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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 뮤지컬로 승부”

    “창작 뮤지컬로 승부”

    ‘주유소 습격 사건’‘신라의 달밤’등을 제작한 영화계의 큰손 싸이더스 FNH의 김미희(43) 대표. 서울 충무로 그의 사무실 한편에는 뮤지컬 포스터 10여개가 줄지어 서 있다.‘저지 보이’‘메리 포핀스’‘사춘기’‘위키드’…. 모두 김 대표의 마음 속에 ‘간택’된 작품들이다. 영화판의 실력가인 그가 뮤지컬 제작에 손을 뻗쳤다. 첫 작품은 11월2일부터 사다리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샤인’. 공연기획사 이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만든 작품으로 2002년 KBS 2TV ‘인간극장’에 방영된 ‘성탄이의 열두번째 크리스마스’를 무대로 옮겼다. “저는 평생 영화인이에요. 그런데 요즘 보면 영화보다 뮤지컬에 더 관객 반응이 큰 것 같아요. 가능성 있는 시장이죠. 산업화가 될 만한 곳엔 돈이 먼저 가죠. 그리고 좋은 인력이 갑니다. 지금 뮤지컬이 그래요.1980년대 영화판에 대기업이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영화보다 뮤지컬이 반응 더 좋아” 그에게 영화와 뮤지컬은 닮은꼴이기도, 다른꼴이기도 하다.“영화는 시나리오 보면 대충 나오잖아요. 이 감독과 이 배우가 붙으면 이렇게 나오겠다. 그런데 뮤지컬은 공연 전까진 감을 못 잡겠어요. 영화는 찍고 나서 편집하면 또 다르지만 공연은 현장에서 볼 때마다 매번 달라요. 위험하지만 매력 있는 이유죠.”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는 과정은 닮은꼴이다. 영화는 작가주의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관객들이 짜증을 내는 반면 뮤지컬은 관객 만족도가 오히려 높아진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는 영화와 뮤지컬이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올라가는 것. 시너지 효과로 산업을 키워보자는 계산에서다.‘샤인’도 내년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내년 4월 조승우가 출연하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도 내후년쯤엔 대형 뮤지컬로 올릴 예정이다. 전용관 설립도 논의 중이다. ●라이선스보다는 창작 김 대표는 한 해에 세 작품은 꾸준히 만들 생각이다. 라이선스보다 창작 위주로 갈 것이라고 귀띔한다.“제가 프로듀서 출신이라 창작이 훨씬 재미있어요. 라이선스는 많이 바꿀 수도 없고 그걸 보고 투자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선택이죠.” 가슴에 와닿는 대중적인 코드, 감동을 줘야 할 때 사람들에게 쉽게 안기는 장면으로 뭉친 뮤지컬이 그가 만들고 싶은 모델이다. 정신지체인 어머니, 거리에서 노래하는 아버지를 돕는 그들의 선물 같은 아이, 성탄이 이야기를 고른 것도 그 때문이다. 성탄이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도 있었지만 자극적인 소재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성공해야 한다는 소박한 소망이 작용했다. 뮤지컬을 잘 모른다며 손사래 치던 김 대표였지만 그의 지적은 예리했다.“창작의 비율이 너무 적어요. 지금의 한국영화도 창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요.” 창작 인력이 부족하고 박스 오피스의 투명성이 적다는 점, 제작자와 창작자 간의 신뢰가 깊지 않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면서 ‘원금 보장’이라는 족쇄를 채워놓은 것도 그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올해 개막한 작품을 거의 다 봤다는 그가 영화판의 신화를 뮤지컬판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中 소년 ‘35m 상공에서 35일 버티기’ 논란

    최근 중국의 한 소년이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작해 중국 내 논란이 일고있다. 17세의 유둥루이(尤东瑞)군이 지난 20일 윈난(云南)성 카이위안(開遠)시에 마련된 35m 높이의 줄위에서 35일간 내려오지 않고 생활하는 위험천만한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 의식주 모두 35m 공중에서 해결해야 함은 물론이고 비·바람이 불어도 지상으로 내려와서는 안된다. 유군은 철제사다리 위에 지어진 약 4㎡(약 1.2평)남짓의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며 그 안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간단한 이부자리만 준비되어 있는 열악한 상황이다.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136시간동안 35m 공중에서 줄타기 등의 묘기를 선보이겠다는 유군의 위험한 도전 선언. 유군은 “집안 대대로 각 지방을 떠돌며 줄타기 공연으로 생계를 이어갔으나 최근 공연만으로는 가족들이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며 “도전에 성공하면 상금을 준다는 주최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 도전을 기획한 주최측은 유군의 안전을 위해 20만위안(한화 약 2500만원)의 보험을 들었다며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기상악화시에는 줄타기 공연을 취소할 수는 있으나 규칙상 유군이 땅에 내려올 수는 없다고 말해 “아이에게 너무 지나친 도전을 강요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공연+전시회]

    [국악] ●그림2007 콘서트 21일까지 토 오후 7시30분·일 오후 3시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 극장. 창작 국악그룹 ‘그림(The 林)’이 새롭게 편곡한 민요 몽금포타령, 군밤타령 및 베트남 연주자와의 협연을 선보인다.2만원.(02)762-9190. ●리얼 코리안 웨이브, 영혼의 춤, 태고의 소리-舞打 27일 오후 6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 오은희 서울예대 교수 등이 새로운 한류를 일구고자 살풀이춤, 승무, 퓨전삼고무, 풍물판굿 등을 공연한다.11월5일에는 오사카에서도 같은 공연이 펼쳐진다.3만원.(02)742-3797. [음악] ●생 마르크 합창단 내한공연 27일 오후 5시 고양 어울림누리, 11월2∼4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5시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영화 ‘코러스’의 주역으로 프랑스의 10∼15살 청소년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첫 내한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3만∼7만원.(02)1544-5955.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의 희망콘서트 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B형 간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콘서트로 올해로 8회를 맞았다. 각각 서거 100주년과 50주년을 맞은 북유럽의 그리그와 시벨리우스의 서정적 음악을 선보인다.2만∼7만원.(02)720-3933.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20일∼12월31일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이현규 연출. 천재가 될 기회를 얻게 된 IQ 68의 중국집 아르바이트생 서인후. 서른 둘에 얻은 지능이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줄까.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4·7시, 일·공휴일 오후 3·6시.3만 5000원.(02)747-2070. ●빙고 19일∼12월 31일 코엑스 아트홀. 이종오 연출. 악천후에도 야간 빙고 게임을 즐기는 유쾌한 3인방, 그녀들에게 낯선 여자가 찾아온다.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4·7시, 일·공휴일 오후 3·6시.5만원.(02)512- 7929. [연극] ●몽연 26일∼12월30일까지. 소극장 모시는 사람들. 권호성 연출. 김지영 출연. 매일 밤 꿈속에서 죽은 남편을 찾아 헤매는 아내 유인우, 그녀의 마지막 선택이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화∼목 오후 8시, 금 오후 4·8시, 토·일·공휴일 오후 3·6시.2만 5000원.(02)741-3581∼3. ●닥터 이라부 2008년 1월13일까지 대학로 상상화이트 소극장. 김동연 작·연출.‘비호감’의사 이라부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오는 각인각색의 환자들이 배꼽을 노린다.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4시30분·7시 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30분·6시30분.2만∼2만 5000원.(02)744-7304. [무용] ●제57회 ‘한국의 명인명무전’25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 성경숙 태평무, 오철주 승무, 정주미 진쇠춤 등 원로·중진 한국무용가의 전통춤.(02)2278-5452. ●안애순 무용단 ‘3 Tenses’ 30·3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세 명의 무용수가 과거·현재·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들을 각각 춤으로 풀어낸 신작. 안애순 안무.(02)522-5476. ●현대무용단 탐 ‘비밀의 변주’ 30·31일 오후 7시30분 서강대 메리홀. 제27회 정기공연 겸 가을신작 무대. 예술감독 조은미 안무.(02)3277-2584. ●재불무용가 김희진 ‘동반’ 11월4일 오후 6시,5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중년 남자의 고독을 통해 현실감 부재를 드러내는 ‘로항의 집’등 3부작.(02)2263-4680. ●이경옥 무용단 ‘눈물’ 11월4일 오후 4시·7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연산군과 장녹수, 광대 공길의 이야기.(02)2263-4680.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면책 받았는데도 취업 차별 왜?

