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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이라면 호주제 비껴갈 수 없어”남녀평등방송 대상 ‘노란손수건’ 박정란 작가

    “처음부터 호주제 폐지나 남녀평등 드라마를 쓰려고 한 것이 아니었어요.이렇게 큰 칭찬이 부끄럽습니다.” 19일 여성부가 주최한 제5회 남녀평등방송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KBS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의 작가 박정란(사진·62)씨는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노란 손수건’은 때마침 사회적 이슈가 된 호주제 폐지와 맞물려 드라마는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을 시청자들은 매일 저녁 드라마로 ‘공부했다’. 작가는 드라마가 방송된 올 2월부터 8월까지,시청자들의 극단적인 반응에 혼란스러웠단다.“호주제가 우리 생활에 이렇게 큰 고통을 주는 줄 몰랐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작가가 페미니스트로 여성부의 사주를 받아 호주제 폐지를 일방적으로 주장한다.”는 비난도 그의 몫이었기 때문이다.박 작가는 “드라마를 쓰기 전에는 호주제의 폐해를 몰랐고 정서상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드라마를 쓰는 과정에서 두 남녀의 사랑이 깨지면서 문제에 봉착했고,호주제라는 ‘악법’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허남주기자 hhj@
  • “아픔은 나눌수록 작아져요”송파구 환경미화원 200명 장애인 시설찾아 ‘이웃사랑’

    가족에게조차 직업을 숨겨야 했고,세상을 떠난 남편을 이어 돈벌이를 나서는 등 나름대로 ‘아픔’을 간직한 환경미화원들이 세밑 이웃사랑의 자리를 마련한다. 송파구(구청장 이유택) 소속 환경미화원 200여명은 오는 22일 무연고 시각장애 할머니들의 삶터인 오금동 ‘루디아의 집’과 지체장애아 시설인 마천동 ‘소망의 집’을 찾아 따뜻한 시간을 갖는다.이웃사랑이란 꼭 닥쳐서 실천할 게 아니라는 뜻으로 행사 이름을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미리 크리스마스’로 붙였다. 저마다 넉넉잖은 형편이면서도 장애인들에게 생활용품 등 선물을 한아름씩 안겨주고 특기(?)를 살려 건물 안팎을 말끔히 청소도 해주며 쓸쓸함을 달래줄 예정이다. 요즘 취업난 등으로 환경미화원 채용에 대졸 등 고학력자가 몰린다지만 이들의 평균 학력은 중졸.구청 청소과 가로반 일용직으로 있다가 오는 29일 21년만에 정년퇴임하는 김용훈(60)씨 등 고령자도 끼었다. 지난달 환경부 주최 환경미화원 수기공모에서 장관상을 받은 이혜숙(55)씨는 “13년 전 미화원이었던남편이 출근길에 쓰러져 사망한 뒤 생계가 막막해 가족들에게 함께 죽자고 했던 시절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죽겠다던 용기로 열심히 살며 불우한 이웃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편집자에게/ “老부모 버리면 당신도 버림받는다”

    -‘불효세태 경종’기사(대한매일 12월17일자 9면)를 읽고 “있을 때 잘 하지!”란 말을 많이 한다.농담처럼 내뱉는 이 짧은 한 마디엔 지나칠 수 없는 뜻이 담겼다.후회하는 마음이 생기면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자식을 너무 감싸다 때로는 부작용도 빚지만,우리네 부모들의 자식사랑이 각별하기론 세계 으뜸이라 할 수 있다.피붙이를 위해서라면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게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 정서로는 아직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무리 세태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셋이나 되는 아들이 8순에 가까운 노모 모시기를 서로 떠넘기다 법원으로부터 월 200만원의 부양료를 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는 기사를 접하고 주변에서도 혀를 내두르는 모습이었다. 부모 대하기를 우습게 여기는 부모를 둔 자식이 무얼 배우겠는가.무언(無言)중 학대할 대상으로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한다.부모가 세상을 등져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이 사라진다면 두고두고 후회로 남거나,강원도 영월 3형제처럼 비정한 자식이라는 비난을 산다면 스스로도 자식에게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부모를 모시고 꿋꿋이 살아가는 자식이 더 많다.“너도 늙어 봐라.”란 말을 곰곰 되새겨보자. 김용자 경북 경산군 진량읍
  • 두 남자의 달콤한 ‘사랑담기’/7집 내고 콘서트 여는 유리상자

    연예인들의 결혼식에 단골로 불려다니는 ‘축가전문’ 가수.음반시장 불황에도 발표하는 음반마다 꾸준히 20만장이 넘는 판매성적을 거둬온 ‘내실있는’ 남성듀오.이세준·박승화가 호흡맞추는 유리상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12월을 보내게 됐다. 16일 7집을 낸데 이어 19일부터 31일까지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16번째 사랑담기’ 콘서트를 연다. 6집 이후 만 1년만에 선보인 새 앨범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데뷔 7년동안 밝고 경쾌한 노래를 주로 불러온 팀의 이미지를 좀더 성숙하게 다듬어보고 싶었다.”는 이들이다. 7집의 제목은 ‘哥族(가족)’.애절한 멜로디와 애상넘치는 발라드풍의 몇몇 곡들은 무척 새롭게 들린다.이세준이 가사를 쓰고 박승화가 곡을 붙인 타이틀곡 ‘여전히’에서는 달라진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막판에 녹음을 다시 했을 만큼 공을 많이 들인 노래로,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애잔한 멜로디에 실었다.그런가 하면 ‘사랑하고…후회하고…’같은 노래는 변함없는 ‘유리상자표’ 발라드.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원곡보다 더 빠르고 강렬한 음으로 다듬어 넣었다. “고유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는 음악작업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은 이번 콘서트도 지금까지 보여준 무대형식 그대로 꾸밀 생각이다.유리상자의 콘서트는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인기만점.공연때마다 동원했던 프로그램 ‘노·불·드’(노래를 불러 드립니다)가 역시 빠지지 않는다.관객들에게 즉석에서 신청받은 노래를 불러주는 코너는 첫 콘서트때부터 한번도 빠뜨리지 않았던 유리상자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들이 유난히 라이브 무대에 강하다는 것도 공연계에선 잘 알려진 사실.“공연순서를 못박아두지 않고 재치있는 애드리브로 분위기를 띄우는 건 언제나 자신있다.”고 말한다. 크리스마스와 31일에는 특별히 자정을 넘기는 심야공연도 마련한다.‘순애보’‘처음 주신 사랑’‘신부에게’‘사랑해도 될까요’‘좋은 날’ 등 감미로운 히트곡들과 ‘아름다운 세상’‘웃어요’ 등 인기 리메이크곡들을 들려줄 예정이다.발라드뿐만 아니라 록,랩,댄스 등 이들의 비전문(?)영역까지 두루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도 이번 콘서트의 특징이다.(02)3662-4433. 황수정기자 sjh@
  • [길섶에서] 사랑의 실천

