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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꼬마는 자라서 멋진 연기자가 되었답니다

    그 꼬마는 자라서 멋진 연기자가 되었답니다

    ‘잘 키운 아역, 열 스타 안부럽다.’ 최근 연예계에 아역 출신 스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과거 이들은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배우로서 당당히 인정받으면서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보고 싶다’ 유승호 ‘국민 손자’ 별명 탈출 아역 스타들의 활약은 올해 대중문화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상반기 인기 드라마 MBC ‘해를 품은 달’에서 남녀 주인공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여진구와 김유정은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고 ‘보고 싶다’의 김소현도 ‘리틀 손예진’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스크린에서는 아역 스타 김새론이 영화 ‘이웃 사람’과 ‘바비’에 연달아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하반기에는 아역 스타 출신 배우들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연예계의 ‘젊은 피’로 각광받고 있다. 요즘 가장 뜨는 아역 출신 스타는 유승호(19)다. 아홉살의 나이에 영화 ‘집으로’의 주인공을 맡아 아역 배우로서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아역 출신의 어려움은 유승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슬픈연가’, ‘왕과나’ 등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도맡았던 유승호는 2007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의 아역을 맡아 부쩍 자란 키와 성숙해진 외모로 눈길을 끌었으나 성인 배우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 잘 자란 아역 스타로서 ‘리틀 소지섭’, ‘국민 남동생’이라는 별명을 얻기 시작한 유승호는 MBC ‘선덕여왕’에서 김춘추 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홀로 서기에 나섰다. KBS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또래 연기를 선보인 데 이어 MBC 주말극 ’욕망의 불꽃‘에서는 서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멜로 연기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그의 앳된 외모와 무거운 드라마의 분위기는 잘 어울리지 않았고 지난해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에서 처음 악역에 도전했으나 역시 큰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유승호는 올해 성인 연기자로서 승부수를 띄웠다. 판타지 사극 MBC ‘아랑 사또전’에 출연해 다소 저조한 시청률로 타격을 입는 듯했지만 후속 드라마인 MBC 수목극 ‘보고 싶다’에 연달아 출연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마침내 그는 이 드라마에서 강형준 역을 맡아 ‘달달한’ 멜로물과 냉정한 복수극을 오가며 강렬한 눈빛 연기를 선보였고 작품을 수목극 정상에 올려놓으며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았다. ●‘청담동 앨리스’ 문근영 ‘국민여동생’ 굴레 벗어 대표적인 아역 출신 스타 문근영(25)도 요즘 브라운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KBS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얼굴을 알린 문근영은 큰 눈망울에 귀엽고 순수한 외모로 일약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랐으나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01년 드라마 명성황후의 아역을 맡았던 그는 영화 ‘장화, 홍련’, ‘어린 신부’, ‘댄서의 순정’ 등에 출연하면서 스크린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아역 출신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이후 문근영은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며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2008년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남장 여자를 연기한 문근영은 2010년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차갑고 어두운 은조 역을 통해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드러내며 여주인공으로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지난 1일 처음 방송된 주말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갖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21세기형 캔디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한편 KBS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곽정욱도 SBS 드라마 ‘야인시대’(2002)의 김두한 아역 출신이다. 스크린에서도 아역 출신 배우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을 맡으며 ‘리틀 유지태’로 불리던 배우 유연석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를 휩쓴 멜로영화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에 연이어 캐스팅되며 충무로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던 충무로도 아역 출신 스타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늑대소년’의 박보영과 ‘돈 크라이 마미’의 남보라는 아역 이미지를 벗고 주연 여배우로서 제 몫을 해냈고, 13세에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던 박신혜도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이어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여배우로서 충무로에 도전장을 낸다. 아역 출신으로 올해 ‘해를 품은 달’로 스타 반열에 오른 김수현은 내년에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여진구도 영화 ‘화이’의 주연을 꿰차고 내년에는 영화배우로 첫발을 내딛는다. ●과감한 변신으로 ‘배우 성인식’ 도전 이처럼 안방극장에서 아역 출신 스타들이 각광받는 것은 요즘 아역 배우들은 외모나 내면이 과거에 비해 성숙해진 데다 소년과 성인의 중간으로 풋풋한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문화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영섭 SBS 드라마국장은 “요즘 아역 배우들은 다양한 영상 문화 콘텐츠의 영향으로 생각은 물론 외모도 조숙하기 때문에 10대에서 중장년층 시청자까지 폭넓은 팬덤을 만들 수 있다.”면서 “아역 출신 배우는 연기력이 보증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갈 때 색다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면 실패할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아역 배우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대중문화계에서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늘어나고 아역 스타들을 발굴하려는 매니지먼트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유명 기획사의 한 매니저는 “요즘 충무로에 10대 중심의 시나리오가 많아지고 있고 무조건 나이 어린 배우를 원한다기보다 새롭고 신선한 얼굴을 원하는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아역 스타들이 각광을 받는 것 같다.”면서 “아역 배우들은 활동량이 많지 않아 받을 수 있는 출연료에 한계가 있고 학업 등의 장애물이 있지만 최근 모든 드라마의 아역 분량이 많아지고 아역 배우에 대한 고정 관념이 없어져 신인 배우의 발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아역 출신 스타 장근석처럼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가수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여지가 많아지는 장점도 있다. 아역 스타 김새론의 소속사인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는 “예전에는 아역 배우들에 대해 너무 어린 나이에 혹사당한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최근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 달라지면서 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배우들의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현재 초등학생을 포함한 20여명의 10대 연습생들에게 춤과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데 장르에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가수나 배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철가방 우수씨’ 최수종 “악역은 사절, 이유는…”

    ‘철가방 우수씨’ 최수종 “악역은 사절, 이유는…”

    대한민국 대표배우, ‘사극의 왕’ 등으로 불리는 배우 최수종이 18년 만에 브라운관을 떠나 스크린으로 복귀했다. 벼르고 벼른 영화 복귀일테니 어여쁜(?)외모를 뽐내거나 꽃중년의 카리스마를 내세울 줄 알았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의 선택은 1년 전 세상을 떠난 기부천사 김우수씨의 삶을 다룬 ‘철가방 우수씨’였다. 이 영화는 고아로 자란 뒤 외롭고 힘들게 살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활동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김우수 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골든타임’에서도 잠시 소개돼 많은 사람들에게서 회자되기도 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우수 씨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자신의 연기재능을 기부한 최수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극적인 연출은 20%도 채 되지 않아…있는 그대로를 보여줬다.” 실존인물을 소재로 했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보니, 관객입장에서는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다소 고민되는 순간이 있다. 어디까지가 김우수 씨의 진짜 삶이냐고 묻자 최수종은 “극적인 연출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영화의 사실이 아닌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20% 정도뿐이다. 고시원 사람들과의 만남과 부모를 찾아 내려가는 부분이다. 감독과 상의해 최대한 자연스러운 일상을 그리고자 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누가 이 영화를 보고 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최수종은 영화를 찍는 내내 우리가 알고 있는 김우수 씨가 아닌, 그 이전의 모습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단순히 영화에 등장하는 순간만이 아니라 실제로 김우수 씨가 되기 위해서는 그를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두 살 때 버려진 뒤 혼자 고아로 살면서 아무도 없을 때 서울역에서 앵벌이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앵벌이 두목까지 했다더라. 세상에 대한 한도 많고 ‘내겐 아무도 없구나.’ 라는 마음으로 살았다고 하더라. 결국에는 이런 분노와 아픔이 석유를 제 몸에 들이붓는 방화범으로 만들기도 했다. 세상과 등지고 아파하고 힘들어했을 그가,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들다.’라고 생각했던 그가 책자 하나와 기부로 달라졌다. 힘든 인생 속에서 또 다른 인생과 자신을 찾고 생활을 변화시키는 그의 모습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찍었다지만, 관객들은 눈물 참기가 여간 힘들지 않을 듯하다. 오랜 봉사활동과 평소 나눔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최수종의 진짜 모습이 김우수라는 인물을 통해 고스란히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브라운관에서는 나쁜 역할 못할 듯” 애초 최수종과 김우수 씨는 닮은 점이 많다. 특히 가진 것의 양을 떠나, 가진 것을 나눠주려는 마음과 이를 실천하는 모습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그만큼 평소 기부와 선행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인 최수종에게 악역은 어울리지 않는게 사실이지만, 그 스스로도 브라운관에서는 악역을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이들도 있고 종교도 있다보니 나쁜 역할을 솔직히 못할 것 같다. 영화와 달리 TV 드라마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착한 역할은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나쁜 역할은 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정치적인 드라마를 한번 해보고 싶다. ‘프레지던트’라는 드라마 작업 당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다만 그 역시 배우로서,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에서라면 악역을 포함해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김우수 씨의 삶을 바꾼 한 마디 ‘감사합니다.’, 내게도 힘이 됐다.” 김우수 씨는 교도소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학생의 사연을 처음 접한 뒤 기부를 시작한다. 그의 도움을 받은 학생은 감사의 편지를 보냈고, 말미에 적힌 “감사합니다.”라는 글귀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최수종 역시 이 영화를 찍은 뒤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 평소 아내 하희라와 바르고 긍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여기에 ‘감사합니다.’가 추가됐다. “하희라씨는 예나 지금이나 내가 일이 끝나면 ‘고생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준다. 지금은 여기에 ‘감사합니다.’가 추가됐다. 요즘에는 눈 뜨자마자 깨워줘서, 일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기도하는 것이 일과가 됐다. 감사하다는 생각 하나가 생활을 바꾼 것이다.” 여전히 영화이자 현실 속 김우수 씨의 삶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한 최수종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저 감동에 젖어 눈물을 흘리기 보다는 ‘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볼까.’하는 마음이 든다면 좋겠다. 낮은 곳에 있는 작은 사람이 사회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사진·영상=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고졸 공무원의 천기누설] (4) 출입국관리직 9급 합격 김거중씨

