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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애가 담배를 왜 피워” 아이들 앞 흡연에 20대 등짝 때린 아빠 벌금형

    “여자애가 담배를 왜 피워” 아이들 앞 흡연에 20대 등짝 때린 아빠 벌금형

    자녀들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게 화가 나 손바닥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된 50대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1단독 장민주 판사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29일 0시 3분쯤 대전 대덕구 비래동의 한 무인점포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B(22·여)씨를 발견하고 B씨의 등을 손바닥으로 1회 내려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B씨가 A의 아이들이 있는 곳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에 화가 나 “여자애가 담배를 왜 피우냐”고 말하며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길거리 흡연행위에 대해 훈계할 목적으로 한 행동이지 폭행이 아니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 판사는 “현장 폐쇄회로 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폭행이 인정된다”며 “A씨의 폭행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고, 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형을 받은 것 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 이토록 명랑하게 분석한 ‘한국인은 누구인가’ [세책길]

    이토록 명랑하게 분석한 ‘한국인은 누구인가’ [세책길]

    무슨 일만 있으면 버릇처럼 너도 나도 하는 말이 ‘나라꼴이 어찌 되려고’다. ‘헬조선’이라느니 ‘백척간두’니 하는 말은 너무 오랫동안 너무 자주 들어서 한국인을 표현하는 클리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을 거쳐 현재 정부까지, 그리고 십중팔구 다음 정부에서도 우리는 나라꼴이 엉망이라며 비분강개할 듯 하다.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집중, 지역소멸, 남북관계를 비롯한 각종 논란까지. 나라가 절딴나는 듯 보이는 위기신호는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위기가 아닌 적 없는 대한민국은 어쨌든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국제적 위상 역시 계속 올라가고 있다. 불평등 문제를 꾸준히 연구해온 캔자스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김창환과 2022년 인터뷰할 때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이 어떻게 왜 성공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학자가 없습니다. 한국 사회의 앞날을 암담하게 예측하는 연구는 셀 수 없이 많은데 다 틀렸어요. 한국은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헬조선이다 하는 말을 수십년 동안 했는데 정작 경제상황은 계속 좋아지고 있고 불평등 문제도 개선되고 있거든요.” 확실히, 제대로 된 처방을 하려면 진단이 틀리면 안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를 제대로 모른 채 살아온 건 아닐까 싶다.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통일한 실체라 해도 자신이 자리잡은 처지에 따라 다른 관점에서 보일 수밖에 없다. 한때 교과서에 실렸던 ‘한국의 미’라는 글이 있는데, 한국 고고학계의 태두라고 할 수 있는 김원용은 이 글에서 너무 험하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은 완만하고 원만한 산줄기, 물 맑고 공기 맑아 살기 좋은 사계절을 가진 자연을 예찬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뚜렷한 사계절은 극단적인 날씨를 뜻하고, 끝없이 이어진 산줄기란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농사지을 땅 역시 토질 자체가 농사에 썩 적당하지 않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이라는 이웃을 끼고 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좋은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어쨌든 한반도에 터잡은 인구집단, 우리가 흔히 한민족이라고 부르는 이 족속은 악으로 깡으로 꿋꿋이 버텨왔고 독립된 실체로서 존속하고 있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건 살아남았다는 그 자체가 아닐까. 한국인의 원형 창조자, 단군 현종 정도전작가 홍대선이 쓴 <한국인의 탄생>은 여러모로 독특한 한국인론이다. ‘딴지일보’에 연재되어 장안의 화제가 됐던 ‘테무진 to the 칸’에서 보여줬던 재기 넘치는 분석과 입담을 한국이라는 특이한 집단에 적용했다. 저자는 단군, 고려 현종, 정도전을 한국인의 원형을 만든 주인공을 지목하는데, ‘단군’이 한반도라는 자연조건을 결정지었고, 현종이 거란에 맞서 싸우며 민족의 탄생을 이끌었고, 정도전이 한민족의 민족성을 탄생시킨 상징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단군을 통해 분석하는 한민족의 기본조건은 ‘단군이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운 건 기본이고, 산은 너무 많다. 생존투쟁이 몸에 밸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밥상의 유전자가 탄생했고, ‘먹고 살고’ ‘죽지 못해 사는’ 비관적이면서도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민족이 형성됐다. 인구만으로도 압도적인 위협인 중국에 맞서기 위해 산성(山城)을 이용한 전투방식이 자리잡았고 이 또한 민족의 원형질에 각인됐다. 그 원형질에서 활의 민족이 나왔다. 화력중독 포방부가 괜히 하늘에서 어느날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니다. 얼굴마담조차 못 되는 허수아비 왕으로 시작했지만 동아시아 초대 패권국이었던 거란의 침략을 막아내는 전쟁을 이끌어 나라를 지키며 “하늘이 내린 성군”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성을 남긴 고려 현종은 저자가 보기에 한민족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이다. 고려 태조 왕건의 손자이자 신라 왕가의 혈통을 외가로 두었고, 충남 천안 지역 호족에 장가들면서 명실상부하게 고구려, 백제, 신라를 아우르는 존재가 된 현종이 이끈 고려수호전쟁이야말로 한민족을 하나로 모은 진정한 통일의 과정이었다. “현종은 거란과의 모든 전쟁이 끝난 후 아직 살아있을 때부터 하늘이 내린 성군이라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는 심지어 조선왕조에서도 한반도 역사가 낳은 특출난 성군으로 우대받았고, 조선왕조는 그에게 제사를 올렸다…단군이 신화적이고 상징적인 시조라면, 현종은 실존했던 진짜 단군인 셈이다(204쪽).” 그렇게 형성된 집단에 특정한 특질을 부여한 건 정도전이다. 저자는 “조선은 임금이 나라를 사유화한 게 아니라, 사대부가 임금을 국유화한 나라다… 조선의 주권자는 임금이었고, 혁명 주체는 사대부였으며, 혁명의 목적은 백성의 삶이었다(222~223쪽)”고 지적하면서 이를 “임금의, 사대부에 의한, 백성을 위한(223쪽)” 통치 체제로 규정했다. 500년을 이어온 그 체제야말로 21세기까지 한국인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민족적 특성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민족성에 각인된 조선 체제, ‘임금의, 사대부에 의한, 백성을 위한 나라’‘임금의’ 나라는 기본적으로 조선이 왕정국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임금이라고 해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조선에서 임금은 ‘사대부에 의한 나라’에 갇힌 “존귀한 포로”였다. 임금을 포로로 잡은 사대부 역시 자신들에게 스스로 부여한 도덕률의 포로가 되어야 했다. 저자가 보기에 사대부란 “공부하는 사람이면서, 자신이 아닌 다수의 타인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264쪽)”이었다. 저자는 선비의 나라 조선의 멸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대부에게 예법은 언제든 필요하면 사명을 다하기 위한 오랜 준비운동이었다. 그런 사대부가 쓰임 받지 못하는 세상이 오자 조선은 멸망했다(274쪽).” 조선은 백성의 삶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국가이념을 표방하며 탄생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부족한 점이 적지 않겠지만 당시 기준으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은 충분히 됐다. 조선에서 “임금과 사대부는 백성의 욕망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통제했다(277쪽).” 저자는 외국인 여행객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했던 ‘밥 많이 먹는 조선 사람’ 사례를 길게 언급하면서, 최소한 백성들이 맘껏 먹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국가를 재조명한다. 사람에게 생로병사가 있듯이 국가도 그렇다. 조선 역시 생로병사를 거치며 망했다. 재수 참 없게도 하필 죽을 때쯤 산업화를 배우고 제국주의도 배운 일본이 조선을 노리고 침략해 들어왔다. 그렇게 조선은 500년의 성취보다는 망한 나라 혹은 망해야 할 나라라는 이미지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이제는 식민지 트라우마를 벗어나서 조선을 곰곰이 재평가할 때도 됐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조선은 죽었다. 대한민국은 조선의 무덤 위에 세워진 집이다… 조선은 한국인에게 혁명적 기질과 못된 성깔을 물려주었다. 조선인의 시신에서, 마침내 한국인이 태어났다(335~336쪽).” 솔직히 말해서, 이 문장에 밑줄을 그으면서 저자가 보여준 통찰력이 단순한 입담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한국인의 탄생’은 참신하고도 통찰력 있는 한국인 분석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이해하고 해석하는 한국인 분석이 보편적 공감을 받으려면 꼭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있다. 한반도 북쪽에 들어선 조선의 또다른 후예 국가, 우리가 흔히 북한이라는 근본없는 이름으로 부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최근 들어 김정은이 ‘두 국가’를 거론했다곤 하지만 오랫동안 민족주의와 통일, 항일무장투쟁을 국가정통성의 근본으로 삼아온 게 조선이었다. 또한 이 나라는 저자가 공들여 분석한 단군, 현종, 조선의 직계후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나라가 보여주는 모습, 이 나라가 거쳐온 경로는 왜 이토록 한국과 다른가. 국가와 민족의 불일치라는 모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책 역시 ‘남과 북의 유사성’을 책 곳곳에 전제로 깔고 있으면서도 제목부터 주요 내용은 줄곧 ‘한국인’으로 쓰고 다룬다. 예전같으면 ‘한민족의 탄생’이라고 쓸 법도 하지만 분단 80년을 바라보는 지금 시점에선 그마저도 어색해져 버렸다. 저자는 “한국의 역사는 단절된 적이 없다. 단절된 곳이 있다면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다(351쪽)”라고 하여 한국=한민족인 듯 표현하지만 실제 다루는 분석은 거의 전부 남한이라는 점에서 불일치가 도드라진다. 이래저래 진정한 한국인의 탄생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뱀다리[蛇足]이 책은 2023년 11월 초판이 나왔다. 2024년 10월 개정증보판이 나왔는데, 귀주대첩을 분석한 짧은 글을 추가했다는 것 말고 가장 눈길을 끈 건 책 표지디자인이다. 초판에는 기와집 처마가 날렵하게 하늘을 향하는 사진을 썼는데, 개정증보판에는 큼지막한 통마늘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마늘이라는 존재 혹은 상징은 책에서 내세우는 주장과 꽤 잘 어울리는 물건이다.
  • 역제곱의 법칙, ‘재미’를 찾는 나와 사건의 거리 [이광식의 천문학+]