    ‘즐거운 마음’이라는 제목의 책은 1997년 타계한 테레사 수녀의 생활명상집이다.이 책에 테레사 수녀의 나눔의 사랑을 실천한 가난한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자녀가 여덟명이나 되는 힌두교 가족이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기에 테레사 수녀는 쌀을 조금 퍼들고 그들에게 갔다고 한다.그 가족의 어머니는 그 쌀을 둘로 나눠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놀랍게도 그 어머니가 찾은 곳은 자기들처럼 곤란을 겪고 있던 이슬람 가정이었다.’ 가난한 어머니의 넓은 사랑의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다.이러한 나눔의 사랑은 사회를 따뜻하게 만든다.그런데 숨진 어머니와 6개월 동안이나 같이 지냈다는 어느 중학생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우리 사회에는 소외된 그늘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연말이면 불우 이웃 돕기 운동이 활발해진다.동정심이나 생색내기가 아니라 사랑의 불우 이웃 돕기가 되면 좋겠다.많은 사람들이 이웃 사랑을 말한다.그러나 실천하기는 어렵다.테레사 수녀의 위대함은 나눔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했다는 점이다. 이창순 논설위원
  • 책 / 문학 속의 에로스

    디터 벨러스호프 지음 / 안인희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사회적으로 보잘 것 없는 여자하고만 육체적 관계가 가능했다는 독일의 문호 괴테.그는 다른 사람과 약혼한 여자를 사랑했다가 포기했던 자신의 쓰라린 체험,그리고 상관의 부인에게 접근했다가 거절당한 뒤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자살한 친구의 경험담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녹여냈다.괴테가 현실의 샤를로테를 사모하면서 겪은 내면의 갈등은 그의 소설에서 베르테르가 약혼자 있는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면서 느끼는 고뇌와 일치한다.작품의 배경인 18세기에는 자유연애가 만발했지만,시민문화는 아직 인간의 성을 도덕과 사랑이라는 관념으로 포장하도록 했음을 소설은 여실히 보여준다. ●작품에 드러난 작가들의 성적 성향 분석 ‘문학 속의 에로스’(디터 벨러스호프 지음,안인희 옮김,을유문화사 펴냄)는 인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금기시되고 때로는 그 존재를 인정받기도 했던 에로티시즘 혹은 에로스가 문학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변천돼 왔는가를 살핀 지적 에세이다. 책은 괴테의‘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부터 우엘벡의 ‘소립자’,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엘리스의 ‘아메리칸 사이코’ 등 최근작까지 근대 계몽주의 이후 200여년에 걸쳐 서양소설에 등장하는 에로티시즘의 변천사를 다룬다.독일의 권위 있는 하인리히 뵐 문학상을 수상한 저자(78)는 개인의 욕망이 당대의 시대 배경과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좌절됐는가를 구체적인 작가와 작품을 통해 밝힌다.작가의 개인사와 시대적 배경과의 관련 또한 꼼꼼하게 들여다본다.귀족 집안 유부녀들의 도움을 받아 사회적 출세를 꿈꾼 발자크나 스탕달,기묘한 변덕 때문에 죽을 때까지 아내와 불화를 겪었던 톨스토이,성(性)이 돈처럼 시장의 법칙을 따르게 된 세상에서 일부 남자들이 모든 여자를 차지해 버렸다며 집안으로 숨어버린 우엘벡,프루스트와 토마스 만의 작품에 나타나는 동성애적 성향 등 작가의 개인사에 얽힌 성적인 문제들이 낱낱이 들춰진다. ●에로문학의 압권은 데이비드 로렌스·헨리 밀러 저자는 주인공의 심리를 꿰뚫어 보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관능의 코드를 조율한다.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지금 나는 그녀가 일주일 안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영원히 안녕’”이라는 장면이 나온다.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동기를 감추고 거리두기로 일관하는 사랑 싸움에 대한 묘사는 섀도-마조히즘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형태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한다.‘그림자놀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행위를 일종의 섬세한 ‘권력놀이’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에로문학의 압권은 단연 데이비드 로렌스와 헨리 밀러의 소설이다.이들의 작품에서 비로소 성행위에 대한 직접 묘사가 이뤄지며 19세기 에로톨로지의 금기가 깨졌다.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이르면 직접적인 묘사를 뛰어넘어 성적 교류에 스며있는 슬픔과 절망까지 맛보게 된다.또한 스와핑 등 미국 중상류층의 일상을 전하는 업다이크의 소설 ‘커플스’의 장면장면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극단적이고 병적인 성의 풍경과 그대로 겹친다. ●초자극적 사랑, 종종 죽음으로 치닫기도 작품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초자극적’인 사랑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철학자 칸트는 에로스를 “이성의 힘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당위의 문제”라고 일축했다.하지만 에로스는 유혹적인 만큼 치명적이다.그것은 종종 타나토스(죽음)와 손을 잡는다.그래서 ‘저주의 작가’ 조르주 바타유는 에로티시즘을 가리켜 악마적 충동이라 했는지도 모른다.이 책은 인간의 성이 싸구려 상품만도, 고귀한 정신만도 아님을 예술의 제1형식인 ‘문학’을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책꽂이

    ●물왕리에서 우리가 마신 것은 사랑이었습니다(김영환 지음,명상 펴냄)현역 국회의원의 신작 시집.첫 시집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고간다’에서 노동자 생활 등 제도권 밖의 현실참여를 노래한 시인이 이번엔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장시 ‘어머니의 눈물’ 등 ‘제도권 안에서의 참여’를 노래한다.또 녹록지 않은 솜씨로 빚은 서정적 사랑시 등도 실었다.8500원 ●백령도의 추억(정건영 외 지음,중앙 M&B 펴냄)송영·황석영 등 해병대 출신의 작가 7명의 군 체험 소설집.기획하고 소설을 보탠 심상대는 “문학이라는 매혹적 미지의 땅으로 돌진하여 닿자마자 모든 것을 불태우고 문학에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해병정신의 구현자들”이라고 평가.8900원 ●라보엠(앙리 뮈르제 지음,이승재 옮김,문학세계사 펴냄)푸치니 오페라의 원작 소설로 국내 첫 완역.술과 카페로 대변되는 낭만이 넘치는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철학가,화가,음악가와 시인 등 4명의 주인공을 통해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애틋한 사랑과 방랑,웃음을 그린다.9800원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아자르 나피시 지음,이소영·정정호 옮김,한숲 펴냄)1979년부터 18년 동안 이란에서 영문학을 가르친 여교수의 회고록.저자가 떠나오기 전 2년 동안 결성한 ‘금지 소설’토론회에서 젊은 이란 여성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중심으로 억압상을 그린다.1만 8000원 ●혼불의 언어(장일구 지음,한길사 펴냄)혼불학술상을 받은 저자가 낸 ‘혼불’ 언어 사전. 고 최명희씨가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고 고백할 정도로 갈고 닦은 언어를 1부의 1200 표제어,2부의 대표적 비유·상징적 문장으로 응축했다.1만 2000원 ●몸은 곤궁하나 시는 썩지 않네(송재소 지음,한길사 펴냄)성균관대 한문학교수인 저자가 계간 ‘시와 시학’에 연재한 글 모음집.통일신라시대 최치원에서 신채호까지 17인의 한시작가의 대표시를 분석.개략적인 삶을 곁들여 쉽게 풀어냈다.1만 3000원 ●내 마음의 풍광(배교윤 지음,현대시 펴냄)2003년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시인의 주된 정조는 ‘근원적 그리움’인데 주로 어머니와 고향,바다,구름 등 자연을 모티브로 노래한다.7000원
  • “진정한 사랑의 의미 보여줄것”KBS2 새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KBS2는 새해 1월1일부터 30부작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극본 노희경,연출 김철규)를 방송한다.‘로즈마리’ 후속으로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로 마니아 팬을 확보한 노희경이 극본을 맡았다. 제작진은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에서 가족을 충실히 지키는 어머니와 그 자식들이 일구어 가는 사랑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진정성’을 환기시키겠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주장이다. 평생 한량으로 살면서 딴집 살림에 자식까지 낳은 아버지 김두칠(주현)에게 무시당하면서도 “참는 게 미덕”이라며 가족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어머니 이영자(고두심).그런 어머니에게 삼남매는 크고 작은 문제로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혼한 큰딸 미옥(배종옥)은 어머니에게 “차라리 이혼하고 재혼하라.”고 종용하고,창업투자회사 캐피털리스트인 둘째딸 미수(한고은)는 오빠를 죽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다.사고뭉치 막내아들 재수(김흥수)도 이런저런 말썽만 부리고 다닌다.그러던 어느날 영자는 마침내 정신을 놓아버린다. 노 작가는 “가족은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위로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면서 “때로는 방호벽이고,때로는 장애물인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상처받고 위로받으며 사는 우리네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자신의 사랑 때문에 외면했던 부모,먹고 사는 문제로 잊고 지내던 형제들 등 욕심 때문에 가려졌던 작고 소소한 행복들을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꽃보다…’는 새해 첫날 오후 9시50분 1,2회를 연속 방영하고 3회부터 매주 수·목 오후 9시50분에 방송한다. 채수범기자 lokavid@
  • [나의 건강보감] 세브란스 외국인 진료소장 인요한 박사

