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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 여론조사(하)] 광역단체장 잇단 비리… 능력보다 ‘청렴성’ 우선

    국민들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광역단체장의 자질은 청렴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렴성이 30.4%로 가장 높게 나타난 데 이어 추진력(27.6%), 리더십(17.6%), 경륜·경험(9.2%), 행정 전문성(7.9%), 정치적 역량(3.8%), 친화력(3.2%) 등의 순이었다. 능력보다 청렴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성별로 분류해 보면 남성은 청렴성(31.0%)을, 여성은 추진력(30.2%)과 청렴성(29.8%)을 상대적으로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연령대별로 볼 때 20대는 추진력(25.4%), 청렴성(23.3%), 리더십(22.8%) 등이 고루 중요하다고 답한 반면 30대(32.5%), 40대(31.5%), 50대(32.3%)에서는 모두 가장 중요한 자질로 청렴성을 선택했다. 지역별로 볼 때 광주·전라(42.3%)는 청렴성을, 대구·경북(38.1%)과 부산·울산·경남(35.6%)은 추진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역별 특성은 지지정당별 특성으로도 연결됐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추진력(30.4%)을,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청렴성(37.7%)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정치성향별로 볼 때 진보(31.1%)와 중도(32.6%) 성향에서 각각 청렴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성향 응답자는 청렴성(27.1%)과 추진력(28.3%)을 고루 지목했다. 적극적 투표 의사층도 청렴성(30.1%)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2007년 대선 당시 도덕성보다 능력이 중시되었던 것과는 대조된다. 이러한 역전 현상은 지방정부에서 각종 비리가 불거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행정안전부와 각급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민선 4기 출범 이후 18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비리 등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단체장도 10명 가까이 된다. 김형준교수·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등장인물 변신남(남·46세), 조사원(남·30세), 여직원, 남직원, 젊은 여인, 교복1·2, 양복남자, 전당포주인, 딸(변신남의), 아내(변신남의), 문신 남자, 교도관, 사람들1·2·3·4, 노숙자들 ※변신남과 조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배역은 1인 다역을 하도록 한다(젊은 여인?변신남의 아내/여직원?변신남의 딸, 사람들2, 노숙자/교복1·2?사람들3·4, 노숙자/양복남자?문신남자/전당포주인?교도관, 노숙자/남직원?사람들1, 노숙자). 시 간 현재 무 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공간·디테일·조명 등으로 처리되며, 소도구는 극의 진행에 따라 사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전환은 ‘변신남’의 회상을 재현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특별한 논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동 또한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여행하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민원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여직원 어서 오십시오. 시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입니다. 젊은여인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남편 어디 있어요? 여직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여인 내 남편이요. 여직원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까? 젊은여인 전화요. 전화가 왔었어요. 여직원 아, 그럼 남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젊은여인 김상수. 여직원 김상수님…(컴퓨터로 조회해 보고) 두 분이신데…, 혹시 관리번호 받으셨습니까? 젊은여인 번호요? 아, 번호.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건가요? 여직원 네, 맞습니다. 3-17이면··· (찾고) 아, 저희 쪽에 계시네요. 잠시만요. (인터폰으로) 3-17번 보호자 분 오셨습니다. (끊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여인 내 남편, 괜찮은 거죠? 여직원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젊은여인 어디 다친 데는 없구요? 여직원 그러시리라 예상되지만, 나중에 정확한 검진은 필요하실 겁니다. 젊은여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마나 걸리나요? 여직원 …네? 젊은여인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요. 여직원 개인차가 좀 심해서, 보통은 일주일에서 한 달인데 요즘은 더 짧거나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직원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젊은여인 (남직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듯) 자기야. 남직원이 상자를 내밀고는 뚜껑을 열어 젊은 여인에게 보인다. 상자 안에는 덩그러니 머그컵 하나가 들어 있다. 젊은여인 (여직원을 쳐다보고는) 컵이네요? 여직원 (한번 들여다보고는) 네, 컵이네요. 뭘로 변신하셨는지 전해 듣지 못하셨나요? 젊은여인 (컵을 본다) 남직원 남편 분은 오늘 아침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컵으로 변신하셨습니다. 젊은여인 머그컵으로요? 남직원 예. 젊은여인 이게 설마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남직원 (주머니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건네며) 정확한 변신 추정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을지로 일대가 잠시 마비가 됐었습니다만, 다행히 저희 관리국의 발 빠른 긴급대응으로 출근 대란은 없었습니다. 젊은여인 말도 안 돼…. 아침까지 말짱했는데요. 남직원 요즘 유행하는 변신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옷도 소지품도 남기지 않은 채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죠. 젊은여인 (컵을 받아들고 바라보다가) 남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직원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젊은여인 돌아오기는 하는 거예요? 남직원 (여직원에게) 안내를 충분히 안 해드렸나요? 여직원 그게…. 젊은여인 영영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남직원 대개는 돌아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죠.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발생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질병이라서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통계도 잡혀 있지 않고,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도 뭣하고 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젊은여인 그건 안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직원 너무 염려 마십시오, 돌아오실 겁니다. 다만 깨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변신하셨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어느 한 곳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이나 신경들이 뒤엉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여인 (컵을 보며 울먹이는) 자기야…. 남직원 자동차는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일주일 이내에 순서에 따라 댁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편 분께서 본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저희 본부민원실이나 희망2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직원 언제든지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내밀며) 여기 인수증에 사인해주시겠어요? 남직원, 머그컵을 챙겨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데 젊은 여인이 컵을 들어 바라본다. 젊은여인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곰이에요. 남직원 예? 여직원 (그림을 보고) 어머 그러네요. 젊은여인 남편이 동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늦었다고 그러면서 헐레벌떡 나갔었는데. (남직원을 향해) 그런데 왜 곰이 되지 않고, 하필 머그컵이 됐을까요? 남직원 …. 젊은여인 머그컵이 된 사람도 있었나요? 남직원 글쎄요. (여직원을 쳐다보며) …잘 모르겠습니다. 여직원 머그컵이 흔한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칫솔이 되기도 하셨고 선풍기나 베개가 된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는 스티커가 된 분도 계시는걸요. 젊은여인 스티커요? 여직원 네. 다섯 살짜리 따님의 장난감 휴대폰에 안전하게 붙어 있다가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젊은여인 그렇구나. (그림을 보며) 당신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잖아. 곰처럼 생기진 않았었는데. 여직원 외모와 변신은 별개랍니다. 젊은여인 그래도 컵은 좀. 남직원 왠지 여유로워 보이시는데요, 남편 분. 젊은여인 …. 남직원 꿀을 넣은 차 한 잔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죠. 변신하던 그 순간에요. 여직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는) 남직원 머그컵은 아주 낭만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여인 그런가요? 남직원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여직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희망2과도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남직원과 여직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다. 상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머그컵을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젊은 여인. 그러다가 그만 손에서 머그컵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머그컵. 놀라서 얼어붙은 세 사람.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암전. 어둠 속에서 뉴스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캐스터(목소리) 최근 무작위적인 변신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2시경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양동에 사는 서른두 살 박모 여인은 오늘 오전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인수받기 위해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았습니다. 인수증에 사인을 하기 전, 남편임을 확인하기 위해 컵을 들고 자세히 살피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려 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검찰은 직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를 범한 박모 여인을 구속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 훼손, 즉 살인이 아닌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모 여인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박모 여인에게 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시작되고 잠시 후, 희미하게 조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변심남과 조사원이 문서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가 끝나면 무대 완전히 밝아진다.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조사원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변신남. 변신남은 반팔 남방차림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사원 (자판을 두드리며) 깨어났는데 새벽이었단 말씀이시네요. 변신남 그렇다니까요. 조사원 쓰레기 집하장에서 말이죠. 변신남 정확히는 쓰레기 더미 사이였어요. 사방이 쓰레기봉투였고 머리 위로도 몇 덩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원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걸 알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그걸 알려 드리려면 저희 쪽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변신남 하고 있잖아요. 8월 1일. 그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조사원 휴대폰의 마지막 문자기록과도 일치하네요. 변신남 다 말했잖아요. 8월 1일 저녁에 마누라랑 딸이랑 쇼핑 간다고 문자가 왔어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직자에겐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천국이거든요. 조사원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신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맥줍니까? 변신남 맥주가 우리 집 찾는 거랑 뭔 상관입니까? 조사원 알코올 성분이 선생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변신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신남 나 술 쎄요. 맥주 세 캔에 필름 끊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조사원 (기록하며) 세 캔이라··· 아까는 하나 드셨다고 안 하셨나요? 변신남 하나고 셋이고 그 정도로는 멀쩡하다니까요. 이건 술과는 상관이 없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더니 깨지게 아팠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니까요. 조사원 예 알았습니다. 어떤 걸로 변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냥 깨어나 보니까 처음 와 본 곳이었고, 그 전의 모습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니까요. 조사원 변신 순간에도 혼자셨나요? 변신남 그걸 기억하면 내가 여기서 똑같은 얘기 반복하고 있겠어요? 조사원 오늘이 9월 30일입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분도 흔치 않지만 이렇게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 분은 없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변신 후 복귀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구요. 변신남 미치겠네 진짜. 휴대폰 기록과도 일치한다면서요. 조사원 잘 생각해보세요. 변신했다가 돌아온 분들은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들 있었습니다. 변신남 이유가 있을 거 아뇨. 이렇게 사람들이 변신하는 이유를 알면, 나도 그러그러해서 변했겠구나 추측도 하고, 그러면 자연히 내가 변신했었는지 단순 기억상실인지 분간도 가능하고. 조사원 저희도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변신남 최선만 다하면 뭐해요. 밝혀진 건 모두에게 알려서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치료하도록 해야지. 뭐든 불투명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 조사원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그런 거죠. 아니면 밝힐 단계가 아니거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예요. 질병은 만방에 알려 함께 고쳐나가는 게 맞는 거 아니요? 나 같은 케이스의 변신이 또 있을지 누가 알아요. 조사원 저희도 이게 변종인지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변신남 마누라랑 집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제 변태취급까지 하는 거요? 여기서 하는 일이 뭔데. 변신한 사람들, 아니 물건들, 집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고, 돌아오면 변신한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조사원 진정하십시오. 안 도와드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변신했는데 깨어나 보니 쓰레기장이었다는 건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거기다가 변신해 계셨던 기간도 길고, 어떤 걸로 변신해 있었는지조차 모르신다면서요. 변신남 나도 이상하니까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보통은 변신을 했을 경우 신고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시민들이 발견하고 신고를 해주시거든요. 저희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선 변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셨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하셨잖습니까. 변신남 내 마누라랑 딸이 없어지고 집이 이사를 갔다니까요. 조사원 그 점도 이상하구요. 변신남 변신이 틀림없어요. 내 기억에서 지워진 두 달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겁니다. 집이 사라지고 가족들도 연락이 안 되고. 뭔가 사고가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조사원 집에서 변신했다면 왜 사모님이 신고를 안 하셨겠어요. 변신남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겁니다. 조사원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앓으신 적은 없으시죠? 변신남 지금 장난합니까? 조사원 병력 사항 질문란에 적혀 있어서 그럽니다. (뭔가 기록하고)쓰레기장 주변 CCTV를 조사 중이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누군가 쓰레기장에 선생님을 옮겨 놓은 게 포착되면 역추적을 통해서 이동 경로가 파악되겠죠. 스스로 쓰레기장에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변신남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내 발로 쓰레기장에 들어가겠어요? 조사원 알겠습니다. 변신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냈다거나 하는 건 다시 알아볼 순 없습니까? 조사원 아까 알아봐 드렸잖아요. 변심남 그 사이에 또 뭐가 들어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사원 경찰서 조회 결과로도 확인되는 게 없고. 저희 쪽에도 신고된 게 아직 없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돼서 바로 뜨거든요. 변신남 …. 조사원 조만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신고를 하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변신남 (풀이 죽는다) 조사원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제일 빠릅니다. 변신남이 기억을 더듬어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 때, 돌멩이 하나가 변신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온다. 돌을 주워드는 변신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신남 그날도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왔던 것 같아요.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화요일이었나? 회사에 안 나가면서부터 요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요. 