견된 행성들 지구가 행성으로 낙착된 것은 17세기 초 망원경이 발명되면서, 수천 년 동안 인류의 머리를 옥죄어온 천동설의 굴레가 벗겨지고 지동설이 확립된 이후의 일이다. 태양계의 개념이 인류에게 자리잡은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니까 태양계라는 말의 역사가 겨우 40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토성까지 울타리 쳐진 이 아담한 태양계가 우주의 전부인 줄 알고 인류가 나름 평온하게 살았던 시간은 200년이 채 안된다. 인류의 이 평온한 꿈을 일거에 깨뜨린 사람은 탈영병 출신의 한 음악가였다. 유럽에서 터진 7년 전쟁에 종군하다가 영국으로 도망친 독일 출신의 윌리엄 허셜이 오르간 연주로 밥벌이하는 틈틈이 자작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열심히 쳐다보다가 그만 횡재를 하게 됐는데, 그게 바로 1781년의 천왕성 발견이다.이전에도 천왕성은 더러 사람의 눈에 띄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아무도 그것이 행성인 줄은 몰랐었다. 허셜이 최초로 자작 망원경으로 그 별이 보통 점상으로 보이는 여느 별과는 달리 원반형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비로소 행성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 행성은 토성 궤도의 거의 2배나 되는 아득한 변두리를 천천히 돌고 있었다. 그전까지 사람들은 토성 바깥으로 행성이 더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허셜은 이 행성을 당시 영국 국왕인 조지 3세를 따서 ‘조지 별’로 부르지만, 되도록이면 영국 왕을 입에 올리고 싶어하지 않은 프랑스에서는 그냥 ‘허셜’로 불리었다. 행성의 이름은 그리스ㆍ로마 신화에 따라 이름을 짓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나중에 독일의 천문학자 보데가 1850년부터 로마 신화에 나오는 하늘의 신 우라누스(Uranus)를 천왕성의 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 우라누스는 제우스의 할아버지에 해당한다. 어쨌든, 천왕성의 발견이 당시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신대륙 발견 이상으로 엄청나게 컸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믿어온 아담하던 태양계의 크기가 갑자기 2배로 확장되는 바람에 세상 사람들은 잠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반세가 남짓 만인 1846년에 영국의 애덤스와 프랑스의 르베리에에 의해 해왕성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 발견은 망원경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천왕성의 움직임에 이상한 변화가 있는 것을 보고 애덤스와 르베리에가 미지의 행성에 관해 뉴턴 역학에 따라 질량과 궤도를 계산해본 결과, 그 뒤에 또 다른 행성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해왕성은 종이로 발견한 행성, 뉴턴 역학의 위대한 승리라는 화제를 낳았다.해왕성(海王星)의 이름 냅튠(Neptune)은 바다의 신 넵투누스(Neptunus)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해왕성에서 청록색 빛이 났기 때문에 바다를 상징하는 이름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해왕성은 청록색의 진주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다시 20세기에 들어선 1930년, 미지의 행성 X로 알려진 명왕성이 미국 로웰 천문대의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발견되어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 되었다. 이 발견은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고, 이 새로운 별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가지고 있었던 로웰 천문대는 전 세계에 이름을 공모한 결과, 영국 옥스포드에 사는 11살 소녀 베네티아 버니가 제안한 플루토(Pluto)로 명명하기로 결정했다. 플루토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저승신의 이름이다. 신화에 관심이 깊었던 베네티아는 춥고 어두울 거라고 생각되는 제9 행성에 이 이름이 적합할 거라고 보았던 것이다.가난한 고학생 출신의 톰보를 일약 천문학 교수로 만들어준 이 명왕성의 영광은 그러나 한 세기를 넘기지 못했다. 2006년 국제천문연맹이 행성의 정의를 새로이 함으로써 명왕성이 행성 반열에서 퇴출되어 ‘왜소행성 134340’으로 강등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의 미국인들이 명왕성은 행성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미국 프로야구팀 다저스의 에이스 투수인 커쇼는 톰보의 외손자다. 그래서 어느 TV쇼에 ‘명왕성은 행성이다’란 글이 씌어진 티셔츠를 입고 나온 적이 있다. 여덟 행성은 물리적 특성에 따라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으로 분류되는데, 전자는 암석형 행성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고, 후자는 가스형 행성으로,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다. 또한 지구를 기준으로 궤도가 안쪽이면 내행성, 바깥쪽이면 외행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토성까지는 우리 이름이지만 천왕성부터는 영어 이름을 그대로 번역했다. 천왕성부터는 망원경이 발달한 서양에서 먼저 발견해 자기네 식으로 이름을 붙였고, 동양에선 그 이름을 그대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이름들은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 서양에 대해 가장 먼저 문호를 개방한 일본은 서양 천문학을 받아들이면서 이 세 행성의 이름을 자국어로 옮길 때, 우라누스가 하늘의 신이므로 천왕(天王), 포세이돈이 바다의 신이므로 해왕(海王), 플루토가 명계(冥界)의 신이므로 명왕(冥王)이라는 한자 이름을 만들어 붙였고, 한국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오늘날까지 사용하게 된 것이다. 태양계의 ‘운수납자’ 이들 행성은 그럼 어떻게 태양 둘레를 돌고 있을까? 8개의 행성은 대체로 궤도평면인 황도면을 따라 태양을 공전하는데, 태양에 가까운 운행성일수록 공전 속도가 빠르다. 수성의 공전속도가 초속 48km인 데 비해 지구는 초속 30km, 가장 바깥을 도는 해왕성은 초속 5km밖에 안된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만큼 태양의 중력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금성의 공전주기가 약 3달인 데 비해, 지구는 1년, 목성은 13년, 토성은 한 세대인 30년, 천왕성은 사람 일생과 맞먹는 84년, 가장 바깥을 도는 해왕성은 164년이나 걸린다. 해왕성이 발견된 것이 1846년이니까, 발견 1주기가 조금 넘은 셈이다. 어쨌든 1주기 전 해왕성이 지구 행성 위에서 보았던 사람 중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기껏해야 천왕성 공전주기만큼 살 수 있을 뿐이다. 지금도 캄캄한 우주공간을 쉼없이 달리며 태양을 도는 이들 지구의 형제, 행성들을 생각하면 마치 운수납자(雲水衲子)와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운수납자란 구름 가듯 물 흐르듯 떠돌면서 수행하는 스님을 일컫는 아름다운 말이다. 지구와 같은 궤도평면을 떠나지 않고 46억 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지구와 길동무 해서 우주의 길을 가고 있는 저 화성이나 천왕성 같은 행성이 바로 태양계의 운수납자가 아닐까?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책꽂이]

    [책꽂이]

