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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기증·기부 1건도 없어”

    “기업 기증·기부 1건도 없어”

    “유물 기증은 개인과 단체, 기업 모두가 참여해야 할 ‘문화운동’입니다. 기업 이름의 기증관이 생길 때까지 유물 기증 캠페인을 하겠습니다.” 지난달 한국박물관회 회장으로 뽑힌 유창종(61)씨. 그는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사이기도 하다.20년 남짓 한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 흩어진 옛 기와를 수집해 지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 1873점을 기증했다. 덕분에 중앙박물관 재개관 때 신설된 기증관에 ‘유창종실’이 생겼다. 충주지청 검사 시절, 그 지역에서 발굴된 ‘연꽃무늬수막새’ 기와에 매료돼 세계를 누비기 시작한 기와 수집은 기증실이란 열매를 맺은 것이다. “선진국 박물관들을 다녀보니 유물의 90% 이상이 기증 받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디다. 작은 유물 하나에도 개인 기증자나 재단·펀드 등의 이름이 써 있어요. 우리의 박물관들과는 동떨어진 얘기이지요.” 유 회장은 “우리의 유물 기증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것은 ‘문화재’와 ‘인간’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유물을 함께 나눈다는 깨우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깨달음은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인다.“문화재를 채권·주식투자처럼 재산증식 수단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무조건 기증하라고 하면 안 됩니다.”개인 소장이라도 ‘내것’에 머물지 않고 기증하면 사회적으로 더욱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깨우침이 필요하다는 뜻일 터이다. 기증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사회적인 예우가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후원조직인 박물관회 회장직을 맡은 김에 적극적인 유물 기증운동을 펼치겠다는 그는 “중앙박물관 기증실 11개 중 3개가 일본인의 것이라는 현실이 부끄럽다.”면서 “국민 모두가 유물 기증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금 마련 캠페인과 유물 기증 홍보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법인회원에 의한 기증·기부가 1건도 없어, 이미지가 좋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유물 기증·기부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기증자에 대한 예우도 보다 구체화하기로 했다. 최근 박물관회 이사로 뽑힌 정명훈 지휘자와 배우 안성기씨 등이 나서 기증자를 위한 콘서트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정성껏 모은 기와를 기증한 것이 아깝지 않으냐.’는 질문에 유 회장은 “유물 기증이 삶을 풍요롭고 기쁘게 한다.”면서 “나 때문에 다락방 속 유물을 내놓겠다는 지인들의 연락을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밝게 웃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책꽂이]

    |실용경제|●경영의 교양을 읽는다(이동현 지음, 더난펴냄)브랜드에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등 경영전략과 비전을 담은 경영서.3만원●살면서 꼭 알아야할 99가지(한빙 편저, 김효숙 옮김, 해토 펴냄)성공과 행복을 좇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강조.9500원●시간의 마스터(한홍 지음, 비전과 리더십 펴냄)시간의 흐름을 장악하며 승리의 삶을 살 수 있는 시간관리법 제시.1만 2000원●가난한 아빠 미국에서 아이 공부시키기(이강렬·민은자 지음, 황소자리 펴냄)적은 돈으로 자녀들의 성공적인 유학을 위한 가이드북.1만 2000원●새로운 대한민국 이야기(대한민국 사람들 지음, 샘터 펴냄)광고가 주는 감동을 담은 책.9500원●세금 줄이는 112가지 방법(노병윤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합법적으로 세금 안내는 세테크 전략서.1만 3000원●따뜻한 디지털세상 1,2(한국정보문화진흥원, 진한엠앤비)유비쿼터스 시대를 재미나고 쉽게 설명한 만화. 각권 5000원|유아·아동|●소라게의 집(에릭 칼 글·그림, 권윤경 옮김, 더큰 펴냄) 소라게의 생태를 보여주는 그림책. 소라껍질 집을 떠나 홀로 바다에 나왔을 때 무섭기만 한 소라게. 전학, 이사, 새 학년 등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듯.6세 이상.1만 1000원.●네버랜드 아기 몸 그림책(전5권)(이형진 글·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짝짜꿍, 킁킁이, 치카푸카, 꽁꽁이, 뿡뿡이. 손, 코, 입, 배꼽, 엉덩이에 이렇게 재미난 이름을 붙여 신체의 기능에 대해 자연스럽게 눈뜨게 하는 유아그림책. 수수께끼처럼 궁금증을 자아내며 관심을 유도하는 전개방식이 흥미롭다.3세까지. 각권 8000원.|초등·청소년|●어둠의 숲에 떨어진 일곱번째 눈물(정지아 글, 아이완 그림, 웅진주니어 펴냄) 안데르센의 대표동화 ‘공주와 완두콩’의 후일담으로 상상의 꽃을 피운 창작동화. 왕자와 결혼한 공주가 그냥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새삼 아름다움의 진실을 노동과 우정에서 찾는 과정이 펼쳐지는 판타지 철학소설. 초등 고학년∼중학생.8500원.●이중섭과 세발자전거 타는 아이(엄광용 글, 윤종태 그림, 산하 펴냄) 동화로 되살려낸 화가 이중섭 이야기. 끼니를 잇지 못할 만큼 가난했던 이중섭이 일본에 사는 두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주지 못해 안타까운 부정(父情), 끝내 자전거를 갖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들의 관에 그림을 넣어준 일화 등에서 화가의 깊은 가족사랑이 느껴진다. 초등3년 이상.9500원.
  • 한·일 공동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펴낸 공지영

    한국 여성 작가와 일본 남성 작가가 같은 제목의 소설을 함께 썼다. 서울과 파리에 거주하는 두 사람이 1000여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공동으로 쓴 소설의 제목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전 2권, 소담출판사). 이메일의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42)과 ‘냉정과 열정사이’의 쓰지 히토나리(46)다. 소설은 한국 여성 홍과 일본 남성 준고의 사랑이야기다. 도쿄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다 헤어진 두 남녀가 7년 뒤 서울에서 기적처럼 재회하면서 겪는 미묘한 심리변화를 두 작가가 각각 홍의 시점과 준고의 시점에서 달리 썼다. 집필을 시작하기 전 서울에서 두차례 만남을 가진 두 작가는 상대방에게 느낀 감정과 이미지를 그대로 주인공의 캐릭터에 반영하기로 약속하고 혈액형, 키, 몸무게 같은 신상 정보는 물론 가계도까지 교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홍은 역동적이고 활달한 한국 여성으로, 준고는 섬세하고 꼼꼼한 일본 남성으로 그려졌다. 공지영은 “등단 20년 만에 처음 쓰는 사랑이야기여서 무척 힘들었다.”고 짐짓 엄살을 부리더니 이내 “젊은 날을 다시 사는 듯한 기분이었다. 너무 재밌어서 또 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쓰지씨가 내 문학적 성향을 염려해서인지 틈만 나면 ‘정치적인 얘기 말고 사랑 얘기를 쓰자.’고 잔소리를 많이 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문학소녀 시절부터 품어온 사회변혁에 대한 부채의식을 처음으로 벗어던진 소설”이라고 자평했다. “처음엔 한·일수교 40주년이라는 명분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어느 순간 이념이나 정치적인 시각이 아닌 스물아홉 한국 여성의 눈으로 한·일관계를 바라보게 되더라.”고 덧붙였다.“우리 세대만 해도 역사, 과거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요즘 젊은 세대 중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5%도 안되는 것 같다.”는 그는 “20대를 전후한 세대들이 앞으로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쿠니 가오리와 공동 집필한 ‘냉정과 열정사이’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쓰지 히토나리는 평소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말하는 등 한국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쓰지 히토나리의 원고 독촉 메일이 가끔 ‘공포’로 여겨졌다는 공지영은 “소설을 쓰는 일은 무척 외로운데 함께 동행하는 친구가 있어 재밌고 편했다.”고 말했다. 쓰지 히토나리는 내년 1월 방한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입체적 매력의 그녀 ‘청연’ 장진영

