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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양주 타워크레인 붕괴 “사제 부품 사용이 원인”

    지난 10일의 경기 의정부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에 앞서 지난 5월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5명의 사상자를 낸 타워크레인 전복사고는 비(非)순정 부품(속칭 사제 부품) 사용이 원인이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깨진 부품을 수입산 순정 부품으로 교체하지 않고 철공소에서 자체 제작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남양주경찰서는 12일 원청업체인 H사 현장소장과 비순정 부품 제작을 지시한 하도급업체 관계자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그중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크레인 키를 높이는 인상작업 중 80t가량의 상부 구조물 무게를 지탱하는 ‘보조 폴’이 깨지면서 발생했다. 하도급업체는 사고 이틀 전 인상작업을 할 때 보조 폴의 거치 부분이 조금 깨진 사실을 발견했다. 타워크레인 제조사인 스페인 업체로부터 순정부품을 주문받아 교체해야 했지만, 철공소에서 자체 제작한 부품을 사용했다. 순정부품으로 교체하면 1개월 이상 공기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원청업체가 2~3일 안에 해결하라고 독촉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비순정 부품은 순정 부품만큼 무게를 견디지 못했고, 타워크레인이 휘어지며 붕괴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그러나 해당 업체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붕괴는 보조 폴 때문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사다리에 코를 제대로 걸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크레인이 무너지며 폴을 때려 깨진 것이지, 폴이 깨지면서 크레인이 붕괴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마지막 2차 합격자 55명…사법시험, 올해 끝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마지막 2차 합격자 55명…사법시험, 올해 끝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하기 전까지 법조인의 유일한 등용문이었던 사법시험이 최후의 2차 합격자 55명을 남기고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마지막 관문인 3차 면접시험이 남아있긴 하지만, 2차 합격자의 상당수가 통과한다는 점에서 사법시험은 이제 사실상 폐막을 앞두고 있다. 사법시험은 올해 12월 31일 폐지된다.법무부는 11일 제59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에서 186명의 응시자 중 55명이 합격했다고 발표했다. ‘희망의 사다리’라고 불린 사법시험은 1947년에 시행된 조선변호사시험을 시초로 지난 70년 동안 존속해 왔다. 각종 연고주의가 뿌리내린 한국 사회에서 ‘줄 없고 빽 없는’ 서민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해 준 제도로 평가받아온 것이 사법시험이었다. 고(故) 노무현(사법연수원 7기) 전 대통령이 고졸 학력으로 사법시험을 통과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가 대통령에까지 당선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공 신화’ 못지않게 수많은 ‘고시 낭인’들을 만들어내며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알려진 것과 달리 사법시험은 공평한 제도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한 법조인은 “사법시험을 오랫동안 준비한 수험생들은 같은 기간에 다른 일을 준비하지 못한다. 똑같이 열심히 공부했는데 수십만명의 고시 낭인이 생기고 몇 명만 법조인이 되는 방식의 선발 제도는 진정한 의미의 기회 균등이 아니다”라면서 “수십만명의 고시 낭인이 생긴다는 것은 결국 법조인이 특권 계층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법조인은 특권층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을 통해 전문 법조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2009년부터 전국 로스쿨이 문을 열었고, 이 영향으로 사법시험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하지만 사법시험의 폐지를 앞두고 사법시험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법시험 폐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로스쿨이 부유층·권력층 등 이른바 ‘금수저’ 자녀들에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비판한다. 여기에 평균 2000만원 안팎의 비싼 학비 때문에 수험 준비와 학업 기간을 감당할 경제력이 없는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은 아예 입학이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결국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지닌 법조인을 선발해 교육을 통해 양성·배출한다는 설립 취지가 왜곡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체제가 새로운 법조인 양성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보면서도 사법시험 존속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로스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로스쿨이 ‘다양한 경험과 소양을 지닌 법조인 양성’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실제 다수 재학생을 보면 ‘학점 좋은’ 젊은 대학 졸업생이거나 주요 대학 법대 출신이 많고, ‘구색 맞추기용’으로 일부 제한된 사회 취약계층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앞서 박상기 법무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공정한 기회 제공과 ‘희망의 사다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 로스쿨 문호를 경제적 약자에게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 각계로부터 로스쿨 제도 개선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현행 로스쿨 및 변호사 시험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일자리 해법 中企 ‘성장 사다리’ 지원에서 찾아야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투입하고 있지만 성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21만 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7개월 만에 다시 20만명대로 떨어졌다. 경제가 나아져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8월 투자와 소비마저 감소하고 북한 리스크까지 겹쳐 정부의 ‘3% 성장 이상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혁신성장의 한 축인 중소·중견 기업들의 성장·고용 기여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경제의 고용창출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통계청의 ‘2016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총 44만 2000개로 전년보다 2.1% 늘었다.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인 47%에 해당하는 20만 6000개가 5~99명을 고용한 중소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다. 대기업(299명 이상 고용) 3945곳에서는 1만 8000명을 추가로 고용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 ‘경제의 고용창출력 약화, 그 해법은’도 중소기업의 고용창출력에 주목하고 있다. 실질 산출액 10억원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취업자 수를 의미하는 취업계수가 2015년 기준 300명 이상 대기업은 1.1명에 불과했는데, 10~299명인 사업체는 3.4명으로 훨씬 높았다.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 대기업들은 정부가 과도하게 규제만 하지 않는다면 알아서 투자와 고용을 늘린다. 따라서 정부는 전체 사업체의 99.5%를 차지하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그러려면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부터 마무리해야 한다. 박성진 후보자의 낙마로 장관 인선이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진 가운데 청와대가 중기 비서관을 내정한 것은 다행이다. 다음달 기획재정부가 내놓을 예정인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도 시간에 쫓겨 기존의 정책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좀더 시간을 갖고 내실 있는 ‘성장 사다리’ 지원 방안을 마련해 보기 바란다.
  • 체육·문화·경제·건강행사 한데 어우러지는 부천 시민한마당축제