    역제곱의 법칙, ‘재미’를 찾는 나와 사건의 거리 [이광식의 천문학+]

    재미란 무엇인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말 ‘재미’는 원래 ‘양분이 많고 좋은 맛’이라는 한자어 ‘자미’(滋味)에서 온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이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재미는 이처럼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부연하자면, 재미란 어떠한 것에 대한 흥미이고 그것에 관한 일종의 만족감이자, 마음이 편한 기쁨, 즐거움, 떠들썩한 유쾌함 등으로 정의된다. 이런 재미는 사람의 수많은 육체적-정신적 활동에서 비롯된다. ​인류는 본능적으로 재미를 추구해왔다. 춤과 노래, 축제와 게임 등이 그 대표적인 목록들이다. 이러한 성향을 유희정신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뛰고, 소리치고, 노는 유희정신은 어린아이들의 행동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이들에게 재미는 놀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미를 추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놀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능력, 즉 잠시만이라도 무한히 즐길 수 있는 능력과 관련된다.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는 “인간은 놀이를 즐기고 있을 때만이 완전한 인간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희는 인간 활동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 ·정신적 요소의 하나인 것이다. ​재미는 또한 사람들의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고 삶의 보람을 주기 때문에 때때로 ‘인생의 즐거움을 더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윤활유로 간주되며, 인간의 육체적-심리적 상태를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재미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의 속고갱이가 바로 다름 아닌 재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찍이 장자(BC 369-286)는 “인생은 한바탕 신명나게 잘 놀다 가는 놀이터”라고 ‘소요유(逍遙游)’편에서 설파했다. ​근엄한 유교문화 속에서 오래 몸담고 살아온 우리는 자칫 이 재미란 항목을 가벼이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태도라 하기 어렵다. 사람에게 행하는 어떤 교육도 재미가 없으면 임팩트가 없고 따라서 입력이 잘 안된다. 재미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사람은 그것을 잘 받아들이고 임팩트를 느끼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재미가 없는 영화, 재미없는 소설은 만들 것이 못되며 재미없는 강의나 수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 재미있는 수학은 수포자를 줄일까​그러면 어떤 요소가 사람을 재미있게 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요소들을 들자면, 극적인 변화, 통찰과 개안(開眼)을 주는 것, 상상을 벗어난 것, 놀라운 반전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재미는 또한 하나의 중요한 속성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역제곱 법칙이라는 것이다. 이 역제곱 법칙은 특정 물리량에 해당되는 정보가 보존되면서, 그 원인으로부터 정보가 3차원 공간을 퍼져나갈 때 만족하는 법칙이다. 예컨대 촛불을 2배 먼 거리에서 보면 그 밝기는 4분의1로 줄어든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 대표적인 역제곱 법칙의 하나인데, 두 물체 m1, m2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은 두 물체 사이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재미 삼아 공식을 내려놓으면 다음과 같다. ​재미의 역제곱 법칙은 중력의 법칙처럼 ‘나’와 ‘사건’ 사이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외신에 이런 뉴스가 떴다. ‘미국 앨라배마주의 흑인대학으로 알려진 터스키기 대학에서 10일 새벽(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고 AP 통신 등 미국 언론이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상사처럼 반복되는 미국의 총기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관심을 불러일으킬까? 우리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총기의 나라 미국에서 툭하면 벌어지는 사건이니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의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사는 아파트 같은 동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면 누구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관심을 쏟을 것이 분명하다. 재미의 역제곱 법칙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어떤 사건이 나와 가깝고 때로는 직결된 것이라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자기의 손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손익에는 민감하게 마련이니까. 따라서 우리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하려 할 때는 그 ‘사건’이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점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이 지점을 놓쳐버리면 영화든 소설이든 강의든 성공하기 힘들다. ​고3 교실의 3분의2는 수학을 포기한 학생, ​‘수포자’라고 한다. 이것은 꼭 수학이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인류 최고의 천재로 게임 이론을 창시한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폰 노이만은 “수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아이들을 수포자로 만든 더 큰 원인은 수학 교사가 이들이 ‘수학 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 어렵기만 한 수학이 대체 내 삶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하고 생각하게 되면 수학은 재미없는 과목으로 전락한다. 그렇다면 수학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그 교실로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아리스타르코스(BC 310쯤~230)를 수학 교사로 초빙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300년 전 고대인인 아리스타르코스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동설을 발견한 사람이다. 그가 지동설을 세운 것은 오로지 직각삼각형 하나를 이용한 수학의 삼각법이었다. ​어느 날 해질녘 아리스타르코스는 중천에 뜬 반달을 보았다. 그 시각 해는 지평선에 걸려 있었고, 달은 정확히 반달이었다. 그 순간 번개 같은 아이디어가 그의 머리에 반짝 불을 켰다. “아! 저 달과 지구-태양이 이루는 각은 직각이고, 세 천제는 지금 직각삼각형을 만들고 있구나!” ​아리스타르코스의 천재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 직각삼각형의 한 예각을 알 수 있으면 삼각법을 사용하여 세 변의 상대적 길이를 계산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먼저 달-지구-태양이 이루는 각도를 쟀다. 87도가 나왔다(참값은 89.5도). 세 각을 알면 세 변의 상대적 길이는 삼각법으로 금방 구해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달과 태양은 겉보기 크기가 거의 같다. 이는 곧, 달과 태양의 거리 비례가 바로 크기의 비례가 된다는 뜻이다. 아리스타르코스는 이 점에 착안하여, 다음과 같이 세 천체의 상대적 크기를 또 구했다. 태양은 달보다 19배 먼 거리에 있으며(참값은 400배), 지름 또한 19배 크다(참값은 400배). 고로 달의 3배인 지구보다는 7배 크다(참값은 109배). 따라서 태양의 부피는 7의 세제곱으로 지구의 약 300배에 달한다고 결론지었다. 그의 수학은 정확했지만 도구가 좀 부실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핵심은 놓치지 않았다. “지구보다 300배나 큰 태양이 지구 둘레를 돈다는 것은 모순이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구가 스스로 하루에 한 번 자전하며 1년에 한 번 태양 둘레를 돌 것이다.” ​우주의 중심에서 인류의 위치를 몰아낸 지동설은 이렇게 한 천재의 기하학으로부터 탄생했다. 따지고 보면 직각삼각형 하나가 인류에게 지동설을 알려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수학의 위력이자 매력이 아닌가! 수학 개념으로 발견한 우주의 원리​천문학사에는 이런 예가 수두룩하지만, 하나만 더 들어보자면 아리스타르코스보다 약 한 세대 뒤에 태어난 에라토스테네스의 예가 또 쏠쏠하게 재미있다. ​역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BC 276~194)는 역사상 최초로 한 천체의 크기를 측정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가 잰 천체는 물론 지구였다. ​에라토스테네스는 터무니없이 간단한 방법으로 인류 최초로 지구 크기를 쟀는데, 참값에 비해 10% 오차밖에 나지 않은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그가 이용한 방법은 작대기 하나를 땅에다 꽂는 거였다. 해의 그림자를 이용한 측정법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이 역시 기하학을 이용한 건데, 어느 날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거리다가 ‘남쪽의 시에네 지방(아스완)에서는 하짓날인 6월 21일 정오가 되면 깊은 우물 속 물에 해가 비치어 보인다’는 문장을 읽었다. 이것은 그날 해가 그 지역에서 바로 수직으로 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인들은 지역에 따라 북극성의 높이가 다른 사실 등을 근거로 지구가 공처럼 둥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구체인 지구의 자전축은 궤도 평면상에서 23.5도 기울어져 있다. 하짓날 시에네 지방에 해가 수직으로 꽂힌다는 것은 곧 시에네의 위도가 23.5도란 뜻이다. 이 지점이 바로 북회귀선, 곧 하지선이 지나는 지역이다. 여기서 천재의 발상법이 나온다. 그는 실제로 6월 21일을 기다렸다가 막대기를 수직으로 세워보았다. 하지만 시에네와는 달리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막대 그림자가 생겼다. 그는 여기서 이는 지구 표면이 평평하지 않고 곡면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에라토스테네스가 파피루스 위에다 지구를 나타내는 원 하나를 컴퍼스로 그리던 그 순간,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이것은 수학적 개념이 정확한 관측과 결합됐을 때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가를 확인해주는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다. ​​​에라토스테네스가 그림자 각도를 재어보니 7.2도였다. 햇빛은 워낙 먼 곳에서 오기 때문에 두 곳의 햇빛이 평행하다고 보고, 엇각과 동위각은 서로 같다는 원리를 적용하면, 이는 곧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 사이의 거리가 지구 대원(大圓)의 7.2도 원호라는 뜻이 된다. ​에라토스테네스는 걸음꾼을 시켜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걸음으로 재본 결과 약 925㎞라는 값을 얻었다. 그 다음 계산은 간단하다. 여기에 곱하기 360/7.2 하면 답은 약 4만 6250이라는 수치가 나오고, 이는 실제 지구 둘레 4만㎞에 10% 미만의 오차밖에 안 나는 것이다. ​이로써 인류는 우리가 사는 행성의 크기를 최초로 알게 되었고, 이를 아리스타르코스의 태양과 달까지 상대적 거리에 대입시켜 비록 큰 오차가 나는 것이긴 하지만 그 실제 거리를 알게 된 것이다. ​2300년 전 고대에 막대기 하나와 각도기, 사람의 걸음으로 이처럼 정확한 지구의 크기를 알아낸 에라토스테네스야말로 위대한 지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또 수학사에도 이름을 남겼는데, 소수(素數)를 걸러내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를 고안해낸 수학자이기도 하다. 아리스타르코스나 에라토스테네스와 같이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면 누가 수학을 재미없는 과목이라 하겠는가. 수포자는커녕 수학의 위대한 매력에 푹 빠져들 것이다. 우리에게 눈이 두 개 있는 것은 그 시차(視差)로 나와 사물 간의 거리를 어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지금이라도 한쪽 눈을 감고 길을 걸어본다면 무척 갑갑함을 느낄 것이다. 수학을 모르고 세상을 사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외눈박이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수학이 바로 나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학생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그러면 분명 수학에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아울러 무엇을 강의하거나 수업하든 교사는 항상 ‘나와 사건의 거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지점을 놓쳐버리면 ‘재미’를 생산하기 힘들며, 학생들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이다. ​나아가 교사는 자신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데 있어 가장 재미있는 방법에 대해 항상 연구하고 고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그 일을 즐겁고 재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것을 가르치는 사람과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가르치는 사람은 그 표정부터가 다르다는 사실을 피교육자는 민감하게 감지한다. 가르치는 사람의 열정이 상대에게 전해지고 그들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 [마감 후] “다녀왔어”

