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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바일 공무원증 내일부터 서비스

    모바일 공무원증 내일부터 서비스

    모바일 공무원증이 이번달부터 도입된다. 모바일 공무원증은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발급받아 필요할 때 신분 증명용, 청사 출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연말부터는 일반 국민도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이용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모바일 신분증 시대를 여는 첫 첫 단계로 14일부터 행안부와 인사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식 운영에 들어간다고 12일 밝혔다. 이어 2월까지 세종·서울청사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4월에는 대전·과천청사, 6월까지 중앙부처 소속기관, 하반기에는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확대 발급할 계획이다. 공무원증은 1968년 주민등록증과 함께 종이 형태로 시작했으며 2003년 플라스틱 전자공무원증으로 개편됐다. 이후 약 18년 만에 도입되는 모바일 공무원증은 앱으로 받아 스마트폰에서 꺼내 쓰는데, 모바일 공무원증 모양과 기재사항은 현행 플라스틱 공무원증과 같다. 공무집행 시 신분 증명용, 정부청사나 스마트워크 출입을 위한 인증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공직자통합메일 등 업무시스템 로그인에도 쓰인다. 모바일 공무원증은 당분간 플라스틱 공무원증과 병행해 사용된다. 정부는 모바일 공무원증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기술적 보완과 검증을 거친 뒤 연말부터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사명감으로 버티던 중환자실 동료 간호사 11명 중 4명이 떠났다”

    “사명감으로 버티던 중환자실 동료 간호사 11명 중 4명이 떠났다”

    “지난달부터 중환자실에서 일하던 동료 간호사 11명 중 4명이 그만뒀습니다. 또 동료 한명이 이달 말에 그만둔다고 하지만 붙잡을 수도 없습니다.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한 경기도 의료원의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간호사 A씨는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호복을 입은 채 눈물을 쏟았다. A씨는 “코로나19 1차 유행기에는 염려한 것보다 환자들이 빨리 회복했지만 2~3차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3인실은 4인실로 바뀌었고, 요양병원 등 집단감염으로 환자의 중증도가 높아졌다”면서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이 탈진하면 확진환자 회복에도 치명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장갑 3겹을 끼면 환자의 기저귀에 부착된 스티커 조차 떼기 힘들고 정맥주사는 온몸의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식사나 욕창 예방 등 업무도 늘어나 휴식 없는 초과 근무는 일상”이라면서 “중환자실이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일반병동에도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의료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B씨는 “3배 상당의 임금을 받는 파견인력은 약 1주 동안 교육을 받고 적응을 할 때가 되면 현장이 떠난다”면서 “초과근무에도 말 한 마디 못하던 간호사들이 참지 못하고 나가고 있지만 붙잡을 명분이 없다”고 했다. B씨는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 간호사에게 사명감만 강요하지 말기를 부탁한다”면서 “사람으로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병원 관계자와 정부당국에게 부탁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정부가 전담병원에 파견한 인력이 기존 인력의 4배에 달하는 급여를 받아, 박탈감을 느끼는 기존 인력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지난 8일 정부는 중환자 전담병상 간호인력에게 월 5만원 간호수당을 지급하고 야간간호관리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환자 중증도에 상관 없이 코로나19 대응 전체의료기관·의료인력 전체에게 생명안전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파견인력을 투입하는 대신 전담병원 간호인력 정원을 증원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반박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이스라엘 남부서 1400년 전 죽은 기독교 여성 묘비 발견

    이스라엘 남부서 1400년 전 죽은 기독교 여성 묘비 발견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의 니차나 국립공원에서 1400여 년 전 한 기독교 여성의 죽음을 기록해둔 묘비가 발견됐다. 9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니차나 공원 자연 산책로에서 한 공원 관계자가 우연히 6세기 말부터 7세기 초 사이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비석 한 점을 발견했다. 당시 산책로를 정비하고 있던 나치나 교육마을 관리자 데이비드 팔마치는 이 비석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위치를 기록한 뒤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계 당국에 신고했다.이스라엘 히브리대의 고고학자 레아 디세니 박사는 이 비석에 쓰여 있는 고대 그리스어를 해석하고 “순결한 삶을 살았던 축복받은 마리아가 2월 9일 사망했다”는 내용임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문화재청(IAA)의 탈리 에릭슨지니 박사는 “니차나 마을은 레반트 지역에서 비잔틴 제국 시대와 초기 이슬람 시대 사이의 변화를 연구하는 핵심 장소로 유명하다”면서 “기원전 5세기부터 6세기 동안 니차나는 인근 마을들과 정착촌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에릭슨지니 박사에 따르면, 이 비석은 고대 정착지를 둘러싼 기독교 공동묘지들 중 한곳에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이에 따라 약 25㎝의 이 비석 주인인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성은 기독교인이었고 신분이 높았던 사람으로 추정된다.오늘날 니차나는 교육 마을의 본거지로 이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학과 역사 그리고 문화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니차나는 기원전 1세기 때까지만 해도 주요 무역로의 정거장 역할 목적으로 세워졌고 간헐적으로 사람들이 거주했다. 5세기부터 6세기까지 니차나는 시나이 산의 성 카타리나 수도원으로 향하는 기독교 순례자들을 위한 교회들과 군사 요새, 수도원 그리고 정거장이 세워져 있었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6세기 당시 니차나는 전염병과 화산 겨울(큰 규모의 화산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 화산재나 부산물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 탓에 기독교 공동체를 황폐화하게 했을 수도 있으며 이 때문에 7세기부터 이슬람 교인들이 정착하게 됐다. 니차나는 결국 10세기에 버려졌고 1930년대 고고학적 발굴로 교회와 가족 그리고 군사 기록을 상세히 적은 파피루스가 발굴되기 전까지 그 이름은 잊혀졌었다. 기록에는 네사나(Nessana)라는 이름이 써 있다. 이번 비석과 같은 유물이 이후 발굴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에 대해 IAA의 고고학자 파블로 베처 박사는 “네게브 사막에 있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니차나 주변의 매장지들에 대해서는 이전까지 알려진 사례가 거의 없었다”면서 “이런 비석의 발견은 묘지의 경계를 개선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착지 자체의 경계를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침착하기 인내하기 기다리기