    체육·문화·경제·건강행사 한데 어우러지는 부천 시민한마당축제

    경기 부천에서 체육·문화·경제·건강행사가 한데 어우러지는 시민한마당축제가 열린다. 부천시에 따르면 다음달 14일 제44주년 부천시민의 날을 맞이해 축하공연과 시민어울림 한마당 등 시민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시민과 함께하는 ‘부천시민의 날’ 기념행사 ‘제44주년 부천시민의 날‘ 기념식이 오는 10월 14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헤스티아 난타 공연팀의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부천동여중 태권도 청소년국가대표 유은진 학생이 시민대표로 시민헌장을 낭독한다. 이어 부천시 문화상 수상자인 곽홍찬·고경숙·구점자·박봉엽·이영식씨 시상과 모범시민 표창이 진행된다. 기념식 후에는 시민한마당 체육대회와 주민자치센터 문화·예술 프로그램 경연이 펼쳐진다. 한마당 체육대회는 행정복지센터와 동 주민센터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다. 주로 단체종목 행사로 장애물계주와 6인사다리 릴레이, 협동줄넘기가 진행된다. 동별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주민자치프로그램 경연대회가 눈길을 끈다. 행정복지센터 대표 10개 팀이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칠 예정이다. ● 건강까지 보살피는 ‘복사골 건강한마당’ 당일 오전부터 제9회 복사골 건강한마당’ 행사가 부천종합운동장 원형광장에서 열린다. 종합병원과 병·의원을 비롯해 의사회·한의사회 등 31개 단체·기관에서 주민들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해준다. 건강검사 기본검진은 물론 치과진료와 한방진료, 초음파검사, 코골이·수면 무호흡증 검사, 폐기능 검사, 심전도검사, 동맥경화도·혈액형검사 등 진료과목도 다양하다. 또 체험행사로 심폐소생술과 안마체험, 채소비누· 면생리대 만들기와 추첨 이벤트로 종합건강검진권과 자전거, 영양제 경품이 주어진다. ● 기업인·근로자·시민이 하나되는 ‘기업사랑 한마당’ 기업인과 근로자·상인·시민이 함께하는 ‘제11회 기업사랑 한마당’은 개막 당일 종합운동장 일대서 개최된다. 100개 내고장기업과 전통시장 우수제품을 홍보 판매하는 지역경제 활성화무대다. 또 금형·조명·로봇·패키지·세라믹 등 부천 특화산업을 홍보하는 체험관도 마련된다. 금형 양초만들기와 나만의 페트병 만들기, 전통 등 만들기, 캐리커처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 이봉주 선수도 함께 달리는 복사골마라톤대회 열두번째 열리는 부천 복사골마라톤대회’가 개막 다음날 부천종합운동장 일대서 5㎞·10㎞·하프 코스 등 3개 종목코스로 나눠 진행된다. 올해 하프코스와 마니아 분야를 신설하고, 심곡 시민의강과 부천 둘레길을 통과하는 힐링코스가 추가됐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 참여해 부천대회를 빛낸다. ● 62개팀서 1700명 참가 퍼레이드 ‘시민어울림 한마당’ 마지막날 ‘시민어울림 한마당’축제는 부천마루광장과 부천남부광장에서 열린다. 62개팀서 참가한 1700명이 원미초~심곡 시민의강~부천마루광장에 이르는 퍼레이드를 벌인다. 부천마루·남부광장에서는 콘테스트와 함께 시민들이 어우러져 춤 한마당을 펼치며 이틀간의 시민축제가 마무리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새 일자리 절반 만든 中企… ‘생계형 창업’에 몰렸다

    새 일자리 절반 만든 中企… ‘생계형 창업’에 몰렸다

    지난해 기업들이 새로 만든 44만개 일자리 가운데 절반은 5~99인 규모의 중소기업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신규 창업한 기업 4곳 중 1곳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숙박·음식업이었다. 고유한 기술과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혁신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이 대다수라는 얘기다.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16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사업체 수는 395만 3000개로 1년 전보다 7만 8000개(2.0%) 증가했다. 종사자 수도 2144만 2000명으로 44만 2000명(2.1%)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5~99인을 고용한 중소기업 75만 9000곳의 종사자 수가 20만 6000명 늘었다. 지난해 전체 일자리 증가량의 46.5%다. 299인 이상 고용한 대기업 3945곳은 11만 8000명(26.7%)을 추가로 고용했다. 1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전체 사업체의 99.5%, 전체 종사자의 74.7%를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 역량에 의존하기보다는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유인하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규모가 커질 때 투자가 왕성하고 직원 채용도 활발해진다”면서 “작은 기업이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고용과 투자를 늘릴 때 인센티브를 주고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등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체 산업 중 사업체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숙박·음식점(24.3%)이었다. 부동산·임대(16.2%), 예술·스포츠·여가(12.0%) 등이 뒤를 이었다. 숙박·음식점업은 창업에 기술이나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아 은퇴 사업자, 청년 구직자들이 비교적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다. 특히 29세 이하가 대표자인 사업체가 1년 사이 11.0% 증가했는데, 통계청은 이들의 창업이 대부분 숙박·음식점업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적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는 분야에 창업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의 경직성이 문제”라면서 “고부가가치 서비스 창업을 촉진하려면 규제를 개혁하고 공정거래 감시를 강화해 기존 사업자가 쌓아 둔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호준 시간여행] 초가지붕에 묻힌 추억

    [이호준 시간여행] 초가지붕에 묻힌 추억

    해마다 늦가을이면 순천 낙안읍성이나 경주 양동마을,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같은 전통마을을 찾아간다. 꼭 가을이어야 하는 이유는 새로 올린 초가지붕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곳에 가면 미술 작품이라도 감상하듯 오랫동안 지붕을 바라본다. 그 부드러운 곡선을 가슴에 들이면 각진 마음이 둥글둥글 무뎌지는 경험을 하고는 한다. 올해도 추수가 끝나고 이엉을 얹을 때가 되면 그중 한 곳을 찾아갈 것이다.새 지붕을 이는 풍경 앞에 서면 기억은 자연스럽게 어릴 적 어느 날로 달려간다. 아버지는 추수가 끝나면 마당 한쪽의 짚가리 옆에서 이엉을 엮기 시작했다. 그렇게 엮은 이엉 둥치들이 마당에 그득해지면 어느 날 아침 동네 어른들이 모여들었다. 농투성이라면 이엉쯤 엮는 건 일도 아니지만, 지붕을 이는 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엉을 올리는 날은 작은 잔칫날이었다. 부엌에서는 새참으로 낼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고 아이들은 주전자를 들고 부지런히 막걸리를 받아 왔다. 어른들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두어 명은 사다리로 이엉을 올리고 몇몇은 그것을 받아 지붕에 깔았다. 그 작업이 끝나면 용마름을 덮을 차례. 용마름은 이엉이 맞닿는 마루를 덮는 것으로 초가지붕을 이는 데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용마름이 완성되면 이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고삿(초가지붕을 일 때 쓰는 새끼)을 맨다. 지붕을 다 올리고 난 뒤 올려다보면 집 전체가 보름달처럼 환하게 빛났다. 초가는 우쭐거리지 않았다. 이만치 떨어져서 보면 둥그런 앞산·뒷산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산이 지붕이고 지붕이 산이 되어 서로 얼싸안고 내닫던 풍경. 초가나 산이나 고난 속에서도 둥글둥글한 심성을 잃지 않았던 민초들을 닮았다. 초가집은 배타적이지 않았다. 생명을 품어 안을 줄 알았다. 추녀에는 참새가 둥지를 틀었으며, 업이라 불리는 구렁이가 상주하기도 했다. 오래 묵은 지붕은 굼벵이들의 삶터가 되었다. 실용적으로도 뛰어난 점이 많았다. 속이 비어 있는 볏짚은 공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뜨거움을 덜어 주고 겨울에는 집 안의 온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준다. 그리고 볏짚은 겉이 매끄러워서 빗물이 잘 흘러내리므로 두껍게 덮지 않아도 비가 새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초가집은 멀리 있어도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주던 어머니의 흰머리 같은 존재였다. 때론 고향을 상징하는 깃발과도 같아서 부평초처럼 떠돌아도 항상 가슴속에서 펄럭이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초가집을 보기 어렵다. 옛집들이 잘 보존된 민속마을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수천 년 동안 민초들을 안아 주던 초가는 1970년대 ‘새마을노래’와 함께 우르르 사라졌다. 둥그런 초가지붕이 떠나간 자리에는 울긋불긋한 함석지붕이 얹혀졌다. 편리성으로야 자주 바꿔 줘야 하는 초가지붕이 반영구적인 함석지붕을 어찌 따를 수 있으랴. 하지만 삶의 만족이 반드시 편리함만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강제적 지붕 개량이 아니었더라도 지금까지 초가집이 남아 있을 리는 없다. 해마다 갈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그러잖아도 일손이 없는 농촌에서 초가집을 유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움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찾아올 때가 많다. 세월이 흐른다고 초가지붕의 그 따뜻한 발색. 부드러운 곡선을 어찌 잊을까. 늦가을이면 연례행사처럼 전통마을을 찾는 이유다.
  • “찾는 남학생 있다”며 고려대 4층 건물 지붕에 올라간 중국인 여성

