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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맹물과 컵라면 사이/최병규 체육부 차장

    [데스크 시각] 맹물과 컵라면 사이/최병규 체육부 차장

    대한민국의 스포츠 가운데 프로야구만큼 ‘미디어 프렌들리’한 운동 종목도 없다. 밥 사고 술 사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은밀하게 자기네 종목 이익을 위해 로비를 하고, 시쳇말로 미디어를 구워삶는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미디어의 가려운 곳을 잘 아는 게 프로야구였다. 1982년 3월 27일 동대문야구장에서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가 개막전을 펼친 이후 32년째 맞은 프로야구 아닌가. 그 세월 동안 프로야구는 미디어와의 관계를 정말 돈독히 구축했다. 자신들은 물론, 다른 프로 스포츠 발전을 위한 모범 답안까지 제공했다. 야구를 최고의 한국 프로 스포츠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야구인들의 열정 그리고 자신들이 담당하는 종목을 더 아끼고자 하는 미디어의 야구 사랑이 벌써 2년째 관중 700만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와 미디어는 동업자이면서 동반자였다. 요즘 야구판이 시끄럽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불협화음이다. 승리의 기쁨을 억누르지 못한 한 선수의 치기어린 장난에 그만 미디어가 정색을 하고 버럭 화를 낸 것이다. 장난치곤 너무 심했다. 멀쩡히 방송 인터뷰 중인데도 질문하는 아나운서와 답하는 선수의 얼굴에 물벼락을 날린 건 세리머니라 하기엔 누가 봐도 위험했다. 점잖게 타이르기에는 너무 지나쳤다. 하지만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사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란 놈이 화살처럼 실어나른 말싸움에서였다. 동료 기자가 ‘개념’과 ‘자질’ 운운하며 물벼락 세리머니의 장본인을 십자가에 매달자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야구 선수 전체를 싸잡아 비난한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사태는 해당 구단 감독이 구두 사과하고, 선수협의회가 사과 공문을 보내면서 겨우 일단락됐다. 지난 1999년 10월 20일 대구구장을 기억하실는지. 삼성과 롯데의 플레이오프 7차전은 롯데의 외국인 선수 호세가 ‘진정한 악동’으로 찍힌 경기다. 2-0으로 앞서던 삼성에 1점포를 날린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다 한 대구팬의 뜨거운 컵라면 세례를 국물째로 받고는 그만 열이 받쳤다. 방망이를 집어 몇 바퀴 빙빙 돌리더니 냅다 관중석으로 던졌다. 퇴장이 선언되자 사태는 더욱 커졌다. 그물망 사이로 롯데 선수와 코치진이 관중을 상대로 발길질하는 몸싸움이 벌어졌고, 두 팀 응원단도 자정이 넘도록 충돌했다. 그런데 희한한 건, 그때뿐이었다. 물론,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는 있었지만 야구장에서의 일은 야구장에서 끝났다. 그날 밤 수세(?)에 몰렸던 원정 부산팬들은 “대구 문디들! 부산 오면 두고 보제이!”라며 목청을 높였지만 ‘두고 볼’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14년의 시간차를 둔 두 사건의 차이는? 상대가 선수와 미디어라는 점, 던진 건 맹물과 컵라면 국물이라는 점뿐이다. 스포츠에서의 ‘일탈’은 야구의 백네트처럼 촘촘한 규범과 규칙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어쩌면 조미료와도 같다. 매일 반복되는 승패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물벼락을 날린 선수를 두둔하려 함이 결코 아니다. 다만, 야구장의 일을 야구장 밖에서 끄집어 내다 보니까 일이 더 커져서 하는 말이다. 당사자가 선수든 미디어든, 그 밖의 다른 사람이든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금은 14년 전과 다르다. 요망한 SNS라는 게 시시콜콜 고자질하고 있지 않은가. cbk91065@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말로는 힘들어’ ‘그녀의 연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말로는 힘들어’ ‘그녀의 연기’

    두 편의 단편영화가 각각 극장에 걸린다. 아직까지는 낯선 풍경이다. 단관개봉에 불과한 두 편의 영화에 유독 눈길이 가는 이유는 있다. ‘만추’로 독보적인 팬을 확보한 김태용과 ‘로맨스 조’라는 작품으로 근래 가장 주목할 만한 데뷔를 했던 이광국의 신작을 스크린으로 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태용의 ‘그녀의 연기’와 이광국의 ‘말로는 힘들어’는 전작의 여운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두 감독은 이 의견에 반대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전작의 운치를 아직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극장으로 발걸음을 돌려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우연한 공통점이 두 영화를 하나로 묶기도 한다. 두 감독은 짜기라도 한 듯이 영화의 제목을 중의적으로 사용했다. ‘말로는 힘들어’는 얼핏 미국 포크가수 댄 포겔버그의 노래 ‘하드 투 세이’(Hard to Say)를 기억하게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말보다 두려운 건 없다.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이 자기 사랑을 받아줄까 불안하고, 자칫 잘못 튀어나온 말에 사랑이 어긋날까 염려스럽다. 그런데 ‘말로는 힘들어’의 주인공 소녀는 조금 다르다. 예쁘고 상냥한 마음씨를 지녔으나 선머슴 같은 성격 탓에 남자 친구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데 번번이 실패한다. 그녀는 겁쟁이 연인들처럼 무슨 말을 꺼낼지 두려워하진 않는다. 다만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말로는 힘들어’는 사실 이광국의 속생각을 품은 제목이다. 사랑의 표현을 찾지 못하는 여고생의 이야기는 어쩌면 핑계에 불과하다. 기실 그가 찾고 있는 것은 소녀의 풋사랑을 그릴 영화의 언어다. 이광국은 평범한 언어로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 아니다. 이광국의 이야기하기 스타일은 단순한 형식에 머물지 않고 일상의 마법을 전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어떤 면에서 전작의 변주로 읽히기도 하지만, 영화의 사랑스러움은 잊어버렸던 첫사랑의 순간으로 성큼 데려다놓는 마법을 부린다. ‘말로는 힘들어’가 상큼하다면, ‘그녀의 연기’는 농밀하다. 김태용이 차이밍량, 구창웨이, 허안화와 호흡을 맞춘 옴니버스영화 중 한 편인데, 네 영화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각기 스타일이 달라 독립된 영화로 소개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연기’는 제주도 남자 철수와 육지에서 내려간 삼류 배우 영희의 짧은 만남을 그린 영화다. 철수는 위독한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거짓 결혼을 꾸민다. 그와 계약을 맺은 영희는 연인 역할을 연기하기로 했으나, 일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김태용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정서는 슬프다. 자연스레 슬픔을 드러내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인물은 슬픔을 감추고 짐짓 웃음을 지으려 한다. 철수는 전자이고, 영희는 후자다. 철수로 분한 박희순의 연기도 좋지만, 영희 역할의 공효진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그녀의 연기’는 공효진이 펼치는 몇 겹의 연기에 바치는 헌사 같은 제목이다. 노련한 배우인 그녀는 극중 무명 연기자로서 서툰 연기를 보여줘야 하고, 무뚝뚝한 남자 옆에서는 푼수데기 자연인으로 자리해야 한다. 병실에서 펼치는 짧은 공연에서 보듯, 공효진의 어떤 연기는 객석에 앉은 사람에게 힘을 주고 다양한 감정을 맛보게 한다. 그녀와 감독의 오랜 인연이 속으로 배어든 영화는 성숙하고 맛깔나다. 영화평론가
  • [씨줄날줄] 동성결혼 논란/손성진 수석논설위원

    동성애는 역사서에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사에는 공민왕이 미소년 무사들을 궁으로 불러들여 가까이했다는 기록이 있다. 화랑세기의 저자 김대문은 사다함과 무관랑 등의 화랑들이 우정이 지나쳐서 동성애에 빠졌다고 적었다. 조선의 세종은 봉씨를 세자빈으로 삼았지만 몇 년 동안 부부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 이유가 봉씨가 소쌍이라는 시녀와 동성애 관계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조선왕조실록에 적혀 있다. 판소리 적벽가와 박타령에는 항문 성교가 등장한다. 중국에서도 한나라 고조인 유방은 적유와 동성애 관계였다고 전한다. 문학작품 금병매와 홍루몽 등에도 동성 간의 사랑이 묘사되어 있다. 여성 동성애자를 레즈비언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그리스 에게해의 레스보스섬 이름에서 유래한다. 고대 그리스의 여류 시인 사포는 동성애자였다고 하는데 그녀가 살았던 곳이 레스보스섬이었다. 동성애의 원인에 대해서는 호르몬의 부조화 때문이라는 등 여러 가지 학설이 있기도 하고 한때는 정신질환으로 보기도 했지만, 동성애자들은 그런 분석 자체를 싫어한다.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동성애자의 권리 찾기 운동은 19세기 말부터 시작됐다. 1955년 미국에서 첫 레즈비언 단체 ‘빌리티스의 딸들’이 조직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여성 동성애자 인권운동 모임이 생겼고 동성애가 다양한 정체성의 하나로 서서히 인정을 받아 가고 있다. 최근 김조광수(48) 영화감독이 동성 남자와 결혼한다고 발표해 시선을 끌었다. 연예인들의 커밍아웃은 있었지만 결혼 발표는 처음이었다. 물론 혼인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한 국가는 네덜란드로 2000년의 일이다.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등이 뒤를 따라 현재 14개국이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에서는 동성 결혼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시키는 등 중범죄로 다루고 있다. 요즘 동성 결혼 논쟁이 가장 뜨거운 나라가 프랑스다. 지난 18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관련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프랑스에서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다. 그러자 70대 노인이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입 안에 권총을 쏴 자살한 데 이어 극우 활동가인 도미니크 베네가 관광객 15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같은 곳에서 같은 방법으로 자살했다. 이는 15만여명이 모인 동성결혼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에서 이런 정도인데 우리나라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혈압·심장에 적신호 켜진 ‘국물 마니아’