    “사냥에는 저를 뛰어넘는 의미가 있습니다.1895년 처음 이 땅을 밟으신 저의 진외증조부(아버지의 외조부) 유진 벨 이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사냥을 했습니다.그 분들에게 사냥은 이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는 방편이자 이 땅 구석구석을 이해하는 길이었습니다.” 연대세브란스병원 외국인 진료소장 인요한(44) 박사.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그를 ‘외국 사람’이라고 한다.금발에 파란 눈,체격도 110㎏이 넘으니 그럴 수밖에.그러나 마주보고 인사 한마디라도 나눈 사람치고 그를 외국인이라고 우길 사람은 없다.확실히 그는 ‘벽안(碧眼)의 한국인’이다. ●진외증조부 이후 5대가 109년간 한국생활 그의 가족은 5대 109년동안 이 땅을 지키며 살고 있다.그와 그 가족들이 이 땅에 씨뿌려 가꾼 사랑이라는 이름의 나무는 어느새 웅숭깊게 자라 그 허구한 세월을 과실처럼 매달고 우뚝 서있다.3대의 조상이 이 강산에 혼백을 묻었음에도 우리에게 더 건 그 무엇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걸까.“저는 한국과 한국인에게서 받은 게 참 많습니다.이 땅에서 이국의 선교사 아들로 태어나 한국인으로 자라 교육받고 또 이렇게 병마의 고통을 더는 구원의 일까지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축복이 어딨겠습니까?”그러면서 “제가 이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할지를 고민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이런 그에게 사냥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땅과 이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값진 지침’이다.그래선지 사냥이라면 밥먹다가도 숟가락을 놓는다.“최근엔 가족들이 전남 보성에서 사냥 휴가를 보내고 왔어요.일주일동안 꿩만 열댓마리 잡았지요.”사냥을 위해 여름 휴가를 미뤘다가 수렵장이 개설되자마자 부리나케 뛰어가 보성의 산야를 훑고 왔다.네살난 막둥이는 물론 부인 이지나(41)씨도 사냥을 즐겨 최근 수렵 면허시험을 치르기도 했다.해마다 수렵장이 개설되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못가도 스무번은 사냥길에 나선다.“매년 번갈아 순환수렵장이 열리기 때문에 해마다 고을 하나씩을 섭렵할 수 있다.”며 덩치가 집채만한 그가 좋아라 웃는다. 그는 사냥을 ‘단순한 살생’으로 보는 시각에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지금처럼 먹이사슬이 붕괴된 상태에서 사냥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그렇다고 그가 오로지 사냥에만 매달리는 건 아니다.그는 산,그중에서도 지리산을 끔찍하게 사랑한다. ●어머니 품 같은 지리산 천번넘게 찾아 “제가 지리산을 오른 횟수는 줄잡아 천번이 넘을 겁니다.보통은 수렵기가 끝나는 3월부터 10월 사이에 가는데,사연이 있습니다.”그와 지리산의 인연은 깊다.진외증조부 이래 그의 조상들은 지리산에서 지난한 선교의 영적 힘을 얻었는가 하면 종교적 근신을 하곤 했다. 또 지리산은 그의 선조가 콜레라 등 풍토병을 피하는 피난처이기도 했다.지금도 노고단과 왕시루봉 인근에는 이 땅의 고단한 선교 역사를 증언하는 이들 유적이 남아 있어 그들이 살았던 세월을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 “전 강보에 쌓인 젖먹이때부터 이곳을 찾기 시작했어요.그 후 세상에 걷어 차이고 사람 때문에 울고 싶을 때마다 이곳을 찾아 묵상에 들곤 합니다.묵상 속에서 다시 용서와 화해의 힘,그리고 고난을 이겨내는 용기를 얻곤 하지요.”이를테면 인 교수 가족에게 지리산은 영혼의 안식처이자 그들이 하릴없이 엎어지지 않도록 건강을 준 어머니의 품같은 곳이다. 그에게는 남다른 아픔이 하나 있다.누군가 그곳에 선대의 희생을 모욕하듯 ‘이 곳은 무엇을 했던 곳일까요?’라는 제목의 안내판을 세운 것.제목 밑에는 선교사들이 마치 외세의 전위대인 것처럼 써놓은 내용이 실려 있었다.이 대목에서 그의 안색이 굳어졌다. “제 선조는 일제로부터 고종 황제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졌고,폐교와 추방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신사 참배를 거부했으며,3·1운동 때는 일제의 학살 만행을 알리기 위해 사선을 넘었습니다.또 저는 부끄럽지만 광주민주화 운동때,그 처절한 살륙의 현장을 지키며 외신 기자들에게 진실을 알리다 추방되기도 했고요.전 감히 말합니다.역사는 온당하게 읽어야 한다고.”그 안내판은 그후 슬그머니 철거됐다. ●젓갈없으면 밥 못먹는 ‘진짜 한국인' 인 박사는 1959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순천에서 보냈다.1895년 이 땅에 첫 발을 내디딘 진외증조부 유진 벨 남장로교 선교사와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아버지 휴 린튼에 이어 그와 그의 자녀들까지 5대가 이 땅을 지키며 산다.처음 한국땅에 들어올 때 유진 벨은 당시 상대적으로 낙후한 전남 지역을 택해 그 소외의 땅에서 눈물겨운 선교활동을 시작했다.이런 선조의 고난을 두고 “그 분들은 이 땅에 간과 쓸개,혼까지 아낌없이 바쳤고,나는 그 분들의 음덕으로 편하게 사는 셈”이라고 회고했다.그러나 그 역시 선대가 그랬듯 편안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진외증조부가 이 땅에 들어온지 100년이 되는 지난 95년 둘째형 스티브 린튼과 ‘유진벨 재단’을 설립,북한돕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식량을 지원하다가 지금은 결핵 퇴치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그들 형제가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 지난 6년동안 북한에 물경 300억원이 넘는 의약품을 지원할 수 있었다.이 약품으로 북한의 결핵환자 15만명을 치료,이 가운데 13만여명이 완치됐다며 흐뭇해 했다. 그는 틀림없는 한국인이다.이 땅에서 오래 살았다거나 이름을 바꿨대서가 아니라 한국인과 정체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식사는 한국식으로 합니다.양식은 한두끼만 먹어도 질리는데,한식은 안그래요.젓갈 양념에 버무린 김치와 청국장,보쌈을 모르고 사는 서구인들,불행해요.한번은 뉴욕엘 갔어요. 기내식에 질려 도착하자마자 우래옥이란 한식집을 찾아갔는데,그곳에서 먹었던 알탕 맛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유진벨재단 설립 北에 의약품 300억 지원 젓갈이 없으면 밥을 못먹고,술이라면 청탁을 가리지 않으며,사람을 좋아해 틈만 나면 달려나가 술판을 벌이기 일쑤인가 하면 ‘연세세브란스는 내 모든 것’이라는 한국적 연고의식,그러면서도 북한돕기의 열정을 감추지 않는 심지까지 가진 그가 한국에서 주변인이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담소 말미에 덧붙인 그의 얘기는 우리에게 자괴스러운 부끄러움이었다.“북한을 오가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분단의 상처가 이렇게 큰데,지역이 다시 갈려 있다는 건 우리 민족의 건강성을 해치는 고질입니다.이젠 청산해야죠.” 심재억기자 jeshim@ ■사냥 건강예찬 “사냥만 한 스포츠가 어딨습니까?자연과 교감하며 몸과 정신을단련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도 물에 씻은 듯 털어냅니다.골프처럼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주색잡기처럼 몸이 상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종종걸음으로 아버지를 따라 사냥터를 누볐다.벌써 초등학교 5학년때 할아버지에게서 20구경 외대 단발총을 넘겨받아 품고 잤던 일도 생생한 기억.젊어서는 훌치기 총인 레밍턴 870을 사용하다가 5년전 거금 200만원을 들여 이탈리아제 베넬리123 자동연발총을 구입했다. 사냥에는 사냥개도 필수.아버지 대까지는 포인터종을 사용했으나 그는 냄새가 싫어 포인터 대신 영국산 코커스패니얼을 택했다.사냥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절대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고 했다. ‘열혈 헌터’답게 그의 사냥건강론은 막힘이 없다.“가장 멋진 매력은 이 땅의 곳곳을 내 눈으로 살피며 애정을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알다시피 사냥은 정해진 길이 없습니다.대자연 속에서 지향없이 걷고 뛰며 야성과 만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즐거움 아니겠습니까?그뿐이 아닙니다.표적을 쫓아 격발하는 순간,세상의 모든 일들을 말끔히 잊곤 하죠.” 전국의 수렵장을 돌며 생경한 풍경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도 무시하지 못한다.더러 희귀 조수류와 만나는 것도 기쁨이다.최근에도 오소리와 산까치를 봤다고 자랑했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탓에 그의 사냥원칙은 철저하다.아무리 그럴듯한 표적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 안전핀을 풀지 않는다. 보호 조수를 지키는 일도 그의 몫.평소 보호 조수를 머릿속에 담아 실수로라도 그것들을 살상하지 않는 철칙을 어긴 적이 없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바이러스성 간병(肝病)이 번져 야생토끼의 개체수가 줄고 있다며 수의사에게 원인 규명을 의뢰할 만큼 그는 지킬 것은 지키는 사냥꾼이다. 심재억기자
  • 두근두근… 러브 에피소드/‘러브 액츄얼리’ 새달 5일 개봉