    [김금숙의 만화경] 침착하기 인내하기 기다리기

    병원 약속은 오후 4시였다. 나는 집에서 오전 10시 반에 출발했다. 엄마가 도시에 살지 않았다면 아마 몇 달 동안 서울에 가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사는 일상이 계속된다. 하루 종일 몇 마디나 할까? 모국어조차도 잊어버릴 것 같다. 나이 든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것은 나의 시간을 멈추는 일이다. 나의 일상에 거리두기다. 나를 내려놓는 일이다. 작은 것에도 상처받고 걱정이 태산이 되는 엄마다. 말은 부드럽게 행동은 천천히 해야 한다. 나는 엄마의 엄마다. 엄마 집에 도착하니 12시였다. 동네 밥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엄마 손을 잡고 천천히 한 발짝씩 내딛는다. 내 걸음으로 5분이면 갈 것을 배에 배의 시간으로 걷는다. 엄마가 가는 길에 찐빵이나 좀 사 달라고 했다. 밥맛 없을 때 먹겠다고 했다. 엄마가 무얼 먹고 싶다거나 무얼 사 달라는 부탁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드물었다. 찐빵 집은 백반집 가기 전에 있었다. 그 옆으로 나란히 김치찌개집과 주꾸미집이 있었다. 찐빵집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다. 특히 솥뚜껑을 열고 닫을 때 퍼지는 하얀 김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 풍경을 좋아했다. 몽롱한 꿈 같기도 마술 같기도 했다. 추운 겨울에는 더욱 그랬다. 어릴 적에는 동네 곳곳에 만두와 찐빵집이 있었다. 어느 날 그것은 골목에서 사라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 추억처럼 다시 동네에 생겼다. 그것은 맛보다 그리움이었다. 그런데 멀리서도 보이던 찐빵집 김이 보이지 않았다. 수상했다. 의심은 가까이 갈수록 확신이 됐다. 찐빵집은 자취도 없었다. 김치찌개집도, 주꾸미집도 텅텅 비어 있었다. 의자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여러 일정이 취소될 때마다 아쉬웠다. 그래도 다음 기회가 있으려니 생각했다. 자주 가던 밥집들이 문을 닫은 모습을 보니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들은 오늘은 어떻게 버티며 내일은 무얼 먹고 사나?요즘 엄마는 더욱 밥을 못 드신다. 밀가루는 소화가 잘 안 된다. 매운 것도 짠 음식도 단 것도 너무 기름진 것도 좋지 않다.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를 시켰다. 생선 가시를 발라 앞접시에 담아 엄마 밥그릇 옆에 놓았다. 엄마는 안 먹는다며 앞접시를 밀쳤다. 된장찌개를 국자로 퍼서 담았다. 밥 수저를 몇 번 드는가 싶더니 놓았다. 밥공기 안에는 밥이 그대로였다. 내가 발라 드린 고등어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렇게 드시니 당연히 힘이 없지.” 자꾸 더 드시라고 권해도 엄마는 밥맛이 없다고만 했다. 슈퍼에 들러 동태 한 마리를 사고 피망과 다른 야채를 샀다. 엄마 집에 가져다 놓고 나는 다시 나왔다. 동네 이비인후과와 내과에 들렀다. 평소에 엄마가 복용하는 약 리스트와 의뢰서를 받았다. 그걸 들고 다시 엄마 집으로 갔다. 오후 2시 반이었다. 나는 마루에 누웠다. 엄마는 병원 약속이 4시여도 최소 한 시간은 먼저 가서 기다려야 한다며 초조해했다. 나는 괜찮다고, 병원은 30분 안에 충분히 간다고 말했다. 엄마는 불안한 듯 자꾸 시간을 물어보았다. 나는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엄마는 말했다. “아이고 우리 딸, 잠도 못 자게 하네, 내가.” 엄마를 운전자 옆 좌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채운 후 시동을 걸었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3시 20분이었다. 주차장에서 병원 입구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는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닫혀 있었다. 병원 입구에서 코로나 때문에 기입해야 하는 종이를 작성한 후 온도를 체크했다. 엄마 손을 잡고 담당 전문의가 있는 3층으로 갔다. 대기실 좌석에는 늙은 어머니나 아버지와 나이 든 자녀가 앉아 호출을 기다렸다. 엄마 차례가 됐다. 오후 5시를 훨씬 넘긴 시간이었다. 가장 빠른 약속은 한 달 후에나 잡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검사를 해야 한다. 엄마가 더 늙지 말고 지금 같기만 하면 좋겠다. 우리에게 남은 생이 얼마나 될까? 먼저 왔다고 순서대로 가지는 않는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삶이라. 코로나로 인해 보았다. 2020년은 전 세계적으로 없는 사람들이 더욱 힘들었던 한 해였다. 2021년은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살기를, 조금 덜 힘들기를 우리 모두에게 바라 본다.
  • 反엘리트주의에 대한 방심, 美민주주의를 무너뜨리다

    反엘리트주의에 대한 방심, 美민주주의를 무너뜨리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이건 우리(미국)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니, 이것이 바로 미국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참사를 일으켜 시위대·경찰 6명이 사망하고 바이든의 승리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6시간 동안 중단되자 이런 트위터 글이 확산됐다. 사실 예고된 참사나 마찬가지였다는 탄식이었고, ‘현대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자부심을 잃어버린 모양새였다. 미국 민주주의가 멈춰 버린 초유의 6시간, 어디서부터 고장이 났던 것일까. 이날 뉴요커는 “지난 4년간 일부에서 트럼프의 선동적인 언사를 경시했고 이는 대선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존 캐시디 기자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트럼프와 같은 권위주의자에게 대응할 때 공식적인 제도에만 집중하는 건 실수다. 위험은 체제 밖에서 온다”고 썼다. 민주주의라는 규칙 자체를 무시하고 때때로 링 밖에서 뛰어드는 ‘변칙 복서’ 트럼프에게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반성문이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19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나는 (패배 시) 깨끗하게 승복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패배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처음 불복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봐야 할 것”이라며 끝을 흐렸지만 그가 사면한 40년 지기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은 이미 보수 유튜버를 모아 비공식 유세에 나선 상태였다.코로나19에 대한 무능한 대응, 경기침체, 흑인 시위로 박빙의 승부가 전개되자 트럼프는 적극적으로 ‘우편투표 사기’를 주장하며 대선 불복의 판을 깔았다. 또 대선 당일인 11월 3일 승기를 잡다가 역전당하는 소위 ‘레드 미라지’(붉은 신기루) 현상이 나타나자 즉각 ‘대선 불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전례가 없고, 평화로운 정권 교체도 위협하는 ‘분열의 65일’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주류 언론들은 대선 불복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제도적 장치를 언급할 뿐이었다. ●트럼프 지지자 19%가 반엘리트주의자 트럼프는 패자의 승복 연설 대신 ‘사기 선거 결과’를 인증해서는 안 된다며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미시간·조지아 등 경합주에서 줄소송에 나섰다. 물론 연방대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고 혼란이 계속되자 공화당 내에서도 대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공화당의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했고, 자기 당 의원들에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승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의회의 선거 결과 인증을 막으라는 트럼프의 요청에 대해 “나는 그런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다. 이 지점까지는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했지만 그 제도 밖에서 넘실대는 위험을 막지는 못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서 “우리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다. 공화당원에게 미국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자부심과 대담성을 줄 것”이라고 연설했다. 선거 결과를 부정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시위대를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국회의사당 앞 바리케이드는 빈약했고, 상·하원 합동회의는 6시간 남짓 중단됐다. 트럼프라는 소위 ‘나쁜 대통령’이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를 키운 건 광범위한 지지층이었다. 셰릴 캐신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는 9일 폴리티코 기고에서 의회 난입 참사를 ‘화이트 래시’(Whitelash·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반란)라고 정의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인종 분포가 바뀌고 다양한 가치가 스며든 다원화된 사회, 미국 경제가 쇠퇴하는 가운데 제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사회에서 낙오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백인 남성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저학력·저소득 백인을 중심으로 반(反)엘리트 흐름이 형성됐고 2016년 트럼프 집권의 기반이 됐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을 탄생시킨 대선에서 비영리 재단인 카토 연구소는 설문을 통해 당시 트럼프 지지자를 분류했다. 확고한 보수주의자(31%), 자유시장경제 지지자(25%), 미국 전통 가치 옹호자(20%)에 이어 반엘리트주의자가 19%로 이미 한 축으로 자리했다. 트럼프의 펜실베이니아 유세 때 만난 한 30대 백인 남성은 “인종, 종교 등 사회문제에 대해 의견을 말하려고 하면 (다 가진) 백인이 뭘 알겠느냐고 반박하니 아예 말을 안 한다”며 “이를 ‘샤이 트럼프’라고 부르더라”고 했다. 그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데도 정책 지원의 대상에서는 제외된다는 박탈감을 언급하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이 틈을 파고든 트럼프는 줄곧 주류 언론, 기성 정치인 등을 가리켜 ‘부패한 엘리트’라며 오물 청소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역대 2위인 7500만표를 얻었고, 의회 난입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맹비난에도 지난 9일 42.8%의 국정 지지도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40%대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지지 않았다. 그간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기성 정당들은 반엘리트주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했고, 주류 언론 역시 이들을 대변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의회와 언론을 무시한 채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지지자들과 소통했다. 기성 정치인과 엘리트를 부패한 기득권 세력으로 비판하며 국민과 직접 거래하려는 것은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포퓰리즘은 사회적으로 배제됐던 민의를 반영하는 것 같지만 권력 분립을 무너뜨려 민주주의를 고장 낸다. 미 언론이 의사당 난입 참사에 대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상징적인 장면으로 분석하는 이유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같은 성향의 뉴스만 공유하며 더욱 극단으로 나아갔다. 국회의사당 난입에 대해 극렬 지지자들은 “경찰이 시위대를 그냥 들여보냈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력을 행사케 하려는) 의도적인 것 아니었겠느냐”는 또 다른 음모론을 SNS에 퍼뜨렸을 정도다. 주류 언론 역시 지나치게 극단화되면서 사회 분열을 부추겼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인터넷 매체 복스의 공동 창립자인 에즈라 클라인은 저서 ‘우리는 왜 극단화됐나’에서 수많은 케이블TV의 드라마·스포츠·오락 프로그램을 넘어 컴퓨터 게임 등과의 경쟁에서 독자를 정치 뉴스에 머물게 하기 위해 “기사는 더 양극화됐고, 기자들은 관찰자가 아닌 활동가가 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 포퓰리즘 도전 대처 ‘시험대’ 향후 숙제는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바이든은 “그래도 낙관적”이라며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가 촉발한 초유의 참사에 대해 곧바로 경찰이 투입돼 상황을 정리했고, 군은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으며, 의회는 6시간 후 다시 작동했고, 트럼프의 관료들은 사퇴했으니 ‘민주주의에 의해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도 미국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의 도전에 대처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바이든도 조지아주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서 부채 증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상원 다수가 되면 긴급재난지원금 2000달러 수표를 (온 국민에게) 보낼 것”이라며 트럼프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의사당 난입 참사를 두고 미국이 ‘반민주주의 국가’로 비판했던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은 ‘왜 민주주의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내상이 깊은 미국 민주주의가 불평등의 심화로 극단으로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고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기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kdlrudwn@seoul.co.kr
  • 이재웅 전 쏘카 대표 “혐오·차별표현 논란 여대생AI 이루다 중단 후 재개해야”

