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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번 따면 끝? 철밥통 국가자격증

    국가자격증 가운데 약 60%가 보수(補修)교육 관련 규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지난 6일 민간자격증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국가자격증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교육은 해당 서비스 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필수적 요소임에도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4일 내놓은 ‘면허형 국가자격의 보수교육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48개 자격 중에서 66개만 보수교육을 명시하고 있고 나머지는 관련 조항이 아예 없었다. 직업능력개발원의 김미숙 선임연구원 팀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수교육 조항이 있는 자격은 대부분 국민의 생명·신체·안전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핵연료 물질 취급 감독자면허, 방사성물질 취급 감독자면허 등이 이에 포함된다. 하지만 교통안전관리자, 철도운행안전관리자와 같은 직업 역시 국민의 건강과 관련성이 있지만 보수교육 조항이 없었다. 또한 변호사, 변리사, 공인노무사는 보수교육 관련 조항이 있는 반면 유사 분야인 법무사, 세무사, 공인회계사는 이 조항이 존재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았을 때 벌칙조항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교육을 명시한 66개 자격 가운데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과태료(100만~500만원 이하)가 부과되는 자격은 불과 13개에 그친다. 나머지 53개는 제재장치가 없다. 자격에 따라 금액 차이를 보이는 과태료의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과태료는 ▲100만원 이하(수의사, 약사, 청소년상담사, 한약사) ▲200만원 이하(공인노무사, 무선통신사, 아마추어무선기사) ▲300만원 이하(사회복지사) ▲500만원 이하(변리사, 변호사, 영양사, 운항관리사, 주택관리사) 등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한약사나 약사의 자격이 변리사 자격보다 국민의 생명·건강·안전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이 상식임에도 과태료는 2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자격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요구, 자격 취득자의 평생 학습 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지금, 국가자격의 보수교육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날것 그대로, BBC가 담아낸 ‘검은 대륙’

    날것 그대로, BBC가 담아낸 ‘검은 대륙’

    아름답고 경이로운 아프리카 대륙을 담은 해외 대작 다큐멘터리가 찾아온다. KBS 1TV는 영국 BBC 다큐멘터리 ‘아프리카’ 6부작을 15일 밤 9시 40분 처음 방송한다. 1~4부는 앞으로 2주간 토·일요일 밤 9시 40분, 5부와 6부는 30일과 새달 7일 전파를 탄다. 대하사극 ‘대왕의 꿈’ 후속으로 편성된 글로벌 다큐멘터리의 첫 번째 작품인 ‘아프리카’는 BBC 자연사팀이 카메라에 담은 아프리카의 모습을 소개한다. BBC 자연사팀은 4년에 걸쳐 아프리카 대륙의 5개 지역을 누볐다. 제작비 135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절경을 뽐내는 아틀라스 산맥과 남아프리카 희망봉,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콩고의 밀림이 카메라에 담겼다. 선사시대 동물처럼 보이는 넓적부리황새들이 지배권을 두고 다투는 광경과 기린들이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진풍경도 만날 수 있다. 1부 ‘기적의 땅, 칼라하리’에서는 미어캣, 바람 까마귀 등 칼라하리 사막과 나미브 사막의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해 생존을 위한 살벌한 전쟁을 벌인다. 2부 ‘생명의 원천, 사바나’에서는 동아프리카의 척박한 환경에서 놀라운 적응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이 소개된다. 사나운 사자에게 용감하게 접근하는 아가마 도마뱀, 루웬조리 산의 작은 숲에 갇혀 사는 마운틴고릴라, 극심한 가뭄 속에서 먹이를 찾아 암보셀리 초원을 이동하는 코끼리 무리 등을 만날 수 있다. 3부 ‘살아 숨쉬는 밀림, 콩고’에서는 열대우림에서 기발한 방법으로 생존 공간을 확보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4부 ‘생명을 만드는 희망의 바다, 남아프리카’에서는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남아프리카의 바다 생물을 소개한다. 5부 ‘태양과 모래의 땅, 사하라’에서는 지구 최대의 사막 사하라를 찾아간다. 사막 가장자리에서는 얼룩말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열기를 피해 땅속에서 살아간다. 마지막 6부 ‘미래를 위하여’에는 ‘아프리카’ 시리즈의 해설을 맡은 동물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출연해 멸종 위기에 처한 검은 코뿔소 새끼를 직접 만나보고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미래를 얘기한다. 애튼버러는 현지인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 보고, 사막화를 늦추고 생태계를 회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이번 시리즈는 독특한 촬영 방식을 활용해 시청자가 놀라운 야생동물과 눈앞에서 직접 대면하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해 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씨줄날줄] 배드 걸스와 젠틀맨/문소영 논설위원

    가수 이효리의 ‘배드 걸스’(Bad Girls)와 걸그룹 2NE1 씨엘(CL)의 ‘나쁜 기집애’가 요즘 화제다. 배드 걸을 좀 비하하듯이 번역하면 나쁜 기집애가 되지 않을까 싶다. 관행적으로 여자에게 따르는 수식어는 ‘순수한’이나 ‘착한’, ‘청순한’ 같은 형용사인데 ‘나쁜’이란 말을 붙여 놓고, “나쁜 것이 어때서”라고 뽐내듯이 드러내는 방식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듯하다. 특히 이효리(34)의 ‘배드 걸스’는 그녀의 변신 탓에 관심을 더 끈다. 섹시와 털털한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최적화했던 아이돌 스타 이효리는 어느 날부터 유기견 보호활동을 하고, 환경운동가들이 펴내는 ‘녹색평론’을 읽으며, 상업광고 찍기를 거부했고, 채식주의자가 됐다. 이효리가 직접 작사한 ‘배드 걸스’는 이렇다. “욕심이 남보다 좀 많은 여자/ 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여자/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 있는” 여자이고, “성공은 혹독하게 사랑은 순수하게/ 키스는 좋아 어쩔 줄 모르게” 하는 여자이다. 7년 전에 댄 킨들런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재능 있고 성적이 우수하며, 리더의 가능성이 큰 10대 알파 걸이 성장한 모습을 그려놓은 듯하다. 씨엘도 “난 여왕벌 난 주인공”이라고 하니 비슷하다. 섹시한 이효리 등은 또 뮤직 비디오에서 “이젠 못 참겠대 착하게 살아봤자 남는 거 하나도 없대”라고 세상을 한껏 조롱하며 성추행하는 선생과 직장상사에게 폭탄을 던져 응징한다. “그동안 쉽게 봤던 너부터 좀 조심하래”라고 으름장도 놓는다. 그녀에게서 착한 여자 콤플렉스는 찾아볼 수 없다. 여성을 괴롭히는 싸이의 ‘젠틀맨’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성희롱이 아니냐며 불편한 감정을 가진 여자들은 은근히 이효리의 응징에 속 시원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21세기를 살면서도 사고방식은 ‘조선 후기 선비’에 머물며 지고지순한 현모양처를 찾는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불편하고 무엄하다고 느끼려나. 대중문화 속 여성과 남성의 이미지는 부지불식간에 사회의 권력관계나 지위를 재현한다. ‘배드 걸스’와 ‘젠틀맨’의 가사나 뮤직 비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이 극명하게 보여줬듯, 성희롱은 지위와 직종·장소를 불문하고 널리 퍼져 있다. 열심히 일하고 착하게 살아봤자 남는 것이 없는 세상,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는 여자”는 거칠게 욕망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성공하는 약육강식의 세상이다. “절망과 욕망 그 어디쯤에서 남 모르게 애써 웃음 짓는” 나쁜 여자가 안타깝다. 착한 여자가 평범하게 욕망해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너무 순진한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정부·지자체 ‘예산 파이’ 놓고 정면충돌

