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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초의 숨결이 담긴 ‘보통 사람들의 자서전’

    민초의 숨결이 담긴 ‘보통 사람들의 자서전’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일상사나 미시사가 유행이다. 지배계급과 권력구조 중심으로 서술하던 기존 역사에서 외면당했던, 일반인들의 숨결을 되살려내겠다는 것이다. 역사는 이제 발전법칙의 과학이라기보다 이러저러하게 살아온 얘기들을 담은 소설에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우리 토양에 뿌리박은 연구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번역서들은 쏟아져 나오지만 대개는 일상사나 미시사의 탈을 쓴 대중역사서 수준이다. 고질병인 ‘학문의 식민주의’의 한 단면이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의 ‘20세기 한국 민중의 구술자서전’(소화펴냄) 발간 소식은 반갑다. 우리 손으로 우리 스스로를 탐구한 책이기 때문이다. 어민을 다룬 ‘짠물, 단물’에서부터 ‘흙과 사람’(농민),‘장삿길, 인생길’(상인), ‘굽은 어깨, 거칠어진 손’(노동자)편을 거쳐 ‘고향이 어디신지요?’(이주민),‘징게맹갱외에 밋들 사람들’(김제만경평야 사람들) 등 시적인 제목이 붙은 6권으로 이뤄졌다. 내용은 쉽고도 재미있다. 뱃사람과 시골농사꾼과 장사꾼, 막노동꾼 등 한마디로 우리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 얘기가 구술형식으로 기록돼 있다. 그 덕에 일상사니 미시사니 구술사니 하는 말은 그만두고라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이렇게 살았단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또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얘기에서 격동의 20세기 한국사를 느껴볼 수도 있다. 이번 연구는 영남대 인문과학연구소·민족문화연구소, 목포대 호남학연구소,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 중앙대 인문과학연구소 등 5개 연구소와 한국문화인류학회, 역사민속학회 등 2개의 학회가 주축이 돼 100여명의 연구자들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영남대 박현수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공식’문헌은 왜곡됐다 먼저 구술사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박 교수는 “미시사나 일상사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정의했다. 미시사나 일상사는 ‘공식문헌’ 중심의 기존 역사학을 비판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즉, 공식문헌이라 가장 믿을 만한 게 아니라 ‘공식’문헌이기에 왜곡되어 있다는 지적이다.“미국 족보연구자들끼리 ‘메이플라워호 참 힘들었겠다.’는 농담을 합니다. 미국인 조상들 가운데 메이플라워호 타고온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범죄자 등 사회부적응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조상이 범죄자여서 추방당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 족보로라도 조상들을 메이플라워호에 탑승시켜버린 겁니다.” 그래서 구술사는 그 시대 사람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경향성’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를 담는다 그렇다 한들 모든 사람의 육성을 다 담을 수는 없다. 어차피 구술할 대상자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에는 연구자들의 선입관이 들어가지 않을까. 비의도적 왜곡은 아닐까.“인류학적 접근과 사회학적 접근의 차이가 거기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오스카 루이스라는 학자는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는 5가족의 얘기를 중심으로 해서 멕시코의 역사·사회·문화를 모두 설명해냅니다.‘평균적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이 사회학이라면, 인류학은 ‘경향적 인간’을 연구한다는 겁니다. 그 시대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어떤 경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구술의 대상입니다.” ●혹시 대중독재론? 혹시 이번 연구가 한양대 임지현 교수의 ‘대중독재론’과 맥락이 통하는 게 아닌지 물었다. 각 권의 얘기들은 그 시대가 꼭 암울하지만은 않았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기술을 익히고 일해서 자식들 교육 다 시켰다는 내용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실 연구단과 책 이름에 ‘민중’이 들어가 있다는 점은 대중독재론과 각을 세울 만도 한데 연구내용은 그렇지 않아 보일 수 있다. 박 교수는 “상당히 충격적인 지적”이라면서도 “해석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연구가 그만큼 기초적인 연구이기도 하다는 얘기도 된다.”고 말했다. 이는 박 교수가 구술사에 매달리는 이유와 연결되어 있다.“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90년대 문화연구 가운데 지금껏 남아 있는 것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허망하기 때문입니다. 이론 틀만 빌려왔지 그걸 가지고 우리 스스로에 대해 실제적으로 연구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자서전’ 쓰고 ‘전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은 9월쯤 20권의 책을 낼 계획이다. 한권당 1명의 생애를 다루는 이른바 ‘생애사’ 연구 작업이다. 역사의 흐름과 맞물린 한 개인의 일생을 책 한권으로 쭉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책 제목을 ‘×××전기’ 혹은 ‘×××구술자서전’이라 붙일 예정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김말자전기’,‘최금순구술자서전’ 하는 식이다. 꼭 유명인이어야만 ‘자서전’을 쓰고 ‘전기’가 나오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구술사 연구자들다운 발상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고시플러스] 법원 기술심리관 2명 채용

    법원행정처(www.scourt.go.kr)에서 기술심리관 2명을 채용한다. 부문은 기계 1명, 화학 또는 화공 1명이다. 특허법원에서 근무하게 되며 계약기간은 2∼5년까지다.5년 이상 특허청에서 심사관 등으로 근무했거나,7년 이상 공공기관에서 과학기술사무 경력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관련분야 박사학위자나 기술사자격 취득자, 경력 2년 이상의 변호사나 변리사도 해당된다. 지원서는 8월23일부터 26일까지 법원행정처 인사제2담당실에서 접수한다.(02)3480-1286∼7.
  • [X파일 파문] 정치권 해법 공방