    이중 연인(전경린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 전경린의 신작 로맨스 소설. 섬세한 문장과 강렬한 묘사로 삶과 사랑의 양면성을 그려내는 작가가 어긋난 연인 사이에 흘렀던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고품격 로맨스를 표방하는 나무옆의자 ‘로만 콜렉션’ 시리즈 열세 번째 작품. 208쪽. 1만 1000원.나는 왠지 대박 날 것만 같아(손정현 지음, 이은북 펴냄) ‘키스 먼저 할까요?’를 연출한 20년차 드라마 PD가 알려주는 드라마 작법 노하우. 글쓰기 공포를 없애는 방법부터 콘셉트 잡는 법, 매력적인 캐릭터 만들기, 플롯 짜기, 대사 만들기, 복선 짜기 등 드라마 대본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을 자신의 경험으로 위트 있게 풀어낸다. 280쪽. 1만 4800원.고고학의 역사(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성춘택 옮김, 소소의책 펴냄) 약 250년 전 탄생한 고고학 출발점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조망하는 저작. 300만년 전 인류의 뿌리를 찾아 모험에 나선 사람들, 고고학사에서 중요한 발견과 발굴, 새로운 연대측정법의 개발 등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416쪽. 2만 3000원.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조안나 윌리엄스 지음, 유나영 옮김, 별글 펴냄) 여성을 해방시키기 위해 발전해온 페미니즘이 또 다른 권력이 되었다는 관점으로 써내려간 페미니즘 비판서. 저자는 오늘날 페미니즘이 남자를 태생적인 악마이자 파괴자로 간주하고 여자들에게 지나치고 그릇된 피해의식을 심어줘 도리어 여성의 지위를 격하시킨다고 말한다. 424쪽. 1만 7000원.아마존 탐사기(전종윤 지음, 지오북 펴냄) 보전생물학자를 꿈꾸는 20대 청년이 6주간 조사한 아마존 열대우림 보고서. 저자는 페루 푸에르토말도나도의 탐보파타 지역에서 양서파충류를 비롯해 포유류, 조류, 무척추동물 등 셀 수 없이 많은 동물과의 만남을 통해 자연의 경이를 기록한다. 332쪽. 1만 9000원.예술, 도시를 만나다(전원경 지음, 시공아트 펴냄) ‘예술, 역사를 만들다’ 저자가 탐색한 예술과 공간의 관계. 인문 지리적 특성과 예술 작품, 예술가 사이의 관련성을 탐구했다. 저자는 노르웨이의 강렬한 노을 없이는 뭉크의 ‘절규’가 만들어질 수 없었고, 독일의 울창한 숲은 슈베르트의 곡들에서 시냇물 소리로 형상화됐다고 말한다. 556쪽. 3만 2000원.
  • 1968년 국내 첫 치즈공장 설립… ‘임실의 기적’ 만들어

    1968년 국내 첫 치즈공장 설립… ‘임실의 기적’ 만들어

    벨기에 출신 ‘파란 눈의 사제’ 지정환 신부는 ‘임실치즈의 아버지’로 불린다. 한국전쟁의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던 1959년 낯선 땅을 밟은 이방인은 1964년 임실성당 신부로 부임했다. 그는 굶주림과 가난으로 고통받던 작은 산골을 보고 양이나 젖소를 키워 치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965년 산양 두 마리로 무모한 도전을 시작해 다음해는 임실산양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효소는 막걸리 누룩, 발효통은 약탕기로 대신해 치즈 생산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프랑스로 건너가 직접 치즈 제조기술을 배워와 1967년 대한민국 최초로 카망베르 치즈 개발에 성공했다. 1968년에는 정과 망치만으로 우리나라 최초 치즈공장을 설립했다. 1972년에는 모차렐라 치즈를 생산해 조선호텔에 납품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이후 임실치즈는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정환 신부는 1964년부터 현재까지 임실치즈 생산과정이 담긴 기록물을 임실군에 기증했다. 그는 지난 4월 “임실을 사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는 마지막 말씀을 남기고 선종했다. 정부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임실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나의 나라’ 지승현, 목숨 걸고 양세종 지켰다 ‘냉철→애틋’

    ‘나의 나라’ 지승현, 목숨 걸고 양세종 지켰다 ‘냉철→애틋’

    ‘나의 나라’ 지승현이 냉철함과 애틋함을 오가는 매력을 발산하며, 양세종의 조력자로서 든든한 존재감을 예고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지승현은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에서 뛰어난 무관이자 명석한 두뇌의 전략가 박치도 역으로 출연 중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 3회에서는 요동 정벌을 거쳐 끈끈한 사제 관계로 발전한 지승현과 양세종의 진한 케미스트리가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서 지승현의 숨겨진 정체가 밝혀져 감동의 여운을 더했다. 금오위 별장 ’박치도‘로 분한 지승현은 첫 회부터 심중을 읽을 수 없는 차가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긴장감을 조성해왔다. 벽서범으로 수배 중이던 한희재(김설현 분)와 서휘(양세종 분), 남선호(우도환 분)를 놓쳤다고 거짓 보고하고, 자신의 부하를 죽이고 남선호를 구하는 등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던 상황. 박치도(지승현 분)의 진짜 정체는 3회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박치도는 서휘(양세종 분)의 부친 서검(유오성 분)과 과거 함께 전장을 누비던 부하 장수였던 것. 박치도는 이날 요동 정벌 선발대로 끌려간 서휘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고, 전쟁터에서 넋이 나간 휘를 챙기며 그의 목숨까지 구해내는 활약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극 중 긴장한 양세종을 격려하며 전투에 대해 세심하게 조언해주는 지승현과,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의 곁을 따르는 양세종의 모습이 ’사제 케미‘를 자아내 훈훈함을 안겼다. 또 유오성의 갑주를 양세종에게 넘겨주며 “대장은 항상 널 자랑했고, 늘 연이를 그리워하셨다”는 지승현의 애틋한 눈빛과 대사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사력을 다해 양세종을 지키는 모습으로 반전 인간미를 드러낸 지승현은 순식간에 적군의 목을 베어버리는 냉정한 면모로 소름 돋는 긴장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오랜 벗마저 잃은 양세종에게 아버지이자 형이자 스승 같은 존재가 된 지승현의 활약이 주목된다. JTBC ’나의 나라‘는 매주 금, 토요일 밤 10시 50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90년 전 中인력거 청년의 절망, 지금의 한국 청년 삶과 닮았다