    혈압·심장에 적신호 켜진 ‘국물 마니아’

    청동기 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인의 국물 사랑. 식사 때마다 국물을 절반 이상 먹는다는 비율이 무려 74%에 이른다. 과연 국물 음식은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9일 밤 10시 방송되는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국물 속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건강하게 먹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한 끼라도 국을 먹지 않으면 안되는 국물 마니아들이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한 방울의 국물도 남김없이 먹는 사례자들을 모아 24시간 소변 검사로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측정해보고 혈압측정, 체수분검사 등을 통해 국물 사랑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의 2~3배에 해당하는 나트륨 섭취로 혈압과 심장, 신장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골다공증 환자는 나트륨 섭취가 과잉이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칼슘제를 먹는 것보다 싱겁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소금 섭취를 10g에서 5g으로 줄이게 되면 하루 칼슘 1000mg을 섭취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라면 한 개에는 하루 필요한 나트륨 대부분이 들어 있어 나트륨 섭취의 주범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라면 국물을 먹지 않을 경우 섭취하는 나트륨은 어느 정도일까. 국물 음식의 나트륨 함량을 꼼꼼히 따져보고 메뉴를 선택하는 것은 나트륨 함량을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프로그램에서는 국물을 포기할 수 없다면 국그릇 바꾸기를 제안한다. 한 병원 식당에선 국 그릇을 바꾸고 나서 국물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는데 실제로 1cm 작은 국그릇으로 바꾸면 국물 50cc, 나트륨 300mg을 덜 먹는 효과가 있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국물 위주의 식습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국물을 어떻게 먹어야 건강을 해치지 않을지 입체적인 정보로 가득하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미주통신] 허리케인 샌디 덕분에 출산율 증가한 사연

    작년 10월 말, 미국 뉴저지주를 비롯한 동북부 해안 일대를 초토화시키고 지나간 허리케인 샌디가 한가지는 좋은 일(?)을 하고 갔다면 믿을 수 있을까? 2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의 보도에 의하면 작년 허리케인 샌디 덕분에 뉴저지와 뉴욕주 일대의 출산율이 크게 증가할 것에 대비해 이 지역 산부인과 병원들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정전과 단전, 단수가 거듭되는 시간을 보내면서 집에 갇혀버린 부부들 간의 사랑이 싹터 이때 임신을 한 여성들이 곧 출산을 앞두기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대규모 정전 사태나 허리케인의 피해가 있기는 했지만, 현재처럼 IT(통신) 기술이 발달한 시기에는 모든 업무가 마비되어 고립된 가정에서는 딱히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 이외에는 별로 할 것이 없어진 것도 출산율 증가의 새로운 이유가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평소보다 많게는 약 30%의 출산율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허리케인 샌디의 이름을 따 이른바 ‘샌디 베이비’(Sandy Baby)로 불리는 이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기 위해 뉴욕, 뉴저지주 병원들은 더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내 노래로 사랑의 추억 함께 나눠요”

    “내 노래로 사랑의 추억 함께 나눠요”

    “그렇게 목마르게 내가 쫓던 사랑은 사랑이라 부를 수도 없는 고작 그런 걸지도 몰라.” 싱어송라이터 ‘홍대 마녀’ 오지은(31)이 4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왔다. 사랑의 의미를 돌아볼 줄 아는, 몇 뼘이나 더 성숙해진 여인의 모습을 하고서다. 지난 13일 발표한 3집 앨범 타이틀곡(‘고작’)에다 그는 그렇게 높고 큰 줄만 알았던 사랑이 어쩌면 ‘고작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실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의 끝을 마주하며 사랑은 원래 이런 거라고, 사랑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던지는 위로다. 이번 앨범은 2집 앨범 이후 밴드(오지은과 늑대들) 활동과 에세이집 출간 등을 거친 뒤 꼭 4년이 걸려 내놓은 신작이다. 2007년 모금을 통해 혼자 힘으로 데뷔앨범을 발표했던 그녀는 20대 여성의 일상과 사랑을 솔직하게 그려낸 가사, 깊이 있는 목소리, 무대에서 내뿜는 카리스마로 두꺼운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녀는 “지난 1, 2집에서 다뤘던 사랑이라는 주제를 이제는 한번쯤 정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사랑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지난 앨범들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지나간, 혹은 지나갈 사랑의 의미를 관조하듯 곱씹는다. 사랑은 그저 도화지의 작은 점이었던 나를 물들여 아름답게 해줬음을 깨닫고(‘네가 없었다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둘을 이어주는 것은 거짓말뿐임을 담담하게 말한다(‘사랑한다고 거짓을 말해줘’). 타이틀곡 ‘고작’은 1집의 ‘화(華)’, 2집의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를 겪어낸 사람의 다음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20대 때는 그때의 기분, 그날 있었던 일을 노래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서른에 접어드니 오랜 생각을 거쳐야 간신히 작은 결론에 이를 수 있게 됐어요. 지금까지는 현미경의 배율을 높이는 데만 몰두했다면 지금은 현미경을 치우고 실험실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고 냄새도 맡고….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하게 된 거죠.” 사랑을 차분히 돌아보거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본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이번 앨범에 실렸다. “내 이야기만 하는 가수이기는 싫었고, 이제는 누구의 이야기이든 상관없는 지점으로 가고 싶었다”고 했다. 신윤철, 이상순, 윤병주 등의 연주와 성진환(스윗소로우), 린, 정인, 이이언 등의 보컬이 더해져 사운드가 한층 더 깊고 풍부해졌다. 앨범의 기획과 작곡을 오롯이 혼자 해온 그녀에게 이들 뮤지션과의 협업은 그야말로 ‘선물’이었다.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읽어낸 듯한 풍성한 연주. 그것만으로도 모든 걸 다 이룬 느낌이었어요.” 1집 앨범의 정제되지 않은 야성, 무대 위에서의 독특한 몸짓 때문에 ‘홍대 마녀’라는 별명을 걸친 그가 이렇게 소탈하고 유쾌할 줄이야. 그런 그가 팬들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다. “사랑을 해본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공감하면 돼요. 맞아, 나도 그랬지 하구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잠 못 드는 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잠 못 드는 밤’

    며칠 전, 포르투갈의 신성 미겔 고메스에 관한 글을 준비하다 그가 남긴 노트를 읽었다. 그의 근작 ‘타부’의 2부는 일종의 무성영화로 연출되었다. 고메스는 ‘연인이 나누는 감정은 말로 표현될 수 없다’고 했다. 극중 두 연인이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없는 대신 둘의 감정을 이미지로 보는 것만 가능하다. 고메스처럼 섬세한 표현에 능한 감독도 연인 역할의 배우 틈으로 카메라를 들이밀 때는 진땀을 흘리는 걸까. 영화 속에서 연인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배우의 육체를 밀착시킨다고 뜻대로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진실한 감정을 억지미소 속에 담았다가는 금방 티가 난다. ‘잠 못 드는 밤’은 이제 두 번째 영화를 발표한 신인 감독의 작품이다. 게다가 상영시간이 60여분에 불과한 중편이고, 평범한 홈비디오처럼 아카데미 비율로 찍혔으며, 별로 알려지지 않은 두 배우가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채운다. 장건재의 전작 ‘회오리바람’을 좋아했던 나 같은 사람도 살짝 우려가 되는 개봉작인 셈이다. 이야기 또한 심심하기 그지없다. 주희와 현수는 결혼한 지 2년 정도 되는 부부다. 출산과 남편의 직장 근무상황 등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할 뿐 두 사람은 하루하루의 감정에 충실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주희의 자전거가 도난당한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오가는 행복감. 그거야 한번쯤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느껴보았을 감정이다. 수많은 감독이 미묘한 감정을 영화로 옮기려 노력했으나 성공한 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놀랍게도 장건재는 벌써 그 소수에 속해버렸다. ‘잠 못 드는 밤’은 사랑이라는 표현 불가능한 영역에 성큼 도달한 작품이다. 사랑과 행복의 느낌이 자연스럽고 충만하게 흘러나온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오래전 아녜스 바르다의 ‘행복’(1965)을 처음 보았을 때를 기억하게 한다. 더불어 결혼한 사람들의 애정이 현실에 쉬이 자리를 내주는 것과 반대로 끝까지 행복의 순간을 움켜쥐는 커플의 모습에서 에릭 로메르의 ‘녹색광선’(1986)의 마지막 장면이 부럽지 않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배경으로 한 세 장면은, 바흐의 음악이 그러하듯 두 사람의 세상을 천상에 가깝게 올려놓는다. 바흐의 푸가에 따라 멋대로 춤을 추고 관계를 나누는 장면도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준다. 압권은 주희와 현수가 바깥과 맺는 관계를 그린 두 개의 꿈 장면이다. 두 개의 꿈은, 그들만의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젊은 부부의 성향을 솔직하게 전한다. 심지어 아이가 둘의 행복한 시간을 뺏을까 두려워하는 그들이다. 기성세대는 그들의 태도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영화는 젊은 부부의 모습에 구태여 거짓 양념을 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주희와 현수가 우리 곁의 여느 부부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행복한 사랑을 나누었음에도 두 사람은 초월적인 존재 혹은 영원불멸의 연인으로 포장되지 않는다. 한때 머물렀던 사랑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음을 안타까이 기억하게 해줄 인물, 영화는 그 정도의 현실적인 꿈을 꾼다. 이토록 사랑스럽게 창조된 인물로 요란을 떨지 않는 젊은 감독의 공력이 대단하다. 그가 이미 너무 많은 사랑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갈망하던 진짜 사랑을 손에 쥐어봐서 그런지 나는 궁금하다. 영화평론가
  • 중국 4대 미녀 ‘판빙빙’ 그녀는

