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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1)경조사비

    [테마로 본 공직사회] (21)경조사비

    5만원, 3만원.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뜀박질하는 현실에서 보통사람들에게 이 액수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 수치들의 상징성은 공직사회에서만큼은 각별하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에게 이 액수 규정은 내심 고마운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사정도 답답한데, 한도액을 엄격히 묶어주니 다행스러울 따름”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간간이 다른 얘기도 들린다. “요즘 어디 5만원, 3만원으로 제대로 인사치레를 할 수가 있느냐?”는 조심스러운 의견들이다. 이 단위는 공직사회의 반부패, 청렴성을 대변하는 제도적 장치다. 5만원은 경조사 때 주고받을 수 있는 경조금품의 한도이고, 3만원은 직무관련자에게 받아도 되는 선물, 향응의 통상적 관례 범위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17조에는 공무원이 경조사를 통지하고 경조금(품)을 주고받는 데 대한 규정이 들어 있다.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나 직무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 다만 예외가 있다. 친족이나 현재 또는 과거에 근무했던 기관의 소속 직원에게는 통지해도 된다. 따라서 거의 모든 정부기관들은 직원들의 경조사를 내부통신망으로 알리는 게 원칙으로 통한다. 이때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된 액수가 5만원이다. 단 이를 기준선으로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소속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조금품 상한규모를 정하게 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관계자는 “5만원은 행동강령에서 제시한 적성선인데도 거의 대부분 정부기관들이 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서 “기관장 재량에 맡겨진 만큼 일부 공직유관단체들에서는 주사급 이하는 3만원, 사무관급 이상은 5만원으로 액수 규정이 나눠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행동강령’ 예외 규정 몰라 불편 호소 이 액수 규정이 나온 것은 공무원 행동강령이 제정·시행된 2003년부터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은 “일반 사회에서는 아주 각별한 관계자의 경조사에 달랑 5만원짜리 봉투를 전하면 민망할 수도 있겠지만, 10여년 가까이 적응되다 보니 이제는 받든 주든 솔직히 그 액수가 속 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가 공직사회의 규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행정안전부의 한 사무관은 “개인적으로 꼭 특별한 성의를 보여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 액수가 민망할 때가 더러 있다.”면서 “받는 사람이 공무원 행동강령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면, 구구하게 설명을 해줄 수도 없고 두고두고 찜찜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강령의 예외규정을 정확히 몰라 불편을 호소하는 공무원들도 의외로 많다. 권익위에는 현실에 맞게 경조금 상한선을 올리는 편이 낫다는 민원이 적잖이 접수되는 건 그래서다. 권익위 관계자는 “예외규정을 모르는 이들은 절친한 친구 등에게 받는 경조금도 5만원 한도액을 꼭 지켜야만 하느냐는 문의를 자주 해온다.”고 말했다. 행동강령에는 공무원이 소속된 종교 및 친목단체에서 제공되는 경조금품은 기준금액을 초과해도 되는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직무관련자가 아닌 친구는 이 범주에 포함돼 5만원 이상을 받아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기관의 분위기에 따라 경조사에 대한 고지 절차에도 차이가 있다. 감사원, 권익위 등 감찰기관을 포함한 몇몇 곳에서는 간부들의 경조사는 아예 고지되지 않는 게 암묵적 관행이다. 감사원의 경우 한 감사위원의 딸 결혼식을 며칠 앞둔 지난달 29일 관련 사실을 아는 내부 직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내부 직원은 “일반 직원들의 경조사는 고지되지만 지금까지 간부들의 경조사, 특히 그들 자녀의 혼사에 축의금을 내본 기억은 거의 없다.”면서 “특별히 그들에게만 금지규정을 두는 게 아닌데도 간부급이 되면 그런 관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봉투 한 장으로 간단히 오가는 경조금품과는 달리 공직사회에서 선물(향응) 주고받기는 생각보다 더 까다롭고 번거롭다. ●위반 사례 2003년 이후 62건 불과 행동강령 제14조에는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 부동산, 선물 또는 향응을 기본적으로는 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통상적 관례의 범위(3만원)에서 제공되는 음식물이나 편의는 받을 수 있다. “승진 등 인사가 있으면 외부 지인들에게서 3만원이 넘는 난화분을 선물해도 괜찮느냐는 확인전화가 미리 걸려온다.”는 한 공무원은 “직무와 무관한 사람이라면 사실상 선물 액수 제한은 없지만, 이래저래 주변 눈치가 보여서 무조건 보내지 말라고만 얘기한다.”고 씁쓸해했다. 반면, 또 다른 공무원은 “공무 관련 외국인을 만나는 식사자리 등 3만원 규정을 상대 쪽에서 불편해하는 경우가 솔직히 많다.”면서도 “비현실적 규정이라는 내부 의견도 있지만, 그 규범에 맞추려 의식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유지되는 만큼 3만원이라는 계도액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년에 한두 차례 각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경조사나 선물 관련 행동강령 위반여부를 정기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경조사의 경우는 자체 적발 사례가 거의 없다. 권익위에 접수된 경조사 통지 및 경조금품 위반 사례는 지난해의 경우 단 9건. 행동강령이 시행된 2003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다 합해도 62건에 불과하다. 중앙부처의 한 감사담당자는 “고지 과정이 합당했는지 정도를 점검할 수 있을 뿐, 실제로 자진신고하지 않는 이상 위반사례를 찾아내서 징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5만원, 3만원의 금액 기준은 공무원들이 스스로의 행위를 단속하게 하는 선언적 의미가 사실상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6)천재 화가 반 고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6)천재 화가 반 고흐

