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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성득 교수 알선수재 혐의 구속영장

    함성득 교수 알선수재 혐의 구속영장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함성득(50) 고려대 교수에 대해 수사<서울신문 3월 15일자 10면>를 벌여 온 검찰이 20일 함 교수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수사선상에 함 교수 외에 이명박 정권의 핵심 인사인 김모 전 청와대 비서관, 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관료, 인터넷쇼핑몰 옥션의 임원 등이 올라 있어 검찰 수사에 따라 사건의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함 교수가 2008년 7월부터 2009년 3월까지 공정위 고위 관료를 통해 옥션과의 광고 대행 계약 유지, 수수료 인하 방지 등을 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온라인 검색광고업체 P사 대표 윤모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 등 6190만원과 벤츠 승용차 리스료 167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2008년 7~10월 윤씨로부터 사업 투자 알선 등을 위해 김 전 비서관에게 금품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네 차례에 걸쳐 9000만원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취득)로 지상파 방송사 자회사 이사 김모(49)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P사 부사장 박모씨로부터 돈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초등학교 동창인 함 교수와 김 전 비서관 사건에 공통으로 연루돼 있는 만큼 이번 로비 사건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보고 최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메일 등을 확보했다. 2008년 7월 이후 김씨의 금융 거래 내역도 추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비서관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씨는 알고 지낸 지 10년도 넘었지만 사업 관련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그 사람이 당시 청와대 실장, 수석급 등 친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한테 부탁할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했다. 윤씨는 함 교수와 김씨에 대한 금품 제공 여부에 대해 “지금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면서 “변호인들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함 교수와 김씨가 실제 공정위 인사나 김 전 비서관에게 청탁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 관료나 김 전 비서관 연루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논란… 美 개입하나

    시리아 내전 발생 2년 만에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리아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발표한 성명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레드라인’(넘어서는 안 되는 선)으로 규정, 내전 개입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사태의 파장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이크 로저스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믿을 만한 높은 개연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로저스 위원장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시리아 정권이 점점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백악관이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해 미군의 내전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저스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시리아 정부와 반군이 저마다 상대방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공방을 벌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주목을 끈다. 파이잘 메크다드 시리아 외교차관은 전날 관영 사나 통신을 통해 “시리아 북부 알레포 외곽의 칸 알 아살 지역에 떨어진 화학물질이 든 로켓 공격으로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110여명이 부상당했다”면서 사건의 배후로 반군을 지목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정부군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발표 직후 자말 알와르드 시리아연합 대표는 해당 보도를 부인하고 “반군은 어떠한 화학무기나 생산시설도 없다”고 밝혔다. 반정부 성향의 ‘알레포 미디어 센터’도 “정부군이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일부 민간인들이 질식 증세를 보였다”면서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데니스 맥도너 미 백악관 비서실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화학무기 사용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이는 (내전)판도를 바꾸는 행동이며, 우리는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 기고자로 활동 중인 프렌 타운센드 전 국토안보 보좌관도 “미국과 동맹국이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먼저 지상군을 파견해 (화학무기 공장이 있는) 장소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보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반군이나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실제 사용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일부 회원국들이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직접 군사 행동에 나서는 ‘비상계획’에 착수했다고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나토군 유럽 최고사령관이 밝혔다. 스타브리디스 사령관은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시리아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악랄한 전쟁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나 반군에 대한 군사 원조 같은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우리 존재 사라지는 날 고대… 정의구현 필요없는 세상 오길”

    “우리 존재 사라지는 날 고대… 정의구현 필요없는 세상 오길”

    “우리의 존재가 사라지는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정의로워져서 특별히 정의 구현을 위해 누군가 나설 필요가 없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지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 1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7년 만에 새 대표를 선출했다. 서울대교구 소속 나승구(50) 신부다. 2006년부터 대표를 맡아온 전종훈(57) 신부는 삼보일배·오체투지 순례와 같은 고된 활동의 후유증으로 건강이 나빠져 물러났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유신독재 때인 1974년 결성돼 민주화의 굽이굽이에서 뚜렷하고 의미있는 이정표를 남겨왔다.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의 진상을 폭로해 거대한 민주화 함성의 용광로인 ‘6월 항쟁’에 불을 댕긴 것이 정의구현사제단이었다. 나 신부를 20일 그가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성당에서 만났다. 1991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지도신부, 서울 신월동성당 주임신부 등을 지냈다. “사제 서품을 받은 그해 봄 강경대와 김귀정이 시위현장에서 경찰 폭력진압에 사망했어요. 이후 ‘분신정국’이라 불렸던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됐지요. 이후 효순이·미선이, 부안 핵폐기장, 새만금 등 너무 많아 열거할 수도 없는 불합리한 일들이 이어졌고, 저는 가급적 현장에 그들과 같이 있으려고 했어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나 어렵다, 나 정말 힘들고 지쳤다고 말하는 건데, 그들 곁에 내가 있어 힘이 돼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지요. 그것이 바로 제가 알고 있는 하느님 복음의 실천이기도 했고요.” 그는 정의구현사제단 탄생의 시대적 배경이었던 유신독재를 언급하며 “공공성의 견지에서 보면 지금이 유신독재 때보다 더 가혹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과거 군사독재가 있던 자리를 이제는 재벌과 독점자본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윤 창출에 혈안이 된 자본의 놀음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상처받고 고통당하고 희생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진보’와 ‘보수’로 갈라놓고 보는 이분법이 사회 통합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어느 쪽을 보수냐 진보냐로 나누는 것은 주로 정치권의 행태입니다. 자신을 정통 보수라거나 정통 진보라고 명확히 갈라서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사안별로 그때그때 이게 옳다 저게 옳다 판단을 하는 것이죠. ‘종북’이니 ‘꼴보수’니 하는 말들을 없애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대통합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는 “미사 때 강론을 하면서 용산참사나 강정마을 등을 언급하면 마음이 불편해져서 중간에 나가버리시는 어르신들도 계시다”면서 “그분들의 생각도 존중하고 그분들의 얘기를 끝까지 잘 들어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태균 기자 windsea@seoul.co.kr
  • 낚싯대 하나로 ‘1t 초대형 백상아리’ 낚았다

    낚싯대 하나로 ‘1t 초대형 백상아리’ 낚았다

    외국에서 낚싯대 하나로 사나운 상어를 잡은 ‘용감한 낚시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욕데일리뉴스 등 미국 언론의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캐나다의 한 남성은 친구 3명과 플로리다의 멕시코만에 낚시를 갔다가 ‘진짜 대어’를 낚는데 성공했다. 그가 잡은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크기의 백상아리. 몸길이는 5.5m 가량이며, 무게는 어림잡아 1~1.3t 으로 추정된다. 이 낚시꾼은 엄청난 무게의 백상아리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낚싯대를 놓지 않았고, 3시간 여 가량 계속된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보트는 수 ㎞를 끌려 다녀야 했다. 백상아리는 가느다란 낚싯대와 낚싯줄에 연결돼 한참을 몸부림 쳤고, 사나운 성격 답게 거친 모습으로 낚시꾼들을 위협했다. 간신히 백상아리를 보트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된 일동은 ‘기념 동영상’을 촬영한 뒤 낚싯줄을 끊고 바다로 돌려보냈다. ‘진짜 대어’를 낚은 행운의 낚시꾼은 “머리 길이만 최소 1m가 넘어 보였다. 작은 미끼를 덥석 문 백상아리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면서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백상아리는 상어 가운데 뱀상어와 함께 가장 난폭한 종으로 분류되며 영화 ‘죠스’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인터넷뉴스팀/
  • “사나이라면 징역 갔다와도 된다” 경산 자살 가해자 격려 댓글 논란