    중국 4대 미녀 ‘판빙빙’ 그녀는

    트랜스포머4에 출연하는 ‘리빙빙’과 더불어 중국판 아이언맨3에서 카메오로 출연해 ‘3분 굴욕’을 당한 ‘판빙빙’에 대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그녀의 미모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판빙빙은 중국 신(新) 4대 미녀로 통하며, 매끈한 각선미와 더불어 볼륨있는 몸매가 부각되고 있는 스타다. 긴 생머리를 자랑하며 대표적인 중국형 미인으로 자리잡아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대륙의 여신’이라는 별명으로 20·30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으며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시녀 ‘금쇄’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묵공, 도화선, 8인:최후의 결사단, 소피의 연애매뉴얼 등 각종 영화와 CF에 출연하며 중국 대표 스타로 부상했다. 장동건 주연의 영화 ‘마이웨이’에도 출연해 국내에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유명 영화감독들과 염문설이 나고 심지어 여성 감독과 키스하는 돌출행동까지 보여 ‘중국의 린제이 로한’이라는 별명까지 붙게 됐다. 각종 스캔들로 중국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지만 뛰어난 미모와 연기력을 갖춰 팬들의 사랑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① Piemonte 피에몬테주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① Piemonte 피에몬테주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 중세와 근세에 비잔틴 양식, 르네상스의 양식, 바로크의 양식이 있었다면, 현대에는 ‘이탈리아 양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탈리안처럼 먹고, 이탈리안처럼 입고, 이탈리안처럼 노는 것. 이 유행은 좀처럼 시들해지지도 않는다. 명품 쇼핑 1번지 맥아더글렌 McArthurGlen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맥아더글렌 그룹은 1995년부터 유럽 9개국에 21개 디자이너 아웃렛을 운영 중이다. 이탈리아에는 나폴리 근교의 라 레쟈La Leggia, 밀라노 근교의 세라발레Serravalle, 로마 근교의 카스텔 로마노Castel Romano, 플로렌스 근교의 바르베리노Barberino, 베네토 근교인 베네토Veneto 소재의 노벤타 디 피아베Noventa di Piave까지 5개의 매장이 있다. 한국사무소 02-553-0822 www.mcarthurglen.com 열차 페라리 이딸로Italo 이탈리아의 제2 철도회사인 NTVNuovo Trasporto Viaggiatori사에서 운영하는 초고속열차로 지난해 4월28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최고 시속 360km으로 운행하는 이 열차는 붉은색의 매혹적인 디자인으로 ‘열차 페라리’라고도 불린다. 현재 이탈리아의 9개 도시(12개 역)에서 매일 48회 운항하고 있으며 향후 25대의 열차를 확보해 매일 50회 운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예약 및 문의 02-3789-6110 www.raileurope.co.kr 슬로푸드의 모든 것 잇딸리Eataly “Eat better, Live Better”라는 슬로건 아래 이탈리아 전역에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야채와 과일류, 육류제품, 유제품, 빵, 저장식품, 와인 등 모든 식재료는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직접 공급받은 것이다. 최근 로마에는 최대 규모의 매장을 오픈했으며, 미국과 일본까지 진출한 상황. 초고속열차 이딸로의 케이터링서비스도 맡고 있다. www.eataly.it Piemonte 피에몬테주 시간의 실타래를 따라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것 같다. 택시 밖으로 긴 주랑과 노란 불빛들, 광장의 중심에 버티고 선 검은 실루엣의 동상들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파리인가?’ 그것이 토리노Torino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다. 도시는 생각 이상으로 컸다. 사보이공국의 수도, 통일 이탈리아 왕국의 첫 번째 수도, 이탈리아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은 도시…. 그런 단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토리노의 바로크적 풍경은 사보이 가문의 작품이다. 프랑스에서 남하해 이탈리아 북부에서 세력을 키운 그들은 사보이 공국의 수도로 지정한 토리노를 ‘작은 파리’로 만들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왕궁(1646년)은 말할 것도 없고 사냥 별장들마저도 화려하기 그지없다고 했지만 사실 가장 보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예수의 수의에 남아있는 혈흔은 소름끼칠 정도로 사람을 닮아 있었다. 성인 남자의 앞모습과 뒷모습. 그 가지런히 모은 팔과 손 모양까지 말이다. 거짓이라고 하기에도, 사실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일 정도였다. 물론 내가 본 것은 모조품이었다. 산 조바니 바티스타 성당Duomo di San Giovanni Battista에 보관되어 있는 길이 4.42m, 폭 1.13m의 예수 수의는 지난 400년 동안 불과 10여 차례밖에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가 뜸한 만큼 진위 여부는 아직도 논쟁적이다. 과학도 종교만큼이나 허점투성이라 반박에 반박이 더해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훨씬 명료하게 다가오는 ‘기적’은 수의의 모조품이 전시되어 있는 산 로렌조 성당의 건축학적 성취였다. 사보이 가문이 총애했던 건축가이자 수학자였던 과리노 과리니Guarino Guarini, 1624∼1683년는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8개의 반원형 아치가 교차하는 돔을 완성했다. 돔뿐 아니라 성당 내부를 채운 화려한 바로크 장식은 충격요법에 가까운 경외심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수백년 뒤에도 그 효과는 여전했다. 토리노 시내를 벗어나 살루초Saluzzo에 도착했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마을 산책은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됐다. 언덕 위의 성들과 그 주변에 모여 있는 귀족들의 저택을 정점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산책길은 마치 시간의 실타래를 거꾸로 풀어나가는 느낌이었다. 작은 마을이지만 수도원이 8개나 있었고, 그중에는 지금 호텔로 사용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와 그 쟁쟁한 사보이의 세력 사이에서 16세기까지 꿋꿋하게 세력을 유지했던 델 파스토 후작 가문에 대한 설명은 귓가에서 자꾸만 흩어져 버렸다. 골목 끝에 서 있는 풍경들이 하나같이 매혹적이라 달려가서 만져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좁았다가 넓어지는 골목, 높았다가 낮아지는 계단, 직선이 아닌 도로들은 마치 음악 같았다. 하지만 일행을 놓치면 15세기 어디쯤에서 길을 잃겠지. 정신을 바짝 차려 현실로 돌아올 필요가 있었다. 밤 늦게 도착한 노비 리구레Novi Ligure의 시간은 다른 도시에 비해 현재에 가까웠다. 역사가 길지 않은 이 도시가 선택한 환경미화 방법은 (제노아를 포함한 리구리아 해안 도시에서 유행했던) 가짜 벽화로 벽을 장식하는 것이었다. 1910년대에 그려졌다는 프레스코화는 노비 리구레와 제노아와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농업과 어업을 기반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들. 그러나 그 보통 사람들 중에서 이탈리안 자전거 영웅인 파우스토 코피가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후 암울함에 빠져 있던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그가 보내준 전승은 희망의 노래와 같았다. ‘투르 드 프랑스’와 함께 세계 2대 자전거 대회인 ‘지로 디탈리아’의 라디오 생중계가 어린 시절 최고의 가슴 뛰는 순간이었던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전거 사랑이 여전하다. ▶travie info 질리지 않는 막대 빵, 그리시니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종종 만났던 그리시니Grissini의 본고장이 바로 토리노다. 반죽을 막대기처럼 얇고 길게 만들어 구워내는 이 빵은 1668년 토리노의 제빵사 안토니오 아메데오가 소화불량에 걸린 군주를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것. 나폴레옹도 이 빵을 좋아하여 훗날 황제의 식탁까지 올라갔다. 이탈리안 자전거 영웅, 코피 유럽에 큰 혼란을 가져왔던 전쟁이 끝난 후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지노 바르탈리Gino Bartali와 함께 국가의 위상을 드높였던 사이클 영웅 파우스토 코피가 바로 노비 리구레 출신이었다. 그의 별명이기도 했던 캄피오니시모Campionissimo·최고의 챔피언는 박물관의 이름이 됐다. 노비 리구레의 캄피오니시니는 1960년대까지 용광로로 사용되었던 곳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했던 나무 자전거부터 페라리의 최고 기술이 적용된 자전거까지. 8,000만원이 넘는 자전거도 있다. Museo dei Campionissini | 주소 Viale dei Campionissimi, 2-15067 Novi Ligure 문의 www.museodeicampionissimi.it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5-8806,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02-3789-6110, 맥아더글랜 한국사무소 02-553-0822
  • “파딜랴 주한교황청대사 부적절 처신”

