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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주관적 행복/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지난해 이맘때 가본 묘향산은 싱그러움이 절로 배어났다. 정상까지 가보지는 못했지만 금강산 못지않은 명산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산밑 호텔에서 방문단 일행과 식사한 뒤 안내인의 눈길을 잠시 피해 산책로를 거닐었다. 인적 드문 길가에 앙상한 중년 사내가 어릴 적 봤음직한 고물 자전거를 고치고 있었다. 옷은 지난날 우리들이 입었던 빛바랜 검정 교복 같았고, 신발은 해질 대로 해져 끈조차 없었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김일성 부자가 각국에서 받은 온갖 진기한 물건을 쌓아놓은 전람관이 있었다. 말을 걸어 보니 호텔 시설관리인이란다. 북한에서는 괜찮은 직종이다. 그럼에도 왠지 베트남 난민 같은 인상이 들어 작심하고 물어보았다.“행복하십니까?”라고. 사내는 누런 이를 드러내며 “행복합네다.”라며 씩 웃는다. 꾸미거나 강요에 의한 답변 같지는 않았다. 순간 그가 진정 행복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에 대한 판단은 다른 세계와 비교해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kimhj@seoul.co.kr
  • 코믹잔혹극 ‘구타유발자’

    코믹잔혹극 ‘구타유발자’

    31일 개봉한 한석규 주연의 ‘구타유발자’(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를 어떤 성향의 관객에게 추천해주면 좋을까. 코믹잔혹극이란 장르를 표방했으되 영화는 소개하기가 적잖이 난감하다. 평범한 감수성의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코미디 혹은 폭력 코드를 거부반응없이 흡수하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둥이 성악교수 영선(이병준), 내숭 9단의 제자 인정(차예련)이 벤츠를 타고 교외로 드라이브 나오는 장면에서 출발한 영화는 예측불허의 상황들을 나열한다. 인적없는 시골 강변에 차를 세운 영선이 검은 속내를 드러내자 숲길로 도망간 인정은 순박한 남자 봉연(이문식)을 만나고, 또 한편 영선의 주변으로는 육감으로 돼지를 때려잡는 오근(오달수) 등 정상에서 한참 비켜난 듯한 사내들이 모인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를 만큼 한적한 곳에서 마주친 등장인물들은 서로에게 긴장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 시골 강가를 무대로 한정된 시간 동안 벌어지는 스산한 상황극.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낯설고 불편한 감정을 부추길 수 있을까를 연구한 듯하다. 권력에의 조롱, 폭력의 순환 등 적잖은 사회적 메시지를 동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작위적인 상황이나 ‘오버’연출된 캐릭터 등이 1인치의 리얼리티조차 발견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한석규가 이름을 걸었으나 정작 그의 출연분량은 미미하다. 그의 역할은 교통위반 딱지나 떼며 근무시간을 채우는 한심한 경찰. 코미디 전문배우 이문식이 딴판 이미지의 캐릭터로 막판 반전을 책임진다. 감독은 지난해 공포영화 ‘가발’을 연출했던 원신연.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짝패 장르/등급 액션/18세 감독/배우 류승완/류승완·정두홍·이범수 줄거리 개발열풍에 휩싸인 지방 소도시. 두 사내의 피만큼 진한 우정. 20자평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아날로그 액션의 끝장을 보여주마! ●다빈치 코드 장르/등급 미스터리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론 하워드/톰 행크스·오드리 토투 줄거리 댄 브라운의 동명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 20자평 기자시사회 없이 개봉…원작에 없다는 반전…과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을지. ●미션 임파서블 3 장르/등급 액션/15세 감독/배우 JJ에이브럼스/톰 크루즈·빙 라메스 줄거리 아끼던 후배와 약혼녀를 잇따라 인질로 붙잡힌 톰 크루즈의 맹활약. 20자평 한층 화려하고 강력해진 액션이 긴박감을 더한다. ●포세이돈 장르/등급 액션/12세 감독/배우 볼프강 페터젠/조시 루카스·커트 러셀 줄거리 북대서양 한가운데 파도가 덮친 유람선에서 탈출하기. 20자평 스펙터클에 초점 맞춘 전형적인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눈요기로는 ‘딱’! ●헷지 장르/등급 애니메이션/전체 감독/배우 팀 존슨·캐리 커크패트릭/황정민·신동엽·보아(목소리) 줄거리 문명사회와 맞닥뜨린 동물들의 고난기. 20자평 눈 깜짝할 새 ‘유쾌·상쾌’하게 지나가버리는 76분. ●모노폴리 장르/등급 범죄스릴러/15세 감독/배우 이항배/양동근·김성수·윤지민 줄거리 컴퓨터 범죄를 소재로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엮는 두뇌게임. 20자평 웬만한 머리로는 아귀 맞추지 못할 어수선한 시나리오. ●구타유발자들 장르/등급 코믹잔혹극/18세 감독/배우 원신연/한석규·이문식·오달수·차예련 줄거리 인적없는 교외의 강가에서 빚어지는 비상식적 인간들의 비상식적 대립과 긴장. 20자평 끝없는 폭력의 고리에 대한 고발. 구토유발할 듯 극단적인 상황전개.
  • [경제정책 돋보기] 기업임원 개별 연봉 공개 논란

    [경제정책 돋보기] 기업임원 개별 연봉 공개 논란

    상장기업 임원의 개인별 연봉을 공개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다시 추진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찬성론자들은 기업의 공공성 확보와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는 “지금도 별다른 문제점이 없는데 경영활동만 위축시킬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다음달 임시국회 논란 가능성 28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심상정·권영길·강기갑·노회찬·천영세 등 국회의원 10명은 상장사 임원의 개별 보수를 의무공시하는 내용의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국회 재경위에 제출했다. 개정안이 다음달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상장사의 모든 등기임원 연봉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현행 상법과 증권거래법은 기업의 연간 사업보고서에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 등기임원의 보수총액과 1인당 평균액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보수총액의 결정은 지배주주가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정해 주주총회에서 의결한다. 따라서 특정인이 얼마를 받는지는 모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임원 1인당 평균보수가 37억 9692만원이라고 공시했다.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뺀 사내이사 6명의 평균보수는 81억 5000만원에 이른다. ●지배주주의 독단을 막기 위해 심 의원 등은 발의 취지에서 “지배주주가 보수 결정을 좌우해 임원을 장악하는 것을 막아 임원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지배주주가 임원보수 명목으로 우회배당을 하거나 회사의 재산처분 등 사익추구를 막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원보수를 직무에 따라 합리적으로 지급, 투명성과 기업의 사회적 공공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 의원실의 임수강 보좌관은 “주요 선진국은 임원보수에 대해 지급액, 지급형태, 금전·비금전의 구분 등을 엄격히 공시하고 있다.”면서 “외국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에서 비공개의 폐단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검토한 국회 재경위 현성수 수석전문위원도 “지배주주가 임원보수를 정하는 이사회를 장악함으로써 일반 주주에 대한 이사의 책임성이 약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배주주에 대한 이익배분을 배당이 아닌 보수로 지급함으로써 보수가 합리적인 수준을 넘을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임원에게 많은 임금을 주는 이유는 그만한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인데, 이를 검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조와 소액주주 반발 우려 전경련, 상공회의소, 상장사협의회 등은 의견서를 통해 “현재 임원의 보수도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근거해 지급되며, 기업사정을 감안해 한도가 정해지기 때문에 무작정 올릴 수도 없다.”면서 “개인 연봉이 공개되면 임직원간 위화감이 발생, 노동계의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와 주주 반발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여론에 밀려 임원보수의 하향 평준화가 이뤄지고,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지 못해 경영활력을 잃을 것”이라며 개정안을 반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3년에도 이같은 논의가 있었으나 참여정부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다.”면서 “최근 한 대학교수가 강연에서 주장한 내용을 국회가 마치 무슨 계기가 있는 듯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계증권거래소연맹(WEF)에 따르면 임원 개별보수를 공개하는 나라는 미국, 호주 등 15개국이다. 한국·일본 등 13개국은 총액만 공개하고 있다. 프랑스·타이완 등 12개국은 보수에 대한 공시의무 자체가 없다. 특히 임원과 직원의 연봉 차이가 평균 475배에 이르는 미국에서도 상위 4,5명의 보수만 공개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임직원의 연봉차가 7.6배다. 재정경제부는 “국회 논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발언대] ‘행복 나눔’ 장학나무/신헌철 KT 수도권서부본부장