    “사나이라면 징역 갔다와도 된다” 경산 자살 가해자 격려 댓글 논란

    경북 경산 자살 고교생의 가해자들이 폭행사실을 상당 부분 시인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스토리에 가해자 친구들이 격려성 댓글을 남겨 논란이 일고 있다. 경산 경찰서는 18일 숨진 최모(15)군 사건에서 주요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권모(15)군과 이모(15)군을 대질신문한 결과 권군이 지난해 10월 학교에서 최군의 머리를 때리는 등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강신욱 수사과장은 “가해 학생들이 일부 부인하고 있는 혐의들을 재조사할 방침”이라며 “20일까지 가해 학생들의 휴대전화 내역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숨진 최군의 부모는 학교 폭력 예방 차원에서 가해 학생에 대한 형사 처벌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도 지난 16일부터 카카오스토리에 숨진 최군을 성적으로 괴롭힌 혐의를 받고 있는 한 학생을 주변 친구들이 격려하는 내용의 댓글이 남겨지기 시작했다. “사죄합니다. 지은 죄만큼 벌 받고 오겠습니다. 모든 지인들 죄송합니다”라고 적은 가해학생의 글에 달린 친구들의 댓글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철없는 10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여명의 친구들이 올린 댓글에는 “힘내라”는 인간적인 정을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니가 뭘 잘못했는데?”, “사나이는 한 번쯤 징역갔다 와도 된다”는 등 친구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지 못해 누리꾼들의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누리꾼은 “고교 신입생이 남자는 한 번쯤 감옥갔다 와도 된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한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누리꾼은 “나중에 세월이 흐르면 지우고 싶은 기억일 텐데 철없이 이런 글을 올렸다”면서 죄의식 없는 일부 10대 청소년의 무분별한 행태를 꼬집었다. 이 댓글이 캡처돼 인터넷에 가해 혐의 학생의 이름이 그대로 노출돼 인권 침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 경산 시민(53·자영업)은 “국민적인 관심을 끄는 사건의 가해 혐의자이긴 하지만 아직 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름을 노출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건설업자, 고위공직자에 성접대 의혹… 경찰 내사 착수

    한 건설업자가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유력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8일 “건설업자 A(51)씨가 이권을 확보하고자 성 접대를 했다는 등의 최근 언론 보도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돼 특수수사과가 의혹 해소 차원에서 내사를 시작했다”면서 “이제 내사를 막 시작하는 단계여서 성 접대 의혹 등에 관련됐다는 여성들과 접촉해 진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며 성 접대 동영상도 현재로선 확인한 바 없다”고 밝혔다. 경찰청 범죄정보과는 앞서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해 일부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하명 수사나 공무원 범죄를 전담하는 특수수사과에 수사 전 단계인 내사를 지시한 상태다. 성 접대에는 주부나 사업가, 예술가 등 여성 10여명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50대 여성 B씨가 건설업자 A씨와 그의 지인 C(44)씨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B씨는 A씨와 C씨가 강원 원주시 소재 별장으로 자신을 유인해 약을 먹이고 성폭행했으며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면서 20억원을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A씨와 C씨를 체포하고 별장을 압수수색해 공기총과 알약, 성관계 동영상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내사 진행 상황에 따라 수사로 전환할지와 참고인, 피의자 소환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사설] 여야 정치쇄신·경제민주화 입법 서둘러야

    정부가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 타결에 힘입어 국정 운영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모레 산업통상부를 시작으로 각 부처별로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새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를 추진할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등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할 예정이다. 차기 수장의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남겨 놓고 있으나 국정원과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들도 내부 개혁과 공직기강 확립에 적극 나설 태세다. 정부조직 개편 지연에 따른 ‘잃어버린 20일’을 포함해 지난해 대선부터 따져 국정에 크고 작은 공백이 빚어져 온 것이 꼬박 석 달에 이른다. 이제 이를 메우고 새 틀을 짜 나가려면 공직사회 전체가 마땅히 촌각을 다퉈야 할 때라고 본다. 새 정부 인선과 정부 개편, 북핵 위기 등 중차대한 현안에 가려 있었을 뿐 지금 나라 곳곳엔 시급히 손을 써야 할 민생 현안들이 수두룩하다. 주저앉은 부동산 경기를 되살릴 취득세 감면 연장이 그렇고 저소득층 채무 불이행자의 부담을 덜어줄 행복기금도 고의적인 채무 변제 회피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관련 조치들도 시급하다. 일감 몰아주기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할 방안과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해 주가조작 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 작업 등을 서둘러야 한다. 대검 중수부 폐지와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등 사정기관의 개혁 작업들도 늦출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들 현안은 대부분 정부 힘만으론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국회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며, 그런 만큼 또다시 여야의 정치력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보여준 막무가내식 드잡이를 민생입법 앞에서 되풀이해선 결코 안 될 일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치적 사안과 민생입법의 분리가 필요하다. 4대강이나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나 방송중립특별법 제정과 같은 정치적 사안을 앞세워 경제민주화 및 민생 관련 입법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새 정부 국정과제의 상당수는 지난 대선 때 여야가 공히 주창했던 내용들로 의지만 있다면 3월과 4월 국회에서 얼마든지 입법화할 수 있으며,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이다. 여·야·정 정책협의체를 가동해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여야가 지난해 총선과 대선 때 다짐했던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같은 정치 쇄신도 더는 어물쩍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특위를 만드느니, 공청회를 여느니 하며 시간을 끌다 흐지부지 없던 일로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님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어제 “앞으로 한두 달 동안 정치 쇄신 등에 몰두할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식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 日, 1950년대 핵무기 보유 추진했었다

    일본이 1950년대 후반 핵무기 보유를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재임 중이던 지난 1958년 “일본이 핵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미국 측에 전달했던 사실이 최근 공개된 미 공문서를 통해 드러났다고 교도통신이 17일 보도했다. 기시 전 총리가 ‘핵 보유 합헌론’을 주장한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단순한 헌법해석 논의에 그치지 않고, 방어용 핵 보유 정책 등을 실제로 추진한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셈이다. 이러한 사실은 니혼대학의 시노부 다카시 교수가 워싱턴의 미 국립공문서관에서 발견한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1958년 6월 20일 더글러스 맥아더 2세 주일 미국대사가 미 국무부 앞으로 보낸 공문으로, 야마다 히사나리 외무사무차관과의 회담 내용이 담겨 있다. 야마다 사무차관은 “안전보장 문제를 취급하는 외무관료들 사이에는 잠재적인 침략자가 핵무장을 하는 가운데 일본이 핵무기를 포함한 근대적인 방위 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것은 별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어용 핵무기 보유를 둘러싼 논의가 외무성 내에 실재한다는 사실을 맥아더 대사에게 전달한 셈이다. 같은 해 9월 9일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회의기록에도 “일본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기시 수상은 믿고 있다”는 맥아더 대사의 발언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시 맥아더 대사는 “야마다 사무차관을 비롯해 외무성에는 방어용 핵무기의 장점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점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방어용 핵무기는 지대공미사일에 탑재하는 핵무기로 당시 아이젠하워 미 정권이 소련의 서방 측 침공을 핵으로 저지하는 대량보복 전략의 일환으로 채택하고 있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원비 대폭 인상한 사립유치원들 무자격자 운영에 지원금 횡령도

