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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 (1)김동환 가족사

    한 여인이,생신을 보름 남짓 앞둔 91세의 한 여인이 1993년 3월 18일 세상을 떠났다.‘백구 신원혜지묘(白鷗 申元惠之墓)’라는 묘비명만으로는 이 여인의 죽음이 한국 문학사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아리송할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이름위에 있는 ‘파인 김동환(巴人 金東煥)’이란 각자(刻字)를 보노라면 ‘아,파인의 본처가 그때까지 생존했더란 말인가’라는 자못 회고조의 감탄사가 나올 법하다.1903년 원산에서 태어난 신원혜가 서울 정신여고를 졸업,블라디보스토크,간도,원산 등에서 중학교 교사로 있다가,서사시 ‘국경의밤’으로 이미 명성을 얻은 두 살 연상의 시인 김동환과 결혼한 건 1926년 3월 14일이었다. 가난한 시인의 아내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3남 1녀를얻은 그녀는 1942년 작가 최정희(崔貞熙)와 남편의 관계가알려지자 시인의 “우유부단한 처신을 안타깝게 지켜”보다가 기어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고 그 극심한 어머니의 분노를 이겨내지 못한 아버지는 끝내 여관으로 잠시의 거처를 정하였다”고 셋째 아들 김영식(金英植·68)은 회상한다.“그 후 어머니는 교회 일과 모교인 정신여고 동창회 봉사활동에 전념하면서 아픈 상처를 홀로 달래고” 지냈는데,나중 동네 아낙들에게 “아무리 남편이 속을 썩이더라도 집에서 나가 달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한다(김영식,‘아버지 파인 김동환-그의 생애와 문학’). 조혼이 아닌 어엿한 신여성과 연애를 거쳐 사랑이 그득한결혼을 했던 파인의 예기치 못했던 탈선이 문단에서는 가십이었으나 그의 고향을 비롯한 애독자들로부터는 마침 휘몰아친 친일문학과 함께 따가운 매도의 대상이었다.어쩌면 이 두가지 탈선은 오히려 동시에 수행되면서 인간과 민족의존재론적 본질을 벗어나 원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해준 도피처 역할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파인의 친인척과 고향 사람들로부터 동정과 애정을 받은 것은 정작 남편이 버린 여인 신원혜였다.아니,파인 조차도 그녀를 버릴 수 있었을까. 서울이 인민군에 점령당한 직후인 1950년 7월 초 파인은 홀연히 귀가했다.피신 차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은 비록 짧았으나 단란했는데,이내 최정희의 자수 권유를 받고 나간(7.23) 뒤 그대로 납북,생사도 모르게 분단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앓은 게 이 일가족이었다.가족이랬자 두 아들은 일찍세상을 떠나버려,셋째 영식과 딸 영주(英珠·63)뿐이었다. 영식은 서울 경복고를 거쳐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대통령 비서실,주불 한국대사관 등에서 근무하다 정년을 맞았고,영주는 정신여고와 이화여대 국문과를 나와 시인으로 등단,캐나다 밴쿠버에 살고 있다. 이 한많은 여인이 죽음을 앞두고 마련해 둔 유품 속에는파인의 사진과 애증이 교차하는 몇몇 증빙 서류들,그리고자신이 묻힐 묘소와 묘비명이 포함되어 있었다.살아서 쫓아냈던 지아비를 죽어서야 한 문패 안으로 맞은 것이다.보따리 속에 파인이 보낸 편지도 한 묶음 있었다.파인은 맨몸으로 집을 나갔으니 여러 유품들은 저절로 신원혜가 간직했을 터여서 여간 소중한 자료가 아니리라는 기대에 부푼다.신원혜는 파인에게 보냈던 기라성같은 문인들의 편지를 그 격변의 역사를 헤치면서 고이 간직해 왔었다.신혼초 서울의정동,다동을 거쳐 종로구 돈의동 74번지로 호적을 옮긴 뒤,적선동(1927.5),인사동(1930.7),견지동(1933.12),필운동(1935.10),옥인동(1936.11),통인동(1938.1),효자동(1940.2)을전전하다가 1941년 6월 12일 적선동 183번지의 목조 기와집으로 이사,거기서 해방을 맞았다. 만주로부터 돌아온 피난민의 딱한 사정 때문에 방세도 안받고 그대로 살게 했던 이창규씨가 어느날 정전(停電)이 되자 성냥불을 켜들고 초를 찾다가 넘어져 석유난로에 점화,순식간에 집이 불타 버렸다.바로 1946년 12월 12일 오후 7시쯤,파인의 유품이,그리고 그가 ‘낭자 신원혜’에게 보냈던 달콤한 연애편지가 잿더미로 변해버린 순간이다.일가는창성동 자교(紫橋)교회 목사 사저에서 신세를 지다가 청운동(1948.5∼1953.2)으로 옮겨 6·25와 1·4후퇴를 겪으면서도 행여나 남편이 돌아오려나 싶어 몇 년간 이사도 하지 않았다.이제 파인과 신원혜는 갔고,사랑의 편지도 불타버렸다.그러나 1947년부터 납북당했을 때까지의 격랑을 헤치며 파인이 한 지아비와 육친의 정으로 아내 신원혜와 자녀에게보냈던 32통의 편지는 문단 비사의 차원을 넘어 가난했던글쟁이의 인생론적인 비애를 느끼게 한다. 중학생 아들(영식)과 초등생 딸(영주)을 아내에게 맡긴 빈털터리 시인 김동환은 이 무렵 최정희로부터 지원(1942년생),채원(1946년생) 두 딸을 가진,허리가 휘청거리는 아버지였다.최정희와의 보금자리였던 덕소에서 8·15를 맞은 파인의 심경은 실로 착잡했을 것이다.그의 뇌리에는 선비적 지조의 상징인 매월당 김시습의 18대 후손으로서 민족운동에투신했던 화려한 투쟁 경력들-민요 전설시의 거봉,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중앙위원,침략주의에 항거했던민완 기자,잡지 ‘삼천리(三千里)’의 폭발적인 성공과 민족의식이 강한 각종 출판물 간행,신간회 집행위원 등등이스쳤을 것이다.이런 경력 때문에 오히려 더 부정적으로 보였던 친일행위의 오점들은 그로 하여금 발빠른 자성과 회오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진흙 속에 빼앗긴 두 발 겨우 뽑고/오래 가뒀던 옛 날개 와락 펴 멀리 쳐다보니”(‘돌아온 날개’),“새나라 백성들은 이래서는 안된다/우리는소생하지 않으면 안된다”(‘소생’)는 참회와 함께 “올해엔콩팥을 맘대로 심어/천리객은 몰라도 십리의 벗 맞아들여/소찬에 약주라도 싫도록 대접할꺼나”(‘起耕’)라는 은인자중의 자세를 보여줬다.반민특위 때 그가 자수(1949.2.28)할 수 있었던 심리적인 배경도 여기서 비롯한 것이다. 그가 이승만 정권이나 한민당 추종이 아닌,조선민주당 대변인격으로 정당활동에 몸담았던 것(1946.2)은 나름대로의민족관을 지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혼란 속에서 숙원이었던 잡지 ‘삼천리’ 복간에 온 정력을 쏟았는데,민족 독립노선이나,문인으로 발 빠르게 자아비판한 채만식을 부각시킨 걸로 봐서 다분히 참회적인 자세를 취했다.을지로5가 여관에서 업무를 시작한 파인은 틈틈이 아내와 아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납득시키려고 난필의 쪽지를 보냈다.우편 배달이 아닌 사환이나 인편을 통해 직배시킨 경우가 많았던 시절이라 겉봉에는 ‘영식 모(英植 母)’ 혹은 아예 ‘영식 전(展)’이라 쓰고는 원고지나 적당한 백지에 절박한 용건만적어 보냈다.서른 두 통의 편지중 가장 빈도수가 많은 내용은 잡지 일로 인쇄소에 붙어 있어야 한다든가,당장 돈이없으니 우선 얼마만 보내고 며칠 뒤 더 보내겠다는 등등이다.신원혜의 이성적인 결벽과는 달리 어린 남매들이 아버지에게 귀가와 생활비를 독촉하는 전화를 했던 데 대한 회답으로 보인다. 이 역마살의 시인을 신원혜와 함께 묻고 딸 영주는 “기다리면 다시 올 사람인가/시를 만드시던/파인,내 아버지//하늘 밑을 파고/그를 묻었다.//그가 다니던 길도/함께 넣었다.//눈물도 못 내고/기어 가/나도 묻힌다.//아 아,내 아버지 파인”(‘아름다운 작별’)이라고 마음을 추스렸다.이렇게 담담해질 수 있는 시인으로서의 김영주와는 달리,아버지로부터 버림 받았던 딸로서의 김영주는 무척 신랄했다.“친일행동과 여자 문제로 부끄러운 아버지 책을 써서 알리는 것은 정말 내가 부끄러워요”라며,“아버지는 실패한 인간입니다.자신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이세상에서 천국의 모형을 이루어 살라고 주신 한 가정의 책임을 저버리므로 해서,어머니와 우리 자녀는 가장아픈 불행을 체험했으며,어머니의 고통과 수치와 배반에 대한 증오와 세상이 보내는 그 부끄러운 수근거림을 어떻게 감당하셨는지 놀라울 뿐입니다”(김영식,위와 같은 책)라고 통매했다. 그러나 파인의 애틋한 조각편지들은 실패한 인간의 자료로서가 아니라 역사의 멍에를 헤어날 길 없었던 인정미 넘치는 나약한 한 서정시인이 치러야만 했던 가정과 사랑과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갈기갈기 찢어진 상처일 것이다. “몸 무고히 학교에 잘 다니느냐.마음에 어느 날 잊은 적이 없었다”거나,“추위가 심하니,남대문 야미(暗)시장에 가서,영식이나 영주의 외투 한 벌 사서,한 아이라도 입히오”,“한방의 침술 운운하지만 큰 아이들 때(장남 영사는 16세로 1942년에,차남 영창은 17세로 1947년에 사망)에 보아도도무지 믿을 사람들이 못 되니 더 보이지 말고,내가 정초에 영식이를 데리고 전문 신의(新醫)들에게 보여 충분히 치료할 터이니,아이에게 겁나는 말을 일체 말고,내가 가기를 기다려 주오”라는 등등의 구절에 이르면 이 시인이 얼마나가슴으로 울었던가를 알법도 할 것이다.“내일 산소에 가는 일은 중지하고,5월 단오에나 가기로 하오”란 구절은 바로 두 아들이 묻혔던 미아리 공동묘지로,거길 가면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묘소에 절하라’고 말한 후 묵념을 했고,어머니는 쌍봉 무덤 앞에 엎드려 흐트러진 모습으로” 울부짖었다고 김영식은 회고한다.살뜰한 지아비와 부정(父情)이 넘치는 글이기에 오히려 다른 서간문에 못지 않게 돋보이는 이 글들을 쓴 주인공이 어째서 가정을 버릴 수 있었을까. 임 헌 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씨줄날줄] 여자축구 우승

