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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가 나의 집… 문학은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자유로움”

    “이야기가 나의 집… 문학은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자유로움”

    ‘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다소 실없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철옹성처럼 단단해지는 국경의 장벽 가운데 우리는 끝없이 우리가 ‘어디에’ 속하는지 심문받는다. 낯선 자를 환대하기보다는 혐오하는 것이 익숙해진 세계. ‘홈 스위트 홈’이라는 구호는 왜인지 고통스럽게 들린다. 스웨덴 소설가 요나스 하센 케미리(47)는 조금 다른 통찰을 소개한다. “이야기가 나의 집”이란다. 20세기 어느 철학자는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고 했는데, 그것과는 맥락이 조금 다른 듯하다. 이야기는 곧 문학, 어쩌면 한 줌도 되지 않을 어떤 것. 그것이 어떻게 내 몸을 누일 집이 되는가. 문학이 집이라면 우리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를 맞아 한국을 찾은 케미리를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만났다. 대표작 ‘몬테코어’를 비롯해 ‘아버지의 원칙’,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 등의 작품이 민음사를 통해 한국어로 번역됐다. 아버지는 튀니지인, 어머니는 스웨덴인으로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작가는 현재 미국으로 넘어가 뉴욕대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너는 어디에 속하는가.’ 케미리가 살면서 내내 받았을 이 질문을 그에게 다시 던졌다. “부모의 인종이 다르다는 정체성은 작가로서 무척 중요합니다. 열다섯 살 때 가고 싶었던 학교가 있었습니다. 학교와 집 사이 거리에 따라 배정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저는 떨어지고 더 먼 곳에 사는 친구는 붙었더라고요. 어머니에게 어찌하면 좋을지 물어봤더니 학교에 편지를 쓰라더군요. 실제로 그랬더니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말은 그저 소리가 아닙니다. 무언가를 바꿀 힘과 연결됩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희곡도 쓰는 케미리는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문단에서는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두루 받고 있다. 최근 발표한 소설 ‘자매들’(The Sisters)은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올해 전미도서상 후보에도 올랐다. 수상 여부는 오는 11월 결정된다. ‘몬테코어’를 비롯해 케미리의 작품은 자전적인 삶을 소재로 끌어오고 거기서 보편으로 뻗어 간다. 그러나 이것이 삶을 그대로 소설화하는 ‘오토픽션’과는 다르다고 그는 주장했다. “오토픽션은 현실에서 시작하지만 저는 상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죠. 저는 현실보다 상상의 힘이 훨씬 세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변화하는 현실의 나를 붙잡을 순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변화하는 나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게 문학의 일입니다.” 원래 케미리는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작가다. 스웨덴에서 활동할 당시 이민자를 차별하는 내용의 법 시행을 두고 2009년 한 일간지를 통해 당시 베아트리스 아스크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낸 것이 지식인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교수로 일하는 그는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나의 정치적 입장을 ‘이야기’에 둘 수 있겠지요. ‘활동가’는 구조를 단순화해서 말할 수 있지만 소설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잡한 세계를 그대로 드러내야죠. 예술은 우리를 간단하지 않은 진실로 밀고 가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문학이 우리의 집이다. 새로움을 찾아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본거지를 옮긴 작가는 그런데도 ‘센스 오브 홈’(Sense of Home)을 강조했다. ‘집의 감각’으로 옮길 수 있으려나. 감이 잘 잡히지 않아 정확히 다시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익명성. 제가 미국에서 처음 느낀 것. 그 누구도 될 수 있다는 것. 자유의 핵심이자 궁극적으로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 독서할 때도 그것을 느낍니다. 오로지 문학만이 줄 수 있는 감각.”
  • “은행에 2억원 있어도 월 이자 50만원 안 돼”…가족 위해 급등주 찾는 은퇴자 [파멸의 기획자들 #09]

    “은행에 2억원 있어도 월 이자 50만원 안 돼”…가족 위해 급등주 찾는 은퇴자 [파멸의 기획자들 #09]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부산 해운대에 사는 60대 박성갑은 35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이했다. 그에게 은퇴는 단순히 직장에서의 해방만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7시까지 일어나 작업복을 챙겨 입지 않아도 되는 자유, 하루 종일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밀린 독서를 할 수 있는 여유, 종종 아내와 전국 곳곳으로 여행다닐 수 있는 작은 사치 등…그간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자신에게 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떠나고 보니, 그의 장밋빛 꿈은 그저 꿈에 불과했음을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정부가 기금 고갈을 이유로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최대 65세까지 높이면서 성갑은 수 년의 공백을 수입 없이 견뎌야 했다. 몇 년 전 아내 신정숙이 집 근처에 사 둔 꼬마 상가에서 쥐꼬리만한 월세가 들어오지만 수년째 취업하지 못해 의기소침한 아들 정민, 이제 곧 대학을 졸업하는 딸 정아를 뒷바라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퇴직금으로 받은 2억원은 자녀들 결혼 자금으로 쓸 계획이어서 가급적 손대고 싶지 않았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아들이 직장을 구해서 독립할 때까지 좀 더 벌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력서를 넣는 곳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 한마디가 35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쌓아온 자존심을 한순간에 짓밟았다. “미안합니다. 더 젊은 사람을 구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참으로 냉혹했다. 겉으로는 ‘경로효친’과 ‘장유유서’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나이든 사람들에게 차갑게 등을 돌렸다. 성갑은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보며 ‘아직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세상의 냉정한 시선 앞에서 그의 의지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회사에 다닐 때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 ‘함께’라는 가치는 온데간데없었다. 직장을 떠나보니 이 세상은 오직 ‘적자생존’과 ‘각자도생’이라는 냉혹한 규칙만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질병인 이명으로 밤이 깊도록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그는 유튜브에서 유명 은퇴 전문가의 강연을 보게 됐다. “은행 이자로 노후 생활을 책임지던 시대는 진작에 끝났습니다. 소액이라도 주식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해야 인플레이션을 이겨낼 수 있어요.” 그가 성갑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했다. 자녀들을 위해 들고 있는 퇴직금 2억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금 은행 예금에서 나오는 이자로는 월 50만원도 안 되는데…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매달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원이라도 벌려면 투자 말고는 답이 없네. 기왕 이렇게 된 거 퇴직금 일부라도 주식으로 돌려서 돈을 불려보자.’ 문득 10여년 전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유행하던 ‘작전주’에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운 좋게 큰돈을 벌었던 짜릿한 순간. 그는 종목 분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느낌’이 좋아서 바이오 기업 주식 하나를 샀고, 그 주식이 한동안 상한가를 이어가자 황급히 팔고 나왔다. 신기하게도 그 주식은 며칠 뒤부터 하한가로 직행했고, 얼마 뒤 상장폐지됐다. 행운의 열차에 우연히 올라탔고 타이밍 좋게 내렸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때 번 돈이 디딤돌 역할을 했다. 당시의 짜릿한 기회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심 과거의 영광을 또 한 번 누리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종목을 선별해 보기로 했다. 평소 투자에 대해 잘 안다고 떠들고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오랜만이야. 늘그막에 퇴직금으로 주식 투자를 해보려는데, 배울 만한 곳이 있을까?” 친구의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이놈아, 우리 나이에 투자하다가 망하면 부산 앞바다밖에 갈 곳이 없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퇴직금이나 잘 챙겨. 그 돈이야말로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너를 지켜줄 인생의 마지막 동아줄이야.” 친구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몇 년 전 여윳돈으로 골드바를 샀다가 금값이 폭등해 큰 돈을 벌었다. 요즘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자랑질을 일삼는다. 자기는 투자로 큰돈을 벌어놓고, 나보고는 퇴직금이나 지키라니.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화가 났다. ‘투자하지 말라’는 친구의 경고가 역설적으로 성갑의 투자 결심에 기름을 부었다. ‘네가 성공한 것처럼 나라고 못할 것 있나. 학교 다닐 땐 내가 너보다 공부도 잘했는데.’ 늘 그랬듯 잠들기 전 이명을 견디고자 스마트폰을 켰다. 간만에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다. 이성 친구가 생겼을까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살폈지만, 아직까지 남자 사진은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딸의 해맑은 미소의 사진들 위로, 그의 눈길을 잡아끄는 광고가 섬광처럼 번쩍였다. ‘상한가 급등주 추천’ 아래에는 친절하게도 연락처를 입력하는 칸이 마련돼 있었다. 그를 위해 나타난 구원의 메시지처럼 보였지만 고개를 드는 의구심 또한 피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일본보다 속임수 범죄 건수가 10배나 많은 ‘사기 공화국’ 아니던가. (10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샤워 소리 난다” 부모 앞에서 딸 부부 살해한 아랫집…방에 숨은 두 손녀는 울지도 못했다[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사건창고]