    어느새 휴대전화 벨소리들이 캐럴로 바뀌기 시작했다.언제나 그렇지만 사랑과 용서라는 단어들이 더욱 의미를 더하는 시즌.언제 누구와 봐도 부담없이 마음을 열게 하는 사랑영화 2편이 찾아온다.새달 5일 개봉하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와 28일 선보이는 ‘사랑의 시간(Time of love)’.영화의 심상찮은 기운이 제목에 물씬 서린,감칠맛나는 사랑이야기들이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노팅힐’‘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로맨틱 드라마를 잘 쓰기로 소문난 시나리오 작가 리처드 커티스의 감독 데뷔작. 핑크빛 로맨스를 엮는 연인들,서로를 이해해가는 부자(父子),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아주며 끝내 서로를 껴안는 부부 등 갖가지 이야기들이 ‘사랑’이란 큰 우산을 쓰고 한데 모였다.동기와 빛깔이 다 제각각인 이야기들을 발이 고운 비단처럼 씨줄날줄 매끈히 엮어낸 솜씨가 놀랍다. ‘Love is all around’란 팝송 가사처럼 스크린 속 세상은 온통 사랑으로 가득차 있다.크리스마스를 3주 앞둔 영국 런던이 무대.노총각 총리(휴 그랜트)는 관저로 부임한 첫날부터 귀여운 욕쟁이 비서 나탈리(마틴 매커친)에게 마음을 뺏긴다.아내가 죽고 슬픔에 빠진 대니얼(리암 니슨)은 열한살짜리 의붓아들 샘을 어떻게 위로할지가 더 큰 고민.바람둥이 애인과 헤어지고 방황하는 소설가 제이미(콜린 퍼스)에겐 말 한마디 안 통하는 포르투갈 가정부가 조금씩 사랑으로 다가오고,사라(로라 리니)는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회사동료에게 어렵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뜻하지 않은 걸림돌에 부딪치고…. 영화속 사랑은 일일이 꼽기가 숨이 찬다.아내 캐런(엠마 톰슨)을 속이고 잠시 한눈을 파는 남편(앨런 릭맨),친구의 아내를 짝사랑한 남자(앤드루 링컨),퇴물 로커(빌 나이히)와 평생 그를 지켜준 매니저(그레고르 피셔)의 사연까지.하나하나가 독립된 영화소재로 손색없는 이야기들을 한덩이로 예쁘게 뭉쳐낸 감독은 로맨틱 드라마에 대한 특출한 감식안을 과시한다. 나이와 신분,상황이 다를 뿐 영화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뿌렸다 거뒀다 하며 해피엔딩을 향해 잰걸음으로 나아간다.연기력을 검증받은 쟁쟁한 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화면도 큰 즐거움이다.총리의 신분도 잊고 막춤을 추는 휴 그랜트,‘Christmas is all around’(‘Love is all around’의 패러디곡)를 주책없이 불러대는 빌 나이히의 모습은 오랫동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다이도의 ‘Here with me’,노라 존스의 ‘Turn me on’ 등 인기 팝송들로 넘쳐나는 오리지널사운드트랙(유니버설 뮤직)도 놓칠 수 없는 감상포인트.
  • 공무원이 쓴 영화같은 인생스토리/자전적 소설 ‘사이공의 슬픈노래’ 펴낸 하림 씨