    한국 스포츠는 유독 여자들이 강하다.세계 속의 한국 스포츠 위상을 높인 데는 여자선수들이 기여한 몫이 절반이상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이에리사 등 여자탁구팀이 일찍이세계를 제패했고, 김수녕으로 대표되는 여자양궁은 올림픽때마다 금메달을 휩쓸고 있다.최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박세리와 김미현이 1·2위를 휩쓴 것을 비롯,32위안에 7명의 한국여자골퍼가 입상,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여성파워는 축구에까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7일 끝난 제1회 타이거풀스토토컵 국제여자축구대회에서 한국여자대표팀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과 브라질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었다. 출범한 지 10년도 채 안되는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불과 몇년전 남자초등학생 수준에도 못미치는 어설픈 모습의 여자축구가 아니었던가.그런데도 우리 선수들은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가운데 해낸 것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여자축구가 미식축구 다음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지난해 세계 최초로 여자프로축구리그도 창설됐다.현재 세계 여자축구의 최강으로는 미국,중국,노르웨이 등이 꼽힌다.미국은 1999년 중국을 꺾고 여자축구월드컵에서 우승했고,시드니올림픽에서는 노르웨이가 미국과 중국을 차례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제 우리 여자축구대표팀이 세계 수준인 중국을 누르고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만큼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할 날도 멀지 않았다.벌써 남자축구가 세계 16강에 진입하는 것보다 여자축구가 8강에 진입하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축구를 정기적으로 즐기는 인구는 2억4,000만명으로 전체인구의 4%에 이른다고 한다.여자축구선수도 2,0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그러나 한국은 팬들의 관심이나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현재한국여자축구는 초등부 15,중등부 22,고등부 16,대학부 10,실업 3개팀에 불과하다.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을 직업선수로받아들일 토양도 척박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여자축구가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저력으로 볼 때 오는 12월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03년 베이징 여자축구 월드컵에서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는 것이 꿈만 아닌 현실이 됐다. 그 꿈은 여자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 모아질 때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
  • ‘SBS 김종혁 PD’ 단막극만 만들어 별명도 ‘단막지왕’

    단막극만 만들어 ‘단막지왕’이라 불리는 PD가 있다.김종혁PD(37).그는 지난 1월 8일 시작한 SBS 오픈드라마 ‘남과여’(월 밤10시55분)를 1화부터 4화까지 제작해 기틀을 잡았다.91년 SBS 공채1기로 입사한 그는 그동안 70분 드라마,TV영화 러브스토리 등 단막극만 만들어왔다. 지난주에는 ‘남과 여’의 시청률이 ‘명성황후’에 이어전체 5위에 올랐다.‘드라마시티’나 ‘베스트극장’이 시청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과 비교하면 ‘남과 여’의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김PD는 단막극이지만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 구조와 사랑에 대한 독특한 감수성으로 ‘남과 여’의 신선한 시작을 이끌었다. 많은 화제작을 내놓은 ‘남과 여’는 이제 13일로 30회에 접어든다. 단막극으로 확실한 입지를 굳힌 ‘남과 여’의 30회는 그동안 ‘국제적’ 프로젝트로 바빴던 김PD가 맡았다. 30화 ‘우리도 같은 꿈을 꾸는 걸까’는 삼각관계가 아닌일렬관계의 사랑 이야기다.지하철에서 복권을 파는 준영(최민용)은 슈퍼마켓 점원인 최민희(유서진)의 퇴근시간만을 기다린다.민희는 단골 손님인 태수(조민기)에게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느끼며 그에게 빠져든다.사랑이라는 감정이 일어도그 감정의 미묘한 시간적 차이 때문에 ‘서로 상대의 등만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자신이 만들 드라마의 줄거리를 찬찬히 공들여 설명하는 김PD는 섬세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그 감수성의 원천으로 ‘사랑’을 꼽는다. “아직 결혼을 못했으니 과거 실패한 사랑의 기억이 남들보다 섬세하게 사랑의 아픔과 설렘을 표현하는 자양분이 되는것 같습니다.” 김PD가 그동안 바빴던 ‘국제적’ 프로젝트는 다름아닌 SBS와 홍콩 왕자웨이(王家衛)감독과의 드라마 합작건이다.이번합작건의 다리를 놓았고 6일 기자회견장에서 왕감독과 함께연출을 맡을 한국 감독으로 지목됐다.그가 좋아하는 감독도다름아닌 왕자웨이와 일본의 이와이 순지다.하지만 “닮고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내가 만난 사람과 공간에서 드라마를 시작해야지 그 사람의 세계관을 가져오면 도용하는 것이죠.”홍콩을 배경으로 세기말 젊은이들의 사랑을 화려하게 표현했던 왕자웨이와 단막지왕의 감수성이 만나 어떤 그림과 이야기를 만들어 낼지 사뭇 기대된다. 윤창수기자 geo@
  • 2001 길섶에서/ 이슬비

