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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山神은 단군사상 대표… 한국 자연·문화의 상징”

    “山神은 단군사상 대표… 한국 자연·문화의 상징”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산신은 단군을 대표하는 것이고 한국의 자연과 문화의 상징입니다.” 백두대간 홍보대사로 2011년 1월부터 한국의 산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 데이비드 메이슨(55) 동국대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터뷰를 하는 내내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한국의 산신을 소개하는 책을 영문판과 한글판으로 2003년에 낸 메이슨 교수는 한국인들이 미신으로 생각하고 있는 산신이나 산신제, 무당 등 샤머니즘을 높이 평가했다. 산신이야말로 한국인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표적인 상징이라는 것이다. 메이슨 교수는 “사찰의 삼성각이나 삼신각에는 한국 고유의 문화인 도교, 유교, 불교, 샤머니즘, 기독교까지 5개 종교의 신이 모두 표현돼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한국의 사찰은 종교의 종합 과자세트 같다. 산신은 악마(devil)나 귀신(ghost)이 아니라 ‘산의 신령한 신’(Mountain-spirit-spirit)으로 한국만의 아주 독보적인 존재다. 단군사상을 대표하는 존재이니 산신이야말로 한국의 대표자”라고 말했다. 그는 “산신은 자연을 대표하는 존재로 산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자연, 즉 물과 공기, 산, 나무를 보호하는 것이다. 자연을 보호하면 사람이 건강해지기 때문에 산신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상징이자 과학적 존재”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에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무당, 산신 등 샤머니즘을 미신으로 치부하고 미신퇴치운동을 벌였다고 설명하자 그는 “산신이야말로 근대적 정신”이라며 “산신을 보호하는 것이 서양의 웰빙”이라고 했다. 그는 “나에게는 더 미신적이고 덜 미신적인 것은 없다. 기독교에서는 악마니 천사니 유령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 점이 훨씬 미신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합리적인 학자이자 과학자인 조선의 선비들도 산신제를 지냈는데 특히 퇴계 이황이 그러했다.”면서 “산신이나 산신제는 공동체의 단합과 단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으며 미신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했다. ●20년간 산신 사진 1000여장 수집 메이슨 교수는 20여년째 한국 사찰을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산신을 그린 탱화를 사진에 담고 있다. 현재 그가 보유한 전국 각지의 산신 사진은 1000장이 넘는다. ‘호랑이를 거느린 산신’이 한국인의 눈에는 평범한 그림에 불과하지만 그에게는 어느 산신도 똑같은 것이 없다. 하나같이 다르게 생겼단다. 산신을 그린 6m 길이의 대형 작품은 물론 작은 소품조차도 정교하고 완벽한 예술이라고 말한다. 산신 탱화는 350년 된 조선 중기의 민화부터 현대의 산신 작품, 심지어 북한의 최신 산신 작품까지 확보했다. 그는 “내가 수집한 산신들은 전체 산신 탱화의 25~30%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래 산신은 호랑이를 데리고 다니지만 제주도에서는 용을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 또 한라산 백록담 때문인지 흰 사슴이 상징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랑이나 용, 백록 등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벌을 주는 역할을 하는 상징물이다. 그는 영지버섯, 인삼, 푸른 소나무, 소년 등 산신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에 대해서도 무한한 애정을 표현했다. 메이슨 교수는 종교는 없지만 직접 산신의 현신을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1997년 6월 산신 탱화 앞에서 기도를 하고 주문을 외우면서 3일이나 기도법회에 참여한 일도 있다고 했다. 메이슨 교수는 언제부터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그는 고등학교 때 중국의 문화와 철학에 푹 빠져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과 미국은 미수교 상태여서 타이완에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중국인 친구들이 그때 한국에 가 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산신 옆 동물은 잘못한 사람 징계 역할 배낭 차림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한국 스타일로 처음 만난 게 남대문이다. 중국과는 전혀 다른 나라였다. 그래서 좀 더 지내면서 알아보고 싶어 서울 종로에서 학원 영어 강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 생활이 지난 7월로 30년이 됐다. 산을 좋아해 한국의 사찰을 찾게 됐고 사찰 내부의 칠성각이니 삼신각이니 하는 것들과 만났다. 내처 산신을 주제로 1997년 연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강원도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다 서울 경희대 교수를 거쳐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백두대간 홍보대사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메이슨 교수는 지난 14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주최한 ‘미래 사회와 문화·관광’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목록 중 ‘신령한 산’ 카테고리에 한국의 신령한 산들을 등재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한 38개 경관 중 10개가 신령한 산이며 2011년에 6개의 신령한 봉우리를 추가했다. 일본도 9개의 신령한 산을 등재했고 북한도 3~4개를 등재해 놓은 상태다. 한국만 유일하게 한곳도 등재하지 않았다. 메이슨 교수는 “중국은 무신론 국가인데도 ‘신령한 산’을 등록했다.”면서 “개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훌륭한 한국의 관광 자원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령한 산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산에 얼마나 많은 절이 있는지, 그 절에서 숭배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등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성한 산을 갖고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0개 산만 지정해도 된다. 한국 전통 민담과 신화에 나오는 신령한 산 10곳,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신령한 산 10곳, 풍수지리적으로 신령한 산 10곳 또는 현대적인 신령한 산과 전통적인 신령한 산으로 나눌 수도 있다. 한라산이 현대적 관점으로는 신령한 산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인들은 한국의 삼성, K팝, 강남스타일 노래, 한류를 좋아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한국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는데 그것은 한국인 스스로 전통을 다소 부끄러워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뼈 있는 지적도 했다. 그는 “‘템플스테이’를 내가 제안해서 시작했는데 서양인들이 매우 좋아한다. 한국인은 서양인들이 불편하고 귀찮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1000년이 넘은 아름다운 절에서 발우공양하고 녹차를 마시면서 느리게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산은 아름다운 데다 영적인 요소가 잘 섞여 있어 그런 점을 외국인들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날씬해지려다 뼈에 구멍 ‘숭숭’

    날씬해지려다 뼈에 구멍 ‘숭숭’

    흔히 골다공증을 노인의 병으로 알지만 폐경 이후나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에게도 흔하다. 최근 들어 ‘원푸드 다이어트’ 등 적극적인 다이어트 탓에 저체중 여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골다공증이 젊은 여성들에게도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지표가 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로 불리는 젊은 여성층의 저체중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대의 경우 1998년 12.4%이던 저체중 비율이 2010년에는 17.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의 저체중 비율도 4.1%에서 8.3%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젊은 여성층에서 저체중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무리한 다이어트가 주요 원인이다. ●저체중의 원인은 다이어트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에 해롭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골다공증이다. 저체중과 영양불균형이 골밀도를 떨어뜨리는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로 영양 불균형 상태가 되면 체내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줄고, 이 때문에 칼슘 대사가 안 돼 골 질량과 골밀도가 감소하면서 골다공증으로 이어진다. 특히 한 가지 음식만을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는 칼슘 등 필수영양소의 결핍을 초래해 정상적인 노화보다 훨씬 빠르게 골다공증을 진행시킨다. 아직 30대인 할리우드 스타 기네스 펠트로가 단백질을 제한한 다이어트로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는 최근의 보도도 있었다. 전문의들은 “뼈에 물리적인 체중이 작용하면 인체는 골밀도를 높이려는 반응을 보이는데, 저체중 상태에서는 뼈에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여기에다 저체중으로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도 골다공증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증상 없는 골다공증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돼 발견이 어렵다. 환자들 대부분이 골절 같은 심각한 손상을 입고 나서야 골다공증이 진행된 사실을 알아챈다. 골다공증은 골절뿐 아니라 퇴행성 척추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뼈 조직이 엉성해지면서 척추나 디스크의 퇴행성 변성이 빨라져 각종 척추질환의 원인이 되는데 이 경우 뼈가 약해 수술도 어렵고, 수술 예후도 좋지 않다. 전문의들은 “폐경기 여성은 물론 20∼30대라도 저체중이거나,골절 경험이 있는 사람, 가족 중 골다공증 환자가 있다면 예방적으로 뼈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칼슘과 비타민과 운동이 해법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칼슘’ ‘비타민 D’와 ‘적당한 운동’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인에게 권장되는 1일 칼슘 섭취량은 700㎎이지만 폐경기 여성이나 임산부는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이 필요하다. 칼슘은 우유·치즈·브로콜리·양배추 등에 많지만 식품으로 필요량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칼슘 보충제를 따로 복용하는 것도 좋다. 특히 젊은 세대가 즐기는 카페인·탄산음료나 인스턴트음식, 인산염이 첨가된 가공식품 등이 칼슘 흡수를 방해해 골다공증을 악화시킨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비타민 D는 체내에서 칼슘 흡수를 돕는 중요한 영양소로, 우유·연어·버섯류에 많으며, 15∼20분 정도의 일광욕으로도 보충된다. 운동은 걷기·물속에서 걷기·등산 등 체중이 실리는 종목을 택해 매주 3∼4회 정도 해주면 된다. 단, 골다공증이 진행 중이거나 허리디스크·척추관 협착증 등 척추질환을 가진 사람은 전문의와 상의해 따로 종목과 운동량을 정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골다공증의 급여 혜택이 늘어나 치료 부담도 크지 않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
  • 범인만이 알고 있는 ‘40년전 그 여자’ 실마리를 풀다

