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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새 영화진흥위원장의 조건/김병재 동국대 겸임교수

    [열린세상] 새 영화진흥위원장의 조건/김병재 동국대 겸임교수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직무대행 김의석)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진보·보수 간의 이념대립과 신·구세대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영화계의 대립과 갈등은 분명 도를 넘었다. 일부 세력은 여전히 현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정부 정책에 길들여진 관행 때문이다. 영진위가 다시 위원장 공모에 나섰다. 임기 3년의 새 수장(首長)을 뽑는다. 위원장은 한국 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영화 산업의 진흥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영화발전기금을 관리 운영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한해 500억여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자리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다. 영화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벌써부터 차기 위원장 자리를 놓고 수면 아래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조희문 낙마 이후 지난 10년 이상 영화제의 실력자로 자리를 굳힌 진보 인사나, 당시 산업 현장에서 맹주 노릇을 했던 인물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는 말이 들린다. 지난 문화 권력의 탈환이 목적인 듯하다. 여기에 “이젠 교수는 안돼.”라는 교수 불가론에서 “생선가게를 고양이한테 맡길 수 없다.”는 CEO 불가론까지 자신들의 희망을 섞은 바람이 보태지면서 충무로가 술렁인다. 교수 불가론은 조희문의 도중하차가 배경인 것 같다. CEO 불가론은 지난 정권시절 한국 영화사상 최고 르네상스라며 호기를 부리며 거품시장을 주도했던 장본인들이라는 것이 이유다. 실패한 CEO라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열악한 영화산업의 상당 부분은 그들 책임이다. 당시 충무로엔 돈이 넘쳐났다. 그래서 영화는 쏟아졌고, 연기자 출연료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투자 받으면 강남에서 술판부터 벌였다. 그들 일부는 거품이 꺼지면서 대학과 지자체의 영화제로 자리를 옮겼다. 필자는 굳이 직업군으로 분류한다면 관료 출신이 바람직해 보인다. 실패한 CEO나 교수보다는 능률적인 행정 처리와 진보·보수의 이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위원장의 조건으로 직업이 기준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현 정부의 문화정책을 구체적인 비전으로 제시하고 그에 따른 진흥정책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국내 영화산업이 선순환 구조로 작동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대에 맞는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고 수행할 것인지, 갈수록 더해가는 대기업의 투자·배급 독과점에 따른 개선책은 무엇인지, 불법 복제를 막아 윈도 시장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하고, 거기에다 영화계의 오랜 반목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새 위원회는 지원 방식 변경에 따른 새 정책을 내야 한다.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도록 사전에 유도하는 정책에서 일정 수준의 콘텐츠를 골라 밀어주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을 기조로 사후, 간접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그래서 콘텐츠 제작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보완책을 세워야 한다. 새 영진위는 대행체제로 불가피하게 발생했던 행정의 느슨함을 속히 만회해야 한다. 영진위가 최근 공공기관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2년 연속 꼴찌 단계인 ‘미흡’ 평가를 받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위원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사업을 파행으로 몰고 간 사무국장, 부장급 간부들의 책임을 물어 일신해야 한다. 최근에 접한 40대 간부급의 장기 해외 연수 역시 여전히 영진위가 신이 내린 공기업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영진위의 새 수장은 다양한 소통방식을 가동해야 한다. 하지만 일전처럼 보여주기 위한 좌·우 간의 화합 제스처는 곤란하다. 영화인협회로 대표되는 보수 진영과 제작가협회 및 독립영화협회 등 진보 측 외에도, 프로듀서 조합(PGK), 영화산업노조, 영상기술학회, 비상업영화기구, 영화평론가협회 등과도 다양한 의견을 소통해야 한다. 특히 지난 정부 때의 프로듀서 1세대와는 달리 현재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제작현장 중심에 있는 프로듀서조합과 영화산업노조와의 소통은 절실해 보인다.
  • 생활 속 이야기로 수학일기 써 보세요

    생활 속 이야기로 수학일기 써 보세요

    영어일기를 쓰면 꾸준히 영어에 접할 수 있고, 영어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진다. 한마디로 영어를 공부할 때 기초체력이 강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영어일기로 영어 실력을 키웠다는 학생들이 많다. 수학일기를 쓰는 건 어떨까. 수학 용어로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면 웬만큼 수학을 좋아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 같다. 하지만 수학적인 소재를 찾아 일기를 쓴다면, 색다른 재미를 불러 일으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얼핏, 일상과 다소 동떨어진 것 같은 수학에서 일상적인 소재를 찾아서 일기로 구성해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수학일기를 제안한 시매쓰수학연구소 조경희 소장은 27일 “신문 기사에서 산술적인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찾는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문제에서부터 수학적인 사고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27일 자 서울신문 5면에 게재된 서울시내 주유소별 기름값 비교 기사는 수학일기의 좋은 소재가 된다. 기사를 보면 서울 시내에서 가장 싼 곳의 휘발유 가격은 1ℓ당 1725원이고, 가장 비싼 곳의 휘발유 가격은 1ℓ당 2135원으로 나타난다. 이 기사를 보며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어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게 좋을지 ▲한 번 기름을 넣을 때 20ℓ를 넣는다면 얼마를 내야 할지 ▲3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려면 몇 ℓ를 넣을 수 있을지 등을 계산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제시된 기름값을 보고 사칙연산을 해 볼 수 있고, 고학년이라면 기사에 제시된 오피넷(opinet.co.kr)에서 전체 주유소 기름값을 찾아보며 집 주변에 있는 주유소의 평균 기름값 등을 산출해도 좋다. 초등학생용 수학도서에서도 수학일기의 소재를 찾을 수 있다. 이 때 학년별 수준에 맞춰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응용할 수 있는 내용을 골라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다. 조 소장은 “초등학교 2학년이라면 시간·길이 등 측정 단위의 유래나 측정방법, 측정 도구 등의 내용을 찾아보는 게 좋다. 3학년은 측정 단위끼리의 합이나 차를 계산하도록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4학년 단계에서는 사칙연산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사칙연산 기호의 유래를 알아보고 내용을 정리하는 게 좋다. 약수, 배수, 통분과 약분, 분수의 곱셈과 나눗셈 등이 집중되어 있는 5학년은 분수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예비 중학생인 6학년은 퍼즐책을 풀어 보거나 수학사나 수학자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정도 읽어두는 게 좋다. 수학자가 공식을 발견하게 된 원리를 깨치면서 자연스럽게 중학교에서 배울 수학 개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소장은 “수학일기를 쓸 때 또 하나의 장점은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 등을 봐도 당황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글쓰기가 부담된다면, 그림으로 같이 표현하거나 생각나는 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수학 공부를 하는 데 친근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유세윤 “슬럼프 빨리 왔으면 좋겠네”

    유세윤 “슬럼프 빨리 왔으면 좋겠네”