    이재웅 전 쏘카 대표 “혐오·차별표현 논란 여대생AI 이루다 중단 후 재개해야”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10일 스무살 여대생 인공지능 이루다의 차별·혐오 표현 문제와 관련해 개발사인 스캐터랩이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개발자 1세대로 포털 사이트 다음을 성공시키고 공유자동차 서비스 쏘카를 생활에 안착시킨 그는 인공지능 공유택시 서비스 타다를 출시하면서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해당 문제의 쟁점을 세 가지로 나눠 보았다. 그는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 대해서 문제도 아직 정확히 무엇인지 잘 정리가 된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의견은 얼마든지 같이 이야기해봤으면 좋겠습니다. AI 시대에 AI의 윤리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합의해 나가야할 중요한 문제니까요. 동시에 여러 문제가 섞여서 나오는데 하나하나 다르게 접근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먼저 ‘AI 챗봇에 대한 성적 학대·악용’을 사용자의 문제로 보았다. 그는 “AI가 모든 상황에 대해서 학습이나 규칙기반으로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AI가 만능은 아니니까요”라며 “AI 챗봇에 대해서 성적 학대·악용은 사용자의 문제이지 AI서비스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로봇청소기를 성적 대상화하는 사람까지 있으니까요.”라고 지적했다. “학습과 보정을 통해서 직접적인 대상화가 어렵도록 보완하면서 그래도 허점을 찾아서 성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그 과정을 공개·공유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아 나가야겠죠. 이 부분은 회사가 잘 대처했다고 봅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AI 챗봇이 20세 여성으로 설정한 것’이 두번째 문제라고 봤다. 상업적으로 유리한 선택이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루다가 20세 여성으로 설정되는 순간,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 20세 여성이 갖고 있는 위상이 그대로 투영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슬프게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성적으로 착취당할 수 있는 취약한 계층을 찾는다면 아마도 20세 여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굳이 AI챗봇의 젠더나 나이를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만, 역설적으로 상업적인 회사에서 가장 마케팅적으로 옳은 선택을 하자고 하면 다른 선택이 있었을까 싶습니다”고 했다. 이어 “다만, 기업의 목표가 이윤극대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런 선택을 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술은 사회적 책임도 있고, 특히 AI는 사회적 책임에 더 민감해야 하니까요. 이 부분은 논란도 안고 가겠다고 하면 회사를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나 경영진이 회사나 서비스의 미래를 길게 봤다면 했을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위 두 문제는 감당할 수 있는 논란이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챗봇이 불특정 다수에게 혐오와 차별 표현에 대한 보정 없이 서비스를 내보낸 것이 문제라고 봤다. 그는 “AI를 사람이 차별, 혐오, 학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AI가 사람을 차별, 혐오, 학대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라며 “성적지향이나 특정 종교나 장애여부에 대해서 일상 대화에서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사람이 많아서 학습의 결과로 차별이나 혐오를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보정없이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직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는 종교, 학력, 지역, 성적 지향, 장애등에 대해서 차별이나 혐오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입니다”라며 “자기 혼잣말에서 혐오발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직업이 선생님이면 아이들에게 혐오 발언을 해서는 안되며 공개적으로 혐오발언을 했을때는 처벌받아야하는 것과 매한가지”라고 했다. 이어 “서비스를 하면서 추가 학습으로 보정할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빠르게 차별혐오발언은 금지시키도록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따르도록 시스템을 변경해야 합니다. 서비스 운영하면서 추가학습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중단후 우리 사회 규범에 맞는 최소한의 차별·혐오테스트를 통과하는 지를 점검후에 다시 서비스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성적지향만 차별하고 혐오하는 건지 특정 종교를 혐오하는 건 아닌지, 장애인을 혐오하는 건 아닌지 파악하고 최대한 그럴 여지를 없애야 합니다. 오래 걸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딥러닝 학습기반 시스템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학습으로 해결할 필요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혐오와 차별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면 AI 서비스를 하면 안됩니다. 많은 기업들이 쓰고 있는 AI채용, 면접 시스템 그리고 범용 AI 챗봇, AI 뉴스 추천 시스템등은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을 지키고 있는지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도 모르는 새 우리 아이들은 혐오를 배우고, 면접을 보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뉴스나 컨텐츠에서 혐오나 차별적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AI 분야에서는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AI가 하니까 더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AI의 설계, 데이터 선정, 학습과정에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어서 그 과정은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결과물이 최소한의 차별이나 혐오를 하거나 유도하지 않는지는 사람이 들여다보고 판단하고 필요하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합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이루다의 투자자나 경영진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스캐터랩이 사회적 비난 여론을 통감하고 서비스 중단 후 재개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그는 “경영진이 혐오나 차별을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학습된 데이터가 일반인들의 일대일 대화이다보니 차별이나 혐오로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수 있습니다”라면서도 “범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이런 문제가 지적되었을때 즉시 납득할만큼 수정을 할 수 없다면 사과하고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답입니다. 이루다를 만들만큼의 기술력이면 최소한의 혐오나 차별을 방지하는 것이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투자자들도 경영진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임을 깨닫고 빠르게 문제를 인식하고 사과하고 바로 잡아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며 “책임있는 투자자와 경영진이 잘 알아서 문제를 풀 것으로 믿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영진과 투자자가 함께 져야할 문제이니까요”라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7000쪽 부인과 몰래 복사해 ‘통킹만 조작’ 특종 닐 시핸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7000쪽 부인과 몰래 복사해 ‘통킹만 조작’ 특종 닐 시핸