    회사 사무실 앞 현관에 어른키만한 벤저민 화분이 놓여 있다. 나무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지만, 이곳을 지나는 이들은 한번씩 눈길을 준다. 외부 손님도 마찬가지이다. 나뭇가지에는 노란색과 베이지색 카드 100여장이 장식처럼 달려 있다. 카드에는 각기 다른 필체로 짧은 글들이 적혀있다.“꿈을 꿈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 제 꿈입니다.”,“더 큰 세상을 향해 나는 오늘도 달려 나가겠습니다.” 등의 각오를 다지는 글이다. 사원들은 이 나무를 ‘행복나눔 장학나무’라 부른다. 볼품없는 나무가 ‘장학나무’라는 이름을 달기까지는 사연이 있다. 필자의 일터에는 사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기금을 조성해 소외 이웃을 돕는 ‘사랑의 봉사단’이 있다. 모금 참여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불우이웃돕기,IT 정보격차 해소사업, 환경보전운동 등에 직접 나서 땀흘려 일하고 있으며, 가족의 참여 또한 높다. 얼마전 봉사단은 지역의 중·고교 학생 40명에게 장학금을 줬다. 장학금 수여식에서 한 사원이 “학생들은 장래의 희망을, 사원들은 학생의 소망이 이뤄지길 바라는 글귀를 카드에 적어 나무에 걸자.”는 제안을 했다. 내년에 이들의 소망이 이뤄졌는가를 확인하고, 내후년에도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의 소망을 걸자고 했다. 한 사원의 제안으로 나무이름을 ‘행복나눔 장학나무’로 했다. 이제 ‘행복나눔 장학나무’는 사내에서 장학기금 모금 등 사회공헌활동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요즘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참여는 아주 활발하다. 그러나 기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노력해 왔지만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해선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국내의 기부문화 수준은 부끄럽게도 아주 빈약하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봉사에 1회 이상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6.8%에 불과하다. 그리고 국민 중 1회 이상 기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64.3%로 1인당 평균 기부금은 5만 8000원 정도이다. 미국의 경우 소액 기부금이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기업 및 단체가 77%이고, 개인이 기부한 금액은 23%에 지나지 않는다. 기부문화 환경도 척박하다. 기금을 모아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기에도 벅차다. 외국처럼 기부금으로 투자사업을 벌여 이익금을 늘려 운영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이제는 모은 자선 기금의 효율적 운용으로 재원 규모를 불려 나가는 경영방식의 도입을 한번쯤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기부가 일상 생활로 자리잡아야 건전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사회 환원과 아름다운 나눔은 부의 분배와 격차를 줄이는 순기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부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는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는 긍정적 태도와 자세가 필요하다. 장학금 전달식 이후, 사원들은 ‘행복나눔 장학나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물도 주면서 관리를 잘하고 있다. 발길도 멎게 한다. 이같은 관심과 사랑으로 장학나무의 밑동이 튼튼해지면 더 많은 가지를 뻗어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이 나무를 지켜보는 사원들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재목감으로 성장해 국가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참여 인원과 봉사활동 기금도 이전보다 많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신헌철 KT 수도권서부본부장 shinheon@kt.co.kr
  • ‘고고학 연구 이정표’ 40여점 한자리에

    ‘고고학 연구 이정표’ 40여점 한자리에

    광복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발굴조사인 경주 호우총과 은령총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한자리에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은 1946년 광복 후 우리 손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발굴조사인 경주 호우총과 은령총 발굴 60주년을 기념,23일부터 7월23일까지 특별전을 개최한다. 발굴 당시 의미 있는 유물들이 많이 출토돼 고고학 연구의 이정표가 됐다. 특별전에는 발굴 당시 현장에서 작성한 발굴 조사일지, 유물과 유구의 도면, 촬영한 유리원판과 사진, 당시 발굴을 다룬 일간지와 조사 참여자들의 회고록 등이 전시된다. 특히 두 고분 발굴에 참여했던 서갑록 선생이 작성한 발굴조사 일지에는 1946년 5월3일부터 23일까지 날짜와 날씨, 인부, 조사내용, 실측도면, 방문객 등이 기록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발굴 당시의 모습을 담은 유리원판 사진 50여매를 슬라이드로 제작, 전시실에서 상영한다. 이와 함께 발굴 당시 도면을 전담한 임천 선생이 제작한 도면들도 공개된다. 현장에서 작성한 실측도를 기본으로 보고서 발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광복 이후 우리 손으로 작성한 첫 도면으로 상징성이 크다. 출토유물로는 호우총과 은령총으로 이름을 붙이게 된 청동 호우(뚜껑이 달린 청동제 합)와 은방울을 비롯, 발굴 당시에는 가면으로 여겨졌던 화살통(복원품), 금은 상감의 고리자루칼 등 40여점이 함께 전시된다. 특히 밑바닥에 ‘광개토지호태왕(廣開土地好太王)’이라는 명문(銘文)이 새겨진 청동 호우는 광개토왕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합으로, 당시 신라와 고구려의 관계를 말해주는 귀중한 유물이다. 한편 박물관측은 호우총과 은령총의 발굴조사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살펴보기 위해 23일 박물관 소강당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중앙박물관 조현종 고고부장이 ‘호우총과 은령총의 발굴조사’를, 신라문화유산조사단 김용성 실장이 ‘호우총과 은령총의 구조와 성격’을, 중앙박물관 윤성용 학예연구사가 ‘4∼5세기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 등을 발표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답답한 與지도부 “정치쟁점화 말아야”

