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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이야기] 난지도 월드컵 공원

    [서울이야기] 난지도 월드컵 공원

    쓰레기 산이었던 난지도는 이제 맹꽁이가 울고 시민들이 즐겨찾는 쉼터로 자리잡았다.1998년 10월 난지도 일대에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1999년 초부터 그 주변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쓰레기 매립지의 북측 80여만평에는 디지털미디어시티를 포함한 상암뉴타운을 개발하는 동시에 매립지 일대를 5개 단지로 구분하여 공원으로 조성하는 내용이다. 기본계획에 따라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앞 13만 5000평은 새천년 환경시대의 개막과 월드컵 경기개최를 기념하는 평화의 공원으로 조성됐다. 하천의 기능을 잃어버린 8만 9000평의 난지천에는 한강물을 난지천으로 흐르게 해 친수환경과 수변생태계를 복원했다. 미개발상태인 난지한강시민공원부지 23만 5000평에는 선착장 등 친수공간과 생태공원 등 난지한강공원을 조성했다. 평화의 공원에 인접한 매립지 상부는 초지생태공원인 하늘공원으로, 또 다른 매립지 상부 10만 3000평은 대중생태골프장과 생태관찰원이 포함된 노을공원으로 태어났다. 이제 난지도를 감싸고 도는 봄내음을 맡으며 산책을 나서 보자.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만남, 평화의 공원 월드컵공원 전체를 대표하는 평화의 공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새천년에 이루어야 할 자연과 인간, 문화의 공존과 공생 그리고 세계인이 화합할 때 비로소 도래하는 ‘평화’를 기원하는 공간이다. 유니세프광장은 미래지향적인 열린 광장을 의미하며 한강의 지류를 끌어들여 자연의 정취를 그대로 담은 7400평의 난지호수 둘레에는 물풀이 자라고 있다. 그 안에 ‘생명의 나무 천만 그루 심기’운동으로 조성된 희망의 숲과 월드컵공원 전시관은 이 공원 안의 다른 녹색정원과 더불어 휴식공간이자 살아있는 자연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초원, 하늘공원 하늘공원은 월드컵공원 중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에 있다. 북한산 남산 한강 등 서울의 풍광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드넓은 평지에 북쪽에는 억새와 띠를, 남쪽에는 메밀, 해바라기 등을 심어 동식물의 서식지가 될 광활한 초지를 조성했다. 또한 2000년부터 3만 마리 이상의 나비를 풀어 나비공원이 되도록 했다. ●서울의 석양이 가장 아름답게 펼쳐지는 곳, 노을공원 노을공원은 대중골프장과 자연식생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식물이 자라는 곳), 산책로 등 시민이용공간으로 조성됐다. 대중골프장 조성은 앞으로 20년간 진행될 안정화기간에 지반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환경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임시조치다. 넓은 잔디밭으로 조성된 진입광장은 휴게 및 운동공간으로, 바람의 광장과 서쪽의 노을광장에서는 서해의 낙조 등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생태관찰공원과 야생화단지는 토지의 안정성을 높이고,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버들강아지 피어나는 난지천공원 난지천공원은 그동난 쓰레기 침출수로 오염된 채 방치되어 있던 난지천을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물고기와 새가 떼를 지어 찾아드는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했다. 그리고 하루 5000t 가량의 난지 호수 연못물을 하천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갈대와 버들이 우거진 하천공원으로 조성됐다. 인근에는 5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푸른 숲이,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 도로,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여가시설이 있다. 특히 천변공터에는 일반시민은 물론이고 장애인, 노인,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휴게공간이 조성됐다. ●강변의 정취, 난지한강공원 난지한강공원은 하천의 자연성과 시민이용을 조화시킨 공간이다. 상류측은 유람선 선착장, 요트장, 캠핑장 등의 친수활동구역이다. 중앙에는 운동장, 잔디마당이 있는 완충녹지구역, 하류측에는 생태공원구역이 들어섰다. 범람이 잦은 시민공원 특성상 수리적 안정성을 최대한 고려했다. 한강의 여러 명소를 잇는 유람선을 운영, 육로와 함께 월드컵공원의 또 다른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찾아온 야생동·식물 쓰레기 매립이 끝난 1993년부터 사람의 간섭이 점점 줄어들게 되자 난지도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깃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명들은 또 다시 다른 생명들을 불러 모았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게 된 난지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 동물들도 찾아오고 있다. 매립가스, 건축 폐자재 등 악조건에서도 봄이면 능수버들의 연둣빛 잎이 아름답고,5월이면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를 간질거린다. 지금 매립지 사면에는 가중나무가 가세해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도 구기자, 참오동, 층층나무, 고욤나무, 비술나무, 복사나무, 벚나무, 모과나무, 회화나무 등도 하늘공원의 사면과 노을공원의 사면에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다. 매립지 상부에는 차단막을 깔고 약 1m깊이로 흙을 얇게 덮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나무를 심지 않았다. 그래서 하늘 공원 위에는 나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명의 힘은 놀라워 몇 그루의 나무가 제 스스로 터를 잡았다. 붉나무, 아카시아, 가중나무, 참싸리 등이 그들이다. 나비와 무당벌레 등 곤충과 여러 가지 새, 그리고 양서류 등의 다양한 동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난지도를 푸르게 만드는 것은 풀이다. 현재 난지도에는 400여종이 넘는 식물이 살아가고 있다. 그 중 100여종은 귀화식물이다. 그래서 난지도의 별명은 귀화식물의 천국이다. 난지도의 초지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무척 궁금하다. 하늘공원을 걷노라면 수많은 곤충과 함께 나불대며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 네발나비, 노랑나비 등을 쉽게 말날 수 있다. 서울의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수의 나비를 만날 수 있다. 난지도를 대표하는 동물이라면 단연 맹꽁이를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맹꽁이가 환경이 나빠지면서 우리 곁을 떠나 환경부에서는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난지도에서는 장마철에 시작되는 맹꽁이 울음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무당개구리, 두꺼비, 참개구리, 아무르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황소개구리 등 남한에서 볼 수 있는 양서류 총 18종 중 8종이 살고 있다. 특히 맹꽁이와 청개구리, 참개구리는 이곳에서 번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겠지만, 난지도에는 다양한 종류의 파충류도 함께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파충류 27종 중 살모사, 쇠살모사, 누룩뱀, 유혈목이, 줄장지뱀, 붉은귀거북 등 6종이 살고 있다. 난지도에는 또 새가 얼마나 살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435종 중, 난지도에서 지금까지 관찰된 종은 약 90여종에 이른다. 여기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솔부엉이, 수리부엉이, 소쩍새, 참매 등 5종과, 환경부지정 보호야생동물로서 조롱이, 새홀리기, 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 4종, 그리고 서울시 지정 관리야생동물로서 물총새, 오색딱따구리, 제비, 흰눈썹황금새, 박새, 꾀꼬리 등 6종이 포함되어 있다.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포유류로는 우리나라(북한 포함)에서 사는 102종 중 월드컵공원에서 서식이 확인된 종은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 족제비, 고슴도치, 안주애기박쥐, 멧밭쥐, 다람쥐, 청설모로 9종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지공원을 찾는 이용객은 연평균 98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난지도를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일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이다. 난지도 옛 이름에 걸맞은 시민과 야생동물의 진정한 쉼터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난지도 변천사 이름에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난지도(蘭芝島). 난지도는 세월의 흐름속에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목가적인 풍경에서 쓰레기산으로, 다시 시민의 사랑을 받는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난지도에서 쓰레기 산으로 난지도는 난초와 지초가 자라고 철따라 온갖 화초가 만발해 그 이름만큼 향기로운 난지도라 했다. 물이 맑고 먹이가 풍부해 겨울이면 고니 떼, 흰뺨검둥오리 등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들었다.1970년대 중반까지 70여가구의 토착민들이 수수, 땅콩, 채소를 가꾸고 젖소를 기르기도 하는 등 목가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갈대숲이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코스이자 영화촬영장소로 애용되던 낭만적인 곳이기도 했다. 꽃이 만발하고 철새들이 날아들던 난지도는 단 15년 만에 쓰레기 섬으로 그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다.1978년부터 1993년까지 1000만인구의 거대도시 서울에서 배출된 모든 쓰레기가 이곳에 묻혔기 때문이다. 당초 서울시는 5년 가량 난지도를 쓰레기매립지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팽창하는 도시공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쓰레기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1993년부터 수도권매립지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으나 그동안 난지도는 해발 100m에 이르는 쓰레기 산으로 변했다. 오늘 우리가 한강변에서 바라보는 난지도의 모습은 바로 쓰레기더미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환경오염 난지도는 한강의 범람으로 만들어진 퇴적층으로 섬의 북단을 끼고 난지천이 흐르고 있었다. 난지천은 홍수철에는 배수로의 역할을, 평시에는 습지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난지도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이러한 모습은 점차 사라져갔다. 습지와 화초는 쓰레기에 덮였고, 난지천은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채워졌다. 위생매립이나 복토와는 거리가 먼 단순투기방식(Open dumping)으로 매립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매립지 인근은 먼지와 소음으로 가득했다. 쓰레기의 분해산물인 메탄가스에 의해 1400회 정도의 화재가 발생했고 어떤 화재는 45일 동안 계속되기도 했다. 매립지를 관리하던 사람, 쓰레기더미를 뒤져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접근하고 싶지 않은 섬이 되었으며, 더이상 철새도 야생동식물도 찾아오지 않았다. ●시민공원으로 탄생 1993년 3월, 난지도로 향하던 서울의 쓰레기 차량은 수도권매립지로 방향을 돌렸다. 난지도의 임무도 끝이 났다. 그러나 쓰레기만 들어오지 않을 뿐 환경문제는 그대로였다. 이즈음 난지도 매립지의 이용방안에 대해 업계와 학계에서 몇 가지 청사진이 제시됐다. 대표적인 것이 ‘조기개발론’과 ‘안정화 장기개발론’이었다.‘조기개발론’은 쓰레기를 당장 파내어 새로 조성된 해안매립지로 옮기고, 택지나 업무지구로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반면에 ‘안정화 장기개발론’은 오염방지시설과 안정화 시설을 설치하고, 공원을 조성해 시민휴식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개발여건이 성숙됐을 때 장기개발에 착수하자는 주장이었다. 상반된 주장을 심사숙고한 끝에 서울시는 ‘안정화 장기개발론’을 선택했다. 여의도공원의 15배,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비슷한 105만평의 크기로 조성된 친환경공원인 월드컵공원은 이렇게 시작됐다. ■ 안정화 사업 4단계 쓰레기산 난지도를 시민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첫번째 노력은 안정화사업이었다.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가스와 오염된 물의 정화, 매립지의 안정화를 위해 1991년부터 1996년까지 5년 동안 설계에 들어갔다. 매립지 안정화 사업은 2001년 8월까지 공사완료를 목표로 시작됐다. 침출수 처리, 매립가스 처리, 상부 복토작업, 사면 안정화 등 네 가지가 관건이었다. 우선 침출수 처리를 위해 침출수가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매립장 둘레에 총 연장 6017m의 차수벽을 세우고, 차수벽 안쪽에 200m 간격으로 31개소의 집수정을 설치했다. 집수정의 오염된 물은 처리장에서 정화된다. 또 매립가스 처리를 위해 매립지 상부와 비탈면에 120m 간격으로 가스를 모아 뽑아내는 포집공을 40∼60m 깊이로 106개를 박았다. 여기에 14.1㎞에 이르는 이송관로를 연결해 가스를 뽑아내고 있다. 이 가스를 연료로 냉난방 에너지를 생산하여 월드컵경기장과 성산동의 아파트 4430여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난지도는 일종의 발전소인 셈이다. 세번째 상부 복토작업은 매립지 내부로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매립가스 분출을 억제,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매립지 상부에 지지층(차수막의 훼손을 예방하기 위한 흙층), 차수막(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 막), 배수층(차수막 위에 고인 물이 잘 빠지도록 하는 층), 식물생육토층(나무뿌리를 지지하고 수분을 공급하는 흙층), 표층(식물에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는 흙층)을 층층이 쌓고 식물을 심었다. 마지막으로 사면 안정화는 불안정한 매립지 경사면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사면붕괴를 막기 위해 경사를 완만하게 조정하고,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토양층을 조성한 후 식물을 심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쓰레기산 난지도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용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연구위원
  • 강재섭의 힘?