딸은 방학이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갔을 테고, 마누라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에 갔을 겁니다. 구립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육교가 하나 있어요. 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경찰이랑 얘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무대는 육교가 서 있는 도로가로 바뀌고 변신남이 돌멩이를 들고 육교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경찰의 모습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만 경찰과 인터뷰하듯 이야기한다. 변신남은 육교 건너편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교복1 진짜예요. 한순간에 변했다니까요. 교복2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교복1 바로 이 육교예요. 교복2 저기 위에 보이시죠? 우린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교복1 독서실은 반대쪽인데 떡볶이랑 순대 먹으려면 여기로 지나가야 되거든요. 교복2 그 시간에는 원래 육교에 사람이 없어요.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거든요. 교복1 우리는 그냥 여기로 건너요. 조금 편하자고 돌아가고 그러는 거 우린 안 하거든요. 이런 날씨에는 육교로 건너고 그러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요. 교복2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도 없고 거리가 한산하면서 묘하게 나른했어요. 교복1 네, 그냥 단순히 여름이라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일 것 같은 그런 날 있잖아요. (교복2에게) 좀 영화 같지 않았냐? 교복2 많이 영화 같았지. 교복1 그치그치. (앞을 보며) 한 아저씨가 육교로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와이셔츠를 입고, 보통 키에 그냥 흔한 아저씨였는데요, 우리는 반대쪽에서 올라갔고요. 교복2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아저씨 몸이 흐물거려 보였거든요. 교복1 아냐. 희미해 보이는 것 같았어. 옅어졌달까. 교복2 흐물거리던데. 교복1 희미해졌다니까. 교복2,1 (동시에 강하게 부정하며)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교복1 얘랑 저랑 말이 다른 게 아니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예요. 교복2 원래 같은 걸 봐도 느끼는 회로 방식이 달라서 그래요. 교복1 아무튼요··· 그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교복2 한순간에 펑. 교복1 ‘펑’은 맞는데 스모그는 없었지? 교복2 맞아. 스모그가 없어서 더 마술 같았어요. 교복1 만화영화 보면 사이즈가 팍팍 줄어들면서 변신하는 장면 있잖아요. 교복2 슬로모션처럼요. 촤르르르륵. 교복1 딱 그랬다니까요. 그러더니 호호아줌마처럼 펑, 교복2 하고, 돌멩이가 됐다니까요. 교복1 네? 아, 네. 저희가 원래 호흡이 척척 맞아요. 돌멩이요? 교복2 그게요…. 교복1 사실 그 돌멩이 때문에 저희가 제보를 드린 건데요…. (교복2에게) 내가 말해? 교복2 (끄덕인다) 교복1 얘가요…, 장난으로 그 돌멩이를 차버렸거든요. 교복2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아저씨가 돌멩이로 변해서, 그걸 보는 순간 제 눈을 믿기 힘들어서, 한번 건드려본다는 게 그만…. 진짜 살짝 찼는데 밑으로 굴러 떨어지더라구요. 교복1 육교에서 차니까 당연히 밑으로 떨어지죠. 제가 봐도 진짜 살짝 찼거든요. 교복2 그래서 우리가 막 찾았는데 이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교복1 가로수 밑이랑 인도 쪽도 샅샅이 뒤져 봤어요. 교복2 근데 그 아저씨 진짜 돌멩이로 변한 거 맞죠. 교복1 사람들이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얘긴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우린 말만 들었지 처음 봤거든요. 교복2 당근 처음이지. 왕 놀랐다니까요. 교복1 나도 완전 놀랐잖아. 교복2 아니라구요? 왜요? 맞는 거 같은데. 교복1 우리가 직접 봤다니까요. 교복2 그 돌멩이는 어디 있는지 우리가 모르죠··· 몰라서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교복1 아,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에도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교복2 일단 돌멩이부터 찾아야 될 거 같아서요. 원래 뭐 찾는 건 경찰아저씨들이 더 잘하잖아요. 교복1 돌멩이 어딨냐고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변한 거 맞죠. 그거 변신이죠? 교복2 맞아 맞아. 아저씨 얼굴 굳어지는 거 보니까 맞다. 교복1 (깜짝 놀라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우리는 그냥…. 그럼 직접 찾아보시면 되잖아요. 돌멩이를 들고 가서 신고 안 한 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목격자 신고는 했잖아요. 도서관도 안 가고 조사까지 받고. 교복2 그런데… 그 돌멩이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복1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변신남이 두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변신남 혹시, 이 돌멩이 찾나? 교복1, 2 (눈이 휘둥그레져서) 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예요. (뺏듯이 가져가서 경찰에게 보여주는) 이 돌멩이예요. 확실해요. 육교 위에 굴러다닐 만한 돌이 아니잖아요. 변신남 …그냥 돌멩인데. 교복1 이런 짱돌이 육교에 있는 거 보셨어요? 교복2 (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차본다) 맞아요. 느낌이 똑같아요. 교복1 경찰서로요? 교복2 우린 무죄인 거죠? 그냥 참고인으로요? 교복1, 2 재잘거리며 경찰을 따라 나간다. 교복1, 2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변신대책본부로 가면 어때요. 거기가 어떤 덴가 구경하고 싶어요. 포상 같은 건 없나요? 사회봉사 가산점 같은 건요? 무대 중앙은 어두워지고 조사원이 앉아 있는 조사실 쪽이 밝아진다. 변신남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 돌멩이라면 저도 기억합니다. 유일했었죠. 변신남 그 사람은 돌아왔습니까? 조사원 일주일 쯤 뒤에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제 담당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살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변신남 자살이요? 조사원 뛰어내리려고 점찍어둔 산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이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그러다가 변신을 하게 됐구요. 변신남 다시 뛰어내린 건 아니겠죠? 조사원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힘내서 잘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행이군요. 하필 돌멩이라니…, 그걸 보니까, 혹시 변하게 되더라도 돌멩이로는 변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멩이는 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조사원 그러네요. 사이. 남직원 그 다음엔 어디로 가셨습니까? 노숙자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한 줄로 서서 변신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공원에서 배식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다. 변신남,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뒤에 서서 따라간다. 변신남 늘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점심은 항상 여기 와서 먹거든요. 점심값도 아낄 겸 해서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양복 입은 남자와 밥을 같이 먹게 됐습니다. 무대는 공원 벤치로 바뀐다. 변심남이 사랑의 밥차에서 타온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똑같은 도시락을 든 양복 남자가 벤치에 다가온다. 양복남자 다른 벤치가 꽉 차서. 변신남 (자리를 조금 비켜준다) 양복남자 (앉으며) 찬이 점점 부실해지네요. 변신남 예, 뭐.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우리 구면이죠? 변신남 (양복남자를 한번 쳐다보고) 그런 것도 같고…. 양복남자 대개는 얼굴 익힐 만하면 안 보입니다. 노숙자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밥 타먹기 뻘쭘하니까 그렇죠. 변신남 …. 양복남자 실례지만, 뒤쪽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나오십니까? 변신남 아닙니다. 양복남자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도 아닙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하지만 일자리는 구하고 있죠. 변신남 면접이 있으셨나 봅니다. 양복남자 웬걸요. 이 나이에 면접 볼 데나 있겠습니까. 변신남 그럼…,(넥타이를 바라보는) 양복남자 아, 이거요? 뭐 흔한 케이습니다. 정리해고 당한 걸 집사람도 아는데, 제가 집에 있는 걸 도무지 싫어해서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한 옷이라도 입고 나갈라치면 티 좀 내지 말라고 해서 늘 이런 차림입니다. 변신남 예…. 양복남자 (서류가방을 들어 보이며) 만화책도 몇 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리죠. 변신남 예, 그럼 있다가.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들으셨어요? 변신남 뭘요? 양복남자 어제 뉴스에 나왔잖아요. 회의실 단체 변신 사건. 변신남 아, 그거요. 양복남자 거기, 제가 다녔던 회삽니다. 아침마다 매출신장 몇 퍼센트 달성을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회의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뇌 같은 건데 그게 또 서로 경쟁이 붙고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압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그 회의실에서 무려 다섯 명이나, 똑같은 시간에, 변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돼지저금통으로 변한 사람은 분명 박부장일 거예요. 원래 돼지같이 생긴 데다가 먹는 거랑 돈에만 욕심이 많았거든요.  변신남 . 복남자 (먹으며) 밥통으로 변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침을 안 먹고 왔을까요? 아니면 가족들 굶기게 될까봐 걱정을 했었나. 아무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실 벽에 영업실적표가 나붙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그거 보면 속이 쓰리죠. 쇠주걱으로 긁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제가 쓸데없는 얘길 했나요? 식사하시는데.  변신남 괜찮습니다. 어딜 가나 그런 얘기들뿐인데요.  양복남자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곳이면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불안해서야 원.  변신남 국가재난설정 단계도 경계단계로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양복남자 아무리 봐도 질병본부보다는 처음부터 재난본부에서 나섰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변신남 재난이든 질병이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양복남자 (먹으며)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잖아요.  변신남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양복남자 이치가 그렇잖아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이 변신을 한다 이겁니다.  변신남 그만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니까, 몸의 변화도 다르겠지요.  양복남자 우리는요? 나야말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사람인데.  변신남 사람마다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떻게 재겠습니까.  양복남자 물론 상대적이겠죠. 그래도 노숙자는 안전하답니다. 걱정이 덜하니까요.  변신남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양복남자 예술가는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막중한 책임의식 같은 걸 가지진 않을 테니까.  변신남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양복남자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이건 뭐 소설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변신남 .  양복남자 일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변신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일자리, 우리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변신남 그럼 우리도 변하겠죠.  양복남자 그래도 좋으니까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심정입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렇게는 더 못살겠어요.  변신남 아직 다른 도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양복남자 서울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대책일 수 있겠네요.  변신남 그렇게 되면 서울 경제는 누가 돌립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복남자 팔팔한 젊은 인력을 마구 뽑지 않을까요?  변신남 젊은 사람도 일하게 되면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요? 살아남으려면 사회화되고 기성화될 테니까요.  양복남자 이럴 땐 내가 사회적 동물이란 게 싫어진다니까요.  변신남 사는 거, 퍽퍽하죠.  양복남자 예. 밥도 퍽퍽하고. (기합을 넣듯) 그래도 우리 주눅들지는 말자구요. 서로 변하지 말고, 매일 여기 나와서 밥 먹읍시다. 사랑의 밥.  변신남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양복남자 다 살아지는 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변신남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가 생깁니까.  양복남자 그런 게 있습니다.  변신남 (씁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덮는다)  양복남자 흠흠.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처지도 비슷하고 나쁜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변신남 방법이요?  양복남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입니다. 쓸모 있는 걸로 변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법이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금으로 된 롤렉스시계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전당포에 맡기라고 하는 거죠. 밤이 되면 몰래 변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되고요.  변신남 그게 가능합니까?  양복남자 내가 이 더운 날 밥차에서 도시락까지 얻어먹으면서 거짓말 하겠어요? 불법으로 변신 기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 주리다. 하지만 그걸 연마하려면 보통 수행으로는 어림없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의 기를 몽땅 정수리에다 모으려면 (가슴을 탁 치며) 여기랑 (머리를 치며) 여기가 타들어가는 거 같거든요. 이런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변신남 믿기지는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양복남자 아니, 가능은 한데, 먼저 믿어야 연마가 가능하다니까요.  변신남 그런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요.  양복남자 계속,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사나, 나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금덩어리로 변해라.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히 혼신을 다해서 하는 거죠.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많은 짐들을 머리 가득 넣고 가슴으로 우는 거예요.  변신남 가슴으로 울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양복남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아 이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어차피 최소 한 시간은 변신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만화책 보면서 기다리슈.  변신남 (못미덥게 쳐다본다)  양복남자 참 나. 내 기술을 무시하시네. 변신한 거 보고 놀라지나 마시라니까.    양복남자, 벤치에 앉아 양손을 맞잡고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한다. 한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중얼거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불똥이 튀는 것을 느끼는 변신남. 그 순간, 눈앞에서 양복남자가 사라진다. 순식간이다.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황금 롤렉스시계.    변신남 (시계에 대고 다급히) 이봐요.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시계에 귀를 대보고) 이봐요, 괜찮은 거예요? (안절부절못하고) 이거 어떡하지? 진짜 변한 건가? 그럼(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다가) 거기 변신대책본부죠? 저기(엉겁결에 전화를 끊는다) 아니지. 아, 이거 어떡하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시계에 대고) 이봐요, 말 좀 해봐요. (시계를 흔들어보는) 괜찮아요? 대답 좀 해요.  변신남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것처럼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롤렉스시계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뜬다.    무대 어두워지고 조사실 창구만 밝아지면, 거기 조사원이 앉아 있다. 변신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조사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변신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변신남 (끄덕인다) 내 눈으로 봤다니까요.  조사원 말이 안 되죠. 그런 일이 있다면 왜 저희가 몰랐겠어요.  변신남 진짜라니까요.  조사원 그 양복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변신남 나야 모르죠.  조사원 모르다니요? 주머니에 넣으셨잖아요. 신고는 하셨습니까?  변신남 (고개를 젓는다) 신고는 안 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조사원 아까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잖아요.  변신남 얘기하다 보니까 생각이 난 거죠.  조사원 하지만 아직까지 변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모두 유언비어예요.  변신남 결혼하셨습니까?  조사원 아니요.  변신남 혼자 사쇼?  조사원 부모님이랑 함께 삽니다. 신남 변신 자격미달이네요. 우리 조사원님은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하나도 없으시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조사원 아직 증명된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신남 중년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변한다고 생각합니까.  조사원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자들도 종종 변합니다. 여성 가장들의 변신도 늘고 있는 추세구요.  변신남 그 사람들이야 특별 케이스고.  조사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긴 하겠지만, 유럽에선 사람이 벌레로도 변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필요하면 막 변했습니다.  변신남 그 사람이 왜 벌레로 변했겠습니까?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거 보셨습니까?  조사원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신남 행정하시는 분들이 이러니까 문제라구요. 