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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맨틱코미디·SF·멜로…골라보는 재미가 ‘쏠쏠’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을 겨냥해서인가,이번 주에는 유난히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관객맞이에 나선다.6일 개봉하는 섹스코미디 ‘몽정기’와 스릴러 ‘레드 드래곤’을 시작으로 8일까지 로맨틱코미디·SF액션·코믹·멜로물이 줄줄이 뒤를 잇는다.입맛대로 고르자면 감상포인트를 아는 것은 필수. “잘 생겼다 싶으면 느끼하고,똑똑하다 싶으면 썰렁하고….어디 내 맘에 쏙드는 짝은 없을까?” 나이가 꽉 찬 노처녀·노총각들의 공통된 고민이다.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떨까.오랜 기다림 끝에 딱 맞다 싶은 짝을 만났는데 하필 동성(同性)이라면?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Kissing Jessica Stein·8일 개봉)는 짝을 찾아 좌충우돌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동성애 소재를 접목한 영화.보수적인 유대인가정에서 자란 뉴욕의 신문기자 제시카(제니퍼 웨스트펠트).평소 좋아하는 릴케의 시구(詩句)가 담긴 구인광고에 솔깃해 찾아간 상대가 같은 여자라니…. 영화는,결코 동성애는 하지 않을 것 같은 제시카가 같은 여성인 헬렌(헤더예르겐슨)에게 어쩔 수 없이 끌리는상황을 만들어가며,코미디의 정석을 따라 웃음을 끌어낸다.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그저 친구 사이로만 아는 가족과 동료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제시카의 모습에서 동성애 또한 평범한 일상 속 사랑이라는 점에 공감을 갖게 한다. 그렇다고 ‘여성의 자아찾기’나 ‘동성애도 사랑’이라는 식의,이미 많은 영화에서 우려먹은 주제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섹스를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헬렌과,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는 제시카.둘은 티격태격 싸우다가 그냥 친구로 머물게 된다.동성애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까지 아우르는 것. 이 작품은 10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돼 올해 초 미국 6개 도시에서 개봉했다가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3주만에 전국으로 스크린을 늘렸다.영국에서는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진지함과 재미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성공한 보기 드문 수작이다. 8일 개봉하는 ‘텐 미니츠 트럼펫’(Ten Minutes Older)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영화 거장들의 단편을 모은 작품.아쉽게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10분에,시간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과 경험을 녹여냈다. ‘개에겐 지옥이 없다’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다운 간결한 터치의 블랙 유머가 살아 있는 작품.기차를 타기 전 남은 10분의 시간동안 삶을 뒤바꾸는 결정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인생의 선택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짐 자무시의 ‘실내-트레일러의 밤’은 여배우의 10분간 휴식에 카메라를 들이민다.잠시도 쉴 틈 없는 트레일러 속 여배우의 휴식은 현대인 누구나의 삶처럼 고단하다. 스파이크 리의 ‘우린 도둑 맞았다’는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미국 대통령 선거발표 직전의 숨막히는 전쟁을 인터뷰의 교차편집으로 속도감있게 표현했다. 나른한 일상,피로 젖는 아이,스페인 내전의 신문 기사 등이 몽타주로 이어지며 사적인 삶과 역사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빅토르 에리스의 ‘생명줄’,흙빛의 로드무비로 10분간의 환각상태를 비주얼하게 잡아낸 빔 벤더스의 ‘트로나까지 12마일’도 뛰어나다. 이밖에도 첸 카이거,베르너 헤어조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영화가사유하는 힘을 준다고 여긴다면 꼭 봐야 할 작품.올 부천영화제 폐막작이다. ‘레드 드래곤’(Red Dragon)은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에 이은 토머스 해리스 원작소설 3부작의 완결편.시간상으로는 맨처음 발표돼 1981년 마이클 만 감독이 ‘맨 헌터’라는 제목으로 한차례 만든 바 있다. 식인마 한니발 렉터와 FBI수사관 그레이엄(에드워드 노튼)의 대결구도에,멀리서 렉터의 조종을 받는 달러하이드(랄프 파인즈)의 엽기적 살인행각이 공식대로 흘러간다. 상대방의 내면까지 뚫어보는 듯한 앤서니 홉킨스의 눈빛은 여전히 간담을 서늘하게 하지만,많이 본 탓인지 ‘약발’이 달린다.‘러시 아워’시리즈의 브렛 래트너 감독.전편보다 충격은 덜하지만 그런대로 오싹하다. 에디 머피 주연의 ‘플루토 내쉬’(Pluto Nash·8일)는 휘황찬란한 네온과 암흑이 어우러진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만화 같은 영상을 선사한다.2087년 달의 도시에서 클럽 사장 내시와 도시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카지노 왕의 대결을 그렸다.볼거리는 많지만 웃음과 긴장감이 거의 없어지루한 게 단점.론 언더우드 감독. ‘유아독존’(7일·제작 비전 엔터테인먼트)은 인생이 꼬이는 세 남자가 덜컥 아이를 맡아 키우는 내용의 코미디.주연인 안재모·이원종이 ‘야인시대’로 떠 제작사는 쾌재를 불렀지만,영화는 조폭 코미디의 변주에 불과하다.주연배우들의 팬이라면 참고 볼 정도는 된다.‘반칙왕’의 조감독인 홍종오감독 데뷔작.이밖에도 10대들의 성적 호기심을 그린 ‘몽정기’와 불륜을 소재로 한 ‘밀애’(8일)가 이번 주에 선보인다. 김소연기자 purple@
  • 뮤지컬 ‘몽유도원도’는/ ‘도미부인’ 설화가 모티브‘명성황후’ 제작팀 후속작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 ‘몽유도원도’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신화를 만든 에이콤의 후속작.삼국사기에 실린 ‘도미부인’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최인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백제 개로왕은 꿈 속에서 본 아랑을 차지하고자 남편 도미의 눈을 뽑고 추방해 버린다.아랑은 갈대잎으로 얼굴을 긋고 영원한 사랑을 선택한다.뮤지컬 ‘몽유도원도’는 애욕이 낳은 이 비극의 드라마를 탐미적일 정도로 강렬하고 아름답게 그려낼 계획이다. 욕정으로 이글거리는 개로왕에는 김성기·김법래가,아랑의 지순한 남편 도미에는 서영주가 캐스팅됐다.작곡·작사를 맡은 김희갑·양인자 부부는 ‘명성황후’부터 함께한 커플.이번엔 해금·피리 등 국악을 가미했다.다른 스태프진도 ‘명성황후’팀이 대부분 그대로 참여한다. 연출가 윤호진은 “표현주의 스타일의 동양화가 될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15일∼12월1일 평일 오후 7시30분,토 오후 3시30분·7시30분,일오후 2시·6시(월·12월1일 저녁 쉼).2만∼8만원.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80-1300.
  • ‘마술피리’ ‘리골레토’ ‘버섯피자’등 줄줄이, 이번주는 오페라 주간?