    “슬럼프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MC는 정말로 하기 싫다.”, “사람을 웃기는 것이 싫어졌다.” 개그맨 유세윤(30)과의 인터뷰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치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예상을 뒤엎는 폭탄 발언이 팡팡 터졌다. 올해 네티즌에게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한민국을 웃긴 유세윤. 힙합 듀오 UV를 결성해 가수로서 새로운 즐거움을 준 그와 함께 2010년을 정리해봤다. →‘뼈그맨’이라는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나. 레게 머리를 하고 ‘통 큰 치킨’을 사기 위해 한 마트에서 줄을 선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나도 인터넷 검색어에 떴기에 찾아봤다. 그런데 네티즌이 합성한 사진이었다. 그만큼 내가 친근한 이미지이긴 한가 보다. ’뼈그맨‘이라는 말은 귀엽긴 하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별명이다. 좀 지나치기도 하고, 맨날 웃겨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기기도 한다. →올 한해 ‘유세윤’ 이름 석자만 떠올려도 입가에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본인은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었나 보다. -방송할 때는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만,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휘둘리는 성격도 아니고…. 하지만 언젠간 실망시켜 드리겠다. 내년쯤 슬럼프가 올 것 같은데, 어차피 올 거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내가 슬럼프를 겪으면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것 같다. 누구나 가끔은 우울해지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슬럼프를 겪고 나면 모든 게 지워지고, 새 출발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수 뮤지와 함께 올해 결성한 그룹 UV가 데뷔곡 ‘쿨하지 못해 미안해’부터 대박을 치는 등 가수로서도 활약이 대단했다. -행복했던 한해였다. 회사나 방송 등의 많은 통제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누린 해였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캐롤을 무료로 배포했다. 난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진 사람이지, 꼭 개그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 연출, 코미디, 음악은 모두 하나의 예술이다. 그런 면에서 난 예술인, 아티스트를 지향한다. →UV의 음악은 중독성 있는 힙합 멜로디에 독특하고 코믹한 가사들로 ‘퍼니 팝 소울’이라는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어떤 음악을 지향하나. -특정 장르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고, 즐거운 음악이면 된다. 평소 좋아하는 1990년대 음악을 계속 가져오자는 생각은 있다. 요즘은 80년대 디스코 음악에 빠져서 ‘런던보이스’와 ‘할렘 디자이어’의 음악을 자주 듣고 있다. 책을 많이 안 읽어서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폭이 좁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가사의 표현이 더 직설적이고 솔직해진 것 같다.(웃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소재로 한 ‘편의점’, 어머니를 소재로 한 ‘Mom’ 등 사랑에만 국한되지 않는 내용도 인상적이다. ‘개그콘서트’ 때 했던 음악 개그 ‘닥터 피시’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되나. -음악은 다르지만, 캐릭터 자체는 연장선에 있는 것이 맞다. 개인적으로는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도입부 가사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가 가장 맘에 든다. ‘편의점’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분들이 울컥할 때를 표현했고, ‘Mom’은 클럽에서 놀 때 들을 만한 음악인데 ‘효’를 접목해 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가수로는 TV나 라디오 출연을 일절 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방송을 하면서 PD나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웃기는 것이 싫었다. 웃기기 싫을 때도 웃겨야 하고…. 음악도 그렇게 남이 원하는 방식으로 변질될까 봐 두려웠다. →‘집행유애(愛)’, ‘인천대공원’ 등 1980~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 뮤직비디오도 화제였다. 올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정식으로 데뷔했는데. -일부러 뮤직비디오를 촌스럽게 찍었다. 원래 촌스러운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영상이 촌스러우면 음악이 비교가 돼서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영화 연출에도 관심이 많다. 내년에는 상영하지 못하더라도 단편 영화를 찍어보거나 영화에 출연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영화가 내 꿈이라고 말할 만큼 그렇게 욕심이 많은 성격이 아니다. →강호동, 유재석을 잇는 차세대 MC로 꼽히는데. -MC는 정말 안 하고 싶다. 나와는 안 맞는 옷인 것 같다. MC는 이미지 관리를 잘 하고 사생활 노출도 많이 해야 하지만, 나는 은둔형에 가깝다. 재석이 형이나 호동이 형을 봐도 MC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춰 가며 그 속에서 전략적으로 재미를 끌어내야 하는데, 난 그런 데서 별로 보람을 못 느낀다. 자꾸 (MC) 시키면 도망가 버릴지도 모른다. →그럼 어디서 보람을 느끼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음악이든 코미디든 표현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그것이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하지만 제도권에서는 계속 어떤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그들의 의지를 개입시키려고 한다. 방송이나 매니지먼트 시스템 하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예술성을 맘껏 펼치기가 힘들다. 난 언젠가는 예술인이 될 거다. →얼마 전 아들이 태어났다고 들었다. 지금이야 CF도 많이 찍고 인기가 상한가이지만, 가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 가족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바라고, 그래야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위 사람들도 잘 안다. 제도권만 모를 뿐이다. 큰 가난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돈 욕심도 별로 없다. 솔직히 CF는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래서 출연료를 높게 불렀더니 어째 몸값이 더 올라가더라.(웃음) 그가 종종 방송에서 ‘할매’라고 부르는 네살 연상의 아내에게 자신은 “참 비위 맞추기 힘든 남편”이라고 털어놓는 유세윤. 올해는 정통 코미디를 하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그는 내년엔 라디오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10년지기 유상무, 장동민과 함께 ‘옹달샘쇼’라는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새해 덕담을 부탁했다. “여러분, 새해엔 크든 작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그럴 만한 여건이 안 된다면 그 안에서 충분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기세요.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는다구요? 그런 건 위에나 줘버려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北, 장거리 미사일·3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강화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이끌고 나가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3번째 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인터넷판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SM은 서울발 기사에서 국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1990년대 1차 핵위기 때에도 북한은 벼랑끝 전술을 통해 긴장을 높이고 위기를 고조시킨 뒤 협상장에 나왔듯이, 이번에도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라고 핵 실험 강행에 무게를 실었다. CSM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 실험은 한·미·일 세 나라가 북한과의 6자회담 재개 등 대화 개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협상의 물꼬를 트는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3차 핵실험에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는 지난 23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와 대비된다. 당시 FT는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6, 2009년과 같은 형태의 핵 실험을 추가로 단행, 중국을 당혹스럽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한국 외교안보연구원이 지난 24일 발간한 ‘2011 국제정세전망’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북한의 핵 무장 강화와 3차 핵실험 등 군사적 도발 가능성 등에 초점을 맞췄다. CSM은 북한이 우라늄농축 핵 무기 실험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우라늄농축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이뤘으며 지난달 지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이 북한 방문에서 확인한 영변 우라늄 농축 공장 말고도 여러 곳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고 정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생명의 窓] 삶의 완성은 향기이다/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생명의 窓] 삶의 완성은 향기이다/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시골 절의 법회는 소박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초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소박하다는 생각은 해 보았어도 초라하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인생의 황혼녘에 들어선 할머니들의 그 푸근한 인상 때문일 게다. 할머니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꼭 저만큼만 늙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주름질 대로 진 얼굴에 깊이 배어나오는 미소는 언제나 내 가슴에 따뜻함을 전한다. 정직함, 달관, 그리고 무욕의 그 표정이 미소로 그려지는 것이다. 삶을 아는 사람들은 인생에 그리 욕망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다 무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애착하던 모든 것으로부터의 달관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식이나 사회적 지위와는 관계가 없다. 어쩌면 시골에서 농사나 짓고 사신 분들이 이 진리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생애가 정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받는 삶의 유일한 보상이기도 하다. 지식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삶은 거짓으로 조작되어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들은 나이가 들어도 삶의 이 진실을 깨닫지 못할지도 모른다. 욕망에 길들여진 삶을 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제자인 비구는 다른 말로 하면 걸사라는 뜻이다. 그들은 밥을 빌고 법을 건넨다. 밥을 빌 때 그들은 차례로 걸식을 한다. 어느 한 집이 맛있다고 하여 그 집에서만 탁발하지 않는다. 밥을 보시하는 복을 두루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에서이다. 그것은 마치 벌이 꿀을 구하는 것과도 같다. 벌은 꽃을 해치지 않고 꿀을 모은다. 꽃은 벌이 왔는지도 모른 채 꿀을 내준다.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계속 이동하며 꿀을 모으는 벌과 비구의 탁발은 닮았다. 벌과 비구의 공통점은 소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그 행보가 욕망을 떠나 있으므로 그 관계는 상생의 관계가 된다. 뺏고 빼앗기는 약탈의 관계는 소유욕의 산물이다. 이것은 얼마나 아픈 것인가. 그런데도 우린 여전히 그런 관계 속을 휘청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법회를 마치고 할머니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밥상엔 시금치가 올라와 있었다. 남해의 시금치는 유독 달다. 시금치를 먹고 나면 입에 단맛이 도는 것이 남해의 시금치이다. 시금치를 먹고 나서 비구니 스님이 시금치는 어떻게 날이 추울수록 더 단 맛이 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물음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답을 얻었다. 시금치는 추위가 살갗을 파고들 때마다 춥지 않아야 한다는 욕망을 스스로 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단맛으로 피어날 수 있었다고. 그러고 보면 시금치의 단맛은 스스로 욕망을 비운 시금치의 향기인지도 모른다. 향기는 존재의 가장 완성된 모습이다. 그래서 꽃의 완성은 개화가 아니라 향기의 발산에 있다. 꽃은 피었으되 봉오리를 다물고 향기를 발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미완의 모습일 뿐이다. 존재의 진정한 완성은 이렇게 그 형상의 한계를 떠나는 데 있다. 향기는 스스로를 버리고 즐겁게 전체가 되는 무욕의 행보인 것이다. 살아가다가 어느 향기 나는 삶의 모습 앞에서 우리가 행복하게 걸음을 멈추는 것도 그 향기를 스스로 닮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삶의 향기이다.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난다. 욕망을 싸고 살았다면 그 인생에서는 악취가 날 것이다. 그러나 무욕의 한 생애를 살았다면 그에게는 향기가 날 것이다. 가슴을 적시는 향기나는 삶을 살다가 떠나는 것이 이 세상을 찾아온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다음 생에 누군가 우리들이 남기고 간 이 향기를 맡고 미소 짓는다면 그것은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법회를 마치고 할머니들이 손을 흔든다. 그 미소가 좋다. 구김 없는 미소가 어떤 꽃보다도 예쁘다. 나는 할머니들의 미소에서 삶의 향기를 맡는다. 정직했다. 노력했다. 큰 욕심내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은 작았다. 할머니들의 미소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여린 듯 수줍은 향기가 내 가슴을 잔잔하게 감싼다.
  • [런던통신] EPL TOP5, 1월 이적시장 위시리스트

