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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조스·오공·3金… 프로농구 ‘입의 전쟁’으로 시작됐다

    희조스·오공·3金… 프로농구 ‘입의 전쟁’으로 시작됐다

    2019~2020시즌 프로농구가 5개월 넘는 휴식기를 깨고 오는 5일 개막한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이동으로 10개 구단의 전력평준화가 이뤄진 ‘절대 강자’ 없는 농구판에서 10명의 감독들은 ‘봄농구’를 공언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1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연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는 각 사령탑 간의 뼈 있는 농담과 견제, 신경전이 오간 전초전이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일궈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새 시즌 탈환을 다졌고, 문경은 SK 감독은 자신이 만든 신조어를 앞세운 ‘희조스(희생·조직력·스피드) 농구’의 실현을 다짐했다. 하지만 실제 속내는 어떨까. 이날 미디어데이에 출석한 감독들은 올 시즌 우승 후보로 모비스와 SK를 가장 많이 꼽았다. 4년 만에 코트로 복귀한 전창진 KCC 감독은 “선수 구성상 모비스가 유력하다”고 분석했고, 이상범 DB 감독은 “상대해 본 팀 중에 SK가 제일 실력이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펼친 DB도 우승 후보로 각 사령탑들의 요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이번 시즌 개시 전 리그 최고 연봉(12억 7900만원) 계약으로 DB에 이적한 김종규(28)는 선수들이 뽑은 ‘경계 대상 1호’로 뽑혔다. 이전 시즌까지 김종규와 한솥밥을 먹으며 찰떡 호흡을 과시했던 김시래(30·LG)는 “워낙 능력이 좋고 잘하는 선수”라면서도 “LG와 경기할 때는 못 했으면 좋겠다”며 속마음을 밝혔다. 김종규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선수로는 SK의 포워드 최준용(25)이 꼽혔다. 김종규는 “최준용의 약점이 슛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표팀에서 보니 슛이 많이 좋아졌다”며 “그 신체조건에 슛까지 좋아진다면 막기 힘든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KBL은 외국인 선수 출전 가능 쿼터 규정을 바꾸면서 큰 변화를 예고했다. 2018~2019 시즌에는 1·4쿼터에 1명, 2·3쿼터에 2명의 용병을 기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쿼터별로 1명만 기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외국인 선수의 신장제한 폐지로 팀마다 필요로 하는 조건에 맞는 외국인 선수들이 선발돼 다양한 팀컬러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글 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15분 간격으로 나란히…한날한시 세상 떠난 암투병 주인과 반려견

    15분 간격으로 나란히…한날한시 세상 떠난 암투병 주인과 반려견

    암 투병을 하던 남성과 그의 반려견이 15분 간격으로 사망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클라크매넌셔 주 출신인 스튜어트 허치슨(25)은 그가 열일곱살이던 지난 2011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종양절제술과 화학요법을 병행했지만, 3년 후 암은 재발했다.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야 했지만 그는 삶의 희망을 놓지 않았고,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 지난 1월에는 4년 만난 여자친구 다니엘 허치슨(22)과 결혼도 했다. 그의 곁에는 반려견 네로도 있었다. 허치슨은 세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지냈지만 태어난지 2년 된 프렌치불독 네로를 유달리 예뻐했다. 허치슨의 어머니 피오나 코나한(52)은 20일(현지시간) “아들은 네로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다. 네로 역시를 그를 매우 잘 따랐다”고 말했다.그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린 허치슨은 화학치료를 받으며 재발한 암을 관리하는 등 삶에 의욕적이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는 아들의 화학치료가 효과가 있다며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다. 3개월마다 받은 추적검사에서도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들은 5월 스페인으로 휴가까지 다녀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지난 6월 갑작스레 나타난 손의 통증이 팔 전체로 번지자 병원을 찾은 허치슨은 암 전이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그의 종양이 뇌 전체를 뒤덮고 있으며 팔과 골반 등 뼈 전체로 번져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결국 허치슨은 지난 11일 스코틀랜드의 자택에서 가족과 반려견 네로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비통에 빠진 허치슨 가족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또 다른 죽음과 마주해야 했다. 허치슨을 유난히 따르던 반려견 네로가 숨을 거둔 것. 코나한은 “아들은 11일 오후 1시 15분 우리 곁을 떠났다. 그로부터 15분 후 우리는 반려견 네로 역시 떠나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현지언론은 급작스러운 척추 파열로 숨을 거둔 네로가 주인 뒤를 따라갔다고 전했다. 허치슨 가족은 네로가 평소 척추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이전까지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이상이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유난히 서로를 아끼던 허치슨과 네로는 그렇게 한날한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가족들은 사랑하는 허치슨과 네로를 한꺼번에 잃은 상실감이 크지만, 사랑스럽고 강인했던 둘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사진=스튜어트 허치슨 페이스북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고유정, 前남편 살해 전 ‘졸피뎀’ ‘뼈 버리는 법’ 검색