    답답한 與지도부 “정치쟁점화 말아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파문에 열린우리당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방선거 판세에 ‘최대 악재’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 소속 의원들은 당 홈페이지에 지지를 호소하는 ‘눈물의 편지’를 썼다. 지도부는 한나라당이 정치 쟁점화를 시도할까 우려를 나타내며 사건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22일 “한나라당 독주를 막고 견제와 균형을 이룰 세력이 있어야 한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읍소였다. 민병두 의원도 같은 공간에 글을 올렸다. 그는 “사람들은 ‘무능한 남편’(열린우리당)보다 ‘부패한 남편’(한나라당)이 더 좋다고 한다. 수용할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성실한 남편’이었다.”고 했다. 송영길 의원 등도 홈페이지에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정동영 의장은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서 “선거와 관련해 솔직히 더 어려워졌다. 바닥에서 시작했지만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박 대표 피습 사건은 정치적으로, 지방선거에도 불행한 일이며 우리당에도 불행한 일”이라면서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이렇게 가다 한나라당에 싹쓸이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여당 지도부는 한편으론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정치 쟁점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경계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선대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건 배후에 열린우리당이 있는 것처럼 자꾸 선동하는 것은 제2의 불상사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과도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청장은 사건 초기 ‘용의자들이 술을 마셨다.’고 밝혀 물의를 빚었다. 우 대변인은 “치안총수 사퇴 요구는 정치쟁점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수사과정에 참관하면서 수사내용을 수시로 언론에 흘리고 있는데, 이는 위법인 동시에 정략적”이라고 비판했다. 염동연 사무총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대표는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사건을 결코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이마트, 월마트코리아 전격 인수 할인점 세계1위도 ‘백기’

    이마트, 월마트코리아 전격 인수 할인점 세계1위도 ‘백기’

    세계 1위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토종’ 할인점업계의 공세에 두손을 들고 본국으로 철수한다. 신세계이마트는 22일 미국계 할인점 월마트코리아 지분 전량과 16개 매장을 82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할인점 업계에는 삼성테스코홈플러스, 코스트코만 외국계 할인점으로 남게 됐다. 지난달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에 이어 월마트가 신세계에 인수됨으로써 국내 할인점 업계의 신 구도짜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신세계이마트는 월마트 점포를 포함, 국내에 모두 95개 점포(중국 포함 102개)를 갖게 돼 업계 선두자리를 굳히게 됐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이날 브랫 빅스 월마트 수석부사장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부터 한국까르푸 인수 건과는 별도로 협상을 해오다 최근 일본 도쿄(東京)에서 협상을 마쳤다.”면서 “인수자금은 사내 유보금과 금융차입금을 합쳐서 쉽게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월마트는 신세계와 별도 법인으로 남겨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고용을 100% 승계하는 한편 급여와 복리후생제도를 신세계에 점진적으로 맞춰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마트는 1998년 한국마크로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에 진출했다. 인천, 일산, 구성, 강남점 등 전국에 16개 매장을 운영했으며 총자산과 종업원 수는 각각 8740억원,3356명이다. 세계 할인점 업계에서 1위인 월마트는 국내에서는 줄곧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7287억원으로 점포당 매출은 500억원 정도였고, 적자는 99억원에 달했다. 조 햇필드 월마트 아시아지역 사장은 “할인점은 규모의 경제 달성이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향후 4∼5년 안에 업계 2,3위 입지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매장, 외국인 사장을 고집해 한국 소비자의 스타일에 맞는 마케팅을 펼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이마트의 독주와 홈플러스·롯데마트·이랜드의 2위 쟁탈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랜드는 까르푸를 기존 할인점과는 다소 다른 ‘패션 아웃렛형’으로 운영할 예정이어서 할인점 경쟁 업체수는 사실상 5개에서 3개로 줄어든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기철 서재희기자 chuli@seoul.co.kr
  • [가슴 속 그림 한 폭] ‘살아있음과 희망’의 여백

    [가슴 속 그림 한 폭] ‘살아있음과 희망’의 여백

    한 지인의 추천으로 손광영(55) 현대스틸산업 대표이사를 만나러 가면서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차갑고 딱딱한 쇳덩이를 다루는 회사 대표가 그림을 좋아하기는 할까? 고맙게도 손 대표는 이런 걱정을 단 한 마디로 날려버렸다.“‘붓질에 의한 형상과 색채가 작가의 몫이라면, 여백은 보는 사람의 몫이죠.” 서양화가 김정수의 ‘진달래 꽃’을 소개하면서 대뜸 내뱉은 말이다. 보는 이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이란다.2년 전 한 전시에서 처음 그 그림을 보고나서, 흔하디 흔한 진달래의 새로운 진면목을 보았다고 했다. 김정수의 진달래꽃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있지 않다. 그렇다고 김소월의 진달래꽃처럼 서럽지도 않다. 징검다리 위에 막 내린 눈처럼 불면 날아갈 듯 연약해보이지만, 결코 밟히지 않겠다는 듯 생기가 넘친다. 잿빛 도시 위로 눈꽃처럼 떨어져 내리지만, 체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눌한 듯하면서도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손 대표의 그림 감식안이 예사롭지 않다. 그가 김정수의 그림에서 찾아낸 것은 ‘살아있음’과 ‘희망’이다. 작품속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백에 그는 ‘살아있음과 희망’이라는 마음속의 그림을 그린다. 손 대표는 이를 ‘화사하되 격조가 담겨있는 풍경’이라고 표현한다. 자칫 천박해지기 쉬운 연분홍빛에서 격조를 담아냈다며 작가를 칭찬한다. 투명한 듯하면서 아스라한 진달래꽃 특유의 색깔을 내는 데 3년이나 걸렸다는 작가의 변까지 소개하면서. 손 대표는 현대건설에서 홍보통으로 부장과 전무를 지낸 뒤 최근 계열사인 현대스틸산업 최고 경영자가 됐다. 홍보맨 출신으로선 매우 드문 일. 그만큼 어깨가 무거울법한 데도 얼굴에 자신감이 넘친다. “인간사회에서, 특히 조직문화에서 경직됨은 금물입니다. 유연한 사고, 인간 중심의 판단이 중요하지요.” 철골이나 H빔 등을 생산하는 회사이다 보니, 사내 분위기가 경직되어 보인다는 손 대표. 그래서 사원들이 문화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전시든 공연이든 자주 접하다보면 사내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그 또한 퇴근하면 거실 한쪽 벽에 피어 있는 ‘진달래꽃’을 응시한단다. 팍팍한 업무로 자신도 모르게 강퍅해진 마음에 너그러움을 충전하면서.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토종 할인점’의 승리… 이마트 독주