    강재섭의 힘?

    “지도부가 너무 좌고우면하면 협상 실무팀이 헷갈린다. 그래서 현안 보고를 받으면 될 것은 되고 안될 것은 안된다고 바로 입장을 밝힌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들려준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지난 3월11일 원내대표로 취임한 뒤 한나라당의 대여 협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정기국회나 2월 임시국회와 견줘 4월 임시국회에서는 농성 등 볼썽사나운 풍경이 덜 연출되고 있다는 것. 그 배경으로 협상 파트너인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개혁’ 일변도 보다는 ‘실용’을 가미한 ‘실용주의적 개혁’ 노선에 무게를 둬 ‘평행선 마찰’이 줄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 원내대표 특유의 정치적 연륜도 ‘달라진 여야 협상’에 한몫한다는 분석이다.5선의 풍부한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대여 협상을 탄력적으로 이끌면서 이슈를 선점한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서는 독도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할 때 ‘당 지도부 독도 방문’이라는 아이디어를 먼저 낸 것이나 주식백지신탁제를 골자로 한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에서 ‘부동산 매매 제한’까지 요구하면서 한 걸음 앞서 간 사례를 꼽는다. 한나라당의 변화는 당 의사결정 구조가 빨라졌다는 데서도 목도할 수 있다. 도저히 접점이 보이지 않으리라고 예상되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경우도 한나라당이 ‘개방형 이사제의 부분 허용’쪽으로 발빠르게 선회하면서 협상 여지를 넓혔다. 여기에는 강 원내대표를 비롯, 맹형규 정책위의장,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 서병수 제1정조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중도성향의 모임인 ‘국민생각’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그러나 강 원내대표의 ‘화합형 협상력’에 복병은 남아 있다. 여야의 과거사법 조율이 막판 난항을 겪고 있는데 만약 조율에 실패하고 열린우리당이 다음달 4일 본회의 통과를 강행할 경우 ‘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이른바 ‘빅3’로 불리는 한나라당 대선후보군에 자신의 이름을 보태 ‘빅4’체제로 가려는 강 원내대표의 희망도 시험대에 오를 공산이 크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저작권법 위반 소송 휘말릴 듯

    인터넷 교육업체인 J사는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알아주는’ 사이트다. 전국의 적지 않은 중·고교 중간·기말고사의 기출문제를 이 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사이트의 서비스 이용료는 1년에 10만원. 문제지 하나 내려받으려면 따로 1000원을 내야 한다. 전국의 160개 학원들을 회원으로 거느리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집된 학교 시험 문제지를 제공받고 있다. 기출문제를 제공하는 학원들은 무료로 이 사이트를 이용하게 하거나 배너 광고도 해 준다. 학생들에게 인기인 또 다른 인터넷업체인 J사 역시 학원 강사들을 활용해 기출문제를 수집하고 있다. 이처럼 일선 학교의 중간·기말고사 기출 문제지를 빼내 서비스하는 인터넷 업체나 기출 문제를 내세워 수강생을 모집하는 학원들은 앞으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를 ‘저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이를 통해 영리를 취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일 만한 부분은 과연 시험문제도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 법조계에서는 지난 87년 대학입시 문제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한 판례를 들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의 기출문제를 빼내 돈벌이에 나선 적지 않은 학원들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선 학교의 시험문제까지 저작권 논란에 휩싸인 것은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비롯됐다.2008학년도부터 내신의 비중이 강화되면서 고1 때부터 중간·기말고사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구체적인 대학별 전형이 나오지 않자 불안한 나머지 내신점수부터 올려놓고 보자는 마음에 교내 시험에 총력으로 매달리고 있다. 일부 학원과 인터넷 교육업체들은 이에 맞춰 기출문제를 제공하며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서울 강북의 K학원은 학교 시험문제를 가져오는 학생들에게 도서상품권을 줘가며 기출문제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A학원도 특강 수강쿠폰으로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행위 자체도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인 학생이 시험문제를 학원에 넘길 경우 학생의 보호 책임자인 부모가 책임을 져야 한다.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은 학원측도 마찬가지다. 또 무료로 회원이나 수강생들에게 기출문제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회원이나 수강생이 늘었다면 영리를 추구한 것이 돼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된다. 남기성 변호사는 “교사나 학교가 저작권을 주장하며 학원이나 인터넷 업체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 확률도 높고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교사들을 모아 학원과 인터넷 업체 등을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천 박지윤기자 patrick@seoul.co.kr
  • [씨줄날줄] 은퇴 준비금/우득정 논설위원

