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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TV 하이라이트]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25분) LA의 일부 한국 식당이 보건당국으로부터 위생관리 시정 명령을 받았다. 한인 업소들이 주로 받는 지적은 주방의 불결한 위생, 부적절한 식재료와 반찬 보관상태에 관한 것이다. 한식은 다른 문화권 식단에 비해 반찬수가 많아 위생 챙기기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한인들은 위생에 철저히 한다는 반응이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열대야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 비 오는 날에는 구수한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나는 여름철. 술은 잘 빚어서 건강하게 마시면 그 효능이 약보다 낫다고 한다. 집에서 빚은 전통주로 잘못된 남편의 음주습관을 바꾸고 가족의 행복까지 다지는 남선희 주부만의 특별한 술 건강법을 공개한다.   ●웰빙!맛 사냥(SBS 오전 9시) 갈수록 더 가고 싶은 남도바다, 물 맑고 맛난 음식이 있는 통영 여행을 떠나본다. 실비집이란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은채 재료 값 정도만 받고 음식을 파는 식당.20여가지 메뉴를 합쳐도 만원을 넘지 않는 실비식당이 남영동 골목 안에 있다고 한다. 정직한 가격에 감사하게 먹을 수 있는 실비집을 소개한다.   ●가족愛발견(MBC 오후 7시20분) 하루에 2∼3시간씩 자전거를 타며 체력을 유지하면서 활기찬 모습으로 젊게 사는 백남봉씨. 그리고 매일 한 번씩 싸워야 한다는 백남봉씨 부부. 싸우고 웃고, 싸우고 웃고를 반복하는 이 부부의 독특한 사랑방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그의 반평생 코미디 인생을 동행해준 가족들을 만나본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부모님이 중국에 오시고,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고마움의 인사를 건넨다. 온 가족이 함께 소림사 나들이에 나서고 근처에 살고 있는 이모네 집에 놀러가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꿈만같던 일주일은 금세 지나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공항에서 부모님을 배웅하고 집에온 혜란은 눈물을 터뜨린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요즘 검붉고 단단하게 익은 포도가 제철이다. 포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로 영양이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피로회복, 심장병 예방, 암 예방에 좋은 놀라운 성분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도의 영양과 효능, 그리고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방법도 자세히 알아본다.
  • [Book Review] 19세기 조선 전업작가 홍길주의 투명한 일상記

    ‘말없이 지내면서 책을 뽑아들고 베개를 베고 있자니 졸음을 물리칠 방법이 없는 것이 괴로웠다. 문득 벌떡 일어나 붓을 들고 공책에다 떠오르는 대로 적었다.∼현묘한 이치를 깨달을 것도 없고 사물을 널리 상고하여 살펴본 것도 없다.∼하인이 장독 뚜껑을 덮기에나 꼭 알맞지 싶다. 잠시 기록하여 남겨두고 ‘수여방필’이란 제목을 붙인다. 을미년(1835년) 10월 하순. 베개를 벤 채 책을 읽고, 졸음을 쫓고자 무언가 끄적거리는 모습이 18세기 사대부가의 사랑방 풍경이란 게 참 생경하다. 서안 앞에 정좌하고 끊임없이 책을 읽는 ‘선비의 전형’ 대신 입신양명의 욕심을 접은 한량의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이 글의 주인공은 19세기 전반에 활동한 문인 항해(沆瀣) 홍길주(洪吉周·1786∼1841)다. 한때 과거를 준비했으나, 출세의 꿈을 접고 독서와 글쓰기를 벗삼았던 선비다. 그는 한가로움을 소견하기 위해 생각나는 것들을 그때그때 적기 시작했고, 이를 ‘수여방필’‘수여연필’‘수여난필’이란 제목으로 정리했다. 홍길주의 아들 홍우건은 부친의 또 다른 글을 정리해 ‘수여난필속’을 정리했다. 고전을 발굴해 이를 현대적 사유의 틀에 맞춰 재생산해 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닌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이처럼 흥미로운 인물을 놓칠 리 없다. 정 교수는 대학원 제자들과 매주 토요일 모여 홍길주의 네 문집을 완역했고, 이를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생각창고’(정민 등 옮김, 돌베개 펴냄)란 책으로 묶었다. 역자가 보기에 홍길주는 천재다. 그동안 학계에서도 그에 대한 논문이 적지 않게 제출되었지만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천재문인의 진면목을 이번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 한다. ‘방필(放筆)’은 말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붓을 내달린 비망록이란 뜻. 이를 부연한 게 ‘연필(演筆)’이고,‘난필(瀾筆)’은 그 나머지 넘쳐흐른 것을 수습했다는 뜻이다. 책은 19세기 지식인의 내면을 아주 밝고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소한 일상사에서부터 그때그때 스쳐지나간 생각의 궤적, 그리고 당시 지식인들의 구체적인 관심사들을 경쾌한 필치로 스케치하듯 그려내고 있다. 특히 개별 사물의 이치에서 하나의 깨달음을 건져 이를 다양한 일상의 의미로 확산하는 글쓰기가 돋보인다. ‘추위를 막는 옷으로는 면포만 한 것이 없다. 값비싼 비단은 보기에만 아름다울 뿐이다.∼아름다운 문장이나 화려한 문체는 실용에는 합당함이 없다. 재주와 덕은 풍족하여 정치에 베풀 수 있어야 한다.∼천하에서 기이한 보배라고 일컫는 사람이라 해서 진실로 모두 일을 맡길 만한 그릇은 아니다.’(때에 맞는 문장) 옷과 그릇, 문사와 재덕을 비유하며 겉보기에 화려하고 번드르르한 것이 실제로는 쓸모가 없다는 결론을 재치있게 이끌어내고 있다. 책은 19세기 전반 조선의 학계와 문단 흐름을 파악하는 데 긴요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연암 박지원 이후 활기를 띠던 문단은 정조의 문체반정 이후 표면적으로는 정체 보수 국면을 보인다. 하지만 홍길주는 연암의 개성적이고 발랄한 문체와 사고를 선호했으며, 이는 다음과 같은 그의 글 속에 숨김 없이 드러나 있다. ‘나는 청나라 사람 중 정림과 고염무의 시를 좋아한다.∼문장은 당연히 위희와 왕완을 거벽으로 삼는다.∼만약 우리나라 연암 박지원이 중국에서 태어나게 했다면 마땅히 깃발과 북채를 잡고 이들과 나란히 섰을 것이니….’ 이밖에도 직접 겪은 부모 형제의 언행과 당대 사회상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들, 문학과 인생에 대한 자신의 견해, 소비문화와 관련된 보고, 여가활동의 표방과 실천, 지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등 예전 문헌에선 볼 수 없었던 내용을 담고 있다. 19세기 조선의 일상을 거대 담론이 아닌 미시적 관점으로 써내려간 천재 선비의 지적 사유와 재치가 돋보이는 책이다.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광주 ‘콜센터 중심지’로

