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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맹이 미술교육은 올챙이 꼬리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겐 요즘 ‘미술교육은 필수과목’이다.피아노는 몇년씩 가르쳐도 장차 학교 내신성적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미술학원에서‘그림 기술’을 배워두면 내신성적은 걱정없다는 것이다.그래서 골목마다상가마다 미술학원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미술교육은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와 시선을 모은다.‘꼬맹이 미술교육은 올챙이 꼬리다’라는 책이 그 것.지은이 강정이씨는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를 일생중 창의력 개발이 가장 쉬운 기간이라며 이때를 ‘꼬맹이’라고 규정한다.그는 이 시기가 미술교육의 가장 중요한 때이지만,‘교육’이 별도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꼭 ‘그림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면 미술학원이 아니라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게 훨씬 좋다고 잘라 말한다.물론 부모의 그림솜씨나 재능은 전혀 상관없다.아이에 대한 사랑이 있고 기존의 미술교육을 신봉하지 않으면괜찮다는 것이다. “올챙이 시절을 벗어나면 개구리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지 않습니까.올챙이 시절을 놓치면 제대로된 개구리가 될 수 없지요.그림에 관한 한 상상력은 꼬맹이 시절에만 키울 수 있는 올챙이 꼬리입니다” 강씨의 충고는 ‘자유롭게’‘편견없이’ 미술교육을 하라는 것이다.교육이라는 미명으로 아이를 망치지 말고,가급적 방해하지 않음으로써 감성을 개발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그러면 아이들은 ‘스스로’ 그림그리는 방법을 알게 된다.이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은 ‘넘치는 칭찬’으로 아이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전부. 최소한의 ‘간섭’을 할 수 있는데 이때도 방법이 필요하다.예를 들면 1주일에 2번씩 그림을 그린다면 우선 ‘어머니날’과 ‘어린이날’로 정해두고,‘어머니날’은 약간의 지도를 하고,‘어린이날’은 어떤 간섭도 없이 아이가 마음껏 그리도록 원칙을 정한다. 그림 지도를 한다면서 “도화지를 빽빽하게 색칠하라”“연한 색깔로 밑그림을 먼저 그려라”는 등의 충고는 삼가야 한다. 해도 좋은 충고는 딱 두가지. 생각은 많이 해도 그림은 ‘조금 빨리’ 그려라 감정을 잘 드러내려면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단숨에 그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우개는 되도록 쓰지 마라 지우개를 쓰면서 꾸미려고 하기 보다는 그때 그때의 감정을 있는대로 표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그리기 방법이다.잘못됐다고 아이들이 지우려 하면 “이게 진짜 잘 그린거야.네 마음이그림으로 나타난 것이니까 지우면 아깝지 않겠니” 등의 말로 칭찬과 자신감을 부추길 것. 실제로 강정이씨는 자신의 조카와 이웃의 세 꼬맹이를 1년간 이렇게 지도했다.그리고 이때 칭찬해주는 방법과 그림의 변화까지 책에 세세하게 담아 부모들에게 그림지도법의 실제를 보여준다.홍익대에서 미술교육을 전공,15년간그림지도를 해온 저자의 지혜를 빌리면 미술학원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셈이 될 것이다. 허남주기자 yukyung@
  • MTV 새수목드라마’안녕 내사랑’새달1일 첫인사

    MTV 새수목드라마’안녕 내사랑’새달1일 첫인사

    24일 서울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앞.알만한 배우 두사람 주위를 카메라며 조명 등이 빙 둘러서 드라마 촬영현장임을 쉽게 짐작케 한다.잔뜩 상기된 포즈로 대화중인 이들은 안재욱과 김희선,요즘 최고로 떴다는 스타들이다.갑자기 끼어드는 중년 남자 하나가 이들 뺨치게 훤칠하다.역시 연기잔가,하는 순간 그 입에서 떨어지는 한마디,“재욱씨,너무 몰아붙이지 말라구”.알고보니 MBC PD 이창순씨다. ‘애인’‘신데렐라’‘추억’ 등 근작에서 연이어 안타를 쳐온 이씨가 새롭게 진두지휘하는 MBC 수목드라마 16부작 ‘안녕 내 사랑’이 새달 1일 첫방송된다.‘애인’에서 불륜,‘추억’에서 이혼과 ‘대결’했던 연출자가 이번엔 여주인공의 죽음이라는 극약처방을 동원,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궁구하겠다는 작품이다. 연주(김희선)는 당차고 영악한 화장품공장 여공.결혼을 통한 신분상승 욕구에도 불구,어느날 별볼일 없는 건달 민수(안재욱)를 만나 운명적으로 끌린다.하지만 연주에게 급성 골수성 백혈병 선고가 내려지면서 사랑이 싹터가던연인은 일대 위기에 봉착한다. 언뜻 진부한 듯 하지만 전작에서 역시 상투적 주제들을 현대적 감수성으로포장해내는 솜씨를 보여온 연출자는 죽음과 맞대면,인생관에 큰 변화를 겪고 성숙해가는 젊은 연인을 요즘 감각에 맞게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젊은 남녀가 죽음앞에서라고 오히려 이타적이 되기란 쉽지 않기에 이들의 변화를 위한 심리묘사들이 얼마나 치밀하고 설득력있게 구축되느냐가 드라마의 성패를 가를 것 같다. ‘접속’‘연풍연가’ 등 주로 시나리오를 써온 정명주 작가가 집필하는 ‘안녕’에는 정준호,이혜영,이태란,주현,김민정 등도 출연한다. 손정숙기자
  • [굄돌] 이수일과 심순애