    Q신용불량 생활 3년 만에 파산을 신청하여 면책을 받았습니다. 공짜 휴대전화를 하나 받으려고 신청했는데, 대리점에서 신용이 좋지 않다면서 가입을 거절합니다. 또 제법 좋은 회사에 다니는 선배가 자기 회사에 지원해 보라고 권유해서 지원했었는데 역시 신용 문제 때문에 떨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차별을 할 것이면 면책을 해준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하진(가명·37세) A신용은 지급 능력을 나타냅니다.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소비자 및 다른 기업과 외상거래를 할지 말지 여부를 판단할 자유가 있는 것이 원칙이고 그 판단을 위하여 금융거래의 역사로부터 축적된 신용정보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무자는 파산, 면책으로 과거의 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만 면책을 받는다고 해서 갑자기 재산이 생기거나 소득이 생기는 것이 아니니 신용이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또 면책자라는 특권계급이 있는 것도 아니니 사기업에 대하여 면책 받은 사람의 외상 거래 요청을 거절하지 말라고 규제할 수도 없습니다. 파산, 면책 이후 7년 동안은 면책 받은 사실 자체가 신용 자료가 되는 반면에 이 기간 중에 새로 재산을 취득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신용평점이 좋지 않은 상태는 유지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현대의 대량소비사회에서 신선한 공기같이 당연한 것처럼 느꼈던 렌터카, 전화, 신용카드 등의 서비스에서 외상거래를 거절당하게 되면 면책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컸던 사람은 여러 곳에서 좌절감을 느낍니다. 신용상태에 따라 고용에 있어서 차별하는 것도 자유로운 편이기에 원하던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합니다. 대략은 카펫이 깔린 사무실에서 정장을 하고 근무해야 하는 기업 입사는 거절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렇다고 파산, 면책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보면 그것은 비약입니다. 파산, 면책이 없었더라면 신용불량 상태는 영구히 지속됩니다. 채무를 면제받음으로써 채무자는 버는 소득을 저축을 통하여 자산으로 바꾸어 재기의 사다리를 다시 탈 수 있습니다. 한편 공적인 영역에서는 파산, 면책 사실이 차별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데 지장이 없고, 정부가 직접·간접적으로 통제하는 공사의 경우에도 파산, 면책 사실을 이유로 취업을 거절하지 않습니다. 공적 자금에 의하여 유지되는 금융기관도 파산, 면책 사실만을 이유로는 차별을 하지 못합니다. 서울보증보험주식회사는 면책을 받은 사람에게 신원보증보험증권을 발급함으로써 취업에 도움을 줍니다. 주택금융, 학자금 문제에 있어서도 원칙적으로 차별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면책은 기존 채무를 취소함으로써 그 자체로 신용을 높이기도 합니다. 면책 이후 취업을 하여 통장 거래를 계속한 사람은 1,2년 이내에 신용카드를 이상 없이 발급 받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이것은 면책을 받은 자를 우대하라는 규제 때문이 아니고, 신용거래를 함으로써 이익을 얻으려는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의한 것입니다. 면책을 받은 자에 대한 차별을 제도적으로 시정하기보다는 경제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신용회복의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 [주말탐방] 음식 갤러리 ‘갤리’ ‘천상의 맛’이 떴다