    광주시가 대기업들의 콜센터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다. 시는 “㈜대한화재해상보험과 300석 규모의 콜 센터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지금까지 22개사 4530석의 콜센터를 유치했거나 운영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날 양해각서를 교환한 대한화재는 우선 연말까지 100석 규모의 콜센터를 연 뒤 내년까지 300석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채용인력은 3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지난 1월 하나로 텔레콤 콜센터 100석 유치에 이어 3월엔 ㈜해양도시가스 콜센터 22석,5월엔 ㈜금호생명 콜센터 60석 등을 유치했다. 또 국민연금관리공단 40석, 한전 71석, 스카이라이프 315석, 동양화재 89석, 삼성STS 400석, 미래에셋생명 120석, 쌍용화재 100석, 사랑방신문사 45석, 텔미모어 20석, 광주은행 70석, 삼성전자 300석 등의 콜센터가 운영 중이다. 시 관계자는 “콜센터는 일자리 창출에 좋은 분야”라며 “또다른 대기업들을 대거 유치해 광주를 콜센터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주말화제] 인형극에 빠진 은발의 청춘

    [주말화제] 인형극에 빠진 은발의 청춘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2종합사회복지관 2층 강당.‘까투리 타령’에 맞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인형이 장구와 소고를 치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내 도깨비 인형과 혹부리 영감 인형이 불쑥 나오더니, 동요가 흐르자 빨간모자 인형, 늑대 인형까지 나와 ‘얼쑤’ 신명을 보탠다. 작고 앙증맞은 막대 인형들이 저 혼자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들의 손끝이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인형을 번쩍 머리 위로 들어올려 쳐다봐야 하는 다소 불편한 자세다. 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미소는 할머니들의 얼굴에서 좀체 떠날 줄을 모른다. 어르신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따라 인형들도 쓰러지고 일어나고, 울고 웃는다. 어려운 동작을 만들어내야 하는 순간 할머니들은 진지하기 그지없다. ●유치원·장애인 복지시설서 공연 국내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까지 입소문이 퍼진 실버인형극단이 정기 연습을 하는 날이다. 우연히 인형극을 구경했던 방화동 할머니들이 “우리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2003년 3월 동아리를 만들었다. 인형극과 더불어 젊음을 찾은 지 어느새 3년이 넘었다. 연기 레퍼토리 ‘혹부리 영감’,‘아버지와 아들’,‘빨간 모자’ 등에 등장하는 막대 인형도 손수 만들고, 대사도 직접 녹음하며 펼쳤던 공연이 벌써 100여 차례. 현재 75∼85세 7명(1기)과,62∼67세 8명(2기) 등 15명 할머니들이 가족처럼 오순도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습 도중 다리가 아파 잠시 쉬고 있던 최종예(79) 할머니에게 “힘드시지 않냐.”고 슬쩍 물었다. 최 할머니는 “공연 나가면 어린이들이나 장애인들, 같은 또래 노인들이 그렇게 좋아해줘 우리도 재미있고 즐겁죠.”라면서 “여기저기서 많이들 부르지만 힘든 줄 몰라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실버인형극단은 2003년 8월 열린 춘천 세계인형극제에서 아마추어 연기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 8월엔 일본에서 열린 이시다 인형극 축제에 초청받아 해외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 무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동복지시설, 장애인 복지시설, 노인정 등이다. 김옥순(81) 할머니는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이젠 연습을 하지 않거나 공연을 하지 않으면 되레 허전하고 심심해요.”라면서 “자꾸 연습하고 공연하며 몸과 머리를 쓰니까 건강에도 좋고 더 젊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연습 않거나 공연 없으면 허전하고 심심” 이날은 맏언니 김남수(85) 할머니가 쉬는 시간 간식으로 떡을 ‘쐈다’. 강당은 곧 사랑방으로 변했다. 혈압이 높은 정종녀(78) 할머니의 건강 걱정에서부터 지난주 갔다 왔던 장애인 복지시설 공연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송이송이 피어난다. 김 할머니는 “공연을 다니다 보면 안타까운 모습을 많이 보게 돼요.”라면서 “우리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상관없지만 젊고 어린 사람들은 아픈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음료수 한 잔을 건넨다. 실버인형극단 할머니들은 “나이가 많은 게 무슨 상관입니까.”라며 “건강만 허락한다면 계속 즐겁게 사회에 봉사하며 살아가고 싶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3) 인구 250만명의 도시국가 쿠웨이트