    입체적 매력의 그녀 ‘청연’ 장진영

    “찍은 사진 한번 봐도 되죠?”“여기 이 사진은 안 쓰시면 안돼요?”그러고는 (양 손으로 머리를 치며)“아잉∼잘 안나왔네.”당찬 걸음으로 사진기자에게 다가갔다가 이내 아이같은 표정으로 돌아서는 이 배우.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인생을 담은 영화 ‘청연’(靑燕·감독 윤종찬·제작 코리아픽쳐스)으로 2년반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온 장진영(31). 지극히 도시적인 이미지를 품고도 깍쟁이 공주가 아닌,‘반박자 느린’ 소시민적 친근함으로 특유의 모순적 매력을 풍겨낸다. 국내 최초 1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헤로인이라는 주위 우려와 중압감을 기대감과 만족감으로 차근차근 승화시겨 나가고 있는 그녀의 얼굴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잠시 접었던 비상(飛上)의 날개를 다시 활짝 편 장진영을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개봉일(29일)이 다가오니 지금은 되레 편해요. 많은 여배우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제가 첫 단추를 잘 끼워야죠. 그래야 다른 여배우들이 이런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거 아니에요?”처음엔 책임감이 온몸을 짓눌렀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좋은 작품이란 확신이 들면서 자신있게 연기에 몰입했단다. 무엇보다 그녀의 어깨를 짓누른 무게감은 대작의 흥행을 바라보는 주위의 기대감에서 나왔을 법하다. 그녀가 잠시 숨을 고른다.“왜 흥행 부담이 없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감독님이 눈에 밟혀요. 영화를 위해 꼬박 3년 동안 열정을 바친 감독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꼭 이뤄졌으면 해요.” 그녀의 작품속 역할은 실존 인물 박경원. 일제시대 조선 여인의 신분으로 혼자 일본으로 건너간 뒤 하늘에 대한 열정 하나로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민간 여류비행사가 된 ‘신여성’이다. 그녀의 당당한 이미지와 꽤나 닮았다.“여자 배우라면 누구가 욕심낼 만한 역이죠. 실제로는 비행 기록만 남아있어, 캐릭터를 구상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특히 1년 넘도록 미국, 중국, 일본 등을 넘나드는 해외 촬영도 힘들었지만, 비행기 작동법은 물론 일본어와 춤 연습 등 연기 외적인 노력도 그리 녹록지 않았다며 미소 짓는다. 데뷔 8년 동안 7작품에 출연하면서 ‘어떤 옷을 걸쳐도 잘 소화해 내는’ 이미지를 뽐낸 그녀. 하지만 터프한 여성(반칙왕), 두들겨 맞는 아내(소름), 부분 기억상실증(오버 더 레인 보우), 시한부 환자(국화꽃 향기), 당당한 싱글(싱글즈)에서 보듯 그녀는 유독 평면적이지 않은 이미지로 인상지워진다.“TV 드라마나, 사극을 통해 ‘예쁜 여성성’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냐?”라고 묻자, 그녀가 손사래부터 친다. “답습하기 싫어요. 밋밋하면 재미를 못 느끼죠.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에서는 모두 ‘향기’가 느껴져요. 앞으로도 삶이든, 사랑이든, 방향성이 확실하고,‘진정성’을 지닌 배역을 선택할 겁니다.” 그녀에게 “자랑하고 싶은 영화속 연기 장면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여태껏 느릿느릿하고 조금은 어눌한 그녀의 어투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정말 정말 다 좋아요. 안 예쁜 장면이 없어요. 바닷가와 눈 쌓인 대나무숲에서 (김)주혁씨와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특히 아름답죠. 참, 비와 거친 바람을 맞으며 복엽기를 조종하는 장면도 인상 깊은 장면이에요.” 비행기를 통해 여성의 한계와 불가능을 뛰어넘은 작품속 박경원처럼, 배우로서 그녀가 달성하고 싶은 욕심과 꿈은 뭘까.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도리질을 친다. “호호. 생각 안 나요. 그냥 그때그때 찍는 작품이 잘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그래도 욕심이라면…‘청연’이 일본으로도 진출할 것 같은데, 기회되면 일본 활동을 해보고 싶네요.”‘소름’이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었던 것 이상으로 이번 ‘청연’이 그녀의 연기 인생에 굵은 방점을 찍어주길 기대해 본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고사리손 ‘사랑 동전탑’

    “작은 정성이 모이면 큰 사랑이 됩니다.” 고사리손들이 푼푼이 모은 동전이 어려운 이웃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어 화제다. 광주시 남구 진월동 ‘반디어린이집’ 어린이들은 해마다 동전을 모아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올해로 6년째이다. 원장 한은경(52·여)씨는 ‘아이들이 과자를 사고 남겨둔 10원짜리 동전을 땅에 그대로 버리더라.’는 한 학부모의 얘기를 듣고 동전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한씨는 그때부터 매년 학기초 돼지저금통을 사서 원생들에게 나눠 줬다.1원짜리 한닢이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주자는 생각도 보태졌다. 또 반드시 ‘100원짜리 이하 동전만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적고 하찮은 것도 소중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였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집안에 뒹굴거나 과자를 사고 남은 10원짜리를 차곡차곡 모아나갔다. 첫해 20여만원이란 돈이 모였다. 한씨는 동전모으기가 아이들에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갖게해준다는 사실에 놀랐다. 동전을 모으면서 아이들의 생활에도 조그만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가게에 심부름을 가거나 부모와 함께 쇼핑을 할 때에도 거스름돈을 받으면 동전을 꼭 챙겨 저금통에 넣는 습관이 붙었다. 학부모 박미옥(40·여)씨는 “처음에는 아이가 동전을 모은다기에 그냥 그려러니 했는데 저축하는 습관이 점점 몸에 밴 것 같다.”며 “이제는 온 가족이 함께 동전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반디어린이집은 지난해 40여만원을 모아 광주의 한 사회복지시설에 성금으로 기부했고, 올해는 50여만원을 모아 이 복지시설에 기부할 계획이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새영화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15일 개봉한 토머스 베주차 감독의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The Family Stone)는 할리우드 ‘크리스마스용’ 영화의 전형을 따른다.‘눈’과 ‘성탄절’,‘젊은 남녀의 사랑’, 그리고 ‘가족애’. 하지만 영화 ‘러브 액추얼리’보다 커플들간의 사랑 얼개가 성글고,‘당신이 잠든 사이에’보다 형제 커플간의 ‘X자 사랑’이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 남동생이 예비 형수와 잠자리를 갖고, 형은 예비 처제와 연결된다는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미국식 사랑 접근법 때문일까. 관객들은 ‘크리스마스니까’하고 이해하려 해도,‘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라며 개운치 않은 뒷맛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넘쳐나는 스톤 일가의 큰아들 에버렛(더못 멀로니)은 성탄절을 맞아 결혼을 약속한 비즈니스 여성 메리디스(세라 제시카 파커)를 집으로 데리고 와 가족에게 소개한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스톤가족은 메리디스의 고지식하고 특이한 행동을 영 못마땅해하고, 둘을 갈라놓으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메리디스는 에버렛의 동성애자 남동생을 본의 아니게 모욕하는 등 상황은 계속 꼬이기만 한다. 견디다 못한 메리디스는 자신의 지원군인 동생 줄리(클레어 데인스)를 불러들인다. 그런데 이게 웬일?줄리에게 에버렛이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또 메리디스는 에버렛의 남동생 벤(루크 윌슨)과 눈이 맞은 것. 이제 이들의 꼬인 관계는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다섯남매의 사랑과 갈등 해소 과정을 여유있게 그려내려다 보니 스토리 전개에 조급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가족들이 막내딸을 임신한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며 아련함을 느끼는 장면과, 암투병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등진 뒤 가족들이 새로 맞는 크리스마스의 풍경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머니역의 다이앤 키튼과 ‘섹스 앤 더 시티’로 잘 알려진 세라 제시카 파커, 클레어 데인스, 루크 윌슨 등 화려한 출연진은 충분한 눈요깃거리다.15세 이상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정다운 음악회로 送舊迎新