    고유정, 前남편 살해 전 ‘졸피뎀’ ‘뼈 버리는 법’ 검색

    경찰 “공범 없는 듯”… 오늘 검찰 송치전 남편 살인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엽기적인 범행 대부분을 인터넷을 통해 학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11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고유정이 사전에 인터넷으로 범죄 수법 등을 알아낸 뒤 전 남편을 살해한 계획적인 단독 범행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이 처음 범행을 계획한 시점은 지난달 10일쯤이며 이날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 등을 스마트폰으로 범죄와 연관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전날은 법원이 전 남편이자 피해자인 강모(36)씨와 아들의 면접교섭을 결정한 날이다. 경찰은 법원의 결정 이후 강씨가 현재 결혼생활에 방해될 것으로 여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고유정은 이후에도 ‘니코틴 치사량’을 비롯해 살해 또는 시신 유기에 쓰인 도구와 수법 등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람뼈와 동물뼈 비교’, ‘감자탕 뼈 버리는 법’ 등 시신 유기에 필요한 정보도 인터넷으로 확인했다. 고유정은 지난달 17일 졸피뎀을 충북에 있는 한 병원에서 처방받아 인근 약국에서 구입한 후 다음날인 18일 청주에서 자신의 차를 끌고 배편으로 제주에 도착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제주의 한 마트에서 흉기 한 점과 표백제, 청소도구 등을 샀다. 이어 25일 범행 장소로 물색한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했다. 고유정은 제주에서 시신을 차에 싣고 경기 김포 가족 소유의 주거지로 가져가면서 인터넷으로 시신 훼손 자동도구를 미리 주문해 배달시켰고 김포 거주지에서는 사다리와 방진복, 겉신 등을 추가 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유정이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고 범행 전이나 과정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범행 수법 등을 습득한 것으로 미뤄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12일 고씨를 검찰에 송치한 이후에도 증거 보강 등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김 태의 뇌 과학] 빛의 뇌과학