    [주말탐방] 음식 갤러리 ‘갤리’ ‘천상의 맛’이 떴다

    ‘하늘의 정찬´ 기내식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가슴 설레는 해외여행의 동의어가 되기도 하고 기나긴 여정에 활력을 주는 엔터테인먼트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기내식은 맛도 맛이지만 기분으로 먹는다. 기내식은 꽤나 복잡하고 정교한 주문, 생산, 배송, 탑재 과정을 거쳐 승객들의 테이블에 올려진다. 아시아나항공을 찾아 기내식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공항인근 제조업체서 하루 2만끼 만들어 18일 오후 3시40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6번 게이트.4시30분발 싱가포르행 아시아나항공 OZ 751편 승객 270여명이 탑승대기 중이다. 이때쯤이면 많은 승객들이 ‘탑승개시’ 안내를 조바심내며 기다리게 마련. 같은 시각 인천공항 주기장(駐機場) 12번 브리지.OZ 751편 에어버스 A330은 새 손님 맞이로 눈코뜰새 없이 분주하다. 일본 오사카에서 돌아온 지 불과 1시간여 만에 다시 날아올라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 급유·급수와 객실청소가 한창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바쁜 곳이 기내 주방인 ‘갤리(galley)’다. 기내식과 각종 비품이 가득 든 ‘트레이 카트(이코노미석에서 승무원들이 밀어 운반하는 수레)’가 ‘하이 로더(사다리처럼 짐칸이 들어올려지는 특수 화물차)’를 통해 A330 동체의 앞·중간·뒤에 각각 자리한 3곳의 갤리로 쉴새 없이 운반돼 들어온다. 트레이 카트 한 개에는 승객 좌석테이블에 놓여지는 상태 그대로 음식이 담긴 ‘트레이(쟁반)’가 42개씩 들어 있다. 승무원들은 카트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목장갑을 끼고 기내식과 비품을 각기 정해진 자리에 위치시킨다. 일등석·비즈니스석 전용 갤리는 1시간여 뒤 제공될 기내식 상차림으로 승무원들이 더욱 분주하다. 이코노미석과 달리 음식과 용기의 가짓수가 많아 이륙 후에 준비해서는 제때 식사를 제공할 수 없다. 언뜻 남자 힘으로도 벅차 보이는 작업들이지만 잠시도 쉬지 못한다. 갤리에서의 준비가 끝나야만 비로소 대기 중인 승객들에게 ‘보딩(탑승) 사인’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승무원들은 비행기 이륙과 동시에 갤리내 전기오븐을 가동시켜 주요리(사기그릇에 담긴 음식)를 데운다. 통상 20분가량 데워 이륙 후 40분쯤 지난 후에 승객들에게 제공한다. ●가열음식은 급속냉동 후 무균상태 유지 기내식은 공항 인근에 있는 전문 제조업체에서 만든다. 아시아나항공이 소비하는 기내식은 하루 2만끼가량.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이다. 일반 음식점처럼 조리하자마자 바로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불로 가열하는 조리단계 이외에는 항상 냉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주방에서 굽거나 튀기거나 삶은 모든 가열 음식들은 ‘블라스트 칠러’라고 불리는 급속냉동기를 거쳐야 한다. 음식을 최대한 빨리 섭씨 10도 안팎으로 식혀 냉장고에 넣어야만 무균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석 기내식은 빵, 샐러드, 케이크, 드레싱, 버터, 고추장, 소금, 후추, 설탕, 포크, 나이프 등을 조합해 하나의 트레이에 담는 ‘어셈블(assemble)’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트레이들은 냉장용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카트내 선반에 꽂혀 운반된다. 갤리의 오븐에서 데워야 하는 주요리는 별도의 카트에 담긴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기내식은 훨씬 복잡하다. 일등석은 샐러드, 수프, 전채, 주요리, 치즈, 과일, 디저트 등이 차례로 나오는 서양식은 물론이고 한식도 초미, 일미, 이미, 삼미 등 코스로 구성된다. 비즈니스석은 이보다는 다소 간소하지만 코스이긴 마찬가지다. 트레이 카트는 ‘독(출하장)´을 통해 하이 로더에 실려 공항으로 보내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선의 경우 음식용 트레이 카트가 25개 실린다. ●비행 24시간-4시간-1시간 전 ‘3단계 주문´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제조업체에 3단계에 걸쳐 주문을 낸다. 출발 24시간 전 대략적인 탑승객 숫자로 ‘1차 주문’을 하고 비행 4시간 전 ‘최종 주문’을 한다. 비행 1시간 전 마지막으로 ‘추가 주문’이 이루어진다. 막판에 수속하는 승객들을 위해서다. OZ 751편 승무원 심재인(37)씨는 “승객들이 탑승 게이트 앞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는 그 시간이 승무원들에게는 완벽한 기내식 서비스를 위해 가장 바쁘고 긴장되는 시간”이라면서 “쇠고기, 닭고기 중심이었던 기내식이 비빔밥, 쌈밥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승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어 승무원들의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글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기내식 이것이 궁금해요 ●기내식 제공 시간은 노선이나 거리에 상관 없이 출발시간으로부터 40분∼1시간 뒤에 첫 식사가 나온다. 이는 국제 공통이다. 오후 3∼4시처럼 승객들이 지상에서 식사를 마쳤을 법한 시간에 출발해도 마찬가지다. 이 때에는 파스타·오믈렛처럼 가벼운 음식이 나온다. 낮 12시처럼 출출할 시간대에 떠나는 경우는 스테이크, 쇠고기, 감자, 밥 등 든든한 음식이 제공된다. 첫 식사에 앞서 비행기가 안전고도에 오르면(안전벨트 주의등이 꺼지면) 음료수와 땅콩·스낵류가 나온다. ●‘곱빼기’도 가능한가 2인분을 달라고 승무원에게 물어볼 수는 있지만 이코노미석의 경우 “죄송하지만 여분이 없다.”는 대답을 들을 요량을 해야 한다. 탑승인원에 딱 맞춰 음식을 싣기 때문에 일부 승객이 식사를 하지 않아서 남지 않는 이상 추가 제공이 어렵다. 그러나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은 상당량의 여분을 두기 때문에 가능하다. ●제공 횟수와 배식 순서는 8시간 이상 거리(대부분의 아메리카·유럽·오세아니아 노선)는 두 차례, 그 이하는 한 차례 나온다. 첫 번째 식사는 승무원들이 자기 담당구간의 앞쪽 좌석부터 배식한다. 두 번째 식사는 형평성을 고려해 뒤쪽부터 제공한다. ●양식과 한식의 비율은 한국을 출발할 때에는 양식의 선호도가 높아 한식 40%, 양식 60% 정도로 구성된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올 때에는 한식을 많이 찾기 때문에 반대가 된다. 아무리 한국인 승객이 많아도 국제선의 특성상 한식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이지는 않는다. ●개인 맞춤형 주문이 가능한가 종교나 건강상 이유가 있으면 항공편 예약때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어린이용 식사(쿠키, 주스 등)도 미리 예약할 수 있다. ●기장과 승무원들의 식사는 승객용 기내식과 같다. 그러나 기장과 부기장은 서로 다른 음식을 먹는다. 음식 문제로 탈이 나 두 사람 다 조종을 못하게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객실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식사가 끝난 뒤 갤리(주방)에서 두 팀으로 나누어 교대로 먹는다. ●왕복 기내식을 모두 싣고 출발하나 편도 기내식만 싣고 갔다가 돌아올 때 해외 현지공항에서 새로 공급받는 게 기본이다. 현지의 위생상태가 불량하다든지 할 때에 한해 왕복 기내식을 동시에 탑재한다. 한식 비빔밥도 외국에서 표준제조법에 따라 만들기 때문에 국내에서 만든 것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메뉴 개발의 기준은 맛있고 몸에 좋다고 해서 다 기내식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내라는 특수상황이 고려돼야 한다. 미리 만들어 두어도 위생에 문제가 없고 승무원들이 서빙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지나치게 향이 강해서도 안 된다. 서양식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1차적으로 전문조리사가 개발한 뒤 승무원·승객의 현장테스트를 거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14년째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총괄 조희원차장 “웰빙바람에 야채·생수 선호” “기내식에 대한 승객들의 기대치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큰 흐름은 ‘웰빙’이지요. 음식의 칼로리가 얼마냐, 트랜스지방은 없느냐 등 다양한 질문을 받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케이터링개발팀 조희원(45) 차장은 14년째 기내식 운영을 실무에서 총괄해 왔다.1988년 아시아나항공 탄생에 맞춰 입사한 승무원 1기 출신.94년까지 기내 근무를 하다가 사내에 케이터링팀이 생기면서 자리를 옮겼다. 조 차장은 “열량 높은 음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야채가 많은 음식 중심으로 고객 선호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면서 “음료도 요즘에는 주스나 탄산수 대신에 과거 냉대받던 생수를 많이 찾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래서 아시아나항공은 이달부터 대부분 노선의 메뉴표에 음식별 칼로리를 표기하고 있다. 조 차장은 이달 말 ‘숙면음식’의 본격 도입을 앞두고 준비작업에 분주하다. 상추·샐러리 등 음식들을 숙면에 도움되는 음악, 향기와 함께 승객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서비스를 앞두고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승객들의 냉정한 평가 때문이다. 영양쌈밥·김치를 처음 기내식에 도입했을 때도 그랬다.“쌈장과 김치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불만을 쏟아놓지 않을까 밤잠을 설쳤을 정도지요. 하지만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예상 외의 호평들이 나오더군요..” 영양쌈밥은 올 3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국제기내식협회(ITCA) 연차총회 ‘머큐리 어워드’ 시상식에서 기내식 부문 최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연극 ‘상사몽’ 리뷰

    연극 ‘상사몽’ 리뷰

    가로 2m, 세로 90㎝, 높이 60㎝의 서양식 욕조. 전라의 남녀가 객석에 물을 맘껏 튀겨가며 사랑을 나눈다. 땅따먹기 놀이와 태껸, 현대 무용에서 두루 가져온 몸짓에는 힘과 처연함이 함께 흐른다. 관성을 따르지 않는 무대는 연출가 양정웅의 미덕이다. 그가 이끄는 극단 여행자의 신작 ‘상사몽’(相思夢14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은 전작 ‘한여름밤의 꿈’,‘심청’처럼 전통과 미래, 국경을 한꺼번에 섭렵한다. 원작은 조선 숙종 때 쓰여진 것으로 알려진 고대 소설 ‘운영전’. 시를 사랑하는 양평대군은 수성궁 안에 궁녀들을 가둔 채 시를 가르치고 문인들을 초대한다. 궁에서 처음 만난 운영과 유생 풍류랑은 사랑에 빠진다. 운영을 맘에 뒀던 안평대군은 분노와 질투에 사로잡힌다. 연인의 도주를 돕기로 한 풍류랑의 종 특은 운영을 겁탈하고 결국 주인까지 살해한다. 안평도 자신을 거부한 운영을 죽이고 만다. ‘상사몽’은 무대를 자유롭게, 그리고 똑똑하게 쓴다. 관객을 양 옆에 두고 가운데에 펼쳐진 두 단의 무대는 미래의 공간처럼 간소한 순백의 공간. 흰 천을 덮어 조명빛을 받은 무대는 은은한 기운을 뿜어낸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뒹굴다 계단식 무대의 가장자리를 따라 돌기도 하고 객석으로 뛰어나와 울부짖기도 한다. 운영과 풍류랑이 서로의 몸 위를 구르며 하나가 되는 모습이나 풍류랑의 사랑을 구걸하던 무녀가 반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장면은 솔직하게 뱉어내는 감정이 너절하다는 고정관념에 반전을 가한다. 극은 일상의 대화가 아닌 시구로 뻗어나간다. 다듬어진 시어는 고전의 맛과 아릿한 애상감을 주지만 관객이 신경을 써가며 들어야하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흐른다. 이미지에 젖었다가 쉬이 지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언어를 시로, 극 전체를 이미지로 압축하고 생략했다.”는 연출가 양정웅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보다 감성적으로 느껴달라.”는 관전법을 주문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눈뜬 장님’ 현대인을 조롱하다

