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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end inside] 진화하는 지자체 초청강연회

    [Weekend inside] 진화하는 지자체 초청강연회

    “힐러리가 하루는 남편인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밤새 돌아오지 않기에 날이 밝자 백악관으로 갔는데, 마침 한 여자가 집무실에서 나오는 거야. 그래서 힐러리가 클린턴에게 물었어. ‘저 여자 누구야’ ‘응…내 밑(?)에서 일하는 여자야’라고 말했지.” 방송인 ‘뽀빠이’ 이상용이 지난 3월 충남도청에서 코맹맹이소리로 한때 유명했던 성(性) 스캔들에 빗댄 농담을 했다. 그러자 평소 무뚝뚝하던 남녀 공무원들 입에서 폭소가 터졌다. 지방자치단체의 외부인사 초청특강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에…또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으로 말씀드리자면…”으로 시작했던 옛날 공무원교육이 시대의 흐름은 물론 단체장의 특성에 따라 친근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충남-월2회 ‘명사특강’ 열어 26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초청 강사의 신분도 화가, 시인, 연예인, 스님, 술 평론가, 성교육가 등 튀는 측면이 있다. 강연 제목은 ‘○○정책 설명회’에서 ‘마음과 세상을 움직이는 시’ ‘벽 없는 미술관’ ‘행복하고 아름다운 성’ 등 부드럽고 호기심을 끄는 것이 주종이다. 충남도는 공무원교육을 ‘명사특강’이란 이름으로 바꿔 매월 2차례씩 특강을 하고 있다. 개그맨 전유성,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도종환 시인, 구성애 성교육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원장 등이 무대에 올랐다. 김영식 자치행정과 주무관은 “직원들 설문조사로 외부인사를 초청하고 있지만 외부인사 초청특강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공무원들에게 진취적이고 열린 마인드를 제공한다.”면서 “지사나 부지사가 선정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래서 단체장에 따라 초청 인사의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충남도는 이완구 전 지사 때 권용묵 뉴라이트신노동조합 대표와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 보수 인사들이 강사로 나섰지만 안희정 지사로 바뀐 뒤에는 민중화가 임옥상, 진보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초청받았다. 경남도는 김두관 지사 취임 후 참여정부 인사가 종종 강사로 나선다. 김 지사 자신은 참여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다.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이었던 재야 사학자 이이화씨가 특강을 했다. 지난 4월에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성경륭 한림대 교수가 초청되기도 했다. ●경남-참여정부 인사 종종 강사로 ‘청풍아카데미’로 이름을 바꾼 충북도는 지역 현안에 따라 강사진을 달리 짠다. 경제특별도 건설이 목표였던 정우택 전 지사 때에는 김종갑 전 하이닉스 사장, 김쌍수 전 한전사장 등 경제인들이 많았다. 이시종 지사가 취임한 뒤로는 박재갑 전 국립암센터 원장 등이 초청됐다. 국립암센터 분원 유치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양권석 총무과장은 “다음 달에는 국비확보 경쟁력을 위해 전임 기획재정부 차관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의 김관용 지사는 한국생산성본부를 통해 ‘새경북아카데미’ 초청 강사를 섭외한다. 올 들어 공병호 박사, 산악인 허영호, 이순탁 대경물포럼회장, 탤런트 한인수 등이 강사로 나섰다. ●충북-지역 현안에 맞는 강사 초빙 김 충남도 주무관은 “직원들이 강연 제목을 보고 청강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어떤 때는 370석 강당을 채울 수 없어 옛날에 직장교육할 때처럼 직원을 동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강사의 명성만 듣고 참석했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수강 후 스스로 강연을 평가해 이메일로 돌려보는 직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충남도는 외부 강사에게 100만원을 지급한다. 보통의 경우는 30만원선이다. 김 주무관은 “규정된 강사료가 적기도 하지만 다른 지자체의 눈치가 보여 많이 주지도 못한다.”면서 “단체장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앞세워 운 좋게 유명인을 모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안희정 지사는 고려대 철학과 스승인 도올 김용옥 선생을 지난 5월 초청하기도 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 2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초빙, ‘G20 시대 공직자의 자세’라는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 22일 충남도청에서 ‘벽을 문으로’라는 특강을 했다. 단체장 자신이 특강에 나선 것이다. 송 시장은 특강 후 기자실에 들러 “같은 환황해권인 인천과 충남이 화력발전소 과세를 이끌어낸 것처럼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에서 힘을 합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협력을 강조했다. 안 지사도 조만간 인천시에서 답례 특강을 할 계획이다. 충남도와 경기도도 지난봄에 도지사 교차특강을 했다. 이완구 전 충남지사 때는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와 지역 현안을 놓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대전 이천열기자·전국종합 sky@seoul.co.kr
  • 마법의 몬도트랙, 세계新 쏟아낼까

