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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매거진 We/우리 결혼해요

    노호영·박은영씨 지난 초여름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관람했던 과천 미술관에서의 ‘동물원’ 공연이 생각납니다.무엇인가를 보여 주고 싶고,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그대의 옷깃을 잡아끌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초여름 그 푸르던 날 과천 동물원에서의 소풍.매년 해오던 소풍이었지만 그 의미가 많이 다른 시간이었습니다.학창시절 그렇게 좋아했던 코끼리.코끼리 우리 옆을 걸으면서 한때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라마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대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내내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순간들이 생각이 납니다.기억하나요? 그런 소풍의 끝자락에 함께했던 ‘동물원’의 공연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죠. 그러나 더욱더 깊은 즐거움으로 하나가 되던 그때 그대의 눈망울을 보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라는 곡을 소리 삼아 내 입술의 몸짓으로 그대에게 고백했던 사랑.그 말을 영원히 가슴에 새기며 살고 싶습니다.이 세상의 흔하디흔한 가벼운 언어의 유희로 그대 마음을 얻고 싶지 않습니다.그저 그대와 인생을 담담히함께하고자 하는 내 마음만을 다짐해 봅니다.우리 오래도록 사랑하며 살아요. 심영호·설한샘씨 만난 지 한달만에 반지를 건네고,받았습니다.일종의 결혼 증표였습니다.이후 우리는 만날 때마다 걸었습니다. 광화문에서 만나 종각역에 있는 일식집으로 걷고,인사동에서 차를 마시고,헤어질 때는 을지로까지 또 걸었지요. 처음 만난 때가 여름이라 ‘밤 만남’을 더 즐겼습니다.선선했기 때문입니다.걸으면서 얘기하는 것이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주변 풍경을 얘기하고 연상되는 주제를 쉽게 꺼내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지요. 어디를 걸었냐고요? 만나면 어디든 걸었습니다.과천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초승달이 반달이 되고,보름달이 되는 것을 함께 보았고,때론 잠실 고수부지와 여의나루,그리고 반포 둔치에까지 이어졌습니다.보라매공원에서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밤길을 걷기도 했지요.첫 만남이 있었던 지난해 여름 밤에는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걷는 것이 유행해 외롭지 않았습니다.야외에서 걷다 보니 덤으로 얻은 것이 밤하늘에 떠있는 달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지금도 ‘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의 추억은 보배 같습니다. 달에 대한 추억은 호주 신혼여행에서 그 절정을 이루었습니다.자전의 영향으로 남반구는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인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달마저 반대로 돈다는 사실은 몰랐지요.한국을 떠날 때의 초승달이 호주에 도착하자 그믐달이 돼있는 놀라운 사실은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지요. 신혼여행중에 그믐달이 하현달로 되는 과정을 지켜본 것은 쉽게 얻기 힘든 둘만의 추억이었습니다.그 달이 보름달이 됐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다시 하현달이 됐으니 우린 결혼후에 하현달만 두번 본,흔치 않은 달 구경을 했지요. 보름달이 뜨는 날 “보름달이 떴으니 소원을 빌자.”는 습관이 생긴 것은 달을 많이 본 뒤에 생긴 ‘작은 보너스’입니다.때맞춰 신혼여행 후 처음 맞는 이번 보름달은 정월 대보름날이 되겠네요.달에게 비는 소원 생각에 가슴이 설렙니다. 채희진·이유임씨 ‘오늘 사냥 갈래?→오늘 데이트 갈래?’ ‘메일 날려∼→사랑해’ 게임회사 넥슨의 사내 커플로 오는 3월 21일 결혼하는 채희진(28)·이유임(30·여)씨는 모두 온라인게임 운영자다.채씨는 ‘아스가르드’,이씨는 ‘바람의 나라’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사랑을 시작한 것도 사랑을 키운 것도 모두 게임을 통해서였다.회사 최초의 사내 커플이라 ‘데이트’는 ‘사냥’,‘사랑해’는 ‘날려’라는 둘만의 비밀 언어를 개발해 사용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쯤 온라인 게임 이용자가 회사를 찾아와 행패를 부릴 때 단호하게 저지하는 채씨를 보고 반했다고 한다.온라인 게임회사에는 가끔 게임에 중독된 이용자들이 찾아와 항의하는 일이 있다.채씨의 나이가 비록 두살 아래지만 책임감있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믿음이 갔단다.집안으로부터 결혼 압력을 받던 이씨는 과감하게 채씨에게 호감을 털어놨고 이때부터 몰래 데이트는 시작됐다. 같은 팀에서 일하지만 팀원이 50여명으로 많아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이씨와 채씨는 온라인 게임 아스가르드를 함께 하며 호감을 키웠다.아스가르드에서 전사 캐릭터를 운영하던 이씨는 채씨의 도움으로 전사의 체력을키울 수 있었다.게임을 하면서 물리쳐야 할 괴물이 나타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하트 모양의 이모티콘을 날리며 애정 표현을 했다. 3월21일 오후 1시로 예정된 결혼식은 부천 송내역 근처 토나빌딩 10층 송내크리스탈에서 치러진다.예식 도중에 넥슨의 캐릭터 인형을 등장시켜 분위기를 띄울 예정이다.‘게임 커플’의 신혼집도 마루에 컴퓨터 두대를 설치,게임방처럼 꾸밀 작정이란다.게임커플이 하객들에게 전하는 한마디,“음식도 푸짐하고,게임처럼 재미있는 예식이 될 테니 많이들 오세요.”
  • 새옷같은 1000원짜리 교복/도봉구 알뜰장터 새달말 개설

    ‘헌 교복이라도 1년은 끄떡없어요.’ 신학기를 맞아 교복을 단돈 1000원에 장만할 수 있는 ‘교복 알뜰장터’가 개설된다. 서울 도봉구(구청장 최선길)는 다음달 23일부터 27일까지 전철 창동역사내 ‘도봉상설알뜰매장’에서 중고 교복과 참고서 등 신학기 용품을 판매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1000원대에 쓸 만한 중고 교복을 마련할 수 있어,학부모들의 값비싼 새 교복 구입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청 관계자는 “판매될 교복은 말이 중고이지 새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하고 알뜰주부들의 적극적인 이용을 권장했다. 중고 교복은 도봉구 새마을부녀회와 주부환경연합회가 도봉지역 15개 중·고교와 아파트부녀회 등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이 행사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전액 여성복지 관련사업 및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인다. 최용규기자
  • 통화내역 조회 했나 안했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외교통상부 직원들의 직무관련 정보 누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취재기자 등 관련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청와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외교부를 출입하는 국민일보 J모 기자는 12일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가 지난 10일 내가 쓴 기사의 보도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기사 게재 전날 밤 휴대폰으로 통화했던 외교부 간부 두명을 조사했다.”면서,통화내역 조회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내가 외교부 간부들에게 전화한 것을 청와대가 어떻게 알고 통화내용을 추궁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휴대폰 통화내역 조회가 가능한 지점에 가서 알아봤더니 ‘청와대나 수사기관은 공문만 있으면 타인의 통화내역을 열람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전화통화 내역 확인사실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윤태영 대변인은 “민정수석실에 알아본 결과 통화기록을 조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J기자는 지난 6일자에 ‘외교부-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사건건 충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교부와 NSC가 미국 방북팀이 6자회담에 미칠 영향 분석 등에서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등을 보도했으나,NSC는 기사내용을 부인했다. 곽태헌기자
  • 육사, 고교생 체험교실 운영

    육군사관학교(교장 김충배 육군 중장)는 올해부터 육사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생을 대상으로 ‘생도생활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고교 1년생 중 200명(여자 포함)을 선발,여름방학 기간 3∼4일간 숙식을 하며 육사생활을 체험케 하는 것으로 사관학교 중 육사가 맨 먼저 시행하는 제도이다. 입교자들은 육사내 옛 화랑대 건물에 머물며 오전 6시 점호부터 오전 학과,점심식사,오후 학과,개인 활용시간,오후 8시 일석점호까지 기존 생도와 같은 시간표를 적용받게 된다. 특히 방학 동안 교내에서 학위 군사훈련을 받는 4학년 생도들이 일과 후 입교자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육사생활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준다. 체험교실은 강의와 대화형식으로 진행되지만 강인한 정신력을 키워주기 위한 극기훈련 프로그램도 검토중이다. 육사 관계자는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사관학교 생활에 대해 문의하는 중·고생이 많아 체험교실을 마련키로 했다.”며 “짧은 기간이지만 생도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한편 육사측은 체험교실에 대한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연간 입교 횟수를 겨울방학 기간을 포함, 2∼3회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나의 건강보감]웅진코웨이개발 박용선 사장