    정부·지자체 ‘예산 파이’ 놓고 정면충돌

    한정된 내년 ‘예산 파이’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샅바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135조원 ‘공약가계부’ 재원 마련, 지방세 축소 등 여러 변수가 조합된 상태에서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양측의 온도차는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코트라에서 열린 지방재정협의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중앙정부 예산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재정 원칙에 부합하는 예산을 편성하라”고 지자체에 요구했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방 사업은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엄포다. 방문규 기재부 예산실장은 “내년 지방선거로 신규 공약 소요에 따른 재정 지원 요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선심성이나 재정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요구에 대해 (행정직인) 부지사나 부시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됐던 지역공약에 대해서도 “검증 과정을 거친 사업만 용인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방 실장은 “예비타당성 검사 등을 통과하지 못한 사업은 타당성 있는 사업으로 재기획할 것”이라면서 “이달 안에 지역공약 추진 일정과 세부 재원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희겸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수도권 광역 급행열차 사업비 등 23개 사업에 국비 1조 685억원이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진 부산시 정책기획실장도 “친서민 도시재생사업, 부산역 역세권 종합개발 등에 국비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덜 주려는 정부와 더 받으려는 지자체의 이해가 충돌하는 근본 원인은 지방정부 스스로 벌이(세수)를 통해 살림살이(재정)를 원만히 꾸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2.2%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는 갈등의 강도가 1995년 민선 지자체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는 세입은 변변찮은 가운데 공약가계부 재원 마련까지 겹쳐 허리띠를 잔뜩 졸라야 하는 입장이다. 내년에만 17조 4000억원의 공약 재원을 만들어 내야 한다. 반면 지자체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어떻게든 국고 지원을 많이 받아 사업을 벌여야 한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방세인 취득세가 감면된 데다 영유아 보육 확대 등 복지 정책 확대에 따른 부담도 늘고 있다.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10조원 이상 축소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여당 등을 중심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지 말라는 거냐”는 반발이 나온 이유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중앙과 지자체, 국회, 교육계 등이 위원회 등을 통해 지자체 재정과 교육 재정까지 묶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넌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시선 솔직히 의식 안 할 수 없었어요”

    “‘넌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시선 솔직히 의식 안 할 수 없었어요”

    ‘말리꽃’ ‘네버 엔딩 스토리’ 등에 붙여진 ‘이승철표 록발라드’라는 수식어, Mnet ‘슈퍼스타 K’에서 보여준 까칠하고 날카로운 심사위원 이미지. 가수 이승철(47)은 자기 고집이 확고한 음악인으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다. 하지만 오는 18일 그가 4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11집 앨범 ‘마이 러브’는 우리가 알던 ‘그 이승철’의 것이 맞는지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녹음실에서 만난 그는 “일단 노래부터 듣고 이야기합시다”라더니 40분 가까이 새 앨범의 노래를 전부 들려줬다. 애절한 발라드는 물론 산뜻한 느낌의 팝 록에 힙합과 레게 스타일의 곡도 있었다. “이번 앨범에는 트렌드를 반영한 노래들을 담았어요. ‘오늘도 난’ 같은 댄스곡도 불렀을 만큼 제 색깔을 고집하지 않았어요. ‘슈퍼스타 K’ 심사위원을 하면서 받았던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타이틀곡 ‘마이 러브’는 산뜻한 비트와 멜로디가 애절한 가사와 묘하게 버무려진 미디엄 팝 록이다. 후렴구에 직접 중독성 있는 코러스를 넣어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가슴을 울리는 피아노 선율과 애절한 목소리가 일품인 ‘사랑하고 싶은 날’,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리듬이 몸을 들썩이게 하는 ‘그런 말 말아요’ 등도 돋보인다. 힙합 스타일의 ‘늦장 부리고 싶어’, 레게 스타일의 ‘비치 보이스’(Beach Voice)는 눈이 번쩍 뜨인다. 록 발라드에서 고집하던 힘있는 목소리도 버렸다. “‘긴 하루’ 이후 힘을 뺀 창법을 구사했는데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이번에는 힘은 뺐지만 더 굵어진 창법을 연구했어요.” 그의 정규 11집은 두 파트로 나뉜다. 각각 ‘센슈얼리즘’(감각주의)와 ‘에고티즘’(이기주의)을 주제로 한 두 파트 중 ‘마이 러브’에 담긴 9곡이 파트 1이다. “트렌드를 중시한 파트 1의 곡들은 다소 가볍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기존 제 스타일의 록 발라드 곡들은 파트 2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파트 2는 올가을에 발매될 예정으로 70% 정도 다듬어졌다. 이번 앨범에 들어간 제작비는 5억여원. 2년 전부터 작곡가 40여명의 곡을 받아 녹음까지 완료한 것이 60여곡이었다. 새로운 작곡가의 신선한 곡을 찾던 그는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캐나다 작곡가에게 6곡을 받아 녹음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감성과 맞지 않아 멜로디부터 갈아엎었다. 대신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08학번 학생들이 쓴 곡(늦장 부리고 싶어, 비치 보이스)을 앨범에 담았다. 실력이 쟁쟁한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독설을 날리던 그로서는 의외의 모습이다. “학생들의 곡을 들어 보면 가사나 편곡 등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슈스케’에서 받았던 느낌도 그랬죠. 학생들의 좋은 곡들이 빛을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한두 곡을 담은 싱글앨범과 미니앨범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파트 1과 파트 2로 나뉜 앨범을 들고 나온 것은 음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그의 고집 때문이다. “스스로 녹음해 앨범을 내고 싶어 제 돈으로 녹음실도 만들었어요. 음반 판매량은 줄겠지만 여전히 소장 가치는 있으니까요. 저는 죽을 때까지 앨범을 낼 겁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공공토론 부쳐진 사업 중 70% 수정… 위원회의 독립성 지키는 것이 중요”

    “공공토론 부쳐진 사업 중 70% 수정… 위원회의 독립성 지키는 것이 중요”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대한 여론 수렴 기능을 하는 갈등 관리 기구다. 13일 국무조정실과 한국행정연구원이 주최한 ‘국민 대통합을 위한 국제학술대회’를 찾은 장 프랑수아 베로 CNDP 사무총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책 추진에서 토론이 밑바탕이 되는 ‘숙의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CNDP는 어떤 성격의 기구인가. -프랑스에서는 우리 같은 기구를 독립 행정기관이라고 한다. 정부의 예산을 쓰지만 업무 수행과 결정에 있어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다. 1995년 설립돼 2002년 독립 기구로 승격했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임명 후에는 완전히 독자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기구도 정부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갈등을 관리한다는 선입견이 있지 않은가. -문화적인 차이 같다. 임명을 한다고 해서 대통령과 정부가 위원회의 업무에 간섭할 수는 없다. CNDP의 결정은 위원장이 위원들과만 상의한다. 정치권과 사업 주관자들로부터 공공토론 주최를 담당하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 시행자들이 공공토론의 결과를 반영할 의무를 갖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나. -10여년이 지나면서 공공토론은 여론 형성의 견인차가 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공공토론에 부쳐진 사업 계획 가운데 70%가 원래 계획을 수정했다. 예컨대 2004년 보르도 지역의 외곽순환도로 건설 계획이 CNDP의 토론 과정에서 백지화된 사례도 있다. 사업 계획을 더 세련되게 다듬는 일련의 과정에서 공공토론의 궁극적인 목적, 즉 정부와 국민의 상호 신뢰를 형성하는 것보다 큰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이러한 토론 과정에서도 결국 목소리가 큰 이익단체나 비정부기구(NGO)의 영향이 더 많이 반영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찬성과 반대 의견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의견에 찬성하는지를 알려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그룹이 ‘과잉 대표’ 될 염려는 없다. 우리의 토론은 아무리 작은 소수 의견이라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여론조사나 주민투표와는 다르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정부, 밀어붙이기식 댐 건설 않기로