    90년 전 中인력거 청년의 절망, 지금의 한국 청년 삶과 닮았다

    中 소설 각색… “절망 끝 희망 갖게 될 것” 5·18 배경 작품으로 朴정부 블랙리스트 “정리되지 못한 역사 ‘광장의 대결’ 불러”“굶다가 세상을 떠난 탈북민 모자에겐 고춧가루뿐이었고, 지금도 누군가는 이력서를 수없이 내고 떨어지죠. 집 장만하겠다고 10년 동안 아등바등 돈을 모으면 집값은 또 뛰어 있고…. 소설 속 절망의 시대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공연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로 꼽히는 고선웅(51) 연출이 또 하나의 문제적 작품으로 돌아왔다. 중국 근대문학사의 대표 작가 라오서(老舍)의 소설 ‘뤄퉈샹즈’(1937)를 각색한 연극 ‘낙타상자’다. 제19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한 프로그램으로, 오는 17~20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지난 8일 서울 성북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고 연출은 한 청년의 삶을 그린 작품을 설명하면서 “끝도 보이지 않는 절망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193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원작을 선택한 이유로 그는 ‘시의성’을 꼽았다. 고 연출은 ‘안정된 삶’이라는 소박하고도 원대한 꿈을 품고, 튼튼한 두 다리로 인력거를 끄는 청년 ‘상자’(祥子·샹즈)의 삶이 2019년 한국 청년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고전은 현대를 만날 때 울림이 있어야 하고 관계 맺기가 필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시의성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고, 연극으로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상자는 3년간 고생해 번 돈으로 새 인력거를 장만하지만 전쟁 통에 빼앗긴다. 병사들에게 끌려다니다 깊은 밤 털 빠진 낙타 3마리를 훔쳐 달아난다. 이후 다시 인력거를 마련해 매일 희망을 향해 달리지만 사랑하는 연인은 아버지 노름빚에 사창가로 팔려가 자살하고, 삶은 발버둥 칠수록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고 연출은 “절망의 끝이 없는 작품”이라면서 “하지만 관객들은 작품을 다 본 뒤 ‘그래도 절망의 끝엔 희망이 있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연극 ‘푸르른 날에’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초동으로 나뉜 ‘이념 대결’에 대한 그의 시각이 궁금했다. 그는 “어느 쪽을 편들기보다는, 우리 사회 갈등의 근원은 해방 이후 한 번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역사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인 현실에 눈감고 싶어 연극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고 에둘러 대답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남프랑스의 영국인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남프랑스의 영국인

    로저 프라이는 한국에서 문학비평가로 알려졌지만 화가이자 미술비평가, 큐레이터이기도 했다. 예술 잡지 ‘벌링턴 매거진’의 창립 멤버였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회화 담당 큐레이터 직을 맡아 세잔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는 1906년 발표한 논문에서 ‘후기 인상주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후기 인상주의는 점묘파, 나비파, 앵티미즘, 생테티슴 등 인상주의로부터 갈라져 나온 다양한 경향을 가리키는 용어로 예술사에 채택되었다. 그림도 잘 그렸다. 딜레탕트 수준이 아니라 추상과 표현주의를 흡수한 아방가르드 화풍을 개척해 영국 미술사에 발자취를 남겼다. 프라이는 강연으로도 성공했다. 명석한 내용과 부드러운 목소리는 강연장을 찾은 청중을 매료시켰다. 입바른 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버나드 쇼가 인정한 목소리니 믿어도 좋을 듯하다. 부잣집 아들에다 뛰어난 머리, 예술적 재능, 근사한 목소리까지 신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그에게도 인생의 아픔이 있었다. 서른 살 되던 1896년 헬렌 쿰과 결혼했으나 아내에게 정신이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헬렌은 1910년부터 1937년까지 요양원에 있다 죽었다. 홀아비와 다름없게 된 프라이는 런던의 지식인 서클인 블룸즈베리 그룹에서 만난 화가 바네사 벨과 사랑에 빠졌다. 바네사 벨은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로 이 자매의 미모는 당대 상류사회에서 유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애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네사 벨이 이번에는 후배 화가 던컨 그랜트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프라이는 가슴이 무너졌지만 그래도 그녀와 죽을 때까지 우정 관계를 유지했다. 프라이는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의 그림에는 이탈리아, 남프랑스, 모로코, 불가리아 등 다양한 장소가 나타난다. 남프랑스를 특히 좋아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망통 인근에 집을 얻어 누이동생과 한동안 살았다. 1915년 파리 북쪽의 전선을 방문해 전쟁의 참화를 목격한 프라이는 인간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해변의 작은 마을에 은둔해 그림에서 위안을 찾았다. 테라스에 그늘을 드리운 나뭇가지 사이로 에메랄드빛 해안이 아득히 펼쳐진다. 가을인가 보다. 잎이 누릇누릇하다. 미술평론가
  • ‘정선아리랑’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손잡고 오늘부터 축제.

    ‘정선아리랑’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손잡고 오늘부터 축제.

    강원도 정선아리랑을 테마로한 ‘정선아리랑제’가 4일부터 7일까지 막이 오른다. 정선군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준 정선아리랑의 뮤지컬 퍼포먼스 ‘아리 아라리’를 개막 공연으로 제44회 정선아리랑제가 화려하게 펼쳐진다고 4일 밝혔다. 개막 공연에는 칠현제례, 군민 2000명이 참가해 평화와 정암사 수마노탑 국보 승격을 기원하는 아라리 길놀이 등도 함께 펼쳐진다. 7일까지 나흘 동안 정선아라리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정선아리랑제는 ‘하나된 아리랑, 평화를 노래하다’를 주제로 열린다. 개막 공연 아리 아라리는 정선아리랑의 설화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아우라지 처녀 총각의 사랑이야기와 뗏목을 엮어 물 길을 통해 한양으로 나무를 나르던 떼꾼들의 애환을 해학적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작품은 지난 2018년 처음 선보여 수도권 관람객등의 호응을 얻으며 한 해 동안 1만 6000여 명의 관람객을 유치 했다. 특히 평화를 주제로 한 올해 정선아리랑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함께 한다. 정선군과 정선아리랑제위원회는 정선아리랑제 기간 중 전통문화교류 행사로 브라질 ‘삼바 데 로다’와 케냐 ‘이수쿠티춤’, 강릉 ‘관노가면극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3·1운동 100주년 특집 아리랑로드도 유랑의 노래, 전쟁과 평화, 아리랑 꽃이 피다를 주제로 선보인다. 전통혼례, 뗏목시연, 낙동농악시연, 토방집 짓기 놀이, 삼베길쌈 시연, 짚풀공예 등 전통문화재현 행사가 열리고 체험행사로 전산옥 주막 한마당, 멍석아리랑, 정선아리랑극 의상체험, 아리랑 가사 쓰기, 아라리촌 놀이마당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정선아리랑제가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교류를 통해 글로벌 축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눈을 왜 그렇게 떠?” 동백꽃 강하늘, ‘♥공효진’ 위한 초강력 눈빛