    “샤워 소리 난다” 부모 앞에서 딸 부부 살해한 아랫집…방에 숨은 두 손녀는 울지도 못했다[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사건창고]

    2021년 9월 27일 새벽, 전남 여수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 사건은 5년간의 층간소음 갈등이 빚어낸 비극이다. 아래층 남성은 흉기를 든 채 윗집으로 올라가 무고한 일가족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했다. 새벽에 일어난 참혹한 범행윗집 문 열리자 참수하듯이 흉기 공격손주 돌보던 외할머니·외할아버지 중상사건은 2021년 9월 27일 오전 0시 33분경 시작됐다. 여수시의 한 아파트 8층에 사는 장모(당시 34세)씨는 9층 김모(40대)씨의 집 앞에서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목장갑을 낀 손에는 긴 흉기가 들려 있었다. 문이 열리고 김씨가 나오자마자 장씨는 참수하듯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가 쓰러지자 열린 현관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간 장씨는 김씨의 아내 A씨와 A씨의 60대 친정 부모에게까지 흉기를 휘둘렀다. 장씨의 흉기 공격은 머리와 복부 등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곳에 집중됐다. 김씨와 아내 A씨는 현장에서 숨졌고, 김씨의 장인·장모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당시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던 김씨의 두 딸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화를 면했지만, 극도의 공포에 빠져 있었다. 범행 후 장씨는 어머니에게 연락해 사실을 알렸고, 어머니의 설득으로 자수했다. 그는 112에 전화해 “내가 흉기로 사람 네 명을 죽였다”고 신고한 뒤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가 20분 만에 검거됐다. 장씨는 경찰조사에서 “5년 전부터 위층과 층간소음 갈등을 겪었다”면서 “범행 당시 ‘쿵쿵’ 대는 발소리가 들려 화가 나 범행하기로 마음먹고 윗집에 올라갔다”고 진술했다. 그는 범행을 저지르기 12일 전에도 경찰에 “위층에서 나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소 여부를 물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 주민들은 두 집 간의 층간소음 다툼을 전하면서 장씨가 소리에 매우 예민했다고 했다. 한 주민은 “시끄럽다고 (장씨가) 맨날 쫓아 올라가고, 위층(김씨네)은 맨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김씨 부부는 평소 “아랫집에서 툭하면 항의해 너무 힘들다. (장씨가) 너무 예민하다. 거실·방 바닥에 매트 같은 거 다 깔았는데도 그러더라”고 자주 하소연했다고 덧붙였다. 김씨 가족이 “우리 집 안에서 나는 소음이 아니고 다른 집에서 나는 소음일 수도 있다”고 하소연했지만, 장씨는 지속적으로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부부가 퇴근한 뒤 샤워라도 하면 장씨가 올라 와 “물소리가 시끄럽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윗집 “딴 집서 나는 소리일 수도” 하소연아랫집 30대 ‘정신병·음주상태’ 아니었다무기징역·전자발찌 “재발 막을 가족 없다”판결문에 따르면 장씨는 특별한 정신병 전력이 없고, 범행 전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었다. 감정의는 “장씨에게 나타나는 심한 죄책감, 우울, 불안은 범행 후유증으로 보이고, ‘첫 번째 공격한 이후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장씨의 말은 격분한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면서 “이는 범행 과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심신상실이나 미약 상태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장씨는 3차례 진행한 심리검사에서 ‘내성적인 은둔형’이라는 판단이 나왔고, 2013년부터 가족과 독립해 홀로 은둔형 생활을 하면서 사소한 소음에도 스트레스를 받은 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됐다.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장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받았다. 2심에서 장씨의 항소가 기각돼 1심 형이 확정되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었다. 층간소음 신고 및 강력범죄 매년 증가‘샤워 물소리는 층간소음 아니다’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연도별 통계’에 따르면 22년 신고된 층간소음은 4만 393건이다. 2019년 2만 6257건으로 매년 3만건을 넘지 않던 것이 코로나 발생 후 2020년 4만 2550건, 2021년 4만 6596건으로 4만건을 훌쩍 넘었고 코로나 이후에도 신고건수는 크게 줄지는 않았다. 층간소음으로 촉발된 폭력 등 5대 강력범죄도 2019년 84건에서 2021년 110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규칙상 욕실, 다용도실 등의 급수·배수 소음, 즉 샤워 물소리는 층간소음이 아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이웃과의 소통과 배려가 사라지는 사회 분위기에서 층간소음의 갈등이 늘어나고 있지만 중재 등 직접 부딪치지 않는 방법을 최대한 시도하지 않고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면서 “한 가정을 완전 박살 내고 자기 인생도 무너뜨린, 절대 재발해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고 했다.
  • 독립 청사 없이 ‘기밀’ 유지될까… 갈 곳 없는 중수청, 졸속 우려 불가피

    독립 청사 없이 ‘기밀’ 유지될까… 갈 곳 없는 중수청, 졸속 우려 불가피

    기존 검찰청 건물 사용 방안 고려‘수사·기소 분리’ 위반 가능성 지적공수처도 5년째 단독 청사 못 구해 청장 인선·전문 인력 확보도 과제 정부·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으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시설과 시스템 구축을 두고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사기관은 일반 부처와 달리 기밀을 요구하는 일이 많은 만큼 독립 청사에 대한 필요성이 높은데 이를 구축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중수청이 기존 검찰청 건물을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되지만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같은 건물을 나눠 사용할 경우 출범 초기 수사·기소 분리가 지켜지지 않을 우려가 있고, 행정안전부·법무부 중 누가 건물 관리를 맡을 것인지도 협의가 필요하다. 출범 5년째를 맞이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아직까지 독립 청사를 구하지 못해 다른 부처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앞서 공수처는 독립 청사를 사용하지 못해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상황이 실시간 생중계되는 등 수사 기밀 유지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이종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중수청이) 독립 청사로 가는 것이 적절하지만 예산, 장소 등 언제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음달 출범 예정인 형사전자소송 시스템 역시 당장은 사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형사전자소송은 민사처럼 형사재판에서도 서류 없이 모든 자료와 증거 등을 전자적으로 주고받는 시스템인데, 중수청은 출범 후에도 사건 자료와 증거 등을 직접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 인력 확보도 문제다. 검사는 검사복을 벗고 수사관 신분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아직 내부 반발이 크다. 중수청장을 누가 맡을지도 쉽지 않은 과제다. 외부 인사가 맡으면 조직 통솔이 쉽지 않을 수 있고, 수사와 인사 전반을 두고 행안부 장관과 중수청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중수청 출범 초기) 법무부 수사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면 경찰 출신이 장이 된다는 것은 지휘·감독 차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수청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 범죄의 개념이 불명확한 만큼 다른 수사기관과의 중복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퇴근길에 반찬 선물…영등포구 ‘청년한끼’로 건강 챙긴다