    중국 송나라의 학자 주신중(朱新仲)은 사람으로 태어나 어느 정도 규모있게 살려면 반드시 오계(五計)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계란 먹고 살 궁리(생계·生計), 건강하게 살 궁리(신계·身計), 가문을 빛낼 궁리(가계·家計), 노년에 흐트러짐 없이 살 궁리(노계·老計), 품위있게 죽을 궁리(사계·死計)를 일컫는다. 혹자는 객기를 부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 베고 누우면 사나이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다.’고 했지만 옛사람들도 나름대로 노후생활에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날 어느 정도 자산이 있으면 노후 준비가 돼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한 경제신문이 CEO급 몇명에게 노후 준비금을 질문하자 이들은 집 한채 외에 10억원 정도가 있으면 부부가 노후를 보내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50대 후반 또는 60대 초반 은퇴한다고 가정할 때 평균수명까지 월 500만원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추정했던 것 같다. 이들은 억대 연봉 수령자이므로 평균인에 비해 노후생활의 눈높이도 월등히 높다. 평균 직장인들은 10명 중 3명만 노후설계를 하고 있을 정도로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빠듯하다. ‘은퇴’라는 단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한 뒤 생겨났다. 미국에서도 191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2명은 ‘현역’이었다. 은퇴란 수십년 동안 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체력적인 한계로 밀려난 뒤 몇년 동안 연금으로 휴식과 여가를 즐기는 황금기를 보내다가 사망하는 모델이었다. 은퇴가 레저문화를 즐기는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30대 후반,40대 초반까지 은퇴시기가 앞당겨지기도 했다. 그 결과,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 중 16%만이 현역에 종사했다. 하지만 은퇴 이후의 수명이 현역과 맞먹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노년과 일, 추가 수입은 당연히 갖춰야 할 3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68세에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은퇴 준비금은 눈높이에 따라 다르다.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기초생활 보장 수준이면 부부는 2억 3000만원, 기초생활 외에 월 50만원의 여유생활을 하려면 3억 5000만원,100만원이면 4억 7000만원,200만원이면 7억 1000만원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들에게 물어봐] “연기자 안칠현입니다”

    “이제 연기자 안칠현으로 불러주세요.” 가수 강타가 연기자의 길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새달 2일 첫 전파를 타는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러브홀릭’에서 주인공 서강욱 역으로 출연한다. 사고뭉치의 문제 학생이지만 ‘기면증’을 앓는 고등학교 선생님 이율주(김민선)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바치며 운명적 사랑을 나누는 ‘사나이 다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최근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득세하고 있지만, 성공한 케이스는 극히 드문 것이 사실. 실패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음반시장이 불황이라 ‘끼’를 방치할 수만은 없어 평소 고집을 꺾고 드라마에 출연했어요. 하지만 정말 부담이 많이 되네요.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해 성공한 예가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최선을 다해 보려고요.” 부담 때문일까. 그는 댄스 가수의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본명인 ‘안칠현’으로 활동한다고 밝혔다. 통상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본명을 쓰는 이유는 연기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이미지 분리 전략’의 일환. 하지만 그는 “지금도 ‘H.O.T의 힘으로 버틴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팬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면서 “연기를 통해 제 속에 숨겨진 낯선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막상 화면에 그려진 자신의 연기 모습이 만족스럽냐고 묻자 표정이 조금 굳어진다.“첫 술에 ‘연기 잘한다.’는 평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아요. 다만 ‘안칠현을 보면 극중 강욱으로 느껴진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겁니다.” 대본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강욱이가 돼 가는 것 같아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며 미소짓는다. 상당한 연기력이 요구되는 멜로물이 아닌 상대적으로 연기 부담이 적은 코믹물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처음엔 ‘말랑말랑’한 코믹물을 생각했는데, 대본을 보고 ‘다시는 이런 작품에 출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가 쏙 맘에 들었어요. 가수 이미지 벗고 싶은 것도 한 이유가 됐죠.”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만큼 스크린에도 진출할 꿈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의 음악까지 직접 만들고 싶다는 그다. 과연 이번 드라마를 통해 ‘강타’의 이미지를 벗고 ‘안칠현’으로 거듭 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시론] 역사교육 이대로 좋은가/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시론] 역사교육 이대로 좋은가/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지금 동북아에서는 역사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근대 국민국가에서 역사교육은 국민적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기초이다. 특히 세계화의 급류와 그에 뒤따르는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역사가 있는 국민’을 만들기 위해서 역사교육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2001년의 일본교과서 파동은 역사교사나 교수들에게 우리 역사교육과 교과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계기를 제공해주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우리 역사교육은 그리 개선된 바가 없다. 현재 중·고교에서 역사는 사회과에 포함되어 있고,7차 교육과정에 들어와서 국사 수업시간도 줄어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사 교육은 거의 실종되다시피 하였다. 중학교에서 국사는 별도로 가르치지만, 세계사는 사회과에 통합되어 있다. 세계사는 사회 교과서의 말미에 붙어 있어서, 대부분 세계사까지는 진도가 나가지도 못한 채 중등 과정이 끝나기 일쑤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세계사가 2,3학년에 심화선택 과목으로 되어 있지만, 수능에서 점수가 낮아질 것을 우려한 학생들은 이를 선택하지 않고, 대략 10% 정도가 세계사를 선택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사는 누구나 듣지만, 세계사는 기피할 것이라는 고려 하에 몇 년 전부터 세계사를 필수로, 일본사를 선택으로 배치하였다. 세계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세계사교육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이다.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는 우리 중·고교 학생들이 한국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고교 1학년에서 국사는 필수과목으로서 주당 2시간 가르친다. 현직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자면, 대체로 조선시대를 간신히 마치면 학년이 끝난다고 한다. 고교 2,3학년에서 한국근현대사는 선택이지만 듣는 학생수는 그리 많지 않다.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는 역사가 사회과로 통합되어 있는 까닭에, 역사전공자가 역사를 가르치는 비율이 대단히 낮다는 점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자면, 대도시의 경우 대략 50% 그리고 소도시나 농촌의 경우에는 대략 20% 정도의 역사교사가 역사학 전공자라는 것이다. 과거 교련교사가 180시간 교육을 받고, 사회과교사 자격증을 딴 후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근 역사학계와 역사교사들은 역사과 독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소도시나 농촌의 경우, 과목별 교사를 채용할 수 없다면 순회교사제를 활용하거나 일자리 나누기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교사들간에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교사교육을 돌아보면 나는 그 철저함에 소름이 끼치기조차 한다. 교사를 지망하는 학생의 경우, 대체로 국가시험과 논문을 준비하려면 평균 7,8년 정도 대학을 다녀야 한다. 교육학과 복수전공을 마쳐야 하는 교사지망생들은 과목당 4시간의 필기시험과, 교수 2인 및 파견된 관리 앞에서 30분간의 구술시험을 보아야 한다.1차 국가고시에 합격하면,2년간 교생기간을 보내야 하고, 그동안 국가가 월급을 지급한다. 다시 2차 국가고시를 합격해야 교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비한다면 우리 교사 충원방식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부실한 대학교육과 간단한 주관식시험으로 선발되는 임용고시로는 제대로 된 교육의 질이 담보될 수 없다. 거기에다가 타 전공자가 역사를 가르치는 현실을 감안해 보라. 장기적으로 교사교육의 질적 향상도 중요하지만, 당장 역사교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사를 사회과에서 독립시키고, 역사수업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NBA 동부콘퍼런스 플레이오프] 노장 밀러, 인디애나 살렸다

    ‘밀러 타임’이 부활했다. 40세 노장 레지 밀러가 불꽃 투혼을 발휘한 인디애나 페이서스(동부 6위)가 보스턴 셀틱스(3위)를 꺾고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밀러는 26일 보스턴 플릿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동부콘퍼런스 플레이오프(7전4선승제) 1라운드 2차전에서 4쿼터 막판 박빙의 승부를 가르는 점프슛을 성공시켜 보스턴을 82-79로 꺾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1차전에서 단 7점에 그쳐 한물갔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밀러는 이날 트레이드 마크인 3점슛 3개를 포함,28점을 쏟아부어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라는 명성을 확인시켰다. 전반에만 18점을 넣은 밀러와 스티븐 잭슨(20점)의 활약으로 2쿼터까지 47-42로 앞선 인디애나는 폴 피어스(33점)에게 연속득점을 허용, 종료 3분여를 남기고 70-76으로 역전당했다. 하지만 저메인 오닐의 정교한 야투로 80-79로 재역전에 성공한 뒤 밀러가 경기 종료 37초를 남기고 5m 거리에서 짜릿한 2점슛을 꽂아 승부를 갈랐다. 밀러는 지난 94∼95시즌 플레이오프 동부 콘퍼런스 준결승 뉴욕 닉스와의 경기에서 4쿼터 마지막 18초 동안 11점을 쏟아부으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이끌어 ‘밀러 타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서부 콘퍼런스에서는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야오밍 ‘맥밍콤비’가 61점을 합작한 휴스턴 로키츠(서부 5위)가 덕 노비츠키가 26점을 넣으며 분전한 댈러스 매버릭스(4위)를 113-111로 꺾고 2연승을 내달렸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독도 경비대와 보낸 2박3일