    관중들은 새로운 것에 열광한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흥행 여부는 신기록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달렸다.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서는 세계신기록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 조직위원회가 울상을 지은 반면, 2009년 베를린에서는 세계신기록 3개, 대회기록이 6개나 나와 대회 흥행을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기록이 탄생한다면, 트랙 경기에서 나올 확률이 가장 높다. 선수들로부터 ‘꿈의 트랙’, ‘마법의 양탄자’로 불리는 몬도트랙 때문이다. 아스팔트 위에 천연탄성고무를 이중으로 합성해 만든 이 트랙은 반발탄성이 좋아 용수철을 밟은 뒤 튕겨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지금까지 230개가 넘는 세계신기록이 쏟아졌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00m 세계신기록(9초 58)을 세울 때도 몬도트랙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기록 보유자나 세계기록에 근접한 선수들이 많이 출전한다. 남자 800m의 경우 세계기록(1분 41초 01)을 가진 케냐의 데이비드 레쿠타 루디샤에게 기대가 쏠린다. 루디샤는 지난달 말 올 시즌 최고기록인 1분 42초 61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다. 남자 100m에 출전하는 볼트는 부상 탓에 “세계 기록은 어렵다.”고 공언했지만 몬도트랙에서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도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육상은 SF다] (1) 기온과 기록 상관관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구에서 드디어 오늘 개막한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뽑는 남자 100m 달리기다.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는 이미 지난해 대구 스타디움을 찾아 트랙에 대한 적응도 마쳤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도 화려한 부활의 날개를 펼 것이다. 5000m와 1만m 세계기록을 보유한 케네니사 베켈레의 대회 5연패 여부도 큰 관심의 대상이다.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와 아일랜드의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메이스는 승부를 떠나 감동의 레이스를 펼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스타들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사이 항상 혜성같이 새로운 스타들이 출현한다는 점에서 대회의 흥미는 배가될 수 있다. 특히 이번 대회의 주기를 볼 때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번 베를린대회는 베이징올림픽대회 뒤 1년 만에 개최된 세계수준의 대회였지만, 이번 대회는 2년의 공백이 있었기에 다크호스들이 나름대로 비장의 훈련을 해 왔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대회에서 얼마나 놀라운 기록들이 나올 것인가. 파란색의 몬도트랙과 관중의 흥분과 응원을 유도할 초첨단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선수들이 훌륭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준비해 왔으니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러나 역시 우려되는 방해요인은 대구 특유의 고온을 나타내는 기후이다. 2007년 오사카대회는 기온이 무려 36.9도까지 치솟으면서 세계기록이 전무했던 유일한 대회였는 데 반해 2009년 베를린대회에서는 28도 내외로서 가장 기록이 풍성한 대회 중의 하나로 기록됐다. 고온은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동일시기 평균 30도 이상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28~29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장거리와 마라톤 종목은 여전히 높은 기온이 걸림돌로 작용하겠지만 단거리, 도약 및 투척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라톤은 11~14도의 범위가 적정온도에 해당하지만 단거리, 도약 및 투척은 다소 기온이 높을 때 공기밀도가 적으면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우사인 볼트가 2009년 베를린대회에서 100m 세계신기록을 수립할 당시 기온은 28도였으며, 베이징올림픽 때는 24도였다. 단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습도인데 높은 습도는 공기밀도도 높이면서 체온조절을 비롯한 컨디션 조절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모든 종목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경기장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도 기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대구스타디움은 결승경기가 열리는 저녁시간에는 스타디움 위의 산에서 필드방향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100m에는 역풍으로, 창던지기를 비롯한 일부 투척종목에는 순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대구기후가 기록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이래저래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이번 대회는 흥미로운 세계적 이벤트가 될 것이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 공직사회 영어PT ‘열공’

    최근 영어 발표(프레젠테이션·PT)에 대한 공무원들의 관심이 커졌다. 공직사회에도 국제교류가 활발해져, 공무원들이 외국인 앞에서 영어로 정책을 소개해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토익·토플 등의 영어어학시험 점수보다 활용도가 높은 영어 PT 능력이 인사·승진하는 데 있어 중시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특히 지난 7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해 낸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피겨 퀸’ 김연아 선수의 영어 PT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이를 반영하듯 중앙공무원교육원(중공교)이 다음 달 19~23일 처음 진행하는 영어PT 대비 실전과정인 ‘글로벌 프레젠테이션과정’에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수강 지원자 법무부 6명 최다 25일 중공교에 따르면 지난 19일 마감결과 25명 모집에 23개 기관 45명이 지원했다. 기관별 지원자는 법무부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5명), 교육과학기술부(4명), 경찰청(3명), 특허청(3명), 농림수산식품부(3명) 순이다. 중공교 관계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지원자가 많아 다행”이라면서 “보통 2~3일 걸려 직접 영어로 A4 용지 기준으로 20장이 넘는 스크립터와 파워포인트(PPT)자료를 써서 제출해야만 이번 과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도, 45명이나 지원해 공직사회에서도 영어 프레젠테이션이 크게 중요해졌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중공교는 한 사람당 30~40분의 발표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 당초 정원보다 6명이 많은 31명까지 받았다. 하지만 탈락한 14명의 지원자도 ‘오디언스’(청중)로 과정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과정은 이론을 중심으로 강의하는 기존 영어 PT 과정과 달리, 강사나 수강생이 모두 영어 PT를 하면서 강사가 이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음 달 21일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특임대사가 강의를 맡는 것을 비롯해 마이클 제임스 닐슨 리서치 국장, 조지프 카부아이 전 유엔사무총장 보좌관, 이승길 대한프레젠테이션협회 회장, 더글러스 빈 중공교 교수, 리처드 고스 서울대 교수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전문가 6명이 직접 PT를 선보이며 강사로 나선다. ●국내외 전문가 6명 강사 초빙 중공교에서는 나승연 평창올림픽 유치위 대변인도 강사로 초빙하려 했다. 그러나 “고민해보겠다.”던 나 대변인으로부터 한달 동안 답변이 없어 거절한 것이라고 판단해 포기했다. 수강자인 법무부 체류관리과 권태수 사무관은 “평소 해외 이민국이나 영사관 직원들을 초청해 출입국 정책을 소개할 때 영어 PT는 기본이라 이런 맞춤식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 “과거와 비교하면 영어 PT 기회도 많아졌고, 한국어 PT뿐만 아니라 영어 PT능력이 인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허청 상표심사정책과 장모 사무관도 “평소 영어는 자신이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 앞에서 영어 PT를 할 기회가 없어 지원하게 됐다.”면서 “오는 10월에 스위스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영어 PT를 해야 하는데 이번 과정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19세 미만 성범죄 처벌·사후관리 강화