    [김 태의 뇌 과학] 빛의 뇌과학

    야외에서 밝은 빛을 보고 나면 정신도 맑아지고 상쾌해지는데, 이는 기분 탓일까. 최근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스튜어트 피어슨 교수와 러셀 포스터 교수팀은 망막 세포 중 ‘보는 것’과 관계 없는 세포에 주목했다. 빛을 받으면 활성화되지만 시각 이미지를 생성하지는 못하는 ‘멜라놉신’ 세포의 기능을 탐색한 것이다. 멜라놉신 세포는 주요 생체 시계인 ‘시교차상핵’에 신호를 보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부신의 코르티솔 생산을 증가시켜 각성도를 높인다. 아침에 밝은 태양빛을 봤을 때 좀 더 활기찬 하루를 보낸다고 느꼈다면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닌 것이다. 이런 작용은 주로 제1형 멜라놉신 세포(M1)가 청색광에 반응할 때 나타난다. 따라서 야간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 되레 숙면에 방해된다. 빛은 우리의 뇌가 기분을 조절하는 것에도 영향을 준다. 최근 중국 지난 대학의 런차오란 교수팀은 빛이 항우울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을 연구해 뉴런지에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팀은 화학유전학이라는 최신 뇌과학 기법을 이용해 망막의 제4형 멜라놉신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그 반응을 연구했다. 그 결과 시상의 억제성 뉴런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과활성화됐던 ‘외측 고삐핵’이 안정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외측 고삐핵은 우울증에서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진 부위다. 마음이 무겁고 우울한 기분이 있다면 밝은 빛을 보며 가볍게 산책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빛은 ‘햇빛 비타민’으로도 잘 알려진 비타민D를 통해 우리의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비타민D는 칼슘 대사, 뼈 건강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과 각종 암에도 좋은 효과를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목할 곳은 중추신경계다. 보통 비타민D의 활성화는 신장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추신경계에서도 비타민D를 활성화하는 효소가 발현된다. 신장을 제외하고는 유일하다. 이뿐만 아니라 비타민D 수용체가 높게 발현돼 가바와 세로토닌 등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활동 시간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 현대인에게 비타민D의 저하가 매우 흔하기에 이런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빛은 우리가 약 24시간을 주기로 살아가는 일주기 리듬을 만들어 내는 데 필수적이다. 지구상에 에너지를 전달하고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생명체는 그 에너지를 이용해 생명을 유지한다. 지구의 자전이 24시간을 주기로 지구상에 빛을 비추고 우리는 그 자전 주기에 따라 규칙적으로 살아간다. 빛은 멜라놉신 세포 활성화나 비타민D 합성 등을 포함해 다양한 경로로 뇌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하루 20~30분이라도 햇빛을 볼 수 있다면 일주기 리듬 조절, 우울감 개선, 비타민D의 증진을 통해 신체 건강과 뇌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지 않을까.
  • 죽음, 두렵지요 하지만 ‘끝’은 선택하고 싶어요