    ‘토종 할인점’의 승리… 이마트 독주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달 간격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한국 토종’ 정서를 맞추지 못한 마케팅 전략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들의 철수는 지난 96년 1월 유통시장 개방 이후 10년여 만이다. 향후 국내 할인점 시장은 월마트를 인수하는 신세계이마트의 독주 속에 삼성테스코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중위권을 다져가면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 소비자 ‘입맛’ 못맞춰 고전” 유통업계는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시장의 특성을 등한시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 국내시장 진출 이래 줄곧 국내 업체들에 고전해 왔다고 분석한다. 월마트도 한달전 철수를 결정한 까르푸와 마찬가지로 매장 구성과 상품 진열, 판매 방식 등에서 국내 업체와 달라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지 못했다. 외국계는 소품종 다량 판매 방식인 반면 국내 할인점은 다품종 낱개 판매 방식이었고, 국내 업체가 신선 식품 위주였다면 외국계는 냉동식품과 규격상품 위주였다. 매장 구성과 높이도 고객 친밀도를 강조한 국내 업체들과 달라 이질감을 주었다. 신세계는 월마트를 인수함으로써 총 95개의 매장을 확보해 점유율을 34%로 끌어올려 당분간 업계 1위를 고수할 전망이다. 매장이 45개인 롯데마트나 43개인 홈플러스를 합친 것보다 많아 2위 업체의 추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할인점 부지 확보 등도 여의치 않아 당분간 신규 점포 확장은 어려운 처지다. ●신세계 자금 여력은 신세계는 인수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학서 사장은 인수자금 8250억원과 관련,“해마다 1조원가량 투자해 왔다.”며 “사내 유보금과 차입금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세계의 부채비율은 130%선이지만 은행 차입금을 더하더라도 160∼170% 정도에 불과하다. 허인철 신세계 경영지원실 관리담당 상무는 “평소 사내 유보금이 5000억원 정도”라며 “차입금도 2∼3년 이내에 모두 상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인수 절차도 명쾌하다. 신세계는 이번 주부터 실사를 벌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M&A 승인이 나면 인수 대금을 결제할 계획이다. 통상 30∼120일 걸리는 공정위의 승인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할인점 상위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70%가 넘지 않고, 소매업계 전체를 보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M&A는 주식인수 방식이어서 증권거래세 41억원을 월마트가 부담한다. 자산 부분에 대해서는 인수 대금을 납부한 다음 정산을 통해 최종 결제할 예정이다. 월마트측은 “월마트코리아는 투자 금액을 회수한 정도여서 한국에 낼 세금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수 과정은 철저한 비밀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신세계와 월마트가 첫 접촉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구 사장은 “3월 당시 까르푸와 월마트 양쪽 관계자를 만났다.”며 “동시에 인수 절차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최종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월마트 인수가 추진되는지 전혀 몰랐다.”며 “우리는 2위 자리를 지키겠지만 경쟁업체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설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었다.”며 “신세계의 사업 확장과 상관없이 계획했던 신규 점포를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롯데쇼핑 주가는 전일대비 1만 7500원이나 떨어져 상장 이래 최저 수준인 36만 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기철 서재희기자 chuli@seoul.co.kr
  • “직원 자녀수 평균2명 넘어”

    “직원 자녀수 평균2명 넘어”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공단에 있는 ASE코리아㈜에 들어서면 ‘ASE어린이집’이 마치 회사의 상징물인양 입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1417평의 대지에 연면적 306평의 건물,273평의 실외 놀이터에 200여평의 텃밭까지 갖추고 있는 ASE어린이집은 노동부가 선정한 최우수 사내보육시설의 하나다. 어린이집은 오전 6시부터 엄마·아빠와 함께 ‘출근’한 어린이들로 북적인다. 불이 꺼지는 시간은 밤 10시. 하루 3교대로 일하는 부모의 근무 시간에 맞춰 어린이들도 오전 6시, 오전 8시, 오후 2시로 나눠 이용한다.120여명의 어린이는 10여명의 전문 보육교사들과 마음껏 뛰어놀며 질높은 식사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차명숙 원장은 “대부분의 아이 엄마가 근로자인 만큼 모성결핍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이 많다.”면서 “엄마가 일하느라 못해주는 부분을 어린이집에서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원장은 현재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기업체 보육시설과 정부의 지원정책’을 주제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보육전문가이다. 어린이집에 대한 주부사원들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24년째 제품 테스트 업무를 맡고 있다는 이성숙(43)씨는 “다섯살된 딸아이와 함께 출퇴근할 수 있어 육아문제로 인한 걱정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은 남자 사원들에게도 똑같이 주어진다. 부인이 초등학교 교사인 제품분석실 원진희(38) 차장은 5살,4살짜리 아이를 모두 데리고 출퇴근한다. 그는 “아이가 생후 24개월이 지나면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어 아내는 아이를 더 낳자고 조른다.”고 털어놨다. 회사가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된 것은 휴대전화 전자부품 생산업체로 전체 사원 1800여명 가운데 1300여명이 여성으로 육아문제에 고충이 많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1998년 6월에 모두 11억원을 들여 보육시설을 설치했다. 당시에는 사내 보육시설에 대한 정부 정책이 활성화되지 않아 지원금도 없었다. 이후 회사는 한해에 4억원 정도의 운영비를 계속 대고 있다. 이창섭 상무이사는 “어린이집이 세워지고 사원들이 양육의 고민에서 벗어나게 되자 이직률은 낮아지는 반면 회사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등 효과가 크다.”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출산율이 크게 낮아졌다지만 우리 직원들은 평균 2명 이상의 자녀를 갖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자랑했다. 파주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563개업체중 263곳만 운영

    563개업체중 263곳만 운영

    정부는 최근 기업이 사내 보육시설에 관심을 가질 것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올 들어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이거나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보육시설을 설치토록 한 종전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563개 업체가 의무설치 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263곳에 불과하다. 전체 보육시설은 2만 8367곳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직장내 보육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1%에 못미치고 있다. 노동부가 설치의무가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설치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33.9%는 비용부담 때문이라고 응답했다.19.1%는 대상 아동이 부족하며,10.9%는 설치장소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규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다만 설치의무가 있는 110개 업체는 5년 안에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무상지원금을 종전 1억 3500만원에서 2억 5000만원으로 크게 인상하고 인건비 지원대상도 확대했다. 또 운영비 지원의 범위를 넓혀 보육교사, 시설장 및 취사부 인건비를 1인당 한달에 80만원 수준으로 지원키로 했다. 개별기업이 설치하기 어렵다면 이웃 사업장과 공동으로 설치할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자녀를 가진 여성근로자의 경력단절에 따른 생산성 하락을 막겠다는 기업주의 각오가 필요하다. 또 노사관계에서도 보육시설을 근로자 복지의 최우선 순위로 인식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보육 및 운영 프로그램 개발, 보육시설 종사자에 대한 교육강화, 인력지원 등 직장내 보육시설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사업주에 대한 상담과 교육으로 보육시설의 조기 설치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회사 어린이집 믿고 둘째 봤어요”

    “회사 어린이집 믿고 둘째 봤어요”