    범인만이 알고 있는 ‘40년전 그 여자’ 실마리를 풀다

    오리무중인 미해결 사건을 ‘콜드 케이스’(Cold case)라고 부른다. 단서가 없거나 아예 피해자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다. 한국에서는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 대표적이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은 발생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26일에야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됐지만 사망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제는 범인을 잡을 방법도, 설사 잡아도 처벌할 방법도 남아 있지 않다. 범인만이 알고 있는 사건이 된 것이다. 미국 언론들이 “미제사건이 콜드 케이스라면 이 사건은 얼어붙었다.”라고 묘사한 사건이 있다. 41년 전인 1971년 2월 19일. 플로리다주 템파 근교 파나소프키 호수의 다리 밑에서 한 여자의 시신이 떠올랐다. 이미 부패한 시신에서 나이나 외모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목에 남자의 벨트가 묶여 있었다는 것’이 유일한 단서였다. 경찰은 수천 시간을 투입해 ‘이 여자는 누구인가. 누가 죽였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의 해답을 찾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이 여성의 죽음은 ‘신원미상의 여성’을 뜻하는 ‘제인 도’ 또는 ‘미스 파나소프키’라는 이름만을 남긴 채 콜드 케이스가 됐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986년 시신을 다시 무덤에서 꺼내 당시의 법의학 기술로 미스 파나소프키의 용모를 추정했다. 사망 당시 미스 파나소프키는 17~24세의 여성으로 아이가 있었고, 백인 또는 미국 인디언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충분한 증거는 아니었다. 올 초 관할 경찰서였던 섬터 카운티 경찰서의 수사관 대런 노리스는 법의학에 다시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노리스는 미스 파나소프키의 유골과 옷을 법인류학자 에린 킴멀레 박사에게 보냈다. 킴멀레는 두개골, 치아, 뼈를 활용해 복원을 시작했다. 또 플로리다대의 지질학자 조지 카메노프에게 요청해 지질학에서 사용되는 ‘동위원소 분석법’으로 미스 파나소프키의 배경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카메노프는 이달 초 미 지질학회 연례총회에서 미스 파나소프키에 대한 전혀 뜻밖의 결과를 발표했다. 미스 파나소프키는 그리스에서 태어나 자랐고, 살해되기 1년 전에 미국으로 이주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인디언도 아니었다. 노리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의 방향 자체가 완전히 틀어졌다.”고 밝혔다. 노리스는 킴멀레가 복원한 미스 파나소프키의 얼굴을 그리스어로 전세계에 발행되는 ‘내셔널 헤럴드’에 게재했다. 노리스는 “40년 전 사건이라 그를 아는 사람과 범인이 모두 사망했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41년 만에 밝혀진 피살자의 고향 이 사건은 과학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진다. 1970년대에는 아예 가늠할 수 없었고, 1986년에는 막연하게 추정만 가능했던 미스 파나소프키의 얼굴은 이제 3차원 인식(3D-ID)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실제와 비슷하게 그려낼 수 있게 됐다. 미스 파나소프키의 출신을 밝힌 ‘동위원소 분석’은 아직 법의학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방법은 아니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질량이 달라 정확히 같은 물질이 아니다. 원자번호는 원자의 원자핵 내에 있는 양성자의 수에 의해 결정되지만, 동위원소는 같은 수의 양성자를 가지고 중성자의 수만 다른 물질들이다. 예를 들어 자연계의 산소(O)는 대부분 8개의 양성자와 8개의 중성자를 갖지만, 드물게 9개의 중성자나 10개의 중성자를 가진 것이 있다. 대부분의 원소는 2개 이상의 동위원소를 갖는다. 그런데 이 동위원소는 토양이나 환경 등에 따라 구성비가 제각각이고, 지문처럼 독특한 특성을 가진다. 사람을 비롯한 동식물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머리카락이나 뼛속에 축적된 동위원소와 중금속, 방사성물질 등을 분석하면 살아온 환경을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동위원소 분석법은 한우의 원산지 추적이나 농산물 원산지 구분 등에도 활용된다. 같은 종의 배추라고 해도 한국에서 자란 것과 중국에서 자란 것은 축적된 동위원소 구성비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위원소 분석이 범죄 수사에 처음 사용된 것은 2001년 런던 템스 강변에서 발견된 어린 소년의 토막살인 사건이었다. 영국 경시청은 유골의 스트론튬을 비롯한 동위원소의 조합이 나이지리아 베넹시티 인근의 토양 구성비와 일치한다는 점을 찾아내 신원을 밝혀냈다. 당시 나이지리아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던 킴멀레는 미스 파나소프키 사건에 이 같은 경험을 적용하기 위해 지질학자인 카메노프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주 시기까지 정확하게 분석 카메노프는 미스 파나소프키의 치아를 통해 그가 1950년대에 유럽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은 모두 ‘가연 가솔린’을 활용했고 가솔린이 오염시킨 공기 속 물질은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치아에 축적됐다. 가솔린의 흔적은 원유 생산지에 따라 독특한 특성을 지니는데, 미스 파나소프키의 치아 축적물은 유럽에서 널리 사용된 호주산 가솔린과 일치했다. 분석은 계속됐다. 산소 동위원소를 살펴본 결과, 미스 파나소프키의 치아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무거운 산소의 축적량이 높았는데, 이는 주로 해안지역 거주자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카메노프는 “미스 파나소프키의 치아 동위원소 분석 결과는 그리스 중에서도 남부 아테네 지역과 일치했고, 이는 그가 이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미스 파나소프키는 미국에서 발견됐을까. 이에 대한 답은 머리카락 탄소 동위원소 분석에서 얻었다. 1950~60년대 미국과 유럽은 모두 밀과 옥수수를 중심으로 한 식단이 주를 이뤘는데, 유럽에서는 밀의 비중이 높았던 반면 미국에서는 옥수수의 비중이 높았다. 카메노프는 “미스 파나소프키의 머리카락 분석에서 사망 직전 1년 미만의 기간 동안 밀 중심 식사에서 옥수수 중심으로 식생활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이를 통해 그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는 점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리스는 “설사 범인을 잡을 수 없더라도, 과학이 밝혀낸 것은 놀라운 내용들”이라며 “이 같은 기술이 축적되고 발전한다면 그 결과물은 짐작도 못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Weekend inside-대한민국은 다이어트중] 음식 조절용 ‘위밴드 수술’… 피하지방층 ‘CO2 주입’도