    새 학기를 맞아 유치원비를 대폭 올린 상당수 사립 유치원들이 이번에는 무자격자 운영에 유치원 매매 등 운영과 회계관리를 엉망으로 한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5∼7월 부산·인천·대구·대전 등 4개 교육청 산하 사립 유치원을 대상으로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무자격 운영과 유치원 매도 및 담보제공 등 각종 부당 사례가 드러났다고 13일 밝혔다. 대구에 위치한 사립 유치원 17곳은 유치원장 자격증을 빌려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원장자격이 없는 교사나 사무직원을 직무대리로 내세워 유치원을 운영한 사실이 적발됐다. 현행 유아교육법은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원장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과부는 해당 유치원 설립자 17명을 유아교육법 위반으로, 자격을 빌려준 17명을 자격기본법 위반으로 각각 고발하도록 했다. 지원금을 부풀려 받는 등 회계 운영이 엉망인 유치원들도 다수 적발됐다. 대구의 한 유치원은 교육청이 유아 학비지원금으로 준 6920만원을 유치원 인수 자금의 일부로 사용했으며, 부산과 대전의 유치원 5곳은 유치원 운영비 2억 7300여만원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인천의 유치원 7곳은 교육청이 지원하는 유치원 교사 처우개선비를 부풀려 받기 위해 설립자나 원장을 교사 명단에 허위로 올리고 해외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교사의 근무지를 속여 모두 1686만원을 챙겼다. 또 인천의 유치원 11곳은 근무하지 않는 교직원 12명에게 급여 명목으로 2억 9800여만원을 지급하고 9개 유치원은 역시 근무하지 않는 교직원 9명을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국가가 이들의 건보료 400여만원을 부담하게 했다. 유치원을 사고 팔거나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 등 현행법상 불법을 저지른 유치원들도 드러났다. 사립학교법은 학부모와 원생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관할청의 허가 없이 사립유치원을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교과부는 사립학교 운영에 대한 감사를 소홀히 한 시도 교육청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앞으로 각 교육청이 정기적으로 사립유치원을 감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슈퍼 파이널서 박승희 밀쳐내고 ‘자폭’…종합우승 잡고 스포츠맨십 버린 왕멍

    슈퍼 파이널서 박승희 밀쳐내고 ‘자폭’…종합우승 잡고 스포츠맨십 버린 왕멍

    왕멍(28)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3관왕 등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 세계선수권 금메달 14개를 휩쓴 중국 쇼트트랙의 얼굴이다. 하지만 지난 10일(현지시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마지막날 슈퍼 파이널에서는 페어 플레이 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 슈퍼 파이널은 월드컵 포인트 1~8위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로 3000m를 돌아 승부를 가린다. 세계 최강 8명이 한꺼번에 도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한 시즌을 정리하는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한국은 박승희(21·화성시청)와 심석희(16·세화여고), 중국은 왕멍과 판케신이 각각 나섰다. 세계선수권은 종목별로 순위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해 종합 우승을 가린다. 경기 전까지 왕멍은 68점을 얻어 선두였다. 박승희가 55점으로 뒤를 쫓고 있었다. 슈퍼 파이널에서 우승하면 34점을 얹어 역전이 가능했다. 2위로 들어오더라도 21점을 얻어 뒤집을 수 있었다. 특히 왕멍은 장거리에 약하다. 박승희는 2010년 대회에서 슈퍼 파이널 1위를 차지하며 왕멍을 제치고 역전 우승을 일궜다. 경기 막판 볼썽사나운 장면이 나왔다. 왕멍이 추월을 시도하는 박승희를 밀쳐버린 것. 펜스까지 밀려난 박승희는 결국 6위로 들어왔고, 3포인트를 얻는 데 그쳤다. 실격당한 왕멍은 포인트를 쌓지 못했지만, 종합 우승은 그의 것이었다. 정황상 왕멍이 종합 우승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밀쳤을 가능성이 높다. 왕멍은 이어 열린 3000m계주에서도 한국 선수들을 자주 밀쳤지만 이때는 실격 판정조차 받지 않았다. 왕멍의 고의성 여부는 본인만이 안다. 그러나 중계 화면에 잡힌 모습은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반면 남자 1000m에서 앞선 두 선수가 넘어지는 바람에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건 신다운(20·서울시청)은 시상대에서 색다른 세리머니로 눈길을 모았다. 그가 들어 보인 휴대전화에는 ‘한국 1위 곽윤기 파이팅’이란 문구가 선명히 박혀 있었다. 발목 부상으로 자신에게 대표 자리를 양보한 같은 소속팀의 곽윤기를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 왕멍의 반칙과 얼마나 대조되는가.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신세계’는 남자 로망 다룬 종합선물세트… 최민식 덕분에 흥행했죠”

    “‘신세계’는 남자 로망 다룬 종합선물세트… 최민식 덕분에 흥행했죠”

    영화배우 최민식이 밀어주고, 하정우가 믿고 따르는 남자. 황정민은 그를 돕겠다며 출연료를 깎았다. 관객 330여만명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에 돌입한 영화 ‘신세계’의 제작자 한재덕(43) ‘사나이픽처스’ 대표다.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와 ‘베를린’의 프로듀서를 거쳐 창립 작품인 ‘신세계’를 흥행시키며 한국형 누아르를 부활시킨 그는 충무로의 대표적인 의리파로 통한다. 지난 8일 한 대표를 만났다. 전혀 영화사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건물. 5층에 올라 반신반의하며 ‘사나이픽쳐스’라고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는 문을 열자 직원들이 반갑게 맞는다. 카펫도 깔리지 않은 회색 시멘트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무실은 마치 홍콩 누와르 영화에 나올 법한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풍겼다. 영화 ‘신세계’를 흥행시킨 소감부터 물었다. “일단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편집본을 보고 배우들의 연기로 트집 잡힐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세계’가 흥행한 것은 다 (최)민식 형님 덕분입니다. 한국에서 누아르 장르가 흥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투자받기도 어려웠고 캐스팅도 난항을 겪었거든요. 민식이 형이 강 과장 역할을 맡겠다고 하시면서 모든 일이 술술 풀렸죠.” 한 대표는 “사실 강 과장의 비중이 크지 않고 민식 형님은 ‘범죄와의 전쟁’이 이미 흥행을 했기 때문에 굳이 이 작품에 출연할 이유가 없었는데 출연을 결정했고 그와 함께 출연하고 싶어했던 황정민이 캐스팅됐다”면서 “드라마 출연을 고려 중이던 이정재도 민식이 형이 직접 전화로 캐스팅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민식은 영화가 예산 문제로 난항을 겪자 세 배우를 한 데 모아 “우리가 이렇게 모이기도 힘든데 투자가 안 된다면 창피하지 않겠느냐”면서 각자의 출연료를 조금씩 낮췄다. 한 대표는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최민식과는 영화 ‘올드보이’ 때 톱스타와 초짜 제작 PD로 처음 알게 된 사이. 그가 이처럼 배우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우들이 얼마나 난다 긴다 하는 영화 제작자들을 많이 알겠어요. 제 딴에 머리를 굴려봐야 손바닥 안이죠. 그냥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 싫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의 등치고 장난쳐서 추접스럽게는 영화를 찍지 말자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는 예산이 부족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몸값을 가장 먼저 깎는다. 이런 ‘큰 형님’ 같은 자세에 윤종빈 등 20~30대 젊은 감독들도 그를 믿고 따른다. ‘부당거래’ 때 황정민과 류승범도 영화의 성공을 위해 몸값을 낮췄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 배우가 출연료를 스스로 깎는 것은 이례적이다. 할리우드 영화 출연 문제 때문에 ‘베를린’의 출연이 무산될 뻔했던 하정우의 마음을 돌린 것도 그다. 그에게 영화사 이름을 ‘사나이픽처스‘로 지은 이유를 물었더니 “상스럽고 못 배운 것 같은 느낌 그대로다”면서 “적어도 애들이 어른 흉내 내는 것 같은 후진 작품을 만들지 말자는 뜻도 담겨 있다”면서 웃었다. ‘신세계’는 남자의 야망과 권력, 의리 등 남자의 로망을 다룬 종합선물세트다. 그가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계속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로당에서도 대장이 되고 싶어할 정도로 나이를 먹어도 ‘폼생폼사’하는 것이 남자들의 심리입니다. ‘신세계’는 남자들의 판타지이자 대리만족이죠. 저는 ‘신세계’를 한국 누아르 영화의 교본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영화사는 11일 관객 300만 돌파 기념으로 배우 마동석과 류승범이 등장하는 에필로그를 공개했다. 흐름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삭제된 장면이다. 한 대표는 기존의 3편으로 알려진 ‘신세계’ 시리즈가 사실은 총 4편으로 기획됐다고 밝혔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정청(황정민)과 이자성(이정재)이 조직의 최고가 되는 프리퀄, 강 과장과 신세계 프로젝트에 얽힌 이야기, 강 과장과 자성의 후임 격인 마동석과 류승범이 등장하는 이야기 등 총 3편을 박훈정 감독과 기획해 놓은 상황입니다. 배우들도 어느 정도 출연 의사는 밝혔지만, 속편 제작 여부는 최종 스코어에 달렸습니다. 예산이 워낙 커서 투자를 받으려면 500만명이라는 상징적인 스코어는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속편을 꼭 보고 싶네요.” 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눈앞에서 ‘사람의 뇌’ 보고 디지털로 ‘뇌의 단면’ 해부