    [런던통신] EPL TOP5, 1월 이적시장 위시리스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이 한 해 농사를 좌우할 크리스마스 박싱데이(Boxing day) 일정을 앞둔 가운데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다가올 1월 이적 시장에 대한 분석을 내놓기에 바쁘다. 올 겨울 이적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EPL 순위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EPL 빅 클럽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바로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득점기계’ 에딘 제코다. 영국 일간지 <더 선>, <가디언>, <텔레그래프>, <데일리 메일> 등은 23일(현지시간) “맨체스터 시티가 제코 영입을 위해 잉글랜드 리그 역사상 최대 이적료인 3,800만 파운드(약 676억원)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부자구단 첼시도 제코 영입에 나선 상태다. 최근 영국 런던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첼시가 어느덧 30대에 들어선 디디에 드로그바와 니콜라스 아넬카를 대체하기 위해 카를로스 테베스와 제코 영입에 나설 계획”이라며 그동안 긴축 정책에 들어갔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오랜만에 영입 전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PL 상위권 팀들이 이처럼 1월 이적 시장에 적극적인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우승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숨 막히게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싱데이 결과에 따라 빅 클럽들의 영입 전쟁은 더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 과연, 퍼거슨과 벵거 그리고 안첼로티와 만치니는 뉴 페이스 영입에 나설까? EPL TOP5의 1월 이적 시장 위시리스트를 살펴보자. 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l 알렉스 퍼거슨 감독 무패행진 속에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타 클럽에 비해 선수 영입이 절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2월이면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돌아오고 마이클 오언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물론 이적 자금은 충분하다. 그러나 그동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1월 이적 시장에서 큰돈을 쓰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 위시리스트 : 라사나 디아라, 페페(이상 레알 마드리드), 미구엘 다니(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 네벤 수보티치(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마마두 사코(파리 생제르맹) ② 아스날 l 아르센 벵거 감독 아르센 벵거 감독은 이미 오래 전부터 “1월에 영입은 없다”며 현재 스쿼드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주전 수비수 토마스 베르마엘렌의 부상(1월 말에나 복귀 가능)이 길어짐에 따라 중앙 수비수 영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선택에 벵거에게 달렸다. * 위시리스트 : 게리 케이힐(볼턴 원더러스), 페어 메르테자커(베르더 브레멘), 크리스토퍼 삼바(블랙번), 졸리온 레스콧(맨체스터 시티) ③ 맨체스터 시티 l 로베르토 만치니 세계 최고의 부자구단답게 선수 영입에 있어 자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벌써부터 제코 영입에 잉글랜드 역대 최고 이적료를 제시하며 차원이 다른 영입 작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사발레타, 보아텡, 리차즈 등 오른쪽 풀백 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의 다니엘 알베스 영입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맨시티라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 위시리스트 : 에딘 제코(볼프스부르크),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니엘 알베스(이상 바르셀로나), 다비드 루이스(벤피카), 페페(레알 마드리드) ④ 첼시 l 카를로 안첼로티 올 시즌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얇은 선수층을 유스 출신 선수들로 메웠으나,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가능성은 보였지만 주축 선수들을 대신하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부족했다. 현재 첼시에게는 공격수와 수비수 영입이 절실하다. 로만 구단주도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맨시티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 위시리스트 : 에딘 제코, 시몬 카예르(이상 볼프스부르크),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로멜루 루카쿠(안더레흐트), 그레고리 반 데 비엘(아약스), 다비드 루이스, 파비오 코엔트랑(이상 벤피카) ⑤ 토트넘 핫스퍼 l 해리 래드냅 최근 몇 시즌 동안 1월 이적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클럽은 토트넘이었다. 피터 크라우치, 저메인 데포 등을 겨울에 다시 불러들이며 성공을 거뒀고, 그 결과 지난 시즌 새로운 빅4 자리에 올라섰다. 클럽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르며 금전적으로도 여유로운 상태다. 로비 킨, 크란차르, 오하라, 벤틀리 등 협상 카드가 많은 것도 강점 중 하나다. * 위시리스트 : 스콧 파커(웨스트햄), 앤디 캐롤(뉴캐슬 유나이티드), 게리 케이힐(볼턴 원더러스), 졸리온 레스콧(맨체스터 시티) 사진=영국 일간지 ‘더 선’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스폰서 검사’ 제보자 1년6월 확정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3일 검사나 경찰관에게 청탁해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며 금품을 받아 가로챈 ‘스폰서 검사’ 의혹 제보자 정모(52)씨에게 징역 1년 6월,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씨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사실심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심증에 따른 것으로 수긍이 가고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부산·경남 지역 건설업자인 정씨는 2008~2009년 불법 대부업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이모씨와 불법 오락실을 운영한 혐의로 압수수색 등을 당한 또 다른 이모씨 등에게서 검사나 경찰관에 대한 사건 무마 청탁 명목으로 수백만~수천만원씩을 받아 챙겨 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에 추징금 74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인정해 형량을 낮췄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영덕·울진·포항 대게 원조 3파전

