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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유아·아동| ●북쪽나라 여우이야기(데지마 게이자부로 글·그림, 정숙경 옮김, 보림 펴냄) 흑백의 강렬한 목판화 그림이 눈길을 붙든다. 여우 한마리의 모험을 통해 인생의 흐름, 어른이 되는 과정을 압축미 있게 은유했다. 몇 자 안되는 짧은 글이지만 메시지가 강렬하다.5세 이상.8500원. ●가시내(김장성 글, 이수진 그림, 사계절 펴냄) 어른들의 편견을 무릅쓰고 갓을 쓴 남자로 변장한 여자아이가 적군을 물리쳤다는 옛이야기.‘가시내’의 어원이 ‘갓 쓴 애’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성 역할에 편견을 두는 건 옳지 않다고 귀띔한다.5세 이상.9000원. |초등·청소년| ●곰돌이 워셔블의 여행(미하일 엔데 글, 베른하르트 오버딕 그림, 유혜자 옮김, 노마드북스 펴냄)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에 선정된 미하일 엔데의 동화. 곰돌이 워셔블은 주변의 동물들에게 자신이 왜 사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본다. 단순하되 철학적인 주제가 사색의 골을 깊이 파놓는다. 초등생.9000원. ●에디 디킨스와 황당가족의 모험(전3권)(필립 아다 지음, 궁리 펴냄) 독특한 책읽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딱 좋을 청소년 번역소설.11세 소년 에디 디킨스의 모험에 주목하는 소설에는 온갖 그로테스크한 인물유형들이 등장해 영화를 보는 듯한 팬터지를 던진다. 초등 고학년 이상. 각권 7500원. |실용| ●호살암의 기회경영(어우양이페이 지음, 김준봉·이지현 옮김, 지상사 펴냄) 무일푼으로 시작해 무기, 생사(生絲), 약국, 전당포 사업을 하면서 천하를 누빈 홍정상인(洪頂商人) 호설암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상인으로 꼽히는 인물. 호설암의 세 가지 경영철학인 인재중심경영, 신용제일경영, 위기이용경영을 소개한다.“사람을 기용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는 호설암의 말은 “나는 아직도 천재에 배고프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과 일맥 상통해 눈길을 끈다.1만원. ●다우이론(로버트 레아 지음, 박정태 옮김, 굿모닝북스) 투자이론의 고전인 다우이론에 대한 해설서. 다우이론은 주가의 흐름은 일단 방향을 정하면 주식시장 그 자체가 모멘텀을 잃고 방향을 바꾸기 전까지 꾸준히 그 방향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 창업자인 찰스 H 다우가 1884년 다우존스 평균주가를 고안해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월스트리트 최고의 ‘다우이스트’로 이름을 날린 저자가 다우이론의 용어와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9800원. ●거친산에 오를 땐 독재자가 된다(김경준 지음, 에디터 펴냄) 엄홍길 대장이 히말라야 고봉 14좌 완등이라는 위업을 이루는 과정에서 보여준 열정과 도전정신을 살폈다. 치밀한 전략가와 앞서 나가는 혁신가의 면모를 리더십의 관점에서 조명.1만원.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정감록’ 연재도 막바지라 맺음말이 없을 수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의 예언문화를 다각도로 다루려 노력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화제는 조선후기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정감록’이 등장했고, 그것이 한동안 정치 및 종교운동의 모태가 되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조선후기엔 이른바 ‘정감록’ 사건이 참 많기도 했다. 그런데 ‘정감록’은 과연 무슨 사상을 담고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때가 많다. 아무리 ‘정감록’을 읽어봐도 어떤 체계라든가 사상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설사 ‘정감록’에 예고된 정진인(鄭眞人)의 세상이 된다 해도, 그것은 또 하나의 왕조일 뿐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잘 알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 은 예수의 재림이 가져다 줄 인류역사의 완성을 예언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정감록’은 기껏해야 왕조교체를 논하는 수준이란 평가다.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정감록’이란 텍스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정감록’을 읽는 나의 방법은 적혀 있는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문화적인 맥락에 비추어 읽는 방식이다. 텍스트의 안과 바깥을 부지런히 오가며 ‘정감록’을 읽는 것이다. 그러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정감록,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선 대항이데올로기 ‘정감록’은 조선시대의 지배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맞서 평민 지식인들이 준비한 대항 이데올로기였다. 이 점은 19세기 후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여러 신종교의 가르침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동학·증산교 및 원불교는 하나같이 곧 밝아올 새 세상을 노래했다. 그들이 선포한 새날은 ‘정감록’이 민중에게 약속한 새 나라였다. 그것은 역사상 존재했던 여러 왕조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새 하늘, 새 땅이었다. 새 날의 모습은 성리학자들이 추구해온 목가적 이상세계와는 달랐다. 그것은 ‘정감록’으로 빚은 대항 이데올로기의 핵심이었다. 연재 가운데 이미 검토된 사실이지만 동학과 같은 새 종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17세기 이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런 운동은 ‘정감록’을 매개로 평민 지식인들이 주도했다. 신종교 운동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름대로 조직적 경험과 이론을 확립해갔다. 마침내 19세기 후반에는 동학이란 교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민중에게 널리 지지를 받았다. 최제우의 동학은 ‘정감록’운동의 터전 위에서 창립된 것으로,‘정감록’없이는 동학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옳다. 나중에 동학의 교명을 천도교로 바꾼 손병희 같은 지도자도 ‘정감록’을 무척 중시했다. ●오만년 대운, 전환기의 괴질 동학을 비롯한 여러 신종교에서는 조선왕조가 망하고 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고 보았다. 바로 ‘정감록’에 예언된 정진인의 나라다. 그때가 되면 문자 그대로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롭고 복된 사회가 건설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오만년대운(五萬年大運)이 새로 시작된다고 표현했다. 동학의 경전 ‘용담유사’에는 ‘오만년’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용담가’에 “한울님 하신말씀 개벽 후 오만 년에 네가 또한 첨이로다.”라는 대목이 있다. 세상이 열린 지 오만 년 만에 최제우가 큰 가르침을 열었다는 말이다. 최제우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이상적인 종교를 창립했다며,“무극대도 닦아내니 오만년지 운수로다. 만세일지 장부로서 좋을시고”라고 했다. 불교와 유교는 이미 낡은 것이 되었고, 이제는 인류 최상의 가르침인 동학을 통해 새 세상을 건설할 때라는 것이다. 최제우는 동학의 유행을 천운(天運)이라 했다. 그러면서 보통사람들은 근심걱정 없이 이러한 시운에 따라 최제우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했다. 최제우에 앞서 세상이 바뀔 거란 점을 누누이 강조한 것은 ‘정감록’이었다. 그 유행에 힘입어 사람들은 최제우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정감록’엔 새 세상이 밝아올 때 여러 가지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고 예언돼 있다. 전쟁과 질병과 굶주림이 그것이다. 최제우는 ‘정감록’ 예언을 대폭 수용해 과도기의 징후를 ‘몽중노소문답가’에서 이렇게 정리한다.“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개벽 아닐는가.” 여기서 말하는 십이제국이란 문자 그대로 열두 나라가 아니라 온 세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온 세상이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곳에서 그는 ‘삼년괴질’이니 ‘연년괴질’과 같은 말을 한다. 요컨대 여러 해 동안 인류가 조류독감이나 에이즈와 같은 질병으로 시달린 다음에 “개벽”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마치 성경에서 말세에 큰 환란을 겪은 뒤 예수가 재림한다는 식이다. 조선 후기엔 천주교가 수용되어 종말론이 널리 전파되었다.‘정감록’에 기록된 환란도 그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최제우의 동학 역시 마찬가지다. 동학은 이름부터 천주교(서학)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지만, 그 주장이 꼭 대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학을 계승한 증산교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증산교의 창립자 강일순은 한국에 출생하기 전에 로마 교황청 꼭대기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서양신부 마테오리치를 중국으로 파견한 장본인이라고도 했다. 이런 증산교도 전환기에 찾아올 환란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강일순의 생각은 동양적이었다. 그는 이른바 괴질의 원인을 과거의 모든 악업(惡業)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쌓인 것이라 했다. 악업과 신명을 강조한 점에서 그의 생각은 다분히 불교적이다. 강일순은 괴질의 발생을 사계절과 비교한다. 봄과 여름에는 큰 병이 없다가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에 병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말세에는 이런 식으로 큰 병이 세상을 휩쓸게 되는데, 한국에서 최초 발병자가 나오며 병을 치료할 구원의 도(道) 역시 한국에서 일어난다 했다. 괴질은 전라북도 군산과 순창에서 발생해 49일 동안 전국을 휩쓸고는 외국으로 건너가 3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다. 이것이 강일순의 예언이다. 그는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했는데 이런 사고방식은 ‘정감록’에서도 확인된다. 동학의 최제우 역시 오만년 대운을 열 새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함으로써, 한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겼다. 19세기 한국은 내우외란이 겹쳐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종교적인 면에서도 외래종교인 천주교가 들어와 전통사상이 도전에 직면했다. 이런 판국이라 ‘정감록’을 비롯한 각종 예언은 더욱 인기를 끌었고, 마침내 말세의 환란과 새 세상에 대한 기대가 꽃을 피웠다. 동학과 증산교의 등장이 바로 그 보기다. ●새 세상은 미륵세상 최제우의 글에는 새 세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강일순의 경우는 달라 다가올 세상을 비교적 자세히 예고했다. 언제나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살기 마련인 사람들도 하늘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 했다. 새 세상은 밤도 낮처럼 환해지며, 들에는 백가지 곡식이 풍성하고 만 가지 과일이 다 굵고 커, 음식이 풍성하게 된다. 아름다운 옷도 무척 흔해진다. 강일순이 꿈꾼 새날은 의식이 풍족하고 교통이 편리하게 되며 어둠이 사라진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선 거짓이 사라지고 온갖 차별도 없어지며 수명이 늘어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강일순의 예언이 적중했다고 말한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얼마든지 하늘을 날게 되었고, 전깃불로 밤을 밝히게 되었다. 또한 대형 할인마트에는 국산과 외국산을 막론하고 음식과 과일 그리고 의복이 넘친다. 헐벗고 굶주리던 옛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인권이 잘 보장되며 평균수명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강일순이 예고한 새 세상은 불교에서 말하는 미륵세상이다.‘미륵하생경’에 비슷한 모습이 더욱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새 세상이 되면 거리마다 번화하기 짝이 없고, 밤마다 향수가 가랑비처럼 내린다 했다. 길바닥은 거울처럼 맑고 깨끗하고 평탄하며, 식량이 풍족해 인구도 번창한다. 보배가 무수하고 감미로운 과일나무, 향기로운 풀과 나무도 무성하다. 기후는 늘 온화하고 화창하며, 계절의 변화가 순조롭고 사람들은 착하고 고운 말만 서로 주고받는다. 대소변을 볼 때면 땅이 저절로 열렸다 닫혀 아무런 냄새도 안 난다. 인간의 수명도 늘어나 보통 8만 4000세까지 살게 된다. 이것이 지금 도솔천에서 수행 중인 미륵이 세상에 내려와 건설할 새 세상의 모습이다. 물질이 지극히 풍족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고, 누구나 심신에 고통을 받지 않고 오래 사는 이상향이다. 불교신자라면 누구나 이런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염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불교는 오랫동안 한국의 국교였다.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및 고려시대까지 늘 그랬다. 상하를 불문하고 모두 불교를 믿었다. 조선시대에야 사정이 달라졌다. 유교를 국시(國是)로 삼아 불교를 업신여기는 풍조가 유행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교적 세계관에 익숙했다.19세기에 강일순이 미래의 이상향을 언급하면서 미륵세상을 사실상 그대로 옮긴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륵세상은 한국사람 누구나가 지향한 이상향이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조선후기 신종교운동을 펼친 평민지식인들이 이상세계를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은 것도 납득이 된다.‘정감록’에 미래사회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 때는 누구나 미륵세상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정감록’이든 또는 동학의 경전이든 이상향에 관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던 시절이다. 조선시대 민중이 궁금했던 것은 이상향의 모습이 아니라 과연 언제 새날이 밝느냐는 문제였다.‘정감록’이 선포한 새 세상은 미륵세상이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미륵이 얼마나 중시됐는가는 전국각지에 미륵신앙이 퍼져 있다는 사실에 나타난다. 일제시대 함경도 함흥에서 수집된 무가(巫歌)를 보면, 미륵은 인간을 창조한 조물주로 인식될 정도였다. 바로 그 “미륵님 세월에는 섬(石)으로 말(斗)로 밥을 배불리 많이 먹고 인간 세월이 태평하였다.” 과거 미륵세상이 태평했다는 대목은 앞으로 다가올 미륵세상이 그러리란 기대를 역으로 투사한 것이다. ●정감록은 후천세계로 귀결 다가올 미륵세상을 신종교에서는 후천(後天)이란 용어로 표현한다. 인류의 역사를 양분해 지난 세상은 선천(先天), 다가올 세상은 후천으로 설명한다. 선천은 각종 모순이 쌓여 불합리하고 상극이 되어 충돌하던 어두운 세상, 후천은 상생의 논리가 지배하는 밝은 세상으로 본다. 원불교 교조 박중빈은 이미 선천과 후천이 교대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후천세계는 평화롭고 평등한 문명 세상이다. 그것은 온갖 종류의 차별과 대립이 사라진 지상낙원인데, 한국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정감록’이 기약했던 정진인의 나라는 결국 후천세계로 귀결되었다. ■ 정감록과 임진왜란 ‘정감록’이 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임진왜란이었다. 선조25년(1592)에 일어난 왜란의 여파는 무척 컸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돼 전쟁에 관한 예언이 수집되었다. 일종의 사후 약방문인 셈인데, 그것은 뒷날 ‘정감록’에 녹아들었다. ‘조선금석총람’ 하편을 보면 세조5년(1459) 원각(圓覺)이란 승려가 81세를 일기로 입적하며 앞날을 예언했다. 자기가 죽고 130여년이 지난 뒤 고래 같은 도적(왜적)이 쳐들어와 나라가 의지할 곳을 잃게 된다고 했다. 그 때가 되면 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이고 피가 천리를 적시는데 서쪽(중국) 병사들이 와서 구원하리라 했다. 임진왜란 발생과 경과를 대강 맞춘 셈.‘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인다.’는 식의 표현은 ‘정감록’에도 보인다. 원각은 참혹한 전쟁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늘의 신들이 도와주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그는 향불을 태우며 무릎꿇고 관세음보살의 주문을 외우면 화를 입지 않게 되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였다. 당시 유행한 예언서에 “적은 부산에서 일어나 부산에서 그친다.”라고 돼 있었다 한다. 임진왜란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경상도 부산포에서 시작돼 어찌보면 거리가 매우 먼 평안도 부산에서 끝난다는 이야기였다. 보통은 잘 모르고 있지만 평양 서쪽 30리에 부산 고개라는 곳이 있다. 그 왼쪽 언덕에는 사람 모양의 석상이 있는데 언제 누가 무슨 일로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한다. 임진년(1592년) 봄, 석상이 피를 흘려 이웃한 부산 고개까지 흘러 내렸다. 전쟁이 일어날 징조였다. 전라도 광양에선 돌에 적힌 예언서가 발견되었다. 쇠무덤(鐵叢)이라 알려진 곳에서 출토된 예언서에는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동쪽으로 시오리 되는 곳에 황금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면 만 배 이익이 될 것인데 그리 되면 아들은 능지기가 되고 노비가 능 주인이 되어 상하가 뒤집힌다. 승려가 승려노릇을 그만 두고 선비가 붓과 먹을 버리게 되며, 베 짜는 여인이 베틀을 버리고 농부가 쟁기를 버린다.” 상하의 질서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 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예언이었다. 비슷한 표현이 ‘정감록’에도 있다. “임진년에는 나라가 셋으로 갈라졌다가 계사년에 다시 평정되리라. 말해 또는 양해에 다시 태평하여질 것이다. 두류산에 들어가 난을 피하는 것이 제일이다. 호서는 조금 편안하고, 한양에 도읍하면 마땅히 팔백년을 갈 것이다. 당나라 병사가 임진강을 건너면 국운이 2백년은 더 하리라.” 이 대목은 ‘정감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삼국으로 갈라졌다 하나로 통일된다는 것, 말해와 양해가 대길하다고 예언한 것은 모두 ‘정감록’에 수용되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한 번 나온 예언은 어떤 식으론가 계승되게 마련인 것을 알 수 있다. 선조 때 명신인 이항복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다. 왜란이 일어나기 한 해 전 겨울날이었다. 이항복이 퇴궐해 막 집에 도착하자 청지기가 뛰어 나와 어느 괴상한 남자가 뵙자고 야단이라 하였다. 그 사나이는 헤진 갓에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었다. 더러운 누더기를 몸에 걸쳤고 좁은 바지 자락은 정강이까지 돌돌 말아 올렸는데 얼굴은 큰 돌 같았고 키가 무척 컸다. 붉은 입을 괴물처럼 열고 한참 동안 무슨 말인가를 늘어놓은 뒤 갑자기 사라졌다. 이웃집에 살던 이덕형이 이를 목격하고 사정을 캐물었다. 이항복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그 사나이는 자칭 백악산의 야차(범어의 yaksa, 두억시니)라고 하는데 장차 내년에 큰 난리가 터질 텐데 아무도 걱정하는 사람이 없어 이렇게 내게 알려주러 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야차는 10세기 초 철원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토성 신을 연상케 한다. 그는 고려태조의 등극을 알리는 ‘고경참’을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돼 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환경영향평가 대폭 간소화