    앞으로 주민, 환경단체 간 갈등이 조정되지 않으면 댐 건설 사업을 포기한다. 댐 건설 장기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14개 댐 건설 사업의 타당성 조사도 일단 중단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댐 사업 절차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방안은 환경단체와도 협의를 거쳤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도 “댐 건설뿐만 아니라 대형 국책사업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댐 건설 외에 원자력발전소, 신공항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 건설·개발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 개발사업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댐 건설은 예산 확보 이전에 전문가, 비정부기구(NGO),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전검토협의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협의 과정은 모두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 댐 계획 구상 단계부터 환경, 경제, 문화, 국토 이용 등 다각적 측면에서 갈등 발생 가능성과 해소 방안을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정부가 기본 구상(규모, 후보지 결정 등) 이후 바로 예산을 투입,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하면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순서를 밟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전검토협의회와 지역 의견 수렴 등으로 갈등을 먼저 조정한 뒤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 댐 건설과 관련해 갈등이 생기면 지자체가 중심이 돼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와 설득을 시도하고, 필요하면 중앙정부가 직접 갈등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수자원 기초조사나 각종 계획을 수립할 때도 NGO의 참여를 확대해 상호 신뢰를 높이기로 했다. 이에 댐 건설 장기 계획에 따라 추진 중인 댐 건설 계획도 수정된다. 정부는 2012년 전국에 14개 다목적·홍수조절댐을 건설하는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으나 주민, 환경단체의 반대로 대부분 답보 상태에 있다. 지방에서는 찬성하지만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는 영양댐의 경우 댐 외의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용수·홍수조절용 댐으로 설계된 문정댐은 문화재청이 상류에 있는 용유담 보존을 위한 대안 검토를 요청함에 따라 용수 확보를 포기하고 단순 홍수조절댐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손병석 수자원정책국장은 “댐은 유용한 홍수 예방 및 용수 공급 수단이며 14개 댐 건설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댐 건설에 따른 문제점을 드러내 놓고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을 거쳐 갈등을 해소하면 오히려 사업 추진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위기의 한국사 교육] 일베와 中·日의 역사왜곡

    [위기의 한국사 교육] 일베와 中·日의 역사왜곡

    최근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의 이미지를 합성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고, 이 사진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한 사립대 학생들이 만든 이 사진에는 욱일승천기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남녀 학생 7명이 나치식 거수 경례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논란이 커지자 “역사적 의미를 간과한 채 이런 사진을 촬영하게 된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모양이 예쁘다”, “(욱일승천기 모양이) 멋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왜곡된 역사관이 최근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제대로 된 한국사 교육과 시민교육의 부재 속에 ‘1020세대’가 온라인상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걸그룹인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면서 ‘민주화’ 용어를 잘못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기서 ‘민주화’는 인터넷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사용하는 집단 괴롭힘과 강권 등을 뜻한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씨는 “‘전효성으로 민주화시킨다’는 글을 여러 게시판에서 자주 접했다”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권유한다는 뜻이라고 무의식중에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가수 김진표도 지난해 방송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한 일베식 표현 ‘노운지’를 사용해 문제가 됐다. 김씨는 “단어의 어원이 그런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운지’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이후 쓰이지 않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왜곡된 역사 인식이 담긴 단어들을 습득했다고 했다. 온라인 관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큰 1020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탓이다. 일베 등 과격한 인터넷사이트들이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감수성이 예민한 1020세대를 흡수하는 모습이다. 과격한 표현과 역사 뒤집기가 기성 권위에 대한 ‘쿨’(멋있는)한 도전으로 여겨지면서 모방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역사 왜곡을 일종의 놀이로 보고, 학업 스트레스와 대화 단절 등 오프라인상의 불안감을 인터넷 공간에서 해소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실제 일베에서 인기 있는 글은 기성세대가 믿는 진실을 과격한 언어로 파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거나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온라인 우익 현상을 연구해온 와카미야 요시부미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은 12일 “요즘 젊은이들은 미묘한 역사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도 일본처럼 근현대사나 인문교양 역사를 많이 배우지 않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방지원 신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일베 현상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는 온라인에서 주고받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학교 교육 등 현재의 정규 교육이 바로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화천 산채밥상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화천 산채밥상