    맞벌이가 일반화되면서 둘째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직장이 육아의 상당부분을 떠맡아 질높은 여성근로자를 확보하고, 이직을 막는 기업도 있다. 여성근로자에게 안정을 가져다주는 직장의 육아지원 시스템은 나아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아이를 더 갖게 만드는 부수효과를 거두고 있다.‘출산율 1.08’시대, 가장 적극적인 출산장려책의 하나로 떠오르는 직장내 보육시설을 조명해 본다. ●보육시설은 근로자에게 주는 큰 혜택 ㈜KT 성남지사에 근무하는 서혜원씨는 5살,3살짜리 아이를 둔 주부지만 근무나 육아에 별 어려움이 없다. 출근할 때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KT꿈나무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퇴근할 때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가 하루종일 같은 건물에 있는 데다 비용 부담도 민간보육시설의 30∼40%로 경제적 부담도 적다. 사실 그녀는 첫아이를 낳은 뒤 둘째아이를 갖는 데 주저했다고 한다. 하지만 2004년 6월 직장에 어린이집이 생기면서 용기를 내어 둘째를 낳았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의 사연은 사내에서는 이미 유명하다고 한다. KT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는 정연오(SI사업본부)씨는 아이가 분당 본사의 어린이집을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부부가 함께 서울로 출퇴근하는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다. 김무성(서비스기획본부)씨는 세살짜리 아들을 어린이집에 맡긴 뒤 부인이 그토록 갈망하던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한다. 이 회사 직원들은 어린이집 덕택에 갖가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 회사 여직원 300여명은 2003년 직장보육시설의 설치를 요구했고 회사는 전화국 건물 137평을 리모델링했다. 현재 91명의 어린이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KT는 본사를 비롯해 목동, 고양, 분당 등 4곳에 보육시설을 운영하며 직원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 회사 인사부 김성렬 과장은 “업무특성상 여직원의 비율이 높은 만큼 그동안에는 육아문제에 따른 업무기피, 집중도 저하, 조기 퇴직 등의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사내 보육시설을 설치한 뒤 출산후 복직률이 99%에 이르는 등 문제점이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임금인상보다 사내 보육시설 설치를 대구시 북구 구암동에 있는 디딤어린이집은 지역 중소기업인 ㈜비앤디가 지난해 11월 설립한 보육시설이다. 113명의 근로자가 휴대전화 단말기의 프로그램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육시설 설치가 의무화된 사업장이 아니다. 더구나 여직원은 고작 31명뿐이다. 그럼에도 어린이집은 100평의 대지에, 연면적 80평의 규모로 최대 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어린이집은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허성만 이사는 “지방의 중소기업은 우수인력 확보가 곧 경쟁력”이라면서 “직원들은 임금을 인상하는 것보다 보육시설 설치를 훨씬 더 원했다.”고 말했다. 자연히 사원들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남편이 이 회사에 다니는 김희정(간호사)씨는 “육아휴직을 한 뒤에도 9개월짜리 아들의 보육문제가 고민이었지만 다행히 남편 회사에 이런 시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면서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야간보육이 절실한 상황에서 직장보육시설이 나에게는 큰 행운”이라고 고마워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자리잡은 ‘푸르니서초어린이집’은 ‘공동설치형’ 보육시설로 잘 알려져 있다. 2002년 세워진 이곳은 ㈜대교, 하나은행, 한국IBM,NHN,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스코 등이 공동으로 마련했다.20억 6000여만원이 든 이 보육시설은 이들 회사의 근로자 자녀 130명이 다닌다. ●보육시설이 없으면 인력확보도 어려워 성남시에 본사를 둔 제빵회사 ㈜파리크라상은 올 상반기 안에 사원 자녀 6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사내 보육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근로자들의 욕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 직원 700여명 가운데 300여명이 여성이다. 세살짜리 자녀를 두었다는 일반케이크 라인의 전희정씨는 “남편과 주·야간 교대로 아이를 돌보고 있다.”면서 “만약 회사에 보육시설이 있다면 현재보다 더욱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밝혔다. 사내 보육시설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은 회사측도 마찬가지. 조용찬 총무부장은 “채용면접을 하면 주부의 대다수는 육아여건을 묻는다.”면서 “원활한 인력확보를 위해서도 보육시설은 필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사내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2억 5000만원 가운데 1억원은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할 생각이다. 어린이집은 안전을 위해 1층에만 설치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부지를 찾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관련기사 12·19면
  • [女談餘談]고독의 영토를 위하여/황수정 문화부 기자

    지난 주말, 적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를 탔다. 밀쳐뒀던 번다한 생각의 잔가지들을 말끔히 한번 잘라내 보리라, 며칠을 별렀던 두시간이었다. 욕심이 과하단 걸 알면서도 시집이며 산문집이며 책도 두 권이나 챙겼다. 하지만 기차에서의 계획은 시쳇말로 ‘꽝’이 됐다. 옆자리 대학생들의 수다로 일관한 휴대전화 소음이 서울에서 대전이 가깝도록 이어졌다. 언제부턴가 출퇴근길 광화문 대로의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손에 들려진 사물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남녀노소 없이 신종병기처럼 불끈 거머쥔 휴대전화들. 분초를 다툴 일이 저리들 많을까, 우울하고 민망한 살풍경같아 내 손의 병기를 가방 속으로 슬며시 밀어넣곤 한다. 휴대전화의 첨단능력이 나날이 찬미의 대상이 되는 판에 이 무슨 뒷북 감상이냐고 핀잔할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고독해지려야 고독해질 여지가 없는, 침묵을 저당잡힌 세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안쓰럽다. 자기와의 내면대화에 갈수록 서툴러지고 있는 책임을, 단발성 전방위 소통창구인 첨단문명들에 돌려버린다면 그건 억지일까. 최근 한 광고기획사의 면접조사 결과가 흥미로운 뉴스였다. 요즘 중·고생들은 회초리보다 휴대전화 뺏기는 걸 더 두려워한다는 조사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면 몇달전 중학생 조카에게서 들은 우스갯소리가 현실이었던 셈이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건 ‘악플’(악의적 댓글), 악플보다 더 무서운 건 ‘무플’(인터넷에 올린 글에 답글이 없는 것), 무플보다 더 무서운 건 휴대전화 없는 세상? 밖으로의 소통에만 목마른 삶을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다는 바로 그 얘기이다. 실다운 논쟁이 없는 것도, 그릇 큰 논객이 사라진 것도 모두 고독과 침묵을 거세해버린 문명 탓은 아닐까. 어느 시인의 말대로 고독한 이들의 영토가 시(詩)라면, 문학이 시들고 있는 현실 또한 그 때문은 아닐까. 혐연권만큼이나 ‘혐통권’도 똑같이 존중돼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휴대전화 금통(통화금지)구역은 언제쯤이나 생길까. 사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독의 영토를 돌려줄 시간이다. 황수정 문화부 기자 sjh@seoul.co.kr
  • 조기유학 중고생이 더 적응못해