    우연히 아들이 보는 만화 ‘이수일과 심순애’를 펼쳐보다가 끝까지 다 읽었다.너무 흔한 줄거리라서 그동안 방에서 굴러 다녀도 지나치다가 아이들을 위해서는 만화를 어떻게 그렸을까 가벼운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다.그런데,읽을수록 그 흔하고도 오래된 줄거리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발견했다. 열일곱 살 순애는 돈많은 서른 살 중배를 선택하고,충격을 받은 수일은 고리대금업자가 되어 돈에 사무친 원한을 풀지만,인간성을 잃어 피도 눈물도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돈을 선택한 순애는 수일을 못잊어 자기가 선택한가정을 파탄시키고,용서하지 않는 수일의 앞에서 자살한다. 돈을 향한 인간의 잘못된 선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요즘사람들이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순애는 옛날에 중배를 선택하면서 괴로워 했지만,영악한 요즘 사람같으면 자기가 선택한 부와 영화를 누리면서,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현명했는지를 다행히 여기며 당당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수일 역시 이를 악물고 공부를 더욱열심히 하여 고시에 패스하고,돈있고 권력까지 있는 장인에게 발탁되어 보란 듯이 살게 되지 않을까? 요즘처럼 돈을 축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사에서 사랑이 얼마만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의심스럽다. 중배를 택한 순애가 괴로워하는 것이 정상인가,아니면 잘 사는 것이 정상인가? 수일이 사랑 때문에 그렇게 망가지는 것이 정상인가,비정상인가? 과연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좋은 대학을 나와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여 양복입고 넥타이 매고 많은 월급을 받고,또 그 자리를 이용하여 주머니를 채우던 사람은 경찰에 잡혀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갔다가도,무슨 날만 되면 ‘특사’라는 이름으로 석방이 되고,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이다.그 그늘에서 먹고 살기 위하여 좀도둑질 몇번 한 배우지 못한 사람들,자기 직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하여 노력한 사람들,젊었을 때 사회운동하다가 잡혀가 강산이 몇번씩변하도록 감옥에서 잊혀진 사람들이 고통받는 현실에 과연 사회정의는 존재하는가?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은 일반 국민의 생각과 반대되는방향으로법을 바꾸는 이런 세상을 탈없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릴수가 없다. [최현숙 상지대 교수]
  • 중국 상하이, 한국 TV드라마 폭발적 인기

    중국 상하이(上海)에 한국 붐이 일고 있다.한국 드라마가 대단한 인기 속에 방영되고 있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상하이 동방TV’ 취재팀이 지난달 말 방한,한국의 경제와 문화에 대해 상세히 취재한 뒤 돌아갔다.중국 방송사가 방한해 한국을 소개하는 기획물을 제작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취재팀은 현재 상하이에서는 91∼92년 MBC가 방송한 연속극 ‘사랑이 뭐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획자 화지엔(花建·51)씨는 “‘아이칭 스 셤머(愛情是甚^^)’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지난해 20회로 압축,방송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아 지난 6월부터 60여회 전 분량을 재방송하고 있다”고 말했다.화씨는 이에 맞추어 한국을 심층 취재해 상하이 시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취재팀은 ‘사랑이 뭐길래’에서 ‘대발이’ 역할을 맡았던 탤런트 최민수씨를 인터뷰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에 쫓겨 만나지 못했다. 반관반민(半官半民)으로 운영되는 상하이 동방TV는 상하이와 저장성(浙江省)·장쑤성(江蘇省) 등에 1억여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권위있는 방송사. 취재팀은 9박10일 동안 서울과 제주도,청주,인천 등지에서 경제와 문화 분야를 취재한 뒤 이달 초 귀국했다.경제분야는 ‘훌륭한 무역 파트너로서의한국’에 초점을 맞췄다.문화는 예술·인문·지리와 뉴스매체 등에 역점을두었다.‘젊은이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주말의 대학로 모습도 취재했다. 방송사측은 ‘무궁화의 고향-한국의 경제·문화 순례’라는 제목으로 한국을 소개하는 테마 특집을 현지에서 방영할 예정이다.방영 분량은 30분짜리 5회분으로 알려졌다. 취재팀의 방한은 현지 사업가 이철수(李徹洙·36)씨의 소개로 이뤄졌다.이씨는 저장성의 요청을 받아 상하이와 우리나라에 각각 100개의 무역사무소설치를 추진하다 이번 취재를 주선했다.이씨는 “이번 방문으로 두 나라의무역과 문화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jj@
  • ‘솔빛별 가족’ 1년간의 세상체험

    지난 97년 모든 것을 중단한 채 훌쩍 세계여행에 나서 화제를 모았던 조영호씨(43)가족.1년여 간의 여행후 제주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그들이 세계의 풍물을 담은 여행기 두권을 펴냈다. 한권은 세 딸인 예솔(11),한빛(12),한별(12)이 힘든 여행중에서도 꼬박꼬박쓴 일기를 모은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솔빛별 세계여행기’. 또 한 권은조씨와 부인 노명희씨(38)가 세계 각국의 문화와 풍물,사람들,가족간의 사랑,여행 에피소드 등을 정리한 ‘솔빛별 가족 세계 여행기’이다. ‘솔빛별’은세자매 이름의 끝 자를 따서 붙였다. ‘엄마 아빠와…’는 세 자매 예솔,한빛,한별이 새로운 세계를 만나면서 신기하게 느꼈던 것들을 어린이 특유의 눈높이로 재미있게 그렸다.‘아무리 다녀도 끝이 없는 미국’‘숨이 가쁘고 입술이 트는 이상한 나라 멕시코’‘키가 조금만 더 크면 닿을 것 같은 케냐의 하늘’ 등 이들이 느끼는 신기함은끝이 없다.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낯선 세계를 바라보는 톡톡 튀는 시각이 놀랍다.현암사 7,800원 ‘솔빛별 가족 세계 여행기’는 남편인 조씨가 여행기를 이끌어 나가고,부인 노씨는 일기형식으로 그때그때의 느낌을 전하고 있다.미국과 캐나다의 장대한 자연과 문화,중남미와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야기,오랜 전통과 현대가조화되는 유럽,원시와 현대문명이 공존하는 동남아시아 등을 꾸밈없이 그렸다.함께 간 세 딸의 학교 공부 진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의 모습 등가족간의 사랑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이야기도 많다.8,500원임창용기자
  • [외언내언] ARS모금