    별빛이 길을 안내하던 산골짜기에도 전기불이 들어오고 휴대전화가 펑펑 터지니 ‘궁벽한 오지’가 사라진 시대다. 하지만 살면서 심산에 숨어들어 사나흘 세상을 잊고 싶을 때가 있다.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면 좋겠다. 걸어온 내 경계를 지울 수 있으니까. 산이 가로막아 한나절은 걸어야 닿는 곳이면 좋겠다. 중간에 맘 바뀌어 돌아서지 못하게. 구들에 장작을 밀어 넣어 주고, 산 쪽 으슥하게 자리 잡은 화장실이 무서워 밤이면 풀숲에 실례를 하는 곳. 허나 아침이면 내 어머니를 닮은 촌부가 조물조물 열두 가지 나물을 무치고 된장찌개 바글바글 끓여 한 상 내오는 곳. 처음 보는 주인집 아저씨와 오래된 식구처럼 한 뚝배기에 숟가락을 담그는 곳. 밥상 물리기도 전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몰려와 서울 사람 참견을 하는 곳. 비 오는 날 계곡 돌 굴러가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와르르와르르 요란한 곳. 들꽃이 흔들릴 때마다 두고 온 일상에 대해 내 뇌가 삭제 버튼을 작동시키는 곳. 그렇게 산과 강이 가로막은 곳을 찾아, 치유의 밥상을 찾아 떠난 곳은 강원 화천 속의 오지 비수구미였다. 오죽하면 호랑이 소동으로 마을이 알려졌을까. 화전 일구고 나물 뜯고 뱀을 잡아 생계를 이어 가던 자연이 전 재산인 동네인데, 트레킹 코스가 생기면서 숲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을은 4년 전 내려온 도회지댁 나 홀로 혜자씨만 빼면 나머지 세 가구는 토박이다. 그 덕에 우린 산 여인들이 억척스럽게 따낸 산채 밥상을 받는 호강을 누린다.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해산(日山)의 발목, 비수구미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최북단이면서 가장 길다는 해산터널(1986m)을 지나 구절양장 멀미 나는 곡예 길을 내려가는데 비포장도로로 20여분 갔을까. 길이 끊겼다. 강 건너 빈 배로 보아 강을 건너야 마을로 들어서지 싶다. 어쩌자고 비는 내린다. 차에 옷가지를 놔둔 채 렌즈 배낭만 달랑 메고 산 위쪽으로 열린 이른바 ‘올레길’로 접어들었다. 20여분 걸으니 ‘출렁다리’가 나온다. 다리 건너 첫 집이 이장 댁이다. 간밤 비로 계곡물이 제법 불었다. 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예약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작정 숨어든 것이고, 비가 와서 길이 패어 난장인데 산을 넘어온 여인을 보고 이장 부부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마루로 올라서며 밥을 주셔야 하고 잠도 자야겠다고 생짜를 놨다. 일순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 난 안방에서 커피를 마신 것으로 하룻밤 허락받았다고 간주했다. 열목어가 노닌다는 계곡을 돌고 오니 둥근 ‘양은 밥상’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가운데에 된장찌개가 놓이고 찬은 비린 것 한 토막 없는, 모조리 나물이다. 허나 귀한 병풍쌈이 올랐다. 데쳐 놓은 이파리를 집어 손바닥에 펼치니 차고도 넘친다. 병풍쌈을 반 갈라 손에 얹고 밥 한 수저와 집 고추장, 무장아찌를 얹었다. 커서 볼이 미어지겠다. 오물오물 그 큰 잎을 씹느라 머릿속 잡념이 모두 지워졌다. 꿀꺽 넘기니 기분이 묘하게 좋아진다. 은은한 향과 매끄러운 식감이 역시 나물의 여왕이지 싶다. 마치 유년 시절 ‘밥상의 묵언’을 강조하시던 아버지와 겸상한 것처럼, 난 이장 어르신과 수시로 수저를 부딪치며 말없이 한 뚝배기 속 된장을 퍼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나물, 고봉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텔레비전이야 세상 얘기를 떠들건 말건, 치열하게 집중한 밥상이 얼마 만인가. 나물 찬과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위로가 참으로 크다. “병풍쌈은 해발 1000m 이상 깊은 곳에서 자생해요. 약간 습하고 그늘진 곳을 좋아해서 여성들은 접근하기 힘듭니다.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이 많아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하죠. 따놓기 무섭게 팔려 나가요. 밥상에 올라온 나물은 다 집 주변에서 채취한 거예요. 갓 딴 나물의 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정말 맛있는 것은 말린 묵나물이에요.” 그러고 보니 환갑이 넘은 이장 김상준씨(62) 얼굴이 장판처럼 팽팽하다. 열 살은 젊어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부부는 “산나물만 먹어서 그렇다”며 활짝 웃는다. 약속 없이 들이닥친 손님이라 찬 걱정을 하더니만 다음 날 아침 밥상은 산채가 더 늘었다. 데쳐서 들기름에 무치고, 볶고, 조물조물한 나물 찬이 12가지다. 집 두부 숭덩숭덩 썰어 넣고 직접 발효시킨 청국장이 올라왔다. 20년간 고집 부리던 아침 단식이 무너졌다. 이 정갈한 나물 밥상을 보고 어찌 식탐이 안 생길까.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우체국 일을 겸하는 김 이장을 따라 강가로 나왔다. 배 건너편에는 ‘이장님 배’를 타고 파로호 다른 언덕배기로 가야 하는 두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밥이란, 밥상이란 이래야 한다. 산이 텃밭인데 더 무엇을 바랄까. 봄 볕 좋은 날 장을 담가 항아리에 다독거려 놓고 깊은 산중 그윽한 산채를 따다 쌈을 싸 먹는 소박한 영혼의 음식. 도시의 독기를 빼기 위해 단 며칠이라도 그 산중 밥상과 마주하기를 당신에게만 귀엣말로 속삭이노니. “떠나세요.” 글 사진 화천 음식평론가 손현주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강원도 화천군 동촌2리. 비수구미 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트레킹을 하거나 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화천에서 해산령터널을 지나자마자 우측에 트레킹 쪽문이 열려있다. 6㎞ 약 2시간 코스. 두 번째는 배편. 평화의 댐 20m 전, 비수구미 이정표를 따라 비포장 길을 내려가면 선착장에 닿는다. 민박에 연락해 배를 타거나 최근 산 쪽으로 난 출렁다리 길로 걸어 들어가는 방법이다. 20분 소요. 해산민박 이장 댁과 만동이네집이 산채 밥상을 내놓는다. 예약 필수. 계절맛집(지역번호 033) 해산민박 이장 댁(김상준, 442-0962, 산채 밥상, 닭도리탕), 만동이네집 민박(김영순, 442-0145, 산채 밥상, 붕어찜 등 민물 생선 요리), 비수구미 산장 펜션(이혜자, 442-0994)
  • [위기의 한국사 교육] 역사 인식 없는 청소년들

    [위기의 한국사 교육] 역사 인식 없는 청소년들

    ‘1020세대’의 빈약한 역사 인식이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최근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본 심사를 통과하면서 이념 논란이 격화하는 등 한국사 교육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신문은 총 4회에 걸쳐 원인과 쟁점, 대안과 해법 등을 짚어 본다. 청소년들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무관심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한국사의 처지와 맥을 같이한다. 초·중·고교 교육과정에서 한국사는 국·영·수 등 주요 과목에 치여 달달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10일 서울신문과 입시전문업체 진학사의 설문조사 결과 고교생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지만, 정작 자신은 수능에서 한국사를 택하지 않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외울 것이 많다’거나 ‘등급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69%(349명)를 기록한 반면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33%(169명)였다. 이 같은 이중적 태도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역사 과목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수능 사탐영역이 선택과목으로 돌아선 2005학년도부터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는 수험생 비율은 해마다 줄었다. 같은 시기 서울대가 지원 자격으로 한국사 필수 선택을 제시하면서 중·하위권 학생들의 한국사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 유명 학원의 입시 설명회에서는 “서울대 안 갈 거면 한국사를 택하지 마라”와 같은 얘기가 중요한 입시 전략처럼 소개되고, 일선 교사들도 이를 그대로 따라가는 실정이다. 서울의 인문계고 3학년 담임교사 최모(32·여)씨는 “한국사를 택하는 6~7% 남짓한 인원 가운데 대부분이 상위권에 속해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확 내려간다”면서 “이런 사정을 아는데 학생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4학년도 수능부터 사탐 최대 선택과목 수가 2과목으로 줄어드는 것도 한국사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수능까지 한국사와 근현대사를 포함해 최대 3과목이었던 선택과목이 2개로 바뀌고 한국사와 근현대사가 한국사 하나로 통합되면서 학생들의 선택 폭이 더욱 줄었다. 선택과목 수가 2과목인 상황에서 범위가 넓고 외울 것이 많은 한국사나 동아시아사를 택하는 학생들이 극히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학기에 배우는 과목 수를 줄여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된 집중이수제도 역사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선사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의 역사를 한 학기에 모두 끝내려니 배경을 이해하기도 전에 사건을 외우는 데 바쁘고, 기본 상식조차 쌓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태조 왕건이 세운 나라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85%(430명)의 학생들이 ‘고려’라고 답했지만, 고조선(6%·31명), 고구려(5%·25명), 조선(4%·20명)이라는 오답을 내놓는 학생들도 많았다.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인물을 고르는 질문에는 95%(481명)의 응답자가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이라고 답했지만 5%(25명)는 단재 신채호 선생을 꼽았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올해 수능부터 사탐 선택과목이 2개로 줄어 한국사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사탐의 선택 과목화와 집중이수제 등이 학업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떨어뜨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영화? 마약 같으니까 하지”

    “영화? 마약 같으니까 하지”