    [이슬람 문명과 도시] (13) 인구 250만명의 도시국가 쿠웨이트

    ‘쿠웨이트’는 작은 요새라는 뜻이다. 국가 이름이면서도 수도 이름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워낙 규모가 작아 하나의 국가라기보다 도시처럼 보는 게 더 낫다. 나라 크기는 우리나라 경상북도 정도지만, 워낙 쓸모없는 사막 땅이 많아 인구는 대구시 규모인 250만명 내외다. 이런 인구 전체가 쿠웨이트 사람들인 것도 아니다. 쿠웨이트 국적을 가진 사람은 약 4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55%는 외국인 근로자다. 쿠웨이트가 도시 형태를 갖춘 것은 18세기 초 무렵. 아라비아 반도 내륙에서 이주해온 여러 부족들로 이뤄졌던 옛도시는 13㎢에 불과하지만, 현재는 외곽 방향으로 도시가 크게 확장되고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쿠웨이트는 대개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미지다. 전세계 석유 매장량의 10%를 차지하는 부자 산유국, 그리고 다른 이슬람 국가에 비해 개방적인 나라라는 정도다. 그래서 최근 쿠웨이트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을 때 주변의 GCC(걸프협력회의)국가들과 비교할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공항에 내렸을 때 마주치게 되는 비릿한 바다 냄새와 후끈한 열기는 역시 ‘열사의 나라’임을 실감케 해줬다. 여기서는 다른 GCC국가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하면서 보니 역시 쿠웨이트 국적을 가진 이들보다 외국인 숫자가 더 많아 보인다. 시내로 향하는 길에서 특이한 점은 부자나라치곤 고층건물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요즘 ‘잘 나가는’ 두바이와 비교하자니, 완전히 시골 한구석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거리 곳곳에서 건축공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나름대로 개발은 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이유를 물었더니, 지난 90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라크의 침공으로 나라 전체가 점령당한 악몽 때문에 그렇단다. 고층건물을 지으면 뭐하나. 미사일 한방이면 폭삭 주저앉을 판인데…. 그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미군의 포로가 됐고, 세계최강이라는 미국의 보호 아래 놓이게 됐으니, 이제 새로운 국가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노력이 여기 저기에서 시도되고 있다. 하기야 쿠웨이트 사람처럼 국민소득이 높고 또 발전된 나라를 자주 둘러보는 사람들이 왜 자신의 국가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없겠나. 소득이 높고 휴가가 긴 그들의 여권에는 방문국들의 비자 스탬프가 빽빽하니 찍혀 있다. 이라크 침공 전에 원래 쿠웨이트 사람들은 자기네 앞바다에 떠 있는 조그만 섬 ‘부비얀’을 ‘자유무역지대’로 설정해 공사를 시작하려 했다. 바로 앞바다에 떠 있는 부비얀은 이라크와 이란이 인접해 있는 중요한 전략 거점이다. 그런데 이라크침공으로 모든 계획이 무산됐다. 이때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자발 알리 지역을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하면서 개발을 완료해버렸다. 금융·무역 인프라 구축이 완벽하게 이뤄진 두바이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허브로서의 기능을 이미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정도다. 쿠웨이트 사람들도 비록 늦었지만 여기에 뒤질 수는 없다. 쿠웨이트를 두바이 이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을 배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우리 기업들도 여기에 발맞춰 안테나를 잔뜩 기울이면서 활발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원래 쿠웨이트에 살던 한국사람은 90년 걸프전 이전만 하더라도 2000여명에 이르렀지만 걸프전 이후에는 400명도 채 못됐다. 그러나 이라크 재건과 쿠웨이트의 활발한 경제활동에 힘입어 이제 예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서히 숫자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도시 전체는 그런 대로 깨끗하고 도로망도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어서 초보자라 해도 지도를 잘 보면 쉽게 길을 찾아 다닐 수 있다. 운전도 어렵지 않다. 도시를 오가는 많은 차들은 마치 세계 차량 전시회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차들은 총출동한 듯하다. 아주 낡아빠진 구식 차량도 있고, 한국산 차량도 눈에 띄어 우리의 국력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차량을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쿠웨이트 사람이 아니라 제3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아직 쿠웨이트 부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는 품질면에서 못미치는 듯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리란 생각이다. 쿠웨이트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특이한 문화가 하나 있다.‘디완이야’라고 하는 것인데 우리로 치자만 일종의 ‘사랑방 문화’다. 그만큼 모든 동네마다 다 개설돼 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문을 여는데, 동네 사람 누구나 와서 주장이든 제안이든 뭐든, 제 할 말을 할 수 있다. 공동으로 만들어 둔 동네도 있고, 동네에서 제법 인정받거나 영향력있는 사람이 자기 집에다 만들어 놓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여기에서 제기돼 논의된 의견들은 무조건 위로 전달돼 정책결정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일종의 풀뿌리 민주주의 같은 것이라 할까. 언로가 막힘 없이 툭 트여 있는 모양새가 좋았다. 이런 작은 공동체 같은 쿠웨이트에 만일 석유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아마 페르시아만에서 진주조개 캐고 생선이나 잡으면서 주변의 이란이나 인도와 무역에 열중했겠지…. 나름대로 답도 해보면서. 쿠웨이트는 그러나 석유로 인해 부유하다. 외국인들을 자기네 머슴처럼 부리면서 살고 있을 정도다. 거의 대부분의 쿠웨이트 사람들은 자기네 집에 가정부에서부터 운전기사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외국인의 임금이 그리 높은 편도 아니다. 가정부의 경우 월 150달러, 운전기사는 300달러 수준이다. 가정일을 대신 해 줄 사람도 있으니 애들도 많이 낳는 편이다. 더구나 자녀 1인당 20세까지는 150달러 정도를 양육비로 지급하고, 교육비와 의료시설은 공짜에다, 졸업 후에는 일자리까지 알아봐주고, 해외 유학간다고 하면 장학금까지 내주는 판이니 어찌 아이를 안 낳겠나. 그래도 서민들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그들에게는 주택제공과 각종 지원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제공된다 하니 그다지 별 차이가 없어뵌다. 그러니 보통 한 가정에는 4명 이상의 자녀가 있다.‘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우리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은 나라이자 꿈에나 그릴 수 있는 낙원이 바로 쿠웨이트이다. 그래도 이슬람 국가니까 여성들은 살기 불편하다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쿠웨이트는 지금 막 예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2005년 여성 참정권이 마침내 인정받았고,2006년 6월 실시된 총선에서 출마한 여성후보만도 32명이란다. 물론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셨지만, 전체 유권자 가운데 여성비율이 57%라 하니 쿠웨이트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날도 머지 않았다. 입국 전에 듣기로는 쿠웨이트 사람들은 부자라서 무척이나 거만하다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내가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거만하다기 보다 보통 아랍인들처럼 정이 많거나, 서구적 개념의 합리성에 충실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약속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몸에 밴듯한 겸손함을 보였다. 쿠웨이트 사람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뉴스에는 여전히 유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한다. 우리 선배들이 열사의 나라에서 오일 달러를 벌어 들였던 때가 지난 70년대였다. 이제 또 다른 제2의 중동붐이 오지 않을까 기대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도 새로운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전망도 해본다. 황의갑 한국외대 교수· 이슬람문화연구소 연구원
  • [우리구 최고야!] 강북