    국세청 간부로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 하림(사진·필명·56)씨가 낸 자전적 장편소설 ‘사이공의 슬픈 노래’(황금가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베트남 전쟁에서 겪었던 죽음의 순간들,두 베트남 여인의 순애보적 사랑,사이공 마피아와의 결투,베트남 여인과의 사이에 낳은 딸과 26년만의 해후 등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이 소설이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실화라는 점이다.지은이는 당초 ‘자서전’으로 내려했으나 이익단체들과의 마찰로 ‘소설’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하씨가 소설을 쓰게 된 것은 1998년 베트남전 참전 당시 다랑이란 여인과의 사이에 낳은 딸 샤이랑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계기가 됐다.26년만에 해후한 딸은 당시 일주일을 한국에서 머물렀다. 하씨는 “샤이랑이 베트남이 공산화된 뒤,미군 군의관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을 졸업했으며,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자신을미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의 혼혈아로 알고 자랐던 샤이랑은 어머니가 별세한 후 유품과 편지를 정리하다가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한국을 찾았다.어머니마저 생모가 아니었다.당시 국세청 청사 로비에 ‘당신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찾아온 이국의 28세 아가씨 이야기는 국세청 동료들에게 알려졌었다. 고교 시절 전국유도대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주인공 하림은 해사에 입학했다가 사고에 휘말려 육군 항공대 하사로 월남전에 참전한다.소설은 주인공이 베트남에서 작전 중 40일간 적진 한가운데 정글에서 홀로 버티다가 포로가 되면서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해 베트남 고산족 마을에 들어간 하림은 그 곳에서 첫번째 사랑 다랑을 만난다.다랑에게 무술을 전수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싹트지만 고산족과 함께 벌인 전투에서 다랑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행방불명된다.혼자 부대로 복귀한 하림은 혼수상태에 빠져 간호사인 두번째 사랑 자이란을 만난다.그러나 자이란은 하림이 다랑을사랑하고 있다고 판단해 그의 곁을 떠난다. 하림은 자이란을 찾기 위해 사이공 시내를 헤매다 미군 무기밀매단에 가담하게 되고 베트남 마피아와 충돌하기에 이른다.위기의 순간에 베트남 마피아의 부두목으로 나타난 사람은 놀랍게도 다랑이었다.얼굴에 칼자국이 나있는 다랑은 그간의 고초를 털어놓으며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그러나 다랑은 자신이 하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떠난다. 열달 뒤 다랑은 사랑의 결실인 샤이랑을 보내 키워줄 것을 당부하고,하림의 두번째 여인 자이란은 자신의 딸이 아님에도 샤이랑을 정성스럽게 돌본다.자이란과 결혼한 하림은 제대수속을 밟은 뒤 다시 돌아와 정착할 것을 약속하지만 베트남의 공산화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지은이는 책을 낸 동기에 대해 “딸에게 핏덩이부터 보살피지 못했음을 속죄하고,내 기구한 운명이 딸의 바람막이가 돼 지켜주기를 바라는,말로는 표현못할 부정(父情)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그는 “그동안 가슴 속에 맺혀있던 응어리가 풀려나가 세상이 끝난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라면서“남은 인생은 현재의 아내에게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이종수기자 vielee@
  • 오르골 동호회 들여다보기/태엽을 감으면···

    ‘태엽을 감고 눈을 감으면 순수의 소리가 마음을 감는다.’ 보석 상자 속 발레리나가 빙글빙글 돌아갈 때 흘러나오는 음악,바로 오르골 소리다.오르골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음악 상자’라고 얘기하면 알까. 이름은 낯설지만 모빌이나 장난감에 들어 있고 드라마나 영화 배경 음악으로 쓰여 그 소리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오르골.이 오르골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 있다. “중학교 때 우연히 어떤 가게에서 인형 모양의 오르골을 봤어요.인형이 고개를 까닥거릴 때마다 흘려나오는 소리가 어찌나 예뻤는지 몰라요.다음날부터 매일 쇼윈도 앞에서 그 소리를 들었죠.그때는 살 수 없어 그저 아쉽기만 했지만요.” 이제 어지간한 오르골은 주저없이 구입할 수 있는 어엿한 직장인 된 차은선(27·여)씨는 오르골은 곧 추억을 불러내는 소리라고 말한다.“오르골을 듣고 있으면 예전의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르죠.마치 오르골에 사람의 마음 속으로 스며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오르골은 금속이 부딪치면서 소리를 낸다.오래 듣다보면 자칫 차갑거나딱딱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2001년 7월 국내 최초의 오르골 동호회(cafe.daum.net/orgol)를 만든 함경희(26·여·직장인)씨는 “오르골은 차갑기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맑은 소리가 마음을 감싸줘 누구나 한번 들어보면 좋아하게 되죠.”라고 오르골의 매력을 강조한다. 오르골에 관심을 가진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애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이지선(16·학생)양은 “오르골 소리는 포근하다는 점과 더불어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인다.여러 악기를 동원한 음악에 비해 단조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 들어도 새롭다고.전혜성(21·여·대학생)씨는 “여름에 들으면 시원한,겨울에 들으면 따뜻한 느낌이 나고 오르골을 올려 놓는 탁자의 재질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묵묵히 오르골 소리를 감상하고 있던 전태환(19·학생)군은 “오르골 소리가 단순하기 때문에 요즘의 시끄러운 음악들과 차별되는 것 아닐까요.”라고 거든다.“오르골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우울할 때 좋다.”고 얘기하며 “단순히 개인적인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오르골에서는 정서에 좋은 α(알파)파가 나오죠.”라고 말한다. 오르골로 들을 수 있는 노래는 한정적이다.대부분 유명한 팝송이나 외국 민요.그럼에도 사랑 받는 이유는 뭘까.임보형(16·여·학생)양은 “이미 만들어진 음악이지만 수동으로 돌리다 보면 내가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직접 작곡한 곡을 들을 수 있는 오르골도 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오르골은 소리도 좋지만 그 모양도 눈길을 끈다.종류도 다양해 상자나 인형,열쇠고리 오르골은 평범한 축에 속한다.각종 악기를 본뜬 것뿐만 아니라 물레,재봉틀 모양도 있다.단순히 오르골이 예뻐서 수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이에 정아롬(20·여·대학생)씨는 “예쁜 외형이 오르골을 모으는 이유 중 하나죠.완제품에 만족하지 못해 무브먼트(소리를 내는 금속 부품)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직접 만드시는 분들이 많거든요.하지만 대부분의 오르골 마니아들은 그 소리를 좋아하는 거예요.그래서무브먼트만 사거나 오르골 음반을 듣기도 하죠.”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소리에 아름다운 자태를 갖춘 오르골은 선물용으로 그만이다.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외국에서처럼 대대로 손때 묻은 오르골을 물려주고 싶다는 김진영(22·여)씨는 “오르골 선물은 아름다운 소리를 주고 받는 것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며 적극 추천한다. 함경희씨는 “한번은 대구에 사시는 어떤 남자분한테 메일을 받았어요.청혼 선물로 오르골을 사고 싶은데 어디서 살 수 있냐고요.그 분 결혼에 골인하셨냐고요? 물론이죠.” 탁자 위에 놓인 오르골 소리를 듣느라 문득 문득 말수가 적어지는 사람들.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건 오르골 소리가 아니라 오르골에 담긴 사랑이 아닐까. 글 나길회기자 kkirina@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오르골이 뭐예요 자명금(自鳴琴)혹은 뮤직박스라고도 불리는 오르골은 태엽을 감으면 1분에서 수 분까지 음악을 들려준다.원리는 간단하다.길이가 각각 다른 가늘고 얇은 금속판을 음계순으로 달고 여기에 원통 모양의 실린더를 접하게 한다.실린더에는가시와 같은 바늘이 촘촘히 붙어 있는데 태엽의 힘으로 원통을 돌리면 바늘이 금속판을 퉁겨서 소리가 나게 된다.금속판의 수는 18개가 기본이고 50여 개에 이르는 것도 있다.이렇게 오르골에서 소리를 만드는 부분을 ‘무브먼트’(사진)라고 부른다. 13세기 중세 유럽의 자명종에서 유래된 오르골은 이후 네덜란드에서 ‘오르겔’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근대 오르골의 기원은 스위스.축음기 발명으로 쇠퇴기를 걷다 1950년대 일본이 오르골을 대량 상품화하면서 다시 사랑을 받고 있다.오르골은 ‘오르겔’의 일본식 발음이다. 역사가 보여주듯 현재 오르골 왕국은 일본이다.일본 오타쿠에는 오르골 박물관이 있을 정도다.일본에서는 우리 민요 ‘아리랑’을 연주하는 오르골을 살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오르골이 생산되고 있다.대표적인 무브먼트 제작업체는 산쿄(三協)사.본산지인 유럽에서도 오르골은 생산되지만 대부분 크기가 크고 비싸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판매되는 오르골은 거의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다.가격은 무브먼트의 경우 2000∼1만원 정도이고,완제품의 경우 1만원대부터 수십만원까지 다양하다. 오르골 종류에는 손으로 돌려 연주하는 수동 오르골 외에도 ▲디스크 모양의 오르골 ▲자동으로 연주되는 장식용 오르골 ▲직접 작곡한 음악을 들을 있는 오르간 오르골이 있다. 국내에서는 드라마 ‘올인’의 소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오르골이 제작된 적은 있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없다.많은 사람들이 오르골을 좋아하지만 크게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나길회기자
  • 파란 눈의 ‘심청’