    정치권은 26일 지난 97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불법 도청한 ‘X파일’의 진상 규명 주체와 유출 경위,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극명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여야 모두 진실 규명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특별 검사제 도입카드를 들고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X파일’에 등장하는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련자들을 고발한 만큼 철저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이날 당 자문위원단회의에서 “불법 감청과 대선자금 수수문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국정원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병행돼 확실히 진상이 규명돼야 하며 필요하다면 사법처리가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야당의 특검 주장에 “일단 국정원 자체조사와 검찰수사를 지켜 보자.”며 유보적 자세를 취했다.97년 대선자금 위주로 X파일 내용이 공개된 현 시점에서는 여권에 불리할 게 없지만, 불법 도청 내용이 추가로 나올 경우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여야 정치권과 국정원, 검찰 관계자들이 대거 연루된 이번 사건의 성격상 객관성과 중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며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빨리 이 사안에 대해 특별검사를 임명해 진상을 밝혀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고, 검찰과 정치권은 평상 업무와 경제살리기에 몰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원내대표는 “(X파일에) 국정원과 검찰, 여야 대선후보들이 모두 망라돼 있는데 국정원 자체 조사나 검찰 수사, 국정조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겠나. 한 마디로 우스운 일이다.”며 “이번 사건이야말로 정말 특검을 해야 할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전날까지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던 한나라당이 국정조사 불가 방침으로 돌아선 데는 여야 정쟁으로 치달을 경우 피차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광삼 이지운기자 hisam@seoul.co.kr
  • “회식비 3만원이내… 경조비 5만원이내”

    관세청이 수출입현장의 부패행위 근절을 위해 ‘청렴약속 3×10’을 제정, 시행한다. 관세청과 관세사회·관세협회·관우회 등 3개 민간단체와 체결한 청렴약정의 세부 과제로, 양측은 앞으로 회식비용을 1인당 3만원 이내로 제한하고 경조사비도 5만원 안쪽에서 주고받기로 선언했다.‘3×10’이란 ‘3개 민간단체와의 10가지 실천과제’를 뜻한다. 이 청렴약속에서 국세청은 앞으로 수출입 물류 처리 과정에서 관세사나 보세운송업자, 하역업자 등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금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민간단체는 부당청탁 및 리베이트 제공을 금지하고 수출입화주로부터 금품 등을 받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청렴약속 3×10’은 양측의 자율적 합의이지만 전 소속원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고 그 이행 여부는 시민감시단의 감시를 받게 된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skpark@seoul.co.kr
  • 儒林(396)-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2)

    儒林(396)-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2)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2) 이처럼 순우곤은 당대 최고의 세객이었다. 세객(說客). 교묘하고 능란한 말솜씨로 각국을 유세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그 무렵 제국의 군주가 저마다 패자(覇者)를 지향하여 패도정치를 펼쳤던 전국시대 때 책사나 모사(謀士)출신의 세객들이 즐비했는데 그 중 언변으로는 순우곤이 제일이었다. 순우곤의 능란한 말솜씨는 다른 기록에도 엿보인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제왕이 순우곤을 시켜서 초나라에 따오기를 헌상케 하였다. 도문을 나서서 가는 도중에 새장을 바라보니 따오기가 새장에 갇힌 모습이 너무나 처량해 보였다. 따오기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순우곤은 따오기를 날려 보내고 빈 새장을 가지고 초왕을 만났다. 초왕은 빈 새장만을 들고 온 순우곤에 화가 나서 큰소리로 꾸짖어 말하였다. “그대는 사신으로 오는 주제에 빈 새장만을 들고 왔단 말인가.” 그러자 순우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왕께오서는 저를 시켜 초왕께 따오기를 헌상케 하셨습니다. 물가를 지날 때 따오기가 목말라하는 것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 새장에서 꺼내어 물을 먹였는데, 달게 마시던 따오기가 갑자기 도망을 가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아찔하여 저는 배를 찌르고 자살하려 했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저의 대왕님을 한갓 금수로 인해서 선비를 자살하게 했다고 오히려 비난하지나 않을까 두려워서 그만뒀습니다. 따오기는 다른 새와 비슷비슷한 놈이 많아 딴 새를 하나 구해 살짝 대치할까도 생각했습니다만 이것은 불신의 행위로 우리 임금님을 속이는 게 되기 때문에 그만뒀습니다. 한편 다른 나라로 도망칠까도 생각했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두 나라의 군주 사이의 선린이 두절되는데 마음아파 역시 그만뒀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잘못 저지른 죄를 고하고 머리를 조아려서 대왕께 벌을 받으려 하는 바입니다.” 순우곤의 말을 듣고 초왕이 말하였다. “과연 훌륭한 인물이로다. 제왕에게는 이런 신의의 신하들이 많이 있었구나.” 초왕은 순우곤에게 후히 상을 내렸으며, 사신으로 간 순우곤은 기대 이상의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순우곤은 따오기가 불쌍해서 놓아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의를 거짓으로 꾸미기 위해서 일부러 따오기를 놓아주었다는 점이다. 순우곤의 이러한 위계는 백성(따오기)을 위한다는 정치를 펴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권력과 영달을 꾀하는 정치의 속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순우곤은 이처럼 뛰어난 변론으로 마침내 제나라의 대부가 될 수 있었다. 제나라의 위왕이 위나라를 치려 하자 간하였던 순우곤의 진언도 명언에 속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한자로(韓子盧)란 매우 발 빠른 명견이 동곽준(東郭逡)이란 재빠른 토끼를 뒤쫓았습니다. 그들은 십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돈 다음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다섯 번이나 올라갔다 내려오는 바람에 개도 토끼도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때 이것을 발견한 전부(田夫:농부)는 힘들이지 않고 횡재를 하였습니다. 지금 제나라와 위나라는 오랫동안 대치하는 바람에 군사도 백성도 모두 지치고, 사기가 말이 아니온데, 서쪽의 조나라와 남쪽의 초나라가 이 기회를 보아 전부지공(田夫之功)을 거두려 하지 않을지 그게 걱정이옵니다.”
  • [코드로 읽는책] 아름다운 노년/지미 카터 지음