    11월 둘째 주는 ‘오페라 주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유례가 드물게 대형 오페라가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먼저 국립오페라단(단장 정은숙)은 모차르트 만년의 걸작 ‘마술피리’를 6∼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국립오페라단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100번째 정기공연이다. ‘마술피리’는 타미노왕자와 파미나공주의 사랑이 어두운 사회를 구원한다는 이야기.현대적이고 조형적인 무대장치와 의상이 국내 오페라 수준을 한단계 높일 것이라고 장담한다.무대와 조명 디자이너를 해외에서 불러왔다. 섬세하고 깔끔하다고 평가받는 백의현이 연출을 맡았고,뛰어난 기량을 가진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이 수준 높은 음악을 들려준다.파미나에 박미혜·김은주,타미노에 이영화·이장원,밤의 여왕에 박미자·김수진,자라스트로에 김명지·김요한이 출연한다. 중고생들은 5일 실제공연과 다름없는 오픈리허설을 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02)586-5282.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은 베르디의 걸작 ‘리골레토’를 들고 7∼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이탈리아 로마극장의 상임연출가 마우리지오 디 마티아를 초빙했다.로마극장에서 ‘리골레토’의 무대와 의상도 도입하여 화려한 16세기 유럽 귀족사회를 재현하는 것도 볼거리다. 리골레토에 김동규·최종우,만토바공작에 이현·최성수,질다에 김수정·김수연 등이 나선다.김정수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와 부천시립합창단이 참여했다.(02)587-1950. 광인성악연구회(단장 박성원)는 두 편의 오페라를 묶어 7∼1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미국 작곡가 세이무어 바랍의 ‘버섯피자’와 푸치니의 ‘외투’로,모두 남녀의 외도에서 빚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한국 초연인 ‘버섯피자’는,현대음악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현대오페라의 대표작으로 알려지고 있으며,‘외투’는 푸치니가 대문호 단테의 걸작 ‘신곡’을 주제로 쓴 오페라 3부작의 ‘지옥편’에 해당한다. 신경욱이 연출하고,장윤성이 지휘하는 프라임필하모닉이 관현악을 맡는다.‘버섯피자’에서는 박성원 단장과 딸 박선휘가 한 무대에 선다.(02)511-3488. 한편 추계예술대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오영인 연출로 7∼10일 추계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02)393-2502. 공연시간은 모두 오후 7시30분. 서동철기자 dcsuh@
  • ‘TV동화‘ 오늘부터 재공연, 보고나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시린 바람으로 잔뜩 움츠러드는 늦가을.연인이나 가족의 손을 꼭 잡고 손수건을 적셔가며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제격인 계절이다.최근 예상을 깨고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둔 영화 ‘아이 엠 샘’처럼,추운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연극 두편을 소개한다. ■일상,힘겹지만 살만한… 6일부터 정동극장에서 재공연하는 ‘TV동화 행복한 세상’(연출 임형택·사진)은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사람들이 펼쳐보이는 6가지 가슴 뭉클한 에피소드로 구성됐다.딸부잣집의 천덕꾸러기 세자매,시각장애인 어머니가 싸주신 머리카락이 든 도시락,엄마 없는 아이의 운동회 풍경 등 아픈 일상에서 문득 깨닫는 사랑의 훈훈함이 작품 전편을 따스하게 감싼다. 지나친 감상주의라고 비판할 만한 소재인데도 묵직하게 감동을 전하는 것은,재미와 감각적 연출로 감동을 에둘러 표현하는 연출력 덕분이다.배우들은 다른 에피소드의 캐릭터를 패러디하는 등 연신 웃음을 선사하고,막 사이에는 영상을 끼워넣어 다양함을 살렸다.인기 TV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만들었지만,연극의 맛이한껏 살아나는 무대다. 이 작품은 초연 때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TV 애니메이션을 연극화한 상업적인 기획에서부터,연극에 안 어울리는 제목까지.하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자 정동극장측에서 ‘러브 콜’을 보냈다.12월8일까지 오후7시30분(월 쉼).(02)751-1500. ■사랑,슬프지만 아름다운… 몇 안되는 롱런 작품 가운데 하나인 유씨어터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연출 박승걸). 체제를 정비해,오는 19일부터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해의 마지막 공연을 올린다.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의 백설공주 이야기를 아픈 사랑이야기로 각색해 관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든 작품으로,지난해 서울 국제 아동청소년 연극제에서 작품상 등 3부문 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는 새 얼굴들이 등장하는데, 왕자 역의 윤희균은 ‘파워스카펭’으로 동아연극상을 받은 실력파.백설공주를 짝사랑하는 반달이 역의 최인경을 제외하고 세 팀이 교체 출연한다.30일까지 월∼목 오후 7시30분,금·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6시.(02)3444-0651. 김소연기자
  • 이브 생 로랑 패션하우스 폐점