    죽음, 두렵지요 하지만 ‘끝’은 선택하고 싶어요

    모두에게 죽음은 두렵다. 인간은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란 걸 깨닫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종교가 생기고 철학이 발달한 이유다. 의료기술 발달로 수명이 늘어나자 또 다른 두려움도 생겼다. 병상에 누워 주렁주렁 의료기기를 달고, 고통과 고독 속에서 죽음을 맞아야 하는 공포다. 억지로라도 생명을 늘리려다 보니 존엄하지 않은 마지막 삶을 강요받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 암 환자 3명을 만났다.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무엇이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운지를 물었다. 이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포가 더 컸다. 그간 삶에서 숱한 선택을 스스로 해 왔듯이 죽음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게 아닌지 되물었다.■간암 투병 중인 73세 황정숙씨 2007년의 일이었다. 부엌에서 갈비탕을 끓이던 황정숙(73·여)씨는 갑자기 하혈을 하며 쓰러졌다. 동네 병원에선 “암인 것 같은데, 좀 애매하다고”만 했다. 대학병원에서 대장 기스트(GIST·희귀 암의 일종)라는 걸 알게 됐다. 영정사진을 찍으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고, 건강을 회복한 듯했다.하지만 2015년 다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됐다. 간을 3분의1이나 잘라 냈다. 또 암세포가 번질지 모르니 항암제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항암제를 먹었던 8개월 황씨는 죽는 게 낫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얼굴이 퉁퉁 부었다. 손바닥은 갈라져 피가 났다. 하는 수 없이 장갑을 끼고 살았다. 급기야는 발바닥까지 망가져 걸을 수가 없었다. “설설 기어다녔어요…. 사는 게 아니었죠. 그런데 다른 환자가 그 약을 먹은 뒤에도 병이 심해져 결국 죽더군요. 그때 결심했죠. ‘먹지 말자’. 독한 약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삶 살아서 뭐해요.” 황씨가 항암제를 끊은 지 벌써 3년이 됐다. 다행히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가끔 배가 아프긴 하다. 그래도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병원에 가라고 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황씨는 병이 심해지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더라도 항암제는 절대 먹지 않겠다고 했다. 진통제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 삶을 마칠 생각이다. “물론 저도 죽음이 두려워요.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끝’도 결국 제 삶의 일부예요. 가족들과 즐겁게 살았던 때를 생각하며…, 내가 갈 때를 알고 준비도 하면서…, 잘못한 일 있으면 회개도 하고….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약으로 연명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황씨는 얼마 전 14년간 키우던 개를 안락사시켰다. 자식 같이 키우던 개라 끝까지 돌보려 했지만 수의사가 안락사를 권했다. 수의사는 “개가 말기암 환자보다 고통이 심할 것”이라며 “안락사시키는 게 개를 위하는 길”이라고 했다. 황씨는 결국 펑펑 울며 승낙했다. “저도 주사 맞으며 자는 것처럼 편하게 가고 싶어요. 개도 안락사를 할 수 있는데 사람은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해요.” 황씨는 처음엔 가명 인터뷰를 원했다. 하지만 실명으로 이야기하는 게 더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 “꼭 가족 품에서 임종을 맞고 싶은 건 아닙니다. 혼자 있는 곳에서 가도 상관없어요. 다만 제 죽음만큼은 제가 관리하고 싶어요. 병원에서 (안락사를) 끝내 허용해 주지 않으면, 스스로라도…. 나라가 제 삶의 질을 책임질 거 아니면 마감을 선택할 권리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5년 암과 싸우는 66세 정판배씨 “젊을 때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눈앞에 닥치니 너무 두렵고 캄캄하더라고요.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에 서 보니 죽음을 미리 준비하게 됐어요. 다음엔 좀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임종 전 고통이 심한 환자에게는 안락사도 필요하다고 봐요.”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정판배(66)씨는 지난 25년간 암과의 전쟁을 치러 왔다. 1994년 마흔 한 살에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상상도 못했죠. 다들 죽는다고 했어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생각하니 세상이 무너지더라고요.” 당시 정씨는 육군 중령이었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암덩어리를 발견했다. 당시 위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에 해당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위 전체를 절제해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암은 이후에도 정씨 곁을 맴돌았다. 수술 5년 뒤엔 만성골수성 백혈병이, 그 뒤엔 대장암이 생겼다. “수시로 팔다리에 마비와 경련이 와요. 마비가 오면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손을 집어넣어요. 그래야만 풀리거든요.” 정씨 얼굴은 지나치게 창백하고, 늘 부어 있다.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피부와 뼈는 유리처럼 약해졌다. 뭔가와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나고 다친다. 언제 경련이 올지 몰라 응급처치를 위해 뿌리는 파스를 두 통씩 들고 다닌다. 10년 넘게 복용 중인 백혈병 치료제 부작용이다. 수술 후유증도 심각하다. 시시때때로 음식물과 담즙이 식도까지 올라오는 통에 정씨의 목은 항상 헐어 있다. 수술 후엔 한 번도 반듯하게 누워 본 적이 없다. “또다시 병이 찾아오면 치료를 하지 않고 편안한 임종을 맞을 겁니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과 고통 속에 사는 날을 하루하루 연장하는 건 이제 저에게 무의미해요. 어머니를 보내 드리며 결심이 더 확고해졌어요.” 지난해 어머니의 죽음은 정씨가 존엄한 죽음을 결심하는 큰 계기가 됐다. 당시 아흔 넷인 어머니는 노환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피부가 괴사했다. 다리가 썩어 들어갔지만 노모는 고통조차 제 입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매일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노모는 결국 고통 속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정씨는 담즘 역류를 완화해 주는 수술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만 발버둥 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결국 죽는 건 개인의 주관대로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그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저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게 내가 꿈꾸는 마지막 소원입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기스트 고위험 앓는 40세 이지연씨 “일상이 갈등의 연속이에요. 다시 병이 안 나려면 적당히 해야 하는데, 몸이 조금씩 좋아지니까 더 일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이러다 병나겠네, 하면서 조심하게 되고…. 아프지 않으면 하지 않았을 고민들을 항상 하게 돼요.” 지난달 16일 만난 기스트(희귀성 암의 일종) 고위험 환자인 이지연(40·여)씨는 “병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기에 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그게 건강한 사람과 아파 본 사람의 차이”라며 입을 뗐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이씨는 매일 아침 6시에 나와 운동하고 출근할 정도로 부지런했고, 주말에는 승마, 골프, 보드 등 취미 생활을 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병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2015년 초 갑작스레 쓰러져 실려 간 병원에서 기스트 진단을 받았다. 위에서 생긴 종양이 간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1년간 약물치료를 한 뒤 이듬해 위 전체와 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극심한 고통은 정작 수술 이후 시작됐다. 1년 내내 구토와 설사가 반복됐다. 어지러워서 움직일 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너무너무 아프니까 병원에 왜 창문이 없는지 알겠더라고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말을 이해했어요. 지켜보는 부모님이 안 계셨더라면 못 버텼을 거예요.” 1년여에 걸친 재활 끝에 건강을 다소 회복했지만 삶에 대한 생각은 크게 바뀌었다. 이씨는 “다음에 또 병이 재발하면 그땐 수술 대신 안락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미혼인 이씨가 걱정하는 건 단순히 돌봄이나 경제적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그는 “언젠가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제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뜻에 따라 떠돌아다니고 싶지 않다”면서 “정신이 있을 때 제가 제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락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고통이란 자체가 남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 사회가 내 고통의 경중을 따지거나 판단한다는 게 좀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스위스행’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병을 앓는 지인에게 ‘스위스에선 외국인 안락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서 외려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으면 좋겠어요. 전 여기 있으면 그냥 고통스럽게 죽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언제든 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은 지금을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동기가 됩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암으로 다리를…180도 돌려 붙여달라 한 소년의 의지