    최근 텔레비전(TV)을 보다가 일어나서 전화를 걸지 않은 집안은 아마 없을것이다.태풍 ‘올가’와 집중호우가 할퀴고 간 수해현장과 함께 화면 한쪽에 비춰지는 전화번호를 보면서 대부분의 가정이 자동응답시스템(ARS)에 의한수재의연금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ARS를 통한 성금모금은 그 편리함과 익명성 때문에 호응도가 높다.모금장소나 은행 등을 찾아가는 번거로운 절차를거치지 않고 전화 한 통화를 거는 것만으로 곧바로 1,000원이 기부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남들에게 공개되지 않아서 적은 돈을 기부하는 쑥스러움도 숨겨진다.이렇게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아진 성금이 지난해 수해때는 100억원을 넘었다.우리 국민 5∼6명 가운데 1명이 참여한 셈이었다. ARS를 이용한 모금방식은 지난 96년 SBS가 6·25특집방송에서 처음 도입한이후 각 방송사가 앞다퉈 도입해 이제는 가장 보편적인 모금방식이 됐다.삐삐 인사말 녹음이나 프로야구 정보안내 등 주로 청소년을 상대로 서비스해온 ARS전화가 국민 정성을 모으는 핫라인으로 떠오른 것이다.700-××××로전화를 걸면 한국통신 콜센터와 각 방송사 메인컴퓨터를 거쳐 불과 3∼4초만에 TV화면에 주유미터기가 돌아가듯 모금액수가 나타나기 때문에 모금실적에서 서로 앞서려는 방송사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주유미터기처럼 끊임없이 올라가는 모금액수를 보면서 개미군단 같은 서민들의 이웃사랑이 ‘애국지수(指數)’처럼 쑥쑥 올라가는 듯한 흐뭇함을 느낀다는 이들이 많지만 이 모금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는 좋지만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1회성 행사로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회복지 기능을 불특정 다수 국민에게 떠넘기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정부예산에서 사회복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에 불과하고 ARS성금을 포함한 민간모금이 정부가 당연히 부담해야 할 법정구호비의일부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불만은 경청할 만한 점이 있다.수재민을위한 민간모금이 정부를 안이하게 만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훈훈하고 아름다운 ARS성금 모금 뒤에 감추어진 문제점은 또 있다.이재민들에게는 구호의 손길이 빠를수록 좋은데 ARS성금은 전화요금이 납부되는 두어달 후에야 재해대책기구에 전달되는 것이다.한국통신이 이미 확보된 성금을예산전용방식을 활용해 조기전달할 수는 없을까.전화 한 통화에 45원씩 부과되는 도수료 수입을 고스란히 한국통신이 차지하는 것도 불합리하다.지난해수해때도 ARS성금 모금에 따른 한국통신의 수입은 4억원이 넘었다.한국통신도 수재의연금 모금에 의한 수입은 이재민을 위해 써야 할 것이다.
  • 울리히 벡 교수부부 ‘사랑은‘

    ‘위험한 사회’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울리히 벡 뮌헨대학 사회학과 교수와 그의 부인 엘리자베트 벡­게른샤임 에어랑엔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쓴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이라는 책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분석한다.(강수영·권기돈·배은경 옮김,새물결 1만원) 성인 남녀는 결혼을 해야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결혼관이 현대사회에서는 흔들리고 있다.이러한 상황은 개방성과 자유로움을 부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확고한 결속력이 없는 위태로움과 피곤함을주기도 한다.이 때문에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큰 희망을 사랑에걸고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사람들은 사랑이 깨졌을 때조차도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다.사랑이야말로 온갖 개인적 배신이 난무하는 불쾌한 현실에 맞설 수 있는 버팀목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이세기 칼럼]‘한국판 우드스톡’과 청년文化

    1950년대 미국 대도시의 가정들은 중산층에 속하는 풍요를 누렸으나 도심구석구석이 슬럼화하자 교외 신흥 주택지로 옮기면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그러나 교외생활이란 자칫 자극에 둔감해지기 십상이어서 그들은 무료를 달래기 위해 생산과 소비와 이윤의 충실한 속박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시인 A.긴즈버그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전기제품과 자동차,브랜드상품을사들이는 과소비 행태를 보고 ‘미국은 물질만능에 미쳐 있다’고 독설을 퍼붇기도 했다.비트제너레이션의 기수이던 잭 케루악의 소설 ‘온더 로드(路上에서)’에서 ‘어느 집이나 거실 한복판에는 TV 한 대가 놓여 있고 어느 집이나 똑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우리는 그 어느 누구나 똑같은 생각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대목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소설의 주인공은 덴버에서 시카고에 이르는 대륙 횡단에 올라 바람보다 빠르게,운명보다 빠르게 우울을 향해 달리면서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어느 시대나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질서가 있다.그리고 사회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청소년들이다.요즘의 젊은이들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면서 주술 같은 랩을 좋아하고 인간의 정신까지도 지배하는 컴퓨터를 동반자로 삼는가 하면 후크 선장의 보트처럼 치수 큰 신발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고뇌하지 않는 자신들의 문화를 가꾸어나간다. 지난 69년 8월,뉴욕 교외의 막스 야스거스 팜에서 열린 우드스톡 록페스티벌은 무기력을 주체하지 못하던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생기와 활력을 심어주는 축제가 되었다.전국에서 몰려든 참가자는 무려 40만에서 50만명,예상을뛰어넘는 청중이 모여든 탓에 식량,화장실,의료장비 부족에다 이틀째 되는날은 폭우까지 쏟아지는 바람에 공연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식품 부족과 위생 불편 등이 폭력으로 폭발하기 쉬운 악조건을 조성하고 있었다.그러나 젊은이들은 어려운 가운데 서로 돕고 나누면서 조화와 평화,사랑이 충만한 신화 같은 페스티벌을 치러낼 수 있었고 후일 이는 미국 청년문화에 대한 ‘문화대혁명’으로 선언된 바 있다. 그 우드스톡이 한국에 상륙하여 31일과 8월1일에 인천 송도공원에서 ‘99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을 연다고 한다.한·미를 비롯,6개국 24개팀이 참가하는 페스티벌에서 캠프촌에 입소한 관객들은 먹고 자면서 21시간의 마라톤공연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농구경기장만한 특설무대에 어디서나 똑같은 음량을 전해주는 첨단 사운드시스템 등 몇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60년대 미국의 우드스톡 록페스티벌이 격변의 시기를 거친 젊은이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킨 역할을 했다면 우리로서는 경제위기감이 가져온 의기소침과 이와 상반되는 과소비 행태 속에서 불투명한 자신의 정체성을 공동체 의식 속에서 얼마나 창출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것이다.더구나 지난 26일 폐막한 미국의 ‘우드스톡 99’는 폭염이 기승을부리는 가운데 24만명이 참가,약탈과 음향기기를 부수는 등의 난동으로 막을내렸다는 소식은 돌발사고와 공연 특성상 각종 안전사고,청소년들의 탈선 현장으로 전락할 가능성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공연에 참가하는 예상 관객은 3만여명.그러나 이번 캠프공연은 청소년들의 휴가를 지나친 억압과 간섭, 주의와 제한, 폐쇄로 묶어두기보다 하루쯤 뜨거운 열기와 열광으로 마음껏 풀어주는 일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그들의 집단행동은 도피주의적 성향보다 더 나은 사회에 자신들의 비전을 지지하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남을 흉내내기보다 우리만의 정서로 아름답게 치러져 일생일대의 추억이 되고 우리 공연문화의 새 장을 개척할 수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기성세대에게 청소년기가 있었듯이 청소년들도 곧 기성세대가 된다.미국의데이비드 리스맨은 그의 저서 ‘고독한 군중’에서 ‘어른의 눈으로 본 어른의 세계를 청소년이 이뤄야할 일로 생각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그들의 풍속과 문화를 지나친 노파심으로 폐쇄하거나 체제로 제도화하기보다 그들만의 함성을 곁들인 결속으로 대중매체로서의 음악이 갖는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보여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논설위원 sgr@
  • 신인 김하늘·한고은“요즘 해피해요”