    “찾는 남학생 있다”며 고려대 4층 건물 지붕에 올라간 중국인 여성

    중국인 20대 여성이 고려대 건물 지붕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고 있어 소방대원들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25일 오후 2시 15분쯤 서울 성북구 고려대의 4층짜리 문과대 건물 지붕에 중국인 20대 여성 A씨가 약 1시간 30분 넘게 고려대에 재학 중인 남학생 B씨와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전했다. A씨는 고려대생이 아니고 중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B씨가 중국에 한국어 교육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만난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B씨가 건물 옥상에 올라가 지붕 위에 있는 A씨에게 안전하게 내려오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A씨는 이틀 전 한국에 입국했고, 이날 고려대에 찾아와 ‘B씨를 만나고 싶다’고 문의했는데 학교 측이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하자 건물에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건물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구조대원 등 약 20명과 사다리차 등을 동원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4차 산업혁명,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4차 산업혁명,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정책을 하나로 표현하는 그럴듯한 슬로건이 있었다. DJ 정부의 벤처육성, 참여정부의 전자정부, MB 정부의 녹색혁명,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에 의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포럼에서 화두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역사적인 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 어렵고 실체도 명확하지 않다. 아직은 유령이다. 일반적으로 시작과 끝이 분명히 드러날 때 역사적 개념이 붙는다. 지금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슈바프(WEF 창립자)의 저서 ‘4차 산업혁명’은 유독 한국에서만 베스트셀러다. 한국 언론만 야단들이다. 슈바프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온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파나케이아(Panacea)쯤으로 오해한다. 심지어 대학의 입시광고에도 기업의 채용광고에도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인재”를 내걸고 있다. 단편적으로 부화뇌동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고 있는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인 목표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기존 3차산업에서의 제조업은 로보틱스에 의한 자동화, 서비스업은 인공지능에 의한 자율화가 되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타트업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들은 기술뿐만 아니라 인력, 제도, 자금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먼저, 기술에서는 스타트업의 특허출원이나 등록 그리고 특허 유지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대기업에 편중된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 편취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요구된다.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 과정에서 겪는 또 다른 문제는 인력 확보의 문제이다. 창업보다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청년들에게 스타트업 기업으로 훌륭한 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스톡옵션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무액면가제도를 활성화하고 스톡옵션의 세제를 개편하여 젊은이들에게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이 부나 신분상승을 위한 희망사다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처럼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엄격한 포지티브 시스템으로는 시장의 신규진입 장벽이 높아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나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최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와 같은 온라인전문은행들은 은행법 등 엄격한 포지티브 규제에 묶여 사업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었다. 현재, 4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단계별 지원 정책이 중소벤처기업부 등 개별 법률에 따라 분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부처 간, 정책·사업 간 협조·연계가 부족해 보인다. 기관 간 중복업무로 우량 스타트업 기업에 중복적으로 자원이 배분되는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역할분담을 통해 ‘빈익빈, 부익부’ 자원배분 현상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조달이다.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설립 1년 이내에 매출이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성장단계별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려면 경력이 짧고 상대적으로 자금투자에서 소외받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정책금융사들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4차산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민간 금융사들이 소비자금융보다는 산업투자금융의 참여 활성화를 꾀하여 우량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공급원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에인절투자 규모의 확대를 통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어야 할 것이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직접금융에서 정책금융으로 변화되었다. 과거와 같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으로의 자금 배분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 [현장 행정] “교육빈곤 제로”… 희망사다리 짓는 강남

    [현장 행정] “교육빈곤 제로”… 희망사다리 짓는 강남

    “강남교육복지센터 개원을 계기로 강남 내 저소득층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희망의 사다리를 놓겠습니다.”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은 19일 강남구 개포로 82길 9-17에서 문을 연 강남교육복지센터 개소식에 나와 이같이 강조했다. 관내 6만 1000여명의 초·중·고교 학생 중 약 5%인 3000여명이 교육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함께 센터를 구축하기로 하고 부지를 무상으로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6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교육희망사다리 복원 정책’에 발맞춰 지역 내 빈곤 가정 청소년들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행사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3년부터 자치구와의 협력사업으로 설립한 교육복지센터는 강남이 서울 25개구 가운데 23번째로 개원이 다소 늦은 편이지만 규모는 압도적이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에 마련된 센터는 7~8평 규모인 반면 강남교육복지센터는 57평에 달한다”면서 “강남의 비싼 임대료를 감안할 때 통 큰 투자를 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교육복지 정책에서 소외된 학생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교육복지 전문인력이 없는 취약지역 내 학교를 정기 방문해 대상 학생을 발굴하고, 이들 학생에 대한 공동 관리와 맞춤형 학습은 물론 학생 가족을 돕는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신 구청장은 강남구 자체 수능 인터넷 강의(강남인강) 교육 콘텐츠를 전국 산간벽지 소외계층에 있는 중고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나눔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달부터 양양 등 재정자립도가 비교적 낮은 8개 기초자치단체의 빈곤 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강남 수능 인강은 2004년 6월 구의 지역 사업으로 시작했다가 인기를 끌면서 전국 서비스로 확대했다. 이 밖에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함께 지역 내 임대주택 밀집지역에 사는 법정 저소득층 초·중학생을 지원하는 교육복지 사업도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청소년지도사, 상담교사 등 교육복지 전문인력들이 아이들과 만나 자존감을 키워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해 대상 학생은 81명이었다. 신 구청장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평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고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안전모 쓰고… 무전기 들고… 크레인 몰고 ‘女風당당’