    (파리 AFP 연합) 프랑스가 낳은 패션디자인의 거장 이브 생 로랑(66)의 패션하우스가 31일 지난 40년간의 화려했던 행진을 마치고 마침내 문을 닫았다. 지난 1월 은퇴한 로랑은 전날 “지난 40년 동안 계속돼 온 사랑이 끝나게돼 너무 슬프다.”고 술회했다.로랑은 158명의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이들 중 일부는 로랑을 따라 함께 은퇴했으며,일부 직원은 라이벌 패션하우스인 장 폴 고티에와 샤넬 등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알제리 출생의 로랑은 17세인 1953년에 재능을 인정받아 크리스티앙 디오르 상점에 입사했다. 1962년 독립해서 피에르 베르주와 함께 상점을 차린 후 현대적이고 신선하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으로 고객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 책/ 사랑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평범하지 않은 러브스토리 12편

    “웨딩드레스가 마룻바닥 틈새에 걸려 찢어졌을 때,완벽한 신부는 울지만 고통을 겪어 본 신부는 웃고 만다.” 20대 젊은이는,어느날 갑자기 사랑이 짜릿하게 찾아와서 내 삶의 모든 것을 행복하게 바꿔 줄 것이라고 믿는다.그러나 웨딩드레스가 찢어지는 같은 상황에서 두 신부가 다르게 반응하는 것처럼,사랑은 단지 마음가짐에 지나지 않을까? ‘사랑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로이스 스미스 브래디 지음,문은실 옮김,뜨란 펴냄)은 1992년부터 뉴욕타임스에 ‘사랑의 서약’이라는 칼럼을 연재중인 저자가 취재한 기상천외한 러브스토리 12편으로 구성됐다. 러브스토리라면 감미롭고 달콤한 이야기가 떠오르지만 이 책에 소개되는 이야기가 그런 것만은 아니다.남편에게 버림받은 뒤 비슷한 처지의 남자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는 40대 여성,남자친구에게 차이고 공개구혼으로 애인을 만난 20대 여성,40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500번도 넘게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했다는 지은이의 부모 등의 이야기다.뛰어난 글재주가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아주 일상적인 소재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그러나 책갈피를 넘길수록 사랑이라는 감정의 형체를 깨닫게 되고 행복해지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지은이는 말한다.“사랑은 날마다 타고 다니는 지하철만큼이나 현실적인 것,정기적으로 오기 때문에 누구나 승강장으로 나가기만 하면 절대로 놓칠 리 없다.”.9000원. 이송하기자 songha@
  • 김윤영씨 첫 소설집 ‘루이뷔똥’, 명품 거래 둘러싼 인간군상 일상에 숨겨진 욕망 파헤쳐

    “그가 가지는 의외의 새로움이자 단단함은 삶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새롭게 구성하려는 실험적 형상화 방법론과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독특한 자의식에 있다.”(평론가 임규찬) 지난 98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발을 내디딘 소설가 김윤영(31)이 첫 소설집 ‘루이뷔똥’을 출간했다. 소설집에 붙여 평론가 임규찬이 눈여겨본 그의 문재(文才)는 실제적 완성도보다 오히려 ‘가능성에 무게가 있다.’는 평단의 시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명품 ‘루이뷔똥’을 불법으로 거래해 먹고 사는 인간군상의 물신적 행태를 이 정도 분량의 글로 축약하고 정리해 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한 신예 여류소설가의 폭넓은 현실인식과 체험세계가 빚어낸 신작소설 ‘루이비똥’은 능히 이를 감당해 낸다.작품은 ‘감당’을 넘어 가장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현대인이 가진 일상의 모습과 그 이면의 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때 서울에서,지금은 그가 경멸해 마지 않는 ‘좌파 떨거지’로 학창시절을 보낸 세미.프랑스 파리로 날아와 루이뷔똥 수집상으로 먹고 사는 그는 순전히 먹고 살고자 외인부대에 용병으로 입대,남미 가이아나의 아리앙 로켓발사기지에서 근무해 온 또 다른 ‘생활의 떨거지’ 판수와 만난다. 같이 살면서도 이들은 결코 정신적으로 교감해 신뢰를 갖는 관계로 설정되지는 않았다.‘짐승 같지는 않지만,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영혼의 교감에는 다다르지 못한 사이다.그래선지 사랑을 말하는 판수를 두고 그는 “사랑이라니,지겨워 그런 말은.”이라며 선을 긋고 나선다. 여기에 조선족 출신 영변댁이 가세해 이야기를 이끈다.1인당 판매량이 제한된 명품 루이뷔똥을 사들인 뒤 이를 한국 같은 ‘거품 수요’의 나라로 넘기고 이문을 챙기는 일에 이들은 모두 발을 담그고 있다.불법인 만큼 이들의 프랑스 생활이라는 게 도무지 뿌리가 없어 불안정하다.이국에서 겪는 이들의 비애는,명품을 사들여 보관해 놓은 창고가 불로 타버린 뒤 반쯤 혼이 나가버린 영변댁이 서툰 현지어로 ‘노옹!장다름므!(경찰은 안돼.)’라고 외치는 절규에 절절히 녹아 있다. 김윤영의 작품은 일견 건조하고 단선적이다.더러 체험의 한계도 드러난다.그러나 군더더기없는 묘사가 오히려 사실적이고 긴장을 부추기는 효과를 준다. 그의 작품에서 수완 좋은 작가들이 엮어 놓은 ‘기성복 기분’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체험세계에 견실하게 발 딛고 선 그의 신선한 저력은,독특한 문제의식의 생산능력과 함께 앞으로 그의 문학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이 기대치다.니콜라이 오스트로프스키의 혁명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를 연상시키는 그다. 심재억기자
  • [386세대가 본 W세대] 20대의 소비욕구