    퇴근길에 반찬 선물…영등포구 ‘청년한끼’로 건강 챙긴다

    서울 영등포구는 청년들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지원하고자 지역 내 교회 5곳과 함께 ‘퇴근길 청년한끼’ 사업을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이 사업은 지난달 구와 협약을 맺은 5개 교회와 동 직능단체가 함께 추진하는 민관 협력형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에게 정기적으로 반찬을 나눠주는 게 핵심이다. 영등포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청년 인구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구 관계자는 “사업을 통해 청년들의 생활 밀착형 지원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근길 청년한끼는 ‘요리배움’과 ‘반찬나눔’ 등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요리배움은 청년들이 직접 반찬 2종을 만든다. 완성된 반찬은 반찬나눔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청년들에게 제공된다. 반찬나눔 참여자는 퇴근길에 교회를 방문해 2종의 반찬을 수령할 수 있다. 첫 행사는 오는 18일은 양평동교회에서 열린다. 신청 대상은 구에 사는 19~39세 청년이다. 참가비는 무료다. 요리배움은 회당 10명, 반찬나눔은 회당 50명을 모집한다. 신청은 오는 12일까지 포스터 속 QR코드를 통해 가능하다. 신청자가 많을 경우 전산 추첨으로 선정한다. 최종 결과는 오는 16일 문자로 개별 안내한다. 이 사업은 이달부터 11월 중순까지 매주 목요일에 진행한다. 다만 교회 일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단순한 요리 강습을 넘어 청년들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돕고 삶의 질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되기 바란다”라며 “청년 인구 비율이 높은 영등포의 특성에 맞춰 앞으로도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꾸준히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 “결국 요강 샀어요”…‘최악 가뭄’ 강릉, 제한 급수에 극한 상황

    “결국 요강 샀어요”…‘최악 가뭄’ 강릉, 제한 급수에 극한 상황

    최악의 가뭄으로 제한 급수에 돌입한 강원 강릉에서 시민들이 페트병에 소변을 모으고 가족 수만큼 요강을 사는 등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 상인들은 “단수되면 영업 불가”라며 절망하고 있다. 8일 오전 6시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2.4%로 전날보다 0.2%포인트 더 떨어졌다. 식수 공급 마지노선인 15%를 밑돌며 평년(71.2%) 대비 6분의 1 수준이다. “페트병에 소변 모아 한꺼번에 내릴게요” 강릉시가 6일부터 대규모 수용가 123곳을 대상으로 제한 급수를 시작한 첫 주말,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강릉 지역 맘카페에는 “페트병에 소변을 본다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시민은 “저희 남편, 페트병에 소변을 모아뒀다가 내일 물 나오는 시간에 (변기에 넣고) 한꺼번에 내리겠답니다”라고 썼다. 다른 회원들도 “저희 막내도 소변 후 물내리기 금지 방송 듣고 냄새난다고 페트병에 싸겠다네요” “살려면 어쩔 수가 없지요”라며 공감했다. 한 회원은 “저희 집은 가족 수대로 요강 구매했어요. 각자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버려요”라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잇따랐다. 한 시민은 “갑자기 아파트 단수 방송, 진짜 이제 집에 한 곳도 물이 조금도 나오지 않는다”며 틀어놓아도 물이 나오지 않는 세면대 사진을 올렸다. 아파트는 “2일 쓸 물을 4일에 나눠 써달라” 교동 택지의 한 아파트에는 “우리 아파트는 평균 2일을 사용할 물탱크를 갖췄으나 시에서 4일을 사용하라고 한다”며 단수 가능성을 경고하는 안내문이 붙었다. 해당 아파트는 “입주민들은 지금보다 50%를 더 줄여야 4일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매우 불편하시겠지만 최대한 아껴달라”고 호소했다. 각 아파트는 자구책으로 자체 시간제 단수를 실시하거나 2∼3일 쓸 물을 4∼5일에 나눠 쓸 것을 입주민들에게 부탁하고 있다. 저수조 구조상 운반 급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건물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의 절망감은 더 깊다. 일단 큰 정수기를 작은 것으로 바꾸고 손님들에게 내어주던 물도 정수기 물이 아닌 생수로 바꿨다. 한 상인은 “단수가 되면 일단 화장실 이용 문제 때문에 영업이 힘들다”며 “단수가 시행되면 아예 영업을 쉬거나 급수 시간대에 맞춰 영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상인은 “단수되면 그냥 이 불경기에 다 죽는 것”이라며 “영업 불가로 인한 보상도 필요 없다. 물만 잘 해결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단수 걱정 때문인지…관광객 발걸음도 뚝” 관광객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 상인들은 “지금까지 주말 장사하면서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이라며 “다들 단수 걱정 때문인지 놀러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혼란이 계속되자 강릉시는 7일 부시장 주재로 대수용가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숙박시설 관계자들은 제한 급수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애로사항에 대해 질의했다. 소방청은 최악의 가뭄피해가 이어지는 강릉지역 급수 지원을 위해 2차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8일부터 본격적인 급수 지원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강릉시는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공동주택 113개소, 대형숙박시설 10개소 등 123개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상수도 공급을 중단했다. 7일에는 군부대 차량 400대와 해군·해경 함정 2대, 육군 헬기 5대, 지자체·민간 장비 45대가 투입돼 약 3만t을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 등에 공급했다.
  • 어르신 반려동물 의료비 지원하는 양천

    어르신 반려동물 의료비 지원하는 양천

    서울 양천구는 경제적 여건으로 반려동물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령층을 위한 ‘양천형 우리동네 동물병원’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양천형 우리동네 동물병원은 반려동물과 지내는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데 따라 2023년 양천구가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한 특화 사업이다. 양천구에 사는 65세 이상 기초연급 수급 어르신이 기르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지원한다. 시행 3년째인 올해까지 반려동물 200여마리가 진료비 지원을 받았다. 올해부터 지원 범위가 가구당 1마리에서 1인당 1마리로 확대됐다. 기초검진이나 예방접종,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 필수진료는 20만원까지 지원한다. 미용이나 영양제 주사 등 단순 처방을 제외한 필수진료 시 발견된 질병 치료나 중성화 수술 등은 20만원까지 지원한다. 취약계층 반려동물 의료지원 사업인 ‘서울형 우리동네 동물병원’과 별도의 사업으로 전액 구비로 운영된다. 기초연급수급자 확인서와 신분증을 들고 목동·신월동·신정동 등 10곳의 양천형 우리동네 동물병원을 방문하면 된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양천형 우리동네 동물병원은 어르신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반려동물과 건강하게 동행할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한 복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 “매일 밤 찬물 샤워로 버텨”…역대 가장 더웠던 올여름, 더 괴로웠던 이들[취중생]