    ‘가장 성공적인 전직 대통령, 대통령을 거치지 말고 바로 전직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았을 사람, 대통령 일보다는 목수 일을 더 잘하는 사람….’ 제39대 미국 대통령인 지미 카터가 자신에 대해 내린 솔직한 평가다. 실제 그는 대통령으로 일할 때보다 은퇴한 뒤 더 다양하면서도 훌륭한 일들을 많이 해내고 있다. 백악관을 떠난 뒤 부인 로절린과 함께 카터 센터를 설립해 국제적 분쟁지역을 돌며 평화의 사절로 활동하기도 하고,‘사랑의 집짓기’운동에 참여하는 등 대통령의 ‘권위’가 아닌 ‘명예’를 이용해 존경받을 만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1년 한국에서 열린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서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사다리에 올라 땀을 뻘뻘 흘리며 망치질을 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 모습은 우리네 ‘전직 대통령들’이 보여준 은퇴후 모습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름다운 노년(Sharing Good Times’(김은령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지난 삶을 회고하며 일과 여가에 대해 이야기한 산문집이다. 지금까지 주로 역사나 정치,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설과 시집, 회고록 등 무거운 주제에 대해 글을 써 온 그는 이 책에서 좀더 친근하고 즐거운 경험을 풀어 놓는다. 이제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가 된 그는 마치 손자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듯 조근조근 소소한 옛 기억들과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회고한다. 자신이 태어난 작은 농촌 마을 소년에서 해군사관학교 생도로, 주지사로, 대통령으로, 인권운동가로 조지아주 한적한 숲과 뉴올리언스, 워싱턴, 킬리만자로와 후지산, 한반도의 평양과 서울 등을 오가며 경험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소박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억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순간이니 그 순간을 절대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책을 통해 부인 로절린과 인생을 함께 해 오며 나눴던 즐겁고 슬펐던 경험은 물론 이혼 위기 등 심각했던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들려준다. ‘노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 것인가?’‘은퇴한 뒤 더 보람있고 멋진 인생을 사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9800원.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사설] 軍, 부실문책이 잇단 사고 부른다

    군에서 또 한심하고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저께 밤 강원도 해안에서 순찰근무중이던 소초장과 사병이 괴한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소총 2정과 실탄 30발을 탈취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장병 2명은 괴한들에 의해 승용차 트렁크에 갇힐 정도로 무기력하게 무장해제 당했다. 해안근무는 적의 침투에 대비한 최전방으로 근무의 긴장도가 철책선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장교와 사병 2명이 괴한 2명에게 이렇게 어이없이 당했다면 실제 침투상황이라면 어떻게 됐을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군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얼마전 비무장지대 철책선이 뚫렸고, 북한군인이 저항없이 남쪽으로 넘어오기까지 했다. 더욱이 최전방 초소에서 총기참사가 빚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군은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방지나 기강확립 대책을 내세웠지만 효과가 없었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무장경계병이 생명과 같은 총기를 뺏긴 일은 작은 일이 아니다. 작전실패는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실패는 용서받을 수 없다. 총기탈취범들이 어떤 참사를 빚을지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 군에 필요한 것은 투철한 군인정신과 기강확립이다. 최근 총기참사나 철책선 사고 등과 관련해 국방장관이나 해당 지휘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총기참사 부대 지휘관도 감봉3개월의 징계에 불과했다. 이런 솜방망이 문책도 군의 기강을 흩트리는 데 일조했다고 우리는 본다. 군은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특수집단이다. 군이 무엇을 하는 집단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과 총체적 점검이 시급하다.
  • 儒林(393)-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19)

    儒林(393)-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19)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19) 그 무렵 제나라에는 광장(匡章)이란 장수가 있었다. 용맹한 사람이었지만 평판이 매우 나빴다. 광장이 아버지와 싸워 불효하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광장이 아버지와 싸운 이유는 어머니가 남편인 광장의 아버지에게 부정한 죄를 지었으며 이로 인해 아버지가 직접 어머니를 살해한 데서 비롯되었다. 광장은 아무리 어머니가 부정한 죄를 지었다고는 하지만 어머니를 죽인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으며, 이로 인해 아버지와 싸우다 아버지에게 쫓겨남으로써 봉양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광장은 제나라에서 불효자라고 낙인찍히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맹자는 평판이 나쁜 광장과 교유하고 있었다. 교유할 뿐 아니라 예의까지 갖추는 것이었다. 이에 못마땅한 제자 공도자(公都子)가 맹자에게 묻는다. “광장은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불효자라고 칭하는 나쁜 사람입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어찌하여 그와 함께 놀러 다니시고, 또 게다가 예모까지 갖추시니 감히 무슨 까닭인지 묻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맹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세속에서 이른바 불효라는 것은 다섯 가지이다. 첫 번째 불효는 사지를 게을리 하여 부모의 봉양을 돌보지 않는 것이요, 두 번째 불효는 장기 두고, 바둑 두며,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부모의 봉양을 돌보지 않는 것이고, 세 번째 불효는 재물을 좋아하며 처자만을 사랑하고 부모의 봉양을 돌보지 않는 것이며, 네 번째 불효는 듣기 좋은 말과 화려한 것만 보려 하는 욕망에 따름으로써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요, 다섯 번째 불효는 용기를 좋아하여 잘 다투며 사나워서 부모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그것인데, 장자(章子:광장)는 이 중에서 하나라도 있는가. 장자는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착하게 되기를 요구하다가 아버지에게 쫓겨나 효를 다할 수 없게 된 것뿐이다. 이에 장자는 자신이 어떻게 아내와 자식들의 봉양을 받을 수 있겠는가에 생각이 미쳐 아내를 내보내고 아들을 물리쳐서 종신토록 봉양받지 않았으니, 마음에 결정하기를 ‘이처럼 하지 아니하면 이는 죄 중에서 큰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으니 이런 사람이 바로 장자인데, 어찌 그를 불효하다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답변을 통해 맹자가 세평에 흔들리지 않는 심지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어머니가 비록 부정한 일을 지었다고는 하나 아버지에게 살해됨으로써 이에 부당함을 탓하다가 쫓겨나게 되자 자신도 가솔(家率)을 거느릴 자격이 없다고 해서 가정을 해체하였던 광장은 맹자의 눈으로 보면 ‘용기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광장이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전한(前漢)시대 때의 유향(劉向)이 쓴 ‘전국책(戰國策)’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광장이 제나라 장수가 되어 진나라와 싸웠다. 왕은 광장의 어머니가 마잔(馬棧)에 묻힌 것을 생각하고 ‘전승을 거두면 반드시 그대의 어머니 묘를 이장해 주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광장은 말하였다.‘제 어머니의 묘를 이장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께 죄를 지었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묘를 어떻게 하라는 말씀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어머니의 묘를 이장하면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속이게 되는 것이니 감히 이장할 수 없습니다.’ 진나라와 전쟁할 때 제나라의 정탐병이 왕에게 광장이 진나라에 투항하였다고 세 번씩이나 고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속이지 않는 광장인데 어찌 살아 있는 나를 속이겠는가.’”
  • [문화마당] 삶과 죽음/최준식 이화여대 교수