    ‘눈뜬 장님’ 현대인을 조롱하다

    격자무늬의 무대. 남자 장님 여섯명과 여자 장님 여섯명이 미끄러지듯 사각 틀 안을 맴돈다. 진땀이 난 손에 쥔 지팡이는 무의미하게 허공을 헤집는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신작이자 제10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출품작으로 올라간 연극 ‘장님들’(연출 임도완,6일까지, 남산 드라마센터)은 대답 없는 질문들을 던진다. “아직 안 돌아왔어, 그 사람?”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 아는 사람 없소?” 질문은 공기 중에 허위허위 휘발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우리의 안내자는 왜 돌아오지 않는지. 우리는 다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지. 의문은 자꾸 몸피만 키우고 보지 못하는 장님들은 보는 대신, 핥고 만지고 듣고 냄새를 맡는다. 샅샅이 자신의 위치를 탐색해보지만 엇나가는 관찰과 엉기는 스텝은 우스꽝스러울 뿐. 객석에선 일순 헛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러나 웃음과 진정한 교감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장님들’의 단점이다. 미리 공연 내용을 알고 가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든 ‘의미’ 때문이다. 장님들은 볼 수는 없지만 손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달빛을 감지하고 귓전을 울리는 애잔한 별의 소리도 들을 줄 안다. 관객이 알아차려야 하는 순간은 바로 그 순간이다. 재게 발을 놀리며 살아가는 똑똑한(혹은 똑똑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우리가 바로 작은 사각형 틀 안에서 발을 헛디디는 장님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참을 헤매던 숲에서 어디선가 개가 나타나고 개는 한순간 장님들의 구원자가 된다. 그러나 개는 안내자의 주검으로 장님을 데려간 후 죽고 만다. 이제 더 이상 기댈 곳을 잃은 그들은 미친 여자 장님이 안은 아기의 울음소리와 알 수 없는 발소리를 동시에 들으며 깨닫는다. 아기는 장님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러나 아기의 역할은 알 수 없고 극은 발소리의 주인공을 좇으며 급속하게 닫힌다. 오르간 소리과 바이올린의 현으로 극의 신성함을 높이는 이 연극은 신비하고 초현실적인 무대와 이미지로 현실을 꿰는 벨기에의 상징주의 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다. 극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 특유의 밀도 높은 움직임의 미학과 시적인 정서를 내뿜으며 객석을 낯선 공간으로 이끈다. 그러나 현학적인 질문과 개운하지 못한 결말에 관객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할 듯하다. 작품을 즐기고 해석하는 데 관객의 상상력이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 할지 고민되는 작품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연극]

    ■ 미친 키스 10월21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집착할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네 남녀의 사랑. 엄기준, 김소현, 김정균 출연. 조광화 작·연출. 화∼목 오후 8시 금 오후 6·8시30분 토 오후 4·8시 일 오후 3·6시.3만∼3만 5000원.(02)764-7858.■ 상사몽 10월4∼14일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한국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발굴하는 극단 여행자의 신작. 고전소설 ‘운영전’에 바로크 음악, 병원 철제 침대를 들여보내 동서양의 조화를 꾀한다. 양정웅 작·연출. 월∼금 오후 8시 토·일 오후 4시.1만 5000∼2만 5000원.(02)3673-1392.
  • [연극]

    ■ 휴먼코메디 10월11일∼2008년 9월28일 대학로 틴틴홀.‘가족’‘냉면’‘추적’의 세 가지 에피소드로 인간사=코미디임을 확인케 하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1999년 초연작. 임도완 연출.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ㆍ7시 일 오후 2ㆍ6시.1만5000∼2만원.(02)766-0570.■ 칼의 노래 10월6일까지 대학로 글로브 극장.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연극으로 풀어낸 작품. 노량해전 전날의 이순신을 본다. 주경영 극·연출. 월화목금 오후 8시. 수·토·공휴일 오후 5·8시.2만원.(02)6409-3710.
  • 뮤지컬, 다큐멘터리와 通하다

    뮤지컬, 다큐멘터리와 通하다

    연극이나 영화,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던 뮤지컬이 다큐멘터리에까지 손을 뻗친다. 올 하반기에 등장할 ‘샤인’과 ‘뷰티풀 게임’은 날선 현실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해피엔딩과 환상이 지배하는 뮤지컬에 어떻게 재구성되는가를 보여준다. 두 작품은 각각 가족과 축구팀의 실화를 통해 로맨스 일색인 뮤지컬의 소재를 넓혀줄 것을 기대된다. 창작 뮤지컬 ‘샤인’은 2002년 KBS ‘인간극장’에서 방영한 ‘성탄이의 열두 번째 성탄절’을 바탕으로 만든다. 성탄절에 태어난 성탄이는 거리 공연을 하는 아빠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한다. 정신장애를 앓는 엄마는 집을 지킨다. 방송 당시 12살이었던 성탄이는 올해 17살. 극은 현재의 성탄이로 시작해 가족 각자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11월2일부터 12월30일까지 사다리움직임아트센터에서 선보일 이 작품은 ‘쓰릴 미’,‘스핏파이어 그릴’등을 통해 스타 뮤지컬 연출가로 꼽히는 김달중씨가 연출을 맡았다. 연출을 맡은 김달중씨는 다큐멘터리를 뮤지컬로 가져온 데 대해 “현실 가까이에 있는 얘기라 설득력 때문에 드라마 픽션을 많이 넣을 수도 없고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뮤지컬 형식을 지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기획 면에서는 위험한 시도일지 모른다.”면서도 “현재 뮤지컬의 90%가 로맨틱 코미디인 상황에서 다큐멘터리를 차용해 뮤지컬의 소재가 넓어지면 전체 창작뮤지컬의 스펙트럼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샤인’은 신인 배우 박인규를 성탄이로 내세운다. 최재웅은 극을 이끄는 멀티맨을, 한성식, 양끌님이 부모 역을 맡는다. 싸이더스는 같은 소재를 영화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뷰티풀 게임’도 영국의 한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한다.11월16일부터 내년 1월1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이 작품은 뮤지컬에서 금기시해 오던 인종과 종교·정치적 이슈를 정면으로 마주한다.2000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해 장기 흥행에 성공한 ‘뷰티풀 게임’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고민이 담긴 작품. 웨버는 1998년 말 왜 대부분의 뮤지컬이 기존의 책과 연극,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美 대선 ‘히스패닉의 힘’

    美 대선 ‘히스패닉의 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서 히스패닉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9일(현지시간)에는 대통령 후보들이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정책토론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저녁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대학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 이날 토론회는 미국의 최대 스페인어 방송인 유니비전에서 주최했다. 사회자가 스페인어로 질문을 하면 후보들이 동시통역을 통해 듣고 영어로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후보들의 답변도 동시통역을 통해 스페인어로 중계됐다. 민주당 후보들이 스페인 방송 토론회에 기꺼이 참석한 것은 미국 내에 백인 다음으로 히스패닉 유권자가 많기 때문이다.2005년도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에 따르면 히스패닉 인구는 미국 전체의 14%가 넘는다. 흑인보다 많은 숫자다. 민주당 후보자 가운데 2명은 사실 통역이 필요 없었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본인이 히스패닉 출신이다. 또 코네티컷 출신의 크리스 도드 상원의원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평화유지군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 스페인어가 유창하다. 그러나 후보들 간의 형평성 때문에 두 후보도 영어로 답변해야 했다. 미국 최초의 히스패닉 대통령을 꿈꾸는 리처드슨 주지사는 “미국 내 4300만명의 라틴계 주민들이 스페인어로 토론회를 들을 수 없다는 점이 실망스럽다.”면서 후보들이 영어로 질문에 대답하도록 한 토론 규정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도드 상원의원도 스페인어 솜씨를 자랑할 수 없는 토론 규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는 다른 후보들도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데니스 쿠치니치(오하이오 주) 하원의원은 “집권하면 스페인어를 제2의 국가 언어로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히스패닉들의 관심이 많은 이민 문제가 주요 이슈였다. 토론을 진행한 사회자들은 미국내 불법 이민자 1200만명에 대한 정책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7명의 후보 모두가 집권하면 이민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버락 오바마(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은 케냐 출신인 부친이 이민자로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지난해 미 상원을 통과한 포괄적 이민법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뉴욕 주) 상원의원은 “불법이민자를 돕는 사람을 처벌하는 이민법은 예수 그리스도를 처벌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부시 행정부가 추진중인 멕시코 국경의 장벽 설치를 반대한다면서 “만약 12피트의 장벽을 설치하면 13피트의 사다리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라크 철군 문제도 이날 토론회의 주요 쟁점이었다. 유니비전에 따르면 히스패닉의 3분의2가 이라크 전에 반대하고 있다. 클린턴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과 라이언 크로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가 10일 의회에 제출할 이라크 보고서 내용에 상관없이 미군 철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의원은 이라크 보고서가 ‘군사적 해결책이 없다.’는 이라크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면서 “미군을 철수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일부 미군이 아니라 전 병력을 6∼8개월 안에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awn@seoul.co.kr [용어클릭] ●히스패닉 멕시코 등 중남미 출신 미국인을 이르는 용어다. 라티노, 라틴아메리칸이라고도 부른다.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백인이나 흑인, 아시아인처럼 인종적 개념은 아니며 경제·사회·문화적 개념의 분류다. 히스패닉 가운데도 백인이 있고 흑인과 혼혈인이 혼재한다. 히스패닉은 전통적으로 이민 정책이 관대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히스패닉 표의 40%를 끌어들여 승리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 더부살이 ‘끝’…강북소방서 2010년 신설