    [우리구 최고야!] 강북

    우리나라 도서관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어떤 것일까요. 아마도 시험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열람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은 문화공간이기보다는 조용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부방’에 가까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올해로 개관 5주년을 맞은 강북문화정보센터는 단순한 공부방이 아닌 시민들을 위한 문화 사랑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내실 있는 소프트웨어를 갖춘 재미있는 도서관인 셈이죠. ●‘문화정보센터´ 다양한 소프트웨어 갖춰 강북구 번동 오동근린공원 자락에 위치한 강북문화정보센터는 녹음에 쌓인 도서관 풍경만으로도 눈길을 끌 만합니다. 푸른 숲과 맑은 공기가 도서관을 찾는 분들께 한결 마음의 여유를 드리니까요. 강북문화정보센터는 지난 5년간 주민의 문화생활과 지식정보 제공이란 테마 아래 구민들과 함께 하는 도서관이 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우선 도서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자료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매년 1만권의 책을 구입, 현재는 도서류만 11만여권이 넘습니다. 또한 구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어린이 독서회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는 무료 영화 상영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강북문화정보센터의 자랑이라면 도서관 문화대학을 들 수 있습니다. 모두 37강좌 1088명의 수강생이 참여하는 문화대학은 어린이 동화구연와 논술 글쓰기 독서지도, 어린이 애니메이션, 흙놀이, 과학창의교실, 성인 동화구연, 가정독서지도, 미니홈피와 태그 등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알찬 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자 열람실·문화대학·우편 대출등 사랑받아 저렴한 수강료로 수준 높은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문화대학은 지역주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교양강좌를 신청하는 첫날은 2∼3시간씩 먼저 와서 신청을 기다리시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4만여명의 회원을 갖춘 강북문화정보센터는 그동안 꾸준한 성장을 통해 구민들과 좀 더 가깝게 만나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모자 열람실을 운영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우편대출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관내 곳곳을 순회하는 셔틀버스도 하루 6차례 운행하고 있고요. 또한 미아 8동 청소년문화정보센터와 미아1동 솔샘문화정보센터 등 2개의 분관이 생겨 구민들께서 편리하게 도서관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도서관을 찾을 시간이 없다면 문화정보센터 홈페이지에 있는 전자도서관을 방문해 보세요. 온라인 상에서 원하는 자료를 손쉽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강북문화정보센터는 개관 5주년을 맞은 이달에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6월 4일에는 신기한 마술시연회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기적의 도서관 학습법을 쓰신 이현 선생님을 초청해 자녀교육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나만의 책만들기’행사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24일에는 함께 만드는 도서관을 위한 이용자와의 간담회도 준비돼 있습니다. 12종류의 도서를 보물책으로 지정해 각 열람실 서가에 꽂은 뒤 해당 책들을 처음으로 대출하는 회원 12명을 선정해 선물을 드리는 ‘서가속 보물책 찾기’ 행사는 오는 12월까지 계속 진행됩니다. 혹시 우연히 고른 책이 보물책일지도 모르니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문화나들이 겸 강북문화정보센터를 찾아주세요.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보거나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자녀교육의 장소로 가족간의 나들이 장소로 새롭게 조명 받고 있습니다. 강북문화정보센터는 주민들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정보마당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문화마당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 [공직초대석] 국립중앙도서관 안선국 팀장

    [공직초대석] 국립중앙도서관 안선국 팀장

    국립중앙도서관에 지난 4월 ‘작은도서관진흥팀’이 새로 꾸려졌다. 글자그대로 ‘작은 도서관’을 전국 읍·면·동에 하나씩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이 팀의 목표이다. 하지만 전국에 234개의 시·군·구가 있고, 그 아래는 또 3570개의 읍·면·동이 있으니 아무리 작은 도서관이라고 한들 이들에게 맡겨진 임무는 결코 녹록지가 않다. 그럼에도 안선국(49) 팀장의 꿈은 단순히 ‘책이 있는 작은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평일에는 어린이와 엄마를 위한 독서공간, 주말에는 가족이 손을 잡고 찾는 ‘새로운 동네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안 팀장이 설명하는 우리나라 공공 도서관의 현실은 이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는 평균 주민 2만∼3만명에 한개씩 공공 도서관이 있다. 우리는 2005년말 현재 514개의 공공 도서관이 있으니 9만명당 한개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안 팀장이 그리고 있는 작은 도서관의 모습은 ‘어린이의 작은 다리로도 걸어서 10분 안에 찾아갈 수 있는 문화사랑방’이다. 규모는 30∼50평 정도. 미취학 어린이를 위한 자원봉사자의 ‘스토리 텔링’과 동화구연이 이루어질 뿐 아니라 ‘책읽기아버지모임’이나 ‘주부독서클럽’이 활동하는 지역공동체문화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안 팀장은 작은 도서관의 모델을 찾아 전남 순천으로 ‘견학’도 다녀왔다. 아파트관리사무소의 여유공간을 이용하는 주민 자치 도서관이다. 자원봉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한달에 두차례는 단지에 사는 음악인들이 나서는 작은음악회가 열려 호응을 얻고 있더라고 했다. 안 팀장은 작은 도서관이 들어설 지역의 특성도 최대한 살리겠다는 생각이다. 하루종일은 어렵겠지만 두세시간쯤은 어린이를 맡아주는 어린이집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 도서관이 독서실처럼 되어가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는 것도 잘 알지만,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이라면 작은 도서관을 중고생을 위한 공부방으로 활용하는데도 긍정적이다. 당장 올해는 문화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50곳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 작정이다. 필요한 예산은 50억원 정도. 지난달 19일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대상지역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읍·면·동 사무소나 지구대·파출소는 물론 아파트관리사무소의 공간도 좋다. 의지가 강한 자치단체에 우선 지원한다. 주민의 염원이 큰데도 마땅한 공간이 없다면 시설까지 지어준다. 마지막으로 안 팀장에게 ‘작은 도서관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마이크로소프트사(社)를 창업한 빌 게이츠가 그랬다지요?‘어린 시절 우리 마을에 있던 작은 도서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요.” 서동철기자 dcsuh@seoul.co.kr
  • [오늘의 눈] 유럽의 월드컵 사랑방식/ 임창용 문화부 차장

    ‘조용하지만 뜨거운 열정’ 월드컵이 시작된 유럽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달구어진 한국을 떠나 최근 월드컵 개최국 독일에 발을 디딘 기자는 일순 혼란스러웠다.‘여기 월드컵 개최국 맞아?’ 프랑크푸르트 공항 및 시내 곳곳에 월드컵 및 기념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눈에 띄고 기념행사도 열렸지만 우리처럼 월드컵 일색은 아니었던 것. 얼마전 한국을 다녀왔다는 한 교민의 말.“글쎄요 월드컵 개최국이 독일인지 한국인지 헷갈린다니까요.” 경기가 시작되면서 도시 곳곳에선 각국 서포터스들의 응원전이 시작됐다. 특이한 점은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독일을 제외한 나라중 한국만이 거의 유일하게 시내 3곳에서 응원전에 나서게 된 것. 토고전이 시작되면 프랑크푸르트는 잠시 ‘한국판’이 될 모양이다. 시골 휴양도시 바덴바덴에선 아예 월드컵이 독일에서 열리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부부들이 한가롭게 거리를 오갈 뿐, 월드컵 상징물 하나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들의 월드컵에 대한 열기가 우리보다 떨어질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얘기를 들어 보니 프랑크푸르트는 물론 바덴바덴 등 인접 중소도시까지 월드컵기간중 숙박업소 객실은 동이 난 상태. 이들은 최대 한 달간 자리를 잡고 경기가 열리는 도시로 ‘출퇴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 자체는 차분했지만 축구와 월드컵에 대한 ‘소리없는 열정’이 뜨겁게 느껴졌다. 인접한 프랑스 파리도 마찬가지. 축구 애호국답게 호텔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시내 곳곳에 지단 등 자국 축구영웅들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한 한국 유학생은 “만일 한국팀이 프랑스팀을 꺾으면 파리의 한국인들은 당분간 프랑스인들의 곱지 않은 눈초리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차라리 비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구는 자존심이고 월드컵은 이를 지키는 중요방식이라는 유럽인들. 축구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오로지 월드컵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열광하는 우리사회. 무엇이 옳고 바람직한 현상인지를 떠나 월드컵을 사랑하는 방식이 너무도 다른 것이 참 놀랍다. 임창용 문화부 차장 sdragon@seoul.co.kr
  • [문학단신] 인사동 카페 ‘시인학교’ 다시 열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인사동 카페 ‘시인학교’가 2년 만에 ‘재개교’한다. 위치는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아름다운 가게’와 ‘느티나무 카페’사이로,8일 시인들의 육필시 동판전과 함께 조촐한 개업식을 마련한다.1984년 개교한 시인학교는 지난 20년간 인사동 시인묵객들의 사랑방 노릇을 해오다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고, 이를 안타까워한 문화예술인들이 지난 3월 시화전을 여는 등 시인학교 살리기 운동을 벌여왔다.(02)735-1984.
  • “어머니의 희생·미덕·향수 못잊어”