    “눈을 왜 그렇게 떠?” 동백꽃 강하늘, ‘♥공효진’ 위한 초강력 눈빛

    흔히 멜로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상대역을 달콤한 눈빛으로 바라볼 때 ‘멜로눈’을 장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의 전담보안관 강하늘이 멜로눈의 종말을 고하고, ‘폭격눈’ 시대를 열 기세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제작 팬엔터테인먼트)에서 세상의 편견에 눈치 보던 동백(공효진) 때문에 용식(강하늘)은 결단을 내렸다. 앞에서 “내 자랑이다”라고 대놓고 얘기하면 뒷말이 나오지 않을 거라며, 옹산의 그 어떤 사람도 “동백이가 용식이 꼬신다”는 얘기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그 순간 그의 눈빛이 변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눈이 ‘돌았다’. 동백으로부터 “눈은 왜 그렇게 떠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언가 벌어질 것만 같았고, 이는 결국 현실이 됐다. 의지에 불타오른 용식이 시장통 한복판에서 “동백이를 꼬시는 건 용식”이라 외치며 아무도 말릴 수 없는 美친 행동력을 선보였기 때문. 동백을 향해 로맨스 폭격을 퍼붓고 있는 용식의 이와 같은 ‘폭격눈’은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웠다. 누군가가 이토록 날 지켜준다고 생각하면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멜로눈보다 훨씬 바람직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저 정도 눈빛은 장착해야 한다”, “강하늘 눈빛 보고 빵 터졌는데,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랑스러움이 있다”란 평가가 나온 이유였다. 그런데 오늘(2일) 공개된 스틸컷을 보니 지난 방송에서 잠깐 본 용식의 폭격눈은 예고에 불과한 듯하다. 한눈에 봐도 차이 나는 용식의 눈빛 온도차. 쌍꺼풀 라인이 짙게 생길 정도로 초강력 눈빛을 발사하고 있다. “눈을 왜 또 그렇게 뜨고 그랴?”란 소리가 나올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용식. 이번엔 어떤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이는 방송 직후 공개 된 예고영상(https://tv.naver.com/v/9996029)에서 살짝 엿볼 수 있다. 이상한 빈 병과 알 수 없는 시선 등 누군가가 동백을 지켜보고 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계속되자 용식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 “제가요 까불이 잡아 보렵니다. 지가 감히 누구를 건드린 건지 잡아서 알려줘야죠”라며 연쇄살인마 까불이와의 전쟁을 선포한 용식의 폭격눈엔 게장골목사람들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마치 금방이라도 까불이를 때려잡을 기운이 만렙으로 담겨있다. ‘동백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또다시 폭격눈을 장착한 용식의 촌므파탈 로맨스 활약이 기대되는 ‘동백꽃 필 무렵’ 9-10회는 오늘(2일) 수요일 밤 10시 KBS 2TV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베트남 1조 투자 요청… ‘악연을 우정으로’ 24년 용산 진심 통했다

    베트남 1조 투자 요청… ‘악연을 우정으로’ 24년 용산 진심 통했다

    “외교력 없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가 할 수 없는 틈새 전략을 발휘해 유례없는 외교 성과를 거뒀습니다. 24년간 진심을 다해 전쟁의 악연을 신뢰 넘치는 우정으로 바꾼 도시 외교의 성과를 우리나라와 베트남 간 상생 발전의 도약대로 활용하겠습니다.”지난 24년간 베트남 퀴논시와 교류의 물길을 터 온 서울 용산구의 노력이 또 하나 결실을 보게 됐다. 오는 10일 용산에서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을 돕는 ‘베트남 중부 빈딘성 투자설명회’를 열게 됐기 때문이다. 구와 빈딘성, 주한 베트남관광청 대표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최하고 용산구상공회가 주관하는 설명회는 빈딘성 측이 투자를 요청하는 28개 프로젝트 규모가 8억 9000만 달러(약 1조 670억원)에 이른다. 베트남 사절단 40명도 설명회에 이어 삼성엔지니어링, 한화 등 국내 기업, 이태원 지구촌 축제, 강원 양구 등을 찾아 방문해 교류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행사는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1996년부터 24년간 30여 차례 빈딘성 성도 퀴논시를 찾아 일군 다양한 교류 사업이 낳은 성과라는 평이 나온다. 퀴논시와 경제, 관광, 문화, 행정 분야의 상생 발전을 위한 꾸준한 노력으로 지난해 성 구청장이 베트남 주석으로부터 우호훈장을 받으며 검증된 관계가 이제 국내기업이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성 구청장은 “퀴논시는 베트남전 당시 맹호부대 주둔지이자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곳”이라고 소개하며 “과거 악연으로 얽혔던 역사의 매듭을 우리 세대에 풀어 미래 세대들에게 밝은 미래를 전해 주고자 퀴논시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베트남 중부에 자리한 빈딘성은 과거부터 동서양의 문명을 이어 주는 교역의 거점으로 유명하다. 현재도 베트남 남북과 라오스, 캄보디아를 잇는 국도, 지방 곳곳을 연결하는 철도, 국내·국제 항공편을 갖춘 푸캇공항, 유럽과 아시아를 뱃길로 잇는 베트남 3대 무역항 가운데 하나인 퀴논항 등을 품은 교통의 요충지다. 퀴논은 베트남 중부의 대표 산업도시다. 흰 모래 해변과 아름다운 바다 등으로 지난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겨울 핫플레이스 톱10’으로 꼽은 관광명소로도 잘 알려졌다. 성 구청장은 “퀴논은 최근 대외투자·기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베트남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친구 간 우정은 넓은 바다도 메운다’는 베트남 속담처럼 그간 쌓아 온 정보, 노하우, 신뢰 등을 적극 활용해 우리 기업의 정착과 활동은 물론 우리 기업과 현지 정부와의 네트워크 구축도 돕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빈딘성 정부로부터 국내 벤처기업이 50년간 159만㎡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사업 부지를 무상으로 받은 것도 구의 노력이 빚어 낸 결과다. 성 구청장은 “내년 1월 국내 청주공항과 퀴논 푸캇공항 간 직항노선 취항도 우리 구가 현지 지방정부 관계자에게 강력하게 요구해 이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용산구와 퀴논은 지자체가 해외 도시와 형식적으로 하는 자매결연 형태를 넘어 다채로운 지원 사업으로 서로 멀었던 거리를 좁혀 왔다. 1996년 용산구의회 구의원이었던 성 구청장이 구 대표단으로 퀴논을 처음 찾으며 첫발을 뗀 뒤 구는 지역의 민간단체와 기업, 병원, 교육기관 등과 뜻을 모아 협력 사업을 추진해 왔다.2013년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퀴논시립병원에 백내장치료센터를 개설해 준 게 대표적 예다. 자외선이 강해 백내장을 앓는 환자들이 많고 이 때문에 실명까지 겪는 현지인들이 많다는 얘기에 지원한 백내장치료센터는 지금까지 4000여명의 눈을 낫게 했다. 2011년부터 우수한 현지 학생들을 숙명여대에 입학시켜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퀴논시 우수학생 유학지원 사업은 8명의 ‘용산의 딸’을 낳았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졸업 뒤 현지 한국 기업에 취업, 양국의 우정을 다지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퀴논 프억미 마을 저소득층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사랑의 집’도 19채까지 늘었다. 구는 최근 이곳에 HDC신라면세점과 손잡고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유치원도 새로 만들어 주며 현지 학부모, 교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류석춘 “사랑했던 당이 시류에 편승해 날 버렸다”…한국당 탈당