    “파딜랴 주한교황청대사 부적절 처신”

    한국 천주교가 혼란에 빠졌다. 최근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함세웅(왼쪽) 신부가 오스발도 파딜랴(오른쪽) 주한교황청대사를 정색하고 비판한 글 때문이다. 주교회의와 서울대교구는 공식적인 대응은 하고 있지 않지만 파문이 확산될까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함 신부가 사목자 소식지 ‘함께하는 사목’에 사제들로부터 전달받았다며 기고 형식으로 공개한 편지는 충격적이다. 현 교황대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게 핵심이다. “교황대사가 총독 같은 모습으로 한국 가톨릭교회를 쥐락펴락하고 한국 주교들을 하인대하듯 해 왔다고 한다”/“한국에 부임한 후 (모국인)필리핀에 너무 자주 오가고, 한국의 주교들과 실업인, 신자들을 불러 식사 대접하는 것을 기회로 돈푼깨나 받았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다”/“주교 임명제청권을 앞세워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면서 교황님의 뜻을 왜곡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을 범하고 있다”/“대사라는 직분을 이용해 서울성모병원을 안방 드나들듯 한다”…. 주교회의와 서울대교구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후폭풍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문제를 공론화한 주인공인 함 신부와, 도마에 오른 교황대사의 위상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함 신부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사회와 교회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사제로 유명하다. 그런 사제가 교황대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으니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교황대사라면 주재국 교회의 상황을 교황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은 가톨릭 사제이자 외교관으로, 주재국에서는 추기경을 제외한 주교들 중 서열이 가장 높다. 함 신부는 기고 글에서 “중견 사제들의 순수한 뜻과 고뇌가 가득 담긴 글을 받고 안타까움과 답답함에 짓눌린다”며 “그들의 신앙과 교회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찬 지혜로운 지적과 호소가 교회 요로에 나누어지기를 바라는 뜻에 동참해 사제들 모두에게, 지금의 어두움을 함께 보고, 성령의 빛이 내릴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개선할 것을 다짐하며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파딜랴 교황대사는 1966년 필리핀 세부 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으며 외교관 양성센터인 교황청 교회 학술원을 나와 1972년부터 교황청 외교관으로 일했다. 파나마, 스리랑카, 나이지리아, 코스타리카 주재 대사를 거쳐 2008년 4월 주한 대사에 임명됐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40년 만의 리바이벌… 66회 칸 영화제 개막작 ‘위대한 개츠비’

    40년 만의 리바이벌… 66회 칸 영화제 개막작 ‘위대한 개츠비’

    지난 15일(현지시간) 개막한 제66회 칸국제영화제는 ‘위대한 개츠비’를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 ‘물랑루주’를 통해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화려함을 그대로 재현했던 바즈 루어만 감독은 10년 가까이 공을 들여 영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감독은 고전 원작의 재탕에 머물지 않았다. 1920년대 재즈 음악 대신 제이지와 윌 아이 엠 등 내로라하는 힙합 뮤지션들의 음악으로 배경을 채우고, 프라다가 디자인한 의상으로 장면장면을 수놓았다. 거기다 고전영화로는 드물게 3D다. ■ <UP> 1920년대 배경 낯설지 않게 다가와… 역시 디캐프리오! 잘 알려진 고전을 영화화할 경우 반쪽짜리로 주저앉아버릴 때가 많다. 원작을 곧이곧대로 압축해 무미건조하거나 지나치게 각색해 원작의 맛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는 고전의 맛을 풍부하게 살리면서 상업영화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뮤지컬, 오페라, 연극, 음악 등 다양한 매체적 요소를 영화에 요령껏 버무려왔던 감독은 ‘재즈의 시대’로 불리는 1920년대 미국의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면서도 원작의 간결한 스토리를 잘 잡아냈다. 원작은 주인공 개츠비를 통해 제1차 세계 대전이 휩쓸고 지나간 직후 불안과 안도가 교차하는 신흥대국 미국의 빛과 그림자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불안한 경제상황 속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삶을 스크린에 온전히 투영시켰다. 우선 캐릭터 위주로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간 덕분에 원작을 읽지 않았거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관객들도 별 불편함 없이 영화에 몰입할 수가 있다. 궁금증을 한층 부풀린 뒤 등장하는 개츠비(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모습과 옛 연인 데이지(캐리 멀리건)에 대한 변함없는 순수한 사랑은 로맨스 영화의 측면에서 봐도 충분히 흥미롭다. 디캐프리오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상류층 여인과의 사랑을 이루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모한 낙관주의자 역을 맺힌 데 없이 소화해냈다. 그를 ‘로미오와 줄리엣’에 캐스팅했던 루어만 감독은 순수하면서 로맨틱한 로미오와 야망과 집착으로 비밀스럽고 어두운 개츠비의 모습을 결부시켜 배우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3D로 20세기 패션의 태동기인 1920년대의 고전적 의상과 매일 밤 흥겨운 재즈음악 속에 화려한 파티가 펼쳐지는 개츠비의 대저택을 보자면 당시 사람들의 환상과 허무함이 손끝에 잡힐 듯 생생히 전해온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DOWN> 사랑이야기 집중 피츠제럴드의 원작… 역시 못 따라가!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는 만들기 어려운 법이다. 원작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같은 고전이라면 더더욱이나 그렇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각본을 쓰고 로버트 레드퍼드와 미아 패로가 주연한 1974년작도 평가는 시원찮았다. 역시나, 휘황한 광채를 뿜어내는 ‘루어만 버전’도 원작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원작의 줄거리를 개츠비와 데이지의 사랑 이야기로 지나치게 축소시켰다는 대목이다. 영화가 인물들의 표면적 관계에만 집중하면서 캐릭터의 입체성이 휘발되고 말았다. 상류층 출신의 데이지는 경제성장의 단꿈에 젖어 있던 1920년대 미국사회의 허망한 환상인 동시에 개츠비가 가질 수 없는 꿈의 상징이다. 하지만 영화는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열망에 깔린 사회경제적·계급적 맥락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화려한 파티 장면, 3D 효과 등을 통해 빈자리를 채워 보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과잉의 불편함이 더 강하다. 몇몇 대목에서는 감독의 직접적인 해석까지 개입하면서 원작에 대한 기대를 배반한다. 예컨대 결말에 대한 묘사다. 원작이 개츠비의 총소리를 청각적으로 묘사한 반면 영화는 이를 매우 시각적으로 재현해 압축과 생략의 여운을 뺏아갔다. 원작에 없는 정신분석학자를 등장시켜 캐러웨이가 개츠비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게 한 설정도 마찬가지. “액자형식의 장치가 과하다”(영화평론가 듀나)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피츠제럴드의 생생한 문체를 영화가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는 점도 아쉽다. 아무리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라 한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호의적 인상의 최대치를 분명히 전달받았노라 확신시켜 주는” 개츠비의 미소를 복원할 수는 없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가 진단한 이 영화의 신선도는 딱 반토막, 50%였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씨줄날줄] 나무은행/함혜리 논설위원

    ‘옛날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나무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나무는 소년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었습니다. 소년이 청년이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여전히….’ 셸 실버스타인의 대표작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보듯 나무는 우리에게 무조건적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 광합성을 통해 동식물에게 적합한 삶의 환경을 제공하고, 과실과 꽃을 주며, 토양을 건강하게 하고, 수분을 머금어 산사태를 예방해 주고, 보기 좋은 전망과 목재를 제공해 준다. 그런 나무를 잘 가꾸고 다치지 않도록 보살피는 게 인간의 역할이다. 나무은행. 각종 개발 사업으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수목 가운데 조경적 가치가 있는 나무들을 한곳에 모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했다가 녹지 조성사업 등 필요한 곳이 생기면 다시 심는 재활용 개념의 제도다. 경기 하남시가 1999년 환경박람회 개최 당시 한강 주변 폐천 부지를 활용, 주변에 버려진 나무들을 한데 모아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모델로 나무고아원을 조성한 것이 우리나라 나무은행의 시작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지자체 운영 88곳, 산림청 남부 지방청 운영 1곳 등 89곳의 나무은행이 총 197㏊의 부지에 조성돼 있다. 관리 중인 수목은 약 2530만 그루. 개발 때문에 이사를 가게 된 나무(48%), 숲 가꾸기 사업 과정에서 이식된 나무(30%), 주택이나 건물 신축으로 옮겨진 나무(22%) 등이다. 이들 중 80%가 가로수와 공원 조성에 사용되고 11%는 복지시설에 기증된다. 9%는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나무은행을 잘 활용하면 산림자원의 가치 제고는 물론 일자리 창출, 예산 절감, 수목 보호, 도시 이미지 개선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의 명물 메타세쿼이아길은 2년 전 88고속도로 확장공사 때 베어질 뻔했던 20살짜리 메타세쿼이아 나무 80여 그루를 옮겨 심어 조성한 것이다. 메타세쿼이아 외에도 철쭉, 홍가시, 병꽃나무 등 조경수 7340그루를 행사장에 옮겨심어 순천시는 97억원을 절약했다고 한다. 강원도 평창군도 나무은행을 만들어 2018년 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과 고속도로, 국도 확·포장 공사 등에서 나오는 금강송 등 나무를 올림픽 기념공원과 경관 조성에 재활용하기로 했다. 말 없는 나무를 통해 우리는 생명의 신비를 배운다. 지자체들이 나무의 가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앞으로 진행될 수많은 ‘개발’에서 스러질 나무들을 구출하는 데 나무은행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11) 한국 헌법학의 태두 김철수 (상)