    “어머니의 희생·미덕·향수 못잊어”

    광주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인 소설가 문순태(65)가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소설집 ‘울타리’와 산문집 ‘꿈’(이룸)을 동시에 펴냈다. 소설집은 2002년 ‘된장’이후 아홉 번째이며, 산문집은 세 번째다.‘타오르는 강’‘그들의 새벽’‘느티나무’등을 통해 분단과 5·18이라는 격동의 현대사에 천착했던 작가는 이제 역사인식의 틀에서 비켜나 자신의 문학적 뿌리인 어머니의 존재를 깊이 응시한다. ●어머니는 언제나 가족 감싸는 울타리 “올해 아흔셋의 노모는 도시 생활을 한 지 5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농사 걱정을 하십니다.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나 전형적인 가부장제 아래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셨던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 가족을 든든히 감싸는 울타리였지요. 점점 잊혀져가는 농경사회 어머니 세대의 강인한 생명력과 삶의 미덕을 일깨우고 싶었습니다.” 수록작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에는 어머니의 냄새를 못 견뎌하는 아내가 나오는데 작가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하는 말을 빌려 어머니의 냄새를 ‘에미가 자식 놈들을 위해서 알탕갈탕 살아온, 길고도 쓰디쓴 세월의 냄새’라고 표현한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2004년 이상문학상 특별상을 받았다.‘은행나무 아래서’‘느티나무와 어머니’등이 삶의 가치를 어머니와 관련지어 쓴 글들이라면 ‘울타리’는 작가가 요즘 화두로 삼고 있는 ‘경계인’에 관한 소설이다. 젊은 시절 빨치산 활동을 같이 했던 두 친구가 오랜 세월이 흘러 한명은 탈북자로, 한명은 비전향 장기수로 재회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그렸다.“‘된장’이후 역사에서 비켜서려 했는데 쓰다보면 결국 역사의 자리에 와있더라.”는 그는 “그게 작가로서 내 운명인 것 같다.”며 웃었다. 산문집 ‘꿈’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전쟁을 체험한 세대로서의 성찰, 그리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는 시각을 담았다.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쏟아지는 인파를 보며 시골길의 한적한 버스정류장을 떠올리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보며 시골 우물가를 떠올리는 작가의 글은 광속의 시대 아날로그의 미덕을 돌아보게 한다. ●교단 퇴직후 고향서 창작활동할 것 “홀가분하다”는 말로 15년 교단 생활을 마감하는 소회를 전한 작가는 퇴직 후 고향인 담양으로 돌아가 창작활동에 몰두할 것이라고 했다. 무등산 깊은 골짜기에 집필실 겸 창작교실을 지어 지역 문인들과 일반인들을 위한 문학 사랑방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당장 해야 할 일은 20년째 미뤄온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의 완간. 작가는 “7권까지 써놓고 시간이 없어 손대지 못했던 것인데 앞으로 3권을 더 써서 10권으로 완간하겠다.”고 말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화제] 주민들 “행복주는 행정”

    [주말화제] 주민들 “행복주는 행정”