    눈앞에서 ‘사람의 뇌’ 보고 디지털로 ‘뇌의 단면’ 해부

    “자 그럼 뇌막에서 뇌를 꺼내 보겠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의대 유광사홀. 해부학교실 류임주 교수가 투명한 통에서 꺼낸 사람의 뇌를 탁자에 올려 놓는 순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고등학생들의 손이 일제히 멈췄다. “야, 진짜야.”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류 교수는 뇌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이 V자 형태의 관은 시신경과 연결되고, 이 부분은 청각신경과 연결된다”며 말을 이어갔다. ‘전두엽’, ‘측두엽’, ‘뇌간막’ 등 말과 그림으로만 배운 사람의 머릿속이 700여명의 청중들 앞에 생생히 펼쳐졌다. 휘경여고에서 온 한 학생은 “수행학습 점수나 따자는 생각으로 왔는데, 진짜 뇌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류 교수가 “뇌 기증자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뇌를 잘라 보여 줄 수는 없다”고 하자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류 교수는 이 같은 아쉬움을 달래 주기 위해 의대에서 사용하는 ‘가상 해부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시체로 뇌 단면과 각종 기능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헌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머리에 쇠막대가 박힌 뒤 성격이 변한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를 소개하며 뇌가 감성과 이성을 관장한다는 사실을 설명했고, 곽지현 뇌공학과 교수는 인간의 뇌를 모사한 컴퓨터를 만드는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2013 세계 뇌 주간’의 개막식을 겸해 열렸다. 일반인에게 뇌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1996년 미국에서 처음 개최된 뇌 주간은 세계 최대의 무료 과학 대중강연 행사다. 60여개 국에서 매년 3월 셋째주에 동시에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2002년 시작돼 올해로 12번째를 맞았다. 16일까지 서울대, 서울대병원, 연세대, 아주대 등 14곳에서 진행된다.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강연이 열리는 만큼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학생들의 호응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 행사를 준비한 선웅 교수는 “당초 400석 규모의 강당이 다 찰까 걱정스러웠는데 강당 밖에 스크린과 의자를 설치해야 할 정도로 많이 왔다”고 밝혔다. 김승환(포스텍 교수) 한국뇌학회장은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우수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애쓰고 있다”면서 “미래의 뇌과학 연구자를 키우는 일이라 석학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6000만 달러의 사나이’, ‘뇌를 알면 꿈이 보인다’ 등 어린이나 어른 모두 흥미를 느낄 강연도 가득하다. 자세한 프로그램 및 일정은 뇌학회 홈페이지(www.brainsociety.org)에서 볼 수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예멘 상공서 ‘삼각 UFO’ …전문가 “사진은 진본”

    예멘 상공서 ‘삼각 UFO’ …전문가 “사진은 진본”

    최근 예멘 상공에서 정체불명의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찍혀 현지 언론이 잇달아 보도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매체 ‘에미리트247’ 보도에 따르면 예멘의 사진작가 아시일 바디얀이 수도 사나에서 북쪽으로 약 90km 떨어진 산을 촬영한 사진에 거대한 크기의 삼각물체가 찍혔다. 바디얀은 예멘과 사우디의 여러 매체에 “(기존에) 전 세계에 비슷한 목격이 있었는 지를 인터넷 서핑으로 확인했으며 지금까지 사진 중 내가 촬영한 것이 가장 선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 물체의 탑승자들은 매우 지적인 문명을 가진 진화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당 사진은 사우디의 한 저명한 천문학자의 검사를 통해 진본으로 확인됐다. 사우디 천문학회의 샤라프 알 시파티 학회장은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사는 것은 아니며 신(God)만이 알고 있는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가가 내게 연락해 사진을 보여줬을 때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면서 “사진이 우주 물체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진본 임을 확인했으며 어떠한 속임수나 조작도 사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에미리트247(아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씨줄날줄] ‘백지’ 관보/정기홍 논설위원

    1960년대 대학가에 ‘관보 대학생’이란 말이 등장했었다. 대학들이 정원을 초과해 신입생을 뽑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교부가 “관보에 정원 내 학생 명단을 싣겠다”고 밝히자 이를 빗대 유행했던 용어이다. 이른바 ‘학사등록제’인 셈이다. 이후 문교부는 전국 대학의 재적생 현황 파악에 나섰고, 청강생 등 잉여 학생은 무려 3만여명이나 됐다고 한다. 교육 행정의 난맥상으로 인해 대학생 명단까지 관보에 실렸다니 먼 옛날의 이야기다. 관보(官報)는 말 그대로 정부에서 발행하는 기관지이다. 법령 개정과 부처 의결사항, 인사, 공고가 여기에 실린다. 내용이 난해하지만 그 시대의 정치와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첫 관보로는 조선 태조(1392년) 때 예문춘추관에서 발행한 ‘조보’(朝報)를 친다. 이후 1894년(고종 31년) ‘대한제국관보’란 제호로 발행되다가 정부수립 해인 1948년부터 ‘대한민국관보’라는 이름으로 맥을 잇고 있다. 관보는 왕조시대 길거리에 써 붙였던 방(榜)과도 궤를 같이한다. 세종실록에는 ‘대소 인원들이 그해(1429년)의 수교(受敎)한 것을 알지 못하여 범법한 자가 자못 많으니 금령조목(禁令條目)을 줄여 줄 친 게시판을 만들어 광화문 밖 등의 장소에 걸어 알려주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60여년을 이어온 근대식 ‘종이 관보’가 좀체 보기 힘들어졌다. 지난 2000년 10월 전자관보시대를 열면서 병행해 발행되다가 지금은 딱 11부만 인쇄된다. 국가기록원 3부 외에 국회도서관, 법제처, 헌법재판소 등 8군데에 1부씩만 들어간다. 청와대에서도 종이 관보를 못 보는 정도이니 귀하디귀한 몸이다. 관보에 관한 뒷얘기는 더러 전해진다. 정부는 일반인이 알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민감한 사안은 관보에만 슬쩍 넣고 숨기려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부지런하고 눈치 빠른 기자들은 기자실에 비치된 관보에서 특종을 낚아채기도 했다. 숨기려는 의도만큼 사회적인 파장은 컸다. 관보는 요즘에도 논란의 중심에 선다. 최근 청와대에서 비서관급 인사를 관보에만 싣겠다고 하자 ‘관보 인사’란 비아냥을 듣고 있다. 최근 암으로 사망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병석에서 서명한 관보가 공개되자 그의 건강 상태를 놓고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일까지 관보에 실린 법안과 조약이 단 1건도 없다고 한다. 지난해 하루 평균 법률 2건, 대통령령 3건이 실렸던 데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나타난 부작용으로, 정치권은 눈꼴사나운 정쟁을 그만 접고 마비된 국정을 빨리 살려야 하겠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담낭 질환