    [명사가 걸어온 길] (11) 한국 헌법학의 태두 김철수 (상)

    열두 살 되던 해 일제가 패망했다. 환희에 천지가 요동쳤다. 해방. 어렸지만 그게 뭔지 너무도 잘 알았다. 그러나 조국의 운명은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혼돈과 분열이었다. 국토는 남북으로 찢기고 민중은 좌우로 갈렸다. 얼마 전까지 ‘조국 해방’을 외치며 함께 어깨를 걸었던 동지들이 생각이 다르다고, 처지가 다르다고 원수가 돼 등을 돌렸다. 어제까지 한 교실에서 공부했던 친구가 좌익 프락치로 몰려 책상을 비웠다. 해방 공간의 극심한 무정부 상태를 보며 소년은 결심했다. 반드시 국가 시스템의 뼈대가 되는 헌법을 공부하겠노라고. 그 다짐대로 헌법 연구는 평생의 업이 됐고, 소년은 우리나라 헌법학의 ‘태두’(泰斗)가 됐다. 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국헌법연구소에서 만난 김철수(80) 서울대 명예교수는 5시간에 걸친 긴 인터뷰에도 피로한 기색 없이 꼿꼿하게 여든 성상의 인생과 철학을 얘기했다. 1933년 7월 대구에서 빈농(貧農) 집안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책 읽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유복한 친구를 둔 덕에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 책 읽느라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다. 통학 기차 안에서도 그의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 있었다. “친구 아버지가 당시 대구지역 마사회 회장이었어요. 경마장에는 일본 사람들이 자기들 나라에서 가져온 세계 문학대전집, 세계 사상대전집 같은 책들이 그득그득 꽂혀 있었지요. 그때 읽은 책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었어요. 강의 중에 ‘레 미제라블’을 말하면 학생들은 ‘아 장발장이 빵 하나 훔쳤다가 탈옥하는 거요?’ 정도의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사실 이 책은 대단한 책입니다. 무려 26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형벌, 정치, 법철학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고민이 담겨 있으니까요.” 책에 빠져 살던 김 교수의 관심이 사회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은 나라가 광복을 맞으면서였다. ‘민주국가 건설’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어떤 민주주의를 택하느냐를 두고 극심한 분열 양상이 온나라를 휩쓸었다.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나라가 완전히 엉망이었지요. 특히 제가 살던 대구는 당시 공산주의의 총본산인 모스크바(소련의 수도)에 빗대어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렸을 정도예요. 좌익의 활동이 국내 어떤 도시보다도 활발하고 강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극렬한 좌우 대립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어요. 경찰이 사람을 잡아가고 때리고, 또 반대되는 공공기관 테러가 일어나고. 우리 사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헌법이었던 것이지요.” 1947년 제헌(制憲) 헌법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법대생이나 학자들이 보던 고시 잡지 등을 읽으며 헌법학자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때가 우리 나이로 열다섯이었다. 1950년 전쟁이 터졌다. 고도근시로 고생하던 그는 전쟁터로 끌려가지 않았다.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전쟁 탓에 서울의 대학들이 부산으로 피란 온 터였다. 부산의 허름한 판자촌에서 법학 강의를 들었다. 법학도들이 ‘천막 강의실’에서 힘겹게 공부하던 이 시기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불법적인 개헌을 추진한다. 이른바 ‘발췌개헌’의 시작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부산으로 피란 가 있는데 거기에서 임기 4년이 만료됐어요. 이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헌법을 고치려 들었는데, 이걸 야당이 반대했고 그 결과로 야당 의원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어요” 이 대통령은 “전시에 부산에 침투한 간첩이 많으니 소탕을 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리고 이내 속셈을 드러냈다. 간첩을 잡겠다던 당초 주장과 달리 야당 의원과 무고한 시민에 대한 검거와 폭력이 이뤄졌다. “야당 지도자였던 장면 선생도 잡아넣었어요. 3명 이상 모이면 잡아갔어요. 국회로 출근하는 버스가 있었는데 버스에 탄 채로 계엄사령부에 끌려 가기도 했어요. 옛 경남도청에 무덕관이라고 해서 유도 연습장 같은 곳을 국회의사당으로 썼는데 그 일대에 ‘백골단 깡패’들이 쫙 깔려 있었어요. 이 대통령에 반대하는 의원은 전부 계엄사령부로 소환했다고 보면 될 겁니다.” 김 교수는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질곡의 상당 부분은 친일파 등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지만 일부 불가피한 대목도 있었다고 말했다. “광복 이후 친일파 척결은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그래서 친일파를 처벌하는 법률도 만들었는데 법률로 처벌하려다 보니까 당시 정부관료, 경찰, 군인 등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걸렸던 거죠. 일제강점기 때는 외국 유학자를 비롯해 능력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이 대통령이 보기에 친일파를 다 쫓아내면 행정이나 정치를 못하겠다 싶었던 거죠. 반민특위에 걸렸던 경찰들을 풀어주고, 결국 그 경찰들이 치안 등 최소한의 사회 시스템을 유지해 전쟁통에 질서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죠. 일부 사람들은 이 대통령이 반민특위를 없앴다는 이유로 친일파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 당시의 사정도 일부 헤아릴 필요는 있을 겁니다.” 이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했고 1953년 전쟁이 끝났다. 김철수는 스무 살의 청년이 됐다. 김철수는 한 살 아래 학과 동기를 만나 사랑을 키워갔다. 궁핍과 혼돈의 시대에 서울대 법대 커플의 사랑은 주위의 부러움과 시샘을 샀다. 하지만 당사자들을 포함해 그 누구도 이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날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대화 주제가 ‘첫번째 아내’로 옮겨가자 김 교수의 목소리톤이 낮아졌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 교수의 첫 번째 아내는 한국 문학계와 여성 예술인들 사이에서 ‘불꽃처럼 살다간 여인’으로 회자되는 전혜린이다. 두 사람은 부산에서 맺은 인연을 서독(독일 통일 전) 뮌헨에서 키워나갔다. 전혜린이 1955년 먼저 뮌헨대 유학길에 올랐고 김 교수는 이듬해 그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이역만리에서 기쁨과 고통을 나눴다. 문학가가 꿈이었지만 아버지의 성화로 법대에 진학했던 전혜린은 독문학과에 입학해 그토록 바랐던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체계적인 법 공부에 목 말랐던 김 교수는 법학 공부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쟁국가 출신 동양인에게 서독은 마음 놓고 공부만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은 아니었다. 당시 누구나 그랬듯 너무도 가난했다. 나라를 벗어나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 삶이 됐던 시절이었다. 대통령의 허가가 있어야만 외국 송금이, 그것도 최고 50달러까지만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두 사람은 장학금과 통·번역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전혜린은 훗날 유학생활의 궁핍에 대해 “물을 마시니까 죽지는 않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인에 대한 시선은 싸늘했다. 지구상에 한국, 코리아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코리아’라고 그러면 아프리카 콩고에서 왔냐고 그랬어요. 그 나라에 기차는 있느냐, 뭘 먹고 사느냐 등 질문을 해대는데, 미개인 취급을 하더군요. 교수들도 저를 보며 전쟁 중인 나라에서 공부는 무슨 공부를 했겠느냐며 일본 학생들과도 크게 차별을 뒀습니다. 약소국 국민의 설움이란 게 뭔지 당해 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소외감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했다. 1957년 그들은 뮌헨에서 결혼을 했다. 생활은 결혼 전과 다름 없이 곤궁했지만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의지와 위안이 됐다. 그러던 중 전혜린은 1959년 딸을 낳고 한국으로 돌아가 이듬해 성균관대에서 강사로 둥지를 틀었다. 김 교수는 2년 뒤 모교 교수 자리를 제안받고 서울로 돌아왔다. 배 고프고 힘들었던 서독 생활을 정리하고 고국에 왔지만 서울에서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귀국하자마자 5·16 쿠데타가 터졌다. 박정희 당시 제2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무력으로 청와대를 장악했다. 당시 박정희 군부가 취한 여러 조치 가운데 ‘군 미필자는 공무원이 되지 못한다’는 게 있었다. 시력이 나빠 군대에 못 간 김 교수는 공무원인 서울대 교수에 임용되지 못했다. 서울대는 물론 어디에서도 군 미필자인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아내와의 관계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입국한 전혜린은 대학에서 강의하며 서울의 문인들과 어울렸다. 밤 늦게까지 명동에서 삶과 죽음, 예술을 논했다. “아내가 언제부턴가 문인의 죽음을 동경했어요. 처음에는 나는 사회규범과 질서를 중시하는 법학자이고 아내는 사회의 틀보다는 자유와 이상을 갈망하는 문학가라서 서로 다르겠거니 했는데 이 사람이 자꾸 ‘니체도 카프카도 일찍 죽었다’ 이러면서 빨리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거예요. 수면제도 많이 갖고 다니고. 그러다 보니 저도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결국 두 사람은 1964년 합의이혼을 했다. 그리고 1년 뒤 전혜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는 교수 임용 제한이 풀리면서 서울대 법대 학생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2년 뒤 김 교수는 고교 교사와 재혼을 했다. “아내는 지금도 꼬박꼬박 그 사람(전혜린)의 제사를 지내고 있어요. 자기가 낳은 아이들에게도 제사에 꼭 참석하라고 그러고. 참 고마운 사람이죠.” 그는 사별한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반평생 이상을 함께하고 있는 지금의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함께 표했다.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큰 시련을 겪고 난 그는 다시 연구에 매진했다. 체계적인 헌법학 이론과 정력적인 강의, 활발한 저술활동으로 헌법학계에서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굳혀갔다. 이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새롭게 부상하는 법학자에 대해 점차 날카로운 감시의 눈초리를 들이대도록 만드는 빌미가 됐다. 드디어 등장한 유신헌법의 시대. ‘학자 김철수’는 어떻게든 이 난국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김철수가 걸어온 길 1933년 경북 대구 출생(6남 1녀 중 장남) 1956년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1957년 서독 뮌헨에서 전혜린과 결혼 1961년 서독 뮌헨대 졸업 1962년 서울대 법과대학 조교수 1967년 미국 하버드대 법과대학원 수료 1971년 서울대 법학박사 1972년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1998년) 1988년 한국공법학회 회장(~1989년) 1990년 한국헌법연구소 소장(~2001년) 1995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국제헌법학회 이사 1998년 제주 탐라대 총장(~2000년)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1998년~) ■주요저서 헌법학(1972) 현대헌법론(1979) 비교헌법론(1980) 법과 사회정의(1982) 한국헌법사(1988) 법과 정치(1995) 정치개혁과 사법개혁(1998) 헌법정치의 이상과 현실(2012)
  • [주말 인사이드] 사춘기 청소년들의 반항적 심리 상태 ‘중2병’ 급증