    “고된 농사일을 끝내고 온탕에 몸을 담그면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집니다.” 전북 무주군 안성면 장기리의 주민 김모(68)씨는 28일 오후 주민자치센터의 목욕탕을 나섰다. 개운한 뒷맛이다. 그는 안부를 묻자 “공중목욕탕 설치야말로 자치단체가 추진한 사업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민자치센터에 들어서자 아담하고 깔끔하게 단장된 2층 건물이 으레 ‘허름한 산골 면사무소’일 것이란 선입견을 싹 지워버렸다. 지난 2001년 지은 건물의 1층엔 행정사무실과 내과·치과를 겸한 보건소가 있고, 바로 옆에는 목욕탕이 자리하고 있다.2층엔 ‘정보의 바다’란 인터넷카페, 농민사랑방, 여성문화방, 전통솜씨방이 정겹게 주민을 맞이한다. 마침 농번기라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이 그리 많지 않지만 겨울철에는 여간 북적거리지 않는단다. 한상오(54) 총무계장은 “주민들이 이곳에서 포크댄스, 한방뜸, 꽹과리 등 사물놀이, 한글 등을 배우거나 쉼터로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목욕탕은 5일장이 열리는 날엔 인근 장수군 주민들까지 이용하는 바람에 늘 만원”이라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곳만이 아니다. 지난 2월 리모델링을 마친 설천면 주민자치센터와 공중목욕탕은 이용률이 가장 높다. 덕유산 자락의 산골이라 주민들이 문화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근까지만 해도 20㎞ 이상 떨어진 읍소재지나 대전까지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곳 61평 규모의 목욕탕은 사우나 2개와 냉·온탕 1개, 반신욕탕 1개의 시설을 갖췄다.65세 이상 노인과 청소년·어린이는 이용료가 1000원, 일반인은 1500원을 받아 관리비에 보탠다. 한 관계자는 “목욕탕을 홀수날엔 남자, 짝수날엔 여자용으로 번갈아 운영하고 있다.”며 “인근 충북 영동군 주민들까지 몰려와 하루 500여명이 이용할 정도”라고 자랑했다. 주민자치센터에는 원어민 교사를 둔 ‘영어교실’과 논술·독서를 지도하는 ‘생각교실’등이 개설돼 주민의 인기를 더하고 있다. 이처럼 무주군이 전체 6개 읍·면사무소를 ‘주민 종합건강·문화센터’로 꾸미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행정자치부에 의해 때마침 ‘시범군’으로 선정되면서부터. 무주군은 덕유산·적상산 등으로 둘러싸인 산골 오지다. 빼어난 경관과 깨끗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생활고통 지수는 어느 농어촌 벽지보다 높았다. 군은 이때부터 사업비 82억원을 들여 안성면·적상면·부남면·무풍면·설천면 사무소를 차례로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나섰다. 주민자치센터에 목욕탕을 설치한 것은 전국 처음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자치센터를 설계한 기용건축 정기용 대표는 “당시 주민의 65%가 노인인 안성면의 경우 면접조사를 해보니 모두가 목욕탕을 원해 짓게 됐다.”면서 “효과가 알려진 뒤 너도나도 목욕탕을 지어달라고 해 혼났다.”고 귀띔했다. 주민자치센터가 서서히 문화복지의 전당으로 바뀌면서 보건소, 인터넷카페, 다목적강당, 목욕탕, 이·미용실, 체력단련실, 전통솜씨방, 여성문화교실, 농민회 사무실, 소회의실 등이 들어서게 됐다. 특히 안성면 주민자치센터는 ‘안성 면민의 집’으로 불릴 정도다. 편안한 휴식과 여가활동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자리잡아 전국의 지자체와 민간단체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무주군은 이에 고무돼 모든 공공시설을 ‘주민친화적 공간’으로 꾸며가고 있다. 무주읍 당산리 한풍루 어울터 일대에 조각공원과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한창인 것도 같은 맥락. 여기에선 연극, 뮤지컬, 국악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이 열리게 된다. 무주군의 자랑거리 가운데 또 하나는 전국 유일의 등나무 운동장이다. 기존 운동장은 군수 등 VIP석에만 차양막이 설치됐던 터. 이를 일반인이 앉는 객석에도 등나무를 이용해 그늘숲을 만들어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의 논에는 자치센터를 지으면서 천문대도 만들었다. 밤하늘이 유난히 아름다운 무주의 별빛을 담아내기 위한 배려이다. 홍보관과 대기실, 관람실로 구성된 3층짜리 천문대에는 주망원경, 천체탐색기, 관람용 망원경이 있고 슬라이드 상영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2층엔 50평 콘도를 꾸며 단체관람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을 정도이다. 자연스레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자치센터의 인기는 그만이다. 무주군은 이런 시설을 활용해 반딧불축제(6월2∼11일) 준비에 한창이다. 설천면 청량리 일대에 ‘반디랜드’를 조성하고 이곳에 곤충박물관까지 세웠다. 김순길 무주군수 권한대행은 “농촌개발 정책은 관광객의 오감을 만족시켜 줄 차별화된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 살거리의 발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 만한 시골, 어떤 게 ‘위민행정’인지 하는 느꺼움에 싸여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무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이평재씨등 문인 6명 ‘예술서가’ 개원

    이평재씨등 문인 6명 ‘예술서가’ 개원

    문학과 공연, 미술이 한 공간에서 숨쉬는 ‘문화 사랑방’이 20일 문을 열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출판문화회관에 둥지를 튼 ‘예술서가’는 다양한 예술 장르와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학운동을 꿈꾸는 문인들이 주축이 된 공간이다. 소설가 이평재·한강, 시인 김정묘, 아동문학가 임정진, 시나리오작가 조재홍·이남진 등 6명이 뜻을 같이했다. 이들이 공유한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외눈박이처럼 자기 영역만 파고들어서는 이제 독자와 소통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문학 장르안에서의 소통은 물론이고 연극, 음악, 미술같은 타 장르와의 적극적인 만남으로 문학을 더욱 풍부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술서가’는 소규모 연극, 퍼포먼스공연이나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예술가’공간과 작가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창작 강좌를 운영하는 ‘예술서’공간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이 때문에 애써 짬을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장르 통합적인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문학공동체 모임인 ‘예술서’의 작가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강좌를 진행하되 한달에 한번 정도 모든 수강생이 참여하는 통합 강좌를 열 예정이다. 아동문학가 임정진씨는 “대학 문예창작과에서 동화창작 강의를 하면 ‘우물안 개구리’같은 느낌을 받는다. 동화작가를 꿈꾸더라도 다른 장르들이 어떻게 치열하게 창작활동을 하는지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작가 조재홍씨는 “이창동, 장진 등 일부 작가를 제외하곤 문장력 좋은 시나리오작가가 없다. 여러 장르와의 교류를 통해 글쓰기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학운동의 하나로 장애인을 위한 무료 온라인 소설창작 강좌 ‘다정한 포옹’도 문을 열었다. 소설가 이평재씨는 “신체의 불편함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문학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신청은 인터넷(www.seogaus.com)으로 받는다. 소설 강좌를 먼저 시작한 뒤 시나리오, 동화 등 다른 분야에도 개설할 계획이다. 작가들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문학 이벤트로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인터넷 카페 ‘작가수업’을 통해 네티즌들과도 소통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시인 김정묘씨는 “문학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살롱문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일요영화] 故신상옥감독 작품 다시 본다