사회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정확히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거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 줄 알아요?    갑자기 무대 중앙이 밝아지면서, 변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교도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웃옷을 벗어붙인다. 온몸은 문신투성이지만 어딘가 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이소룡 흉내를 내듯 기를 모으고 변신 기술을 연마 중이다. 그러다가 비장한 각오를 밝히듯,    문신남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변신에 성공해서 여기만 나가면 엄마 호강시켜 줄게. (다시 기를 모으고 숨을 후 내뱉으며) 아자!  교도관 거기 3113번. 허튼수작하지 말랬지?  문신남자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계세요. 우리 엄만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동도 불편하다구요. 끼니도 제때 못 챙겨먹을 텐데.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는지.  교도관 한여름에 무슨 연탄불이야. 너는 앞으로 5년은 더 썩어야 돼.  문신남자 여름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한 계절도 안 지났단 얘깁니까?  교도관 이상한 변신 같은 거 연마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어. 힘은 아껴뒀다가 노동 시간에나 쓰란 말야.    교도소 옆방에서 철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재소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폭동처럼 들려온다.    소리 우리에게 변신의 자유를 허용하라! 허용하라! 우리의 변신 권리를 사수하자! 사수하자!    거리의 사람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사람들1 언제 변신할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요.  사람들2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3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숨을 참으면 된대요.  사람들4 한번 변신하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1 내성이 생긴 변종변신도 생겨났다면서요?  사람들2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일부러 임상실험을 안 하는 거 맞죠. 사람들3 복수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대요. 변신하면 죽이려고요. 사람들4 날 감시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사람들1 변신하면 배설은 어떻게 해결하죠? 사람들2 우리 아이랑 기르던 개가 이상해요. 변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3 언젠가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변할까봐 걱정돼요. 사람들4 변신 기술을 개발해서 정치적 무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1 우리에게는 농업적 근면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 변신 기술 개발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람들2 전쟁시엔 적군을 모두 사물로 변신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람들3 노력하면 애완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 잘 만나면 애완동물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잖아요. 사람들4 내 남편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어요. 외모는 똑같은데 분명 그이는 아니거든요. 사람들1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변신한 것 같아서 쓰질 못하겠어요. 사람들2 잘못 건드렸다가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거잖아요. 사람들3 남성을 중심으로 바뀌는 거면 여자 동성애자들은 안전한 거죠? 사람들4 저는 열두 살 소녀가장이에요. 무료백신은 안 놔 주나요?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리를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변신한 사람들로 거리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마비가 된다. 사람들이 질러대는 소리들과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다. 사람들1·2·3·4 도와줘요, 청소기로 변했어요. / 여기 점퍼로 변한 사람이 있어요. / 어머, 이게 웬 모자지? / 장롱이에요, 거리 한가운데 장롱이 서 있다구요. / 와, 예쁜 목걸이네. / 앗! 오물 묻은 양말. 으윽 드러워. / 볼펜이다. / 장갑이에요. / 가위를 찾아주세요. / 여기 일회용 면도기가 한 무더기 있어요. / 마우스잖아. / 자전거로 변한 남편을 어떤 여자가 타고 갔어요. / 부서진 카세트네. / 사람이 두통약으로 변신한 거예요. 먹으면 안돼요. / 찢어진 천사 날개 못 보셨나요? / 무슨 의자가 이렇게 딱딱해. / 스카이 콩콩이요? 변신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을 일으키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바닥에는 변신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변신대책본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다. 조사실에 있던 조사원도 거리로 나가 직원들과 물건을 수거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간다. 조사원이 없는 조사실에 혼자 남겨진 변신남. 변신남만의 회상은 전당포로 이어진다. 무대는 전당포가 된다. 변신남, 전당포로 들어간다. 변신남, 주머니에서 롤렉스시계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면 주인, 확대경을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감정하기 시작한다. 변신남 시곗줄만 보지 말고 문자판도 좀 보세요. 전당포주인 …(살핀다) 변신남 전체가 18K예요. 나사 하나까지 다. 전당포주인 …어디서 난 거요? 변신남 게다가 문자판은…. 전당포주인 그러니까 어디서 난 거냐구. 변신남 사업하시던 형님이 물려주신 겁니다. 전당포주인 다들 물려받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변신남 장물 아닙니다. 전당포주인 (확대경을 뺀다) 변신남 아니, 좀 더 자세히 보시라니까요. 안쪽에는 순금이에요, 순금. 전당포주인 갖고 가쇼. 변신남 예에? 전당포주인 그냥 가져가시라고요. 변신남 왜 그러시는데요. 훔쳐오거나 흠집 있는 물건 아니라니까요. 전당포주인 (쳐다본다) 변신남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전당포주인 훔치지 않았으면 어디서, 주웠소? 변신남 예? 전당포주인 그런가보네. 변신남 됐습니다. 전당포가 여기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귀한 물건 들고 나와서 푼돈 좀 만들어보자고 이런 모욕까지 들을 건 없잖습니까. 전당포주인 (시계를 다시 본다) 변신남 막말로 이 정도 물건이면 사장님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당포주인 신데렐라 얘기 아쇼? 변신남 뭔데렐라요? 전당포주인 12시만 넘으면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 말이오. 변신남 왜요, 금시계 보니까 갑자기 금마차라도 생각나십니까? 전당포주인 호박이면 죽이라도 쑤어 먹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난처해지죠. 요즘 전당포에 변신사기가 판을 칩니다. 변신남 …. 전당포주인 어떻게 장담하시겠소? 변신품이 아니라는 거 말이오. 변신남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이렇게 좋은 시계로 변하는 거 보셨습니까? 전당포주인 팔찌, 목걸이, 순금 트로피. 더한 걸로도 변할 수 있지요. 변신남 이건 우리 형님이 사업차 외국에 갔다 오시면서…. 전당포주인 (말 자르듯 망치를 내놓는다) 이걸로 한번 내리쳐 보시든가. 변신남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전당포주인 증명을 해보시라구요. 변신남 내가 못할 거 같아요? 전당포주인 그야 나는 모르지요. 변신남 시계가 망가지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그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전당포주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야 덜 손해죠. 망가져도 제값은 쳐 드리지. 만약 사람이 변신한 거라면, 그 사람이 다시는 못 돌아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쇼. 이 세상과는 영영 빠이빠이란 말이요. 저번엔 진짜로 내리친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돌아오긴 했는데 반병신이 되었습디다. 평생을 병원에 누워 사는 수밖에. 변신남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진짜 시계니까. 전당포주인 그럼 쳐 보시오. (빨리 쳐보라는 시늉) 변신남 (망설인다) 전당포주인 (떠보듯)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아까우면 그냥 갖고 가시든가. 변신남 (결정한 듯 내리치려 하지만 망치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전당포주인 뭐해요 안 내리치고. 변신남 진짜 이거 망가져도 제값 쳐주는 거죠? 전당포주인 증명만 해 보인다면야. 변신남 (심호흡.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얏! 전당포주인 (순간적으로 변신남의 팔목을 잡아채는) 잠깐! 변신남 (멈칫) 전당포주인 됐소. 맡겠소. (시계를 종이 상자에 넣으며) 길에서 변신한 사람들 주워다 돈벌이 하는 사람들 숱하게 봤지. 나도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지키고 살아야 될 거 아뇨. 사람이 있어야 사람한테 사기도 치고 돈도 뜯고 그럴 거 아니요. (돈을 지불한다) 양심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거 알죠? 당신을 믿어보리다.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소중한 것일 테니까 꼭 찾으러 오쇼. 변신남 …(돈을 받아든다) 전당포주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만 변신한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변신남, 대답 없이 돈을 들고 나간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대 어두워지고, 다시 조사실만이 밝아진다. 변신남, 조사실 의자에 앉는다. 조사원, 땀을 닦으며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앉는다. 조사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본부 수거담당 쪽에서 급히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데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서 그 시계는 어떻게 했습니까. 변신남 시계는… 내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벤치에 갖다 뒀습니다. 그 사람은 한 시간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요. 그날 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사원 (엷게 웃으며) 여전히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군요. 최대한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선생님뿐만 아니라 조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신남 …. 조사원 그 다음엔 바로 집으로 가셨습니까? 변신남 예. 집에 가보니까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조사원 만나신 거네요? 변신남 그런 거나 마찬가지죠. 이제 생각 났습니다. 조사원 아까는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그게··· 조사원 말을 자꾸 바꾸시면 안 됩니다. 변신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겁니다. 조사원 예. 일단 얘기를 해보세요. 변신남 집에 갔는데 딸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무대는 변신남의 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딸. 변신남이 집으로 들어간다. 변신남 나 왔어. 딸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다) 변신남 학원은 어떠냐? 딸 (대답 없다) 변신남 요즘 대학생들은 배낭여행 많이 가던데. 넌 안 가도 되니? 딸 (아빠를 무시하며) 엄마, 국 좀 더 줘. 아내, 나온다. 아내 (변신남에게 왔냐는 인사도 없이) 그만 먹어. 살쪄. 딸 배고파. 변신남 나는 밖에서 먹고 왔어. 장 과장이 삼계탕 잘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아내와 딸은 듣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어휴, 배부르다. 딸 (엄마에게 말하지만 아빠에게 들으라는 듯) 한밤중에 밥 먹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 먹어두면 좀 좋아. 덜그럭 덜그럭 잠이나 깨우고. 아내 (밥을 퍼서 변신남 앞쪽에 갖다 놓는다) 변신남 (침을 꿀꺽 삼키며) 배부른데···. 아내 먹어. 변신남 오이냉국 맛있어 보이네. 그럼 조금만 먹어볼까. 변신남이 못이기는 척 식탁에 앉자 딸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변신남 (돈을 꺼내 놓으며) 저번에 맡았던 공사 말야. 그 쪽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왔나봐. 월급도 제때 못줘서 미안하다고…. 보너스다 생각하라면서 주더라구. 아내 (남편을 돌아본다) 변신남 아파트 융자금 밀린 거 꽤 되잖아. 부족하겠지만 좀 보태라고. 아내는 남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돈을 들고 들어간다. 혼자 남아 밥을 먹는 변신남. 공원에서 도시락을 타먹을 때보다 더 퍽퍽한 느낌이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시간이 구름처럼 흩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둘러봐도 피아노는 없다. 밥을 먹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 변신남. 보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형체도 색깔도 없는 허공뿐…. 피아노 소리가 변신남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힘들다….’ 식탁 위의 조명이 꺼질락 말락 불안하게 깜박인다. 변신남 어, 이게 왜 이러지? 변신남이 일어나서 전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돌려본다.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다가 뚝 멈추면, 짧은 암전과 함께 변신남이 변신한다. 그가 앉아 있던 식탁의자 위엔 장난감 피아노 하나가 놓여 있다. 아내와 딸이 나온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뉴스캐스터(목소리) …머그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박모 여인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은 김씨와 아내 박모 여인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박모 여인은 남편의 변신 소식을 듣자마자 변신대책본부를 찾았다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정황으로도 남편에 대한 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모 여인의 사례를 ‘매우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녀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박모 여인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TV를 끄고) 저건 당연히 무죄 아냐?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니잖아. 아내 고의가 아니었는지는 저 여자밖에 모르지. 딸 던진 것도 아니고 미끄러져서 놓친 건데. 아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야. 딸 대체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하는 걸까. 아내 글쎄다. (빈 식탁을 보고는) 니 아빤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갔대니? 딸 자주 없어지잖아. 아내 아빠가 돈을 주더라? 딸 어디서 구했을까. 이제 더는 빌릴 사람도 없을 텐데. 아내 먼저 얘길 안 하니,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회사 잘린 지가 얼마야. 딸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고) 이게 뭐야? 아내 그게 뭐니? (살펴보는) 하여튼 이런 걸 왜. 딸 (피아노를 눌러보며) 소리도 안 나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해. 아빠가 주워온 것들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야. 아내 고장 난 걸 왜 들고 왔대니. 점점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딸 어떻게 좀 해봐. 언제까지 아빠 저러는 거 모른 척 할 건데. 아내 우리가 이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니. 딸 아빠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들잖아. 나…, 아빠가 매일 노숙자들이랑 밥 먹는 거 싫어. 아내 …. 딸 우리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안 돼? 더 작은 집으로. 아내 이게 어떤 집인데. 아빠가 젊을 때부터 벌어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야. 여길 어떻게 나가. 딸 갚을 돈이 더 많잖아. 아내 생각 좀 해보자. 딸 아빠도 참, 그냥 확 터놓고 얘기를 하든가. 거짓말도 하루 이틀이지, 6개월을 뭐하는 거냐구. 아내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아빠야. 그거라도 없으면 니네 아빤, 죽어. 딸 그런 모습 더는 못 보겠어. (흉내를 내며) 삼계탕 먹었더니, 아휴 배부르다. 아내 (장난감 피아노를 가리키며) 이거 어따 치워라. 딸 몰라. 고장난 거, 갖다 버려. 아내 니가 버리든가. (방으로 들어간다) 딸 (따라 들어가며) 저런 것 좀 주워오지 말라고 해 제발.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장난감 피아노. 옆에 서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는 변신남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딸이 눌러보던 버튼이 뒤늦게 작동하는지 장난감 피아노에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변신남만이 그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변신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전화벨소리. 조사실의 불이 켜지고 조사원이 전화를 받는다. 변신남은 다시 조사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래? 알았어. (끊고) 찾았답니다. 변신남 뭐를요? 조사원 사모님과 따님 찾았답니다. 이제 힘들게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전에 여기로 출발하셨다니까 잠시 후면 도착하겠는데요? 변신남 그래요? (표정 어두워진다) 조사원 기쁘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왜 그러세요? 변신남 아니요. 그냥··· 조사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돼서 그러신가보네요. 오후 내내 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변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뭘로 변신하셨는지만 기억하시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 끝난 건가요? 조사원 집도 찾으신 것 같으니까, 먼저 가족들 만나보시고 마무리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사원 밖으로 나가고 변신남 초조해한다. 긴장한 얼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밖에서 조사원의 목소리 들린다. 조사원(목소리) 오셨습니까? 허영범씨는 안에 계십니다. 사모님이랑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조사실의 불빛이 깜박인다. 변신남, 고개를 들어 깜박이는 불빛을 쳐다본다. 불이 꺼진다. 짧은 암전 후, 조사원 들어온다. 조사원 어? 왜 불이 꺼져 있지? 조사원, 불을 켠다. 변신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변신남이 앉았던 자리 옆에 똑같은 의자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조사원 원래 여기 의자가 두 개였었나? (주위를 둘러보며) 허영범씨. 허영범씨. 어디 계세요? 허영범 씨. 허영범씨. 변심남을 찾는 조사원의 목소리만 허공에 가 부딪친다. <끝>
  • 2010년 알아두면 유용한 블로그들