    폭우가 사람들의 마음을 젖게 하고 아프게 했다.예전의비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본다. 이슬비,가랑비,안개비,여우비,소나기는 예쁜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친근했다.시나 소설,동요에서 가요에 이르기까지비는 가슴아픈 사랑이고 낭만이며 추억이었다.덕수궁 돌담길을 연인들이 우산을 쓰고 걷는 모습은 얼마나 멋스러웠던가.하지만 되풀이되는 폭우와 비피해는 낭만을 앗아가버렸다. 장대비,집중호우,기습폭우,게릴라성 폭우 등 이름도 징글맞다.비도 세월에 따라 난폭해지는 것인가.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비오는 날의 수채화).이제 비를 노래하는 시인이나 가수는 드물다.‘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빨간 우산,파란우산,찢어진 우산’(이슬비).더 이상 비오는 날 동요를 부르는 어린이도 드물다. 비는 이제 낭만도 아니고 동심도 아니다.이슬비는 없다?김경홍 논설위원
  • “인간을 사랑하게 프로그램된 로봇”

    물에 잠겨 이끼덮인 뉴욕,베니스,암스테르담.지구문명의상징인 도시들이 이상기후 현상으로 사라져버린 어느 미래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카메라가 초점을 맞췄다.그곳엔 두 종류의 인간이 함께 산다.‘진짜 인간’과 ‘메카(기계)인간’.진짜 인간이 로봇인간에게 질문을 던진다.“사랑이 뭐지?” 속이 광케이블로 꽉찬,사람보다 더 사람같이 생긴 여자로봇이 입력된 정보대로 덤덤히 대답한다.“먼저 동공이 확대되면서 혈관이 팽창하고….”스필버그 감독의 새 SF영화 ‘A.I.’(Artificial Intelligence·10일개봉)가 기대를 모으는 데는 배경이 있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사가 각본,감독,제작까지몽땅 책임졌다는 점.까탈스런 감독이 제작과정을 일절 공개하지 않은 ‘극비’마케팅 전략도 호기심을 부채질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실.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은 다름아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99년 타계하기 직전까지 공들였던 야심프로젝트라는 대목이다.스필버그가 완성시킨 큐브릭의 이 마지막 프로젝트에는 큐브릭의 색깔이 짙게 묻어난다.기계문명의 미래를 연민 가득한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로 그려낸 영화는,새삼 큐브릭의 SF걸작 ‘시계태엽 오렌지’를 복기하게 만든다. 로봇 제작 회사의 직원인 헨리(샘 로바즈)는 5년째 혼수상태인 아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내 모니카(프란시스 오코너)를 위해 아들을 똑닮은 로봇 데이비드(할리 조엘 오스먼트)를 입양한다.데이비드는 인간의 감정을 갖고,인간을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헨리 부부의 아들 역할을 대신하던 데이비드는 극적으로 회생한 진짜 아들이 돌아오면서 존재가치를 잃는다. 영화의 중심얼개는 그토록 사랑하던 ‘인간 엄마’에 의해 숲에 버려진 데이비드가 엄마를 찾아헤매는 2,000년동안의 모험담이다.그렇다고 장난삼아 시공을 넘나드는 어드벤처 영화쯤으로 봐선 오산이다.인공지능 로봇이라는 금속성 소재는,엄마의 사랑을 얻고싶은 나머지 진짜 인간을 소망하는 데이비드의 순수애 덕분에 ‘체온’을 얻는다.‘식스센스’‘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등에서 ‘연기신동’ 소리를 들어온 아역배우 오스먼트가 완벽한 감성연기로 콧등을 시큰거리게 한다.‘리플리’에서 재벌2세로 나왔던 영국출신 미남배우 주드 로는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는 섹스로봇으로 변신했다. 폐기처분된 사이보그 인간들의 재생장면이나 위기의식을느낀 인간들이 로봇을 불사르는 폐기물 축제 장면 등에서는 비애마저 감돈다.‘멋진 신세계’의 끝이 저기일까.상영시간 2시간24분. 황수정기자 sjh@. ■영화 통해 본 현대과학. ‘데몰리션맨’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이 사이버 섹스를 할때,‘바이센테니얼맨’에서 로봇인간 로빈 윌리엄스가 인간처럼 늙고 병들어 죽고싶어할 때,관객들은 번번이 놀랐다.SF영화는 미래를 앞질러 반영하는 거울이었으므로.그렇다면 ‘A.I.’는 어떨까.영화속에서 인공지능 인간을 소유하는 건 부의 상징이다.인간의 감정을 똑같이 가진 로봇인간은 한번 누군가를 사랑하도록 입력되면 영원히 돌이킬수가 없다. 그런 시대가 정말 올까.현대과학은 앞으로 20년 이내에 ‘A.I.’의 데이비드와 같은 인공지능 인간이 출현할 것으로 예견한다.일본 미쓰비시 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약 1조4,000억 달러의 세계 로봇시장 가운데 가정용·개인용 로봇시장이 4,000억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세계 로봇산업의 주도권을 쥔 쪽은 일본이다.국내 인공지능기술 개발업체인 씨컴테크의 최승석 대표는 “일본의 세계적 로봇제작사 IS로보틱스사는 세계최초로 인터넷으로 원격조작할 수 있는 ‘아이로봇’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당장 3∼4년 뒤엔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할 거라는 예측. 국내 기술수준은 반인반수 모양으로 악수나 나무절단 등단순동작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센토’가 개발된 정도다. 재미난 상상 하나.먼미래에 감정을 가진 로봇인간이 진짜인간에게 사랑을 고백해온다면? 진짜인간은 그 감정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 [굄돌] ‘X나게’ 서 ‘절라’까지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술김에 내뱉은 ‘X같은’이란 욕설이 한동안 장안의 화제였다.점잖은 각 일간지들은 추의원의 그 말을 바로 활자로 싣지 못하고 ‘X’로 바꾸어 표기했다.우리 욕설은 남녀의 성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X같은’,‘X나게’,‘X 빠지게’ 등등.추의원의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나는 먼저,추의원이 정치권에서는 젊은 층에 속할지라도어쩔 수 없는 구세대에 속한다는 생각을 했다.요즘 젊은 세대는 ‘X같은’이나 ‘X나게’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X나게’만 하더라도 ‘졸라’,‘절라’ 등으로 순화시켜 사용한다.‘X나게’가 ‘졸나게’로,‘졸라’로,‘절라’로 변한 것이다.국어학적으로 본다면 음운 생략,자음변이,모음변이가 차례로 일어난 것이다.‘X나게’가 완전히 어감이다른 ‘절라’로 변한 것이다. 요즘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졸라’나 ‘절라’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한다.최근 인터넷에서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플래쉬 애니메이션에 ‘졸라맨’이란 것이 있다.또 개봉 영화인 ‘엽기적인 그녀’의 광고 포스터에는 “전지현·차태현의 절라 유쾌 사랑이야기”라는 것이 적혀 있다.만화 제작자나 영화사에서 엽기성을 강조하기위해 의도적으로 그 말을 사용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이미 ‘졸라’나 ‘절라’는 어원적 의미를 벗어나 버린 것으로 보인다.이런 일도 있었다.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한 여학생이 나를 보더니,웃으면서 “선생님,시험 졸라 어려웠어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교수 앞에서 여학생이 ‘X나게’라니.그래서 ‘졸라’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 보았다.그 여학생은 “‘몹시’,‘아주’,‘굉장히’ 그런 뜻 아닌가요”라고 대답했다.나는 그러냐고 하고그 자리를 모면했다. 불과 십수년도 지나지 않아 ‘졸라’에 대한 언중(言衆)의감이 그렇게도 달라진 것이다.수백년이 지난 후에 어원학자들 사이에 “‘절라’는 ‘전라(全裸)’에서 온 말이다,‘X나게’에서 온 말이다” 라는 등의 이설(異說)이 분분할지도 모르겠다.그때 만약 추미애 의원의 전기(傳記)가 있다면,정설(定說)이 밝혀질지도 모르겠다. 하응백 문학평론가 국민대겸임교수
  • ‘취화선’임권택감독 “회화와 영상 멋진만남 될것”