    단편 ‘순환선’으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지난해 5월 신수원(46) 감독이 문병곤(30)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1년 앞서 문 감독의 ‘불멸의 사나이’가 같은 부문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 감독은 칸에서 카날플뤼상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1년. 지난달 폐막한 칸영화제에서는 문 감독이 ‘대형 사고’를 쳤다. 단편 ‘세이프’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이 손들어 준 두 감독에게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3일 문 감독은 박근혜 대통령의 축전까지 받았다. 그러나 다시 일상의 궤도로 돌아온 지금. 이들은 고민스럽다. 세상은, 한국 영화계는 여전히 ‘제도권 밖’ 단편 감독의 열정과 희생을 담보로 화려한 성과에만 주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세계 최고 영화제에서 수상한 두 사람에게 ‘그날’ 이후의 변화, 한국에서 영화 감독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제 이야기부터 한바탕 쏟아냈다. →수상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나. -신수원 감독(이하 신) 사실 칸에 간 것도 의외였다. 술 마시고 일어났더니 이메일이 와 있었다. 꼬집어 봤다. 되게 놀라웠다. 수상은 기대하지도 않았고, 폐막식 일정도 몰랐다. 실질적으로 상금을 받은 건 없었다(웃음). 개봉 길이 막혀 있던 ‘순환선’이 개봉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좋았다. 칸에서 수상했으니 다음 번에는 장편을 찍을 수 있겠다 싶은 기대도 있었다. 칸이라는 곳이 하늘에 떠 있는 먼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 다녀왔다는 게 지금도 신기하다. -문병곤 감독(이하 문) 변화라면 음…. 엄마가 변했다(일동 폭소). 한 번 더 해보라고 밀어 주는 분위기랄까. ‘세이프’를 찍기 전에도 생각했지만 앞으로 단편은 그만 찍고 장편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불멸의 사나이’ 뒤에는 취업을 해야 하나, 단편을 더 찍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학점이 2.35라 그런지 광고회사 같은 데 원서를 넣어도 기계가 다 걸러 냈다(웃음). 연출부에도 20~30군데 지원해 봤지만 ‘고령화 가족’, ‘미스터 고’ 모두 떨어졌다. 상을 받고 나서는 취직도 아니고 연출부도 아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장편에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수상이 투자를 받는 데 도움이 되나. -신 캐스팅에는 도움이 됐지만 투자는 잘 모르겠다. 칸에 갔다 오면 고작 단편인데도 작가주의 감독, 영화제로 팔리는 감독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 같다. -문 아직은 제의가 많지 않다. 상업 영화를 하고 싶은데, 칸에 가든 안 가든 상업적으로 좋은 시나리오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신 감독은 교사 출신, 문 감독은 생명공학과 출신이다. -신 원래 영화할 생각이 없었다. 중학교 사회 교사를 하다가 소설을 쓰고 싶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시나리오과에 들어갔는데 접해 보니 영화라는 매체가 너무 좋았다. 2002년에 한예종을 졸업하고 휴직했던 학교도 그만뒀다. 사직서를 내는 데 손이 덜덜덜 떨렸다. 수입도 끊기는 데다 영화로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굉장한 모험이었지만 더 늦기 전에 해보자고 생각했다. 가지 않은 길에는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문 대학에서 영어도 모르는데 원서를 읽고 바이러스나 키우는 게 재미가 없었다. 우연히 임권택 감독님 사진을 봤는데 머리가 하얀데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멋있었다. 친형이 중앙대 영화과에 다녔는데 재밌어 보여서 반수 끝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친구 한 놈 데려다 놓고 혼자서 영화를 되게 많이 찍었다. 그런 식으로 감독을 꿈꾸게 됐는데 학교를 수료하고 생각해 보니 취직을 하고 싶었다. 전공에 연연하지 말고 진짜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게 제일 재밌었다. 매체는 선택하면 될 것 같았다. 물류센터 같은 곳에 면접을 보면서 졸업 작품으로 ‘불멸의 사나이’를 만들었는데 칸에 가게 됐다.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다시 취업 준비를 하면서 ‘세이프’를 찍었는데 이렇게 됐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옵션들은 다 찔러 봤다. 후회스럽고 불안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내가 얼마나 영화와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증명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나. -신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텼다. 집에 손 벌리기도 미안했고. 교사 경력 살려서 참고서 쓰고, 시나리오 각색하면서 근근이 버텼다. 예전처럼 풍족하진 않지만 적응이 됐다. -문 저는 풍족하게 벌어 본 적이 없어서…(웃음). 한 달에 50만원 정도는 벌었는데 다행히 서울에 집이 있어서 버틸 만했다. 정규직은 없었지만 비정규직은 찾으면 있었다. →영화를 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웠나. -문 장편 경험이 없으니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힘든 것도 없이 어떻게 성과를 낼까 싶다. 잘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니까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구력이 좀 생긴 것 같다. 칸에 갈 계획도 없었고, 한 번도 계획대로 이루어진 적도 없어서 계획 같은 걸 세우고 싶지 않다(웃음). 중요한 건 최선을 다했느냐 아니냐다. -신 시나리오 쓰는 게 가장 어렵다. 현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길이 있지만 시나리오는 투자도 받아야 하고 캐스팅도 해야 하고 크랭크인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 항상 불안하다. 철저히 외로운 순간들도 있고. →그럼에도 영화를 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문 말초적인 이유다. 재밌다. -신 비슷하다. 재밌다. 오랜 고민 끝에 사표를 내면서 결심한 게 있었다. ‘뒤돌아보지 말자.’ 어렵게 만들지만 매번 새로운 걸 느낀다.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도 알게 되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걸 넘는 마약 같은 뭔가가 있다. →제도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문 단편은 수익 구조가 굉장히 약하다. 졸업 작품도 수익 없이 300만원은 들어가는데 말이 되나. 단편을 팔아 수익이 생기면 스태프들에게 임금도 줄 수 있고 동기 부여도 된다. 지금은 ‘친구니까 도와주라’고 할 수밖에 없고, 영화제 수상만 바라보게 된다. 프랑스의 카날플뤼처럼 단편을 구입하는 채널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 지금은 독립영화라면 굶고 배고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신 새 영화 ‘명왕성’이 7월에 개봉하지만 처음에는 배급사도 없었다. 그 영화로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까지는 아니어도 작은 상(특별언급상)을 받았는데, 개봉이 불투명해지니까 내가 영화를 잘못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자기 색을 가지고 영화를 찍으려는 사람들이 다음 작업을 이어 갈 수 없다는 위기감을 많이 느낀다. (상업영화에서 요구하는) 테크니션 감독만 필요한 게 아닌가 싶을 때도 많다. 감독과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희생으로 영화가 만들어진다. 작은 규모의 영화들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역할이 커졌으면 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前 CIA 직원이 ‘美정부 민간사찰 기밀’ 폭로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민간 사찰 기밀을 폭로한 당사자로 밝혀진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이 아이슬란드 망명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미 의회에서도 국가 안보와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무엇이 우선순위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NSA 등 미 정보기관들이 민간인의 전화통화와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 기밀 프로그램 ‘프리즘’을 폭로한 이가 전 CIA 정보기술요원이자 NSA 협력업체에서 일한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29)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20일부터 홍콩에 체류 중인 스노든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가치를 공유하는 아이슬란드로 망명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리스틴 아르나도티르 중국 주재 아이슬란드 대사는 “아이슬란드 법에 따르면 당사자가 아이슬란드에 있어야만 망명 신청서를 낼 수 있다”면서 “그가 홍콩에 있는 한 망명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노든이 홍콩에 계속 체류할 경우 미국은 1997년 협정에 따라 홍콩 당국에 스노든의 본국 송환을 요청할 수 있다. 현재 홍콩 정치권은 스노든의 본국 송환을 놓고 찬반이 나뉜 상황이다. 스노든은 앞서 “나의 목표는 미 정부가 개인들의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알리는 것이었다”면서 “내가 한 선택이기에 미국의 보복이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스노든은 논란이 커지자 머물던 호텔에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만들어진 ‘애국법’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도 통신회사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 기업, 은행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스노든의 폭로를 놓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개인의 기본권보다 국가안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마크 유달(민주당) 의원은 “NSA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미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활동을 가능하게 한 애국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NSA의 민간인 개인정보 수집 비밀 프로그램은 국가의 안전과 안보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국가기밀 유출자에 대한 범죄 수사를 요청하면서 이번 사태가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파문이 곧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유럽연합(EU)-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EU 전문매체 유랙티브가 보도했다. EU가 아무리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고 해도 미국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정보 수집 행위를 막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새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선정 4파전