    정다운 음악회로 送舊迎新

    ‘정다운 음악회로 올해를 보내세요.’ 북적거리는 연말연시. 달력에 빼곡히 찬 송년회 일정을 쫓아다니다 보면 술기운에 연말을 훌쩍 넘겨버리기 일쑤다. 차분히 한해를 되돌아보는 건 공염불에 그치곤 한다. 서울 동작구와 서초구 등 자치구에서 준비하고 있는 송년음악회로 ‘가족 망년회’를 대신하는 건 어떨까. 흘러간 옛 노래와 가곡, 클래식 등의 감미로운 선율로 2005년을 마무리하고 새해 병술년을 기쁘게 맞자. ●정겨운 옛가요로 마무리 동작구(구청장 김우중)는 22일 오후 6시30분 상도2동 동작문화복지센터 대강당에서 ‘송년 가요무대’를 개최한다. 시끄러운 노래가 아니라 정겨운 옛가요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는 ‘백마야 우지마라’로 유명한 명국환을 비롯해 ‘오동잎’의 최헌,‘달타령’의 김세레나,‘사랑이 메아리칠때’의 안다성 등 한때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추억 속의 명곡들을 부르면서 차분한 송년 분위기를 높인다. 또한 색소폰 연주자 강진한은 ‘클라리넷 폴카’ ‘사랑을 위하여’ 등을 연주한다. 구로구(구청장 양대웅)도 16일 오후 7시 구로5동 구로구민회관에서 겨울밤을 훈훈하게 하는 송년음악회를 연다. 이번 공연은 가요와 국악, 가곡, 연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가수 권인하와 테너 가수 조현춘, 바이올린·첼로·비올라로 구성된 일렉트릭 연주팀 벨라트릭스가 무대를 아름답게 꾸민다. 또한 신미림초등학교 합창단과 구립합창단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경복궁 타령’ 등을 들려준다. 뿌리패의 타악 퍼포먼스도 즐길 수 있다. ●클래식 선율로 새해맞이 풍성한 클래식의 향연도 펼쳐진다. 16일 오후 7시30분 서초구(구청장 조남호) 주최로 양재동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리는 송년특집 피아노 연주회가 그 현장이다. 이날 연주회는 1993년부터 계속된 금요음악회의 특별 공연이다. 예술의 전당 김용배 사장과 피아니스트 신수정 교수가 초청됐다. 김 사장은 추계예대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5월 연주자 출신으로는 처음 예술의 전당 사장에 올랐다. 예술의 전당 오전 11시 콘서트 ‘브런치’의 해설을 맡아 선풍을 일으킨 음악해설의 1인자이기도 하다. 서울대 음대학장인 피아니스트 신 교수는 그동안 런던·도쿄 필, 베를린·뮌헨 체임버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협연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다. 김 사장과 신 교수는 예술의 전당 음악예술감독인 이화여대 이택주 교수가 이끄는 현악 앙상블 ‘네쌍스’와 협연을 펼친다. 이들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5중주’, 슈베르트의 ‘송어’ 등 주옥같은 정통 클래식 명곡들을 겨울 밤하늘에 수놓는다. 이어 23일은 라우스데오합창단의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캐럴 축제’,30일에는 월드비전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의 ‘천사들과 나누는 한겨울밤의 꿈’ 등이 계속 열리면서 연말을 포근하게 감싼다. 이밖에 용산구(구청장 박장규)도 23일 오후 3시 한강로3가 용산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송년음악회를 연다. 한국무용단 ‘천지창조’와 난파소년소녀합창단, 힙합그룹 카사앤노바, 가수 이자연 등이 출연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살아가는 이유, 행복해도 좋은 이유/잭 캔필드외 지음

    외부 자극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80 넘은 할아버지. 나무토막 같은 삶을 살아가며 말을 잃어버린지 오랜 그는 양로원을 찾아온 4개월된 손자를 번쩍 안아 올리고 ‘좋구나.’라고 한마디 툭 던진다. 사랑이 작은 기적을 이루는 현장이다. 저물어 가는 한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잘 나가게 된 사람들의 성공담이 아니다. 유명하지도, 부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이 추운 겨울을 녹여준다. ‘살아가는 이유, 행복해도 좋은 이유’(잭 캔필드 외 지음, 공경희 옮김, 해냄펴냄)는 할아버지에서 아버지와 손자로, 할머니에서 어머니와 손녀로 세대를 뛰어넘어 가족을 하나로 묶는 감동의 이야기를 묶어낸 책이다. 살아가는 이유와 행복한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한다.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행복한 삶의 이야기인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의 새로운 버전으로 보면 된다. 그 얘기가 그 얘기 같지만 읽어보면 괜히 눈시울 붉혀지는 것은 누구나 가족의 사랑에 힘입어 살아가기 때문일 터. 천국에 있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다가 통화가 안돼 울고 마는 어린 손녀딸을 보면 가슴 뭉클해진다.9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우리구 최고야!] 용산 ‘천사표’ 주부들의 김장봉사

    [우리구 최고야!] 용산 ‘천사표’ 주부들의 김장봉사

    매년 11월이 되면 용산구에 살고 있는 주부들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주부들이 서로 주고받는 인사는 하나같이 김장얘기다.“올해 사랑의 김장 담그기 날짜는 언제인지 아세요. 날씨가 좋을 때 김장을 해 드려야 하는데.”옆에서 들으면 각자 자기집 김장 걱정을 하는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4년째 해오고 있는 따뜻한 복지 용산만의 자랑인 ‘사랑의 김장담그기’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기 위한 인사다. 매년 김장철이면 혼자 사는 노인이나, 불우한 가정을 위해 담그는 사랑의 김치는 용산여성들의 손길로 만들어진다. 김장철마다 자신의 김장보다는 이웃을 위한 김장행사에 누가 권유하기도 전에 스스로 참여하는 아름다운 진풍경이 용산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말농장에서 직접 키운 배추로 담가 기쁨 두 배 용산구 사랑의 김치는 특별하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5000평 주말농장에서 용산여성들의 땀과 정성으로 직접 재배한 배추이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무더운 날씨에 땀흘리며 뿌린 배추 씨앗이 어느새 속이 꽉 찬 배추로 자라나면 자원봉사자들은 “자식을 길러낸 기분”이라고 말한다. 특히 올해는 작황이 좋아 배추 4만포기, 무 1만 3000개로 더 많은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게 됐다. 기쁨도 두 배나 됐다. 올해 용산구에서는 사회복지법인 용산상희원과 함께 ‘사랑의 김장 담그기’를 지난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 동안 주말농장과 후암동 옛 수도여고 운동장에서 진행했다. 이번 사랑의 김장 담기에는 자원봉사자 6000명이 참여했다. 역대 최고 숫자다. 이들은 사랑이 가득 담긴 4만포기의 김치를 불우이웃에 전달했다. ●6000명 참여 4만포기 뚝딱 여름 내내 정성 들여 키운 배추를 뽑고 절이던 날, 폭 2m·길이 10m가 넘는 웅덩이에 배추를 하나하나 절여 트럭에 실어 보낼 때는 자식 장가 보내는 것처럼 섭섭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고 한다. 절임웅덩이에 긴 장화를 신고 팔을 걷어붙인 주부자원봉사단은 주부 특유의 감각으로 배추 절임시간을 체크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김장전문가들이다. 농장에서 공수해 온 배추를 씻는 옛 수도여고 행사장 주부들의 손길도 바쁘다. 올해는 중국산 기생충김치로 전국이 시끄러웠지만 용산구는 직접 키운 배추와 깨끗이 손질하는 주부들의 손길 덕분에 안전하고 맛있는 김치를 장만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는 15kg 박스에 담아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겨우내 이 김치 하나면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라며 손을 꼭 잡는 할머니들을 뵐때면 자원봉사자들은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저소득 가구·복지시설 등에 온정 담아 전달 올해 김장 김치는 관내 저소득층 4888가구와 20개 사회복지시설, 경로당 127곳 등 모두 6000여곳에 배달됐다. 진정한‘살림’의 의미를 알고 실천하는 용산 여성들. 우리구 여성들은 사랑의 손길로 집안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는 봉사와 활동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여성들의 손은 작지만,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여지는 손길은 크고 위대하다. 따뜻한 이웃사랑의 전통이 있는 곳,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손길이 가득한 곳, 이곳이 살기 좋은 복지 1번지 용산구의 모습이다.
  • [인간시대] 과천경마장 경마중계 첫 여성 아나운서 김수진 씨