    모난 머리와 튀어나온 광대뼈, 그리고 꾹 다문 입술. 얼핏 봐도 비호감의 외모를 지닌 스물 다섯의 청년 반 고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목사가 되고 싶었던 그다. 그의 부친 역시 개신교 목사였으나, 부친은 장남 반 고흐의 꿈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신에게 직접 다가가려는 그의 열망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무시”하는 듯이 격렬한 그의 행동과 신앙이 부친에겐 한없이 위험해 보였던 터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사실 반 고흐에게 치명적으로 결여되었던 것은 목사가 지님직한 권위였다. 교구의 교사나 목사에게는 반 고흐의 옷차림이나 태도가 영 마뜩잖았다. 그러던 중, 반 고흐는 보리나주의 탄광지대에서 임시전도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거기서 그는 “거칠고 세련되지는 못했으나 허위라고는 없는” 사람들을, “허술한 옷차림으로 그를 판단하지 않는 남자들”과 “자연스럽고 겁없이 마주할 수 있는 여자들”을, “그 자신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거기가 바로 신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 고흐는 위원회로부터 해고당하고 만다. 교구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너무 낮추고, 그들의 비참한 활동에 동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해고의 이유였다(1879년 광부 파업 당시 광부들의 편에 섰다는 것도 중요하게 작동했겠지만). 목사가 되고 싶었던 청년 반 고흐는, 그렇게 교회와 아버지를 옭아맨 소명에서 벗어났고,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1880년. 나이 서른도 되기 전에 오십줄에 들어선 남자처럼 폭삭 늙어버린 이 사내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동생 테오의 권유도 있었지만, 설교로 전하지 못하는 말씀을 그림으로는 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품어온 터였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19세기에 흔히 그려진, 화가의 시선으로 멀찌감치에서 바라본 ‘민중의 풍경’이 아니라, 가난한 시절 반 고흐 자신의 초상이다.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를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1885년 일기) 감자를 먹는 그 손으로 그들은 땅을 일구고, 감자를 심고, 감자를 거뒀다. 예술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농부처럼 뿌리고, 뿌린 대로 거둘 뿐이다. 농부들의 손처럼 화가의 손이 정직할 수 있다면! 농부들의 정직한 식사만큼이나 그림 또한 정직할 수 있다면!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반 고흐는 1886년 앤트워프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지만, 거기서도 그는 ‘아카데미’의 적이 되었다. 그의 취향, 기질, 그림의 스타일, 그 어느 하나 고상한 아카데미의 예술가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반 고흐는 주기적인 신경발작증에 시달리게 된다. ●‘노란집’, 화가공동체의 꿈 동생 테오는 형에게 프랑스 파리행을 권유한다. 당시 모든 예술은 파리로 통했다. 파리는 멋진 댄디들로 북적였고, 순간의 빛을 담은 인상주의 회화가 유행했으며, 새로 단장한 거리는 스펙터클로 넘쳐 흘렀다. 이 모든 것이 반 고흐를 사로잡을 듯했으나, 시시각각 변하는 ‘모던 시티’ 속에서 반 고흐는 기쁨보다는 환멸과 허무를 느꼈다. ‘성공한’ 파리의 인상주의자들은 반 고흐의 세련되지 못한 행동을 용납하지 못했으며, 반 고흐 또한 흥청거리는 파리를, 그곳의 가볍게 살랑거리는 그림들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성공이 끔찍스럽다. 인상파 화가들이 성공해서 축제를 열 수도 있겠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 축제의 다음날이다.” 1888년. 반 고흐는 파리를 떠나 아를로 향한다. 파리에 없던 풍경이 거기 있었다. “대기가 그의 짐들을 벗겨주었고, 그래서 그는 마치 천한 가죽신 대신에 날개에 실려 다니기라도 하는 듯이 움직였다.” 그는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아를의 ‘노란집’은 그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화가공동체를 만들자! 반 고흐는 “사람들의 무관심은 내가 값비싼 구두를 신고 신사의 생활을 원한다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나막신을 신고 나갈 거니까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밀레의 말을 가슴에 품어왔다.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살 수만 있다면, 그럴 수 있는 최소한의 생계만 보장된다면 억지로 ‘잘 팔리는’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그럼 화가들이 함께 모여서 그리면 된다. 화가들이 고립되어 있으면 패배하기 마련이라고, 함께 의지하고, 함께 생계를 마련하며 살 수 있는 화가공동체를 만들면 외롭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아를로 가는 기차에서 반 고흐는 생애 가장 환한 희망을 품었다. 그 때 거기에, 그, 고갱이 왔다. 대단히 현실적이고, 지배하려는 성향이 강했던 고갱은 매사에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물음이 많은 반 고흐를 도저히 견디지 못했다. 몇 번의 말다툼과 예기치 못한 자해. 꿈으로 설레던 ‘노란 집’의 행복한 날들은 그렇게 저물었다. 생레미 요양소에서의 날들은 반 고흐의 삶에서 가장 비참했던, 동시에 가장 찬란했던 순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반 고흐를 미치게 한 것은 그림’이라며 그를 고발했지만, 반 고흐는 ‘그래도 나를 살게 하는 것은 그림뿐’이라는 사실을 절절하게 깨닫는다. 병원의 창문 밖으로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는 농부들을 보며, 반 고흐는 저들처럼 정직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의지를 다진다. 그림이 광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그림만이 자신의 광기를 치유해줄 거라고 믿었던 반 고흐. 병원을 나온 후 머물렀던 오베르 쉬아즈의 정신과 의사이자 ‘예술애호가’였던 가셰 박사 역시 마을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가셰와의 다툼 후 집을 뛰쳐나가 권총을 발사했다. 그리고 이틀 후 세상을 떠났다. ●나는 해바라기고, 햇빛이고, 길이다 가난, 외로움, 정신발작, 자살. 드라마틱하다면 드라마틱한 인생이지만, 이런 몇 가지로 반 고흐의 삶을 드라마화하는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 예술가의 삶을 이런 식으로 드라마화하거나 신화화하게 되면, 그의 예술이 갖는 단단함과 특이성을 놓치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불멸’, ‘천재’, ‘광기’ 등의 수식어가 붙는 반 고흐의 화면에서 무턱대고 죽음을 읽으려 하고, 그의 색채와 붓질에서 광기를 끄집어낸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신화화야말로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박제화시켜 버리는 길이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반 고흐는 해바라기였고, 아를의 햇빛이었으며, 오베르 쉬아즈의 길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바로 그것이 되기 위해 땅을 기고, 비를 맞고, 종일토록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이런 그에게서 사람들은 광기를 봤지만, 그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광기를 다스렸다. 중요한 건, 그의 광기 자체가 아니라 그가 자신의 광기를 돌파한 그 지점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반 고흐는 발작이 일어난 순간에는 붓을 들지 않았다.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자가 어떻게 손의 붓질을 통제한단 말인가. 그는 자신의 병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병을 넘어서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서, 흔들림 없이. 바로 이것이, 예술을 예술이게 한다. “위대한 일이란 그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되는 작은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서 이루어진다. 그림이란 게 뭐냐?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그건 우리가 느끼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서 있는, 보이지 않는 철벽을 뚫는 것과 같다.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 그 벽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인내심을 갖고 삽질을 해서 그 벽 밑을 파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럴 때 규칙이 없다면, 그런 힘든 일을 어떻게 흔들림 없이 계속 해나갈 수 있겠니?”(1882) 반 고흐를 ‘드라마’로부터 구출해내고, 그의 그림을 광기로부터 해방시키고 나면,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이 말해주는 진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흔들리고 넘어지더라도, 그것이 길이라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채운 남산강학원 연구원 서울신문, 수유+너머 공동기획
  • [내 안에 다른 軍 있다] (하) 공군, 땅에서 하늘 길을 연다