    영덕·울진·포항 대게 원조 3파전

    ‘소는 한 마리를 다 먹어도 흔적이 안 남지만, 대게는 작은 놈 한 마리만 먹어도 숨길 수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담백한 맛도 일품이지만, 멀리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향기가 짙고 오래 간다는 뜻입니다. 본격적인 대게 철이 시작됐습니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대게의 살도 튼실해지지요. 잘 삶아진 대게 다리에서 달큰한 속살을 쏙 뽑아 먹는 맛이라니. 과연 겨울 식도락의 정수라 할 만합니다. 대게 하면 퍼뜩 떠오르는 게 ‘영덕대게’일 겁니다. 사실상 대게를 일컫는 고유명사처럼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영덕대게’는 경북 영덕에서만 잡히는 대게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 울진과 포항에서 할 말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울진은 최근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요. 물론 영덕도 ‘원조’의 지위는 절대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 대게에 얽힌 속사정은 뭘까요. 내막을 가만 들여다보면 이번 겨울 식도락 여행지도 보이실 겁니다. 글 사진 포항·영덕·울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대게 수요량 최고 영덕 “동해안 대게 元祖 명찰 달려 몰리죠”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 전역에 서식하지만, 특히 울진군과 영덕군 사이 앞바다에서 잡힌 놈을 최고로 친다. 다리마다 가득 찬 속살들이 야물고 쫄깃해 고려시대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이 지역에서 잡히는 대게의 맛이 유난히 좋은 이유는 ‘왕돌초’에 있다. 왕돌초는 울진 후포항에서 20여㎞ 떨어진 수중암초 지역을 일컫는다. 영덕과 울진 사이에 걸쳐 있는데, 현지에선 ‘왕돌짬’이라 부른다. 수심 200∼400m에 한류와 난류가 쉼 없이 교차하는 데다, 연중기온도 섭씨 2∼3도로 안정적이어서 대게가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이런 까닭에 이 지역 대게가 오래전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을 게다. 대게는 11월부터 5월까지만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첫 출어는 대개 12월에 시작된다. 어족자원보호 차원에서 12월부터 출어에 나서자는 어민들 간 ‘신사협정’도 맺어졌다. 이 부분은 특히 민감한데, 최근 영덕의 한 어민이 이를 어기고 앞서 출어했다가 동료 어민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하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원래 ‘영덕대게’는 교통이 지금처럼 원활하지 못했던 시절, 동해안 지역에서 잡힌 대게들이 모두 영덕으로 집하(集荷)된 뒤 대도시로 반출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가 영덕 강구항으로 몰리는 상황은 요즘도 비슷하다. 다만 임금님이 아닌 전국의 식도락가들에게 ‘진상’된다는 것이 예전과 다른 점이다. 워낙 수요가 몰리는 탓에 울진이나 포항에서 출어한 배들이 강구항에 대게를 위판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영덕에서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많은 양의 싱싱한 대게가 몰리니 당연히 품질도 최고일 수 밖에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맛집 강구항 주변 식당에서 파는 대게들은 대부분 9t 이상의 큰 배들이 일본과의 경계수역 어름까지 가서 잡아다 어판장에 위판한 것들이다. 대게에 영덕산을 증명하는 패찰을 붙일 만큼 품질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가장 비싼 집과 가장 싼 집’이 공존하는 곳도 강구항이다. 맛은 거개가 비슷한데, 대체로 4인 가족 기준 10만원 정도는 잡아야 한다. 지나치게 싼 집은 경계하길 권한다. 9t 미만의 연안자망어선들은 주로 ‘강구짬’이나 ‘왕돌짬’ 등 근해에서 대게를 잡는다. 이들은 위판은 하지 않고 소규모 직거래로 판매한다. 강구항 식당들보다 값이 싸고, 원양에서 잡은 대게에 견줘 맛도 좋다는 것이 선주들의 주장이다. 강구항 맞은편 선착장에 소형 어선들이 몰려 있다. 요즘 마리당 1만~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앉아서 먹기에는 자리가 불편해 이곳에서 대게를 사다가 강구항 주변 ‘찜집’에서 먹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찜집은 1인당 3000원선. 영덕 해안가에서 선주가 음식점까지 겸업하는 집을 찾는 것도 좋겠다. 강구항의 대양호(011-9528-0333), 연정호(010-9392-6747), 하저리의 산돌호(016-710-3868) 등이 널리 알려졌다. →볼거리 삼사해상공원, 해맞이공원, 풍력발전단지 등이 영덕의 대표 테마. 최근엔 해안을 따라 걷는 영덕 블루로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A코스(17.5㎞) 바다를 꿈꾸는 산길, B코스(15㎞) 환상의 바닷길, C코스(17.5㎞) 역사를 더듬는 문화유산답사길 등으로 조성돼 있다. ■가격 경쟁력 내세운 울진 “수라상 오른 왕돌초 대게맛 다르죠” 7번 국도를 타고 가다 울진 초입에 들어서면 첫눈에 들어오는 게 ‘대게의 본고장 울진에 잘 오셨습니다.’란 입간판이다. 영덕에 ‘빼앗긴’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문구다. 울진의 자랑은 요즘도 왕돌초까지 출어해 대게를 잡는다는 것이다. 연안에서 왕돌초까지는 9t 미만의 어선만 출어할 수 있다. 그 이상 크기의 배들은 왕돌초 너머 일본과의 경계수역 사이에서 대게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영덕 강구항이나 포항 구룡포항에서 소형 어선들이 적지 않은 기름값을 내고 왕돌초까지 가기엔 거리가 다소 멀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울진 ‘후포배’들이 왕돌초에 많이 몰리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물론 후포항 외에 죽변항 등 울진의 대표적인 대게잡이 항구들에서도 30t이 넘는 큰 배들이 원양까지 나가 대게를 잡기도 한다. 결국 ‘임금님께 진상된 대게가 왕돌초 지역에서 잡히는 것이니 만큼, 당연히 울진이 대게의 원조’라는 게 울진 측의 주장이다. 대게의 맛이 엇비슷한 것 같아도 왕돌초에서 잡아 온 대게들은 확실히 맛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 대게 산지로서의 명성이 덜한 만큼 값도 영덕보다 저렴한 편이다. →맛집 대게잡이 배들이 많은 후포항 왕돌초광장과 한마음광장, 죽변항 등에 대게집들이 몰려 있다. 특히 죽변항 7호횟집(054-783-9713)은 대게찜으로 제법 이름이 알려졌다. →관광지 덕구온천은 노천 용출수로 유명하다. 응봉산 중턱의 원탕에서 솟아나는 41.8도의 원수를 4㎞짜리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는다. 응봉산 겨울 계곡 트레킹도 좋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와 불영계곡, 불영사 그리고 보부령 옛길 등은 울진 관광의 대표 테마. 민물고기전시관도 둘러볼 만하다. ■ 전국 최대 산지 포항 “생산량 영덕 2배… 따라올 곳 없죠” ‘대게 원조’ 자리를 두고 영덕과 울진이 날선 신경전을 벌이는 것에 비해 포항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다. 전국 최대 대게 산지로서의 명성에 만족한다는 눈치다. 또 특산품 과메기가 겨울철 주민 소득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만큼, 두 지자체의 기 싸움에 끼어들 까닭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 구룡포항은 전국에서 대게잡이 배들이 가장 많이 출어하는 곳이다. 포항시청 수산진흥과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구룡포항에는 2009년 기준 30t에 달하는 대형 어선들이 120척, 9t 미만의 소형 연안자망어선도 33척이나 된다. 이들이 지난해 잡은 대게는 위판과 개인 판매를 합해 1279t(246억원)이다. 영덕 740t의 두배 가까운 양이다. 편장섭 포항시 관광마케팅 담당은 “시세에 따라 영덕과 울진을 오가며 대게를 위판한다.”며 “가장 많은 수확량을 자랑하는 곳이니 만큼 맛이나 가격 어느 면에서도 영덕, 울진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게와 함께 포항의 별미로 꼽히는 것이 과메기다. 지난해 5000만 마리(800억원)의 과메기를 팔았다고 하니 국민 1인당 1마리씩은 먹은 셈이다. 대게집 거의 대부분이 전채요리로 과메기를 내놓는데, 수도권 등에서 먹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부드럽고 고소하다. →맛집 구룡포항 주변에 대게집들이 있긴 하나, 규모 면에서 영덕 등과는 비교할 수 없다. 다양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접할 수 있는 포항 시내 죽도시장을 찾는 게 나을 듯하다. →관광지 일출 여행지로 유명한 호미곶에서는 31일 오후 5시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 축전’을 연다. 새해 첫날 새벽까지 계속된다. 조형물 ‘상생의 손’, 등대박물관, 까꾸리개 등이 주변 볼거리. 구룡포항에는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일본인들이 모여 살며 지은 적산가옥들이 좁은 골목길에 그대로 남아 있다. 연인들의 사랑 고백 장소로 알려진 북부해수욕장 ‘사랑 등대’도 꼭 들러야 할 곳. 등대 맞은편의 포스코 경관 조명도 더없이 현란하다.
  • 문제있는 사업 구민이 ‘레드카드’

    서울 구로구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구민이 직접 공무원과 구 사업에 대해 감사를 요구할 수 있는 ‘구민감사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한다. 감사대상은 구청장까지 포함된다. 구는 22일 ‘구민감사 옴부즈맨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구의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조례안은 이달 공포돼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옴부즈맨 조직은 구청 직제와 별도로 구성되고, 구청장까지 감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 소신 있는 감사활동을 보장받았다. 19세 이상 구민 100명 이상이 서명해 감사를 요청하면 옴부즈맨 운영위원회가 감사 시행 여부를 결정하고 필요한 경우 60일 이내에 감사에 착수한다. 옴부즈맨 조직은 구민감사 청구 건 외에도 직접 감사 대상을 선정할 수 있고, 고충민원 조사 및 처리, 구청장이 발의한 사안 조사, 행정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표명, 청렴계약 감시활동 등도 하게 된다. 옴부즈맨으로부터 시정·권고 등의 조치를 받은 부서는 2개월 안에 옴부즈맨과 감사담당관에게 조치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신설되는 옴부즈맨은 서류전형과 면접심사를 거쳐 내년 1월 중 3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자격요건은 ▲4급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한 자 또는 공무원으로 감사, 회계, 법제 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자 ▲변호사나 회계사 자격을 소지한 자로서 5년 이상의 경력자 ▲관련분야에서 부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학계 인사 등이다. 이성 구청장은 “감사 대상에는 예외가 없다.”며 “옴부즈맨의 임기와 권한을 보장해 구민의 시각에서 감사활동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연평도사태 한 달] 추곡수매·굴채취… 일상 찾아가는 연평도