    지난 11일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한국 영화계의 거목이자 풍운아였던 고 신상옥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신 감독의 작품이 잇따라 긴급 편성됐다. 스크린을 통해서도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EBS는 신 감독의 초기 작품 가운데 하나인 ‘지옥화’를 16일 오후 11시 방송한다. 한국전쟁 직후 혼란스러운 서울을 배경으로 한 통속 멜로물이지만 파격적인 소재와 한국전쟁 이후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담아내며 리얼리즘 계열의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남자를 파멸로 몰아가는 팜므파탈 역을 신 감독의 부인 최은희가 맡았다. 원제는 ‘육정(肉情)’이었으나 공모를 통해서 ‘지옥화’라는 이름으로 개봉됐다고 한다. 정사 장면과 추격, 총격 장면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부조리한 사회에서 변화되는 젊은이들의 삶을 담은 주제, 영화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미군 부대의 물건을 빼돌려 먹고 사는 건달 영식(김학)과 기지촌 양공주 쏘냐(최은희)는 연인처럼 지내는 사이다. 어느 날 영식의 동생 동식(조해원)이 찾아오며 이들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쏘냐는 동식을 유혹하고, 동식은 형 때문에 갈등한다. 영식은 미군 물품을 털 계획을 꾸미고 쏘냐는 이런 계획을 경찰에 신고하고 동식과 함께 도망치려고 하는데….1958년작품으로 88분. SBS도 16일 밤 12시55분 ‘시네클럽’에서 당초 편성됐던 멜 깁슨 주연의 ‘매드맥스’ 대신 신 감독의 미개봉작이자 유작이 된 ‘겨울이야기’를 방송한다. 중견 배우 신구와 연극스타 김지숙을 주연으로 2002년 만들어졌으나 극장 개봉을 하지 못했던 작품이다. 아내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정신을 놓은 채 치매에 걸린 노인(신구)을 돌보는 며느리(김지숙)와 그녀의 가족들이 겪게 되는 갈등과 화해, 또 노인이 숨진 뒤 유족이 느끼는 회한을 그리고 있다.100분. 한편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효인)은 추모전을 마련했다.‘거목(巨木)’이라는 제목을 단 이번 행사는 19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내 영상자료원 고전영화관에서 진행된다. 신 감독의 영화 인생 54년 동안 연출했던 75편 가운데 ‘성춘향’(19일) ‘빨간 마후라’(20일) ‘로맨스 빠빠’(21일) ‘벙어리 삼룡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이상 22일) ‘내시’ ‘지옥화’(이상 23일) 등 대표작이 상영된다. 주말에 상영되는 작품은 외국인 관람객을 위해 영문 자막도 서비스하게 된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영화처럼 살다 간 ‘한국영화 큰 별’

    영화처럼 살다 간 ‘한국영화 큰 별’

    11일 80세의 일기로 타계한 신상옥 감독의 삶은 그가 남긴 75편의 영화 만큼이나 극적이었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한국영화계를 이끈 그는 톱배우 최은희씨와의 결혼, 납북과 탈북 등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았다. 전후 혼란기의 열악한 제작환경에서도 감독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세계를 일궈냈다. 김광주 원작 ‘양공주’를 영화화한 데뷔작 ‘악야’를 통해 추악한 현실을 고발했던 감독은 이후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한 ‘무영탑’(1957) ‘동심초’(1959)에서부터 ‘돌아온 사나이’‘로맨스 빠빠’(1960) 등 대중성과 사회성을 겸비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1953년 영화계 간판스타였던 최은희씨와의 결혼으로 그는 대중의 집중적 관심을 받았다.‘성춘향’‘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연산군’ 등 민족정서가 깃든 작품들로 해외에서 주목받으며 감독으로서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기는 1960년대.‘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당시 드물게 일본과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소개되기도 했다. 영화제작 시스템의 기초를 다진 주역으로도 그는 한국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메운다.1963년 안양촬영소를 인수해 66년 당시 국내 최대 영화사인 신필름을 설립,1970년까지 운영하며 숱한 작품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의 운명은 더이상 순탄치 않았다.1978년 최은희씨가 홍콩에서 납북된 뒤 그 역시 6개월만에 납북돼 86년 탈북하기까지 8년여를 북한에 억류됐다. 그의 영화 마니아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치적 목적으로 강제납북된 감독은 그곳에서 김 위원장의 전폭적 지원으로 신필름영화촬영소를 운영하며 ‘돌아오지 않는 밀사’(1984)‘소금’‘불가사리’‘심청전’(1985) 등을 제작했다.‘소금’으로 최은희씨는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돌아오지 않는 밀사’로 신 감독은 체코 카를로비바리영화제 감독상을 각각 받기도 했다. 그의 영화열정은 탈북 이후 2001년까지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변함없었다.KAL기 폭파사건을 그린 ‘마유미’(1990),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실종사건을 다룬 ‘증발’(1994) 등을 발표했다.2002년 치매노인 문제를 다룬 신구 주연의 ‘겨울이야기’를 75번째 작품으로 찍었으나, 미공개 유작으로 남았다. 2003년 안양신필름영화아카데미를 설립하고 동아방송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는 등 말년에도 후배양성과 한국영화 발전에 변함없는 애정을 쏟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6년 함경북도 청진 출생 ●45년 일본 도쿄 미술전문학교 졸업 ●51년 영화예술협회 설립 ●52년 영화 ‘악야(惡夜)´로 감독 데뷔 ●53년 최은희씨와 결혼 ●55∼76년 ‘춘희´ ‘로맨스 빠빠´ ‘성춘향´ ‘연산군´ 등 수십편의 영화 감독 및 제작. 대종상, 아시아영화제, 스테즈영화제(스페인) 등에서 수상 ●78년 최은희씨와 함께 납북. 북한에서 ‘탈출기´ ‘돌아오지 않는 밀사´ ‘불가사리´ 등 제작 ●86년 탈북 ●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2000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장 ●2002년 프랑스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장 ●2003년 안양 신필름 아카데미 이사장 ●2004년 동아방송대 석좌교수
  • 영화감독 신상옥씨 별세

    영화감독 신상옥씨 별세

    한국영화계의 거목 신상옥 감독이 11일 오후 11시39분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80세. 신 감독은 2년 전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 통원치료를 받아오다 건강이 악화돼 보름 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1926년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고려영화협회 미술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해 1952년 영화 ‘악야’(惡夜)로 감독 데뷔한 이후 ‘성춘향’‘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상록수’‘연산군’‘빨간 마후라’ 등 화제작들을 남겼다.1978년 홍콩에서 강제납북돼 86년 극적으로 탈북하기까지 8년을 북한에 머물기도 했다. 유족은 1950∼70년대 톱배우였던 부인 최은희씨와 아들 정균(영화감독)·상균(미국 거주)씨, 딸 명희·승리씨 등 2남2녀. 빈소는 서울대병원. 영결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5일 오전 8시.(02)2072-2091. 한편 정부는 12일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강철 ‘청와대앞 횟집’ 개업

    ‘정치인 사랑방’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강철(59) 청와대 정무특보의 ‘섬횟집’이 11일 문을 연다. 횟집이 청와대 정문에서 걸어서 10분 가량 걸리는 통의동에 자리한 탓에 ‘정치색’을 덧칠한 구구한 해석을 낳고 있다. 이 특보는 “횟집은 아내가 하는 것”이라면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대구에서 7년 동안 횟집을 운영했던 이 특보의 부인 황일숙(56)씨 역시 “생계를 위한 수단”고 강조했다. 횟집은 이 특보의 초등학교 동창인 정모씨가 자신의 음식점을 고쳐 이 특보측에게 운영만 맡긴 형식이다. 이 특보는 무보수 명예직이기 때문에 일정한 수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생활이 어렵다 보니 정 사장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수익금은 나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이라는 주장에 “어이없다.”면서 “위치를 문제삼아 비난하지만 돈 있으면 강남에서 장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의 부인은 장사를 하면 안 되느냐.”고 되물은 뒤 “개의치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남달라 ‘왕특보’로 불리는 이 특보인지라 구설수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정가 일각에서 제기된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경로당은 어르신들 TV 시청실?