    [내 안에 다른 軍 있다] (하) 공군, 땅에서 하늘 길을 연다

    최신예 전투기, 빨간 마후라가 떠오르는 공군에는 지상 최강 특수부대도 있다. ‘빨간 베레’가 상징인 공정통제사(CCT·Combat Control Team)가 바로 그들이다. 하늘과 땅을 잇는 길을 여는 게 이들의 임무다. 가장 먼저 적진에 투입돼 공수 항공기를 관제하고 육군 특수전 부대나 보급품의 낙하를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침투로 개척자’로도 불린다. 공군을 통틀어 24명밖에 안 되는 최정예 요원들이다. ‘날고 긴다’는 육군 특전사나 ‘귀신도 때려잡는다’는 해병대 수색대보다 먼저 적진에 침투해 공중 교두보를 확보해야 하는 CCT는 그 험난한 임무 덕분에 각종 특수 훈련을 통달해야 한다. 물론 항공 관제 능력은 기본이다. ‘이카루스도 이들의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면 태양 빛에 날개를 잃지 않았으리라.’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온다.’(First There, Last Out) 지난 22일 경남 김해 공군5전술공수비행단 259전술공수지원대대 소속 공정통제사 최정현·이필준 중사는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 끝에 이런 영문이 새겨진 기념 메달을 건넸다. CCT 요원에게 주어진 긴박한 임무를 가늠할 수 있는 글귀였다. 최 중사와 이 중사를 통해 CCT 선발 과정에서부터 훈련, 임무 등에 대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부사관 500명 중 평균 2명 이하 선발 위험을 동반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CCT 요원들에겐 침투와 귀환에 필요한 강인한 체력과 끊임없는 기술 연마, 숙련된 관제 능력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군대에서조차 힘들다는 훈련을 모두 거쳐야 한다. 훈련은 하늘, 땅,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 모든 침투 경로에 익숙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발 과정도 남다르다. 공군의 일반 부사관 교육 과정에서 선발되는데, 고참 요원들이 미리 훈련 생도들의 인사 관리 카드와 훈련 성적 등을 참고해 후보자들을 추려낸 뒤 대면 심사와 체력 검정을 통해 선별한다. 최 중사는 “부사관 한 기수가 500명쯤 되는데 이 가운데 2명 이하가 선발된다.”고 말했다. 선발된 뒤에는 16주 동안 항공 관제 초급 과정을 수료하게 된다. 그 뒤에는 지옥훈련이다. 처음 15주 동안은 자대에서 체력 훈련과 수영 훈련을 받지만 그 뒤에는 육군 특수전교육단, 공군 정보교육대대 등을 거치며 낙하산 강하, 생환, 항공생리를 습득해야 한다. 훈련을 마쳤다고 곧바로 CCT 요원으로 대접받진 못한다. 육군 특전사 대테러부대 훈련,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 훈련, 해병대 특수수색대 훈련 등 2년간 특수훈련을 더 거쳐야 한다. 이 중사는 “최소한 7년의 고된 훈련을 거쳐야 CCT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공 낙하, 스쿠버다이빙, 통신, 폭파, 야전 기상 관측 등 특수 임무에 능수능란해야 비로소 CCT로 불린다. CCT를 ‘특수부대 중의 특수부대’라고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0㎏ 군장 짊어지고 300㎞ 이상 이동” 정식으로 CCT 요원이 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자대 교육 훈련은 기본이고, 전·후반기 야전 종합 훈련, 수중 침투 훈련이 계속된다. 특히 4박 5일간의 야전 종합 훈련 때는 무게 40㎏의 완전군장을 짊어지고 300㎞ 이상을 이동하며 침투, 산악 래펠, 대항군과의 교전, 아군 지역으로의 탈출 등 살인적인 훈련을 소화해내야 한다. 최 중사는 “적 후방 교란 및 교두보 확보 작전 때 강습 부대 병력과 물자를 안전한 지역으로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CCT가 적에게 노출돼 교전하는 것은 곧 작전 실패”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더 은밀하게 적진 깊숙이 침투해 공정 작전을 성공시키고 안전하게 귀환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 필요한 기술이 몸에 배도록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전은 곧 작전 실패’라는 이유 때문에 우리 공군의 CCT 요원에게 지급된 개인화기는 K1A 기관단총 한 자루뿐이다. 그러나 적진 깊숙한 곳에서 빠져나와 무사 귀환하기 위한 화기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이 중사는 “전 세계 CCT 요원들의 경연대회인 국제공수투하 경연대회(RODEO)에 참가해 보면 화력 부족을 실감하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나라 CCT 요원들이 막강한 개인 화기는 물론 벽 투광 장비 등 최신 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 CCT 요원들의 장비는 너무 단출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터뷰 말미에 ‘빨간 베레’의 뜻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훈련 중 흘린 땀 한 방울이 실전에서의 피 한 방울’이라는 신조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는 이 중사의 또렷한 눈빛에서 부족한 화력을 채우고도 넘칠 강인한 정신력을 엿볼 수 있었다. 김해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공무원 ‘출장비 빼먹기’ 해도 너무해

    공무원 ‘출장비 빼먹기’ 해도 너무해

    ‘출장비는 눈먼 돈?’ 피 같은 국민 세금이 공직사회에서 허위 출장비로 새나가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이하 건설본부) 직원들이 허위로 출장신청을 한 뒤 무더기로 출장비를 타왔다는 한 시민의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시민 전대균(58·대구시 달서구 성당동)씨가 대구시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건설본부 직원들의 허위 출장비 수령사실을 밝혀내 고발한 것이다. 전씨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건설본부 건설부 직원 57명 가운데 대부분이 한 달에 16회에서 22회씩 거짓 출장을 다녀와 1인당 많게는 44만원까지 출장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무 담당자도 한 달 출장 횟수가 19차례에 이르렀고, 내근을 주로 하는 관리과 직원들도 14~21차례씩 출장을 갔다 왔다며 1인당 40만원 안팎의 여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근무일이 23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모든 직원들이 거의 매일 출장을 다녀온 셈이다. 직원 3명을 임의로 정해 지난해 전체 출장일 수를 살펴보니 228~234일이나 돼 그해 전체 근무일과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강영우 대구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장은 “대구시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을 하고 있다.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겠다.”면서 “혐의가 드러나면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대전 동구청서도 ‘들통’ 지금까지 관행처럼 저질러 온 공직사회의 출장비 횡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대구 달성군 직원 30명도 2008~2010년 돌아가며 거짓 출장 품의를 올려 1억 2000만원의 출장비를 받아 챙겼다. 실무자뿐만 아니라 국장급 4명, 과장급 10명 등 거의 전 직급 공무원이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7월 이들 가운데 16명을 기소했다. 대구시 차량등록사업소도 직원 81명이 2008년 3300만원의 거짓 출장비를 타내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됐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도 않았고 징계도 하지 않았다. 실태조사나 감사조차 없어 도덕 불감증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대구시의 한 직원은 “출장비 부당 수령은 지자체에서 관행처럼 자리잡은 터라 감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둔산경찰서도 2007년 1월부터 3년 동안 근무일지를 조작한 뒤 870여차례에 걸쳐 4739만원의 출장비 등을 빼돌린 혐의로 대전 동구청 직원 2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횡령 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23명을 구청에 통보했다. 이들은 휴가 기간에도 출장을 간 것처럼 근무일지를 작성했으며, 근무일지 허위 작성을 서로 눈감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 절차 강화 등 근절대책 내놔 허위 출장비 문제가 경찰수사를 받는 등 파문이 일자 대구시가 강도높은 근절 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서무 직원이 일괄 신청한 뒤 부서장이 결재해 오던 것을, 출장자가 직접 신청하고 담당계장과 주무계장을 거쳐 과장이 결재하는 등 출장 품의 절차를 4단계로 강화했다. 행정 간소화 차원에서 폐지했던 출장 복명서도 부활해 출장결과 보고를 의무화했다. 또 부당수령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합동점검반을 편성 운영해 적발되면 부서장까지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부당 수령자에 대해서는 환수 및 징계 조치를 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개선해 주도록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새해 예산 與野 예산통에 듣는다