    [마감 후] “다녀왔어”

    “여보, 나 다녀올게. 아가들, 아빠 갔다 올게.” 인사하면 목이 멘다. 그것은 내 힘으로는 도무지 완결할 수 없는 약속이다. 한 치 앞을 모르는데 12시간 뒤를 기약할 도리가 없다. 몇 해 전 서너 달 간격으로 지인 둘이 사고로 죽었다. 사는 게 허망해서 견딜 수 없었다. 둘 다 30대였다. A가 내게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메시지는 “감사해요. 다녀와서 인사드릴게요”였다. B가 내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형, 다녀와서 ○○○이랑 같이 봐. 내가 자리 한 번 만들게”였다. 신화 속 정의의 여신 디케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한 손에 저울,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었다. 여신은 편견 없이 공평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다. 내 상상 속 사신(死神)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손에 낫을 들었다. 사신은 이유 없이 무차별적으로 낫을 휘두른다. 옛사람들은 ‘대문 밖이 저승’이라고 했다. 멀쩡했던 땅이 꺼져서 사람이 죽고 다친다. 참말로 대문 밖이 저승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전국에서 2085개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두 명이 죽고 71명이 다쳤다. 여러 이유로 땅은 꺼진다. 낡은 하수관이 주범 중 하나다. 하수관이 낡으면 부서지고 갈라진다. 그 구멍과 틈으로 물이 새어 나온다. 이 물이 땅속의 흙을 쓸어간다. 흙이 쓸려나간 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빈 곳 ‘공동’이다. 공동 위 땅으로 차가 다니고 사람이 다닌다. 땅이 꺼지지 않고 배길 수 없다. 서울시 땅 밑엔 1만 838㎞의 하수관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낡았다. 보통 20년 이상 30년 미만 하수관을 잠재적 노후 하수관, 30년 이상을 노후 하수관으로 분류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하수관의 10.7%(1164㎞)가 잠재적 노후 하수관이다. 55.6%(6017㎞)는 30년 이상 노후 하수관이다. 노후 하수관의 54.0%(3248㎞)는 묻은 지 50년이 넘은 초고령 하수관이다. 서울시 등은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설치한 차를 끌고 곳곳을 다니면서 땅 밑에 공동이 없는지 살핀다. 현재 기술로는 지하 2m까지만 확인할 수 있다. 그 밑에 웅크린 공동은 알아채지 못한다.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짜리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도 GPR 검사를 통과한 땅에서 나타났다. 낡은 하수관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고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거기엔 돈이 든다. 많은 돈이 든다. 서울시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노후 하수관 662㎞를 정비하는 데에 1조 2200억원이 들었다. 현재 노후 하수관이 6017㎞인 점을 감안하면, 46년간 최소 11조 2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 것이다. 낡은 하수관을 검사하고 고치는 와중에 또 다른 하수관이 늙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방자치단체의 능력 밖 일이다. 정부의 결단이, 지원이 필요하다. “여보, 나 왔어. 아가들, 아빠 왔다”고 말할 수 있는 날들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 강신 사회2부 기자
  • 모르는 사람이 “17년 일했는데 휴가 안주냐?” 욕설 ‘깜짝’…알고 보니

    모르는 사람이 “17년 일했는데 휴가 안주냐?” 욕설 ‘깜짝’…알고 보니

    미국에서 불만을 제기하면 보복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직원을 대신해 익명으로 상사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설립된 회사 ‘OCDA’는 직원들을 대신해 상사를 질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칼리마 화이트가 설립한 이 회사는 최근 틱톡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OCDA는 비영리단체로 ‘불만을 바로잡고 더 나은 근무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회사 측은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직장 내 존중과 소통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약 80만명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피드스키(The Feedski)라는 인플루언서가 지난 7일 틱톡에서 해당 서비스를 소개하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주목받았다. 해당 영상은 940만회 이상 조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고객에게 요청받은 전문 ‘질책인’이 해당 직장을 방문해 지정된 상사나 동료를 만나 고객의 불만사항을 거침없이 전달한다. 상황이 아무리 험악해져도 정해진 ‘욕설 대본’을 철저히 따라야 하며, 대면 서비스가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전화로 진행된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한 ‘질책인’은 고객이 요청한 상사를 찾아가 “17년 넘게 일했는데 유급 휴가도 없고, 신입이 선임보다 월급을 더 받아요. 재고 관리는 엉망이에요”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상사가 나가달라고 요청했지만 ‘질책인’은 대본을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회사는 현재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질책인’을 모집 중이다. 다만 자격요건이 독특하다. 자격요건은 “자녀에게 자주 욕하는 부모여야 한다”, “한부모 가정 출신이어야 한다”, “못생기지 않아야 한다”, “아이폰을 사용해야 한다” 등이다. 다만 서비스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서비스를 접한 누리꾼들은 “천재적인 아이디어”, “엄마, 제 진로를 찾은 것 같아요”, “내가 사는 곳에도 도입됐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나치 격퇴’ 되새긴 붉은광장… K컬처 인기는 ‘여전’ [전쟁 1000일 러시아는](하)

    ‘나치 격퇴’ 되새긴 붉은광장… K컬처 인기는 ‘여전’ [전쟁 1000일 러시아는](하)