    안전모 쓰고… 무전기 들고… 크레인 몰고 ‘女風당당’

    건설 현장에 여성 기술자들이 늘고 있다. 행정·사무직이 아니라 토목·건축, 전기·기계, 고공 타워크레인 조종 분야까지 여성 기술자들이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에게 아름답고 섬세하다는 칭찬은 사치다. 근무 환경이 남성과 똑같다. 작업복에 안전화, 안전모는 기본. 손에는 무전기와 설계도가 들려 있고, 허리춤에는 손 장비가 주렁주렁 달린 혁대를 차야 한다. 모든 생활이 남성들과 차이가 없다. 여성 건설 기술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편견이다. ‘여자인데 할 수 있겠어?’, ‘이런 일 시켜도 될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다. 국내 토목 현장의 대모(代母)로 통하는 김선미 현대건설 부장은 “여성이라고 봐 달라는 게 아니라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인정해 주는 문화가 자리잡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여풍을 일으키고 있는 건설 기술자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 대규모 아파트 건설 현장. 대우건설이 주간사로 시공하는 이 현장에는 아파트 4000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장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고 중장비들이 웅웅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멍할 정도다. 굴삭기 10여대가 연신 암석을 캐내고 이를 운반하는 덤프트럭 30여대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있다.입사 22년차 김순영 대우건설 팀장아이 셋 엄마… 현장선 호탕한 프로 이 현장 공사를 관리하는 인력은 80여명. 관리직과 기술직이 섞여 있는 이곳에 여성 기술자 3명이 당차게 활동하고 있다. 대우건설 김순영 건축팀장(차장)과 이시은 사원(건축), 양현아 사원(안전관리)이 주인공이다. 입사 22년차인 김 팀장. 첫인상이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첫마디부터 시원시원했다. 호탕한 웃음, 긍정적인 마인드, 현장 분위기 주도는 그녀의 주특기다. 동료들과의 업무 협의, 한치의 오차도 없는 작업 지시 등을 봐서는 건설 현장의 진정한 프로다. 건축 공사가 본격화되면 수십개의 협력업체와 하루 1500여명의 근로자가 몰려드는데 이를 관리하고 작업 지시를 내리는 게 그의 몫이다. 토목 현장에 ‘현대건설 김 부장’이 있다면 건축 현장에서는 ‘대우건설 김 차장’이 대모 역할을 한다. 건축·토목 전공 여성이 많지 않던 시절, 그녀는 건축학을 전공했다. 기술직을 택한 이유를 묻자 “현장 근무가 매력적이지 않으냐”고 답한다. 근무 기간의 3분의2 이상을 현장에서 보냈다. 은평뉴타운, 화성동탄2신도시 등 대우건설이 참여한 주요 아파트 건설현장을 누볐다. 이론과 기획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부 사업비 심의위원, 성남시 기술자문위원이다. 건설관리학회 여성위원장, 여성 건설기술인협회 이사도 맡고 있다. 경기도·중앙 건설심의위원도 지냈다. 장경각 현장 소장은 “김 팀장을 이 현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며 “겉모습과 달리 기획력과 논리력이 뛰어나고 소통을 잘하는 인재”라고 거들었다. 어려운 점을 묻자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다른 직업도 다들 똑같지 않으냐.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호탕하게 웃어넘긴다. 함께 일하는 이시은 사원은 김 팀장에 비하면 한참 후배다. 건축을 전공하고 입사 1년 9개월 만에 현장에는 처음 나왔다. 앳된 모습이지만 김 팀장을 닮아서인지 일처리가 똑부러진다.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양현아 사원은 보건안전공학을 전공했다. 입사 1년차이지만 벌써 두 번째 현장에 나선 당찬 여성 기술자다.8t 타워크레인 조종원 함혜숙 기사“점심엔 국물 안 먹어… 바람 이겨야” 아침마다 하늘로 출근하는 여성 기술자도 늘고 있다. 고층 건물 시공현장에는 예외 없이 타워크레인이 서있다. 좁고 복잡한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만큼 효율적인 장비도 없다. 원하는 방향과 높이에 맞춰 무거운 자재를 거뜬하게 들어올려 옮길 수 있으니 건설 현장의 최고 일꾼인 셈이다. 이런 타워크레인에 여성 기사들이 늘고 있다. 민주노총에 가입된 회원이 어느덧 100여명에 이른다. 8t짜리 타워크레인 조종원(기사) 함혜숙씨도 아침마다 하늘로 출근한다. 고공 타워크레인 조종간을 잡은 지 15년째인 베테랑 기사다. 지금은 경기 김포의 아파트 건설 현장으로 출근한다. 20층짜리 아파트라서 이번 타워크레인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란다. 아파트 29층 공사 현장에서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을 조종한 적도 있다.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는 타워크레인 접근이 엄격히 제한돼 조종원들이 하루 종일 일하는 공간을 직접 볼 수는 없다. 동영상으로 확인한 결과 캐빈(운전석)은 반평이 채 안 된다. 사방을 살펴볼 수 있게 유리창이 붙어 있고 복잡한 조종간 옆에 라디오와 무전기, 물병, 수건 등이 놓여 있을 뿐이다. 근무 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좁은 공간에 하루 종일 혼자 있다. 지상에서는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작업지시를 내릴 수 있지만 타워크레인 기사는 늘 혼자다. 일단 올라오면 무전기 하나로 세상과 통한다. 아침에 올라가면 점심 식사 때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 퇴근 때나 내려온다. 계단도 아니고 직각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다. 그래도 이는 참을 수 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생리현상. 함 기사는 “점심에는 국물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목이 말라도 물로 입을 적시는 정도로 끝낸다. 이런 고통도 위험 앞에서는 사치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아찔하다. 바람이 불면 크레인 자체가 흔들리고 작업도 어려워 신경이 곤두선다. 일정 풍속 이상의 바람이 불면 작업을 중단한다. 또 베테랑 기사라면 어느 정도의 바람 위험은 이겨 낼 수 있다. 함 기사는 “가장 겁나는 것은 사각지대”라고 말한다. 운전석이 높아 지상 작업공간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보이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한다. 스윙(크레인 이동) 때 상하좌우를 살펴야 하는데 자재에 집중하다 그만 옆에 있는 장비를 보지 못하고 부딪히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상에서 신호수가 보내주는 정보와 고공 타워크레인 기사가 보는 각도, 거리, 느낌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신호 전문가’ 김미선 철도시설공단 차장올빼미 생활에도 “현장이 천직” 공공기관에도 여성 건설 기술자들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나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처럼 건설 사업기관에 여성 기술자들이 근무한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김미선 차장. 국내 철도 신호체계 전문가로 꼽힌다. 김 차장은 철도대에서 전기제어를 전공한 현장 기술자다. 입사 19년차로 홍보실 근무 3년 10개월을 빼고는 철도 신호 분야에 매달렸다. 아무리 튼튼한 고속철도가 건설되고 빠른 고속열차가 개발돼도 철도 신호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신설 구간의 신호체계 공사는 열차가 운행되기 전에 이뤄지지만, 기존 철도 신호체계 공사나 보수는 주로 열차 운행이 뜸한 야간이나 새벽에 이뤄진다. 그래서 신호체계 기술자들은 새벽이나 야간에 일하고 낮에 쉬는 올빼미 생활이 비일비재하다. 여성으로서는 참기 힘든 일이지만 그녀는 이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프로다. 잠깐 외도(?)도 했다. 그래서 들어왔던 곳이 홍보실이다. 홍보실 근무는 원해서가 아니라 본사의 필요에 따라서였다. 철도건설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자 현장 상황을 기술적으로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인재를 찾던 중 김 차장이 발탁된 것이다. 당시 출입기자들은 김 차장 덕분에 어려운 철도건설 현장 기술을 쉽게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었다. 김 차장은 공단 여성 기술자의 맏언니 역할을 한다. 일에 묻혀 결혼도 잠시 미루고 있다. 공단의 여성 기술자는 전체(1404명)의 3% 정도인 41명에 불과하지만, 요즘 기술직 여성이 부쩍 늘어 여간 반갑지 않다. 올해 신입사원(111명) 가운데 여성 기술직은 13명으로 10%가 넘는다. 토목 분야 기술자는 많은 편이지만 전기 신호 분야 전문가는 극히 드물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낯선 문화, 남성이 대부분인 현장, 열악한 작업환경을 극복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다. 영남본부 관할 철도 신호체계 점검은 10여명이 함께 하는데 여성은 김 차장뿐이다.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처음에는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지금은 이 분야 베테랑 기술자로서 우뚝 선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긍심을 갖는다. 김 차장은 힘들어하는 여성 기술자들에게 “조금만 노력하면 대가가 따른다”고 다독인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적 항공기다” 20m 급속 잠수… 어뢰 쏘자 12㎞앞 함정 명중