    새해 예산 與野 예산통에 듣는다

    ■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 “일자리·민생·미래준비 90점 자평” 내년도 복지예산이 최초로 90조원을 넘어섰다. 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내년도 복지예산은 92조원, 전체 예산 326조 1000억원의 28.2%다. 액수로도, 비중으로도 역대 최고다. 정부의 새해 예산안은 처음으로 한나라당이 민생예산안을 들고 정부의 편성작업에 공동 참여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예년과 다르다. 당정 논의에는 ‘민생정책 공장장’으로 불리는 한나라당 김성식 정책위부의장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28일 김 부의장을 만나 그 뒷얘기를 들어봤다. →내년도 민생분야 예산에 대해 자평해 달라. -새로 불어닥친 경제위기 등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 여당이 추가감세 철회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이로써 확보된 재원을 바탕으로 복지예산을 늘렸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세수·지출 양쪽 면에서 책임 있게 대처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싶다. 점수로 따진다면 90점 이상짜리 예산이다. 큰 틀에서 내년도 민생예산은 일자리, 민생, 미래준비(R&D·외교분야)에 충실했다. →야당은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고 비판하는데. -4대강 사업도 종료된 마당에 이번 예산만큼은 민주당도 합리적으로 접근해 달라. 등록금 부담 완화를 비롯, 빈곤층 사회보험료 지원, 보육교사 초과수당 지급은 정부 수립 후 처음이다. 청년창업을 돕는 엔젤투자 펀드 예산도 그렇다. 기초수급자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최저생계비의 130%에서 185%로 완화한 것은 복지전문가들이 10년간 주장했던 바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집권 시절 하지 못했던 일들 아닌가 다만 예산 총액 면에서는 여당도 정부에 이견이 있다. 내년도 세입증가율이 9.5%, 세출증가율이 5.5%다. 재정건전성 차원에선 흑자예산이 바람직하나 내년도 실물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선 재정이 수요창출을 해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 →향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국민들 어려움에 비하면 항상 부족하게 느낄 것이다. 표준보육비에 미달하는 3~4세 보육료 지원 등 보육분야가 강화돼야 한다. 기초노령연금 A값(연금가입자의 3개월간 월소득평균액) 인상도 내년 예산에 담지 못했다. 참전용사나 보훈 중상이자 등 보훈관련 예산 증액도 검토해야 한다. →등록금 부담 완화 예산 1조 5000억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소득 하위 70%에 22% 인하 효과’밖에 안 돼 당초 여당 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웃으며 손을 내저으며) 대학 구조조정도 하게 됐고 고졸자 취업예산도 수반된다. 이 정도로 봐 주시면 좋겠다. →민생예산 결정까지 뒷얘기가 궁금하다. -추석 전날에도 재정부 관계자들과 만났다. 공개 당정 협의 때 얼굴을 붉힌 적도 많다. 실은 등록금 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한 9일 오전 회의도 물 건너갔었다. 당은 당대로 하겠다고 고집하고 정부는 ‘더 이상 곤란합니다.’라고 했다. 재정부 입장에선 내년 예산 총량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등록금 1조 5000억원을 지원하는 게 부담이 됐던 것 같다. 결국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박재완 장관에게 “마지막으로 절충하자.”고 해 따로 만난 끝에 오후에 최종안이 나왔다. 서로 합리적으로 해결해 고맙게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 기조를 평가한다면. -최근의 실천성을 1년 전에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눔과 키움은 함께 간다. 사회안전망이 깔려야 구조조정도 가능하고 이는 동시에 할 수 있다. 또 그래야 할 시점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 “무사태평 예산… 전면 재수정해야” “정부 예산은 한마디로 장밋빛 ‘무사 태평’ 예산이며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한 글로벌 경제 위기에 맞춰 위기 극복 예산으로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이용섭 대변인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군살 없는 근육질 예산’이라고 평가한 전날 정부의 내년 예산안 발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내년 예산안에 대한 총평은. -정부는 내년 경제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경제 성장률을 4.5%로 예측했는데 전문 기관들은 모두 3% 중반대로 본다. 기본 전제가 틀려버리니 내년도 예산이 제대로 편성될 수가 없다. 무사태평 예산이 아닌 위기극복 예산으로 수정안을 만들지 않으면 내년 초 다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예산이 올해보다 17조원(5.5%)이 늘어난 326조원인데 규모는 적정한가. -수입은 9.5%로 늘렸는데 쓰는 건 세출 5.5%로 4% 적게 책정했다. 이는 2013년 균형재정을 이룩하겠다고 밝힌 정부가 다분히 큰소리 쳐놓은 도그마에 빠져 집착하다 무리하게 예산을 짠 것이다. 국세수입은 완전 과다계상됐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일자리, 중소기업, 복지예산 등 쓸 건 써야 하는데 너무 인색하다. →복지예산은 5조 6000억원이 늘지 않았나. -복지예산 92조원은 이 정부가 복지에 대한 의지를 갖고 지출을 늘린 게 아니다. 의무적으로 늘려야 하는 복지연금, 즉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각종 연금의 자연 증가분이 4조원이다. 어느 정부가 들어온다 해도 매년 신기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확인했듯이 중요한 무상급식 예산은 1원도 넣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약속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예산은 한푼도 증액되지 않았다. →일자리 예산이 10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인데 충분치 않나. -언뜻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6000억원이 증가했다고 하는데 직접 일자리 창출에 쓰이는 예산은 1375억원에 불과하다. 2009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 그해 일자리를 80만개 늘렸고 지난해 살 만하다고 해서 56만개, 올해는 54만개로 줄였다. 그래서 내년에 다시 지난해 수준인 56만명으로 2만명 늘리는 것이다. 경제 위기 속에 일자리는 2009년 수준이 돼야 하며 최소한 20만개 이상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6000억원이 아닌 2조원 이상 늘렸어야 했다. →중소기업 지원예산은 어떤가. -중소기업은 급등한 환율로 인해 수입 원자재 구매가 크게 올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에 즉각 5000억원을 출연해야 한다. →내년 예산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조세부담률을 19.3%에서 19.2%로 떨어뜨렸는데 부자감세를 완전 철회해 참여정부 수준인 21%로 늘려 성장에 따른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복지 예산을 실질적으로 늘리고 4대강 예산은 삭감해야 한다. →수정예산안이 미흡하다면 다시 여야 간 공방이 재연되나.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기와 날치기로 얻어낸 게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올해 4·27 재·보선 패배였다. 안철수 현상에서 보듯 정당정치가 벼랑 끝에서 지혜를 모아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한국 내년 예산안 재정건전 돋보여”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대해 세계적 경제 칼럼니스트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경제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28일(한국시간) ‘유럽이 추락하면서 한국이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유럽의 재정위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을 감안, 한국이 내년 적자감축을 목표로 예산을 짰으며 다른 아시아 국가는 이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페섹은 “한국의 내년 예산은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용평가사나 투자자들의 우려를 덜어내는 것은 이 시점에서 분명 이득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2의 금융위기가 닥쳐도 한국은 맞설 수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다시 위기 가능성이 점쳐지는 현 시점에 재정부문에서 위기를 준비하는 현명한 대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한국에서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입지 탓에 고충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실제 경제 위기 시 예산을 재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전날 KBS ‘뉴스라인’에 출연, “글로벌 재정위기 파문으로 급격하게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누구도 파장을 예단할 수 없다.”며 “나중에 위기가 실제로 도래하면 성장률 등을 재측정해서 예산안을 검토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해외 사례 살펴보니…