    19세 미만 성범죄 처벌·사후관리 강화

    앞으로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및 사후관리가 대폭 강화된다. 흔히 ‘조건만남’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수를 하는 성범죄자는 초범이더라도 신상정보를 등록·관리한다. 또 강간의 대상을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 아동·청소년까지로 확대, 성인 남성뿐만 아니라 성인 여성도 강간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내용 등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24일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근절을 목적으로 피해자 지원과 성범죄자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골자”라면서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후속조치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또 미성년자도 실명인증만 받으면 거주지역의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성범죄자 신상정보는 성범죄자 거주지역 주민은 물론 보육시설,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도 우편고지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장애 아동·청소년 간음에 대해서는 간음까지도 처벌하고, 학교·유치원 등의 교사나 의사 등 신고의무자에 의한 성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법조항이 신설됐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3] 각국 선수단 입국 러시… 조직위 비상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을 나흘 앞둔 23일부터 각국 선수단의 본격적인 입국 행렬이 이어지면서 대회조직위원회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조직위는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까지 4일간 선수만 1000여명, 임원을 합치면 2000여명이 대구에 입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체 선수단 3550명의 50%를 넘는 인원이다. 남자 800m 세계기록(1분 41초 01) 보유자인 다비드 레쿠타 루디샤(23)를 비롯한 케냐 선수 46명이 23일 입국하는 등 이날 하루 동안에만 선수와 임원을 합쳐 가장 많은 753명이 선수촌에 여장을 푼다. 아직 구체적인 입국 일정을 밝히지 않은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지존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와 허벅지 통증에도 출전을 강행한 여자 높이뛰기 세계 챔피언 블랑카 블라시치(28·크로아티아)도 곧 대구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충격적인 3회 연속 실패의 아픔을 딛고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벼르는 이신바예바는 러시아에서 훈련해 왔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은 28일 오전 9시 30분, 결승은 30일 오후 7시 5분에 열리기 때문에 이신바예바가 적응훈련을 하려면 개막 전에 한국에 들어와야 한다. 여자 높이뛰기 예선과 결승은 대회 후반부인 9월 1일과 3일 열려 블라시치에게는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지난 16일 대구에 도착한 후 그랜드호텔에 머물며 훈련을 해 온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이날 오후 팀 동료와 함께 선수촌에 들어갔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3] 볼트는 어디가고 파월만?

    [대구세계육상 D-3] 볼트는 어디가고 파월만?

    남자 100m에서 다시 황제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대구 땅을 밟은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이 만 하루도 안 돼 곧장 트랙에 섰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동료이자 라이벌인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를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파월은 23일 오전 7시 40분부터 2시간 20분가량 경산 종합운동장에서 동료와 트랙을 질주하며 땀을 흘렸다. 전날 오후 5시 25분 대구공항에 도착해 숙소인 그랜드호텔로 이동한 파월은 시차 적응도 끝나지 않았지만 아침 일찍 훈련에 나서 이번 대회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내보였다. 전날 볼트가 공개훈련할 때처럼 이날도 부슬비가 내렸다. 노란색 점퍼를 입고 트랙에 들어선 파월은 땀이 나자 곧바로 점퍼를 벗어 던졌다. 노란색과 검은색, 녹색 등 자메이카 국기를 형상화한 상·하의 운동복을 입은 파월은 동료와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등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50m를 전력 질주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볼트는 훈련장에 나오지 않았다. 파월이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린 것과 대조를 보이며 둘 사이의 묘한 경쟁 관계를 알 수 있게 했다. 파월과 자메이카 선수들은 훈련이 끝난 뒤 물이 찬 큰 통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서 근육을 푸는 색다른 훈련법을 보여주기도 했다. 파월은 오후 선수촌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린다. 파월과 마주치지 않은 볼트는 선수촌 연습장에서 치른 첫 훈련에선 스타트 동작을 반복하는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볼트는 그동안 가볍게 몸을 풀었다. 파월에게 유리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97년 아테네 대회 남자 200m 금메달리스트인 아토 볼든(38·트리니다드토바고)은 미국 스포츠전문 TV네트워크인 ‘유니버설 스포츠’ 방송과의 전화 대담에서 이번 대회 단거리 종목의 1~3위 선수를 예상했다. 올림픽에서만 4개의 메달을 따내며 1990년대를 주름잡은 전설의 스프린터인 볼든은 은퇴 이후 육상 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다. 볼든은 남자 100m 우승자로 파월을 지목했다. 은메달 후보로 요한 블레이크(22·자메이카)를 올렸고, 볼트를 동메달 후보로 거론했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9초 58의 압도적인 세계 기록을 작성하며 우승했던 볼트는 지난해 부상을 겪어 올 시즌에도 성적이 좋지 못하다. 그래도 다소 이례적인 예측에 대해 볼든은 볼트의 200m 성적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볼든은 “볼트는 올 시즌 너무 힘겨운 레이스를 했다.”면서 “비슷하게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에도 볼트는 200m에서 19초 50대의 기록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그보다 못하다.”고 설명했다. 몸 상태를 지난해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볼든은 “볼트가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스타트를 끊은 것은 2009년이었다”면서 “파월과 블레이크는 한층 나은 스타트와 가속을 거쳐 50m까지 경합할 것”이라면서 파월을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의 베팅 업체 윌리엄힐은 볼트의 우승 가능성을 크게 봤다. 윌리엄힐은 남자 100m에서 볼트의 우승에 거는 배당금을 가장 낮게 책정했고, 그 다음으로 파월과 블레이크 순으로 낮게 매겼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블레이드, 블라인드보다 메달 가능성 높다

    [대구세계육상] 블레이드, 블라인드보다 메달 가능성 높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대구에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스타트 라인에 선다. 남자 400m와 1600m 계주에 출전한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와 남자 100m에서 뛸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24·아일랜드). 장애인대회 스타인 둘이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낼까. 육상은 기록경기라 추측해 볼 수 있다. 기록으로 미뤄 볼 때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둘의 메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선에 진출하는 것도 기적에 가깝다. 이변이 일어나야만 한다는 것. 그래도 메달 가능성은 탄소섬유 의족을 단 피스토리우스가 스미스보다 높다. 이번 대회 400m에 최강자가 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5년,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미국의 제임스 워리너(43초 45)가 대구 대회에 부상으로 불참한다. ●피스토리우스, 기록면에서 상승세 반면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7월 이탈리아 라그나노 대회에서 자신의 종전 기록(45초 61)을 0.54초 앞당겨 45초 07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 대회 이 종목 출전 선수는 모두 45명이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00m 종목의 예선 통과 기록은 45초 49다. 8위로 준결승을 통과한 선수의 기록은 44초 97로 피스토리우스의 최고 기록보다 0.1초 앞선다. 올 시즌 44초대를 끊은 선수만 15명이 대구대회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상승세를 이어가 자신의 최고기록을 갈아치워야 결선에 오를 수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통 시력의 6~8% 수준인 스미스는 경쟁자보다 기록이 많이 처진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등 세계 최고의 건각들이 즐비하다. 올 시즌 9초대에 뛴 스프린터 14명이 대구스타디움의 몬도트랙을 밟는다. 시즌 최고 기록인 9초 78을 달린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이 22일 입국했고, 지난 16일 들어온 세계기록 보유자 볼트(9초 58)도 부상임에도 시즌 최고 기록은 9초 88로 스미스보다 한참 앞선다. ●스미스, 최고기록 10초 22로 대회 출전 스미스는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시즌 베스트인 10초 22로 대구 대회에 출전한다. 물론 스미스도 줄곧 기록을 줄여 왔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2009년 10초 41, 지난해 10초 32를 작성했다. 스미스는 “메이저 대회에 나와서 영광이다. 많이 배운다는 자세로 뛰겠다.”면서 “이번 대회에서 내 기록을 넘겠다.”고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육상 역사에 한장을 추가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5] 볼트 “달구벌서 육상의 전설 될 것”