    [Weekend inside-대한민국은 다이어트중] 음식 조절용 ‘위밴드 수술’… 피하지방층 ‘CO2 주입’도

    대한민국에서 ‘살’은 살 떨리는 화두다. 선사시대 때는 듬직한 도넛을 배에 두른 듯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이 미녀의 표상이었다지만 지금은 비만이 건강을 해치는 공적으로 지목받는다. 전 국민이 다이어트를 평생 숙제처럼 여기며 도전하는 사이 ‘살 빼주는 산업’은 불황을 잊은 대표 업종이 됐다. 1㎏이라도 더 빼보려는 다이어트족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다이어트 공화국이 된 한국 사회의 천태만상을 들여다봤다. ●‘의술로 식욕 줄이기’ 속성 다이어트 늘어 젊은 샐러리맨들은 운동할 시간조차 부족한 까닭에 의술의 도움을 받아 속성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론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른다. 직장인 최은진(31·여)씨는 석 달 전 병원에서 위밴드 수술을 받았다. 비용은 자그마치 700만원이나 들었다. 이 수술은 식도와 위가 이어지는 부위에 조절형 밴드를 넣어 음식물이 내려가는 길을 좁게 만드는 것인데 식욕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고도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최씨 역시 수술 석 달 만에 체중 감량 효과를 봤다. 최씨도 수술이 두려워 처음에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한·양약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다이어트를 했지만 80㎏대인 몸무게가 요지부동하면서 내년 5월 결혼을 앞두고 수술대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뚱뚱한 몸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을 순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직장인 박현정(32·여)씨는 다이어트에 꾸준히 투자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지난달 카드값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월수입 200만원 중 110만원을 다이어트 비용으로 썼다. 우습게도 나머지 수입의 대부분은 음식값, 커피값 등 먹는 데 사용했다. 먹고 빼는 데 수입의 대부분을 갖다 바친 꼴이 됐다. 박씨는 지난 9월 한 비만클리닉을 찾아 배, 팔 등에 카복시 치료를 하고 지방분해 주사를 맞았다. 다이어트 약도 한 달 넘게 복용했다. 카복시는 피하지방층에 액화 이산화탄소 가스를 넣는 시술이다. 주입된 가스가 지방세포를 자극해 세포 속 지방산을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이 빠지는 원리다. 카복시 치료 비용 등으로 80만원 가까이 지출한 박씨는 유명 한의원에서 30만원을 들여 다이어트 한약도 지었다. 젊은 여성 등 다이어트족의 눈물겨운 노력 덕에 웃을 수 있는 건 다이어트 업체들이다. 한약을 복용하며 체중 조절을 하려는 인구가 늘면서 일부 한의원들은 아예 ‘다이어트 전문’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전국 25개의 지점망을 가진 A 한의원의 경우 살 빼려는 고객을 겨낭하고 있다. 이 한의원 관계자는 “일반 진료도 보지만 매출의 90%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라고 귀띔했다. 한의원뿐만 아니다. 카복시·지방분해주사 시술 등으로 유명한 한 비만클리닉은 2003년 9월 개원 이래 지난달 말까지 9년간 240만 5585건의 비만 진료를 했다. 이 클리닉 관계자는 “여성 고객이 대부분”이라면서 “20대가 전체 고객의 40%, 30대가 30%, 40대가 20%, 50대가 10% 정도 비율”이라고 전했다. 유통업계도 절대 죽지 않는 다이어트 열풍에 편승해 배를 불린다. 롯데마트의 올해 레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초부터 레몬 디톡스(독소해독)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의 재료로 활용되는 고춧가루도 전년보다 30%가량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어트 효자 상품인 메밀차와 마테차도 전년도에 비해 40%가량 매출이 늘었다. 다른 쇼핑몰도 사정이 비슷하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지난해 1~10월 대비 올해 같은 기간 다이어트 용품 매출이 60%나 증가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주목할 만한 점은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이어트 보조식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60%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살 빼려는 여성 10명 중 6명은 정상체중” 다이어트를 강요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다 보니 불법 의약품에 손을 대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다이어트 약을 불법 유통하다 적발된 건수는 2010년 32건에서 2011년 85건, 2012년 10월 기준 812건으로 3년 사이 25.4배나 증가했다. 대부분 태국에서 제조된 ‘얀희’라는 다이어트 약이다. 해당 약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시부트라민이 검출됐다. 식욕 억제제인 시부트라민은 심장발작, 뇌졸중 등 부작용 위험이 있어 2010년부터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식약청 관계자는 “금지 성분의 약품을 판매하는 해외 사이트를 찾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보해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면서도 “사이트들이 주소를 바꿔 가며 영업해 다 막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퇴출된 다이어트 약품인 센노사이드 등은 동남아 등 일부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있어 적은 양씩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불법 약품에 손을 대야 할 만큼 우리 사회에 절박하게 살을 빼야 하는 인구가 많은 걸까.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남성의 36%가량이 비만이고 여성은 26%가 비만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시장의 ‘큰손’인 20대 여성의 경우 비만 유병률(전체인구 중 비만 인구 비율)이 12.1%, 30대 여성은 19%밖에 되지 않는다. 전 세대 중 비만 인구 비율이 가장 낮다. 국내 최대 비만클리닉인 365mc가 지난달 비만 진료차 클리닉을 찾은 여성 고객 24만 1000명을 분석한 결과 정상 체질량지수(BMI·체중/키)에 해당하는 여성 비율이 58%였다. 내방 고객 10명 중 6명 가까이가 비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BMI 18.5 이하인 저체중 여성 고객이 비만 진료를 받은 경우도 5% 있었다. BMI 지수가 20~24면 정상, 그 이하면 왜소형, 26.5 이상이면 비만이다.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 없이 약품 등에 의존해 체중 감량에 나서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접수된 다이어트 식품 관련 소비자 상담은 모두 1000건이었다. 대부분 ‘짧은 기간에 원하는 만큼 살을 뺄 수 있도록 약속한다.’거나 ‘부작용 절대 없음’ 등의 문구에 현혹돼 상품을 샀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되레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대학생 송모(22·여)씨는 방문판매 영업사원이 “우리의 발효 식품을 먹으면서 수면요법을 병행하면 1주일에 7㎏ 감량을 보장하고 3개월이면 15㎏는 거뜬히 뺄 수 있다.”고 꾀어 180만원을 주고 제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판매 직원은 “복용 요령을 잘 따르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매우 흔한 사례다. ●무리한 식품 다이어트 부작용에 때늦은 후회도 다이어트 과정에서 오히려 건강을 잃는 경우도 많다. 강원 동해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은진씨는 고3 때 찐 살을 빼기 위해 하루 세 끼 양파즙 3봉지와 사과 1개만 한 달 내내 먹었다. 165㎝에 58㎏였던 이씨는 3주 만에 10㎏ 이상을 감량했다. 하지만 이씨는 날씬한 몸을 얻는 대신 건강을 잃었다.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빠진 것은 물론 다이어트가 끝난 뒤에도 6개월째 생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씨는 “단기간에 급하게 살을 뺄 게 아니라 시간 여유를 갖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건강하게 살을 뺐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된다.”면서 “조금 과장해 ‘죽느냐, 다이어트냐’의 선택 길목에서 나는 살기로 결심했다. 다이어트 부작용을 겪은 뒤 더이상 무리한 다이어트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병원을 찾은 여성은 지난 5년 6개월간 무려 93만명에 이른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6월까지 과도한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인해 의료기관을 찾은 10~30대 후반 여성은 모두 93만 8000여명이며 진료비는 828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창 성장할 나이인 10대 여성의 경우 섭식장애로 병원을 찾은 인원이 2007년 537명에서 2011년 710명으로 32.2% 증가했고 다이어트로 인한 조기폐경은 50명에서 84명으로 68% 증가했다. 20대의 경우 지난 5년 6개월간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조기폐경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이 2488명에 달했다. 오상우 일산 동국대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2년 정도 체중을 유지해야 비만 치료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데 보조식품 등에 의존해서는 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세계서 가장 희귀한 고래, 뉴질랜드서 첫 발견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고래가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뉴질랜드 연구팀이 밝혔다. 6일 미국 매체 허핑턴포스트에 실린 지구과학 전문 아워어메이징플래닛 보도에 따르면 로셸 콘스탄틴 교수가 이끄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 연구팀은 지난 2010년 12월 뉴질랜드 북섬 오파프 해변에서 발견한 고래 2마리가 ‘부채이빨부리 고래’(spade-toothed beaked whales)라는 희귀 고래라고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6일 자로 발표했다. 뉴질랜드 보호청에 따르면 당시 고래는 어미가 몸길이 5.3m, 새끼 고래가 3.5m였다. 부채이빨부리 고래는 지난 1872년 뉴질랜드 채텀 아일랜드에서 처음 머리뼈 조각이 발견됐으며 칠레 로빈슨 크루소 아일랜드에서 뼈 일부만이 발견됐을 정도로 온전한 모습은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다. 고래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조직 표본을 전해 받은 연구팀은 처음에 발견된 고래가 일반적인 그레이부리고래보다 훨씬 더 평범한 것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20년간 뉴질랜드 해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부리고래 종에 대한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DNA 분석을 통해 부채이빨부리 고래라는 희귀 고래임을 확인했다. 콘스탄틴 교수는 “지난 140년간 뉴질랜드와 칠레에서 수집한 고래의 머리뼈들을 연구한 적이 있기 때문에 부채이빨부리 고래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일부 어리석은 사람들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화성 탐사를 하고 있다. 화성 표면의 95%는 이미 촬영이 끝난 상태다. 지구 표면의 70% 이상이 바다이고 바다 밑의 95%는 우리가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다.”면서 “무지한 인간들을 깨우치려고 이 ‘심해의 은자’들이 희생을 무릅쓴 것 같다.”고 말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민병훈 감독의 ‘터치’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민병훈 감독의 ‘터치’