    [안동환기자의 현장+] 독도 경비대와 보낸 2박3일

    산란기를 맞은 괭이갈매기의 요란한 울음소리가 독도경비대 막사까지 들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 무렵 먹구름이 몰려오고 세찬 비바람이 분다. 새벽녘에 강풍과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서 뱃길마저 끊겼다. 기자가 울릉군으로부터 받은 체류 허가는 24시간. 자연 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이곳에서 관청의 허가는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았다. 식사 대용으로 가져온 초코파이도 다 떨어졌다. 지난 19일 만 하루를 기약하고 독도에 들어간 기자는 풍랑에 묶여 21일까지 염치없게 경비대원들과 한솥밥을 먹으며 내무반에서 생활했다. 밤새 뒤척이다 밖으로 나가자 바닷바람이 온 몸에서 선 잠을 툭툭 털어내준다.“독도야 잘 잤니?” ●대한민국 독도 경비대. 오버! “독도는 ‘전국구’입니다.”2003년 경찰대를 졸업하고 독도에 자원한 성대규(26·경위) 경비대장과 서울 근무를 마다하고 독도에 온 석장준(35·경장) 부대장의 자부심이 배인 말이다. 대장부터 막내 대원까지 37명 모두가 섬 생활이라곤 해 본 적 없는 전국에서 모여든 뭍사람들이라는 뜻일게다. 등대원 3명과 종일 심드렁하게 누워 있는 천연기념물 368호 삽살개 곰이(수컷)와 몽이(암컷)도 외지에서 왔다. 대한민국 동쪽 땅끝. 해발 98.6m 동도(東島) 정상은 사방을 둘러봐도 바다뿐이다. 대원들은 24시간 수평선을 마주한 채 경계근무를 선다. 독도는 울릉경비대 소속인 6개 소대가 2개월씩 돌아가며 근무한다. ‘우리 땅’ 독도이지만 반경 12해리를 지나는 배는 외국 상선이 10척 중 9척꼴로 훨씬 많다. 외국 상선과의 무전 교신은 우리의 독도 주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This is Korea Police Dokdo dispense station.Welcome to Korea.(여기는 대한민국 경찰 독도경비대.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상황실에서 교신을 시도하자 외국 상선은 즉각 국적과 항로를 말하며 화답한다.“Thank you.(고맙다)” 20일 새벽 2시. 온 몸을 때리는 비바람 속에서의 경계근무. 칠흑같은 어둠에 잠긴 적막한 순간이다. 이날 오전 최대 순간풍속은 22.7㎧.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초소 양 옆은 천길 낭떠러지다. 대원들의 가장 큰 적은 일본 순시선도 괴선박도 아닌 험준한 지형과 외로움이다. 근무 중 추락 사고 등으로 사망한 젊은 대원만 6명에 달한다. ●“돌 하나씩만 집어가도 독도는 없어져요.” 지난 3월부터 독도 입도가 허용되면서 경비대는 바빠졌다. 오전과 오후 하루 두차례 독도에 들어오는 인원은 모두 140명. 울릉도에서 출발한 삼봉호가 접안을 할 때마다 경비대의 ‘선박 경계조’가 출동한다. 주 임무는 관광객의 안전을 챙기고 통제구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감격에 겨운 관광객 1명이 해안가에서 검은 돌 하나를 집어들자 석 부대장이 제지한다.“여러분이 돌 하나씩만 가져가도 독도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독도는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된 섬 자체가 천연보호구역이다. 토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화산암으로 이뤄진 독도는 풍화작용만으로도 계속 깎여 나가고 있다. 보급선에서 물을 공급받는다는 기자의 잘못된 상식과 달리 경비대는 바닷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계로 걸러낸 식수의 최대 담수용량은 3t. 물탱크를 가득 채워도 경비대의 일주일 사용량에 불과하다. 대원들은 샤워도 순번대로 한다. 한번 사용한 물과 빗물은 그냥 버리는 법 없이 화장실과 청소에 사용한다. ●불어라 “북동풍아….” 독도에 머문 지 사흘째에 불과한 눈썰미로도 파도와 바람 방향만 보고도 배가 뜰지 안 뜰지, 접안이 가능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일반인이 독도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지난 3월 24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울릉도∼독도간 유람선 삼봉호(106t·정원 210명)의 운항횟수는 40회. 이 중 23회는 독도 접안에 성공했으나,17회는 실패했다. 삼봉호 선장 송경찬(50)씨는 “북동·북서풍이면 독도가 바람을 막아 접안시설 인근에 파도나 너울(바다의 크고 사나운 물결)이 거의 일지 않게 돼 접안이 가능하지만, 남동·남서풍이면 해풍을 막아 줄 아무런 시설물 등이 없어 2∼4m의 높은 파도가 일어 접안이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21일 오후 삼봉호가 독도를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에 짐을 꾸렸다. 그러나, 높은 파도에다 풍향은 여전히 접안에 맞지 않는다. 삼봉호의 접안이 불투명해지자 경비대가 체류 시한을 24시간 이상 넘긴 기자를 울릉도로 보내기 위해 인근에 머물던 오징어잡이 배에 연락을 취했다.‘기자 독도 방출 작전’은 파도가 잦은 독도의 반대편에 위치한 옛 접안 시설에서 어선을 타고 바다에서 삼봉호로 옮겨 타는 것으로 계획이 잡혔다. 숨가쁘게 달려간 옛 선착장. 어선은 보이지 않고 입도에 실패한 삼봉호가 우리를 발견했다. 별안간 ‘뿌∼웅’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방향을 튼 삼봉호. 선착장 1m 앞까지 접근하자 몸을 날린 기자를 뱃머리에서 붙잡는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독도야. 인간의 욕심에 상처입지 말고 이 땅의 모든 생명들에게 푸르게 푸르게 생명 그대로 살아가는 법을 보여주렴.”한 점으로 작아져가는 독도를 향해 기자는 두손을 모았다. ● 76년 접안시설 기념글엔 유신흔적이… 기자는 독도경비대가 주둔하는 동도(東島)의 통제구역에서 독도의 여러 모습을 찾아냈다. 접안 시설인 물량대에서 동도 정상까지 난 외길을 타고 들어가, 독립문 바위 동쪽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가면 옛 접안시설 부근에 새겨진 한 글귀가 있다.‘총화로 단결하여 유신과업을 완수하자.’1976년 7월 18일 울릉경찰서가 접안시설을 준공한 기념으로 새긴 글이다. 뱃사람들이 오가는 이곳에 유신이라니…. 참담한 마음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독도는 괭이갈매기의 집단 서식지이다. 독도에 마을이 생긴다면 ‘괭이부리말’이라고 부를 성 싶다.4월 산란기를 맞은 괭이갈매기들은 이방인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동쪽 계단은 그들의 둥지가 됐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기자에게 괭이갈매기는 여지없이 ‘똥벼락’을 날린다. 그들 나름의 불청객 퇴치법이다. 유난히 상징물이 많은 독도. 경비대 막사 앞에 새겨진 ‘韓國領(한국령)’이라는 글자는 예전 ‘독도의용수비대’가 새긴 것이다. 그러나, 물량대 인근에서 발견한 한 비석은 오랜 세월에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라는 글자만 보일 뿐 누가 세웠는지는 글자가 희미해 분명치 않았다. 괭이갈매기의 텃세를 피해 경비대 막사 지붕에 자리잡은 한 쌍의 비둘기. 동해 묵호항에서 울릉도까지는 161㎞, 독도는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9.5㎞ 거리에 있다. 통신을 목적으로 훈련시킨 전서구(傳書鳩)로 추정된다. 글 독도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알권리’ 침해·언론통제 논란

    검찰과 경찰은 25일 법의 날을 맞아 ‘수사과정의 인권보호 강화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의 인권보호 방안은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금지하고 중요 피의자의 소환을 공개하지 않는 한편 취재 기준을 어긴 언론에 대한 제재 조치를 포함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인권방안을 위반한 수사 담당자에 대해서는 인권침해 사례에 준해 자체 감찰을 실시할 방침이다. 정상명 대검찰청 차장은 “언론의 취재경쟁으로 수사 대상자들의 피의사실이 공표돼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이의제기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오보 등 취재 기준을 위반한 기자에 대한 출입제한 조치 등을 강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국민적 여론을 수용하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문제제기 등을 감안,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러한 방침은 주요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기업 총수 등 사회지도층의 비리 수사나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라도 검찰의 기소 전까지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제한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검찰의 발표에 대해 “인권존중이란 이름으로 비리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에 대한 수사가 알려지지 않으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중요한 역할인 권력과 수사과정의 감시 등이 봉쇄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밝히지 않고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와 검찰권의 오·남용의 여지가 있으며 수사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오보를 방지하기 위해 언론이 검찰에 사실 확인을 문의하는 관행을 금지하는 것은 오보를 방관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한편 경찰은 압수·수색·감청영장을 신청할 때도 구속영장처럼 ‘영장심의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수사과정에서 반말·욕설 등을 금지하고 원격 화상조사제를 현행 고소인·참고인에서 피의자에게까지 확대하며 조사시간을 자정으로 제한하는 등 밤샘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재건축은 ‘비리백화점’] (上)조합·컨설팅사 검은 고리