    체감온도가 0도까지 떨어진 지난 10일(현지시간) 저녁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 장시간 야외공연을 유심히 지켜보던 기자가 기특(?)했는지 시베리아 출신일 듯한 동양계 얼굴의 러시아 중년 여성이 털장갑을 낀 두 손으로 얼어붙은 기자의 손을 가만히 잡고 녹여줬다. 춥지 않냐는 손짓, 호의적인 미소를 띈 채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을 일주일여 앞둔 이날 모스크바 심장 붉은광장엔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사용한 전차와 대공포 등 무기, 전차와 트랙터 등 차량 수십대가 줄지어 있었다.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된 무기와 차량이 드넓은 광장을 가득 메운 이유는 83년 전 이곳에서 진행됐던, 세계사를 뒤바꾼 열병식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1941년 11월 7일 붉은광장에선 볼셰비키혁명 24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이 파죽지세로 모스크바 문턱까지 진격한 위기의 순간에 열린 열병식에서 스탈린은 “나폴레옹의 운명이 어땠는지 잊어선 안 된다”며 독일군 격퇴 의지를 다졌다. 멀리 시베리아와 극동에서도 징집돼 당시 열병식에 참석한 병사들은 행진을 마치고 곧바로 전선에 투입됐다. 소련은 이 열병식을 계기로 전선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고 6개월 후엔 베를린을 점령하기에 이른다.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와 3년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단순히 2차 대전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으로만 비치기는 힘들어 보였다. 나흘째 이어진 행사의 마지막날 하이라이트는 오후 6시 30분부터 열린 기념 공연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커다란 건물 전체가 노란 조명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굼 백화점’ 앞에 마련된 무대에는 여러 가수와 배우가 차례로 올라 러시아 국민에게 애국심을 북돋는 공연을 이어갔다. 무대에 오른 인물 중엔 58세의 배우 미하일 마마예프도 있었다. 그는 직접 쓴 ‘러시아 전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고, 자작곡 ‘진짜 사나이’와 ‘러시아’ 등을 불렀다. 이날 공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언급하거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 상징이 된 ‘Z’ 표식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마마예프의 경우 ‘게오르기예프 리본’을 가슴에 달고 등장했다. 주황색 바탕에 검은색 줄 3개가 그려진 이 리본은 1943년 소련이 최종적으로 나치독일을 물리친 것을 기념해 1만여명에게 수여되면서 애국주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재의 우크라이나 정권을 네오나치로 규정하고 침공을 정당화해온 것을 생각해보면 리본의 의미가 확장 해석될 여지도 있다. 전쟁 이후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마마예프의 경우 ‘Z’ 모자를 쓰고 전장을 방문하는가 하면 “돈바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고 싶다”고 발언한 바 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시크주 일대를 일컫는 지명으로, 이 지역 일부는 이번 전쟁 전부터 친러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 이밖에도 2차 대전 당시 군복 등을 입은 출연자들이 무대에 올라 80여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 당시 나치독일에 맞서 싸우다 희생된 군인·주민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 수백명 이상의 시민들이 행사에 함께했다. 모스크바 최고 관광지인 붉은광장이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지속된 여파로 외국인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개별관광객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모스크바 ‘3대 한식당’으로 불리던 곳 중 한 곳은 전쟁 이후 문을 닫았다고 한다. 한국 기업과 주재원들이 대거 러시아를 빠져나가면서 이들을 주 고객으로 하던 한식당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지인을 상대로 한 K푸드 식당은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나날이 악화하는 와중에도 K팝·K드라마에 빠진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170㎞가량 떨어진 인구 약 34만명의 도시 블라디미르 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치코’라는 한국어 간판을 발견했다. 구글맵의 러시아 버전인 얀덱스맵으로 확인해 보니 1700개 넘는 리뷰에도 무려 별점 5점 만점을 유지하고 있는 음식점이었다. 젊은 세대를 본격 겨냥한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가게 안에서 에스파 카리나, 스트레이키즈 필릭스 등 K팝 아이돌의 등신대가 우선 눈에 띄었다. ‘꽃보다 물냉면’ 등 재미있는 한글 문구가 가게 곳곳에 걸렸고, 종업원들은 ‘사랑은 중요한 재료이다’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손님 대부분은 젊은 여성이었다. 꽤 널찍한 가게가 거의 빈자리 없이 가득 차 있었다. 떡볶이 등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주로 파는 이 식당은 메뉴도 ‘이민호 김밥’, ‘블랙핑크’ 등 이름으로 선보이며 한류 소비층을 공략했다. 알고 보니 러시아인 사장이 창업한 ‘치코’는 모스크바에 이미 여러 지점을 뒀고, 지금은 지방 도시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다. K뷰티의 인기도 여전했다. 모스크바에서 한국 화장품을 발견하는 일이야 놀랍지 않지만, 인구 29만 지방도시 오룔에서도 ‘피부’라는 한국어 간판을 본 건 뜻밖이었다. 사장이 러시아인인 가게에는 세안제품, 기초화장품 등 한국에서 생산된 여러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심지어 읍 규모의 소도시 슈퍼마켓에서도 한국어가 쓰인 마스크팩이 보일 정도였다. 거리에서 한국 브랜드 자동차를 만나는 일은 너무도 흔했다. 전쟁 전 러시아에선 현대차·기아가 합계 시장점유율로 1위였다고 하니 당연한 일일 터다. 그러나 모스크바 외곽 대규모 자동차 판매장이 각 브랜드별로 도로를 따라 쭉 늘어서 있던 곳에선 1년 전 결국 러시아를 떠난 현대차·기아는 볼 수 없었다. 대신 장안자동차 등 중국 브랜드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블라디미르의 호스텔에서 만난 한 러시아 남성은 매일 아침 식사를 한국 초코파이와 홍차 한 잔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10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 여파가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소소하게 스며들어 있던 ‘한국’을 조금씩 지워갈지, 그 빈자리를 ‘중국’이 빠르게 차지하는 건 아닐지 짐작하기 힘든 미래가 궁금해졌다.
  • [이붕우의 뒷모습 세상] 나그네와 징검다리

    [이붕우의 뒷모습 세상] 나그네와 징검다리

    어느새 이삭 줍는 계절이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시름조차 가라앉으면 누구나 지난 일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해묵은 유행가마저 가슴을 적신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충북 진천을 지날 때면 강물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보인다. 가까이 가 보면 듬성듬성한 돌덩이가 크고, 이어진 길이도 제법 길어 웅장하다. 특히 모양새가 마치 용 한 마리가 꿈틀거리며 강을 헤엄치는 듯해서 장관이다. 바로 ‘농다리’다. 고려 초기 임장군이 붉은 돌로 음양을 배치해 28수에 따라 28칸으로 지었다고 한다.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돌을 쌓아 올려 교각을 만든 후 긴 상판석을 얹은 형태로 길이는 95m 정도다. 천년의 풍파와 세찬 물줄기를 견딘 ‘농다리’는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됐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의 배경이기도 하다. 옛날 옛적 지혜로운 사람들이 무심히 흩어져 있던 돌덩이로 인간을 이롭게 한 아름다운 이야기다. 징검다리. 작은 개울이나 물이 괸 곳에 돌이나 흙더미를 드문드문 놓아 만든 다리를 말한다. 나그네는 이걸 밟고 물을 건너 그가 바라는 세상으로 나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때로 징검다리를 밟고 강을 건너는 나그네가 되고, 나그네를 건네주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서녘 강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지나온 길을 가만히 더듬어 본다. 고향 집 앞 개여울의 작은 징검다리를 건너는 열두 살 홍안의 소년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며 그 후로 건넜던 수많은 크고 작은 징검다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저 감사한 마음만 있을 뿐 무엇 하나 갚지 못한 기억들이 가슴을 파고든다. 그중 누구는 세상과 이별했고, 누구는 소식조차 끊겼으며 누구는 한참 노쇠했고, 누구는 똑같이 나이 들어 가고 있다. 나그네가 징검다리를 잊고 사는 건 자연스럽다. 특별히 징검다리가 너무 고마워 평생 가슴 깊이 간직하며 살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에 헤지고 부서지면 차츰차츰 잊게 된다. 시절인연의 뒷모습이다. 징검다리는 그런 나그네의 망각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의 일은 나그네가 강을 넘도록 돕는 것이었고, 그를 밟고 지나간 나그네가 그의 세상에 잘 당도하기를 바랄 뿐이었으니 말이다. 살아오며 누군가의 징검다리가 된 적은 있었던가. 몇몇 친숙한 얼굴이 떠오르다 금세 사라진다. 그들이나 나나 자신의 길을 가는 나그네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무는 빈가지로 겨울을 난다. 곧 찬바람이 불어오리라. 바람이 마지막 잎들을 어디론가 몰고 가는 스산한 가을밤, 내 뒤로 이어진 길에서 만났던 잊고 지낸 징검다리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그 시절 음악에 생맥주 한잔을 곁들이면 그때 고마움이 더욱 간절해지지 않을까. 그러다가 전화나 메시지로 서로 안부라도 묻는다면 이 가을이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연은 가도 추억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붕우 작가·전 국방홍보원장
  • 복직 걱정 없어야 아이 낳는다… 이젠 경력 단절 아닌 ‘경력 보유’[저출산 해법 기업에 있다]