    현행 환경영향평가 항목 가운데 교통 및 문화재 평가항목이 오는 2007년부터 폐지된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기획단은 25일 “환경영향평가제를 사업자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대폭 간소화한다.”면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는 ▲자연환경 ▲생활환경 ▲사회경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데, 이 가운데 사회경제분야의 평가항목 일부가 중복돼 사업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경제환경 분야의 7개 평가항목 가운데 폐지되는 항목은 교통과 문화재다.또한 동·식물상, 수질·대기질 등에 대한 사계절 현장조사 대신 국가환경DB자료를 활용, 평가서 작성기간을 대폭 단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앞서 발표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4대 영향평가제도 가운데 환경영향평가를 제외한 교통·재해·인구영향평가를 폐지하고 보완대책을 수립키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의 영향평가제 손질은 2006년 중 입법화를 거쳐 2007년부터 시행된다.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레저+α]

    ■ 여행책 (1) ‘산사에서 만든 차’ 전국 유명 사찰의 스님들이 자랑하는 산사의 차에 대해 4년간 직접 취재해 쓴 ‘산사에서 만든 차’란 책이 출간됐다. 지난 2002년 정갈한 사찰음식을 담은 ‘한국 사찰과 공양’이란 책을 출판했던 사진작가 이정애(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강사)씨는 오천년 전통의 불교문화 속에 녹아 있는 57가지 각종 제다법을 소개했다. 책에는 대흥사 녹차와 함평 끽다치 선원의 나비황차, 선암사 대선 작설차, 불갑사 돈차, 영평사 구절초차, 백련사 동백꽃차 등 대를 이어 사찰과 스님에게 전해 내려온 차만들기 비법이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담겨 있다. 특히 책에는 얼마전 열반한 법장(전 조계종 총무원장)스님이 열반하기 전에 써준 ‘다도로 통하는 선(仙)의 경지’라는 추천사가 실려 있다. 248쪽 분량의 책은 컬러 양장판으로 300여장의 관련 사진이 실려 있으며, 가격은 3만 3000원이다. 이 책은 내년 5월쯤 영문판이 출간될 예정이다.(02)516-8985. ■ 해외여행 (2) 항공권,AS 실시 넥스투어(www.nextour.co.kr)는 항공권 구매시 느끼는 불편이나 개선사항을 접수 받아 추첨 후 다양한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실시한다. 행사는 올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넥스투어를 통해 항공권을 구입해 여행을 마친 모든 고객들을 대상으로하여 홈페이지에 구입 소감이나 상담 에피소드 등을 오는 31일까지 남기된다. 내년 1월20일 추첨해 3만·5만원 백화점 상품권과 1만·2만원 문화상품권 등을 주며, 참가자들에게는 3000원권 투어머니를 증정한다.(02) 2222-6666. ■ 국내여행 (3) 문경, 눈썰매장 개장 경북 문경시는 지난 17일 문경새재 도립공원에 사계절 썰매장을 개장했다고 밝혔다. 사계절 썰매장은 폭 25m, 길이 120m 인조 잔디 슬로프에 50㎝ 이상 인공눈을 뿌려 겨울 내내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입장료는 20세 이상은 8000원,20세 미만은 5000원으로 내년 3월 초순까지 운영할 예정이다.(054) 550-6390. (4) 해돋이 여행 떠나자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는 새해 첫 태양에 희망을 가득 심어 신년소망을 빌어 볼 수 있는 신년일출 상품을 선보였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무대였던 정동진과 봉평 허브나라 무박 2일 상품은 31일 밤 11시 30분 서울을 출발, 정동진에서 일출을 감상한 뒤 평창 대관령 눈꽃과 봉평허브나라를 돌아본 뒤 오는 코스다. 또 영덕 강구항에서 해돋이를 보고 백암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무박 2일 상품은 31일 밤 11시 서울을 출발, 강구항 일출을 본 뒤 영덕 대게 시장과 울진 백암온천, 영주 선비촌을 돌아보는 코스다. 두 코스 모두 점심식사와 입장료 등을 모두 포함한 참가비는 성인 5만 5000원, 어린이 4만 9000원.(02)733-0882. (5) 한겨울밤의 여름꿈 오는 12월31일 남이섬에는 이색적이고 낭만적인 송년행사 열린다. 여름나라 밴드와 수영복 패션쇼 그리고 눈 쌓인 들판의 비치 파라솔, 바캉스 퍼포먼스 등 뜨거운 겨울밤을 녹이는 다양한 이벤트가 기다린다.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라틴댄스, 언 손으로 따뜻한 모닥불에 쬐어가며 고구마도 구워먹고 김은식의 색소폰 연주, 퓨전 재즈밴드 ‘COZ’ 초청, 낭만 콘서트가 열리고 뷔페식 숯불바비큐, 기본주류와 음료 등이 제공되며 동토의 여름 ‘비치웨어 패션쇼’,送冬迎夏 모닥불 퍼포먼스 등이 영하의 남이섬을 따뜻하게 달군다.2005년 12월31일 저녁8시부터 2006년 1월1일 0시30분까지 행사가 진행되면 회비는 5만원(남이섬 입장료, 디너파티, 공연 등 모든 행사 포함). 문의는 (02)753-1246∼8,www.namisum.com ■ 지금 스키장에서는 (6) 시작하는 연인을 위해 무주리조트에서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연인에게 커다란 전광판을 통해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낭만적인 프러포즈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OK.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매 시간의 정시가 되면 주인공 두 명의 사랑 고백이 전광판에 방영된다. 신청은 무주리조트 홈페이지(www.mujuresort.com)에 하면 된다. 또한 오는 1일 덕유산 정상(해발 1614m) 향적봉에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새벽 6시부터 해돋이 곤돌라를 운영한다. 곤돌라를 이용하면 곤돌라에서 내려 덕유산 정상까지 20분 정도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듯 쉽게 오를 수 있다.(063)322-9000 (7) 산타양말 나눠주기 대명 비발디파크(www.vivaldipark.com)는 24일부터 새벽 5시까지 스키를 탈 수 있는 새벽 스키를 운영하고,24일 콘도에 입실하는 어린이 고객에게는 산타양말을 나눠주며,24∼25일 스키강사가 산타 복장으로 슬로프에서 사탕을 나눠준다. 또 24일 밤 야외무대에서는 노래자랑이 펼쳐져 무료숙박권과 리프트권 등 푸짐한 선물을 나눠준다.24일 심야 스키가 끝난 직후에는 횃불 스키 묘기와 폭죽행사가 준비돼 있다. (02)2222-7000. (8) 한화 휘닉스파크 정식 개장 한화리조트의 12번째 고품격 프리미엄 콘도인 한화 휘닉스파크(www.clubphoenixpark.co.kr)가 21일 정식 개장했다. 강원도 평창의 대형 스키리조트 단지에 위치한 한화 휘닉스파크는 지상 20층의 레드동과 지상 14층의 핑크동 등 2개동으로 최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440실 규모의 객실을 갖췄다. 현재 겨울 성수기 객실 예약접수와 신규 회원권 분양을 실시중에 있다. (02)729-5300. ■ 호텔 & 외식 (9) 겨울철 진미 ‘굴’ 요리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실란트로(Cilantro)’는 내년 1월31일까지 굴요리 축제를 연다. 뷔페식으로 마련한 굴요리 축제는 신선한 생굴을 비롯, 생굴찜, 생굴과 크림 시금치, 생굴샐러드 등 20여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점심에는 어른 3만 5000원·어린이 2만 1000원, 저녁에는 어른 3만 7000원·어린이 2만 2200원이다. 세금 및 봉사료는 별도.(02)317-3062. (10) 천상에서 맞이하는 새해 63빌딩에서는 2006년 신년을 맞이해 ‘새해맞이 일출 이벤트’로 해발 264m의 63전망대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울 일출 체험전’과 59층 레스토랑 워킹온더클라우드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이벤트를 한다. 서울 일출 체험전은 새해 첫날인 1일 새벽 6시32분에 63전망대에 올라 도심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한해를 시작할 수 있는 자리를 갖는 소중한 기회.63전망대에서 한강을 중심으로 서서히 밝아지는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한해의 소망을 기원할 수 있다. 또한 63빌딩 59층에 위치한 양식당 워킹온더클라우드에서는 오는 1일 레스토랑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조식 뷔페를 제공하는 패키지형 상품 ‘워킹온더선’을 선보인다.(02)789-5663,www.63.co.kr (11) 저녁 7시 눈이 내리면 공짜 NH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는 돼지고기 전문점 ‘돼지사냥’ 신정점은 21∼24일 저녁 7시를 기준으로 눈이 내리면 신메뉴 ‘돼지사냥모둠’ 2인분을 공짜로 제공한다.100% 국내산 저온고급 냉장육으로 꽃살, 항정살, 부채살 등 돼지 한마리에서 나오는 2㎏에 해당하는 최고급 부위다.www.donnawara.com ■ 패션 & 뷰티 (12) 좋은사람들, 진캐주얼 브랜드 론칭 패션내의 전문업체 좋은사람들이 진캐주얼 업체 ‘터크 컴퍼니’를 설립하고,‘터그 진(Tug Jean)’을 론칭했다.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2530세대를 남녀를 대상으로 한 데님 라인으로, 재킷 셔츠 스커트 바지를 비롯해 이너웨어와 액세서리까지 토털코디네이션 브랜드다. 데님 바지는 9만∼16만원선, 재킷은 12만∼18만원선, 티셔츠 3만∼10만원선이다.2006년 2월부터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을 모델로 기용하고, 봄·여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13) 바비인형, 구호를 입다 제일모직 구호는 예술의 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비 스토리, 서울’ 전시회에 내년 봄·여름 신제품 의상 15점을 선보였다. 이를 기념해 오는 31일까지 구호 전국 매장에서 ‘구호 with 바비 이벤트’를 열고, 기간중 1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 500명을 선착순으로 바비 전시회 티켓 2매를 증정하며,200만원 이상 구매 고객 150명에게는 바비 인형 1개를 증정할 계획이다. (14) 명동으로 떠나는 허브 여행 태평양 이니스프리는 서울 명동에 ‘이니스프리 허브 스테이션’을 열었다. 자연주의 화장품 이니스프리의 기존 제품과 함께 다양한 유러피안 허브 코스메틱을 만날 수 있다. 프로방스 출신의 화가가 그린 허브 일러스트를 담은 예술작품 같은 화장품을 만날 수 있다. 오픈 기념으로 내년 1월15일까지 모든 구매 고객에게 예쁜 ‘라벤더 교통카드집’을 준다. 구매 가격에 따라 1만원 이상이면 라벤더 머그컵을,2만원 이상 구매하면 라벤더 디카 케이스를,3만원 이상이면 라벤더 무릎담요를 준다.080-023-5454. (15) 건강한 겨울철 피부 축제 뉴트로지나는 23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보광 휘닉스 파크에서 대규모 고객 사은행사를 진행한다. 이글루 모양으로 특별히 제작된 부스에서 스키메이크업, 핸드마사지, 온음료 서비스 등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 눈 던지기 게임과, 퀴즈프로그램을 통해 경품도 준다. 또 홈페이지(www.neutrogena.co.kr) 이벤트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리프트권을 무료로 준다. 080-023-1414.
  • [외국인 1%시대] 외국인 6인의 바람