    [대구세계육상 D-5] 볼트 “달구벌서 육상의 전설 될 것”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지켜 ‘나는 육상의 전설’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볼트는 지난 20일 대구에서 한 기념행사를 마치고 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허리와 아킬레스건 부상에도 아랑곳없이 우승에 대한 집념을 드러냈다. 볼트는 육상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100m(9초 58)와 200m(19초 19) 세계 기록을 작성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도 100m, 200m, 400m 계주를 휩쓸어 3관왕에 올랐다. 이번 대구 대회에서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 2연패라는 대사를 치를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볼트는 부상의 후유증으로 이번 시즌 기록은 경쟁자보다 많이 뒤처졌다. 100m는 9초 98로 공동 7위에 머물고, 200m는 19초 86으로 자신의 기록보다 많이 부진했다. 이에 따라 볼트는 지난 16일 입국한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며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전보다 예민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볼트는 “긴장한 것은 아니다.”면서 “(한국에서) 놀러 다니지 않고 웃지도 않은 것은 이기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어 “몸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신기록을 작성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부상을 겪었어도 여전히 내가 최고라는 것만큼은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축구는 좋아하는 볼트는 은퇴하면 축구 선수로 뛰고 싶다는 소망을 다시 밝혔다. 한편 볼트의 치킨 사랑은 대구 적응 훈련 중에도 여전했다. 볼트는 인천공항에서 대구로 환승할 때 치킨을 배달시킬 정도로 닭 요리를 매우 좋아한다. 이날 저녁 숙소인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한국의 한 업체가 제공한 치킨에 대해 “아주 맛있다.”고 극찬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7] 울고 웃는 ‘스타 마케팅’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D-7] 울고 웃는 ‘스타 마케팅’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장외전은 ‘스타 마케팅’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 팬들에게 짧고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육상 자체라기보다는 유명한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 스포츠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업체들의 희비 역시 후원하는 스타들의 성적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스타와 함께 울고 웃을 스포츠 브랜드는 무엇이 있을까. 세계육상연맹(IAAF)의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는 스타 마케팅에 있어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후원하고 있는 자메이카의 단거리 스타 스티브 멀링스(29)가 도핑 양성 반응을 보여 이번 대회 출전은 고사하고 선수 자격을 영구 박탈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간판인 미국의 육상 스타 타이슨 게이(29)가 부상 때문에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게이가 남자 100m에 출전했다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의 ‘인간 탄환 대결’이라는 최고의 빅매치가 성사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열린 미국 대표 선발전 100m 준결선을 앞두고 엉덩이 통증으로 레이스를 포기한 뒤 7월 수술을 받아 현재 재활치료 중이다. 하는 수 없이 아디다스는 게이를 관중 자격으로 대구에 불러들였다. 게이는 24일 입국해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대회 100·200m 레이스의 대결 구도를 예상해 의견을 밝힌다. 또 한국 대표로 남자 100m 허들에 출전하는 박태경에게 스파이크를 선물한다. 대신 아디다스는 7종경기에 출전하는 제시카 에니스(25·영국)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틀 동안 100m 허들, 높이뛰기, 포환던지기, 멀리뛰기, 장대높이뛰기, 200·800m 달리기로 승부를 가리는 7종경기 세계챔피언인 에니스는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단아한 외모로도 인기몰이 중이다. 165㎝의 작은 키로 장신 선수들과 당당히 겨루는 모습에 많은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타임스는 에니스를 2012 런던 올림픽을 빛낼 영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로 손꼽기도 했다. 아디다스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푸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란 타이틀을 앞세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대구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세를 몰아 푸마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출시된 볼트의 리미티드 에디션인 파스(FAAS) 400을 서울과 대구의 일부 매장에서 한정 판매하고 있다. 또 20일 대구에서 일반인 중 100m를 가장 빨리 달리는 남녀를 뽑는 ‘파스 테스트’(FAAS TEST)도 진행한다. 나이키는 의족 선수로 유명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 류샹(28·중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등 12개 국가를 후원하고 있다. 아식스의 경우 세계적인 스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장대높이뛰기 선수 최윤희(25·SH공사)를 비롯해 한국, 일본 등 10개 국가를 후원한다. 김민희·장형우기자 haru@seoul.co.kr
  • 우린 괴물이야 인간인 척하지 마