    퇴근 길에 79학번 선배의 차를 얻어 탔다.평범한 회사원인 그는 30대에 대해 피해의식을 숨기지 않는다.“너희 30대들은 경제적 성과를 충분히 향유했고 또 민주화라는 열매를 따먹었는데,40대는 죽도록 고생만 하고 역사에서 퇴장한 세대가 됐다.” 이런 심정을 386세대도 20대에게 가지고 있으니 ‘끼인 세대’의 탄식은 반복되는듯 싶다. ‘이라크 전쟁설’‘미·일 경제 위기설’로 체감경기가 얼어붙고 있다.그러나 20대의 소비지수는 아직도 과소비를 향하는 듯하다. 통계청이 지난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중 20대의 소비자 기대지수가 평균치(103.9)를 훌쩍 넘는 108.8을 기록했다.또 20대의 소비지출증가율(18.6%)이 소득증가율(10.0%)을 훨씬 넘어서 위험수위임을 보여준다.20대의 소비성향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혹시 이들의 멈추지 않는 소비욕구가 자유로운 상상력의 근간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소비에 의존하는 상상력이라면 원천이 너무 빈약하다. 한때 20대를 두고 ‘모바일 세대’라는 통칭했다.‘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20대를 향한 광고 카피는 대유행이었다.물론 이에 대항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영화 ‘봄날은 간다’)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했지만.모바일세대는 다시 표현하면 즉물적이고 자동화에 익숙한 세대다. 리모컨과 버튼 하나로 세상과 대화하고 연계한다.휴대폰만큼 이들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물건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요즘 대부분이 그렇지만 휴대폰이 손에 닿지 않으면 20대는 불안으로 흔들리는 것 같다.그것이 걱정이다.당장 눈앞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일에 대한 불안이 이 세대의 심성을 좌우하는 것은 아닐까. 모바일이란 말이 기동성과 효율성을 대표하지만,뿌리박지 못하고 부유하는 세대의 특징을 나타내기도 한다.나는 1987년에 스무살이 돼 6월 민주화항쟁을 경험했다.올해 20살이 된 젊은이는 ‘대∼한민국’과 ‘월드컵 열풍’을 경험했다.스무살에 나는 정말로 조국을 사랑한다고 느꼈고,올해 스무살이 된 젊은이들도 그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그래도 스무살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인생의 철학을 그 나이에 가졌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정관념이 없고 자유롭고 당당한 지금의 20대가 어디에 뿌리를 박고,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20대에 가난과 풍요는 백지 한 장 차이다.만약 이들이 단지 소비나 리모컨에만 의존하고자 한다면 이들의 미래가 얼마나 한계적 상황일지 예견할 수있다.20대,개인주의적이라고 하지만 한편 혼자 지내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는 이들.진정한 유목주의자가 되고 싶다면,혼자 사막을 건너는 낙타가 돼라.그래야 인생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유민영 모아이 커뮤니케이션 기획실장
  • 서울예술단 무용극 ‘해어화’ - 춤사위로 펼치는 藝妓들의 사랑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조선시대 예기(藝妓)들의 멋과 풍류가 ‘한떨기 말하는 꽃(해어화)’으로 다시 피어난다. 서울예술단은 새달 1∼3일 한전아츠풀센터에서 전통 노래·춤·음악이 어우러진 ‘해어화’를 선보인다.승무,살풀이,한량무,7고무 등의 춤사위에 기생들의 숙명적인 사랑이야기가 곁들어진 무용극이다. 부모와 이별하고 기생에 입문한 뒤 한량과 사랑에 빠지지만,신분의 한계 탓에 사랑을 잃은 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의 이야기.소리꾼은 주인공들의 마음을 전달하는 내레이터가 되고,장고 대금 거문고 피리 아쟁 등의 연주는 미묘한 심경을 대변한다. 지금까지 평가절하된 기생들의 뛰어난 예술세계를 새롭게 해석하는 무대.연출은 김효경 서울예술대 연극과 교수가,안무는 한국무용의 대가 이매방을 사사한 채상묵이 맡았다.이숙영이 도창으로 출연,해설자 역할을 한다.1일 오후 7시30분,2·3일 오후 5시.(02)523-0984. 김소연기자 purple@
  • 2002 대한매일 광고대상 본상/ 소비자인기상 - 매일유업 ‘맘마밀’

    ’유기농 맘마밀’이 소비자 인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신 소비자 여러분께 영광을 돌립니다.소비자들의 진심어린 충고와 사랑이 큰 상을 받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아기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키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는 고객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매일유업의 신념입니다.이러한 신념에서 출발해 3년 노력의 결실로 태어난 ‘유기농 맘마밀’은 아기의 성장단계에 맞춘 최고급 유아식입니다. 매일유업은 프리미엄급 유아식 유기농 맘마밀이 다른 이유식과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차별성을 하나씩 예를 드는 시리즈 형식의 광고를 선보였습니다.또 유기농 원료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원료의 우수성을 크게 부각시키는 광고를 내놓았습니다.이러한 일련의 캠페인 광고를 통해 유기농 맘마밀은 전체 이유식 시장에서 34%의 점유율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앞으로도 매일유업은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고객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사랑에 정성껏 보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한도문 홍보실장
  • [대한포럼] 잊혀진 수재민