    “매일 밤 찬물 샤워로 버텨”…역대 가장 더웠던 올여름, 더 괴로웠던 이들[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자다가 더워서 깨면 찬물로 샤워하기만 반복했어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조모(49)씨에게 올여름은 유독 더 괴로웠습니다. 딸 A(16)양과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버텨야 했지만, 밤마다 반복되는 열대야로 땀에 흠뻑 젖은 채 깨기가 일쑤였습니다. 조씨는 “저희 형편에 에어컨을 살 수도 없고, 자다 깨면 찬물 샤워하는 방법밖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조씨는 지난해처럼 더위가 길어지는 게 두렵다고 했습니다.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지난해(25.6도)를 제치고 근대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웠습니다. 최고기온 평균도 30.7도로 역대 1위였고, 최저기온 평균은 21.5도로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폭염일(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은 28.1일로 역대 세 번째로 많았고, 열대야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은 15.5일로 네 번째로 많았습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반복됐던 날씨에 조씨의 딸인 A양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희귀질환을 앓아 초등학교 졸업 이후 홈스쿨링을 받은 A양은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깁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A양의 책상엔 집에 단 2대뿐인 선풍기가 모두 놓여 있었습니다. 이상기후에 여름은 점점 뜨거워지고 길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 섞인 전망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이상기후에 취약한 이들은 버티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폭우로 인한 고통도 취약계층엔 더 큽니다. 실제로 환경재단이 지난해 저소득 가정 101곳 아동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를 보면, ‘여름이 너무 덥거나 겨울이 너무 춥다’(59.4%)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또 ‘집안에 빗물이 들어오거나 곰팡이가 많아졌다’(27.7%)는 응답도 많았습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는 올여름 “갓난아기가 너무 더워하는데, 선풍기만 틀어도 괜찮은 건지”, “반지하가 침수됐는데 도움을 받을 수 없는지” 등을 호소하는 상담이 적잖게 들어왔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기후재난에 취약한 이들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문용필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한부모 가정을 포함해 폭염이나 폭우, 한파 등 극단적인 기후에 대응하기 어려운 이들에 대해선 사각지대가 없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夜! 어서와, ‘낭만 산사’로

    夜! 어서와, ‘낭만 산사’로

    3년째 한여름 야간 개장 ‘문화 사찰’범종 타종 뒤 절 한 바퀴 돌며 힐링사사자삼층석탑 등 곳곳 문화유산연기암 이르면 대형 마니차에 시선600여점 압화박물관 관람도 매력섬진강 대숲서 바람 맞으며 ‘죽멍’산사가 외부인에게 깊은 밤을 내주는 일은 거의 없다. 저녁이 시나브로 시작되면 객들은 산문을 내려가야 한다. 해 질 무렵 울리는 범종 소리가 사실상의 축객령이다. 한데 전남 구례의 대가람 화엄사는 독특하게 여름밤에 산문을 연다. 벌써 3년째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을 당겨 7월과 8월, 무려 두 달을 온전히 야간 개장했다. 지나간 8월의 끝자락에 ‘지리산의 꽃’ 화엄사를 다녀왔다. 봄꽃은 이미 졌고, 단풍은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한여름의 밤이라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한 스님의 표현처럼 말이다. 범종 소리를 들으며 산사에 앉아 있는 느낌은 아주 독특하다. 타종이 끝날 때까지 떠밀리듯 절집을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밤의 절집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물론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밤에도 산사에 머물 수 있다. 한데 일정표에 따라야 하는 게 다소 부담이다. 절집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도 흥미롭지만 무엇엔가 얽매이지 않은 채 여기저기 기웃대는 재미도 남다르다. 여름밤의 화엄사에선 그게 가능하다. 오픈 15초 만에 매진된다는 ‘모기장 음악회’나 ‘화야몽’ 등의 인기 이벤트 참가는 언감생심이지만, 수많은 문화유산에다 배롱나무 등 소박한 여름꽃을 보며 괜스레 ‘센치멘털’해 지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이런 행사를 통해 화엄사가 지향하는 건 문화 사찰로의 자리매김이다. 문화는 어우러질 때 형성된다. 공부와 수행이 최고의 목표인 스님들에게 대중과의 어울림은 사실 여러모로 귀찮은 일일 수 있다. 그러니까 문화 사찰을 지향한다는 건 이런 문제들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대중 곁으로 바짝 다가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기록으로만 보면 화엄사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고찰이다. 화엄사 사적기 등에 따르면 544년 인도 승려인 연기 대사가 창건한 이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오래된 문화유산도 많다. 국가 지정 유산만 해도 국보가 다섯 점에 보물이 열 점이다. 이 가운데 화엄사 영산회 괘불탱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범종 타종이 끝난 뒤 절집 구경에 나선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 천왕문(보물)을 차례로 나서면 보제루다. 법요식 등 주요 불교 의식이 열리는 누각이다. 단청 없이 소박하다. 무엇보다 외벽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이채롭다. 하나같이 이리저리 휘고 굽었다. 보제루는 어느 절집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개는 보제루 밑을 통과해 본전으로 가는 구조다. 한데 화엄사 보제루는 약간 다르다. 1층 기둥을 낮춰 방문자들이 건물 옆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 이유는 보제루를 돌아서는 순간 단박에 깨닫는다. 중심 영역인 각황전과 대웅전(이상 국보) 그리고 두 기의 석탑(보물)이 지리산 품에 안겨 장엄한 자태를 펼쳐 내고 있다. 그러니까 보제루를 우회하도록 한 건 절집의 내밀한 공간을 가벼이 드러내지 않고 보다 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였던 거다. 화엄사는 각황전과 대웅전 등 주불전이 두 곳이다. 동쪽 탑 너머는 대웅전, 서쪽 탑 위엔 각황전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각황전은 현존하는 전통 목조건물 가운데 최대 규모다. 외형은 2층이지만 내부는 통층으로 트였다. 정면에 매달린 ‘각황전’ 현판은 1702년 중건 당시 숙종이 이름을 지어 하사한 것이다. 각황전 앞은 국가 지정 유산이 한가득이다. 각황전 앞 석등은 국보, 그 옆의 사자탑은 보물이다. 각황전 옆엔 늙은 홍매가 한 그루 서 있다. 봄에 선홍빛 꽃잎을 낼 때면 나라 안팎에서 무수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늙은 매화다.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화엄사 화엄매’란 공식 이름도 얻었다. 원래 화엄매는 산내 암자인 길상암 앞에 있는 천연기념물 백매를 이르는 표현이었다. 한데 각황전 옆 홍매가 ‘전국구 스타’로 떠오르면서 지위가 슬그머니 역전된 느낌이다. 홍매가 만개할 무렵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데, 이맘때 각황전 뒤란은 거의 발 디딜 틈 없는 ‘국민 포인트’가 된다. 초가을로 접어든 요즘 홍매 이파리 몇 장은 벌써 누런 빛을 띠기 시작했다. 각황전 뒤엔 국보 사사자삼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석탑으로, 네 마리의 사자상을 기둥처럼 배치한 구조로 유명하다. 탑 가운데엔 합장한 스님이, 맞은편 석등엔 절하는 스님이 각각 조각돼 있다. 마치 석등의 스님이 석탑의 인물에게 절을 하는 듯한 모양새다. 화엄사에선 이를 어머니에게 절하는 연기 대사의 효심을 표현한 것이라 해석한다. 보제루, 화엄사 처마 밑엔 양비둘기가 서식한다. 예전엔 집비둘기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었으나 현재는 구례 화엄사, 고흥 등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되는 희귀 텃새다. 개체 수가 100여마리 정도에 불과해 국립생태원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화엄사 주변에는 가볼 만한 산내 암자도 몇 곳 있다. 불자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연기암이다. 섬진강과 구례 시가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다. 구례 문척면 사성암 옆의 오산활공장과 더불어 구례를 대표하는 풍경 전망대로 꼽을 만하다. 화엄사에서 연기암까지는 2㎞ 정도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족히 닿는다. 차로 갈 수도 있지만 화엄사 옆으로 난 ‘어머니의 길’을 따라 자박자박 걸어 보길 권한다. 늙은 나무들이 짙은 숲 그늘을 펼쳐 내는 길이다. 연기암에 이르기까지 줄곧 산책로 수준의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연기암에 들면 황금색의 대형 마니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티베트 불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행 도구다. 마니차 안에는 불교 경전이 들어 있다. 화엄사 스님의 말에 따르면 이를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은 것으로 간주한단다. 글을 읽지 못하거나 시간이 없어 경전을 읽기 어려운 신도들을 위해 조성했다고 한다. 연기암에서 화엄사로 내려오는 차도 옆엔 금정암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금정암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고 밝히면서 반짝 관심을 끌었던 암자다. 위쪽의 연기암엔 지혜를 상징하는 국내 최대(13m) 문수보살상이 서 있고, 그 아래 암자에선 대통령을 배출했으니 그저 심상한 공간은 아닌 듯싶다. 구층암도 가볼 만하다. 화엄사 대웅전 뒤로 10분 정도 걸어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암자 마당에 들면 요사채가 먼저 객을 맞는다. 가운데 방을 두고 양쪽으로 문과 마루를 낸 특이한 건물이다. 무엇보다 독특한 건 기둥이다. 죽은 모과나무를 최소한의 손질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기둥으로 썼다. 갈라진 곳은 갈라진 대로, 골과 결이 파인 곳은 파인 그대로다. 검이불루(儉而不陋)란 표현처럼 소박하되 절대 누추하지 않은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일 터다. 이번 구례 여정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압화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압화의 순우리말 이름이 더 예쁘다. 꽃누르미, 누르미꽃, 꽃누름 등으로 불린다. 꽃누르미는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 본 기억이 있을 터다. 낙엽 지는 가을날, 공연히 ‘센티해져’서 단풍잎 주워다 책갈피에 꽂아 본 기억 말이다. 이게 예술로 확장된 것이 꽃누르미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오래전부터 꽃누르미 예술가였던 셈이다. 꽃누르미는 생화를 말려 수분과 공기를 제거한 뒤 색감을 유지한 말린 꽃을 회화, 공예, 가구 제작 등에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무엇을 만들 건 하나밖에 없는 생화로 만들기 때문에 작품 역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구례 외곽에 한국압화박물관이 있다. 공공기관에서 조성한 압화박물관으로는 전국 유일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압화 전시장이 몇 곳 있지만 구례 압화박물관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역대 대한민국 압화대전 대상 등 수상작을 비롯해 600여점의 꽃누르미 작품이 전시돼 있다. 국내뿐 아니라 압화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 러시아 등의 작품도 전시됐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이다. 작가들이 꽃을 채집하고 이를 그림이나 공예 작품으로 만들어 낸 과정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돈도 아니다. 압화박물관 옆에는 지리산 일대의 야생화 표본을 전시한 식물표본전시관, 식물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려 낸 식물세밀화전시관 등이 있다. 이를 모두 찬찬히 둘러보자면 반나절로도 모자란다. 여기는 모두 무료다. 압화박물관에서 섬진강을 따라 하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섬진강어류생태관과 만난다. 섬진강의 민물고기를 보전, 전시하는 공간이다. 여기도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라면 필수 방문 코스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다. 내부에 크고 작은 수조 등 다양한 어류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야외에도 민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장 등이 조성됐다. 어류생태관 맞은편은 천연기념물인 수달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만날 수 있는 수달생태공원이다. 이제 대숲에 이는 바람을 만나러 섬진강으로 간다. 구례가 숨겨 둔 비밀 정원 같은 곳. 벚꽃 흩날리는 초봄의 섬진강을 뇌리에서 지우지 않으면 절대 만나지지 않을 공간이다. 섬진강 대숲은 개발론자에 앞서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은 한 주민의 지혜로 조성됐다. 섬진강 일대에서 진행된 사금 채취로 모래밭이 유실되자 이를 막기 위해 한 주민이 강변에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대숲은 일종의 방파제 구실을 했고, 점점 규모를 늘려 지금과 같은 무성한 대숲으로 자랐다. “대나무 한두 그루는 성글지만/무리 지은 대숲은 조밀하고 단단해서/여름 볕을 거뜬히 피할 수 있다.” 섬진강 대숲에 내걸린 신석정 시인의 시 가운데 일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이 자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사례이지 싶다. 대숲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죽멍’도 하고, 섬진강 쪽 샛길 그네에서 인증샷도 찍는다. 밤에도 경관 조명이 들어온다. 구례의 저물녘은 오산활공장에서 맞는다. 사성암 바로 아래 있는 레저 시설로, 패러글라이딩 등을 위해 조성됐다. 너른 풀밭에 서면 구례와 지리산이 한눈에 담긴다. 바로 뒤 사성암은 오산(531m)의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절집이다. 경내 풍경도 곱지만 무엇보다 절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오산활공장과 섬진강어류생태관 사이에 구안실(苟安室)이란 마을이 있다. 매천 황현(1855~1910)이 1886년 낙향해 살았던 사적지다. 매천은 절명시를 남기고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열혈 선비다. 현 간전면 수평리에 ‘구차하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다’는 뜻의 구안실을 짓고 16년 동안 생활했다. 그의 시와 기록 대부분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집 앞에는 샘도 팠다. 그의 호 ‘매천’은 이 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책꽂이]