    [외국인 1%시대] 외국인 6인의 바람

    ●존 맥과이어(40·캐나다·교수) 한국에서 처음 겪은 차별은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일부 대학이 아무리 잘 가르쳐도 외국인 교수는 3년 후에 해고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가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원한다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교육적으로는 단일민족 등 민족주의를 강조하기보다는 다원화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하와 건(여·24·터키·유학생)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상대편인 터키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한국인들을 TV로 보고 ‘형제의 나라’로 유학오기로 결심했다. 친절한 한국인들 덕분에 내 선택이 옳았음을 새삼 느낀다. 그러나 외국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 특히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릿수건)을 들추면서 ‘이런 것은 여기선 안 써도 된다.’고 말하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을 돕는 교육이 필요할 듯 싶다. ●로넬(가명·23·필리핀·노동자) 산업연수생으로 안산에 들어온 지 6개월이 됐다. 지금은 실리콘 제조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생활은 힘들지만 행복하다. 사계절이 너무나 아름답고, 필리핀에 비해 치안이 훌륭한다. 물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작업 반장이 밤에 술을 먹고 와서 마구 때린다. 아무런 잘못 없이 맞은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치료비를 줄지도 걱정이고…. ●리처드 판즈워스(56·미국·선교사) 선교를 위해 2년간 한국에 머물고 있다. 미국에선 소아과 의사로 일했다. 대학생이었던 1969년에도 한국에 온 적이 있다.35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대부분 미국을 좋아했다. 지금은 일부 젊은이들이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옷차림이나 음악은 미국문화를 그대로 수용한다. 한국은 어디 출신인지, 누구와 친한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를 중시하는 것 같다. 그보다는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장 셸 타리에(53·프랑스·회사원) 1981년부터 프랑스와 한국을 오갔고, 현재 고속전철 신호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 머문 게 모두 합쳐 10년쯤 된다. 부인과 결혼, 한국에 왔다. 결혼을 한 뒤에도 나는 프랑스 국적을, 아내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처음에 외국인과 결혼한 아내를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해 놀랐다. 거리를 걸을 때도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정도였다. 외국인이 꾸준히 늘고, 다양한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한국은 다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다. ●정현숙(가명·여·42·중국·식당 보조) 5년전 친척을 만나기 위해 들어와 한국에 주저앉은 조선족이다.‘불법체류자’ 신세지만 같이 사는 친구들도 대부분 불법체류자여서 견딜 만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어투와 단어 때문에 무안을 당한 적이 많았다. 돈을 떼인 경험도 몇번 있다. 하지만 이제는 조선족만 찾는 식당도 많이 있을 만큼 여건이 좋아졌다. 정은주 서재희 고금석기자 ejung@seoul.co.kr ●등록 외국인이란 90일 이상 우리나라에 체류하기 위해 체류지 관할 행정관청에 외국인 등록을 마친 사람을 말한다.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한 여성도 귀화전까지는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불법체류자나 한미주둔군지위협정 등 특별 조약 등에 해당하는 사람은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 외국인 수와 큰 차이가 있다.
  • [마니아] 스노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 ‘스사사’

    [마니아] 스노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 ‘스사사’