    강북구에 2010년까지 소방서가 생긴다. 화재가 나면 이웃 도봉소방서에서 담당해 왔다. 10일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는 2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번동 365의1 일대 북부도로관리사업소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5620㎡ 규모의 소방서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소방서에는 직원 129명에 고가사다리차 등 소방차 18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강북구에는 17개동에 13만 4000여 가구 35만 354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숭인시장 등 재래시장 7곳과 노래방, 고시원 등 대형화재 취약대상 1200곳이 있지만 소방서가 없어 신설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강북구에 소방서가 신설되면 서울 25개구 중 소방서가 없는 자치구는 성동구와 금천구 2개로 줄어든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가을밤 연극, 무용, 음악극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본다.8일부터 10월27일까지 열리는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과 20일부터 10월14일까지 계속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수준높은 해외 공연들을 불러모았다.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의 작품들이 정통성에 치중했다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작품들은 도발적이고 불온한 상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은 국립극장이 올해 처음 마련한 행사로 그리스, 인도, 이탈리아, 터키, 몽골 등 9개국 14개 단체가 참가한다. 신선희 국립극장장은 “국립극장 작품만 모아놓은 축제는 세계적으로 처음일 것”이라며 “각국을 대표하는 극장을 소개하고 세계를 담는 페스티벌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이상우 공연사업팀 책임프로듀서가 꼽은 수작은 그리스 국립극장의 ‘엘렉트라’와 터키 국립극장의 ‘살로메’, 영국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의 희극 ‘사랑의 헛수고’.‘엘렉트라’는 고대 그리스 최고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작품. 엘렉트라의 운명과 심리를 독일의 세계적인 연출가 피터 슈타인이 섬세하게 매만졌다.‘사랑의 헛수고’는 아름다운 프랑스 공주와 친구들을 보고 금욕 서약을 깬 나바로 왕국의 왕과 친구들이 등장해 떠들썩한 웃음을 준다.(02)2280-4115∼6. 7회째를 맞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는 프랑스, 스위스, 이스라엘, 벨기에, 이란, 체코, 독일 등 16개국 38개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김철리 예술감독은 행사의 성격을 “떠들썩한 축제가 아니라 이질적인 문화의 충돌과 진지한 작품을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는 축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호평받은 체코 작품 ‘웨이팅 룸’은 대합실에서 부유하는 여행자를 탁월한 상상력으로 표현했다. 루마니아의 거장 푸카레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현재 산울림 극장에서 공연중인 ‘고도를 기다리며’(연출 임영웅)와 비교해보면 좋을 듯. 우즈베키스탄과 이란, 인도의 연출가가 함께 만든 ‘비극의 여인들’은 그리스 신화 속 비극의 세 여인들을 통해 현대의 갈등을 조망한다. 예술제에서는 해외 작품뿐 아니라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장님들’과 극단 골목길이 일본연출가 하세가와 고지와 함께 만든 ‘서울의 비’등 국내 작품도 소개된다. 공연은 아르코 예술극장과 서강대 메리홀, 드라마센터,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정동극장 등의 공연장과 마로니에 공원, 청계천 등의 야외에서 펼쳐진다.(02)3673-2561∼4.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세계적 CEO ‘맏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발머, 세계적 미용그룹 에이본의 CEO 안드레아 정, 미국 온라인 증권사 TD 아메리카트레이드의 CEO 찰스 슈왑의 공통점은? 바로 형제, 자매 가운데 맏이라는 것이다. 첫째로 태어난 아이들이 동생들에 비해 지능지수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가운데 세계적인 CEO들 중 맏이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CEO조직체 비스타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CEO 1582명의 응답 결과 조사 대상의 43%가 형제, 자매들 중 맏이인 것으로 나타났다.23%는 막내로 태어났고 33%는 나머지 서열들이 차지했다. 투데이가 별도로 실시한 소그룹 CEO 조사결과 비율은 더 높았다. 전체 155명 중 59%인 92명이 첫째였다. 막내라고 응답한 CEO는 18%에 불과했다. 이런 성향은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공통적이었다. ‘사장실을 차지하는’ 맏이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CEO 본인들은 “일찍부터 부모로부터 각별한 관심을 받고 더 큰 기대감의 압력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생들도 돌봐야 하지만 정작 자신들을 돌봐줄 손윗사람이 존재하지 않아 자립심도 키워야 한다. 미국 뉴욕대 심리학과 벤 대트너 교수는 “맏이로 태어난 아이들이 최고 자리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대트너에 따르면 첫째들은 외향적으로 자신감에 넘치며 지배적이고 완고하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과업지향적인 한편 실수에 대해 방어적이고 지위박탈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매카시 빌딩 CEO이자 두 형제 중 맏이인 마이크 볼렌은 “잘한 일로 부모로부터 얻은 신뢰는 모두 챙기고 못한 일은 동생을 비난하는 스킬을 일찍부터 터득했다.”고 고백했다. 맏이의 성향을 이용해 직장에서 승진 사다리를 빨리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적인 CEO들이라고 해서 모두 첫째인 것은 아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CEO 게리 켈리는 “나보다 더 똑똑한 누나 두명이 나를 전방위로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대트너 교수에 따르면 맏이 CEO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점진적으로 개선시키는 면에서 뛰어났다. 반면 ‘비맏이’ CEO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현재 상태에 도전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학벌을 깬 사람들] (10) ‘중학 중퇴’ 맥가이버 박병일 자동차 명장

    [학벌을 깬 사람들] (10) ‘중학 중퇴’ 맥가이버 박병일 자동차 명장

    “노력하지 않고 학력을 꾸며 인생의 사다리를 올라가려는 것은 비겁한 짓입니다. 솔직함을 잃은 인생이 무슨 소용있겠습니까.” 자동차 정비 명장 박병일(51)씨의 회사 ‘카123테크’에 들어서면 ‘못 고치는 차, 확실히 고쳐드립니다’란 캐치프레이즈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어디에서도 못 고친 차를 그만의 노하우로 고쳐낸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중학교 중퇴’의 학력인 그는 전세계 자동차공학 엘리트들을 제치고 1999년 가장 먼저 오토매틱 차량의 급발진 원인을 규명해내 ‘자동차 명장(名匠)’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2002년 정비업계 최초의 자동차 명장으로 선정된 박씨는 “제 인생 이야기 들어보세요. 못 고치는 학력 콤플렉스까지 말끔히 고쳐드립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지식은 고이면 썩는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씨의 집은 꽤 넉넉했다. 전통 ‘기와장이’었던 아버지의 사업이 새마을운동으로 기울면서 박씨는 장남으로 생계를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됐다. 박씨는 70년 15세의 어린 나이에 중학교를 그만두고 버스회사에 들어가 자동차 정비일을 시작했다.“나이가 어려 받아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결국 영등포에 있는 버스회사에 1년 동안 돈을 받지 않고 숙식만 해결해 주는 조건으로 취업했죠.” 자동차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자동차에 흥미를 갖게 된 박씨는 자동차 구조 연구에 매진했다.83년에는 유명 자동차 기술인들과 모여 ‘한박 자동차 연구회’를 조직했다. 이때 박씨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당시만 해도 미래형 엔진으로 불렸던 ‘전자제어 엔진 자동차’. 당시 엔진이 기계 분야에 한정돼 있었다면 전자제어 엔진은 전자 분야가 접목된 차세대 엔진이었다. 전자 분야에 문외한이었던 박씨는 한 달에 70만원의 거금을 쏟아부어 전자 분야 개인교습을 받아 공부에 몰두했다. 주위에선 ‘수십년 뒤에야 나올 엔진’이라며 만류했지만, 박씨는 독학을 멈추지 않았다. 86년 국내 최초로 전자제어 엔진 자동차가 출시됐다. 이때부터 박씨의 주가는 급등했다. 전자제어 엔진 전문가는 국내에 극소수였기 때문에 박씨의 희소가치는 컸다. 학원에서 전자제어 엔진 관련 강의도 했고, 매스컴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다. 박씨는 이때부터 현장 기술자 20만명에게 무료로 기술을 전수해주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이런 박씨를 어리석다고 말했다. 자신만 알고 있는 기술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텐데 남에게 알려준다는 걸 이해하지 못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지식은 고이면 썩는 것입니다. 최고 기술도 몇 년 흐르면 구닥다리가 되죠. 다른 것을 더 개척하면 되는 겁니다.” ●연구 결과 연구소서 문전박대 일쑤 박씨의 가장 큰 업적은 99년 세계 최초로 자동차 급발진의 원인을 규명한 것이다. 이때 박씨는 급발진이 전자제어 엔진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운전자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죠. 사비를 털어 차 5대를 구입해 엔진에 이상 신호를 보냈더니 모두 급발진이 일어나더군요.” 그러나 이를 인정받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구 결과를 모 자동차 전문 연구소에 가져갔을 때 학교도 나오지 않은 변변치 않은 카센터 사장이란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결국 박씨는 한 자동차 잡지사의 도움을 얻어 기고를 하게 됐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초로 급발진의 원인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가장 강한 무기는 ‘솔직함’ 박씨에겐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학력 위조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그 역시 학력 때문에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분 이해가 된다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학력을 노력으로 이겨 보겠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저는 중학교 중퇴라는 학력을 이기기 위해 자동차 연구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부했고요.” 박씨는 노력하지 않고 올라 가려는 것, 그것은 가장 강한 무기인 솔직함을 버린 비겁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아버지께서 저에게 가장 강조하셨던 말이 있습니다. 항상 솔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솔직하지 않은 인생은 학력을 얻은 대신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무기를 잃은 셈입니다.” 글 사진 인천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인권·환경 강조… 세금 많이 거둬 복지강화