    [재건축은 ‘비리백화점’] (上)조합·컨설팅사 검은 고리

    최근 들어 드러나는 재건축 사업 비리는 마치 건설 현장의 각종 불·탈법을 모아 놓은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것 같다. 비리의 한복판에는 조합과 컨설팅 업체, 시공사와 행정관청이 얽히고 설켜 있다. 재건축 사업 비리는 결국 사업비 증가를 가져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들이 뒤집어쓰고 있어 이 기회에 재건축 비리 사슬을 끊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건축 사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조합은 그 자체가 거대한 이권 단체다. 조합원을 대리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사업을 쥐락펴락하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조합은 1000가구만 지어도 사업 규모가 1조원 가까이 된다. 전체 사업비의 1%만 움직여도 100억원이다. 조합 간부를 하기 위해 잘 다니던 사업을 접거나 직장을 그만두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건축 사업은 일반 아파트처럼 3∼4년 안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빨라야 5∼6년, 사업 기간이 10년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 조합은 사업 시행자로서 각종 이권에 개입, 얼마든지 검은돈을 만질 수 있다. 대부분의 조합은 재건축 사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졌거나 시공 과정을 꿰뚫는 전문가 집단이 아니다. 컨설팅사나 대형 건설사가 볼 때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시행자가 비전문가이다 보니 오히려 조합으로부터 일감을 받은 컨설팅사와 시공사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조합 간부들의 비도덕적인 행태도 비리를 키운다. 조합원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치부를 위해 조합 간부를 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시공사의 입맛대로 조합을 운영한 뒤 얻는 반대급부는 ‘운영자금’으로 불리는 뒷돈이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대림아파트 재건축 비리가 대표적이다. 경찰 수사 결과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각종 편의를 받는 대신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은 조합원 아파트를 임의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줘 시공사가 수억원의 비자금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생기는 갖가지 이권도 조합을 비리 유혹에 빠지기 쉽게 한다. 우선 설계비·컨설팅 용역비에서 한몫 챙긴다. 설계비를 과다 책정하고 일정 부분을 조합 간부들이 떼먹는 수법이다. 설계업자와 이면계약을 맺고 설계비를 평당 3만∼4만원으로 책정한 뒤 비자금을 만드는 수법이다. 한 건축설계업체 대표는 “조합과 평당 3만원에 계약하고 실제는 평당 1만 7000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철거 공사를 주고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 강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최근 철거공사를 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재건축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이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법무사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맡긴 대가로 얻는 뒷돈도 적지 않다. 심지어 세무회계비를 부풀린 뒤 조합 간부들이 용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조합·건설사간 비리 고리 연결책은 컨설팅사가 맡는다. 조합이 사업의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법률 등을 잘 모르는 약점을 악용한다. 전국에 100여개의 컨설팅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컨설팅사는 조합 간부와 짜고 시공사 선정 과정부터 대관 업무, 설계 변경, 분양가 책정 등에 끼어든다. 조합원의 이익보다는 조합 집행부·시공사의 입맛에 맞게 일을 몰고 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으로 재건축 초기 단계에서 건설사들이 끼어드는 것을 막자 건설사를 대신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대리전을 치르는 경우도 흔하다. 한 컨설팅 업체 간부는 “용역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일감을 얻기 위해 건설사와 조합 간부의 요구를 거스를 수 없고 심지어 건설업체 직원의 대소사까지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재건축비리’ 서울 전역 수사

    최근 잇따라 불거진 재건축 비리에 대해 경찰이 전면 수사에 들어갔다. 이기묵 서울경찰청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마포구 성산동에서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조직적인 비리가 있었고 잠실 시영 재건축 조합에서도 비리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재건축 비리 수사를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시공사와 공무원 유착 및 뇌물 거래 ▲담합행위 ▲조합비리 ▲재건축 과정에서 조직폭력 개입 등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현재 서울에는 30여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며 재건축 사업은 그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진행되고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분양가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2단지의 분양승인이 해당 구청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져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대우·대림·우방 등 재건축 시공사 컨소시엄 관계자는 이날 “송파구청에 제출한 안에서 33평형의 분양가를 평당 15만원 추가 인하, 구청측으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분양가는 최초 분양 신청시보다 평당 65만원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분양가 인하와 관계없이 관리처분 등의 절차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인가 취소는 물론 분양승인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건교부 서종대 주택국장은 “정부가 초고층 재건축 불허 방침을 천명했음에도 일부 부동산중개업자와 설계업체, 건설사 등이 초고층설계도를 이용해 집값을 띄우고 있다.”며 “다음주부터 압구정·잠원동 일대를 중심으로 집값 불안을 부추긴 세력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대상에는 시공사나 설계업체, 중개업소뿐 아니라 재건축추진위원회도 포함될 전망이다. 김성곤 이효연기자 sunggone@seoul.co.kr
  • [큐! 아름다운 노년] ④ ‘사각지대’ 학대받는 노인

    [큐! 아름다운 노년] ④ ‘사각지대’ 학대받는 노인

    며칠 전 부산 동래구에 사는 안광순(67·가명) 할머니는 아들의 ‘협박’에 시달리다 결국 병원신세를 졌다. 그동안 전화로 ‘못할 소리’를 하던 아들이 집에 찾아와 재산 명의변경을 요구하며 온갖 협박과 행패를 부렸다. 이에 놀란 안씨는 곧바로 부산 서부 노인학대상담센터 노인 임시보호실로 피신했다. 상담센터에서는 평소 건강이 안 좋은 안씨를 병원으로 인계했다. 산업화,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학대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온갖 정성을 기울여 키운 자식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는 일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동물과 달리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인간의 윤리·도덕의식이 극도로 엷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 소장은 24일 “지금 한국사회는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기능이 현저히 약화된 사회”라며 “사회보장제도가 성숙되지 않는 한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해자 85%이상이 친족 노인학대상담센터 김은주 소장은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노인학대의 가해자도 85% 이상이 친족이다.”고 밝혔다. 아들 며느리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인학대는 부모가 자녀를 가해자로 신고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 은폐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상황에 비춰 신고되는 노인학대건수는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노인학대상담센터가 밝힌 노인학대 가해자 현황(2004년도)을 보면 1477명의 노인학대 가해자 중 아들(701명)·며느리(403명)가 무려 74%를 차지하고 있다. 딸(146명)과 배우자(103명)가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노인학대가 아들·며느리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부모를 모시든, 안 모시든 부양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소장은 “아들과 며느리가 특별히 못된 사람이라기보다는 부모나 다른 형제로부터 기대와 요구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매 맞는 것만 노인학대가 아니다 노인문제연구소 박 소장은 “구타·내버림만 노인학대가 아니다.”면서 “물질·정신·정서적 학대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인학대는 이외에 언어적, 성적 학대까지도 포함된다. 여성노인은 정서·언어·신체적 학대를, 남성노인은 방임 또는 경제적 학대를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노인들이 농촌노인보다, 질병이 있는 노인이 없는 노인보다 학대에 더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학대 상담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2038건의 학대유형 가운데 정서·언어적 학대가 신체적 학대보다 훨씬 심각했다. 신체적 학대가 390건인 반면 언어적, 정서적 학대는 각각 440건,463건으로 오히려 더 많았으며 경제적 학대도 232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소장은 “노인학대를 광의로 해석할 경우 65세 이상 노인 인구 420만명 중 60∼70%가 이런저런 이유로 학대를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적 독립성을 잃고 자식에게 의지하고 있거나 중풍·치매 등으로 부양을 받고 있을 경우 학대의 위험요소는 더 커진다.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기웅 교수는 “가족간 역할이 바뀌면서 학대가 자주 발생한다.”면서 “이런 경우 가족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이 학대하는 줄 모르고 학대하는 경우도 많다.”며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선진국 높은세금 ‘노후연금’ 으로 인식 노년기에 경험하는 학대는 노인의 삶 자체를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절망적인 상황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피해 노인들이 심한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해 삶을 포기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박 소장은 “한국은 노인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라며 “이는 노인부양기능이 상실됐고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웨덴·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은 현재 노인들의 천국이나 다름없지만 30∼40년 전만 해도 노인자살률이 높았다. 완벽에 가까운 사회보장제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자살률을 잡은 것이다. 따라서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첩경은 부양문제를 가정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국가사회가 떠맡아야 한다. 박 소장은 “국가가 자녀소득에서 일정 부분을 떼내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면서 ‘사적 부양’에서 ‘공적 부양’으로 제도를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스칸디나비아는 국가가 봉급생활자 소득의 48%, 의사나 변호사는 60%까지 떼고 있으나 조세저항은 거의 없다. 자신의 소득에서 뗀 돈으로 국가가 자신의 부모를 부양해주기 때문이다. 자신도 늙으면 이런 형태로 노후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독립성 유지가 가장 좋은 대안 노인학대는 가정폭력의 하나로 단발적인 사건이라기보다는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진적 발전을 보이며 재발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노인들의 보호쉼터나 그룹홈 등 대안적 주거시설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노인 스스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학대를 방지하는 지름길이다. 노인들이 육체적, 경제적 독립성을 가질 때 노인학대는 사회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현재의 노동환경처럼 생산성, 효율성 등으로만 접근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제는 기업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적 책임이란 컨셉트로 파트타임 등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월 30만원이면 노인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김 소장은 말했다. 노인학대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상담센터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국가에서 지원하는 노인학대예방센터(1389)는 서울과 부산 등 16개 광역자치단체에 1곳씩만 설치돼 있다. 민간단체가 있긴 하지만 폭주하는 노인학대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노인학대는 개인적인 문제나 특정 연령층에만 국한된 지엽적인 문제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고령화·고령사회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반적인 인권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대받는 노인들의 의식전환도 필요하다. 자식에게 어떤 피해가 갈까봐 숨기고 속으로 끙끙 앓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 소장은 “학대를 받고 있는 노인들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쉬쉬해서는 안된다.”면서 “신고·상담 등을 통해 밖으로 끄집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려야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신고·상담 어떻게 하나 Q)노인학대 신고 및 상담 긴급전화는. A)노인학대 신고 긴급전화는 1389번으로 24시간 핫라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번없이 1389번만 누르면 관할 노인학대예방센터 상담원과 연결돼, 즉시 상담 서비스가 이뤄진다. 이동전화를 사용할 경우에는 지역번호+1389번을 눌러야 한다. Q)노인학대 신고는 누가 해야 하나. A)학대 피해노인이 직접 신고하거나 가족 및 친지, 이웃, 관련기관 종사자 등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 특히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장애노인에 대한 상담·치료·훈련 또는 요양을 행하는 자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의 상담원 및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종사자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등은 노인학대 의심사례를 발견했을 경우 반드시 신고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Q)노인학대를 신고하면 어떤 서비스를 받나. A)신고접수된 노인학대 의심사례는 상담원(노인학대행위조사원증 발급)의 현장조사를 거쳐 적정한 보호조치가 이뤄진다. 응급한 사례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12시간내에, 단순 노인학대 사례는 48시간내에 현장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위기의 北核] ‘6월위기설’과 韓·美 공조