    [주말 인사이드] 사춘기 청소년들의 반항적 심리 상태 ‘중2병’ 급증

    #1. 중학교 2학년 박모(14)양은 인터넷 채팅으로만 이야기한다. 결혼 이주 여성인 박양의 어머니는 딸이 공부를 잘해 성공하기를 바란다. 남편과 나이 차이도 크고, 시댁과 사이도 나빠 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중간고사를 앞두고 공부는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로 채팅만 하는 딸을 보고 어머니는 폭발하고 말았다.‘내가 힘들게 한국으로 시집와서 누구 때문에 험한 일을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노는 딸은 엄마에 대한 배신’이란 생각이 든 어머니는 딸을 때리고 휴대전화를 부쉈다. 그러자 박양이 갑자기 손을 떨고 말을 더듬으며 과호흡증상을 일으켰다. 신경정신과에서는 박양을 공황장애와 전환장애(히스테리성 운동기능 이상)라고 진단했다. #2. “상관없어요. 어차피 고등학교 안 가요”김모(14)군은 학교에서 가장 자주 찾는 곳이 상담실이다. 수업이 싫다며 상담실에 드러누운 김군에게 담임선생님의 허락이 없으면 무단결과란 상담 교사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학교 다니기 싫다며 결국 커터 칼로 자신의 팔을 그어 버린 김군은 “학교에서 자해 소동을 벌인 아이들이 상담실에서 매일 1~2시간씩 쉬는 것을 봤어요. 저도 쉬고 싶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김군은 전국체전에 출전할 정도로 축구 실력이 뛰어났지만 부모는 ‘운동선수는 부상당하거나 탈락하면 대안이 없고, 진학에 실패할 확률도 높다’며 축구로 유명한 중학교의 스카우트 제의도 거절했다. 부모는 공부만 하라고 하지만, 김군은 교실에 앉아 있으면 숨이 막혔다. 상담 교사의 도움으로 럭비, 승마, 조정 같은 비인기 종목을 추천받은 김군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중2병이란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중2병이란 일본어 ‘추니뵤’(中二病)에서 나온 신조어로 사춘기 청소년들의 반항적인 심리 상태를 빗댄 말이다. 일본에서는 1999년쯤 만들어진 속어로 지난해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란 애니메이션이 제작돼 인기리에 방영됐다. ‘김정일은 방위 때문에, 김정은은 중2가 무서워서 남침을 못 한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요즘 중2는 무섭고 거칠 것이 없는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다. 중2병은 인터넷의 발달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물려 경쟁과 입시 교육이 낳은 병리 현상이다. 중학교 때부터 특목고, 특성화고, 일반고 등으로 학생의 서열화가 낳은 비극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2병은 타인에 대한 공격 성향 증가, 무기력, 비행, 다양한 중독 등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중2병 청소년들의 자살과 학교폭력, 가출 등 적잖은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보이스카우트 등 청소년 활동이 발달한 영국에서 청소년 교육을 맡은 수 워커(50) 국제청소년성취포상협회 사무국장은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심각한 경쟁사회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중2병은 선진국 청소년들도 겪는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중2병과 같은 청소년들의 사춘기 증상은 이르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나타난다. 부모들이 겪는 중년의 위기와 겹치면서 증세가 악화된다는 분석이다. 성나경 전국전문상담교육자협회 대표는 “중2병은 청소년 발달 과정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부부 갈등, 직장 스트레스, 오춘기 등으로 중년의 위기를 겪는 부모와 증폭되면서 심각한 가정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2병의 원인으로 양육 실패,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와 왜곡된 입시제도, 사회성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제도, 흔들리는 가정을 꼽았다. 맞벌이 부모들이 ‘제 시간에 밥 먹이고 준비물 챙겨서 학교 보내기’와 같은 기본적인 훈육에 실패하면 아이들은 친구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학교 부적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업주부가 아이를 보더라도 ‘공부를 잘하니까 다 괜찮을 거야’라며 사회성 발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왕따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대한민국에는 2만여개의 직업이 있지만,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일러주는 직업은 공무원, 대기업과 공기업, 의사, 변호사 등 20여개도 안 된다. 특히 일반고 슬럼화 현상이 중2병을 더욱 확산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우리나라는 중학교부터 정식 입시 체제에 들어간다. 내신성적이 고입, 대입과 연결되기 때문에 아이의 부담이 커진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 5년간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고교 다양화 정책 등으로 중2병이 심각해졌다고 분석했다. 일제고사를 치르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차례 성적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은 고교 서열에 좌절하고 만다는 것이다. 고교 다양화 정책은 사실상 고교 평준화를 해체하고, 고등학교 수직화를 가속했다는 게 교육 현장의 중론이다. 예전에는 웬만하면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이 가능했기 때문에, 고입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정도면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식으로 고교 진학이 거의 결정되기 때문에 ‘대포’(대학 포기) 증상이 중2병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 대표는 “핵가족과 부모의 생활고로 충분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연과 친구들이랑 어울릴 기회 없이 학원 뺑뺑이만 돌다가 인터넷과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사회화 기회를 아예 박탈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의 극심해진 스트레스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며 그다음이 교통사고, 암, 심장질환, 익사 순서다. 청소년의 11.2%는 자살 충동을 느꼈으며, 그 원인은 성적과 진학문제, 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등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청소년들은 도피처이자 정보 획득을 위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중독된다. 12~19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80.7%다. 전년의 40.7%와 비교하면 1년 만에 배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2.6시간이며, 3시간 이상 사용한다는 비율이 36.4%로 가장 높았다. 중학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블로그, 미니홈피, 커뮤니티 순서였다. 이를 통해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면서 중2병은 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기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중학교 2학년은 본격적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라며 “사춘기 때는 다 불안하고 우울한데, 또래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다루며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입시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놀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교과목에 예체능 시간을 단순히 늘린다고 해서 중2병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2병은 일방적인 지식 주입보다는 다양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공교육의 정상화로 치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학교 교사인 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최근 자사고가 늘어나고 일반고의 교육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중학생들에게 입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심어 주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교육과 사회의 근본 환경은 변화하지 않고,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활동 몇 가지로 중2병을 풀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들어가는 학생은 좋은 대학에 가고,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주변의 기대로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중하위권 학생은 경쟁에서 처졌다는 생각에 미래가 불안하다. 그는 “특목고나 자사고는 교육부 말처럼 학교 다양화가 아니라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일 뿐”이라며 “고교 진학에 중학교 교육이 휩쓸리지 않아야 중학생들의 불안함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에서 중2병 소녀는 같은 병을 앓았던 선배의 조언으로 중2병을 탈출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책꽂이]