    복직 걱정 없어야 아이 낳는다… 이젠 경력 단절 아닌 ‘경력 보유’[저출산 해법 기업에 있다]

    저출산의 핵심 원인 ‘차일드 페널티’ 유치원 보낼 때까지 재취업 어려워육아휴직 근속 인정 등 기업도 변화홍현정(36·가명)씨는 5년 전 임신과 함께 8년 넘게 다닌 회사에 사표를 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재취업에 도전해 면접을 봤지만 돌아오는 건 매번 ‘불합격’ 통보였다. 5년간 끊긴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홍씨는 “회사도 일을 계속해 온 사람을 쓰려고 하지 육아하는 엄마를 가르쳐 가며 고용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기혼여성 74% ‘경력 단절’… 남성의 6배 19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의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20~59세 기혼여성 10명 중 7명 이상(74%)이 경력 단절에 따른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혼남성이 경력 단절로 피해를 본 비율은 13%로 여성의 6분의1 수준에 그쳤다. 출산과 육아로 발생하는 경력 단절 부작용이 여성에게 쏠려 있다는 의미다. 학계는 여성이 겪는 경력 단절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여성의 경력 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를 보면 출산에 따른 고용상 불이익을 뜻하는 이른바 ‘차일드 페널티’가 출산율 하락 원인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나이별로는 30~34세 때 45.6%, 25~34세 39.6%, 25~39세 46.2%였다. 한미연은 경력 단절 기간을 평균 6년 3개월 18일로 파악했다.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때까지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통계청의 ‘2024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기혼여성 고용 현황’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의 22.7%(97만 1000명)가 ‘경력 단절’로 조사됐다. 기간을 보면 10년 이상(41.2%)이 가장 많았고 5~10년 미만(22.8%), 1년 미만(12.6%)이 뒤를 이었다. 한미연 관계자는 “주 양육자가 엄마라는 인식이 여전해 구직 진입장벽이 높고, 취업하더라도 기존 직장보다 처우가 낮은 게 대부분”이라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돌봄 인프라 구축과 기업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도 휴직자 불이익 최소화 움직임 최근 여성의 경력 단절이 저출산의 원인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휴직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를 바꾸는 기업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은 최대 2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연수로 인정해 휴직 중에도 진급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신입사원 채용 때는 자녀가 있는 지원자에게 서류전형 가점을 부여한다. 또 출산 직원에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결합한 6개월 휴가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육아 등 가사노동도 ‘돌봄 경력’ 인정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 성동구는 ‘경력 인정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육아·가사노동 등을 사유로 직장을 다니지 못한 여성에게 ‘돌봄 경력 인정서’를 발급하고 있다. 육아 등 가사노동을 ‘돌봄 경력’으로 인정하고, 취업과 창업을 돕겠다는 취지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경력 인정서를 받은 여성 76명 중 27명(35.5%)이 취업에 성공했고, 9명(11.8%)은 창업에 나섰다. 조례를 개정해 ‘경력 단절 여성’이란 용어를 ‘경력 보유 여성’으로 바꾸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광역지자체 중에는 지난해 3월 경기도를 시작으로 세종시와 전남도가 관련 조례를 제·개정했다. 기초지자체는 2021년 서울 성동구를 시작으로 16곳이 동참했다. 이인실 한미연 원장은 “경력 단절 여성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세제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기업도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도입을 비용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나무에 사랑의 외투를 입혔더니… 나무는 내 우울증을 치유했다 [Touching News]

    나무에 사랑의 외투를 입혔더니… 나무는 내 우울증을 치유했다 [Touching News]

    “뜨개 작품을 하나 뜨면 선생님이 칭찬해 주세요. ‘나이 들어선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한없이 처지고 멍할 때가 많았는데 나도 잘하는 게 있다고 느끼니 활력이 생기더라고요. 나무 사이를 지나가던 아이들이 ‘동화 나라’에 있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 말에 우울증도 사라진 것 같아요.” 18일 서울 송파구 위례호수공원. 꽃무늬가 새겨진 뜨개옷으로 치장한 나무들이 유독 눈에 띄는 이곳은 현혜선(71)씨가 살아갈 기운을 얻는 장소다. 하루하루 삶이 지겹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때 현씨는 뜨개질로 나무를 꾸밀 수 있다는 현수막을 보고 2022년 덜컥 봉사단에 가입했다. 그날부터 겨울마다 현씨는 오색찬란한 옷을 입은 나무들을 마주했다. 현씨의 우울증을 날려 준 곳은 송파구 위례동 주민센터에서 운영되는 ‘위례 뜨개봉사단’이다. 봉사단은 뜨개옷을 나무에 입히는 ‘트리니팅’ 활동을 한다. 트리니팅은 삭막한 겨울나무를 보기 좋게 꾸미는 것뿐 아니라 나무 월동과 해충 발생 방지 효과도 있다. 현씨는 “뜨개질을 하는 게 삶의 활력”이라며 지금은 겨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나무에 온기를 입혔더니 사람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 셈이다. 박영옥(86)씨도 지난주부터 벚꽃을 새긴 주황색 뜨개옷으로 나무를 하나하나 감쌌다. 60년 전 뜨개질 가게를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박씨는 “주민들이 감탄하는 소리를 들으니 봉사만으로 사는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봉사단의 막내 서진실(29)씨도 육아 스트레스를 뜨개질을 하면서 해소한다. 서씨는 “아이만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며 “제가 만든 뜨개옷을 입힌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크다”고 전했다. 20~80대 회원 56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2022년 결성돼 올해로 세 번째 나무에 겨울옷을 입히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4개월간 나무에 입힐 뜨개옷을 떴다. 봉사단 단장인 김계현(59)씨는 “회원들이 여기서 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를 이겨 냈다며 뜨개질 숙제도 내 달라고 아우성”이라면서 “지난해에는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들이 일부러 이곳을 찾아와 구경하고 가기도 했다. 그런 게 봉사단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 나무에 온기 입히니 삶에 생기로 되받아...“트리니팅으로 우울 이겼어요” [Touching News]

    나무에 온기 입히니 삶에 생기로 되받아...“트리니팅으로 우울 이겼어요” [Touching News]

    3년째 위례동 나무들의 겨울 책임지는 봉사단20~80대 회원 56명으로 구성“나이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 생겨” “뜨개 작품을 하나 뜨면 선생님이 칭찬해 주세요. ‘나이 들어선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한없이 처지고 멍할 때가 많았는데 나도 잘하는 게 있다는 생각에 활력이 생기더라고요. 나무 사이를 지나가던 아이들이 ‘동화 나라’에 있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 말에 우울증도 사라진 것 같아요.” 18일 서울 송파구 위례호수공원. 꽃무늬가 새겨진 뜨개옷으로 치장한 나무들이 유독 눈에 띄는 이곳은 현혜선(71)씨가 살아갈 기운을 얻는 장소다. 하루하루 삶이 지겹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때, 현씨는 뜨개질로 나무를 꾸밀 수 있다는 현수막을 보고 2022년 덜컥 봉사단에 가입했다. 그날부터 겨울마다 현씨는 오색찬란 옷을 입은 나무들을 마주했다. 현씨의 우울증을 날려준 곳은 송파구 위례동 주민센터에서 운영되는 ‘위례 뜨개봉사단’이다. 봉사단은 뜨개옷을 나무에 입히는 ‘트리니팅’ 활동을 한다. 트리니팅은 삭막한 겨울나무를 보기 좋게 꾸미는 것뿐 아니라 나무 월동과 해충 발생 방지 효과도 있다. 현씨는 “뜨개질을 하는 게 삶의 활력”이라며 지금은 겨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나무에 온기를 입혔더니 사람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 셈이다. 박영옥(86)씨도 지난주부터 벚꽃을 새긴 주황색 뜨개옷으로 나무를 하나하나 감쌌다. 60년 전 뜨개질 가게를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박씨는 “주민들이 감탄하는 소리를 들으니 봉사만으로 사는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봉사단의 막내 서진실(29)씨도 육아 스트레스를 뜨개질을 하면서 해소한다. 서씨는 “아이만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며 “제가 만든 뜨개옷을 입힌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크다”고 전했다. 20~80대 회원 56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2022년 결성돼 올해로 세 번째 나무에 겨울옷을 입히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4개월간 나무에 입힐 뜨개옷을 떴다. 봉사단 단장인 김계현(59)씨는 “회원들이 여기서 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를 이겨 냈다며 뜨개질 숙제도 내달라고 아우성”이라며 “작년에는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들이 일부러 이곳을 찾아와 구경하고 가기도 했다. 그런 게 봉사단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 “이 유전자는 퍼뜨려야해”…9남매 母 “띠별로 아이 낳고 싶다”