    류석춘 “사랑했던 당이 시류에 편승해 날 버렸다”…한국당 탈당

    당 윤리위 징계 논의 알려지자 탈당계 제출 수업 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으로 거센 반발을 부른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26일 자유한국당에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사랑했던 당이 시류에 편승해 나를 버렸다”고 밝혔다. 류석춘 교수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한국당이 저를 여의도연구원에서 내보내고 징계를 고려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때 제가 몸과 마음을 바쳤고, 사랑했던 정당이라 침통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면서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학문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헌법 가치의 수호를 포기한 한국당의 처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류석춘 교수는 한국당의 평당원이자 홍준표 전 대표 당시 당 혁신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사랑했던 당이 학문의 자유를 지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시류에 편승해 저를 버리는 아픔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그래서 이 시간 스스로 한국당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류석춘 교수는 “연세대 강의 중에 일어난 일은 명백히 저의 말을 곡해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 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면서 “대학 바깥의 힘이 침해해서는 안 되는 학문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2017년 후반기 자유한국당의 요청으로 혁신위원장을 맡아서 일한 바 있다”고 소개하며 “당시 한국당은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였다. 제가 본 한국당의 문제는 철학과 가치의 문제였다”고 했다. 류석춘 교수는 “좌파와의 전쟁에서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지키며 신념 있게 싸우지 못했다. 그것이 자유한국당 패배의 원인이었다”면서 “지금 한국당은 여전히 신념과 철학이 없는 당으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류석춘 교수는 당 윤리위 차원에서 징계 논의가 착수된 사실이 알려지자 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류석춘 교수는 최근 연세대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에서 “(위안부 관련) 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정부)이 아니다”라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류석춘 교수는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와의 인터뷰에서도 “잘못한 게 있어야 사과하는데, 사과할 일이 없다”면서 “학문의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거듭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봐야겠다, 뒤집어진 세상”..‘나의 나라’ 무게감 다른 ‘숨멎’ 티저

    “봐야겠다, 뒤집어진 세상”..‘나의 나라’ 무게감 다른 ‘숨멎’ 티저

    ‘나의 나라’가 무게감의 차원이 다른 사극의 서막을 열었다. ‘멜로가 체질’ 후속으로 오는 10월 4일 첫 방송되는 JTBC 새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연출 김진원, 극본 채승대,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나의나라문화전문유한회사) 측은 25일, 새로운 나라가 태동하던 시기 서로 다른 신념과 욕망이 뜨겁게 부딪치는 4차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숨 막히는 흡인력을 자아냈다. ‘나의 나라’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과 수호에 관한 욕망을 폭발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동안 숱하게 다뤄왔던 격변의 시대를 밀도 높은 서사와 역동적인 묘사로 차원이 다른 사극의 문을 연다. 이날 공개된 티저 영상 속, 뒤집어진 세상 위에 세워질 ‘나의 나라’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이들의 모습이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개국’이라는 대의 앞에 이성계(김영철 분)와 남전(안내상 분)은 뜻을 모았다. “나는 앞으로 간다. 너는 어찌할테냐”는 이성계의 물음에 남전은 “장군께선 군림하십시오. 피는 제가 묻히겠습니다”라며 비장한 결의를 드러냈다. 그들 사이에 이방원(장혁 분)이 파고들면서 균열은 시작된다. “누가 보면 한신, 백기나 되는 줄 알겠소”라고 남전의 결기를 비웃던 이방원의 눈빛엔 야심이 서려있다. 그런 이방원을 ‘맏이’로 여기는 이성계의 속내를 알게 된 남전은 견제를 시작한다. 왕좌를 의미심장하게 쓸어내리는 이성계와 피를 묻힌 얼굴로 “나는 감히 말 위에 올라 칼까지 차고 궐로 들어간다. 봐야겠다. 뒤집어진 세상”이라고 선언하는 이방원의 강렬한 한 마디는 결코 피할 수 없는 피의 갈등을 예고한다. 시대가 가진 혼돈은 거인의 역사 뒤에 묻힌 ‘그들’에게도 격랑을 일으킨다. 어머니의 죽음에 분노하던 한희재(김설현 분)는 “내게 그럴 힘이 없다. 너는 있느냐?”는 이화루 행수(장영남 분)의 말에 차갑게 돌변하며 힘을 키우겠다 다짐한다. “가서 살려야 할 목숨과 죽여야 할 목숨”이 있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터를 누비는 서휘(양세종 분)의 모습과 “이제 고려는 뒤집히는 거냐?”는 한희재의 물음에 “왕이 먼저고 나라는 그 다음”이라는 남선호(우도환 분)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서로를 넘고 또 맞서야 할 운명에 맞닥뜨린 이들은 혼돈 속에서 장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이 신념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무사 서휘, 계급을 뛰어넘어 강한 힘을 꿈꾸는 무관 남선호,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당찬 여장부 한희재의 관계를 풀어냈다면, 이번 티저 영상에서는 새로운 나라를 향한 이들의 신념이 부딪치면서 그 뜨겁고 치열한 이야기의 서막이 열렸다. 냉혹하고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이방원과 새로운 나라를 여는 이성계, 새 나라에서 누구보다 강한 힘을 쥐려는 남전의 권력다툼은 휘몰아치는 칼의 시대를 예고한다. 여기에 남다른 정보력으로 자신만의 힘을 키워나가는 한희재와 행수의 대립도 궁금증을 증폭한다. 격변의 시기를 살아내는 이들의 야심이 서로 엇갈리며 팽팽한 긴장을 엮어낼 예정. 사극 ‘레전드 조합’의 밀도 높은 연기 앙상블 역시 완벽한 시너지를 기대케 한다. 한편 JTBC 새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는 ‘그냥 사랑하는 사이’, ‘참 좋은 시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 섬세하고 세련된 연출로 호평받는 김진원 감독이 메가폰을 맡아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인다. ‘마스터-국수의 신’ 등 역동적이고 굵직한 서사를 밀도 있게 그려내는 채승대 작가가 집필을 맡아 완성도를 책임진다. ‘나의 나라’는 오는 10월 4일 금요일 밤 10시 50분 JTBC에서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동백꽃 필 무렵’ 인기 비결은? “로맨스-휴먼-스릴러 다 있다”