    2010년 알아두면 유용한 블로그들

    정보가 생명이다. 정보력이 경쟁력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면 원하는 정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양이 너무도 방대하다. 무엇을 들여다봐야 하는지 어떤 게 정확한 정보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창고’가 있다. 블로그다. 대중매체와 같은 듯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 중 2010년 알아두면 좋을 곳을 몇 군데 간추렸다. 각 포털 사이트와 메타블로그(블로그 집합체)에서 2009년 ‘우수 블로그’로 뽑힌 곳을 중심으로 선택했다. 무엇보다 운영자가 블로그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열정적으로 글을 올리는지에 중점을 뒀다.  ●연애  2010년 새해 소망으로 ‘애인 만들기’를 빈 사람들이라면 ‘무한의 노멀로그’(http://www.normalog.com)와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http://lalawin.com/)를 주목하자. 연애 관련 다양한 에피소드와 상황별 대처법 등이 적힌 곳이다. 무한은 블로그에 연애 관련 글을 쓴 지 8개월만에 2009년 다음뷰 블로거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기세를 모아 무한은 최근 블로그의 내용을 바탕으로 책도 썼다. ‘서른살의… ’를 운영하는 라라윈 또한 공감가는 글을 꾸준히 올리며 수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무한은 남자가 운영하는 블로그고 서른살의…는 여자가 만들어가는 곳이라 연애를 대하는 시각차가 있다. 상황별·주제별로 올라와있는 글을 보면 ‘연애란 무엇인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또 이 두 블로거에게 메일 등을 통해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요리와 맛집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아는 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로 응용하고 싶다. 맛집도 무궁무진할 뿐더러 맛집을 소개하는 블로그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중 소개할 곳은 ‘gundown의 食遊記’(http://kr.blog.yahoo.com/igundown) 이다. 냉철한 리뷰로 네티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식당을 잘 소개해 준다는 조건으로 식사나 금품 제공은 절대 사양한다.”는 운영자의 뚝심이 눈에 띈다. 글의 문체는 냉랭하지만, 맛집을 향한 열정은 뜨겁다.  음식 소개에 그치지 않고 제 손으로 음식을 해 먹고 싶다면 ‘옥이’(blog.daum.net/hls3790) 혹은 ‘콩지의 음식발기’(http://blog.naver.com/ohmytotoro)를 알아두면 좋다.  옥이는 두 아이의 엄마인 회사원이 운영하는 블로그다. 본격적으로 글을 올린지는 4개월 정도에 불과하지만, 성실한 블로그 운영으로 다음 뷰 요리 부문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방문자가 쓴 댓글에 일일이 대답을 하는 친절함이 강점이다.  콩지의 음식발기는 ‘오븐없이 음식 만들기’라는 독특한 요리법을 선보인다. 오븐 대신 두툼한 팬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 음료수 팩과 쿠킹호일로 케이크틀 만들기, 종이컵으로 계량하는 법 등 실생활에서 유용하고 간단하게 응용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  ●다이어트 및 건강  건강을 위해서 불필요한 살을 빼고 싶다면 ‘카라의 다이어트 이야기’(http://tvsline.tistory.com)를 참고하자. 식이요법은 물론 운동요법에 관한 글이 함께 올라있다. 특히 전문강사의 요가·필라테스 시범 동영상이 함께 올라오기 때문에 따라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이와함께 건강에 대한 기본을 알고 싶다면 ‘코리아헬스로그’(http://www.koreahealthlog.com/)를 방문해보자. 온라인 소식지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의 개인 블로그를 연결해주는 종합사이트다. 의사들이 직접 알기 쉽게 의료정보를 풀어 제공한다. 잘못된 의료 정보, 민간 요법에 대해 퀴즈 형식으로 알려주는 코너가 있어 더욱 쉽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팔미도 등대지기 이동호씨 “이젠 선진한국 비추어라”

    팔미도 등대지기 이동호씨 “이젠 선진한국 비추어라”