    “무슨 운동을 그렇게 하느냐고요? 그게 제가 세상을 사는 방법입니다.” 웅진코웨이개발 박용선(48) 사장.그는 운동광이다.복싱에 태권도는 물론 볼링과 야구,축구,탁구에다 마라톤,심지어는 시쳇말로 ‘맞장’까지 구미가 당기는 운동은 뭐든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스스로도 키로 하는 운동 빼고는 뭐든 한다고 할 정도다.그가 자란 곳은 서울 돈암동 서라벌고등학교 뒤편.어렸을 때부터 고만고만한 ‘동네 어깨’들과 어울렸고,‘용가리’로 불리며 그 ‘구락부’의 중간보스까지 올랐다. ●球技에서 마라톤까지 ‘운동광' “고등학교 시절 권투를 시작했어요.당시에는 권투가 최고였거든요.동네 복싱도장에서 권투에 한참 재미를 붙였는데 아,관장이 절 불러 이러는 거예요.‘어이,용가리,너는 코가 커서 권투 못해.’치고받다가 코뼈라도 주저앉으면 날샌다는 뜻인데,그 말에 열받아 그만뒀어요.그래도 그땐 동네 공터마다 샌드백 하나씩은 걸려 있어 그걸 두들기며 울화를 풀곤 했지요.” 앞서 중학교 때는 태권도 바람이 불어 도장을 찾았다가 요샛말로 ‘개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다.“태권도 배우겠다는 놈이 두툼한 겨울 내복에 양말까지 신고 도복을 입었다가 애들 보는 앞에서 사범에게 혼쭐났죠.그럭저럭 여름이 됐는데 도장의 함석 지붕이 불볕에 달아 실내가 한증막이더라고요.더위라면 옴짝달싹을 못하는 체질이라 그때 그만뒀죠.”초등학교 때는 야구가 좋아 야구부에 들어가려 했으나 유니폼을 장만할 돈이 없어 입맛만 다시다 말았다.대신 ‘동네야구’는 원없이 했다.지금도 그는 회사 야구동호회 시합날이면 아침부터 가슴이 뛴다.그가 81년 갓 입사해 처음으로 만든 ‘운동 조직’이어서다. 그는 말쑥한 댄디스타일이 아니다.오히려 누구와도 격의없이 소주잔을 기울일 만큼 호방하고 선이 굵은 현장 스타일이다.그러면서도 미세한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동물적인 감각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제게 그런 장점이 있다면 아마 권투 등 여러 운동을 익히면서 체득한 감각이 경영 현장에서 발현된 게 아닐까요? 예를 들어 권투는 상대와 맞붙어 감각적으로 때리고 피하는 운동이거든요.권투 선수는 그래서 상대의 발만 보고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경영도 마찬가집니다.상대의 주먹을 보고 움직이면 늦습니다.그보다 한 박자 빨라야 됩니다.” 대학 2학년 때 웅진그룹 산하 헤임인터내셔널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던 그는 ‘감각과 열정의 승부사’답게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사장에 취임하자 정수기 렌털마케팅에 나서 우리나라 정수기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이름도 생소한 ‘정수기 코디제’도 그의 아이디어다.그렇게 정수기시장을 휘어잡더니 이번에는 “닦지 말고 씻으세요.”라며 비데마케팅에 나서 사상 최악이라는 시장상황을 헤치고 연간 매출액 1조원의 디딤돌을 놓았다.그런 그가 요새 축구 재미에 푹 빠져 있다.“사장으로 부임해 사내 축구부부터 만들었어요.직원들과 몸으로 부딛히며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동료애를 키운다는 점에서 어떤 방법보다 매력적입니다.”그는 운동장에 나서면 사장이 아니라 철저하게 선수가 된다.그렇게 내닫고 뒹굴면서 직원들의 기를 벼르고 스트레스를 털어낸다. ●“직원들과 의사소통에 그만” 축구장에만 나서면 직원들과 격의없이 뛰고 뒹굴지만 팀을 이끄는 그의 리더십은 분명하다.“저는 패스는 실수할 수 있지만,드리블은 실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무슨 말이냐면,경기장에서나 일터에서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그렇지 않은 일을 냉정하게 구별해야 한다는 거죠.슈팅할 때는 과감하게 하되,아니다 싶으면 주저없이 다른 사람에게 공을 넘겨 또 다른 기회를 잡도록 하는 것이 미덕입니다.경영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의 운동편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고등학교때 동네 ‘조직’에서 다진 탁구 실력도 만만찮아 지금도 선수 빼놓고는 누구와도 일전을 불사한다.한때는 직장 동료들과 아예 볼링장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을 떼우며 볼링을 쳐댔다.지금도 기분 좋으면 230∼240점대는 거뜬히 때리는 실력이다. 바둑에서는 실리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계속 밀어붙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기사들은 이를 ‘기세 싸움’이라고 한다.CEO로서 그의 삶이 그렇다.“만 6년을 사장으로 일하면서 처음 부임 때 생각했던 구상에 크게 모자라지 않는다.”고 돌이키면서도 그간의 경영성과를 두고 ‘운칠기삼(運七技三)’으로 보는 소극적 해석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못을 박는다. 그래선지 항상 예각의 기세로 사는 그에게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이겠냐고 물었더니 호방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그야 정수기 등 우리 회사 제품이 필요없는 사회 아니겠습니까?현실은 자꾸 거꾸로 가지만….”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박용선사장의 축구건강론 축구는 시간당 580∼620㎉의 에너지를 소모할 만큼 격렬한 운동이다.거친 몸싸움과 태클을 뚫고 쉴새없이 뛰어야하기 때문이다.11명이 유기적으로 팀워크를 발휘해야 하는 운동이면서 강인한 체력과 투지,승부 근성과 희생 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매력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박용선 사장도 이런 점 때문에 축구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다.“제 경우 다른 사람보다 승진이 빨랐는데 이 때문에 주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방해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 축구동호회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서로 교류하고 건강도 다지는 기회로 삼고자 한건데 의외로 성과가 만족스럽습니다.특히 축구장에서의 스킨십은 정말 멋진 교감입니다.” 키 175㎝,몸무게 73㎏의 탄탄한 체격을 가진 그는 운동장에 나서면 펄펄 난다.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많이 뛰는 자리지만 돈암동 조기축구에서부터 다진 체력이라 지쳐서 못뛰는 일은 없다.최근에는 축구의 변형인 5인조 풋살에도 재미를 붙였다.매번 축구장을 찾아 유랑해야 하는 불편도 문제지만 그나마 겨울에는 경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그런 고민을 실내 경기인 풋살이 말끔히 해소해 줬다. 심재억기자
  • ‘盧사생활 루머’ 커피숍 농담이 인터넷에 /특수수사과 여경 좌천 파문

    “한순간의 말 실수 때문에….” 경찰청 특수수사과 소속의 유능한 여성경찰관이 사적인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해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언급했다가 문제가 되자 전보된 것으로 6일 밝혀졌다. 지난달 17일 경찰청에 근무하는 여경 20여명이 청사 근처 식당에 모여 점심식사를 했다.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김강자 전 총경을 환송하는 자리였다.식사를 마치고 김 전 총경이 떠난 뒤 특수수사과 소속 A경위 등 경위·경사급 여경 8명은 청사내 ‘포돌이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담소를 나눴다.이 자리에서 A경위가 ‘카더라’ 수준의 노 대통령 사생활을 농담삼아 얘기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누군가가 A경위가 한 얘기를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리면서 사건이 확산됐다.청와대측의 통보로 경찰이 자체 감찰을 벌인 결과 A경위가 문제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경찰은 글의 IP를 추적,경기 하남시의 한 PC방에서 글이 작성된 사실을 파악했다.여경 8명의 사진까지 들고 PC방 주인에게 확인을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답변만 들었다.이에 따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나서 글 작성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A경위는 결국 이달초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전보됐다.경찰청 관계자는 “사석의 발언을 놓고 인사조치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청와대 하명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특수수사과 직원으로서는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면서 “나머지 7명의 여경은 듣기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서울경찰청은 관련 서류를 검토한 뒤 A경위의 구체적인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동안 군장성 뇌물비리 등을 적발하며 뛰어난 수사능력을 인정받아 왔던 A경위로서도 후회스럽기만 하다.A경위는 “여경들끼리 모인 사석에서 아무 의도없이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이야기한 것인데 인터넷에 글이 게재될 줄은 몰랐다.”면서 “참 무서운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구시대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면서 “청와대에서 비서관들을 모아 놓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대통령의 발언은 사적인 덕담이라고 변명을 한 청와대가 커피숍의 사담까지 개입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타원형 감옥의 외부-백민석 소설 목화밭 엽기전과 그 맥락