    민병훈은 잠쉐드 우스마노프와 공동 연출한 ‘벌이 날다’로 데뷔했다. 타지키스탄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도덕극을 더 사랑한 건 외국 평단이었다. 이후 우스마노프가 유럽으로 기반을 옮긴 것과 달리, 민병훈은 가시밭길을 걷는 수사처럼 변방을 떠돌았다. 우즈베키스탄의 산골로 들어가 ‘괜찮아, 울지마’를 연출했고, 한국 주변부에서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내놓았다. 그의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은 힘겹게 완성되었다. 초기의 유머가 가신 자리에 무거운 상념이 자리 잡았고, 인물들이 인간으로서 품어야 할 책임은 깊어 갔다. ‘포도나무를 베어라’의 윤리, 철학, 종교적 물음은 너무 심오해서 그가 자칫 대중과 거리를 두는 듯했다. 행여 그의 이름과 영화가 잊힐까 안타까웠다. 마침내 올해, 민병훈은 ‘터치’로 복귀했다. 그리고 ‘생명에 관한 3부작’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터치’는 남편과 아내가 따로 보낸 며칠을 다룬다. 동식은 중학교 사격팀 코치다. 알코올 중독은 한때 국가대표였던 그의 삶을 나쁜 방향으로 내몰았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아내 수원은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불법 의료행위에 가담한다. 어느 날, 동식은 술김에 차를 몰다 사격팀 학생을 친 뒤 뺑소니친다. 수원은 딸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아이를 뒤쫓다 생명이 꺼져가는 여인을 발견한다. 부부 사이는 멀어지고, 두 사람은 질문 앞에서 무언가를 택해야 한다. 새로운 3부작의 시작임에도, 민병훈이 바라보는 세상은 암울하고, 인물들의 삶은 고통스럽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눈에 띄는 변화가 카메라의 움직임이라면, 영화의 진정한 변화는 대중적인 화법에 있다. 이전까지 그의 영화는 설명을 거의 하지 않아,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면 예민한 눈과 귀가 필요했다. 대사에 기대지 않는 방식이 여전하면서도, 이번 작품은 몸짓과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이 돋보인다. 인물의 섬세한 감성을 뒤따르다 보면 영화가 말하는 바를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다. 전작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동식이 학교 이사장과 술을 나누는 장면을 보자. 눈빛 하나로 상대방을 쉬 조종하는 사악한 상황은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알게 된다. 민병훈은 돈이 폭력을 휘두르는 현실에 함께 뛰어들어 저항하고 묻는다. 누군가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썼다 한다. 그런 걸 머리로 셀 정도로 한가한 작자는, 흔들릴 틈도 없이 한숨과 눈물과 분노를 쏟아내야 하는 삶을 이해하지 못할 게다. 구차한 부탁의 자리에 수원이 앉아 있을 동안, 창밖에선 살랑대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린다. 나무처럼 무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도덕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많다. 민병훈은 먼저 스스로 질문한 다음 관객과 나누는 경우다. 그가 뼈를 깎는 고뇌로 풀어나갔을 과정은 고스란히 관객에게로 넘어온다. 민병훈은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잃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영화를 보며 각자 찾을 일이다. ‘터치’의 엔딩은 이안의 ‘아이스 스톰’(1997)에 버금갈 정도로 서늘한 것이며, 나는 ‘터치’가 올해 개봉작 중 최고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도덕적 곤경’에 천착한다는 점에서 민병훈은 한국의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라 하겠다. 11월8일 개봉. 영화평론가
  • [25일 TV 하이라이트]

    ●역사스페셜(KBS1 밤 10시) 충남 해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마도 3호선은 발굴 사상 최초로 온전한 형태로 남은 고려 배다. 그런 마도 3호선의 맨 뒷부분에서 목간 하나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상어뼈가 들어 있던 상자와 함께 발견된 이 목간에는 기존 문헌에는 없었던 삼별초의 세부조직과 운영 실태를 말해주는 최초의 기록이 담겨 있었는데…. ●오감만족 세상은 맛있다(KBS2 밤 8시 20분) 세계 2위 쌀 수출국인 태국은 쌀 음식이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쌀 음식은 단연 쌀국수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새콤달콤한 맛이 강한 국물 쌀국수부터 아삭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달콤한 볶음 쌀국수 팟타이까지. 암파와 수상시장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쌀국수의 맛의 향연에 빠져본다. ●불만제로 UP(MBC 밤 11시 40분) 에너지 음료를 마시면 정말 에너지가 생겨날까. 시중에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에너지 음료 3종류로 직접 실험해 봤다. 총 9명의 실험자가 3명씩 한 종류의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운동능력, 피로회복도를 검사해 본다. ‘고소한 실험’의 마스코트 사유리도 밤을 꼬박 새우며 참여한 에너지 효과 실험의 결과를 공개한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0분) 사람들의 눈을 놀라게 한 화가가 있다는 제보에 부산으로 달려간 제작진. 태어나 단 한 번도 그림을 배워 본 적이 없다는 할머니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직접 그린 그림이 벽면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미술 도구를 꺼내는 할머니의 손길이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알고 보니 할머니는 한쪽 눈에 의안을 낀 상태였는데…. ●다문화 휴먼다큐 가족(EBS 밤 12시 5분) 2년 전, 한국에 먼저 시집 온 친구의 소개로 끼우짱은 지금의 남편 엄영철씨를 만나게 된다. 끼우짱에게 첫눈에 반한 영철씨의 적극적인 구애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된 두 사람. 아내를 위해 아이 돌보기와 집안일을 자처하는 등 지극정성으로 대하는 금실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영철씨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소개한다. ●올리브(OBS 밤 11시 5분) 전원일기 속 복길 엄마로 친숙한 배우 김혜정. 스물세 살의 어린 나이에 복길 엄마로 사랑받기 시작한 탓에 그녀의 나이를 오해하는 때도 많았다고 한다. 한편 복길 엄마 이미지로 가려져 있던 그녀의 유쾌한 건강법도 공개한다. 하루 30분 꼭 지킨다는 그녀의 스트레칭 법과 일상생활에서의 올바른 스트레칭 법에 대해 알아본다.
  • [사건 Inside] (47) ‘자해공갈’은 구닥다리…여성만 노린 신종 교통사고 수법은

     “당신 지금 어디야? 차 몰고 나왔어?”  지난 해 여름 주부 한모씨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왔다가 갑작스런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남편은 한씨에게 “보험회사에서 당신이 ‘뺑소니 사고를 쳤다는 신고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면서 빨리 보험회사에 알아보라고 말했다. 놀란 한씨는 보험회사를 통해 사고를 당했다는 한 남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속 남자는 다짜고짜 한씨에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 차 번호가 OOOO 맞지? 사람을 치고 그냥 가!”  한씨는 이 남자의 윽박에 주눅이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를 낸 기억이 없었다. “제가 언제 아저씨를 치었어요?”라며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곧바로 “뺑소니로 신고할테니 그리 알아라.”며 일방적인 폭언만 이어졌다.  이어 남자는 신고를 하지 않겠다면서 합의금을 요구했다. 한씨는 불안한 마음에 처음엔 합의금을 보내주려고 했지만 너무 일방적인 남자의 태도가 이상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사건이 접수된지 1년만인 지난 12일 경찰은 한씨에게 교통사고를 가장해 합의금을 요구하려 했던 전모(36)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전씨는 지난 2009년 이후 이런 수법으로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61차례나 범행을 시도한 ‘전문 공갈범’이었다. 그 가운데 13차례는 합의금을 받아내는데 성공해 240여만원을 뜯어냈다.  하지만 스스로 몸을 던져 합의금을 타내는 ‘자해 공갈범’과 달리 전씨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도 노련한 수법으로 돈을 갈취했다.  ●여성만 대상으로, 쉽고 편하게…기상천외한 사기 수법  교통사고를 위장해 합의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이른바 ‘손목치기’다. 지나가는 차량에 손목이나 팔 등을 일부러 부딪쳐 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받아내는 이 수법은 확실한 현장 증거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신의 몸이 상한다는 점, 널리 알려진 수법이라 의심을 살 수 있다는 문제점이 뒤따른다.  전씨는 이런 방법 대신 조금 더 작은 돈을 받더라도 쉽고 안전한 사기 수법을 썼다. 그는 차량 통행과 인적이 많은 거리를 골라 운전자들을 관찰했다. 첫번째로 고려해야할 범행 대상은 여성 운전자. 나중에 뒤탈없이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상대하기 편했기 때문이다.  전씨는 여자가 운전하는 차량을 여러 대를 확인해 차량번호를 메모한 뒤 여러 보험회사에 전화해 뺑소니를 당했다며 운전자가 이 회사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했다. 만약 신고한 차량이 이 보험회사에 가입이 돼 있지 않으면 다른 번호를 누르는 식이었다. 무작위적이기는 하지만 확률은 낮지 않은 행동이었다.  보험에 가입된 것이 확인되면 “보험회사에 해당 운전자와 통화를 하고 싶다.”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전화 연결이 되면 한씨에게 접근한 것처럼 영문도 모르는 여성들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뺑소니 사고를 냈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자칭 ‘피해자’ 전씨가 자신이 지나간 장소와 시간을 정확히 대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우기면 대부분의 여성은 결국 돈을 내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상당수의 사기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전씨에게 속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상태였다.”면서 “심지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내가 사기를 당했다고?”…피해자들도 기억 못한 이유는  이처럼 피해자들이 당시 상황을 쉽게 잊어버린 것도 전씨의 전략이었다. 그는 합의금을 받는 과정에서 절대 큰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전씨는 “발이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뼈가 부러진 것 같지는 않으니 간단하게 약값을 주는 선에서 끝내자.”는 식으로 10만원에서 30만원 정도의 돈만 챙겼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작은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 처리를 꺼린다는 점도 사기를 치는 데 한몫을 했다. 정식으로 사고 처리를 하면 벌점이 생기고 보험료가 할증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처리하는 편이 좋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역이용한 것이다. 또 전씨는 피해자나 보험회사 직원을 직접 만나지 않고 계좌 이체를 통해 합의금을 송금받는 방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 왔다.  경찰에 구속된 전씨는 “사회 생활에 적응을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저 죄송한 마음뿐이다.”라는 짧은 얘기만 남겼다. 치밀한 수법을 동원해 여성들의 돈만 노린 ‘프로 사기꾼’치고는 궁색한 대답이었다.  경찰과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교통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보험사 직원과 함께 피해자를 만나고 현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합의하자.”는 등을 이야기하면서 돈부터 요구하는 경우라면 허위 사고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가을환절기 아이들 감기 예방하는 ‘뉴질랜드 초유’ 호평