    [고졸 공무원의 천기누설] (4) 출입국관리직 9급 합격 김거중씨

    “기업에서는 고졸 공채와 대졸 공채를 따로 뽑는데, 유리천장이 있어요. 사원식당에서 대졸 관리자와 고졸 생산직은 겸상을 안 해요. 공무원 시험은 나이도 보지 않고, 정확하게 자기가 공부한 것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생각해서 응시하게 됐습니다.” 김거중(25)씨는 올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출입국관리직에 합격해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에서 연수를 마쳤다. 내년 1월 2일 시보 발령을 받게 된다. 전남 순천 효천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모대학 법학과에 1년 정도 다니다 군복무를 마쳤다. 대학을 계속 다녀도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자퇴하고 낮에 배관공 일을 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수험기간은 모두 1년 반 정도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씨를 만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비법을 들어보았다. “회사에 다니면서 공부할 때는 오후 5시쯤 집에 들어오면 7시까지 씻고 저녁을 먹고 나서 매일 밤 11시까지 하루에 한 과목씩 공부했습니다. 9급 공무원 시험은 다섯 과목을 보니까요. 토요일에는 아침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집이나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했고, 일요일에는 쉬었습니다.” 김씨는 필수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와 출입국관리직 선택과목인 행정법과 국제법 다섯 과목의 시험을 치렀다. 그는 다섯 과목 가운데 영어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영어는 7~9급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대다수가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영어는 1년 반 동안 공부하면서 점수가 5점 올랐어요. 행정법과 국제법은 70~80점 올랐는데. 영어를 20년 가까이 배웠는데도 어려웠습니다. 출제위원들이 좀 치사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부러 틀리라고 내는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풍토병’이란 단어는 한국어로도 모르는데 영어 시험에 나왔어요.” 행정법과 국제법은 아예 모르니까 어렵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고 한다. 오히려 몰랐던 만큼 책을 보면 성적이 쑥쑥 올랐다. 대학을 1년 정도 다니긴 했지만, 거의 수업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일했던 것이 많이 도움됐다고 김씨는 털어놓았다. 밤에 전깃불이 있고 따뜻한 데서 일하니까 일과가 끝나면 영어 단어를 조금이라도 볼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영어 공략법에 대해서는 “포기는 빠를수록 좋아요. 절대로 맞힐 수 없는 문제가 2~3개 있는데 영어는 만점이 85점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과목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나아요.”라고 조언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내신 성적이 398명 가운데 380등 정도로 좋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좋은 대학을 못 갔기 때문에 ‘그냥 대학 다니지….’란 말을 들을 때마다 학벌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텐더, 술집 매니저, 배관공, 일용직 근로자, 에어컨 설치 보조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으면서 ‘평등한 기회’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학벌을 제외하고 정당하게 평가받는 건 공무원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경기 부천에서 친구와 자취하면서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 시험 대비 학원에서 넉 달 동안 수업을 들었다. 노량진 학원에 다닐 때는 수험생활에 찌든 사람들을 보는 게 오히려 힘들었다고 김씨는 이야기했다. 그리고 노량진의 컵밥이 맛있게 느껴지고 노량진 생활이 익숙해지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컵밥은 노량진 학원가의 명물 음식으로, 바쁘고 돈 없는 수험생을 위해 밥과 반찬을 컵에 섞어 싸게 판다. “노량진 학원가는 ‘노량도’라는 섬으로 불리기도 해요. 합격배를 타고 나가야 합니다. 노량진은 물가가 싸기 때문에 공부하는 게 재밌고 편하다고 주저앉으면 안 돼요.” 김씨가 국어와 한국사를 공부한 과정은 재미있지만 눈여겨볼 만하다. 일상 생활과 공무원 시험 공부를 접목시켰다. 국어 공부는 노래방을 자주 가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9급 시험의 국어 과목에는 생활 국어가 꼭 나오는데 이번에는 국어사전의 배열 순서가 출제됐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리모컨이 아니라 책으로 찾은 덕을 톡톡히 봤단다. 한국사는 사극의 열혈팬인 어머니와의 대화가 큰 밑천이 됐다. 김씨의 어머니가 역사드라마를 볼 때마다 악당들 욕을 했는데, 실제로 아자개란 악역이 문제로 나와 도움이 됐단다. 하지만 사극은 시간 날 때나 봐야지 공부는 하지 않고 드라마만 보면 안 된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면접은 하나의 잘 짜인 연극과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면접 준비팀을 직접 조직해 실제 면접처럼 준비했는데, 같은 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합격했다고 한다. “출근카드를 찍는 줄이 밀렸는데 출근 시간은 2분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하겠는가?”란 질문에 “최대한 빨리 출근카드를 찍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더니 일찍 출근할 생각은 없느냐는 반박 질문이 면접관으로부터 날아왔다. “꼭 일등으로 출근하겠다.”란 패기와 재치가 넘치는 김씨의 대답에 결국 면접관도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법무연수원의 교육 과정도 그에게 큰 자극이 됐다. “보통 공무원이라고 하면 철밥통, 복지부동, 무사안일을 이야기하는데 절대 아니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더 노력하면 더 쓰임이 많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외국어 능력이 되면 해외 영사로도 파견 나갈 수 있고, 출입국관리직 공무원이 성실하게 일하면 오원춘 사건과 같은 외국인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부모님은 김씨에게 대학을 다시 가라고 했지만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빠른 길이 있다.’며 오히려 그가 부모님을 설득했다. 돈이 없어 책을 못 사볼 때 적금을 깨서 도와준 친구 백수민씨도 고마운 존재다. 내년부터 고등학교 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도입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기존 수험생은 지옥문이 열린다고 걱정한다. 김씨는 시험에 일찍 합격해서 손해 보는 기분은 없느냐는 질문에 “군대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며 씩 미소 지었다. “고졸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서 남들보다 빨리 출발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인생은 곱셈으로 자신이 ‘0’이 아니라 ‘1이나 2’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조언을 남긴 김씨는 발령받기 전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무료 과외를 할 계획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영화프리뷰] 음치클리닉

    [영화프리뷰] 음치클리닉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노래로 은근슬쩍 마음을 표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차마 못 들어줄 정도의 음치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음치클리닉’은 사상 최악의 음치녀 나동주(박하선)와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나선 스타 강사 신홍(윤상현)의 좌충우돌 음치 치료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사실 음치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개그나 시트콤에 자주 등장한다. 영화 ‘음치클리닉’은 여기에 캐릭터와 스토리를 확장해 영화로 만들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함은 보이지 않는다. 음치에 박치인 여주인공 동주의 코미디에 지나치게 기대, 극을 끌고 가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동주가 갑자기 노래 실력을 쌓으려고 하는 이유는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했던 민수 때문이다. 동주는 10년 만에 민수가 일본에서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보라(임정은)가 운영하는 바를 빌려 동창회를 연다. 오랜만에 민수를 만난 동주의 마음은 한껏 들뜨지만, 민수는 ‘꽃밭에서’로 숨은 노래 실력을 발휘한 보라에게 관심을 보인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동주는 민수에게 잘 보이려고 다른 친구 결혼식에서 축가로 ‘꽃밭에서’를 부르겠다고 공언한다. ‘모태 음치’인 동주는 며칠 남지 않은 결혼식까지 노래 실력을 키우기 위해 동네 음치클리닉에 등록해 강사 신홍에게 노래를 배우기 시작한다. 반값 할인 이벤트에 눈이 멀어 여고생으로 변장해 속성반에 등록한 동주. 아줌마 파마 머리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끌고 다니지만 노래 실력만큼은 뛰어나다는 강사 신홍이 미덥지는 않지만 음치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동주와 신홍의 로맨틱 코미디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음치클리닉’은 거의 동주의 원맨쇼에 가깝다. 사극에서의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전작인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다소 맹한 코미디 연기로 인기를 모았던 박하선은 이번 영화에서도 시트콤의 이미지를 연장해 나간다. 노래를 못하는 음치 연기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지는 액션 연기까지 노력은 평가해 줄 만하나 안타깝게도 그다지 큰 웃음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거기에다 동주와 민수, 보라의 삼각관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정작 남자 주인공 신홍과의 로맨스는 제대로 보여지지 않는다.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록밴드 백두산의 콘서트장에서 신홍이 동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갑작스럽고 어색해 보이는 이유다. ‘내조의 여왕’과 ‘시크릿 가든’을 거치며 코믹 연기 내공과 노래 실력까지 갖춘 윤상현을 그의 영화 데뷔작에서 십분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점을 소재로 한 ‘청담보살’과 지역 감정을 접목시킨 코미디 영화 ‘위험한 상견례’를 만들었던 김진영 감독의 신작이다. 연말연시 모임과 각종 회식 때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음치클리닉을 찾는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소재로 선택한 점은 좋았지만 로맨틱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 사이에서 길을 잃고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쉽다. 29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드라마로 날아서 영화도 쏜다