    첫눈이 내렸다.지난해보다 열이틀이나 빠르다.영월 일대 강원도 산간에 40분 동안이나 눈발이 흩날렸다고 한다.첫눈은 서설(瑞雪)이라고 했다.기다림의 대상이다.그냥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첫사랑을 가꾸는 연인들은 하루하루 퇴색하는 손톱의 봉선화 물을 지켜보며 첫눈을 얼마나 기다렸던가.첫눈이 내릴 때까지 봉선화 물이 남아 있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했다.첫눈은 그렇게 새로운 기대와 설렘의 징표였다. 그러나 올해의 첫눈은 반가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겨울 추위가 혹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얼음도 엿새나 빨리 얼었던 터다.첫눈 내린 곳이 하필이면 지난 여름 태풍 ‘루사’가 모질게 할퀸 지역이란 말인가.물난리는 잔인했다.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마을이 아예 사라졌다.6000여채는 형체만 남았고 3080채는 흔적조차 감췄다.그래도 사람들은 떠나지 못했다.1800여가구가 집터마저 희미한 그곳에서 컨테이너 생활을 시작했다.딱히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층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도 하느라고 하기는 했다.수재 의연금을1296억원이나 냈다.1998년 경기 북부가 온통 물바다를 이뤘을 때보다 거의 두 배나 된다.42만명이 물난리 현장을 찾아 밤낮없이 봉사 활동을 폈다.위문품도 250만점이 모였다.어려움을 만나면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하나로 뭉치는 저력을 잘도 보여 주었다.그렇다고 컨테이너 수재민을 잊어도 괜찮다는 명분은 될 수는 없다. 컨테이너는 철판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상자쯤 될 것이다.집이라 할 수도 없다.난방 장치는커녕 그 흔한 단열재 처리도 안돼 있다.장작불이나마 밀어 넣을 아궁이조차 없다.요즘같은 추위만 해도 말 그대로 냉장고가 된다.꽁꽁 언 바닥에 전기 장판을 깔아 북풍한설을 이겨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더구나 수재민 가운데는 70세 안팎의 노인들이 적지 않다.따끈따근한 아랫목이 있어도 힘겨운 겨울이다. 우리는 세계 29개 부자 나라축에 낀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가 6년이 되는 나라의 국민들이다.70세 안팎의 노인들이 엄동설한을 컨테이너에서 보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나라에 충성하고,부모에 효도하며,노인을공경하는 동방예의지국 인심으론 도저히 그렇게 못한다.국민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낸 의연금은 어디에 쓸 텐가.설마 다리 놓고 길 닦을 생각은 아닐 것이다.미분양 아파트나 빈 집을 잠시라도 빌려 수재민들이 이 겨울을 따뜻하게 나게 해야 한다. 자치단체는 60년대식 예산 타령만 할 텐가.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 아닌가.빈집이 정 없다면 단체장의 관사라도 내놓을 일이요,지방의회 사무실이라도 비울 일이다.지난 6월 지방 선거 때 지역 주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호언하지 않았던가.중앙 정부도 나서라.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은 보장해야 한다.수해 복구비로 7조 1778억원을 확보했다면서 뭘 하고 있는가.제발 규정이 어떻고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타령일랑 이제는 그만두자. 예부터 날씨 인심을 제일로 쳤다.날씨라도 포근해야 가난하고 돌봐주는 이 없는 서민들이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얘기다.세상이 이래저래 시끄러워 그런지 올해는 벌써부터 눈발이 분분하다.생각하면 하나하나가 소중한 우리 이웃들이다.성금을 내고 자원 봉사에 나섰던 그 열정으로 그들을 다시 보자.당국은 지금이라도 서둘러라.수재민들에게 손발이나마 녹일 수 있는 아랫목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펄펄 내리는 함박눈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있게 해주길 촉구한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일요영화/ 얼라이브 外

    ◆얼라이브(OCN 오후10시) 프랭크 마셜 감독,에단 호크 주연.72년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토대로 했다.인육을 먹는 등 절박한 내용이지만 영화 전반의 분위기는 의외로 밝다. 우루과이대학 럭비팀 선수를 태운 전세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해 20여명이 살아남지만 눈덮인 산에서 완전 고립된다.오래 굶주린 이들은 마침내 동료들의 주검에 시선을 돌린다.인육을 먹고 살아남을 것인가,차라리 굶어 죽고 말 것인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MBC 밤12시25분) 이문열 원작의,파국으로 치닫는 치명적인 사랑이야기.장길수 감독의 89년 작으로 대종상 작품·감독·여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고시생 형빈(손창민)은 여대생 윤주(강수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하지만 윤주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몸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형빈은 윤주에게서 떠난다.우여곡절 끝에 형빈과 윤주는 다시 만나 동거하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는데…. ◆미이라(KBS2 오후10시) 1925년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인디아나 존스’에다가 ‘은행나무 침대’를 섞어놓은 듯한분위기의 영화. 사막의 모래 위에 드러나는 거대한 미라 얼굴,수만 마리의 밀랍풍뎅이 떼,살아 움직이는 미라 등 컴퓨터그래픽이 볼 만하다.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1999년작. 외인부대 장교 오커넬(브렌던 프레이저)과 박물관 사서 이비(레이첼 와이즈),이비의 오빠 조너선은 전설의 도시 하무납트라의 황금유물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조너선은 실수로 고대의 제사장 이모텝을 부활시키는데…. 채수범기자 lokavid@
  • 어린이 책 세상/ 숲이 어디로 갔지? 外