    임권택 감독(65)이 최근 98번째 영화를 크랭크인했다. 그 날은 이른 아침부터 찌는 듯 무더웠다.태흥영화사가 만드는 ‘취화선’의 제작발표회가 있던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필동의 남산골 한옥마을.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행여라도 분장이 얼룩질까 배우들은 내내 어쩔 줄 몰랐다.눈썹 하나 꿈쩍않는 이는 오직 임감독 뿐이었다.새로운 영화를 찍는, 결연한 자세를 나타내듯 머리는 바짝 짧게 자른스포츠형이었다. “내 대표작은 다음 영화”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명장답게 제작 일성도 듬직했다.그는 이번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그림을 소재로 영화를 찍는다. “‘춘향뎐’에서는 판소리와 영상을 조화시켰지요.이번에는 소리가 아니라 그림입니다.회화와 영상이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만날 수 있을까,요즘은 온통 그 생각뿐이에요.” 몇달동안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해왔던 임감독이다.“‘서편제’처럼 기억에 남을 길고 좋은 길을 찾아 몇달이나 헤맸는데,아직도 못 찾았다”며 한숨을 섞었다.며칠전까지도남도쪽으로 촬영지를 뒤지고 다니느라 얼굴이며손이며 새까맣게 탔다. ‘취화선’은 19세기 조선의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1843∼1897)의 일대기를 얼개삼아 그의 예술혼과 한(恨),사랑이 얽힐 영화다.시나리오는 도올 김용옥이 맡았다.제목뜻 그대로 ‘그림에 취한 신선’ 장승업 역에는 최민식.그가 평생동안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 매향 역에는 유호정이캐스팅됐다.전작들과는 달리 신인을 뽑지 않았다. “막연히 장승업의 생애를 영화로 옮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오래됐어요.한 20년전부터니까.그런데 검증된 자료가 제대로 있어야 말이지.그러다 지난해 12월 서울대에서 장승업 전시를 하길래 이젠 때가 왔구나 하고 덤벼든 거라고.영화개봉은 아마 이르면 내년봄쯤 될 걸로 봐요.” 제작비는 약 50억원.“한 30억원쯤 생각했는데,하다보니너무 커졌다”고 그는 말했다.철저한 고증에 촬영시설을따로 갖춰야 하는 시대물이라 예상치 않게 제작비가 많아졌다. 그가 ‘국민감독’을 넘어 세계적 감독으로 우뚝 선 건이런 덕목 때문일 것이다.만들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모두들 외면해버린 소재와방식.지금 장승업이라니….사실 요즘 영화판에서 수십억원씩 모으는 것은 일도 아니다. ‘대박’영화가 투자자의 꿈을 부풀리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웬만한 데뷔작도 50억∼60억원은 거뜬히 모은다.새로 ‘입봉’하는 새내기 감독들도 이돈으로 서너달만에 ‘뚝딱’영화 한편을 끝낸다.또 요즘 찍는 영화는 모두 연말크리스마스 대목을 겨냥하는 것이다.이런 마당에,임감독은왜 영화찍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그런 어려운 길만 찾아다닐까.그의 대답은 민망할만큼 속깊고 여유있었다. “생각해보니 장승업과 나는 아주 많이 닮았습디다.그는화가로서 한평생을 살았고, 나는 감독으로 긴세월을 살고있어요. 창작의 환희를 생명줄 삼아 살았다는 것도요.장승업의 그림인생과 내 영화인생이 조용히 합쳐지는 영화가되는 겁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느리게 느리게,후회없도록 꼼꼼히’ 영화를 찍겠다는 ‘장인의 고집’이 그의 느린 말투속에 여실히 담겨 있었다. 황수정기자 sjh@
  • 물과 얼음과 사랑의 대축제 ‘물랑루즈 판타지’

    서울랜드는 지난 14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매일 야간개장과 함께 ‘물랑루즈 판타지’를 개최한다. 한낮의 불볕더위를 날려버릴 ‘떴다 아이스맨’을 비롯,오후 7시 베니스무대에서 펼쳐질 ‘콩쿠르 아이스송’,풍선 10개씩을 들고 2∼3명이 한 팀이 돼 물대포를 교환하는‘물대포전쟁’, 3인 이상 가족이 여름의 대표 과일 수박모양의 블록을 쌓아 완성하는 ‘도전 수박점프왕’ 등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영화광들을 위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삼천리 대극장에서 ‘엽기적인 그녀’‘신라의 달밤’‘진주만’‘미이라2’ 등을 무료 상영한다. 저녁 5시부터 10시까지는 3,000평 꽃길 산책로에서 온갖귀신이 출몰하는 ‘호러-존’이 산책객을 놀라게 한다. 오는 21일부터 8월26일까지는 새내기 커플을 위해 새롭게만든 데이트코스 ‘엽기적인 그녀와 사랑만들기’가 마련된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과연 찰떡궁합인 지를 알아보는 ‘사랑의 궁합’으로 출발해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호수에 동전을 던지는 ‘사랑의 연꽃분수’,귀신동굴의 공포체험을 통해 어려움을 함께 할만한 짝인 지를 알아보는 ‘사랑의 전율’,상대의 마음을 한번 잡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로데오 레스토랑에서의 데이트,아찔하게 온몸을 맡기는 놀이시설 SKY-X코스에서 서로의 팔뚝을 붙들어잡는 진한 스킨십을 나눈다. 이후 댄스무대,결혼체험관, 락카페 놀이기구,비어 페스티벌 등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참가 커플 중 가장 엽기적인 포즈와 음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커플에게는 유럽여행권과 동남아여행권 등 푸짐한상품이 주어진다. 다음(daum),서울랜드 회원전용 인터넷 사이트(sl2),엔탑(N-TOP) 회원들은 커플 자유이용권을 3만원에 특별할인해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임병선기자
  • 中, 한국TV프로 완전 개방

    중국이 오는 8월부터 한국 TV프로그램을 완전 개방하기로 했다. 한국문화관광주간 행사에 참석키 위해 중국을 방문중인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은 17일 베이징(北京)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16일 쉬광춘(徐光春) 방송총국장과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중국정부는 그동안 시간대 조정과 수입쿼터 배정 등의 방법으로 한국 등 외국 TV프로그램에 대해 규제해왔다. 김 장관은 “중국이 한국 TV프로그램을 완전히 개방하기로한 것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고,여러편의 한국 TV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대륙에는 지난 95년부터 ‘사랑이 뭐길래’‘미스터 Q’ ‘며느리 삼국지’등 한국 드라마 10여편이 방영돼 ‘한류(韓流·한국의 유행이 몰려온다는 뜻)’붐을 조성해왔다. 김장관은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1988년서울올림픽 개최 노하우를 전수하는 가칭 ‘한·중 베이징올림픽 지원 협의체’를 빠른 시일내 구성하기로 웬웨이민(袁偉民)중국국가체육총국장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khkim@
  • 첸 카이거 감독 “흥미로운 한국설화에 끌렸어요”