    19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미국 노스리지 캘리포니아주립대학(CSUN)의 영어 판소리 연극 ‘심청(SHIM CH’ONG:A Korean Folk Tale)’은 우리가 여태 보아온 ‘심청’과는 판이한 작품이다.한국의 전통적인 효녀 이야기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고전과 현대가 넘나들고,동서양의 문화가 혼재된 독특한 실험극으로 탈바꿈했다. 심청의 투신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과 오버랩되고,김정일과 부시 미국대통령,남북한 병사가 대치한 비무장 지대 같은 한국의 복잡한 정세를 담은 비디오 영상이 삽입된다.판소리와 북,팝송과 바이올린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광경도 이색적이다.우리에게 낯익은 고전이 이방인의 시각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이다. 작품을 만든 이들은 CSUN 연극학과 교수진과 학생들.심청역의 에마 베이츠와 곽씨부인역의 제이미 로즈 등 전문 배우도 출연한다.하와이대 교수였던 마셜 필이 완역한 판소리 심청가를 토대로 학과장 겸 예술감독 제임스 드 폴 교수가 연출했고,같은 과 김아정 교수가 드라마투르그(극작 고문)를 맡았다.여기에 오하이오주립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며 판소리 보급에 앞장서온 박찬응 교수가 극을 이끌어가는 해설자로 가세했다.대사는 모두 영어로 전달되고,판소리의 경우 창(唱)은 한국어로,아니리(대사)는 영어로 진행된다. 원래 3년 전 아동극 형식으로 대학 드라마극장에서 소개돼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청소년 연극상인 ‘뉴비전스,뉴 보이시스’상을 수상했던 공연을 퓨전 연극 형식으로 재구성했다.지난 10월25·26일 이틀간 로스앤젤레스 게티 센터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심청’이 영어권 지역에서 연극으로 공연된 것은 처음이다. 열두살 때 당수도를 배운 인연으로 평소 한국문화에 남다른 호기심을 가져온 제임스 드 폴 교수는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한국 관련 기사를 빠짐없이 스크랩했다고 한다.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결합해 ‘심청’을 지금,이 시대의 이야기로 재해석하고 싶었다는 설명.그는 “김 교수로부터 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전해듣고 추락의 이미지,가족에 대한 사랑이란 측면에서 두 이야기간의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를 미화하거나 심판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했다.그는 “판소리는 블루스처럼 열정,감동,고통 등 여러 감정이 스며있는 아주 감동적인 음악”이라면서 “박 교수와 함께 작업하게 돼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박찬응 교수는 올 초 하와이에서 미국 이민 100주년 기념 창작 판소리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주제로 한 공연 등 미국인 관객 대상의 영어해설 판소리 작업을 10여년간 해오고 있다.박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에 비하면 대단히 초현실적이고 포스트모던한 스타일이지만 연출가의 작품 해석에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의미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94년 CSUN에 부임한 김아정 교수는 “현대의 혼돈과 불협화음이 한국의 전통예술인 판소리를 통해 표현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고 소개했다.김 교수는 1999년 오태석 희곡집 번역으로 한국번역상을 수상했다.공연은 23일까지.(02)2274-3507. 이순녀기자 coral@
  • “받은사랑 갚을줄 아는 아이로 키울 것”첫나들이 나선 사랑·지혜 자매

    엉덩이가 붙은 채 태어나 분리수술을 받았던 샴쌍둥이 민사랑·지혜 자매가족(사진)이 17일 서울 신정동 한국어린이보호재단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자매는 지난 7월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뒤 지난 13일 귀국,첫 나들이에 나섰다.자매는 7시간 넘게 걸린 수술흔적도 없이 밝고 건강했다. 어린이보호재단 직원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자매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쳐다보며 밝게 웃는 등 남다른 ‘끼’를 보였다.그러나 생후 8개월짜리 신생아답게 엄마 품에 안겨 새록새록 잠이 들고 우유병에 든 보리차를 쪽쪽 빨아마시는 등 ‘천진난만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특별한’ 자매를 낳아 힘든 것이 없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머니 장윤경(32)씨는“너무 예쁘고 천사 같은 아이들이라 특별히 속을 썩였다는 느낌은 안 든다.”면서 “사랑이,지혜라서가 아니라 모든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힘들고,부모님께 늘 감사드려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아버지 민승준(34)씨는 “척추·재활치료 등 꾸준히 치료받아야 하지만 힘들때마다 도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박지연기자 anne02@
  • HOT & NEW - 게임 애니 만화