    방송가에서 신인이 개성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엄청난행운이다.최근 SBS ‘해피 투게더’에서 삼각관계의 두 축을 이룬 김하늘(21)과 한고은(23). 이들은 뚜렷한 개성으로 인기를 모으며 ‘무서운 신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시청률 1위인‘해피투게더’의 시청자들은 이들 둘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10년이나 사귄 연인을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게 되자 “아는 체도 하지 말까?”라며 오히려 남자의 마음을 다독거리는 ‘약하고 고운’ 심성의 유치원교사 지수하 역의 김하늘.생머리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스커트 차림의 그녀는드라마에서 “희고 목이 길어 사슴같은 여자”로 그려진다. 또 한사람.“야 임마,난 네가 좋단 말야.널 한번 흔들고 싶다”며 당당하게사랑을 고백하는 부잣집 딸이자 여검사인 윤채림 역의 한고은. 모든 것을 다갖고 있는 그녀는 나아가 김하늘의 애인인 송승헌을 가로챈다.“내가 선택한남자”라며 당당하게 속마음을 공개하는 그녀의 향기는 시청자 모두를 취하게 할 만큼 강렬하다. CF모델로 나설 때부터 이미가능성을 엿보인 이들은 ‘태양은 없다’(한고은),‘바이준’‘닥터K’(김하늘) 등 영화에서 연기 맛을 보았으나 TV는 거의 처음이다.이들 둘은 좋은 맞수로서 동시에 ‘떴다’.이들이 인기를 끄는것은 둘이 대립구도를 형성했기 때문.드라마에서 두 배우가 서로 분명하게달라보이면 둘다 ‘뜬다’는 방송가의 철칙이 다시한번 맞아떨어진 셈이다. “첫 드라마라 어려웠어요.배역에 몰입하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실제 자신의 성격은 극중의 ‘답답하고 지루한’ 성격과 크게 다르다고 강조하는 김하늘.그러나 주변에서는 그녀가 극에서 보다 더 얌전하다고 말한다.사랑을배신한 남자를 다시 사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요.그게 진짜 사랑이죠”라며 극의 배역과 다르지 않게 대답한다.167㎝의 키에 이미지와 달리 시끄러운 록 음악을 듣는 것이 취미. ‘남 부러울 것 없는’ 윤채림 역의 한고은은 현재 CF계 최고의 스타. 대사연기가 부족해 PC통신에서 적잖은 지적을 받지만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않고,‘당연한 지적’이라고 말할 정도의 배짱도 가졌다.미국에서 6년만에 돌아올때만 해도 굴러가던 혀를 이만큼 폈으면 성공이라는 그녀를 방송가 사람들은‘큰 재목’이라고 추켜세운다. “정말 멋져요.윤채림만큼 똑똑하지는 않지만 멋진 인생을 살아낼 수 있는,자신감을 드라마에서 보이고 싶었어요” 눈썹만 다르게 그려도 다른 사람처럼 보일만큼 변신에 능한 그녀는 지적인 분위기의 연기자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더욱 돋보인다.172㎝.요리가 취미이다. 허남주기자 yukyung@
  • [책과 세상] 김영환 지음 ‘홀로 선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시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이 있는 정치.온갖 혼탁함으로 얼룩진 정치판에서그러한 감동적인 정치가 가능할까.국회의원 김영환(44)에게서 그 가능성을읽는다.시인인 그의 깨끗한 정치는 시의 운율을 타고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깨끗한 정치의 실체를 보여주는 책 ‘홀로 선 당신이 아름답습니다’가 나왔다.(중앙M&B 7,000원).70·80년대 ‘어둠의 시절’을 온 몸으로 저항하며 살아온 고단한 삶과 이념적 동지로 같은 길을 걸어온아내와의 결혼 등 일상생활의 이야기도 담고 있는 이 책은 시가 있는 산문집이다. 김영환(국민회의)의 경력은 독특하다.의과대학생 구속 1호를 기록한 운동권학생이었으며 노동현장을 전기기술자로 전전한 노동운동가였다. 시인이며 치과의사였고 벤처기업 창업자였다.그는 다양한 삶의 굽이를 돌아,‘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지만 큰 의사는 가난을 고친다’는 이제마 선생의 교훈을 가슴에 품고 정치판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무소유’의 정치철학을 실천하며 탁류의 정치판을 정화시키고 있다. 그는 얼마전 유일한 재산이던 42평짜리 아파트를 팔았다.96년 정치를 시작한지 3년만에 강남의 잘 나가는 병원과 아파트를 팔아먹은 것이다.남아있는 재산은 전세금이 전부다. 1,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많은고민을 하다 결국 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깨끗한 정치라는 이름으로 아무 일도 하지않는 소극적인 정치가는아니다.경제청문회 때는 ‘스타 정치인’이었으며 지난 대선 때는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기피문제를 폭로,대선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그러나 국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정치를 펼치는 일이다.전화요금의 인상을 막고 터무니없는 이동전화요금을인하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등 생활정치를 실현하고 있다.그는 적지만 국민의 깨끗한 땀과 사랑이 담긴 후원금으로 국가를 살리고 국민을 살맛나게 하는 감동의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불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정치를 구원할 희망의 빛이다.그 빛이 찬란하게 빛날 때 ‘정치가 시보다 아름다워야 한다’는 그의 꿈도 현실화될것이다.그러나그 빛은 부정부패의 검은 구름에 가리워져 있고 그는 혼탁한정치판에 홀로 서 있다. 이창순기자cslee@
  • [이런 사람이 新지식인]-생활설계사 김경도씨