    [책꽂이]

    경성풍경(김상엽 지음, 혜화1117) 전통과 근대 문명이 한데 섞여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던 100년 전 경성에서 현재 서울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찾아볼 수 있을까. 미술사학자인 김상엽이 1930년대에 제작된 ‘경성정밀지도’(1933)와 ‘대경성부대관’(1936)이라는 2장의 대형 지도를 이용해 100년 전 경성 골목으로 이끈다. 기존 비슷한 책들은 전체 지도를 한두 장의 이미지로 보여 주는 데 그쳤지만, 이 책은 두 개의 지도를 해부하듯 구획별로 쪼개고 동네별로 나눈 뒤 최대한 확대해 보여 줌으로써 경성 시가지 골목길 구석구석까지 실감 나게 만날 수 있게 한다. 1080쪽, 10만원. 붉은 굶주림(앤 애플바움 지음, 함규진 옮김, 글항아리) 국토의 95%가 평지이고 85%는 경작할 수 있는 땅인 우크라이나는 그야말로 ‘유럽의 곡창 지대’다. 그런 곳에서 1932~ 1933년 유럽 역사상 최악의 기아 사태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대기근’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민족 해방을 외치는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기 위해 소련의 악명 높은 독재자 스탈린이 인위적으로 일으킨 것이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대기근이 통치자가 자국민에게 식량을 무기로 휘두른 전쟁이었다고 단언한다. 스탈린과 측근들의 서신, 비밀경찰 보고서 등을 통해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보다 더 끔찍했던 인종 청소의 실체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816쪽, 4만 8000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최준영 지음, 교보문고)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요즘 같은 때 사안의 이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리’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경제·주택·에너지·인구·기후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전 세계 15개 지역을 ‘지리의 눈’으로 분석한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오스트리아가 어떻게 주택 가격을 안정시켰는지, 동남아 최고 부국이었던 미얀마가 어떻게 몰락했는지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304쪽, 1만 8800원. 광합성 인간(린 피플스 지음, 김초원 옮김, 흐름출판) 도심의 밤 풍경을 화려하게 만드는 인공 조명은 인간은 물론 동식물들에게도 최악의 공해다.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은 밤마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아침마다 알람 소리에 겨우 일어나며, 피로를 떨쳐 내기 위해 하루 종일 커피에 의존한다. 저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줄어드는 일조량과 인공 조명이 만드는 빛 공해가 인간의 생체 시계에 혼란을 줘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개인적 해법을 제시한다. 496쪽, 2만 9000원.
  • “우주선에 산소가 부족해”…80대 여성, ‘로맨스 스캠’에 당했다