    우린 괴물이야 인간인 척하지 마

    “안 그래요. 안 무서워요. 제 작품 오래 본 분들은 다들 귀엽다 그러세요.” 씨익 웃으며 한 술 더 뜬다. “제 희망은, 작품을 본 분들이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제 작업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을 찾자’입니다.” 작가 말대로 될는지는 의심스럽다. 그려 놓은 것은 눈이 셋 있거나, 피를 흘리거나, 손가락이 닭 볏처럼 머리 위로 뻣뻣하게 뻗어 있는 인물이다. 불도그처럼 사나운 짐승을 그려둔 것도 있는데 말 그대로 사납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아크릴 물감으로 바탕색을 올린 뒤 볼펜으로 뱅글뱅글 돌려가며 명암으로 형상을 부여했다. 한층 더 그로테스크해진 느낌이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미술공간현에서 ‘괴물전:산해경(山海經)’ 전시를 여는 박승예(37) 작가다. 작가의 출발점은 악몽. 악몽의 매력은 “그 어느 것보다 나를 잘 드러내는 것”이어서다. 닮았다 싶었는데 그림에 등장하는 얼굴은 작가 자신이다. 자기 얼굴이 그리기 좋게 생겼다고, 재밌게 생겼다고 너스레를 떤다. 자신을 드러내는 게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아예 더 드러내지 못해서 고민”이라고도 했다. 또 한 가지, 알고 보니 별게 아니어서다. “원래 무서운 영화를 전혀 못 봤는데, 우연히 한번 보니까 생각 이상으로 겁나진 않더라고요.” 공포영화처럼, 공포란 것도 실제 들여다보면 무섭지 않을는지 모른다. “국가, 종교, 각종 비즈니스 같은 것들이 공포로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손’이다. “생명공학 수업을 들었는데 기독교를 믿는 한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성경은 하나의 은유라고. 선악과를 손으로 따먹는 게 바로 인류의 직립보행을 뜻한다는 거죠. 손이 자유로워지면서 두뇌가 발달하기 시작해 현재 인류가 됐다는 얘깁니다.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손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지만, 그 손에 또한 피가 묻어 있다. 그래서 손은, 신의 법정에 제출된 인간 역사의 증거물이다. 이렇게 살아오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닭 볏처럼 머리에 손이 삐죽이 돋아 있는 작품에다 ‘캐스크’(Casque)라 이름 붙였다. 불어로 ‘투구’이자 ‘촉수’라는 뜻이란다. 딱 맞아떨어지는 제목이다. “야박할는지 몰라도 우린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봐요. 대신 그렇다면 직접 대면해 보자, 그래서 각성하자,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홍상수 감독이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우리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고 했다면, 작가는 “우리가 괴물임을 인정할 때 사람이 될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하는 셈이다. “난 그렇지 않아,라고 말하는 게 바로 공포예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공포를 직시하되 판단과 선택의 권한을 쥐는 게 인간에게 어울리는 자존감 아닐까요.” 다음 전시는 12월이다. 전시 제목은 ‘유동하는 공포’(Liquid Fear).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제목이다. 작가는 요즘 한창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라 했다. 바우만은 사회 자체의 휘발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세계가 지옥으로 변했으니 지옥이 아닌 곳을 찾기 위해 노력하라고 일렀다. 그러고 보니 작가도 한때 ‘휘발’된 적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뒤 바로 미국 롱아일랜드대 사우샘프턴캠퍼스로 진학했다. 이런 탓에 한국에도, 미국에도 ‘적당한’ 안면과 연줄이 없다. 미국 생활이 편했던 것만은 아니다. 늦바람이 불어 대학원 진학을 미루면서 한동안 “우주먼지”를 자청하기도 했고, 2년 정도 불법체류자로도 살아봤다. “유학생이 별로 없는 학교라 학교 측 실수로 그렇게 된 건데, 묘하게도 그렇게 한번 살아보자 싶었지요.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생활을 해본 게,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됐어요.” 덕분에 안 해본 일이 없다. 한국에서 건너온 화류계 여성과 미국인 남자 간 연애편지 대필과 프러포즈 대행 아르바이트까지 했다고 귀띔한다. “더한 것도 있는데 공개적으로 말하긴 그렇다.”며 웃는다. 이런 경험치라면, 존재의 휘발성에 대한 공포를 어떻게 녹여낼지 궁금증을 키운다. (02)732-5556.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8] “첫 메이저 출전… 개인기록 깨고 싶다”

    [대구세계육상 D-8] “첫 메이저 출전… 개인기록 깨고 싶다”

    시각장애 스프린터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 대결을 펼칠 제이슨 스미스(24·아일랜드)가 18일 공개훈련을 했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대구 동구 율하동의 선수촌 트랙 훈련장에 나타난 스미스는 짧은 거리를 왕복으로 뛰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가볍게 몸을 풀었다. 아일랜드 랭킹 1위로 100m 종목에 출전한 스미스는 “메이저 대회에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뛰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며, 첫 출전인 만큼 큰 대회에서 많은 걸 배워가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10초 22의 개인 기록을 꼭 깨고 싶다.”고 했다. 스미스는 시력이 보통 사람의 6% 정도밖에 되지 않아 ‘블라인드(맹인) 러너’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8살 때에 망막의 신경 이상으로 시력이 손상되는 희귀병인 스타가르트 병을 앓고 시력 대부분을 잃은 스미스는 선글라스를 써야만 주변을 겨우 볼 수 있으며, 강한 태양빛 아래에서는 오히려 주변에서 반사되는 빛 때문에 사물을 알아보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또 자신이 펼친 레이스를 영상으로 찍어 놓은 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코치의 주문에 따라 잘못된 주법을 바로잡는 연습을 하는 데 훨씬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며 혹독하게 연습하다가 요추 골절상을 입고 뜻하지 않게 3개월 동안 운동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의 최종 목표가 200m에서 모든 잠재력을 끌어올려 최고의 기록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의 목소리는 자신에 차 있었다. 스미스는 “트랙으로 돌아오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반 선수와 경쟁할 기회를 잡았다. 레이스를 즐기고 싶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스미스를 지도하는 스티븐 맥과이어 코치는 “뭉친 엉덩이 근육을 풀어 주는 훈련을 하고 있다.”며 “스미스는 비장애 선수들보다도 반응속도가 좋다.”고 칭찬했다. 스미스는 “누구나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갖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조용한 金 총리 온라인 소통 힘받네!