    7000쪽에 이르는 국방부 문서를 복사했다. 혼자 하기엔 엄두도 안 나는 일이라 잡지사 기자인 부인과 함께 했다. 취재원이 휴가 간 틈을 타 문서를 빼내 회사의 복사기를 이용했다. 처음에 사용한 교외의 부동산 업체 복사기는 엄청난 분량을 견디지 못하고 작동을 멈췄다. 보스턴 시내의 한 복사업체에선 해군 출신의 업주가 기밀 서류가 복사되고 있다고 지적해 위기를 맞았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 닐 시핸 기자는 지난 1971년 6월에 미국이 베트남전에 개입하려고 통킹만 사건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한 ‘펜타곤 문서’를 특종 보도해 반전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가 8일(현지시간) 워싱턴 자택에서 파킨슨씨병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NYT가 보도했다. 향년 84. 신문은 부음 기사를 통해 사후에 공개하는 것을 조건으로 2015년에 고인이 편집국에 맡겨놓은 특종기를 공개해 그 과정이 반세기 만에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그는 이른바 펜타곤 문서 ‘미합중국-베트남 관계, 1945∼1967년’을 입수해 미국이 1945년부터 정치적, 군사적 이득을 노리고 베트남에 개입해왔으며 이권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베트남 전쟁을 일으켰다고 폭로했다. 랜드연구소에 근무하며 문서 작성에 참여한 국방 전문가 대니얼 엘스버그를 통해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그로부터 직접 받은 것은 아니라고만 말했다. NYT와 그 뒤를 이은 워싱턴 포스트의 펜타곤 페이퍼 보도로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과정이 알려져 반전 여론이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초기에 보도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사전 통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추가 보도를 허용했다. 시핸은 1962년부터 1966년까지 UPI와 NYT 소속으로 베트남전을 취재했으며 1988년 ‘밝은 거짓말: 베트남의 존 폴 반과 아메리카’를 펴내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는 1966년 NYT에 “폭격을 당한 마을, 사이공 거리에서 구걸하는 고아들, 네이팜탄 화상을 입은 여성과 아이들이 병원에 누워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이나 그 어떤 나라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에게 이런 고통과 수모를 가할 권리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5년 뒤 시대에 남을 특종을 했는데 엘스버그는 1971년 3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시핸 기자에게 펜타곤 문서의 존재 사실을 밝힌 뒤 문서를 주겠다고 제안했다가 곧바로 마음을 바꿨다. 극비문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돼 있었기 때문에 문서가 폭로되면 자신이 지목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 것 같다는 것이 시핸 기자의 분석이었다. 그는 집에 보관 중인 펜타곤 문서 7000쪽을 시핸 기자에게 보여주고 메모만 하라고 했다. 문서 자체를 넘겨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시핸 기자에게 기회가 왔다. 엘스버그가 휴가를 떠난 것이다. 그는 부인과 힘을 합쳐 문서를 엘스버그의 집 밖으로 반출해 통째로 복사한 뒤 갖다 놓기로 했다. 보스턴의 복사업체 업주에게는 하버드 대학 교수의 부탁을 받고 문서를 복사한다고 둘러대 위기를 모면했다.시핸 기자는 NYT 보도 6개월 후인 그 해 겨울 뉴욕 맨해튼에서 우연히 엘스버그와 마주쳤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펜타곤 문서를 훔쳤다고 따지는 엘스버그에게 “국민이 낸 세금과 미국의 아들들이 흘린 피로 만들어진 서류이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읽을 권리가 있다. 나도, 당신도 서류를 훔치지 않았다”고 대꾸했다고 회상했다. 엘스버그는 1973년 간첩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닉슨 행정부가 그의 사무실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송이 기각돼 풀려났다. 엘스버그는 여전히 인권 평화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2019년 6월 프로그레시브 인터뷰를 통해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안 어산지를 미국에 송환하려는 영국 정부의 처사에 반대하며 “공익 고발자들 없이는 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가 닉슨 행정부에 탄압을 받은 사연은 2010년 릭 골드스미스 감독에 의해 영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 대니얼 엘스버그와 펜타곤 페이퍼’로 제작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아동학대 신고하면 즉각 수사…‘정인이법’ 국회 최종 통과(종합)

    아동학대 신고하면 즉각 수사…‘정인이법’ 국회 최종 통과(종합)

    전담 공무원 진술 요구 안 따르면1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업무수행 방해시 5년 이하 징역 정인양, 세 차례 아동학대 경찰 신고에도 양부모에 돌려보내져 잔혹 학대 속 사망국회가 8일 본회의를 열고 생후 16개월 만에 입양부모에 잔혹하게 학대 당해 숨진 정인양과 같은 사건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즉시 수사하는 이른바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인양은 의사와 보육교사 등이 아동학대를 의심해 세 차례나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양부모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이후 가정으로 돌려보내진 정인양은 양모의 학대로 인해 온몸이 멍들고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채 입양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끝내 숨졌다. 개정안은 지자체나 수사기관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부터 신고를 받으면 즉각 조사나 수사에 착수하도록 했다. 또 경찰관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현장 조사나 피해 아동 격리조치를 위해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확대했다. 전담 공무원의 진술·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업무수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생후 16개월 정인양 학대’ 입양모 “손찌검 했지만 뼈 부러질 만큼은 아냐” 한편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 장모씨는 전날 변호인을 통해 “체벌 차원에서 했던 폭행으로 골절 등 상처가 발생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을 때 손찌검을 한 적은 있지만 뼈가 부러질 만큼 때린 적은 없다”는 취지로 검찰조사에서 진술했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특히 “소파에서 뛰어내리며 아이를 발로 밟았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면서 “장씨는 이러한 의혹이 있다는 얘기를 듣자 놀라며 오열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정인양을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상습 폭행·학대하고,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로 숨진 정인양은 소장과 대장, 췌장 등 장기들이 손상됐고, 사망 원인도 복부 손상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인양에게서는 복부 손상 외 후두부와 좌측 쇄골, 우측 척골, 대퇴골 등 전신에 골절·출혈이 발견되기도 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송혜교·김은숙 작가 신작 ‘더 글로리‘…학교 폭력 복수극

    송혜교·김은숙 작가 신작 ‘더 글로리‘…학교 폭력 복수극

    김은숙 작가와 배우 송혜교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후 5년 만에 학교 폭력과 관련된 드라마로 돌아온다. 드라마 제작사 화앤담픽쳐스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자 배우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더 글로리’라고 8일 밝혔다. 이 작품은 건축가를 꿈꿨지만 고등학교 시절 잔인한 학교폭력으로 자퇴를 한 주인공이 가해자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의 담임교사로 부임 후 가해자들과 방관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출은 ‘비밀의 숲’,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청춘기록’을 만든 안길호 PD가 맡아 올 하반기 촬영을 시작한다. 총 8부작으로 100% 사전 제작되며 방송사나 방송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전두환 모시는 박지원”…선거 앞두고 정치인 비판글 공유한 교사 무죄 확정

    “전두환 모시는 박지원”…선거 앞두고 정치인 비판글 공유한 교사 무죄 확정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치인을 비판하는 글과 기사를 수차례 공유한 고등학교 교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교 교사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3~4월 총선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사람이 올린 정치인이나 정당 공천에 관한 비판적 의견, 관련 기사 등을 공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5·18 광주학살의 원흉 전두환을 극진히 모시는 박지원”, “김광진을 살려주세요” 등 모두 11회에 걸쳐 선거와 관련된 글과 기사를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가 공유한 글 중 일부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공유 행위가 “특정 후보자의 당선·낙선을 도모하는 능동적·계획적 목적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올린 글이 자신의 것이 아닌 대부분 언론 기사나 다른 사람이 작성한 글이라는 점과 게시한 글 중 선거운동 관련 공유 글은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검찰 측은 2심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삼국유사면, 문무대왕면… 이거 실화야?

    삼국유사면, 문무대왕면… 이거 실화야?