    드라마로 날아서 영화도 쏜다

    드라마나 영화 한 편도 제대로 성공하기 어려운 요즘, 두 장르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쌍끌이 흥행’에 성공하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드라마의 성공으로 쌓은 폭넓은 인지도를 영화 흥행에 십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올해 연예계에 ‘쌍끌이 효과’를 일으킨 스타들을 살펴봤다. ● 송중기, 한가인, 소지섭, 김수현 ‘쌍끌이 스타’ 누가 뭐래도 올해 가장 성공한 ‘쌍끌이 스타’는 바로 송중기다. KBS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섬세한 감성 연기를 펼치며 주가를 올렸다.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던 시기에 영화 ‘늑대소년’이 개봉하면서 흥행에 탄력을 받았다. 드라마 후반부에서 선보인 순정적인 멜로 연기가 영화에서 대사 한 마디 없지만 순수한 사랑을 하는 늑대소년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 생방송이나 다름없이 진행되는 드라마 촬영 스케줄 때문에 인터뷰 등 영화 홍보 일정에 차질을 빚어 발을 동동 구르던 제작사도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이 영화 흥행으로 이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주로 10~30대에 머물렀던 송중기에 대한 인지도가 드라마를 통해 40~50대로 넓어지면서 중·장년층이 대거 극장에 몰렸고 관객 600만명을 돌파하는 밑거름이 됐다.”면서 “드라마에서의 연기력 호평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만난 송중기는 드라마와 영화의 쌍끌이 흥행에 대해 “드라마의 강한 멜로적인 분위기가 첫사랑을 강조한 영화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영화 흥행에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면서 “‘건축학 개론’을 3~4번이나 볼 정도로 좋아했는데, ‘늑대소년’이 ‘건축학개론’을 넘어 멜로 영화 역대 1위가 돼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회사원’으로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소지섭도 개봉 전 종영한 드라마의 덕을 톡톡히 봤다. MBC 드라마 ‘로드 넘버원’의 실패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그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은 SBS 수사극 ‘유령’에서 호연을 펼쳐 신뢰도를 회복했고 두 달 뒤 개봉한 감성 액션 영화 ‘회사원’에서 원톱 주연으로 자신의 몫을 충실히 했다. 그런가 하면 상반기에는 여배우 한가인이 ‘쌍끌이 흥행’을 주도했다. 결혼 후 뚜렷한 흥행작이 없던 한가인은 오랜만에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안방극장에 복귀해 시청률 40%를 넘기며 왕년의 인기를 회복했다. 그녀는 드라마 종영 한 주 뒤에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8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에서 멜로 영화로는 드물게 관객 410만 명을 동원했다. 드라마와 영화 속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대중의 인지도와 언론의 관심을 높인 것이 영화 흥행의 버팀목이 됐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김수현도 빼놓을 수 없다. 상반기 ‘해를 품은 달’의 주인공 이훤 역으로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인기를 누린 김수현에 대한 관심은 8월 개봉한 영화 ‘도둑들’로 이어졌다. 드라마가 뜨기 전 계약한 탓에 촬영분이 많지 않았지만, 제작진은 그가 나오는 장면을 십분 활용해 홍보에도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결국 10~20대 팬들이 대거 극장으로 몰리면서 연령층의 다양화는 ‘도둑들’이 1300만 관객을 기록하는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현빈이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히트를 치자 배급사를 구하지 못해 난항을 겪던 영화 ‘만추’의 개봉일이 갑자기 잡힌 것이나 문채원이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 출연하던 중에 영화 ‘최종병기 활’이 개봉하면서 흥행을 일군 것도 손꼽히는 사례다. ‘최종병기 활’의 배급을 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드라마 초반 여주인공 문채원이 연기력 논란에 휘말려 영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논란이 사그라지고 두 작품 모두 사극인데다 단아하지만 당찬 이미지의 캐릭터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흥행에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쌍끌이 스타’ 많아진 이유는? 이처럼 드라마와 영화에서 쌍끌이 흥행을 하는 스타들이 많아진 것은 제작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배우들은 활동을 재개할 때 기간이 오래 걸리는 영화 촬영을 먼저 마친 뒤 후반 작업을 하는 동안 드라마 촬영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연예 소속사의 관계자는 “영화의 크랭크 업과 동시에 영화 쪽에서 조금씩 홍보가 흘러나오면 새 드라마도 힘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전 제작 기간을 포함해 5~6개월 드라마를 촬영하고 나면 후반작업이 끝난 영화의 개봉시기와 맞물리면서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영화 홍보에 돌입하게 된다. 물론 드라마가 성공했다고 해서 반드시 영화 흥행과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작과 상반된 이미지이거나 작품성이 뒷받침이 되지 않을 경우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거꾸로 영화 흥행이 드라마 흥행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제한된 관객에게 상영되는 영화보다 2~3달 동안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드라마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쉽기 때문”이라면서 “영화만 하는 배우들의 인지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은 점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영화 ‘완득이’로 530여만명을 동원하며 성공을 거둔 유아인은 드라마 ‘패션왕’에서 처음 주인공 역할을 꿰찼지만 시청률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국민 첫사랑으로 스타덤에 오른 수지도 곧바도 KBS 드라마 ‘빅’에 비중 있는 역할로 캐스팅됐지만 영화와는 상반된 천방지축 이미지로 시청률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때문에 과거에는 TV 드라마로 성공한 뒤 영화 쪽에서만 경력을 쌓는 배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TV 드라마로 대중과 거리감을 좁힌 뒤 영화로 ‘U턴’해 동시 흥행을 노리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로 연가자로서의 명성을 회복한 뒤 영화 ‘베를린’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한석규나 현재 SBS 드라마 ‘대풍수’에 출연 중인 지성이 다음 달 로맨틱 코미디 ‘마이 PS 파트너’로 스크린 흥행을 노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TV 드라마의 흥행은 인지도를 높이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는 되지만 작품성까지 커버할 수는 없다.”면서 “지나치게 스타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흥행의 불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서편제’ 데뷔 20년 오정해

    [김문이 만난사람] ‘서편제’ 데뷔 20년 오정해

    ‘큰 소리꾼이 되어라, 마음의 한을 품어라, 큰 소리꾼이 되어라.’ 20년 전 영화 ‘서편제’는 그렇게 심금을 울렸다. 아버지가 딸을 진정한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눈을 멀게 하는 장면이다. 앞이 안 보이는 딸은 ‘이제는 소리밖에 할 수 없지요.’라고 애절하게 울부짖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국 영화 최초 100만 관객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그야말로 영화의 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판소리와 소리꾼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도 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 그만큼 사회적 이슈였고 눈부신 영상에 녹아든 여주인공 송화의 목소리에 울고 감동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서와 한을 토해내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이 영화는 1993년 상하이영화제 최우수감독상(임권택), 최우수 여우주연상(오정해), 제31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감독상, 제14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남우주연상(김명곤), 제4회 춘사영화예술상 대상·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오정해), 청룡영화제 최다관객상·대상·작품상·촬영상·신인여우상·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오정해(41)씨에게는 요즘 ‘서편제’(아래 사진)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20년 전 미스 춘향 ‘진’으로 뽑히면서 임권택 감독에 의해 ‘서편제’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얼떨결에 출연했지만 영화가 대박을 터뜨릴 줄 몰랐다. 지금 생각해도 울면서 연기를 했던 기억이 선하다고 말한다. 연기 생활 20년을 맞은 그를 만났다. 지난 13일 오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경기 안양의 한 중국집 2층에서 마주 앉았다. 중국집은 ‘퓨전 중식’ 메뉴로 남편이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편을 도와 중식당에 가끔 나왔지만 지금은 바빠서 거의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오씨와는 구면이어서 오랜만이라고 인사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월이 좀 지났는데도 얼굴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자 “저는 숫자를 잘 몰라요, 나이를 세면 뭐해요.”라며 웃는다. 그는 원래 솔직 털털한 성격이다. 책 읽는 것, 조근조근 대화하는 것도 좋아한다. “지난주 토요일 경기 광주에서 ‘오정해의 소리이야기’(부제,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관객들과 편하게 만났습니다. 그때 그랬지요. 지난 세월을 살아오면서 데뷔 20주년이라는 말을 처음 꺼냈습니다. 전화를 주시지 않았으면 그조차도 잊고 살았을지 몰라요(웃음).” 원래부터 숫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나이든 몇 월 며칠 세는 것이 중요한지 모르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얼마 전 결혼 15주년인 것도 잊었었고 생일도 가끔 ‘까먹는’ 경우가 있단다. 정말 그렇게만 지냈을까. 따지고 보면 세월의 무게, 세월의 힘이란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철학박사 학위를 땄고 ‘오정해의 소리이야기’라는 새로운 무대도 시작했다. 또 판소리 다섯 마당과 아리랑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자료수집 등 책자 발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씨와 만나면서 ‘서편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였기 때문이다. 그 영화를 떠올릴 때 가장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서편제는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자기 안에서 찾는 영화의 장면이 달라요. 화면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영상과 음악이 아주 잘 어울리는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가 잘 함축된 음악, 그리고 북을 치는 동호와 회포 푸는 장면 등 제가 불과 22살 때 겪었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는 당시가 더 어른스러웠다며 웃는다. 지금은 아이 낳고 엄마가 되었지만 그때는 뭣도 모르고 자신만만하게 모든 일을 했던 것 같다고 술회한다. 또한 주위에서 많이 이끌어 주었기에 더욱 그랬단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미스 춘향’ 시절로 돌아갔다. 타고난 노래 솜씨를 보이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판소리를 시작했다. 13살 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에서 최연소로 장원을 하면서 명창 김소희(1995년 작고)의 제자가 됐다. 이후 KBS 국악마당에 두 번 출연하면서 한복 연구가 허영(2000년 작고)과 인연을 맺었다. 결국 한복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칭찬에 ‘미스 춘향’ 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서편제’를 찍게 됐다. “어디 대회나 무슨 행사에 나갈 때마다 주위에서 제 손을 꼭 잡아 주셨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되는 엄청난 행운이었죠. 도움을 많이 받았고 따라서 책임감 또한 컸습니다. 소리꾼 오정해로서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어왔다고나 할까요. 또 ‘서편제’라는 명찰이 붙어 있으니 부담이 없어요. 어떤 무대든, 어떤 장소든 그 명찰로 100%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요. 관객들의 기대치도 그런 것 같고요.” 그는 지난 20년 세월을 돌아보면서 아이 낳고 딱 한 달 집에서 쉰 것 외에는 거의 매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것 같다고 회고한다.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라이브 무대를 꾸준히 가졌다. 월요일에 한복을 입으면 이튿날에는 드레스를, 또 그다음 날에는 연극 무대복으로, 일주일 동안 매일 옷을 갈아입으며 관객들과 만났다. 그럴 것이 ‘서편제’ 이후 영화,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학생, 선생으로 살아 왔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는 박사학위까지 땄다며 수줍게 웃는다. 내용을 묻자 대단한 일은 아니라면서 부각시키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래도 연기자 중에는 보기 드믄 철학박사가 아니냐고 거듭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원래 저는 다도(茶道)에 취미가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엄마문화가 없잖아요. 교육문제도 그렇고 아이를 학교에만 맡긴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음식, 예절, 꽃, 그릇, 사물에 대한 관심을 갖다 보니 원광대에 계신 교무님을 알게 되면서 원광대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게 됐고 7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그의 논문 제목은 ‘판소리 심청가의 예술성 연구’이다. ‘심청가’를 모성애적 차원에서 새롭게 풀어 써 관심을 끌었다. 인당수 자체가 곧 ‘모성’이라는 것이다. 그는 논문을 쓰고 나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많은 자료들을 모았지만 논문에 다 풀어내지 못해 좀 더 연구하면서 책으로 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내친김에 심청가에 이어 판소리 다섯 마당까지 접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있다. ‘아리랑’을 연구하겠단다. “외국 사람들이 ‘아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잘 못합니다. 지방마다 다르고 외국 교포사회에서의 아리랑도 다르고 그렇잖아요. 누군가 쉽게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새삼 더 생겼다고나 할까요.” 공부하면서 느꼈던 고충도 털어놓는다. 익산까지 오고 가느라 직접 운전(지프 형식의 SUV 차량)을 하는 것도 그렇고 멀미하는 것, 방송과 무대 출연하는 것, 특강 시간을 쪼개 가며 공부하는 것 등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에 충실하려는 버릇’ 때문에 무사히 공부를 마친 것 같다며 웃는다. “저는 단기 기억상실증처럼 살자는 주의입니다. 오늘에 충실하는 것이지요. 과거는 흘러간 것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미리 불안해할 필요도 없잖아요. 또 어느 순간 일이 많다고 생각하면 그냥 놔 버려요. 오늘 다 움켜쥘 필요가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놔 버렸던 것이 다시 오거든요. 20년 전에는 책임감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놔 버릴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겨울이 되면 길가의 가로수가 나뭇잎조차 내려놓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는 20년 전에 입었던 옷을 지금도 입는다고 했다. 중간에 ‘돼지’처럼 살찌기도 했지만 지금은 당시에 직접 만들었던 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의 집에는 애지중지하는 재봉틀이 있다. 본인의 옷은 물론이고 아들 옷, 조카들 옷까지 손수 만들어 주기도 한다. 시간이 되면 동대문 시장에 가서 원단을 직접 고른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머릿속으로 20년을 다시 정리했다. 소리꾼 오정해는 판소리를 예술적으로 접근하는 일을 시작했고, 또 ‘오정해의 소리이야기’라는 특별한 무대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으며 내년에는 본인이 작사한 노래로 음반을 낸다. 아울러 집착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편안하게 ‘오늘주의’로 홀가분하게 살아가고 있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행복한 오정해가 되는 것이며 오늘이 행복해야 미래가 있는 것 아니냐. 철학을 공부하다 보니 대답이 모호해진다.”며 웃는다. 동갑인 남편과는 친구처럼 지낸다. 영화, 독서 등 취미도 비슷하다. 17년 전 뮤지컬 ‘쇼 코미디’에 출연했을 때 동료 배우 최정원씨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슬하에 중학생인 아들이 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판소리 신동 오정해 철학박사 되기까지 197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6살 때 고전무용을 시작했다. 한복을 뒤집어쓰고 사극을 흉내내는 것을 좋아했다. 이후 주위의 권유로 국악과 판소리, 가야금을 배웠다. 13세 때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최연소로 장원, 주목을 끌었다. 이때 인간문화재 김소희 선생의 직계 제자가 됐다. 중학교 2학년 방학 때부터 서울과 목포를 오가며 판소리를 공부했다. ‘춘향가’ 이수자인 그는 학창시절부터 국악경연대회나 명창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1992년 미스 춘향 ‘진’으로 선발되면서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 ‘서편제’(1993년)로 데뷔했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서울관객 100만명 돌파 등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서편제’로 스타가 된다. 이후 영화 태백산맥(1994년), 축제(1996년), 천년학(2007년) 등에 출연했다. 2008년에는 마당극 ‘학생신위부군’에 출연, 호평을 받았다. 중앙대 국악예술학 석사를 거쳐 최근 원광대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방송 진행, 특강, 연극, 뮤지컬 등에 출연하고 있다.
  • 괴짜 천재 교수의 심리수사극 ‘퍼셉션’