    사계절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온다. 그러나 계절에 따라 반기는 사람도, 싫은 사람도 있는 법.스노보드 마니아는 찬 겨울바람과 눈보라를 친구로 여긴다.보드(Board)는 말 그대로 ‘판때기’를 가리킨다. 우리에게도 놀이가 마땅찮아 버려진 판때기에 도르래를 달아 이리저리 굴려보던 시절도 왕년의 우리에겐 있었다. 그런 것이 거듭난 게 바로 보드게임이다.몸을 비비틀고, 다리를 높이 쳐들어 공중을 빙빙 돌고…. 어르신들이 보면 “굳이 저런 것에 매달리는 까닭이 뭘까.”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또 다른 삶의 한 모습이다.또 세상살이가 그렇듯 한번쯤 세상을 거꾸로 보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이런 묘기도 나온 게 아닐까.스노보드에는 어떤 마력이 숨어 있을까. 언뜻 보기에 스노보드가 전부인 사람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흩날리는 ‘눈보라’를 따라 내달리는 맛은 말만으로야 다 못하죠.” 스노보드(Snow-board) 동아리에 가입한 닉네임 ‘닐리리’는 이렇게 말한다. 추위가 온몸을 꽁꽁 얼어붙게 하지만 이런 날씨가 오히려 더 즐거운 사람들이 있다. 스노보드 마니아들이다. 이미 한 여름인 8월부터 “더위가 지겹다.”면서 스노보드를 화두로 삼아 국내·외 원정여행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오늘을 내내 기다려왔다. ●하얀 세상 위에는 낭만이 모든 종목이 그렇듯 스노보드의 탄생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에서 출발한다.1950년대 말 미국의 깊은 산중 설원에서 사냥꾼들이 손쉽게 산을 타고 내려오기 위해 꾀를 짜낸 널판때기 장비가 그 시작이었다. 스노보드는 서핑이나 스케이트보드처럼 넓은 판에 두 발을 올려놓고 막대 없이 눈 위를 달리는 방식이다. 스키와는 어떤 점에서 다를까. 한마디로 ‘터프’하다는 점이 손꼽힌다. 빠른 스피드와 자유롭고 격렬한 움직임이 매력이다. 대표적인 장비로는 보드, 바인딩, 부츠, 스노보드복, 모자, 고글, 장갑, 무릎 및 엉덩이 보호대 등이 있다. 그러나 널판때기로 부를 수 있는 보드만 하나 갖춰도 기본적으로 즐길 만하다. 다시 각 장비들을 세부적으로 알고 시작해 보자. 보드의 경우 알파인, 프리스타일, 올라운드 등으로 나누어진다. 자신의 체격에 따라 길이, 너비, 반발력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 부츠는 재질에 따라 소프트와 하드로 갈라진다. 보드와 발을 묶어주는 바인딩을 구입할 때는 조였을 경우 단단한지 여부를 잘 살펴봐야 한다. ●넘어지는 법도 알아두시길 스노보드를 배우려면 완만한 경사지에서 충분히 숙달한 뒤 수준을 차례차례로 높여가는 게 바람직하다. 가장 편하고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하도록 해 몸 전체를 사용,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어느 부위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평지에서는 앞에 놓인 발을 바인딩에 고정시킨 채 뒷발로 지면을 밀면서 나아가도록 한다. 잘(?) 넘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완만한 곳에서 넘어지는 연습을 되풀이하는 게 좋다. 앞으로 넘어질 때는 무릎을 구부리면서 슬라이딩 하듯이 손부터 자연스럽게 짚어야 한다. 뒤로 넘어질 땐 엉덩이부터 땅에 닿는 동시에 등 전체와 두 팔로 충격을 흡수한다. 잔 기술을 보면 이렇다. 사이드슬립(Side-slip)은 보드를 경사면에 수직으로 두고 발 앞꿈치와 뒤꿈치를 살짝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균형감각과 제동 능력을 배울 수 있다. 펜듈럼(Pendulem)은 시계추처럼 활강하는 것이다. 사이드슬랩 자세를 취한 채 두 다리에 균등하게 힘을 실은 상태에서 시작한다. 앞쪽 다리나 뒤쪽 다리로 중심을 이동시킴으로써 경사면을 지그재그로 내려온다. 누구나 텔레비전 등에서 멋지게 따라해보고 싶어할 턴(Turn)은 어떻게 할까. 경사면을 비스듬하게 내려오다가 몸을 일으켜 세워 보드가 경사면을 향하게 되면 회전하는 방향의 안쪽으로 발의 앞, 뒤꿈치를 누르면서 체중을 이동, 회전하면 된다. 그러나 백마디 말이 필요없다. 마음 준비가 됐다면 새하얀 눈밭이 있는 언덕으로 떠나고 볼 일이다. ●뜨거운 ‘즐눈’ 바람, 바람 다시 즐눈(즐거운 눈놀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한국대학스노보드연합회 회원들은 요즘 내년 1월 6∼7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페스티벌 채비로 마음은 벌써 올해를 훌쩍 넘겼다. 연합회의 단합을 자랑하듯 대표의 직함이 의장인 게 눈길을 끈다. 참가비가 무료인 이 축제에는 순수 아마추어 선수가 무려 350명 출전해 갈고닦은 솜씨를 겨룬다. 스노보드 광들은 평소에도 눈이 많이 내리는 이웃나라 일본이나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를 오가며 느낀 점 등에 대한 얘기로 정보를 나눈다. 닉네임 ‘소믈리에’는 “지난해 이맘때 프랑스의 트와발레 스키장과 라플란느 스키장을 다녀왔다.”고 들뜬 표정을 지었다. 뜻밖의 사고 때문에 가슴 아픈 사연도 쏟아진다. 누구에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이어서 늘 마음의 고삐를 죄야 한다는 말이다. 한 회원은 “지난달 27일 턴을 하기 위해 슬로프를 천천히 내려오는데, 갑자기 어린 학생이 덮쳐와 언덕길을 굴렀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발목과 허리를 다쳐 의무실로 실려갔단다. ●억울한 일 없도록 대비를 이에 따라 사고에 대비한 당사자 합의 문제나 ‘스키 보험’에 대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또 다른 회원은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즐기다 돌부리에 걸려 장비가 고장났다.”며 업체로부터 보상받을 길을 물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보드를 타고 계단 오르내리기, 자갈길 눈밭 달리기 등 짜릿한 묘미를 맛보려는 모험파도 많다. 국내에는 설원이 몇몇 군데로 한정돼 있어 스노보드를 즐기려면 비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회원들은 끼리끼리 ‘자동차 함께 타기’에 애쓰고 있다. 콘도 등 숙박을 해결하는 ‘방풀’ 모집도 활발하다. 무엇보다 단체로 스노보드 여행을 떠나는 것을 ‘떼보딩’이라고 부르는 데서 젊은이들의 발랄함과 엽기에 대한 흥미를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달려라 썰매야 이겨울 끝까지”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고 많은 눈이 내리면서 수도권 지역 눈썰매장들이 예년보다 일찍 문을 열고 있다. 최장 520m의 5개 슬로프를 보유한 용인 에버랜드는 많은 눈이 내린 데다 기온이 내려가자 개장 시기를 예년보다 2주 가량 앞당겨 지난 6일 유아용 코스를 임시 개장한 데 이어 9일 모든 슬로프를 정식 개장했다. 과천 서울랜드도 9일 오픈했으며 양평 카사벨라 눈썰매장과 용인 양지 용인청소년수련원내 눈썰매장은 이미 5일 문을 열었다. 포천 산정리조트 눈썰매장은 지난해보다 2주 정도 앞당겨 10일 개장하며 용인 한국민속촌내 눈썰매장은 15일, 양평 한화리조트내 눈썰매장은 16일 개장한다. 안산시는 단원구 원곡동 시민공원에 직영 사계절썰매장을 설치해 오는 24일 문을 열 계획이며 군포시도 산본동 선교원부지에 길이 100m, 너비 50m 규모의 인공 눈썰매장을 설치해 20일 개장한다. 군포시 눈썰매장에서는 눈놀이장과 얼음썰매장, 인영축제장 등 다양한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개장 예정인 눈썰매장을 이용할 때는 사전에 전화로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으며 일부 눈썰매장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할인권을 출력해 가면 입장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0) 차와 시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0) 차와 시

    첫눈이 내렸다. 하얀 차꽃을 뿌리듯 대지에 살짝 몸을 올린 눈들이 마냥 한가롭기만 하다. 천둥처럼 섞어치던 바람도 어느새 깊은 잠에 들어가고 온 산은 그냥 적막에 빠져 있다. 너무도 자비로운 평화의 침묵이다. 평화는 내면의 침묵에서부터 시작된다. 침묵은 산란한 마음속에서 살아가는 일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한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의 눈을 뜨게 된다. 자비로운 평화와 침묵은 일상의 나를 보고 그속에서 냉철한 지혜의 길이 어디에 있음을 알게 한다. 그것이 바로 차의 마음이요 차의 길이다. 얼마 전 한 차인이 일지암에 찾아왔다. 그 차인은 오랫동안 지리산 화개에서 차 살림살이를 하고 있는 차꾼이다. 한잔의 차를 마시다 말고 깊은 한숨을 쉰 그는 나에게 물었다.“스님 현재 우리나라 차소비의 주류가 어디에 있는 줄 아십니까?” 현재 우리나라 차 소비의 70%는 이른바 대기업이 일상음료로 생산하는 ‘티백’녹차이다. 그리고 나머지 25% 정도는 두물차인 세작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가장 상품의 차라고 말하고 그 차를 마셔야 제대로 된 차를 마시는 것 같은 ‘우전’의 시장가치는 5% 내외다. 차에 대한 소비자의 시각이 많이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우전’은 현재 우리나라 차 시장에서 가장 앞선 브랜드요, 상징성 있는 차 상품으로 차인들뿐만 아니라 일반대중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이른바 최상품의 차로 불리는 ‘우전’을 우리 차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삼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인식이다. 그것은 향후 중국차 시장과의 경쟁에서 우리 차가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이나 여지가 무척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전이란 말은 곡우 전후로 딴 찻잎을 말한다. 여기에서 우전이란 찻잎이 충분히 제다할 수 있을 만큼 자란 시기란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같은 뜻이 와전돼 무조건 곡우 전후로 찻잎을 따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차상품으로 인식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차를 제다할 수 있을 만큼 자라는 것은 매년 그 기후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어떨 때는 곡우 전에 충분히 자란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너무 어려 비비기도 어려운 상태도 있다. 그러나 차를 제다하는 차인들은 이같은 것을 무시하고 곡우 전후에 차를 억지로 생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경우 찻잎을 따기도 어렵고 차를 제다하기도 어렵다.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중국차와의 경쟁력이다. 향후 차 시장이 개방되면 중국차는 그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물밀듯이 한국 차시장을 공략할 것이다. 중국에서 햇차는 우리보다 훨씬 앞선 청명 전에도 생산이 된다. 또한 사계절 내내 햇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전으로 대표되는 우리 차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차인들에게 제안하고 싶다. 절기에 따른 것이 아니라 차 생산자가 차밭에서 처음 딴 것을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로 나누어 생산하는 것이 매우 좋을 듯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차의 본성은 고요하고 사색적이고 이지적이다. 찻잔속에 찻잎이 퍼지며 연두색 색깔을 토해내면 그속에는 우주의 순환을 보는 듯한 정신적 심의(心意)가 싹튼다. 그런 점에서 차는 사람의 뜻과 마음을 키우는 날개와 같은 것이다. 한 잔의 차속에, 한 잎의 찻잎 속에 삶과 죽음의 문제, 심(心)과 색(色)의 문제 등 보다 근원적인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 차인들은 차를 통해 만난 내적 깨달음을 시로 표현한다. 진정한 차인은 차를 통해 자신을 깨우쳐 인격의 완전함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는 차의 마음이요, 노래인 것이다. 옛 차인들은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 그 마음을 그대로 노래했다. 초의 추사 다산 등 우리나라의 차인들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의 차인들 역시 차의 마음을 시를 통해 마음껏 노래한 것이다. 그같은 노래들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과거의 차를 알 수 있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남기고 있다. 먼저 신라·고려 시대의 차는 곧 잊혀진 우리 차에 대한 복원기록 같은 것이다. 마치 기록할 때처럼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고려시대 문신이었던 김극기의 ‘한송정을 돌아보며’라는 시는 좋은 예이다. “외로운 정자가 바다를 임해 봉래산 같으니/지경이 깨끗하여 먼지 하나 용납 않는다/길에 가득한 흰 모래는 자욱마다 눈인데/솔바람 소리는 구슬 패물을 흔드는 듯하다/여기가 네 신선이 유람하던 곳/지금에도 남은 자취 참으로 기이하여라/주대는 기울어 풀속에 잠겼고/다조는 나뒹굴어 이끼 끼었다/양쪽 언덕 해당화는 헛되이/누굴 위해 지며 누굴 위해 피는가/내가 지금 경치를 찾아 그윽한 흥취대로/종일토록 술잔을 기울이네/앉아서 심기가 고요하며 물(物)을 모두 잊었으니/갈매기들이 사람 곁에 날아 내리네” 김극기는 금강산을 유람하고 돌아오던 길에 신라시대 화랑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며 차를 달여 마셨던 한송정에 들르게 된다. 그리고 묘련사의 석지조를 발견하게 된다. 김극기는 옛 차인들이 유적들을 돌아보며 그 회한을 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차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차시들은 충담사, 김지장 스님, 이규보 등 대문장가들의 시선집에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는 이 차시들을 읽으며 당시 차인들의 멋과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차시의 정수는 바로 차의 마음을 담은 것들이다. 먼저 대각국사 의천의 차시다. “북쪽 동산에서 새로 만든 차를/동쪽 숲에 사는 스님에게 보냈도다/한가로이 차 달일 날 미리 알고/찬 얼음 깨고 샘줄기를 찾는다” 겨우내 차를 그리워했던 차인의 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차시다. 대각국사는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먼 남쪽에서 한 차인이 보낸 햇차를 선물받는다. 그 기쁨을 대각국사는 미처 녹지 않은 땅을 일궈 물을 찾는 심정으로 햇차를 기다린 심정을 한 편의 시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 희종때 스님인 진정국사의 차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귀한 차는 몽정산의 차 맛을 이었고/샘물은 혜산천에서 길어 온 것 같구나/졸음을 쓸어내고 정신을 맑게 하니/손님을 대하여 다시 여유가 있네/단이슬이 땀구멍에서 솟아나고/공산의 운제상인이/차 자리를 마련했다고 함에/시원한 바람이 겨드랑이를 식혀주네/어찌 영약을 구해서 마셔야만/불그레한 얼굴로 지낼 수 있다 하겠는가” 고려시대 지배계층인 귀족과 스님들은 중국의 명차로 알려진 몽정산의 몽정차를 마셨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육유가 최고의 물로 인증한 혜산천의 물을 상징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그 당시 육우의 다경을 비롯한 중국의 다서들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많은 다인들에게 읽혀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차인 가족으로 알려진 혜거도인 홍현주가의 차시도 볼만하다. 초의 스님의 ‘동다송´을 오늘에 있게 한 주인공인 혜거도인 홍현주가는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 자식들 모두가 차를 즐긴 당대 최고의 세력자 집안이었다. 그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를 마시며 지은 차시가 있다. “비 갠 뒤 갓 돋은 달 밝으니/흐르는 그림자 성긴 발에 어리네/먼 데서 오신 손님은 흥도 많으셔/맑은 빛은 모두 싫어하지 않는구나/허공이 밝으니 하늘은 넓고 넓어/이슬이 내려 옷을 적시네/누각은 허공속에 걸렸는데/산봉우리에 달이 걸렸네/구름으로 들어가면 구름 밖은 고요한데/별들은 나무 사이에 걸렸네/밤을 재촉하여 등을 걸었는데/바람이 읊조리니 호각소리가 짧아지도다/…차는 익어 시정에 젖어드니/거문고 맑은 소리 고운 손에 울린다/참으로 다정하고 즐거운 마음을/가도 가도 버릴 수 없네/머리 들어보니 은하수는 기우는데/이 기쁨 달님에게 물어본다” 먼저 아버지인 족수 거사 홍인모가 운을 뗀 후 그의 어머니인 영수합 서씨, 두 형과 여동생 유한당 홍씨, 그리고 홍현주가 돌아가면서 쓴 연시다. 한가족이 달빛을 풍광삼아 차를 즐기는 향취를 그대로 드러내는 아름다운 차시인 것이다. 차시 가운데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당대 최고의 천재시인 설잠 김시습이다. 설잠 김시습은 앞서 밝혔듯이 직접 차를 가꾸고 제다했던 차인이었다. 그가 차를 마시며 지은 연시 한토막을 소개해 본다. “밤에 듣는 소리는 패옥 같은데/새벽에 물 길으면 빛이 옥 같네/절아이 산차를 달이려/달이 담긴 찬 샘물 길어오누나/새벽해 떠오를 때 금빛 전각 빛나고/차 김 날리는 곳 서린 용이 날개치네/절이 오래되어 솔은 천길이나 자랐고/산 깊어 달이 한 무더기라” 매월당 김시습은 차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차의 마음을 담은 많은 차시들을 남겼다. 매월당은 이시에서 새벽에 물을 길어 돌솥에 끓이는 소리를 마치 아름다운 패옥 같다고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달이 담긴 샘물 그리고 천길이나 자란 소나무속에 달과 함께 마시는 차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절절히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 다인의 차시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바로 송광사의 다송자 스님이다.“뜰 아래는 차 샘이요, 뜰 위에는 정자 있어/집의 문 넓고 멀어 남쪽바다 눌렀구나/거울속 빛과 소리 천년을 숨어 있고/그림속 강산은 점점이 푸르다/백척난간에 바람이 머무는데/한 잔 뇌소차에 꿈을 깨는구나/책상 앞에 앉아 창랑곡을 떠올리니/물 맑으면 갓끈 씻고 물 흐리면 발 씻으리” 다송자 스님은 근대 차인으로서는 보기드물게 80여편에 이르는 빼어난 차시를 남겨 우리의 마음을 청량하게 한다. 비우고 비워 마침내 허공에 다다른 담백한 차생활을 전해주고 있다. 차는 곧 시며 선이다. 그것은 차를 통해 우리는 내적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는 심의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깊은 산사에서, 활발한 도심에서 살며 차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차의 효용성이랄 수 있다.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노래하는 즐거움 또한 이 시대 차인들이 회복해야 할 정신사인 것이다. 일지암 암주 ■ 효당 최범술과 차의 길 “육신을 가볍고 쾌하고 부드럽게 하는 것” 웰빙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웰빙이란 글자 그대로 인간의 삶을 자연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마치 값비싼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것으로 환치하는 ‘우’를 범하며 살고 있다. 웰빙이란 앞서 전제했지만 인간의 삶을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살게 하는 것이다. 그속에는 삶의 순리와 역리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존재하며 평범하면서도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는 삶의 리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의 차 은사인 효당 최범술 스님은 ‘차(茶)의 길’을 이렇게 설파하셨다.‘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에도 법도가 있다.’는 것이다. 효당 스님은 차를 끓이기 위해 불을 피우고 물을 재우고 법제된 찻잎을 넣어 차를 우려내는 것 하나하나에 그에 따르는 모든 행위가 갖추어져 있는 것을 ‘차를 통하여 생활하는 것’이라고 했다. 효당 스님은 “우리 인간 사회생활 그 어느 것이 그렇지 않음이 없겠으나 모든 인간사회의 복잡다단한 사회생활을 이와 같은 기호 속에서 가볍고 쾌하고 편안하고 부드럽게 조화된 상태에서 등장시켜 고요한 속에서 차생활을 해온 것이다. 이같은 차생활은 차나 무순이나 잎으로 법제된 차에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겠으나 위에서 말한 찻잎이 그러한 모든 요소에 적합하다 하겠다. 그러기에 선인들은 차를 인간생활상의 기호면에 등장시켜 그것이 지니는 맛과 멋을 통하여 인간답게 생활해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차란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고 인간문화생활의 생활까지 통틀어서 ‘차생활’이라는 말로 범칭하게 되고 이와 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을 차인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효당 스님은 여기에서 차의 맛을 문제삼는다.“차맛을 자세히 음미하면 쓰고 짜고 떫고 시고 단 여러 가지의 맛들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이는 우리 인간들의 일상 생활속에서 있을 수 있는 갖가지 맛을 보면서 살아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동고동감(同苦同甘)한다는 표현처럼, 맛의 말로써 나타내니 모든 인간 사회생활 그곳에서 한껏 묘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로 정의하고 있다. 차뿐만 아니라 이 세상 많은 것들이 자세히 음미하면 모든 오감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러나 차는 다른 것들보다 더욱더 명징하게 오감을 전해준다. 효당 스님은 함께 고통받고 함께 기쁨을 느낀다는 ‘동고동감’을 통해 차와 인간삶의 절묘한 조화가 어디에 있는지를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우리의 삶이란 곧 번뇌고 환희인 것이다. 번뇌와 환희의 찰나지간 바뀜이 우리의 그날 그날 삶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효당 스님은 차인의 진정한 길은 그같은 동고동감 속에서도 늘 고요하고 평화스럽게 자신을 온 우주와 함께 호흡하라고 권한다. 육신을 가볍고 쾌하고 부드럽게 하는 길이 바로 다도의 길인 것이다. 다도의 길은 또 고인물이 흐르는 물로 말미암아 맑은 여울로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차 한잔에 한 생각을 모으고 그 모두 어진 생각으로 온 우주와 합일이 되고 그 합일된 바탕 속에서 자신의 내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을 얻는 것이다. 다도의 길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효당 스님은 매일매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권한다.“우리 인간이란 매우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제일 가깝고 쉽고 평범한 큰길이 있음을 잊은 채 멀고 어렵고 까다로운 샛길을 찾는다. 발걸음을 멈춰 다시 한번 돌아보자.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어느 길인가를. 그리고 차와 선이 있는 길이라면 우리 선인들의 슬기가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걸어가자.”
  • 자동차 월동용품-야외선 성에 제거제 ‘꼭’