    ING생명 수원지점의 김경도(金慶道·32)설계사는 한마디로 일에 미친 사람이다.얼마전까지 수원지점장을 하다 스스로 설계사 본연의 일로 돌아온 데서도 알 수 있다. “솔직히 저는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사람입니다.학벌이나 미모를 보나 다른 사람들 보다 나은 게 별로 없거든요” 김설계사는 바로 이점을 강점으로 만들었다.자신의 약점을 일에 대한 집착과 용기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실제로 김설계사는 무모할 정도로 일을 추진해 왔다.결혼식 바로 전날 새벽2시까지 일을 해 남편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던 일화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에피소드가 많다. 시댁과 친정 양쪽으로부터 모두 ‘버림’을 받았다고 서슴없이 말을 할 정도로 일과 씨름했다.지금도 그는 개인 스케줄을 관리해 주는 사람을 별도로채용하고 있다.짜투리 시간이라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목표에 대한 집착력이 강할 뿐 아니라 고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ING생명 윤인섭(尹仁燮) 사장. “자기 일에 미친사람이다.그렇게 열정을 가진 사람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이재수(李載洙) ING생명 수원지점장. “자신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세상에서 자신이 하는 일을 가장 매력있는 일로 생각한다”-이주희(李周熙) 국가전문행정연구원 교수.김설계사 주변사람들의 그에 대한 칭송은 침이 마르지 않는다. 이러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그래서 나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겠습니다’라는 수상록을 냈고,최근엔 ‘찡짱’이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했다.자신의 세일즈 경험을 체계화하고 싶어서였다.그러나 그에게도 약점이있다.1대1의 대화에는 자신이 있지만 관중들앞에만 서면 쑥스러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습성이다.강연을 싫어하는 것도 그러한 성격탓이다. 남편에 대한 얘기나 자신의 과거사를 꺼내는 것도 ‘절대 금지’다.다만 정규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 방송통신고를 다녔어야 할 만큼 사연이 있다는것이 알려진 전부다. 소득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엔 “97년 연봉이 1억2천만원이었다”며 살짝웃는다. 홍성추기자 sch8@
  • 극단 아리랑 청소년극 ‘첫사랑’

    첫사랑은 시대가 바뀌고 공간이 달라져도 언제나 설렘과 풋풋함이 묻어나는말이다. 그러나 극단 아리랑의 청소년극 ‘첫사랑’의 세계는 밝지만은 않다.오히려싱그러운 색을 바래게 하려는 제도와 어른들의 ‘정체된 시선’을 고발하느라 우울한 빛마저 띤다. 배경은 기숙사학교.그 곳은 모든 것이 ‘성적’중심의 부호로 매겨지는 세계다.“영어가 밥줄이고 생명줄”이라 강변하고 출석도 성적순에 따라 ‘C반 301 아무개’식으로 부른다.인사도 ‘SUCCESS(성공)’로 대체된다.편지는 물론 검열받는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배경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하지만 영화에서처럼 꿈을 키워주는 교사도 없다.‘입시병 걸린 정신병자 수용소’에서 탈출할 유일한 대안은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청소년들의 감성뿐이다. 누를수록 튀는,하지만 그 방향은 모르는 그들의 가능성을 지피는 불쏘시개역을 일반고교에서 전학 온 민석(함은호)이 맡는다.풍물반 친구 수진(정수정)과의 풋풋한 감정을 이어가려는 그와 그것을 누르는 세력과의 갈등이 극의중심이다. 그의 등장으로 ‘찍소리’못하던 교사에게 당당히 따지기도 하고 억눌린 정서를 풍물로 날려보내기도 한다.밥그릇이 꽹과리로,쓰레기통은 장구로 물통은 징으로 쓰면서 그들만의 파티를 즐긴다. 작품을 쓰고 연출을 맡은 방은미는 이렇게 말한다.“희망이 꺼져가는 시대에 따뜻한 힘을 주는 연극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자연스럽게 사랑,그 중에도첫사랑이란 주제에 눈길이 갔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고교 2∼3년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작업과,공동체놀이,즉흥극,토론회 등 다양한 준비작업으로 청소년의 정서를 담으려고 애썼다.16일부터 8월22일까지 아리랑소극장.(02)741-5332이종수기자 vielee@
  • ‘이야기… 음악회’ 해설 장일범씨 인터뷰

    “미술·음악·문학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기회가 적었습니다.이번 음악회는 타장르간의 만남을 통해 음악이 얼마나 풍부하고 재미있는지 알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오는 18일부터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시작하는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에서 해설을 맡은 장일범씨(31).대중공연장에서 해설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고 싶다”고 그는 포부를 밝혔다. 내년 6월까지 1년동안 매달 셋째 일요일 오후 3시 아트선재센터에서 ‘이야기…’를 관람할 수 있다. 18일에는 러시아의 대문호 푸슈킨의 탄생 200주년 기념콘서트로 막을 올린다.8월에는 지중해의 풍경,지중해의 노래,9월에는 집시의 시간,10월에는 디아길레프와 발레루스,그리고 동반자들,11월에는 쇼팽 탄생 150주년 기념콘서트로 쇼팽과 상드의 사랑이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12월에는 설원속의러시아 로망스와 민요로 러시아인들의 대중적인 정서를 느껴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오페라를 시작하기 1시간 전부터 작품을 설명해 주는 공연이인기입니다.이는 작품 이해를 돕고 재미를 더해 주죠.초보자를 위한 배려이면서 동시에 공연장을 다시 찾게끔 하려는 전략이 담긴 것입니다”그는 음악칼럼니스트이며 공연기획사 ‘르네상스’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한다.KBS-1FM ‘당신의 밤과 음악’에도 고정출연한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외국어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다.러시아민요 전문가로 널리 알려질 만큼 노래실력도 인정받았다.그리고 음악을 너무 좋아해 일주일에 3∼4번 공연장을 찾아다녔다.자신이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공연이라도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졸업후 극단 ‘가교’에서도 잠시 일했으며 음악전문잡지 ‘객석’에서 2년반동안 기자로 활동하다 지난 96년 모스크바로 유학갔다.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 입학,3년간 테너로 훈련을 받고 최근 귀국했다.이번 음악회는 음악에대한 애정과 그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이다.강선임기자
  • [굄돌] 권력의 자기기만