    괴짜 천재 교수의 심리수사극 ‘퍼셉션’

    특수한 심리 과정이나 행동에 뇌의 구조 및 기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을 신경심리학이라고 한다. ‘CSI’를 필두로 범죄 수사물이 쏟아지다 보니 작가들이 차별성을 담보하려고 신경심리학까지 꺼내 들었다. 채널 CGV는 괴짜 천재 교수 대니얼 피어스가 펼치는 심리수사극 ‘퍼셉션’을 15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10시에 2편 연속 방송한다. ‘퍼셉션’은 신경심리학의 일인자인 천재 교수가 연방수사국(FBI)을 도와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 9월 미국 드라마 채널 TNT에서 종영한 최신작이다. 기존 범죄 수사물과 달리 뇌신경을 소재로 했다. 주인공 피어스는 편집증과 정신분열을 가진 천재 교수다. 길에서 혼잣말하고,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면 책상 위로 올라가 지휘를 하는 통에 사람들은 그를 괴짜 취급한다. 하지만 피어스는 극도의 편집증에서 비롯된 환영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푼다. 각각의 일화마다 뇌와 관련된 장애를 지닌 범죄자가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두 명의 아내와 살고 있지만, 안면인식 장애(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감각장애)가 있는 남편, 누군가 자신을 간절히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는 망상 색정광, 남편을 죽였다고 자백한 코르사코프 증후군(건망증후군: 기억력 장애의 일종) 환자 등 독특한 유형의 범인이 등장한다. 괴짜 천재 피어스 역을 맡은 에릭 매코맥은 심각한 편집증이 있지만, 천재적 능력을 지닌 주인공을 유쾌하면서도 매력적으로 그렸다. 신예 레이첼 리 쿡은 대학 시절 은사였던 피어스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섹시한 FBI 요원 케이트 모레티로 등장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시집에 대들고 바람 피우는 역 실컷… 실제 결혼하면 정말 잘 살 거예요”

    “시집에 대들고 바람 피우는 역 실컷… 실제 결혼하면 정말 잘 살 거예요”

    #장면 1. 지난 3월 북한산 기슭의 한 사찰. 30대 초반의 여배우가 내림굿 장면을 재연했다. 다리가 풀린 채 손에는 무구(巫具)를 들고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어들 무렵 옆에서 지켜보던 무당이 몸 주위에 향을 피웠다. “나중에 들었는데 주변 잡귀들이 실제 굿판인 줄 알고 ‘접신’하려는 것을 떼어 놓았다고 하더군요. ”(민지영) #장면 2. “‘아내는 외출 중’편을 찍을 때 상대 배우에게 대사가 끝나기 전 야멸차게 따귀를 때리라고 주문했죠. 따귀를 맞은 한그림이 원망스러운 듯 눈물을 펑펑 쏟아내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나왔죠. 그날 밤 싸이월드에 올려진 뺨이 퉁퉁 부어오른 그림이 사진을 보면서 ‘난 참 잔인한 놈이구나’ 싶더라고요.”(박기현 PD) KBS 2TV의 장수 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2’가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사랑과 전쟁2’는 동시간대의 ‘위대한 탄생3’(MBC)와 ‘고쇼’(SBS) 등을 제치고 매주 7~8%대의 시청률로 수위를 지키고 있다. 1999~2009년까지 시즌 1을 방영하며 부부 생활 지침서 역할을 했던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제작진에겐 19세 미만 시청 금지라는 ‘성인 드라마’ 딱지가 주홍글씨가 되곤 한다. 결혼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놓고 ‘혼수’ ‘주식 중독’ ‘기러기 아빠’ ‘성형 중독’까지 다양한 얘기를 풀어놓지만 성적인 요소에 치중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간혹 지상파 방송사의 공채 출신인 연기자들을 재연 배우로 오해하곤 한다. ●박기현 “실제 사례 약하게 표현”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사랑과 전쟁2’의 배우 민지영(33)과 한그림(26), 박기현(40) PD를 만났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이 ‘결혼 방정식’에 대한 2040 제작진의 얘기를 들어봤다. →시즌 1부터 간통, 성희롱 등의 성적 요소가 비교적 많아 각인 효과가 생겼다. 시즌 2는 다양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장’ 드라마란 비판이 나오는데. -박 기본적으로 이야기로 승부를 하다 보니 소재 자체가 세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제 사례들은 드라마보다 더 충격적이라 오히려 순화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민 ‘친절한 미숙씨’편에서 극 중 며느리가 시어머니 밥상을 차려 주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는 시어머니 밥에 락스를 탔다고 하더라. ●민지영 “키스 어색하다고 아빠가 핀잔” →소재는 어디서 얻나. -박 100% 실제 사례다. 카운셀러로 출연한 변호사에게 제공받기도 하고 온라인 카페를 뒤져 찾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직접 제보하는 경우도 있다. -민 이건 얘기하면 안 되는데(웃음), ‘주폭 마누라’편은 작가 어머니 얘기라고 하더라. ‘아들을 위하여’편에선 아들을 위해 신내림을 받은 실제 주인공을 만났다. →결혼도 안 한 처녀들이 극에서 가정 파탄과 이혼을 반복하는 연기를 하는 데 대한 가족들 반응이 궁금하다. -민 2000년 첫 출연 때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오빠, 남동생까지 여섯 식구가 앉아 잔뜩 기대하고 TV를 봤다. (내가) 남자와 모텔에 들어가 속옷을 보이는 장면부터 식구들이 하나둘 조용히 방으로 사라지더라(웃음). 결국 상기된 얼굴로 어머니와 단둘이 끝까지 봤다. 요즘은 오히려 아버지가 ‘가짜로 키스하는 게 너무 티 난다’며 진짜처럼 하라고 부추기신다. →시즌 1에서 수십 가정을 파탄 내 ‘국민 불륜녀’라는 별명까지 붙었는데. -민 예전에 길을 걷다 보면 ‘아가씨 왜 그랬어?’ 하는 사람이 많았다. 기분 나쁘지 않더라(웃음). 다만 8년 정도 시즌 1에 출연하다 보니 다른 사극에 출연해도 사람들은 늘 ‘사랑과 전쟁’에서의 이미지로만 보더라. 그래서 2008년 잠깐 드라마를 접고 대학로에 돌아가 연극을 했다. 연기의 폭이 좁아진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시즌 2를 시작할 때 출연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팔색조 연기 변신이 최근 화제다. -민 ‘실종’편의 실어증 아내 역을 위해 말더듬이 친구까지 불러내 연구했다. 이렇게 매회 70분 드라마의 주연을 맡으니 연기력도 늘더라. →주량은? ‘주폭 마누라’편의 폭탄주 제조법이 인상적이었다. -민 연기를 하다 맥주 반 캔을 마시고 그대로 뻗은 적도 있다. 촬영 전 후배들이 조언해준 대로 했는데 ‘물레방아주’ ‘충성주’까지 단 한 번에 엔지 없이 완벽히 소화해 나도 놀랐다. ●한그림 “주변에선 결혼 못 할까 걱정들” →한그림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 극중 얄미운 시누이부터 살가운 며느리까지 연기하는데 어느 쪽에 가까운지 도통 모르겠다. -한 집에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해 결혼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웃음). 대학 1학년 때 휴학하고 모델 일을 하면서 문화센터에서 요리를 배웠을 정도로 성격이 적극적이다. →연기 혹은 제작을 하며 지켜본 결혼의 실제 모습은. -민 26살 때부터 극 중에서 시어머니께 대들고 바람 피우고 다 해봐서 이제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웃음). 결혼하면 정말 잘 살 것 같다. -박 ‘반면교사’라 할까. 부부관계가 저렇게 되면 안 된다고 얘기하니 가정을 더 화목하게 만드는 것 같다. 지난해에 결혼했는데 잘 살고 있다(웃음). -한 주변에선 ‘너 결혼 못 할 수도 있다’고 농담하는데 한번 사는 인생에서 결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박시후, 낯선 외출 날선 미소