    조용한 金 총리 온라인 소통 힘받네!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용한 온라인 소통 홍보가 힘을 받고 있어 관가에서 화제다. 김 총리가 총리실 계정 페이스북에 자필로 쓴 글 “연필로 쓴 페이스북” 메모를 연재하면서 총리실 계정 페이스북의 팬 증가율이 부처 1위를 달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18일 총리실에 따르면 총리실 계정 페이스북 팬은 18일 현재 3만 1360명을 기록했다. 개통 초인 올해 1월 팬 수가 500명인 것을 감안하면 팬 수가 반년 만에 60배나 늘어난 것이다. 전월(1만 1027명)보다도 186.8% 증가하는 등 증가 추이가 가파르다. 페이스북 팬 1000명 이상인 26개 부처 가운데 18일 현재 전월 대비 페이스북 팬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도 국무총리실이다. 증가율 상위 10개 부처 가운데 팬 수가 만 단위를 넘는 부처는 총리실과 청와대 두 곳뿐인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적이다. 팬 수로만 보면 총리실은 청와대(7만 7894명), 통일부(6만 2543명), 권익위(5만 7199명)에 이은 4위다. 총리실 페이스북이 이처럼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김 총리의 대중 친화력 부재와도 무관치 않다. 김 총리는 민생 현장을 방문할 때 주민들에게 따뜻한 인사 멘트도 건네기 어려울 정도로 정치적 쇼맨십이 부족한 법관 출신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작위적인 오프라인 홍보행사 기획에 대해 손사래를 칠 정도로 거부 반응을 보여 한때 총리실 공보라인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일까. 지난 3월 27일부터 총리실 계정의 페이스북에 주 1회씩 행사나 일정 중 느낀 간단한 소회를 적은 ‘연필로 쓴 페이스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게 반전의 계기가 됐다. 김 총리가 쓴 친필 메모 이미지도 게시해 더욱 눈길을 끈다. 광주지법원장과 감사원장 시절 주 1회씩 꾸준히 사내 통신을 통해 글을 연재해온 ‘소통’의 저력이 묻어난다는 평이다. 예컨대 ‘25만원짜리 맞춤양복’(6월 21일), ‘투병 중 새 작품을 들고 나타나신 최인호 선생’(8월 8일) 등은 온라인과 언론에서도 화제를 불러왔다. 총리실은 이에 따라 “공정사회 만들기” “건강한 사회 만들기” 등 온라인 행사 쪽에 무게를 두고 국정 메시지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미국 - 중국 농구팀 코트장서 패싸움

    미국과 중국 농구팀 친선경기에서 ‘쿵푸경기’를 연상케 하는 볼썽사나운 패싸움이 벌어졌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올림픽 농구경기장(Beijing Olympic Basketball Arena)에서 벌어진 미국 조지타운 대학 농구팀과 중국 프로팀 베이 로케츠와의 친선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는 양 팀 선수들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초반부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조지타운 대학과 베이 로케츠는 각각 파울 28개와 11개를 범하는 등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 양 팀 선수들은 극히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치열한 승부욕이 극단적인 패싸움으로 치닫게 된 건 경기종료 9분을 앞둔 마지막 쿼터였다. 역전을 거듭하며 68점의 동점 상황에서 조지타운 대학의 가드 제이슨 크라크가 파울을 범하자 베이 로케츠의 포워드 센터 후 케가 크라크를 세게 민 것. 중국 선수들이 몰려들어 크라크를 발로 차면서 양팀 간 싸움이 시작됐다. 양 팀 벤츠에 앉아있던 후보 선수들까지 몰려나와 코트에서 주먹을 휘둘렀고, 넘어진 선수가 있으면 상대편 선수들이 몰려들어 집단 폭행을 가하는 충격적인 모습도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상대팀 선수에 의자를 던진 선수도 여럿 있었다. 흥분한 관객들은 플라스틱 병을 코트로 던지며 항의했다. 막장으로 치닫던 싸움은 심판들과 코치진이 흥분한 선수들을 달려들어 떼어놓은 끝에 간신히 멈췄다. 이 과정에서 선수 여럿이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양 팀은 징계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타운 대학의 존 톰슨 감독은 “두 팀이 매우 경쟁적인 경기를 펼쳤으나 너무 과열된 탓에 불행하게 싸움으로 끝이 났다.”면서 이번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한편 중국을 방문 중인 미국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경기 바로 전날 양국의 또 다른 농구팀 경기를 관전하며 “스포츠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교류를 확장하자.”고 말한 바 있지만, 이번 마찰로 부통령의 당부가 머쓱해지게 됐다. 중국 농구팀이 코트 패싸움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중국 농구 대표팀은 브라질 대표팀과 한 친선 농구경기에서 3000여 중국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단 난투극을 벌여, 양 팀의 선수들 10여 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이송된 바 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9] 볼트도 안 무섭다, 난 조국 위해 달린다

    [대구세계육상 D-9] 볼트도 안 무섭다, 난 조국 위해 달린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206개국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만 오는 게 아니다. 미국, 자메이카, 영국 등 쟁쟁한 육상 강국의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속속 한국에 도착한 17일 지구 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의 선수 한 명도 이들과 함께 대구 땅을 밟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 선수는 볼트를 위협할 유력한 도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앤티가바부다의 다니엘 베일리(25)가 그 주인공이다. 카리브해에 있는 3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구 8만 5000여명의 나라인 앤티가바부다는 오랜 식민의 역사를 안고 있다. 1632년 영국의 식민지가 됐고 350년이 지난 1981년 명목상 독립은 했지만 현재도 영국령이다. 국가 원수가 영국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고, 영국 국왕의 임명장을 받은 총독이 최고 통치자라는 뜻이다. 국민 대부분이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농업과 관광으로 먹고사는데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약간 넘는다. 그럭저럭 사는구나 싶지만 빈부 차가 심해 원주민 대부분은 빈곤하다. 게다가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했고 금융도 무너졌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세를 지고 있다. 한국도 수교를 맺고 있지만 인근 주도미니카 공화국 대사관에서 대사업무를 겸임하고 있을 만큼 존재감이 없는 나라다. 이 작은 나라는 이번 대구 대회에 단 2명의 선수를 보냈다. 남자 100m, 200m에 출전할 예정인 베일리와 브렌단 크리스티안(28)이다. 이들은 너무도 작지만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달린다. 크리스티안의 100m 최고기록은 10초 09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준 A기록은 넘었다. 하지만 하락세다. 지난해 기록이 10초 44다. 오히려 200m에서 기록이 좋다. 그래도 세계 정상급과는 거리가 있다. 올 시즌 최고 기록이 20초 60이다. 그러나 베일리는 볼트와 아사파 파월을 위협하는 수준의 선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10초 23으로 6위에 그쳤지만,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9초 93으로 4위를 차지했다. 개인 최고 기록은 9초 91. 그리고 지난해 열린 카타르 도하 실내육상대회에서는 60m에서 6초 57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베일리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세계대회를 거듭하면서 큰 기복이 없다. 베를린 대회 뒤에도 9초대를 계속 달렸고 올 시즌도 9초 97을 기록 중이다. 물론 볼트가 세계 1인자이지만 자메이카가 단거리 왕국으로 급성장하는 데는 파월의 공이 컸다. 2000년대 초반 세계대회를 휩쓸기 시작하면서 자메이카의 어린이들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볼트도 파월을 보고 달린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 명의 스타급 선수가 탄생하면 그 나라의 스포츠 지형이 변화하고 상승한다. 앤티가바부다에서 베일리도 그런 희망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 무명의 선수가 대구 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볼트와 파월을 제치고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등극하더라도 너무 놀라지는 말자.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모터 달고 ‘아이스박스’ 타다 음주단속 걸려