    ‘내 사랑 내 귀에 속삭였네/ [사랑은 나의 권력]/ 나는 내 사랑의 귀에 속삭이네/ [내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최근 문예지를 보다 눈에 띈 정현종시인의 시구절이다. 사랑은 나의 권력,내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이 구절은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을 떠올리게 했다.권력이 얼마나 집요하게 우리의 일상과 몸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가를 간취한 아름다운 구절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둘만 모여도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고 여기에는권력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동물의 왕국’에서도 약육강식의 권력 메커니즘은 마찬가지다.그렇다면 그 권력을 어떻게 유통시키고 관리하느냐에 문제의 핵심이 있는 것이리라. 체납·외상·연체·접대 따위로 얼룩졌던 모지구당 위원장이나,개인 용도로 공관을 사들이고 공공기물을 사용했던 모 도지사,모피코트를 둘러싼 고관부인에 대한 기사는 정치권을 둘러싼 권력 남용의 깃털에 지나지 않음을 누가모르겠는가.최근 문단을 둘러싼 비판과 반성,그 이면에 자리한 냉소와 풍문의 말끝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려왔던 말이 권력이었다.대학사회의 임용 비리에서도 누구의 권력이 더 영향력을 행사하는가가 관건이라고 했다. “안면이 창녀를 만든다”는 어느 소설가의 일갈처럼,밥그릇과 안면에 좌우되는 편의와 요령,편법과 변칙으로 유통되는 권력의 현주소를 들먹이는 건새삼스럽다.권력의 더욱 볼썽사나운 모습은,또 다른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면서 스스로가 권력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자기기만과 이등품 스스로가 일등품으로 행사하는 자기기만에 있다.자신의 위반은 운용의 묘(妙)고 타인의위반은 권력 남용이라는 생각,자신의 주장은 비판이고 타인의 주장은 폭력이라는 생각,자신이 얻은 것은 실력이고 타인이 얻은 것은 탐욕이고 수혜라는생각들이 권력을 더욱 요령부득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권력에 대한 집착은 자기 결핍과 비례한다.자기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지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행사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까지 소외시키는 또다른 결핍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우리가 권력이라는 힘으로 타인을 지배하기 전에 자기 시선과 목소리부터 웅숭깊게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사랑이 그렇듯,권력은 내게서도 완성될 수 있지 않겠는가. [정끝별 시인 문학평론가]
  • 인기있는 홈페이지 만드려면