    [인간시대] 과천경마장 경마중계 첫 여성 아나운서 김수진 씨

    ‘애마(愛馬) 부인’상상은 금물. 문자 그대로 말(馬)을 사랑하는 기혼 여성이라는 말이다. 과천 경마장에 말 발굽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국 경마 8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경마 실황을 중계하는 여성 아나운서가 탄생했다. 금녀(禁女)의 벽을 허문 주인공은 김수진(31)씨. 그는 ‘여성의 목소리는 박진감 넘치는 말들의 레이싱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보기좋게 날려버린 또 하나의 ‘대한민국 1호 여성’이다. 김씨가 경마 중계를 시작한 것은 한국마사회(KRA)에 입사한 지 10년 만인 올 8월이다. 그는 1996년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래 기수 인터뷰와 경주마 관련 각종 프로그램 제작 등 경마 중계를 제외한 여러 일들을 경험했다. ●입사 10년 만에 우연처럼 다가온 기회 “아나운서로서 10년 동안 여러가지 일을 했지만 경마중계만큼은 감히 꿈도 꾸지 못했죠. 저 역시도 ‘여자는 안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거든요.” 이같은 김씨에게 ‘기회’는 우연처럼 다가왔다. 올초 KRA방송팀에 새로 부임한 김용철 팀장이 평소 눈여겨 봐 왔던 김수진씨에게 경마 중계 아나운서를 제안했던 것. 김용철 팀장의 격려에 힘입은 김수진씨는 이 때부터 하루 5시간씩 맹연습에 돌입했다. 하지만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KRA는 사전녹화한 김씨의 연습방송을 장내에 공개한 뒤 인터넷으로 팬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그 결과 응답자 500여명 가운데 70% 이상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8월27일부터 마이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경마에서 중계 아나운서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과천의 경마 경기장 현장에서는 말들의 역동적 움직임에 긴장감·박진감을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아나운서의 멘트는 말 발굽 소리와 어우러져 경마팬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그러나 ‘아나운서의 힘’은 경기 현장보다는 모니터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전국 32개 장외 경마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장외경마장(지점)에서는 모니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말들에 대한 아나운서의 설명이 필수적이다. ●“맹훈련 거쳐 지난 8월 실전 투입… 아직도 떨려요” 아나운서의 말한마디에 희비가 교차하는 경우도 있다. 돈이 걸린 경주다 보니 자칫 1위로 결승점을 통과한 말을 잘못 전달하기라도 하면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마 중계 3개월째인 김씨는 아직도 중계석에 앉으면 긴장된다. “처음 아나운서 자리에 앉았을 때는 결승점을 통과한 말들을 정신없이 외쳐대고는 몇 초 후에 어떤 말이 1등인지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너무 긴장해서 아무 생각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외쳐댔죠.” 초보 아나운서인 김씨는 단거리(1000∼1400m)경주 중심으로 부담이 적은 오전 경기를 중계한다. 비록 2300m짜리 장거리 경주나, 유명 경주마들이 출전하는 A급 레이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김씨는 자신이 맡은 경주 중계를 위해 중계석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경기 일정이 나오는 목요일 오후부터 기수와 말들에 대한 사전 자료를 수집하고, 중계 1시간 전부터는 배당률 표를 보고 팬들의 관심마(馬)를 연구한다. 레이스 중계 외에 김씨가 할 수 있는 말은 몇마디 안 되지만 팬들에게 하나라도 유익한 정보를 주기 위한 김씨의 노력은 끝이 없다. 이런 노력에 대한 보상은 1∼2분밖에 안 되는 중계지만 많은 경마팬들로부터 쏟아지는 격려와 칭찬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경마팬들의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경마 부정적 인식 해소에 기여할 터” 그는 “여성이 경마 중계를 하게 되면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이 조금은 해소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경마를 건전한 레저로 정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팬들의 사랑이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훌륭한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난 판타지에 빠졌어

    난 판타지에 빠졌어

    아직도 만화를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만화는 이제 어두침침한 골방을 떠나 당당히 문화 예술 장르로 대접받고 있다. 특히 여성을 겨냥한 것으로 여겨졌던 순정 만화의 변화는 놀랍다. 최근 판타지와 결합,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 내며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게임 소재로 퓨전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겨울, 순정 판타지에 빠지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신일숙),‘별빛 속에’(강경옥),‘불의 검’(김혜린),‘바람의 나라’(김진),‘레드문’(황미나)…. 국내 만화 팬들이라면 제목만 들어도, 작가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작품들이다. 여성 팬뿐만 아니라 남성 팬들도 다수 거느리고 있다. 내용과 스타일, 스케일에서 ‘여성들만 보는 것’이라고 치부됐던 순정 만화의 테두리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순정 판타지의 걸작들과 깊게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경기도 부천만화정보센터는 지난 8일부터 부천종합운동장 내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폴 인 판타지’ 전시회를 열고 있다.‘만화 온라인 모험기’,‘만화방 명작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내년 2월26일까지 약 3개월 동안 국내 만화팬들의 발길을 유혹하게 된다. 부천만화정보센터 홍보담당 최미영씨는 “당초 순정만화 장르 전체를 다루려고 했으나 50여 년이 넘는 국내 순정 만화 역사 속에서 완성도 높은 다섯 작품을 집중조명하는 것이 이 장르의 변천사를 다각도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500평가량의 박물관 내에 약 50평을 할애한 공간에 꾸며진 이번 전시회는 단순하게 그동안 발간됐던 관련 책들을 보여주는 차원이 아니다. 작가들의 펜터치와 화이트, 지우개 자국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원화에서부터 작품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에 색깔을 입힌 수많은 일러스트가 전시돼 눈길을 끈다. 또 초기 발행된 단행본부터 최근 새로 단장된 애장판까지 66권 분량 책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 다섯 명이 각자 작품 세계 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인터뷰 동영상도 볼거리이다. 전시회만 구경하고 가는 것은 아쉬울 듯.2001년 말 개장했던 박물관의 상설 전시 자료를 음미하는 것도 시간가는 줄 모르는 재미이다. 한국 만화를 연대기, 장르별로 분류해 놓고 있다. 특히 희귀 만화는 어른들도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다. 직접 만화 그리기를 체험할 수도 있으며,3D 애니메이션 상영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관람시간은 매주 화∼일요일(월요일 휴무) 오전 10시∼오후 5시이고, 유료 입장이다. 문의 (032)320-3745. 부천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순정만화 5인5색 # 아르미안의 네 딸들 고대 갈데아 지방에 있는 가상의 나라 ‘아르미안’을 배경으로 네 명의 공주들이 겪는 파란만장한 운명을 그리고 있다.‘아르미안’은 아마존 신화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대대로 여왕이 통치하며 여성 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극중 ‘페르시아’와 대조된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적절히 변형돼 재창조됐다.신일숙 작가의 또 다른 걸작으로는 ‘리니지’가 있다. 애장본 14권 완간. # 별빛 속에 국내 최초로 SF판타지와 순정이 결합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천문학자의 딸로 우주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여고생이 자신이 별나라 왕녀였다는 비밀을 알게 되고, 그녀를 여왕으로 추대하려는 세력과 반대파의 다툼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강경옥 작가는 빼어난 캐릭터의 심리와 우주 묘사 등으로 고유 스타일을 창조해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애장본 8권 완간. # 불의 검 역사 판타지물이다. 특히 이 작품은 최근 뮤지컬로 제작돼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고대 북만주를 배경으로, 청동기 문화를 지닌 ‘아무르’와 철기 문화가 발달한 ‘카르마키’와의 처절한 전쟁 이야기가 여주인공 아라의 애틋한 사랑과 버무려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김혜린 작가는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진 ‘비천무’나 ‘북해의 별’ 등으로도 유명하다. 단행본 12권 완간. # 바람의 나라 김종학프로덕션의 프로젝트 ‘태왕사신기’와 표절 시비가 이는 등 화제를 모았던 김진 작가의 작품. 고구려 초 역사를 재구성한 역사판타지다. 낙랑을 정벌하고 중국 한나라와 전쟁을 벌였던 무휼왕(대무신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리왕-무휼왕-호동 왕자 등 미묘한 권력 관계와 함께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등의 사랑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현재 단행본으로 22권까지 발간됐다. # 레드문 로맨스, 무협, 역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품을 내놓고, 또 남·녀를 초월한 다양한 계층에서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황미나 작가가 그렸다.SF판타지다. 시그너스 행성의 태양(구원자)이지만, 반란 세력에 쫓겨 지구로 오게 된 필라르가 윤태영이라는 소년의 육체를 빌려 살아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필라르는 결국 시그너스로 돌아가지만, 그의 동생 아즐라를 위해 희생되는 운명을 맞는다. 역시 게임으로 만들어 졌다. 애장본 12권 완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 태풍 장르/등급 액션/15세 감독/배우 곽경택/장동건·이정재·이미연 줄거리 부초처럼 이국을 떠돈 탈북자의 슬픈 가족사, 그를 쫓는 남한 해군대위의 숙명적 대결. 20자평 한국액션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준 스펙터클. 그러나 규모에 짓눌려 맥을 못 추는 드라마. ● 해리포터와 불의 잔 장르/등급 팬터지/12세 감독/배우 마이크 뉴웰/다니엘 래드클리프·엠마 왓슨 줄거리 해리 포터가 트리위저드 대회에 출전, 부활한 악의 축 볼드모트와 대결하다. 20자평 새 감독, 새 스토리, 화려한 비주얼, 풋풋한 로맨스. 한층 업그레이드된 재미요소들. ● 나의 결혼원정기 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황병국/정재영·수애·유준상 줄거리 38세 시골 노총각, 신부감 찾으려고 우즈베키스탄 가다. 20자평 정재영의 무시무시한(?) 연기력, 수애와 유준상의 기막힌 호흡. ● 프라임 러브 장르/등급 로맨틱 코미디/15세 감독/배우 벤 영거/우마 서먼·그린버그·메릴 스트립 줄거리 37세 커리어우먼과 14세 연하남의 ‘유쾌·상쾌·아슬아슬한’ 사랑이야기. 20자평 성탄선물처럼 아기자기하고 훈훈한 드라마, 두 여주인공의 끝내주는(?) 연기력. ● 킹콩 장르/등급 SF액션/15세 감독/배우 피터 잭슨/나오미 왓츠·애드리언 브로디 줄거리 미녀를 사랑한 거대 괴수 킹콩의 슬픈 러브스토리. 20자평 할리우드 SF 화제작들의 장점을 조합한 듯한 ‘블록버스터 갈라 쇼’. 끝내주는 볼거리. ● 광식이 동생 광태 장르/등급 코믹 멜로/15세 감독/배우 김현석/김주혁·봉태규·이요원·김아중 줄거리 ‘소심남’ 광식과 ‘작업맨’ 동생 광태의 극과극 사랑방정식. 20자평 핑크빛 환상이 아닌 현실적 캐릭터·상황전개에 공감이 절로. ●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장르/등급 로맨틱 코미디/15세 감독/배우 토마스 베주차/클레어 데인즈 맥아덤즈 줄거리 히피 가족과 세련된 뉴요커 예비 며느리의 만남. 20자평 뻔한 웃음은 일체 사절. 사라 제시카 파커는 역시 매력적.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전광표 한국 구세군사령관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전광표 한국 구세군사령관