    자녀를 외국으로 조기유학보내는 부모들이 늘고 있지만 사전에 철저한 준비 없이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보내는 예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우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조기유학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교육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기유학의 원인과 실태파악을 위해 조기유학을 경험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학부모 29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면접 결과를 공개하면서 “교육은 복지와 함께 앞으로 계속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이며, 따라서 효율적인 투자가 제일 중요하다.”면서 “조기유학 실태 심층면접 조사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조기유학생은 2000년 4397명에서 2004년 1만 6226명으로 4배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생은 705명에서 6276명으로 9배나 급증했다.●초등생은 영어, 중·고생은 국내교육에 대한 불만 때문 부모들이 자녀를 조기유학보내는 주된 이유는 초등학생은 영어, 중·고생은 국내교육에 대한 불만과 부적응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대부분 1∼3년 정도 공부하다 중학교 진학 전에 귀국, 국내 특목고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고교생의 경우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과 엄청난 사교육비, 학교교육 부적응 등을 이유로 조기유학을 택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는 분명한 목적과 철저한 준비 없이 조기유학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원이나 외국에 사는 친지로부터 조기유학 정보를 얻기 때문에 부정적인 정보를 얻기 힘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조기유학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면접에 참가한 학부모는 연봉이 6000만∼1억원 정도의 고소득층인데도 수입의 절반 이상을 조기유학 비용으로 쓰다 보니 저축이나 투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따라간 엄마 언어소통 자녀에 의존 초등학생은 큰 무리없이 외국생활에 적응하고 있지만 귀국에 대비, 현지에서도 국어·수학 과외를 따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고교생이다. 이들은 언어 장벽과 학습부진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예가 많았다. 엄마가 따라가는 경우 언어소통에 어려움이 많아 오히려 자녀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태반이다.아이들도 외로움과 부모의 지나친 기대에 따른 부담감 등으로 방황하는 사례가 많다.●대책은 없나 면접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정부가 학교의 영어교육을 실용영어 중심으로 활성화시키고, 외고·과학고 확대, 특성화고 내실화, 대안학교 학력 인정 등 교육서비스를 다양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교육개방을 통해 선진교육 프로그램 도입도 건의했다. 기획처는 면접 결과를 토대로 동기유형별 맞춤형 정책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영어교육 방송시간 연장, 영어 체험기회 확대, 교육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획처는 조사내용을 교육부에 전달, 예산편성때 활용토록 할 방침이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일선 자치구 ‘에너지 자린고비’

    “가까운 거리의 출·퇴근은 자전거나 도보로 하세요.”“3층 이하 엘리베이터 사용을 자제합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들이 ‘에너지 절약’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17일 서울시 자치구에 따르면 구청별로 에너지절약 종합대책을 마련, 단계별 에너지 절약 대책을 마련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직원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교육과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절약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강북구는 ‘에너지 절약 추진위원회’를 구성, 직원들에게 출·퇴근 때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자전거 타기 활성화를 위해 도로 확장시 반드시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도록 했다. 또 자동판매기에 전원차단용 타이머를 달아 근무시간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꺼지도록 하는 한편 3만∼7만원짜리 상품권을 내걸고 에너지 절약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성북구는 사무실 전등을 한등 걸러 한등 끄고, 가까운 곳은 관용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자전거나 도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했다. 광진구는 부서별로 보안담당자를 ‘에너지 지킴이’로 지정해 점심시간이나 장기 외출시 컴퓨터 끄기 등을 독려하고 있다. 매일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없는지를 확인해 ‘에너지 10% 절감 노트’를 쓰고 있다. 마포구는 퇴근시 에어컨 끄기 등 에너지 절약 지침을 마련하고, 점검반이 에너지 절약 실태를 매일 점검한다. 에너지 절약 지침을 지키지 않는 부서는 여름철 냉방기 사용을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영등포구는 사내 방송을 통해 수시로 점심시간 사무실 조명등 끄기와 컴퓨터 끄기, 엘리베이터 이용 자제 등을 독려하고 있으며, 동대문구는 엘리베이터를 격층 운행하며 절전형 사무·가전기기를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했다. 강서구는 직원들에게 부채를 나눠주고, 오후 7시부터 다음달 오전 8시까지 자동판매기 작동을 중지시켰다. 또 수돗물 10% 절약운동과 에너지 절약 상품 구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력사용량 3% 절감운동을 벌이고 있는 종로구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제외하고 3층 이하는 계단을 이용토록 했으며, 경차와 하이브리드자동차 보급 활성화 홍보에 나섰다. 관악구는 낡은 가로등 850개를 교체했고 관내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업체 119곳과 연계해 승용차 요일제 참여차량에 주유·세차요금 할인과 정비요금 10% 할인 등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은주 박지윤기자 ejung@seoul.co.kr
  • [20&30] 그대는 ‘변태상사’

    ‘천사 같은 상사 열 명보다는 악마 같은 부하 한 명이 낫다.’는 말이 있다. 직장에서 상사랑 잘 지내기가 쉽지 않음을 빗댄 표현이지만 실제로 상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특히 수많은 사람 중에 유독 내게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정은 심각하다. 직장 내 ‘변태’ 상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2030 직장인들의 하소연을 들어봤다. 회사원 A(27·여)씨는 먼저 다니던 직장에서 ‘콤플렉스 덩어리’ 상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만년 과장 한 사람이 명문대 출신의 A씨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A씨의 일이 많은 날에는 “일 끝난 사람들은 일찍 들어갑시다.”라고 하더니 일이 없어 일찍 퇴근해도 되겠다 싶은 날에는 “오늘 전원 야근입니다. 저녁 먹으러 갑시다.”라고 해 속을 뒤집어놨다. 말끝마다 “많이 배웠다는 게….”라고 토를 달았고 자유복장을 하는 토요일에 똑같이 청바지를 입고 와도 A씨에게만 “청바지를 입으니 더 작아 보인다.”며 인신공격을 해댔다. 영자신문사에 다녔던 B(30·여)씨도 콤플렉스가 심한 40대 중반 부장만 보면 ‘목을 졸라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업무 특성상 영어 능력이 필수지만 부장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교정을 본 기사가 오타 투성이에다 비문이어서 이중삼중으로 일처리를 해야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부서내 6명 중 5명이 외국인이라 만만하게 말 통하는 사람이 B씨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멀쩡한 기사를 몇번이고 다시 써오라는 건 기본이었고 유독 B씨에게만 복사와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결국 B씨는 3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원 C(27·여)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과장 때문에 전전긍긍한다.30대 중반인 과장은 사장 등 고위 간부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의 미친 사람이 된다. 책상 위 물건들을 던지는 것은 물론 자기 뺨을 때리는 자해까지 한다. 때로는 혼자서 알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기도 한다. 서류 결재 때는 ‘마귀할멈’으로 변한다. 는 “과장에게 결재 받으러 가는 길이 마치 사형수가 돼 형장으로 가는 ‘그린마일’을 밟는 기분”이라면서 “더 미운건 이른바 ‘빽’ 좋다는 그 과장에 빌붙어 아부하는 동료들”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 다니는 D(28)씨는 과잉충성으로 부하 직원들을 괴롭히면서 아첨만 하는 상무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체는 계속 굽실거리고 다리로는 연신 페달(부하직원)을 밟아대는 이른바 ‘자전거’ 형이다. 초고속 승진으로 40대 초반에 임원이 된 상무는 공휴일마다 회사를 위해서라며 출근을 강요한다. 특히 사장 앞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란다. 회식자리에서 특정 후배에게만 술을 먹이고 자기는 먹지 않는 이상한 상사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E(32)씨는 회식 때마다 바로 윗 기수 선배 때문에 힘이 든다. 선배는 E씨보다 나이가 한살 어리지만 늘 술자리에서 E씨를 옆에 앉히고 술을 권한다. 자기가 마시고 주는 것도 아니고 E씨가 다 마실 때를 기다려 잔에 계속 따라주는 식이다.E씨가 마시지 않고 있으면 옆에서 채근하기도 한다. 다른 후배들은 놔두고 유독 E씨에게만 술을 권한다.E씨는 “팀 안에서 그 선배보다 나이 많은 후배가 나뿐이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희롱으로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원조 변태’들도 여전하다. 영화 홍보회사에 다니는 6년차 직장인 F(25·여)씨는 직속 과장이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을 해오면 소름이 돋는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해 직장에서 ‘젠틀맨’으로 소문난 과장이지만 F씨에겐 악몽같은 존재다. 과장은 “오늘 ○○씨 정말 예쁘게 하고 왔네”라며 직접 타 온 커피를 건네는 것과 동시에 슬쩍 손을 만진다. 함께 걸으며 어깨에 은근히 손을 올린다든가 허리를 슬쩍 감싸기도 한다. 참고 참았던 F씨는 최근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시 이러면 성희롱으로 고발하겠다.”고 대놓고 말했다. 이후 과장은 그런 행동을 멈췄지만 최근에는 다른 여직원에게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김기용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변태상사 극복기 이미영(가명·29·여)씨는 매년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공무원 시험에 2년 전에 합격했다. 이씨는 대학 때부터 교수들 사이에서 똑똑하기로 소문이 났었고 얼굴까지 예뻐 인기가 많았다. 이씨는 처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때엔 나름대로 포부가 컸지만 지금은 이상한 직장 상사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 상사는 매번 이씨만 지목해 커피 심부름을 시킨다. 하루에도 몇번씩 그런다. 특히 이씨가 아침에 일찍 출근하면 상사는 출근하자마자 모닝 커피를 주문했다. 먼저 있던 상사는 손님이 오더라도 자기가 직접 음료수를 대접했고 여직원들에게 커피 심부름 따위는 시키지 않았다. 평소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하루를 시작했던 이씨는 상사의 모닝 커피 주문을 피하기 위해 요새 정시 출근을 고집하고 있다. 이씨는 상사에게 커피를 만들어 바쳐야 하는 모멸감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들이 평소 접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하며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회계사 황모(30)씨는 직장 선배가운데 “이 놈, 저 놈”수준의 표현을 예사로 쓰는 선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황씨 역시 결국 ‘회피 방법’을 선택했다. 최고 명문대라는 학교 나와서 어렵다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수재인 황씨는 나이 서른을 먹고서도 욕에 가까운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 황씨는 결국 사적인 자리나 공적인 자리에서 선배에게 말을 걸지 않고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외면하는 작전이다. 이러다가 선배의 눈 밖에 나더라도 황씨는 별 걱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모(27·여)씨는 사내에서 ‘남자 여우’로 소문난 사수에게 찍혀 1년 동안 고생했다. 결재서류의 문구 하나까지 트집잡는 통에 상사가 ‘이○○씨’라고 부르기만 해도 속이 쓰릴 지경이었다. “후배들은 골수까지 빨아 먹으면서 선배들에게는 알랑거리는 모습을 보니 남자가 여우짓을 하면 여자와는 비교할 것도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씨는 참다 못해 종교에 의지하기로 했다. 상사가 히스테리를 부릴 때마다 근처에 있는 교회에 달려가 “내가 제발 저 사람을 용서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저 사람을 다른 곳으로 보내주세요.”라고 무릎꿇고 기도를 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기도하면서 상사를 저주했는데 그랬더니 잔소리가 점점 더 심해지더라. 그래서 차라리 용서하게 해달라고 빌었더니 금방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고 싱글벙글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10대그룹 임원연봉 평균 3억8175만원