    [정책선거 원년으로] 인권·환경 강조… 세금 많이 거둬 복지강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민주노동당 경선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권영길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지만, 노회찬·심상정 후보의 ‘대선후보 교체론’도 만만치 않다. 진보정당의 세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비전을 점검해 본다. 1. 3인3색 정책 공약 ‘크고 강력한 정부, 사회 소수자에 대한 관심.’ 민주노동당 대선 경선의 권영길·노회찬·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큰 틀에서 전통적 좌파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를 강화하고,‘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가해 ‘시장실패’를 극복하겠다고 밝힌다. 부동산 투기 근절,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교육 3불(不)정책 유지 등의 공약에서 이런 기조가 드러난다. 인권·환경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서 보수 진영과 차별성을 찾을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에 한목소리를 낸다. ●권영길 후보는 권 후보 공약의 초점은 ‘통일’이다. 남북 긴장관계가 완화된 상황에서 통일의 물꼬를 트는 ‘통일 대통령’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권 후보의 통일공약인 ‘코리아 연방공화국’ 정책은 3단계로 구성된다.2009년까지 ‘통일국가 준비기’를 거쳐 2010년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출범하고 2012년까지 이행기를 거쳐 2013년 통일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권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10대 의제’를 제안하고 있다. 통일을 국시로 명문화하는 ‘통일헌법’ 제정,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군축과 동북아 협력안보체제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권 후보는 남북정상 핫라인 구축,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3단계 남북관계 공동조치’를 제안했다. ●노회찬 후보는 노 후보는 ‘복지 카드’에 방점을 찍는다. 일자리, 교육, 의료, 주택문제만큼은 모두가 평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4대 기본권 국가완전책임제’가 핵심이다. 노 후보 측은 “복지는 오롯이 국가의 책임”이라며 “4대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사적 소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가계부 혁명’ 공약이 눈길을 끈다. 출산, 보육, 노인수발 등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공공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공공복지서비스’ 공약이나, 파트타이머와 장기실업자를 위해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는 실업부조 제도도 주요 공약이다. 복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유세·사회복지세 등의 세금을 부유층으로부터 걷는 방안도 제시한다. ●심상정 후보는 심 후보는 ‘서민경제’에 초점을 맞춘다. 국내 서민경제, 한반도 평화경제, 동아시아 호혜경제에 집중한다는 ‘세 박자 경제론’이 기본 틀이다. 그중에서 ‘세 박자 주택정책’,‘서민금융 세 박자 방안’ 등 생활에 밀접한 주택·서민금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다. 임대소득 비과세 특혜를 폐지하고 무주택세대주에게 아파트 분양 청약자격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쪽방·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주거빈곤층을 지원하는 ‘지하방 탈출 사다리 정책’도 눈에 띈다. 고금리 사채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해 서민은행 설립, 서민금융기금 모금, 서민의무대출법(금융기관이 총자산의 일정액을 저소득 서민 지원에 사용하는 제도) 제정을 주장한다. ●“공감대 확보 미흡” 전문가들은 후보 3인의 공약에 대해 “추상적 구호에 그치는 공약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태호 전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증세를 할 때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가 제시되지 않으면 조세저항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원은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답변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조건 정규직화를 주장할 게 아니라 ‘비정규직의 결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홍식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이 유연화된 상황에서 부자들을 향해 무조건 증세를 외치기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지에 초점을 맞춰 사회보험체계나 인적자본 투자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 눈길끄는 생활밀착 공약 바야흐로 ‘쩨쩨한 공약’의 시대다. 국가와 민족을 운운하는 거대담론보다 아이디어 톡톡 튀는 생활밀착형 공약이 더 환영받는 탓이다.‘생활 속의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들의 공약, 어떤 게 있을까. ●친환경 ‘산소 적립카드’ 권영길 후보는 바이오디젤 연료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산소카드 발급제’를 약속했다. 산소카드란 화물운송 노동자들을 위한 것으로,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에 따라 캐시백이 쌓인다. 이렇게 적립된 캐시백은 고속도로 통행카드를 살 때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한다는 방안이다. 바이오디젤을 독립적인 수송에너지로 법제화하고, 경유와 바이오디젤의 혼합 비율을 현행 0.5%에서 1%로 높이는 등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성간 결혼도 가능? 노회찬 후보는 ‘성 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우리나라에서 동성간 결혼도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노 후보 측은 “성 소수자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 권리가 있고 다른 가족처럼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방송인 홍석천씨 등 성 소수자와 자주 만나며 자연스레 체득한 공약”이라고 밝혔다. 노 후보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성전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날씬한 여성만 미인이냐” 심상정 후보는 여성의류 생산업체가 모든 신체사이즈의 옷을 만들어 파는 것을 의무화하는 ‘빅사이즈 옷 제작 의무화’공약을 내세웠다.‘날씬해야 미인’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이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받는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공약이다. 이를 어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1억원 이상의 벌금이나 공장 폐쇄 등 강력한 처벌조항도 뒤따르게 된다. 심 후보 측은 “진보가 딱딱하고 무겁다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3. 민노당의 과제는 ‘좋은 공약은 민노당에 다 있다.’는 평가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동시에 ‘그 공약, 실현될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민노당이 공약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대중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더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공감대 형성해야 집권도 가능”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것은 민노당의 집권 가능성과도 연관이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 18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권영길 후보 0.8%, 노회찬 후보 0.4%의 지지율을 보였다. 민노당 법제실장을 지낸 김정진 변호사는 민노당의 비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설득의 문제”라며 “민노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증세도 우리나라 세금부담률이 높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데올로기·거창한 구호 벗어나야” 민노당의 과제는 국민들에게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납득시키는 데 있다. 하지만 자주파(NL)·평등파(PD) 등 정파 논쟁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념에 따른 정파간 이해관계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당내 최대 정파인 NL이 권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자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일제히 반발한 것은 전형적인 사례다. 민노당 당원인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진보정당이 아니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나 통일 문제 등에서 구태의연한 정파적 입장을 반복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진 변호사는 “민노당이 삶과 직결된 문제보다는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집중해온 측면이 있다.”면서 “민노당이 학교급식운동,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지지기반을 넓혀온 것처럼 민생활동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용대 민노당 정책위의장은 “당이 언제나 거창한 구호만 내세운 건 아니다.”라며 “서민과 노동자가 당으로부터 혜택받을 수 있는 방안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금태섭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린드버그 베이비 사건’