    [Weekly Health Issue] 담낭 질환

    결석과 암으로 대표되는 담낭 질환이 빠르게 늘고 있다. 주변에 쓸개병을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담낭의 문제를 가볍게 알거나 문제를 알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큰 문제는 식생활의 서구화와 비만에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많지 않았던 콜레스테롤 담석을 가진 사람과 담낭염 등에서 비롯되는 담낭암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지금이야말로 담낭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담낭 질환에 대해 순천향대병원 외과 최동호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먼저, 담낭 질환이란 무엇인가. -흔히 쓸개로 불리는 담낭은 간 밑에 붙어 있는 장기로, 간에서 생산되는 1일 약 1000㎖의 담즙을 받았다가 담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배출한다. 이때 담낭으로 들어온 담즙은 보통 6∼8배로 농축되는데 특히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면 호르몬의 작용으로 담낭 근육이 수축되고 담낭 괄약근이 이완되면서 농축된 담즙이 일시에 장으로 배출돼 음식의 분해를 돕는다. 담낭 질환은 이런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담낭에 용종 등 혹이 생겨 암성 변화를 보이는 상황을 말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구체적인 질환은 무엇인가. -담낭의 결석과 염증·용종·암 등이다. 담낭에 돌이 생긴 담낭결석(담석)은 국내 인구의 4%가 가졌으며 성분에 따라 콜레스테롤 담석과 한국인에게 많은 색소성 담석으로 구분하는데, 근래에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국내에서도 콜레스테롤 담석이 점차 느는 추세다. →발병 추이는 어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담석증 환자는 2009년 10만 3000명으로 2005년의 7만 9000명보다 2만 4000명이나 늘었다. 연평균 6.8%에 해당하는 증가세다. 전체 진료비도 2009년 1384억원으로 2005년보다 13.7% 늘었으며 증가 폭도 갈수록 가파르다. 검진이 일상화돼 잘 찾아내는 것도 원인이지만 역시 주요인은 식습관의 서구화에 따라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늘어난 데 있다. →담낭 질환에 취약한 사람이 따로 있나. -남성보다 여성이 취약하다. 여성 호르몬이 담즙 성분 중 콜레스테롤의 분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여성 중에서도 다산부와 40대, 비만자와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발생 위험이 높다. 비경구 영양요법 환자, 저지방 식이를 하는 사람이나 임산부도 취약한 편이다. 또 색소성 담석은 흑색 색소성과 갈색 색소성으로 구분하는데 흑색 색소성은 적혈구가 과다하게 파괴되는 용혈성 질환자와 비장기능항진증 환자에게서 잘 생기며 갈색 색소성은 담도협착·간흡충·총담관낭 환자에게 많다. →구체적인 원인과 발병 경로를 짚어 달라. -콜레스테롤 담석은 비만 등으로 늘어난 콜레스테롤이 서로 엉겨 붙으면서 생기고, 색소성 담석은 담즙의 정체나 감염과 관련된 염증반응 때문에 빌리루빈과 탄산칼슘·인산칼슘 등이 잘 녹지 않는 게 원인이다. 이렇게 생긴 결석이 담즙 배설을 막으면 염증이 생기게 된다. 담낭암도 주로 담석이 원인인데 국내에서는 담낭암 환자의 30%에서 담석이 발견되고 있다. 이 밖에 선천적인 췌담관 합류이상증도 담낭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담석을 가졌어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며 이 중 절반은 전형적인 담도산통을, 나머지는 상복부 불쾌감, 소화불량 등의 비특이적 증상을 보인다. 또 담석이 총담관을 막아 황달이 생기기도 한다. 흔히 과식이나 고지방식 후에 잘 생기는 담도산통은 담관이 담석에 막혀 발생하는데 우상복부의 심한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되며 어깨와 등으로 통증이 퍼지거나 메스꺼움·구토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구토증은 담석의 흔한 증상이다. 위경련이 주요 원인인 만성 담낭염은 담관이 담석에 막혀 생기며 평소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명치나 우상복부에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우상복부 통증은 오른쪽 어깨죽지까지 퍼지기도 하며 환자가 뒹굴 정도로 심한 통증이 짧게는 수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씩 지속된다. 급성 담낭염도 통증 발생 부위와 양상은 만성과 비슷하지만 고열과 오심·구토·황달을 동반하며 우상복부에 달걀 같은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담낭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주로 담석 치료 과정에서 발견되는데 암이 담관 등으로 전이되면 오른쪽 상복부 통증이나 황달이 나타날 수 있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담석 진단에는 초음파검사가 주로 활용되는데 진단율이 95%에 이른다. 경구 담낭조영술도 있지만 만성 담낭염으로 담낭이 손상됐거나 담낭관이 막혔거나 간 질환이 있으면 담낭을 관찰하기 어렵다. 이 밖에 방사성 핵종주사법이나 내시경적 췌담관조영술로 총담관이나 담낭관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담낭암은 초음파검사나 CT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예후는 어떤가. -작은 콜레스테롤 결석에는 담석용해제를 투여하는데 이 경우 6개월 이상 약을 투여해도 완전용해율이 50%를 넘지 않으며 담낭에 용해제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 역시 콜레스테롤 결석에만 효과가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담도산통이 잘 생기는 데다 간혹 급성 췌장염이 생겨 사용을 꺼리는 편이다. 이런 치료는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활성화된 이후에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담석이나 담낭염은 담낭절제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증상 없는 담석이 있다면 관찰을 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젊은 환자라면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5년마다 10%씩 높아지는 데다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낭과 총담관 담석을 함께 가진 경우도 복강경을 이용한 괄약근절개술로 총담관 결석을 제거한 뒤 1∼2일 후에 다시 복강경 담낭절제술로 담낭을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다. 담낭용종은 1㎝ 이상이면 담낭 전체를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며 1㎝ 미만이면 주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되 담석이 있거나 담낭염 등의 증상이 있으면 제거하는 것이 좋다. 담낭암은 예후가 나빠 일단 진단이 되면 수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환자 대부분이 수술을 못 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발견돼 극히 일부만 수술이 가능하며 재발도 잘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커버스토리]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온라인은 지금 ‘댓글전쟁’

    [커버스토리]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온라인은 지금 ‘댓글전쟁’