    강 경 석 1.기율과 충동의 사이 백민석의 소설들은 낯설다.그래서 그는 활동 초기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그러나 그런 만큼 오해와 풍문속에 내버려져 있기도 했다.그에 관한 논의들 대다수가 “긍정과 부정의 양 극단에 서”(하상일)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작가 백민석은 과장된 지지와 일방적 폄하 사이에서도 소설적 기율에 대한 자의식과 하위문화적 충동 간의 길항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어 문제적이다.이는 그의 소설을 전위주의(avant garde)나 키치적 신세대론으로 소급하게 만든 흔한 실마리이기도 했다.그러나 이 길항이 가지는 가시적 면모들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그보다는 하위문화소들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 작가가 무엇을 배치해 놓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그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90년대적 공통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 혹은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261면)진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이다.그의 소설들이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범주로의 손쉬운 편입을 수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들은버려지고 배제된 것들(abjection) 말하자면 “병원 수술실에서 나온 적출물더미”(74면)의 잡종교배를 통해 태어났다.하위문화적 기시감으로 얼룩진 “적출물더미”들이 작중현실을 대신하면서 이들을 단순한 상징이나 알레고리로 보이게끔 만들지만,백민석의 서사전략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는 비유적 세계의 너머에 있다. 우리가 길어 올리고자 하는 주제들은 모두 그의 네 번째 장편 ‘목화밭 엽기전’(이하 엽기전)을 경유한다.‘헤이,우리 소풍 간다’(이하 헤이)로부터 본격화된 백민석의 소설 작업은 자못 활력적이었다.그리고 그 도정의 옥매듭을 이루는 작품이 바로 ‘엽기전’이다.이후 출간된 소설집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하 장원)이나 장편 ‘러셔’도 이 텍스트의 장력 바깥은 아니다.‘엽기전’은 백민석의 성공과 실패를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창이다. 2-1.기생(寄生)과 평질변이의 공간들 벤야민은 카프카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초점이 있는 타원과 같다.”라고 썼다.이처럼 ‘엽기전’ 또한 두 개의 초점을지닌 타원 구조를 띠고 있다.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이 현대사회의 알레고리적 재현이라면 ‘엽기전’은 그 ‘재현’의 재현이다.은폐된 두 개의 초점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적절한 축척의 개략도 한 장을 준비하기로 한다. 주인공 한창림은 대학 강사이다.그에게는 수학과외 교사를 하는 아내 박태자가 있다.과천에 살고 있는 이들은 비교적 분명한 사회적 신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괴한 작업에 몰두한다.그것은 미소년들을 자신들의 집 지하실로 납치해 스너프필름을 찍는 일이다.이는 시종 “흰 연기”(281면)에 비유되는 공포스러운 존재 “펫숍삼촌”의 사주에 의한 것이다.‘펫숍의 영어표기 pet에’는 ‘성애의 개념도 포함되어’ 있으며 거기에서는 “도착적인 냄새”(128면)가 난다고 설명되듯 그가 한창림 부부에게 돈을 지불한 뒤 얻는 것은 관음증적 쾌락이다.이야기는 박태자의 제자이기도 했던 소년 윤수영이 이들 부부에게 납치·살해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생면부지의 한 회계사를 양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폭행하게 되고,그 때문에 오장근 형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일이 “질서에서 어긋나”(188면)자 펫숍삼촌은 박태자를 살해한다.한창림은 오장근과 펫숍삼촌에 대해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체포된다.이 파국의 막바지를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그는 “모자이크 처리가”(280면)된 “목화밭”을 발견한다. 물론 이상과 같은 개략도만으로 우리의 목적지가 금세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도착적 수사들을 일단 괄호치고 나면 텍스트는 의외로 쉽다.그것은 실존공간에 틈입한 우발적 폭력이 파국의 빌미로 된다는,매우 익숙한 플롯을 배면서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햇빛 때문에” 한 아랍인을 살해했다는 뫼르쏘(‘이방인’)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한창림과 뫼르쏘가 행사한 폭력은 부조리한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다.“양담배”나 “햇빛”은 사후에 조작된 것일뿐 폭력의 본질적인 동기는 아니기 때문이다.요컨대 ‘엽기전’은 지식인 주인공의 지리멸렬한 일상이 폭력적 충동 앞에 느닷없이 노출된 상황과 이질적이고 도착적인 수사들의 짜깁기로 구성되어 있다.이 발견을 열쇠로 삼아 텍스트에 좀더 가까이 가 보자. 우선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전(傳)이라는 이름의 작품 형식표지 때문이다.이것은 한 인물의 인생유전을 시간의 흐름에 입각해 서술하는,동아시아 고전문학의 대표적 형식 중 하나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적 굴절을 거듭해왔다.인물의 궤적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그것은 ‘박씨부인전’‘홍길동전’ 혹은 ‘라울전’(최인훈)‘유자약전’(이제하)과 같이 인물 지시와 이어지게 마련이었다.필경 전 형식을 새롭게 전유하면서 그 스타일이 고안되었을 ‘한씨연대기’(황석영)도 사례에 포함시킬 만할 것이다.그러나 엽기(獵奇)는 인물이 아니라 어떤 사태를 지시하는 말이다.그로테스크(grotesque)의 일본식 번역어일 가능성이 높은 이것은,최근 폭발적인 유행과 함께 하나의 문화적 화두가 되기도 했다.그러므로 ‘엽기전’은 엽기라는 문화적 표상들의 탄생과 성쇠를 기록한 형식이다.그러나 텍스트에 파종된 엽기들은 발생·성장·소멸이라는 시간적 체험과는 무관하게비선형(非線型)적으로 뒤엉켜있다.이런 측면은 자연스레 공간적 상상력을 유도한다.텍스트의 문면에 돋을새김 된 모티프들이 “동물원”“펫숍 건물”“지하작업실”“서울랜드”“목화밭”“과천” 등의 공간 표상들임은 시사적이다.지하분묘(grotta)의 벽에 표현된 반인반수의 기괴한 신체들로부터 파생,매스미디어적 운반을 거치면서 그로테스크는 엽기로 굴절되었거니와 엽기는 먼 기원에서부터 이미 공간 자질(지하분묘/일그러진 신체)을 보유했던 것이다.그런 면에서 ‘엽기전’의 전(傳)은 교란부호 내지 착란이다.그것은 엽기가 전(傳)이라는 선형(線型)적 시간에 뿌리내리면서 빚어진 형질변이의 결과여서,결국 의식의 ‘적출물더미 하치장’을 표상하는 공간 기호로 작동한다.이것의 대표적 작중 용례는 일상의 표면에 묻힌 한창림 부부의 “지하작업실”일 것이다.이곳에서는 마치 무의식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설정 자체는 나체의 주술사가,흰 피부의 사내애와 벌이는,섹스의 향연이다.신께 제를 올리는 것이다.제물은 섹스이고,체액이고,신체이다.(212면) 재갈과 가죽 끈으로 포박당한 희생자는 끊임없는 린치의 반복앞에 저항할 힘조차 잃고 있다.한창림 부부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상황을 연출하면서 마치 마계의 제사장처럼 행동한다.악마숭배의 제의적 모티프는 하위문화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헤비메탈 밴드의 라이브 공연장은 가장 적절한 참조 대상이다.이들은 “무시무시한 대형 두개골 모형이 놓여 있고,사방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시체 조각 뼛조각들”(‘장원’146면)이 널린 무대에서 연주하곤 했다.그들은 관중을 향해 “날엉덩이”까지 흔들어대는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는다.작가가 여기에 깊은 공감을 보이는 이유는 “모든 가식을 뚫고 자신과 현실을 직시하는 추잡한 날엉덩이의 미학”(‘장원’ 147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은 한창림의 지하작업실과 유사한 공간 자질을 갖는다.성스러운 신의 전당들이 지상으로부터 영원을 향한 상승 이미지라면,엽기전적 공간은 지하로 숨어든 하강 이미지이며,그것은 서구 고딕(Gothic)소설들이 공간적 배경으로 흔히 채용했던 폐쇄공간들(외딴 성,숲속의 저택 등)과도 통한다.한창림의 지하작업실이 “서울랜드와 동물원이 지어질 때 고립”(18면)되었다고 진술되면서부터 이들과 일정한 상호텍스트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오트란토 성’(H 월폴) 같은 작품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지하실이나 비밀통로,폭력적인 남성형상 등의 모티프들이 두루 겹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엽기전’이 일반적인 공포물이나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그것은 소재주의에 함몰된 비약이다.상호텍스트성이 아무런 매개도 없이 동질성으로 전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를 과장하다보면 최인훈의 ‘웃음소리’나 박인홍의 ‘벽 앞의 어둠’,또는 이승우의 몇몇 근작조차 고딕소설의 일종으로 배분해야 지 모른다. ‘오트란토 성’이 봉건 이념의 종식을 징후적으로 포착한 경우라면,‘엽기전’은 근대 자본주의의 세포단위인 부르주아 핵가족의 내파(內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내력부터 다르다.이 앞뒤 사이에 가로놓인 역사의 심연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인데,그렇다고 텍스트에 드러난 고딕적 요소를 일방적으로 부정할 수만은 없다.그것은 ‘신체 상해’의 문학적 상관물들이 동시대의 한국문학에서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이것이 도시 체험의 축적에서 유래하는 일탈의 감각과 깊이 연루된 것이고 보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나타나는 포스트모던 징후의 하나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그런데 테리 이글턴 같은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포스트모던 자체를 오히려 “고딕의 뒤늦은 부흥”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그에 따르면 고딕이란,“편파적 시선에 의해 내던져진 괴기스러움의 그림자이며,허구 속에 안전하게 봉인된 팬터지이자 분노이기도 한,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다.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포스트모더니티를 과장하는 일도,서구적 맥락에서 고딕을 규정하는 일도 아니다.고딕환상물들이나 하위문화 양식들이 다양한 방향의 역사적 분절과 매체 전이를 경험하면서도 “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기원적 동질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에서 말한 ‘재현(가상)의 재현’이란 무엇이 될 수밖에 없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더 중요하다.‘무의식”이라는 표현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하위문화적 충동의 1차적 재현이란 이미 “안전하게 봉인된” 저항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백민석이 수행하고 있는 ‘재현의 재현’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버려지고 배제된 “적출물더미” 혹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들”(166면)은 “지하작업실”이나 “펫숍건물”에서 벌어지는 린치행위들(악마적 희생제의)과 함께 표면적으로는 위반의 정치학을 구사하면서도,내면적으로는 “사회체계”의 안전망 안에서 자기보존의 영속적 지위를 획득한 것들이다.그것은 또,하위문화 기제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엽기전’은 이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그리하여 텍스트는 반항의 에네르기를 통제하는 봉인,“과천의 위생 처리된 맨홀 뚜껑”을 해체하는 일대 모험을 감행한다.이때부터 텍스트 전개의 중심축은 지하작업실의 은폐된 사실들이 표층으로흘러넘치면서 발생하는,파국을 향해 이주한다.한창림이 지하작업실을 불태우는 장면(234면)은 그 전환점이다.이 상상적 봉인해체 작업을 통해 백민석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이 얼마나 안일한 기초 위에 축조된 것인가를 묻는다.한창림은 이를 “몰락”(232면)이라고 말한다.이것은 그의 목소리를 빌려 미리 암시된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의 위협적인 눈들로부터 폭넓게 노출되어 있는지 깨닫곤 놀랐다.사람들은 다만 망상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자기가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았다.(68면) 첫 장편 ‘헤이’의 “퐁텐블로”나 ‘엽기전’의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낸 과천”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을 외화시킨 인공낙원이다.그리고 이 공간들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작업은,그 전제에서부터 “사회체계”의 기초를 탐색하는 작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그것은 ‘엽기전’의 전략을 논리적 비약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럴 듯하다.이러한 종류의 탐색 작업은 늘 집 또는 가족의 문제와 관계 맺는다.근대문학의 전통이 끊임없이 물어왔고 또 동시대의 문학적 상상력들이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백민석 또한 가족이라는 공간에 대해 묻는다.그곳은 “우리의 지옥”(‘헤이’,244면)이다. 2-2.집의 포자(布子)들과 두 갈래의 초월 근대적 가족 이미지의 거처(topos)로 기능해온 ‘집’은 백민석에게 와서 다시 씌어진다.그는 가족 이념의 내파를 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는 실존주의 모티프를 통해 보여준다.임신 중인 박태자가 “가족 없이도(…)그럭저럭 결혼까지 하며 제법 꾸려져왔”(142면)던 자신의 삶을 강변하며 아버지의 방문을 거절하는 장면,그리고 화장실에서 사산(死産)하는 장면.이 두 장면의 연속배치는 결정적이다.자신의 기원을 부정하면서 재생산의 고리마저 끊어낸 ‘집’(또는 가족)이란 그 자체로 전복적인 하위문화 공간이자 “지옥”이다.이것은 매우 급진적인 강렬도에 의해 지탱되고 있어서 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이타카(Ithaca)의 회복을 욕망하지 않는다.이런 점에서 백민석의 인물들은 기억의 서사를 추구하는 윤대녕의 주인공들과 대조적이다.그곳에는 어떤 기억이나 회상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부조리한 충동은 거의 언제나 우발적인,비가역적 동시성의 소산이기 때문이다.기억의 돌출은 기껏해야 한창림이 자기 어머니를 떠올릴 때처럼 파편적 이미지로 던져지거나(154면),박태자의 경우처럼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암페타민의 환각”(99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행위가 작가의 궁극적 주제를 직접 매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는 작가가 한창림과 박태자의 교차진술을 통해 작중 상황을 반복 객관화시키면서 더욱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주인공의 욕망이 작가론의 직접적 상관물로 환원될 수 없다는,일견 단순한 사실이 지금껏 무시되면서 ‘엽기전’은 냉소나 허무주의적 저항담론의 일방통행로에 갇혀 버렸다.물론 ‘헤이’와 같은 초기작의 경우,하위-충동의 허무주의를 준거점으로 삼으면서 결국 세대론적 인정투쟁에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충동의 무정부적 방출을 일삼는 주인공이란 하나의 설정일 뿐이지 궁극은 아니다.이들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은 마치 스크린 속에서 만난 괴기사건을 독자들에게 전달,‘재현의 재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듯 담담하다.작중인물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그러므로 허무주의적 세계관 또한 출발점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헤이’ 이후 작가에게는 단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출발점의 진화를 위해 망설임없이 밀고나가는 길,그리고 부조리한 충동들의 존재근거를 되짚는 길이 그것이다.앞의 것은 “목화밭”으로 가는 길이고 뒤의 것은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이 친구를 보라’로 이어지는 자전적 소설의 길이다.그것은 단지 선택의 문제이다.“목화밭”으로 가는 길 끝에서 한창림 부부가 몰락한다는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자칫 이 끔찍한 존재들의 실패담이 무책임한 냉소로 비칠 수 있겠지만,하위문화의 봉인된 저항이 늘 그런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태생적 한계에 의해 몰락하는 것뿐이다.그것은 기원 혹은 자신의 존재근거(집)를 스스로 거절하면서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백민석은 이것을 “괴물들”의 숙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숙명’이라는 말에 이미 전제된 것처럼,한창림 부부의 몰락은 단지 기성질서나 사회체계의 견고함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충격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아니 좀더 일반론적으로 말해서,주인공의 몰락은 늘 체제에 대한 굴복을 뜻하고 마는가.우리는 그 반대의 사례들을 분명히 알고 있다.쥘리앙 쏘렐((적과 흑))의 몰락이 단지 타락한 욕망의 몰락일 뿐이며 이동혁((객지))의 실패가 영웅주의의 실패에 불과한 것처럼,한창림의 파멸은 가상의 식민지 위로 흘러넘친 그 무정부적 충동의 패배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엽기전)에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 토대는,기억의 환원작용을 철저히 단속하면서 “훗날,그의 기억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끔”(234면) 집이라는 상징을 소각시켜 버린 데에 있다.그것은 다만 지하작업실의 끔찍한 린치와 패악들을 포장하는 초월적 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위-충동의 공간으로 전락한 집(獵奇傳)은 단순한 상징이기를 멈추고 마치 암세포나 포자식물들이 그렇듯 확산 증식한다.지하작업실에서 “섹스”와 “신체”가 “제물”(212면)이 된다는 진술은 그래서 설명 가능해진다.근대적 주체 재생산의 전제가 되는 남녀간의 성적 교환을 악마적 제의로 탕진하면서,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등치시켰기 때문이다.이 공간이 지닌 능력은 통상적 상상을 넘는 것이어서,거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에 필적한다.이 “지하작업실의 깜깜한 자궁”(91면)에서 길러져 나온 포자들이란 비정상적 과정을 통해 탄생한 비정상적 존재들이며 체계의 관리망 안에서 “도착적”으로 왜곡된 인공 “수컷성”의 담지자들이기도 하다.“학교 안의 새끼 수컷들”(69면)이나 “동물원의 독방에 갇힌 만드릴 육식원숭이”(175면),“정신병원의 조울증 환자들”(138면) 등은 바로 그 증식의 사례들이다.지하작업실의 포자들은 훈육시설 즉 사회체계의 관리 시스템에서 기생한다. 이것은 빅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어두컴컴한 실험실이 괴물을 탄생시키는 하나의 자궁으로 기능한다는 지적(G 스피박)을 연상시킨다.그러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년)이 여행(모험)의 구조를 통해 비정상적 존재(괴물)의 정신적 성숙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면,‘엽기전’에는 성숙 혹은 교양(Bildung)의 과정이 삭제되어 있다.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조화로운 가족서사에 대한 강렬한 향수(괴물은 빅토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거부당한다)를 지닌 반면 후자는 가족서사 자체를 히스테리에 부쳐버린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전(傳)이라는 시간적 형식이 왜 엽기라는 그로테스크의 변종과 만나면서 공간화 되는지를 부연한다.가족은 주체의 인큐베이터이며 성숙이란 그 시간적 진화 과정이다.텍스트는 전통적인 소설의 중심축이라 할 성숙의 문제를 수락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성의 장력으로부터 이탈하려 한다.이 텍스트가 읽기의 습속에 저항하는 것은,한편으로 비선형적이고 공간적인 그래서 공시적 사유방식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서사의 절연과 접합된 공시적 사유방식은 의미심장하다.근대적가족 이미지가 학교나 군대와 같은 훈육시설들의 이미지와 함께 자본주의에 의해 수행되는 상징조작의 일환(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이었다는 성찰과 맞닿으면서,90년대에 등장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들은 가족의 문제를 자신들의 중심 과제로 삼았던 것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단적 주제로부터 ‘엽기전’은 그러나 조금 더 전진해있거나 약간 비켜 서 있다. 약간의 비약이 허락된다면,분단 이후의 한국소설사는 가족의 균열을 중요한 축으로 설정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이것은 주로 결손의 문제와 연루되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이데올로기 갈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는 아비부재에 집중되어 있었다.이것은 김소진에 이르기까지 승계되었다.이 전통은 근원적 실향의식과 친족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해왔다.그러나 90년대의 풍속 주체들은 그것을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이들의 공과를 떠나서라도,가장 급진적인 작가로는 배수아가 적임일 것이다.그는 동요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이미 파산선고를 내린 듯이,“어머니”를 새로운 해체대상으로 설정한다.그러므로 결손의 모티프를 구사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아비부재가 아니라 어미부재로 나타난다.그러나 “어머니,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어머니의 아이가 아니겠어요”(‘부주의한 사랑’)라고 외치는 배수아의 “아이들”마저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강렬한 향수야말로 이 도저한 거부의 진정한 추동력인 셈이다.‘엽기전’을 동시대의 유사한 징후들 속에서도 분별하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텍스트는 가족서사의 부정적 연혁을 작성하면서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음각(陰刻)하고 마는 평균적 해체작업에 만족하지 못한다.그 거부의 의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양상을 띤다.