    “적 항공기다” 20m 급속 잠수… 어뢰 쏘자 12㎞앞 함정 명중

    지난 12일 오후 제주도 남쪽 해역. 잠망경만 내놓은 채 주변을 경계하며 스노클링 항해를 하던 우리 해군의 209급(1200t) 잠수함인 ‘장보고함’ 내부가 갑자기 긴박해졌다. 함장 김형준 해군 중령의 다급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전해졌다. “함수 전방 적 항공기 접촉, 비상!” 그러자 승조원 모두 “비상”이라고 복창한 뒤 전광석화처럼 비상 상황에서 예정돼 있는 자신의 위치로 움직였다. 몇 초 순간에 김 함장의 “긴급잠항” 명령이 떨어지자 승조원들은 어뢰발사관 8기가 배치돼 있는 함수 쪽으로 몰려들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해 잠항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선체가 급격히 앞쪽으로 기울어지며 순식간에 1m, 5m, 10m, 20m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폭 6m·길이 56m 터널 같은 선체 내부 수심 50m까지 내려가 잠항하던 장보고함 내부에 다시 긴장감이 돌았다. 헤드폰을 쓰고 소나(수중음파탐지장치)에서 들리는 소리신호를 귀를 세워 듣던 전탐사(소나 탐지 승조원)가 ‘전방 적 함정 탐지’를 보고한 것. 김 함장은 즉각 어뢰 장착을 명령했다. “5, 4, 3, 2, 1, 발사” 16㎞ 전방 해수면 위를 항해하는 적 함정을 탐지한 뒤 12㎞ 앞에서 발사된 백상어 어뢰는 방향을 수정해 가며 적 함정에 명중했다. 소나에 어뢰 폭음이 감지되자 김 함장은 잠망경을 올려 적 함정 격침을 최종 확인했다. 이날 해군은 209급 잠수함들인 장보고함과 이억기함의 실전 같은 잠항 훈련 모습을 잠수함 운용 25년 만에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장보고함은 209급 잠수함 1호함, 이억기함은 마지막 9호함이다. 장보고함은 1992년 10월 14일에 취역했다. 제주 서귀포의 제주민군복합항 해군기지 접안부두에서 11.5m의 수직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 장보고함 내부는 마치 좁고 짧은 터널 같았다. 폭 6m, 길이 56m의 선체는 좁디좁았다. 해군 잠수함사령부 93잠수함전대 소속 장보고함의 승조원은 함장 김 중령을 포함해 모두 40여명. 한번 출항하면 한 달 이상 깊고 푸른 바닷속에서 실전 같은 훈련을 반복한다.●SUT·잠대함 하푼 유도탄 등으로 무장 이날 장보고함은 제주민군복합항을 출항해 8㎞ 남쪽을 오가며 해상과 해저 훈련을 반복했다. 기지를 떠난 장보고함은 김 함장이 마지막으로 해치를 닫고 내려와 “충수(充水)” 명령을 내리면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됐다. 충수는 잠수함 내부의 탱크에 물을 채워 부력을 없애 잠항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디젤연료와 축전지를 사용하는 209급 잠수함은 연료 보급 없이 하와이까지 왕복할 수 있는 항속 능력을 갖췄다. 수중 250m 이상 내려가 작전할 수 있으며 최대 속력은 약 20노트(시속 40㎞)다. 무장은 중어뢰 백상어와 SUT, 잠대함 하푼 유도탄을 탑재하고 있다. 김 함장은 “해군 잠수함 부대는 지금 당장 명령이 떨어져도 적진에 침투해 임무를 완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 금연 기본… 소음은 철저히 통제 좁은 실내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하기 때문에 승조원들의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세탁을 할 수 없어 빨랫감은 봉지에 밀봉해 놓았다가 입항 후 집으로 가져간다. 바닷물을 정화한 물을 사용하는데 아껴 써야 하기 때문에 샤워는 주 1회 정도로 제한된다. 환기가 안 되니 금연은 기본이고, 굽거나 튀기는 요리 또한 언감생심이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비좁은 침상이 30여개 갖춰져 있지만 이마저도 개인 침상은 아니다. 승조원 40여명이 교대로 사용해 언제나 뜨거운 체온이 남아 있어 ‘핫벙커’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키 큰 장병은 몸을 똑바로 누일 수조차 없다. 밥도 좁은 테이블에서 어깨를 마주 대고 먹는다. 잠수함 내부는 ‘소음과의 전쟁’이다. 적 수상함과 잠수함, 대잠 항공기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소음은 철저히 통제된다. ‘작은 소리로 대화’, ‘발소리 작게’ 등이 원칙이다. 물속에 들어가면 밤낮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당직자가 일출, 일몰 시각에 맞춰 불을 켜고 끈다. 복잡하고 민감한 장비가 많은 데다 숙련된 조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승조원은 모두 부사관 이상이다.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과정 교육 6개월, 직무 교육 6개월 등 모두 1년여의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장보고함에서 만난 한 승조원은 “가장 위험한 곳에서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특파원 리포트] “인생 26년 중 16년 미국에서 지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라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특파원 리포트] “인생 26년 중 16년 미국에서 지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라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다카) 폐지를 선언한 지난 5일 워싱턴DC의 라파예트 공원에서 시위하던 그를 만났다. 그는 “저의 26년 인생은 어떻게 합니까. 미국에 온 지 16년이나 된 제가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면 뭘 할 수 있을까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다카는 저에게 목숨과 같은 거예요. 다카로 신분이 인정됐기 때문에 연방 정부와 일부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대학원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어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에서 일하는 저의 ‘꿈’을 포기해야 할까봐요”라며 돌아섰다.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다카 프로그램의 수혜자인 ‘드리머’ 중 약 28%가 4년제 대학 이상의 학위를 갖췄으며 포천 500대 기업 중 상위 25개 기업 대부분에 취업했을 정도로 미국 사회의 인재들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에게 미 정부의 노동허가증은 ‘희망의 사다리’다. 불법이민과 추방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학과 대학원에 다닐 수 있는 ‘생명줄’ 같은 것이다. 미국 전체 드리머 약 80만명 중 7250명은 한국 청년이다. 올해 신청자까지 포함한다면 1만명에 이를 것으로 현지 교민단체는 보고 있다. ‘아메리카 드림’을 꿈꿨던 우리 미국 이민은 1980~90년대 폭발적으로 늘었다. 1970년대 초까지 7만여명이던 미국 이민자는 1990년대 초에는 80여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들 중 일부가 불법체류자로 남았고 그들의 어린 자녀가 지금의 ‘드리머’다. 이에 대해 최근 백악관과 야당이 다카 대상자 보호 방안을 조속히 법제화하기로 합의했는지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이들의 불안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별별영상] 나뭇가지 아래서 톱질하던 남성 결말