    ‘동백꽃 필 무렵’ 인기 비결은? “로맨스-휴먼-스릴러 다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이 달달한 로맨스와 진한 사람 냄새 나는 휴먼에 미스터리한 스릴러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매력으로 리모콘을 끝까지 붙들게 만들었다. 지난 17일 진행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제작 팬엔터테인먼트)의 제작발표회에서 차영훈 감독은 “‘동백꽃 필 무렵’은 넷만큼의 로맨스, 넷만큼의 휴먼, 둘만큼의 스릴러인 4-4-2 전술 드라마”라고 밝혔다. 동백(공효진)과 황용식(강하늘)의 로맨스 드라마인 줄만 알았는데, 현실적인 부부의 사랑과 전쟁을 보여준 ‘셀럽 부부’ 강종렬(김지석)-제시카(지이수), ‘사(士)자 부부’ 노규태(오정세)-홍자영(염혜란)을 비롯해, 옹산의 간장게장골목 사람들은 사람 사는 이야기로 리얼리티를 높였다. 특히 엔딩 에필로그는 채널을 돌릴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옹산호에서 발견된 게르마늄 팔찌를 찬 시신 한 구를 시작으로, 연쇄살인마 ‘까불이’의 존재가 드러났고, 그가 동백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듯한 메시지가 발견된 것. 사체의 얼굴과 팔목에 채워진 게르마늄 팔찌를 본 용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한 표정으로 오열했다. 그리고 그 팔찌는 동백이 종렬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범행현장마다 ‘까불지마’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일명 ‘까불이’는 멀리 있지 않았다. 동백이 운영하는 ‘까멜리아’의 테이블 밑 벽에 “동백아 너도 까불지마. 2013.7.9”이라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던 것. 까불이가 동백이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이 엔딩 에필로그 장면은 분당 최고 시청률 9.2%를 (닐슨코리아 제공, 전국가구기준) 찍었고, 이는 시청자들이 끝까지 본방을 사수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방송이 끝나고 관련 게시판과 SNS 등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 역시 ‘까불이’의 정체에 대해 타당한 근거로 논의하는 내용이다. ‘동백꽃 필 무렵’ 제작진은 “지난 방송 말미에서 ‘4-4-2 전술’에 2를 담당하고 있는 ‘까불이 사건’이 베일을 벗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까불이에 대한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질 텐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말고 봐달라”고 당부했다. ‘동백꽃 필 무렵’ 5-6회는 오늘(25일) 수요일 밤 10시 KBS 2TV에서 방송된다. 사진제공 = ‘동백꽃 필 무렵’ 영상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글로벌 In&Out] 한국을 조국으로 사랑한 외국인들이 섭섭해한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한국을 조국으로 사랑한 외국인들이 섭섭해한다/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이 칼럼을 맡은 지 거의 1년 지나갔다. 칼럼에서 매번 한국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색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설렘으로 글을 썼다. 이번에는 설렘보다 얽히고설킨 마음으로 글을 썼다.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한 외국인 여성의 페이스북 포스팅에 마음이 아팠던 탓이다. “정말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 속하려고 노력을 아주 많이 했다. 한국말도 아주 열심히 배워서 내가 봐도 외국인으로서 이루기 힘든 레벨까지 올라왔고, 사회활동, 교회활동, 알바, 봉사활동 등도 최대한 많이 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지만, 내가 노력하는 만큼 한국 사회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중략) 왜냐하면 사람으로서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이 신기해서였다는 것이 느껴졌고,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상처가 됐다. 오늘의 나는 한국이 나의 제1의 집이 될 정도로 잘 적응했지만 내 인생을 바친 이 한국이란 나라가 나에게 1도 익숙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뼛속까지 느끼고 있다. 매일 아침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러 나갈 때 사람들이 고개 돌리면서까지 나를 쳐다보는 모든 순간이 내 가슴을 화살로 찌르는 듯이 힘들다. 스펙이 보통이 아닌 내가 알바든 직장이든 이력서 100개를 넣고 한두 곳에서라도 답장 오면 긍정이든 부정이든 상관없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시당하는 것이 나의 현실이다.” 이 포스팅에 공감하면서도 동의하지는 못했다. 이 칼럼에서 한국 사회와 그 친구에게 각각 하고 싶은 말을 독자 여러분과 같이 공유하고 싶다. 현대 한국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려면 약 15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신미양요, 병인양요 사건 이후에 흥선대원군의 지시로 척화비들이 잇따라 세워지면서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현대적인 ‘우리와 타인’의 개념이 생겼다. 옛적 구도인 왕조ㆍ양반ㆍ백성으로 구성된 한국 사회는 점점 ‘우리’만으로 단순화돼 갔다. ‘우리와 타인’이라는 개념은 특히 일본의 침략 이후에 더 뚜렷해졌다. 다시 말하자면 민족주의는 독립의 키포인트였고, 독립의 문을 열어 준 신의 한 수 역할을 했다. 광복을 맞이한 한국 사람들은 1948년 출범한 대한민국으로 주권을 얻었지만, 직후에 북한에 세워진 공산권 정부, 그리고 1950년에 발발한 6·25전쟁으로 민족 분단이라는 비극을 겪었다. 38선 이남에 있는 한국인들은 그동안 외세의 내정간섭으로 받은 트라우마가 컸다. 하지만 그것보다 민족 통일을 위한 민족주의 의식의 강화가 다시 어젠다에서 제1순위가 됐다. 지난 100년간 한국 사회의 번영과 자유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민족주의가 이제 한국에는 부담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민족주의 정의는 수정돼야 한다. ‘진정한 한국인은 단군 할아버지의 자손이다’라는 신화는 버려야 한다. 민족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한국의 안보를 자신의 안전으로 일치화하면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인으로 봐야 한다. 한국을 조국으로 삼고, 자기 인생을 한국에 바칠 정도라면 그 사람을 더는 외국인으로 보면 안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민족주의에 섭섭해하는 페이스북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마디하고 싶다. 조금 전에 필자가 언급하고 바랐던 그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없지만, 형성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120년 전에 미국에 노동하러 갔던 중국인 철도 노동자들은 큰 차별을 당했고,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지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뚜렷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런 문제들은 거의 사라졌다. 미국 같은 ‘이민자가 만든 나라’에서도 천천히 사회가 개방됐다.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에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파는 한국에 아주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 ‘위대한 쇼’ 송승헌 VS 임주환, 굳건 악수 ‘자존심 건 정면 승부’

    ‘위대한 쇼’ 송승헌 VS 임주환, 굳건 악수 ‘자존심 건 정면 승부’