    가을환절기 아이들 감기 예방하는 ‘뉴질랜드 초유’ 호평

    본격적인 가을 환절기가 시작됐다.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감기에 걸리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일교차가 큰 날씨가 계속되면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면역력 강화를 위해 초유를 찾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초유란 어미젖소가 송아지를 낳은 뒤 48시간 이내에 짜낸 우유를 말한다. 초유는 송아지는 태어난지 6시간 이내에 어미 초유를 먹지 못하면 생존이 힘들 정도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초유가 중요한 이유는 세균, 바이러스, 독소 등을 막아주는 면역성분(면역글로불린 lgG)과 뼈, 근육, 신경, 연골의 생성 및 유지에 필요한 성장인자(IGF, TGF 등)가 풍부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초유보다 면역글로불린이 100배 이상, 성장인자는 10~20배 이상 많을 정도다. 특히 뉴질랜드에서 생산된 초유가 최상급으로 손꼽힌다. 뉴질랜드는 광우병과 무관한 청정지역이라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중에도 수많은 뉴질랜드산 초유가 유통되고 있다. 뉴질랜드산 초유를 구입할 때는 원료 및 함량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뉴질랜드산이라는 말만 믿고 제품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하이웰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초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비정상적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거나 원료 및 함량이 현저히 낮은 제품을 속여 판매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판매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검사 후 정식 수입통과된 제품인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이웰 초유는 뉴질랜드 폰테라사의 엄선된 최고등급의 초유만을 사용하며 초유 함량이 매우 높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폰테라는 뉴질랜드 초유 생산량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우유협동조합과 같은 곳이다. 하이웰 초유는 초유함량이 100%인 초유 파우더(분말)와 33% 함량인 초유 츄어블로 구성돼 있다. 면역글로불린 함유량의 경우 프리미엄 초유가 15~20% 정도인데 비해 하이웰 초유에는 20~25%가 함유돼 있다. 하이웰초유는 초유 원료에 비타민이 함유돼 초유비타민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한 저온살균법으로 초유 성분의 영양소와 비타민 파괴를 최소화했다. 하이웰코리아(www.hiwellkorea.co.kr)는 뉴질랜드 하이웰 헬스케어의 국내법인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 검사후 정식 수입 통관된 제품을 온라인, 오프라인 약국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 [열린세상] 불산 유출 공포와 정부 대책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불산 유출 공포와 정부 대책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경북 구미시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 사고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사고 발생 후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피해자 숫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불산은 활성이 강해 반도체 등 첨단제품의 세정작업과 주석·납·크롬 등의 도금작업, 스테인리스강 표면처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불산은 공기와 접촉하면 연기를 내며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유독성 가스다. 인체에 닿으면 피부와 점막을 심하게 부식시킬 수 있는 물질로, 특히 고농도로 흡입하면 강한 독성을 보여 신경조직 손상과 폐부종 등이 생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특유의 유독성 냄새 때문에 유출 초기에 조기 대응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조기 대응 부실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환경 유해물질 유출에 의한 사고는 해당 물질의 노출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초기에는 급성 고농도 노출 피해자에 대한 건강 장애를 평가하고, 지속적인 노출을 차단해 2차 피해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유해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건강 피해의 규모를 예측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이번 사건과 같이 환경 유해물질에 의한 건강 장애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성 질환의 특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훨씬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한 환경성 질환은 노출이 중단되어도 발생된 건강 장애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개의 유해물질은 생물학적인 반감기(인체에 들어온 유해물질의 반이 체외로 빠져나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가 수주에서 수개월인 반면, 뼈에 흡수된 불산은 이 기간이 20년 가까이 된다. 따라서 장기간 노출에 의한 만성적인 건강 장애를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대책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대기 중 불산 노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여 조금이라도 유해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잠재적인 건강 피해자를 이주시키는 것이다. 환경 유해물질의 위해도 평가는 대상 물질의 독성 평가, 노출 규모 파악, 노출량과 피해 정도에 대한 양-반응관계 평가로 이루어진다. 이 세 가지 단계에 대한 치밀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노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관리이다. 불산은 전신 독성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비염, 기관지염 등의 점막 손상에 의한 가벼운 건강 문제부터 폐부종, 신경조직 손상 등의 치명적인 건강 평가까지 체계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층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건강 평가와 관리도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위기관리의 총체적인 부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1년 전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페놀 30t이 낙동강에 유출된 사건이다. 이 사고로 수돗물의 페놀 수치가 세계보건기구 허용치의 110배까지 올라갔다. 녹색연합에서는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을 “1950년대 이후 발생한 대한민국 환경 10대 사건”중 1위로 선정하였다.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자연재해나 인공 재난에 대한 위기관리는 오히려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 미국에서는 1980년에 유해물질의 환경 누출과 유해물질 매립지에 의한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성물질환경질환등록청을 설립했다. 현재는 환경 유해물질의 만성적인 건강장애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국립환경보건센터와 같이 운영하고 있다. 환경유해인자에 의한 건강문제는 단기간 고농도 노출에 의한 급성 건강장애뿐 아니라 장기간 저농도 노출에 의한 만성 장애가 오히려 더욱 큰 문제이다. 이제는 우리도 환경성 질환의 급성 역학 조사와 만성 역학 연구를 전담할 수 있는 기구의 설립이 시급히 필요하다. 범부처 간 협력은 필수적이다. 같은 실수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 [Weekly Health Issue] 장기 기증