    자동차 월동용품-야외선 성에 제거제 ‘꼭’

    ‘자동차 월동장구를 챙기자.’날씨가 추워지면서 겨울의류, 난방용품 등에서부터 스키웨어까지 소비자들의 겨울준비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안전하고 유쾌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월동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대형 할인점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월동장비를 구비해 놓고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상품 및 안전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이를 이용하면 한결 편리하다. 물론 가격뿐만 아니라 품목별 선택의 기회 등 유리한 점이 많다. 그랜드마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등 대부분의 할인점에서는 ‘월동 자동차용품 특별전’코너를 운영해 부동액, 김서림 방지제, 카시트 등 다양한 월동 차량용품을 시중가 보다 10∼3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 자동차용품 박민석 바이어는 “예년보다 이른 추위로 인해 벌써부터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며 “할인점 기획행사를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용품을 싼값에 미리 장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액은 물과 5대5로 혼합 겨울철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추운 날씨로 냉각수가 얼어 붙어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다. 이럴 때는 부동액과 물을 5대5로 혼합해 냉각수로 사용하면 좋다. 엔진의 냉각수 결빙을 막아주는 부동액은 다양하게 출시돼 있는데 8900∼9500원선의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저녁에 뿌려 놓으면 아침까지 효과 스키장이나 야외를 자주 찾는 차량은 습기·성에 제거제를 꼭 챙겨야 한다. 이들 제품은 스프레이 타입으로 보호피막을 형성해 겨울철 눈 또는 습기로 인해 자동차 유리에 낀 성에와 서리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준다. 최근에는 저녁에 뿌려주면 아침에 성에나 서리가 끼는 것을 방지해 주는 제품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은 3000원선이면 충분하다. ●정전기 방지용 어스 5000~1만원 겨울철 자동차 이용에 가장 불쾌한 점중의 하나가 정전기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용품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자동차 머플러에 정전기 방지용 어스를 부착하면 정전기를 막을 수 있는 제품이 많다. 가격은 5000∼1만원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방전시 배터리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점프선은 5900∼9200원대로 다양하다. ●우레탄으로 만든 타이어 체인 인기 최근에는 사계절 전천후 타이어 사용자가 많아 수요가 뜸한 편이지만 갑작스러운 폭설이나 눈이 많이 오는 산악지방, 제설이 안된 지방도로 등을 달릴 때 꼭 필요한 제품으로 여성 운전자도 쉽게 탈·부착 할 수 있는 우레탄 체인이 인기다. 가격은 3만∼4만 9000원선이다. 체인의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타이어 주위에 한번만 뿌려주면 12시간 정도는 일시적인 응급 처치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프레이 타입의 체인도 많이 나와 있다. 가격도 3500원선으로 저렴해 1∼2개 정도 차량에 비치해 놓으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천연 양털시트, 윤기 나는 제품 선택 보온효과 및 다양한 디자인 등으로 할인점을 중심으로 젊은층 및 여성 등에 인기다. 구입시 털이 촘촘하고 매끄러우며 윤기가 나는 제품이 좋다. 가격은 주로 3만 5000∼5만 9000원선이다. 또 작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동물 모양의 캐릭터를 활용한 핸들 커버가 올 겨울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가격은 6900∼1만 8000원선이다. 이밖에 히터 사용시 나오는 불쾌한 냄새를 제거해 주는 냄새제로는 스프레이 타입과 고정식이 2800∼5500원선으로 나와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책꽂이]