    지난달 초에 우리는 한국죽음학회라는 별종의 학회를 만들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삶만큼이나 중요한 것인데 한국 사회에서는 그동안 죽음을 너무나 외면하고 금기시해왔기 때문에 이런 정황을 조금이라도 바꿔보자는 의도로 학회를 만든 것이다. 호응이 어느 정도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학회가 끝난 뒤 후폭풍은 실로 대단했다. 간사가 전화를 다 받지 못할 정도로 전화가 폭주했으니 말이다. 그것을 보고 나는 우리 사회가 죽음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인간의 죽음과 관계된 문제는 실로 다양하다. 임종 환자를 보살피는 문제부터 해서 안락사 문제, 노인 복지 문제, 자살 문제, 장례 문제 등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다 죽음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발표했던 주제는 사후(死後)의 삶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나는 죽음의 언저리에 다녀온 사람들의 체험인 근사(近死) 체험 혹은 임사(臨死) 체험에 관심이 있어 이것을 다루었다. 이 체험을 영어로는 ‘near-death experience’라고 하고 줄여서 그저 NDE라고도 한다. 이것은 일단 죽었다고 선고받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와 의식 불명의 상태에 있었을 때 겪은 체험에 관한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비슷한 유형의 체험을 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죽었다고 해서 자기가 사라지기는커녕 모든 것을 더 생생하게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쉽게 말해서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자기라고 불리는 의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약간의 논리적인 비약이 있을 수 있지만 사후생은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근사 체험을 한 사람들의 보고를 들어보면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이 많이 발견된다. 어떤 사람이 큰 교통 사고를 당했다. 몸이 튕겨져 나가고 만신창이가 되어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엉망이 된 내 몸이 밑에 보였다. 살아남은 친족들은 내가 죽었다고 울먹였다. 나는 내가 죽지 않았다고 그들에게 말했지만 그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곧 구급차와 대원들이 도착했다. 나는 구급차의 번호를 볼 수 있었고 대원 이름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곤 병원으로 실려가는 내 몸을 따라 내 의식도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 들어가 여러 응급처치를 받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몸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의식이 돌아온 후 나는 의사나 주위의 친지들에게 그 사이에 겪었던 체험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너무 큰 사고를 당해 헛것을 보았다고 하면서 내 이야기를 전혀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사고 현장을 보았던 구급차 번호와 대원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물론 그것은 정확한 사실이었다. 그제서야 그들은 수긍하는 척을 했지만 여전히 반신반의의 태도를 보였고 그것마저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내용이 근사 체험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유형이다. 이들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체험담을 전혀 들어주지 않자 나중에는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그러나 본인은 이 체험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본인 삶의 질이나 양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삶에 새롭게 눈뜨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에서 사랑을 느끼고 자연과 우주에 대해 배우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이 생에서 사는 순간순간이 너무나 귀중하게 생각되는 등등 그의 삶이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접한 것은 모두 미국 책을 통해서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근사 체험에 대한 연구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나타난 레이먼드 무디 2세와 퀴블러 로스박사의 연구가 그것이다. 미국은 그 뒤 근사 체험에 대해 엄청난 연구 결과를 산출해 냈는데 한국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이것은 한국인이 너무 삶에만 집착하기 때문은 아닐까?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
  • [아빠 학창시절 그방엔…] 샤워 200시간 기록세운 사나이

    무덥고 짜증스러운 날에 계속 샤워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시원할 수가 없겠는데 200시간동안 계속 샤워를 해서 이 방면의 신기록을 세운 사나이가 있다.서독 코리른에 사는 37살난 클레멘스 퀴테르라는 사나이는 이미 120시간 목욕탕 욕조속에 머무른 세계기록을 가지고 있고, 큰 조개 35인분을 먹어 치워 조개 먹기 세계선수권자이기도. 뮈테르는 시장에서 고함지르기 유럽챔피언까지 지녀 어쨌든 세계신기록 3관왕인 셈. 선데이 서울 1977년 8월 14일자
  • [프로야구2005] 독수리 다시 날다

    한화가 ‘부활 독수리’ 문동환(33)의 역투에 힘입어 후반기 첫 승을 낚으며 3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한화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선발 문동환의 역투와 5번타자 이도형의 투런홈런에 힘입어 두산을 3-0으로 물리쳤다. 한화는 2위 두산을 3경기차로 추격했고, 동시에 지난 6월18일 이후 잠실구장 6연패도 털어버렸다. 이날 문동환은 최고 145㎞의 직구와 129㎞의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두산 타자들에게 8이닝 동안 6안타를 맞으면서도 4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97년 프로에 데뷔한 문동환은 98년 12승,99년 17승을 거두며 롯데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하지만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으로 2001∼02년 단 2승씩에 머물렀고, 지난해 한화로 이적한 뒤에도 4승15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올시즌 ‘재활공장장’ 김인식 감독의 조련을 통해 마운드의 핵으로 재기하며 이날까지 6승4패에 방어율 3.85를 거뒀다. 4위 SK는 문학에서 이호준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꼴찌 기아를 10-6으로 눌렀다.‘주포’ 이호준은 최근 5경기에서 4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뽐내며 심정수(삼성)와 함께 홈런부문 공동2위(18호)에 올라섰다.4연승을 내달린 SK는 지난 6월25일 이후 홈에서만 8연승,‘안방불패’ 행진을 이어갔다. 전날까지 승률 .4625로 공동6위에 머물던 두 팀의 대결에선 LG가 웃었다.LG는 수원에서 선발 최원호의 8이닝 1실점 호투와 10안타를 효과적으로 집중시켜 현대를 7-3으로 격파,3연패에서 벗어났다. 한편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삼성)은 사직 롯데전에서 3회 상대 선발 장원준에게 볼넷을 골라 사상 첫 1000사사구를 기록했다. 삼성은 롯데를 4-2로 제치고 후반기 시작과 함께 2연승,2위 두산과의 격차를 3.5경기로 벌렸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공공·공영주택 후분양제 분양권 전매도 전면금지