    ◆숲이 어디로 갔지?(베른트 베이어 글,유혜자 옮김) 환경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독일 출신 작가가 짧은 환경 동화 9편을 묶어냈다.숲,돌멩이,떠돌이 개,도둑 고양이,고물 자동차,둥지잃은 참새 등 주변의 하찮은 사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생태환경의 소중함을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초등 3학년 이상.두레아이들.7500원. ◆태평양 횡단하기(정준규 글·그림) 레포츠를 소재로 어린이들에게 과학상식을 넓혀주는 만화시리즈 4번째.항해사인 엄마,빵집 주인인 아빠와 함께 요트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주인공 태평이가 생생한 바다에서의 현장학습 체험을 만화로 들려준다.레이더의 원리,배멀미 등 시시콜콜한 궁금증까지 풀어준다.초등 3∼6학년용.아이세움.7500원. ◆바위나라로 간 폰테 추장(정진채 글,유현아 그림) 멀리 남태평양의 화산섬을 무대로 한 국산 장편 창작동화.폴리네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섬에서 무능한 왕과 욕심많은 신하,지혜로운 추장의 손자 폰테가 선과 악의 대립구도 속에서 엮어내는 판타지 모험담.초등 3∼4학년용.영림카디널.7500원.◆숫자가 마법에 걸렸어요(요한 볼프강 폰 괴테 글,볼프 에를부르흐 그림,채운정 옮김)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독일 화가 볼프 에를부르흐가 상상력을 발휘한 그림책.‘파우스트’1부에 등장하는 마녀가 ‘마녀의 부엌’에서 한 말이 근거가 됐다.5가 오리가 되고 6이 고양이가 되는 등 마녀의 발상이 재미있다.4세까지.산하.8500원. ◆요정의 정원(메기 베이슨·루이스 캄포트 글) 화려한 꽃과 요정들이 갈피갈피를 메우고,표지가 360도 회전해 순식간에 요정의 정원으로 변하는 입체그림책.떡갈나뭇잎 왕자와 데이지꽃 요정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친구와 이웃의 소중함을 귀띔한다.3∼6세용.문예당.2만 9000원. ◆비가 왔어요(데이비드 섀넌 글·그림,창작집단 바리 옮김) 후두둑 비가 내리자 닭들은 홰를 치고 고양이는 야옹 울고 강아지는 멍멍 짖고 사람들은 아옹다옹 다투고….비가 그치자 공기는 상쾌해지고 하늘엔 무지개가 걸리고 사람들은 화해하고….날씨를 모티프로 자연과 사물의 변화를 정겹고 아름답게 묘사한 그림책.4∼7세용.중앙출판사.8000원.
  • 책/ 아인슈타인, 피카소 - ‘상대성 이론’ ‘아비뇽의‘ 닮은 꼴·다른 점 무엇일까

    현대과학은 곧 아인슈타인이고,현대미술은 곧 피카소이다.후대의 화가와 과학자들에게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 된 아인슈타인과 피카소.프랑스 시인 앙드레 살몽의 말대로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무엇이든 가능하고,무엇이든 실현할 수 있을 것”같았던 환희의 20세기 초,그 보헤미안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과학과 미술사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작품을 탄생시켰다.‘상대성이론’과 ‘아비뇽의 처녀들’이다.고전적인 사고와 비고전적인 사고 사이의 긴장에 대한 대응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떠나 이 전무후무한 창조물들은 서로 어떤 관련을 맺고 있을까.‘아인슈타인,피카소’(아서 밀러 지음,정영목 옮김,작가정신 펴냄)는 ‘비교전기(parallel biography)’의 방법을 통해 그답을 찾는다. 아인슈타인과 피카소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결코 만나거나 교유하지 않았다.그러나 이들은 일과 창조성,사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놀라울 만큼 유사한 면모를 보인다.창조적 충동은 이들의 삶을 인도하는 힘이었으며,탐구에 임하는 감정적인 초연함과 엄격함은 평생에 걸친작업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그러나 이들의 인생과 업적이 완성되는 데에는 사랑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두 사람이 경험한 사랑과 연애,결혼은 그들의 창조성을 살찌우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과학철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창조적 순간에는 학문간의 경계가 해체되고,대신 미학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아인슈타인은 누구보다 공간적 사고에 크게 의존한 과학자로 미학의 개념에 매우 민감했다.그의 미학원리는 미니멀리즘이었다.논리적·수학적 사고에 지배됐던 피카소 또한 기하학적 형태로의 환원을 모색하는 새로운 미학을 고안해냈다.피카소는 이러한 미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시성의 개념과 맞섰고,오르타 데 에브로에서 사진실험을 계속 하면서 공간과 시간의 동시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나갔다.과학과 예술에서의 시각적 이미지와 창조성의 상관관계를 밝힌 이 책은 무엇보다 누구도생각하지 못한,두 사람의 인생을 지렛대의 양 끝에 올려놓고 비교·분석하는 신선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2만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15세 남녀 중학생 인터넷 출산일기 충격