    경북도 시군들이 새해 벽두부터 지역 정체성 확보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잇따라 지명과 명칭을 변경하고 있다. 군위군은 새해 1일부터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변경했다고 6일 밝혔다.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인 인각사가 고로면에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반영했다. 옛 이름인 고로면은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때 일본이 지배 편의를 위해 붙인 것이어서 주민 의사나 지역 정체성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김기덕 군위군수 권한대행은 “앞으로 삼국유사면의 정체성을 살리고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울진군도 이달부터 ‘엑스포공원’을 ‘왕피천공원’으로 바꿨다. 군은 전국에 6곳이나 되는 엑스포공원과 차별화하고 지역 명소인 왕피천을 알리기 위한 차원이다. 군은 공원 명칭 변경을 계기로 다목적 놀이시설 확충 등 시설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주시는 현재 ‘양북면’을 ‘문무대왕면’으로 변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양북면에는 신라 30대 문무왕(재위 661~681년)의 수중릉인 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이 있다. 경주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조만간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읍면동 지명 변경은 주민 의견 수렴, 조례 개정 등의 절차만 거치면 된다. 포항시와 경주시는 ‘포항공항’을 ‘포항·경주공항’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는 경주 관광객을 포항공항으로 끌어들여 공항을 활성화하는 것을, 경주시는 공항이 가까운 도시라는 점을 알려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기대한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스스로 드러내도 함부로 찍으면 수치심”… 무죄라던 ‘레깅스 불법 촬영’ 결국 유죄

    “스스로 드러내도 함부로 찍으면 수치심”… 무죄라던 ‘레깅스 불법 촬영’ 결국 유죄

    레깅스를 입고 버스에 탄 여성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공분을 일으켰던 이른바 ‘레깅스 불법촬영 사건’이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공개된 장소에 자신의 의사로 드러낸 신체 부위라 할지라도 함부로 촬영을 당하면 성적 수치심이 유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는 불법촬영(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5월 버스에서 운동복 상의에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 등을 피해자 몰래 8초 동안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 몰래 촬영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실제 노출된 부위가 적고, 엉덩이 등 특정 부위를 확대·부각하지 않아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레깅스는 일상복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이를 입고 대중교통에 탑승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순 없다”고 밝혔다. 판결이 공개되자 ‘일상복이면 몰래 찍어도 된다는 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판부가 피해 사진을 판결문에 첨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당시) 기분이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진술에 대해 재판부가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자 “성적 수치심에 대한 자의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과 달리 촬영죄의 대상이 되는 신체가 반드시 노출된 부분으로 한정되는 건 아니고, 엉덩이와 허벅지 등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레깅스가 일상복이라거나 피해자가 이를 입고 대중교통에 탔다는 것만으로 무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촬영의 맥락과 결과물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피해자의 진술을 성적 수치심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에 대해서는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을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분노·공포·무기력·모욕감 등 다양한 피해 감정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기존에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로 해석됐던 ‘성적 자유’를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로 확대하며 불법촬영죄 성립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정인이·이용구·박원순까지 경찰 잇단 ‘헛발수사’...檢 “우려가 현실로”

    정인이·이용구·박원순까지 경찰 잇단 ‘헛발수사’...檢 “우려가 현실로”

    세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내사종결·혐의없음으로 ‘정인이 사건’을 묵살한 경찰의 수사와 관련 검찰 내부에선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다. 앞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성추행 의혹 ‘부실 수사’와 택시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이어지면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의 공정성과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90일이내 검토해 한차례 재수사 요청하도록 한 보완장치를 적극 살려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반면 “‘수사는 생물’인데 종결된 사건 기록만 갖고 문제될 소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경찰이 정인이 사건을 내사종결 또는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한 검사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우려해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사건 기록과 관련 증거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한 게 정말 다행”이라고 밝혔다. 1차 수사종결권이 생긴 경찰에서 부실 수사를 하더라도 검찰이 추후에 문제를 파악하고 지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측면에서다. 해당 검사는 또 “보육교사나 의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동학대 관련 전문성이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의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정인이가 병원에 다녀간 직후 소아과 의사로부터 3차 학대 신고가 이뤄졌으나 묵살됐다. 경찰 112신고로 접수돼 공동 조사를 진행한 아보전은 경찰에, 경찰은 아보전에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를 종결한 사건이어도 고발인이 이의제기하면 검찰로 송치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회 위원 출신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송치되는 사건을 철처히 검토해 문제될 소지를 있다면 이잡듯 잡아내고, 불송치 사건 중에서도 재수사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지적해야 한다”면서 “결국 검사들이 열심히 해 견제를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종결된 사건의 기록과 관련 증거를 일선 검사가 일일이 훑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한 검사는 “검찰이 수사종결 후 기록을 볼 수 있다고 해도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일 때 지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수사라는 건 살아있는 생물인데 경찰이 아예 덮으려고 하면 검사로서 알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검찰이 재수사 요청을 해도 권한이 거대해진 경찰에서 이전처럼 요청을 따를 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코로나19 의료인력 하반기 수당 못받았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인력들이 지난해 6월부터 ‘교육훈련비’와 ‘치유상담프로그램수당’ 명목으로 지급되는 ‘코로나 수당’을 받지 못해 사기저하가 우려된다. 6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치료하고 지원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격려하기 위해 지급하는 코로나 수당이 하반기부터 지급되지 않아 긴급재난지원금 보다 더 급하게 이들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정부는 지난해 추경에서 2월~5월까지 코로나19 업무에 직접 투입된 의료인력에 대해 보상 차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 등에 근무한 의료인력의 근무일수에 직렬별 수당을 곱한 금액을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코로나 수당은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는 하루 3만 9600원,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는 2만 8000원, 기타 방역인력은 2만원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감염병 전담병원인 군산·남원의료원, 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 진안군의료원 등에 근무하는 959명이 각각 근무일수 만큼 수당을 받아 적지 않은 위로가 됐다. 하지만 6월 이후 코로나수당 예산이 내려오지 않아 지자체 마다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이 장기간 근무에 지쳐 번아웃 상태이고 일부 의료진들은 감염까지 되는 사태가 빚어졌지만 이들을 위로할 수당을 지급한다는 소식은 없는 실정이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5월까지 의료진 7318명에 대한 수당 70여억원을 지급했으나 6월부터 정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아직 지급하지 못했다. 충북지역 역시 지난 6월이후 위험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의사나 간호사 등은 몇달치라도 수당을 받았지만 근무표 등 증빙자료 부족으로 수당을 한푼도 만져보지 못한 직원들도 있다. 충주의료원의 경우 코로나 페기물 처리 등에 투입된 직원 등 10여명은 수당을 구경조차 못했다. 경북도는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간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각급 의료기관 의료진 1800여명에게 수당 17억 3860만원 지급했지만 5월 이후부터는 관련 의료진들에게 이 수당을 한 푼도 지급하지 못했다. 정부가 기관별로 주는 치유상담프로그램수당 역시 6월 이후 예산이 내려오지 않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북도 관계자는 “코로나 수당 지급 여부를 중앙부처에 문의해본 결과 지난해 지급한 수당은 국회가 긴급하게 꽂아준 예산으로 6월 이후에는 논의 조차 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방비라도 지원하려 했지만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꿈의 직장’ 구글도 노조는 현실이었다