    [연평도사태 한 달] 추곡수매·굴채취… 일상 찾아가는 연평도

    21일 오전 9시 연평도 연평로. “텅텅텅텅….” 경운기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도로를 달렸다. 한달간 적막했던 섬을 깨우는 소리다.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연평도에 피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새마을리 방향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해병 두 명이 이강희(57)씨의 경운기를 가로막았지만 간단한 주민 확인절차를 거쳐 통과했다. 이씨는 “짐승들 먹이려고 오랜만에 군부대에 ‘짬밥’을 가지러 간다.”고 말했다. 그 옆으로 한 50대 주민이 지나갔다. 빨간 장화를 신은 이 주민은 하얀색 플라스틱 양동이를 오른손에 들고 새마을리 쪽 개펄로 걸어가고 있었다. 양동이 안에는 굴 까는 도구인 ‘구재’가 들어 있었다. 그는 “지난달 23일 북한군의 포격 이후 처음 굴 채취를 하러 간다. 사격훈련도 끝나고 북한도 아무 짓 못하니 이제 좀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낮 12시 중부리 연평중앙로. 주민 김진영(62)씨가 완전히 탄 채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는 이웃집 앞을 느릿느릿 지났다. 김씨는 “지난주에 섬으로 돌아왔는데 자전거가 없어져서 찾고 있다.”면서 “포격 훈련도 끝나니 자전거 찾을 여유도 생기네.”라며 밝게 웃었다. 오후 2시 30분 연평면사무소 뒤편. 쌀가마가 야적돼 있었다. 추곡수매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염훈권(62)씨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인천에서 건너온 검사원들을 바라봤다. 염씨는 “올해 수확도 70가마 정도 줄었는데 습도도 높아서 등급이 낮게 책정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염씨의 쌀 130가마는 일등급을 받았고 그의 표정도 금세 환해졌다. 우리 군의 사격훈련이 끝나고 전날 밤늦게까지 연평도를 감쌌던 안개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날씨처럼 연평도도 안정을 되찾아 갔다.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포성을 들었던 전날의 긴장감을 털어내며 속속 일상으로 돌아갔다. 주민 수도 늘어났다. 이날 연평도에 들어온 주민은 58명, 나간 주민은 12명으로 전체 주민 수는 전날보다 46명 늘어난 146명이다. 이날 오후 2시 연평도로 돌아온 박노옥(73)씨는 “고향에 오니까 좋지. 마음도 편하고.”라면서 “저 놈(북한군)들이 또 못 쏘겠지만 쏘면 내가 죽더라도 고향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환(56)씨도 “훈련이 끝나니 후련하다. 훨씬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불안감을 털지 못하고 연평도를 떠나는 주민들도 있었다. 박동익(73)씨는 “여기서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살러 나가는 것”이라면서도 “완전히 떠나지는 못하지. 생활 터전이 여기니까.”라고 말했다. 사격훈련이 끝나자 관공서도 바빠졌다. 이날 연평면사무소는 14농가 1470가마에 대한 추곡수매를 했고, 소방방재청과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지난달 포격으로 파손된 주택을 대신할 임시거주용 주택 24동도 추가로 연평도로 들여왔다. 전날 잠시 쉬었던 깨진 창·창틀 교체작업도 속도를 냈다. 전날 25% 정도 진행률을 보이던 작업이 이날 35%까지 높아졌다. 그동안 군 통제구역이라 제대로 집계하지 못했던 산림피해 조사도 조만간 이뤄진다. 연평면 관계자는 “당초 35만㏊였던 산림피해 구역이 50만㏊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김양진·최두희기자 ky0295@seoul.co.kr
  • 600만弗 사나이의 ‘그 눈’ 현실화 ‘눈앞’

    600만弗 사나이의 ‘그 눈’ 현실화 ‘눈앞’

    TV시리즈 ‘600만불의 사나이’에 등장했던 생체공학 눈이 현실로 다가왔다. 완전히 실명한 시각장애인도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내년 초 런던 킹스칼리지 팀 잭슨 박사가 망막이 파괴되는 희귀 유전질환인 색소성 망막증으로 시력을 잃은 환자에게 영구적 생체공학 눈을 이식하는 임상실험을 시작한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기 3㎟의 마이크로칩이 내장된 이 눈에는 색소성 망막증으로 손상을 입은 망막의 광수용체를 대신할 1500개의 감광센서들이 들어있다. 배터리가 전기파동을 일으키면서 작동하면, 감광센서는 영상을 뇌에 전달하는 시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물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이식 대상자는 흑백으로 물체를 볼 수 있다. 특히 이 눈은 번거로운 보조장치가 필요 없고,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특수 코팅 처리가 돼 있다. 생체공학 눈 실험은 이미 올해 독일에서 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신문은 “내년 임상실험에서는 올해 것보다 더 간편하고 성능이 좋은 인공 눈을 이식할 계획”이라며 “옥스퍼드대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뉴질랜드 “비만 사망자, 사후처리도 어렵네”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국민 비만이 사후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관이 묏자리에 들어가지 않아 장의사나 공동묘지에선 곤욕을 치르고 있다. NZPA 통신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선 최근 들어 관의 평균 폭이 48cm에서 58cm로 늘어났다. 10cm나 폭을 늘린 관이 제작되기 시작한 건 비만인구가 늘어났기 때문. 뉴질랜드 장의사협회 관계자는 “비만 인구가 확 늘어났지만 당장은 뾰족한 대안이 없어 일단 관을 크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의 규격이 커졌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건 아니다. 크기 확 커진 관을 안장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NZPA 통신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공동묘지 묏자리 폭은 1.2m다. 폭 48cm짜리 관을 매장하기엔 넉넉하지만 58cm짜리 관을 묻기엔 공간이 비좁다. 게다가 자리도 잘 골라야 한다. 동묘지 중앙에 있는 묏자리에 유난히 무거운 관을 묻으면 주변 땅이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뚱뚱한 시신이 안장된 관은 공동묘지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다. NZPA 통신은 “뚱뚱한 사람이 사망한 경우 유족이 아예 묏자리 2기를 구입하거나 임차해 관을 묻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21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 30분) 17년 전, 의사의 꿈을 품고 한국 땅을 밟은 네팔 청년 라제스는 개인 과외를 하면서 10살 어린 세영씨를 귀여운 동생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성인이 된 세영씨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함께 떠난 네팔 여행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 마는데…. 꿈과 사랑, 둘 다 얻은 행운의 사나이 라제스를 만나본다. ●1대100(KBS2 오후 8시 50분) 명품 연기 배우 안석환, 필리핀 명문의대 출신 이자스민이 각각 1인으로 도전한다. 연예인 퀴즈 군단, 유치원 체육교사들, 안석환 카페, 함께하는 성남의 ‘주부 모임’, 사랑의 불을 지피는 ‘연탄은행’, 도시설계팀, 전주 KBS 리포터들, 중앙대 영문학과 음악 모임 ‘포엠’, 선거관리위원회, 그리고 55명의 예심 통과자들이 100인으로 도전한다. ●TV특종 놀라운 세상(MBC 오후 6시 50분) 하루 총 세근의 삼겹살을 거뜬히 비워내는 식신 효선씨. 삼겹살 챙겨 먹기 비법으로 100일 만에 20㎏ 감량한 다이어트 성공 신화의 주인공, 이효선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책 한권을 읽어 주면 하나도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암기한다는 이제 겨우 만 2살인 어린 예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줄줄 외워 읊어대는 예지를 만나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365일 집을 거부하는 4살 가람이는 ‘집에 가자’ 한마디에 괴성을 폭발시키며 다리의 힘을 풀고, 바닥과 일심동체가 되어 버린다. 내 집은 물론 할머니 집, 친구 집, 어디든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전쟁 같은 하루를 치르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는 엄마, 아빠. 가람이는 왜 집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걸까. ●세계의 교육현장(EBS 오후 8시) 최근 중국에서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8살 소녀가 주목을 받고 있다. 100개의 숫자를 한번만 듣고 다시 정확하게 기억해내는 신동 소녀는 ‘중국 허난 성을 감동시킨 10대 인물’에 선정이 될 만큼 화제라고 한다. ‘왕후청궁’을 찾아가 직접 기억력 테스트는 해보는 것은 물론 청궁이의 기억 비법과 신동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살펴본다. ●멜로다큐 가족(OBS 오후 11시 5분) 충남 예산군 삽다리, 한적한 읍내에서 떠들썩한 소리를 따라가 보면 한 미용실 앞에 멈춰 서게 된다. 시원시원한 목소리의 가수왕 아내 김도환(56)씨와 불편한 건 못 참는 발명왕 남편 임구순(65)씨가 오늘도 티격태격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범상치 않은 두 부부가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사연을 들어본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급격한 外資유출 차단… 시장충격 예방