    박시후, 낯선 외출 날선 미소

    올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또 한편의 ‘물건’이 등장했다. 바로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다. 공소시효가 끝난 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연쇄 살인범과 를 끈질기게 뒤쫓는 형사의 추격전을 그린 영화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와 속도감 있는 액션으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작품 한가운데에는 스크린 데뷔작에서부터 ‘꽃미남 연쇄 살인범’이라는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한 배우 박시후(34)가 있다. 드라마 ‘역전의 여왕’ ‘검사 프린세스’ ‘공주의 남자’ 등에서 부드러우면서도 남성적인 캐릭터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박시후는 이 같은 이미지를 뒤로하고 비열하고 얄미운 살인마 역을 맡는 다소 ‘위험한’ 도전을 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이유부터 물었다. “드라마라면 도전하기 힘들었겠지만 영화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예전부터 이중인격이나 양면성을 지닌 인물을 좋아했어요. 영화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턴처럼 선해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죠. 살인범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인상에 강하게 남기도 하고 일단 마케팅도 강하게 할 수 있지 않겠어요?(웃음)” 원래 부드럽고 자상한 ‘실장님 전문 배우’로 뜬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손사래를 치는 그는 “전작 ‘공주의 남자’로 사극에 도전한 이유도 처음에는 그저 부잣집 도령으로 등장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복수의 화신’으로 바뀌면서 남성스럽고 마초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5년 KBS 드라마 ‘쾌걸춘향’으로 데뷔해 안방극장에서 흥행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가 7년이 지나 스크린 신고식을 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나름의 아픈 사연이 숨어 있었다. “데뷔 초에 드라마를 두 작품 정도 끝내고 영화를 하려고 했었어요. 깔끔한 분위기의 검사 같은 형사 역할이었죠. 캐스팅된 뒤 대본 리딩을 마치고 포스터 시안 촬영까지 마쳤는데 다른 배우로 교체됐어요. 당시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지도가 낮았고 검증도 잘 안 돼 투자를 유치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때는 박시후가 2006년 MBC 월화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를 마친 뒤였다. 그 뒤로는 개봉까지 갈 영화인지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는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배우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그때보다 지금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터널 속으로 사라진 ‘살인의 추억’ 속 범인이 공소시효가 끝난 뒤 스스로 세상에 나온다는 정병길 감독의 상상에서 시작됐다. 영화는 10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연곡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 이두석(박시후)이 자신의 범행을 기록한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된 뒤의 상황에서 출발한다.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지만 잘생긴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로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 팬층을 형성하면서 스타로 떠오른 이두석. 박시후는 “실제로는 발생하면 안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대본을 읽으면서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요즘 시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꽃미남이면서 동시에 살인마라는 상반된 캐릭터의 역할을 맡아 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극의 집중도를 높인다. “끝까지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극적 재미를 주려고 했어요. 두식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과연 반성을 하기 위해서인지, 돈을 벌고 인기를 얻기 위해서인지 궁금해하면서 몰입할 수 있게요. 지능적인 사이코패스에다 감정의 폭이 큰 인물이 아니어서 눈빛으로 미스터리한 성격을 그리려고 노력했죠.” 섬세하고 미세한 표정 변화에 집중했다는 박시후. 언뜻 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 두식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했다. “다소 차갑고 무뚝뚝한 인상 때문인지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을 쳐다볼 때 오해를 많이 받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부드럽고 털털한 면이 많은 편이죠. 저 반전 있는 남자예요.(웃음)” ‘내가 살인범이다’의 하이라이트는 도심 시가지에서 촬영된 대규모 자동차 추격 장면이다. 박시후는 수영복에 가운만 걸치고 달리는 자동차 위를 구르면서 생생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 “처음에 대본을 보고는 상상이 되지 않아 컴퓨터 그래픽(CG)을 이용할 줄 알았는데 감독이 액션스쿨 출신이라 실제로 찍지 않으면 티가 난다고 해서 위험한 장면도 거의 다 대역 없이 직접 찍었어요. 저도 첫 영화여서 일단 시키는 대로 다 했죠. 머리를 옆 차에 찧기도 하고 맨발로 차 위에서 열흘간 찍다 보니 깨진 유리 조각 때문에 무척 힘들었어요.” 드라마 ‘공주의 남자’ 종영 뒤 단 이틀 쉬고 영화 촬영에 들어간 그는 한겨울에 찬물이 채워진 수영장에서 18시간 촬영했을 때가 특히 어려웠다고 했다. “힘들었지만 막상 모니터에 나온 장면을 보니까 만족스럽더라고요. 사실 드라마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하루에 10장면도 넘게 찍는데 한 장면을 열흘씩 찍는 영화가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한 가지 감정을 그렇게 오래 가지고 가는 것도 힘들었고요. 하지만 매 장면 감독과 소통하고 고민하면서 만들어 내는 영화 작업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영화 홍보를 서둘러 마친 그는 다시 드라마 촬영장으로 복귀했다. 다음 달 SBS ‘다섯 손가락’ 후속으로 방송되는 ‘청담동 앨리스’에서 세계적인 명품 유통회사의 최연소 회장인 남자 주인공 차승조 역을 맡아 문근영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번엔 제대로 망가지고 찌질하기도 하지만 슈퍼맨처럼 멋있기도 한 캐릭터입니다. 자수성가한 인물로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은 점은 영화 속 이두석과 정반대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무엇보다 이번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신인 배우로서 이번 영화를 발판으로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대왕의 꿈’ 탤런트 박주미 교통사고 중상

    ‘대왕의 꿈’ 탤런트 박주미 교통사고 중상

    KBS 대하사극 ‘대왕의 꿈’에 출연 중인 탤런트 박주미(40)씨가 지난 23일 밤 11시 40분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소속사 레젤이엔엠코리아는 24일 “박주미씨가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결과에 따라 향후 스케줄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씨는 ‘대왕의 꿈’에서 훗날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 역을 맡고 있다. 전날 교통사고는 충북 제천 촬영장에서 경북 경주 촬영장으로 이동 중 박씨가 탄 9인승 승합차가 앞서 가던 덤프트럭과 부딪쳐 일어났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광해’ 6주째 극장가 통치

    지난 20일 누적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6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9~21일 전국 619개 상영관에서 54만 6702명(매출액점유율 32.5%)을 모았다. 누적관객은 1025만 6491명. ‘광해’는 1230만명을 동원한 사극 ‘왕의 남자’보다 1주일 빨리 1000만 고지를 넘어서 그 이상 흥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류승범의 연기변신이 돋보인 ‘용의자X’는 53만 5785명(매출액 32.5%)을 모아 간발의 차로 ‘광해’에 1위를 내줬다. 소지섭 주연의 ‘회사원’은 17만 6856명(11.2%)을 동원, 3위로 1주일새 한 계단 내려앉았다. 이어 조지프 고든 레빗 주연의 공상과학(SF) 액션 ‘루퍼’가 10만 5083명(6.7%)으로 4위,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5만 7888명(3.2%)으로 5위를 기록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창녀엄마·패륜아 다룬 변태감독? 내 꿈은 멜로감독!

    창녀엄마·패륜아 다룬 변태감독? 내 꿈은 멜로감독!