    ‘꿈의 직장’ 구글도 노조는 현실이었다

    성희롱·내부 고발 직원 해고 등 잇단 논란“더이상 우리가 일하고 싶은 회사 아니다”실리콘밸리 反노조·개인주의 변화 촉각26만명 중 400명 참여… “역할 의문” 지적최근 몇 년간 직원 부당해고 등으로 비난받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에서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개인주의와 능력주의를 신봉해 노조 결성을 부정적으로 여긴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에서 이런 움직임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구글 노조가 실리콘밸리 전반의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직원들은 4일(현지시간) ‘알파벳 노동조합’(AWU)을 결성했다. NYT는 “오랫동안 강고하게 ‘안티 노조’를 유지한 실리콘밸리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직원들이 급여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공론화하고, 임원들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봤다. 처음 노조 설립 때 참여 조합원 수는 225명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저녁 400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에선 2018년 무렵부터 노동자와 사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구글이 성추행을 저지른 임원을 보호하는 등 적절히 대처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와 약 2만명이 길거리에서 파업 시위를 벌였다. 단체교섭조차 없는 회사에서 이처럼 많은 인원이 단체 파업을 선언한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2019년에는 미 국방부에 필요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 비도덕적이라며 반대 성명을 낸 직원들이 해고되며 논란이 됐다. 전미노동위원회(NLRB)의 조사에 따르면 구글은 회사 정책에 항의하고 노조를 만들려다 해고된 노동자를 불법으로 감시하고 심문했다. 지난해 AI윤리팀 공동리더 팀닛 게브루가 해고 과정에서 부당함을 겪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반발은 커졌다. 게브루가 “구글이 활용하는 AI 기술이 성적·인종적으로 편향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썼는데, 한 상사가 이 논문을 철회하거나 저자 목록에서 이름을 빼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조위원장을 맡은 파룰 카울은 NYT에 “우리가 구글을 만들었지만 이건 일하고 싶은 회사가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하고, “2004년 구글 상장 당시 모토는 ‘악이 되자 말자’(Don’t be evil)였다. 우리는 그때의 모토대로 살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합원 급여의 1%를 회비로 거둬 각종 행사나 파업 시 임금 및 법적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NLRB로부터 비준을 받지 않아 임금이나 근무 여건 관련 단체교섭에는 나서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법대의 비나 두발 교수는 “노조의 영향력은 구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며 “다른 테크기업 노동자에게도 노조가 ‘가능한 일’임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코넬대 루이스 하이만 교수는 “노조는 작지만 큰 변화를 보여 주는 시그널”이라면서도 “전체 직원 26만명 중 225명만 합류했다“며 노조 역할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일하고 싶은 회사 아니야” ‘신의 직장’ 구글도 노조 만들었다

    “일하고 싶은 회사 아니야” ‘신의 직장’ 구글도 노조 만들었다

    성희롱 부적절 대처, 부당해고 논란“우리는 악이 되지 않겠다” 선언실리콘밸리 성과주의 문화 영향 주목최근 몇 년간 직원 부당해고 등으로 비난받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에서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개인주의와 능력주의를 신봉해 노조 결성을 부정적으로 여긴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에서 이런 움직임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구글 노조가 실리콘밸리 전반의 문화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직원들은 4일(현지시간) ‘알파벳 노동조합’(AWU)을 결성했다. NYT는 “오랫동안 강고하게 ‘안티 노조’를 유지한 실리콘밸리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직원들이 급여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공론화하고, 임원들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봤다. 처음 노조 설립 때 참여 조합원 수는 225명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저녁 400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에선 2018년 무렵부터 노동자와 사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구글이 성추행을 저지른 임원을 보호하는 등 적절히 대처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와 약 2만명이 길거리에서 파업 시위를 벌였다. 단체교섭조차 없는 회사에서 이처럼 많은 인원이 단체 파업을 선언한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2019년에는 미 국방부에 필요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 비도덕적이라며 반대 성명을 낸 직원들이 해고되며 논란이 됐다. 전미노동위원회(NLRB)의 조사에 따르면 구글은 회사 정책에 항의하고 노조를 만들려다 해고된 노동자를 불법으로 감시하고 심문했다.지난해 AI윤리팀 공동리더 팀닛 게브루가 해고 과정에서 부당함을 겪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반발은 커졌다. 게브루가 “구글이 활용하는 AI 기술이 성적·인종적으로 편향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썼는데, 한 상사가 이 논문을 철회하거나 저자 목록에서 이름을 빼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조위원장을 맡은 파룰 카울은 NYT에 “우리가 구글을 만들었지만 이건 일하고 싶은 회사가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하고, “2004년 구글 상장 당시 모토는 ‘악이 되자 말자’(Don’t be evil)였다. 우리는 그때의 모토대로 살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조합원 급여의 1%를 회비로 거둬 각종 행사나 파업 시 임금 및 법적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NLRB로부터 비준을 받지 않아 임금이나 근무 여건 관련 단체교섭에는 나서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법대의 비나 두발 교수는 “노조의 영향력은 구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며 “다른 테크기업 노동자에게도 노조가 ‘가능한 일’임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코넬대 루이스 하이만 교수는 “노조는 작지만 큰 변화를 보여 주는 시그널”이라면서도 “전체 직원 26만명 중 225명만 합류했다“며 노조 역할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광주시 요양시설 전담제 시행...방역수칙과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

    광주지역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해당 시설에 대해 방역수칙 준수 여부 등을 일일이 체크하는 ‘전담제’가 실시된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와 5개 자치구 감염병 관리팀이 관내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노인 주간보호시설 등 268곳에 대해 전담제를 통해 시설별 방역 수칙을 매일 점검한다.이들 시설 종사자와 이용자는 2만8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그간 각 과별로 담당자를 지정,관리하면서 방역체계상 혼란이 야기됐다”며 “앞으로는 감염병 관리팀 공무원이 1대1 방식으로 각 장애인·노인·정신병원 등 모든 취약시설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해당 시설에서 방역 수칙을 위반할 경우 부시장 주재 ‘엄정 처벌위원회’를 통해 고발 등을 검토하고 위반자를 온정주의로 처리할 경우 감사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시는 앞서 요양시설 면회를 전면 금지하고, 종사자의 타시설 방문·사적모임 금지·정기 전수조사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시행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에버그린 요양원에서는 지난달 21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입소자 24명이 감염됐고,이 중 2명이 숨졌다. 효정요양병원에서는 지난 2일 이후 입원 환자 58명이 감염됐다. 최근 2주간 광주의 지역감염 확진자 350여명 중 82명(24%)이 이들 2개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이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을 1대1로 매일 관리하더라도 방역 효과는 의문시된다.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 탓이다.고령과 기저질환 등으로 활동이 불가능한 입원 환자들은 대부분 의료진이나 요양보호사와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바깥 출입이 자유로운 의사·간호사·요양보호사·건물 관리인 등으로부터 전파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상당수 요양 보호사나 간병인은 직접 고용이 아닌 생계형 일당제 등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시시각각 변하는 고도의 방역수칙을 지키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들이 모임 자제 등 철저한 개인 방역의식을 가져야 고위험군에 대한 감염병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솅커 “앞으로 고향 갈 때 연차 휴가 안 써도 되는 시대 올 것”

    솅커 “앞으로 고향 갈 때 연차 휴가 안 써도 되는 시대 올 것”

    원격근무로 어디서든 업무 병행 가능결과물로만 평가… 직장 내 편견 줄어내성적인 사람들 가치 더 인정받을 것 온라인 교육 활용하면 이직에도 도움“당신의 보스(상사)에게 ‘먼 곳에 사는 부모님을 뵈러 가야 해 며칠 연차 쓰겠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옵니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금융예측가인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이코노믹스 회장은 지난 3일 서울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종식돼도 원격 근무 등이 일상에 자리잡아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 등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인류는 결코 ‘2019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솅커가 예상하는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의 자유로운 활용이다. 원격 근무 덕에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씩 들여 힘들게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진다. 덕분에 회사 동료와의 불필요한 상호작용은 줄고, 가족이나 멀리 사는 지인과의 소통은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원격 근무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덜 구애받고 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외지에 사는 자녀들이 은퇴 부모의 집에서 몇 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업무를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격 근무가 대세로 자리잡으면 직장 안에서 마주해야 했던 편견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예컨대 내성적인 사람은 과거보다 가치를 더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솅커는 “젠더(성) 때문에 차별당하거나 외향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능력마저 인정받지 못하던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며 “직장 상사나 동료들은 내가 어떻게 (업무 성과를 포장해) 말하는지 보고 평가하는 대신 이메일을 통한 결과물로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격 근무 활성화는 집을 선택하는 기준도 바꾼다. 직주근접(직장과 집이 가까운 것)을 선호하던 사람들이 비싸고 답답한 도심 주거지보다 큰 집이나 앞마당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작은 도시나 교외 지역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외곽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솅커는 “미국에서는 이미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가 30%나 떨어진 반면 텍사스 오스틴 같은 외곽 지역의 집값은 15~30% 올랐다”며 “지난해부터 미국 전 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향후 몇 년 동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솅커는 “미래 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잘 배우고 받아들이는 게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며 “온라인 교육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배울 기회를 주는데 이를 통해 일하면서도 새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초중고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뒤 직장을 얻으면 이후에는 특별히 교육받지 않는 전통적 시스템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솅커의 생각이다. 솅커는 직업을 찾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데이터 과학, 경제학 그리고 통계학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데이터나 정보통신기술(ICT), 헬스케어(건강관리) 영역의 장래가 밝다고 전망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연구개발의 계획 관리업무)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솅커는 “업무나 사람 간 관계가 원격화할수록 모든 과정이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조율해 주는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며 “이는 상품관리나 프로그램 관리, 일반 프로젝트 관리 등 어느 분야에서든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소녀들 협박해 찍은 성착취물… 年 5000억원 챙긴 포르노 재벌