    어머니의 전쟁(김용원 지음, 고려원북스 펴냄) 폐암으로 목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어머니의 사랑은 쉴 줄 몰랐다. 시인이자 법학자인 저자가 어머니와 함께했던 마지막 7개월을 기록했다. 고향집에 대한 추억, 슬픈 가족사, 가족의 갈등, 깊어가는 병세와 생에 대한 성찰 등을 펼쳐 보인 모자의 모습에서 생명력보다 더 강하고 지독한 사랑이 묻어난다. 1만 3800원. 북핵위기 20년 또는 60년(왕선택 지음, 선인 펴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이 지속되면서 북핵 이슈는 한반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됐지만 그 역사와 과정에 대한 구체적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다룬 책은 드물다. 10여년간 통일외교안보 문제를 보도해온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가 북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1년부터 2013년까지 벌어진 역사적 사실 1200여건을 연표와 해설 형식으로 정리했다. 1950년부터 1990년까지 북핵과 관련된 이슈들도 덧붙였다. 2만원. 중국 현대사 강의(조관희 지금, 궁리 펴냄) 상명대 중국어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2011년에 낸 ‘중국사 강의’의 후속편. 전작에서 고대 신화전설의 시대에서 신해혁명까지를 기록했다면 이번 책은 신해혁명부터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1997년 홍콩 반환까지 중국 현대사를 풀어놓는다. 중국 근현대를 가로지르며 활동했던 쑨원과 위안스카이, 마오쩌둥과 장제스, 덩샤오핑, 화궈펑 등 인물들을 중심으로 장대한 대하드라마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2만 5000원.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강신주·지승호 지음, 시대의창 펴냄) 철학자 강신주 인터뷰집. 50시간에 걸쳐 인문정신, 사랑, 김수영 시인, 제자백가, 유가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펼친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성찰을 담았다. “위대한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다른 누구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남겼다는 데 있다”는 그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야 할 인문정신”이라고 역설한다. 2만 2000원. 피아노를 듣는 시간(알프레트 브렌델 지음, 홍은정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알프레트 브렌델이 쓴 음악 에세이. 2008년 은퇴하기까지 60년 동안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느낀 음악적 단상과 연주 노하우를 풀어낸다. A(화음, 악센트, 아르페지오 등)부터 Z(연관성)까지 키워드로 뽑아 간단명료하게 구성했다. 거장의 음악 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듯. 1만 3500원.
  • “자사고·특목고 못 가면 대포”… 고3만큼 고달픈 중2 ‘나’를 버리다

    “자사고·특목고 못 가면 대포”… 고3만큼 고달픈 중2 ‘나’를 버리다

    #1. 중학교 2학년 박모(14)양은 인터넷 채팅으로만 이야기한다. 결혼 이주 여성인 박양의 어머니는 딸이 공부를 잘해 성공하기를 바란다. 남편과 나이 차이도 크고, 시댁과 사이도 나빠 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중간고사를 앞두고 공부는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로 채팅만 하는 딸을 보고 어머니는 폭발하고 말았다.‘내가 힘들게 한국으로 시집와서 누구 때문에 험한 일을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노는 딸은 엄마에 대한 배신’이란 생각이 든 어머니는 딸을 때리고 휴대전화를 부쉈다. 그러자 박양이 갑자기 손을 떨고 말을 더듬으며 과호흡증상을 일으켰다. 신경정신과에서는 박양을 공황장애와 전환장애(히스테리성 운동기능 이상)라고 진단했다. #2. “상관없어요. 어차피 고등학교 안 가요”김모(14)군은 학교에서 가장 자주 찾는 곳이 상담실이다. 수업이 싫다며 상담실에 드러누운 김군에게 담임선생님의 허락이 없으면 무단결과란 상담 교사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학교 다니기 싫다며 결국 커터 칼로 자신의 팔을 그어 버린 김군은 “학교에서 자해 소동을 벌인 아이들이 상담실에서 매일 1~2시간씩 쉬는 것을 봤어요. 저도 쉬고 싶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김군은 전국체전에 출전할 정도로 축구 실력이 뛰어났지만 부모는 ‘운동선수는 부상당하거나 탈락하면 대안이 없고, 진학에 실패할 확률도 높다’며 축구로 유명한 중학교의 스카우트 제의도 거절했다. 부모는 공부만 하라고 하지만, 김군은 교실에 앉아 있으면 숨이 막혔다. 상담 교사의 도움으로 럭비, 승마, 조정 같은 비인기 종목을 추천받은 김군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중2병이란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중2병이란 일본어 ‘추니뵤’(中二病)에서 나온 신조어로 사춘기 청소년들의 반항적인 심리 상태를 빗댄 말이다. 일본에서는 1999년쯤 만들어진 속어로 지난해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란 애니메이션이 제작돼 인기리에 방영됐다. ‘김정일은 방위 때문에, 김정은은 중2가 무서워서 남침을 못 한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요즘 중2는 무섭고 거칠 것이 없는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다. 중2병은 인터넷의 발달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물려 경쟁과 입시 교육이 낳은 병리 현상이다. 중학교 때부터 특목고, 특성화고, 일반고 등으로 학생의 서열화가 낳은 비극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2병은 타인에 대한 공격 성향 증가, 무기력, 비행, 다양한 중독 등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중2병 청소년들의 자살과 학교폭력, 가출 등 적잖은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보이스카우트 등 청소년 활동이 발달한 영국에서 청소년 교육을 맡은 수 워커(50) 국제청소년성취포상협회 사무국장은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심각한 경쟁사회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중2병은 선진국 청소년들도 겪는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중2병과 같은 청소년들의 사춘기 증상은 이르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나타난다. 부모들이 겪는 중년의 위기와 겹치면서 증세가 악화된다는 분석이다. 성나경 전국전문상담교육자협회 대표는 “중2병은 청소년 발달 과정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지만 부부 갈등, 직장 스트레스, 오춘기 등으로 중년의 위기를 겪는 부모와 증폭되면서 심각한 가정 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2병의 원인으로 양육 실패,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와 왜곡된 입시제도, 사회성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제도, 흔들리는 가정을 꼽았다. 맞벌이 부모들이 ‘제 시간에 밥 먹이고 준비물 챙겨서 학교 보내기’와 같은 기본적인 훈육에 실패하면 아이들은 친구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학교 부적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업주부가 아이를 보더라도 ‘공부를 잘하니까 다 괜찮을 거야’라며 사회성 발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왕따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대한민국에는 2만여개의 직업이 있지만,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일러주는 직업은 공무원, 대기업과 공기업, 의사, 변호사 등 20여개도 안 된다. 특히 일반고 슬럼화 현상이 중2병을 더욱 확산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우리나라는 중학교부터 정식 입시 체제에 들어간다. 내신성적이 고입, 대입과 연결되기 때문에 아이의 부담이 커진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 5년간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고교 다양화 정책 등으로 중2병이 심각해졌다고 분석했다. 일제고사를 치르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차례 성적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은 고교 서열에 좌절하고 만다는 것이다. 고교 다양화 정책은 사실상 고교 평준화를 해체하고, 고등학교 수직화를 가속했다는 게 교육 현장의 중론이다. 예전에는 웬만하면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이 가능했기 때문에, 고입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정도면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 식으로 고교 진학이 거의 결정되기 때문에 ‘대포’(대학 포기) 증상이 중2병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 대표는 “핵가족과 부모의 생활고로 충분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연과 친구들이랑 어울릴 기회 없이 학원 뺑뺑이만 돌다가 인터넷과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사회화 기회를 아예 박탈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의 극심해진 스트레스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며 그다음이 교통사고, 암, 심장질환, 익사 순서다. 청소년의 11.2%는 자살 충동을 느꼈으며, 그 원인은 성적과 진학문제, 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등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청소년들은 도피처이자 정보 획득을 위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중독된다. 12~19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80.7%다. 전년의 40.7%와 비교하면 1년 만에 배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2.6시간이며, 3시간 이상 사용한다는 비율이 36.4%로 가장 높았다. 중학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블로그, 미니홈피, 커뮤니티 순서였다. 이를 통해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면서 중2병은 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기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중학교 2학년은 본격적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라며 “사춘기 때는 다 불안하고 우울한데, 또래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다루며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입시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놀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교과목에 예체능 시간을 단순히 늘린다고 해서 중2병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중2병은 일방적인 지식 주입보다는 다양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공교육의 정상화로 치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학교 교사인 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최근 자사고가 늘어나고 일반고의 교육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중학생들에게 입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심어 주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교육과 사회의 근본 환경은 변화하지 않고,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활동 몇 가지로 중2병을 풀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들어가는 학생은 좋은 대학에 가고,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주변의 기대로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중하위권 학생은 경쟁에서 처졌다는 생각에 미래가 불안하다. 그는 “특목고나 자사고는 교육부 말처럼 학교 다양화가 아니라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일 뿐”이라며 “고교 진학에 중학교 교육이 휩쓸리지 않아야 중학생들의 불안함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에서 중2병 소녀는 같은 병을 앓았던 선배의 조언으로 중2병을 탈출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5월 소중한 분들에 선사하는 싱글몰트의 특별한 경험