    [위기의 北核] ‘6월위기설’과 韓·美 공조

    6자회담이 중단된 지 꼭 1년을 맞는 오는 6월27일을 앞두고 북한 핵실험 준비설까지 터져나오는 등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의 원자로 가동 중단 및 폐연료봉 인출 주장에 이어 미국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할 가능성에 대비, 중국측에 이를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해달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까지 나오면서 무력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던 1994년의 북핵 위기 상황을 연상케 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핵실험준비설의 현실성에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고 있지만 ‘6월 위기설’과 맞물려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간 공조가 삐걱거리고 한국내에선 당정간에도 엇박자가 나오는 등 허둥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미국에서는 강경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는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의 전언이 확인됐고, 조너선 그리너트 7함대 사령관은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미 7함대를 투입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북한 핵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과거사를 둘러싸고 한·일, 중·일 사이에 조성된 동북아의 긴장관계도 새로운 변수다. 마치무라 노부다카 일본 외상은 북핵의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미국 내 강성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는 형국이다.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위기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와 북한을 움직이는 지렛대인 중국의 잦은 발걸음은 이런 긴장감의 바로미터다. 이번 주에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미국을 가고,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한·중·일을 잇달아 방문한다.6월에 다가갈수록 6자회담 당사국간 회동의 격은 높아지고, 횟수도 잦아질 것같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2일 평양을 방문한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달 9일쯤 후진타오 주석과 모스크바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노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6월 정상회담으로 북핵 해법 문제는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측에는 안보리 회부 카드를 꺼내지 않도록 하고, 중국에는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압력을 가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최근 독일 방문길에 “북한에 얼굴 붉힐 것은 붉히겠다.”고 한 강성 발언은 미국내 매파의 발언을 잠재우려는 전술적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간 협의 과정에서 한·미 동맹과 공조체계는 흔들거리는 듯한 모양새로 비쳐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이 원자로 중단에 이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으로 몰고갈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벼랑 끝에서 극적인 타협의 길을 모색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 강석주 외교부 1부상은 6자 회담으로 뛰어들 ‘뜀판’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북한 노동신문이 미국의 성의가 있으면 핵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퇴로를 열어놓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외교부 허둥지둥… 당·정 ‘엇박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0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 도중 멈칫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능수능란하게 일문일답을 진행하던 반 장관은 “오늘 아침 당정 협의회에서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맞는 것이냐.”는 질문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누가 그런 입장을 밝혔느냐.”고 되물었다. 1시간 전에 이미 국회에서 발표된 통일부와 열린우리당간 당정협의 결과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즉각적으로 ‘외교부가 중요 현안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물론 외교부 당국자는 “그때 발표된 것은 협의 결과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측 참석 의원이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이더라.”며 ‘외교부 왕따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다음날인 21일 라디오에 출연,“안보리 회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해, 사실상 전날 당정 협의 결과에 맞춰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때문에 6자회담 주무부처는 명백히 외교부인데도, 현 정권 실세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결정하면 외교부는 그저 뒤치다꺼리만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좀처럼 끊이지 않는다. 당·정간 엇박자는 더욱 심각하다. 지지층을 의식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정부 입장은 고려하지도 않고 민감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인기몰이식 언행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당정협의 결과는 김성곤 제2정조위원장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발표했으며, 이후 통일부측은 “안보리 회부 반대는 ‘현 상황에서’를 전제로 얘기한 것”이라며 톤을 낮추느라 진땀을 흘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론’ 등 민감한 외교 사안을 외교부 실무자와 충분히 논의한 뒤 천명하는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외교부가 ‘대통령 말씀’을 뒤늦게 따라가느라 허겁지겁하는 인상이 짙다. 실제 김숙 북미국장은 동북아 균형자론 논란이 불거진 한참 뒤에야 미국에 가서 우리 진의를 설명하느라 분주했고,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지 거의 한 달 뒤인 지난 18일에야 “미국 정부는 우리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전문가들이 보는 북핵해법 최근 급변하는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6자회담의 틀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6자회담에 참석하더라도 북·미 양자회담 병행 의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하고 이로 인한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미국이 대북강경책을 유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압력’ 외교전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의견으로 나누어졌다. 남한측이 좀더 파격적인 제안을 시도하는 것이 북핵 해법의 방안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음은 북핵문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북한의 입장과 북핵문제의 해법이다. ●송민순 외교부차관보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다 같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혼자 떨어질 수도 있다. 북한은 회담장에 조속히 나와 얻을 수 있는 것은 얻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유엔 안보리 상정은 미국측이 제의했거나 우리가 검토한 적이 없다. 안보리 회부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6월은 3차 6자회담 1년이 되는 심리적인 시기이다. 북한이 회담을 지연시키고 전망도 보이지 않아 참가국들간에는 이런 상태가 무한정 갈 수는 없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물컵에 물을 채울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목적하는 양의) 물을 채울 수 없다고 판단할 때 물컵을 바꾼다. ●정영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선임연구원 중국과 북한은 활발한 물밑 접촉을 통해 6자회담 참석을 위한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북한 군부측의 박재경 대장이 중국을 방문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과 정부측 대표자에 이어 군부측 고위 인사가 중국을 잇달아 방문한 것은 6자회담 참석을 위한 정치적 협상차원이라고 전망된다. 다음달 말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6자회담 참여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6자회담이 성사돼 북한이 참석하더라도 북미 양자회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성과는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1994년 1차 북핵파동 당시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그때에 비해 지금은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반대하고 있고 6자회담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대북지원 강도가 세져 미국이 쉽게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기 어려워졌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곤란한 처지라는 점이다. 남북 당국의 대화채널이 막혀 있는 데다 북한에 제안할 카드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이 6자회담 관련국을 움직이기 힘든 만큼 총리급회담 등 국정 최고급 회담을 제안하는 등 돌파구가 필요하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이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6자회담을 거치면서 북미 사이의 입장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북한은 핵 동결에 상응해서 에너지·경제원조 형식의 보상을 받아야 하고 반드시 미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3차 6자회담 직전 미국은 완전 핵 폐기를 전제로 한 북한의 핵 동결시 북한에 보상해주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기존의 입장을 완화했다. 이런 입장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향후 6자회담 성공의 관건이다. 만약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 문제를 안보리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절차가 시작되면 의장성명에서부터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북핵문제가 안보리가 간다면 북한으로서는 견디기 힘들 것이다.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문제를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6자회담과 유엔 안보리 상정을 병행하는 차원의 전술이 필요하다. 한국정부도 유엔 안보리 상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리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재계 집단소송법 초비상] ‘소송 소나기’ 대비 백태