    1932년 3월1일 밤, 찰스 A 린드버그의 생후 20개월 된 아이가 침대에서 사라졌다. 살이 부러진 사다리가 창문에 걸쳐져 있었고 창틀에서는 협박편지가 발견되었다. 맞춤법이 틀린 조잡한 글씨로 ‘아이를 데리고 가니 5만달러를 준비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서양 단독비행에 성공한 린드버그는 미국사회의 영웅이었다. 유력 정치인의 딸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그를 미국 사회의 귀족으로 여기고 동경하던 사람들은 단란한 가정의 평화를 깨뜨린 범죄에 경악했다. 모든 계층의 미국인이 동정을 표시했고 당시 후버 대통령은 아이-린드버그 베이비로 불리게 되었다-를 찾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유괴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였지만 아이를 돌려받지 못했고 실종 50여일 후 1.6㎞ 떨어진 숲에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수사기관은 범인을 찾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2년 반이 지난 후, 유괴범에게 지불한 것과 같은 일련번호의 돈을 은행에 입금하던 리처드 하우프만이란 사람이 체포되었다. 그의 소지품에서도 돈이 나왔고 집에는 1만 4600달러가 숨겨져 있었다. 하우프만은 아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돈일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배심원들은 유죄평결을 내렸고 결국 그는 1936년 4월3일 전기의자에서 최후를 맞았다. 이 사건 이후 유괴를 연방범죄로 규정하는 ‘린드버그 법’이 제정되었고 아가사 크리스티는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을 썼다. 그러나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을 면밀히 조사한 많은 학자들과 실무자들이 하우프만은 진범이 아니며 린드버그 가(家)의 고용인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에 명백히 하우프만이 범인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도 많다. 양쪽에서 별다른 이론이 없는 부분은 이 사건의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하우프만의 재판을 담당한 판사는 배심원에게 이렇게 말했다.“검찰측 증인의 증언을 믿지 않을 이유가 하나라도 있습니까? 노인이 설마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변호인은 하인들의 도움을 받은 갱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그걸 인정할 증거가 있습니까?” 이런 편파적인 설명을 들은 직후 배심원들은 유죄 평결을 내렸고 이 재판은 불공정한 재판의 본보기 중 하나로 역사에 오명을 남기게 되었다.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들이 참여하는 재판이 열린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건전한 상식에 따라 법정에 제출된 증거를 보고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다. 재판의 주체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사법의 신뢰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훈련받지 않은 배심원들은 선입견에 사로잡히거나 잘못된 절차에 영향을 받기 쉽다. 우리나라에서도 린드버그 사건 재판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어렵게 도입한 새로운 제도가 시행착오 없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법률가들과 재판에 참여하게 될 일반 시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거실을 서재로 ‘라이브러리 하우스’

    거실을 서재로 ‘라이브러리 하우스’

    “아직도 거실에 TV를 ‘모시고’ 살고 계시나요?” TV 전원을 끄는 가정이 점차 늘고 있다. 가족들간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TV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와 맞물려 요즘 거실을 서재로 바꾸는 경향이 솔솔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아파트의 설계까지 바꿔 놓고 있다. 최근 모 주택건설사는 ‘라이브러리 하우스’ 개념을 도입, 요즘 유행하는 북카페나 호텔 라운지처럼 여유 있는 공간을 아파트 안으로 끌어들였다. 말 그대로 대형 도서관처럼 거실의 한쪽 벽 전체를 빌트인(붙박이) 서가로 구성, 많은 양의 책을 보관·관리할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입추도 지나고 가을이 멀지 않았다. 을이 오기 전 집안에 ‘우리만의 작은 도서관’ 하나 꾸며 보자. ●잘 고른 책장 하나로 집안분위기 대변신 거실을 서재로 꾸밀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가족 구성원이다. 초등학생 정도의 자녀가 있는 경우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학습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좋다. 아이들 책은 크기가 다양하므로 책장의 수납 규모가 고려돼야 하고,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운 책상이 준비돼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평형대의 맞춤 서재 인테리어를 제안해 인기를 얻고 있는 마샤아이디(www.mashaid.com)의 디자이너 한지연 실장은 “요즘 유행하는 서재 인테리어가 주택의 공간에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고 평가한다. 서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수납과 포인트 인테리어의 역할을 동시에 맡는 책장이다. 벽 전체를 책장으로 만들 경우 기존의 벽과 조화를 이루는 색상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대형 책장을 맞춤 주문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수납해야 할 책의 크기와 수량. 책의 크기에 맞추어 책장을 짜 넣으면 좁은 공간도 훨씬 넓어 보이게 한다. 거실 마감과 어울리는 색상을 선택해 통일성을 줘야 멋스럽고 깔끔해 보인다. ●가구 배치가 중요하다 반드시 벽 전체를 책장으로 만들기 위해 맞춤 책장을 짜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책장, 책상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제품을 이용할 경우 가구 배치는 책상을 기준으로 한다. 책상의 네 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과감히 중앙으로 배치한다. 가족이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책을 읽는 순간부터 거실의 분위기가 바뀐다. 책상은 움직일 수 있도록 바퀴를 달거나 부직포를 바닥에 대면 좋다. 아이들이 놀 때나 손님이 방문했을 때 책상을 바로 옮겨 거실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가구에 컬러를 입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밝고 경쾌한 색을 주로 사용한다. 차분한 색도 좋지만 강렬한 원색도 과감하게 써본다. 파란색도 권해볼 만하다. 공간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넓은 공간이 색색으로 꾸며지면 공간은 물론 사람도 산만해지기 쉽다. 색상을 한가지로 통일한다. 다만 지루함을 막기 위해 톤온톤(동일 색상을 명도 차이가 나도록 배색하는 것)으로 꾸미는 것이 멋스럽다. 독특한 디자인의 책장과 서재용 가구를 제작 판매하는 퍼니그램(www.furnigram.com)에서는 원색, 파스텔 등 다양한 컬러의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북카페에서 볼 수 있는 원색 컬러의 책장이 즐비하다. 건축가 출신의 디자이너가 기획하는 제품으로 비대칭 디자인 등 독특한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어 좋다. 또한 크레이트앤배럴, 이케아 등의 수입 가구를 판매하는 오소몰(www.osomall.com)에서도 대형 사다리 형태의 책장 등 재미있는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어 눈길을 끈다. ●서재의 완성은 조명으로 오래 앉아 책을 읽다 보면 눈이 피로해지기 쉽다. 기존의 거실 조명은 웬만하면 바꾸는 것이 좋다. 서재의 조명은 너무 밝게 하는 것보다는 눈이 피로하지 않을 만큼 은은하고 일정한 조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면 좋다. 또 한두 개의 스탠드를 보조 조명으로 활용한다. 보조 조명은 책을 보는 위치나 사람에 따라 조절할 있도록 가볍고 움직이기 편한 제품으로 선택한다. 거실은 대부분 한쪽 벽면이 통창인 경우가 많아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강할 수 있으므로 커튼이나 블라인드의 준비도 필요하다. 최은선 스타일칼럼니스트 aleph@nate.com ■사진 및 자료제공:마샤아이디, 오소몰, 퍼니그램, 현대산업개발
  • [산이 좋아 산으로] 강원도 삼척 덕항산