    ‘왜 겨울이지요?’ 이런저런 설(說)이 많다. 재미있는 근거(?) 하나.‘겨’는 지금의 계시다는 말에서 유래했고 ‘울’은 올아비라는 의미란다. 그러니까 오라비, 남자가 집에 있다는 뜻이란다.‘겨울’에는 농사일이 없기 때문에 사내들이 집을 나설 일이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추운 겨울이다. 따뜻함이 기다려진다. 문득 붉은 세 다리와 냄비 모양의 모금통이 보인다. 제복을 입은 구세군의 손에서 울리는 딸랑딸랑 종소리도 정겹게 들려온다. 경쾌한 캐럴송, 금빛 꼬마전구들이 밤하늘을 반짝반짝 수놓는다. 해마다 이맘때, 성탄절을 앞두고 가는 한 해를 아쉬워하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빨간 자선냄비가 우리들 곁에 나타난다. 어느새 세밑의 풍물 중 하나가 됐다.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사슴처럼 크리스마스의 상징처럼 됐다. 그렇다면 자선냄비의 첫 종소리는 언제 울렸을까. 궁금해진다. 자료에 따르면 1891년 성탄을 앞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선보였다. 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한 도시의 빈민 1000여명이 슬픈 성탄을 맞게 된 것. 이때 구세군의 한 사관(조지프 맥피 정위)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오클랜드 부둣가로 가서 그곳 주방에서 사용하던 큰 쇠솥을 빌려 삼각형 모양의 받침대를 만들어 거리에 내걸었다. 그 위에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라는 글귀를 써 붙였다.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고 성탄절 불우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다. 결국 이웃을 돕기 위해 새벽까지 고민하며 기도하던 한 구세군 사관의 깊은 마음이 자선냄비의 출발점이 됐고, 오늘날 전세계 111개국으로 퍼지게 됐다. 한국에는 1928년 12월15일 당시 한국 구세군사령관이었던 박준섭 사관이 서울의 종로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가난한 이웃을 도웁시다.”라는 말을 메가폰을 통해 호소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이렇게 해서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지 77년이 됐다. 그러나 아직도 일반인들 가운데에는 깔끔한 유니폼에 모자를 쓴 모습 때문에 군인이 아니냐, 또 자원 봉사자가 아니냐며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주 말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서울 구세군교회에서 전국의 자선냄비를 총지휘하는 전광표(65) 한국 구세군사령관을 만났다. 막 지방 출장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그는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모금액이 9%가량 늘어 우리 민족의 따뜻한 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먼저 감사 표시를 했다. 이어 “작년에는 25억 5000만원을 달성했는데 올해는 조금 높은 27억원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날씨가 추운데도 따뜻한 성원이 계속 답지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간 자선냄비의 경험을 보면 우리 민족은 어려울 때일수록 돕는 마음이 더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2년 전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함에 50대 초반의 중년 신사가 3752만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 뭉치를 넣고 사라진 경우도 있다.”면서 경제가 어렵지만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추위와 싸우는 자원 봉사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19개 늘어난 230개의 자선냄비를 전국 76개 지역에 설치했다.”면서 “종전의 구세군 자선냄비가 기부자들을 거리에서 기다리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미니 자선냄비를 만들어 은행 창구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T머니를 통한 기부, 각종 상품권 기부 등을 비롯해 거리, 지하철, 은행, 우체국 창구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했단다. 올해의 경우 명동과 서울역, 백화점 등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에서 모금이 잘된다면서 10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를 기부하는 익명의 시민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성금이라는 것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전 사령관은 올해의 77주년 의미를 각별하게 생각한다. 민족의 아픔과 더불어 해마다 발생하는 이재민 구제, 빈곤 속에서 고생하는 불우한 이웃, 버려진 아이들과 함께 해왔단다.1928년 당시에는 자선냄비가 명동, 종로, 충정로 등 서울에만 20군데 놓여져 성금도 겨우 몇백원에 불과했다고 회고했다. 예전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많아 계수하는 데만 4∼5시간이 걸렸지만 요즘에는 1000원짜리 지폐가 많다 보니 계수시간이 1시간 정도로 단축됐다고 한다. 이어 “우리가 가진 것을 서로 나눌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나눔은 아픔을 치유하는 시발이며 인격을 고양시켜 주는 것”이라면서 자선냄비는 사회를 건전하게 만드는 철학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선냄비에 얽힌 에피소드를 얘기해 달라는 질문에 “세월의 길이만큼 여러 사연이 있다.”고 전제한 뒤 “어린 아이들이 돼지 저금통을 들고 와 자선냄비에 넣는 일을 보면 눈물이 찡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한 “며칠 전에는 서울 삼성역에서 어느 장애인이 자신이 모금한 성금을 자선냄비에 기부한 경우도 있다.”면서 따뜻한 커피, 식당 쿠폰, 문화상품권을 기부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했다. 고사리 같은 손에 들린 코 묻은 동전 몇 닢, 폐품을 수집하는 할머니가 손수레를 끌고 가다 꺼낸 쌈짓돈, 아름다운 처녀와 데이트하느라 돈이 떨어진 탓에 헌혈증서를 내놓는 동네 청년도 있기에 추운 겨울이 그저 훈훈하단다. 전 사령관은 1941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13세 되던 해 충청지방에 속한 덕암 구세군 교회 주일학교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71년 구세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천연 구세군교회, 삼성구세군 교회, 영등포 구세군 교회, 과천구세군 교회 등에서 담임 사관으로 몸담았다. 이후 구세군 전라·충청·서울 지방관을 거쳐 2004년 서기장관에 임명됐으며 올해 1월1일자로 한국 구세군사령관에 취임했다. 그의 부인은 한국 구세군 여성사업총재, 즉 여성 사령관 직책으로 남편과 함께 구세군을 이끌고 있다. 슬하에 아들 둘을 두었으며 식구가 다 구세군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건강관리를 묻자 “학창 시절 탁구선수까지 했지만 요즘에는 통 운동을 못한다.”면서 틈틈이 걷는 일이 유일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왜 빨간색이냐고 하자 “예수님의 보형을 상징하며 인류를 구원하는 사랑의 극치”라면서 사랑의 마음에 빨강을 사용하는 기독교적 문화유산이 내포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불우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 희생하는 사랑이 담긴 선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1년 논산 출생 ▲71년 구세군사관학교 졸업 ▲71년 서울 천연교회 담임사관 ▲83년 영등포교회 담임사관 ▲90년 국제사관대학 졸업 ▲95년 동양사관대학 졸업, 구세군 전라 지방장관 ▲98년 구세군 서울지방장관 ▲99년 한국기독교협의회(NCC) 실행위원 ▲2000년 대한기독교 서회 이사, 교경 중앙회 부회장 ▲03년 국제종합장기증센터 부총재 ▲04년 NCC 부회장 ▲05년 1월 한국 구세군사령관,CBS방송 이사, 한국기독교연합재단 이사 ●구세군 이란 일반인들도 구세군 교회에 출석하면 누구나 구세군이 될 수 있다. 성직자가 되려면 구세군 사관학교(7년)를 마쳐야 한다. 처음 2년 동안 합숙훈련, 임관 이후 2년간의 논문심사,3년간의 선교신학대학원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구세군에 다른 기독교 종파와는 달리 여성 목회자들이 많은 이유는 철저한 남녀평등을 주창했기 때문이다. 구세군은 군대조직과 유사한 상명하달 체계와 계급제를 갖고 있다. 군인처럼 임관 후에 ‘정위’라는 계급을 달고,15년 이상 사역했을 때에는 ‘참령’으로 승격된다. 그 위로는 부정령, 정령, 부장, 대장 순으로 계급이 높아지는데 대장은 세계에서 단 한 명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9개 지방본영에 630여개의 교회가 있으며 총사령관의 계급은 부장이다. 구세군 복장을 보면 붉은 바탕에 황금색 글씨로 ‘S’자 배지가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S’자는 ‘Salvation(구원)’,‘Soup(수프)’,‘Soap(비누)’ 등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Salvation’은 인간의 영혼을 구한다는 의미이고,‘Soup’와 ‘Soap’는 먹을 것을 주고, 몸을 닦아 준다는 육체적인 구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에는 1908년 영국에서 파견된 로버트 호가드 정령이 이끄는 10여명의 사관이 선교사업을 시작한 이래, 교세를 확장해 왔다. 의료선교 및 고아원, 양로원, 육아원 등을 경영하며 교육기관을 통해 포교에 힘쓰고 있다. 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다.
  • 2030 춤꾼들 한자리 모인다