    급격한 外資유출 차단… 시장충격 예방

    19일 발표된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방침은 지난 6월 토론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즈음해 은행 부담금제 도입을 사실상 확정<서울신문 6월 1일자 9면>했던 실행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영국, 프랑스 등의 ‘은행 부담금’(Bank Levy)이 국내에도 도입되는 것으로 정부가 이름을 바꿨다. 정부는 내년 2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거시건전성 부담금 제도는 지난해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위기대응 재원에 대한 금융권 분담 방안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줄곧 ‘은행세’ 또는 ‘은행 부담금’으로 불려왔다. 금융위기에 따른 손실을 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금융권에 부담시켜야 한다는 게 최초 논리였다. 그 후 캐나다와 호주 등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는 국가별로 알아서 하기로 결론이 나고 미국에서도 흐지부지되면서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지난달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급격한 자본이동으로 환율 변동성이 심해지는 신흥국에 대해 거시건전성 규제 도입을 허용한 것이 결정적인 추진 동력이 됐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내에 들어와 있던 외자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위기를 경험한 정부로서는 G20 서울선언으로 제도 도입의 명분을 얻게 됐다. 더욱이 선진국의 저금리 정책이 이어지고 특히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로 넘쳐나는 글로벌 유동성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으로 밀려드는 상황은 정부가 거시건전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이번 조치로 지난 6월 발표된 선물환 포지션 한도 제도와 의원입법으로 1년 반 만에 되살아난 외국인 국채·통화안정채권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제도에 이어 정부의 자본 유·출입 3대 규제가 일단 완성됐다. 우리나라의 제도는 다른 나라의 은행 부담금과 차이를 보인다. 도입 목적이 우리나라는 거시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 반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금융기관의 지나친 자산 확대를 억제하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명칭을 은행 부담금 등이 아니라 거시건전성 부담금으로 정하고 부과대상도 유럽처럼 비예금부채 전체가 아니라 비예금 외화부채로 한 이유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대외적으로 자본통제 수단이 아닌 거시경제 여건과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건전성 조치”라면서 “금융회사나 기업의 경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반면 이들에게 실질적인 부담은 별로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외채 만기별로 부과요율을 차등화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단기외채(1년 이내)에는 20bp(0.2%), 중기외채(1~3년)에는 10bp(0.1%), 장기외채(3년 초과)에는 5bp(0.05%)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bp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금리나 수익률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는 기본단위로 100분의1%를 의미한다. 단기외채의 장기화를 유도한다는 정책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단기 차입에 한정하지 않은 것은 1년 이내로 국한할 경우 366일짜리 차입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예상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시장은 부담금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은행 부담금 도입 방침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던 얘기”라면서 “문제는 요율이지만, 요율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시장이 즉각 반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가 예시한 대로 단기외채에 0.2%를 물린다면 시장이 적잖게 움직일 것으로 분석했다. 한 은행 딜러는 “단기외채에 0.1% 정도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면서 “정부의 예시가 현실화된다면 (달러)유동성이 축소돼 달러 가치(원·달러 환율)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병이 있다? 원인은…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병이 있다? 원인은…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희귀 증상의 원인이 밝혀져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BS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이오와대학의 신경심리학박사 저스틴 파인스타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공포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44세 여성을 상대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위험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소뇌의 편도체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편도체가 제거된 동물들은 공포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지만, 이것이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사는 이 여성은 편도체 부위의 유지질 단백질층이 손상된 환자로, 흥분을 느끼지만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도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연구팀이 그녀에게 독사를 보여주자 뱀의 몸통에 얼굴을 가져가 부비거나 날카로운 이빨과 혀에 손을 가져가는 등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면서도 도리어 “매우 재밌고 즐겁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독거미로 알려진 타란툴라를 손에 올려놓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내기도 했다. 파인스타인 박사가 그녀의 공포증에 점수를 매긴 결과, 공포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0에서 10까지의 수치 중 어떤 상황에서도 2를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에는 이런 증상이 없었지만, 사나운 도베르만 사냥개와 맞닥뜨려 극심한 공포를 경험한 뒤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1995년에는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 괴한이 칼로 위협하는 사건에 휘말렸는데, 당시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바라봤고, 어떤 공포도 느끼지 않았다.”면서 “나 또한 나의 담담함에 매우 놀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편도체와 공포의 상관관계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서, 이와 비슷한 질병 또는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로 겪는 심리적 장애 등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학술지 ‘최신 생물학’에 게재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소비자고발(KBS1 오후 10시) 날씨가 추워지면서, 입기만 해도 자체적으로 열이 난다는 발열 내복을 착용해 본 소비자들로부터 발열 효과가 없고, 소재 자체에서 냉기가 돌아 내복으로써의 기능을 못 한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착용했을 때 얼마나 따뜻함을 느낄까. 과대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일부 판매업체들의 그릇된 상술을 취재한다. ●희망릴레이 일자리 119(KBS2 오전 11시 20분) 실내건축 내장재 생산업체 ‘예림임업’은 건물의 내부에 설치되는 문, 문틀, 몰딩, 마루 등의 건축 내장재들을 생산, 판매한다. 설립 이후 30여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오며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 기록을 달성했다. 건강한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예림임업’에서 생산 관리 분야의 인재를 모집한다. ●공감 특별한 세상(MBC 오후 6시 50분)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이미숙씨. 그녀의 집안엔 아기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집 안 벽면에는 그녀의 손길을 거쳐 입양된 아이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을 찾게 될 때까지 따뜻한 가족이 되어주는 고마운 엄마 이미숙씨의 위탁모 이야기를 들어본다.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SBS 오후 8시 50분) 열여섯살 보미는 왜 집을 나간 것일까. 가출 후 돌아오지 않는 딸을 찾아 헤매는 한 엄마의 안타까운 이야기. 휴대전화도 두고 집을 나선 보미, 엄마는 딸의 유일한 흔적인 휴대전화를 들고 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딸의 흔적을 좇을수록 엄마는 혼란스럽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딸의 진짜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최고의 교사(EBS 오후 8시) 서울사대부여중 ‘캡틴 오 마이 캡틴’ 장홍월 선생님의 토요일은 특별한 행사로 가득하다. 학교에서 1박 2일 동안 학생들과 함께 보내는 숙박 프로젝트와 진로 체험을 위한 대학교 탐방,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정상을 향하는 등산 등 어떤 특별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장홍월 선생님과 서울사대부여중 1학년 8반 학생들을 따라가 본다. ●명불허전(OBS 오후 10시 5분) 2010년 가을 프로야구의 전설, 기록의 사나이, 삼성라이온즈 10번 양준혁 선수가 지난 9월 은퇴했다. 양준혁 선수는 1993년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해 프로의 길을 걷게 되면서, 누구보다 화려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야구 인생을 거침없이 걸어온 위풍당당한 양준혁 선수를 만나 야구 인생을 만나본다.
  • IT서비스업체, 금융권시스템 2500억 시장 쟁탈전