    최인호 원작의 한국영화 ‘몽유도원도’(제작 빅뱅크리에이티브)를 연출하기로 한 ‘패왕별희’의 중국감독 첸 카이거(陳凱歌·49)가 연출의 변을 밝히기 위해 13일 서울을찾았다. 그는 프라자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한국영화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앞으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인삿말을 대신했다. 2003년 개봉예정으로 오는 11월 촬영에 들어갈 영화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도미설화’를 주요소재로 한 작품. 개로왕과 충신 도미,도미의 부인 아랑이 엮는 비극의 사랑이야기에,사라진 제국 한성백제의 비밀이 곁들여지는 대서사 드라마로 탄생될 예정이다.이룰 수 없는 사랑에 파멸해가는 개로왕 역에는 이정재가 캐스팅됐다. “이정재가 출연한 ‘태양은 없다’를 인상깊게 봤습니다. 어젯밤 처음 그를 만났는데 잘생긴 외모에 먼저 놀랐고,이야기를 하다보니 선악이 혼재하는 연기가 가능한 좋은 배우같아 무척 즐거웠어요.” 한국의 전통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연출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그는 준비된 듯 명쾌한 대답을 했다. “1년전에 연출제의를 처음 받았습니다.소설 자체가 무척흥미로웠고요. 아시아의 영화인들이 힘을 합해 동양적 정서와 특색을 살린 영화를 세계무대에 선보이고 싶습니다.” 또 동양적 정서로 일관하던 이전의 작품들과는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를 묻자 “사랑이야기 위주로 극을 이끌어갈것이며,요즘 관객들이 좋아하는 요소 즉 파격적 언어와 표현법 등을 과감히 가미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시대물의성격을 띠되 로맨스와 액션, 컴퓨터그래픽을 동원한 특수효과를 많이 가미해 속도감있는 영상을 만들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할리우드 진출작 ‘Killing mesoftly’의 연출 소감도 빠뜨리지 않았다.“스태프나 배우들이 철저히 프로의식을 갖고 촬영에 임하는 합리적인 태도는 인상적이었어요.우리들이 배울 점이었습니다.” 감독은 “‘몽유도원도’를 찍기 전까지 몇달동안 바이올린을 소재로 현대 중국인들의 모습과 애환을 담는 ‘북경바이올린’을 찍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약 80억원이 들어갈 영화는절반 정도가 중국에서 촬영될예정이다. 국내 배우들이 출연하며,시나리오는 ‘신용문객잔’‘황비홍’ 등을 쓴 중국작가 청탄(長炭)이 최종 수정작업한다. 황수정기자 sjh@
  • [조약돌] 굿 효험 못봤으면 비용 돌려줘야

    굿을 한 뒤 효험을 못 봤다면 비용 일부를 돌려받을 수있다는 결정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3단독 전광식(全廣植)판사는 “굿을 했지만소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모씨가 무속인 전모씨를 상대로 낸 6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4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전 판사는 강제조정 이유에 대해 “피고가 원고에게 ‘유부남과 살 수 있도록 해주겠으니 굿을 하자’고 말한 데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지만 이를 그대도 믿은 원고도책임이 있는 만큼 전액을 돌려 주라고는 할 수 없다”고설명했다. 오씨는 평소 직장 동료를 짝사랑하던 중 무속인으로 유명한 전씨에 대한 기사를 여성 잡지에서 보고 전씨에게 ‘짝사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며 굿을 부탁,600만원을들였으나 효험이 없자 소송을 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타인의 취향’…‘다름’을 인정할때 사랑은 온다

    식사자리에서 지저분한 농담을 즐기는 사장 아저씨가 연극배우에게 반한다.그런데 이 남자,꽤 열심이다.그녀의 취향을 좇아 연극,미술 감상에 문학서적을 읽고 급기야 콧수염까지 밀어버린다. 프랑스 영화 ‘타인의 취향’(Le gout des autres·14일 개봉)은 젊은이들의 발랄한 사랑이야기뿐 아니라 중년의 미묘한 감정도 즐거운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 있음을 여성감독아녜스 자우이가 직접 연기까지 하며 보여준다. 천박한 부르주아가 세련되고 낭만적인 노처녀 연극배우에게빠져 점점 변하는 과정은 웃기면서도 잔잔한 감정의 물결을진실하게 전한다.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디가드와 바텐더,여자친구에 채이는 운전기사,남편에게 배신당하는 우아한 부인 등 사랑과 취향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가 얽힌다. 영화는 결국 타인의 취향을 인정할 때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를 전한다.마지막에는 독일 영화 ‘파니핑크’에서도 인상적인 주제가로 쓰였던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난 절대 후회하지 않아’가 흐르면서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는 웃음을보여준다. 일상에서 인생의 맛을 표현하는 코믹 대사와 배우들의 천연덕스런 표정연기는 무더위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찾기에 손색없다. 윤창수기자 geo@
  • 새달 개봉 예정 ‘아이 러브 유’ 주연 김남주씨

    새달 개봉 예정 ‘아이 러브 유’ 주연 김남주씨

    어느 여배우를 ‘산소같은 여자’라고 부른다면,김남주(30)는 ‘소다수같은 여자’다.무슨 질문에든 뜸을 들이는 법이없다.‘톡’치면 ‘톡’하고 금세 반응을 돌려주는,보기 드물게 명쾌하고 말 잘하는 배우다.목조주택 몇채가 옹기종기 모인 경기도 용인의 한터 전원마을.오는 8월 25일 개봉예정인 영화 ‘아이 러브 유’(제작뮈토스필름)의 끝부분을 찍는 세트장이다.유난히 고즈넉한공간에서 그는 예상대로 내내 ‘분위기 메이커’다. “꼭 한번은 하고 싶었던 역할이에요.아껴뒀다가 다음에 마지막 영화로 찍고 싶던 작품유형인데,어쩌다 첫 영화가 됐네요.” 영화는 문희융 감독의 데뷔작이다.네 남녀가 엇갈린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감성멜로.그런데 이렇게 뭉뚱그려 정리하면여주인공은 투덜투덜댄다.“그렇게 간단한 사랑이야기가 아닌데….” 너무 애절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영화,울고 싶은데 끝내 울지 못할 영화,눈앞이 흐려지고 가슴 멍멍해지는 영화….첫 영화이니 애착이 오죽할까.알듯 모를 듯한 얘기들로 열심히 나름대로 정의를 해보인다. 영화 ‘미인’으로 얼굴을 알린 몸매좋은 남자 오지호가 상대역을 했다.김남주는 결혼을 앞두고 뜻밖의 사랑을 만나 갈등하는 비디오 저널리스트다. 94년 SBS공채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으니 올해로 연기생활 7년.TV드라마 한편만 히트해도 당장 영화쪽으로 눈을 돌리는판에,그의 스크린 나들이는 늦은 감이 있다.TV드라마와 영화,어느쪽 연기가 까다롭냐고 물었다.그의 해법은 예상했던 대답과는 거꾸로다.“TV쪽이 더 어렵다는 걸 몸으로 깨닫는 중이에요.방송촬영에서는 분초를 다투잖아요.카메라가 감정이잡히도록 기다려주냐 하면,그게 아니거든요.길고 느린 호흡으로 가는 영화는 배우의 감정이 최상이 되길 기다려주더라구요.” 그러면서 토를 단다.“영화가 만만하단 얘기는 절대 아니에요.엉엉 울지 못하고 슬픔을 속으로 삭여야 하는 연기가 얼마나 어려웠는데요.” 영화를 찍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부터다.늘어지게 아침잠을 자본 게 언젠지 모른다.MBC 주말극 ‘그여자네 집’ 녹화 때문에 일주일에 나흘은 또 꼼짝없이 방송국에 붙들려 있어야 한다. 선머슴같이 꾸밈이 없다.“긴머리 가발이 덥고 불편하다”며 쓱쓱 머리를 문지르는 그에게 영화 속에서처럼 가슴아픈사랑을 느낀 적 있냐고 물었다. 날쌔게 돌려주는 대답.“그럼요,굉장히 많았죠.” 계산없이확 터뜨리는 웃음소리가 지나가는 소낙비처럼 달고 시원하다. 황수정기자 sjh@
  • 디지털 애니메이션 ‘마리‘중간 발표회 가진 이성강 감독