    “이 유전자는 퍼뜨려야해”…9남매 母 “띠별로 아이 낳고 싶다”

    “12개의 각기 다른 띠를 가진 아이들을 갖고 싶어요.” 중국에서 남편의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고 싶다는 이유로 10번째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 17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에 사는 티엔 동샤(33)는 2008년 남편 자오 완룽을 만나 2년 후 결혼했다. 부부는 2010년 호랑이의 해에 첫 딸을 얻었다. 이후 몇 년 동안 부부는 용의 해에 태어난 쌍둥이 아들을 포함해 8명의 자녀를 더 가졌다. 현재 막내아들은 2022년 11월에 태어나 첫째와 같은 호랑이띠다. 티엔은 많은 자녀를 낳은 이유에 대해 “남편의 ‘좋은 유전자’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2개의 각기 다른 띠를 가진 아이들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부는 5명의 아들과 4명의 딸을 두고 있는데 아직 소·토끼·뱀·말·양띠가 없는 상태다. 최근 티엔은 남편과 병원 검진을 받으러 가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했다. 그는 “건강 상태 때문에 용의 해에 아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내년에 뱀띠 아기 출산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육비용 문제 안 돼…손주 81명 계획까지”이들의 자녀 계획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는 양육 비용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티엔은 “걱정 없다”며 남편과 자신의 직업을 공개했다. 남편은 전기 장비 제조 회사의 CEO이자 설립자이며 티엔은 그 회사의 총괄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부부는 2009년부터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 연간 수입은 4억 위안(약 771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면적 2000㎡(약 605평) 빌라에 거주하며 6명의 보모와 영양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티엔은 자신의 자녀들이 본인처럼 각각 9명의 자녀를 낳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자녀들이 모두 그녀의 희망 대로 출산하면 무려 81명의 손주가 생기는 셈이다. 부부는 이를 위해 집을 확장, 개조할 계획까지 세웠다. 중국도 저출산 위기…지난해 출생아 수 902만명 역대 최저한편 티엔 부부가 더욱 주목 받는 이유는 최근 중국도 심각한 저출산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중국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치원 수는 전년 대비 1만 4808곳이 줄어든 총 27만 4400곳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유치원에 입학한 아동 수는 3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약 535만명(11.55%) 줄어든 4090만명을 기록했다. 초등학교 수도 감소 추세다. 지난해 중국 내 초등학교 수는 전년 대비 5645곳 줄어든 총 14만 3500곳을 기록, 3.8% 감소했다. 중국 인구도 2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총인구는 약 200만명이 줄어든 14억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중국 출생아 수는 902만명으로 1949년 통계 기록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 박강수 마포구청장 “청소년은 미래이자 희망”

    박강수 마포구청장 “청소년은 미래이자 희망”

    “여러분은 우리 지역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16일 오후 마포구 어린이 청소년의회 수료식이 열린 마포구의회 본회의장을 찾아, 청소년들을 격려했다. 마포구 어린이 청소년의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 의원들은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교육을 듣고 정례회의, 의장단 선출, 상임위원회 구성 등을 직접 해보며 마포구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진다. 이날 수료식은 어린이·청소년 의원, 학부모, 관계자 등 70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수료증 수여식, 우수활동자 표창, 기념 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박 구청장은 수료장을 전달하며 “여러분들이 우리 지역의 미래이자 희망”이라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멋지고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아이들이 만들고 아이들과 크는 ‘아동친화도시 송파’

    아이들이 만들고 아이들과 크는 ‘아동친화도시 송파’

    초등학생 100여명 모여 원탁회의직접 아이디어 내면 구정에 반영아동권리 옹호 ‘옴부즈퍼슨’ 도입스쿨존과 별도 ‘아동보호구역’도구, 내년 유니세프에 재인증 추진 “우리가 맡은 주제는 ‘놀이와 문화’, ‘참여와 존중’입니다. 발표할 아이디어는 ‘행복하고 즐거운 놀이터, 우리가 만들래요’입니다.” 지난달 9일 서울 송파구청 대강당 무대에 오른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앳된 목소리로 “아이들이 행복한 놀이터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는 송파에 사는 아동·청소년과 시설 관계자, 학부모들이 참여한 ‘아동친화도시 100인 원탁토론회’였다. 아동·청소년들이 참여해 자신들이 직접 아동 정책을 만드는 ‘상향식 토론회’가 열린 것으로,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11개 조로 나뉘어 정책을 구상한 후 직접 발표까지 하며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송파구 아동 인구는 서울 자치구들 가운데 가장 많은 8만 8000여명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어린이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는 송파 지역사회 전체의 고민이자 과제였다. 송파구는 지난 2016년 말 전국 지자체 가운데 네 번째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첫 인증을 받으며 ‘아동을 위한 도시’로 본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2021년 상위단계 인증을 받은 데 이어 내년에는 3기 아동친화도시 재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8년 전 아동친화도시 첫 인증 후 송파구는 관 주도가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정책에 접근해 왔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아동·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온오프라인 정책토론회가 개최됐으며, 해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모여 정책을 고민한다. 앞서 소개한 원탁토론회에 참석한 초·중학생들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밝히는 것에서 나아가 실현 가능성과 정책의 문제점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어른스러움’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송파구가 처음으로 위촉한 아동권리옹호관 ‘옴부즈퍼슨’ 제도 역시 아동의 시각에서 정책과 제도를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법률·교육·인권 분야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옴부즈퍼슨은 선제적으로 아동권리 침해 상황을 살피고, 보다 적극적으로 아동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자문 역할을 한다. 더불어 송파구는 천편일률적이고 딱딱한 강의 형식에서 벗어나 놀이와 접목한 교육을 현장에서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아동의 권리에 대한 구민들의 이해를 높였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4~8월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아동권리교육’이 있었다. 상호존중 인형극, 숨은그림찾기와 낱말퀴즈 등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됐고, 구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교육 영상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아동학대 예방에도 중점을 기울여 왔다. 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의 관심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교육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역의 300여곳 어린이집 및 종합사회복지관, 지역아동센터, 키움센터, 공동생활가정 등 아동복지시설 봉사자와 사회복지·아동복지 전담 공무원이 그 대상으로, 복잡한 실무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이 이뤄졌다. 아동친화도시는 ‘아동이 안전한 도시’와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송파구에는 40개가 넘는 초등학교가 있고 초등학생 수는 3만명이 넘는다. 안전망을 웬만큼 촘촘하게 만들지 않으면 언제 어디에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이에 송파구는 지난해 초등학교 10곳부터 시작해 ‘아동보호구역’을 대폭 확대하고 순찰과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의 범죄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동보호구역은 교통사고 예방이 목적인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달리 아동에 대한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이어 올해는 지역 아동보호구역 45곳에 ‘지능형 CCTV’를 설치하는 등 아동 안전 강화 대책을 추진했다. 1억 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아동범죄 우려 지역을 대상으로 ▲신규 CCTV 1곳 설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고정형 카메라 22대 추가 설치 ▲지능형 선별 관제시스템 45곳 신설 등을 완료했다. 송파구가 도입한 ‘지능형 선별 관제시스템’은 인공지능(AI)이 CCTV에 찍힌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위험요소를 포착하면 관제요원이 직접 모니터링하고 즉각 조치하도록 한다. 송파구는 현재 더욱 개선된 아동친화도시 추진 목표 설정 및 4개년(2025~2 28) 계획을 담은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말과 내년 초 상위단계 인증 심의자료 준비에 대한 중간·최종 보고회를 거쳐 재인증 절차에 들어간다. 유니세프에는 거버넌스 보고서와 4개년 추진계획, 아동친화도 조사 결과서, 시민의견수렴 결과 등을 제출한다. ■아동친화도시 유엔아동권리 협약에 담긴 아동의 4대 권리(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를 온전히 실현하는 아동 친화적인 환경을 가진 지자체로, 최초 인증을 받은 지자체는 4년 마다 재인증 절차를 밟는다.
  • “육아는 엄마·아빠 함께”… ‘아빠 육휴’ 늘어야 ‘아기 울음’ 커진다[저출산 해법, 기업에 있다]

    “육아는 엄마·아빠 함께”… ‘아빠 육휴’ 늘어야 ‘아기 울음’ 커진다[저출산 해법, 기업에 있다]