    ●나는 가끔 진해로 간다(김종길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경남 진해에서 열리는 김달진문학제에 참가한 시인 66명의 시 71편을 묶었다. 올해 김달진 문학제 열돌을 맞아 1999년 엮어낸 시집 ‘당신의 마당’을 보완해 새롭게 펴낸 것. 김종길 나태주 송수권 조정권 최동호 시인 등이 참여했다.7500원.●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사계절 펴냄)17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벨라스케스의 걸작 ‘시녀들’에서 영감을 얻은 팩션. 그림속 개가 사실은 난쟁이 바르톨로메이며, 공주의 인간 개 노릇을 했다는 설정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끌어나간다.‘2005 오스트리아 명예아동청소년도서’로 선정됐다.8500원.●돼지들에게(최영미 지음, 실천문학 펴냄)‘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시집. 위선적인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겨냥한 날카로운 시들의 향연이 아찔하다. 풍자의 형식을 띤 ‘돼지들에게’연작을 비롯해 축구에 관한 시편, 자아를 찾아떠나는 여행시편, 일상의 절망과 재발견을 담은 서정시편들 수록.8000원.●노는 인간(구경미 지음, 열림원 펴냄)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자의든 타의든 변두리로 쫓겨난 별볼 일 없는 인간들의 구차한 일상을 능청스럽고 진득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무능력한 소설가가 주인공인 표제작을 비롯해 ‘초지일관 그녀는’‘형제이발관’‘동백여관에 들다’ 등 10편 수록.9500원.●우리 시대의 화가(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열화당 펴냄)철학자, 화가, 시인 등 다방면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 출신 저자의 첫번째 장편소설. 냉전이 극으로 치닫던 1958년, 런던에서 개인전을 열던 헝가리 망명작가 야노스 라빈이 종적을 감춘다. 미술평론가이자 친구인 존은 스튜디오에서 발견된 일기를 단서로 그의 행방을 좇는다.1만원.
  • [여연스님의 茶이야기]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여연스님의 茶이야기]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겨울을 부르는 바람이 제법 차다. 일지암 뒤란은 지금 매우 풍성하다. 두륜산 곳곳에 버려진 고사목을 지게에 지어다가 장작으로 사용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놨기 때문이다. 일지암 초당도 마찬가지다. 일지암 초당은 매년 한 차례씩 삭발을 하듯 지붕을 초가로 이어야 한다. 인근 동네 사람들이며 남천다회 식구들과 함께 작업할 튼실하고 예쁜 볏짚단을 잔뜩 쌓아놨기 때문이다. 하얀 차꽃을 보며 겨울을 맞이하는 이맘때가 되면 괜히 설레는 것은 바로 이같은 풍성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차를 가꾸며 일상을 노동으로 가꾸는 그런 삶속에는 세속의 거친 욕망이 숨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차란 그런 점에서 바로 우리의 삶덩어리 같은 것이다. 음다, 즉 마신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육지음’에서는 새는 날고 짐승은 달리고 사람은 입을 벌려 말한다. 이 셋은 함께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나 먹고 마시면서 살아간다. 마신다는 것은 의미가 참으로 깊고 멀다. 목이 마르면 장을 마시고, 근심과 번뇌를 벗어버리려면 술을 마시고,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깨려면 차를 마시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당나라 유효작은 차 마시는 것이 마치 잘된 쌀밥을 먹는 것과 한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유효작은 ‘진안왕으로부터 군량미등을 받고 사례를 올리는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조서를 전하는 이맹손이 교지를 선포하고 쌀 술 오이 죽순 김치 말린고기 식초 차 등 여덟 가지를 내려주었습니다. 술의 향기가 신성의 것보다 향기롭고, 운송의 것보다 맛있습니다. 물가에서 마디를 뽑은 죽순은 창포와 마름의 진미보다 뛰어납니다. 보내주신 차를 마시면 쌀밥을 먹는 것과 같이 몸에 이롭습니다.” 차의 살림살이는 바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쌀밥처럼 중요한 것중 하나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의 다도는 비슷하다. 일본의 선승으로 불리는 센가이기본은 ‘다도극의’에서 “다도는 마음에 달린 것이지 기술에 달린 것이 아니며, 기술에 달리는 것이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니다. 마음과 기술이 함께 행해지는 곳에는 언제나 일미(一味)가 드러난다.”고 했다. 중국의 차문화는 매우 광범위하다. 문화혁명의 거친 숙청의 바람 속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수천년을 이어온 차문화가 중국인들의 유전자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차인들은 차의 ‘마음’보다는 ‘기술’을 강조했다. 찻물을 20등급으로 나눈 점(장우신의 전다수기), 차 중에 용원승설을 최고로 치는데 그 값이 무려 1만전이나 되는 것도 있다(조여려의 북원별록). 장사에서 생산되는 다구는 정교하기가 천하의 으뜸이어서 한 세트에 백금 200 내지 500성이 들었다(주밀의 계신잡식), 명나라 세종 가정 연간에 경덕진에서 생산된 성화투채배는 그가격이 무려 10만전에 달했다(제경경물략)고 적고 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중국에서 다법은 주로 기술과 외형의 완성에 치우진 형식주의가 대세를 이룬 것 같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차도는 종교적 영역과 결합하면 새로운 꽃을 피웠다. 물질적인 존재인 차가 종교라는 순수한 정신적인 영역과 교감하며 비로소 하나의 문화로 변화된 것이다. 중국 차도의 핵심도 역시 ‘다선일미’다. 그런 점에서 선은 차의 날개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차의 본성이 고요하고 사색적이고 이지적인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년 사계절을 윤회하는 차의 변화 자체가 바로 진정한 선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의 차문화가 하나의 차문화로 격상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원오극근선사가 언급한 ‘다선일미’에서부터 비롯된다. 다선일미는 그후 차는 단순한 음료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의 마음과 문명을 담아내는 우주적인 그릇으로 확대재편된 것이다. 한 잔의 차는 삶과 죽음의 문제, 심(心)과 색(色)의 문제, 사유와 존재 등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생리적 필요에 의한 음료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조주 스님의 유명한 공안인 ‘끽다거’는 그같은 변화를 너무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중국의 선문에서 차의 발전은 수행에 도움을 주는 특수한 효능에서부터 시작해 손님 접대까지 하나의 완전하고 엄숙한 다례의식으로 발전했다. 선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관념의 일치성, 즉 차와 선의 본체와 하나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그것을 선과 결합시켜냈다는 점이다. 교연 스님은 “세 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거니 왜 하필 마음썩이며 번뇌를 깨닫는가.”라고 하고 있다. 교연 스님의 말은 조주 스님의 ‘끽다거’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조주 스님은 끽다를 일상생활에서 자기를 초월하는 깨달음으로 이끌어냈다.‘차선동일미’에서 밝히고 있듯이 “차는 곧 선이다. 선의 맛을 모르면 차의 맛도 모른다.”는 말과 동의어인 것이다. 다선일미는 그런 점에서 바로 지혜의 경계다. 지혜가 없으면 일상에서, 수행에서 그 어떤 해답도 얻을 수 없다. 다선일미 곧 중국 차문화를 넘어 중국문명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중국 선종 차문화의 물적 토대를 한 단계 격상시킨 스님은 바로 저 유명한 마조도일 선사다. 마조도일 선사는 8세기 중엽 중국 강서성 봉신현 백장산에서 ‘백장청규’를 제정했다. 백장청규의 핵심은 바로 노동과 함께 어우러진 선수행에 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백장청규는 ‘농선병중’의 사상을 담고 있다. 농선병중사상에 입각한 선문의 생활방식은 자급자족으로 전환시켰다. 당시 사원경제의 핵심은 바로 차 농사였다. 그때부터 스님들은 수행을 하며 직접 차를 재배해 사원경제의 생산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중국의 명차 대부분이 사원차인 것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다. 탄탄한 경제적 토대를 바탕으로 중국 선문의 차문화도 미학적 승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불가에서 행하는 행다의식과 다구들이 독자적으로 등장했고 그에 맞는 자연스러운 직책도 정해졌다. 그런 차문화 속에서 성장한 선사들은 대대로 다사(茶事)와 다례(茶禮)에 정통했다. 불교의 선문에서는 사찰의 차예절이 하나의 다도로 정립돼 계승되었기 때문이다. 다도로 정립된 사찰의 다도는 순서와 안배가 매우 정밀하고 상세했다. 차 예절 전문 담당자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엄격한 등급과 절차를 두어 서로 다른 규모로 행해져 왔다는 점을 볼 때 수준 높은 차문화를 영위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선차록’의 기록은 이같은 사실을 잘 입증한다. ‘차는 곧 깨달음의 극치’라고 설파한 남종선 선승들의 청규였던 ‘근수백창청규’에는 “총림에서 능한 사람을 참두로 삼는다. 참두는 대중을 인솔하여 객사로 가서 위의를 갖추고 문의 오른편에 줄서서 잠시 인사드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지객은 즉시 안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참두가 말한다.‘오늘 선사들의 참 모습을 뵈오니 매우 복이 많습니다.’ 지객이 말하길 ‘이렇게 먼길 와주시니 저희 산문에서 매우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차를 마시면서 사찰의 내력을 묻는다. 이윽고 곧 일어나서 차대접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고 돌아온다.”고 적고 있다. 선종에서 형성된 다례와 다연은 엄숙하면서도 담백해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학적 의미와 예술적 정신적 경계를 지니면서 중국의 차문화를 이끌어냈다. 다례 다의 다연에서는 점차 투차 분차를 통해 미(美)의 형식을 보고 선의 정신을 깨닫고 결국에는 다선일미의 지혜까지 증득하는 것이다. 중국 차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다선일미’는 중국의 차문화가 지닌 정신적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즉 차가 선종의 의미를 충분히 담고 선의(禪意)를 깨닫는 지혜의 경지에 이르게 하여 차와 선이 진정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차는 바로 평상심의 적용이며 체현이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워 그 어떠한 신비감도 없는 것이다. 차가 있음으로써 날마다 좋은 날이요, 날마다 평화스러운 날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는 바로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일지암 암주 ■ 대한민국 차품평회를 다녀와서 한국의 차가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차 산업의 활성화로 여러 곳에서 차 생산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차의 종류는 얼추 수백 가지나 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최고의 장인이 만든 최고급차인 명차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손쉽게 구하고 음다(飮茶)할 수 있는 차에 대한 기준을 갖지 못하고 있다. 차품평회란 바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마실 수 있는 차의 기준을 만드는 대회인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차의 색(色), 향(香), 미(味), 기미(氣味)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많은 노력과 협조가 필요한 작업이다. 제2회 대한민국차품평대회가 얼마전 차의 본향이랄 수 있는 경남 하동군에서 열렸다. 그 품평대회에는 한국차를 이끌고 있는 200여 생산농가와 차문화를 이끌고 있는 명원문화재단, 한국차문화협회, 한국다도협회, 한국명선차인회, 일지암초의차문화연구회 등이 참여했다. 그런점에서 대한민국차품평대회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차 품평대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60년 전, 일본에서는 20여년 전부터 품평회가 시작됐다. 그같은 차 품평의 역사 때문에 그 나라들의 차의 수준은 급속히 안착돼 갔을 뿐만 아니라 일반차 명차 등 차의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기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 차는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차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묻지마 차”라고 말하고 싶다. 사족을 달자면 차산업이 급속하게 확장되면서 어떤 차를 만들어도 소비자들에게 소비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차 생산자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번 품평대회는 그같은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품평대회에는 250여종의 차가 출품됐다. 그중 본심사에 올라온 것은 20여종이었다. 그중 최고의 차를 평가하는 데 그 편차가 최상위차와 0.3,0.4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차 생산자들의 차 제조 수준이 평준화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의 차도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좋은 차를 지키고 생산해야 하는 지킴이로서의 품평대회는 그 역사와 연륜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차 품평대회는 차 제품의 가격대비 품질 경쟁력, 안전한 먹거리로서의 좋은 차,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차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했다.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많은 양의 외국산 차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일부 차, 즉 보이차 같은 수입차의 위해성은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기도 하다. 내부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현대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적 욕구 증대, 웰빙 라이프의 추구 등 차 제품의 소비환경이 성숙되고 있음에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차의 기준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이 한국차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차품평대회는 그런 점에서 한국차 산업의 안정성과 산업적 잠재력을 확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은 한국차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동의어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차를 통해 아름답고 건강한 차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차인들의 노력에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 [책꽂이]

    ●태종 조선의 길을 열다(이한우 지음, 해냄 펴냄) 조선조 3대 국왕이었던 태종의 정치역량과 리더십을 다룬 연구서. 조선조 최고의 현실정치가로서의 업적을 조명하고, 열정과 냉정을 동시에 지녔던 그의 다양한 면모를 새롭게 분석한다.1만3000원.●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자크 아탈리 지음, 주세열 옮김, 에디터 펴냄) 사회주의 이념이 현실에서 실패한 후 사회민주주의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정표와 인식의 틀을 제시한다.1만2000원.●아니메(수전 J. 네피어 지음, 임경희·김진용 옮김, 루비박스 펴냄) 일본 만화 즉, 아니메를 통해 일본 문화와 사회 읽기를 시도한 책.‘아키라’에서 ‘센과 이치로의 행방불명’까지 독특한 서사와 미학을 겸비한 20세기 대표작들을 통해 일본 문화의 속살을 탐색한다.1만6500원.●콩(한국콩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편, 고려대학교 출판부)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콩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 콩의 영양가, 콩의 이용 및 재배 역사, 품종과 육종, 가공 특성, 우리나라와 각국의 콩 이용음식까지 꼼꼼하게 싣고 있다.4만원.●칸의 후예들(라시드 앗 딘 지음, 김호동 역주, 사계절 펴냄) 몽골제국이 남긴 세계사 ‘집사’ 3부작중 3권. 우구데이를 시작으로 구육, 뭉케, 쿠빌라이, 티무르에 이르는 5명의 대칸을 중심으로 칭기즈칸의 다른 세 아들인 주치와 차가타이, 툴리킨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3만2000원.●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이야기(박덕규 편저, 일송북 펴냄) 초등학생부터 일반인들까지 방대한 중국 역사를 소설 읽듯 쉽고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시리즈물. 총 14권중 춘추시대∼삼국시대까지 5권이 먼저 출간됐다. 각권 7500원.
  • 구미에 대규모 레저타운