    한국 무용계의 ‘2030’ 대표 춤꾼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현자)이 20∼30대 젊은 안무가들에게 창작무대를 열어주는 연례 기획무대 ‘동동(東動) 2030’이 14·15일과 17∼18일 나흘 동안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이 기획무대가 처음 마련된 것은 지난 2003년. 음양오행에서 봄과 젊음을 상징하는 ‘동(東)’과 힘과 에너지를 뜻하는 ‘동(動)’을 합쳐 ‘동동’이라 제목을 붙였다. 젊고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 있는 컨템포러리 창작무대인 만큼 젊은 관객들의 입맛에 아주 잘 맞을 듯하다. 김현자 예술감독은 “올해도 춤의 기본을 탐구하고 창작역량을 향상시키는 실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무대에 올려질 작품은 모두 4편. 젊은 무용인들의 세상을 향한 고민과 진지한 시선들이 진하게 묻어난다. 동성간, 이성간 사랑이 자기애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묘사한 윤성철의 ‘ego-ist·사랑’, 본질은 사라지고 감각적 테크닉만 득세하는 세태를 고민한 김윤진의 ‘침묵하라’가 14·15일 이틀동안의 무대를 책임진다. 국민대 강사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윤진의 창작무대로는 특히 큰 기대가 쏠린다. 김윤진은 2002년 ‘바리바리촘촘디딤새’에서 설장구 가락에 우리 춤사위를 실은 창작품 ‘생성’을 선보여 박수를 이끌어 냈던 주인공. 이번에는 살풀이, 춘앵무, 굿 등 전통 춤사위에 비디오 설치미술과 디지털 사운드를 결합해 우리춤의 새 가능성을 열어보인다. 17·18일은 김진영·임현미의 안무작이 공연된다. 국립무용단의 간판 무용수인 김진영은 허례허식을 벗어던진 진실한 삶을 꿈꾸는 창작무대 ‘럭셔리 포·장·마·차’, 부산 지역을 무대로 활약이 빛나는 임현미는 현대인의 소외를 그린 ‘플라잉’을 각각 선보인다.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2만∼3만원.(02)2280-4114∼5.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서울시 공무원 훈훈한 이웃사랑

    서울시 공무원들의 이웃사랑이 겨울을 녹인다. 서울시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11일 오전 한강에서 아동복지시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산타 풍선교실과 함께하는 어린이 유람선 투어’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열리는 행사로 상록보육원, 소년의 집 등의 어린이 150명이 초청된다. 이들은 유람선을 타고 여의도에서 성산대교까지 한강 주변 유적지를 둘러보며 풍선아트 동호회 ‘파티포유’ 회원들과 함께 ‘탱탱볼 만들기’,‘요술풍선 만들기’ 등의 놀이를 할 예정이다. 또 서울복지재단(대표 박미석)은 에너지관리공단(이사장 김균섭)과 공동으로 10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홍은동 일대 저소득 노인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돕는 봉사활동을 벌인다. 서울시 공직자 자원봉사단인 ‘서울사랑 나누미’ 80명과 공단 직원 10명 등이 참여해 홍제·홍은동 일대 저소득, 독거 노인 등 43가구를 찾아가 문풍지를 바르고 수도 동파를 예방하는 한편 진료도 해준다. 또 전구를 고효율 전구로 교체해주고 내복과 쌀 등도 나눠줄 계획이다.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09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60분-부모(EBS 오전 10시) 학습지로 공부를 시키거나 학원을 보내는 대신 영어 동화책을 함께 읽어 주자! 고등학교 영어 교사 출신으로 최근 ‘3살 때 망친 영어 평생을 괴롭힌다.’라는 조기 영어교육 지침서를 펴낸 세 아이의 엄마 김은희씨가 말하는 그녀만의 특별한 영어 교육법, 그리고 가족간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그 여자(SBS 오후 8시55분) 재래시장을 찾은 지수는 어떻게든 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고 상인들과 흥정한다. 공항으로 간 재민은 세정이 입국하자 반갑게 맞이하고, 이어 세정이 선물이라며 내민 옷을 입고는 좋아한다. 지수네 집으로 정선과 석주부부가 초대되고, 세정과 같이 있다가 늦게 도착한 재민은 별 일 없는 듯이 행동을 한다.   ●글로벌 비전〈세계화의 그늘〉(YTN 오후 1시20분) 브라질의 제랄도는 미국 포드자동차의 해고 노동자다. 제랄도와 같은 노동자들은 브라질 경제보다 세계경제에 관심이 더 많다. 세계경제에 따라 자동차 판매량이 결정되고, 노동자의 해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같은 포드사 노동자라도 나라에 따라 받는 돈이 차이가 난다.   ●레인보우 로망스(MBC 오후 6시50분) 메모지에 남긴 글 때문에 자신이 오렌지걸이라는 사실을 기범에게 들킬 상황이 되자, 은비는 친구인 현경을 방패막이로 내세운다. 은비는 자신이 내세우고도 혹시 현경이가 기범을 좋아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한편 민기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손 모델이 되고, 보라는 매니저가 되겠다고 나선다.   ●청춘 신고합니다(KBS1 오후 7시30분) 예비군과 현역이 화합 단결된 최정예 동원사단 육군 제65 보병사단 장병들과 함께한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개과천선한 병사, 어릴 적 단 한번의 만남이 전부인 아버지를 찾는 병사, 한 귀염둥이의 아버지로 ‘충성’을 외치는 병사의 러브스토리 등이 ‘소원수리 프로젝트 행복초소’에서 펼쳐진다.   ●윤도현의 러브레터(KBS2 밤 12시15분) ‘상상플러스’,‘스타골든벨’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나운서 노현정을 초대해 그녀의 이상형에 대해 들어보고 관객들과 함께 즉석에서 ‘암산대결’을 펼친다. 또 5집 앨범으로 컴백한 한류의 원조 안재욱은 쉬는 동안 여행을 즐기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연기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 [저희 결혼해요] ♂홍승덕·♀임세정