    대선을 전후해 ‘국정원 댓글녀’와 ‘십알단(십자군알바단) 검거’ 논란이 불거지면서 댓글을 통한 정치권의 여론 개입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업 등에서 자사 홍보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댓글아르바이트(알바)’를 동원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 그렇다면 국민과의 정직한 소통을 최우선시해야 할 정치권도 ‘댓글부대’를 통해 은밀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하고 있을까. 지난 7일 서울신문은 국내에 몇 안 되는 ‘댓글알바 추적자’로 활동 중인 30대 프로그래머 A씨와 어렵사리 연락이 닿았다. 그는 신상이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가 댓글알바를 찾아내는 일을 시작한 건 지난해 1월이다. 포털사이트에서 무조건적으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며 이상한 점을 느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댓글을 단 사람의 아이디(ID)나 과거 댓글 이력 등을 공개하지 않아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 A씨는 프로그래머 이력을 살려 ‘댓글 추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시간을 좀 들이면 어떤 사이트에서나 악성 댓글을 올리는 ID를 추적해 과거 댓글 리스트와 인터넷 주소(IP) 등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최소 1개월 이상 같은 내용의 게시글을 수백, 수천번씩 반복해 붙여넣기한 ID를 ‘댓글알바 의심자’로 분류해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명단을 올렸다. 기사의 내용과 무관하게 맥락 없는 비난 댓글을 연쇄적으로 올리는 ID도 유심히 관찰했다. 특정 단어(민주통합당 혹은 새누리당 등)가 들어간 기사나 글에 자동적으로 댓글을 달도록 하는 ‘자동댓글생성 프로그램’을 썼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인들도 정치적 입장을 반영한 댓글을 반복해서 올릴 수 있지만 (댓글알바들처럼) 같은 내용의 글을 장기간에 걸쳐 수도 없이 붙여넣기하지는 않는다”면서 “이 정도 수준이면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거나 경제적 동기에 의한 활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A씨가 지금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찾아낸 정치 관련 댓글알바 의심 ID는 130여개. 이 가운데 보수적 이념을 대변하는 ID가 90% 이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시간적 한계로 극히 일부만 조사한 것으로 실제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댓글알바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면서 “댓글알바를 고용하는 이들의 실체는 아직 못 밝혔지만, 최소한 정치권에서 ‘댓글부대’를 운영하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며칠 전 그는 1년 넘게 운영해 온 ‘댓글알바 사이트’를 폐쇄했다. 최근 ID가 공개된 네티즌들의 항의에 시달리며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포털들의 댓글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현실을 보며 ‘보이지 않는 세력’의 여론 왜곡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자신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일부 댓글알바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도배질’하다 보니 네티즌들은 점차 ‘댓글 소통’을 포기하고 있어요. 포털사이트들도 자신들이 정치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을 꺼려해 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고요. 한마디로 댓글 세계의 물이 크게 흐려지고 있어요.”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너도 파파가 대학가지 말고 짐 싸래? 18세기 영국 엄친아들의 여행 이야기

    너도 파파가 대학가지 말고 짐 싸래? 18세기 영국 엄친아들의 여행 이야기

    토머스 홉스, 애덤 스미스, 볼테르, 괴테, 존 로크, 존 밀턴, 몽테스키외, 에드워드 기번 등등의 공통점은? 부잣집 도련님들의 유럽기행, 그랜드 투어를 했다. 물론 차이는 있다. 혈통이 좋아 주인으로 여행했느냐, 아니면 돈벌이를 위해 하인 격인 동행교사 자격으로 갔느냐다. 어느 쪽이든간에, 수년 동안 유럽 대륙을 휘휘 둘러보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얻었고 이를 후대에 길이 남겼다. 그래서 ‘그랜드 투어’(설혜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거창하게 말하면 근대 초기 유럽의 지성사인데, 자신의 부모형제도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책을 쓰겠다는 야심에 불타오르고 있는 저자의 희망사항을 감안하자면 그보다는 ‘여행의 모든 것’이라 해두는 것이 좋겠다. 그랜드 투어를 다룬다지만 앞에는 고대의 여행, 중세의 순례, 중세말의 탐험과 모험이 배치되어 있고, 말미에는 ‘대중관광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머스 쿡(1808~1892)을 등장시켜 오늘날 단체 패키지 관광의 원형과 발달상까지 다루고 있어서다. 저자가 힘을 집중하는 곳은 18세기 영국인들의 유럽여행이다. 17세기 이후 크게 월등해진 경제력으로 부를 거머쥐게 된 영국인들이 유럽, 그러니까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주 목적지로 해서 집중적으로 도버해협을 건넌 시기여서다. 프랑스에서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매너와 교양을, 이탈리아에서는 고대 로마 제국의 영광과 쇠락을 배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움직임에 자극받은 유럽 각지의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랜드 투어에 가세했고, 19세기 들어서는 영화 ‘순수의 시대’, ‘태양은 가득히’에서도 드러나듯 유럽적 전통을 갈망하던 미국의 대부호들도 그랜드 투어에 동참했다. 이런 그랜드 투어였기에 “유럽 지배계급 사이에 동질성을 만들어냈고 예술과 건축의 발달을 촉진했으며 계몽사상을 전파하는 등 유럽 근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현상”이라는 평을 내릴 수 있다. 그랜드 투어를 했던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제국 쇠망사’을 썼고, 또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 책의 핵심 메시지가 그랜드 투어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메트로폴리턴이 종교적 관용을 통한 유럽 통합의 꿈을 주장해서다. 동질적 취향, 예술과 건축의 발달, 계몽사상의 전파를 드러내는 여러 현상 가운데 하나는 팔라디오 열풍이다. 이탈리아 건축가인 안드레아 팔라디오(1508~1580)는 BC 1세기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를 모델로 삼아 몇가지 건축법칙을 만들어냈다. “방을 만들 때는 일곱 가지 기본 형태 가운데 하나를 따라야 하고, 식당은 길이가 폭의 두 배가 되어야 하고, 기둥은 코린트식이 이오니아식보다, 이오니아식이 도리아식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식이었다. 왜 그런지 딱 부러진 이유는 없음에도 그랜드 투어 중이던 영국의 이니고 존스(1573~1652)가 팔라디오에 감명받아 그의 도면을 수집해 널리 퍼뜨리면서 팔라디오 양식은 건축계의 성경이 되어버렸다. 루브르박물관, 버킹엄궁전은 물론 대서양 건너 백악관, 뉴욕공립도서관, 워싱턴 국립박물관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사실 이번 책의 가장 재밌는 부분들은 소소한 얘기들이다. 저자는 그랜드 투어를 떠난 이들의 편지나 일기, 여행 팸플릿 등 1차사료를 꼼꼼하게 읽어나갔다. 그만큼 세세한 묘사나 정황들이 잘 살아 있다. 가령 테어도어 츠빙거에서부터 존 머리의 레드북에 이르기까지 여행안내서의 발달 단계, 오늘날 흔한 이미지와 그리 동떨어지지만은 않은 “독일에서는 군인, 이탈리아에서는 산적, 프랑스에서는 늑대, 지중해에서는 해적”을 조심하라는 당시의 표어, 애써 바다 건너 나왔는데 같은 영국인끼리 어울리기 싫다는 이유로 극구 서로 피하는 모습, 막상 와서 둘러보니 낡고 후진적인 모습에 실망하면서 오히려 모국 영국에 대한 애국심이 고취되는 광경, 영국 하인과 대륙 하인의 성향 차이로 일어나는 에피소드, 여행객들을 상대하는 사기꾼들의 온갖 협잡 등이 흥미롭다. 그 가운데 특히 재밌는 부분은 귀족자제들의 타락상. 그렇게 신신당부하고 ‘베어 리더’(Bear leader·새끼곰 조련사)라 불리던 엄한 동 행교사까지 붙였건만, 어린 나이에 홀로 객지에 떠도는 부유층 자제는 늘 술과 여자, 사치와 향락에 빠졌다. 보다못한 부모들이 가난한 이웃 딸을 “침실 동료”로 붙여주기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 유럽의 매음굴이라 불렸던 베네치아에는 창부가 2만여명 가까이 살았고, 타락한 유럽 대륙의 지체 높은 귀부인들은 어린 남자를 애인으로 삼길 즐겨했다. 물론 창부의 고객, 귀부인의 애인 대부분은 영국에서 온 부유한 꼬마들이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고전경제학 불멸의 고전이 아니라 그랜드 투어 동행교사로서의 어려움과 무료함을 호소하는 글로 읽어내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절로 난다. 고개를 돌려보면 역시 드러나는 건 우리의 모습이다. 여행은 자유지만 자유는 방탕과 그리 멀지 않고, 교양과 취향을 배운다지만 그것 역시 특권층의 속물적 과시욕구와는 동전의 양면이다.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1732년 이탈리아 여행경험자들로 결성돼 젊은 놈들이 몰려 다니면서 술이나 퍼마시는 모임으로 비판받았던 딜레당티 모임이 결국 나중에 영국 국립미술관, 영국박물관, 왕립미술원이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니까. 먹고살 만해지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배낭여행, 어학연수, 유학이 나중에 어떤 얼굴로 우리에게 돌아올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2만 3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정부 물가잡기 ‘액션’ 돌입…유통·식품업체들 ‘화들짝’