텍스트는 가족서사에 대해 “너무나 흔해서 얘깃거리조차 안”(48면) 된다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주인공들의 이러한 진술 자체가 텍스트의 궁극적 주제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이것은 잠정적으로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라 부를 만한,근대적 가족제도의 구체적 질곡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작가는 이것을 요약하기 위해 “수컷성”이라는 특유의 조어를 반복 사용하고 있다. 그 외피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란 심층에서 남성적 지배질서를 지속시키려는 “사회체계”의 작동 방식을 함축한다.‘아버지와 아들의 경쟁’으로 상징되는 오이디푸스적 세계 안에서 성숙이란 결국 남성적 성숙에 다름 아니며,이는 근대적 가족 제도를 경쟁 이데올로기의 기초로 삼는 자본의 요구이자 동력이기도 하다.텍스트의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수컷성”이란 “영역싸움”“패권주의”“위계질서” 등으로 예시되는데 이것들은 경쟁 구조의 자기보존 양식을 말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이 질서에 붙들린 존재들은 어떠한 준거로도 윤리적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이 세계에서는 선악의 이분 구도 따위가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는다.충동적 가상들(수컷성)만이 거주하는 끔찍한 세계이기 때문이다.이는 전작(前作) ‘불쌍한 꼬마 한스’에서 오이디푸스적 성숙의 발생학을 탐사했던,백민석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꼬마한스는 프로이트의 주력 개념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전형적 사례이다.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공포를 낳고,그것이 다시 말(言)에 대한 공포로 전이되어 꼬마 한스의 신경증을 구성한 것이다.백민석의 주인공들도 공포의 기척 앞에서 실어증을 경험하곤 한다. 한창림은 공포에 전율할 때마다 “누군가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박아넣은 것”같다고 느낀다.이 공포감은 “사회체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이는 백민석의 끈질긴 문제의식 중 하나인데,표현의 추상성을 넘어 은연중 역사적 환기력을 구체적으로 회복한 경우는 그에게 ‘엽기전’이 처음일 것이다.그는 ‘엽기전’의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이 소설을 구상한 건 이곳 안양 평촌으로 이사오고 나서,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그게 94년이니까 벌써,칠 년 전의 일이다.(…) ‘뭔가 된’ 것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97년의 일이다.그저 엮어 놓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컸던 것이다. 97년은 국내 경제를 준 공황시대로 내몰았던 IMF 외환위기 사태 혹은 신자유주의의전경화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다.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엽기전’은 자본주의 사회체계의 가공할 위력에 대한 충격적 확인을 내면화한,우리들의 보고서다.한창림 부부와 그 혈육들이 하나같이 실업자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것과 “뷰티풀 피플”의 남편이 파산한 사업가로 등장하는 것은 흥미로운 예증이 된다.“퐁텐블로”나 “과천”이 보여주는 위장된 혹은 상상적 안온함은 생산자본이 투기자본에 압도된 ‘거품경제’ 만큼이나 “텅 빈”,그리고 아슬아슬한 것이다.그가 작중현실로 설정하고 있는 하위문화적 충동의 세계가 그러한 것처럼 그것은 파국의 예감을 이기지 못한다.작품 구상 단계의 모호함이 명료한 의지를 얻게 된 것도,무정부적 충동의 발산에 기울어 있던 작품세계가 일정한 전환점을 획득한 것도 모두 동시대 감각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엽기전’은 우리 시대의 집단신경증(부조리한 충동)이 자본주의의 세계적 관철 혹은 “수컷성”의 일방통행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이는 백민석이 의도적으로 성숙의 문제를 삭제한 결과이다. 그런데 성숙의 문제를 괄호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능한 일인가.하위문화적 충동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는 이런 의문들이 도사리고 있다.성숙은 블랙홀의 심처와 같이 끊임없는 소환의 인력을 발산한다.성숙의 저 끝 간 곳은 초월의 영역일 것이며 이것은 텍스트 내부에서 두 갈래의 길을 연다.하나는 수컷성의 최상층을 차지하는 “펫숍삼촌”을 제거함으로써 빅 브라더(‘1984’)에 필적하는 질서의 지배자 혹은 신적인 관람자(펫숍은 모든 것을 알고,또 본다)가 되는 길이며,다른 하나는 무정부적 충동을 끝까지 밀고나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편의상 앞의 것을 상승초월,뒤의 것을 하강초월이라고 이름 붙여 본다면,텍스트는 이 두 개의 극점을 지닌 일종의 타원 구조를 갖고 있다.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모두,두 개의 극점이 발산하는 인력 사이에서 진동하는 존재들이다.이는 일반적인 성숙의 서사와 그 음각인 ‘프랑켄슈타인’류의 ‘하위-충동’ 서사를 양 극점으로 삼는 구조이기도 하다.앞에서 벤야민의 카프카론을 예시했던것도 이 때문이다. 하위문화적 충동의 포자들은 소설적 기율(또는 성숙의 플롯)에 기생하면서 ‘엽기전’이라는 변종을 만들어낸다.이 변종의 변종성은 텍스트 내부의 공간 배치,확산에 의해 이루어지며 두 갈래로 나뉘어 각각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의 공간으로 작동한다.이들의 공동 거처는 “제2정부종합청사”“서울랜드”,“동물원”이 있는 공간 과천으로 설정되어 있다.이곳은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로 뽑힌”(165면) 곳이며 그 이유는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냈기 때문이다.이곳은 그러므로 엄연한 실재이기를 그치고 ‘헤이’의 “퐁텐블로”처럼 중간계급적 이상의 재현물로 전도된다.“냄새”나는 “적출물더미”들을 은폐하면서 보편적 행복을 가장하기 때문이다.여기서 “나쁜 냄새”란 “수컷성”의 기화작용 혹은 확산을 말하는 것이다.이데올로기의 상징 조작이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할 때 “살기 좋은” 계획도시 과천의 지하에서는 배제의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었던 것이다. 이 배제의 희생물이 되지 않으려면 초월적 수컷이 되는 수밖에 없다.실제로 “펫숍삼촌”의 수컷성은 배제 프로그램(사회체계)을 넘어서 있다.“세상의 눈은 그걸 볼 수가 없”(125면)는 상승초월의 영역에 놓이는 것이다.“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있는”(117면) “펫숍 공간”은 삼촌이라는 이름의 친숙성과 결탁하면서,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진다.그에 반해 한창림의 엽기전 공간은 “뷰티풀 피플(사업실패로 와해된 가족 형상)”과 함께 프로그램의 희생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다.그들의 충동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들은 그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166면)들이다.영역 싸움과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한 수컷들인 셈이다.‘엽기전’은 “흰 연기”(281면)로 표상되는 “펫숍삼촌”의 신적인 수컷성(상승초월)과 결국은 거름이 되고 말,야수의 수컷성(하강초월) 사이에서 전율하고 있는 텍스트다. 2-3.타원형 감옥에서 목화밭으로 ‘야수적 하강’과 ‘비교(秘敎)적 초월’의 두 갈래 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갖고 뻗어나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동일한 장소-표면에서다시 만나기도 한다.그것은 타원 구조의 양 극점이 자신의 몸을 뒤틀어 다시 만나는 뫼비우스의 띠이다.그 장소란 린치의 장소-표면이다.거기에서는 감시와 처벌,혹은 임의적인 폭력이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등장인물들의 모든 탈출 기도가 수포로 돌아가는 이유는 텍스트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벗어날 수 없는 순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마치 버튼만 누르면 언제라도 반복재생되는 스크린처럼,그들을 둘러싼 세계는 거대한 하나의 감옥이자 부서지지 않는 벽들이다. 작중 공간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펫숍공간은 가까이 다가가 “정체를 머릿속으로 짜맞춰보다가는,금세 덩치나 안전문이 떠올라 스스로 사고를 정지해버리”(123면)도록 만들면서 영역침범을 가로막는다.이것은 감시의 내면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태어나기 전의 공간”(122면)인 펫숍에 구체적 형상을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벽,“시멘트벽”이다.텍스트 내에서 하강의 경험적 한계인 한창림의 지하작업실 또한 피범벅의 벽들이다.거기서는 린치의 흔적이 끊임없이 번지고 미끄러지지만,벽면들에 안전하게 둘러싸인 채이다.그러므로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은 주인공들의 폭력적 도주를 이끄는 강한 유혹이자 인력의 중심이면서,동시에 막혀 있는 어떤 것이다.“사회체계”의 어두운 핵심으로 직핍하는 길은 아무 데도 없다.저항도 발악도 체계의 허가 범위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다.이 출구 없음은 그들이 중심 혹은 주체가 아니라 ‘만들어진 존재’ 즉 “사회체계”로부터 호출받은 타자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한갓 게임속의 평면 캐릭터에 불과한 자신의 실존을 증언한다. 그도 아내도 이 사회에서,날 때부터 운명지어진 존재들이었다.(…)괴물스러운 위력이 얼마나 막강하든,바깥에 존재(타자성-필자)하는 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물은 장난감 수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잠들어 있던 괴물을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 놓곤,재미로 쫓아다니며 괴롭히고,종국엔 괴물이 왔던 곳,사회 체계의 바깥으로 다시 쫓아보내는 악취미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것이다.(261면) 그들이 줄곧 “내면 없는” 존재로 진술되는 이유가 그것이다.그들은 오직 표면만을 가질 뿐이며 마치 “뷰티풀 피플” 공간에 진열된 “웃는 플라스틱”(인형)들처럼 속이 텅 빈 존재들이다.신체상해 혹은 “린치”는 텍스트의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수도 없이 자행된다.“텅 빈 목소리” 혹은 “사색하지 않는”과 같은 수사들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린치 장면들.‘엽기전’의 등장인물들에게 있어 내면이란 기껏해야 히스테리나 조울증·분노 등으로 표면화된다.신체는 하나의 표면이고 그 내부는 또 다른 해부학적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참혹한 인식이 텍스트를 무심히 곁눈질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이 피비린내 나는 일상 어디에도 사색이란 물건은 없다.”(134면) 이것은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이 막힘 혹은 “육중한 안전문”,“지표면”과 같은 일종의 벽면(표면)으로 제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이것들은 끊임없는 표면들의 연속체로 구성되어 있다.“펫숍의 공간 구조는 자연스레,네 번째 공간,다섯 번째 공간,여섯 번째(…)갈수록 안전문은 육중해지고 접근 불가능해”(123면)지는 것이며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바닥없는 심연으로 사라지는” 것이다.그것은 그들이 스크린의 격자에 갇힌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견고한 감옥의 구조 안에서,한창림은 윤수영을 린치하고,펫숍삼촌은 한창림을 공포로 길들인다.여기서 초월의 전망은 ‘성숙한 깨달음’을 통해 생성되는 것도 아니고,절망적 추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그것은 차라리 두 극단의 장력이 이루어내는 벡터 운동의 산물이다.실제의 공간 과천을 주무대로 배치하면서 실제의 실제성을 마음껏 왜곡하고 있는 ‘엽기전’은 표층 차원의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현실주의의 산물이 된다.여기서의 현실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벡터운동이라고 했듯 생성과정 중인 어떤 것이다.그것은 근대적 가족이념의 이데올로기적 침윤 혹은 수컷성의 영역 분쟁으로 요약할 만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기괴하게 드러낸다.“현실을 직시하는 날엉덩이의 미학”은 여기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텍스트는 현실을 괄호안에 묶는 팬터지도 아니고 은연중에 독단적 현실을 들이대고 마는 낡은사실주의도 아니다.텍스트는 생성과정 중인 현실 자체이며 끊임없이 포자 증식하는 전경화된 공간 표면들의 연쇄이다.이것이야말로 비가역적 동시성의 산물이다.이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은 혹은 “육중한 안전문” 같은 표면들은 박태자가 늘상 바라보는 “텔레비전 화면”이기도 하다.이 표면들의 연쇄는 단지 화소조합에 불과했던 한창림이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들면서 파국을 맞이한다.이때 자신의 근원적 종속성을 지각한,이 불길한 주연배우의 두 눈 앞에 “목화밭”이 출현한다.“목화밭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3부 제목) 한창림은 파국의 절정을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마치 우연인 듯,이 거대한 감옥의 바깥을 본다.그것은 초월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표면들의 완고함 앞에서,마치 자유의 계시인 것처럼 나타난다.그것은 언어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너무나 낯설어서 오히려 공포감을 일으키는 어떤 것이다.텍스트는 그것을 “목화밭”이라고 부르지만,이미 통상적 기호로는 지시할 수 없는 대상이다.마치 최초의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떼듯,“목화밭”이라고 우연히 발음된 것뿐이다.그것은 숭고(崇高)한 대상이다.체계에 붙들린 어떤 의미도 허락하지 않은 채 그저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그는 알 수 없었다.어째서 여기가 목화밭인가? 씨는 아직 뿌리지도 않았는데,언제부터 목화밭인가? 그는 볼 수도 없었다.둔덕 전체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다.(…) 그는 목화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그는 삽을 놓고,두 손을 들어 눈을 가린 다음 울기 시작했다.누군가 그의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넣은 것 같았다.커다란 쇠뭉치를 그의 입에 처넣은 것 같았다.(280면) 파멸의 순간에 우발적으로 그리고 모호하게 던져진 ‘그것’은 그러나 ‘엽기전’을 허무주의로부터 구원하면서 동시에 미래로 운반해간다.이것은 획기적이다.백민석은 언어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다만 하나의 자족적인 사물을 생성시키고자 한다.그는 텍스트 위에 어쩌면 자기 자신과도 전혀 무관한 자유를 창조하려한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어느 누구의 승리도 견인하지 않는다.우리는 모두 참패한 것이다.작가도 독자도 또 그 사이의 주인공들도 이 무시무시한 자유의 숭고한 출현을 그저 흔적의 형태로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그것은 “모자이크” 너머의 현실,진정한 현실이다.“목화밭”이라는 우발적이고도 가난한 기호가 ‘진짜 현실’의 숭고한 출현을 계시하고 있다.존재의 근본적 종속성을 깨닫는 순간 “아주 작은 한 구멍”으로 그것도 “모자이크”에 가려진 채로 그것은 나타났다.부서진 몸을 이끌고 나타난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처럼 자신의 가난함을 최대치로 드러내면서,이 타원형 감옥의 외부로부터 자유의 기억이 도래하는 것이다.그것은 “자유라는 이름의 형벌”(사르트르)일지도 모르지만,그 형벌은 해방의 약속과 함께 하는 형벌이다. 3.어쩌면 위험하기도 한 미래 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들과 스크린 속의 괴물들은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엽기전’은 결국 한창림의 실패담이 우리 자신의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어쩌면 우리들 관객조차도 스크린의 표면에 붙들린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할지도 모른다.“인간은 누구도 예외없이,아직 자기 자신이 되지 못했다”는 아도르노의 말처럼,우리는 하나이면서도 여럿인,전지구적 자본주의·수컷성의 경쟁 이념·패악의 은폐전략인 가족로망스·안전처리된 저항의 초월적 가상들에 중독된 채로,우리 자신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망각한 것인지 모른다.이 중독성은 그 바깥을 사유하지 못한다.‘엽기전’은 바로 이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을 껴안으며,동시에 가상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뛰어넘으려는,우리들 모험의 기록이다.동시대의 소비적 재현들이 보여주는 무분별한 질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청신하게 환기시키는 것,이 거대한 감옥에 길들지 않은 ‘고통스러운 자유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것은 ‘엽기전’이 ‘재현의 재현’을 전략적 준거로 삼으면서 얻어진 결론이며,어떠한 질서에도 구속되지 않으려는 간고한 투쟁의 결실이다. 그러나 ‘목화밭 엽기전’이 도달한 자유의 가능성은 매우 아슬아슬한 역학 장(場) 속에 놓여 있다.그는 알레고리적 재현 전략이 갖고 있는 근본적 허무감과 형이상학적 환원주의를 힘들게 벗어나면서,90년대의 평균서사를 딛고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 중 하나를 열었다.그러나 또 다른의 수준의 위험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해체와 전도의 전략은 얼마든지 동어반복에 떨어질 수 있다.이제는 자신의 전제들조차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가 출발한 전제들에 동의하지 않은 채로는 텍스트를 거의 읽을 수 없을 만큼 부자유스럽다.특히 그의 유난한 반인간주의가 그렇다.그가 그려내는 인간의 모습은 모두 알 수 없는 장력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들이다.이것은 주체를 구조의 효과로 소급시키는,전형적인 구조주의식 사유법이다.반인간주의야말로 진정한 인간주의의 전제조건일 테지만,그것은 주장되고 선언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그것은 반인간주의가 지니는 미학주의적 성격 때문이다.계몽이성을 독단으로 몰아붙이면서,그 자리에 광기와 착란을 대신 들어앉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물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쉬고 있는 n개의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살려내는 가운데,그것은 소멸해갈 것이다.미래를준비할 시간은 아직 필요하지 않은가. 지면 관계상 당선자의 양해 아래 원고 일부를 줄였습니다. ■당선 소감 먼저 심사를 맡아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그 분들은 내게 조그마한 오솔길 하나를 터 주셨다.다만 성실한 보행객이 되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당선 소식을 접했을 때 당황했다.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세상을 보는 눈과 귀는 여태 어둡고 그것과 반드시 겹쳐져 있을 문학도,몸과 마음에서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그러나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헐거운 공부와 삶을 조금씩이라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그것이 이 무책임을 모면하는 유일한 길이겠다. 이런 자리에서 문학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은 내 깜냥도 깜냥이려니와 풋내기로서 주제넘은 짓이다.그러나 한 시대와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역동적 협업으로서의 ‘문학’이라는,큰 그림 하나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이 협동작업의 작은 일원으로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돌이켜 보면 내게는 스승 아닌 분이 없다.은사님들은 물론이고 선후배 친구들,가족들까지도 모두 스승이었다.나는 그저 한 장의 백지가 된 것처럼 그들의 말없는 가르침에 어두운 귀를 기울였던 것뿐이다.그들의 빛나는 존재감이 나를 이리로 오게 했다.그래서 오늘의 이 고마운 자리는 영광이 아니라 갚지 못할 부채다.이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하나뿐인 내 여동생 경희에게 공을 돌린다.모자란 글줄이나마 더듬더듬 쓰는 법을 가르쳐준 인하대 국문과의 선생님들,선후배 동료 분들께는 소주라도 한 잔 올려야 할 것이다.학부 시절을 내내 함께 했던 청하 동인들에게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아득하다.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마음 뉠 곳을 마련해준 나의 든든한 후원자 금희에게는 사랑과 고마움을 함께 전해야 하리라. 약력 1975년 대구 출생. 인하대 국문과 대학원 재학 ■심사평 강정구씨의 ‘세상을 떠도는 목어들’은 차창룡의 시 세계를 풍자의 범주 안에 넣고 차창룡만의 특별한 풍자의 양식을 찾아내려고 애를 쓴 글이다.텍스트의 고유한 경험을 최대한 되살리는 방식으로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평론의 길이라면 강정구씨는 평론의 ABC를 안다고 할 수 있다.다만 문학의 고유한 경험은 무엇보다도 언어의 경험이지 주제의 그것이 아니다.주제를 가지고 경험의 세계를 휘젓다 보니 글이 겅중거리고 성길 수밖에 없다.김용하씨의 ‘비윤리적 세계의 재현과 윤리적 풍경의 기원’은 시적 직관을 통해 순간적으로 구현되는 창조적 공간으로서 시를 이해하고 그 창조적 공간에서만 가능한 인간 삶의 근원적인 조화의 경험을 읽겠다는 의욕이 두드러진 글이다.그러나 하나의 형식에 끈덕지게 매달렸다는 것이 개성의 표지가 될 수도 있지만,글을 도식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이원동씨의 ‘떠도는 가족,주변부 삶을 보듬는 결곡한 서사’는 공선옥의 소설을 길동무처럼 따라 읽으면서 공선옥 소설의 존재의의를 설득력있게 부각시킨 글이다.그럼으로써 이 글은 독자에게는 개안을,작가에게는 위안을,그리고 글쓴 이 자신에게는 텍스트와 더불어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텍스트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큰 미덕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글이다. 강경석씨의 ‘타원형 감옥의 외부’는 백민석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와 미학적 경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폭넓게 조망한 글이다.생의 적출물의 의미,폭력적 충동의 존재 형식,고딕의 정치적 무의식,가족 이념의 내파,세계의 남성적 지배와 타원형 감옥 구조,디지털 화소조합으로서의 삶의 경험 등등 현대성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망라하는 한편 문학의 글쓰기가 그 주제들과 동일체를 이루면서 또한 해체·변형을 행하는 가운데 도출되는 미학적 경험의 굴곡을 잘 보여주고 있다.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김인환 정과리
  • 총경 승진인사 안팎/순경출신 상당수 발탁 ‘눈길’