    기축년 마지막 날이 속절없이 어둠에 휩싸이더니 이윽고 경인년 새해의 모습으로 예쁘게 화장을 한다. 인천시 옹진군의 작은 섬 팔미도. 홀로 외로이 자리잡은 등대에서 한줄기의 광채가 바다로 쭉 뻗어나갔다. 먼 바닷길을 다녀오느라 지친 많은 배들이 그 빛줄기에 희망을 의지하고 항로조정을 하느라 분주히 움직인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던 날 새벽, 등대 불을 밝히는 등대원 이동호(34)씨는 여느 때와는 달리 가슴이 마구 뛴다. 이씨와 동고동락을 하는 팔미도 등대는 더욱 감회롭게 다가왔을 터. 팔미도 등대는 우리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한줄기의 빛으로 나라를 구한 역사적 주인공이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던 아군함정들은, 우리의 켈로부대(대북첩보부대) 대원들이 적의 수중에 있던 팔미도 등대를 탈환해 밝힌 불을 길잡이 삼아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903년 불밝힌 근대식 등대 1호 이씨는 “인천상륙작전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던 나라를 구했듯이 경인년 새해 아침에 밝힌 불이 경제위기 등 각종 난제를 풀고 당당한 선진국 대열에 오르는 새로운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바다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등대원의 숙명이요, 외로운 직업이지만 올해는 다른 해보다 더욱 기대에 차 있다. 그동안 사람들의 발길을 불허한 채 영원히 등대만이 존재할 것 같았던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최근들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팔미도는 1903년 최초로 불을 밝힌 우리나라 근대식 등대 1호로 격동의 한반도 역사와 함께 해왔지만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다가 2009년 1월 106년만에 개방됐다. 벌써 17만여명이 등대를 보려고 조그만 팔미도 섬(0.076㎢)을 다녀갔다. 이씨는 팔미도의 주인처럼 뿌듯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씨는 “올해에는 팔미도를 찾은 이들을 위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전한다. ●“서해 남북충돌 더이상 없었으면” 이씨는 그저 바다가 좋아 등대원을 택했다. 동의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페인트 제조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했지만 바다와 연관된 일을 하고 싶어 4년 전 항만청 구직사이트를 두드렸다. 바닷가인 부산에서 자란 사나이의 운명처럼 그는 등대원이 됐다. 이씨가 불을 밝히는 위치는 하늘로 표효하는 호랑이의 모습에 비유할 때 호랑이의 앞가슴을 떠올리게 하는 곳으로 한반도의 가장 중심이자 복잡한 서해상을 밝히고 있어 서해상에서 자주 빚어지는 남북간의 충돌에 대해서도 남다른 소회가 있다. “지난해 11월 남북 해군간에 교전이 벌어진 대청도 해상은 팔미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서해상에서 자꾸 충돌이 빚어지는 것은 좋지 않으며 새해에는 더 이상 남북 군인들이 바다에서 피를 흘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檢, 공성진의원 ‘2억수수 혐의’만 기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30일 기업체 등으로부터 1억 8000만원과 미화 2만달러에 이르는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공 의원이 현역 여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수사 형평성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기업 인사나 정책 입안과 관련돼 공 의원에게 줄 돈이라며 친척 배모(61)씨가 주변 인사들에게 받아 챙긴 2억원에 대해서는 공 의원의 혐의 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공 의원에게 남은 혐의는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회장 공모(43)씨와 C사, L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8000만원과 미화 2만달러를 받았다는 것 뿐이다. 불법 정치자금 혐의와 관련된 구속영장 청구 기준인 2억원에 맞춘 모양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 현금보다 사무실 운영비 등이었고 대가성이 적어 보인다는 점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알뜰 가계부’ 새해 부자되는 지름길

    ‘알뜰 가계부’ 새해 부자되는 지름길

    운동과 가계부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올해만큼은 기필코”라며 연초에 시작을 결심하고 실천을 다짐하지만 연말까지 그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게 우선 같다. 단기간에는 효력을 보지 못하지만 꾸준히 실천하면 어떤 계획보다 풍성한 수확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서로 통한다. 2010년 가계부 이용을 결심한 사람들을 위해 다양하고 편한 기능으로 무장한 온라인 가계부들을 알아봤다. ●간단한 수입·지출은 무료 사이트로도 충분 가계부는 기재하는 방법에 따라 단식과 복식으로 나뉜다. 단식은 쉽게 말해 수입과 지출 등 개인의 현금 흐름을 죽 적는 금전출납부로 보면 된다. 누구나 쓰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저축이나 계좌이체 등 모호한 항목의 관리는 쉽지 않다. 요즘처럼 한 사람이 월급통장부터 보험, 주식, 주택, 자산관리까지 여러 계좌를 운용하는 상황에서는 자산이 얼마인지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렵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복식 가계부다. 복식 가계부는 장부별로 별도의 잔액관리가 가능해 재산 변동이나 수입·지출의 유기적인 관계를 볼 수 있다. 반면 이용방법이 복잡하다. 온라인 가계부 서비스를 이용하면 단식과 복식의 장단점이 보완돼 편리하게 살림살이 기록을 할 수 있다. 온라인 가계부도 무료와 유로로 나뉜다. 모네타의 미니가계부(mini.moneta.co.kr), 네이버 가계부(moneybook.naver.com), 다음 가계부(moneybook.daum.net) 등이 대표적인 무료 서비스다. 무료 가계부는 보통 단식부기를 바탕으로 한다. 그렇다고 서비스까지 단순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소득과 지출을 써 넣으면 이를 기간이나 내용별로 그래프나 표를 통해 소비패턴 등을 보기 좋게 정리해 준다. 특히 다른 사용자 집단과 비교해 자신의 소비 습관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점검할 수도 있다. 지난달 선보인 다음 가계부는 휴대전화로 외부에서 가계부를 적는 것이 가능해 엄지족들로부터 인기다. ●재테크, 카드 이용 많은 사람은 유료가 편리 유료 가계부는 복식부기가 기본이다. 머니플랜(www.moneybook.co.kr), 유리트(www.yurit.net), 이지데이(www.ezday.co.kr) 등이 대표적이다. 무료 체험판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간 사용료나 프로그램 비용 등을 받는다. 유료인 만큼 가계부의 기능과 이용법은 무료보다 낫다. 은행거래나 카드사용 내역을 바로 불러와 자동으로 기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주로 이용하는 카드사나 은행을 등록해 놓으면 일일이 자판을 두드리지 않아도 가계부 정리가 가능하다. 또 복식부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하고 분석적으로 가정의 재무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한편 온라인 가계부 사이트 중에는 개인이 원하면 가계부의 내역을 서로 공개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서로의 지출을 둘러보고 충고를 해 주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다이어트 공개일기’와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절약의 노하우도 배우고 결심도 더 단단하게 굳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론으로 돌아가서 가계부를 왜 적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재테크는 바퀴 두 개로 굴러간다.”고 말한다. 첫번째 바퀴는 버는 돈을 허투루 내보내지 않고 관리하는 ‘절약’의 바퀴. 두번째는 종잣돈을 불리기 위한 ‘투자’의 바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흔히 재테크로 불리는 투자만 떠올린다. 하지만 앞바퀴가 먼저 굴러야 뒷바퀴가 구를 수 있는 법. 투자 이전에 절약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송명호 머니플랜 사장은 “온라인이든 종이책이든 가계부를 쓰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절약의 습관이 몸에 베게 된다.”면서 “시작이 반인 만큼 일단 큰 마음먹고 시도를 해 보는 것이 개인의 경제생활에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오바마 “美 위협방지에 모든 수단동원”

    │워싱턴 김균미특파원│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가 지난 25일 미국 디트로이트공항 상공에서 발생한 미 여객기에 대한 폭발테러 기도를 자신들이 시도했다고 28일(현지시간) 주장하면서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미 정보 및 수사당국이 이 같은 주장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하와이에서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대국민 성명을 발표, 배후세력을 반드시 색출하는 등 테러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이번 사건 관련자 모두를 색출해 응분의 책임을 지울 때까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예멘이나 소말리아 등 미 본토를 위협하는 모의를 하는 곳이 어디든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오바마 대통령의 성명 발표 수시간 전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조직이라고 자처하는 단체가 이슬람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테러를 시도한 나이지리아 출신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의 ‘영웅적 행동’을 찬양하면서 자신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압둘무탈라브에게 ‘최신 (폭발) 장치’를 제공했으나 기술적 결함으로 폭발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또 압둘무탈라브가 “세계 주요 공항들의 최첨단 보안장비 및 기술을 뚫는 데 성공했다.”면서 미국 등 서방 측의 강화된 공항 보안체계를 비웃었다.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에 기반을 둔 군사조직 동맹체로 알려져 있다. 이 조직의 주장대로 테러 기도사건의 배후로 확인될 경우 아프간이나 파키스탄 이외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알카에다 조직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첫 공격이 된다.여객기 테러기도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 ABC방송이 불에 탄 자국이 남아 있는 용의자의 속옷 하의와 폭발물 사진을 단독 입수, 공개했다. 폭발물은 알루미늄 포일에 싸여 속옷 안쪽에 천을 덧대 만든 임시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용의자가 소지한 군용 고폭발 물질의 일종인 펜타에리트리올(PETN) 80g은 여객기에 커다른 구멍을 낼 수 있는 위력이라고 전했다.한편 테러를 기도한 압둘무탈라브가 이달 초까지 예멘에 거주했다고 예멘 정부가 29일 밝혔다. 하산 알 로지 예멘 정보장관은 “압둘무탈라브는 수도 사나의 한 학교에서 아랍어 공부를 위해 비자를 발급받은 뒤 지난 8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예멘에 거주했다.”고 밝혔다고 예멘 뉴스통신사 SABA가 전했다. 알 로지 장관은 압둘무탈라브가 앞서 2004∼2005년에도 1년 가량 예멘에 거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압둘무탈라브가 진술한 대로 예멘 알카에다 조직에서 여객기 테러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kmkim@seoul.co.kr
  • 김태균, 컬투쇼 출연…“등번호는 아버지가 고른 숫자”

    김태균, 컬투쇼 출연…“등번호는 아버지가 고른 숫자”

    지바 롯데 마린스 ‘90억의 사나이’ 김태균 선수가 SBSE!TV(www.sbsetv.com)TV 컬투쇼를 방문해 솔직한 매력을 발산했다. 29일 SBSE!TV 관계자에 따르면 김태균 선수는 그라운드 위의 카리스마 넘치던 모습과는 달리 시종일관 다소 긴장한 듯 쑥스러워하며 녹화에 임해 DJ 컬투를 애먹였다. 이날 김태균 선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전학을 가기 전 교장선생님께서 손 좀 보자고 하시더니 선동열처럼 되라는 한 마디를 남기셨다” 면서 영문을 알 수 없는 그 날을 회상했다. 전학을 가게 된 계기도 의아 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선수가 “수업 도중 정말 느닷없이 교실로 들어온 아버지가 담임선생님과 얘기를 나누시더니 교장선생님께 인사시킨 후 전학을 가게 됐다” 고 밝힌 것. 특히, 그의 교유 등번호인 ‘52번’ 은 아버지가 고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선수는 “둥글둥글해서 복이 안 빠져나가는 숫자라고 하셨다” 며 “롯데 지바 팀에서 10년 차 선수가 이 번호를 쓰고 있었는데 계약할 때 말해서 번호를 받았다” 고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여 현장을 웃음의 도가니에 빠뜨리기도 했다. 한편, 김 선수는 과거 서러웠던 시절 자신을 믿어줬던 이정훈 코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솔직담백한 모습은 29일 밤 9시 SBSE!TV(www.sbsetv.com)TV컬투쇼를 통해 방송된다. 사진 = SBSE!TV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눈부신 성과’ 삼성·LG 200~300%씩 받아

    ‘눈부신 성과’ 삼성·LG 200~300%씩 받아

    지갑 두께가 다르면 흥도 다르기 마련. 두둑한 성과급을 받는 삼성, LG그룹 임직원들은 흥겨운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그룹사나 금융업종 직원들도 적지 않다. 성과급은 고사하고 명예퇴직이 진행되는 곳도 있는 등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가장 ‘풍성’한 연말을 보내는 이들은 삼성그룹 직원들. 지난 24일 전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기본급의 200%인 생산성격려금(PI)을 받았다. 최고 100%가 지급됐던 지난 7월 PI의 두 배다. 삼성 관계자는 “몇몇 계열사를 제외하고 최고 등급을 받아 대부분 계열사 직원들이 PI로 기본급의 200%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1월에는 계열사와 국·실별로 초과이익분배금(PS)이 연봉의 50%까지 지급된다. 올 실적을 감안했을 때 규모는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LG그룹도 내년 1월 초 PS를 직원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성과가 좋았던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직원들은 대부분 기본급의 300%까지 성과급으로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차는 지급 여부 결정 안돼 현대자동차 임직원들은 노사 임금협상 타결에 따라 성과급 등 평균 1500만원 정도 받아갈 전망이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돈만 해도 주식을 포함해 8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기아자동차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SK그룹 역시 각 계열사와 팀별· 부문별 성과에 따라 연초에 성과급을 지급한다. SK텔레콤이나 SK네트윅스 등 일부 계열사 직원들은 두둑한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도 계열사별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따로 준다. 성과급을 기대할 수 없는 기업이나 업종도 많다. 두산과 한화 임직원들은 올해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업계 역시 2008년 전에만 해도 기본급의 500% 정도의 성과급을 받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저조한 실적 탓에 성과급의 ‘성’자도 못 꺼내는 분위기다. 더구나 예년에는 그해 임단협에서 결정된 임금 인상률만큼 연말에 소급해서 받았지만 올해는 임금이 동결되면서 소급액도 사라졌다. KT는 성과급은커녕 명예퇴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KT는 올해 1조 8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지만 지난 6월 KTF와의 합병에 따른 조직 축소를 위해 15년차 이상 근속자를 중심으로 6000여명의 직원에게서 명퇴 신청을 받았다. ●건설업계는 회사별로 명암 건설업계는 회사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올해 해외사업 확장으로 영업이익을 올린 대형건설사들은 연말 기본급의 100~2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GS건설 임직원들은 지난 24일 사업본부와 팀 실적에 따라 평균 250%의 성과급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 GS건설 관계자는 “비상 경영에도 불구하고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낸 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지난해 미지급됐던 50%를 더해 최고 200%의 성과급을 사업 부문과 부서별로 지급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은 올해 최종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1~2월에 성과급을 풀 예정이다. 반면 국내사업을 주로 했던 현대산업개발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과급 소식이 없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아기 다람쥐에겐 너무 높은 ‘벽’ 그러나… [동영상]