    “우주선에 산소가 부족해”…80대 여성, ‘로맨스 스캠’에 당했다

    일본의 80대 여성이 “우주선에 산소가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말에 속아 약 1000만원을 송금한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은 3일(현지시간) “삿포로시에 사는 80대 여성 A씨는 지난 7월 중순쯤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에게 속아 100만 엔(한화 약 940만 원)을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NS에서 만난 남성은 A씨에게 자신이 현재 우주에서 미션을 수행 중인 우주비행사라고 소개했고 이후 A씨와 그는 메일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다. 남성은 A씨에게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왔는데 얼마 전 우주선 공격을 받았다. 우주선이 망가져 산소가 부족하다”면서 “산소를 구입할 수 있는 전자화폐를 사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지난달 30일까지 편의점 5곳에서 총 100만 엔어치의 전자화폐를 구매했고 이를 순차적으로 남성의 메일에 전송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온 A씨는 남성이 실제로 우주에서 자신에게 연락을 하고 있다고 믿고 전자화폐를 보내줬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가족과 상담한 끝에 경찰을 찾아간 결과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현지 언론은 “A씨는 홀로 거주하며 온라인을 통해 그 남성과 교류했다. 관계가 깊어지면서 A씨는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이 사건이 온라인에서 속이기 쉬운 취약 계층, 특히 노인을 표적으로 삼는 전형적인 연애 사기(로맨스 스캠)이라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알게 된 상대방이 현금을 요구한다면 어떤 경우든 사기를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로맨스 스캠으로 불리는 연애 사기는 전 세계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한 로맨스 스캠 사기는 3326건으로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발생한 로맨스 스캠으로 인한 피해액은 346억 엔(약 3250억 원)에 달하는데, 이 역시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미국과 영국 등도 로맨스 스캠 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방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피해자 6만 4000명이 발생했으며 이들이 입은 피해액은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4년 전 보고된 손실액의 2배다. 영국에서도 성인 10명 중 1명이 로맨스 스캠의 표적이 됐거나 표적이 된 사람을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대형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조사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로맨스 스캠 사기 건수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평균 8000파운드(한화 약 1500만 원)을 잃었으며, 61세 이상 노인의 경우 평균 피해액은 1만 9000파운드(약 3560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 “우주선에 산소가 부족해”…80대 여성, ‘로맨스 스캠’에 당했다 [핫이슈]

    “우주선에 산소가 부족해”…80대 여성, ‘로맨스 스캠’에 당했다 [핫이슈]

    일본의 80대 여성이 “우주선에 산소가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말에 속아 약 1000만원을 송금한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은 3일(현지시간) “삿포로시에 사는 80대 여성 A씨는 지난 7월 중순쯤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에게 속아 100만 엔(한화 약 940만 원)을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NS에서 만난 남성은 A씨에게 자신이 현재 우주에서 미션을 수행 중인 우주비행사라고 소개했고 이후 A씨와 그는 메일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다. 남성은 A씨에게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왔는데 얼마 전 우주선 공격을 받았다. 우주선이 망가져 산소가 부족하다”면서 “산소를 구입할 수 있는 전자화폐를 사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지난달 30일까지 편의점 5곳에서 총 100만 엔어치의 전자화폐를 구매했고 이를 순차적으로 남성의 메일에 전송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온 A씨는 남성이 실제로 우주에서 자신에게 연락을 하고 있다고 믿고 전자화폐를 보내줬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가족과 상담한 끝에 경찰을 찾아간 결과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현지 언론은 “A씨는 홀로 거주하며 온라인을 통해 그 남성과 교류했다. 관계가 깊어지면서 A씨는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이 사건이 온라인에서 속이기 쉬운 취약 계층, 특히 노인을 표적으로 삼는 전형적인 연애 사기(로맨스 스캠)이라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알게 된 상대방이 현금을 요구한다면 어떤 경우든 사기를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로맨스 스캠으로 불리는 연애 사기는 전 세계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한 로맨스 스캠 사기는 3326건으로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발생한 로맨스 스캠으로 인한 피해액은 346억 엔(약 3250억 원)에 달하는데, 이 역시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미국과 영국 등도 로맨스 스캠 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방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피해자 6만 4000명이 발생했으며 이들이 입은 피해액은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4년 전 보고된 손실액의 2배다. 영국에서도 성인 10명 중 1명이 로맨스 스캠의 표적이 됐거나 표적이 된 사람을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대형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조사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로맨스 스캠 사기 건수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평균 8000파운드(한화 약 1500만 원)을 잃었으며, 61세 이상 노인의 경우 평균 피해액은 1만 9000파운드(약 3560만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 이천시, 대중교통 취약지역 ‘희망택시 지원사업’ 마을 확대···60→71개

    이천시, 대중교통 취약지역 ‘희망택시 지원사업’ 마을 확대···60→71개

    경기 이천시는 오는 8일부터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역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운행 중인 ‘희망택시 지원사업’ 대상 마을을 기존 60개 마을에서 71개로 확대 운행한다고 4일 밝혔다. ‘희망택시 지원사업’은 ‘이천시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 교통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교통 소외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저렴한 요금으로 권역별 주요 거점지역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공형 서비스이다. 희망택시 확대 지역은 기존의 장호원, 율면 똑버스 투입지역 중 벽지 노선 22개 버스노선을 폐지한 곳과 연두순시 당시 시민들의 건의 사항을 반영한 율면 3개 마을(산양1·2리, 산성1리), 장호원읍 4개 마을(나래1·2·3리, 어석1리), 설성면 2개 마을(신필1리, 상봉3리), 모가면 1개 마을(산내리), 마장면 1개 마을(관4리)로 총 11개 마을이다. 이천시는 11월에 똑버스가 투입되는 신둔, 마장지역에 대해서도 26년 상반기 일부 희망택시를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이천시는 지난 8월 25일 이러한 교통정책으로 경기도 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모두 참여한 72건의 경기도 적극행정 평가에서 ‘대상’을 받았다. 김경희 이천시장은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마을 주민들이 편리하게 외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희망택시 운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라며 “앞으로도 수요자 중심의 교통서비스를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 주민센터서 인권·환경·복지 배워요, ‘1동 1대학’… 생활 속 캠퍼스 은평

    주민센터서 인권·환경·복지 배워요, ‘1동 1대학’… 생활 속 캠퍼스 은평

    함께 배우고 나누는 공동체 실현16개 동의 특성 살린 학과 운영 “은평에서 사는 법은 지역의 뿌리와 역사를 알고, 동네를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은 지난 2일 대조동에 있는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린 ‘은평 1동 1대학 총장 특별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날 특강에는 은평 1동 1대학 학습자와 지역 주민 등 165명이 참석해 열띤 호응을 보냈다. 은평 1동 1대학 총장 자격으로 강단에 선 김 구청장은 “은평에서 산다는 건 결국 ‘함께하는 것’이다. 이웃과 배우고, 나누고, 서로의 삶을 지켜보면서 자라는 게 우리 구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라며 “특히 대학교가 부족한 은평에 동마다 대학교를 만들어 원하는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건 전국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랑거리”라고 1동 1대학의 의미를 전했다. 1동 1대학은 구에 있는 16개 동주민센터를 캠퍼스로 지정하고, 지역 대학의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주민들에게 양질의 평생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동의 특성을 살린 학과 운영을 통해 주민들이 사회복지와 환경, 인권 등 다양한 주제를 배울 수 있는 ‘생활 속 캠퍼스’를 꾸려가고 있다. 모든 교육은 대학의 전문 교수 또는 강사의 강의로 이뤄진다. 대학에 직접 방문하거나 대학의 시설을 체험할 기회까지 주어져 주민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 녹번1동은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손을 잡고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로, 탄소 네거티브’를, 응암2동은 명지대 미래교육원과 함께 ‘AI(인공지능) 기반 생태계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날 특강에 참여한 주민들은 1동 1대학에 대한 만족감 드러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구에서 주민을 생각하는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며 “특히 1동 1대학에 참가하면서 은평에서 배우고 살아간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구청장은 “1동 1대학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주민들이 소통하고 지역을 더 깊이 이해하며, 진정한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감사하게도 유네스코 평생학습도시 대상과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의 좋은 정책상 등 다양한 곳에서 우수한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모두 구민과 함께 만든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동과 대학이 연결돼 주민 모두가 학습자로 살아갈 수 있는 평생학습의 도시 은평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성형’ 넘어선 피부과… 개원 신고 68% 급증