    [별별영상] 나뭇가지 아래서 톱질하던 남성 결말

    생각 없이 나뭇가지를 자르던 남성이 우스꽝스러운 결말을 맞았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날 동영상 플랫폼 주킨미디어가 공개한 영상 한 편을 소개했다. 영상 속 남성은 사다리에 올라가 기다란 전지 톱으로 나뭇가지를 베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나뭇가지 바로 아래서 톱질을 하는 자신의 앞날을 아직 예상하지 못한다. 잠시 후, 뚝 하고 부러진 나뭇가지는 남성을 그대로 덮치고, 남성은 당황한 나머지 사다리에서 그대로 고꾸라진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몸 개그가 따로 없네”,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사진·영상=데일리메일(주킨미디어)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한 컷 세상] 수상한 방송국 앞 사다리

    [한 컷 세상] 수상한 방송국 앞 사다리

    서울의 한 방송국 앞에 자물쇠로 묶인 사다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방송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의 사진을 찍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팬심이 지나쳐 콘서트 티켓이 수백만원, 아이돌 열쇠고리가 수십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순수한 팬심을 이용한 상업적 마인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학교에 수영·피트니스센터… 병원 안 가도 재활치료

    학교에 수영·피트니스센터… 병원 안 가도 재활치료

    유치원~고교 교육프로그램 마련 평일도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어 “다리에 좀더 힘을 줘 볼까? 그렇지, 조금만 더 펴 보자.”13일 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 중동의 국립우진학교 2층 재활치료지원실에서 전진우 치료사가 한 장애 학생의 다리를 펴는 치료를 하고 있었다. 근처 서울재활병원에서 치료사가 학교를 방문하고 있어 학생이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같은 층 대형 강당에는 휠체어를 탄 학생 30명이 교사들의 지시에 맞춰 공을 굴리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교사 10여명을 비롯해 40여명이 있지만, 공간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지하 수영과 피트니스 센터에는 평일에도 주민들이 가득했다. 주민들은 자연스레 오가며 학생들과 어울렸다. 이 학교 함영기 교장이 시설 곳곳을 소개하자 설명을 듣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다른 특수학교의 모델이 될 만하다”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2000년 3월 문을 연 우진학교에는 뇌병변(뇌성마비) 등 중증지체장애 학생 163명이 다닌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교과과정과 연령대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금은 주민들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지만, 개교 직전까지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했다. 서양숙 우진학교 학부모회 부대표는 “설립을 추진하던 학부모와 주민 간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다. 주민들이 공청회 강당에 올라가 학부모들이 발표하려는데 사다리를 걷어차기도 했고, 장애 학생들이 보이지 않게 학교 담을 높게 쌓아 격리시키자는 험담도 오갔다”고 했다. 김 부총리가 이날 학교를 찾아 간담회를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 특수학교(가칭 서진학교)를 설립하는 문제로 지역주민 간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우진학교가 상생의 모델이 될 수 있어서다. 유아 때부터 자녀를 이곳에 보내 지난해 졸업시켰다는 이정욱 한국중증중복 뇌병변장애인 부회장은 “수영장과 피트니스 시설 등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주효했다”면서 “현재 서울에 세워질 예정인 다른 특수학교가 이를 참고해 불협화음이 없도록 교육부가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14년째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황영숙씨는 우진학교 피트니스 시설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고 있다는 데 만족감을 드러냈다. 황씨는 “우진학교가 있어서 수영이나 다른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다. 특수학교가 들어오면 집값이 내려간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오히려 올랐다”고 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이은자 강서지역 장애인학부모 대표는 “강서에도 특수학교가 들어와서 아이들이 편안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절대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 테니 한번만 양보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장애인·비장애인 모두 평등하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유독 서울 일부 지역에서 특수학교에 대해 반대를 많이 하는데 정치인은 개입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광장] 사다리, 문 대통령의 목엣가시/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다리, 문 대통령의 목엣가시/황수정 논설위원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하려던 대학 입시안은 없던 일이 됐다. 아니, 교육부가 일단은 한 해만 미뤄 보자며 발을 뺐다. 한 수 물러 달라는 통사정이야 없었다. 하지만 거의 그런 셈이다. 서울 톨게이트를 한 번 빠져나가면 뜯어말려도 유턴 없이 부산까지 달리겠다는 운전 미숙, 고집불통은 주변을 골병 들인다. 졸속 입시안에 삿대질은 거셌어도 접어 줄 대목은 하나 있다. 백방으로 계산기를 두드린 다음의 과감한 손절매. 어떤 용기라 해 두자. 이즈음 주목받는 해외 베스트셀러 한 권이 있다. 미국에서 날아온 ‘힐빌리의 노래’다. 가난과 소외에 찌든 백인 하층민(힐빌리)인 저자가 명문 로스쿨을 나와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의 소설 같은 회고담. 그러니까 미국판 ‘개천 용’의 이야기다. 무명의 저자는 겨우 서른한 살이다. 일자리도 희망도 씨가 마른 퇴락한 철광 도시가 고향이다. “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고 운 나쁘면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죽는 동네”에서 통계적으로는 용이 날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용이 된 청년은 “소외된 사람들의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분 상승은 어떤 느낌인지” 생생한 고발장을 던졌다. 베스트셀러의 배경은 선명하다. 가진 이들은 청춘의 용기가 흥미로웠을 것이다. 덜 가진 대부분의 독자들은 교육을 거쳐 개천을 벗어난 알고리즘이 눈물 나게 궁금했을 것이다. 책을 단숨에 읽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서다. 책 이야기는 이쯤 하자. 수능 절대평가를 극구 반대한 여론은 밑바탕에 불공정 입시의 불신과 앙금을 깔고 있다. 해마다 확대일로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보통 학부모들의 불만은 상상 이상이다. 절대평가로 시험 변별력이 떨어지면 학종의 비중은 그만큼 더 커진다. 감쪽같이 포장된 학생부로 며느리도 모르게 합격하는 요지경 학종 전형에 알레르기 반응들이 심각하다. 부모 경제력이 입시의 한 축이 된다는 것은 무너지는 계층 사다리의 이야기다. 학종은 망가지는 ‘사다리’의 문제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이번 입시안이 핵심 공약이었다. 예상 밖의 유예 결단은 지지율 자신감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박수 속에서는 무대 스텝이 잠시 꼬였다고 초조해지지 않는다. 이런 여유가 있을 때 청와대는 내친김에 집중할 숙제가 있다. 나사못이 빠져 도무지 발을 올릴 수 없게 된 사다리를 손보는 작업이다. 그 상징은 로스쿨 개혁이다. 금수저 학종을 근본부터 고치겠다는 의지라면 가능하다. 절대평가가 진보와 보수의 문제였다면 정부는 굳이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다. 진영 논리를 벗어난 여론은 파괴력이 무섭다. 직속기구로 만들어 직접 교육개혁을 하겠다던 국가교육회의의 의장직을 문 대통령이 슬그머니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교육 사다리를 둘러싼 갈등은 좀체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법하다. 로스쿨 개혁은 그럴수록 정면 돌파할 문제다. 사법시험은 폐지됐어도 법조인 진출 창구를 누구에게나 열어 달라는 요구는 식지 않고 뜨겁다. 금수저 학종 논란 와중에 성토는 더 높아졌다. 대선 공약인 특목·자사고 폐지만 하더라도 취지가 교육 기회의 균등한 보장이다. ‘돈스쿨’의 오명과 음서제의 불신을 털지 못하는 로스쿨은 그런데도 일관되게 개혁의 범주 바깥에 있다. 앞뒤 안 맞는 모순이다. 문 대통령은 노량진 학원가의 대선 유세에서 청년 공시생들에게 “로스쿨을 만든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정책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궁색했던 논리를 바꿔야 한다. 뒤집지 않아도 고칠 수는 있다. 그것은 진보의 자기 부정이 아니다. 진보의 가치를 확장하는 용기다. 대국민보고대회에서 문 대통령은 “댓글 제안 등 직접 민주주의를 국민이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 집단지성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학종과 로스쿨로 무너지는 사다리에 댓글들이 얼마나 좌절하는지, 잠 안 오는 밤에 꼭 한 번 살피시라. 부러진 교육 사다리는 문 대통령의 목엣가시다. 한때 자기 확신으로 삼킨 ‘원죄’ 때문에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목엣가시. 그 가시를 빼야 한다. 농담에서나 나올, 국민 팔할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라면. 흥행 답례는 최소한의 예의다. sjh@seoul.co.kr
  • [교육 플러스]