    5일 실시된 경찰 총경 승진인사에서는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이른바 ‘비간부 출신’ 경찰관들이 다수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경찰청은 이날 경정 55명을 총경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지난해 6월 강남 형사과장 재직 당시 6인조 떼강도사건 수사의 책임을 지고 직위해제됐다가 서울 강동서 생활안전과장으로 근무중인 황운하(黃雲夏·경찰대 1기) 경정이 총경으로 승진했다.만 35세인 강승수(姜承秀·경찰대 7기·사시 합격) 서울경찰청 공보계장도 총경으로 승진했다. ▶인사내용 19면 ●승진 55명중 경찰대 출신 17명 전체 승진자는 55명으로 지난해와 같았지만 지난해에는 순경 출신이 14.5%인 8명에 그친 반면 올해는 21.8%인 12명이 승진했다.전북경찰청 공보과 강이순(姜二淳·48) 경정은 순경 출신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40대의 나이에 총경으로 승진했다. 또 경찰대학 출신도 지난해 20%인 11명에서 올해는 30.9%인 17명으로 크게 늘었다.이밖에는 간부후보생 출신 19명,고시 출신 3명,특별채용 출신 4명씩이 승진했다. ●후속인사도 순경출신 배려 예상 이번 인사에서 비간부 출신이나 경대 출신을 다수 승진시킨 것은 최기문 경찰청장이 거듭 강조해 왔던 것처럼 그동안 인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이들을 다독거려 조직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최 청장은 지난해 경찰 3500명의 직급을 상향조정,그동안 막혔던 중하위직의 승진 숨통을 터놓았다.경찰은 이번 주중 단행할 경정 이하 인사에서도 정년퇴직이 가까운 순경 출신을 우선적으로 승진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94∼97년에 경정으로 승진한 사람들 가운데 직속 상사 추천과 다면평가 결과 등을 감안해 승진자를 선별했다.”면서 “지방청별·기능별 안배에도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
  • 기업체 반응/“각종 편법·불법 불러올 가능성” “핑계김에 접대 축소… 잘됐다”