    IT서비스업체, 금융권시스템 2500억 시장 쟁탈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금융권이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를 위해 정보기술(IT) 시스템 교체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S와 LG CNS 등 IT 서비스 업체들도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 사업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가 1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비롯해 흥국화재 등 보험사들이 각각 200억~300억원 규모로 시스템 구축 작업에 나서고 있다. 조만간 한화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증권사들도 새로 IT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어서 내년 1분기에 금융권 IT 서비스 시장 규모만 2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신한카드의 경우 현재의 계정 및 승인 시스템을 모두 재구축하기로 해 카드업계 최대 IT 서비스 사업이 될 전망이다. 이 사업에는 삼성SDS와 LG CNS가 제안서를 제출해 수주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보험권의 경우 알리안츠생명이 추진하는 300억원 규모의 시스템 구축 사업에 삼성SDS, 액센츄어코리아, 한국IBM 등이 경쟁하고 있다. ING생명의 시스템 구축 사업에는 삼성SDS, LG CNS 등 4개 업체가 나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이르면 이달 말 저축은행 사상 최대 규모로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어서 대형 IT 서비스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올해 푸르덴셜증권을 인수합병한 한화증권도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본격 나선다. 사업 대부분은 한화S&C가 맡겠지만, 일부는 외부 IT 서비스 기업이 참여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금융권에서 IT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본격화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시스템 교체 여력이 생긴 데다, 지난 6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회사 키우기’에 나서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융권은 현재 국회에 상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조만간 통과될 것에도 대비해 본격적인 시스템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IT 서비스 시장에서 또 하나의 ‘큰 장’이 열리는 셈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퇴직연금 상품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의사나 변호사 등 자영업자들도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려면 금융기관들은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비용은 금융기관에 따라 15억~50억원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 보험, 증권사들은 근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고 관련 정보시스템 재구축 및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거나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안에 국민은행이 퇴직연금시스템 재구축 프로젝트를 발주할 계획이며 산업은행, 기업은행, 농협 등도 조만간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해 퇴직연금시스템 재구축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⑫ 전북 김제 행촌리 느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⑫ 전북 김제 행촌리 느티나무

    들녘의 사람들이 한해 농사를 무사히 마친 것처럼 나무도 낙엽을 마치고 한해를 마무리했다. 농사일로 분주했던 들녘이 적막하다. 한편에 홀로 남은 나무만이 겨우내 옅은 잠에 들었다가 찾아오는 나그네에게 지난날들의 이야기를 서리서리 풀어낼 것이다. 이야기만큼 즐거운 나이테가 나무 줄기 안쪽에 또 한겹 얹혀지리라. 천연기념물 제280호인 전북 김제 봉남면 행촌리 느티나무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하기야 오래 살아온 나무 치고 전설을 품지 않은 나무는 없다. 그러나 행촌리 느티나무가 제 몸 안에 담아둔 전설은 옛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무 홀로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전설이어서 더 소중하다. ●농부들, 나무를 위해 땅을 내놓다 나무가 새로 지어가는 전설을 이야기하려면 나무 주변 풍경의 변화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이 나무를 처음 찾았던 10년 전만 해도 나무는 들판 가장자리의 옹색한 밭 둑 위에 서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신성하게 지켜온 나무이지만, 나무는 뿌리 주위로 한뼘의 여유도 없이 옹색하게 서 있었다. 풍경이 바뀐 건 8년 전이었다. 마을 사람들도 내심 나무가 서 있는 자리를 넓혀주고 싶었지만,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은 없었다. 얄궂게도 나무 주위로 이어지는 땅에 일곱 명의 땅 주인이 얽혀 있었다. 혼자서라면 조금이라도 땅을 내놓아 나무가 편히 살도록 배려하고 싶었지만, 다른 여섯 명의 의중을 알 수가 없어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땅을 내놓는다는 건 농부들에게 생명을 내놓는 것만큼 절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을 넓히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일곱 명의 땅 주인은 머뭇거리지 않고 흔쾌히 땅을 내놓았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결정은 매우 쉬웠다.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속내는 모두 똑같았던 것이다. 일정한 대가를 받기야 했지만, 농촌 마을에서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행촌리 느티나무에게 더 넓은 보호구역이 절실했던 특별한 이유도 있다. 이 나무는 규모도 작고 생김새도 그다지 아름다운 건 아니다. 얼핏 봐서는 이 나무를 왜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나무의 중심 기둥이랄 수 있는 줄기가 오래 전에 부러져서 보는 방향에 따라서 불균형하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나무라고 할 수도 없다. 600살 정도 된 이 나무는 마을이 들어서기 전부터 이 자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나무를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 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삼았다. 나무 앞에서 당산제를 지내는 건 물론이었다. 오랜 세월을 자랐건만 나무의 키는 고작 15m에 불과하다. 천연기념물 느티나무 가운데 가장 작은 나무에 속한다. 그 두배가 넘는 34m의 담양 대치리 느티나무(천연기념물 제284호)를 생각하면, 행촌리 느티나무는 왜소한 크기의 나무다. 그러나 행촌리 느티나무는 여느 느티나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졌다. 8.5m나 되는 줄기 둘레는 물론이고, 줄기에서 뿌리로 이어지는 부분의 생김새가 그것이다. 뿌리 부근의 둘레는 무려 13m나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모든 느티나무를 통틀어도 가장 굵은 편에 속한다. 생김새도 무척 신비롭다. 괴상하리만큼 굵은 뿌리는 땅 위로 불쑥 솟아나왔는데, 마치 어마어마하게 큰 구렁이가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독특한 모습이다.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중요한 까닭이다. 그처럼 뿌리 쪽의 생김새에 특별한 가치를 가진 이 나무를 오래도록 잘 보호한다는 건 무엇보다 뿌리 부분을 잘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겉으로 드러나서 멀리까지 뻗은 뿌리를 아무런 보호 대책 없이 짓밟고 다니게 두어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 나아가 뿌리가 상하면, 나무는 서서히 생명을 잃게 된다. 이미 나무의 가치를 잘 알고 있던 행촌리 사람들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나무 바로 옆의 밭으로 가려면 어쩔 수 없이 나무 곁을 지나쳐야 하지만, 나무의 뿌리만큼은 밟지 못하게 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나무 주위를 돌아서 밭으로 가곤 했다. 그런 불편함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나무에게 조금씩 땅을 나누어 줄 마음의 채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천연기념물 마침내 나무는 농부들의 생명인 땅을 물려받았다. 땅을 넓힌 뒤, 울타리 주위는 철쭉과 같은 낮은 키의 나무들로 예쁘게 단장했다. 당산제를 지낼 때 쓰던 낡은 제단도 깔끔한 제단으로 바꾸어 놓았고,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바라보며 편히 쉴 수 있도록 기와를 얹은 곱다란 정자도 한채 지었다. 사람보다 먼저 이곳에 자리잡고 사람살이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온 나무는 이제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담은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더 가지게 됐다. 나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치했던 이야기를 그의 나이테 위에 기쁘게 얹어놓을 수 있게 됐다. 나무의 전설은 나무가 홀로 지어내는 게 결코 아니다. 나무가 우리에게 정작 큰 의미로 다가오는 건, 그렇게 줄기 한가득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전설로 끊임없이 덧쌓인다는 데에 있다. 수백년을 살아온 나무라면 예부터 전해오는 전설을 갖게 마련이지만, 행촌리 느티나무처럼 옛 전설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전설을 이뤄가는 나무는 흔치 않다. 알고 보니, 천연기념물은 행촌리 느티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행촌리 마을 전체였다. 글 사진 김제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북 김제시 봉남면 행촌리 230-2:호남고속국도 금산사나들목에서 좌회전해 낙수동 로터리까지 간 다음 우회전해 1.7㎞ 가면 원평교차로가 나온다. 신태인 방면 오른쪽 길로 나가 736번 지방도로로 갈아탄다. 1.4㎞ 더 가면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감곡육교를 지난다. 600m쯤 뒤에 나오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마을로 들어선다. 700m쯤 가면 느티나무 안내판이 나온다. 여기부터 좁다란 골목길을 400m쯤 지나면 나무가 나온다.
  • ‘쫓는 자’ 웃었소 ‘쫓기는 자’ 울었소