    암으로 다리를…180도 돌려 붙여달라 한 소년의 의지

    한창 뛰어놀 나이에 암에 걸린 한 10대 소년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대신 소신있는 선택을 하며 다시 뛸 날을 꿈꾸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피플지는 갑작스러운 암으로 다리를 잃은 토론토 출신 소년 제이콥 브레덴호프(14)을 소개했다. 제이콥은 여느 10대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농구를 좋아했으며 세 명의 남동생과 함께 뛰어놀기를 좋아했다. 부모님의 농장일도 나서서 할 만큼 신체 활동에 매우 적극적인 남학생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시작된 왼쪽 무릎의 통증이 제이콥의 발목을 잡았다. 무릎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크고 단단한 멍울까지 잡히더니 급기야 계단을 기어올라가야 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그저 단순 염증으로 여겼던 제이콥의 어머니 트레이시 브레덴호프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뜻밖의 상황과 마주했다.트레이시는 “내가 12살이었을 때부터 주치의를 맡아준 의사를 찾아 아들의 상태를 물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사 후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남편에게 제이콥의 상태가 심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고, 그녀의 직감대로 4시간 뒤 주치의는 급히 전화를 걸어 당장 남편과 병원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겨우 13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같은 의사의 진단에 트레이시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기차에 치인 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제이콥은 뼈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골육종을 앓고 있었다. 골육종은 뼈에 발성하는 종양 중 가장 흔한 것으로 왕성한 10대 성장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남성 발병률이 조금 더 높다. 팔과 다리, 골반 등 인체 뼈의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나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무릎 주변의 뼈다. 제이콥 역시 왼쪽 무릎에 종양이 발생했다. 전문병원으로 옮겨진 제이콥은 재검사에서도 역시 같은 진단을 받았고 곧바로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6차례의 치료를 받은 제이콥은 암의 전이를 막기 위한 수술에 돌입했다. 트레이시는 아들에게 조심스레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이콥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2가지였다. 하나는 무릎 아래로 종양이 생긴 다리 부위 모두를 완전 절단하고 인공 관절을 심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종양 부위만 절단한 뒤 종아리 부분을 180도 돌려 붙이는 회전성형술이었다. 후자는 시각적 이유로 잘 선택하지 않는 방법이었지만, 뜻밖에도 제이콥은 회전성형술을 선택했다.그리고 지난 10월, 제이콥은 자신의 뜻대로 종양 부위를 절단하고 정맥과 동맥을 끊은 뒤 신경을 유지하면서 다리를 반대로 접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제이콥은 “내 목표는 다시 농구를 하는 것이다. 다시 뛰고 싶고 형제들과도 놀고 싶다”며 특별한 수술법을 택한 진의를 털어놨다. 다시 걷지 못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싶다는 제이콥은 얼마 전 특수 의족도 맞췄다. 18번의 항암화학요법 중 얼마 전 14번째 치료를 받은 제이콥은 나머지 4번의 치료 후 본격적으로 재활에 나선다. 트레이시는 “제이콥은 화학요법 때문에 심한 메스꺼움과 식욕 상실, 장 트러블, 알레르기 반응 등을 겪고 있지만 다시 농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하고 원망할 법도 하지만, 단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선택을 한 제이콥은 오직 다시 뛰는 것만이 목표라며 재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트레이시 브레덴호프 인스타그램 (tracey.bredenhof)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몸무게 10kg 불과한 12살 아이…내전의 심각성 알려준 사진