    논란을 불러온 정부의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복수화<서울신문 4월 16일자 21면> 사업에 지상파 방송사와 대형 연예기획사, 음원 서비스 업체 등 4곳이 뛰어들었다. 방송사와 사기업의 음악저작권 신탁사업 진출을 반대해 온 일부 작곡가, 작사가 등 저작권자들의 반발이 더욱 드세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주 마감한 정부의 ‘음악저작권 제2신탁단체’ 접수에 모두 4곳이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문체부는 “신청서를 접수시킨 곳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으나 한국방송협회, SM·YG·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의 컨소시엄, 음원 서비스 업체인 모두컴 등이 접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동안 저작권 신탁사업 진출을 위해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여 왔다. 방송협회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주축이 돼 출자금 30억원 규모의 사단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20여년간 음악저작권 신탁을 독점해 온 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소송까지 벌인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수익보다 음악 발전에 기여하려는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SM·YG·JYP 등 대형 기획사 3곳이 구성한 컨소시엄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SM·YG·JYP의 음원을 유통하던 KMP홀딩스 관계자 일부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컴은 사용자나 유통자가 아닌 권리자로서 참여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만큼 신탁단체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자평한다. 나머지 1곳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CJ 등 애초 거론된 대기업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이달 말까지 심사를 거쳐 이들 중 1곳을 낙점할 예정이다. 연말 정식 허가를 거쳐 내년 초 본격적인 음악저작권 신탁사업 복수 체제가 가동된다. 심사의 배점 기준은 운영 전문성, 재정운영 투명성, 저작권 발전 기여도 등이다. 그러나 음저협 등 음악 업계에선 “방송사나 대형 기획사 등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집단이 신탁단체로 선정되는 것은 문제”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음저협이 거둬들인 저작권료는 1116억원으로, 저작권료 배분 및 사용 문제는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전두환 어떻게 사나 보자” 5·18 단체 사저 진입 시도

    “전두환 어떻게 사나 보자” 5·18 단체 사저 진입 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 환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뒤 전 전 대통령의 사저에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광주진보연대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5·18 역사 왜곡저지 대책위원회 소속 등 시민 15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환수하라”고 촉구했다. 문경식 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어떻게 이 땅에 노동자와 농민,서민이 바로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나는 농민이다. 바쁜 시기임에도 역사를 바로 세우고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문 상임대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끝까지 추궁해서 부정축재한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면서 “전두환은 이 땅, 이 나라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는 사람이 어떻게 해외 골프여행을 다니겠나.”면서 “추징금 2000만원이 넘으면 아예 출국도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해외 골프여행을 외교관 여권으로 다녀올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전 전 대통령의)추징금 시효를 연장하는 일에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 후 “전두환이 어떻게 사는지 보자”며 전 전 대통령 사저에 진입을 시도했지만 미리 출동한 경찰 30개 중대 180여명에게 가로막혔다. 이들은 “경찰은 살인마를 보호하지 마라”, “얼굴 한 번 보자”고 외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항의를 대신했다. 또 전 전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5·18 학살 주범 전두환의 부패재산을 환수하라’는 문구가 적힌 패널에 불을 붙이고 발로 밟기도 했다. 김은규 광주진보연대 사무처장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이 곳까지 온 것”이라면서 “국회에서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되는 등 5·18 정신이 바로서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책위는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서 ‘5·18 역사 왜곡 규탄 집회’를 열고 “종편 방송의 도를 넘는 5·18 민주화운동 왜곡·폄훼는 국기문란 행위”라면서 “시청 거부를 비롯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 세종로 채널A와 TV조선 건물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영등포구 국가보훈처로 자리를 옮겨 보훈처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은 것에 항의하며 박승춘 처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보훈처가 왜 소모적인 논란을 부추기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최근 일련의 역사왜곡과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는 등 보훈처는 자신의 직무를 망각한 채 방조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면서 박 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의료·ICT 결합… 의사든 환자든 언제 어디서나 건강 체크”

    “의료·ICT 결합… 의사든 환자든 언제 어디서나 건강 체크”