    10대그룹 임원연봉 평균 3억8175만원

    삼성그룹 임원의 평균 연봉이 국내 기업 중에 가장 많은 8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64개 상장 계열사들은 지난해 사내이사와 감사위원, 사외이사 등 509명의 등기 임원에게 총 1943억 1540만원의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1인당 평균 연봉으로 따지면 3억 8175만원으로, 일반 직원의 평균 보수 3668만원에 비해 10.4배 많은 액수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1인당 평균 8억 1331만원으로 단연 많았다. 이어 LG 4억 856만원, 두산 3억 8771만원, 현대차 2억 8468만원,SK 2억 6059만원 등의 순이다. 삼성의 임원 연봉은 10대 그룹 중 가장 적은 롯데(1억 3608만원)보다 6배나 많았다. 계열사별로 5억원이 넘은 곳은 삼성전자 37억 9692만원,㈜LG 11억 1185만원,LG필립스LCD 10억 9444만원,SK㈜ 5억 8840만원 등이다. 반면 현대오토넷은 3586만원으로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이는 일반직원 연봉 중 최고를 기록한 GS홀딩스(8200만원)보다 적다. 현대오토넷은 임기 중간에 그만둔 등기이사가 많아 평균 연봉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딸자랑-이민규 씨 맏따님

    딸자랑-이민규 씨 맏따님

    6남 2녀 8남매를 거느린 公認會計士(공인회계사) 李玟奎(이민규)씨는 소문난 嚴父(엄부)다. 차례로는 세째인 맏따님 聖愛(성애)양은 그 嚴父를 말랑말랑하게 웃기는 대표역을 식구들에게서 떠 맡는다.『聖愛 앞에서는 꼼짝 못하시니까』어려운 청은 이 대표를 통해서 하는 이 댁의 관례로 통하는 형편이다. 『아뭏든 수완이 대단해요. 다른 애들은 못 타내는 용돈도 聖愛만은 척척이거든요』어머니 吳明信(오명신)여사가「아뭏든」신기하다는 표정으로 하는 얘기다.「패션·모델」이 보면 팔라고 달려 들만큼 쪽 곧은 다리와 똑 바른 자세. 매력있는 젊음이다. 커다란 눈이 도무지 한국적이 아닌 얼굴은 「퍼니·페이스」. 코를 쭝긋하고 웃으면 아무리 엄한 아버지의 얼굴도 미소로 주름 질 수 밖에 없겠다. 『얘 말이 나올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생일 얘기예요. 12월 25일 새벽 3시에 얘가 태어 났읍니다. 난「예수」를 안 믿고 제 엄마 친정이「예수」를 믿습니다. 잘은 모르지만「예수」님의 탄생시가 3시쯤이라면서요? 그러니 온 세계가 얘 생일을 축하하느라고 법석인 셈이 됩니다.「크리스마스」만 되면 聖愛는 놀림을 많이 받았죠』 생일을 잊어 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그렇게는 되지 않는 경우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生時(생시) 설명에 태몽얘기를 부연해 준다. 『「마리아」는 승천하시고「예수」님은 세상에 오시는 꿈이었어요. 사내애가 태어나려나 했더니 12월 25일 얘가 태어났군요. 이름도 그래서 聖愛라고 했어요』 국민대학 商科(상과) 3년 재학중. 지난 5월 국민대학 축제에는『주위에서 부득 부득 내 보낸』「퀸」대회에서 시녀장으로 뽑혔단다. 商科 전공이라면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고 싶은 것일까. 『오빠가 둘이나 있고 둘다 商科전공입니다. 내 생각에 딸은 취직도 시키고 싶지 않아요. 졸업하면 곧 시집 보내야 한다는 신념입니다. 그러나 商科를 했기 때문에 지금은 나를 많이 돕죠』 오빠들과는 달리 사근 사근하게 아버지가 계산하실 때 주산이나 암산으로 심부름을 한다. 『밤에 주무시기 전 20분간 아버지 안마 해드리는 것도 얘 일과예요』 엄하다는 아버지가 이 따님의 특별「팬」인 이유는 이만해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어려서부터 말 주변이 또 그렇게 좋습니다. 학교에 다녀 와서는 하루 지낸 일을 일일이 엄마 아빠에게 보고하는데 어떻게 재미 있는지 몰라요. 아버지 하고 엄마 둘이서 멍하니 듣곤 합니다』 친구들간에도 활달하고 명랑해서 떼 지어 사귄다. 성격상 남자친구도 많으려니들 아는데 엄마 아버지가 서운해 할 정도로 없다. 『휴가로 여행 갈 때나「쇼핑」나갈 때 우리 내외와 聖愛 셋이 동행입니다』 다 가자면 10식구니까 굉장하다. 그래서 聖愛양은 거의 언제나 선택된 특권을 누린다. 『「스포츠」에 뛰어 납니다. 중학교 때 육상선수였어요. 창덕여중이었는데 농구도 꽤 했고. 수영「스케이팅」은 취미로 즐기는데 아마 실력이 수준 이상인 것 같아요』
  • 문정숙·이만희 시들해진「여보·당신」