    소녀들 협박해 찍은 성착취물… 年 5000억원 챙긴 포르노 재벌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로 다시금 주목받은 세계 최대 불법 영상 사이트 ‘폰허브’(Pornhub)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불법 성착취 영상의 심각한 유통 실태를 조명한 보도 이후 폰허브는 일부 영상을 삭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이번엔 피해 여성 40명이 폰허브의 모회사 마인드기크(Mindgeek)를 상대로 4000만 달러(약 441억원)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다. 성착취 영상을 통해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다. 서울신문은 마인드기크 고소장을 직접 분석해 어떤 혐의인지 살펴봤다. ●구글·아마존 등 이어 방문자 8번째로 많아 2007년 개설된 폰허브는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인기 있는 포르노그래피 사이트다. 웹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2019년 폰허브 전체 방문 횟수는 약 420억회, 하루 평균 1억 1500만회에 달했다. 2019년 미국에선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 이어 여덟 번째로 많이 방문한 웹사이트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인증받지 않고도 영상을 올릴 수 있고, 다운로드도 자유로워 연간 1000만개 이상이 유통됐다. 한국 이용자 수도 적지 않다. 불법 사이트라 직접 접속은 불가능하지만, 우회 통로로 이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n번방’ 사건이 알려졌을 때도 피해자들의 영상이 폰허브에서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였다. 앞서 NYT는 실제 피해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불법 성착취 영상이 폰허브에서 얼마나 규제 없이 유통되는지 짚었다. 누구나 쉽게 영상을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플랫폼 내 자체 모니터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탓에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은 전 세계를 떠돌았다. 실태가 알려지자 비자와 마스터 등 대형 카드사는 부랴부랴 폰허브 내 결제 서비스를 영구 중단한다고 밝혔고, 폰허브는 “유해 콘텐츠 확산을 막겠다”며 전체의 75%에 달하는 비인증 영상을 삭제했다. 문제는 폰허브 사이트 한 곳만 바뀌는 걸로는 들불처럼 번지는 온라인상 피해를 막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폰허브 모회사 마인드기크는 현재 100개 이상의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포르노 사업을 전 세계적으로 독점하는 셈이다. 지난달 15일 여성 40명이 마인드기크를 상대로 인당 최소 1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영상 안 찍으면 집에 못 간다” 협박 이들의 소송을 상세히 살펴보기 전에 걸스두폰(Girls Do Porn)이라는 업체부터 알아야 한다. 걸스두폰은 200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마이클 프랫과 매슈 울프, 안드레 가르시아 등이 운영한 일종의 성매매 기업이다. 이들은 ‘아마추어 옆집 소녀’를 콘셉트로 내세우며 “18~22세의 소녀들이 처음으로 이 비디오에서 성관계를 한다”는 식으로 수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영상을 찍었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변호인단은 43쪽에 달하는 고소장을 통해 이들의 범죄가 얼마나 조직적이고 악랄하게 이뤄졌는지 나열하고 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걸스두폰은 온라인에서 단순 모델 광고인 것처럼 해 수백 명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모집했다. 포르노라는 걸 안 뒤 여성들이 주저하면 온라인에 영상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북미가 아닌 호주나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 판매되는 개인 소장용 DVD 영상이라고 꼬드겼는데, 프랫과 울프가 뉴질랜드 악센트가 있어 피해자들은 이 말에 속아 넘어갔다. 심지어 이들은 돈을 주고 가짜 모델까지 고용해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등 치밀하게 범행했다. 영상 유출을 우려하면 가짜 모델이 자신의 경험인 척 온라인에는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고 답변하게 한 것이다. 계약서를 쓸 때는 강요와 협박이 이어졌다. 촬영 현장에서 계약서를 주고 다 읽어 보기도 전에 서명하라고 했고, 촬영 중 여성이 특정 성행위를 거부하면 돈을 주지 않거나 집에 보내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압박했다. 긴장을 풀어 준다는 명목으로 미성년자에게도 술이나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2009년부터 10년간 이들이 이 같은 범행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1700만 달러(약 184억원) 이상이다.이들의 범죄는 이미 법원에서도 일부 판결이 났다. 2016년부터 피해 여성들을 중심으로 소송이 시작됐고, 2019년 10월 프랫과 울프, 가르시아 3명은 강제, 사기 및 강압에 의한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으로 형사 기소됐다. 울프와 가르시아는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고, 프랫은 멕시코로 탈출해 지명 수배 명단에 올랐다. 샌디에이고 고등법원은 지난해 1월 울프 등이 피해 여성 22명에게 13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민사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폰허브 폐쇄 청원에 210만명 동참 변호인단은 이런 피해 사실과 함께 어떻게 마인드기크가 걸스두폰의 범죄를 묵인하고, 나아가 이를 이용했는지 상세히 적었다. 마인드기크는 2011년부터 걸스두폰과 계약을 맺고 판매, 마케팅, 영상 유통 등을 관리했다. 그런데 고소장에 따르면 마인드기크는 이르면 2009년, 늦어도 2016년부터 걸스두폰이 사기, 강요, 협박 등을 통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한 걸 알고 있었다. 변호인단은 “걸스두폰의 피해자들은 마인드기크에 사기 등에 관한 상세한 불만 사항을 보내 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면서 마인드기크가 걸스두폰의 혐의를 알고 있었지만 영상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이를 수익 창출에 썼다고 주장했다. 마인드기크는 2019년 10월 걸스두폰 관계자들이 체포돼 법정으로 넘겨지자 그제야 영상을 삭제했다. 피해자들은 마인드기크의 조치가 너무 늦다며 “영상 삭제 시점에 걸스두폰은 이미 없는 회사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성착취 영상 산업의 독재자 격인 거대 회사가 이 같은 불법 영상 유통을 방관하고 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익은 2015년 한 해에만 4억 6000만 달러(약 4976억원)가 넘는다. 특히 마인드기크를 대상으로 이 같은 대규모 소송을 하는 건 처음이라 바이스 등은 “앞으로 불법 영상 유통 과정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하며 성산업 전반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간 음란물 산업은 여성의 ‘동의’하에 촬영됐다는 명목으로 거의 처벌되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연방 당국은 10년 이상 음란물 제작자에 대해 심각한 기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2008년 폴 F 리틀이 수차례의 성착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징역 3년 10개월에 불과했다. 온라인 권익 단체인 사이버 시민권 이니셔티브의 회장인 매리 앤 프랭크 마이애미대 교수는 “음란물 업계의 많은 여성이 그동안 유사한 강압과 불만을 얘기했지만, 누구도 여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포르노 관련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하기도 한 그는 걸스두폰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법원 판결에 대해 “(영상 촬영 과정에선) 엄청나게 많은 사기와 강압이 벌어진다”며 “앞으로 수사기관 등에서 이런 사례에 대해 조사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시민단체 등에서도 마인드기크와 폰허브 사이트 폐쇄를 놓고 계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 성착취 반대 단체인 트래피킹허브가 대표적이다. “폰허브를 폐쇄하고 운영자들에게 인신매매 방조 책임을 묻자”는 국제 청원에 올해 1월 기준 21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한국 여성들 역시 다수 참여했다. 트래피킹허브 설립자인 라일라 미켈웨이트는 “이윤을 위해 강간, 학대, 인신매매당하는 데서 개인을 보호하는 건 ‘검열’이 아닌 필수적인 인권 보호”라며 “폰허브가 문을 닫을 때까지 입을 닫지 않겠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소녀들 협박해 찍은 성착취물… 年 5000억원 챙긴 포르노 재벌