    한나라당은 19일 대한주택공사나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시개발공사 등이 공급하는 공공 및 공영 주택에 대해 후분양제를 즉시 시행하고, 민간이 공급하는 주택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가운데 난개발이 진행되거나 우려되는 취락지구 등지를 100만∼200만평 규모의 신도시로 조성하되, 녹지 등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개발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투기와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돼 온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고, 새로 구입한 부동산을 등기할 때 실제 거래가격을 의무적으로 기재토록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이같은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마련,20일 회의에서 마지막 조율을 거친 뒤 최종 당론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특위 관계자는 “시장원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급 조절을 통한 집값 안정과 과세의 투명성 및 형평성에 초점을 맞춰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부동산대책은 ▲수급 조절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 ▲분양가 투명성 확보 ▲양도소득세 등의 과세기준 강화 ▲주택시장의 왜곡된 유통구조 시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보유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누진세율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을 겨냥한 현행 종합부동산세는 과세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는 만큼 과세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세율 조정을 통해 모든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이 경우,9억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도 종부세 과세대상에 포함돼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주택가격에 따라 세율이 달리 정해지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세금 부담도 커진다. 현행 종부세 과세기준은 주택의 경우 9억원 이상, 나대지 6억원 이상, 사업용 토지 기준시가 40억원 이상 등으로 제한돼 있고, 빌딩이나 임야·전답·비업무용 토지 등은 과세대상에서 배제돼 있어 형평성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음주운전 검사나, 수갑 채운 경찰이나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가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돼 수갑을 찬 채 경찰서에 연행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어떻게 법을 다루는 검사가 음주운전을 했으며, 더욱이 수갑까지 차게 됐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근 김종빈 검찰총장은 검찰직원들에게 폭탄주를 마시지 말고 골프를 칠 때도 신중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총장의 지시는 검찰의 기강을 세우고, 복무자세의 쇄신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도 검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났으니 부끄러운 노릇이다. 검사의 권한과 그에 따르는 사회적 의무는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대검 감찰부가 물의를 빚은 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하니 사실관계를 확실히 밝혀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검사의 음주운전 사건이 드러난 데는 최근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간의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찜찜한 부분도 없지 않다. 검사의 음주운전은 지난달 23일 새벽에 적발됐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은 한달 가까이나 지난 최근이다. 경찰이 검찰에 대한 불만에서 사건을 공개했어도 문제고, 덮어두었다고 해도 문제다. 법의 행사나 집행에 권력기관의 갈등이 개입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검사가 수갑을 차게 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 경찰은 고성을 지르며 저항했기 때문에 수갑을 채웠다지만 검사는 아무 설명없이 수갑을 채웠다고 주장한다. 검사가 신분을 밝혔든 안 밝혔든 범법행위는 달라질 게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음주단속에서 수갑을 차는 일은 드물다. 검사의 음주운전은 변명할 여지가 없지만 경찰의 단속과정에서 인권침해의 소지는 없었는지도 가려야 할 것이다.
  • [깔깔깔]

    ●변강쇠와 옹녀 어떤 남자도 성에 차지 않던 옹녀가 방을 붙였다. ‘나를 뿅 가게 해주는 남자에게는 전 남편들에게서 받아둔 재산의 반을 주고 결혼하겠다.’ 보름 동안 선발시험을 치렀지만 쓸 만한 사내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날 등장한 사나이가 바로 변강쇠였던 것. 그는 100회 연속상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랬다. 변강쇠는 실로 대단했다. 이윽고 ‘그것’ 연속 95회에 이르자, 옹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와 산다면 ‘그것’은 취미생활을 넘어 큰 고통이 될 것만 같았다. 게다가 절반의 재산을 떼어주는 것도 아까워졌다. 옹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건 좀 아니었던 것 같아. 이것도 아냐.”라며 옹색한 변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변강쇠가 벌컥 화를 내며 하는 말. “좋아, 자꾸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해!”
  • “신문법 편집권조항 포기 성급했다”

    “신문법 편집권조항 포기 성급했다”