    작년 남성 육휴 3.5만명… 28% 그쳐8년 새 20%P 늘었지만 여전히 저조의무화 기업은 300곳 중 15곳 그쳐제도화한 日, 사용률 1년 새 13%P↑대기업 중심 육휴 활성화는 ‘한계’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정지훈(35·가명)씨는 4개월 전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업무량이 많은 부서여서 동료들 눈치가 보였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휴직을 결심했다. 정씨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더 눈치가 보이는 게 현실”이라며 “이달부터는 급여가 80% 수준으로 줄어들어 생계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빠 육아휴직자가 늘고 있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3만 5336명으로 전체의 28.0%를 차지했다. 전년(3만 7885명) 대비 0.9% 포인트 다소 떨어졌지만 2016년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8.7%(7616명)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결심하기까지 고민하고 또 주저한다. 최근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에 복귀한 윤경수(37·가명)씨는 “표면적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막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도 아니다”라며 “복귀 후 힘든 부서에 배치되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라고 말했다. 남성들의 저조한 육아 참여가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기업들이 ‘아빠의 돌봄’ 장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300개 기업 중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기업은 15곳(5%)에 불과했다. 남성 배우자 출산휴가제를 운용하는 기업은 211곳(63.3%)에 달했으나 법정 의무 기간보다 많은 휴가를 보장하는 기업은 22곳(7.33%)에 그쳤다. 여전히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에 앞장서는 기업들도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남성 임직원의 육아휴직 의무화를 시행한 대표적인 곳이다. 롯데그룹은 2012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동 육아휴직’을 도입했다. 콜마홀딩스도 임직원 모두가 성별과 관계없이 출산휴가 직후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출산휴가 사용 완료 후 5일 이내 최소 1개월의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했고 의무 사용 육아휴직 1개월에 대한 급여는 100% 지급된다. 일본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률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022년 기업에 직원 육아휴직 사용 의향을 확인하고 관련 제도를 고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직원 1000명이 넘는 대기업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의무적으로 공표하도록 했다. 이런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직원 5명 이상 기업 3495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30.1%로 전년(17.1%)보다 13% 포인트 상승했다. 육아휴직 기간은 ‘1~3개월 미만’이 28.0%로 가장 많았으며 ‘5~14일 미만’(22.0%), ‘2주~1개월 미만’(20.4%) 순으로 나타났다. 2021년 조사에서 ‘5~14일 미만’(26.5%)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남아 있다. 사업장 규모별로 직원 500명 이상인 기업의 사용률은 34.2%로 가장 높았지만 5~29명 기업은 26.2%로 가장 낮았다.
  • “자라나라 줄기!”···식물 크기 결정하는 ‘이것’

    “자라나라 줄기!”···식물 크기 결정하는 ‘이것’

    자연선택, 적자생존은 자연의 섭리다. 산과 들에 있는 나무와 풀은 모두 평화롭고 한가해 보이지만 사실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한자리에 뿌리를 내려 사는 식물은 위치를 옮기지 못한 채 물과 영양분, 햇빛을 받기 위한 무한 경쟁을 벌인다. 예를 들어 이웃한 식물이 줄기와 잎을 펼쳐 햇빛을 가리면 줄기를 뻗어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과학자들은 주변을 볼 수 있는 눈이나 명령을 내리고 조절하는 뇌가 없는 식물이 어떻게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하는지 비결을 연구해왔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의 피에르 가우트라트·롤랜드 피에릭 교수는 식물에는 환경에 적응하는 호르몬 투자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식물이 줄기를 높이는 건 일종의 투자다. 자원을 줄기에 지나치게 많이 투자하면 잎이나 뿌리, 꽃 같은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곳에 쓸 자원이 줄어든다. 반면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결국 햇빛을 잘 받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 식물에서 다른 식물에 의해 햇빛이 가리는 상황을 인식하는 물질은 빛에 민감한 색소인 피토크롬(phytochrome)이다. 피토크롬은 적색 파장의 빛과 바로 그 옆에 있는 원적외선의 비율에 반응한다. 경쟁이 심해서 햇빛을 받기 어려운 경우 원적외선의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눈 없는 식물도 이를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줄기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은데 피토크롬이 보낸 신호만 보고 키를 높였다가는 쓸 수 있는 영양분이 없어 정작 잎처럼 광합성에 필요한 부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식물의 뿌리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인 사이토키닌(Cytokinin)이 이 정보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토양의 영양분에 충분하면 사이토키닌이 많이 생성돼 줄기까지 신호를 보낸다. 여기에 파이토크롬의 신호가 감지되면 줄기를 키우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영양분이 부족한 식물에 사이노키닌을 투여해 식물을 크게 성장하게 했다. 눈이나 뇌 같은 장기가 없는 식물도 나름의 방법으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그래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후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는 한가하게 햇볕을 쬐는 이름 없는 잡초도 사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연구 결과다.
  • 생존을 위해…식물이 가진 투자의 본능 [와우! 과학]

    생존을 위해…식물이 가진 투자의 본능 [와우! 과학]

    자연선택, 적자생존은 자연의 섭리다. 산과 들에 있는 나무와 풀은 모두 평화롭고 한가해 보이지만 사실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한자리에 뿌리를 내려 사는 식물은 위치를 옮기지 못한 채 물과 영양분, 햇빛을 받기 위한 무한 경쟁을 벌인다. 예를 들어 이웃한 식물이 줄기와 잎을 펼쳐 햇빛을 가리면 줄기를 뻗어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과학자들은 주변을 볼 수 있는 눈이나 명령을 내리고 조절하는 뇌가 없는 식물이 어떻게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하는지 비결을 연구해왔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의 피에르 가우트라트·롤랜드 피에릭 교수는 식물에는 환경에 적응하는 호르몬 투자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식물이 줄기를 높이는 건 일종의 투자다. 자원을 줄기에 지나치게 많이 투자하면 잎이나 뿌리, 꽃 같은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곳에 쓸 자원이 줄어든다. 반면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결국 햇빛을 잘 받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 식물에서 다른 식물에 의해 햇빛이 가리는 상황을 인식하는 물질은 빛에 민감한 색소인 피토크롬(phytochrome)이다. 피토크롬은 적색 파장의 빛과 바로 그 옆에 있는 원적외선의 비율에 반응한다. 경쟁이 심해서 햇빛을 받기 어려운 경우 원적외선의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눈 없는 식물도 이를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줄기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은데 피토크롬이 보낸 신호만 보고 키를 높였다가는 쓸 수 있는 영양분이 없어 정작 잎처럼 광합성에 필요한 부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식물의 뿌리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인 사이토키닌(Cytokinin)이 이 정보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토양의 영양분에 충분하면 사이토키닌이 많이 생성돼 줄기까지 신호를 보낸다. 여기에 파이토크롬의 신호가 감지되면 줄기를 키우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영양분이 부족한 식물에 사이노키닌을 투여해 식물을 크게 성장하게 했다. 눈이나 뇌 같은 장기가 없는 식물도 나름의 방법으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그래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후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는 한가하게 햇볕을 쬐는 이름 없는 잡초도 사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연구 결과다.
  • 집에 감옥 설치해 아들 가둔 엄마의 사연

    집에 감옥 설치해 아들 가둔 엄마의 사연

    태국 북동부 부리람주에 사는 60대 여성이 집에 감옥을 설치하게 된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태국 현지 언론 카오소드는 64세 여성 A씨가 아들의 폭력성을 제어하기 위해 철재로 만든 감옥을 만들어 자신과 이웃을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의 아들은 수십년간 약물과 도박 중독에 빠진 채 살고 있었고 폭력적으로 변해 주변을 극심한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카오소드와 인터뷰에서 “아들은 20년간 약물 중독 상태”라고 고백하며 “여러 해 동안 전국에 있는 10곳 이상의 재활센터에 아들을 보냈지만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들의 폭력성은 더욱 심각해졌고 여기에 도박까지 손을 댔다. A씨의 남편도 아들로 인한 우울증과 스트레스 때문에 세상을 떴다고 카오소드는 전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들과 단둘이 지내다 지난달 23일 아들의 폭력적인 행동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자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아들은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곧 퇴원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던 A씨는 결국 집에 철제 기둥을 촘촘히 세운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철제 방에 침대,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을 두고 음식과 음료를 건네 줄 작은 구멍도 만들었다. 24시간 행동을 감시할 수 있는 CC(폐쇄회로)TV도 달았다. 그는 “이렇게 해야 저와 이웃이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감옥을 연상시키고 불법 감금과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현지 경찰의 판단이다. A씨의 자택을 현장 조사한 경찰은 “형법에 따라 불법 감금죄를 적용할 수 있고, 사망이나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경우 3년에서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씨의 절박한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태국내 약물 중독의 심각성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실제로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절체 방을 철거하도록 지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더 나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 집에 감옥 설치한 여성 “아들 때문에…”[여기는 동남아]

    집에 감옥 설치한 여성 “아들 때문에…”[여기는 동남아]