    5월 소중한 분들에 선사하는 싱글몰트의 특별한 경험

    최근 주류 마니아들 사이에서 싱글몰트 위스키가 각광받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100% 보리(맥아)만을 증류하고 한 증류소에서만 생산된 위스키로, 블렌디드 위스키와 달리 그레인 위스키나 기타 첨가물을 섞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다양한 풍미와 향을 음미할 수 있어 취향 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특징인데, 최근 싱글몰트 위스키만을 위한 메뉴를 갖춘 레스토랑과 음식점이 생기면서 위스키 마니아 층에서 섬세한 미식가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새로운 맛을 원하는 미식가, 싱글몰트 위스키를 가장 맛있고 새롭게 즐기고 싶은 마니아들은 ‘싱글몰트 & 다이닝코스’를 운영하는 곳을 찾아가 최고의 싱글몰트 위스키와 맞춤 메뉴의 환상 궁합을 즐기는 추세다. 디아지오코리아 싱글몰트 브랜드 담당자는 “싱글몰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며 “음식마다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듯이 싱글몰트 역시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과 매칭될 때에 그 풍미가 배가 되는 멋진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싱글몰트 푸드 매칭이 대세 실제로 트렌디한 장소로 손꼽히는 이태원에 위치한 문샤인(월향)에서는 ‘싱글몰트&다이닝’ 코스를 운영 중이다. 싱글톤 15년을 낙지튀김과 매칭시키는가 하면, 싱글톤 18년은 차돌박이 숙주볶음과 매칭시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문샤인 이여영 대표는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사명을 가진 가게로 싱글몰트의 대표주자인 싱글톤의 풍미를 퓨전 한식과 매칭시켰다.”면서 “뜨거운 고객 반응에 힘입어 홍대점에서도 싱글톤 푸드매칭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싱글톤은 국제주류품평회 IWSC(The International Wines & Spirits Competition)로부터 2012년 세계 최고의 싱글 몰트 위스키로 선정되었으며, 제품 자체로 훌륭한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고 세계적인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가들로부터 평가 받고 있다. 또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Singleton of Glen Ord 증류소의 원액을 사용하는 등 대륙별로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버전을 맞춤형으로 공급하고 있어, 싱글몰트가 어렵게 느껴지는 소비자들도 쉽게 싱글몰트의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레시피를 끊임없이 개발함으로써 천재 셰프로 평가 받는 최현석 셰프와 함께 ‘싱글몰트&다이닝’ 메뉴를 가장 먼저 선보인 엘본 더 테이블 이태원 점에서도 싱글톤만으로 구성된 새로운 코스 메뉴를 개발, 5월부터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엘본 더 테이블의 최현석 쉐프는 “특별 코스로 오반, 탈리스커, 싱글톤으로 구성된 코스요리를 선보인 이후 손님들로부터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며 ”5월부터는 가장 맛있는 싱글 몰트로 알려진 ‘싱글톤’의 12년, 15년, 18년으로 새롭고 도전적인 엘본 만의 메뉴를 구성해 손님들을 한번 더 감동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가정의 달, 색다른 코스 메뉴로 즐기자 가정의 달을 맞아 근사한 외식을 계획 중이라면 ‘싱글몰트 & 다이닝’ 코스 요리를 운영하는 식당 중 가장 맛있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기기 위해 어울리는 메뉴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필수다. 현재 싱글톤 페이스북(www.facebook.com/Singleton.Korea)을 방문하면 무료 시식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업장별 메뉴소개 엘본 더 테이블 이태원점: 천재 쉐프 최현석의 독특한 발상이 묻어나는 싱글톤 푸드 매칭을 맛 볼 수 있다. 싱글톤의 상징인 연어를 구현한 훈제 연어 크림 스프, 그리고 최현석 쉐프의 대표 음식인 드라이 에이지드 한우 스테이크 등의 코스 요리가 10만원. 문샤인(월향) 이태원점: 다재다능한 사업가인 이여영 대표의 퓨전한식에 대한 사랑이 싱글톤과 만났다. 싱글톤 15년과 낙지튀김, 싱글톤 18년과 차돌박이 숙주볶음 등의 코스 요리가 9만 5천원. (5월 중 홍대점에서도 시판) 인터넷뉴스팀
  • 106세 할머니, 33살 어린 연하남과 열애

    106세 할머니, 33살 어린 연하남과 열애

    106세 할머니가 33살 어린 남성과 연애, 사랑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과시했다. 호주 매체 헤럴드 선은 8일(현지시각) 호주 여성 마조리 헤머드(106)와 그의 남자친구 개빈 크로퍼드(73)의 사랑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3년 전 멜버른의 한 양로원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마조리는 “우리는 오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나이 차이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지금까지 결혼한 적이 없다. 이는 그들이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려왔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양로원에서 두 사람을 지켜본 비키 프레이저 원장은 “두 사람은 정말 아름다운 커플이다. 사랑에 늦은 나이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방송 캡처 인터넷뉴스팀
  • [DB를 열다] 명창 박녹주의 1969년 모습

    [DB를 열다] 명창 박녹주의 1969년 모습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시대의 명창 박녹주(1905∼1979)의 1969년 10월 모습이다. 6·25 때 한쪽 눈을 잃어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경북 선산 출신인 박녹주는 일제강점기부터 최고의 명창으로 군림했고 대구 달성권번과 서울 한남권번의 명기(名妓)로 이름을 날렸다. 동편제의 거목으로 인간문화재 5호인 그녀는 판소리 춘향가와 흥보가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굴곡진 삶은 판소리 서편제처럼 서글펐다. 특히 그녀는 ‘봄봄’ ‘동백꽃’으로 유명한 세살 아래 소설가로 연희전문을 다녔던 김유정(1908~1937)으로부터 광적인 사랑, 요즘 말로 하면 지독한 스토킹을 받은 일화로 유명하다. 녹주에게 첫눈에 반한 유정은 밤마다 연서를 써 보냈다. 편지를 아무리 보내도 답장이 없자 유정은 녹주의 집을 찾아가 대성통곡을 하기도 한다. 녹주가 소리하는 사람이 학생과 연애를 할 수는 없다고 하자 유정은 학생과 소리하는 사람이 사랑해서 안된다는 규정이 어디에 있냐고 대들며 사랑이란 국경이 없는 것이라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유정은 늘 그녀의 공연장을 찾아가 밖에서 기다렸지만 녹주는 만나주지 않았다. 녹주는 이미 다른 사람의 소실이 되어 있어 유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유정은 혈서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녹주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할 정도로 병적으로 변해갔다. 연모의 감정이 복수심으로 바뀐 것이다. 유정의 소설 ‘생의 반려’와 ‘두꺼비’는 그와 녹주의 관계를 소재로 쓴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7일 TV 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창(KBS1 밤 10시) 지난해 8월부터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됐다. 입양 보내길 원하는 친부모는 반드시 출생신고를 해야 하고, 입양하고자 하는 양부모도 이전보다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한편 입양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진 탓에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 입양을 기피하는 것은 물론 미혼모들은 ‘아동 유기’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다. ■해외 특별 기획 드라마 초한지(KBS2 밤 12시 40분) 신희는 장한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쓰러지고, 그녀를 어릴 때부터 진료했던 어의 장림이 찾아온다. 신희는 그에게 장한의 위태로움을 전하고 자신과 장한이 살길은 조고를 타도하는 것이라 말한다. 한편 유방은 옹치를 치기 위해 항우에게 병마 5000을 빌려 패현으로 향한다.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필리핀에서 온 결혼 11년차 주부 이은희씨. 한 종교단체의 소개로 남편 윤동원씨를 만난 은희씨는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본명인 카테린 반딘에서 이은희로 이름을 바꿨다. 또한 영어 방문 교사로 5년째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2006년부터는 외국인 며느리 배구단에서 주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는데…. ■현장 21(SBS 밤 8시 55분) 베스트셀러는 가장 잘 팔리는 책이다. 그만큼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책이 독자의 사랑이 아닌 출판사의 사재기 힘 때문이라면 당신은 그 책을 선택할 것인가. 취재진은 지난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책들에 대한 대형 온라인 서점들의 구매 목록을 확보해 분석한다. ■엄마 없이 살아보기(EBS 밤 8시 20분) 여덟 살 동갑내기 진규와 지후, 그리고 일곱 살 개구쟁이 이안이와 태훈이까지. 네 명의 엄살쟁이와 사진작가 선생님이 함께 떠난 곳은 지리산 둘레길. 푸른 숲길과 정겨운 시골길을 걸으며 아이들은 소박한 둘레길의 매력을 발견해 나간다. 그런데 다리가 아파 오면서 아이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오간다.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5분) 전남 곡성 기차마을 전통시장에 몸뻬 아저씨가 떴다. 몸뻬 바지에 밀짚모자, 한복 저고리까지 갖춰 입고 춤을 추는 조상열씨를 보고 사람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이런 상열씨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바로 결혼한 지 35년 된 그의 아내 박미임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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