    가족단위로,또는 연인끼리 나란히 손잡고 가서 볼 수 있는국산애니메이션은 없을까.오는 12월 이런 애니메이션이 한편 선보일 전망이다.디지털 팬터지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제작 씨즈엔터테인먼트)가 그 것.애니메이션은 보통 성인 또는 아동용으로 대상층이 확연히 나뉘지만,이 애니메이션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스토리의 폭을 넓혔다.이성강 감독(39)은 최근 열린 중간제작 발표회에서 영화관계자들로부터 “일본이나 미국의 수준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칭찬을 받고는,내내 환한 표정이었다.이 감독은 단편만화영화에서 국내 정상으로 정평나있고,이번에 처음 장편에 도전한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었음직한 이야기와 기억을 일깨워봤어요.차가운 컴퓨터로 따뜻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려 합니다. ” 크리스마스 즈음 개봉을 목표로 한창 작업중인 ‘마리 이야기’는 12세 소년과 신비의 소녀가 엮는 동화같은 사랑이야기.디지털 방식으로 입체감과 서정성을 두루 살리기 위해 2D와 3D를 섞어 만들고 있다.선(線)을 쓰지 않아 따뜻한느낌을 준다.그러면서도 배경과 주변사물들이 입체적으로 묘사됐다.그는 “선이 들어가는 기존의 셀(Cell)애니메이션 방식만으로는 원근이나 공감각을 살려내기가 어렵다”면서 “장면들을 일일이 3D로 찍은 다음 그걸 바탕으로 다시 2D작업을한 덕분에 회화적 분위기를 내는 데 성공한 듯하다”고 자평했다. 이쯤되면 80분짜리 영화가 탄생하는 데 근 3년이 걸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영화가 처음 기획된 건 98년 10월.이후 “완벽주의자”(주변사람들이 이감독을 이렇게 부른다) 감독 아래서 35명의 애니메이터들은 야근을 밥먹듯 했다. 제작비 30억원이 들어간 이 영화에 업계가 쏟는 관심은 크다.“괜찮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더라”는 입소문이 진작부터 무성했다.배급도 시네마서비스가 책임지기로 나섰다. 이감독의 ‘명성’덕분이다.그는 지난 98년 단편애니메이션‘덤불속의 재’로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앙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재능있는 감독이다.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80년대말 뒤늦게 그림공부에나선 ‘늦깍이’ 화가이기도 하다. “졸업후 7년동안 혼자 그림을 그렸죠.소그룹 전시회도 가져봤어요.그런데 컴퓨터를 배워 그림을 움직이게 해봤더니 그게 무진장 재미있더라구요.”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로 입문하게 된 동기는 싱거울 정도로 단순하다.컴퓨터 보급이 일반화된 95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니 그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1세대 작가이다. 그는 “‘마리이야기’가 사랑과 추억을 일깨우는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장편영화의 정서를 해치지만 않는다면 TV용으로 다시 만들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 청소년 갈등·방황·꿈 투영

    방학을 앞두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극들이 앞다투어 무대에 올려지고 있거나 선보일 예정이다.요즘 청소년 연극은청소년들의 갈등과 방황,꿈을 그들만의 코드 그대로 살리기위한 것들이 주조를 이룬다.이 가운데 극단 까망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001’(11월30일까지 까망소극장),연희단거리패의 청소년 뮤지컬 ‘천국과 지옥’(11∼15일 학전그린 소극장),극단 아리랑의 ‘2001 첫사랑’(8월26일까지 소극장 아리랑)등 주목받는 세편을 소개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001(이문열 원작,이용우 각색 연출)=1989년 극단 까망이 초연한 뒤 오랜동안 대학로 무대에서 인기를 얻어온 작품.최근 심각한 지경에 이른 학교와 교권의 붕괴,그리고 집단이기주의를 극속의 작은 교실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좌천된 아버지를 따라 시골학교로 전학한 초등학생이 그곳 학교에서 겪는 갈등구조 속에 폭력과 권력의 구조적 문제,그리고 우리 교육의 낙후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특히 교실 붕괴와 집단 따돌림 현상을 통해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는 많은 문제점을 비춘다. ●천국과 지옥(오펜바하 원작,남미정 재구성 연출)=지난 1980년대의 ‘방황하는 별들’이후 청소년 뮤지컬이 전무한 실정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작품.연희단거리패가 젊은 배우들로뮤지컬 전문극단 STT뮤지컬컴퍼니를 구성,기존 브로드웨이뮤지컬과 차별화한 양식으로 제작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오펜바하의 파격적인 오페레타 ‘지옥으로 간 오르페오’를 원작으로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재구성·편곡·안무한 뮤지컬.지상의 인간 오르페오와 그의아름다운 여인 에우리디체,천상의 신 제우스와 악마의 왕 플루톤 사이에 전개되는 사랑의 드라마를 요즘 젊은이들 이야기로 대체했다.대학 캠퍼스 새내기들 사이의 사랑과 질투,우정의 드라마.뮤지컬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사랑과꿈을 키워나가는 성장극 형태로 꾸몄다.힙합과 라틴댄스,하드록 등 다양한 장르의 퓨전을 통해 원작의 분위기를 쉽게느낄 수 있도록 했다.힙합그룹 TNT가 안무구성을 맡고 특별출연한다. ●2001 첫사랑(방은미 작·연출)=입시와 친구,이성문제 등 10대 청소년들의 고민을 솔직하게 다루어 98,99년 공연당시 청소년들의 호응을 얻었던 작품.요즘 세태에 맞게 다시 꾸민앙코르공연이다.기숙학교라는 특수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학생들의 꿈과 가치관을 고교 풍물반에서 만난 민석과 수진의 첫사랑의 기억을 통해 풀어낸다.혼돈과 희망이 교차하는 요즘 청소년들을 그들의 생각과 정서 그대로 묘사한다.아름다운 핑크빛 추억으로만 남는 첫사랑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부대끼는 현실 속에서 그들이 실제로 겪는 요즘식 첫사랑이야기다.화려하고 현란한 댄스뮤직과 힙합대신 밥그릇,쓰레기통,물통을 이용한 사물놀이 등 우리가락과 장단을 주로 썼다. 김성호기자 kimus@
  • [굄돌] 언론사 세무조사 공방의 허실