    국세청의 50만원 이상 접대비 실명제 도입 방침에 기업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당장 대안이 없다는 쪽과 이 참에 접대문화를 아예 바꿔 보자는 쪽의 의견이 맞섰다. D자동차 업체 E이사는 “당장 50만원 이상 지출비에 대한 증빙서류를 보관해야 한다는 발표에 놀라울 뿐”이라면서 “이전의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쉽지 않아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F기업의 법인영업 담당자도 “회사 방침이 명확히 세워지지 않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단지 접대 약속을 가능한 한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접대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불법·편법 접대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업계에서 접대는 하나의 로비인 만큼 접대 비용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실명제 회피를 위해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접대비용 처리와 위장 카드가맹점 이용,외상 거래,개인카드를 사용한 뒤 회사에서 보전하는 방식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사내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C제조업체 D부장은 “당장 홍보실을 비롯해 대외 활동에 나서야 하는 부서의 업무가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면서 “접대비 증빙서류를 보관하라는 국세청의 지침이 한국적인 접대구조를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각종 편법·불법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접대문화를 바꿔보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지난해부터 2차 안 가기와 선물 안 받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들은 이 기회에 새로운 ‘접대 문화’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윤리 경영과 투명 경영을 위해서는 현재의 접대 문화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면서 “당장은 혼란스럽지만 기업들이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조만간 정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와 함께 외국계 기업도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이종락 김경두기자 golders@
  • 주5일시대 달라지는 삶의 질/樂樂한 토·休·일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주5일 근무시대가 열린다.법정 근로시간이 일주일에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든다.그러나 여가의 양적인 팽창만으로는 주5일 근무시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우선 주말의 시작점이 토요일 오후에서 금요일 저녁으로 바뀌면서 주말의 개념부터 달라진다.일요일이면 ‘동면(冬眠)’에 빠져들었던 직장인은 이틀로 불어난 휴일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전반적인 삶의 질적인 향상이 가능해지는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변화할 한국인의 삶을 예측해봤다. ●토요일은 스키,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 국민은행 여신개발팀 김형배(36) 과장은 은행권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2002년 7월 이후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한다.사내 ‘PASS 레포츠동아리’ 회장인 김 과장은 “예전에는 일요일에 스키를 타면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상경하느라 월요일이면 오히려 피곤함을 느꼈다.”면서 “요즘에는 토요일이면 레포츠를 즐기고 일요일은 가족과 봉사활동을 하는 등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봄·가을이면 클레이 사격장에서 살다시피 하고,여름에는 경치 좋은 호숫가에서 수상스키를 타면서 스피드의 매력에 흠뻑 젖는 레포츠족이다.김 과장은 “한달에 레저비용만 20만∼30만원 가까이 들지만 삶의 활력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2박3일 주말 해외여행으로 스트레스 해소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회사원 김근영(25·여)씨는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되면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일본으로 주말여행을 떠나기로 했다.토요일 새벽 3∼4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주말 내내 도쿄의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新宿)를 실컷 돌아다닐 계획이다.관광업계는 김씨 같은 직장인의 계획을 내다보고 관련 상품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롯데닷컴 여행사업부의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를 겨냥,지난해 6월 처음 선보인 주말 도쿄여행 상품에 매월 200명 넘는 고객이 몰렸다.”면서 “예전에는 해외여행 상품이 여름휴가철에만 반짝 잘 팔렸는데 앞으로는 주말특수 덕에 연중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가활용 형태도 ‘투잡스족’ 같은 실속형으로 점차 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002년 펴낸 ‘주5일 근무와 소프트산업의 변화’라는 자료집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 초창기에는 집에서 텔레비전과 비디오,DVD 등을 즐기는 ‘코쿤형’이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제도 시행 초기에는 정보가 부족하고 시간활용도가 낮아 집 안에서 소일거리나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쿤형’은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됨에 따라 점차 그 비중이 낮아진다.대신 야외에서의 ‘오락’,‘체험’ 등을 중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여가를 즐기는 ‘활동형’이 증가할 전망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이후 재투자 차원에서 공부를 하거나 두 가지 직업을 갖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하는 ‘실속형’이 등장한다고 내다봤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도 “주5일 근무시대에는 주말에 취미를 겸해 색다른 직업을 찾는 ‘투잡스족’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충남 태안에서 15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우명수(45)씨는 “40대 직장인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펜션’을 운영하고 싶다고 문의한다.”면서 “오륙도·사오정으로대변되는 국내 인력시장에 한계를 느낀 직장인들이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생긴 여유시간에 미래에 대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주말…소비패턴도 대폭 수정 주5일 근무제가 확산돼 주말 여행 횟수가 늘어나면 어디에서나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각종 인스턴트 식품의 소비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국내 최대 마케팅조사 전문기관인 TNS코리아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말까지 전국 3000가구를 대상으로 109개 생활용품과 식품 등의 소비패턴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경기침체 덕에 생활용품 전체 소비액은 줄었지만 ‘3분 요리’ 같은 레토르트 식품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이 22.8%나 증가했다.즉석밥은 무려 전년도 대비 269.2%나 증가했다.주말에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파티용품,조립용품(DIY) 등의 판매량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연 이유종기자 anne02@
  • “백의종군 자세로 경영개선”최태원 SK회장 임직원에 글