    [Weekly Health Issue] 장기 기증

    장기 기증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헌신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신체를 떼어서 건넨다는 것 이상의 이타적 선택이란 상상할 수도,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도처에서 수많은 환자들이 장기 기증이라는 숭고하지만 기약 없는 선택을 기다리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생체를 떼어 가도록 허락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생명을 잃거나 온전한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의 장기 기증은 수요에 훨씬 못 미쳐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중증 질환자들에게 ‘질병 이상의 고통’이 되고 있다. 생사의 기로에서 삶보다는 죽음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장기 기증은 그래서 ‘궁극의 구원’이기도 하다. 이런 장기 기증 현안에 대해 한국장기기증원(KODA) 하종원(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이사장으로부터 듣는다. ●장기 기증이란 어떤 행위인가. 다른 환자에게 대가 없이 자신의 장기를 나눠 주는 일이다. 물론 콩팥을 떼어주는 등의 생체 기증도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다. 이는 일반 사망자가 아닌 뇌사자만이 선택할 수 있으며 비율로도 전체 사망자의 1∼3%에 불과할 만큼 희귀하다. 뇌사 상태에서 기증할 수 있는 장기는 신장·간장·췌장·췌도·심장·폐·소장·안구 등이며 이 밖에 뼈와 관절·피부·심장판막 등의 조직도 따로 기증할 수 있다. ●왜 필요한가. 국내에는 현재 2만여명의 이식 대기자가 등록돼 있다. 이들은 이식 외에 다른 치료 대안이 없어 하루 평균 2.7명(2009년 기준) 꼴로 숨져 간다. 문제는 이런 이식 대기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말기 장기 기능 부전에 빠진 환자에게는 장기 이식이 유일한 치료지만 장기 공여가 이뤄지지 않아 이식을 생각조차 못 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가. 살아있는 동안 스스로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런 사람이 소생이 불가능한 뇌사 상태에 빠지면 장기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기구득기관인 한국장기기증원에 통보된다. 장기기증원은 즉시 현장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담당 의료진과 가족을 만나 우선순위 환자의 정보를 제공한 뒤 동의받는 절차를 거친다. 법적으로는 가족 1인이 동의하면 되지만 보편적인 정서를 고려해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기증 절차는 바로 중단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은 의료진이 가족에게 뇌사를 통보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이 일은 훈련된 장기구득 코디네이터가 맡도록 권장하고 있다. ●합법적 장기 기증은 뇌사 상태에서만 가능한가. 또 뇌사는 어떤 상태이며 어떤 판정 절차를 거치는가. 장기 기증은 가족들끼리 간이나 신장을 기증하는 생존 기증과 뇌사 상태에서 이뤄지는 뇌사 기증 등 두 가지로 나뉜다. 드물게는 뇌사는 아니지만 불가피한 경우 심장사 후에 하는 기증도 있다. 물론 기증자의 건강 상태가 관건이지만 이 방식은 의료 선진국에서도 계속 증가하는 기증 형태다. 흔히 말하는 뇌사란 뇌의 기능이 사실상 멈춰 자발적인 대사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이 경우 인공호흡에 의존하며 어떤 치료로도 회복이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식물인간과 구별된다. TV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처럼 뇌사 상태에서 소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그런 경우라면 식물인간 상태라고 봐야 옳다. 우리나라는 이런 뇌사 판정에 매우 엄격한 편이다. 뇌사 판정은 5개 이상의 뇌간반사가 없고 인공호흡기 부착과 심각한 뇌 손상이 있는 경우에 신경외과나 신경과 의료진이 1차 조사를 하며, 이후 6시간이 지난 뒤 2차 조사를 실시해 변화를 점검하고 뇌파검사에서 평탄파가 나오면 관련 전문의가 포함된 판정위원회에서 만장일치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면 적합성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그 절차도 무척 까다롭다. 먼저 기증자의 의무 기록을 분석해 원인 질환이 확실하고 치료 가능성이 없는 기질적인 뇌병변이 있으며 깊은 혼수상태로 자발 호흡이 없어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라야 한다. 또 치료 가능한 약물 중독, 대사성 또는 내분비성 장애가 없어야 하며 저체온·쇼크 상태일 때도 부적격으로 보는데 이런 조건이 충족돼야 비로소 뇌사로 판정된다. ●국내의 장기 이식 수요는 얼마나 되며 기증 추이는 어떤가. 장기 기증이 가능한 뇌사의 원인은 대부분 두부 외상에 따른 뇌의 실질손상과 뇌혈관계 질환이다. 이런 사고나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250명으로, 국민 전체로 환산하면 연간 1300여명 정도다. 이는 장기 기증이 가장 활발한 스페인보다 많은 뇌사 규모다. 물론 국내에서도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2011년에 ‘장기 이식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2010년 268명이었던 기증자 수가 지난해에는 368명으로 37.3%나 증가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늘어나는 장기 수요를 충족시킬 대체 방안은 없는가. 가장 유력한 대안은 이종장기 이식 연구다. 그러나 돼지를 이용한 이종장기 이식의 경우 돼지가 가진 막단백질에 의한 초급성 거부 반응 때문에 진전이 더뎠다. 그러다 2004년 미국에서 막단백질을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가 개발돼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돼지를 이용한 연구가 계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획기적인 결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정적, 사회적 문제는 없나. 1979년에 국내 첫 뇌사자 장기 이식 이후 지금까지 많은 환자들이 장기 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기 이식이 생체 이식이고 뇌사 장기 이식률은 여전히 낮다. 기증을 서약한 환자를 이식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해야 하며 이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이송하지 않고 한 병원에서 이식이 이뤄지게 하는 등의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여기에다 장기를 기증할 경우에만 뇌사가 인정되는 현 제도에 대해 전향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반감기 최장 20년… 뼈까지 손상”

    시민환경연구소는 5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구미 불산 유출 사고의 피해가 인도 ‘보팔 참사’처럼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팔 참사는 1984년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 지역의 유니언 카바이드 공장 폭발로 유독 가스가 누출된 사고다. 사고 후 3일간 1만명이 숨지고 1994년까지 총 2만 5000여명이 후유증 등으로 사망했다.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사람이 고농도 불산에 노출돼 뼛속에 불산이 잔류하면 반감기가 최장 20년이어서 뼈 자체에 손상이 올 수 있다.”면서 “특히 불산의 불소이온은 잘 분해되지 않으므로 토양과 식물에 남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산은 기체 상태에서 식물에 세포 괴사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토양 내 칼슘과 결합해 식물에 축적된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불산에 노출되면 피부 통증 등 화상과 호흡 곤란이 오고 심한 경우 심장부정맥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공장 근로자 5명도 불산으로 인한 전신독성이 사인이 됐다. 김성진 계명대 의대 응급의학과장은 “불산가스는 아무리 미량이어도 잠시도 노출되면 안 된다.”면서 “사고 인근지역 주민은 가벼운 감기 증상만 있어도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면 생명에 치명적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정부와 구미시는 발진 및 호흡 곤란 등의 증세 환자에 대해 심전도와 전해질 수치 검사, 흉부 엑스선 촬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적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 후 정부가 보인 안이한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상황 파악을 안이하게 한 채 주민들을 곧바로 일상에 복귀시켰다.”면서 “규제 기관인 환경부는 환경과 관련한 기업의 민원을 해결하는 편의제공 부서로 변질된 지 오래”라고 비판했다. 대구 김상화·서울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고교친구로 쫓고 쫓기는 검사 vs 뽕쟁이

    고교친구로 쫓고 쫓기는 검사 vs 뽕쟁이

    ‘“[천국의 문] 한 잔의 술이 절절히도 그리운 밤에는 올드팝을 들어요.” 윤진호는 그렇게 방제와 카피를 붙여 개인음악방송국을 개설하고, 여느 때처럼 수만 곡의 음악이 랜덤으로 선곡되어 연속적으로 송출되도록 마우스를 눌렀다.’(247쪽) 15년 동안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다 소설가로 전직한 전동하(57)가 쓴 장편소설 ‘천국놀이’(나남 펴냄)는 마약전담 검사로 뼈가 굵은 대검찰청 마약수사마스터인 백강훈과 잘나가던 증권맨에서 30대에 ‘뽕쟁이’로 전락한 H증권의 윤진호가 벌인 19년간의 쫓고 쫓기는 과정을 담았다. 실화가 바탕이 된 소설로, 대구 출신의 주인공 백강훈 검사와 윤진호는 ‘불알친구’이자 경북고 동기동창이다. 작가는 28일 “경북고 동기동창인 정대표 전 검사가 공직을 마감하면서 ‘국내 마약류의 유통 및 남용의 실태, 마약수사관의 삶을 들려주어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 주고 싶었다’고 해서 쓰게 됐다.”고 했다. 백강훈·윤진호가 고교 동기동창으로 극과 극의 삶을 살아온 이야기를 역시 경북고 동기동창인 전동하가 엮은 것이다. 셋 다 묘한 인연이다. 최근 ‘우유주사’(프로포폴)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천국놀이’는 마약이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잘 묘사했다. 마약은 알게 모르게 우유주사와 같은 예쁜 이름으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피로회복제와 정력증강제, 다이어트약, 예뻐지는 약, 또는 최음제로 소개되면서 말이다. 이를테면 ‘술 한 잔 할래?’라는 표현을 일상적으로 쓰는 우리 사회에서, 술 한 잔은 0.3g의 필로폰(히로뽕)을 증류수에 탄 마약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것을 ‘작대기 1개’라고 부른다. 또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한 잔의 술이 절절히도 그리운 밤’과 같은 표현을 ‘뽕쟁이’들은 눈치 빠르게 알아듣고 ‘고사바리’라고 하는 소규모 소매업자의 돈주머니를 채워 준다. 뽕쟁이들은 재활에 몸부림치다가도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며 포기한다. ‘한 번 마약은 영원한 마약’이라는 마약수사대의 ‘폭탄주 건배사’는 이들의 끈끈한 의리와 열정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약의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경계의 뜻이기도 하다. 2001년에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염산날부핀이 남용되는 사례, LSD 등 마약을 사기 위해 20대의 젊은 남자가 자신의 신장을 3000만원에 팔아넘기는 상황은 보기에도 두렵다. 한국에서 연간 마약사범은 1만명 이상 검거된다. 그래서 박봉에 시달리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마약수사관들은 회의에 빠진다. 함박눈이 펑펑 오는데 왜 계속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어야 하느냐 말이다. 대학 동기동창들이 백 검사에게 술자리에서 “출세하려면 청와대, 법무부, 대검, 투수부 같은 데 가서 줄서고, 빽도 찾고, 약게, 약게 좀 살아보라.”고 권하지만 “다들 그렇게 양지만 찾아다니면 음지는 누가 지키냐? 소는 누가 키우고, 돼지우리는 누가 손볼 거냐고.”라고 일갈하는 그는 함박눈 오는 날 눈을 쓰는 사람의 소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어찌되겠냐. 마당에 눈이 계속 쌓여서 마당도, 지붕도, 사람도 모두 파묻히지 않겠냐. 나는 함박눈을 깨끗이 계속 쓸어내겠다.”고. 실제 수사기록을 참고했다는데 할리우드식 범죄영화에 익숙한 시선으로 보면 범죄자들이 너무 단순하고 무지하게 마약을 거래한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르타주를 읽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글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예술·과학의 조화… 공룡 복원 프로젝트