    소박하고 단순한데도 연일 방문객의 ‘클릭’이 이어지는 홈페이지가 있는가 하면,화려한 그래픽과 알찬 정보로 채워졌는데도 외면당하는 곳이 있다. 매력있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비결은 뭘까. 1.그림은 너무 크지 않게 이미지(그림파일) 하나의 크기가 20KB(킬로바이트)를 넘으면 곤란하다.홈페이지를 띄우는 시간도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무겁다’는 인상을 주게된다. 또 나중에 홈페이지를 고치기도 힘들다. 반드시 큰 이미지를 써야 한다면 잘게 나눠서 올리는게 좋다. 2.조급한 ‘준공’은 금물 홈페이지는 첫 인상이 중요하다.자기소개나 게시판 정도만 겨우 만들어 놓고 급하게 손님들을 초청한다면 실망만 안겨줄뿐이다.첫 방문에‘책갈피’(북마크)를 해둘 수 있도록 유도해야 ‘고정 팬’이 생긴다. 3.‘사이트 맵’으로 방문객 배려를 전체 메뉴를 일목요연하게 한 페이지에 정리해 놓은 ‘사이트 맵’은 방문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사이트맵이 어렵다면 어디서든 초기화면으로 돌아올 수 있는 아이콘을 만들어 둬야손님이 길을 잃지않는다. 4.자바애플릿 사용은 손님을 쫓는 지름길 물결무늬 그림,움직이는 글자 등특수효과를 위한 ‘자바 애플릿’은 컴퓨터를 순간적으로 정지시키고 심하면 시스템을 다운시킨다.특수효과가 필요하면 ‘자바 스크립트’로 해결하라. 5.색상은 가급적 밝은 색으로 흰 바탕에 까만 글씨가 가장 무난하다. 특출한 디자인 감각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연두색,하늘색 등 다른 색과 쉽게조화될 수 있는 밝은 색상이 좋다.검은색,빨간색 등은 시각적으로 부담을 주기 쉽다. 6.개인정보 공개는 조심스럽게 학교,주소,전화번호 등 자기 신상정보를 공개하면 나중에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벌써부터 관련 피해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7.문패는 개성있게,주제는 집약적으로 ‘이몽룡의 홈페이지’보다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이야기’가 더 많은 방문객을 불러모으기 마련이다. 또음악,영화,스포츠 등 이것저것 백과사전식으로 욕심을 내다가는 지속적인 관리도 힘들고 방문객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도 힘들다. 8.웹에디터를 너무 믿지 말라 인터넷 서버 상에서 직접 HTML 태그를 입력해야 할 때도 생긴다. 간편한 웹에디터만을 믿다가는 간단한 것도 못 고치는 ‘돌팔이’가 되기 십상이다.틈틈이 HTML 언어를 익혀두는게 좋다. 김태균기자
  • 장욱진의 색깔있는 종이그림전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관주(觀酒)’의 경지에 든 애주가.그림에는 스승도 제자도 없다고 믿었던 미술교육자.손바닥만한 화면에해와 달,어린 아이,까치와 참새를 많이도 그린 예술가.그가 바로 살아서 전설을 낳고 스스로 그 주인공이 된 서양화가 장욱진(1917∼1990)이다.갤러리현대에서 15일부터 8월5일까지 열리는 ‘장욱진의 색깔있는 종이그림전’은거장 장욱진의 숨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리다. 진정한 대가란 무엇인가.소재나 제재에 구애됨 없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작가일 것이다.장욱진이 그런 사람이다.‘가장 한국적인 화가’ 장욱진은 유화나 먹그림 등에서 빼어난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뿐만 아니라 매직 마커(magic marker)를 주재료로 한 ‘색깔있는 종이그림’에서도 그는 자기의 색깔을 분명히 한다.장욱진은 “나는 ‘작지만 큰그림’을 그렸다.나는 심플하다”는 말로 자신의 삶과 그림에 대한 생각을밝히기도 했다. 장욱진은 종이그림으로 그림수업을 시작해 종이그림으로 화업을 마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종이그림을 그린 것은 한국전쟁중 고향인 충남 연기군 동면에서 석달 가량 피난생활을 하던 때부터.그는 당시 캔버스가 없어 갱지에다,테레빈(turpentine)이 없어 석유로 유화물감을 개어 그렸다.장욱진의 종이그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하나는 화선지나 한지에 먹붓으로 ‘붓장난’을 한 이른바 먹그림.또 하나는 스케치북이나 낱장 갱지,수채화용 종이등에채색성 화구로 그린 색깔있는 종이그림이다.작가는 이 색깔있는 종이그림을‘매직그림’이라 불렀다.이번에 전시되는 100점은 모두 색깔있는 종이그림이다.대부분 70년대 중반 이후 그려진 것으로 어린이와 가족을 주제로 한작품이 주를 이룬다.어린이와 장욱진.순진무구의 외길로 치달은 장욱진에게어린이는 바로 구원(久遠)의 인간상이요 가장 순수한 원시적 심성의 상징이다.장욱진은 그 무구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우리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욱진의 가족사와 함께 그의 예술 일대(一代)도 엿볼 수있다.작가의 아내인 이순경 여사의 넉넉한 인간미,명정(酩酊)과 그림 사이를 넘나든 화가의 모습,가족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작품 속에 농밀하게 녹아있다.그 두드러진 예가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서 있는 ‘삼인도(三人圖)’란 작품이다.이것은 장욱진이 즐겨 그리던 가족도의 한 형태로 그림 속의 아이는 참척(慘慽)의 아픔을 안겨준 작가의 막내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신박약아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중병을 앓다 세상을 떠난 자식.이보다 더한 슬픔이 어디 있을까.그러나 장욱진은 언제나 그 아픔을 안으로만 삭이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자세를 지켰다.그런 만큼 그의 불심(佛心)은 더욱 깊어졌고,불교를 소재로 한 좋은 작품들을 남겼다.이번 전시에서는 금강경의 속뜻을 담은 그림 ‘여래(如來)’를 선보인다.적멸(寂滅)의 언덕에 이르게 하는작품이다.금강경을 늘 곁에 두고 외웠던 그는 언젠가 “나는 그림으로 보시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장욱진의 색깔있는 그림전’에는 여러가지 축제적 성격이 가미돼 눈길을 끈다.입장료는 받지 않으며 쉬는 날 없이 전시한다.장욱진 특강(16,23,30일)·어린이 그림잔치(19일)·어린이 글잔치(26일)·토요음악회(24,31일) 등의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다.(02)734-8215김종면기자 jmkim@
  • MBC·SBS 월·화극 대결 ‘2라운드’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왕초’와 ‘은실이’로 접전을 벌인 MBC와 SBS가 오는 12일부터 월화극 경쟁 2라운드에 돌입한다.호흡이 긴 전작들과 달리둘다 16부작 미니시리즈로 단기 승부를 펼칠 예정. MBC는 코믹 멜로를,SBS는납량물을 카드로 택했다. MBC ‘마지막 전쟁’(밤 9시55분)은 짜릿한 연애감정이나 가슴뛰는 사랑은결혼과 동시에 사라졌다고 느끼는 30대 부부의 갈등을 주제로 한다.흔히 드라마속에서 ‘사랑과 이해가 충만한 사이’로 포장되는 부부관계를 뒤집어,‘부부 역시 힘과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적 관계가 아닐까’하는 물음을 던진다.소심하고 자신감없는 성격에 결혼정보업체를 근근이 끌어가는 남편 태경과 상냥하고 당당하며 재색을 겸비한 변호사 아내 지수가 주인공 커플.대학때부터 지수를 줄기차게 좇아다녔던 태경은 결혼해서도 여전히 도도한 아내가 불만이고,자기보다 좀 못한 남자와 사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결혼한 지수또한 능력없는 남편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묵직한 주제의식과 달리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밝고 경쾌하다.코믹 연기에 능한 강남길이 태경역을,개성파 배우 심혜진이 지수역으로 짝을 이룬다. 여기에 황혼에 접어든 50대 부부와 지수 동생 지은의 20대 사랑이 곁들여진다.94년 베스트극장에서 동명으로 방영됐던 단막극을 확대발전시켰다. 반면 SBS ‘고스트’(밤 9시55분)는 젊은 감각의 귀신 드라마.‘모래시계’‘백야 3.98’의 김종학 PD가 연출을 맡아 기획단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편당 1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에서 알 수 있듯 첨단 컴퓨터그래픽과 미니어처,특수촬영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영화 ‘유령’을 만든 젊은 감독 민병천이 합세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강력계 형사 대협(장동건)에게 쫓기던 살인사건 용의자 지승돈(김상중)이악령으로 변해 대협의 약혼자 선영(명세빈)을 죽이면서 인간과 귀신의 보이지 않는 게임은 시작된다.자칫 구태의연해질 수 있는 귀신 드라마의 정형을깨기 위해 신세대 오렌지 도사 달식(김민종),로맨티시스트 노총각 귀신 등을등장시켜 코믹한 분위기를 가미했다.선영과 인터넷 신문기자 재영의 1인2역을 맡은 명세빈과 소름끼치는 악령으로 분한 김상중의 연기변신도 관심거리.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KBS2 ‘전설의 고향’과의 대결도 기대된다. 이순녀기자 coral@
  • [민선자치 2기 1돌…성과와 과제](中)지역이기주의 갈수록 기승

    자치의 부산물로 자치제도 자체를 위협하는 지역 이기주의가 민선 2기 들어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체장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지역이기주의에 밀려 무위로 그치기일쑤고 여기에 소지역 이기주의마저 확산,자치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대구 달성군은 민선 2기 출범과 함께 25년 숙원사업인 군청사 이전사업에착수했다.남구에 있는 청사를 달성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여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청사이전 문제가 본격 거론되자 군의회에서 관련예산을 삭감하는 등제동을 걸고 나섰다. ‘우리 지역이 아니면 안된다’는 각 읍면의 지역이기주의가 빚은 결과다. 온천개발을 둘러싼 경북 상주시와 충북 괴산군,보은군간의 갈등도 민선시대지역이기주의의 한 단면에 다름아니다. 상주시가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 남한강 상류인 화북면에 문장대 온천관광지 조성을 추진하자 괴산군을 비롯,남한강수계 주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괴산군은 온천이개발되면 강의 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고 상주시는 이를온천개발지와 20㎞ 떨어진 속리산 집단시설지구의 상권 보호를 위한 술책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지역이기주의에 밀려 자치행정 자체가 실종된 경우도 있다.부산 사하구에서는 2개 병원이 올해 장례식장을 신축했으나 인근 주민들이 주거환경 악화와교통난 가중 등을 이유로 반대,개장을 못하고 있다.사하구는 주민 설득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자 병원측에 개장의 불가피성만을 통보한 뒤 아예 손을 떼버렸다. 경북도청 이전문제도 서로 ‘우리 지역이 아니면 안된다’는 각 시군들의지역이기주의에 부딪쳐 결국 수억원의 용역비만 날린채 흐지부지됐다. 이기주의를 부추기는데는 지역언론이 큰 몫을 차지한다.지하철 건설 등 국비지원사업과 대기업 빅딜 등 해당지역의 이해와 관련된 사안마다 지역언론이 가세,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이같은 지역이기주의는 ‘내고장 사랑’과 ‘지역이기’를 제대로 구별하지못하는데서 비롯된다. 경북 영진전문대 지방자치연구소 김진복(金鎭福)소장은 “생산적이고 건전한 경쟁이 내고장 사랑이라면 독선적이고 배타적인자세는 지역이기”라며 “이 둘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려는 자치단체의 노력은 아직은 미미하다.지역이기주의를 해소시킬 목적으로 결성된 광역행정협의회와 시·도분쟁조정위원회는 오히려 지역이기에 밀려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자치단체들이주민반발을 의식해 행정협의회를 기피하고 있는데다 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지방의회가 반대하거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영남대 우동기(禹東璂·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이기는 국가 균형발전의 저해는 물론 결국 새로운 지역갈등을 야기시킨다”며 “자치단체 또는 주민들이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건전한 경쟁마인드를 갖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외언내언] 물개 살리기