    영화 ‘아버지는 개다’(2010)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두들겨 팬다. ‘엄마는 창녀다’(2011)에서 아들은 포주로 엄마를 부린다. 제목과 줄거리만 들어도 역하다. 그런데 전 세계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관객들은 펄떡거리는 그의 영화 세계에 반했다. 끔찍한 삶 속에 허우적거리는 가족 이야기,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풀어가는 그만의 방식에 주목한 것. 제목부터 파격이다 보니 투자자가 붙을 리 없다. 영어 보모, 번역, 결혼식·CF 촬영 등 아르바이트로 몇백만 원이 모이면 영화를 찍었다. 기성 배우들은 출연을 꺼릴 뿐더러 제작비도 아낄 겸 웬만한 작품에선 아예 주연을 했다. 이상우(41) 감독 얘기다. 그가 10번째 장편 ‘바비’(작은 25일 개봉)로 돌아왔다. 사채를 끌어 500만원 안팎으로 찍었던 이전 영화들과 달리 아리랑TV 등에서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댔다. 한국 상업영화 평균제작비가 4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없이 미약한 수준이다. 그래도 이천희와 김새론·아론 자매가 노개런티로 참여하면서 ‘상업영화’ 모양새를 갖췄다. ‘바비’는 정신박약 아버지·망나니 삼촌과 함께 포항 민박집에서 사는 어린 자매의 잔혹한 삶을 그렸다. 망나니 삼촌(이천희)은 미국에 큰 조카 순영(김새론·아래)을 입양 보내려 한다.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는 순영은 아버지와 동생 때문에 거부한다. 반면 ‘아메리칸 드림’에 젖어 있는 동생 순자(김아론·위)는 가지 못해 안달이 났다. 하지만, 이미 딸 둘을 둔 미국인이 한국 소녀를 입양하려는 데는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슬픈 결말로 치닫는다. 입양을 가장한 장기매매는 22년 전 실제 있었다. 한 감독이 영화로 만들려고 했지만,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우려한 정부 압력으로 중단됐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당시 조감독과 알고 지낸 이 감독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 영화는 의외의 만남으로 급물살을 탔다. ‘아버지는 개다’로 2년 전 홍콩영화제에 참가한 이 감독은 ‘바비’에서 미국인 딸로 나온 캣 테보의 친아버지를 만났다. 딸이 출연할 영화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열혈 아버지는 이 감독에 반했다. ‘바비’의 얘기를 듣더니 딸의 출연은 물론, 투자까지 거들겠다고 나섰다. 마침 아리랑TV가 투자자로 나섰다. 이 감독으로선 남의 돈으로 처음 영화를 찍게 됐다. “워낙 극악무도한 영화들을 찍었기 때문에”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 아역배우는 꿈도 꾸지 않았다. ‘아저씨’로 유명세를 탄 김새론의 어머니에게 시나리오가 들어간 건 행운. “(전작 이미지 탓에) 내가 잔뜩 겁을 먹고 새론이 어머니를 만났다. 그런데 선뜻 승낙했다. 새론이는 천재다. 시나리오를 한번 훑더니 맥락을 다 파악하더라.” 이어 “새론이는 NG가 많아야 한번이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눈물을 흘린다. 동생 아론이에게는 ‘언니는 저렇게 잘 하지 않니’란 식으로 시샘을 돋웠다. 새론이야 검증된 연기파이지만, 아론이도 대사 톤이나 눈빛이 아주 좋았다. 해외에서는 외려 아론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위기도 있었다. 민박집 손님으로 출연한 이 감독이 3000원을 건네며 순영을 더듬는 장면에서 사달이 났다. 시나리오에는 뭉뚱그렸던 장면인데 이 감독이 애드립으로 변태 흉내를 냈다. 김새론이 눈물을 펑펑 쏟아 촬영은 중단됐다. “한동안 새론이와 서먹서먹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바비’는 이 감독 영화로는 처음 30개 안팎의 스크린에 걸린다. ‘영화관 키드’였던 그에게 꿈같은 일. 초등학교 때부터 극장에서 살았다. 수업시간표는 몰라도 대한극장·단성사 등의 상영시간은 줄줄이 뀄다. 고교 때는 이장호 감독의 판 영화사 사무실을 기웃거리며 연출부를 시켜달라고 졸랐다. 정작 첫 단추는 배우로 풀렸다. 고3 때 황규덕 감독의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1990) 오디션에서 400대1의 경쟁을 뚫었다. 당시 뽑힌 15명 가운데 영화판에 남은 건 이 감독과 배우 정재영뿐. 점수가 나올 턱이 없었다. 4수를 했지만, 대학 연극영화과 입시에 줄줄이 떨어졌다. 방위병 시절 쓴 시나리오로 1994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공모전 장려상을 타기도 했다(당시 1등은 훗날 이 감독이 모신 김기덕 감독). 하지만 막둥이 아들이 대학생 되는 게 소원이던 어머니를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죽기 살기로 했다. 처음 시애틀의 아트스쿨을 다녔지만, 그만뒀다.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알 만한 대학에 가고 싶었다. 기적적으로 UC버클리에 붙었다. 등록금이 700만~800만원이라 졸업할 때까지 식당에서 일했다.” 미국 생활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공중전화 박스에 설치된 사제폭탄이 터져 한쪽 눈을 실명했다. “석 달을 병원에 있었다. 실명을 하면 영화를 못 찍게 될 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고 떠올렸다. 8년 만에 귀국했지만, 미국 학벌은 별 도움이 안됐다. 김기덕 감독 밑에서 ‘숨’ ‘시간’의 연출부에서 일하고, 6년 동안 시나리오만 썼다. “4년 동안 가장 큰 돈을 만진 게 50만원이다. 이러다가 영화를 못 찍고 끝나겠구나 싶더라. 아버지 일을 도와 300만원을 만들어 필리핀으로 떠났다. 현지에서 사기꾼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배우와 스태프까지 다 구했다. 국내로 들어와 사채를 끌어 완성한 게 ‘트로피칼 마닐라’다.” 당시 쓴 사채는 4000만원쯤 된다. 훗날 이자까지 8000만원으로 불어난 빚을 갚을 때까지 사채업자에게 시달렸다. 이 감독은 “다시는 안 쓴다. 신체포기각서를 썼었다. 그나마 ‘엄마는 창녀다’가 화제를 모으면서 유예를 해줬다. 그거 아니었으면 지금쯤….”이라며 진저리를 쳤다. 그에게는 ‘변태감독’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파격적인 소재와 제목 탓. 기분 나쁠 법도 하지만 그는 “‘변태감독’으로 기억돼도 나쁠 건 없다. 연줄도, 돈도 없는 내가 살아남으려고, 영화제 초청을 받으려고 전략적으로 세게 갔을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조선 최초 성형외과 의사를 소재로 한 사극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수십 억원 짜리다. 하하. 궁극적으로는 판타지 멜로를 찍고 싶다. 입봉작으로 준비했던 ‘심연’은 상어가 인간의 몸을 빌려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다. 나랑 너무 안 어울린다고? 하하하.”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9일 TV 하이라이트]

    ●강연100℃(KBS1 밤 10시) 김규호씨는 트럭을 타고 하루에도 경북 안동에서 대구까지 몇 번씩 왕복하며 고추 도매업을 한다. 그는 돌이 지났을 때 기차에 치여 두 팔을 잃었다. 때문에 남들에겐 일상인 젓가락질이나 글씨를 쓰는 일조차 그에게는 수천번의 연습이 필요했다. 프로그램에서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는 그의 일상을 엿본다. ●VJ 특공대(KBS2 밤 10시)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영화인들의 축제 부산 국제영화제가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영화의 도시 부산에서는 1년 365일 언제나 영화를 즐길 수 있으니 아쉬움은 금물이다. 한편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는 옛날 교복을 입고 손님을 안내하는 14년 지기 두 사장의 모습이 영화 ‘친구’를 방불케 하는데…. ●TV속의 TV(MBC 낮 12시 20분) 2012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마의’가 명품사극의 귀환을 기다렸던 시청자들의 성원 속에 베일을 벗었다. 조선 최초 한방외과의의 삶을 그린 의학 사극드라마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수의사라는 새로운 소재를 차용해 동물과의 교감을 그려낸 ‘마의’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여행의 기술(SBS 오후 5시 35분) 다방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여배우 최여진이 일본의 마쓰야마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에 그녀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다른 자신의 본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편 그녀는 어린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사기를 당했던 사연과 자신의 꿈이었던 발레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명의(EBS 밤 9시 50분) 통증은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경보장치다. 뼈가 부러지거나 신경과 혈액 순환 등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이 발생한다. 통증의 종류는 다양하며 이것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통증으로 발전해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증에 대한 경각심이 적어 증상이 악화되고서야 병원을 찾곤 하는데…. ●청춘은 아름다워(OBS 밤 11시 5분) 변함없는 카리스마의 가수 김완선이 출연해 하와이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김완선은 하와이에서 3년간 지내면서 남자에게 대시 한 번 받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김완선과 함께 뮤지컬 공연을 통해 친분을 쌓은 김세아가 깜짝 출연해 김완선 덕분에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털어놓는다.
  • 50년 뒤 나타난 범죄자와 그들을 쫓는 형사