    해외 주요 국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설명이다. 유럽연합(EU)은 피의자의 체포와 범죄인 인도에 대해 EU공동 체포영장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체포된 범죄혐의자에 대해 구금국은 그 단계에서 계속 구금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도주할 수 없도록 하는 적절한 수단이 있으면 이를 조건으로 범죄혐의자를 석방할 수도 있다. 프랑스는 수사판사나 영장판사가 수사에 필요하거나 공공 안전을 위한 수단이라고 판단할 때 사법통제명령을 내린다. 명령이 불충분할 때에 한해 피의자를 구속한다. 사법통제명령은 특정 공공기관 출석, 보증금 납입 등 16가지 조건이 포함돼 있다. 독일은 구속보다 가벼운 처분으로 이를 유예하는 구속집행유예 제도를 운영한다. 가벼운 처분에는 지정된 장소 출석 의무, 주거지 이탈 금지, 담보제공 의무 등이 있다. 오스트리아는 영장단계에서 대체수단을 정해 피의자의 구속을 면제한다. 서약서 작성, 건강관련 치료, 보증금 납입, 보호관찰 등 8가지 조건이 구속의 대체수단으로 정해져 있다. 영미에서의 보석제도는 피고인보다는 피의자 석방을 위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은 체포된 피의자를 법원에 인치해 열리는 첫 출석기일에서 부판사가 서약서나 보석금 등을 석방조건으로 정해 피의자를 석방한다. 영국은 치안판사가 체포장을 발부할 때 보석을 허가할 수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28일 TV 하이라이트]

    ●의뢰인 K(KBS1 밤 7시 30분) 아나운서 전현무의 진행으로 시작되는 ‘의뢰인 K’. 지난 8월, 가스 누출사고로 하루아침에 아빠를 잃은 17살 소녀 혜미. 아빠의 죽음 앞에 혜미의 몫으로 남은 아픈 조부모와 어린 동생. 그러나 이런 불행은 시작에 불과했다. 5년 전 아빠와 이혼하며 혜미와 동생의 친권을 포기했던 친엄마가 아빠 사망 보험금을 원했기 때문인데…. ●추적 60분(KBS2 밤 11시 15분) 지난달 ‘미분양 아파트, 할인분양의 비밀’ 방송이 나간 뒤 전국에서 제보가 쏟아졌다. 그중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또 다른 편법을 동원해 분양률을 높이고 있었는데…. 피해자들 중에는 일반 계약자도 있는 상황. 힘없는 약자만 피해를 보는 미분양 사태에 대한 근본 원인과 해결 방법을 ‘추적 60분’에서 살펴본다. ●아침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MBC 오전 7시 50분) 안나는 치영의 상태가 더 이상 치료 의미가 없다는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고 만다. 강수는 홈서비스 성공으로 마린블루의 사장이 된 사실에 마음이 편치 않다. 만희는 예식장을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지만 만석은 동사무소에서 결혼식을 올리라고 한다. 한편 안나는 치영의 상태를 명자에게 알려야 하는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보스를 지켜라(SBS 밤 9시 55분) 지헌은 은설을 향해 한발 막 움직인다. 그런 지헌이 다가올수록 은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후진기어를 넣는다. 순간 지헌이 차 문을 열자 은설은 가라며 매몰차게 대하지만 지헌은 서로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을 갖자며 은설 옆을 떠나지 않는다. 한편 지헌은 차 회장이 조직검사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0분) 철골 구조물은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 인간의 뼈대와 같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이 작업을 하는 이들은 바로 건물의 기둥을 세우는 ‘철골 구조물 시공반’이다. 국내외 공사현장의 핵심인 철골 구조물의 제조공정과 매서운 바람에도 지상 15~30m 위에서 작업하는 이들의 직업에 대한 땀과 열정, 그리고 자부심을 함께한다. ●나는 전설이다(OBS 밤 11시) 원맨쇼 50여년. 지금도 성대모사로 두 시간은 거뜬히 원맨쇼를 해 내는 남보원. 정계, 재계, 연예계를 막론하고 100여명의 목소리를 가진 사나이 김학도. 대통령도 극찬을 아끼지 않은 라디오계의 대통령 배칠수.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성대모사의 일인자들. 100명이 넘는 국내외 전설들이 꾸미는 특별한 무대를 만나 본다.
  • “논문 써주는데 얼마?”

    “논문 써주는데 얼마?”

    “안녕하세요. A대 스포츠산업대학원 졸업생 J입니다. 석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려고 하는데요. 총괄 논문 만약 대행해 준다면 가격이 얼마나 될는지요.” 포스텍 생물학정보센터(bric·브릭) 운영진은 지난 21일 대표 메일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본인의 소속과 실명, 전화번호까지 명시된 메일에는 석사 학위 논문 대필을 의뢰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메일 발신자는 파워포인트로 된 논문계획서, 설문지, 통계작업 등 사실상 논문 작성에 관한 모든 사항을 대행할 경우의 가격을 물었다. 브릭 관계자는 27일 “브릭에 생물학도들이 논문과 관련된 의견이나 저널 투고 과정 등을 묻는 게시글을 많이 올리다 보니 논문 대행 사이트로 착각한 것 같다.”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지만,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대학에서 여전히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파문 이후 ‘가짜 학위’ 논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돈을 주고 석·박사 학위 논문을 뒷거래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털 사이트와 문서작성 대행 카페 등을 통한 학위 논문 거래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K문서작성 대행업체에 석사 학위 논문 대행을 문의하자 “몽땅 써주는 것은 곤란하다.”면서도 “생각하고 있는 논문 주제 등을 알려 주면 전문가를 섭외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공식적인 대행 금액을 우리 측에 지급하면, 그 후에는 전문가와 상의하면 된다.”면서 “분야별로 다 가능하고, 자료조사나 작성만 전문적으로 해 주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석사학위 논문 가격을 묻자 “일반적으로 100만~150만원 정도로 논문 컨설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부업으로 논문 컨설팅을 하는 한 대학 전임강사는 “한두 가지씩 컨설팅을 하다 보면 결국엔 주제를 잡는 것부터 작성까지 다 해주게 된다.”면서 “의뢰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돈으로 해결하려는 마음이라 만나 보면 쓰겠다는 의욕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개인의 윤리의식 강화와 함께 지도교수들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한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석사 학위 논문만 돼도 교수들이 논문 주제 선정에 참여하고, 완성된 논문에 대해 몇 가지만 물어보면 최소한 학생이 직접 쓴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면서 “부실한 학위자를 양산하면 결국 지도교수와 해당 대학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주병진, 윤도현 밀어내고 방송복귀 ‘시끌’

    주병진, 윤도현 밀어내고 방송복귀 ‘시끌’