    최근 언론매체 보도들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애처로운 광경 한 가지를 전해주었다.깊은 상처를 입고 동해안을 떠도는 물개의 모습이 그것이다.물개는 그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다 입은 듯한 벌건 상처를 어깨에안고 있었다.보도인즉 그 상처 때문에 무리를 따라 고향인 캄차카로 못가고몇 개월째 동해안을 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처의 고통을 느끼고 못견뎌하는 점에서 사람과 물개가 무엇이 다르랴.상처의 고통 때문에 ‘꺼억 꺼억’ 울어대고 신음한다고 하니 측은하기 그지없다.더구나 암컷이 다친 남편 물개에게 생선 등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다는얘기에 이르러서는 동물이라 해서 인간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대상이 결코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이 물개를 꼭 살리자.상처를 낫게 하고 마음대로 생명의 몸짓을 하게 하자. 그렇게 함으로써 다시 힘차게 무리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만들자.물론 그러면 다시 동해안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만약 물개의 상처와 고통을 똑똑히 보았으면서도 물개를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마음속에물개의어깨쭉지 상처와 고통보다 더 크고 깊으며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게 될지 모른다.다행스럽고도 감동적인 것은 물개 구조작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네덜란드에서 온 전문가를 포함해 국내외 동물애호가들이 물개 구조에 헌신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그런데 아직 물개 구조를 알리는 소식이나 뉴스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물개가 구조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 손에 잡혀주어야 하는데 그러려 하지않는 것 같다.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손에 잡히면 죽임을 당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물개인들 모르겠는가.그러니 바다 속으로 도망다니는 것은 당연한 보호본능의 발동이라 할 것이다.그렇다 해서 구조노력이 중단돼서는 안될 일이다.물개를 구조해 인간이 이 세상 먹이사슬의 왕자로서 동물학대나 살생을자행하는 동물적 심성만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입증해 보여야 한다.그렇게 함으로써 이 세상을 착하고 선한 인간정신으로 넘치게 해야 한다. 피흘리고 괴로워하며 쫓기는 동물을 애처로워하고 측은해하는 것은 인간의자연본성이며 타고난 선성(善性)이다.또한 그것은 대대로 내려온 아름다운동물애호 전통이기도 하다.사냥꾼이나 몰이꾼에게 쫓겨 다급히 집안으로 뛰어드는 짐승들을 우리 조상들은 잡지 않았다.대신 숨겨주고 살려 주었다는것을 되새겨 봄직하다.동물사랑은 생명사랑이며 인간사랑이다.그것은 생명에대한 경외(敬畏)를 깨닫고서만 발현된다.물개가 이런 깨달음을 넓혀주는 것같다. 최상현 논설위원
  • ‘아프가니스탄이여,안녕’/오지탐험가 김병호씨 장편

    아프가니스탄에는 어디를 가나 진흙으로 만든 무덤 같은 집들이 숨구멍만한 공기통을 내놓은 채 드문드문 서 있다.식수가 부족해 일년에 한 번 이상 목욕을 할 수 없고,식량이 모자라 양고기와 ‘논’이라 불리는 밀가루 빵을 먹으며 삶을 꾸려간다.이제 아프가니스탄은 옛 실크로드의 영광은 간데없고 바위덩어리만 뒹구는 불모의 땅이다.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아프가니스탄처럼 아름다운 곳이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그곳에 사랑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오지문화 탐험가로 잘 알려진 김병호씨의 장편 ‘아프가니스탄이여,안녕’(푸른숲)은 아프가니스탄 척토에 핀 사랑 이야기를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일깨워주는 소설이다.작가는 모래먼지 날리는 투르키스탄 사막에 비극적인로맨스를 펼쳐 놓는다.사랑이 때로 인간을 얼마나 강건하게 만드는가,‘지금-여기’에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환희인가를 작가는 역설로 보여준다. 주인공은 운동권 출신으로 고국을 등지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와 구호활동을 하는 민석.그는 이슬람명문 출신의 처녀 루스카와 가까워진다.오랜만에이성으로부터 아득한 연정을 느낀다.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인습과 종교의 벽에 부딪친다.“바위를 뚫고 피어나는/엉겅퀴 꽃도/열흘을 넘기지 못하고/창공을 나는/비비새도/힌두쿠시를 넘지 못해요” 루스카는 민석에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한이 서린 전통민요 한 구절을 남기고,이들의 사랑은 종말을맞는다. 민석은 루스카와의 사랑의 역사가 담긴 붉은 사인펜 자루를 아무다리요 강언덕에 묻는다.사랑은 비록 비극으로 끝났지만 슬픔도 때로는 힘이 되는 법. 민석은 그 절망의 힘으로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한 시대와 악수를 한다. 작가는 현재 태국의 치앙라이에 머물고 있다.그는 1,300년전 당나라에 끌려간 고구려 후예들의 이야기를 그린 ‘치앙마이’와 고구려 후예들이 중국에세운 이정기 왕국을 배경으로 한 ‘고구려를 위하여’라는 두 권의 역사소설도 냈다.김병호의 소설은 문학적 기교가 승하지 않은 만큼 담백하게 읽힌다. 김종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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