    50년 뒤 나타난 범죄자와 그들을 쫓는 형사

    할리우드의 감독 겸 제작자·각본가 JJ 에이브럼스는 ‘떡밥의 제왕’으로 통한다. 극 초반 무언가 엄청난 존재, 물건, 사건들을 던져놓지만, 막바지까지 정체를 알려주지 않거나 정작 알고 보면 별것 아닌 일이 비일비재하다. 단지 관객(혹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붙잡아두는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드라마 ‘로스트’나 영화 ‘클로버필드’ ‘미션임파서블 3’를 떠올리면 될 터. 영화전문 채널 OCN은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13부작 미스터리 범죄 수사극 ‘알카트라즈’를 방송한다. 미국 폭스가 올 초 선보인 ‘알카트라즈’는 천재 감독 JJ 에이브럼스가 기획·제작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탈출이 불가능한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섬 알카트라즈 감옥에서 1963년 3월 20일 302명의 죄수들이 갑자기 사라진다. 50년이 흐른 2012년 이들이 전혀 늙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범죄를 저지른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에피소드마다 한 편의 영화를 연상시키며, 사건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수사 드라마의 묘미를 선사한다. 50년 전과 같은 범죄 패턴을 지닌 죄수들을 하나씩 체포하고, 1963년에 사라진 죄수들이 2012년에 다시 나타나게 된 비밀을 찾아가는 등 색다른 요소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배우들의 호연도 기대치를 높인다.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호기심 많은 열혈 형사 레베카 매드슨 역은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예 세라 존슨이 맡았다. 매드슨은 용의자가 알카트라즈와 관련이 있다는 단서를 포착한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그랜트 박사 역으로 유명한 샘 닐은 1963년 당시 알카트라즈 담당 FBI 요원으로 나온다. 알카트라즈의 비밀을 어느 정도 아는 듯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매드슨에게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드라마는 1963년 3월에서 시작한다. 악명 높은 교도소 알카트라즈에 수감된 모든 수감자와 교도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실종된 그들의 존재는 역사 속에 묻히고, 50년이 흐른 현재 알카트라즈는 관광 명소에 불과하다. 어느 날, 최근 벌어진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레베카 형사는 지문 감식 결과 범인이 50년 전 알카트라즈 수감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에 찍힌 범인은 50년 전 수감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젊은 모습을 하고 있다. 놀이동산에서 사람들이 무차별 저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또한 범인은 50년 전 알카트라즈에서 사라진 죄수 중 한 명. 범인의 행동패턴을 파악하려고 레베카 형사와 소토 박사는 50년 전 범인이 수감되었던 감방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수사반장’ ‘호랑이 선생님’ 조경환씨 하늘로

    ‘수사반장’ ‘호랑이 선생님’ 조경환씨 하늘로

    드라마 ‘수사반장’과 ‘호랑이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탤런트 조경환씨가 간암으로 투병하다 13일 별세했다. 67세. 조씨는 지난 8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서울 잠실동 자택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으로는 사별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 있다. 조씨는 한양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1969년 MBC 공채 탤런트 1기로 데뷔했다. 1970년대 MBC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조 형사’ 역으로 큰 인기를 모은 뒤 1980년대 MBC 청소년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에서 인자하고 엄한 선생님 역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호랑이 선생님’에서의 연기로 MBC 방송연기상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모래시계’ ‘왕과 비’ ‘허준’ ‘대장금’ ‘종합병원’ ‘이산’ 등 굵직한 드라마에 출연해 중후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쌓아 왔다. 최근에는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노란복수초’에 출연했고 지난 7월에는 JTBC의 의학 토크쇼 ‘닥터의 승부’에도 참여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연예계 선후배와 동료들이 찾아와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극 ‘이산’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이서진은 침묵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가수 조경수는 “몇 달 전만 해도 ‘운동으로 10㎏을 빼 건강하다’던 형님과 술을 마신 내가 죄인”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생전 연예계의 대표적인 ‘주당’으로 꼽힐 만큼 애주가였다.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애주가라는 사실을 공개한 적이 있으며 32년 전에는 간경화를 앓았다. 발인은 16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02)3410-6903.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공연프리뷰] 뮤지컬 ‘삼천-망국의 꽃’

    “왕이라는 것이 말이다. 우물 안에 갇혀 우는 어린 아이와 같은 법이다.”(의자왕·정상윤 분), “가장 높은 곳에는 누가 있소? 왕이요? 백성이요?”(예식장군·박해수 분) 지난 10일 오후 서울 동숭길의 대학로연습실 4관. 지하 4층에 마련된 작은 연습실은 7명 남짓 배우들의 움직임만으로도 후끈 달아올랐다. 폭군으로 알려진 백제 의자왕을 나라의 운명을 짊어져 사랑조차 뜻대로 할 수 없었던 비운의 왕이자 개혁군주로 재해석해, 대사 한줄한줄이 뇌리를 스쳤다. 검은색 의상을 차려입은 배우들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칼춤을 추며 전투장면을 연기했고, 잠시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해외 라이선스 대작들과의 연말 경쟁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창작 뮤지컬 ‘삼천-망국의 꽃’은 올해 창작 뮤지컬계의 사극 바람을 대변한다. 첫 사극에 도전한 주연 정상윤은 “의자왕은 사실 백제인과 신라인 사이에서 태어난 트라우마를 안고 산 고독한 왕이었다.”고 강조했다. 궁녀 연화 역의 최주리는 “눈 먼 연기가 쉽지 않아 공연 중 한 곳만 응시했는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맹인들은) 시선은 자유롭고, 초점만 맞지 않더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작가 출신으로 연출을 맡은 서윤미씨는 몇해 전 백제의 사비궁 개막전 행사를 총괄 연출하면서 백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아예 창작 뮤지컬 연출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의자왕이 삼천궁녀를 거느렸다는 역사의 진술은 패망한 백제를 향한 승자들의 폄하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면서 “삼천궁녀가 3000명이 아니라, 만물을 의미하는 불교용어 ‘삼천’에서 유래된 단 한 명의 궁녀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료 속 ‘초승달은 차오르고, 보름달은 기울어진다’는 말을 따라 강성했던 백제가 무너지는 이야기를 비움이란 주제를 통해 전했다.”며 “사극이란 결국 옛이야기를 빌려 현재의 이야기를 돌려 하는 것인데, 먼 시대일수록 말과 의상도 색다르기 때문에 판타지적 요소를 입히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서 연출은 전작 뮤지컬 ‘밀당의 탄생’에서 “이 두 연애 선수님들(서동·선화공주)의 아드님이 백제 31대 의자왕으로, 궁녀가 무려 3000명이라 전해진다.”며 마지막 대사에 ‘삼천’의 복선을 깔기도 했다. 오는 26일부터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02)736-8289.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국모이자 권력자…조선의 왕비 재조명

    “한국 전통 시대에 여성, 특히 부인의 존재는 철저히 남편의 그늘에 가려진 존재였지만 왕조 국가인 조선에서 왕의 부인인 왕비는 절대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다. 조선의 왕비는 단순한 여성이 아니었다. 조선의 왕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치 역학을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왕비의 역할과 존재에 대한 본격적이고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는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돌베개 펴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조선의 왕비라고 하면 중종의 계비로 아들 명종을 휘두른 문정왕후, 희빈 장씨와 경쟁 관계를 구축했던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 한말 일본 낭인의 손에 시해된 명성황후를 먼저 떠올린다. 이들의 삶이 흥미로워 사극으로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 왕비가 갖는 상징성, 역사적 의미는 이보다 훨씬 더 심오하고 복잡하다.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는 국모(國母)이자 궁궐의 안주인, 왕위를 이을 후계자 생산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진 조선 왕비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왕비의 첫걸음인 ‘간택’부터 살펴보자. 왕의 배필을 구한다는 공고를 전국에 뿌리면 금혼령이 내려지고 전국 15~20세 양반가 처녀들은 일종의 이력서인 단자를 제출한다. 보통 사극에서는 자신의 딸을 왕비로 키우기 위해 별별 수를 쓰는 모습이 많이 드러나지만 실제로는 왕을 사위로 두기 부담스러워했다. 딸을 숨기다 발각된 전·현직 관료에 대해서는 추문하고 윽박지르고 온갖 닦달을 다 하지만 접수된 단자는 많아야 25장 안팎이었다. 단자를 낸 처녀들은 초간택, 재간택, 삼간택 등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세자빈으로 책봉된다. 수렴청정으로 권력을 휘두른 왕비도 있다. 세조의 비 정희왕후는 아들 예종이 19살에 즉위하자 수렴청정을 시작했다. 예종이 즉위 13개월 만에 죽자 13살 잘산군을 임금(성종)으로 추대해 7년간 섭정했다. 성종의 정책은 도승지가 정리해 정희왕후에게 올려 결재를 받은 뒤에야 시행됐다. 12살 때 즉위한 명종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시작한 중종의 비 문정황후는 명종이 친정을 선포한 뒤에도 정사에 관여해 무려 20년간 권력자로 남았다. 책은 간택과 서거 또는 폐위 사이에서 왕비가 겪는 출산, 일상생활, 등 구중궁궐의 이야기를 세세하고 흥미롭게 펼쳤다. 집필에는 심 교수를 비롯해 임민혁, 이순구, 한형주, 박용만, 이왕무, 신명호 등 역사·인문학자가 두루 참여했다. 2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고아로 자란 아버지의 절절한 가족사랑

    고아로 자란 아버지의 절절한 가족사랑

    명절에 방영하는 가족드라마는 가족의 사랑, 형제의 우애, 갈등과 화해의 상징이었다. 점점 연휴 편성표에서 가족드라마가 줄어들더니 올 추석에는 유일하게 SBS만 명맥을 유지했다. 새 월화 드라마를 만나고 인기 방영물을 몰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SBS가 29일 밤 11시부터 추석특집드라마 ‘가족사진’을 29일 밤 11시부터 2시간 20분 동안 2회 연속 방송한다. 정병식 웹툰 작가의 동명 만화가 원작.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가족사진’은 가족을 위한 최선이 무엇이고, 가족이라는 이름이 어느 정도까지 희생을 가능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는 결혼을 앞둔 딸에게 11년 전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한다. 고아로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가족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품었다. 그러던 아버지가 어떻게 가족을 버리게 됐는지, 그 숨겨진 이야기가 딸에 의해 밝혀지면서 미움과 원망이 변해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렸다. 폭넓은 연기를 펼치는 안내상이 49세와 60세 아버지 한상태 역할로, 과묵하고 엄하지만 속정이 깊은 아버지상을 연기한다. 18세와 29세의 딸 한미화는 신현빈이 분했다. 안석환, 송채환, 정재순 등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 가족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10월 1일에는 MBC가 창사 51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마의’를 첫 방송한다. 수많은 화제작을 만든 이병훈 연출과 사극 ‘이산’과 ‘동이’에서 호흡을 맞춘 김이영 작가, 최정규 연출이 뭉쳤다. ‘마의’는 천민의 신분으로 말을 고치는 마의(馬醫)에서 출발해 수의사로 명성을 얻고 어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 백광현(1625~1697)의 생애를 다룬다. 한방의 외과 시술이라는 분야를 최초로 개척하고 독보적인 종기치료로 ‘신의’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의 심오한 의학세계를 보여주는 드라마는 조선시대 수의학의 세계를 조명하고 인간 질병 치료와 다른 새로운 내용도 보여줄 예정이다. 뮤지컬계 스타 조승우가 주인공 백광현으로 안방극장에 처음 얼굴을 내민다. 최근 큰 관심을 끌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한꺼번에 ‘정주행’할 수 있는 시간도 있다. tvN은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오전 10시 30분에 ‘응답했데이(DAY)’ 시간을 준비했다. ‘응답하라 1997’은 H.O.T와 젝스키스가 전성기를 누린 19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오빠들에 미쳐있던’ 여고생들과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았다. 많은 이들을 15년 전 추억으로 이끌며 케이블 드라마의 신기원을 이루기도 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한가위 극장戰