    [재계 집단소송법 초비상] ‘소송 소나기’ 대비 백태

    ‘죄를 짓고 자수하면 얼마나 정상 참작을 해줄까.’ 증권집단소송제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서 이런 원론적인 ‘물음’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과거 수십년간 쌓여온 분식회계를 털기 위해, 혹은 처벌을 낮추기 위해 기업들이 ‘고해성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그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죄는 죄’라며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법 취지에 맞게 처벌 수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집단소송제를 둘러싼 기업들의 대응과 향후 행보, 정부의 고민, 시민단체의 ‘면죄부’ 주장 등을 살펴본다. 상장사 주식·공시 담당자 250명은 22일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어떤 회사가 증권집단소송이 되는가.’,’증권집단소송 어떻게 대비할까.’라는 주제를 놓고 뜨거운 논쟁과 토론을 진행했다. 증권집단소송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상장사협의회가 마련한 모임이었다. 분식회계로 곤욕을 치렀던 현대상선은 지난 18일부터 회계담당자의 실수나 조작을 방지하는 새 회계시스템을 가동 중이다.LG화학도 본사 및 사업장의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제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올해 시행되는 증권집단소송법에 따른 ‘후폭풍’이 재계를 ‘강타’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소송 제기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소송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 안전판 ‘미리미리’ 국내 대기업들은 우선 ‘돈 쌓기’에 나섰다. 등기 이사들을 대상으로 집단소송 제기 등 법적 분쟁에 대비해 가입한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험금 한도를 대폭 올린 것. 삼성전자는 2003년 1000억원이 한도이던 이사 배상책임보험의 책임 한도를 지난해 1500억원으로 올렸다. 현대자동차는 500억원에서 700억원,SK㈜는 100억원에서 200억원,KT는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각각 늘렸다. 집단소송에 대비한 재벌 오너의 등기이사 퇴임도 눈에 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최근 삼성에버랜드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또 삼성물산, 제일모직, 호텔신라, 삼성SDI, 삼성전기 등기이사에서도 조만간 사임할 전망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변호사는 “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일 경우 이사회 의사록 등을 통해 잘못을 입증할 수 있지만 등기이사가 아니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하더라도 문서로 남아 있지 않으면 책임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률 전문가 영입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김광년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이자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위원을 지난달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재선임했으며, 현대상선도 올 주총에서 강보현(전 고등법원 판사)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두산은 법무팀을 신설했으며, 삼성은 향후 5년 안에 변호사 300명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내 교육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LG전자는 공시 관련 부서의 교육을 강화, 막연한 장래사업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거나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 예측 정보를 발표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공시 유관부서뿐 아니라 사내 모든 조직 책임자들에게 공시 관련 업무 규칙을 숙지토록 했으며 기획팀, 재무팀, 홍보팀 등 공시 유관부서마다 공시 담당자를 따로 선정했다. 퇴직 임원 관리도 활발하다. 집단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는 내부자 고발을 사전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말 SK그룹의 전직 임원 모임인 ‘유경회’ 송년행사에 참석, 유대관계를 돈독히 했다. 삼성은 전직 사장단 출신 모임인 ‘성대회’를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별도 사무실을 제공하고, 전담 비서를 배치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LG도 전직 임원 모임인 ‘LG클럽’에 비용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이왕 맞을 매라면 먼저 맞자” 기업들은 분식회계에 대한 ‘고해성사’를 앞세워 집단소송 빌미를 차단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2003년 말 대차대조표상 재고자산 항목 가운데 하나인 미착품 잔액 880억원 중 719억원이 과대 계상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과거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실을 밝혔다. 대한항공의 이런 조치는 지난 3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으로 기업이 과거 분식회계를 2년간 정산하는 경우 증권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앞서 기아차도 현대모비스 주식을 평가하면서 지분법이 아닌 시가법을 적용, 장기투자증권 9972억원을 과다계상하는 등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고 지난달 초 자진공시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분식회계 ‘자수’는 정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과 기아차의 이번 고백에 대한 금융·사법당국의 대응 수위가 다른 기업들의 고해성사 활성화 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대한항공과 같은 과거 분식 수정을 자진 공시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보다는 나중에 분기나 반기 등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웅 변호사는 “올 초에 이뤄진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는 7∼8월에 금감원 조사나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진다.”며 “그 결과에 따라 8∼9월에 집단소송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안미현 류길상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신화창조의 비밀(KBS1 오후 7시30분) 한국의 대표 전자업체인 LG전자. 국내 최초로 흑백TV를 보급해 영상시대를 열었던 LG전자가 한국의 TV역사를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성장하는 디지털TV의 원천기술을 어떻게 획득하였는지,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우뚝 선 LG전자 디지털TV의 성공 스토리를 들어본다. ●진실게임(SBS 오후 7시5분) 수줍음 많은 부끄럼쟁이, 인천을 사로잡은 미모 인천 얼짱,138㎝의 키에 인형같은 초등학생 엄지공주, 오락부장 리마리오, 바른생활 사나이 전교회장, 부산의 당찬 정의의 소녀, 호기심 많은 조숙한 초등학생이 등장한다. 이중 진짜 초등학생은 한 명, 기상천외한 깜짝쇼가 벌어진다. ●박주현의 시사 업클로스(YTN 오후 3시5분) 노동계가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큰 논란에 휩싸여 있다. 특히 얼마전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직 법안이 근로자의 인권보호에 미흡하다는 의견을 낸 뒤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비정규직 법안의 쟁점이 무엇인지 모색해 본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국회 내 장애정책 연구 모임 ‘장애아이,We Can’의 회장이자, 다운증후군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장애우 부모들의 솔직한 심정을 들어본다. 부모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 속에서 이 시대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제도적인 부분과 사회적인 개선점을 생각해 본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MBC 오후 9시55분) 방송가에 존재하는 별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평소 선배에게 예의 바른 김제동, 술만 마시면 유재석에게 전화를 걸어 아주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김용만이 생각하는 가장 별난 사람은 캐릭터 옷 입고 다니는 개그맨 김경민. 그에 관한 별별 특이한 일화가 이어진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건강하지 못한 시어머니는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고 시골로 보내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참다못한 며느리는 지방에 어머니를 버리게 된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줄로만 알고 있던 희태는 시골에서 낯선 여자와 살고 있는 어머니를 찾게 되고 아내가 어머니를 버린 사실을 알게 된다.
  • 4개그룹 48억 과징금

    잘못된 방법으로 계열사를 지원하고 내부거래 공시의무를 위반한 4개 기업집단(그룹)에 대해 48억원 규모의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 금호아시아나, 동원, 대성 등 4개 기업집단 소속 10개사가 다른 계열사나 관계사 11곳과 3459억원 규모의 지원성 거래를 한 사실을 적발,35억 6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가운데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규정을 어긴 금호아시아나, 동원 등 2곳에는 12억 4450만원의 과태료를 함께 부과했다. 기업별 과징금·과태료 합계는 ▲금호아시아나 30억 5100만원 ▲롯데 11억 1700만원 ▲동원 4억 550만원 ▲대성 2억 4000만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금호렌터카를 통해 후순위채 저리매입, 저리자금 대여, 예금담보 제공 등 수법으로 금호생명보험 등 4개 계열사와 2391억원 규모의 지원성 거래를 했다. 또 4개 계열사가 98건의 대규모 내부거래를 하고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거나 공시의무를 위반했다. 롯데는 롯데쇼핑, 롯데호텔, 롯데정보통신이 상품권 위탁판매 수수료 과다지급, 주식 고가매입, 사업부 저가양도 등 방법으로 롯데닷컴 등 3개 계열사와 331억원의 지원성 거래를 했다. 동원도 동원증권 등을 통해 기업어음(CP) 고가매입 등으로 동원캐피탈을 비롯한 3개 계열사와 566억원의 지원성 거래를 했고, 내부거래 공시의무를 4건 위반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AFC 챔피언스리그] 안정환 ‘골바람’