    탈세와 관련해 국세청의 신문사와 신문사 사주에 대한 고발로 정국이 뒤숭숭하다.정부와 여당은 납세의 의무에 예외는 없다는 입장이고,신문사나 야당은 언론 장악을 위한언론 탄압이라고 맞서고 있다.정부의 논리를 A,신문사의논리를 B로 하자.자신의 이익이나 정치적 판단 아래 정치인,각 언론들은 A가 옳으냐,B가 옳으냐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이들 둘은 모두 문제점을 갖고있다. A는 이른바 원칙론이다.원칙론도 한계가 있다.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면 그렇다.언론사와 사주들의 부당행위가어제오늘의 일이 아닐진대, 왜 하필 대선이 멀지 않은 이시기에 그런 용기를 냈는가 하는 것이 A의 약점이다. B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사회의 각종 비리를 찾아내야 할 의무가 있는 언론은 누가 털어도 먼지가 나지않아야 한다.구린 것이 있으면 언젠가는 타협하거나 굴복하기 마련인 것이다.특히 메이저 신문사들의 족벌경영을위한 증여세,상속세 탈루 혐의는 철저히 조사되어야 마땅하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봉건 잔재인 세습체계이다. 재산과 지위의 세습이 도처에서 편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기업이나 언론 창업자의 자손이 대를 이어 경영자가 되고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먼 나라 이야기다.2세,3세의 세습경영 자체가 근대 국가에서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기업이나언론이 빵집도,구두방도,구멍가게도 아닌데 말이다.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전(前)대통령의 아들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한때 소통령으로 불리기까지 했다.가신정치라는것도 그렇다. 도대체 근대국가에서 대통령의 가신은 어디에서 온 유령인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계에서도 실력을불문하고 내 자식, 내 사위,내 제자를 교수로 심는데 혈안이고, 중소기업까지 자신의 혈육으로 대를 잇는 데 골몰한다.그건 사랑이 아니라 망국적 행위다.세습의 보편화는 기회 균등을 차단하여 개인 능력 개발을 말살한다.이런 대한민국이 국가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을 꿈꾸는가? 말 그대로연목구어(緣木求魚)다. △ 하응백 문학평론가 국민대 겸임교수
  • 하성호 지휘자 “세계서 인정받는 악단으로 우뚝 설 것”

    “연주를 밥 먹듯 자주 하다 보니 벌써 13년이란 세월이흘렀다는 게 실감나지 않습니다.미국 중국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일본 공연까지 성사시켜 명실공히 세계시장에서인정받는 팝스오케스트라로 우뚝 설 겁니다.”7월 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13주년 기념음악회를 갖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하성호(49)는 그만큼 바쁘게 살아왔다.국내 최초 팝스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이래 1,600회를 넘긴 연주횟수가 그런사정을 말해준다.그중 1,500회 이상을 직접 지휘했다. 사흘에 한번 꼴이다.지휘가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하는 작업이고,카라얀의 평생 지휘 회수가 800회인 점을 감안하면 가히 ‘엽기적’인 기록이다.그래서 지난해에는 밀레니엄 기네스북에 오케스트라 최다 연주 지휘자로 올랐을 정도다. “80대까지 지휘를 계속하면 3,500회 정도는 하겠죠.”이같이 경이적인 활동은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청와대든 교도소든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그의 음악 철학 때문에 가능했다.7년 전 장애인시설 연주에서 ‘소리 없는 박수’를 받고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과,태백 야외공연에서 폭우로 전기까지 끊긴 상황에서도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바짝 다가와 연주를 감상하던 모습은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전국의 문화소외지역을 수시로 찾아가는 ‘푸른 음악회’와 매월 열리는 ‘덕수궁가족음악축제’를 지방 연주의대명사와 서울시민의 사랑받는 음악회로 정착시킨 데 대해긍지와 자부심을 느낍니다.” 둘 다 10년째 이어지는 문화관광부 주관 최장기 행사다. 협연을 안해본 가수도 거의 없다.기억에 남는 음악인으로성악가 중에 끼있는 조수미,가수로는 가창력이 뛰어난 조관우를 꼽는다.“예술도 상품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며 마케팅을 강조한다. 그는 15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다 서울올림픽에 뭔가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에 귀국한 지 한달만에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전원 비상근 단원으로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올림픽 개막 사흘 전에 연 창단 연주회는 예상밖에 완전 매진이었다.가수 김종찬과 테너 박인수에게 ‘사랑이 저만치 가네’를 함께 부르도록 해 국내 퓨전음악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아무튼 당시 확인된 문화행사에 대한 갈증은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이제는 상근 단원 70명을 자랑하는 수준높은 팝스오케스트라로 자리잡았다.연주 중간에 던지는 시사성 있는 발언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가 클래식으로 편곡한 팝송 등을 들려준다.바리톤 김동규,바이올린 김순영,첼로 홍성은 출연.(02)593-8760김주혁기자 jhkm@
  • [클린 사이버 2001] (3-2)무너지는 학교

    서울 A중학교 B교사(남)는 지난달 황당한 경험을 했다.어느날부터 자신을 좋아한다는 한 여학생의 e메일이 익명으로 매일같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시간과 장소를 말하며 그자리로 나오라는 것이었다.따끔하게 혼을 내려고 했으나 발신한 e메일 주소는 엉터리였다.그러더니 10여일 뒤부터는 욕설로 도배질한 e메일이 계속됐다.B교사는 같은 학교 학생으로 추정되는 ‘범인’이 매일 자신을 보고 있는 것같아 수업 때마다 찜찜했다. 지난해 말 대전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C군이 자신을 헐뜯는 글이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데 충격받아 며칠동안 학교에 가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C군이 인기가수와 변태적인성관계를 갖는다는 내용으로 성인들도 입에 담기 힘든 내용이었다.수사에 나선 경찰이 잡은 범인은 같은 반 친구 D양.D양은 “그냥 올려보고 싶었고,C군을 택한 것은 그냥 학생회장이니까 생각나서 그런 것뿐”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올 초에는 전남 광주에서 인터넷동창회 사이트에 회원으로등록한 중학생들에게 e메일을 보내 “반 아이들에게서돈을걷어 은행계좌로 입금하라”고 협박한 중학생 등 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지난 3월에는 전교 수석을 다투는 중2 여학생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성 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검찰이 지난해 말 ‘음란물 사냥대회’를 통해 검거한 음란사이트 개설자 12명 가운데 10명이10대였다. 전남 H중 1학년 김모군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면서 음란물을 본 학생들을 조사했는데,우리 반 33명 중 4분의 3이 봤다고 했다”고 말했다.미국의 심리학자 킴벌리 영의 인터넷에 대한 정의처럼 학교가 ‘경찰없는 거대한 도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즉흥성과 충동성] 많은 심리학자들은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된 이후 자극에 대한 정신적 저항력이 크게 낮아졌다고 지적한다.리셋(Reset)증후군과 같은 현상을 대표적인 원인으로꼽는다.리셋은 PC가 다운됐을 때 버튼 하나만 눌러 다시 부팅하고,게임을 하다가 죽더라도 금세 새로 판을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지금까지 벌여놓은 일이나 인간관계를 깨고 손쉽게 다시 시작함으로써 참을성없는 행동과 자기위주 행동,책임감없는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폭력성 심화] 총을 맞으면 사지가 떨어져 나가고 참혹하게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심리적으로 폭력성이 높아진다.지난해 3월에는 버추어파이터 철권 킹오브파이터 하우스오브데드 같은 폭력적이고 잔혹한 게임을즐기던 중3 학생이 우발적으로 여중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소년원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폭력적인 화면이 어떤영향을 미치는 지를 조사한 결과,폭력적인 성향이 강한 청소년일수록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연구결과도 있다. [그릇된 정서와 도덕적 불감증] 초중고생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는 상대방의 캐릭터를 죽이는 ‘플레이어 킬링’(PK)이 가능하다.비신사적인 행위로 통념상 금지돼 있지만 거의 유명무실하다.온라인상의 아이템을 사고팔면서 사기도 자주 일어난다.온라인상 패거리문화도 만연해 현실세계에서 파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음란물 사이트는 청소년들에게 이성에 대한 개념을 극도로왜곡시키고 있다.포르노물을 통해 이성을 사랑이 아닌,육체적 관계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포르노물에탐닉하다보면 청소년기를 지나서도 실제 성기능이 약화되는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우리말 글의 파괴] 경기도 E초등학교 교사 Y씨는 “5학년인 반 아이들을 상대로 문장 받아쓰기 시험을 봤더니 다 맞는아이가 1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통신에서 쓰는 말이 청소년들 사이에 만연해 한글의 파괴가 심각하다.안냐세여(안녕하세요) 이써써여(있었어요) 어떠카면조쳐(어떡하면 좋죠)샘(선생님) 같은 축약어·변형어부터 담탱이(담임교사) 깔따구(이성친구) 등 속어·비속어가 판을 친다.맞춤법·띄어쓰기에 약할 뿐 아니라 아예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학생들도 많다.뜻만 통하면되지 않느냐고 따지는 아이들까지 있다고한 교사는 말했다. [PC방을 제자리로] PC방을 ‘PC방’이라고 부르는 청소년은거의 없다.보통 ‘껨방’으로 통한다.PC방에서 주로 게임을하는 탓이다.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등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이곳에서 할 수 있어 온라인게임 이상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PC방 업주들이 청소년 탈선을 조장한다는 지적도많다.음반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PC방에는오후 10시 이후에는 미성년자의 출입을 막아야 하지만 이를지키는 곳은 많지 않다.지난해 YWCA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PC방 100곳 가운데 42곳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균기자 windsea@. ***‘깨끗한 미디어 운동’김성천대표. “남학생들은 게임중독이,여학생들은 채팅중독이 가장 심각합니다.학부모와 상담해 보면 하루 4∼5시간씩 빠져있는경우가 보통이지요.특히 부모가 맞벌이 부부인 경우는 더욱심각합니다”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대표 김성천(金聖天·29·과천 중앙고)교사는 주위에서 ‘강경파’로 통한다.그는 사이버 공간의 질서가 저절로 바로잡힐 것이라는 낙관론자들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한다.이대로 가다가는 청소년들이 정신적인 자정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염려한다. “아이들에게 인터넷을 왜 하느냐고 물으면 대개 ‘심심해서’라고 말합니다.여기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심심해서 접속을 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일부 어른들의 그릇된 행태가 사이버공간속의 청소년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다”며 최근 제자가 겪은 사례를 소개했다. “얼마 전 1학년인 우리반 학생 하나가 채팅을 하다가 주부한테 유혹을 받았다는 얘기를 하더군요.어떤 아주머니가채팅쪽지를 보내 용돈을 주겠다며 ‘원조교제’를 하자고했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인터넷의 문제점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나름대로 객관적인 문제점도 제시하고 자기들끼리 옳은 소리도 많이 합니다.그러나 청소년들은 가치판단보다는 재미와흥미에 1차적으로 영향받게 되지요.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말입니다” 김교사는 “정부와 학교·가정이 힘을 모아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혁신적인 사이버 정화운동에 나서지 않으면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균기자
  • ‘THE QUEEN’ 7월호 발행