    예술·과학의 조화… 공룡 복원 프로젝트

    25일 밤 11시 30분에 방송되는 EBS ‘다큐10+’에서는 흥미로운 공룡 복원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발굴한 공룡 뼈가 박물관의 멋진 전시품으로 탄생하기까지 전 과정을 살피면서 그 안에 녹아든 예술과 과학의 역할을 알아본다. 해부학자 알리스 로버츠가 진행을 맡아 2011년 미국 LA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대규모 공룡 전시회의 전 과정을 자세히 안내한다. 전시를 위해 공룡 뼈대를 복원하는 일은 예술과 과학의 힘이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공룡의 몸짓이나 피부 등을 표현하는 일은 관람객에게 흥미를 안겨 주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예술적인 감각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각각의 공룡 뼈를 하나로 합치는 일은 공룡에 대한 최신 과학 정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예술적이고 과학적인 안목 사이에서 올바로 균형을 잡는 일은 상당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LA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공룡 전시회의 중요 전시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각기 다른 시대에 살았던 세 마리의 티라노사우루스이고, 두 번째는 다섯 개의 다른 뼈대를 가지고 복원한 트리케라톱스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한 개의 단에 같이 모아서 전시됐는데, 당시 공룡들의 상호관계까지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알리스는 공룡 복원 작업에 엄청난 노력을 쏟고 있는 열정적인 과학자들을 만나 본다. 전시 책임자인 루이스 치아페를 비롯해 발굴한 뼈대에서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는 대런 네이시 박사, 전시품의 설치를 담당하는 폴 자비샤, 과학적 상상을 통해 공룡을 탄생시키는 도일 트랜키나 등을 차례로 만나면서 공룡 복원에 힘쓰는 많은 사람의 노력을 되짚어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걷는다는 것

    8세기 무렵이었을 겁니다. 혜초라는 승려가 기약 없는 여정에 나섰습니다. 그 여정이 철환(轍環)이었는지, 순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는 중국을 지나 인도와 중앙아시아, 페르시아와 아랍 일대를 돌아 다시 중국 장안으로 돌아왔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답습한 행로를 몰라 그가 얼마나 걸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편한 교통수단이 있었던 건 아닌 만큼 ‘뼈가 바스라지는 고행’이었음을 짐작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혜초는 건각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어디 다리뿐이었겠습니까. 몸이 어느 한 곳이라도 부실했다면 그 멀고, 오랜 여정은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니까요. 걷는다는 것,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가벼운 운동복을 차려입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신발에 물병을 들고, 혹시 무료할까봐 동반자까지 내세우고,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싫으면 그만두지.’ 하고 나서도 힘이 듭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창 걸어댑니다. 안 해봐서 모르겠다고요. 편한 날, 저녁 무렵 산책 삼아 강변이나 공원에 한번 나가보세요. 남에게 지기를 싫어한다면 놀랄 수도 있습니다. 뛰고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아차’ 싶어 당장 차려입고 나서거나 아니면 ‘난 뭐지?’라며 자책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확실히 운동만 한 보약이 없습니다. 새삼 장점을 거론하는 게 이상할 만큼. 그러나 그런 운동도 잃는 게 있습니다. 욕심 내다가 관절 등 근골격계가 삐꺽할 수도 있고, 너무 살을 빼 자글자글 잔주름이 접힐 수도 있습니다. 운동에 빠져 사람 만나는 일을 귀찮아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러니 운동을 하더라도 얻을 것과 잃을 것을 따져 종목과 강도를 정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내력도 모르고 남만 따라 하지 말고 전문가의 운동처방을 받는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준비 정도는 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고 제 얘기가 운동과 담 쌓은 사람들에게 위안이나 구실이 되지 않기 바랍니다. 운동을 하되 돌팔이식이 아니라 잘 계산해서 해야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하우스 푸어 대책의 주체는 금융권이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하우스 푸어 대책의 주체는 금융권이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하우스 푸어는 이자에 울고, 세금폭탄에 절규한다.” 2008년 입주를 시작한 강남 3구 중 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 걸렸던 현수막의 내용이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은행에 빚을 내 집을 샀지만 주택가격 하락으로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 생계에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추정한 하우스 푸어는 100만~150만 가구이지만 주택가격 하락이 계속되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들은 대출 원리금 상환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카드 돌려막기도 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하우스 푸어 대책으로 새누리당은 정부 차원의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back) 도입을 검토 중이고, 우리금융은 독자적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정부나 은행이 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들의 집을 사 집 주인에게 임대하고, 사정이 좋아지면 몇 년 후 다시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이다. 미국의 한 은행에서 시행한 유사 제도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우스 푸어에 대한 정부 당국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과 한국의 주택시장 구조가 다르고, 미국의 금융권에서도 주택을 사 원소유주에게 임대를 주는 것은 한때 금지해 왔던 사항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주택을 목돈으로 사지 않고 모기지를 활용한다. 주택가격 10% 수준의 돈만 있어도 30년 정도의 분할지급 조건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월부로 집을 사 매달 원리금을 지불한 후 약정기간이 끝나면 개인 소유가 된다. 사정이 어려우면 팔 수도 있고, 이자가 비싸면 조건이 좋은 은행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주택가격이 올라 돈을 벌든, 가격이 떨어져 돈을 잃든 그 경제행위를 한 사람의 책임이다.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 당시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은 모기지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문제는 실직이었다. 실직으로 매월 원리금을 내지 못해 모기지 은행으로부터 집을 회수당한 사람들이었다. 우리의 하우스 푸어는 무리한 수준의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것이 문제이다. 한푼 두푼 모아 간신히 집을 마련한 생계형 주택구입자도 있겠지만 투자형 주택구입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생계형 하우스 푸어는 혹시 모르지만 투자형 하우스 푸어는 국가정책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경쟁이 본질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의 실수로 빚어지는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 국가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은행과 대출을 받은 당사자가 새로운 약정으로 해결을 할 수는 있지만, 국가가 공적 자금을 조성하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대상은 아니란 뜻이다. 하우스 푸어 대책에 다음 몇 가지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첫째, 대출을 약정한 당사자가 그 해결 주체로 나서야 한다. 금리를 깎든, 상환기간을 연장하든 양 당사자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세일 앤드 리스백에서도 그 주택을 다시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든 그렇게 하지 않든 양 당사자의 약정에 따라 처리하게 하면 된다. 둘째, 하우스 푸어의 대책으로부터 손해 볼 일이 있다면 계약 주체인 은행과 개인이 봐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은행이 감수해야 할 일이 더 많아야 한다.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로 이윤을 남긴 쪽은 은행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금융권은 혁신을 바탕으로 하우스 푸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금융권 개혁은 아직 미완성이다. 과거에는 구조조정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미국의 도드 프랭크 금융개혁법에서처럼 임원의 연봉 개혁도 필요하다. 이 법은 과다한 CEO 연봉에 대한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도 금융권 CEO 연봉은 지나친 감이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 등기임원 1인당 평균연봉은 48억 4500만원, 미래에셋증권은 21억 1100만원, 그리고 씨티은행은 8억 1300만원이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지주회장도 5억여원 정도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금융권은 하우스 푸어의 절규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스스로 뼈를 깎는 희생이 있어야 대책을 내놓아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남자와 여자 처음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남자와 여자 처음 만났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남자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여자가 처음으로 만났다. 세계 기네스 위원회 측은 최근 다음달 13일 발간 예정인 2013년 판 기네스북 출간을 기념해 올해 초 촬영된 두 ‘소인’의 사진을 공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남자는 네팔에서 온 54.6cm의 찬드라 바라두르 단기(72)다. 그는 카트만두에서 400km 떨어진 산골에서 한평생 살았으며 작은 키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고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특히 그의 다섯 형제들은 모두 정상적인 키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여자는 올해 18살의 인도 소녀 조티 암지로 현재 그녀의 키는 62.7cm다. 암지는 연골 형성 부전증으로 첫번째 생일 직후 성장을 멈췄으며 뼈가 쉽게 부서져 가족의 보살핌 없이는 살기 힘들다.  암지는 “기네스북에 오른 이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 영화에도 출연했다.” 면서 “세계 여러나라를 방문하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한평생 산골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는 단기도 “내 이름이 책에 실리게 돼 너무나 기쁘다.” 면서 “가족과 함께 여러 마을과 나라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을 모델로 내세운 기네스 위원회 측도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기네스 위원회 마르코 프리가티 감독관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남녀가 한 방에 함께 있는 것은 마치 마술과도 같았다.” 면서 “누구나 입가에 미소가 흘렀으며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암지와 단기는 서로 별다른 말을 주고 받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타이틀을 존중해 주며 행복해 했다.”고 전했다.     사진=기네스북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문화마당] 순환의 ‘회(回)’와 단절의 ‘기(期)’/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순환의 ‘회(回)’와 단절의 ‘기(期)’/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락이 닿은 고등학교 제자 몇 명을 2주 전에 만나 새벽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20대 철없던 교사 때 만난 학생들이라 나이 차가 10년도 채 안 되니, 이제는 중년티를 제법 풍기는 어엿한 엄마·아빠이자 이 땅의 책임감 있는 시민들이다. 그런데도 서로들 마냥 즐거워 4반 세기 전으로 시간여행을 함께했다. 새벽 4시가 거의 다 돼 집에 들어가고도 아내의 웃는 얼굴을 본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게다. 그런데 SNS를 통해 처음 대면할 때 좀 이상한 점을 하나 느꼈다. “저는 2기(期) 아무개입니다.”라는 식의 소개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3회(回) 졸업생 아무개입니다.”라고 소개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SNS로 친구를 신청해 온 70여명 모두 자기를 몇 회가 아니라 몇 기 졸업생으로 소개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몇 ‘회’ 졸업이라는 표현이 이미 거의 소멸해 몇 ‘기’로 대체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1980년대 전반 내가 대학생일 때였다. 동문회 신입생 환영회 때 한 신입생이 자기를 “저는 21기 아무개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걸 듣고, 내가 “야. 우리가 군인이냐?”고 품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함께 있던 선배들도 다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 후배는 멋쩍어하면서 “저는 21회 아무개입니다.”라고 다시 소개하고, 다들 함께 웃으며 건배한 기억이 난다. 그렇다. 1980년대만 해도 대개 동문회에서는 다들 몇 회 졸업이라고 말했지, 몇 기 졸업이라는 말을 듣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4반 세기가 지난 지금은 기가 거의 평정을 해버렸는지, 오히려 회라는 말을 듣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국어사전의 풀이만으로는 졸업이나 연차와 관련해 회와 기를 명쾌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듯하다. 둘 다 문법과 표현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기는 주로 군대나 사관학교에서 썼다. 또는 내부 조직이 매우 강한 특정 그룹에서만 썼다. 반면에, 일반 교육 기관인 학교에서는 거의 모두 회를 썼다. 이게 바로 자기를 21기라고 소개한 후배에게 내가 “우리가 군인이냐.”고 뼈 있는 농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이자, 실제로 그 자리에 있던 선후배들이 하나같이 수긍했던 이유이다. 실제로, 회와 기는 그 쓰임에서 차이가 있다. 어느 시인의 설명에 따르면, 회(回)는 돈다는 개념으로 단절의 의미가 약한 데 비해, 기(期)는 말 그대로 단절의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몇 회 졸업생이라고 하면, 졸업 연도에 따른 위계질서를 거의 강조하지 않는, 그래서 나이를 초월해서도 서로 동등하게 어울리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반면에, 몇 기 졸업이라고 하면, 졸업 연도에 따른 단절과 서열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1970~80년대를 살아온 어떤 학자에 따르면, 1년마다 배출되는 학교 졸업생이면 주로 회를, 수시로 배출되는 직업훈련소 수료생이나 여타 특수한 기관이나 조직의 연수생이면 기를 선호했다고 한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실제로, 1980년대에 내가 경험한 대학생활에서도 오직 기만 고집하고 강제하던 조직은 ROTC뿐이었던 것 같다. 주변 동료에게 물어보니, 몇 회 졸업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언제 있었느냐는 식의 의아한 표정을 짓는 분도 있고, 이미 오래전에 회에서 기로 바뀌었다는 분도 있다. 아마도 냉전 종식 무렵, 즉 1990년을 전후해 큰 전환이 있었던 것 같다. 사회의 하드웨어가 민주화되던 시기에, 소프트웨어에서는 왜 이런 역행이 일어났을까? 그러고 보니 ‘왕따’ 같은 말도 1990년대부터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지금은 북극곰만이 아니라 회(回)도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위계질서에 깊이 물든 사람들이 과연 민주시민사회를 제대로 건설하고 가꿀 수 있을까? ‘백마 타고 오는 초인’만 기다리는 것은 ‘시민’이 할 일이 아니다.
  • [열린세상] 생선을 뼈만 남기고 다 먹어 치울텐가/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생선을 뼈만 남기고 다 먹어 치울텐가/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시대적 소명의식이란 자기 시대를 살면서 현실을 바르게 보고 내면의 성찰을 통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짚어 나가는, 일련의 깨어 있는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각자의 삶 속에서 부딪히는 안팎의 현상들에 대한 일종의 주관적 소신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소명의식의 발현은 주어진 역할 속에서 자기 몫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마음자세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자칫 능력 등 우월적 차별의식을 정당화하는 데 집착할 경우, 사회는 집단적 이기주의로 흘러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그래서 소명의식은 무엇이 모두에게 가장 이로운 공약수인지를 분별하는 마음가짐에서 출발돼야 한다. 소명의식의 필요성은 주변상황을 살펴 현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고 생존문제를 해결하며 미래의 자신과 후손들까지 아우르는 데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든 역량을 물질적 풍요의 극대화에 전력투구해야 했기 때문에 소명의식을 잊고 살았다. 경제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물질이 객관적 판단기준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많은 물질을 구하는 데 목숨을 걸고 있다. 마치 물질의 도움 없이는 더 이상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중증환자의 병색이 완연하다. 썩어가는 환부를 도려내고 다시 건강한 소명의식으로 이식시키는 것이 시급해졌다. 어떤 소명의식이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것일까? 국민들 각자의 내면을 보면, 과거와 달리 무한적이고 무차별적인 복지를 주문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누구도 일시에 폭발하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방법은 찾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평한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공평한 마음이야말로 작고 적음에도 만족하며 타인을 이롭게 배려하려는 아름다운 미덕이다. 마찬가지로 위정자는 국민이 나라의 근본임을 명심하여 자기의 몸과 같이 돌보겠다는 의지로, 관료들은 다스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본분을 다하는 공복으로, 재벌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다 같이 고민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간다면 더 이상 바람직한 소명의식은 따로 없을 것이다. ‘무식반어’는 생선을 뒤집어 먹지 말라는 의미로 안자춘추 내편잡상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나라의 경공이 기나라 땅을 여행하다 우연히 얻은 금항아리 속에 무식반어(無食反魚), 물승노마(勿乘駑馬)라고 쓰여진 종이를 보고, 생선은 비린내가 나니 뒤집어 먹지 말라는 것이요, 느린 말은 멀리 가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타지 말라는 뜻이니 훌륭한 글귀라고 칭찬하자, 안자는 “그 글귀는 백성의 기운이 다할 때까지 부려 먹지 말며 어리석고 무능한 벼슬아치를 등용시키지 말라는 뜻으로 풀어야 합니다.”라고 답한 데서 연유한다. 아랫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생선을 뒤집어 뼈만 남도록 먹어치우면 백성의 고혈을 착취해서 근본을 갉아먹는 것과 같고, 혈연과 지연 등으로 능력 없는 관료들을 측근에 둘 경우, 위정자의 눈과 귀가 막혀 나라는 썩고 부패하여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는다는 말이다.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어떤 소명의식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일화다. 요즘 런던 올림픽 승전보에 열대야 속에서도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작은 나라가 당당하게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축구종목에서는 영국이란 종주국을 꺾고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우리의 국력과 국민들의 저력이 여기까지 다가와 있다는 가슴 벅찬 사실에 모두가 놀라워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선수들의 얼굴에서 확연히 묻어나고 있다. 선수마다 메달에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고한 소명의식을 갖고 있음이다. 이렇게 우리의 거대한 역량과 기운을 확인한 만큼, 더 이상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조화롭게 사는 사회를 모색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모두 올바른 소명의식으로 새롭게 무장하여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작금의 수많은 다툼과 혼란을 용광로처럼 녹여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자.
  • 철분 과도하게 섭취하면 골다공증·골절 위험 높다