    ‘반지의 제왕’ 안정환(29·요코하마 마리노스)의 골폭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안정환은 20일 일본 요코하마 미쓰자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4차전 BEC 테로 사사나(태국)와의 홈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5경기 연속 득점(6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사카타 다이스케(22)와 투톱을 이뤄 선발로 나선 안정환은 전반 45분 터진 사카타의 선제골로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슛으로 쐐기골을 뽑아내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3승1패를 기록한 요코하마는 이날 마카사르(인도네시아)를 4-0으로 꺾고 4연승을 달린 산둥 루넝(중국)에 밀려 조 2위에 머물렀지만, 안정환의 맹활약으로 각 조 1위 7개 팀만 나갈 수 있는 8강 토너먼트(전대회 우승팀 알 이티하드 포함)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 몰디브와의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골절상을 당한 뒤 이번 달부터 부상에서 회복,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안정환은 지난 6일 열린 BEC 테로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2골을 폭발시킨 것을 시작으로 일본 프로축구 J리그 3경기를 포함,5경기째 골을 몰아치고 있다.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안정환은 오는 6월3일과 8일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와의 연속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는 본프레레호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한국판 레알 마드리드 수원은 홈에서 열린 E조 4차전에서 일본 축구협회(FA)컵 우승팀 주빌로 이와타를 맞아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들어 ‘진공 청소기’ 김남일(28)과 ‘돌아온 득점왕’ 산드로(25)가 연속골을 뽑아내며 2-1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3승1무(승점 10)를 기록한 수원은 이날 호앙 안지아라이(베트남)를 물리친 중국의 선전 젠리바오(3승1무·승점 10)에 골득실에서 뒤진 2위를 유지했다. 앞서 부산은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열린 G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이정효(30) 도화성(25) 뽀뽀(27)의 릴레이골로 한수 아래의 페르세바야를 3-0으로 제압,4전 전승(17득점 무실점)으로 조 1위를 질주했다. 이정효는 이번 대회 4골로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검찰청사에 부는 영어 열풍

    검찰청사에 ‘영어열풍’이 불고 있다.2006년 검찰 해외연수를 신청하기 위해 꼭 치러야 하는 영어시험이 두 달도 채 안 남았기 때문이다. 연수에 응시할 수 있는 사법고시 37∼40회의 젊은 검사들은 최근 영어 학원 새벽반을 수강하거나 교재를 옆에 두고 틈틈이 공부하는 등 영어공부에 한창이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연수기회를 잡기 위해 이번 달부터 영어학원의 새벽반을 수강했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12시간 이상 공부해도 점수가 나오기 어렵다는 강사의 말에 좌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일손이 바쁜 형사부 대신 상대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쉬운 부서에 배치받고 싶었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검찰의 해외연수는 단기 6개월과 장기 1년 기한으로 매년 약 50명이 연수를 받고 있다. 대상국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 11개국.5년 이상 재직한 검사나 법무관출신의 경력 3년 이상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연수대상자는 영어점수와 업무평점 등을 근거로 선정되나, 영어가 연수 선정 여부를 좌우한다는 것이 ‘수험생’검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무부는 장기연수 응시자의 영어점수는 한 해에 오직 한 차례의 토플시험 점수만을 인정하고 있다. 평균 8대1의 경쟁률이어서 응시자들에겐 고득점이 절실하다. 안정권은 토플 250점. 원어민과의 원활한 대화가 가능한 최고급 수준이다. 올해는 6월2일 실시되는 토플시험 성적만 인정된다. 한 부장 검사는 “연수도 좋지만 검사에게는 업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도 중요하다.”며 과열경쟁을 우려하기도 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해외 연수를 다녀오면 확실히 사회를 보는 시각과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면서 “젊은 검사들에게 꼭 한 번 권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시피]샤부샤부·슈퍼영웅 공통점?

    토렴은 끓는 물에 국수나 고기, 야채를 살짝 익히거나 데우는 것을 말한다. 흔히 ‘샤부샤부’라고 부르는 게 바로 우리의 토렴요리다. 삼국시대 전쟁터에서 투구에 끓여 먹던 것이 후에 몽골군에게 전파돼 칭기즈칸 요리가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칭기즈칸이 유럽에 전파해 퐁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일본에 건너가 ‘샤부샤부’가 되었다고 하니, 전쟁을 따라 전파될 만큼 전장에서 유용한 음식이었다. ‘인크레더블’의 슈퍼 가족들과 ‘원더우먼’은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출동해야 하는 히어로들이다. 일촉즉발 상황에서의 관건은 ‘스피드!’. 투구에 끓여 먹다가 그대로 쓰고 나갈 수는 없겠지만, 이들의 명성에 어울리는 야전 요리로 이보다 적당한 메뉴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초능력을 발휘하는 슈퍼 영웅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원더우먼은 고전적인 영웅 슈퍼맨의 전철을 밟는다. 일상에서는 평범하게, 위기의 순간에는 화려한 의상과 함께 초인으로 변신한다. 그러나 이런 기본 맥락에서 ‘인크레더블’은 한단계 더 나아간다. 최근 영화속 영웅들의 행보가 그러하듯 인간적인 고뇌에 빠지게 된 것이다. 옛 의상이 몸에 맞지 않을 정도로 늘어난 뱃살과 몸무게로 고전하고 날마다 직장 상사에게 깨진다. 인류와 곤경에 처한 사람들과 조국을 구하면 되었던 영웅이 이제 소시민들의 고민마저 떠안게 된 것이다. ‘몬스터 주식회사’‘토이스토리’‘니모를 찾아서’ 등 디즈니와 픽사의 3D애니메이션에서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픽사의 전통을 깨고 외부에서 영입한 감독 브래드 버드는 기존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캐릭터들의 놀라운 연기력,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흠잡기 어려울 만큼 완벽한 화질과 루카스의 인증을 받은 THX 사운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에너지가 넘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미완성 삭제 장면들과 경탄을 금치 못할 제작과정이 빽빽하게 수록되었다. ‘소머즈’와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명멸하듯 사라졌어도 미스 아메리카 출신의 개미허리 린타 카터의 인기는 여전하다. 총알을 튕겨내는 황금 팔찌와 진실을 말하게 하는 올가미,2천년을 넘게 살았어도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파라다이스 섬의 공주 다이애나는 허술한 스토리와 엉성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복고적인 매력이 있다. 시즌 1이 1940년대를 배경으로 나치와 대결하는 원더우먼의 활약을 그린데 반해, 시즌2는 현대에서 활약한다.‘원더우먼∼’으로 시작하는 펑키한 주제곡과 연속 3회전하며 변신하는 린다 카터의 파격적인 자태는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 [임해리의 色色남녀] 아연살색

    얼마 전 일본에서 살던 친구가 13년의 타국살이를 접고 귀국하였다. 그리고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다. 몇 년 만에 보는 그의 얼굴은 까칠하고 지쳐 보였다. 그야말로 오갈 데 없는 중년남자의 모습이었다. 그가 동네 주민이 되면서 친한 지인들은 결속력을 다지는 듯 자주 모였다. 며칠 전 우리는 드디어 그에게 ‘원기부족과 아연증후군’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는 식사나 음주를 할 때마다 아연이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타령하였다. 자기와 친한 일본남자가 늘 하는 말이 피로회복에는 아연 섭취가 중요하다고 일러주었다는 것이다. 아연(Zn)은 정력강화의 3대 영양소(비타민 E, 비타민 A, 아연) 중 하나로 우리 몸에서는 합성되지 않아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할 필수 미네랄이라고 한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세포성장과 상처치유, 피부의 유지 재생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한 시력유지에도 중요하고 최근에는 아토피 치료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미국, 일본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요즈음 남성들의 정력이 위협받고 피부질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아연의 부족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자연환경의 악화와 환경호르몬, 고칼로리의 식사, 식품첨가물, 스트레스의 가중 등이 아연부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아연흡수를 어렵게 하는 것이 많다고 한다. 내 주변에서도 라면과 과자, 빵을 좋아하는 여자 치고 피부 좋은 사람은 보지 못했다. 여자는 피부만 좋아도 미인 조건에 50%는 점수를 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아연이 부족하면 피부는 건성으로 칙칙해지며 피부염의 원인이 된다고 하니 건강과 성적 매력을 위해서는 음식을 가려먹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 토양이 화산재가 많아 아연이 적고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토양의 미네랄이 쉽게 유실되기 때문에 아연 섭취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흔히 정력에 좋다는 식품에는 아연이 많이 있다고 한다. 굴을 비롯하여 연어, 생선, 붉은 쇠고기와 콩류, 땅콩, 호두, 호박씨 등의 견과류와 새우, 게 등 갑각류가 이에 속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음식이 보약(食藥同源)이라는 이론을 신봉하는 편이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골고루 먹고 꽁치통조림 대신 꽁치를 사다 구어 먹고 햄을 먹느니 돼지고기를 사서 김치에 지져 먹자는 주의다. 또한 비싼 화장품을 바르는 것보다 영양가 있게 잘 먹고 성질 다스리며 사는 길이 피부건강에 좋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성격 별난 여자가 피부 곱기도 쉽지 않다. 정력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남자가 성격은 있는 대로 꼬였으면서 정력에 좋다면 눈이 벌게 져서 보신탕과 비아그라 복용한다고 몸이 ‘뽀빠이’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 성격이 꼬이면 오장육부가 다 편편치가 않은데 소화가 잘될 턱이 없고 기(氣)가 잘 통하지 않고 막히는데 유독 특정 부위(?)만 기운이 넘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남자들이 정력강장제에 용쓰는 대신 천연식품을 골고루 섭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정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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