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난민들 힘겨운 겨울나기(세계의 사회면)
◎민족분규·내전 등의 부산물/총 1천8백만명… 유고출신이 최고/떠돌이 생활에 혹한·생필품난 허덕/유엔의 구호품전달도 안돼… 해결책 막막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는 수많은 난민들이 겨울을 나느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냉전체제의 붕괴에 따른 지역적인 민족분규와 내전등으로 생겨난 난민들은 고향과 거주지역을 떠나 이국의 수용소등에서 떠돌이생활을 하며 혹한과 생필품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난민들은 혹한속에서도 이렇다할 거처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일부 국가들에 의해 수용이나 입국을 거부당하는등 처절한 상황에서 기약없는 나날을 보내고있다. 여기에다 내전이나 자국이기주의등 때문에 각종 유엔구호기관의 구호품 전달마저 여의치못한 실정이어서 해결책도 막막한 실정이다.
난민대책기구인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의 난민수는 줄잡아 1천8백여만명에 이르고 있다.
지역별로는 지난 91년 6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면서 발발한 내전때문에 발생한 2백50여만명의 유고난민을 우선 꼽을 수 있다.
2차대전후 유럽대륙에서는 최대 규모인 이들은 구유고연방 인구 2천4백만명의 10%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 가운데 1백75만명은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등 구유고연방지역내 수용소에서,나머지는 독일과 헝가리등 이웃나라에 수용돼 겨울을 나고있다.
특히 구유고연방내에 수용돼있는 대부분의 난민들은 끊임없는 내전으로 추위에다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 있는 한 양로원의 경우 난방시설이 안돼있어 노인들이 굶어죽거나 얼어죽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죽은 시체를 치우지 못해 양로원 방 한구석에 며칠씩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난민수로 보면 비교적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스라엘에 의해 강제 추방된 4백15명의 팔레스타인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남부 레바논의 황무지 「무인지대」에 추방된 이들은 유엔안보리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서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티격태격하는 바람에 국제적십자위원회의 구호품 전달마저 봉쇄된채 한달가까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
특히 이들은 식량을 아끼기위해 단식을 하거나 식사를 거르기 일쑤인데다 이질과 기관지염 고혈압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또 지난 88년 이라크군이 4천개의 쿠르드족 마을을 파괴,약탈하면서 발생한 30여만명의 쿠르드족 난민들도 이라크의 방해로 터키 국경지역에서 구호물자 지원을 제대로 받지못해 추위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해지자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최근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라크가 구호물자의 수송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쿠르드족 대다수가 굶주림에 빠질 위험에 놓여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보트피플」로 상징되는 베트남 난민 가운데 아직까지 정착지를 마련하지 못한 11만명을 비롯,캄보디아·미얀마·소말리아등 수많은 나라의 난민들이 유랑생활을 하고 있다.
어떻든 날이 갈수록 난민은 「홍수사태」를 빚고있는 추세인데 비해 내전과 민족갈등은 좀처럼 식을줄 모르고 나라마다 난민문제에 냉혹한 입장을취하고 있어 이번 겨울이 난민들에겐 유난히 추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