    병원 스마트화는 언뜻 의사들 편하자고 하는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이 변화가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중요한 개혁임을 알 수 있다. 질병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치료하기 위한 시스템 선진화라는 뜻이다.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숱하게 있었고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의료적 과실을 줄이자는 목적을 가진 의미 있는 변화가 국내에서 조용하지만 밀도 있게 추진되고 있다. 바로 병원 스마트화다. 병원스마트화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런 변화를 통해 한국 의료계가 추구해 온 양적 성장과 매출 확대라는 일방적 가치에 대해 깊은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병원스마트화를 이끌어 온 정진엽(전 병원장) 정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스마트병원의 개념은 무엇인가. -스마트병원에서 의료진은 언제, 어디서, 어떤 디바이스로도 환자의 건강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환자 역시 병원에서 제공하는 관련 정보를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다. 또 환자의 복잡한 건강정보를 병원 정보시스템(HIS)이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내용을 의료진과 환자에게 제공해 주며, 병원 구성원들은 통합 커뮤니케이션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의사소통이 가능해 업무 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다. →스마트병원의 필요성이 거기에만 있나. -사실 의료와 정보기술(IT)의 결합은 의료계의 오랜 과제였다. 치료에 대한 의사 결정이 정확하고 빨라 환자에게 최적의 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데이터 베이스의 정보를 이용해 환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환자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고, 이는 병원의 경쟁력을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 병원 업무를 최적화해 경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병원 스마트화로 무엇이 달라지는가. -이전의 병원정보시스템은 흩어져 있는 기록들을 하나하나 열어봐야 했다. 그러나 스마트병원에서는 환자의 모든 진료내역을 정리해 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의사는 환자가 다른 의사로부터 어떤 검사나 처방을 받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의료진의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며, 환자 정보 파악에 드는 시간이 줄어 진료의 질이나 소통관계도 향상된다. 정보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돼 의사는 퇴근 후나 국내외 출장 중에도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 한마디로 24시간 환자와 함께하는 시스템이다. 병원스마트화가 의사와 환자 간의 정보 격차를 해소해 궁극적으로 의료가 환자 중심으로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실제 운용에서 얻은 결론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병원스마트화를 추진한 배경이 있을 텐데…. -2003년 개원해 10년 만에 놀랍게 성장한 분당서울대병원의 발전 배경에는 병원 정보시스템이 있었다. 2003년 국내 병원 최초로 전자의무기록을 개발·적용해 병원 정보화에 불을 지펴 2010년에는 미국 의료정보경영학회(HIMSS)에서 세계 8번째, 미국 외에서는 최초로 최고의 병원정보시스템 인증까지 받았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최신 정보통신(ICT) 기술과 병원정보시스템을 융합한 세계 최초, 최고의 스마트병원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가 구축한 스마트병원은 국내는 물론 미국·사우디아라비아·말레이시아·호주·홍콩·싱가포르·덴마크·러시아 등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관심이 한국 의료를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병원스마트화와 관련, 지금까지의 성과를 설명해 달라. -표준 진료지침(CP)을 병원 정보시스템과 연계해 뇌졸중·심근경색 등 시간을 다투는 치료의 신속성을 높였다. 모든 치료 과정이 병원 정보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치료가 누락·중복되는 오류도 막을 수 있다. 또 임상 의사결정시스템(CDSS)에 입력된 350여 가지의 체크로직이 실시간으로 작동해 세계 어느 병원에도 뒤지지 않는 치료 정확성을 확보했다. 이 시스템 도입 후 외과 병동에서 응급 심폐소생 상황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 병원은 국제표준에 따라 환자정보 교류시스템을 운영하는 국내 유일한 병원으로,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우리 병원에 진료를 의뢰하면,정보교류 시스템이 자동으로 환자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환자가 따로 진료의뢰서나 기록·검사자료 등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우리 병원은 환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한 정보를 제공하는 ‘Smart Bedside Station’서비스뿐 아니라 환자가 전용 모니터를 통해 시트 교체, 청소, 병원비 조회, 증명서 신청은 물론 식단 메뉴나 검사의 종류와 방법, 자신이 먹는 약물의 종류까지도 모두 조회할 수가 있다. 또 홈페이지나 앱으로 진료 이력이나 검사기록, 약물정보 등 개인건강기록(PHR)을 제공하는 ‘Health4U’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병원 스마트화 실태는 어떤가. -전자의무기록을 사용하고, 의사의 오더를 컴퓨터로 입력한다고 스마트화는 아니다.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컴퓨터에 보관하는 것은 병원 스마트화의 기본조건일 뿐이며, 이런 디지털 정보를 시스템이 스스로 다양하게 가공해 활용할 수 있어야만 스마트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병원 스마트화는 일부 대형병원에서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고 평가할 수 있다. →병원 스마트화의 향후 목표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병원 스마트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 중심 의료의 구현이다. 따라서 병원 정보시스템은 의료진이 최선의 치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병원과 환자 간의 정보 격차를 해소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상 의사결정시스템(CDSS)의 영역을 더욱 확대해야 하며, 병원 정보시스템 안에서 병원과 환자 간에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 모든 병원들이 국제표준에 따른 정보교류 체계를 갖추는 것도 국내 전체 의료시스템의 스마트화를 앞당기는 필수 과제이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남북 장관급회담 실무접촉] 北, 동·서해 항행금지선포 왜

    장관급 회담을 위한 남북 간 직접 접촉이 9일 시작된 가운데 북한이 최근 동·서해에 잇따라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7일 동해 원산 앞 해상에, 8일부터는 서북쪽 해상인 평안남북도 서한만 일대에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순시에 맞춰 원산 앞바다에서 신형 화기로 추정되는 포를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형 화기의 사거리는 10여㎞로, 해안포와는 다른 궤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서한만 해상 2곳에도 사나흘 동안 선박 운행이 금지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현재까지 단거리 미사일이나 해안포를 발사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우리 군은 해당 해상이 매우 좁은 지리적 특성으로 볼 때 통상적인 해안포 사격 훈련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설정된 해상 면적으로 볼 때 미사일 발사 용도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다. 군 관계자는 “지역 부대의 전술 훈련 차원으로 보인다”며 “해안포 사격 훈련 때도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우리 측에 대한 도발로는 평가하지 않는 기류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당국의 대화 재개 속에서 북한 군부의 존재감 과시이거나 내부 단속용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서해 일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현·샘 해밍턴이 개념발언은…

    서현·샘 해밍턴이 개념발언은…

    소녀시대 멤버 서현의 개념발언을 비롯해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과 씨스타 다솜 등 여러 아이돌 스타들이 현충일을 맞이해 순국선열을 기리는 ‘개념 발언’을 해 화제다. 서현은 지난 6일 소녀시대 공식 홈페이지에 “여러분! 오늘은 현충일입니다! 애국선열의 넋을 기리고 그분들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뜻깊은 하루를 보냅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 출연 중인 샘 해밍턴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대한민국 지켜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 전달해주고 싶어요”라며 “그 사람들 때문에 우린 지금 편하게 살 수 있어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샘 해밍턴은 직접 ‘현충일’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현충일을 맞아 순국선열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이 같은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이날 생일을 맞은 아이돌 그룹 비스트 멤버 손동운은 트위터를 통해 “나라를 지켜주신 분들과 현충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걸그룹 씨스타 멤버 다솜도 씨스타 공식 트위터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희생을 잊지 맙시다! 국기 게양도 잊지 마시고요!”라며 순국선열을 기리는 ‘개념 발언’으로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서현과 샘 해밍턴 등 연예인들의 현충일 ‘개념 발언’에 네티즌들은 “서현 개념발언에 이은 샘 해밍턴 개념 발언, 한국인인 나보다 낫네”, “샘 해밍턴 개념 발언, 요즘 군대 가더니 철들었나보다”, “서현 개념발언 보니 서현은 얼굴뿐 아니라 마음도 예쁘구나”, “서현, 샘 해밍턴, 손동운, 다솜 등 연예인들 ‘개념 발언’ 칭찬해 주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컴퓨터 백신만 깔면 안전?

    컴퓨터 백신만 깔면 안전?

    컴퓨터라면 개인용, 업무용을 불문하고 1개 이상씩은 꼭 설치돼 있는 ‘백신’, 우리는 백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7일 보안 솔루션 업체 안랩에 따르면 백신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는 ‘백신만 깔면 안전하다’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 백신의 기본 원리는 새로운 악성코드가 발견되면 이를 분석한 뒤 업데이트를 통해 침투를 막는 방식이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신규 악성코드’에는 사실 무용지물이다. 한 예로 올해 초 미국 뉴욕타임스가 해커의 공격을 당했을 때, 여기에 백신을 공급하던 업체는 내부에 침투한 악성코드 45개 중 딱 1개밖에 잡아내질 못했다. 해커들이 백신이 모르는 새로운 악성코드를 만들어 침투시켰기 때문이다. 안랩은 우리나라에서만 신종·변종 악성코드가 하루 최고 50만개까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백신은 무용지물일까. 그것도 오해다. 백신은 이미 알려진 보안 위협에 대한 기본 방어막으로, 백신이 없다면 인터넷에 떠도는 초보 수준의 해킹 도구에도 컴퓨터가 뚫릴 수 있다. 내 컴퓨터가 악성코드에 걸렸다고 ‘포맷해 버리면 그만’인 걸까. 아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개인 컴퓨터에 대한 보안 공격은 기업 등 조직 서버에 침투하기 위한 예비 동작으로 보고 있다. 내 컴퓨터의 취약한 보안이 여기 연결된 회사나 정부 네트워크에 크나큰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셈이다. 인치범 안랩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보안에는 100%가 있을 수 없다”며 “내 컴퓨터를 지키는 게 사회 보안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꾸준한 백신 업데이트, 의심스러운 메일 클릭 자제, 소프트웨어 보안 패치 등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안랩은 보안 지식 공유·이해를 위해 이달부터 ‘보안 바로 알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백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그 첫 번째 주제다. 안랩은 다음 달 31일까지 사용자 스스로가 참여하는 과정에서 보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고등학생, 대학생을 대상으로 ‘보안 지식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콘테스트’를 진행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행복 스트레스’ 펴낸 철학자 탁석산