    tvN ‘위대한 쇼’ 송승헌-임주환의 눈빛 격돌과 굳건한 악수가 포착, 본격적인 대결의 시작을 알리며 흥미진진한 극 전개를 예고한다.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연출 신용휘, 김정욱/극본 설준석/제작 화이브라더스코리아, 롯데컬처웍스/기획 스튜디오드래곤)는 전 국회의원 위대한(송승헌 분)이 국회 재 입성을 위해 문제투성이 사남매(노정의, 정준원, 김준, 박예나 분)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 지난 ‘위대한 쇼’ 7-8회 방송은 국민 할아버지가 된 위대한(송승헌 분)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반면 강준호(임주환 분)는 정수현(이선빈 분)을 향한 한결 같은 마음에도 불구 “선배(위대한)한테 마음이 가는 건 사실”이라며 고백을 거절당하고, 부친 강경훈(손병호 분)으로부터 “당을 살리고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서 보탬이 되어달라”고 제안 받아 향후 행보에 대한 변화를 엿보게 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삶의 라이벌’ 송승헌-임주환의 자존심 건 정면 승부가 펼쳐질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위대한 쇼’ 측이 23일(월) 공개한 스틸에는 송승헌-임주환의 본격 대결 시작을 알리는 맞대면이 담겨 눈길을 끈다. 임주환이 송승헌에게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전쟁의 서막을 올린 것. 송승헌은 여유로운 미소로 악수를 건네는 임주환을 ‘너만은 꼭 이기겠다’는 강렬한 눈빛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눈빛만으로 압도하는 송승헌과 부드럽고도 강인한 양면 매력을 가진 임주환의 팽팽한 신경전이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송승헌은 과거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생계를 위협했던 ‘임주환의 부친’ 손병호를 향한 분노를 키우며 국회 입성을 향한 일생일대 꿈을 키웠다. 이에 송승헌의 평생 가슴 속 응어리가 된 임주환을 상대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더욱 흥미진진한 전개가 펼쳐질 ‘위대한 쇼’ 9회 방송에 대한 기대를 치솟게 한다. tvN ‘위대한 쇼’ 제작진은 “마침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송승헌-임주환이 사랑-정치를 사이에 두고 본격 라이벌 격돌을 펼친다”며 “송승헌-임주환 중 승기를 잡을 위대한 위너는 누가 될지 두 사람의 불꽃 튀는 맞대결을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예고해 기대를 높였다. 한편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 9회는 오늘(23일) 밤 9시 30분 tvN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길섶에서] 잉꼬부부의 온도차/장세훈 논설위원

    가을바람이 분다. 여름 내내 아내와의 ‘에어컨 눈치전쟁’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가을바람은 또 다른 눈치작전을 불러온다. 아내는 이즈음 구스 패드를 꺼낼 채비부터 한다. 겨울용인 줄 알았는데 비(非)여름용으로 쓴다. 해를 넘겨 장마철이 다가올 때쯤 다시 접어 보관하니, 구스 패드가 침대 위로 늦게 올라오기만 바랄 뿐이다. 부부간 온도차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신체적 차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인 탓이 크다. 내 온도에 맞추면 아내는 “춥다”는 말을 연신 입에 달고 다니고, 아내 온도에 맞추면 여름이든 겨울이든 반바지 차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어중간한 온도는 나와 아내 모두의 불평 대상이다. TV에서 ‘사랑꾼부부’나 ‘잉꼬부부’로 소개되는 인사들을 보면 언제부턴가 “부부간 온도차는 못 느낄까?”라는 게 따라붙는 궁금증이 됐다. 온도차가 어찌 신체 문제에서만 있겠는가. 사고 방식, 가치 체계, 양육 관점 등 무수한 차이가 있다. 몸의 온도를 맞추는 것보다 마음의 온도를 맞추는 게 더 어렵다. 가끔 사석에서 부부가 화제로 오르면 농반진반으로 “부부싸움의 원인은 바로 부부간 대화야”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서로 눈치를 보니 부부고, 싸우다가도 맞춰 줄 수 있으니 부부다. shjang@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에 찍혀 ‘고난의 행군’을 벌이는 글로벌 기업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에 찍혀 ‘고난의 행군’을 벌이는 글로벌 기업들

    미국의 글로벌 운송업체 페덱스가 이달 초 칼이 들어 있는 홍콩행 소포를 배송하는 바람에 중국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자 중국도 이에 맞서겠다는 모양새인 만큼, 페덱스가 밀수품이 아닌 무기를 운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면허 취소 및 중국 시장 퇴출 같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이 홍콩 반정부 시위를 경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칼이 든 소포가 홍콩행이었다는 점은 처벌 무게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홍콩에서는 일부 폭력 시위자들이 휘두른 칼에 맞아 경찰들이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페덱스는 지난 달에도 중국으로 보낸 소포에서 운송 금지 품목인 총기가 발견돼 중국 당국의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지난 5월에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를 돕기 위해 화웨이 소포를 잘못 배달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중국 당국의 눈밖에 나 있는 상태다. 화웨이가 페덱스를 통해 100여개의 소포를 중국에 보내려 했으나 페덱스가 고의적으로 배달을 지연시키려했다는 게 중국 당국의 판단이다. 때문에 이번에 불법 혐의가 추가될 경우 중국 정부의 ‘신뢰할 수 없는 외국 기업 리스트’에 페덱스가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장에서는 이미 페덱스를 블랙리스트 포함 0순위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찍히는 바람에 수난을 당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 중국의 심기를 자극하는 일에 자의 반 타의 반 휘말린 까닭이다. 중국 국유 중신(中信·CITIC)증권은 자회사 중신리앙(里昻)증권(CLSA)에 홍콩 중심가에 있는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을 지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8일 보도했다. 리앙증권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은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모회사인 영국계 글로벌 복합기업 스와이어그룹이 소유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캐세이퍼시픽은 소속 직원 2000여 명이 송환법 반대 시위에 가담했다는 것을 빌미로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은 끝에 존 슬로사 회장과 루퍼트 호그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불똥이 모회사로까지 튄 셈이다. 1946년 설립된 캐세이퍼시픽은 1948년 스와이어그룹이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이 아시아의 무역과 금융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캐세이퍼시픽도 아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홍콩인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로널드 램 캐세이퍼시픽 고객담당자는 “8월은 캐세이퍼시픽과 홍콩에 믿기 힘들 정도로 힘든 달이었다. 이달에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과 프랑스 BNP파리바은행도 중국 본토에서 불매운동 대상에 올랐다. 캘빈클라인은 홍콩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직원의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확산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BNP파리바는 한 직원이 페이스북에 홍콩 IFC몰에서 중국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는 친중 시위대를 ‘원숭이’라고 표현한 글을 올렸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캘빈클라인 매장에서 영업시간에 한 여성 직원이 검정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진이 논란이 됐다며 검정 마스크는 검은색 옷차림을 한 “폭도”들을 지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초에도 캘빈클라인은 홍콩과 대만을 국가로 표기해 사과한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BNP파리바는 직원이 페이스북에 쓴 글이 문제가 된 이후 사과했지만,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진정성 없는 형식적인 사과라며 해당 직원의 해고를 요구하고 보이콧을 촉구했다.미국 나이키와 포카리스웨트로 유명한 일본 오츠카제약,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딜로이트·KPMG·언스트영 등 글로벌 회계법인 4개사도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된서리를 맞았다. 나이키는 일본 디자이너 준 다카하시의 브랜드 언더커버와 협력해 출시한 한정판 운동화를 중국에서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언더커버가 “중국으로의 송환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홍콩 시위대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실이 알려진 이후 중국 소비자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스니커즈 신상품의 중국 출시가 좌절된 것이다. 포카리스웨트는 홍콩 방송국 TVB가 중국 편에 서서 편파적으로 보도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가장 먼저 TVB에 대한 광고를 중단한 ‘죄’다. 광고 보이콧 소식에 포카리스웨트 음료가 매진되는 등 홍콩인들의 반응은 뜨겁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포카리스웨트에 강력한 보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 역시 홍콩 반정부 시위 불똥이 튀어 ‘제2 캐세이퍼시픽’으로 전락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4대 회계법인 소속 직원들이 홍콩내 대표적인 반중 성향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고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탓이다. 지난달 16일 홍콩내 반중국 성향의 빈과일보(?果日報·Apple daily)엔 ‘홍콩을 사랑하는 4대 회계법인 직원 그룹’이라는 익명으로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를 지지하는 영문·중문 성명을 담은 전면 광고가 게재됐다. 빈과일보 창업주 라이치잉(黎智英)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목한 홍콩 반정부 시위 배후 ‘4인방’ 중 한 명으로, 지난 5일 오전 1시 정체불명의 두 남성으로부터 자택에 화염병 테러를 당하기도 ?다. 이에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글로벌 4대 회계법인에 시위 지지 전면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광고비를 조달했다며 연루된 직원이 누군지 조사해 해고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했다. 영국계 은행 HSBC도 중국 정부의 타깃이 돼 노심초사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영국 HSBC 은행의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온라인 글에서 홍콩 경찰을 모욕해 중국 본토에서 분노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새로운 대출금리 산정 기준으로 대출우대금리(LPR) 제도를 시행했다. 인민은행은 18개 은행의 평균 금리를 취합해 LPR을 정하는데, HSBC는 여기서 빠졌다. 인민은행의 결정이 사실상 보복 조치라는 얘기다. HSBC가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것은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지난해 캐나다에서 체포됐을 때 HSBC가 제공한 정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데 따른 것이다. 스페인 패스트패션 업체 자라는 지난 2일 홍콩 내 일부 매장문을 닫았다가 중국 본토에서 몰매를 맞았다. 자라가 직원의 시위 참여를 독려하려고 일부러 영업을 중단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자라를 거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는 홍콩 학생들의 수업거부와 주요 200여개 학교, 1만여 명의 학생이 수업거부 시위를 벌이던 때로 홍콩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절정에 이른 시기다. 자라는 일부 매장이 휴점한 것에 대해 “시위로 말미암은 교통마비로 일부 직원이 제때 출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한번 폭발한 중국인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BBC방송은 “자라는 이미 지난해 대만과 티베트를 중국과 별도의 국가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미운털이 박혔다”고 지적했다. 대만 차 체인인 이팡수이궈차(一芳水果茶)와 버블티 체인 ‘코코 프레시’도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중국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AFP통신은 “중국 관영 언론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듯한 기업을 보이콧하도록 선동하면서 이들 기업이 본토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다”고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다큐, 한국사회와 마주서다