    의정갈등으로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개원을 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피부과 개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새로 문을 연 일반의 의원급 의료기관 중 피부과는 압도적으로 많았고 증가세도 가장 가팔랐다. 1일 서울신문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피부과 신규 개설 신고는 246곳으로 1년 전(146곳)보다 68%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성형외과는 2023년 53곳에서 지난해 83곳으로 56% 증가했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2023년 59곳 신설됐던 내과는 지난해 87곳이 생겼고, 가정의학과는 2023년 52곳, 지난해 67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같은기간 정형외과(49곳→52곳), 외과(21곳→39곳) 등도 신규 개설되긴 했지만, 피부과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해 강희경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료보험 대상에 들어가있는 진료과목은 피부과, 성형외과에 비해 너무 벌이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수가 체계의 합리적인 조정 등이 이뤄져야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피부과가 급증한 것은 회복 기간 없이 간단하게 받을 수 있는 피부 시술이 유행하는 등 최근 수요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오모(25)씨는 “얼굴 지방세포 분해 시술에 이어 초음파로 피부 콜라젠 생성을 유도하는 시술도 받았다”며 “수술 없이 변화를 느낄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일명 ‘저속 노화’가 유행하면서 관련 피부과 시술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며 “충분한 정보 없이 무작정 편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 전공의 파업 당시 피부과 신규개설 68%나 많아져

    전공의 파업 당시 피부과 신규개설 68%나 많아져

    의정갈등으로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개원을 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피부과 개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새로 문을 연 일반의 의원급 의료기관 중 피부과는 압도적으로 많았고 증가세도 가장 가팔랐다. 1일 서울신문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피부과 신규 개설 신고는 246곳으로 1년 전(146곳)보다 68%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성형외과는 2023년 53곳에서 지난해 83곳으로 56% 증가했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2023년 59곳 신설됐던 내과는 지난해 87곳이 생겼고, 가정의학과는 2023년 52곳, 지난해 67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같은기간 정형외과(49곳→52곳), 외과(21곳→39곳) 등도 신규 개설되긴 했지만, 피부과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해 강희경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료보험 대상에 들어가있는 진료과목은 피부과, 성형외과에 비해 너무 벌이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수가 체계의 합리적인 조정 등이 이뤄져야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피부과가 급증한 것은 회복 기간 없이 간단하게 받을 수 있는 피부 시술이 유행하는 등 최근 수요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오모(25)씨는 “얼굴 지방세포 분해 시술에 이어 초음파로 피부 콜라젠 생성을 유도하는 시술도 받았다”며 “수술 없이 변화를 느낄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일명 ‘저속 노화’가 유행하면서 관련 피부과 시술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며 “충분한 정보 없이 무작정 편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 성동, 서울 자치구 첫 ‘통합돌봄국’ 출범

    성동구가 서울 자치구 최초로 ‘통합돌봄국’을 만든다. 성동구는 기존 복지국과 구분되는 국 단위 통합돌봄 정책 전담 조직인 통합돌봄국을 10월 1일부터 신설한다고 31일 밝혔다. 통합돌봄국은 정부 국정과제인 ‘지금 사는 곳에서 누리는 통합돌봄’을 지역 차원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조직이다. 또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성동구 관계자는 “복지 관련 기존 국 조직에 돌봄 업무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통합돌봄 정책만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면서 “통합돌봄과, 어르신복지과, 장애인복지과, 희망복지과로 조직을 구성해 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돌봄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성동구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스마트 장비와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결합한 ‘스마트헬스케어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동구민이 지금 사는 곳에서 안심하고 돌봄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 특성에 맞는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 검사·금감원·은행 나눠 ‘역할극’… AI 통해 가스라이팅 시켜 조종

    검사·금감원·은행 나눠 ‘역할극’… AI 통해 가스라이팅 시켜 조종

    수사당국·금융기관 사칭해 접근다크웹으로 개인 정보 미리 빼내 문자메시지로 악성 앱 설치 유도“확인차 연락”한다며 피해자 압박AI 딥보이스 기술 통해 수법 진화가스라이팅 당한 20대 도피 생활 30대 이하·40~60대도 범죄 표적“검거율 낮아… 해외 사법 공조 필요” 올해 1~7월 보이스피싱·스미싱 피해액이 8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피싱조직의 수법이 진화하고 있어서다. “서울중앙지검 ○○○ 검사입니다”, “금융감독원 ○○○입니다” 등 기관 단 1곳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다며 출금을 유도하는 ‘고전 방식’은 사라지는 추세다. 31일 경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두드러진 보이스피싱의 유형 중 하나는 정교해진 ‘역할극 기관 사칭 사기’다. 피싱조직은 검사, 금감원 직원, 은행 직원 등으로 역할을 나눠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피해자의 연락처, 이름, 직장 등 일부 개인정보는 다크웹 등을 통해 확보한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이들은 맞춤형 사기를 저지르기 위해 ‘악성 앱 설치’에 사활을 건다. 대표적인 방식은 문자메시지를 통한 ‘배송조회 URL’ 전송이다. 피해자가 링크를 누르도록 유도한 뒤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배송될 예정이니 보안 점검을 위해 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한다. 저금리 대출 광고에 응한 피해자에게는 ‘대출 전용 앱’, ‘보안 앱’ 설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대출 상담을 원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달라’는 문자를 받은 이후 URL을 클릭했고 이후 안내받은 대로 ‘서민금융진흥원 앱’을 설치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앱은 피싱조직의 악성 앱이었다. 하지만 A씨는 카드사를 사칭해 ‘대출금 중 3000만원을 갚으라’는 피싱조직의 요구대로 돈을 보낸 이후였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금융회사 앱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후 범죄 조직원들은 여러 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를 압박한다. 검찰을 사칭한 조직원이 “당신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불법 자금 세탁에 이용됐다”고 전화를 하면 곧이어 금감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최근 계좌 사칭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확인차 연락드린다”며 다시 전화를 하는 식이다. 이 밖에도 카드배송원이나 우체국 집배원이 “카드 배송을 하러 왔다”고 연락한 뒤 “본인이 신청한 게 아니면 명의가 도용됐으니 고객센터에 전화해 보라”고 속이는 것도 수법 중 하나다. 피해자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이미 설치된 악성 앱이 작동해 통화가 조직원에게 연결된다. 이후 ‘범죄와 연루돼 있으니 다른 계좌로 돈을 옮겨야 한다’는 식으로 송금을 요구하는 등 피해자를 기만한다. 심리적 지배를 통한 ‘가스라이팅’ 방식 사기도 늘고 있다. 피싱조직은 피해자가 완전히 통제당했다고 판단할 때까지 돈을 요구하지 않고 반성문 작성 등을 지시한다. ‘본인이 처벌될 경우 가족이 입을 불이익’을 강조해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8월 초 전북 익산에 사는 20대 회사원 B씨는 개인정보 유출로 범죄에 연루됐다는 피싱조직의 가스라이팅에 속아 모텔에서 나흘간 먹고 자면서 실제 도피 생활을 했다. “선생님, 유출된 개인정보가 범죄에 활용됐는데요. 우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계시면 조치를 취해 보겠습니다.” 이 같은 전화를 받은 B씨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하겠다”는 조직의 압박에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5000만원을 피싱조직에 건네려 했지만 다행히도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설득으로 거액을 송금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의 단순한 보이스피싱으로 여겨 ‘나는 당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확보한 사진과 영상을 가지고 인공지능(AI)으로 목소리 등을 위조하는 ‘딥페이크·딥보이스 기술’도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데 한몫한다. 한 대학교수는 지난 4월 “아빠 지금 5000만원만 빨리 입금해 줄 수 있을까? 지금 이 계좌로 좀 보내 줘”라는 전화를 딸에게 받았다고 한다. 30년간 들었던 외동딸의 목소리였지만 알고 보니 AI 기술로 딸의 목소리를 흉내 낸 것이었다. 피해자는 연령을 불문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피해자의 52%는 30대 이하였고, ‘대출빙자형’ 피해자의 80%는 경제활동이 왕성한 40~60대였다. 건당 평균 피해액은 2022년 2326만원에서 올해는 7554만원으로 점점 고액화되는 추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 증가에는 낮은 검거율도 한몫한다”며 “국가 간 사법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협정 체결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 피싱이 합리적인 수준 이상으로 의심되는 경우 금융기관이 경찰에 신고하도록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피해자 혼 쏙 빼는 요즘 보이스피싱…가스라이팅까지