    아기 다람쥐에겐 너무 높은 ‘벽’ 그러나… [동영상]

     높이가 1m정도 되려나…. 사람이라면 어렵지않게 폴짝 뛰어넘을 수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의 담벼락. 하지만 이 높이는 ‘아기 다람쥐’에겐 에베레스트 만큼이나 높았던 것같다.  이 담을 넘지 못해 끙끙거리던 아기 다람쥐에게 ‘도움의 손길’이 쏟아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쌀쌀한 세밑에 훈훈한 화제를 낳고 있다.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StupidVideos.com을 통해 확산된 이 비디오의 주인공은 UCLA 캠퍼스에서 발견된 다람쥐 두 마리.몸집이 작은 ‘아기 다람쥐’가 자신보다 더 큰 다른 ‘녀석’을 졸졸 따라다니는 모양새로 봤을 때, 부모와 자식의 관계인 것으로 추측된다.  하루종일 사이좋게 캠퍼스를 배회하던 이들은 높이 1m 정도의 담 앞에서 생이별을 할 뻔했다. ‘엄마 다람쥐’는 특유의 민첩성과 도약력으로 사뿐히 벽을 타고 올라갔다. 하지만 아기 다람쥐에겐 너무 높은 벽. 아기는 그 밑에서 쳐다 볼 수밖에 없었다.  ”아이구 얘야, 이건 요렇게 폴짝 뛰어넘으면 되는 거란다. 어서 뛰어 보렴.”  엄마 다람쥐가 사람의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이렇게 말했을 듯 싶다.  엄마 다람쥐는 담장에서 내려와 시범을 보이듯 다시 담을 타고 올랐다. 아기도 엄마처럼 뒷다리에 힘을 주고 뛰어올랐다. 그렇지만 벽을 오르는데는 실패했다. 둘 사이를 가로막은 벽은 너무 높았다.  이때 구원의 손길이 등장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한 남자가 자신의 커다란 가방을 벽에 걸쳐놓아 디딤돌처럼 만들었다. 낯선 이의 등장에 잠시 멀리 도망갔던 아기는 다시 돌아와 벽앞에 섰다.한참 주위를 둘러보던 아기는 마침내 ‘가방 디딤돌’을 딛고 그 위에 올라섰다.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엄마와의 간격은 한참 좁혀졌지만,발 디딜 곳이 불안정해 뛰어오르기가 쉽지 않아 담을 올라가는 데 또 실패했다.   그렇지만 또 한명의 구원자가 나타났다.이번에는 진화용 모래주머니를 든 사나이였다.그는 가방 옆자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곡차곡 쌓아 보다 튼튼한 발 받침대를 만들었다.  이 사람이 등장해 또 다시 달아났던 아기 다람쥐는 아까처럼 다시 벽앞으로 돌아왔다.또 한참을 서성이다 새로운 받침대를 향해 도약을 시작했다.  아기 다람쥐의 이번 도전은 성공일까, 실패일까, 해답은 동영상 속에 있다.아기의 ‘새로운 도약’을 응원해보자.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대전을 드라마·영화 메카로

    대전시가 내년부터 드라마와 영화 제작지원에 나선다. 대전을 드라마·영화 촬영의 메카로 키우기 위한 것으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24일 시에 따르면 내년부터 ‘드라마·영화제작 인센티브 비용’ 5억원을 확보, 영화제작사가 대전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하면서 들어가는 숙박비와 음식비, 교통비 등의 20%를 지원한다. 시 문화산업과 김경중씨는 “대전에서 쓴 촬영 관련 영수증을 제출하면 작품당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한다.”면서 “제작비를 지원하면 지금보다 2배 이상 드라마·영화 촬영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전에서는 영화 ‘쌍화점’ 등 39편의 촬영이 이뤄졌다. 내년에는 연초부터 강제규 감독이 할리우드와 손잡은 장동건 주연의 ‘D데이’, 설경구 주연의 ‘해결사’, 김명민 주연의 ‘파괴된 사나이’ 등이 줄을 잇는다. D데이는 충남도청과 신채호 생가에서, 해결사는 엑스포과학공원 내 특수효과타운에서, 파괴된 사나이는 대덕경찰서 등에서 촬영이 있을 예정이다. 시는 이번 인센티브 제공으로 25억~50억원의 직접 효과 등 모두 100억원 안팎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아이리스’를 촬영한 대전 보문산 지하벙커에는 방영 당시뿐 아니라 요즘에도 일본 관광객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엑스포과학공원의 고화질(HD) 드라마타운이 완공되면 대전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드라마·영화 촬영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열린세상] 지방선거는 정당의 사냥터가 아니다/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지방선거는 정당의 사냥터가 아니다/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6월2일 실시될 지방선거에서는 특히 교육감과 교육위원까지 주민들이 직접 뽑는다. 6대 지방선거를 동시에 한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깨어 있는 의식이 특별히 요구된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무엇보다 지방 중심의 정치 리더십 확립 여하에 달렸다.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정당공천제도는 온전한 지방자치 실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의 비리로 인해 지방 정치판이 오염되고 이는 지역 부패의 원인이 된다. 정당공천으로 당선된 시장·군수·구청장과 지방의원은 4년 내내 중앙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최근의 시·군 통합과정만 보더라도 공천에 발목이 잡힌 시장·군수가 시·군 통합에 앞장서고,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정당의 눈치를 보느라 주민의사는 뒷전으로 한 채 소속정당의 거수기로 전락해 찬성표를 던졌다. 지방정치가 중앙정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철저하게 예속당하고 있다. 정당공천을 받아 당선된 지방정치인은 주민복리나 주민의사보다는 중앙정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에 더 민감하게 된다. 심지어 지역구 국회의원이 개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느라 지방의회에 잡힌 일정조차 취소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으로 인한 폐단은 이미 도를 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75%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지방의원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배제를 위한 학계나 시민사회의 요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지방자치와 주민복리를 희생하더라도 국회의원 자신의 웰빙에 도움이 되는 정당공천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2010년 지방선거도 정당 공천을 둘러싼 비리로 오염된 2006년 지방선거의 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 지역발전과 주민복리를 위한 정책경연 축제로서의 지방선거는 실종되고 말 것이다. 후보자의 공약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운동도 전혀 먹혀 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선거 때는 물론이고 다음 4년도 임기 내내 주민들은 찬밥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복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 주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웃 일본에서는 정당공천이 제도적으로 허용됨에도 불구하고 2007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단체장의 99.9%, 기초지방의원의 74.1%가 무소속이었다. 일본에서는 정당공천을 받으면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에 지방정치인들이 정당공천을 기피한다. 일본의 무소속 돌풍은 정당 공천의 폐단을 간파한 주민들의 승리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정당공천과 지역발전을 둘러싼 논쟁이 펼쳐졌다. 당시 여당에서는 정당후보가 당선돼야 중앙직결, 즉 중앙정치와 지방자치가 연결되고, 이를 통해 지역이 발전한다고 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지방정치에서 정당후보자를 배제해야 주민직결, 즉 지방자치와 주민이 연결되고, 그래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맞섰다. 논쟁은 결국 주민들이 정당후보자를 외면하는 것으로 승부가 났다. 우리라고 못할 것이 없다.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해 주민의사나 지역발전은 뒷전인 지방정치인은 더 이상 주민대표가 아니다. 지방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정당이익을 관철시키려 드는 정당대표에 불과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정한 주민대표를 뽑을 것인지, 아니면 정당에 예속된 정당대표를 선택할 것인지는 이제 주민들의 손에 달렸다. 주민의사와 주민복리에 정치적인 생명을 거는 진정한 주민대표를 뽑아야 중앙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에 의해 변질된 지방자치를 바로잡는다. 주민이 주인대접을 받는다. 지방선거를 더 이상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중앙 정당이 먹잇감을 얻는 사냥터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금감원, 내년부터 금융분쟁 공개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금융회사별로 금융분쟁과 관련한 소송제기 현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금융회사들이 금감원 조정을 피하기 위해 분쟁 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상품 부실판매로 분쟁을 3회 이상 유발한 보험 설계사나 금융회사 직원을 특별 관리하고, 다른 회사로 옮겨 영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24일 TV 하이라이트]

    ●성탄특집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사랑(KBS1 오후 10시) 대한민국 최초의 추기경이자, 모든 이들을 사랑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 그가 평생 동안 어떻게 사람들을 사랑했는지, 또 남겨진 우리들이 그의 뒤를 따라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 누구보다 빛났던 80년간의 사랑을 뒤따라가 본다. ●아침드라마 다 줄거야(KBS2 오전 9시) 남주는 자신의 눈앞에서 복순에게 다정스럽게 꽃을 건네던 강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한편 정길은 남주에게 받은 돈봉투를 돌려주려 순철의 집 앞으로 가 남주에게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너를 내 손으로 키웠을 것”이라 말한다. 이를 듣는 남주는 분노에 차는데…. ●살맛납니다(MBC 오후 8시15분) 민수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병원을 찾은 유진은 인식이 민수에게 고액의 혼수품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를 찾아간다. 민수의 속사정을 알게 된 가족들은 그동안 모아둔 돈을 거둬 민수를 도우려 한다. 한편 빨랫감 속에서 못 보던 팬티를 발견한 경수는 민수가 바람을 피웠다고 확신하게 된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0분) ‘살아있는 효자손’ 시원하게 등을 긁어주는 개, 예삐를 소개한다. 살이 에이는 듯 찬바람 부는 날 반팔, 반바지, 맨발에 슬리퍼. 게다가 찬물 목욕에, 바람 쌩쌩 부는 날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잠을 자는 춘식씨. 반팔 사나이가 된 지 3년째, 겨울을 잊은 그의 ‘살 떨리는’ 생활도 만나 본다. ●세계테마기행(EBS 오후 8시50분) 세상 모든 순례자들이 꿈꾸는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프랑스 국경 지대에서 출발해 스페인 서북부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여㎞의 길을 일컫는다. 갈리시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부터 그 길에 동참한 나승열씨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을 만나게 된다. ●전설의 시대(OBS 오후 11시) 북한 여성을 사랑한 서인교 감독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서 감독은 2007년 한스밴드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향했다. 북한동포가 운영하는 한 식당을 방문한 그는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해선 안 되는 북쪽 여자.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공개된다.
  • [연말결산] 2009 놓칠 뻔한 연예뉴스 ① 방송