    ●새게임 쿠키샵2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PC용 경영 시뮬레이션게임.위자드소프트.2만 5000원. 고스트리콘:아일랜드 썬더 X박스용 1인칭 액션 게임.마이크로소프트.5만 2000원. 톰 클랜시의 스프린터 셀 X박스용 1인칭 잠입 액션 게임.마이크로소프트.5만 2000원. 카오스 레기온 PC용 팬터지 오페라 액션게임.위자드소프트.3만 3000원. NBA 라이브 2004 PC·PS2·X박스용 3D 농구 게임.EA코리아.PC용 3만 6000원,PS2·Xbox용 4만 5000원. ●새만화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1∼6(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외) 이문열,박완서,이청준,전경린,하성란 등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들의 원작들을 만화화했다.이원희 외 글·그림,이가서.각권 9500원. 일곱개의 숟가락 1 가족의 소중함을 그린 아동만화.김수정 글·그림,행복한 만화가게,1만 2000원. 발바리의 추억 1∼9 80년대 젊은이들의 사랑 풍속도.강철수 글·그림,애니북스,각권 6500원. 어른이 되는 방법 1∼3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이야기.야마다 난페이 글·그림,대원씨아이,각권 4800원. 러브툰 사랑에 대한 185개의 짧은 삽화 보고서.루퍼트 포셋 글·그림,애니북스,9000원. 달나무의 고양이방 ‘반려’에 대한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그런데 그 반려란 사실 두 고양이들이다.박수인 글·그림,애니북스,8000원.
  • ‘따로 또 같이’ 돌아온 사랑·지혜 “우주비행사·시인으로 키우고 싶어”샴쌍둥이 분리성공 귀국

    지난 7월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서 7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분리에 성공한 샴쌍둥이 사랑이와 지혜 자매가 13일 오전 6시40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사진). 아버지 민승준(34)·어머니 장윤경(32)씨의 품에 안겨 입국장에 도착한 사랑이와 지혜는 오랜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민씨 부부는 “많은 분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면서 “싱가포르에서의 재활치료가 한국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적당한 치료기관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랑이와 지혜는 지난 7월 22일 래플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싱가포르시 외곽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병원을 오가며 재활치료를 받아왔다.민씨는 “인큐베이터에서 힘들어 하던 두 딸과 불안감을 놓지 못하던 아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사랑이와 지혜가 과연 몸이 붙어 있던 샴쌍둥이였는지조차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민씨는 두 딸의 장래에 대해 “호기심 많은 지혜는 우주비행사를,종이와 펜을 좋아하는 사랑이는 아름다운 시인으로 키우고 싶다.”고 희망했다.이들은 도착 직후 자신을 후원해온 한국어린이보호재단 관계자 등과 인사를 나눈 뒤 5개월간 비워두었던 영등포구의 집으로 향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매트릭스3’ 어떤 영화/ 철학적 대사 줄고 더 화려해진 액션

    “더 화려해지고,더 가벼워졌다.” ‘매트릭스’ 완결편을 뭉뚱그려 평가하자면 이쯤 될 것 같다.1,2편에 비해 액션의 규모와 동선이 훨씬 화려해졌고 그러다보니 철학적 메시지는 반동적으로 상당부분 희석된 느낌이다. 3편의 이야기는 2편의 연속선상에서 전개된다.인간말살을 목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기계군단 센티넬을 물리친 네오(키애누 리브스)는 현실과 기계도시인 매트릭스의 중간세계에 갇혀 의식을 잃고 누워 있다.연인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와 스승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의 도움으로 깨어난 그는 예언자 오라클(매리 앨리스)의 조언대로 트리니티와 함께 매트릭스의 심장부로 다시 향한다. 완결편에서 화면 위로 가장 또렷이 도드라지는 메시지는 사랑이다.네오와 트리니티의 캐릭터가 변함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하는데도 이전보다 더 큰 인간적 고뇌가 감지되는 건 그래서다.네오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트리니티가 종교·신화적 이미지로 가득한 영화에서 현실감을 일깨우는 거의 유일한 캐릭터다. 영화는 지나치리만큼 집요하게 양측의 전투장면을 보여주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구름떼처럼 뭉친 센티넬들(3D애니메이션 기법으로 탄생)이 시온의 기갑부대를 공격하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과 대규모 화력공세로 승부수를 띄운 본격 SF액션물을 연상시킨다.“워쇼스키 형제 버전의 ‘스타워스’”란 비유가 절로 나올 정도다. 자기복제 능력을 무한대로 발휘하며 네오를 추적하는 스미스(휴고 위빙)의 활약상도 더욱 커졌다.그의 움직임이 역동적인 볼거리로 크게 한몫 했다.장대비 속에서 네오와 스미스가 대결하는 막판 결투 장면들은 단연 압권.스미스를 치는 네오의 주먹이 느린 화면으로 빗물을 가르는 등의 장면은 ‘매트릭스’의 철학적 무게를 까맣게 잊어버릴 만큼 현란하고 감상적이다. 황수정기자
  • 전생·후생 넘나들수록 미궁으로 빠지는 사건/ 스릴러 ‘써클’ 14일 개봉

    ‘월드스타’ 강수연이 오랜만에 주연한 스릴러드라마 ‘써클’(제작 무비캠·JU프로덕션,14일 개봉)은 어쩌면 크게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다.‘매트릭스 3’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을 때 개봉하는 시점이 썩 좋지 않은데다 강수연 말고는 관객을 잡아끌 이렇다할 ‘미끼’가 없기 때문이다. 강수연의 상대역은 아직은 영화이력이 짧은 정웅인.촬영감독 출신인 박승배 감독의 연출작이다. 하지만 선입견은 금물이다.드라마를 풀어가는 힘만은 최근 선보인 그 어느 한국영화보다 강하다. 전체적인 극의 흐름은 역시 강수연이 주도한다.그의 역할은 연쇄살인 사건을 담당한 검사 오현주.정신분열증을 앓는 듯한 연쇄살인범 조명구(정웅인)와,차가운 카리스마로 무장한 오현주의 캐릭터를 극대비시키며 영화는 보따리를 푼다.법정 안팎에서 두 캐릭터가 부딪치며 내는 파열음에 한동안 관객들은 감상포인트를 맞춰야 한다. 특별히 지능게임을 걸지 않은 채 밋밋하게 법정공방을 끌어가는 영화는 중반을 넘기면서 내러티브의 힘을 자랑하기 시작한다.조명구의 애인인 미향(최정윤)이 명구의 살인행각을 70년 전 기생 산홍 때문이라고 주장하고,이를 묵살하던 오현주도 점점 자신과 조명구가 전생에 숙명적인 인연을 나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현주와 조명구가 전생의 연인이었음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는 상당부분 1930년대 시대물로 둔갑한다.전생에 못다 이룬 남녀의 사랑이 후생(後生)에서 비극적 악연으로 연결되기까지의 과정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려지는 것.사랑과 욕망의 고리에 묶인 전생의 인물들이 현세에서 다시 만나는 필연적 사연들이 긴장감을 잃지 않고 착착 아귀를 맞춰나간다. 강수연이 1930년대 명월관 기생 산홍까지 1인2역했다.한 화면 안에서 현생의 오현주가 전생의 산홍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식이다. 느린 화면 전개와 살인의 진실이 여주인공의 환상을 통해 밝혀지는 비약은 스타일과 논리를 따지는 관객에겐 설득력이 떨어진다.그러나 이런 결점에도 불구하고,모처럼 드라마를 곱씹는 재미를 느끼려는 의지만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다. 황수정기자
  • 아기 스킨십은 量보다 質/ 마사타카 ‘현명한 엄마의‘