    문정숙·이만희 시들해진「여보·당신」

    이만희(李晩熙·40) 문정숙(文貞淑·43)이 7년 간의 염문(艶聞)에 종지부를 찍고 헤어진다는 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별거(別居)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정식 부부관계도 아닌 이들에겐 별거 곧 몌별(袂別)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두사람의 몌별설(袂別說) 이면엔 연구할 만한 사정(私情)들이 숱하게 쌓여있다. 옛 배우자와 정식 이혼후 곧 결혼한다 3년 끌더니 이만희(李晩熙)·문정숙(文貞淑)의 몌별설(袂別說)은 객관적으로 볼때 결혼할 모든 준비를 완료해놓고 최후의 순간에 돌아선 느낌을 던진다. 그것은 두사람이 모두 각기의 과거를 정리하고 결혼에의 생활준비가 완료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일이지만 이만희감독은 문정숙과의 결합을 위해 이미 7년전에 전처와의 이혼수속을 끝냈다. 그리고 문정숙 역시 67년8월에 전부(前夫) 張모씨와 협의이혼, 자유의 독신여성이 됐다. 밀회의 어두운 애정생활에서 탄탄대로를 걷게된 이들은 예상처럼 동거생활을 시작했고 상호간의 호칭도「여보」와 「당신」으로 바뀌었다. 이들이 결혼식을 올려 정식부부로 맺어진다는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론일는지 모른다. 장본인들도 『곧 결혼식을 올린다』는게 3년전부터의 입버릇. 작년3월 李감독이 여배우 M양과 염문을 날렸을때도 그들은 『4월중엔 결혼아니면 약혼식이라도 올리겠다』면서 두사람의 애정불변을 선언했었다. 그랬던 그들이 결혼소식 아닌 이별소문을 날리고 있다. 7년간의 연애에 권태기가 접어든 것일까? 「사랑하기때문에」라고 결합할 권리를 주장했고 사실상의 부부로 인정됐던 그들이 권태기를 극복할 용기마저 잃은 것일까. 이 사랑에 관한한 李감독의 말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그는 3년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문정숙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두사람을 위해서는 결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짝인 문정숙은 표현이 달랐다. 그는 『우리가 지금 20대처녀처럼 사랑만 찾게 됐느냐?』 그리고 『이제는 자신들보다 자녀를 위해서 살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두사람 모두 자식 있는 몸 가정을 소중히 여기지만 이 자녀문제와 각자의 가정문제가 사실상 두사람의 결합을 지연시킨 가장 큰 벽이된 것 같다. 현재 이만희감독은 전처소생의 3남매를 데리고 서울 행당동 301에서 살고있다. 11세의 맏딸을 비롯해서 1남2녀가 모두 A급사립국민학교에 다니고있다. 동네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李감독은 굉장히 부정(父情)이 강한 아버지. 3남매의 뒷바라지를 손수 다해내고 『단 하루도 자녀없인 못살 사람』이란다. 문정숙도 이점은 마찬가지다. 그녀에게는 현재 모고등학교 3년생의 아들이 하나 있다. 그는 자신의 얘기를 아들이 지상으로 읽는게 가장 무섭다고 실토하면서 현재의 생활은 이미 자기중심에서 아들중심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무엇인가 그 아이에게 어미로서 물려줄게 있어야 하지않겠느냐』는게 문정숙의 생활태도. 문제는 두사람이 각기 「내 아이」는 있어도 「우리 아이」라고 부를 수있는 공동의 유대가 없는데 있는 것같다. 연인 내지 부부간의 위치보다도 이들은 우선 각자의 가정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묶어놓을 혈연이 없다. 이것은 이만희감독의 최신 작품인 『엄마 결혼식(結婚式)』에서 흥미있는 비유를 찾을 수 있다. 3,4년간 가장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왔고 이른바 예술파감독으로 손꼽힌 이만희는 예술영화전멸의 69년에 단1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콤비」작가인 백결(白潔)이 「시나리오」를 썼지만 작품속의 얘기는 李감독의 사생활, 사고방식을 비슷하게 그려냈대서 흥미거리다. 『엄마 결혼식』의 남주인공은 연애와 부성애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중년이다. 아내잃은 사내가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도 아이에 대한 집착때문에 결혼을 못한다. 『그사람은 너무 독선적 이에요. 아이들이 오면 내 정성껏 옷도 해입히고 내자식처럼 힘을 기울였어요. 그런데 조금만 비위가 상하면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가버려요』라는 문정숙의 얘기. 그의 이만희에 대한 불만은 좀더 상세하다. 『어떻게 잘 살기위해 바짝 정신차리고 일하지 않고 되는대로 살려는 사람같아요. 술만 마시고. 주변사람들이 나쁜 탓인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그런 생활이 너무 길었어요』 밑바닥엔 경제적인 이유도 깔린듯 그러나 문정숙의 이런 불평은 차라리 잘 살아가자는 아내로서의 고심은 될망정 몌별소문의 근본이유는 될 수 없다. 영화감독이란 직업을 이해하는 배우의 입장이라면-李감독이 그의 작가로서의 작업과 생활사이에서 일어나는 「갭」도 문정숙은 이해하고 돌아봐줘야할 처지다. 「스타」문정숙과 감독 이만희는 당초 감독과 연기자의 위치에서 만났다. 감독과 배우의 사랑은 흡사 스승과 제자의 그것처럼 불균형한 감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李감독은 연상의 여인 문정숙에게 흡사 모성애같은걸 느낀 것 같다. 문정숙을 자기작품의 단골주역으로 쓴 李감독이 그후 한국영화의 대표급 감독으로 「크로스·업」되었지만 어쨌든 두사람 모두 한국영화계선 『없어선 안될 사람들이』란게 영화계 주변 얘기. 그런데 금년들어 李감독은 작품활동을 전폐하듯했다. 직접 기획한 『엄마결혼식』은 현재까지 李감독에게 무거운 짐만을 안겨줬다. 개봉하면 큰 돈을 벌지 모르지만 어쨌든 경제적 곤란도 크다는 소문이다. 물론 문정숙·이만희는 그들의 몌별설을 헛소문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전처럼 그 어조는 강경하질 않다. [선데이서울 69년 9/21 제2권 38호 통권 제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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