    경북 구미시 선산읍에 대규모 종합레저스포츠타운이 들어선다. 27일 구미시에 따르면 선산읍 노상리 뒷골일대 62만 8000㎡에 스포츠타운과 청소년수련시설을 조성키로 했다. 구미시는 내년 3월까지 기본계획설계를 마무리한 뒤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 2007년부터 부지매입과 시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업비는 스포츠타운에 400억원, 청소년수련시설에 190억원 등 모두 590억원이 들어간다. 이 곳에는 수영장, 축구장, 사격장 등 체육시설과 사계절썰매장, 골프장, 서바이벌게임장 등 레저시설이 들어선다. 또 다목적 운동장, 녹지 등 휴양·휴식시설도 갖춰진다. 청소년 5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청소년수련원과 극기훈련장, 다목적광장, 주차시설 등도 함께 배치, 종합휴양시설로 조성된다. 구미시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와 웰빙바람 등으로 지역민들의 체육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종합레저스포츠타운을 조성키로 했다.”고 말했다.구미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9)전통가구와 소목장(小木匠)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9)전통가구와 소목장(小木匠)

    우리 가구는 특이하게도 남녀가 구별돼 있다. 조선시대에 유학을 지배이념으로 삼으면서, 성차별적 사회를 구현해놓은 탓이다. 유학에는 없던 ‘남녀칠세 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신 개념을 창조한 것이다. 따라서 생활하는 방이 남녀별로 나뉘게 됐다. 그 결과, 가구(家具)도 남자를 위한 사랑방 가구와 여성을 위한 안방가구로 갈렸다. 사랑채 가구는 단순함을 통해 남성미를 강조하고 있다. 장식을 최대한 없애면서 간결함을 내세웠다. 안채 가구는 패물함(佩物函), 의걸이장(欌·옷장), 농(籠) 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장식이 화려하고, 쓰임새가 다양하도록 오밀조밀하다. 천장이 낮고 방이 좁은 한옥의 구조와 온돌장치로 인한 좌식생활은 가구의 크기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복은 차곡차곡 접어 보관해도 잘 구겨지지 않는다. 그런 특성 때문에 가구도 적당히 크면 됐다. 유럽 등지의 가구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소박해 보인다. 우리의 이같은 가구에는 허세보다는 실용을 중시하는 정신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우리 가구가 이런 형태를 띠게 된 것은 나무의 질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다. 게다가 사계절이 뚜렷하여 나무들이 아름다운 결을 갖고 있다. 장인들은 천혜의 자연미를 한껏 살리고자, 인공을 최소화하는 미덕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한국적 미가 가득한 가구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소목장(小木匠)이다. 소목장이 가구의 기본골격을 만들면, 거기에 옻칠을 하고, 목상감 등 공예미를 덧붙여 하나의 가구가 태어나게 된다. 현존하는 대표적인 소목장 이정곤(李貞坤·중요무형문화재 55호 소목장 기능전승자)씨. 그는 아직도 예전 소목장의 체취를 간직하고 있다. 전남 곡성의 산골마을 폐교에서 전통 목가구의 맥을 이으며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옛날 아버지들은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부터 심은 후 15년 이상을 기다렸다가 함이며 장롱 같은 것을 짜서 시집 보냈다.”면서 “나무는 암수의 성질이 다르고 자랄 때의 기후에 따라 접착제를 달리 써야 한다.”고 말했다. 나무의 습성을 이해하면서 의사소통을 해야만 ‘나무들의 지휘자’가 될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작업실인 학교 건물 벽에는 2∼3년 된 통나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나무들은 비를 맞고, 다시 햇볕에 말려지기를 되풀이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뒤틀림이 없단다. 그는 소반 하나를 만들더라도 원목 통판을 사용하고, 속을 파고 끼워맞추는등 전통을 지키려 애 쓴다.“전통의 기술은 우리의 정신이라고 봐요.” 나무가 틀어지는것을 막는 탕개질이나 풀칠 등도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손수 한다. 이씨는 “조선시대 가구는 조형도 단순하고 소박하며 친근한 분위기가 우러난다.”면서 “가구에는 그 시대의 생활상이 녹아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정기를 받아가며 작업하기 위해 풍수까지 따지며, 작업장을 구했다는 그는 전통가구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날을 꿈꾸고 있다. 사진 글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도시고속도로에 꽃길 조성

    서울의 대동맥인 올림픽대로·강변북로 등 도시고속도로의 경관이 한층 아름다워진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오는 2006년 11월까지 총 15억 7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올림픽대로·노들길·강변북로·동부간선로 등 100여㎞ 구간의 도시고속도로 환경을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키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올림픽대로·강변북로에는 꽃피는 가로수길이, 동부간선로에는 사계절 덩굴장미 벨트가 조성된다. 우선 내년 3∼6월까지 올림픽대로 6개소와 강변북로 1개소 등 총 8.7㎞구간에 왕벚나무 500그루와 이팝나무 950그루를 심는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아파트야 공원이야

    아파트야 공원이야

    “우린 아파트 공원으로 놀러간다.” 아파트 단지가 공원화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주차장만 빼곡히 들어섰던 아파트 단지를 앞다투어 주민들의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삭막한 콘크리이트 바닥이 웰빙공간으로 태어나면서 입주민들은 모처럼만에 제 권리를 찾았다. 아파트 내부 설계·인테리어 혁명에 이어 외부도 미래형 주거단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실개천·연못…이웃사촌 만남의 장소 주차장으로 뺏겼던 아파트 단지가 조경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실개천과 연못을 만들어 사계절 물이 흐르는 공원으로 바뀌고 있다. 경기도 부천 중동역 대우건설 푸르지오 아파트. 아파트를 들어서면 마치 푸른 공원에 놀러온 기분이다. 지난 9월 입주한 이 아파트는 단지에 소나무 생태연못이 설치돼 있다. 조경 소나무와 수생식물이 잘 가꿔져 늘 푸른 동심을 자극한다. 어린이들의 자연 학습장으로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단지가 공원으로 변하면서 어른들의 모임도 바뀌었다. 연못 주변에 있는 조각 작품을 사이에 두고 입주민들이 얼굴을 맞대기 시작했다. 쾌적한 공원이 아래 위층 서로 외면하고 나 몰라라 하던 사이를 따뜻한 이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웃 간의 정을 나누고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아파트에서도 ‘이웃사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민 이경미씨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면서 “공원처럼 조성된 단지 덕분에 이웃사촌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통미 넘치는 웰빙공간 지난 5월 입주한 안성 공도 쌍용 스윗닷홈 단지는 전통 기와 지붕, 연못, 그네, 태극마당 등을 갖추고 있다. 동마다 테마공원을 갖춘 자연친화형 아파트 단지다. 태극기의 태극문양과 하늘(天), 땅(地), 해(日), 달(月) 등의 사괘를 상징화한 독특한 조경이 특색있어 보인다. 기존 아파트 부지에 있던 소나무 숲에서 그대로 옮겨 심은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단지를 둘러싸고 있어 산책을 물론 삼림욕과 조깅도 즐길 수 있다. 공원은 자연스럽게 대화가 단절된 삭막한 아파트 주민의 커뮤니티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주민간 단절된 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공원아파트=돈 되는 아파트 이달 말 입주하는 서울 역삼 래미안 아파트 단지는 벌써부터 화제다. 입주 예정자들의 반응도 그만이다. 쾌적한 웰빙공간을 누리는 동시에 ‘돈 되는’ 아파트에 입주하게 돼 싱글벙글이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는 다른 아파트보다 프리미엄이 높게 붙어 있다고 전한다. 이 아파트에는 생태공원과 테마정원이 조성돼 주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도심에서 보지 못한 식물·곤충 등을 살필 수 있는 자연생태 공원을 꾸몄다. 연못과 실개천도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었지만 자체 순환식 수질관리로 1급수 못지 않게 수질 관리를 해준다. 대나무 숲길, 은행나무길, 풀벌레공원 등 아파트 단지내 테마정원 등도 조성했다. 중앙공원에는 300년 된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인공 분수대를 설치, 주민 대화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용승 부장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자연과 함께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데 모자람이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외관 디자인이 경쟁력… 특허 등록 배타적이던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외관 디자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 업체 입주 단지를 몰래 돌아보기도 하고, 설계를 훔치기도(?) 한다. 중견 업체들은 브랜드 가치 높은 대형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눈에 띄는 단지 조성에 더 열성이다. 동일하이빌 아파트 단지는 어디를 가나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단지를 조성하는 데 선도 역할을 했다. 실개천, 분수 광장 등을 설치하고 주민 편익시설도 멋스럽게 설계했다. 용인 동일 하이빌 아파트 단지는 대형 업체 단지 설계팀과 설계 사무소 직원들이 자존심을 벌이고 구경을 왔던 단지다. 대림산업은 아예 외관 디자인에 대해 특허 등록을 했다. 단지 배치뿐만 아니라 조경 시설 등의 독특한 설계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취지다. 글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신상품]

    ●해태제과는 가을철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 보충식 ‘연양갱 홍삼’을 출시했다. 홍삼 농축액을 0.9% 함유, 담백한 맛과 향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고. 단맛을 줄이는 대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강화했다.65g 1000원. ●삼립식품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호밀을 주원료로 사용한 ‘자연愛 호밀호빵’을 선보였다. 호밀은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칼로리가 낮아 비만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단팥속에 호두를 첨가, 달콤함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한 봉지(4개) 2000원. ●애경은 고정력이 강한 크림타입의 헤어 왁스 ‘케라시스 헤어크리닉 시스템’을 내놓았다. 부드러운 식물성 천연 왁스에다가 스타일링 폴리머를 넣어 스타일이 오래 지속토록 했다. 케라틴 단백질 성분을 함유, 모발 손상을 방지했다고.90㎖ 7700원. ●타파웨어는 동서양 음식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다용도 조리용기 ‘실리콘 라운드’를 출시했다. 기존 철재 조리용기와 달리 실리콘이라 다루기 편하고, 열 전도도 느려 안전하다. 접어서 보관하고, 식기세척기와 건조기에 사용할 수 있다.4만 8000원. ●일동후디스는 모유와 한층 더 가까운 친환경 분유 ‘뉴클래스’와 ‘트루맘’을 선보였다. 뉴클래스는 알레르기에 좋은 모유 면역글로블린 ‘SigA’와 성장인자 ‘TGF-B’를 배합한 제품. 트루맘은 뉴질랜드에서 사계절 100% 자연 방목한 젖소의 신선한 원료로 만들었다.800g 1만 9800∼2만 8300원. ●스와치는 털장식이 있는 퍼트리밍 시계를 내놓았다. 시계는 광택나는 화이트 컬러. 다이얼속 큼직한 곰돌이 문양이 깜찍하고, 손목 밴드 부분엔 곰이 첫눈을 밟고 지나가듯 발바닥 문양의 자국이 찍혀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분홍빛 털 덮개를 씌워 연출한다. ●비타민플라자(www.vitaminplaza.com)는 44가지 영양성분을 함유한 뉴트리선의 종합비타민제 ‘파이토 멀티비전’을 출시했다. 한 알에 비타민 12종, 미네랄 11종, 필수아미노산 10종, 허브 성분 9종 등을 담았다. 하루 한정만으로 1일 영양소기준치를 50∼100% 충족시킨다고.1648㎎(90정) 3만 8000원.
  • [우리땅을 살리자] (2) 조용히 다가오는 공포, 지하수 오염

