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학교의 주인은 누구?/전상진 서강대 사회학 교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매우 낯익은 전선(戰線)이 재차 등장했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전선이 이념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이들은 개정 사학법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을 좌경세력으로 만들기 위한 ‘좌파’적 정책이며 따라서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세력이 그 배후에 있음을 확신한다. 개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기득권 수호와 개혁의 차이를 대립의 원인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개정안이 사학재단의 전횡과 비리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라고 강변한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개정안 반대자들이 제시하는 주장들이 다수의 논리적 비약과 과장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언제나 때가 되면, 특히 선거를 앞두고 나타나는 ‘국가 정체성’ 문제랄지,‘좌파’ 낙인, 아니면 학생들을 좌경세력으로 키운다는 우려 등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서 이와 같은 철지난 엄살과 협박을 제거하면 한국 학교제도 전체를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 남는다. 사학재단은 사유재산인가? 대체 누가 사립학교의 주인인가?
개정안 비판자들은 물론 학교가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개정안의 핵심사안인 개방형이사제가 사유 재산권을 비롯한 ‘경영 자율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소수의 사학들이 비리를 저지르는데 모든 사학의 권한을 통제하려는 것은, 악의적 소수 때문에 선의의 다수가 피해를 입는 정당하지 못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 주장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사유재산의 가장 명확한 형태인 일반 사기업에도 사외이사가 있다. 물론 사외이사가 모든 사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장치는 사유재산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어느 정도 공공성을 갖는 한 통제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또한 선의의 피해자라는 주장 역시 궁색하다. 개방형이사가 언제나 사립학교의 ‘경영’을 방해하는 존재일까?
그렇다고 개정안 찬성자들의 주장이 모두 올바른 것은 아니다. 특히 ‘학교의 주인이 학생과 교사이기 때문에 개인이 학교 운영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 주장의 근거는 두 가지다. 먼저, 개인이 금쪽같은 재산을 출연하여 사학을 설립하더라도, 일단 설립된 사학재단은 사유재산이 아니라 비영리의 공익법인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무리 사학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교육과 관련된 이상 그것은 강한 공공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위의 주장이 타당하더라도, 이로써 학교의 주인 문제가 완전히 규명되는 것은 아니다. 대체 왜 개인이 학교재단을 설립하는가? 학교 설립 의도는 재산 증식이나 보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설립 주체의 고유한 교육적인 목표와 신념의 실현이어야만 한다. 물론 설립자의 독특한 교육목표는, 헌법적인 권리와 의무와 충돌하지 않는 한에서만 보장된다.
학생과 교사는 사립학교를 선택할 권한이 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학생과 교사는 사립학교의 주인이 될 수 없다. 학교의 목표에 찬성하지 않는 학생과 교사는 그 학교를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 이에 비해 재단 설립자는 교육적 목표 자체를 선택할 권한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그가 학교의 주인이다. 학교의 주인이라는 권세는 교육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권리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운영권에 있는 것이지 재산권에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대부분의 사학재단은 사학의 교육적 목표를 ‘평준화’하려는 권위적인 국가권력에 맞서서 싸우지 않았다. 어떤 재단들은 교육권을 양도하는 대신에, 재산(보존과 증식)권은 수호했다. 오늘 국가권력에 대항하여, 신입생을 거부하고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담대한 재단 책임자를 보면서 씁쓸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혹시 그들의 주인의식은 학교의 교육권이 아니라 재산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가.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