    최고급 리빙 문화 정보지 ‘THE QUEEN’ 7월호가 22일 발행된다.이번호에는 작지만 매력으로 가득찬 이탈리아의 아파트,선인장으로 꾸민 이국적인 코너,스틸 느낌의 여름 가구,테이블 위의 주방도구,쿨 화이트 소품,바캉스 리빙 소품 등 시원한 여름나기를 위한 알차고 품격있는 리빙&인테리어 정보를 담았다. 또 탤런트 최란과 농구감독 이충희의 사랑이 넘치는 집,미술평론가 한젬마의 감성 공간도 소개했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패션 리더를 위해 화이트 골드 주얼리,바다 여행을 위한 소품,남성 스포츠 용품,뉴 마린 룩,여행을 위한 패션 아이템,여름 필수품 ‘선글라스’ 등 다채로운패션 정보를 감각적인 화보로 꾸몄다.이와함께 미스코리아 5인의 뷰티 노하우,산뜻한 서머 스킨케어,2001 서머 메이크업 키워드,피부 진정 화장품,여행을 위한 뷰티 패키지 등 여름철 피부 관리를 위한 유익한 뷰티 기사도 눈길을 끈다.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을 앞두고 암스테르담에서 하를렘까지 네덜란드 여행, 최후의 비경 알래스카 빙하여행,환상적인수중세계를 체험하는 스쿠버다이빙 투어 등 풍성한 레저기사도 마련했다. 이밖에 결혼을 앞둔 아나운서 황현정,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김혜자,재일교포 아티스트 양방언,여성감독 재키 곽,베이스 오현명과 소프라노 박정원 등과의 인터뷰 기사도 흥미롭다. 모든 독자에게 별책부록으로 단행본 ‘미술평론가 정진국과 떠나는 로맨틱 유럽 투어’와 ‘해외 톱 브랜드 뉴 럭셔리워치 카탈로그’를 무료 증정한다.정가 6,500원.
  • 아름다운 사랑에 상쾌한 아침

    ‘술은 입으로 들고/사랑은 눈으로 드는 것/우리가 늙어서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오직 그것 뿐/나는 술잔을 들어/그대를 바라보며 한숨을 짓네.’ 아일랜드의 상징주의 시인 예이츠의 ‘술노래’다.예이츠는 쌉쌀한 술맛을 알아가는 원숙한 나이에 비로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오는 사랑을 깨닫는다.그런 사랑을 ‘죽기 전에알아야 할 오직 한가지’라고 칭송한 것이다. 이 시처럼 요즘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사랑이 한층 원숙해지고 있다.그동안 아침 드라마의 문제로 지적됐던 불륜 등의자극적 소재에서 탈피,상처있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아침을 상쾌하게 한다. KBS2 ‘꽃밭에서’,SBS‘이별없는 아침’,MBC ‘내 마음의보석상자’의 주인공들은 젊은날 한번쯤 사랑을 해봤다.그러나 ‘이제 내 인생에서 사랑은 떠났다’고 느꼈을 때 주책없이 찾아온 사랑은 입밖에 꺼내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소중하고 감미롭다. ‘꽃밭에서’의 왕인희와 한재섭은 젊은 날 잠깐 연인이었던 처형과 제부.사소한 오해로 헤어질 정도로 젊고 어리석었던 두사람에게인희의 동생이자 재섭의 아내가 죽으면서 다시 사랑이 시작된다.처형과 제부라는 관계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지만 세월의 더깨가 쌓여 견고해진 사랑은 젊은날의 그것보다 애련하고 달콤하다. ‘이별없는 아침’에서 한정인은 폐암에 걸린 남편을 떠나보낸 슬픔이 있는 여자.‘일부종사’해야 하는 사회 통념에도 불구,총각의사인 권찬영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접기에는 너무나 안타깝다.동생 정서는“우리 언니 너무 이쁘다.이대로 혼자 살기엔 너무 아까워”라며 다시 찾아온 사랑을 축복한다. ‘내 마음의 보석상자’에서 박여사와 배선생의 황혼연애는 젊은 사람들의 사랑처럼 발랄하고 경쾌하다.미혼모로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박여사와 2년전 상처한 배선생은 서로질투하고,사소한 일에 토라지고,사랑에 겨워 울기도 하면서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간다.아들,딸을 다 결혼시키고 황혼에 접어든 두사람은 사랑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지 잘알고 있기에 그것을 제대로 즐길 줄 안다. ‘내 마음의 보석상자’의 박지현 작가는 “세상에 젊은 사람들의 사랑만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다”면서 “이혼,사별등으로 혼자 남게 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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