    [저희 결혼해요] ♂홍승덕·♀임세정

    월드컵 4강의 기쁨이 채 가시지도 않은 2002년 9월. 취업의 문앞에서 마음도, 몸도 심란하고 지쳤을 때 그녀를 만났습니다. 어느날, 친한 선배와 경영학 수업을 듣는데 어디선가 그 선배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청량한 목소리에 고개가 저절로 돌려졌습니다. 그러나 옆모습만 보일듯 말듯, 그녀는 사라졌습니다. 첫 만남은 그렇게 아련함만 남겼습니다. 얼마 후 그 선배는 느닷없이 “승덕아, 오늘 술 한잔 할래. 누구 좀 만나는데.”라고 말하더군요. 술이 반 병쯤 들어갔을 무렵, 청량한 목소리의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기분이 참 좋았어요. 누군가 처음 만날 때 그렇게 기쁘고, 설렌 적은 없었을 정도로. 우리는 유쾌한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 같은 4학년이라 독서실에 다니며 토익공부를 했고, 각종 대학생 공모전에 아이디어를 출품해 수상했습니다. 돈이 없어 학교식당에서도 동전을 뒤적거려야 했지만요. 모든 사랑의 기억은 대학 캠퍼스 곳곳에 묻어있습니다. 그녀와 함께 했기에 막바지 대학생활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결국 첫 취직의 기쁨까지 우리는 함께 누릴 수 있었죠. 그녀는 정말 특별한 사람입니다. 뜨거운 열정을 품고 행복을 나누어주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소녀처럼 항상 밝고, 즐거운 그녀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지금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3년이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는 12월11일 하나가 되려 합니다. 서로가 있기에 눈 뜨는 아침이 행복했고요, 이제 그 행복을 함께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련을 겪을 때도 우리는 함께했고, 한 가닥 희망을 발견했을 때도 함께 일어섰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라 믿습니다. 그 사랑과 함께 우리의 인생은 새롭게 시작될 것입니다. “세정아 사랑해.” ♂홍승덕 (27·KCC 판유리영업부)·♀임세정(26·한국소비자평가연구원 주임)
  • [무슨 영화 볼까]

    ●6월의 일기 장르/등급 스릴러/15세 감독/배우 임경수/신은경·문정혁·김윤진 줄거리 학원 연쇄살인의 진실을 파헤치는 남녀 짝패 형사의 이야기. 20자평 ‘왕따’소재를 스릴러 장르로 끌어안은 참신한 시도, 신은경의 완숙미 풍기는 연기력. ●프라임 러브 장르/등급 로맨틱 코미디/15세 감독/배우 벤 영거/우마 서먼·그린버그·메릴 스트립 줄거리 37세 커리어우먼과 14세 연하남의 ‘유쾌·상쾌·아슬한’ 사랑이야기. 20자평 성탄선물처럼 아기자기하고 훈훈한 드라마, 두 여주인공의 끝내주는(?) 연기력. ●광식이 동생 광태 장르/등급 코믹·멜로/15세 감독/배우 김현석/김주혁·봉태규·이요원·김아중 줄거리 ‘소심남’ 광식과 ‘작업맨’ 동생 광태의 극과극 사랑방정식. 20자평 핑크빛 환상이 아닌 현실적 캐릭터·상황전개에 공감이 절로. ●해리포터와 불의 잔 장르/등급 팬터지/12세 감독/배우 마이크 뉴웰/다니엘 래드클리프·엠마 왓슨 줄거리 ‘불의 잔’ 지목을 받은 해리 포터가 트리위저드 대회에 출전, 악의 축 볼드모트와 대결. 20자평 새 감독, 새 스토리, 강해진 스케일과 화려한 비주얼, 한층 업그레이드된 재미요소들. ●연애 장르/등급 멜로/18세 감독/배우 오석근/전미선·김지숙·장현성 줄거리 삶의 먼지에 찌든 30대 여자, 도발을 통해 자아 들여다보기. 20자평 ‘현실’과 ‘경제력’과 ‘낭만’이 한덩이로 뒹구는 도발적 멜로. 신세대 코드에 맞을지…. ●애인 장르/등급 멜로/18세 감독/배우 김태은/성현아·조동혁 줄거리 결혼 한달 앞둔 여자와, 내일이면 아프리카로 떠나는 남자의 ‘기습 사랑’이야기. 20자평 원초적 욕망 꿈틀대는 솔직하고 화끈한 화면. ●나의 결혼원정기 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황병국/정재영·수애·유준상 줄거리 38세 시골 노총각, 신부감 찾으려고 우즈베키스탄 가다. 20자평 정재영의 무시무시한(?) 연기력, 수애와 유준상의 기막힌 호흡.
  • [Love&Marriage]

    행복을 자랑해 주세요. 결혼을 앞둔 설레는 사랑 이야기, 알콩달콩 행복에 겨운 결혼 이야기도 좋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사랑이 담긴 아름다운 사연 모두 담아 드려요. 이곳은 여러분의 사랑이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 보내실 곳 wedding@seoul.co.kr(이름·주소·전화번호 반드시 기재, 사연 분량은 A4용지 절반 정도, 사진도 함께 보내주세요.) ■ 선물 앙코르 결혼사진이나 가족사진 촬영권(화장 및 웨딩드레스 포함,1114인치), 롯데월드 자유이용권(2장·6만원 상당) ■ 협찬 결혼사진의 명가 토마토스튜디오 (02)3442-2321,www.tomatostudio.co.kr 고급스러운 사람을 담아내는 노비스튜디오 (02)540-4008 www.studio-novi.co.kr
  • 작가 김유정의 지독한 짝사랑