    소녀들 협박해 찍은 성착취물… 年 5000억원 챙긴 포르노 재벌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로 다시금 주목받은 세계 최대 불법 영상 사이트 ‘폰허브’(Pornhub)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불법 성착취 영상의 심각한 유통 실태를 조명한 보도 이후 폰허브는 일부 영상을 삭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이번엔 피해 여성 40명이 폰허브의 모회사 마인드기크(Mindgeek)를 상대로 4000만 달러(약 441억원)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다. 성착취 영상을 통해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다. 서울신문은 마인드기크 고소장을 직접 분석해 어떤 혐의인지 살펴봤다.●구글·아마존 등 이어 방문자 8번째로 많아 2007년 개설된 폰허브는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인기 있는 포르노그래피 사이트다. 웹 분석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2019년 폰허브 전체 방문 횟수는 약 420억회, 하루 평균 1억 1500만회에 달했다. 2019년 미국에선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 이어 여덟 번째로 많이 방문한 웹사이트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인증받지 않고도 영상을 올릴 수 있고, 다운로드도 자유로워 연간 1000만개 이상이 유통됐다. 한국 이용자 수도 적지 않다. 불법 사이트라 직접 접속은 불가능하지만, 우회 통로로 이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n번방’ 사건이 알려졌을 때도 피해자들의 영상이 폰허브에서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였다. 앞서 NYT는 실제 피해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불법 성착취 영상이 폰허브에서 얼마나 규제 없이 유통되는지 짚었다. 누구나 쉽게 영상을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플랫폼 내 자체 모니터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탓에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은 전 세계를 떠돌았다. 실태가 알려지자 비자와 마스터 등 대형 카드사는 부랴부랴 폰허브 내 결제 서비스를 영구 중단한다고 밝혔고, 폰허브는 “유해 콘텐츠 확산을 막겠다”며 전체의 75%에 달하는 비인증 영상을 삭제했다. 문제는 폰허브 사이트 한 곳만 바뀌는 걸로는 들불처럼 번지는 온라인상 피해를 막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폰허브 모회사 마인드기크는 현재 100개 이상의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포르노 사업을 전 세계적으로 독점하는 셈이다. 지난달 15일 여성 40명이 마인드기크를 상대로 인당 최소 1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영상 안 찍으면 집에 못 간다” 협박 이들의 소송을 상세히 살펴보기 전에 걸스두폰(Girls Do Porn)이라는 업체부터 알아야 한다. 걸스두폰은 200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마이클 프랫과 매슈 울프, 안드레 가르시아 등이 운영한 일종의 성매매 기업이다. 이들은 ‘아마추어 옆집 소녀’를 콘셉트로 내세우며 “18~22세의 소녀들이 처음으로 이 비디오에서 성관계를 한다”는 식으로 수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영상을 찍었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변호인단은 43쪽에 달하는 고소장을 통해 이들의 범죄가 얼마나 조직적이고 악랄하게 이뤄졌는지 나열하고 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걸스두폰은 온라인에서 단순 모델 광고인 것처럼 해 수백 명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모집했다. 포르노라는 걸 안 뒤 여성들이 주저하면 온라인에 영상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북미가 아닌 호주나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 판매되는 개인 소장용 DVD 영상이라고 꼬드겼는데, 프랫과 울프가 뉴질랜드 악센트가 있어 피해자들은 이 말에 속아 넘어갔다. 심지어 이들은 돈을 주고 가짜 모델까지 고용해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등 치밀하게 범행했다. 영상 유출을 우려하면 가짜 모델이 자신의 경험인 척 온라인에는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고 답변하게 한 것이다. 계약서를 쓸 때는 강요와 협박이 이어졌다. 촬영 현장에서 계약서를 주고 다 읽어 보기도 전에 서명하라고 했고, 촬영 중 여성이 특정 성행위를 거부하면 돈을 주지 않거나 집에 보내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압박했다. 긴장을 풀어 준다는 명목으로 미성년자에게도 술이나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2009년부터 10년간 이들이 이 같은 범행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1700만 달러(약 184억원) 이상이다. 이들의 범죄는 이미 법원에서도 일부 판결이 났다. 2016년부터 피해 여성들을 중심으로 소송이 시작됐고, 2019년 10월 프랫과 울프, 가르시아 3명은 강제, 사기 및 강압에 의한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으로 형사 기소됐다. 울프와 가르시아는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고, 프랫은 멕시코로 탈출해 지명 수배 명단에 올랐다. 샌디에이고 고등법원은 지난해 1월 울프 등이 피해 여성 22명에게 13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민사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폰허브 폐쇄 청원에 210만명 동참 변호인단은 이런 피해 사실과 함께 어떻게 마인드기크가 걸스두폰의 범죄를 묵인하고, 나아가 이를 이용했는지 상세히 적었다. 마인드기크는 2011년부터 걸스두폰과 계약을 맺고 판매, 마케팅, 영상 유통 등을 관리했다. 그런데 고소장에 따르면 마인드기크는 이르면 2009년, 늦어도 2016년부터 걸스두폰이 사기, 강요, 협박 등을 통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한 걸 알고 있었다. 변호인단은 “걸스두폰의 피해자들은 마인드기크에 사기 등에 관한 상세한 불만 사항을 보내 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면서 마인드기크가 걸스두폰의 혐의를 알고 있었지만 영상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이를 수익 창출에 썼다고 주장했다. 마인드기크는 2019년 10월 걸스두폰 관계자들이 체포돼 법정으로 넘겨지자 그제야 영상을 삭제했다. 피해자들은 마인드기크의 조치가 너무 늦다며 “영상 삭제 시점에 걸스두폰은 이미 없는 회사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성착취 영상 산업의 독재자 격인 거대 회사가 이 같은 불법 영상 유통을 방관하고 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익은 2015년 한 해에만 4억 6000만 달러(약 4976억원)가 넘는다. 특히 마인드기크를 대상으로 이 같은 대규모 소송을 하는 건 처음이라 바이스 등은 “앞으로 불법 영상 유통 과정이 바뀔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하며 성산업 전반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간 음란물 산업은 여성의 ‘동의’하에 촬영됐다는 명목으로 거의 처벌되지 않았다. NYT에 따르면 연방 당국은 10년 이상 음란물 제작자에 대해 심각한 기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2008년 폴 F 리틀이 수차례의 성착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징역 3년 10개월에 불과했다. 온라인 권익 단체인 사이버 시민권 이니셔티브의 회장인 매리 앤 프랭크 마이애미대 교수는 “음란물 업계의 많은 여성이 그동안 유사한 강압과 불만을 얘기했지만, 누구도 여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포르노 관련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하기도 한 그는 걸스두폰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법원 판결에 대해 “(영상 촬영 과정에선) 엄청나게 많은 사기와 강압이 벌어진다”며 “앞으로 수사기관 등에서 이런 사례에 대해 조사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에서도 마인드기크와 폰허브 사이트 폐쇄를 놓고 계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 성착취 반대 단체인 트래피킹허브가 대표적이다. “폰허브를 폐쇄하고 운영자들에게 인신매매 방조 책임을 묻자”는 국제 청원에 올해 1월 기준 21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한국 여성들 역시 다수 참여했다. 트래피킹허브 설립자인 라일라 미켈웨이트는 “이윤을 위해 강간, 학대, 인신매매당하는 데서 개인을 보호하는 건 ‘검열’이 아닌 필수적인 인권 보호”라며 “폰허브가 문을 닫을 때까지 입을 닫지 않겠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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