    [저자와의 차 한잔] ‘행복 스트레스’ 펴낸 철학자 탁석산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된 자살 사건들의 유서에 ‘난 행복하지 않아. 우울하다’는 내용들이 나오더군요. 또 이혼의 사유로는 ‘행복하지 않아. 난 인생의 실패자같애. 우울하다’는 말들을 하더군요.” 철학자 겸 저술가인 탁석산(57)씨는 행복이란 게 대체 뭐길래 자살하고 이혼하게 하는지 그 정체를 찾아보고 싶었다고 ‘행복 스트레스’(창비)를 펴낸 동기를 밝혔다. 그는 행복이란 어떤 의미인지 알 필요가 있고 절대불변의 가치인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복이 뭡니까. -그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칸트, 프로이트 등 수많은 학자들이 행복에 대해 언급했지만 행복은 개인적 취향처럼 각 개인마다 다르며 주관적입니다. 심지어 악행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있다면 과연 행복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리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행복하다. 불행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뜻을 가지고 있지 않겠습니까. -행복이란 단어의 역사는 200년 조금 넘었습니다. 벤담이 1789년 출간한 ‘도덕과 입법의 원리에 관한 서설’에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책에서 벤담은 최대 행복이라는 표현에서 ‘행복’을 ‘쾌락’(유쾌하고 즐거움)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일본에서 쓰인 지는 150년 됐고, 20년 뒤 우리나라에 수입돼 1886년 ‘한성주보’ 기사에서 행복이라는 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행복하고 싶어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에게 “여러분, 왜 사나요?”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행복해지기 위해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말도 같이 들려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남들은 나를 보고 행복할 거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정말 행복한 걸까요?” →하긴 그런 말도 들리죠. -1등을 해도, 승진을 해도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죠. 1등을 유지해야 하고 한 단계 승진해도 계속 승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행복 추구도 스트레스죠.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기에 버릴 수 없고, 행복해지는 걸 포기할 수 없습니다. 설사 얻었다 해도 지속하기 매우 힘듭니다. 그뿐인가요? 행복한 사람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모두 행복해야 한다고 외쳐댑니다. 행복에 대한 강박에 빠져 있는 이런 상황이 ‘행복 스트레스’입니다. 이런 말이 아니면 달리 뭘로 표현하겠습니까.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나요. -행복(쾌락)이 모든 가치에서 우선이라는 생각은 역사가 200여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인간이 심신의 유쾌함과 즐거움만을 좇는 존재는 아니거든요. 이런 점을 살펴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좀 더 설명이 필요한데요. -저는 행복한 삶보다는 좋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좋은 삶이란 자신, 가까운 사람, 사회에 좋아야 하는 삶입니다. 예를 들자면 100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당첨금의 3분의1은 자신을 위해, 3분의 1은 가족과 친구· 친척을 위해, 3분의 1은 사회를 위해 기부한다면 이민을 가거나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오히려 감사와 칭송을 받으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걸 3분의 1원칙이라고 부릅니다.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사회적 평등, 공동의 부, 예의, 공중도덕 등 사회환경도 좋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커버스토리-甲 중의 甲 국회의원] 월급 떼 사무실 운영… 휴일 영접 안 나왔다고 해고… 성희롱도 잦아

    ‘갑(甲)이 봐도 갑이 너무할 때가 많다’는 갑들이 많다. 동료 의원, 동료 보좌관이지만 그 횡포가 도를 넘어 정말 너무하다는 얘기다. 특히 의원들은 보좌진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수족처럼 부리는 모습으로 동료 의원들과 주변 보좌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보좌진들의 약점은 고용 불안이다. ‘계약관계’랄 것도 없는 임시직과도 같은 신분이어서 의원의 비상식적인 대우에도 맞대응하기 어렵다. 선거에서 당선된 뒤 고생한 보좌진을 모두 해고한 경우도 있고, 1년도 안 돼 보좌진 전원을 교체하는 의원들도 없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입법 활동 지원 명목으로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각 1명, 인턴 2명 등 총 9명의 보좌진을 채용할 수 있는 만큼 웬만한 작은 기업의 직원 전부를 해고한 것과 마찬가지다. 모 의원은 수시로 보좌관을 바꾸는 바람에 의원실이 ‘보좌관 사관학교’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 한 초선의원은 휴일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오는데 보좌관들이 영접을 나오지 않았다며 트집을 잡고 괴롭히더니 결국 교체해버렸다. 의원들이 보좌진들의 월급을 떼어가는 오랜 악습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 보좌관은 “의원이 특보를 임명하거나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보좌관들의 월급에서 한 달에 100여만원씩 ‘자진 납부’하도록 종용해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출근하지도 않는 대학생 딸이나 친척 조카를 보좌진에 등록해 다른 보좌진들은 업무과다에 시달리기도 한다. 남성 의원의 경우, 부인이 의원보다 목소리가 클 때는 영락없이 상전이 두 명이 된다. 18대 국회에서 일했던 한 보좌관은 “의원님이 결정한 지역구 행사나 일정을 사모님이 모두 틀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해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17대 국회의원을 보좌했던 한 비서관은 “의원이 아이들 방과 후 숙제를 떠맡기기도 하고, 학원 보내는 일까지 시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수시로 개최되는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는 보좌진들의 노고가 담겨 있다. 한 3선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책을 출간하면서 돈을 주고 대필하게 하는 것은 양반”이라면서 “보좌진에게 일을 통째로 맡기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심지어는 책 파는 일까지 보좌관 책임이어서 책을 팔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일도 있다”고 했다. 의원들이 사적으로 보좌진을 부리는 일도 흔하다. 의원의 밥시중을 들기 위해 회관 사무실 내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보좌관도 있었고, 십수년간 자녀 대학입시, 결혼, 취직까지 중진의원 집의 모든 집안살림을 도맡은 비서관도 있다. 이쯤 되면 보좌진이 아니라 ‘집사’나 ‘머슴’인 셈이다. 한 보좌관은 “국회의원의 모든 시중을 드는 것을 보좌관, 비서관의 당연한 업무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서 의원을 잘못 만나면 임기 내내 고생”이라고 푸념했다. 기초의회 의원들에 대한 횡포도 이에 못지않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술에 취해 밤에 지방의원들을 소집해놓고 정작 자신은 차에서 잠을 자는 일이 잦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방의원들은 공천을 좌우하는 국회의원의 호출이라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가지만, 막상 차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어찌할 줄 몰라 멀뚱거릴 때가 많다. “깨울 수도 없고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한 지방의원은 “지방선거 때 국회의원은 하늘이다. 특히 영남은 새누리당, 호남은 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압도적인 지위를 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지방의원은 “공천 때문에 구청장 부인들이 의원들 경조사에 불려가는 일이 아직도 있다”면서 “한 지역위원회 여성부장은 ‘의원 집의 커튼이 무슨 색인지,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안다’며 경조사 때마다 불려가 잡일을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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