    한가위 극장戰

    명절이 되면 바빠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극장가다. 올 추석엔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외화의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무장한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막 오른 한가위 ‘극장전(戰)’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 한국 영화 안방 내줄 수 없는 ‘광해’… ‘점쟁이들’ 신통력·‘간첩’ 작전 힘쓸까 상반기에 초강세를 보였던 한국 영화. 연휴 기간이 짧은 탓에 올 추석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의 수는 많지 않지만 다양한 장르로 관객들의 입맛을 공략한다. 본래 개봉일을 1주일 앞당겨 지난 13일 일찌감치 개봉한 팩션 사극 ‘광해:왕이 된 남자’가 관객 35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흥행 여파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미지수다. 개봉 2주째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내외 신작 영화가 대거 개봉했기 때문이다. 일단 20일 개봉한 한국 영화 ‘간첩’이 가장 큰 적수가 될 전망이다. 먹고살기 바쁜 생활형 간첩들의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풀어낸 이 영화는 명절 분위기에 어울리는 오락 영화라는 강점이 있다. 북에서 남파된 지 22년이 됐지만 불법 비아그라를 판매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김 과장 역을 맡은 김명민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웃음기를 쫙 뺀 간첩 유해진의 카리스마 대결이 볼 만하다. 변희봉, 염정아, 정겨운이 각각 독특한 사연을 지닌 간첩 역으로 출연해 북에서 남으로 귀순한 고위 간부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은 뒤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미디와 액션으로 풀어낸다. 연휴의 끝무렵인 새달 3일에 개봉하는 ‘점쟁이들’은 코믹 호러물을 표방한다. ‘점쟁이들’은 전국 팔도에서 모인 점쟁이들이 신들린 마을 울진리에서 수십년간 계속되고 있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시실리 2㎞’, ‘차우’ 등으로 코믹 호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정원 감독의 신작으로 독특한 설정에 두 장르를 혼합한 이색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김수로, 이제훈, 곽도원, 강예원 등이 출연한다. 한편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긴 가운데 비상업영화로서 추석 연휴에 얼마만큼 파급력을 가질지 주목된다. 특히 김기덕 감독이 멀티플렉스의 극장 독점을 비판하며 새달 3일 종영을 선언해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 외국 영화 美·日·유럽 애니 주렁주렁… 아빠·엄마표 액션 시리즈 격돌 이번 추석 연휴에 외화는 애니메이션부터 화려한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로 여러 연령대의 관객들을 공략한다. 일단 두편의 할리우드 액션 시리즈물이 흥행 전면에 나섰다. 27일 개봉한 영화 ‘테이큰 2’는 뤼크 베송 사단이 만들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스릴러 액션 영화 ‘테이큰’의 속편이다. 1편에서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정보기관 출신의 아버지가 벌이는 추적극을 긴박감 넘치게 그려 국내에서도 성공을 거둔 바 있다. 4년 만에 돌아온 속편에서는 복수를 하기 위해 찾아온 일당을 상대로 싸우는 가장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리엄 니슨을 비롯해 전편의 출연진이 그대로 출연한다. 한층 더 화려하고 풍부해진 볼거리로 무장한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레지던트 이블 5:최후의 심판 3D’도 추석 연휴의 강력한 경쟁자다. 그동안의 시리즈를 총망라한 규모를 자랑하며 지난 시리즈의 모든 주역들이 총출동한다. 지난 13일에 개봉했다. 영화 ‘도둑들’에 출연해 강한 남성미를 선보이며 국내 관객들에게 한층 친숙해진 중국 배우 런다화도 영화 ‘나이트폴’로 추석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나이트폴’은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숨 막히는 대결로 홍콩판 ‘추격자’로 불리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 관객을 잡으려는 할리우드와 일본, 유럽 애니메이션의 경쟁이 특히 치열하다. 우선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메리다와 마법의 숲’이 가장 기대를 모은다. 스코틀랜드 왕국의 길들여지지 않은 말괄량이 공주 메리다와 전통을 강요하는 엄마(왕비)의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캐릭터의 작은 표정 변화까지 섬세하게 묘사하는 등 픽사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영화로 27일 개봉한다. 13일에 개봉한 ‘늑대아이’는 늑대인간과의 사랑으로 두 아이를 낳게 된 여자와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모성애를 감성적으로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유명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으로 평단과 관객에게 모두 호평받았다. 20일 개봉한 스페인 애니메이션 ‘테드: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는 고고학자를 꿈꾸던 평범한 벽돌공이 우연한 기회에 고대 잉카제국의 황금이 묻혔다는 파이티티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손에 넣고 페루에 가서 펼치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문화마당] 왕노릇/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문화마당] 왕노릇/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근래 TV에서건 영화관에서건 왕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TV에서야 사극은 어느 방송사건 적어도 한 군데는 꼭 편성하는 관계로 늘 있어 왔지만, 영화의 경우 한 해에 사극이 올해만큼 집중되는 것은 1960년대 사극영화의 전성기 이래 드문 현상이다. 알다시피 ‘가비’(장윤현), ‘후궁: 제왕의 첩’(김대승), ‘나는 왕이로소이다’(장규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김주호),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가 개봉했고, ‘관상’(한재림), ‘전령’(권종관)이 올해 제작에 들어간다. 최근 사극은 그 모양새가 다양해졌다. 이전의 사극이 주로 역사적 정보를 전달하고 충실하게 재현하는 정통사극이었던 데 비해 근래에는 ‘퓨전사극’ 이라는 이름 하에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과감히 섞고 여기에 판타지적 요소까지 버무림으로써 전혀 새로운 유형의 사극을 만들어냈다. 어찌 보면 퓨전사극에서 역사는 배경으로 내려앉고 현재의 이야기를 과거(역사)의 시간과 공간에 가서 풀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래서 정통사극은 중장년 남성을 중심으로 시청자·관객층이 형성되어 있지만, 퓨전사극은 젊은 남녀와 중년여성의 충성도가 높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만화 등 스토리산업은 역사라는 좋은 자양분을 획득했지만 역사와 상상, 팩트와 픽션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뒤섞여 버림으로써 역사학계의 우려 또한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비등하고 있으니 오히려 잊혀지고 박제된 역사보다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재해석되는, 살아 있는 역사가 더 낫지 않겠는가. 사극에서의 재해석 작업은 주로 인물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부분 왕이 있다. 사극에서 수많은 왕들이 다루어지지만 가장 인상적인 경우는 연산군이나 광해군, 세조나 태종과 같은 ‘문제적 인간’ 그리고 세종이나 정조와 같은 성군 혹은 개혁군주로서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왕일 것이다. 또 그간 주로 조선의 왕들이 사극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제는 고려·신라·고구려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도 넓어졌다. 이 왕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연산군은 ‘왕의 남자’(이준익)를 통해, 세종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정조가 드라마 ‘이산’과 영화 ‘영원한 제국’ 그리고 선덕여왕, 태종 무열왕 등 신라의 왕들이 드라마 ‘선덕여왕’과 ‘대왕의 꿈’에서 나왔거나 다루어질 예정이다. 왕의 등장은 폭넓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과거 역사가 왕조시대였으니 왕이란 존재는 무소불위의 최고 권력자인 동시에 가장 외로운 존재라는 상대성, 그리고 정치와 인간에 관한 풍부하고 원초적인 에피소드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궁궐이라는 공간은 외양의 화려함과 늪과도 같은 음험한 공간으로 제시되니 볼거리로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왕을 통해서 백성·민초의 현실을 말할 수 있고, 현재의 정치 지형과 현실을 대입할 수 있으니 왕이란 존재는 이야기의 원천 소스로서 꽤 특장이 많다. 이병헌의 1인2역 연기가 인상적인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유곽에서 광대놀음을 하는 이야기꾼 하선이 일종의 ‘가케무샤’(影武者)로서 왕을 대신하여 왕의 자리를 지킨 15일간의 이야기이다. 왕과 꼭 닮은 외모로 왕을 연기한 천민, 그리고 그가 천민의 삶을 살았기에 백성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대동법)나 정책(친명배금이 아닌 등거리 외교)을 펴게 되었다는 스토리는 영화적 상상이지만 현실의 반영이고 희망과 기대의 선언이다. 대체로 왕은 태생적으로 결정되나, 제왕의 품격과 자질을 갖추기까지에는 부단한 공부가 필요했던 터. 왕 노릇을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평생 궐문 한 번 들어서지 못했을 하선이 진짜 왕보다 더 왕 노릇을 잘한 것은 그가 핍박받는 천민이었고 그렇기에 백성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선도 이제 채 석 달이 남지 않았다. 우리의 ‘왕’은 누가 될까? 누구든 제대로 ‘왕 노릇’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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