    몸무게 10kg 불과한 12살 아이…내전의 심각성 알려준 사진

    내전 국가 중 하나인 예멘에 사는 12세 소녀의 모습이 공개돼 충격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파티마 쿠오바라는 12세 소녀는 예멘의 내전으로 궁핍한 삶을 이어가는 수백만 명의 예맨 국민 중 한 명이다. 현재 파티마의 몸무게는 고작 10㎏. 2세 영아의 몸무게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기아 상태와 부족한 의료서비스 탓에 몸무게뿐만 아니라 뼈와 피부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긴 상황이다. 그나마 파티마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 것은 파티마의 언니가 동생이 죽을 것을 염려해 간신히 병원까지 업고 간 덕분이다. 파티마를 진료한 의사인 마키아 알-아슬라미는 “체내 모든 지방이 이미 다 소진됐고, 오로지 뼈 밖에 남지 않은 몸상태”라면서 “현재 이 아이는 극심한 영양실조에 걸려있다”고 진단했다. UN에 따르면 현재 내전이 한창인 예멘에서 파티마와 같은 영양실조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미 1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의사인 알-아슬라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이 병원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번 달에만 40명이 넘는 임신부가 심각한 영양실조로 실려왔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이 병원에서 심각한 영양실조로 숨진 사람은 14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파티마의 언니는 “우리는 음식을 살만한 돈이 없다. 우리가 가진 것은 이웃이나 친척이 준 것 뿐”이라면서 “60대인 아버지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나무 아래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호소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이곳에 계속 머문다면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새 굶어 죽을 것”이라면서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덧붙였다. 알-아슬라미는 “내전으로 인한 이 같은 기근은 재앙과 다름없다. 예멘 사회와 가정은 모두 파괴됐다”면서 “유일한 해결책은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12살 아이 몸무게가 10㎏…사진 한 장이 보여준 잔혹한 현실

    12살 아이 몸무게가 10㎏…사진 한 장이 보여준 잔혹한 현실

    내전 국가 중 하나인 예멘에 사는 12세 소녀의 모습이 공개돼 충격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파티마 쿠오바라는 12세 소녀는 예멘의 내전으로 궁핍한 삶을 이어가는 수백만 명의 예맨 국민 중 한 명이다. 현재 파티마의 몸무게는 고작 10㎏. 2세 영아의 몸무게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기아 상태와 부족한 의료서비스 탓에 몸무게뿐만 아니라 뼈와 피부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긴 상황이다. 그나마 파티마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 것은 파티마의 언니가 동생이 죽을 것을 염려해 간신히 병원까지 업고 간 덕분이다. 파티마를 진료한 의사인 마키아 알-아슬라미는 “체내 모든 지방이 이미 다 소진됐고, 오로지 뼈 밖에 남지 않은 몸상태”라면서 “현재 이 아이는 극심한 영양실조에 걸려있다”고 진단했다. UN에 따르면 현재 내전이 한창인 예멘에서 파티마와 같은 영양실조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미 1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의사인 알-아슬라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이 병원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번 달에만 40명이 넘는 임신부가 심각한 영양실조로 실려왔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이 병원에서 심각한 영양실조로 숨진 사람은 14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파티마의 언니는 “우리는 음식을 살만한 돈이 없다. 우리가 가진 것은 이웃이나 친척이 준 것 뿐”이라면서 “60대인 아버지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나무 아래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호소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이곳에 계속 머문다면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새 굶어 죽을 것”이라면서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덧붙였다. 알-아슬라미는 “내전으로 인한 이 같은 기근은 재앙과 다름없다. 예멘 사회와 가정은 모두 파괴됐다”면서 “유일한 해결책은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반려독 반려캣] 캥거루처럼 걷네…큰발 가진 ‘아기 고양이들’ 사연