    가수 윤도현(왼쪽·39)이 지난 1년간 진행해온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이하 ‘두데’) DJ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하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후임은 지난 7월 MBC TV ‘무릎팍 도사’에 출연, 방송 복귀 희망을 밝힌 주병진(오른쪽·52)이다. 일각에서는 윤도현이 방송인 김제동과 더불어 대표적인 ‘소셜테이너’(사회 참여 연예인)라는 점을 들어 ‘미운털 솎아내기’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볼썽사나운 교체 과정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주병진의 방송 복귀에 우호적이던 여론 또한 싸늘하게 돌아서는 양상이다. 윤도현 측은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부당한 처사”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윤도현의 소속사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는 2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3일 MBC 라디오본부 관계자가 윤도현씨에게 진행자를 주병진씨로 교체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면서 “주씨가 오후 2시 시간대를 원하니 양보해 달라. 대신 ‘배철수의 음악캠프’나 ‘정엽의 푸른 밤’ 등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 자리를 줄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윤씨가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윤씨가 (MBC의) 제안을 수용하면 누군가는 졸지에 잘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그야말로 위인설관이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처신”이라고 MBC를 비판했다. ‘김미화 중도하차’ 등과 연관시켜 MBC판 블랙리스트 부활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건 아닌 것 같다. 주씨를 투입하면 타사 경쟁 프로그램(‘두시 탈출 컬투쇼’)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기획은 이날 오전 “더는 개편을 빌미로 이렇듯 부당한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항의의 의미를 담아 글을 올린다.”며 성명을 냈다. 김미연(아이디 lordgoring)씨는 ‘두데’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청취자는 (방송사) 윗선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DJ를 끌어내리면 그냥 들어야 하는 존재인가. 이는 DJ에 대한 모독이 아니라 청취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도인 MBC 라디오3부장은 “‘두데’의 동시간대 경쟁 프로가 워낙 세서 청취율이 생각보다 부진했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한 뒤 “윤씨가 가능성이 많은 진행자여서 다른 자리를 제의했던 것인데 이런 식으로 마무리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치적 판단설이나 외압설과 관련해서는 “프로그램 개편 때 DJ 간 시간대 이동은 타 방송사에서도 흔한 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방송계 관계자는 “설사 그렇더라도 모든 일에는 절차와 예의라는 게 있는데 MBC가 눈앞의 청취율에만 사로잡혀 저급한 수를 둔 것 같다.”면서 “12년 만에 복귀한 ‘예능 황제’ 주병진씨도 본인의 진의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후배를 밀어낸 모양새가 돼 부담스럽게 됐다.”고 꼬집었다. 주병진은 강호동이 떠난 ‘무릎팍도사’ 후속 토크쇼 진행자로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도현은 다음 달 2일까지 ‘두데’ 진행을 맡는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입맞춘 여야 “감기약 슈퍼판매 반대” 복지부는 “국민의 요구… 정책 추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 슈퍼 판매에 대해 여야가 27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는 오전 국무회의에서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 “부작용 누가 책임지나”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한 의약품이 부작용을 일으키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느냐.”라고 따졌다. 주 의원은 “지금까지는 부작용이 생기면 의사나 제약사, 약사가 책임을 졌지만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면 환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것이 복지부 입장”이라면서 “편의점 직원이 과연 까다로운 약사법을 준수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이 증인으로 신청한 김대업 약사회 부회장도 “감기약에는 대개 8종의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간독성을 유발하는 아세트아미노펜, 필로폰 제조 원료로 쓰이는 슈도에페드린이 대표적”이라면서 “국민들이 손쉽게 구입해 사용할 만큼 안전한 의약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약국에서 판매하던 의약품을 약국 외 판매 약품으로 전환하면 건강보험 급여가 중단된다.”면서 “지난 7월 의약 외품으로 전환된 48개 품목은 이미 보험급여가 중단돼 국민들이 약값을 전부 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은 “부작용 보고가 많은 상위 10개 일반 약에는 진통제와 감기약이 다수 포함됐고, 10대 약물 중독도 우려된다.”면서 “의약품의 안전성을 중심에 놓고 편의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뜻 굽히지 않는 복지부 이에 대해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약을 쉽게 구하려는 국민의 요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부작용은 모든 약에서 발생할 수 있고, 약에도 반드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며 정책 추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조재국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분과위원장도 “슈퍼마켓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더라도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연령 제한도 둘 예정”이라면서 “약국에서 판매하던 약을 슈퍼마켓에서 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타이레놀 판매 부적절” 하지만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감기약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의 독성 때문에 약사 관리 없이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약사법 개정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여야가 의약품 슈퍼 판매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도요타, 美생산 캠리 국내수출 방안 검토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엔고 대책으로 미국에서 생산한 중형 승용차 ‘캠리’를 한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현재 일본에서 생산해 한국에 수출하고 있는 주력 중형 세단 캠리를 내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신형 캠리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엔고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관세철폐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다. FTA가 발효되면 미국에서 승용차를 수출할 경우 8%의 관세가 철폐된다. 현재 한국에 수출하는 캠리는 아이치현 도요타 본사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산 캠리의 생산 거점은 켄터키 공장이다. 도요타자동차는 미국에서 생산한 캠리를 한국에 수출할 경우 수송 거리가 일본산에 비해 10배에 달하지만 환차익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닛산자동차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한 중형 세단 ‘알티마’를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 한편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싶은 ‘자동차 사나이’의 입장에서 한국 현대자동차의 동향은 신경이 쓰인다.”면서 “현대차나 독일의 폴크스바겐 등 경쟁 회사의 차가 좋다고 하면 솔직히 분하다.”며 현대차에 대한 견제의식을 드러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투어 챔피언십] 빌 하스, 물에서 건져 올린 ‘1144만 달러’

    30명 중 25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직전 빌 하스(29·미국)의 성적이다. 뛰어나긴 하지만 타이거 우즈(미국) 같이 천재급은 아닌 하스의 실력을 그대로 말해주는 성적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연장 접전 끝에 투어 챔피언십은 물론 페덱스컵 최종 승자가 됐다. 우승상금 144만 달러에 보너스 1000만 달러를 합쳐 모두 1144만 달러(약 136억원)를 한번에 받았다. 하스는 2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장(파70·7154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동갑내기 헌터 메이헌(미국)과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세 번째(18-17-18번홀) 연장을 벌여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7번홀(파4)에서의 묘기에 가까운 샷이 결정적이었다. 상황은 이렇다. 메이헌의 세컨드샷이 그린에 올라 홀컵을 7.6m 남겨놓은 반면 하스의 샷은 그린을 맞고 2m 아래 왼쪽 워터 해저드에 떨어졌다. 공이 물에 반쯤 잠겨 있었다. 하스는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 우승 당시처럼 신발을 벗지 않았지만 주저 없이 오른쪽 발을 물에 담그고 과감하게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벙커샷처럼 쳐올리자 물과 진흙이 사방으로 튀었다. 자신의 키보다 높은 그린 위로 날아간 공은 기막히게 홀컵 90㎝까지 굴러갔다. 결국 하스는 파를 잡아냈다.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 안 되면 메이헌에게 축하 인사나 건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경기 후 그는 말했다. 절묘한 샷에 동료들도 혀를 내둘렀다. 이안 폴터(잉글랜드)는 트위터에 “세상에 빌리! 끝내주는 샷이었어!”라고 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하스가 이긴다면, 분명히 올해의 샷이 될 거야.”라고 했다. 이후 승부가 갈렸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흔들린 메이헌은 티샷을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뜨렸고 파퍼트마저 놓쳤다. 하지만 하스는 1.2m짜리 파퍼트를 밀어 넣었다. “운이 좋았다고 몇번이나 말해도 모자랄 지경이다.”라고 하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즈 같은 천재들은 연습 라운드처럼 쉽게 경기하지만 나는 엄청나게 긴장하고 손도 벌벌 떤다. 하지만 좋은 샷을 치는 것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었고 그게 먹혔다.”고 하스는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운이 좋았다. 우승하기까지 수많은 변수가 숨어 있었다. 3차전인 BMW 챔피언십까지 페덱스컵 랭킹 1위 웹 심슨(미국)이 22위를 했는데, 심슨이 18위만 했어도 하스는 페덱스컵을 놓쳤다. 최경주(41·SK텔레콤), 애런 배들리(미국)와 공동 3위를 차지한 루크 도널드(미국)가 단독 3위만 됐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복잡한 계산 탓에 하스는 시상대에 올라갈 때까지도 페덱스컵 최종 승자인 줄 몰랐다. “트로피 두개가 놓여 있는데 나만 있어 의아해서 아내 줄리를 쳐다봤다. 줄리가 고개를 끄덕이기에 그제야 최종 우승한 걸 알았다.”며 하스는 겸연쩍게 웃었다. “가족들이 없었더라면 우승은 할 수 없었을 거다. 오늘이 여동생의 생일이라 더욱 뜻깊다.”고 하스는 인터뷰 말미에 덧붙였다. 하스는 ‘골프 가족’으로 유명하다. 아버지 제이는 PGA 투어에서 9차례 우승했고, 삼촌 제리도 1985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3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난 하스는 2004년 웨이크포리스트대학 4학년 때 10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2004년 프로로 전향, 2006년에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한 뒤 지난해 2승 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유한킴벌리 ‘스마트 워크제’ “일터를 더욱 똑똑하고 수평적으로”