    방송통신중학교 내년 3곳 개교 한국교육개발원은 충북 청주 주성중, 충남 천안 천안중, 경북 포항 포항중 등 3곳의 방송통신중학교가 내년 개교한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 방송중학교가 운영된다. 방송중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과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을 비롯한 중학교 학력 미취득 학습자에게 정규 공립 중학교 졸업장 취득의 기회를 제공한다. 2학기 中企 취업연계 장학금 접수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 중소기업 취업연계(희망사다리) 장학금 신청을 받는다. 4년제 일반대 3학년 이상, 전문대 2학년 이상 학생 가운데 직전 학기 성적이 100점 만점 70점 이상인 학생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kosaf.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해당 학생에게는 등록금 전액과 매 학기 취업·창업 장려금 200만원을 지원한다. 숙명여대 학생창업지원실 개소 숙명여대가 재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학생창업지원실을 7일 개소했다. 교내 창업보육센터 지하 2층에 마련된 학생창업지원실은 320㎡ 규모에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학생 창업 보육실, 열린 강의장 등을 갖췄다. 이동식 대형 모니터, 프로젝트도 갖춰 프레젠테이션 발표와 시연행사 등을 할 수 있다.
  • “올해엔 악취나는 은행나무 없어요”

    “올해엔 악취나는 은행나무 없어요”

    서울 중구는 악취를 막기 위해 오는 30일까지 가로변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열매를 조기 채취한다고 7일 밝혔다.은행나무는 암그루가 열매를 맺는데 대부분 10월 초부터 여물어 떨어지기 시작한다. 중구는 악취로 인한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가을에는 은행이 떨어지기 전에 한발 앞서 채취하기로 했다. 조기 채취 대상은 중구 내 22개 노선에 걸쳐 분포된 716그루다. 전체 은행나무 가로수 3689그루 중 19%를 차지한다. 열매 채취는 기동반 2개 팀이 실시하며 1개 팀은 인력 8명과 사다리차, 운반트럭 등으로 구성된다. 중구는 지하철 진출입로, 명동·정동길·호텔 앞과 같은 관광객 밀집지, 전통시장, 횡단보도 등 왕래가 많은 곳부터 우선 채취할 계획이다. 구는 이번 조기 채취활동을 통해 약 1t가량의 은행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가을이 되면 시민들은 악취에 시달리고 담당 공무원들은 민원에 시달린다”면서 “올가을에는 발 빠른 대응으로 쾌적한 도심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사람 통하고 역사 흐르는 공존의 물길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사람 통하고 역사 흐르는 공존의 물길