    모터 달고 ‘아이스박스’ 타다 음주단속 걸려

    집에서 만든 4기통 엔진을 달고 ’아이스박스 차’를 타던 사나이에게 호주 경찰당국이 급제동을 걸었다. 영국의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17일 크리스토퍼 페트리(23)라는 호주 청년이 수제 4기통 모터를 단 아이스박스를 타고 시속 20㎞ 속도로 달리다 무면허 운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호주에서는 집에서 만든 모터를 단 아이스박스를 에스키라고 부르는데, 적발 당시 에스키 속에 럼주 3캔과 콜라, 얼음이 적재되어 있었다고 한다. 브리즈번시 북부 치안판사 법정에 출두한 페트리는 “에스키가 자동차로 분류되는지 몰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맥주를 좋아하는 페트리가 아이스박스 차를 탈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것.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허용 한계치를 넘는 것으로 밝여짐에 따라 그는 가중처벌 위기를 맞았다. 존 파커 치안판사는 이와 관련, “그가 술을 먹고 말을 탔다면 문제가 없지만, 술을 마신 채 술병을 실은 아이스박스 차를 탔다는 것은 불행한 상황”이라며 처벌의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페트리에게는 최소 10개월 운전 자격 정지와 300파운드의 벌금이 부과됐다. 사진=데일리 메일 캡쳐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씨줄날줄] 평안도 날라리/임태순 논설위원

    조선시대 때 평안도는 함경도와 함께 지역차별의 설움을 많이 받았던 곳이다. 평안도는 고구려의 발상지이자 당시 조선이 사대(事大)하던 선진국 명(明)나라와 통하는 길목이었지만 그리 대접을 받지 못했다. 조선시대의 법전인 속대전과 대전후실록 등에는 평안도를 포함해 함경도, 황해도 사람들을 등용하지 말도록 해 관직 진출의 길을 제한했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은 평안도를 4자성어로 산림맹호(山林猛虎), 즉 ‘산속에 사는 사나운 호랑이’로 품평했다. 용맹스럽다는 세간의 인식에 1800년대 홍경래의 난까지 일어났으니 평안도를 경계하는 풍조는 더욱 심해졌다. 구한말 평안도는 기독교 보급의 메카가 된다. 1890년대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은 평양을 중심으로 기독교 복음을 전파한다. 신분차별로 기존질서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중국과 가까워 신문명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던 서북인들은 자연스레 기독교에 빠져든다. 흥사단운동을 일으킨 안창호 선생,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등이 이 시기 평안도 출신 기독교인이다. 평안도는 벽촌에도 서당이 있어 문맹이 없을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다. 향학열 높은 평안도 기독교인들은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대거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1925년 159명의 미국 유학생 중 43%가 평안도 출신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미국에서 신교육으로 무장한 이들이 지배 엘리트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해방 후 미 군정시절 오늘날 장관에 해당하는 19개의 부·처장 중 9명이, 차관에 해당하는 차장 중 6명이 평안도 사람일 정도로 파워엘리트로 급부상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신의주를 시찰한 자리에서 현지 주민의 옷차림과 무질서 등을 지적하며 “평안북도가 자본주의의 날라리판이 됐다.”며 개탄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문물교류의 관문이자 통로인 신의주가 자본주의 문화 보급의 첨병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북한이 아무리 폐쇄사회라고 해도 디지털 기기가 하루가 다르게 확산 보급되는 요즘 자본주의 문화의 세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압구정 날라리’란 노래를 우연히 들었다. “어서 와요, 이쁜 그대/ 몇 명이서 놀러왔나요…” 젊은 시절 압구정동 나이트클럽에서 ‘작업’(?)의 추억을 담은 노래라고 하는데, 경쾌한 리듬과 실감나는 가사로 인기라는 것이다. 평양 한복판에서는 ‘소녀시대’ 등 아이돌그룹의 춤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혹시 신의주에도 압구정 날라리가 10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2) 국가대표 된 내친구 ‘이제아’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2) 국가대표 된 내친구 ‘이제아’