    유한킴벌리 ‘스마트 워크제’ “일터를 더욱 똑똑하고 수평적으로”

    유한킴벌리가 ‘똑똑한 일터’ ‘수평적 일터’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직원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스마트 워크제를 실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본사 외에 죽전, 군포 등 수도권 지역 2곳에 스마트 워크센터를 개설했다. 집이 가까운 사원들 또는 본사나 공장 근무자들이 업무상 필요할 때 이곳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회사 측은 “출퇴근 시간 절약, 업무 집중도 향상은 물론 차량 이용 자제를 유도해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한’ 업무 환경과 더불어 수평적 업무환경도 조성했다. 유한킴벌리는 고정 임원실을 없애고 이곳을 집무실 겸 공용 회의실로 활용하도록 했다. 지정 좌석을 없애 직원들이 업무 성격에 따라 아무 자리에나 앉아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자유 좌석제를 도입했다. 이로써 개인 공간은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임원실 개방, 자유 좌석제 도입으로 회의 및 토론공간, 휴게공간 등 사내 공용 공간은 2배 이상 늘어났다고 유한킴벌리는 밝혔다. 수평적 소통을 위해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전 사원의 호칭을 상호 간 ‘님’으로 통일했다. 또한 일주일 내내 자유로운 복장이 가능한 복장 전면 자율화, 점심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을 돕는 탄력점심시간제 등도 시행한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지난해 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업무 몰입도는 6%로, 조사 대상국 22개국 평균(21%)에 크게 밑돌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며 “이번 스마트 워크 도입으로 업무 편의를 도와 일의 효율과 직무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폭행치사’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어떻게 뽑나 봤더니

    ‘폭행치사’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어떻게 뽑나 봤더니

    국민참여재판을 아시나요. ‘배심원’이란 말은 들어 보셨겠죠. 미국 영화를 보면 피고인이 판사가 아니라 배심원단에 읍소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한국에서도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일종의 배심제가 시범 실시되고 있고, 내년부터는 확대됩니다. 얼마 전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지면서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다른 형사 재판처럼 공개되지만 배심원 선정 과정은 비공개입니다. 배심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비공개인 배심원 선정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언제 법원에서 ‘배심원으로 나와 달라.’는 소환장이 날아올지 모릅니다. 법원에서 소환장 왔다고 놀라지 마시고, 기사를 읽어 보세요. “술 좋아합니까. 주량은 얼마나 되지요.”(검사) “주량은 소주 반 병 정도지만 자주 마시지는 않는 편입니다.”(25세 남성, 5번 배심원)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배준현) 심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은 폭행치사 사건이었다. 내기 당구에서 언쟁이 붙어 피고인 김모씨가 피해자를 밀쳤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피해자가 며칠 뒤 사망한 사건이었다. 살짝 밀친 것을 폭행으로 봐야 하는지가 사건의 쟁점이었다. 적절한 배심원을 선정하기 위한 판사·검사·변호인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판사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배심원을 찾기 위해서, 검사나 변호사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해 줄 배심원을 찾기 위해서다.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만취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술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변호인이 “술을 많이 먹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한 기억이 있느냐.”고 묻자 한 배심원은 “술을 먹으면 일찍 자는 편이라 그런 일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번에는 검사가 질문을 던졌다. ‘폭행치사’와 ‘살인’의 차이를 아는지, 또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의 처벌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때려서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 배심원은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데 죽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고, 또 다른 배심원은 “치사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의 답변이 끝나면 검사와 변호인은 판사에게 배심원 기피신청을 한다. 이 과정에서 ‘범죄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답변을 했다면 변호인이 꺼리게 되고, ‘좀 봐줘도 된다.’는 답변을 했다면 검사가 꺼릴 수 있다. 이날은 청력이 약해 질문을 거의 듣지 못했던 70대 노인 등 3번에 걸쳐 9명이 기피됐다. 결국 2시간 만에 배심원 7명에 예비배심원 1명이 결정됐다. 검사들은 보통 동종 전과를 가진 배심원을 선호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범죄에 대해 너그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배심원들은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치열하게 평의했고, 징역 2년을 권고하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배심원 통지를 받은 국민은 출석 의무를 지닌다. 올해까지는 시범기간이라 그냥 넘어가지만, 어길 경우 과태료도 물어야 한다. 배심원으로 출석하면 5만원,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10만원의 수당을 지급받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부산영화제 개·폐막식 티켓전쟁 심화

    부산영화제 개·폐막식 티켓전쟁 심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10월 6~14일)의 개·폐막식 입장권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26일 오후 5시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진행된 예매에서 개막작은 개시 7초 만에, 폐막작은 1분 23초 만에 예매분 1500장이 모두 매진됐다. 나머지 관람권은 초대권 또는 당일 현장에서 구할 수 있다. 이는 올해 처음으로 개·폐막식이 새로 만든 영화제 전용관인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데다,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데 비해 수용 인원은 지난해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이날 부산시와 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폐막식을 치른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최대 수용인원이 6000여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해 처음 개·폐막식을 치르는 영화의 전당 공식 수용인원은 4000명에 불과하다. 지난해보다 객석이 3분의1(2000명)이나 준 셈이다. 매년 개·폐막식은 예매를 통해 일반 관객들에게 일부 개방하고 나머지는 초청으로 이뤄진다. 예매는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곤 한다. 이에 따라 BIFF와 부산시는 관객을 조금이라도 더 입장시키기 위해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장 스탠드 양쪽에 임시좌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해 요트경기장에서도 뒤쪽에 임시좌석을 운영했다. 하지만 임시좌석이 1000석 규모이고 대형 스크린과의 각도상 사각지대 좌석이 많아 실제로는 500석 정도만 추가 입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해도 총 좌석 규모는 4500석에 불과하다. BIFF와 부산시는 일반 관객과 게스트를 적절한 비율로 줄이는 한편, 개·폐막식 예매를 할 때 야외상영장 외에 실내 중극장(400석)을 포함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극장 관객은 개막식은 스크린을 통해 중계된 화면을 봐야 하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를 즐기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부산시와 영화제 조직위 등으로 관람권 청탁이 적지 않게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일부 청탁이 들어오지만, 사정을 설명하고 특혜를 주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BIFF는 이날 오후 5시부터 개·폐막식 예매를 시행하고 있다. 일반 상영작 예매는 28일 오전 9시부터다. 올해는 인터넷과 모바일로도 예매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인다. 개막작은 국내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이, 폐막작은 일본 하라다 마사토 감독이 연출한 ‘내 어머니의 연대기’가 선정됐다. 지난해 개막작인 장이머우 감독의 ‘산사나무 아래’는 예매시작 18초 만에 매진됐다. 개·폐막식 예매와 일반 상영작 예매 첫날은 인터넷으로만 예매할 수 있으며, 모바일 웹을 통한 티켓 예매는 일반 예매 시작 다음 날인 29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굿모닝 닥터] 자연포경 흉내 ‘위험’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난 20대 남성 환자 이야기다.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진료실에 들어선 그는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자 아주 불편한 자세로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의 사연을 들었다. 그는 자연 포경을 흉내내기 위해 마치 포경수술을 한 것처럼 포피를 젖혀 말아두었는데, 웬일인지 점점 귀두부가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고통이 심해 얼마 못 가 포피를 다시 예전처럼 되돌리려 했으나 아프기만 할 뿐 그게 잘되지 않아 동네 병원엘 갔더니 “수술이 필요할 것 같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란다. 침대에 눕히고 살펴본 나는 내심 놀랐다. 뒤로 젖혀 놓은 포피는 이미 좁아져 있고 귀두를 포함한 윗부분이 심하게 부어 있었다. 살펴보니 좁아진 포피 부위에 벌써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흔히 감돈포경이라고 부르는 질환 상태로, 자연 포경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부른 화였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지체하다 괴사가 심해지면 음경을 절단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갓 20대인 환자가 겪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고통 아니겠는가. 감돈포경의 경우 부종이 심하지 않다면 일단 부종을 가라앉힌 뒤 손으로 포피를 복원시켜 치료한다. 하지만 부종이 심해 이런 방법으로 복원이 되지 않는다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수술은 우리가 흔히 아는 포경수술이라고 보면 된다. 이 환자의 경우 다행히 괴사 부위가 넓지 않아 약간의 괴사 조직만 제거하고 수술을 마쳤다. 천만다행이었다. 비단 이 환자의 경우만 그런 것은 아니다. 엉터리 속설이나 민간요법을 맹신해 잘못된 행위로 더 큰 화를 입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본다. 의학 지식이나 의학적 조치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의사나 전문의와 상의하는 게 후환이 없다. 자칫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 [Weekly Health Issue] 5㎜ 미만 결절 그대로 둬도 될까