    최태원 SK㈜ 회장은 30일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경영투명성 제고 개선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사내통신망 게시판에 띄운 ‘임직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담보 확보 등을 통해 SK네트웍스 출자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실천적인 방안을 수립하거나 실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대표이사 회장의 자격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 시기는 IMF사태로 인해 국가 경제가 위험에 처해 있었고 수출 위주의 관행에서 잉태된 SK글로벌의 누적된 부실문제까지 겹쳐 설상가상의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이어 “당시는 그룹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현실이었으며 더 이상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창출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SK텔레콤의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외자유치 등 재무적 해결방안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여러 가지 외적 환경으로 성사단계에서 좌절됐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또 ”불행히도 이같은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채 거두기 전에 이번 사태가발생하게 됐으며 임직원 여러분들의 자긍심에 커다란 상처를 준 것에 대해 CEO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최 회장은 현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으며 백의종군의 자세로 현재 SK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난관과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내할 각오가 돼 있다고 다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盧 불법자금 수수 관여’ 반응/靑 ‘충격’ 해명 급급

    청와대는 29일 검찰이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으로부터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이 1억원을 수수하기 직전 노무현 대통령이 동석했다.노 대통령이 용인 땅 매매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았다.’는 등 수사결과를 언론에 상세히 공개하자 공식적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검찰이 대통령의 통치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등 정치화하고 있다.”고 불만에 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의 ‘장수천’ 관련 수사내용이 지난 5월28일 노 대통령의 장수천 특별기자회견과 정면배치되는 부분들이 드러나자 곤혹스러워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검찰이 자신들이 깨끗하고 철저하게 수사했다면서 특검에 빌미를 잡히지 않으려고 대통령이 관련된 부분을 털고 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지적한 뒤 “검찰이 이렇게까지 대통령의 통치권과 명예를 훼손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며,대단히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냉정하고 엄정하게 피의사실을 법률적으로 처리할 때 가능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같은 발표는 검찰의 또 다른 정치화”라고 규정했다.“검찰의 이같은 태도는 검찰개혁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용인땅 매매와 관련해 강금원씨와 안희정씨가 계획을 세워 노 대통령에게 사전에 보고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호의적 거래’로 알았지,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알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고,“대통령이 선봉술씨에게 ‘장수천 빚을 변제해 주라.’고 최도술씨에게 지시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그것이 지난해 8월 지방선거를 치른 뒤 남은 잔금 등 특정자금을 쓰도록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후보시절 측근인 이광재·여택수씨가 썬앤문그룹 문 회장으로부터 각각 1억원과 300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 영수증 처리하라고 누누이 지시한 만큼 대통령이 사후에 보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구체적 액수나 시기에 대해서는 “대선기간에 너무 황망해 기억을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광재 전 실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사건의 본질은 대선자금으로 수표 1억원을 받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의 잘못 ”이라며 “본질적으로 관련없는 대통령을 끌어들여 국정혼란만 가중시켜 국력을 낭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바람막이’로 나섰다. 이 전 실장은 또한 노 대통령이 용인땅 매매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았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변했다. 문소영기자 symun@
  • 교육·의료비 부당공제 ‘큰코’

    국세청은 연말정산에서 교육비 부당공제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사후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특히 장학금 교부기관별로 자료를 수집해 교육비 공제내역을 개별 검증하고,근로소득자별 ‘교육비 공제 가능범위’를 설정해 집중 점검키로 했다. 국세청은 또 액수를 부풀리거나 가짜 영수증을 제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의료비를 부당공제받을 경우 과거 5년간의 공제 내역을 누적관리해 세액을 추징할 계획이다.국세청은 28일 “2001년도분 근로소득 연말정산을 점검한 결과,장학금을 받고도 이를 차감하지 않은 채 교육비 전액을 공제받거나 맞벌이 부부가 자녀 교육비를 이중으로 공제받는 등의 부당공제 사례가 많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장학금을 공제대상 교육비에서 빼지 않고 교육비 전액을 공제받는 사례를 색출하기 위해 교육부·재단법인·사내근로복지기금 등 장학금 교부기관별로 자료를 수집키로 했다.이를 토대로 장학금 수령자와 관련된 근로소득자를 전산분석,교육비 공제내역을 개별 검증할 계획이다.국세청은 또 맞벌이 부부가 자녀의 교육비를 이중으로 공제받거나 교육비를 부풀려 공제받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비 공제액이 일정 범위를 초과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증빙서류를 확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점 점검할 방침이다. 그 결과 사실과 다른 증빙서류로 드러날 경우 가산세를 포함해 세액을 추징하는 것은 물론 의료비 허위영수증 제출자와 영수증발급 의료기관 및 원천징수의무자 모두에 대해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아울러 부당공제 혐의자에 대해서 과거 5년간의 의료비 전체를 검증하고 세액도 5년간 전체분을 추징할 방침이다. 오승호기자 osh@
  • 편집자에게/ “임기응변식 정부대응책 안된다”

    -‘국가직 6·7급 공무원 승진 태풍’ 기사(대한매일 12월 26일자 1·3·7면)를 읽고 일반직 국가 공무원 가운데 5·6급 정원이 1600여명 확대되고,6·7급 정원은 그만큼 줄인다고 한다.이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승진적체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하고 실무기획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기사내용은 일반 기업체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공무원들은 승진과 함께 월급도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공무원이든 일반 직장인이든 조직의 한 일원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희망은 대동소이하다. 공무원들의 직급별 정원 상향조정에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다만 IMF 외환위기 이후 고통 분담 차원에서 민간기업뿐만 아니라,공직사회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같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된 인사적체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임기응변 식으로 하위직을 줄이고 상위직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대응책을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조직 체계의 불합리성을 뜯어 고치기 위한 근본적 노력없이 공무원의 집단이기주의적인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결정을 쉽게 해버린다면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노재승 서울 송파구 풍납동
  • [데스크 시각] 공무원들의 ‘수당빼먹기’

    해외에서 공금을 유용해 온 외교관들만 근무기강이 해이해진 게 아니다.이른바 ‘엘리트 집단’이라고 하는 외교관의 비행은 크게 보면 공관장들이 주범이지만 지방자치단체 말단 공무원들의 공금 ‘삥땅’과 뇌물수수도 그에 못지않다. 요즘 정치권의 대형 뉴스에 가려 언론에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알게 모르게 국민의 혈세가 슬금슬금 새나가고 있다. 울산시에서는 관급공사를 맡고 있는 6급 공무원이 차명으로 ‘뇌물통장’을 개설해 놓고 한달에 많게는 2000만원씩 송금을 받아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전북도의 한 주사는 ‘간 크게도’ 청사내에서 관급공사를 설계변경해준 대가로 470만원이 든 봉투를 챙기다 현장에서 암행감사에 적발됐고,전남 장흥·진도·신안군 일선 공무원들도 해마다 양식장 피해액을 허위신고하거나 부풀리는 수법으로 공금을 축내왔다. 강원도 모 자치단체에서는 수해복구 공사를 발주해준 대가로 계장은 500만원,과장은 200만원을 받아 하위직 실무책임자가 더 ‘끗발’이 세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그런가 하면 자치단체들이 요즘 경기불황 탓으로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다고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 양심불량 공무원들은 초과근무수당을 빼먹는 데 혈안이다.시·군 또는 광역단체에 따라 한해 10억원에서 100억원 가까이 배정된 초과근무수당 가운데 상당액이 허위로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다.퇴근시간 이후 일할 때 지급되는 근무수당은 시간당 직급에 따라 대략 4500∼5500원선이다.일주일에 2∼3차례 밤에 나와 인식기에 체크를 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300만∼400만원가량의 수당을 챙길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시청이나 구청 인근에 거주하거나 퇴근 후 술을 마신 공무원들이 밤늦게 청사로 들어와 체크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하고,각 실·과별로 돌아가며 밤늦게 퇴근하면서 여러 장의 카드를 한꺼번에 긁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초과근무수당을 임금보전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수당 빼먹기에 골몰하는 공무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카드체크기,지문인식기는 물론 정맥·홍체인식기 등 최첨단 장비에 대한 얌체 공무원들의 적응도가 의외로빠르기 때문에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방지책이 없다. 민선 자치단체장도 ‘내 식구’를 감싸주는 온정주의를 버려야 한다.근무기강 확립을 위해 법과 복무규정을 엄정히 집행한다면 이런 좀도둑이 왜 생겨나겠는가. 한때 풍문으로 나돌던 ‘결근하지 않고,일하지 않으며,쉬지 않는다.’라는 공무원 3대 철칙(?)이라는 게 있었다.매일 제시간에 꼬박꼬박 출퇴근하니 윗사람에게 책잡히지 않고,뭔가 서류를 들고 만지작거리지만 정작 결정을 하지 않으니 책임질 일이 없어 대충 정년까지 무사히 간다는 말이다. 공무원 신분을 빗대 흔히들 ‘철밥통’이라고 한다.‘한번 공무원이면 영원한 공무원’이란 뜻만이 아니다.예산을 호주머니 돈인 듯 사용하는 풍조에 대한 비판의 뜻도 담겨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인·장년·청년 가릴 것 없이 실업사태에 떨고 있지 않은가.만약 비슷한 처지의 외국 공무원에 비해 급여가 적다면 적정한 수준으로 현실화시켜 주는 대신 공직수를 줄이고 부정과 비리를 엄벌해 나가야 할 것이다.가랑비에 옷 젖듯이 공무원들이 야금야금 ‘공돈 챙기기’에 중독되면 언젠가 우리 사회의 근간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윤 청 석 전국부 차장 bombi4@
  • 소버린, SK자사주 처분금지 신청