    [반려독 반려캣] 캥거루처럼 걷네…큰발 가진 ‘아기 고양이들’ 사연

    이달 초 미국 워싱턴주 린우드에 있는 동물보호소 포스(PAWS)에 특별한 고양이 가족이 들어왔다. 이들은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였다. 그런데 평범한 어미와 달리 새끼 고양이들은 조금 특별한 모습이다. 걷거나 뛰는 모습을 보면 작은 캥거루 같기 때문이다. 이는 이들 새끼 고양이가 요골 형성부전이라는 희소 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요골은 사람의 경우 손목과 팔꿈치 사이 두 뼈 중 하나이며 네 발 달린 동물의 경우 앞다리 뼈에 해당한다.포스에 따르면, 새끼 고양이들은 선천적으로 요골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앞다리가 짧고 뒤틀려 있다. 반면 이들 고양이의 뒷발은 다지증이 있어 체구보다 크게 자라고 있다. 고양이 뒷발가락은 원래 4개이지만 이들은 각각 5개나 6개의 발가락을 갖고 있다. 이런 두 가지 특징이 결합해 새끼 고양이들의 모습이 작은 캥거루 같다는 것이다. 현재 고양이 가족은 이곳 자원봉사자 애슐리 모리슨이 임시로 맡아 키우고 있다. 모리슨은 원래 이들 고양이가 보호소에 들어온 날 얼마 동안 휴가를 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들 고양이를 보자 이들에게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그녀는 “새끼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뿐만 아니라 어미가 마치 ‘당신 집에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듯 내게 인사하러 다가와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새끼 고양이들은 한 마리만이 암컷이고 나머지 네 마리는 모두 수컷이다. ‘스키피’라는 이름의 수컷 고양이가 새끼들 중 리더이며 ‘루’라는 이름의 수컷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 ‘칸가’를 빼닮아 검은색이다. 그리고 ‘조이’와 가장 몸집이 작은 ‘포치 애덤스’라는 이름의 두 고양이 역시 수컷이다. 암컷은 ‘메릴린 몬-루’라는 이름의 고양이다.모리슨에 따르면, 이들 고양이는 모두 자기 집에 익숙해졌다. 새끼 고양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며 충분히 뛰논 다음에는 크고 부드러운 침대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낮잠을 즐긴다.이에 대해 모리슨은 “새끼 고양이들은 다른 고양이들과 다르지 않게 주위를 휘젓고 다닌다”면서 “그저 뛰놀다가 일어서면 마치 권투 경기라도 시작될 것 같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어미 칸가 역시 이미 새끼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마쳤다. 칸가는 새끼들을 어느 정도 보살피고 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새끼들이 접근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올라가버린다. 고양이 가족은 적합한 입양 가족을 찾을 때까지 몇 주 동안 모리슨의 집에 머물 예정이다. 새끼 고양이들은 비록 앞다리가 짧고 뒤틀려 있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지만 입양 절차를 마친 가족이 원한다면 수술 등의 치료를 잡아줄 수 있다고 포스 측은 덧붙였다. 사진=애슐리 모리슨/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봄여름가을겨울 故 전태관, 빈소 찾은 김종진 이승신 ‘슬픔에 잠긴 얼굴’

    봄여름가을겨울 故 전태관, 빈소 찾은 김종진 이승신 ‘슬픔에 잠긴 얼굴’