    태국 북동부 부리람주에 사는 60대 여성이 집에 감옥을 설치하게 된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태국 현지 언론 카오소드는 64세 여성 A씨가 아들의 폭력성을 제어하기 위해 철재로 만든 감옥을 만들어 자신과 이웃을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의 아들은 수십년간 약물과 도박 중독에 빠진 채 살고 있었고 폭력적으로 변해 주변을 극심한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카오소드와 인터뷰에서 “아들은 20년간 약물 중독 상태”라고 고백하며 “여러 해 동안 전국에 있는 10곳 이상의 재활센터에 아들을 보냈지만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들의 폭력성은 더욱 심각해졌고 여기에 도박까지 손을 댔다. A씨의 남편도 아들로 인한 우울증과 스트레스 때문에 세상을 떴다고 카오소드는 전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들과 단둘이 지내다 지난달 23일 아들의 폭력적인 행동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자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아들은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곧 퇴원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던 A씨는 결국 집에 철제 기둥을 촘촘히 세운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철제 방에 침대,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을 두고 음식과 음료를 건네 줄 작은 구멍도 만들었다. 24시간 행동을 감시할 수 있는 CC(폐쇄회로)TV도 달았다. 그는 “이렇게 해야 저와 이웃이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감옥을 연상시키고 불법 감금과 인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현지 경찰의 판단이다. A씨의 자택을 현장 조사한 경찰은 “형법에 따라 불법 감금죄를 적용할 수 있고, 사망이나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경우 3년에서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씨의 절박한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태국내 약물 중독의 심각성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실제로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절체 방을 철거하도록 지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더 나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 땅에 의미를 입히는 건축 [노은주·임형남의 K건축 이야기]

    땅에 의미를 입히는 건축 [노은주·임형남의 K건축 이야기]

    ‘역마’(驛馬)는 아주 피곤한 삶을 사는 말이다. 조선시대 역원제도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관리가 마패를 제시하고 말을 갈아탈 수 있는 역을 30리마다 설치했다. 역마는 정해진 곳 없이 이 역 저 역 전전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역마살’이라는 말이 여기서 왔다. 어릴 때부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 역마살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 면에서 건축가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은 무척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자위한다. 전국을 다니며 집을 짓다 보니 강원도 북부에서 제주도까지, 심지어는 목포에서 배 타고 한참 들어가야 하는 흑산도까지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렇게 다니는 중에 공부 삼아 옛집에 자주 간다. 제일 많이 간 곳이 절, 그중에서도 영주 부석사이다. 지금쯤 부석사에 가면 은행잎이 떨어져 황금을 깔아 놓은 것처럼 쌓인 길을 따라 절로 들어갈 수 있다. 소백산 가파른 경사를 거스르지 않고 앉은 문이며 탑이며 누각이 차례로 나오다 마지막에 고려시대에 지은 무량수전을 만나는 감동은 특별하다. 특히 올라가 뒤를 돌아볼 때 펼쳐지는 소백산 연봉의 장엄한 화음은 눈에 담기에 마음에 담기에 부족해 안달이 날 정도이다. 부석사뿐이 아니다. 우리의 절들은 오랜 시간이 건축물에 내려앉아 있어, 그 시간이 만들어 놓은 장엄함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그 절들은 대부분 정해진 규칙이 없이(겉으로 보기엔) 자연의 지형에 잘 맞게 건물을 배치했다. 가람배치라고 이름을 붙여 부르는데, 땅의 결을 거스르지 않으며 저마다 이야기가 있고 의미가 덮여 있다. 어떤 대상에서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 대상의 절대적 아름다움일 수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것 너머 깃든 의미에 공명하는 것이다. 종교라는 것의 본질은 어디론가 들어가는 일이다. 그 지향점이 천국일 수도 있고, 마음의 안식을 주는 이상향일 수도 있다. 그리고 들어가서 무언가를 만나는 일이다. 절대자를 만나기도 하고 같이 걸어 줄 친구를 만나기도 하며 종국에는 나 자신을 만난다. 부석사에 가면 산길을 따라 올라가며 이어지는 풍경과 한 단 한 단 쌓아 올린 석단을 오르며 중생 세계에서 보살 세계를 거쳐 부처의 세계까지 오르게 된다. 공주 마곡사도, 울진 불영사도, 구례 화엄사도 모두 지형에 맞는 배치와 그에 따른 종교적 의미를 땅 위에 입혀 놓았다. 어려운 불경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그 가르침을 몸 안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럴 때 건축은 물리적 조형 이전에 어떤 생각이고 어떤 마음이며 또한 하나의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닝보(영파)에 간 적이 있다. 오래된 도시라 다양한 유적과 고건축을 많이 봤다. 송나라 때 지었다는 천년고찰 보국사는 경사가 급한 산 위에 지어졌는데, 건물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며 높이 올라가도록 한 그 공과 그 기술이 아주 인상 깊었다. 다만 지형에 직교하는 선을 긋고 건물을 앉히는 방식 즉, 자연을 수치로 환원하고 질서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자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다스리고자 기술을 발휘한 건축을 하는 것과 땅의 결을 읽어 내고 그 결대로 건축하는 것 모두 인간의 지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후자가 좀더 자연과 공생하고자 하는 자세라 생각한다. 제따와나 선원은 우리가 설계한 현대식 불교사찰이다. 강원 춘천 남쪽 끄트머리에 북한강과 홍천강이 만나 큰물을 이루는 곳에 자리잡았다. 어느 날 승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스님 한 분이 사무실을 찾아와 “춘천 박암리라는 곳에 절을 짓겠다”고 했다. 땅을 가 보니 세 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오랜 시간 사람들이 개간해 밭을 일구고 있던 장소였다. ‘제따와나’(Jetavana)라는 말은 ‘제따(Jeta) 왕자의 숲’이라는 뜻이다. 석가모니가 가장 오래 머문 사찰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 사찰의 일부 영역을 현대건축으로 구현하는 사례는 있지만, 이렇게 가람 전체를 현대식 개념과 구조로 구현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한옥이 아닌 콘크리트로 뼈대를 세우고, 40만장의 벽돌로 벽과 바닥을 마감한 절의 외관은 무척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 사찰은 꼭 한옥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행정절차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석가모니가 한옥에서 살았던 적은 없다는 반론을 펼치기도 했다. 우리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정신으로 지금 가장 보편적인 재료와 구법으로 현대의 삶을 담되, 바닥에는 전통 가람배치 방식을 따랐다. 그리 깊지 않은 땅에 깊이 들어가는 길을 설계하고자 다녀 본 사찰 중에서 구례 화엄사의 길을 원용했다. 그 길은 세 번 꺾으며 들어가는데 꺾어질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열리고 새로운 층위에 도달하게 된다. 중생의 단에서 시작해 점점 상승하며 보살의 단을 거쳐 마침내 부처의 단에 도착한다. 돌아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온전한 자신과 만나게 되는, 불교 본연의 정신을 찾는 선원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 종교의 본질은 어디론가 들어가 절대자를 만나기도 하고 같이 걸어 줄 친구를 만나기도 하며 종국에는 나 자신을 만나는 것, 또한 그곳에서 돌아서 걸어온 길을 바라보는 것이다. 노은주·임형남 부부 건축가
  • 현실판 ‘기생충’···지하실서 6개월간 몰래 숨어 산 남성

    현실판 ‘기생충’···지하실서 6개월간 몰래 숨어 산 남성

    20대 남성이 여성 혼자 거주하는 집 지하에서 무려 6개월 동안 ‘몰래’ 거주하다 들통나 경찰에 체포됐다. NBC뉴스 등 현지 언론의 10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93세 여성은 지난 몇 주 동안 거실 등 집안 바닥에서 수상한 소리를 들었고, 지난 7일 밤 경찰이 수색한 끝에 숨어있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의자는 올해 27세 남성으로, 경찰이 발견 당시 나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집주인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집 아래에서 뭔가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특히 늦은 밤에 ‘수상한 소리’가 더욱 자주 들렸다. 집주인은 당초 지하실에 야생동물이 들어왔다고 여겼지만, 가족들은 안전 등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해 수색에 나섰다. 경찰이 집 지하실 쪽으로 진입했을 때, 나체 상태의 남성이 발견됐다. 문제의 남성은 집 밖으로 나오길 강하게 거부했고, 이에 경찰은 사나운 경찰견과 공포탄까지 동원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현지 경찰은 타인의 집에 무단침입한 채 나오길 거부하는 그를 끌어내기 위해 최루탄을 사용해야 했다. 결국 문제의 남성은 강한 최루탄 연기를 이기지 못한 채 집 밖으로 나왔고, 사건이 종료되기까지 수 시간이 걸렸다. 이후 이 남성은 최루탄 최루탄 등의 영향으로 구급차에 실려 이송됐으며,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현지 경찰은 “지하실 내부에는 담요와 음식이 쌓여있었으며 최소 6개월 이상 집 지하실에 몰래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집 아랫부분의 공간은 높이가 약 60㎝에 불과하고, 여러 곳의 출입구가 있어서 쉽게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2년 동안 같은 지역에서 최소 5건의 체포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남성은 현재 불법 침입 혐의로 기소돼 조사를 받고 있다. 93세의 집주인 할머니는 “(누군가 남의 집에 들어와 몰래 사는 것이)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드문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 “요즘 (집이 없어서) 피난처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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