    [연말결산] 2009 놓칠 뻔한 연예뉴스 ① 방송

    2009년 한 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숱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안방극장을 장식했다. 드라마만 보더라도 상반기 ‘꽃보다 남자’와 ‘아내의 유혹’에 이어 하반기에는 ‘아이리스’와 ‘선덕여왕’ 등이 잇따라 퇴근길 직장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 만큼 유난히 ‘히트 드라마’가 풍성했던 한 해였다. 예능 프로그램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무한도전’과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면서 비슷한 포맷의 현장 버라이어티 작품들이 하나둘씩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었던 한 해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다른 한 편에서는 시청률은 낮았어도 나름대로의 작품성과 오락성을 인정받은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점을 반증한다. 서울신문NTN은 신선하고 참신한 소재의 드라마와 웃음 외에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던 6개의 프로그램을 ‘명품’ 반열에 올려본다. ◆ 드라마 부문: ‘탐나는도다‘ ’열혈장사꾼‘ ‘천하무적 이평강’ 우선 드라마 부문에서는 MBC ‘탐나는도다’와 KBS ‘열혈 장사꾼’ , SBS ‘천하무적 이평강’ 이 독특한 소재와 신선한 기획으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다만 시청률은 작품성에 비해 크게 높지 않았던 게 ‘옥의 티’. MBC의 ‘탐나는도다’ 는 ‘17세기 제주 앞바다에 금발의 푸른 눈 사나이가 떨어지다’라는 독특한 주제로 웰메이드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로 다른 문명과 인종 간의 소통방법을 터득해 가는 과정과 신분격차 속에서 사람간의 벽을 허물어가는 과정을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균 5.7%(TNS미디어)의 시청률로 바닥을 기었지만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해 선전은 했다는 후평이다. 하지만 당초 20부작으로 예정돼 대본까지 미리 나왔음에도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최종 16부작으로 만족해야 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마니아층의 지지를 얻은 덕에 DVD용으로는 총 21부작으로 재편집돼 발매되는 영광을 누렸다. 감동이 있는 휴먼 드라마를 지향한 KBS의 ‘천하무적 이평강’ 과 ‘열혈 장사꾼’도 각각 5.5%와 9.2%의 비교적 낮은 시청률을 현재 올리고 있거나 과거에 기록했지만 이들 드라마는 ‘실패와 역경을 통해 꿈을 이루는 젊은이’(천하무적 이평강), ‘고객을 감동시키는 세일즈’(열혈 장사꾼) 등 뚜렷한 주제의식을 드라마에 삽입한 덕분에 평론가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 예능 부문: ‘단비’ ‘우리 아버지’ ‘강심장’ 예능부문에 있어서는 MBC ‘일요일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프로젝트 코너인 ‘단비’와 ‘우리 아버지’, 그리고 SBS의 ‘강심장’이 ‘명품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일밤의 ‘구원투수’ 로 전격 투입된 김영희PD는 KBS ‘1박 2일’ 과 SBS ‘패밀리가 떴다’ 의 리얼 코미디에 밀렸던 프로그램을 ’감동 코드’ 로 방향전환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첫 전파를 탄 ‘단비’ 와 ‘우리 아버지’를 통해서다. 이들 프로그램은 초기 4%대에 머물렀던 시청률이 8%대까지 뛰어오르며 서서히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이끌어 내고 있다. ‘단비’ 의 경우 출연자들이 아프리카 지역의 심각한 식수 문제를 생생하게 접하면서 열악한 환경 속의 현지인들에게 힘을 준다는 내용을 담았고, ‘우리 아버지’ 는 병든 아내와 혼자 자라는 아들 생각에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기울이는 아버지, 자식에게 환경미화원이라는 사실을 숨긴 아버지 등 힘겹게 살아가는 이 시대 가장의 이야기를 사실감있게 묘사했다. 이같은 ‘훈훈함’ 때문인지 실제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상당히 뜨거운 편이다.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수정이에게 기적을 안겨준 단비팀 감동이다”,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였다”, “밥먹으면서 봤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아 혼났다” 라는 식의 감동섞인 호평이 쏟아나고 있다. 이 외에 SBS의 ‘강심장’ 역시 ‘감동 예능’ 이 그저 감동과 눈물에만 머물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인 ‘웃음’이 감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나도록 해야 한다는 모델을 제시해주고 있는 케이스다. 예를 들면 신·구 게스트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비밀리 간직했던 사연을 공개하거나 차마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눈물겨운 가족사 등을 자연스럽게 웃음과 감동으로 승화시키는 내용들이다. ‘강심장’은 게스트들의 깜짝 놀랄 만한 사연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면서 평균 시청률이 20%에 육박하는 등 화요일 심야 프로그램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색깔’을 갖춘 드라마와 ‘감동’을 선사하는 예능 프로그램. 2010년의 방송계에서도 이 열기는 계속 뜨거워지리라 기대해본다. 사진=각 방송사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시간강사·연구원 2년이상 계약 가능

    노동부는 22일 대학 시간강사나 연구기관 연구원 등을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이에 따라 시간강사와 연구원은 근무한 지 2년이 넘어도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다. 비정규직법에는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대학과 연구기관 등은 시간강사와 연구원 등에 대해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했다. 현재 대학 시간강사는 4만여명, 연구기관 연구원은 1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한편 노동부가 지난달 벌인 실태조사에서 비정규직법 적용을 받는 시간강사(주당 15시간 이상 강의) 2314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2명에 그쳤다. 나머지 2312명은 계약 연장을 받지 못하고 실직했다. 이에 따라 시간강사와 연구원 대부분은 자신들을 기간제한 대상에서 빼줄 것을 희망했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씀씀이 탐구생활] 2030세대 용돈 어떻게 썼나

    [씀씀이 탐구생활] 2030세대 용돈 어떻게 썼나

    올해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 “아니 벌써!” 달력을 보고 놀란 당신이 한숨을 쉬는 이유는 바로 올해도 그리 많은 돈을 모으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 연말 바쁜 업무로 통장 잔고 한 번 챙길 겨를이 없던 당신도 각종 연말 모임에서 오가는 경제, 재테크 노하우, 씀씀이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올해 그대 용돈은 어디로 흘러갔는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분위기 따라 카드를 썼다면 십중팔구는 후회할 걸! 2030세대의 ‘씀씀이 탐구생활’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자. ●술 한번 더 먹을까 무선 인터넷 연결할까 9급 공무원 윤모(26)씨는 회식 때면 습관적으로 시계를 봐요. 시내버스 막차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죠. 막차시간이 다가오는데 눈치 없이 소주 한 병 더 시키는 과장은 정말 질색이에요. 짜증 나는 상사는 또 있어요. 노래방에서 추가시간 30분 더 넣는 부장 때문에 윤씨는 씁쓸한 마음으로 손에 들었던 외투를 내려놔요. 노래방 ‘진상’은 가까운 곳에 있어요. 마지막 30초 남겨 놓고 최후의 한 곡을 위해 취소와 시작 버튼을 동시에 누르는 회사 동기가 바로 그 ‘진상’이죠. 그 친구가 마지막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사이 막차는 떠나갔어요. 윤씨가 시내버스를 타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에요. 바로 택시 타기에는 돈이 아깝기 때문이에요. 상사부터 한 분 한 분 택시에 태워 보내다 보면 자기 차례까지는 30분도 더 걸려요. 집이 멀어서 한 달 택시비로 50만원을 쓴 적도 있어요. 그렇다고 택시비 챙겨 주는 상사도 없어요. 이 돈이면 회사 가까운 동네에서 월세를 살아도 돼요. 막차 버스에서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도 내년을 생각하며 꾹꾹 참아요. 내년 4월 결혼도 해야 하는데 택시비로 흥청망청 쓸 수는 없잖아요. 이 마음 여자친구는 아는지 모르겠어요. 회사원 안모(32)씨는 아예 집에 인터넷과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았어요. 안씨가 원했던 것은 아니에요. 자취방에 전에 살던 남자가 나가면서 인터넷, 케이블을 모두 끊고 나갔어요. 그 남자가 쓰다가 팔고 간 텔레비전도 일주일 뒤에 고장이 났어요. “이런 젠장, 밤마다 즐겨 보던 영화채널도 볼 수 없는데 무슨 낙으로 사나.” 한 달 전에 본 영화 또 보면서, 이미 본 영화 다시 보다가 중간에 채널 돌리기 일쑤이면서도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해요. 인터넷, 케이블 다 연결해야지 하다가 시간이 안 나서 설치를 아직 못 했다고는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귀찮아서예요. 퇴근도 늦고 주말에는 약속도 많아요. TV도 다시 사려면 그것도 일이에요. 안씨가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노트북에 무선인터넷 신호가 잡혔기 때문이에요. 영화나 드라마도 인터넷으로 다 해결이 됐어요. 그런 안씨의 한 달 용돈은 60만원 정도예요. 술 한번 안 마시고 그 돈으로 케이블TV 연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안씨는 그저 자신이 돈을 아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가·대학원… 월급절반 인생 재설계에 단순히 씀씀이를 줄인다고 돈이 모이는 건 아니에요. 지혜롭게 돈을 쓴다면 수십만원도 아깝지 않아요. 여기 월급의 절반을 인생 재설계에 쓰는 이가 있어요. 지난해 잡지사에 취직한 이모(24·여)씨는 지난달 1년 만에 정규직이 됐어요. 기쁜 마음도 잠시.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력 키우기가 절실해요. 지난달부터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요가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요가를 스트레칭으로 알고 있는 남자들은 이씨를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또 이씨는 대학원도 알아보고 있어요. 매달 한 권 이상의 책을 들고 한 곳 이상의 여행을 가기로 결심도 했어요. 이씨는 이렇게 딱 3년만 하기로 했대요. 아직 나이도 어린데 저축은 조금 뒤로 미뤄도 된대요. 역시 젊음이 최고예요. ●백수때나 결혼해서도 용돈은 그대로예요 남자들은 결혼하면 더 궁핍해진대요. 공연 분야에서 근무하는 장모(31)씨가 바로 그래요. 시원하게 돈 잘 쓰던 장씨가 바뀐 이유는 바로 아내와 아기 때문이에요. 장씨는 하루하루 부인에게 용돈을 1만원씩 받아요. 분유값, 기저귀값 마련하려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아내가 그랬어요. 아기 옷, 장난감, 기저귀 사는 데 한 달에 50만원은 족히 나가요. 대학에 결혼까지 보내려면 앞날이 캄캄하지만, 장씨는 그래도 좋대요. 아직은 말도 못하는 아기의 트림이 귀엽기만 해요. 버스를 타다가도 아기 생각에 웃음이 나요. 초보 아빠는 어쩔 수 없나 봐요. 결혼 2년차 김모(29)씨도 장씨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의 용돈은 30만원이에요. 대학 때도 30만원, 백수 때도 30만원인데 달라진 게 없대요. 모든 돈 관리는 아내가 해요. 김씨는 돈을 모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해요. 결혼해야 돈이 모인다는 말도 자기 하기 나름이래요. 김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지갑에 카드 한 장도 없다며 “결혼 2, 3년차가 되어 신혼 생활이 끝나면 남편들은 밖에서 노는 경우가 많아 씀씀이가 커진다.”고 경고해요. 지갑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 믿을 수밖에 없어요. ●별·콩다방 지출에 헉헉… 새해엔 커피도 끊어? 고속열차(KTX) 승무원 박모(26·여)씨는 입사 초만 해도 소문난 ‘짠순이’였어요. 지방 출신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박씨도 서울에 처음 올라와 비싼 월세에 놀랐어요. “월세로 이렇게 나가면 돈은 언제 모으나요?”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꼭 이런 말을 해요. 박씨의 한 달 용돈도 처음에는 20만원을 넘지 못했어요. 밥값 줄이자고 요리도 직접 하고 인터넷 쇼핑몰은 쳐다볼 생각도 안 했대요.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박씨도 달라졌어요. 2년차에 접어들며 일이 바빠지고 냉장고에 마른반찬은 손을 안 대서 말라 갔대요. 박씨는 처음에는 쳐다도 안 보던 인터넷 쇼핑몰을 이제는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인 ‘소비자의 친구’라고 말해요. ‘지름신’이 부활하신 거예요. 무엇보다 박씨의 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커피예요. 이른바 ‘별다방(스타벅스)’, ‘콩다방(커피빈)’에 쓰는 돈이 한 달에 10만~20만원이래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커피를 줄일까 생각 중이에요. 주변에서는 그런다고 돈이 모이는 건 아니라는데 그래도 시작은 해봐야겠대요. ●실연 아픔 잊으려 늦바람 당구… 나좀 말려줘요 직장인 김모(27)씨는 한때 친구 중에서는 저축을 가장 많이 하는 편에 속했어요. 그런 그가 변한 것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부터예요. 여자친구의 간섭에서 해방된 김씨가 여친의 손 대신 잡은 것은 바로 당구 큐대였어요. 남자들은 당구에 미치면 칠판과 천장이 당구대로 보여요. 친구들도 김씨의 철없는 ‘늦바람 당구’를 막을 수는 없었어요. 여자친구를 잊겠다고 치는 당구를 아무도 막지는 못했어요. 김씨는 스포츠토토에도 돈을 썼어요. 3만~4만원씩 쓰던 김씨는 이번 달에만 20만원을 썼어요. 몇 번 당첨이 되면서 용돈 벌이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물론 후회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당연히 귀에 꽂혔을 잔소리가 오히려 그리워졌어요. 김씨의 새해 다짐은 일단 당구와 복권을 끊는 것이에요. 바꿔 말하면 연애를 다시 하기로 마음잡았다는 얘기죠. 연애를 하면 씀씀이도 커져요. 비싼 선물 주고받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비싼 스파게티, 파스타를 먹어야 해요. 기념일은 꼬박꼬박 챙겨요. 얼마 전 애인이 생긴 이모(28·여)씨도 데이트 비용이 고민이에요. 이씨가 용돈도 아끼고 남자친구와 사랑도 돈독히 할 방법으로 생각한 것은 바로 데이트 통장 만들기예요. 두 사람이 만든 체크카드는 50만원이 넘으면 카드가 정지돼요. 이씨는 자신이 낸 아이디어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요. 한때는 비싼 레스토랑,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만나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적령기에 환상만으로 데이트를 즐기기는 어렵다.”고 이씨는 말해요.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 변한 사람이 또 있어요. 간호사 한모(27)씨는 얼마 전 10년 사귄 남자친구가 직장을 잡자 결혼 얘기를 하기 시작했대요. ‘나나 너나 돈 없는 거 서로 아는데 무슨 배짱으로 결혼 얘기를 하냐.’ 남자친구 몰래 이런 생각도 했지만, 여하튼 결혼은 현실이에요. 한씨는 어제 지갑 속 수많은 카드를 가위로 잘라 버렸어요. 웬만한 보고서보다 긴 카드 명세서도 이제는 안녕이에요. 인터넷에서 펀드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인덱스, 브릭스, 채권형…. 무슨 말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새해에는 왠지 돈이 모일 것 같답니다. 안석 이민영 최재헌기자 ccto@seoul.co.kr
  • 금융권 해외진출 두얼굴