    여권의 4대개혁입법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초 통과된 신문법. 유일하게 통과는 됐다지만 이런저런 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사주에 의한 전횡’을 막기 위한 각종 장치를 규정한 조항들이 모두 삭제되거나 완화된 것. 당연히 언론개혁진영에서는 ‘누더기 법안’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의외로 대응은 차분했다. 비판은 커녕‘절반의 성공’이라는 자찬까지 나왔다. 신문에 대한 지원을 규정한 조항들이 살아 남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 뒤 신문법을 두고 ‘몸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기사나 사설을 통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헌법소원을 직접 냈다. 한나라당도 이에 동조해 법안을 재개정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됐나. 지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월례발표회에서 이와 관련한 언론개혁 진영의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와 한겨레신문 조준상 기자가 주제발표에 나섰다. ●현실적인, 너무도 현실적인…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는 비판이 가장 강했다. 김 교수는 언론개혁 진영의 문제의식을 ‘사주의 지면사유화 방지’라고 요약했다. 그동안 편집권 독립을 위한 숱한 제안과 시도들이 있었지만 ‘사주’ 앞에서는 모두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유지분 제한이나 편집권 독립을 위한 강제규정 등이 만들어졌지만 이 조항들은 처음부터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이해가 간다.”면서 “그러나 본질적인 과제가 논란없이 넘어간 것은 뒷날 더 약한 개혁조항에도 기득권 집단의 반발을 야기할 것을 예고하는 과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어차피 안될 것이라거나, 혹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너무 일찍 가졌고, 동시에 정치권에 노출시켰다는 지적이다. 그러니 정작 핵심조항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양보와 타협을 요구하는 주장들이 분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토론에 나선 손석춘 중앙대 겸임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손 겸임교수는 “초창기 언론개혁진영에 섰던 많은 인사들이 지금은 언론계의 중요한 지위에 진출해 있다.”면서 “이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나 이들을 제대로 견인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현실순응주의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엉거주춤한 언론노조? 언론노조의 엉거주춤한 태도도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개별 언론사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노조들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노조란 노조원의 권익보호기구라는 성격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최근 지역국 통·폐합 문제를 두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는 KBS노조의 행태가 사례로 제시됐다. 또 경영난을 이유로 방송발전기금을 못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방송사 노조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겨레 조준상 기자는 이같은 문제는 언론노조가 ‘언론운동의 성격’과 ‘노동운동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됐다고 정리했다.KBS의 개혁이라는 점에서 지역국 통·폐합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보자면 지역국 통·폐합은 정리해고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에 ‘악’이다.KBS노조는 강하게 반발하지만 정작 기자나 PD들의 노조 행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발전기금 논란 역시 방송의 특수성을 그 때 그 때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슈에 대해 언론노조는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갈등들이 각 직능간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조 기자는 특히 2007년 허용 예정인 복수노조의 출범을 우려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자,PD, 기술, 행정직 등이 각 직능별로 따로 모여 ‘직능별 노조’로 분열하는 경우다. 서로 살 길을 찾아서 헤어지자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하면 언론노조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 기자는 “최선의 길은 언론노조 아래 각 직능별 협의회가 구성되는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신용카드 결제거부 年4만건·세무조사는 ‘0’

    신용카드 결제거부 年4만건·세무조사는 ‘0’

    ‘탈세’를 위해 신용카드의 사용을 거부하거나 6∼10%의 수수료를 고객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매년 수만건에 이르는데도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중고업체, 전자상가, 자동차정비업체, 금은방 등은 전국적인 조직망을 등에 업고 국세청 통보나 검찰고발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당국의 법집행 능력이나 의지에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당국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가맹점 “카드 쓰려면 6~10% 더 내라”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율현동 중고자동차 매매단지를 찾은 회사원 P씨는 울화통을 터뜨렸다.750만원짜리 중고차를 사려는데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다. 정부가 카드 사용을 장려하는데 왜 받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러면 6%의 수수료를 내라.”고 했다.45만원을 더 내라는 것. 카드 수수료는 가맹점 부담이 아니냐는 주장에 “싫으면 현금을 내든지 아니면 다른 데로 가봐라.”고 윽박질렀다. 가까운 성남의 중고차매매단지를 찾았지만 그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업체 관계자는 “카드로 받으면 세금을 내야 하는 사업실적에 잡힌다.”며 “중고차 1대 팔아 1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는데 60만∼70만원을 카드 수수료와 세금으로 내면 누가 카드를 받겠느냐.”고 되물었다. 용산이나 청계천 주변의 전자상가, 자동차정비업체, 금은방에서도 다르지 않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를 취급하는 김모씨는 카드 사용시 10%를 더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 금은방 대표는 현금이 원칙이지만 카드를 받을 때에는 수수료와 세금을 포함,10% 가까이 더 받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현금으로 거래하면 값이 싸 고객도, 판매자도 좋은 데 왜 카드를 고집하느냐는 것. 한마디로 탈세 대열에 동참하자는 꾐이다. ●카드 불법 신고해도 세무조사 안해 여신금융전문법 19조는 카드 가맹점이 회원에게 수수료나 카드 사용에 따른 불이익을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당국의 조사나 처벌은 ‘가뭄에 콩나듯’ 하다. 금융감독원 신용카드 불법거래 감시단에 카드수수료 부당요구나 카드사용 거절과 관련해 걸려오는 전화는 하루에 100건이 넘는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말했다.1년이면 4만건에 육박하는 셈이다. 금감원은 부당행위가 신고되면 일단 카드사에 조사를 의뢰하고 나중에 결과를 통보받는다. 카드사는 고객과의 중재를 권유하지만 가맹점들이 현금을 요구해 피해자들은 아예 거래를 포기한다. 카드사는 이 경우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본다. 그래도 끝까지 다툼이 있으면 금감원에 통보한다. 금감원이 이같은 사례를 취합해 국세청에 통보한 건수는 2003년 577건,2004년 784건, 올들어서만도 207건에 이를 정도다. 이 정도면 불법행위가 아주 심각한 수준인데도 국세청은 한차례의 세무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통보받은 자료는 과세자료에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나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한 경우도 있으나 징역형은 1건도 없고 일부만 벌금을 물린 것으로 안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국세청에 신고해라” 금은방 등 배짱영업 카드사들은 법 집행권이 없다고 발뺌했다. 가맹점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다는 엉뚱한 주장만 되풀이했다. 소비자보호원을 주관하게 될 공정위는 신용카드는 재정경제부나 금감원 소관사항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법 제·개정권만 가졌지 감독기능은 금감원이 전담한다고 둘러댔다. 금감원은 국세청과 검찰에 통보하지만 조사·제재권이 없기에 한계가 있다며 법 집행의지가 없는 여신금융전문법은 사문화된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국세청은 불법행위 신고만으로 탈세한다는 증거가 없으며 나중에 과세자료로 활용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탈세의혹을 갖고 국세청에 신고하려 하면 신용카드와 관련된 부당행위는 금감원이 주관한다며 상담조차 받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이나 중고차 등의 경우 가격이 비싸 신용카드를 사용해 연말 소득공제에 활용하려 하지만 말로만 세무행정 투명화를 외치는 당국의 수수방관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현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세청에 신고하라는 업자들의 ‘배짱’에는 분통만 터뜨릴 뿐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백반증’ 레이저로 잡는다