    체내에 철분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골다공증과 골절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철분이 대사 및 간과 심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건강한 뼈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고정민 교수팀은 2007년부터 이 병원을 찾은 40세 이상 남성 789명 등 1729명을 대상으로 체내 저장철의 농도와 뼈 건강의 상관성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 결과, 저장철 농도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연간 골밀도 저하 속도가 여성 34.1%, 남성 78.5%로 매우 빨랐다. 저장철의 적정 농도는 여성 10~290ng/㎖, 남성 20~320ng/㎖이지만 정상치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를 저장철 농도에 따라 1·4그룹으로 나눈 뒤 이를 성별에 따라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의 경우 저장철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1그룹의 골소실율은 연간 -0.97%였지만, 저장철 농도가 높은 4그룹은 -1.301%로, 1그룹에 비해 골소실이 연간 34.1%가량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1그룹과 4그룹의 연간 골소실율이 각각 -0.205%, -0.366%로 4그룹이 1그룹에 비해 연간 78.5%가량 골소실이 더 빨랐다. 남성의 골소실율이 더 빠른 것은 남성의 연간 골소실율이 여성보다 훨씬 낮아 약간의 변화에도 더 큰 수치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골대사 분야의 권위지인 ‘골·미네랄 연구’ 최신호와 네이처 자매지에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게재됐다. 특히 폐경 여성의 경우 4그룹의 척추골절 발생률이 1.1%에 그쳤지만 1그룹은 5.8%로, 1그룹에 비해 5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은 “무분별한 건강보조식품과 철분의 과잉섭취가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만큼 건강기능식품은 전문의와 상의해 이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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