    아기의 행동은 암호다.언뜻 똑같아 보이지만 의미는 제각각이다.암호 해독에 실패한 초보 엄마들은 스스로를 탓한다.‘아무래도 사랑이 부족한가봐.’ 일본의 인간과학 연구박사 마사타카 노부오(正高信男)가 쓴 ‘현명한 엄마의 육아기술’을 읽고 나면 아기를 키우는 것은 모성애(사랑)가 아닌 제대로 된 육아법임을 알게 된다.엄마가 아니더라도 익히면 아기를 만족시킬 수 있는 육아기술들을 살짝 들여다보자. ●스킨십은 아기 만족감이 중요 아기를 안거나 쓰다듬어 주는 것은 정서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스킨십이 중요한 이유다.그렇다고 하루종일 어루만져 줄 필요는 없다.중요한 것은 스킨십을 얼마나 오래했느냐가 아니라 스킨십에 대한 아기의 만족감이다. 스킨십과 더불어 엄마들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꼭 아기와 함께 자야 할까.’다.고민할 필요없다.같이든 따로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가정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달래기는 엄마가,야단치기는 아빠가 초보 부모들은 아기가 울 때 참 난감하다.대개 아기를 안고 그네를 태우듯 리듬감을 주며 달랜다.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해 보자.약간 높고 부드러운 톤으로 아기에게 말을 걸어보자.달래기도 쉽고 아기가 말을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아기는 무서운 얘기를 들을 때 남자들이 읽어 주면 더 집중한다고 저자는 말한다.따라서 아빠가 위험을 알리거나 야단을 치는 것이 효과적이다.엄마도 아기에게 주의를 줄 때는 낮고 단호한 톤으로 말해야 한다. 아기를 야단친 다음에는 달래주는 것이 중요하다.이때 야단친 부모가 한번 달래주고 다른 사람이 한번 더 해주면 좋다. 책은 이외에도 지성을 키우는 놀이법을 월령별로 소개하고 있다.베텔스만.8000원. 나길회기자 kkirina@
  • 호두 하루 한개 먹으면 10년 장수 한대요

    ‘가을의 정수’는 호두(胡桃)라 할 수 있다.누런빛을 띠는 단단한 껍데기 속에 건강에 좋은 영양과 고소한 맛이 오밀조밀 들어 있다. 호두의 과육이 사람의 뇌 모양같이 생긴 탓에 예부터 많이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는 것으로 믿어왔다.기억력 향상과 치매 예방에 좋은 것으로 최근 밝혀져 과거의 속설을 뒷받침하고 있다.40대가 하루 1개를 먹으면 10년 장수하고,50대는 5년 장수한다는 설도 있다. 페르시아가 원산지로 추정되는 호두는 동·서양에서 모두 사랑을 받은 과실이다.우리나라에선 정월 보름에 땅콩·밤 등의 견과류와 함께 부럼으로 먹었다.입맛을 잃고 기운이 없을 때 호두죽을 먹으며 기운을 차리기도 했다.또 일이 복잡하게 얽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호둣속 같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우리와 친근하다. ●기억력 향상·치매예방에 도움 중국에서도 귀족들이 호두를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로 좋아했다.청나라 말기 서태후는 노년에도 아름다운 피부를 간직해 부러움을 샀다.아름다운 피부의 비결은 호두로 만든 음식을 즐겼기 때문이다.머리카락을 검게 하고 윤이 나게 하는 등 탈모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양에서도 호두 사랑이 지극했다.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가 ‘호두까기 인형’이란 불멸의 작품을 남겼을 정도다.유럽에선 호두가 천연 식품 가운데 가장 영양가가 높고,소화가 잘돼 ‘신의 견과(Nut of God)’로 불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런 호두에는 가을의 정수답게 영양이 뛰어나다.옛날엔 호두를 삼과피(三果皮)라 하여 밤·잣·은행 등과 함께 으뜸으로 꼽았다.동의보감을 보면 호두는 신경쇠약증·불면증·고질적인 부스럼 등과 함께 여성들의 유방이 붓고 차가운데 효험이 있다.항암본초에는 익지 않은 호두를 따 술에 담아 먹으면 식도암·위암·간암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호두는 식물성 식품이지만 영양을 보면 지질이 높아 동물성 식품처럼 보인다.지방이 66∼69%로 아주 높다.호두의 불포화 지방(건성유)은 특수한 향미를 지니고 있으며 고급요리·약용 등으로 쓰인다.단백질 14∼16%,탄수화물 11∼13%가 들어 있다.열량은 호두 100g당 652㎉에 이른다.또 비타민 A·E와 비타민B군이 들어 있으며 인·철·망간·칼슘·나트륨 등도 많은 편이다.비타민E는 감마 토코페롤로서 전립선암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다. ●동의보감 ‘신경쇠약증·불면증에 효험' 호두의 지방은 대부분 복합불포화지방산(76%)과 단순불포화지질(14%)로 구성돼 있다.호두의 복합불포화지방산은 오메가-3이다.오메가-3의 하루 권장 섭취량 기준은 우리나라는 설정되지 않았지만 캐나다·일본·영국 등에선 하루 1∼2g정도로 정해 놓았다.특히 콜레스테롤은 전혀 들어 있지 않으며,호두의 알파 리놀레닌산은 심장병과 심장마비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오메가-3의 모체인 알파 리놀레닌산이 풍부한 호두 기름도 건강에 좋다.호두 기름은 백혈병으로 오는 폐렴,소아나 유아의 기관지염,폐선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 호두에는 100g당 15.4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인체의 성장과 발달에 필수불가결한 9종의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필수 아미노산은 인체에서 생성할 수 없어 음식을 통해서만 섭취해야 한다.라이신,트립토판,히스티딘,페닐알라닌,류신,이소류신,트레오닌,메티오닌 그리고 발린이 그들이다.단백질이 좋고 나쁨은 이들 필수 아미노산의 함유량에 달려있다. ●100g당 652kcal… 콜레스테롤 ‘0' 이런 호두는 과거엔 주로 약재로서 가루약이나 알약으로 쓰였다. 우린 주로 부럼처럼 곧바로 먹거나,‘천안호두과자’처럼 빵의 속재료로 이용해왔다. 색다르게,호두를 이용한 샐러드를 만들어보자.재료로는 그레이프푸르츠 1개,오렌지 2개,딸기 0.5ℓ,파인애플 (@)개,사과 1개,바나나 1개,배 1개,씨없는 포도 1컵,호두 (A)컵,시금치 약간을 준비한다.먼저 모든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3㎝크기로 자른 다음 시금치·호두·오렌지를 뺀 나머지를 모두 살살 버무려 둔다.여기에 오렌지를 주스로 짜서 넣고 다시 버무린 뒤 시금치를 깔고 과일을 올린다.그 위에 호두를 뿌리면 된다. ■ 도움말 이문호 임업연구원 특용수과 연구원,정세채 경북과학대 바이오식품계열 교수 이기철기자 chu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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