    ‘쫓는 자’ 웃었소 ‘쫓기는 자’ 울었소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뽑힌 ‘추노’(5표)는 대본, 연출, 연기의 3박자가 잘 맞았을 뿐만 아니라 주제의 형상화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추노’의 곽정환 감독-천성일 작가 콤비가 재도전한 ‘도망자’는 가장 아쉬운 작품으로 뽑혀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감도 컸음을 보여줬다. ‘2010 베스트 & 워스트 드라마’는 올해 종영한 드라마를 기준으로 했지만, 현재 방영 중인 작품을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추노’ 대본·연출·연기 3박자 척척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추노’를 베스트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조선 시대 경제 하층인 노비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 속의 양극화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면서 “영상 미학적인 부분에서 기존에 볼 수 없던 영상으로 드라마에 현대사를 투영시킨 주제 의식도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장근수 MBC 드라마국장은 “새로운 방식으로 땀 흘리고 공들인 것이 마치 MBC 예능 프로그램의 ‘무한도전’ 같았다.”면서 경쟁사 드라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 국장은 “완전히 사전 제작으로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충분히 찍고 충분한 호흡으로 만든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수현 작가 가족드라마 가치 지켜내 2위를 차지한 SBS ‘인생은 아름다워’(3표)는 동성애 등 파격적인 주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막장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가족 드라마의 가치를 지켜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덕현 평론가는 “재혼 가정, 동성애 등의 소재를 자극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가족 드라마의 틀 안에서 부드럽게 풀어내고, 가족의 시선으로 끌어안는 과정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공동 3위를 차지한 SBS ‘자이언트’(2표)는 모처럼만에 힘 있는 드라마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강남 개발사를 통해 얼룩진 현대사를 정면으로 담아낸 것도 좋았고, 등장인물 묘사와 배우들의 연기 등 극적 효과도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성균관 스캔들’(2표)은 시청률은 낮았지만, 한동안 침체된 청춘 멜로물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잘 만든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구조나 등장인물의 캐릭터 구축이 굉장히 모범적이었다.”면서 “희망 없는 젊은 세대의 열정을 부각시키고, 과거 정치 권력의 문제를 현재의 상황에 절묘하게 연결시킨 것도 주목할 만했다.”고 말했다. 각 방송사별로 시청률 면에서 성과를 거둔 작품들도 베스트 드라마에 이름을 올렸다. KBS ‘제빵왕 김탁구’(1표)는 “중간에 막장의 요소가 첨가되긴 했지만, 정의가 이긴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 ‘동이’(1표)는 궁중 사극과 서민 사극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것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베스트 ‘추노 명콤비’ 워스트까지 차지 올해 가장 아쉬웠던 드라마로 뽑힌 KBS ‘도망자’(5표)의 문제점으로는 의욕 과잉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뭔가 보여주려는 의욕이 너무 앞서다 보니 연기, 연출, 극본에 힘이 들어가면서 전체적인 드라마 톤의 안배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20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같은 제작진이 1년에 두 작품을 만들다 보니 준비 기간 부족으로 숙성된 작품이 나오기 힘든 구조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로드 넘버원’ 호화 캐스팅에도 부진 2위를 차지한 MBC ‘로드 넘버원’(3표)은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고, 소지섭·김하늘·윤계상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했지만, 기본 줄거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겉돌아 드라마가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6·25 60년 기념 드라마였지만, 전쟁의 비참함이나 평화의 메시지가 약해 전쟁을 소재로 한 멜로 드라마에 그쳤다는 비판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두 드라마 모두 아무리 톱스타와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해도 스토리가 빈약하면 볼거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입을 모았다. 3위를 차지한 MBC ‘장난스런 키스’(2표)는 대본, 연출, 연기 면에서 특별히 보여준 것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한 평론가는 “해외(일본·타이완)에서 이미 검증된 콘텐츠였음에도 ‘장난스런 키스’가 실패한 것은 실험성과 창의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자체 기획 드라마가 실패한 것보다 더 큰 책임이 따른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밖에도 SBS ‘대물’(1표)과 MBC ‘동이’(1표)는 대표적인 용두사미형 드라마로 꼽혔으며,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1표)는 “스타 시스템에만 의존한 블록버스터는 시청자에게 외면받는다는 교훈을 확인시킨 사례”로 지적됐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심사위원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 장근수 MBC 드라마국장, 허웅 SBS 드라마국장,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수온 낮아 실종자 생존 가능성 희박

    남극 해역에서 조업 중 침몰한 원양어선 제1인성호의 사고 원인은 일단 기상악화로 밝혀졌다. 특히 사고 해역의 수온이 낮아 인명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명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해역의 낮은 수온을 꼽았다. 해경은 사고 해역의 수온이 0~1도라고 설명했다. 국제해사기구(IMO) 수색구조 매뉴얼에 따르면 특별한 보호복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2도 이하 수온에서 생존 가능 시간은 45분에 불과하다. 2~4도의 수온에서도 1시간 30분 이상 살아 있기 힘들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에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체온이 35도 이하가 되면 심장, 뇌, 폐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한다. 해경은 전체 승조원 42명 가운데 구조 또는 숨진 것으로 확인된 25명이 사고 직후 배 밖으로 탈출해 찬물 속에서 구조를 기다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 조업 선박이 구조에 참여해 비교적 신속한 구조 작업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온이 워낙 낮아 선원 대부분이 저체온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망자 5명 가운데 1명인 한국인 최씨는 구조 후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수온이 높았다면 당연히 살아남았겠지만 저체온증 때문에 구조 직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실종자 17명의 생존 가능성 또한 높지 않은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실종자 가운데는 국제 옵서버 자격으로 승선한 김진환(38)씨도 포함돼 있다. 국제 옵서버란 어장환경 같은 조사업무를 맡는 사람으로, 남극 인근 바다에서 조업하려면 반드시 국제 옵서버가 조업 선박에 승선해 어장환경 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 인성실업은 메리츠화재에 최대 300만 달러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을 들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법에 따라 선주는 사망한 선원 유족에게 선원별로 승선 당시 평균 임금 1300일분을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평균 임금의 120일분을 장례비로 별도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실종 선원 가족에게 우선 통상임금 1개월분과 승선 당시 평균임금 3개월분을 지급하고, 실종 기간이 1개월을 초과할 때는 사망한 것과 같은 보상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인성실업 부산지사는 오전 10시 30분쯤 사고 소식을 듣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사무실은 선원 가족들의 오열로 가득했다. 유영섭 선장의 처남 김선수(50)씨는 “TV 뉴스를 보고 달려왔다.”면서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1등 기관사 문대평(44)씨의 어머니 이순애(74)씨는 아들의 실종 소식이 믿기지 않는 듯 목 놓아 울었다. 한편 부산해양경찰서는 구조된 1등 항해사가 귀국하는 대로 불러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부산 김정한·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사망자 ▲최의종(33·1등 항해사·서울 강일동) ▲하종근(48·1등 기관사·경남 창녕) ▲조디(28·선원·인도네시아) ▲도디 푸노모(23·선원·인도네시아) ▲엔구엔 트엔(24·선원·베트남) ●실종자 ▲유영섭(45·선장·경남 양산) ▲안보석(53·기관장·부산 동삼동) ▲문대평(44·1등 기관사·전남 장흥) ▲조경열(55·조리사·부산 동광동) ▲김진환(37·옵서버·부산 거제동) ▲파오시(27·선원·중국) ▲이강건(23·선원·중국) ▲리우롱윤(41·선원·중국) ▲팡킹송(39·선원·중국) ▲반타안(21·선원·베트남) ▲반손(25·선원·베트남) ▲송하오(28·선원·베트남) ▲수파로디(47·선원·인도네시아) ▲사푸트라(30·선원·인도네시아) ▲사나디야(27·선원·인도네시아) ▲마스쿠르(31·선원·인도네시아) ▲헤르마완(23·선원·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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