    [산이 좋아 산으로] 강원도 삼척 덕항산

    약 82개의 동굴이 산재해 있는 ‘동굴도시’ 강원도 삼척. 덕항산(德項山·1071m)은 그 중에서도 동양 최대 규모의 환선굴을 비롯해 관음굴, 사다리바위바람굴, 양터목세굴, 덕밭세굴, 큰재세굴 등 6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굴들을 품고 있다.30℃를 웃도는 한여름 산행 후 10∼15℃를 유지하고 있는 서늘한 동굴 속 탐험, 계곡산행과는 또 다른 여름 산행의 묘미가 아닐 수 없다. 덕항산은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한내리에 걸쳐 있으며 백두대간 상의 두타산과 매봉산 사이에서 서쪽으로 태백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태백 쪽 산의 서쪽은 완만하고 동쪽 삼척 방향은 가파른 협곡을 이룬다. 옛날부터 삼척 사람들이 이 산을 넘어오면 화전을 일구기 좋은 편편한 땅을 만날 수 있는 덕을 봤다 하여 덕메기산이라 불렀으나 한자로 표기하면서 덕항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덕항산 자락인 도계읍 신리와 신기면 대이리에서는 화전민들의 주거지였던 ‘너와집’과 ‘굴피집’을 찾아볼 수 있다. 덕항산 산행 들머리는 골말과 환선굴, 태백 하사미 방면 등 크게 세 군데로 나뉜다.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산길은 골말에서 출발하여 장암목이 능선을 타고 올라 장암밭목(쉼터)에 이르는 길이다. 이곳에서 덕항산 정상을 거쳐 태백 방면으로 내려갈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상에서 되돌아와 환선봉(지각산)을 거쳐 환선굴 방면으로 하산한다. 환선봉이라는 돌로 된 표지석 뒤쪽으로 50여m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시야가 트인 전망대가 있으니 들러보는 게 좋다. 환선굴을 들머리로 하는 코스도 골말에서 오르는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이리 관광단지 입구에서 포장도로를 한참 올라 환선굴을 관람한 후 자암재를 거쳐 환선봉에 이른다. 이후 덕항산 정상 근처의 쉼터에서 골말이나 태백 방면 예수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정상을 거쳐 구부시령을 지나 예수원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오후 시간대에 환선굴 관람객이 몰리기 때문에 산행 전에 동굴 관람을 하는 코스로 적당하지만 환선굴∼지암재 구간의 경사가 심한 편이라 산행 초반부터 무리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대신 구석구석 땀을 식히기 적당한 천연동굴이 있고 간간이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가 있어 지루하지 않다. 태백 하사미 방면에서 오르는 길은 예수원을 들머리로 터골을 거쳐 장암밭목으로 이를 수 있으나 정상을 되올라가야 하므로 새메기골을 거쳐 구부시령으로 오른다. 구부시령에서부터는 백두대간 구간. 여기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덕항산 정상을 거친 뒤 그대로 환선봉과 자암재를 거쳐 환선굴 쪽으로 하산할 수 있다. 이 코스는 골말, 환선굴 들머리에 비해 대중교통이 적당하지 않아 승용차로 이동하지 않으면 접근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어느 길을 택하든 산행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산행과 함께 환선굴 관람까지 당일 코스로 충분히 가능하다. 더운 여름철에는 산행 내내 쏟아낸 땀을 서늘한 동굴 속에서 식히기 위해 환선굴 관람을 산행 후로 잡는 게 더 낫다. ●가볼 만한 곳-서늘한 동굴 속에서 여름을 식히자 환선굴은 천연기념물 178호로 1997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 삼척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동굴 입구가 폭 14.2m에 높이 10m로 현재까지 알려진 총 연장 길이 8㎞ 가운데 1.6㎞를 개방하고 있다. 관람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관람객이 많이 몰리는 경우 외길 통로를 따라 줄 지어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동굴 내 크고 작은 폭포와 옥좌대, 사랑의 맹세, 지옥의 다리, 참회의 다리, 만리장성 등 구석구석 볼거리들이 많다. 동굴 내부 기온이 10∼15℃로 바깥 공기와 기온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긴 팔 옷을 준비해야 한다. 환선굴 관람은 동절기(11∼2월) 오전 8시30분∼오후 5시, 하절기(3∼10월) 오전 8시∼오후 5시이며, 매표는 3시간 전에 동굴 입장 완료는 2시간 30분전에 끝내야 한다. 동굴관람료는 어린이 2000원, 청소년·군인 2800원, 어른 4000원이며, 주차요금은 대형 2000원, 소형 1000원이다. 삼척시 대이동굴관리소 033)541-9266. 글 정수정 사진 남영호(월간 MOUNTAIN 기자)
  • [내 인생의 한 사람] 침묵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으라시던 법정 스님

    [내 인생의 한 사람] 침묵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으라시던 법정 스님

    조계산 자락이나 쳐다보다 가거라 오늘은 불가의 스승이신 법정 스님과의 인연을 꺼내려고 한다.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나는 스님의 책을 만드는 일로 불일암에 가끔 내려가곤 했다. 그런데 불일암에 도착하면 스님께서는 일부러 사무적인 얘기를 짧게 끝내시고서는 내게 자연과 접할 휴식의 시간을 많이 주셨다. 내가 스님의 제자라고 하니, 스님 문하에 들어가 고된 수행이나 어떤 가르침의 단계를 거쳤다고 오해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건 아니다. 스님께서는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말씀하시기보다 당신의 삶을 구름에 달 가듯이 언뜻언뜻 보여주셨을 뿐이다. 불가에 이런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한 젊은이가 고명한 선사를 찾아가 제자가 되었다. 제자는 선사에게 많은 가르침을 기대하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선사는 그 젊은이에게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젊은이는 3년을 넘기면서 화가 나 “큰스님, 왜 저에게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까?” 하고 항의했다. 그러자 선사가 “너는 3년 동안 물 긷고 나무 하고 도량 청소를 하지 않았느냐. 그게 나의 가르침이다’고 깨우침을 주었다는 얘기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스님을 가끔 뵙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불일암 뜰에는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세워둔 간판이 있는데, 나는 그 간판을 떠올리며 ‘인생길’을 선택하는 데 내가 가야 할 길인지, 아닌지를 늘 자문하고 답을 얻어왔던 것이다. 스님께서는 무슨 일을 하는 데 있어 가능한 뒤로 미루시는 법이 없었다. 급하신 스님의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을 잘 사는 것이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언젠가 여름에 내려갔을 때, 불일암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하나 사라지고 없었다. 스님께 풍경이 어디로 갔냐고 여쭈었더니, 며칠 전 태풍이 지나갈 때 너무 시끄러워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밤중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떼어버렸다고 얘기하셨다. 나 같으면 귀를 막고 잤을 텐데 스님의 행동방식은 그랬다. 나는 서울로 올라와 인사동으로 나가 망치로 두들겨 만든 방짜유기 풍경을 주문했다. 청아한 불일암 풍경 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훗날 불일암에 가보니 그 풍경은 미풍에 꿈쩍도 안 했고, 스님은 ‘태풍의 대변인’이라고 웃으셨다. 한편, 스님께서는 무엇을 장황하게 말하거나 아는 체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셨다. 이따금 젊은 스님들이 찾아와 스님께 설법을 들으려 하면 호두알만 한 사탕을 주어 입 안에 넣게 하고는 “조계산 자락이나 쳐다보다 가라”고 하셨다. 남의 말에서 지혜를 찾기보다는 침묵 속에서 스스로 체험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 내가 직장 생활이 답답하여 스님을 뵙고 퇴직을 상의하자 스님께서 “다니고 싶은 마음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어떤가” 하고 물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다니고 싶은 마음이 49퍼센트,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51퍼센트입니다”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그만두라”시며 1퍼센트의 마음이 좌절했을 때 극복의지가 될 거라고 하시던 스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산중에 들어와 용케 7년을 잘 버티고 살고 있다. 스님께서 가정방문을 오겠다며 전화를 하고 다녀가시기도 했다. 다행히 스님께서는 스님의 책 <홀로 사는 즐거움>에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촌평을 하셨다. 10여 년 전이었을 것이다. 나는 스님 정수리에 난 상처에 연고를 발라드린 적이 있다. 스님이 사시는 강원도 산중의 오두막은 문설주가 낮아 키가 큰 스님께서 방 안에 들어가시다 그 부분을 다치신 것이다. 그때 스님께서 ‘예전 같으면 당장 문을 뜯어 고쳤겠지만 지금은 내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다’고 하시던 말씀이 귓가에 선하다. 정찬주_ 법정 스님으로부터 ‘무염’이라는 법명을 받은 소설가로, 늘 마음속에 그리던 남도 산중에 집을 지어 초보 농사꾼으로 들어앉은 지 올해로 7년입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 <만행>, 산문집 <암자로 가는 길>, 어른을 위한 동화 <눈부처> 등이 있으며, 최근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소박한 삶의 이야기 <왜 산중에서 사냐고 묻거든>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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