    [우리땅을 살리자] (2) 조용히 다가오는 공포, 지하수 오염

    강원도 태백에는 천혜의 무공해 젖줄과 죽음의 지하수가 함께 흐른다. 태백시 한복판에 있는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연못이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한 물을 사계절 뿜어내 시민들의 단골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 물은 골지천을 거쳐 남한강으로 유입돼 수천만명의 식수와 산업용수 등으로 이용된다. 반면 문곡소도동 소롯골 소도천 상류는 바닥이 뻘겋게 물들었다. 지난 1989년 문을 닫은 동해탄광 갱내수가 흘러나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금속 성분의 침전물이 바닥에 달라붙어 생긴 현상이다. 태백에는 이처럼 방치된 폐광이 42개에 이른다. 소도천 물은 황지천 본류를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황지천 본류는 아직까지 오염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러나 폐광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지하수 오염 공포에 시달릴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수, 서서히 ‘공포수’로 변질 전국의 지하수가 점차 죽은 물로 변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하수 오염원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데다 오염 방지대책 역시 ‘무대책’에 가까울 정도다. 환경부가 실시한 지난해 지하수 수질측정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3865개 중 212개가 수질기준을 초과했다. 공단지역·매립지지역·폐광주변 등 오염우려지역에서는 기준 초과 비율이 7.1%를 기록, 전년도 5.0%보다 2.1%포인트 증가하는 등 오염이 늘고 있다. 특히 폐기물 매립지역, 골프장, 분뇨처리장 인근지역이 수질기준 초과 비율이 높았다. 문제는 지하수 오염의 경우 서서히 진행되는 데다 감시와 단속이 어렵다는 데 있다. 일단 오염되면 깨끗한 물로 되돌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복원 비용 또한 엄청나다. 그렇지만 지하수 관리는 요원하다.“기초수(상하수도) 오염을 막는 일도 어렵다. 지하수 관리는 부수적인 업무다.”라는 환경부 관계자의 말이 지하수 오염 관리의 현주소를 대변해준다. 지하수 오염의 원인으로 ▲산업단지 폐기물 방치 ▲군부대 시설 ▲폐광·폐공 방치 ▲축산 오·폐수 ▲하수관 균열 ▲무분별한 지하수 채굴 등을 꼽을 수 있다. 오염 자체가 의도적이기보다는 예기치 못한 사고 또는 무관심과 무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산업단지 지하수 오염, 폐기물 방치 단속 급선무 산업 폐기물 방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산업화·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심각해졌다. 폐기물 방치사업장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파악이 안 돼 있지만 지난해 폐수를 배출하는 전국 대형 사업장을 기준으로 적어도 5만 4000개 이상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업주들이 야적장에 아무렇게나 방치한 폐기물 또는 원자재가 지하수 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감각이 무뎌져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 외곽에 있는 한 대형 자동차 정비업소. 뒷마당에는 폐타이어와 자동차 부품, 시뻘게 녹슨 고철 등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다. 옆에서는 지하수를 뽑아 쓰고 있다. 김모(53) 사장은 “폐기름만 겨우 분리 수거할 뿐 다른 폐기물들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줄 몰라 그냥 버려두고 있다.”고 털어놨다. 산업단지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이는 오·폐수 방류 단속에만 그치지 말고 지하수 오염원인을 파악, 폐기물을 방치하는 사업장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실시하는 동시에 사업주의 의식전환을 위한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 ●폐광 방치…관리는 시늉만 지난 22일 환경부 국감에서 제종길(열린우리당) 의원은 환경부와 산업자원부의 폐광 자료를 인용,108개 조사 대상 가운데 29곳에서 토양오염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지하수 수질도 조사 대상의 23%인 25곳에서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49개 폐광산에서는 카드뮴 등이 섞인 물이 하루에 1995t씩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경남 고성 주민들이 카드뮴 중독 증상인 ‘이타이이타이병’에 걸려 사회문제가 된 것도 주변 폐광에서 나온 물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폐광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 1844개(석탄광+금속광)의 광산 가운데 1243곳이 휴·폐업한 상태다. 이 중 폐금속광산 687개는 정밀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 태백사업소 심연식 팀장은 “폐광 한 곳을 관리하는 데 20억∼30억원 이상 투입돼야 하는데 올해 전국 폐광 관리 예산은 3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따라서 폐광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정확한 실태파악이 우선돼야 하며, 지속적인 관리와 복원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이 필수불가결하다. 군부대 시설의 오염도 방치됐다. 서울 이태원 녹사평역 부근 지하수가 기름기가 둥둥 떠다닐 정도로 오염됐다는 충격적인 고발이 있었지만 벌써 까마득히 잊었다. 환경단체들은 “군부대, 특히 미군부대는 체계적인 단속이나 감시의 사각지대라서 대형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한다. 축산 오폐수에 의한 지하수 오염도 만만치 않다.2003년 기준으로 소·돼지·닭·오리 등 가축 사육두수는 1억 7500만 마리. 축산폐수는 기본적으로 축산 농가에서 자체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영세 축산농가의 경우 제대로 된 처리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하수의 무분별한 이용을 자제하고 전국적으로 방치된 폐공을 찾아내 관리하는 것이 지하수 오염을 줄이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태백 시흥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오염 ‘고속도로’ 폐공 20만~30만개 폐공은 오염물질을 지하로 곧바로 흘려보내 빠른 속도로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어 지하수 오염의 ‘고속도로’로 불린다. 그런데도 정확한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지하수 관정은 크고 작은 것을 모두 더해 122만 8000개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는 파악된 것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상당수는 인허가 및 신고대상에서 빠진 경미한 시설이라서 지하수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의 설치와 무관했다. 이 때문에 수질이 좋지 않거나 수량 확보 실패로 내팽개친 폐공이 수두룩하다.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찾아낸 폐공이 6만개에 이르나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은 20만∼30만개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하수 오염을 줄이기 위해 폐공을 찾아내 제거하거나 오염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2001년부터 수자원공사와 함께 ‘폐공 찾기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참여는 미미하다. 폐공을 찾아내기 위해 신고하는 주민에게는 관정은 6만 4100원, 소형 관정은 3만 8450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주민이 신고한 2500여건에 대해서는 포상금을 내줬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지하수 공개념 도입 마구잡이 개발 제지” 지표수 관리는 국가가 직접 나서거나 지방정부에 위임하고 있다. 하천 물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국가 자원으로 인식돼 하천 물을 끌어다 이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하수는 개인 토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그동안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마구잡이식으로 개발, 이용량이 연간 35억t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특히 온천수, 먹는샘물 개발이 증가하면서 대형 관정을 뚫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지하수 역시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개인의 이용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량을 허가나 신고제를 통해 적극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지하수 공개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1997년 지하수법을 만들어 공공자원 개념을 도입했다. 짧은 기간에 재생이 불가능한 지하수는 사유지 지하에 있더라도 가뭄이나 국가 비상사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유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분류된 지하수는 지표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허가·신고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 올 연말부터 실시될 지하수이용부담금 부과도 이런 취지다. 지하수법에 따라 허가 및 신고시설은 t당 65원을 상한선으로 부담금을 내야 한다. 홍형표 건설교통부 수자원정책팀장은 “지하수 이용부담금 부과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 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지하수시설 사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7)옹기(甕器)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7)옹기(甕器)

    예전 장독대를 지켜온 옹기(甕器)에는 그 집안의 살림살이 수준과 안주인의 솜씨가 배어 있었다. 소박한 조상의 생활상을 알려 주던 옹기는 사계절, 눈·비를 맞으며 묵묵히 집안의 먹거리를 지켜왔다. 옹기는 서민과 동고동락한, 가장 전통적인 생활 용기이다. 투박한 빛깔과 불룩한 몸통, 흙으로 빚어 청자나 백자처럼 어느 한 곳 세련됐거나 우아한 맛은 없다. 그러나 옹기는 어느 것보다 흙의 숨결을 담고 있다. 우리 삶을 넉넉하고 안락하게 해준 옹기는 자연과 삶을 이어준 친숙한 매개체였던 것이다. 옹기에는 질그릇과 오지그릇 등 두가지가 있다. 질그릇은 진흙 만으로 만들어 구워 잿물을 입히지 않는다. 오지그릇은 질그릇에 잿물을 입혀 한번 더 구워, 윤이 나고 단단하다. 옹기만들기는 질좋은 찰흙을 구해, 메와 께끼로 고른 뒤 바닥에 메치며 판장질하는 데서 시작한다. 물레에서 옹기를 빚은 다음, 사나흘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습기를 말린다. 이어 소나무를 태운 재와 철분이 많은 약토를 섞어 만든 잿물을 입혀, 뻘통가마에서 일주일간 굽는다. 초벌작업 후에 다시 흙을 얹지 않고 단 한번에 옹기를 올리는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 잿물을 발라 구운 전통옹기는 빛깔이 밝지 않지만 단단하고 인체에 해가 없다. 옹기 안과 밖의 공기가 순환하는 게 특징. 그릇이 숨을 쉬는 셈이다. 따라서 물과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이처럼 소박하고 정겨운 옹기가 냉장고와 플라스틱 그릇의 보급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옛멋찾기와 웰빙바람으로 옹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려고 해, 관심을 모은다. 사진 글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옹기 이렇게 만들어요
  • 홍대앞서 ‘책들의 축제’열린다

    홍대앞서 ‘책들의 축제’열린다

    ‘젊은이들의 해방구’쯤으로 여겨져온 홍대 앞 거리가 올 가을엔 책물결로 넘쳐날 것 같다. 인디밴드와 라이브카페로 상징되는 이곳에서 모처럼 의미 있는 책 축제가 열리는 것.30일부터 10월3일까지 홍대 주변 거리 곳곳에서 제1회 서울 와우 북 페스티벌(www.seoulbookfestival.com)이 한국출판인회의 주최로 진행된다. 책 관련 행사라고 해야 각종 도서전 정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번 행사는 꽤 흥미를 줄 듯싶다. 출판사들이 밀집해 있음에도 그동안 젊은이들의 소비문화에 묻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 일대 출판인들이 의기투합해 눈에 띄는 행사들을 다채롭게 마련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파주 출판단지와 다른 지역의 출판사들도 힘을 보탰다. 문학과 지성사, 열림원, 창비, 해냄출판사, 실천문학, 돌베개, 위즈덤하우스, 웅진지식하우스, 김영사, 이가서, 길벗어린이, 생각의나무, 사계절출판사, 파랑새어린이, 새물결, 문학세계사, 현암사 등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행사는 크게 ‘거리로 나온 책’,‘함께 읽는 책’,‘우리가 쓰는 책’ 등 3개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김영하의 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에 실린 작품중 ‘이사’라는 단편이 연극무대에 올려지며, 작가 이외수는 춘천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공연을 벌인다. 백창우와 함께하는 시·노래 콘서트도 열린다. 최근 신간 ‘외출’을 출간한 김형경과 소설 ‘유림’을 낸 최인호,‘칼의 노래’의 김훈, 신작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의 윤대녕 등 유명작가들이 독자와의 대화 자리를 갖는다.‘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교수는 강연을 준비 중이다. 기존 홍대 지역의 프리마켓과 연계해 책 벼룩시장, 책 교환장터도 선다. 또 책 보물찾기, 보드 북카페, 돌발 퀴즈, 할머니가 읽어주는 동화책, 책 만드는 버스 등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색적인 책 체험행사도 마련된다. 주최측은 행사기간 중 누구나 와서 편하게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도록,5000여권의 책과 간단한 음료를 비치한 야외 휴식 공간 ‘책 놀이터’를 조성, 독자와의 거리를 좁힐 계획이다.(02)323-4505.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30일부터 10월9일까지 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리는 ‘2005 파주 어린이책잔치’에 가보자. 주니어김영사, 파랑새 등 유명 어린이 출판사들이 책마을 집들이행사를 통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놀라운 팝업북의 세계’(주니어김영사),‘내가 만약 고구려 장군이었다면’(청솔),‘작가와 함께하는 만들기’(돌베개어린이),‘만화작가 사인회’(파랑새) 등이 준비된다. 이밖에 출판도시에 있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그림책들을 선보이는 ‘그림책의 새벽’전,‘아랍의 어린이책’전, 그림책 역사를 통해서 보는 ‘신데렐라 캐릭터 변천사’전 등 어린이책 테마 전시회가 열린다.(031)955-0065.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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