    ‘백반증’ 레이저로 잡는다

    백반증. 피부 색소가 없어지면서 특정 신체 부위가 하얗게 변색되는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여름나기가 힘겹다. 겨울과 달리 여름에는 옷이 짧아져 아무리 애써도 병변 부위를 감추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백반증을 가진 사람들은 여름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백반증 스트레스를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레이저를 이용한 백반증 치료술이 보험 적용을 받게 된 때문이다. 예컨대 병변 부위가 10㎠ 이하, 즉 50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의 백반증을 치료하려면 예전에는 환자 부담금이 3만원을 넘었으나 이제는 1만원 정도면 된다. ●백반증이란 백반증이란 피부 멜라닌 세포가 소멸되면서 피부에 다양한 형태의 흰색 반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0.5∼2%에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피부 백반화 외에 특별한 자각증상은 없으나, 대부분 병변 부위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옷으로 가릴 수 있는 몸통에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얼굴이나 손처럼 노출 부위에 생겨 취업이나 생업에 지장을 주는가 하면 대인기피증 등 심각한 스트레스 후유증을 보이기도 한다. ●원인과 진단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소인이 강해 가족력이 있으면 발생 빈도가 높으며, 그 밖에 자가면역에 의한 멜라닌 세포의 파괴, 스트레스, 외상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반증은 임상적 증상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슷한 증상의 다른 질환도 있으므로 자세한 병력 청취와 환부검사, 자외선을 병변에 비추어 관찰하는 우드등검사, 곰팡이검사나 조직검사로 진단하기도 한다. ●증상 우윳빛 탈색반이 피부 어디에나 생기나 특히 손, 발, 무릎, 팔꿈치 등 뼈가 돌출된 부위나 눈과 입 주위에 많이 생긴다. 또 외상 부위에 백반증이 생기기도 하므로 백반증을 가진 사람은 외상을 주의해야 한다. 백반증은 단순한 피부 탈색 말고도 눈의 홍채나 망막의 색소이상을 초래하기도 하며, 갑상선 기능 이상, 당뇨병, 악성빈혈, 원형탈모증, 홍반성 낭창, 피부경화증 등 자가면역성 질환 발생률도 높인다. ●치료 최근 백반증 중 외부에 노출되는 부위, 즉 얼굴과 목, 팔 전체와 손, 무릎 이하에 대한 엑시머레이저 치료가 보험 대상으로 인정돼 치료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엑시머레이저 치료는 백반증에 가장 효과적인 308nm 파장의 레이저를 환부에 쪼여 피부 속 멜라닌색소를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광선치료에 비해 멜라닌 생성효과가 크고 빠르며, 치료 기간도 최고 3분의1까지 줄일 수 있다. 통증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매주 2∼3회 간격으로 1∼2개월 정도면 가시적 치료효과가 나타나며 얼굴의 경우 4∼5개월 후면 75% 이상 호전된다는 임상 보고도 있다. 엑시머레이저 이전에는 자외선을 이용한 광선치료, 스테로이드 제제를 국소 도포하거나 주사제로 투여하는 치료, 면역억제제나 표피이식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표피이식술은 병변의 변화가 없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으며, 광화학 치료는 광독성 약물인 소랄렌을 복용하거나 피부에 도포해야 해 임신수유부, 방사선 치료력이나 피부암 병력이 있거나 백내장, 심혈관 질환, 간질환, 신장질환, 수포성 질환, 면역 결핍 환자, 홍반성 낭창 등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아름다운 나라 피부과·성형외과 부설 백반증 레이저센터의 류지호 박사는 “2003년부터 엑시머레이저로 백반증을 치료한 결과 40회 치료 후 얼굴 병변 부위의 75% 이상이 호전된 환자가 69%나 됐다.”고 밝혔다. 이 임상 결과는 오는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릴 유럽 피부과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 도움말 류지호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달라진 문화지도] 기업 문화마케팅, 예술계 핵심주체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LG계열사 사장단과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은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 총출동했다. 독일의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슈의 창작극 ‘러프 컷’을 보기 위한 공연 나들이였다.LG그룹은 ‘LG브랜드’출범 10주년을 맞아 한국을 소재로 한 이 공연에 10억원을 지원하며 문화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기업들이 문화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음악, 미술, 각종 공연 등의 후원에 나서면서 문화예술계 전반을 움직이는 파워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이미지 제고와 사회공헌 활동 참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화 마케팅’인 만큼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문화 사업 및 지원활동이 활발하다. 그러다 보니 정부보다 기업이 우리의 문화 인프라구축의 핵심 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각 기업들은 문화예술의 여러 분야에 걸쳐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저마다 오너들의 취향 등을 반영, 특정 분야에 지원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삼성그룹은 미술 분야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클래식 음악에서,LG그룹은 무용 등 공연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65년 삼성문화재단을 만들어 일찌감치 문화예술 지원활동에 나선 삼성그룹은 기업들 가운데 가장 ‘큰 손’이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981억원이고, 삼성문화재단은 922억원에 이른다. 문화재단은 삼성미술관 리움, 호암미술관, 로댕갤러리, 삼성어린이박물관 등에서 고유 사업을 펼치고 있고, 삼성전자 등 계열사는 다양한 공연 및 행사에 협찬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구분돼 있다. 지난 1977년 설립된 금호문화재단은 지난해 43억원을 음악 및 미술사업과 장학사업에 지원했다. 올해 57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금호문화재단은 지난 5월 작고한 고(故) 박성용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클래식 전용홀인 금호아트홀 및 어린이전용 클래식 무대 개관, 유망연주자에 세계 명품 악기 무상대여 등 클래식 음악계의 저변을 넓히고, 차세대 유망 연주자들을 키워왔다. LG연암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LG아트센터는 무용, 재즈 등 공연에서 앞서간다. 지난 2000년 개관 이후 국내외 수준 높은 공연을 주최한 공로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기업에 주는 ‘2003 메세나 대상’을 받기도 했다. 문화예술 사업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모임인 한국메사나협의회 회원 기업들은 올 1·4분기 기준 195개사. 지난 2003년 130여개사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메사나협의회 박찬 사무처장은 “문화 이미지를 기업의 브랜드에 접목할 경우 상품이 보다 고급스럽게 보일 수 있고, 사회 공헌활동 참여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기업들이 문화 활동에 적극적”이라고 밝혔다.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나눔 세상] 꽃향기에 담은 ‘이웃사랑 7년’