    피해자 혼 쏙 빼는 요즘 보이스피싱…가스라이팅까지

    올해 1~7월 보이스피싱·스미싱 피해액이 8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피싱조직의 수법이 진화하고 있어서다. “서울중앙지검 ○○○ 검사입니다”, “금융감독원 ○○○입니다” 등 기관 단 1곳을 사칭하면서 범죄에 연루됐다며 출금을 유도하는 ‘고전 방식’은 사라지는 추세다. 31일 경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두드러진 보이스피싱의 유형 중 하나는 정교해진 ‘역할극 기관 사칭 사기’다. 피싱조직은 검사, 금감원 직원, 은행 직원 등으로 역할을 나눠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피해자의 연락처, 이름, 직장 등 일부 개인정보는 다크웹 등을 통해서 확보한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이들은 맞춤형 사기를 저지르기 위해 ‘악성 앱 설치’에 사활을 건다. 악성 앱이 설치되면 피해자가 거는 전화를 중간에서 가로채 받을 수 있고, 문자 메시지나 검색 내역 등도 파악할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방식은 문자 메시지를 통한 ‘배송조회 URL’ 전송이다. 피해자가 링크를 누르도록 유도한 뒤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배송될 예정이니 보안 점검을 위해 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한다. 저금리 대출 광고에 응한 피해자에게는 ‘대출 전용 앱’, ‘보안 앱’ 설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대출 상담을 원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달라’는 문자를 받은 이후 URL을 클릭했고, 이후 안내받은 대로 ‘서민금융진흥원 앱’을 설치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앱은 피싱조직의 악성 앱이었다. 하지만 A씨는 카드사를 사칭해 ‘대출금 중 3000만원을 갚으라’는 피싱조직의 요구대로 돈을 보낸 이후였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금융회사 앱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후 범죄 조직원들은 여러 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를 압박한다. 검찰을 사칭한 조직원이 “당신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불법 자금 세탁에 이용됐다”고 전화를 하면 곧이어 금감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최근 계좌 사칭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확인차 연락드린다”며 다시 전화를 하는 식이다. 이 밖에도 카드배송원이나 우체국 집배원이 “카드 배송을 하러 왔다”고 연락한 뒤 “본인이 신청한 게 아니면 명의가 도용됐으니 고객센터에 전화해 보라”고 속이는 것도 수법 중 하나다. 피해자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이미 설치된 악성 앱이 작동해 통화가 조직원에게 연결된다. 이후 ‘범죄와 연루돼 있으니 다른 계좌로 돈을 옮겨야 한다’는 식으로 송금을 요구하는 등 피해자를 기만한다. 심리적 지배를 통한 ‘가스라이팅’ 방식 사기도 늘고 있다. 피싱조직은 피해자가 완전히 통제당했다고 판단할 때까지 돈을 요구하지 않고 반성문 작성 등을 지시한다. ‘본인이 처벌될 경우 가족이 입을 불이익’을 강조해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8월 초 전북 익산에 사는 20대 회사원 B씨는 개인정보 유출로 범죄에 연루됐다는 피싱조직의 가스라이팅에 속아 모텔에서 나흘간 먹고 자면서 실제 도피 생활을 했다. “선생님, 유출된 개인정보가 범죄에 활용됐는데요. 우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계시면 조치를 취해 보겠습니다.” 이 같은 전화를 받은 B씨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하겠다”는 조직의 압박에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5000만원을 피싱조직에 건네려 했지만 다행히도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설득으로 거액을 송금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의 단순한 보이스피싱이라 ‘나는 당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확보한 사진과 영상으로 AI(인공지능)로 목소리 등을 위조하는 ‘딥페이크·딥보이스 기술’도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이는 데 한몫한다. 한 대학교수는 지난 4월 “아빠 지금 5000만원만 빨리 입금해 줄 수 있을까? 지금 이 계좌로 좀 보내줘”라는 전화를 딸에게 받았다고 한다. 30년간 들었던 외동딸의 목소리였지만, 알고보니 AI 기술로 딸의 목소리를 흉내 낸 것이었다. 피해자는 연령을 불문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피해자의 52%는 30대 이하였고, ‘대출빙자형’ 피해자의 80%는 경제 활동이 왕성한 40~60대였다. 건당 평균 피해액은 2022년 2326만원에서 올해는 7554만원으로 점점 고액화되는 추세다. 치밀한 설계로 큰 피해를 안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 증가에는 낮은 검거율도 한몫한다”며 “국가 간 사법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협정 체결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 피싱이 합리적인 수준 이상으로 의심되는 경우 금융기관이 경찰에 신고하도록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돌연변이 뇌 아냐?” 알고 보니…‘혐오스러운 덩어리’의 반전 [포착]

    “돌연변이 뇌 아냐?” 알고 보니…‘혐오스러운 덩어리’의 반전 [포착]

    “물 위에 떠 있는 이 젤리 덩어리를 봐도 당황하지 마세요!” 미국 연방정부기관인 어류야생동물보호국(USFWS)이 지난 17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시간주 휴런호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학명 Pectinatella magnifica) 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USFWS는 “이 젤리 같은 덩어리의 정체는 젤리도, 개구리 알 덩어리도, 돌연변이 뇌도, SF 영화 속 괴물도 아니다”라며 “이건 바로 큰빗이끼벌레”라고 밝혔다. 큰빗이끼벌레는 물속에 사는 무척추동물이면서 태형동물의 한 종류다. 1㎜ 정도 크기의 개체들이 젤라틴질 물질을 분비하면서 군체를 형성하고 있다. 물속의 바위나 수초, 나뭇가지, 그물망 등에 달라붙어 세균과 조류, 동물플랑크톤을 먹이로 삼아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는 먹이가 풍부한 정체수역에서 증식이 활발하고, 수질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오히려 살지 못하는 생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커다란 몸집과 우중충한 색깔, 낯선 촉감 등의 외관 때문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다만 USFWS는 “이 고대 생물들은 담수를 살리고 플랑크톤을 포획하며, 느리게 흐르는 강과 호수에서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미가 고향인 큰빗이끼벌레는 한국에는 1990년대 초반 유입됐으며 약 12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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