    정부 물가잡기 ‘액션’ 돌입…유통·식품업체들 ‘화들짝’

    정부가 최근 잇따르는 생필품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형마트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하는 등 ‘물가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유통 및 식품업계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정재훈 산업경제실장 주재로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대형마트 임원들을 불러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열었다. 비공개 회의에는 산업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연구단체와 한국소비자원 측도 참석, 유통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지경부는 회의에서 최근 대형마트가 진행하는 각종 할인 행사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물가안정에 더 협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이 느낀 부담감은 상당하다. 지경부는 전날인 6일 오후 갑작스럽게 회의를 통보했다. 참석자도 상품 총괄 본부장(부사장급)이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못을 박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할인행사나 저가상품을 기획하는 최전선의 임원을 부른 것은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제대로 보조를 맞추라는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가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안정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이후 일주일여 만에 열렸다. 업계에선 정부 측이 물가안정을 위한 ‘액션 플랜’에 들어갔다고 본다. ‘업체 쥐어짜기’가 시작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도 물가안정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작업에 착수했다. 대형마트 3사는 지난주부터 ‘사상 최저가’를 내세우며 생필품 할인행사를 시작했고 7일부터 품목을 추가해 재차 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앞서 멋모르고 줄인상에 나섰던 식품업체들도 숨을 고르는 중이다. 지난해 말 밀가루·장류 등의 가격을 잇따라 올려 식품가격 인상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은 CJ제일제당은 최근 설탕값을 4~6% 내렸다. “물가안정에 기여하겠다”며 지난해 9월(5%)에 이어 추가 인하에 들어간 것이다. 또 얼마 전에는 SPC그룹의 삼립식품이 대형마트 등에 공급하는 양산빵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했다가 보름 만에 부랴부랴 철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상황이 이러니 가격 인상은 당분간 물 건너 갔다. 물가 불안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식품업체들은 억울해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 출범 전이 아니면 가격 인상은 꿈도 못 꿀 것이란 공감대가 있었다”고 씁쓸해했다. 정부 정책이 엇박자라는 지적도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경부에 적극 협조해 대형마트가 기획하는 할인 및 저가상품은 협력업체와 마진을 조금씩 양보해서 나오는 것인데, 반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협력업체를 옥죈다고 칼을 휘두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스스로 전기, 가스료 등 공공요금은 다 올리면서 만만한 민간 업체들만 때리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안보리 대북제재 만장일치 결의…“北 추가도발땐 더 강력한 조치”

    안보리 대북제재 만장일치 결의…“北 추가도발땐 더 강력한 조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현지시간으로 7일 오전 10시 5분(한국시간 8일 0시 5분)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안 209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이 지난달 12일 핵실험을 강행한 지 24일 만이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후 채택된 유엔결의 1718호, 2009년 6월 2차 핵실험 제재안 1874호에 이은 세 번째 제재안이다. 이번 제재 결의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및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고강도 조치가 한층 강화됐다. 이전 대북 제재 내용을 포괄하면서도 유엔 회원국들의 이행을 의무화하고, 처벌 조항을 강화한 ‘스마트 제재’에 무게를 뒀다. 북한을 오가며 WMD 관련 물품을 운송하는 선박에 대한 공해상 검색을 의무화했고 항공 관련 제재도 처음 도입했다. 기존에는 WMD 및 관련 물품의 수출입을 금지했지만 이번에는 각 회원국이 WMD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물품에 대한 수출입을 금지하는 ‘캐치올’ 조항이 더욱 강화됐다. 1718호에 도입된 사치품 금수 목록도 보석류, 고급승용차, 요트로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결의안은 특히 “북한이 미사일의 재발사나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6자회담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또 유엔 헌장 7장 41조의 비무력적 강제 조치를 원용함으로써 회원국들에게 결의안 이행의 강제성을 부과했다. 북한은 결의 채택 직전인 7일 오후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침략자들의 본거지들에 대한 핵 선제 타격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해 한반도 긴장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경복궁 야간 지킴이로 새 삶 사는 ‘시라소니 이후 최고 주먹’ 방동규 씨