    [나눔 세상] 꽃향기에 담은 ‘이웃사랑 7년’

    14일 오전 5시 서울 서초동 강남터미널 꽃 도매상가. 새벽 어스름 속에 붉은 장미꽃을 고르는 권순향(45·인천 부평)씨의 손길이 바쁘다. 플로리스트(꽃 디자이너)로서 20년 넘게 꽃시장을 누볐지만 이른 새벽 꽃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상쾌하다. 이날 고른 장미들은 인천 부평보건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에게 전해졌다.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꽃향기를 맡으며 기쁨과 평안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삭막한 공간에 희망 심고 싶어” 권씨가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무료로 꽃을 전달해 온 지도 벌써 7년이 됐다.1999년부터 매주 부평의 경찰서 유치장, 정신병원, 사회복지관, 치매환자보호소 등 13곳에 무료로 사랑의 꽃배달을 해 왔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통해 전달된 꽃이 어림잡아 10만송이가 넘는다. 꽃 배달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99년 어느 날 봉사활동을 위해 경찰서 유치장을 찾았는데 왠지 모를 답답함이 가슴을 조여 왔어요. 희한했던 것은 꽃꽂이를 해둔 꽃도 바깥에서보다 유난히 빨리 시들었죠. 콘크리트와 쇠창살, 삼엄한 감시의 눈초리를 꽃들도 알아챘던 모양이에요.” 권씨는 처벌을 위해 만들어진 그 삭막한 공간에 작은 힘이나마 희망을 불어넣고 싶었다. 매주 유치장 꽃배달을 시작했다. 이어 무의탁 치매노인과 무연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들로 ‘희망배달’의 범위를 넓혀 나갔다. “작은 꽃다발에 아이들처럼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을 보면 오히려 제 손이 부끄러워질 때가 많아요. 특히 난생 처음 장미를 만져 봤다는 20대 정신질환자의 미소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달 재료값만 120만원 넘어 권씨는 최근 색다른 일을 시작했다. 저녁 무렵 동네 지하철역 부근과 아파트단지에서 퇴근하는 남편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고 있다. 아내에게 전해 주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사랑을 표현하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머쓱한 표정으로 피해 가던 중년남성들도 이제 아무렇지 않게 줄을 선다. 그런 통에 500송이의 장미 다발이 없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어떤 때는 머리 희끗희끗한 아저씨들이 남은 꽃 없느냐고 울상을 짓기도 하지요. 바로 이런 게 꽃의 위력 아닐까요.”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재료값이 만만치 않다. 한달 평균 12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재료비는 주말마다 결혼식장의 꽃장식과 부케를 제작해 주면서 충당한다. 여기에는 권씨가 운영하는 화훼동호회 ‘향기나눔’ 회원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 가끔 주위에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식사나 생활용품 같은 것을 사 주는 게 훨씬 낫지 않으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권씨의 생각은 다르다.“빵이 줄 수 있는 게 있고, 꽃이 줄 수 있는 게 있다.”고 잘라 말한다.“밥과 빵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생활의 여유”라면서 “자기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봉사를 꾸준히 실천할 때 세상은 꽃보다 아름다워질 것”이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김훈 장편소설 ‘개’

    뜻밖이다.‘칼의 노래’‘현의 노래’에서 역사속에 박제된 인물들에게 부드러운 살과 더운 피를 부여해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으로 되살려냈던 선 굵은 작가 김훈(57)이 말랑말랑한 성장소설이라니. 그것도 사람이 아닌 ‘개’가 주인공인 우화소설이다.‘현의 노래’이후 1년여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개’(푸른숲)는 작가가 자전거를 타고 강토 곳곳을 돌아다니다 마주친 주인없는 개들에게서 모티프를 얻었다. 더 정확히는 굳은 살이 박힌 개의 발바닥이다. 작가는 그들의 새까맣게 굳은 살에서 ‘제 몸의 무게를 이끌고 이 세상을 싸돌아다닌 만큼의 고통과 기쁨과 꿈이 축적되어 있음’을 들여다봤고,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 인간사의 고통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진돗개 숫놈인 보리는 수몰을 앞둔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보리는 다섯형제 틈바구니에서 엄마 젖을 차지하기 위한 생존의 본능을 체득하고, 앞다리가 부러진 맏형의 죽음을 통해 존재의 비애를 직감한다. 하지만 어린 보리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은 아직 찬란한 빛이 가득한 경이로움 그 자체다. 마을이 물에 잠긴 뒤 주인 할머니의 아들을 따라 바닷가 마을로 옮긴 보리는 생의 이면들과 하나씩 마주친다. 짝사랑하는 암캐 흰둥이를 그저 먼발치서 바라만 보고, 자신보다 몸집이 크고 사나운 ‘악발이’와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작가가 품고 있는 인간에 대한 따듯한 연민의 시선은 곳곳에 아름다운 장면들을 숨겨두고 있다. 고깃배에 몰래 올라 탄 보리가 혼찌검 대신 주인의 밥을 나눠먹는 장면, 주인집 딸 영희가 다니는 학교의 정다운 풍경, 보리가 죽은 주인의 정을 잊지 못해 무덤에 코를 박는 대목 등은 애잔한 슬픔을 자아낸다.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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