    일 년에 세 달을 한이불을 덮었다.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함께 밥을 먹었다. 여름에는 테니스부, 겨울에는 스키부를 하면서 같이 합숙했다. 그렇게 4년을 보냈다. 대학문을 나오며 뭉클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참 질기다. 요즘도 한 달에 20일을 같이 잔다. 인연이다. ‘친구 따라 럭비 국가대표가 된’ 내 친구 이제아(26)다. 2004년 2월이었다. 서울대 체육관에서 만난 부산 소녀 제아는 어색한 표준어로 “은지언니세요? 제가 제아예요.”했다.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을 앞두고 전날 인터넷 채팅을 했던 터. 반가운 듯, 어색한 듯했던 우리의 첫 만남이다. 그렇게 휩쓸리듯 함께 테니스를 배웠고, 또 하얀 겨울을 스키에 바쳤다. 수업시간표도 같았다. 혹독한 막내생활을 겪고 골치 아픈 주장단을 거치며 정은 돈독해졌다. 다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우리들만의 추억’이 켜켜이 쌓였다. 지난 4월이었다. “여자럭비 국가대표 선발전 있다는데 나갈래?” 대학원(스포츠경영)에 다니던 제아를 꾀었다. 운동신경이나 몸싸움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던 제아는 가벼운 마음으로 ‘OK’했다. 무궁화가 붙은 티셔츠를 준다는 말에 현혹됐던 제아는 막상 선발전이 시작되자 엄청난 승부욕을 발휘하며 당당히 대표에 선발됐다. 귀한 딸이 험한 럭비를 한다니 극구 말리던 어머니도 결국 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고된 훈련을 거치며 밤마다 고민도 많았다. 원초적인 근육의 욱신거림부터 럭비의 미래, 우리의 생존(?) 가능성 등등. 장난스럽게, 때론 진지하게 마음을 나눴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세 달이 흘렀다. 제아의 양손은 테이핑투성이고, 살에는 몸싸움하다 생긴 멍이 가득하다. 한창 꾸밀 나이인데 얼굴은 까맣고 근육은 심하게(!) 탄탄하다. 내가 끌어들여 고생시키는 것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그래도 존재 자체가 위안이 된다. 정말 힘든 훈련 때도 가만히 엉덩이를 톡톡 쳐주는 제아를 보면 힘이 불끈 솟는다. 힘든 훈련에 무릎·발목·허리·손가락 등 성한 구석이라곤 없지만 운동 후 같이 사우나에 앉아 있으면 또 천국이 따로 없다. 익살스러운 감독님 성대모사나 우리들끼리의 유행어를 할 때는 시름이 눈녹 듯 사라진다. 고참급이지만 우리 팀의 재간둥이이자 분위기 메이커다. 처음에는 친구 따라 왔다지만, 제아도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마약 같은’ 럭비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질긴 인연을 이어갈까. 어쨌든 “고맙다, 친구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사설] ‘안방축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즐기자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이 아흐레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맞춰 육상 최강국인 미국 선수단이 지난 13일 달구벌을 찾은 데 이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그제 입성하는 등 대회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남은 일은, 우리 땅에서 벌어지는 이 세계적인 스포츠 축전을 마음껏 즐기는 것뿐이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를 추구하는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어머니이다. 그래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하계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와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이번 대구 대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207개국에서 선수 2400여명이 출전해 세계 최정상 자리를 놓고 실력을 겨루게 된다. 또 개최국인 우리나라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만으로는 아시아에서 두번째, 3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치르는 국가로서는 세계 일곱번째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영광은 저절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개최국 국민으로서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남아 있다. 그 으뜸 가는 조건이 관중석을 꽉 채우는 일이다. 한국은 하계·동계 올림픽에서 그동안 10위 안에 드는 성적을 여러 차례 냈고, 다양한 종목에서 스포츠 강국으로 군림해 왔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마라톤을 제외한 육상 종목에서만은 세계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육상은 비인기 종목으로 남아 있고, 그래서 이번 대회도 위상에 걸맞을 정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 우리도 스포츠 강국의 국민답게 육상에 애정을 갖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대구 대회만큼 소중한 기회가 없다. 대회가 열리는 9일 동안 가족과 친구·연인의 손을 잡고 트랙과 필드 경기가 열리는 주경기장에서, 마라톤이 열리는 달구벌 거리에서 다같이 목청껏 응원하며 마음껏 즐기자. 그것은 우리의 즐거운 의무이자, 행복한 권리이다.
  • [대구세계육상 D-9] ‘총알 탄 사나이’ 볼트 대구 일상 엿보니…

    [대구세계육상 D-9] ‘총알 탄 사나이’ 볼트 대구 일상 엿보니…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불리는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누구보다도 소탈했다. 세계를 평정한 그이지만 자메이카 대표팀에서는 한낱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볼트는 지난 16일 저녁 동료 9명과 함께 대구에 입성해 수성구 범어동 그랜드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17일에도 식사 등을 숙소에서 해결했다. 특급 스타답게 호텔에서 가장 비싼 스위트룸을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사파 파월(29) 등 다른 동료와 마찬가지로 일반실에 투숙했다. 자메이카 대표팀은 볼트의 키가 196㎝로 큰 편임을 고려해 침대 바깥으로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도록 간이침대를 요청했다. 볼트는 호텔 781호 방에 머무는 동안 더블베드에 누워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보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랜드호텔 관계자는 “층마다 있는 스위트룸은 자메이카육상연맹 임원들이 사용하고, 볼트는 일반실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측은 치킨너깃을 좋아하는 볼트가 원하는 음식을 언제라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볼트의 이번 대회 출전료는 30만 달러(3억 4900만원)다. 그의 능력치에 비해 적은 액수다. 세계기록을 보유한 특급 육상 스타들은 출전 자체가 대회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만큼 몸값이 대략 50만 달러(5억 8000만원) 안팎에서 결정되는 것과 견줘도 낮은 액수다. 그가 이 같은 액수를 부른 것은 당초 참가를 약속했던 2009년 대회에 오지 못한 것을 매우 미안해하며 지난해 제시한 금액에서 한 푼도 더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대구의 유일한 특급인 인터불고호텔을 택한 미국 선수단은 대부분 2인 1실을 쓰고, 앨리슨 펠릭스와 카멜리타 지터 등 제법 유명한 선수들만 독방을 쓴다. 펠릭스와 지터가 사용할 독방에는 트윈베드가 들어갔다. 27일 개막식에 맞춰 방한하는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라민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 등 유수의 IOC 위원들은 미국 선수단이 쓰는 인터불고호텔에 묵는다. 볼트를 앞세운 자메이카 육상대표팀은 선수촌에 들어가기 전날인 22일 팀 훈련을 공개한다. 19일에는 경산종합운동장 앞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한다. 경산시 관계자는 “세계 최강 자메이카 선수단이 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는 것을 기념해 나무를 심고 비석도 세울 예정”이라며 “19일 저녁에는 경산시장 주재 만찬도 잡혀 있다”고 말했다. 자메이카와 함께 대회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할 미국의 저스틴 게이틀린, 펠릭스, 지터 등은 19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연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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