    [김문이 만난사람] 경복궁 야간 지킴이로 새 삶 사는 ‘시라소니 이후 최고 주먹’ 방동규 씨

    “나를 주먹, 건달, 협객, 뭐라고 해도 상관없지만, 그냥 뜨거운 내 인생을 찾아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을 뿐이오.” 이 시대의 낭만 협객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라소니 이후에 최고의 주먹, 한번에 17명과 맞서 싸운 전설, 백기완, 황석영과 함께 조선의 3대 구라”라고. 본명 방동규, 아니 ‘방 배추’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1935년 개성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각종 운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중·고교 시절, 뜻하지 않게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1954년 체육특기생으로 홍익대 법학과에 입학했고 백기완(통일문제연구소장), 구중서(문학평론가) 등과 함께 나무를 심고 계몽운동을 펼쳤다. 30살에 독일에서의 광부생활, 4년 동안 파리에서의 유랑생활, 양장학교 수업, 중동 파견, 긴급조치와 ‘말지’사건으로 구속수감 등 실로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겪었다. 2006년 경복궁 관람안내 지도위원으로 있다가 잠시 그만둔 뒤 2011년 다시 경복궁으로 돌아와 야간지킴이 일을 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낭만 협객이 80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경복궁의 파수꾼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저녁 경복궁에서 방씨를 만나 사진 촬영을 한 다음 인근 막걸리 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등산복 점퍼에다 청바지 차림이었다. 백발이긴 한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걸음걸이가 경쾌하다. 말할 때는 “이봐, 이 사람” 등을 섞어가면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자리에 앉으면서 “내가 2003년 서울시장배 보디빌딩 대회(장년부)에서 6등을 했거든, 나이 80 되는 내년에는 꼭 우승하려고 그래. 그런 각오로 하루 1시간씩 꼭 운동을 하고 있지. 허허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단단한 팔뚝 근육을 잠깐 보여준다. 요즘 근무하고 있는 경복궁 야간지킴이 활동에 대해 먼저 물었다. “말 그대로 야간에 경복궁을 지키고 경비하는 일이여. 물어볼 것도 없어. 경복궁에는 오랫동안 내려오는 정기 같은 것이 있잖아. 그런 정기를 받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무작정 담을 넘어오는 사람도 더러 있어. 참 내원. 거 머시기야. 남대문에 불을 지른 사람도 창경궁에 불을 지르려다가 붙잡혔잖아. 당시 초범이고 노인이어서 풀어줬는데 결국 남대문에서 사고 쳤거든. 야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해.” 경복궁 주변에서 막무가내로 버티는 사람도 많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친절하게 대해 주다가 정 안 되면 강제로라도 끌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올까. 방씨는 아직은 괜찮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방씨는 오후 5시 30분에 출근해서 그 다음 날 아침 8시 30분에 퇴근한다. 15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어떤 인연으로 경복궁에서 일하게 됐을까. “유홍준씨와 각별히 친하지. 긴급조치법 2호 때 독방에 있었어. 유홍준씨가 학생들과 데모하다가 감옥 옆방에 들어왔어. 통방이라고 하거든. 벽을 똑똑 두드리면 옆방에서 반응을 해. 귀에다 대고 말을 하면 서로 통화가 잘돼. 그때부터 형·동생으로 지내게 됐고 감옥에서 나와 같이 술 마시면서 아주 친해졌어. 또 이때 같이 수감된 이호철, 임헌영, 장준하, 백기완 등과 인연을 맺었어. 아주 각별하지.” 이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고 유홍준씨가 문화재청장으로 재직 시 방씨에게 경북궁에서 일하도록 배려를 해 줬다. 이에 대해 방씨는 “아마 왕년의 주먹이자 몸짱 할아버지라는 이미지와 ‘경복궁 지킴이’의 역할이 썩 잘 어울렸는지 이곳저곳에서 인터뷰를 해 화제의 인물로 부각됐다”고 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사발통문을 날려 인사동에서 송년회를 겸해 ‘배추 취직 축하연’ 자리를 가졌다. 이때 임재경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시인 신경림, 정치인 김태홍과 이부영, 춤꾼 이애주, 불문학자 최권행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 또한 언론에 보도돼 또 한번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인연이 된 긴급조치법 2호와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큰딸 이름은 방그레, 둘째는 방시레이다. 웃는 행렬로 지었단다. 방씨가 강원 철원 노느메기밭에서 일할 때였다. 둘째 딸 출산을 위해 서울 어머니네 집에 들러 병원을 가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점퍼 차림의 두 사람이 느닷없이 나타나 권총을 들이대면서 철원에서 대구 경찰서 대공분실로 연행했다. 이유는 서울에 아는 사람이 많고 정치와 문화계통에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취조를 해야 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심문 내용은 이런 것이었어. 뭐, 다짜고짜 김일성과 무전 친 암호를 대라고 했어. 나는 무전기도 만질 줄 모르고 집에 그런 것도 없다고 했지. 그때 산에서 농사를 지을 때 아는 사람이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하나 줬어. 그걸로 트집을 잡는데 참 황당하더라고. 그렇게 6개월 동안 고문받으며 지내다가 나왔어.” 1986년 ‘말지’ 사건 때도 수감됐다. 김태홍 전 국회의원과 형·동생하면서 지냈다. 제5공화국 시절 언론 보도지침이 나왔을 때 김 전 의원이 수배 대상이 돼 고향인 광주로 피신해야 했다. 방씨는 그런 사정을 알고 김 전 의원과 함께 광주로 동행했다. 이런 이유가 나중에 밝혀져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 가서 고문을 받았던 것. “그때 고문기술자 이근안씨를 만났어. 고문실에 들어가면 옆방이나 옆옆방 정도에서 비명 같은 것이 들려. 진짜 고문해서 나는 비명인지 하여간 그런 소리 들리면 맥이 쫙 풀려. 그런데 이근안씨는 때리지는 않고 아주 상당한 기술이 있더구먼(웃음).” 화제를 돌렸다. 왜 ‘배추’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6·25전쟁 혼란기 때였다. 방씨는 당시 경신·대광고와 정신여고 등 기독교 계열의 학교들이 합쳐진 전시 연합학교에 다녔다. 전쟁 혼란기라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평소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군복 등 입을 수 있는 것이라면 아무거나 걸쳐 입고 다녔다. 특히 방씨는 6·25 때 부산과 호남에서 장사하던 옷차림 그대로였다. 여학생들은 이런 방씨의 모습을 보고 ‘쟤가 싸움 잘하는 배추장수’라고 했고, 결국 ‘배추’로 굳어졌다. ‘시라소니 이후의 최고의 주먹’이라는 별명은 어떻게 얻었을까. 방씨는 1950년대 학생 주먹으로 유명했다. 고등학생 때 대학가의 주먹들과 붙는 일이 자주 있었다. 1953년과 1954년에는 대학생 건달로 악명을 떨치던 ‘춘하’의 패거리들과 싸웠고 전국 씨름왕의 도전을 받아들여 이기기도 했다. 창경원에서 특수부대 군인 출신인 깡패들과 맞짱을 뜨면서 ‘양배추’의 이름이 장안에 알려졌다. 당시 신문기사 제목이 ‘군인 깡패, 학생에게 혼쭐나다’였다.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이라는 근원지는 소설가 황석영이었다. 그럴 것이 1960년대를 거쳐 1990년대까지 잊을 만하면 한두 번씩 ‘맞짱의 전설’을 만들어냈다. 국내뿐만 아니라 파리와 스페인 등 해외에서도 그랬다. 문단의 화제였고 술자리의 단골 주인공이었다. 특히 방씨는 재야 세력의 주먹으로 반독재 민주화를 기치로 내건 문화운동패의 문인, 화가, 그리고 지식인들과 두루 친했다. “내가 말야. 한창 주먹으로 이름을 날릴 무렵 이정재가 제3자를 보내 은근히 영입의사를 밝힌 적이 있어. 당시 이정재는 유지광을 전면에 내세워 동대문시장과 평화시장 일대를 주무대로 하는 ‘화랑동지회’라는 단체를 조직했거든. 이 조직의 후신인 반공청년단 등을 만들어 사회적 이권과 정치세계에까지 개입하고 있었지.” 그러나 방씨는 이정재의 제안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중국무협사’에 주가(朱家)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그는 첫째, 가난하고 빈천한 사람부터 도왔다. 둘째, 의협을 행하면서도 남이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해 굳이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셋째, 가난하고 청빈하여 집에 재물이 없었다. 적어도 사나이라면 이러한 의기는 지녀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정치깡패들과 한통속이 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방씨는 운동가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육상 등 각종 운동을 했고 막내 삼촌은 승마, 고모는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였다. 방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육상과 높이뛰기, 넓이뛰기, 수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수로 발탁됐다. 고등학교 때에는 역도와 합기도를 했다. 그는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중국, 중동 국가 등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어 지금도 6개 국어를 구사한다. ‘조선의 3대 구라’라는 말 또한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지나온 세월을 반추한다. “돌이켜보면 가난하더라도 ‘마음 부자’에 ‘친구 부자’로 지냈어. 비록 별 볼 일 없이 살았지만, 친구들은 하나같이 모두 멋진 사람들이야. 정말 복 받은 사람이지. 그 복을 보디빌딩 장년부 우승으로 갚아 주려고 해. 세상이 뭐라 하든 나의 길을 가는 것이 원칙이야.” 너털웃음과 함께 ‘배추의 호방함’이 향기롭다. 헤어지면서 “앞으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좋은 친구가 되면 어떠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세상은 좋은 친구들이 많아야 해”라며 다시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방동규씨는 누구 1935년 황해도 개성에서 태어났다. 1948년 월남 후 경신고와 대광고, 정신여고 등이 합쳐진 기독교 계통의 연합학교를 나왔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으로 유명했다. 1954년 체육특기생으로 홍익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이때 백기완, 구중서, 김태선 등과 함께 나무를 심고 계몽운동을 펼쳤다. 30세에 독일에서 광부생활을 했고 4년여 동안 파리에서 유랑생활을 했다. 고국으로 돌아와서 양장점 ‘살롱드방’을 운영했고 1973년에는 강원도 철원의 ‘노느메기밭’에서 공동체 생활을 했다. 이때 간첩 혐의로 수감되기도 했다. 1979년부터 2년 동안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건설노동자로 근무했고 1986년 ‘말지’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1991년 서해화성 경영자(CEO)로 취임했고 3년 뒤에는 중국 공장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1년에는 헬스클럽 강사로 깜짝 변신했다. 2006년부터 경복궁 관람 안내 지도위원으로 활동하다 2008년 그만둔 뒤 2011년부터 경복궁 야간 지킴이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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