    부산지역 경로당 대부분이 TV시청, 담소 등 단순기능에 그치고 있어 정보화교육 등 건전여가 공간으로의 탈바꿈이 시급하다. 부산시는 최근 1881개소(등록 경로당 1802개소, 미등록 경로당 79개소)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TV시청과 화투·담소 등으로 소일하는 ‘사랑방형 경로당’이 1235곳인 65.6%를 차지했다고 3일 밝혔다. 사랑방 기능을 하면서 건강증진, 사회활동, 정보상담, 자치교류 가운데 1가지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단순기능 경로당’이 572곳(30.4%),2가지 프로그램이 가능한 ‘복합기능 경로당’은 61곳(3.2%)으로 나타났다. PC 등 정보교육과 건강상담, 사회봉사 등의 프로그램을 갖춘 ‘활성화 경로당’은 13곳(0.69%)에 불과 했다. 이에 따라 정보교육과 건강상담 등 프로그램 개발 등 대책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물의 경우 10년 이하 721곳(38%),20년 이상 417곳(22%)이며 310곳은 당장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경로당은 난방비가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겨울철 난방비는 최소 93만 3000원이 필요하며, 시와 구·군에서 보조하고 있는 난방비는 50만∼60만원에 그쳤다. 부산지역 경로당의 총 정원은 6만 2851명이며 하루평균 3만 5518명이 이용하고 있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청와대 앞길 볼거리 많아진다

    앞으로 청와대 앞길에 말과 사이드카, 사이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 경찰의 순찰 행렬이 선보인다. 또 군악대의 연주와 함께 의장대 시범도 펼쳐진다. 청와대 경호실은 군·경의 협조 아래 다음달 10일부터 오는 10월까지 매주 토∼목요일까지 다양한 볼거리 행사를 마련한다고 30일 밝혔다. 군 의장대는 31일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시범을 보인다. 순찰은 청와대 분수대∼춘추관간 왕복 1.2㎞ 구간에서 오전 10시∼정오와 오후 2∼4시 두 차례로 나뉘어 이뤄진다. 다만 말 4마리가 동원되는 기마순찰대는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에만 순찰한다.5인조 경찰악대는 매주 목요일 오후 2∼3시 청와대 앞 사랑방과 무궁화 동산 근처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다음달 7일부터 시작되는 군 의장행사의 경우,4∼6월과 10∼11월 5개월간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30분∼11시30분 ▲사물놀이·국내외 가요 연주 등의 군악연주 ▲여군의장대·전통의장대·3군 통합의장대의 시범 ▲분수대∼신무문간 왕복 800m 구간의 퍼레이드 등이 진행된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장애인에게 여행은 사치가 아닙니다”

    “장애인에게 여행은 사치가 아닙니다”

    세상은 밥만으로 살 수 없다. 하지만 팍팍한 생활에 치이다 보면 나들이나 여행은 사치로 느껴진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흥배(36·서울 은평구 수색동)씨의 생각은 다르다. 누구나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즐길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15년 전 야학교사로 봉사활동을 할 때였어요. 몸이 불편한 아는 누님을 모시고 한강에 바람을 쐬러 갔는데 아이처럼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정작 저는 별 생각 없이 갔던 건데….” 장애인에게 외출과 여행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게 된 이씨는 8년 전부터 장애인 한두 명과 나들이를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은 ‘등대지기’라는 이름으로 6명의 장애인과 여행을 함께한다. 처음에는 일부 장애인들이 화장실 가는 데 부담을 느껴 여행 3일 전부터 물도 안 마셨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이씨를 믿고 편한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사실 이씨의 형편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합기도 체육관을 하다가 문을 닫고 지금은 덤프트럭 운전을 하면서 어머니와 아내, 자녀 둘을 먹여 살린다. 여행비용은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마련한다.6년 전의 제주 여행도 폐지를 모아 번 돈으로 다녀왔다. 그는 통장을 맡고 있다.“다른 통장님들과 동사무소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다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이죠.” 통장 월급 20만원은 동네 사랑방 운영에 쓴다. 사랑방에는 현재 장애인 한 명과 노인 한 분이 같은 방을 쓰고 있으며, 나머지 공간은 마을 노인정으로 쓰고 있다. 사랑방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등대지기의 멤버 이윤호(44)씨다. 뇌경변 1급인 그는 2004년 12월 이곳에 왔다.1999년 장애인 이동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다 그를 처음 만났다. 몇년 후 윤호씨가 머물고 있던 시설에 식중독이 발생해 경기도에 있는 다른 시설로 옮겼지만 그곳은 위생 등 사정이 너무나 열악했다. 보다 못한 이씨는 사비 450만원을 털어 동네에 방 2칸짜리 집을 전세 내 윤호씨를 데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손가락만 겨우 움직이고 2주에 한번씩 누군가가 손으로 대변을 파줘야 하는 등 윤호씨를 돌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윤호씨의 어머니조차 “통장님도 가정이 있는데 이렇게까지 신세질 수는 없다.”며 거부했지만 “죽을 때까지 책임지겠다.”며 데려왔다. 주위에서 대단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정작 본인은 큰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형(윤호씨)을 통해 많을 것을 배우고 있으니까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돕고 사는 것, 그것이 세상 사는 순리 아닐까요.”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클릭이슈] 체벌·두발규제 법제화 논란

    학교에서의 체벌과 두발규제를 금지시키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학생들과 인권단체들은 “시대착오적인 체벌과 구타를 금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환영하는 반면 교사와 교원단체 등은 “교사들을 범법자로 낙인찍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최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최 의원의 개정안은 ▲체벌 및 각종 차별 금지▲두발규제 등 학생인권 침해 금지 ▲학생위원의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 보장 ▲0교시 수업 금지, 강제적 자율보충수업 금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측은 다음달 4월 임시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한다. 학생들과 인권단체들은 환영했다. 학생들로 구성된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은 “학생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생회와 학교운영 관련 규정의 전반적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사회적 약자인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이 법안이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가 될 것”라고 주장했다. 인권운동사랑방 관계자는 “학생들이 인권의 주체, 참여의 주체가 될 때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있으며 학생들의 성장도 가능해진다.”며 국회통과를 촉구했다. 반면 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은 반대하고 있다. 교원단체에는 법 통과저지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폭력과 체벌은 다른 것인데 정당한 체벌까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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