    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5회 ‘서울의 물길-청계천’이 서울 중구와 동대문구, 성동구 청계천 일대에서 지난 2일 진행됐다. 한동안 사대문을 벗어났던 투어 일정이 은평구와 용산구, 광진구, 도봉구, 강북구 일대를 돌고 돌아 다시 시내로 진입했다. 청계천에서 시작하는 서울의 물길 시리즈도 한강 선유도와 중랑천변 서울숲까지 두 번 더 이어질 계획이다. 이날 미래투어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해 ‘대가족 나들이’ 같은 분위기였다. 해설을 맡은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가을 하늘처럼 낭랑한 목소리로 2시간 30분 동안 3㎞가 넘는 복잡한 도심코스를 편안하게 이끌었다.도시에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흐른다. 청계천은 서울이라는 오래된 도시의 원형을 이루는 뼈대 같은 곳이다. 물길을 따라 마을의 입지와 구조가 결정됐고 주민이 구성됐으며 문화가 형성됐다. 서울은 고개의 도시요, 물의 도시다. 서울의 땅 위로는 200여개의 크고 작은 고개가 주름졌고 땅 아래에는 35개의 하천이 굽이쳤다. 이 가운데 원래 서울 사대문 중심을 가르는 내수(內水)가 청계천이다. 서울의 외수(外水) 한강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데 반해 청계천은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풍수학상 조선 500년을 보장한 역수(逆水)이다.청계천 물길이 조선 한양을 5부(五部)의 도시로 만들었다. 청계천 이북은 북부요, 이남은 남부였다. 동쪽 끝자락은 동부이고, 서쪽 끝자락은 서부이며, 물가는 중부가 됐다. 청계천의 존재가 도시를 남북으로 분리하는 이중도시(二重都市)의 유전자를 서울에 심었다.일제강점기 조선사람은 북촌, 일본인은 남촌에 살도록 분리하는 거주지 차별정책으로 이어졌다. 1932년 서울(경성) 인구는 37만명이었고 이 중 71%가 조선인, 28%가 일본인이었다. 인구비율은 7대3이었지만 토지보유율은 3대7이었다. 박태원은 ‘천변풍경’에서 1930년대 경성의 남북을 오가며 사는 청계천변 사람들의 일상을 낱낱이 그렸다.70년대 강남이 개발되면서 청계천을 경계로 한 남북 구분 짓기는 한강을 중심으로 한 강남과 강북 구분 짓기로 확대됐다. 서울의 공간적, 심리적 분리주의가 심화된 양상이다. 조선 내내 청계천을 놓고 구분 짓기가 성행했지만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민초들이 산 청계천 이남에서 지배층의 근거지로 건너가는 사다리는 끊기는 법이 없었다. 무려 86개의 다리가 개천에 놓였다. 고종 때 도성 안에 76개, 도성 밖에 10개의 다리가 놓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광통교, 장통교, 수표교, 효경교, 마전교, 오간수교, 영도교가 대표적이다. 다리는 재질에 따라 다양했다. 돌다리도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나무다리였고 가죽다리, 섶다리, 가마니다리, 징검다리, 배다리처럼 지역 사정에 따라 달랐다. 장마가 지면 떠내려갔기 때문에 위치는 바뀌기 일쑤였다. 청계천은 근대화와 산업화의 이력서다. 도시의 상징에서 도시의 암종으로 극과 극의 부침을 거듭했다. 1958년에 시작한 복개공사로 1977년 물길이 닫혔다가 2005년 재생됐다. 숱한 물난리와 전쟁통에도 살아남은 광통교와 장통교는 원형을 잃었다. 복원된 하천 폭보다 다리가 긴 수표교는 장충단공원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청계천은 준천(濬川)의 산물이다. 조선 21대 영조의 3대 치적이 탕평책과 균역법 시행 그리고 준천이다. 동대문 오간수문 옆 방산시장의 방산(芳山)과 청계천의 명물 수양버들이 준천에서 유래했다. 하천 바닥에서 퍼낸 흙더미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을 뿐, 방산동의 옛 지명은 ‘만들어진 산’ 즉 조산동(造山洞)이다. 거지들이 흙더미에 땅굴을 파고 들어가 살았는데 영조가 이들에게 뱀을 잡아 파는 독점권을 부여하는 바람에 ‘땅거지=땅꾼’이 됐다. 거지패의 우두머리를 ‘꼭지’라고 불렀다. 천변은 서울 꼭지(깍정이)의 소굴이 됐다. 연암 박지원의 풍자소설 ‘광문자전’의 주인공 광문이 꼭지단의 일원이다. 청계천 버드나무는 영조가 홍수 때 제방의 유실과 범람을 막고자 심었다. 세월이 흘러 청계천 풍경의 대명사가 됐다. 청계천을 노래한 시와 그림에 버들개지와 수양버들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청계천을 덮으면서 뽑은 버드나무는 청계천을 여는 과정에서 심지 않았다. 대신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장식했다. 가난했던 시절 쌀밥같이 생긴 화려한 꽃이 좋았다는 서울시장의 취향에 따랐다고 한다. ‘임기 중 완공’이라는 권력욕에 눈이 멀어 역사와 문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복원이라는 미명아래 이뤄진 또 하나의 개발사업이었다. 옛 청계천에는 복원된 다리 22개에다 한강다리 31개를 더한 것보다 33개나 더 많은 다리가 있었다. 청계천 건너기가 오히려 불편해졌음을 알 수 있다. 심리적 소통지수도 다리 수와 비례할 것이다. 청계천 물길은 흐르지만 아직 회복 못한 것들이 많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서울의 근대교육:정동> 집결: 9월 9일(토) 오전 10시 지하철 2호선 서울시청역 10번 출구 앞 신청(무료):서울시 서울미래유산(futureheritage.seoul.go)
  • 체임기업 새달부터 공공입찰 시 감점…최저임금 위반업체 내년부터 불이익

    체임기업 새달부터 공공입찰 시 감점…최저임금 위반업체 내년부터 불이익

    올 하반기부터 임금 체불 기업은 공공입찰 시 감점을 받는다. 또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에 대한 입찰평가 불이익제도 시행된다.박춘섭 조달청장은 6일 연간 55조원의 정부 구매력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공조달시장을 창업·벤처기업의 성장 사다리로 제공하기 위한 ‘공공조달을 통한 국정과제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 입찰과 우수조달물품 심사 기준을 개정한다. 고용·노동분야 위법행위 기업 등에 대해서는 입찰 불이익이 부과된다. 3년 이내 2회 이상 체불로 유죄가 확정되거나 1년 이내 체불총액이 3000만원 이상인 상습·고액 임금체불 사업자에 대해서는 다음달부터 최대 2점이 감점된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에 대한 감점제는 고용부와 관련 정보 공유시스템을 구축한 뒤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또 하반기부터는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정규직·비정규직 사용비중에 따라 가·감점을 부여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키로 했다.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이달 중 신인도 평가체계를 개편해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대한 적격심사 가점 상한을 5점에서 7점으로 확대한다. 우수조달물품업체가 신규 고용이나 정규직 채용을 늘리면 우수제품 지정기간을 기본 3년에서 최대 2년까지 연장해 준다. 일자리 ‘보고’인 창업·벤처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입 완화와 지원체계를 개선해 ‘진입-성장-도약’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한다. 2억 1000만원 미만 물품·용역 입찰은 실적 제한을 폐지해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일반제품의 적격심사 낙찰 하한율을 80.495%에서 84.245%로 상향해 적정가격 및 출혈경쟁을 방지할 예정이다. 벤처·창업기업 전용몰(벤처나라) 활성화 및 구매 편의를 위해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등 12개인 추천기관을 지방자치단체 등 20개 기관으로 확대한다. 공공수요가 많은 품목은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하는 등 성장체계도 구축키로 했다. 박 청장은 “정부조달방식을 개선해 일자리 및 조달기업을 위한 시장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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