    대한갑상선학회는 얼마 전 크기가 5㎜ 이하인 갑상선 결절은 암이 의심되더라도 적극적인 검사나 치료보다 추적 관찰을 권한다는 새로운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이 가이드라인을 모든 상황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에 있어 결절의 크기가 가장 중요한 잣대인 것은 맞지만 결절의 수나 모양, 위치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환자가 이미 확인된 결절에 대해 갖는 불안감도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결절이 5㎜ 이하라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6개월∼1년 단위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한데, 실제로 환자들은 “내 몸에 암이….”라는 생각에 이를 무척 부담스러워한다. 갑상선암은 성장 속도가 느려 정기검사로 암 진행이 확인됐을 때 치료해도 예후에 큰 차이는 없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암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형로 박사는 “최종적인 치료 방법은 이런 주관적·객관적인 요인을 모두 고려해 결정한다.”면서 “물론 암으로 확인될 경우 수술이 최선이며, 제거가 필요한 양성 결절은 고주파로 치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 박사는 “과거에는 양성 결절도 수술로 제거했지만, 목 부위를 절개해 흉터가 쉽게 드러나는 단점이 있었다. 또 갑상선이 성대 신경과 인접해 수술 과정에서 더러 손상되기 때문에 흔하지는 않지만 수술 후 목소리가 변하거나 자주 사레들리는 부작용도 있었다.”면서 “이에 비해 고주파 열치료는 결절에 직경 1㎜ 정도의 가는 바늘을 꽂은 뒤 고주파를 발생시켜 이를 태워 없애는 시술로, 흉터가 남지 않고 효과와 안전성도 만족스럽다.”고 소개했다. 최근의 임상연구 결과, 고주파 시술 후 결절의 부피가 평균 70% 이상 감소했으며, 특징적인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술 시간은 결절의 크기와 개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부분 마취 후 약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입원 없이 치료 후 당일 귀가할 수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살레 대통령 ‘피의 귀환’… 예멘 내전 격화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3개월 만에 귀국하면서 “평화의 비둘기”를 거론한 지 하루 만에 박격포까지 동원해 민주화 시위대와 근처에 주둔하던 반정부군을 무차별 공격했다. 24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유혈 진압으로 죽은 사람만 40명을 넘어섰다. 혁명기념일(26일) 전날인 25일 저녁 살레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기 수 시간 전에도 시위대를 공격해 최소 4명이 숨졌다. 리비아에 대해서는 신속한 제재 조치를 단행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예멘 정부와 시위대에 “폭력 중단과 자제를 촉구한다.”는 면피성 발언만 되풀이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예멘 정부군은 이날 시위대가 점거농성을 계속하고 있던 수도 사나의 ‘변화 광장’에 박격포를 퍼부었다. 도심 건물 지붕 곳곳에 배치된 저격수들은 시위대를 조준 사격했다. 살레 대통령의 아들인 아메드가 이끄는 정예부대인 공화국수비대와 중앙보안부대는 정부군에서 이탈해 변화 광장 북쪽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던 알리 오센 알아마르 소장 휘하 제1기갑사단을 기습공격했다. 부대 대변인은 60발이 넘는 포탄이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11명이 전사하고 112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한 주간 양측 충돌로 14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알아마르 소장은 살레 대통령을 “병들고, 복수심에 불타는 영혼”이라고 표현하면서 그가 예멘을 내전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25일 정부군이 살인자 처벌을 요구하던 시위대를 또다시 공격했다. 미니밴에 올라 확성기를 들고 시위대 수만명을 이끌던 시민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것을 비롯해 최소 4명이 죽고 17명 이상이 다쳤다. 예멘 제2의 도시 타이즈에서도 정부군과 시위대가 충돌해 세 명이 숨지고 최소 일곱 명이 부상했다. 예멘 국영 뉴스통신 사바(SABA)의 한 관계자는 살레 대통령이 1962년 9월 26일 혁명 49주년을 하루 앞둔 25일 저녁에 “중요한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공식 발표는 전혀 없는 상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저축銀 대주주 사전인출 철저히 밝혀라

    지난 18일 영업정지를 당한 7개 저축은행에서도 대주주·임직원 및 특수관계인의 사전 예금 인출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질문을 받고 “그런 인출이 극소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전 인출 규모는 10억원대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올 1~2월, 8월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으로 9개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가 내려졌을 때도 문제가 됐던 사전 인출이 재연돼 충격적이다. 저축은행 사태의 주범은 누가 뭐래도 대주주 등 경영진이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는 상황을 미리 알면서 자기들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돈을 미리 빼돌린 것은 불법행위다. 무엇보다 예금자 보호라는 책임을 방기한 몰염치한 행위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어떤 대주주라도 위험 상황에 놓이면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주주 사전 인출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물론 대주주의 불법과 전횡을 밝혀내긴 쉽지 않다. 대주주에 대한 조사나 자금 추적은 부실 책임자로 지정된 대주주만 가능하고 배우자나 친인척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영업정지 처분과는 별개로 대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돈을 빼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우선적으로 예금보험공사, 검찰 등과 공조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주주의 불법 대출 등 배임 행위 등을 밝혀내야 한다. 특히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가운데는 대출 규모를 늘려 준다며 중소기업들에 후순위채를 억지로 떠넘긴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 ‘꺾기 대출’을 위한 후순위채 강매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사전 인출 의혹 외에 정상영업을 하는 저축은행 대주주라고 해서 불법 행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다. 철저한 현장 확인을 통해 불법영업 행위 등을 미리 찾아내야 제3, 제4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저축은행권이 전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불과하지만 서민금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적격성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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