    작가 김유정의 지독한 짝사랑

    30이란 아까운 나이로 병마와 싸우다 요절한 작가 김유정의 애인이 살아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운니(雲泥)동 109의 2. 계(桂)동 입구에서 휘문(徽文)고교 쪽으로 가다 보면 한 가닥 청아한 가야금 소리가 들려 온다. 길가에 연한「시멘트」2층집이 바로 김유정의 옛 애인이 살고 있는 곳. 국창(國唱) 박녹주(朴錄珠·65) 여사의 집이다. 판소리 다섯 마당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명인 박녹주 여사가 일세(一世)의 문사(文士) 김유정의 처음이자 마지막 애인이라는 건 거의 숨겨진 사실. 이 40년 전 사랑의 이야기를 박여사에게 들어보면 - . 이상(李箱)과 단짝 친구인 천하의 외고집 작가 김유정은 이상과는 둘도 없는 단짝. 우선 그의 사람 됨됨을 보면 - . 『모자를 홱 벗어 던지고, 두루마기도, 마고자도 민첩하게 턱 벗어 던지고, 두 팔 훌떡 부르걷고, 주먹으로는 적의 볼따구니를, 발길로는 적의 사타구니를 격파하고도 오히려 행유여력(行有餘力)에 엉덩방아를 찧고야 그치는 희유의 투사가 있으니 김유정이다. 설복할 아무런 학설도 이 천하에는 없다. 이렇게들 또 고집이 세다』(李箱의『소설체로 쓴 김유정론』에서) 이 외고집장이 김유정은 또 한 소리(唱)를 무척 좋아했다. 『「김형! 우리 소리 합시다」하고 그 척척 붙어 올라올 것 같은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강원도 아리랑 팔만구암자(八萬九庵子)를 내 뽑는다』(李箱의『김유정론』에서) 이런 김유정이니까 판소리 명인 박녹주를 미치도록 사랑할 만도 했다. 김유정과 박여사가 처음 알게 된 건 김유정이 23세 되던 해. 그러니까 나이 2살 위인 박여사가 25세 때였다. 당시 김유정은 수운동(현 묘동)에 살고 있고 박여사는 봉익동에 살고 있어 서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연전(延專)다니던 23세 유정이 극장 공연 보고 홀딱 반해 당시 연전학생이던(아직 문단에 나오기 전) 김유정은 당시 조선극장(지금 낙원동에 있었음)서 공연 중인 박여사를 보자 홀딱 반해버렸다. 그날 저녁으로 박여사에게「러브·레터」를 띄웠다. 다음날 박여사가 그 편지를 받아보니「박녹주 누님 전(殿)」해놓고는『당신을 연모(戀慕)합니다』라고 서 있더라는 것. 박여사는「연모라는 게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레코드·재키트」에 든 자신의 사진까지 오려 보낸 것으로 미루어 사랑편지임을 알고 되돌려 보냈다. 그러자 이번엔『누님』소리가 싹 빠지고「박녹주씨 전」으로 또 편지가 날아 들었다. 이번엔 상세한 자신의 이력소개와 집안 사정 그리고 자기와 결혼해 달라는 사연이었다. 박여사는 그 편지를 그대로 받아두었다. 그러자 하루에 꼬박 2통씩 편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혈서까지 써 보내왔다.『무슨 학생이 편지만 쓰고 공부는 언제하나?』싶더란다. 어느 날 국창 이동백(李東伯)의 양녀인 원채옥(元彩玉, 현재 포항서 살림)이 놀러 왔다. 박여사에게 이 이야기를 듣곤 그 성의가 놀라우니 선이나 한번 보라고 권해왔다. 그러지 않아도 과연 어떤 사람인가 한번 보고 싶던 차에 친구의 권유도 있고 해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편지를 김유정에게 띄웠다. 그 이튿날 새벽같이 김유정이 들이닥쳤다. 보니 키도 훤칠하고 잘 생겼다. 박여사는 원채옥을 다락에 숨기고 유정과 마주 앉았다. 金 = 난 당신을 지극히 연모하오. 朴 = 연모가 무슨 소리요? 金 = 즉 말하자면 당신을 사랑한단 말이외다. 朴 = 학생 신분으로 소리하는 여자 사랑하면 되오? 金 = 학생하고 소리하는 사람 연애하지 말란 법, 법률 몇 조에 있소? 朴 = 그래도 공부 잘 해서 훌륭한 사람 되면 얼마든지 우리 같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게요. 金 = 당신이 날 사랑해주어야 공부 잘 되고 훌륭한 사람 되지. 첫 대면은 이렇게 끝났다. 다락에 숨어있던 원채옥은 유정이 가고 나자 박여사에게『이년아- 너 서방 하나 잘 얻었다』고 놀려대었다. 그러나 당시 박여사는 이미 명인 소리를 듣기 시작한 국창. 이름도 없는 일개 문학도 유정을 사랑하기엔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가슴 한 구석에 헌칠히 키 큰 유정의 순정을 간직한 채 어느 갑부와 살림을 차리고 들어 앉았다. 불응하자 집에 찾아 들어 편지선 누님이 이년으로 그렇다고 김유정의 외고집이 꺾일 리 없었다. 살림을 차린 줄 알면서도 편지는 여전히 날아들었다. 박여사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영감 눈에 띄지 않게 찢어버렸다. 한번은 사각모자를 쓴 유정의 사진이 끼여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사진을 차마 찢어 버릴 수 없어 깊이 간수해둔 것이 이제 40년을 지난 오늘까지 박여사의 수중에 남아 있다. 유정의 편지는 점점 악이 받쳐갔다.「누님」이「씨」로, 그러다「녹주야」가 되더니 종내는「이년, 저년」이 되어버렸다.「연모」소리만 늘어놓던 편지가『너 오늘 운수 좋았다. 내 눈에 뜨이기만 했으면 죽었다』로 나왔다. 그러면서 집으로 찾아 들기 시작했다. 이때는 영감도 눈치를 챈 뒤라, 박여사는 영감과 상의, 유정을 피해 두 번이나 이사를 했다. 그러면 유정은 용케도 또 찾아오는 것이었다. 갑부와 살림을 차렸는데 설이면 세배하러 왔다고 설이 되면 금반지 하나, 마른신(가죽신) 하나, 양단저고리 한 감을 갖고『세배하러 왔노라』며 찾아 들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 버티고 앉기 일쑤여서 박여사가『이러다 우리 영감 만나면 어쩌느냐』고 안달하면 유정은 배포 좋게『그래야 영감과 헤어지고 나하고 살 수 있게 되지 않느냐』며 버티었다. 한번은 어느 중국집에서 손님이 부른다기에 갔더니 방에는 유정 혼자 버티고 앉았더란다. 『나하구 살자』『그렇겐 못한다』설왕설래 끝에 유정이 하는 말이 - . 『너 돈이 좋으니? 그럼 내 나랏님 진지밥상이라도 훔쳐다 주마』하더라는 것. 이러길 꼬박 3년. 정 모씨(월북)가 쓴『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까지 이 연애사건은 기록이 되어버렸다. 박여사가「관」에서 노래하는 줄 알면 그 앞 골목에 숨어있기 일쑤요, 집을 비우면 집에서 버티고 기다렸다. 마침내 박여사는 모든 세상살이가 귀찮아 졌다. 김유정의 손길도 피할 겸 피로한 몸도 쉴 겸 삼방약수터로 훌쩍 떠나버렸다. 이것이 유정과의 마지막이었다. 꼬박 3년 - 열병 앓듯 하던 유정은 그 해 조선(朝鮮)·중외(中外) 두 신문에 소설이 당선되고 이어 계속 수작들을 발표했다. 사랑의 열병이 한물 가시고 나자 유정은 흡사 박여사에게 미치던 것처럼 문필(文筆)에 미쳐버린 것. 그러나 이때 이미 유정은 폐결핵을 앓기 시작할 때. 결국 그는 30이란 아까운 나이로 한 많은 세상을 하직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한 번 손목이라도 잡고 다정히 대해주었더라면 싶어』- 박여사는 사각모를 쓴 유정의 사진을 어루만진다.『이제 다 지나간 일이지만 - 』하며 박여사는 담배연기를 훅 내뿜곤『나보다 더 오래 살아 내 소리보다 몇 백 배 더 좋은 글을 써주길 바랐더니…』박여사의 눈동자엔 40년 전 사랑이 당장 쏟아질 듯 가득히 괴어 있다. <작가 김유정씨 약력> 1908년 강원도 춘천서 태어났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상경, 형의 집에 머무르면서 휘문(徽文)고보를 거쳐 연희(延禧)전문학교 문과를 중퇴. 1935년 단편『소나기』가 조선일보에,『노다지』가 중외일보에 당선됨으로써 문단에 등장. 그 해『금따는 콩밭』『산골』을 발표, 다음해에『동백꽃』『야앵(夜櫻)』『봄봄』『땡볕』, 37년에『따라지』등의 수작을 발표했다. 문단생활 단 2년 만에 30여 편의 단편을 발표한 그는 향토적 서정이 풍부한 독특한 문장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고백한 바와 같이 빈곤, 실연, 병고로 말미암아 우울이「성격화」되어 그의 작품 뒤에는 언제나 인생을 방관하는 애수가 깃들여 있다. 27세 때부터 폐결핵으로 고생하기 시작, 1938년 30세의 아까운 나이로 요절. [ 선데이서울 69년 4/27 제2권 17호 통권 제3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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