    중학교 2학년,15세 동갑내기가 쓴 충격적인 내용의 ‘인터넷 출산일기’가 10대 네티즌 사이에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산다고 소개한 중학교 2학년 손모(15)양과 정모(15)군은 임신 6개월째인 지난 7월부터 ‘열다섯살 엄마,제니의 일기장’(www.jannie.net)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서로 번갈아 가며 일기를 올리고 있다.10월 초부터는 딸 ‘다슬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체험하는 내용이 올라 있다.입소문을 통해 네티즌이 몰리면서 21일 현재 60만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정기 독자만 6만여명이 넘는다. ◆일기 내용 같은 반 친구인 두 사람의 성관계와 임신,부모와의 갈등,낙태와 양육 문제 등을 둘러싼 고민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일기에 따르면 손양은 올해 초 강북지역에서 전학 온 정군과 사귀게 되었고,부모님이 없는 틈을 타 집과 비디오방 등에서 관계를 가졌다.지난 7월23일자 일기에서 정군은 “성교육 시간마다 피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우리가 콘돔을 구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어른의 눈을 피해 대형할인마트에서 콘돔을 구입했다.”고 적었다. 손양의 배가 불러왔지만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고 이들은 말한다.손양은 일기에서 “나는 아이 엄마가 되기엔 너무 이른 15살 소녀”라면서 “하나님,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라고 적었다.“어디 임신용 교복을 따로 만들어 파는 곳은 없나요.”라고 푸념하기도 했다.학교에 갈 때는 임산부용 복대를 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한때 고민하다 낙태 수술장면을 담은 영상물을 보고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고 적었다.일기에 따르면 두 학생은 모든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놓고 10월 초 딸을 낳았다. 손양은 지난 8일자 일기에서 “울다가도 내가 안아주면 뚝 그친다.엄마 냄새를 아는가 보다.눈과 입은 엄마 닮고,코와 귀는 아빠 닮고,아빠가 ‘다슬아 보고시퍼’라고 문자 보냈다.조금만 기다려.아빤 학교에서 공부 한단다.”라고 적고 있다. 정군의 2일자 일기에는 “예정보다 한달반이나 빨리 낳았다.사람 몸무게가 2.5㎏라니.이건 소꿉장난이 아니다.내가 아기 아빠가 된 거다.”고돼 있다.손양은 “사람들이 알면 우린 문제아로 낙인찍힐 테지만 임신을 남보다 좀빨리 했다는 것을 빼고는 우리의 사랑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진위 논란 임신에서 출산 이후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 일기를 둘러싸고 네티즌 사이에 진위 논란도 뜨겁다. 일부 네티즌은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글의 구성이나 내용,심경의 표현 등이 너무 구체적이며 사실적”이라고 주장한다.아이를 직접 낳아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체험하거나 느낄 수 없는 세세한 내용들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5세 여학생이 적은 글이라고 보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잘 정돈돼있다.”라는 반론도 만만찮다.실제 이 홈페이지의 도메인(www.jannie.net)이 손양이 아니라 구로구 고척동에 거주하는 정모씨 이름으로 등록돼 있어 제3자의 것이거나 허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일기내용 가운데 음란하거나 유해한 내용은 없지만 10대들 사이에 널리 읽힌다는 점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
  • 배한봉씨 두번째 시집 ‘우포늪 왁새’ - 우포늪에서 생명을 보았네

    배한봉은 시인이다.그냥 시인이 아니라 이 땅의 생태 역사가 숨쉬는 우포늪지기 시인이다.왜가리와 개구리밥,자운영,가시연꽃 등속과 더불어 우포늪 ‘맑은’ 물에 베잠방이를 적시고 사는 그의 시는,그래선지 온통 자연색이다.어디에도 인공 감미료의 역겨움이 배어 있지 않다.청량하고 담백하다. ‘온 몸에 돋은 가시로 제 살을 물어뜯지 않고서는 터질 수 없는 선지빛 꽃의 뇌관.(중략)분노와 증오,탄식마저 사랑해야 할 여름의 끝,빈 손으로 돌아온 이들을 위해 불을 댕기는 저 꽃 앞에서 나는 자꾸만 울고 싶은 것이다.’(가시연꽃 중)라는 그는 우포를 떠나서는 이미 시인이 아닐는지도 모른다.그의 시정은 가시연꽃처럼 끝모를 늪의 깊이를 향해서만 비로소 벙그는 꽃 같은 것. 그의 두번째 시집 ‘우포늪 왁새’(시와 시학사)는 흔한 시평 하나 없는 숭늉처럼 밍밍한 시집이지만 속을 들춰보면 물위를 비추는 아침 빛살처럼 눈시리게 다가온다. ‘나는 지금 1억년 전의 사서(史書)를 읽고 있다/빗방울은 대지에 스며들뿐만 아니라/돌 속에 북두칠성을 박아놓고 우주의 거리를 잰다/신호처럼 일제히 귀뚜리의 송신이 그치고/들국 몇 송이 나즉한 바람에 휘어질 때/세상의 젖이 되었던 비는,마지막 몇 방울의 힘으로/돌 속에 들어가 긴 잠을 청했으리라’(빗방울 화석 중) 이처럼 그의 시세계는 ‘우포’ 또는 ‘우포의 생태’라는 현실을 통해 잊혀진 역사와 만나고,‘돌 속의 잠’으로 표현되는 현실 또는 현실 이후의 날들과도 만나기를 희망한다.다시 곱씹어 보라.낱알 같은 빗방울 하나에서 근원조차도 모를 생명의 기원을 보는 시인의 명상은 얼마나 건강한 것인가. 시편에 나타난 그의 주지(主知) 지향적 진지함은 많은 사람들이 ‘생태의 보물창고’라는 우포늪에서 하나의 기원을 구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 진지함은 ‘봄이 지뢰를 밟았다’(자운영 꽃밭에서)거나 ‘비로소 지느러미 흔들며 입을 뻐끔거리는 물고기와/부화된 유충들의 오랜 믿음이/한 뜸씩 유영의 무늬를 수놓는 물의 성소’(물의 신전)에서처럼 현상이 그의 시적 정수기를 거쳐 구체화된다. 이런 그의 시가 더 포근한 것은 자칫 냉랭할 수있는 주지적 경향을 ‘사람 냄새’로 감싸고 있다는 점이다.‘6월 우포늪에 오려면 우항산 멍석딸기 익을 때가 좋고요/우항산 가는 길은 물억새 키를 덮는 토평둑이 좋지요’라는 그의 우포 사랑이 ‘달콤시큼’하다.5500원. 심재억기자
  • 책/ 전숙희씨 ‘사랑이 그녀를‘ 발간 “한국 마타하리 김수임 이데올로기의 희생양”