    금융권 해외진출 두얼굴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정작 현지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시장 개척 노력만큼 이미지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활동 실적이 거의 없다. 반면 국내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잇속만 챙기고 떠난다는 ‘먹튀’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시장 개척만큼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기관별 해외 법인 및 사무소 등 점포 수는 지난 9월 말 현재 은행 128곳, 증권사 74곳, 손해보험사 48곳, 생명보험사 20곳, 자산운용사 16곳 등이다. 이들 금융회사의 해외 영업망은 미국·일본·영국·싱가포르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베트남·인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도 촘촘히 깔려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벌이는 사회공헌 활동은 ‘가뭄에 콩 나듯’ 이뤄지고 있다. 금융업종별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실적이 가장 열악하다. 삼성증권 임직원 20여명이 지난 8월 자비를 털어 네팔에서 봉사활동에 나선 것과 현대증권이 지난 9월 필리핀 현지학교에 컴퓨터 700대를 기증한 것 정도가 전부다. 일회성 행사라 지속 여부도 불투명하다. 나머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사회공헌 실적은 현재까지 제로(0) 상태다. 보험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한생명과 교보생명 외에 이렇다 할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보험사는 아직까지 없다. 대한생명은 중국·베트남 현지법인을 통해 난치성 질병을 앓는 아동 후원, 불우 학생에 대한 장학금 전달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2005년부터 보험학을 전공하는 중국 현지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 점포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신용카드사들 역시 걸음마 단계다. 신한카드가 올해 처음 고객들이 기부한 포인트를 바탕으로 캄보디아 아동들에게 자전거를 기부했으며, 내년에도 사업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의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우리은행은 2005년부터 미국에 ‘꿈나무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저소득층 교민 자녀 중 매년 60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우수 현지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우리장학회’를 만들었으며, 현지 대학과 손을 잡고 ‘한국어과 발전기금’과 ‘조선족 아동장학회’ 등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즐거운 친구들’이라는 뜻을 가진 대학생 해외봉사단 ‘라온아띠’를 동티모르와 캄보디아 등에 내보내 아동 언어교육 등을 후원한다. 임직원들로 구성된 사회봉사단도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등지에서 무료 집 지어주기 등의 활동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도 ‘신한희망재단’을 통해 중국·우즈베키스탄·인도·캄보디아·몽골·베트남 등지에서 장학 사업과 우물 파기 사업, 사랑의 학교 건립 등을 전개하고 있다. 유영규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객원칼럼] 이제 ‘友테크’의 시대다/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객원칼럼] 이제 ‘友테크’의 시대다/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인생 100세 시대다. 과학의 진보가 가져다준 선물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끔찍한 비극이 될 수 있다. 운 좋게 60세에 퇴직한다 해도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적당한 경제력과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긴 세월이 신산(辛酸)의 고통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과 건강을 가졌다고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니다. 부와 지위가 정점에 있던 사람들조차 스스로 몰락하는 일을 우리는 최근 몇년 사이에도 적지 않게 보아 왔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하는 인생이 없다면, 누구든 고독의 만년을 보낼 각오를 해야 한다. ‘우(友)테크’의 시대다. 재테크에 쏟는 시간과 노력의 몇 분의 일만이라도 세상 끝까지 함께할 친구들을 만들고, 확장하고, 엮고, 관리하는 일에 정성을 쏟아야 할 때다. 우리는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공부 잘하는 법, 돈 버는 법에는 귀를 쫑긋 세웠지만 친구 사귀는 법은 등한시했다. ‘우테크’는 행복의 공동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행복하게 사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 당신이 먼저 연락하라. 우테크는 재테크처럼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우연히 마주친 친구와 ‘언제 한번 만나자.’는 말로 돌아설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점심 약속을 잡아라. 아니면 그 다음날 전화나 이메일로 먼저 연락하자. # 기꺼이 총무를 맡아라. 평생 ‘갑(甲)’으로 살아온 사람들일수록 퇴직하면 더 외롭게 지내는 것을 종종 본다. 항상 남들이 만나자고 하는 약속만 골라서 만났기 때문이다. 날짜와 시간을 조율하고 장소를 예약하고 회비를 걷는 일은 성가시다. 그러나 귀찮은 일을 묵묵히 해낼 때 친구는 늘어난다. # 남녀노소를 따지지 마라. 내가 아는 전직 장관 한 분은 요즘 젊은 친구들 만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영어회화를 함께 수강하는 20대의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문자메시지도 교환한다. 비결은 다음과 같다. 자기 나이보다 스무살 이상 적은 사람도 언제나 존댓말로 대할 것. 혼자서만 말하지 말 것. 교훈적인 이야기로 감동시키려 들지 말 것. 가끔 피자를 쏠 것. # 매력을 유지하라. 항상 반짝반짝하게 잘 씻고 가능하면 깨끗하고 멋진 옷을 입어라. 동성끼리라도 매력을 느껴야 오래 간다. 후줄근한 모습을 보면 내 인생도 함께 괴로워진다. 육체적 아름다움만 매력이 아니다. 끊임없이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새로운 음악도 들어야 매력 있는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 # ‘우테크’의 일순위 대상은 배우자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안에 원수가 산다면 그것은 가정이 아니라 지옥이다. 배우자를 영원한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 우선 배우자의 건강을 살펴야 한다. 혼자 자는 일도 삼갈 일이다.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져도 모르면 큰일이다. 공동의 관심사나 취미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자기 취미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함께하는 취미를 만든답시고 등산하는 데 데리고 가서는 5시간 동안 부인에게 한 말이라고는 “빨리 와.”뿐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후로 사이가 더 나빠졌음은 물론이다. # 우테크 10훈(訓): 1) 일일이 따지지 마라. 2) 이말 저말 옮기지 마라. 3) 삼삼오오 모여서 살아라. 4) 사생결단 내지 마라. 5) 오! 예스 하고 받아들여라. 6) 육체 접촉을 자주해라. 7) 7할만 이루면 만족해라. 8) 팔팔하게 움직여라. 9) 구구한 변명 늘어놓지 마라. 10) 10%는 베풀면서 살아라.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 이병헌-김승우는 잊어라…장혁-성동일이 온다

    이병헌-김승우는 잊어라…장혁-성동일이 온다

    볼록버스터 첩보액션 ‘아이리스’ 는 이병헌과 김승우가 주축이 돼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 아이리스 후속작인 액션 사극 ‘추노’ 에서 장혁과 성동일이 그들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병헌은 아이리스를 위해 액션신을 대역 없이 진행했다. 그는 4회 암살 후 총격전에서 이병헌이 줄을 타고 내려와서 한 손으로 매달려 있는 장면, 10층 높이의 건물에서 나무 위로 떨어지는 추락 신, 폭파 신 등을 살아있는 액션을 통해 직접 소화하면서 작품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장혁도 강렬하고 파워풀한 액션 연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 최고의 추노꾼 대길역으로 분한 그는 조선 최고의 무장 오지호(태하)와 지난 19일부터 20일 양일간 갈대밭에서 ‘숙명적인 첫 대결’ 을 벌였다. 두 사람은 고난이도의 액션을 소화하며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의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또 평소 철저하게 운동해 왔던 이병헌이 극중 최정예 첩보 요원 역에 몰입하기 위해 특별히 몸매 관리에 더 신경을 썼듯 장혁도 태껸, 절권도 등 각종 무술을 연마하고 체력 훈련해 몰두해 왔다. 조연들의 ‘맹활약’ 도 눈여겨 볼만하다. 김승우는 북한 엘리트 군인 박철영 역으로 분해 ‘폭풍간지’ 로 떠오르며 아이리스에서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철영 역할로의 완벽 변신을 위해 귀순한 북한 엘리트들을 직접 만나 자문을 구하고 관찰해 대사나 행동에 접목하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액션 사극 ‘추노’ 에서는 성동일이 그 바톤을 이어받는다. 극중 한수 이북 최고의 추노꾼에서 장혁(대길)이 조선 최고의 추노군이 되면서 장혁과 첨예한 대립각을 이루게 된다. 특히, 코믹연기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있는 그가 20년만에 조선 최고의 악역으로 변신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한편 ‘추노’ 는 2010년 1월 6일 첫 전파를 탄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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