    SK㈜ 2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이 22일 SK그룹을 상대로 의결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따라 법원의 결정이 SK㈜의 경영권 향배에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소버린은 이날 자회사인 크레스트 시큐러티즈 명의로 낸 가처분 신청서에서 “지난 18일 SK㈜ 이사회는 자사주 1320여만주를 매각키로 의결했다.”며 “이는 SK그룹과 최태원 회장 등이 우호지분을 늘려 내년 3월 SK㈜ 주총에서 소버린의 의결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소버린은 또 “내년 주총에서 SK그룹에 대한 경영실패의 책임을 물어 기존 경영진을 바꾸려는 입장”이라며 “최 회장 등이 자사주 매각을 통해 우호지분을 새로 확보할 경우 소버린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소버린은 내년 주총에서 손길승,김창근,황두열 사내이사 등 6명의 이사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SK㈜의 지분은 자사주 10.41%를 포함한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측 우호지분이 약 35%,소버린을 포함한 외국계 지분이 약 43%,나머지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액투자자 지분이 21% 등으로 제3세력 확보가 주총 표대결시 승패의 관건이 되고 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국제경제플러스/日맥도날드 창업자 퇴직금 240억원

    |도쿄 연합|일본 맥도날드의 창업자인 후지타 덴(藤田田·77) 전 회장이 지난 3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퇴직위로금이 24억엔(약 240억원)에 달한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2일 보도했다.맥도날드측은 퇴직위로금의 규모에 대해 ‘사내 규정에 따른 공헌도와 근무연수를 산출한 결과’라고 밝혔다.후지타 전 회장은 지난 1971년 일본 맥도날드를 창업한 뒤 32년간 사장과 회장을 역임하면서 점포 수를 3870개까지 늘리는 등 맥도날드를 일본 외식업계의 정상에 올려놓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 대한매일·반부패연대 주최 제3회 반부패상 시상

    대한매일신보사와 반부패국민연대가 공동주최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반부패상 수상자로 경기 안산 반월동사무소 공무원 김봉구(48)씨와 서울 용화여고 해직교사 진웅용(31)씨 등 2명,한국방송(KBS)의 프로그램 ‘반부패가 국가경쟁력이다’와 국민은행 준법감시팀 등 2건 등 모두 4건이 선정됐다. 우리 사회의 부패문화를 퇴치하고 아름다운 반부패사례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반부패상 시상식은 1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대한매일신보사 채수삼 사장은 이날 “반부패상은 청렴한 반부패 사회를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해 왔다.”면서 “개인적 희생을 감내하면서 조직 안팎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반부패 실천에 앞장선 분들의 노력으로 부패 추방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채 사장은 이어 “2004년 1월부터 ‘서울신문’으로 제호가 바뀌는 대한매일은 앞으로도 이 분들과 함께 맑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상자로 뽑힌 김봉구씨는 1997년 안산시청 시설공사과 건설관리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청측의 신축 종합운동장 설계용역비가 부당집행됐다는 내용을 제보해 감사원으로부터 ‘추진 부적정’통보를 받아냈다.김씨는 “시 당국이 계속되는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운동장 건립사업을 추진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건립의혹 관련 조사결과서를 채택하기도 했다.”면서 “결국 이 일로 업무와 관련없는 곳으로 발령나 인사 불이익을 당했지만 잘못된 행정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공직사회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진웅용씨는 서울 용화여고 교사로 재직하다 2001년 학부모 찬조금 요구와 학생들의 청소용역비 징수 문제 등 부당한 학교운영을 고발,지난 10월 학교에서 파면까지 당했다.진씨는 “교단에 선 지 7년이 됐지만 학교의 썩은 모습을 드러내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면서 “부당한 인사 불이익에 대해 법원도 무죄를 선고했지만 지금껏 복직이 이루어지지 않아 부당 파면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한국방송이 방영한 특별기획 프로그램‘반부패가 국가경쟁력이다’는 한국 사회 부패의 본질을 파헤치고 핀란드와 아프리카의 반부패 노력을 소개해 반부패 운동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국민은행 준법감시팀은 사내 청렴계약제를 도입하고 윤리강령을 제정하는 한편 윤리적인 기업의 우대정책을 추진해 윤리경영 확산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됐다. 한편 반부패국민연대는 “나머지 1명의 개인수상자는 ‘그동안 활동으로 겪은 아픔이 너무 커서 다시 사회의 주목을 받는 것은 피하고 싶다.’며 수상을 정중히 사양했다.”고 전했다. 구혜영기자 koohy@
  • 대반격 나선 검찰

    검찰이 연일 이어지는 정치권의 ‘해명성 기자회견’에 대해 17일 ‘수사방해론’까지 제기하며 대반격에 나섰다.검찰이 이같이 대립각을 세우고 나선데는 정치권이 추진중인 특검제 도입 논의의 영향이 크다.진상규명은 외면한 채 정치적 득실 계산에 따른 자기 주장만 펼치고 있는데 대한 ‘분노’의 표시인 셈이다. ●형평성 거론한 한나라당에 직격탄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대선 승자만 내버려두고 패자만 집중 수사하고 있다.”는 한나라당 논리에 정면 반박했다.그는 “서정우 변호사 구속 때문에 수사내용이 부분적으로 공개되어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수사팀 모두가 형평성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안의 경중은 객관적 증거에 따른 사실로 판단할 문제지 수사팀의 책임만으로 미루는 것은 부당하다.”고 못박았다.한나라당의 수사 비협조가 위험한 수준이라며 되받아쳤다.안 부장은 “당비 부분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돼 공문을 보내 수차례 협조요청했으나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관계자들은 출석을 회피하고 도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또 “더 나아가 불법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에 제공사실을 검찰에 진술하지 못하도록 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그럼에도 불법대선자금 전모를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안 부장은 “수사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들이 납득하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수사를 계속하겠다.”면서 “수사팀 전원이 직(職)을 걸고 하는 수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이어 “이번 수사의 중요한 대목인 불법대선자금의 사용처 규명까지 이뤄져야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면서 “개인적 유용이나 축재 부분은 증여세 부과대상이며 정치자금법상 몰수·추징 대상임을 분명히 강조해 둔다.”고 강조했다. 안 부장은 특히 정치권의 고해성사가 없으면 기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으며 공개됐느냐 안됐느냐는 차이일 뿐 노무현·이회창캠프 양쪽 모두에 불법대선자금 상당액이 포착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일선검사들 “해도 너무한다” 대검 중수부는 정치권의 역풍을 의식,반응을 상당히 자제하고 있지만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격렬하다.한마디로 “해도 너무 한다.”는 것이다.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측근비리의 경우 현직 대통령이 직접 관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의지와 무관하게 특검이 조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서도 “불법대선자금 수사까지 특검에 맡기라는 주장은 검찰을 용도폐기하라는 말”이라고 흥분했다.또 다른 검사는 “경제 살리기와 민생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 아니었나.”라면서 “그런 당이 기업들이 이중으로 고통받을 특검 도입을 주장하니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고 꼬집었다.그러나 대검의 한 간부는 “입법권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검찰이 어떤 뜻을 내보이기 보다 수사를 조속히 종결하는데 힘을 모을 때”라며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태성 홍지민기자 cho1904@
  • LG 전자계열 승진 인사

    LG는 17일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LG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관련인사 18면 LG전자,LG필립스LCD,LG필립스디스플레이,LG마이크론,HLDS 등이 각각 이사회를 열어 확정한 임원인사에서는 구 사장을 포함,모두 12명이 승진하고,34명이 상무로 신규 선임됐다. LG전자는 중국 톈진법인장 부임후 매년 40% 이상의 성장을 주도해온 손진방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중국지주회사 대표로 임명했다.또 HLDS 대표를 맡아 5년째 광스토리지 분야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박문화 부사장을 사장 승진과 함께 정보통신사업본부장에 임명했다. 중국지주회사 노용악 부회장은 상근 고문으로 물러섰고,정보통신사업본부장을 맡았던 김종은 사장은 신설된 유럽지역총괄에 임명됐다.LG마이크론은 조영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는 “‘1등 LG’ 실현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엄격한 신상필벌과 업적을 중시하는 강한 성과주의를 강조했다.”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한편 LG전자 신규임원 24명의 평균 연령은 43.6세로지난해보다 0.6세 줄어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또 신규 임원중 이동단말,PDP,디지털TV 등의 연구직 비중이 29%에 달하는 것도 주목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 ■구본준 LCD 부회장 17일 뚜껑이 열린 LG의 전자계열사 임원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부회장으로 승진한 LG필립스LCD 구본준 사장이다.구 사장은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이면서도 LG에서 가장 적극적이고,공격적인 CEO중 한명으로 평가받는다. 99년 네덜란드 필립스와 함께 LG필립스LCD를 세운지 3년만에 전세계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업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저돌적인 사업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당초 이번 인사에서 LG전자 쪽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경기도 파주 LCD단지 설립 등 LCD사업의 중요성 때문에 부회장으로 승진해 LCD사업을 계속 이끌게 됐다. 구 회장의 ‘1등 LG’ 슬로건을 그룹내 어느 CEO보다 몸소 실천하면서 선도하고 있다는 평이다.그는 사내 공식 인사말을 ‘일등합시다.’로 정하고,전 임직원들의 명함에도 ‘세계 1위 기업의 1등 직원’이라는 슬로건을 넣도록 할 정도로 1등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97년 LG반도체 대표이사를 맡아 의욕적으로 경영을 추진하던 중 99년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회사를 옛 현대전자에 넘긴 일이 가장 가슴아픈 기억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박홍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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