    “지난 50년 서른 아홉의 꽃다운 나이에 총살형으로 삶을 마감한 ‘여간첩 김수임’은 냉전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었습니다.” 원로 작가 전숙희(82)씨가 ‘여간첩 김수임’의 사랑과 죽음을 증언하는 실명소설 ‘사랑이 그녀를 쏘았다’(정우사)를 펴내고 김수임의 해원(解寃)에 나섰다.작가는 각종 자료와 작가의 기억을 토대로 김수임을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지순한 사랑의 주인공’으로 되살려 낸다. 김수임의 이화여전 후배이기도 한 전씨는 김수임이 주한미군 헌병사령관 베어드 대령과 살림을 차렸던 서울 옥인동 저택에서 함께 살았을 정도로 가까웠다.이런 인연으로 불우하게 자란 김수임은 작가에게 개인적인 비밀을 숨김없이 털어놓으며 서로 의지했다.소설에 등장하는 김수임,이강국,모윤숙,베어드 대령,김수임의 양모인 이화여전 케롤 교수 등은 모두 실존 인물들. 이화여전 영문과를 졸업한 김수임과 경성제대를 거쳐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로 일제시대부터 좌익활동을 했던 이강국은 서로 호감을 갖고 있으나 이들의 행로는 순탄치 않았다.이강국은 광복후 월북했으며,김수임은 베어드 대령과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이 무렵,김일성으로부터 남로당 재건임무를 부여받고 서울로 돌아온 이강국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 반대활동을 하다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김수임의 도움을 받아 개성으로 탈출한다. 이 사건 때문에 김수임은 간첩으로 몰려 6·25전쟁 직전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총살형을 당한다.이강국도 5년 뒤 북한에서 처형돼 이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전씨는 “혈혈단신이었던 김수임은 나를 친동생처럼 아꼈다.”며 “그는 결국 ‘사랑’ 때문에 ‘간첩’이란 죄목을 쓰고 냉전시대의 제물로 사라지고 말았다.“고 돌이켰다.9500원. 심재억기자 jeshim@
  • 이수성씨 남매 합동 출판기념회

    이수성(李壽成)전 국무총리 남매가 17일 오후 6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합동으로 출판기념회를 연다.기념회준비모임측은 “이 전 총리와 누나 자혜(自惠)씨가 각기 ‘정치는 사랑이다’와 ‘딸의 노래’를 동시에 출판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이 전총리는 ‘정치는 사랑이다’에서 “작은 사랑을 실천해 큰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정치의 책임이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유망한 정치인이 가져야할 덕목이 사랑의 실천임을 강조하고 있다.
  • SBS ‘야인시대’ 15일 시청률 51.5%

    SBS 월화드라마 ‘야인시대’의 시청률이 드디어 50%를 돌파했다. 종로 패권을 둘러싸고 김두한(안재모)과 구마적(이원종)의 격투신이 방영된 15일 ‘야인시대’의 시청률은 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51.5%를 기록했다.TNS가 조사한 시청률은 45.5%로 나타났다. 초반 구마적에 당하면서 수세에 몰리던 김두한이 막판에 분투,구마적을 제압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유발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두한은 종로의 새 두목으로 등극했고,구마적은 만주로 떠나 이 드라마에서 스타가 된 이원종의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야인시대’는 앞으로 김두한이 서대문·마포 등 각 지역패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박진감있는 액션이 펼쳐지는 한편 기생 설향,하야시 처제 나미코,친일파의 딸 박인애 등과 엇갈린 사랑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드라마의 인기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 [2002 길섶에서] 침묵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바다 속에서 나왔다.아프로디테는 달의 여신이기도 하다.달은 금실의 그물을 지상으로 내려 밤의 침묵을 잡아 올린다. 프랑스의 작가 베르코르는 ‘바다의 침묵’에서 나치의 군홧발에 짓밟히면서도 꺾이지 않는 프랑스의 혼을 침묵이라는 매개체로 그려냈다.죽음의 땅,러시아 전선으로 떠나야 하는 나치 장교의 독백보다는 그 독백을 묵묵히 견뎌내는 여주인공의 침묵에서 아련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된다. 침묵은 이처럼 사랑이 되기도 하고,백 마디의 말보다 더 진한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대선 정국을 맞아 막말과 인신 비방,욕설 등 온갖 혼탁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한 마디라도 뒤지면 대선에서 패배하는 양 핏대를 세우고 있다.거기에는 사랑도,여유도,휴머니즘도 없다.‘넘어지면 밟아주고 맨홀에 빠지면 뚜껑 덮어주기’식의 살벌함만 있을 뿐이다.앞으로 대선까지 60여일.단 하루만이라도 대선 후보를 비롯한 모든 유권자들이 침묵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우득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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