    다큐, 한국사회와 마주서다

    명실상부 한국 대표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20~27일 경기 파주시와 고양시 일대에서 열린다. 전체 11개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특별전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지형도: 한국다큐멘터리 50개의 시선’을 주목할 만하다. 1982년부터 올해까지 제작한 모든 한국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비평가와 기자 50명이 55편을 선정하고, 영화제에서 이 가운데 10편을 골라 상영한다. 이승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가 10편 가운데 5편을 또 추렸다.●장애인 아닌 사람으로서의 욕망 계운경 감독의 ‘팬지와 담쟁이’(2000)는 장애인 자매 수정과 윤정의 삶과 꿈을 다룬 영화다. 서른여섯 살 수정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곧 헤어진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 아름다운 세상을 꼭 보여 주고 싶다는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다시 사랑을 꿈꾼다. 지난해 12월 극장 개봉한 장혜원 감독의 영화 ‘어른이 되면’과 같은 장애인 다큐멘터리 영화의 모태로 꼽힌다. 이 프로그래머는 “카메라가 자매 곁에서 일상을 함께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듣는다. 장애인을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우리와 같은 욕망을 지닌 사람임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좌우로 갈린 시대… 애국심이란 무엇인가 ‘애국자게임’(2001)은 국민 통합의 근간이 되는 ‘애국심’에 일침을 가한다. 애국이 무엇인지, 애국의 원동력은 무엇인지 그 답을 찾고자 경순·최하동하 감독이 박홍 서강대 명예총장, 이도형 ‘한국논단’ 발행인, 축구해설자 신문선, 사회운동가 홍세화, 시인 박노해 등 100여명을 3년 동안 인터뷰했다.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극우·보수단체를 비롯해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애국자들의 실체를 접할 수 있다.●우리 사회 깊숙이 박힌 ‘미국’이라는 존재 태극기부대 집회에서 늘 보이는 건 태극기와 함께 나부끼는 미국 성조기다. DMZ다큐영화제에서도 ‘에국자게임’과 연계해서 볼만한 작품이 ‘미국의 바람과 불’(2011)이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본다. 김경만 감독은 한국 초기 기록영화와 대한뉴스, 미국선정영화, 공보처 영상 등 기록필름을 조합해 전혀 다른 맥락을 만들어 낸다. 한국전쟁부터 이승만 정권을 거쳐 오늘 트럼프 시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우리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핍박의 세월 견딘 최초의 여성노조 억압받은 여성의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혜란 감독의 ‘우리들은 정의파다’(2006)는 한국 근현대사의 토대가 된 노동자, 특히 핍박의 역사를 지나온 여성 노동자에게 시선을 둔다. 최초로 여성노조를 탄생시킨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하루 14~15시간 일해도 남성 노동자 임금의 반도 안 되는 일당 70원을 받은 여성 노동자들. 남성 관리자들의 인격적인 모독과 폭력,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어용노조를 뒤엎고 최초 여성 지부장과 여성 집행부를 일궈 낸다. 그러나 이젠 정부까지 나서 기업·어용노조와 폭력, 협박으로 이들을 탄압한다. 이 프로그래머는 “사건의 개요나 의미, 왜 그랬는지보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 한 명 한 명을 비추며 결국 그들이 우리들의 누나였고, 언니였음을 보여 준다”고 소개했다.●낙태는 죄인가… 그녀들의 목소리로 듣는다 조세영 감독의 ‘자, 이제 댄스타임’(2013)은 낙태를 다뤘다. 2009년 한 산부인과 의사 단체가 낙태를 시술한 병원과 동료 의사들을 고발하는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그러나 그곳에 정작 여성들의 목소리는 없었다. 몇 년 뒤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란 웹자보를 본 여성들이 카메라 앞에 선다. 쉬쉬하며 낙태를 했던 많은 여성은 초반 모자이크 처리됐다가 어느 순간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이 프로그래머는 “최근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과 연동해 보면 좋겠다. 여전히 생생한 이슈여서 지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다큐멘터리의 태생 자체가 일반 방송이 다루지 않던 소재를 사회성 짙게 표현한 데서 출발했다. 다섯 작품 모두 한국을 다시 볼 수 있는 시선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