    향년 56세로 별세한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전태관의 빈소가 12월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과 아내인 탤런트 이승신이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고인은 6년 전인 2012년 신장암이 발병해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2014년 어깨 뼈를 시작으로 신체 각 부위로 암이 전이돼 활동을 중단하고 치료를 이어 왔다. 지난 1월 제27회 서울가요대상에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으나 지난 4월 아내가 암 투병 끝 먼저 세상을 떠난 후 상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태관의 발인은 12월 31일 오전 9시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장지는 용인 평온의 숲이다. 故 전태관은 1980년대 중반 조용필, 김수철 등 가수들의 세션 활동을 거쳐 김현식, 김종진, 유재하, 장기호와 밴드 봄여름가을겨울 활동을 시작했다. 1988년 김종진과 함께 팀을 2인조로 재편해 활동하며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어떤 이의 꿈’, ‘내 품에 안기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등을 히트시켰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애니멀구조대] 두 계절이 흐른 ‘하남 개지옥’은 지금…

    [애니멀구조대] 두 계절이 흐른 ‘하남 개지옥’은 지금…

    어느덧 두 계절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뜨거워 못 살겠던 여름이 지나 매서운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저녁 기온에는 얼굴과 귀가 시려 벌겋게 상기되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돌아갈 수 없습니다.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1주일만 집중하면 한 녀석이 또 구해지니, 아직 이곳을 완전히 떠날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한 녀석이 미리 설치해 놓은 포획틀로 들어왔습니다. ‘철커덩!’ 포획틀 닫히는 소리는 어떤 리듬 소리보다 우리를 흥분시킵니다. 오랫동안 눈독 들여 잡고자 학수고대하던 녀석이 들어와 주었습니다. “꺄호! 잡혔다, 잡혔어! 야 이 녀석 이제 들어왔구나, 넌 살았다 살았어!” 수 십만 평은 족히 되는 이곳. 사방이 뚫린 허허벌판에 땅이 깊게 패이고 흙이 그 옆에 다시 산더미처럼 쌓이는 개발 작업이 한창인 이곳. 하남시 감이동 택지개발 지구입니다. LH에서 아파트를 짓는다며 모든 땅을 파 놓아 이제는 제대로 걸어 다니기도 힘이 들 지경입니다. 때론 작은 구릉 하나를 넘는 것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탓에 구조 환경은 최악이지만 아직 우리 눈 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저 녀석들을 보면 쉽게 발길을 돌려버릴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하루라도 우리가 오지 않으면 녀석들은 밥조차 먹을 수가 없습니다. 하남 개지옥 사건. 개 도살업자들이 하남 감이동이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쓸모없어진 개들 수백 마리를 데리고 몰려들어 각자 간판 60여 개를 걸고 60억의 보상금을 요구했던 사건. 볼모로 이용된 개들은, 수년 동안 방치된 채 차례차례 굶어 죽어갔습니다. 어차피 쓸모없던 개들이 죽으면 사체를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 그 낡은 개장 안에는 또 다시 다른 개를 채워 넣었습니다. 뼈만 남아 죽은 개 사체들과 살아남은 개들이 뒤엉켰던 이곳. 2018년 6월 말, 동물권단체 케어가 제보를 받고 현장을 세상에 폭로한 후 남은 개들 200마리는 동물보호법에 근거한 긴급격리조치가 취해졌고, 하남시청에서는 개들이 죽어나간 바로 그 옆 부지에 간이 펜스들을 둘러쳐 살아남은 개들을 보호하게 되었습니다. 희망을 찾아서 그때부터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찾아 우리는 매일 현장을 다녔습니다. 공무원들은 LH에 요구하여 현장 관리직만 임시로 구해 개들을 관리하게 해 놓았지 나머지는 관심 없었습니다. 현장에 와서 하는 일이라곤 서류상으로 개들을 확인하는 일 뿐이었고 개들의 건강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기에 이대로 두다간 개들은 공고기한만 채우고 속절없이 안락사를 당할 것이었습니다. 그 끔찍한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은 개들이 이 지옥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입양’이었습니다. 우린 입양을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하나라도 더 이 지옥을 빠져 나가, 고통 없는 삶이 뭔지 느껴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뼈만 남은 것도 모자라 피부병이 온 몸을 덮어 괴로워하는 개들. 그도 그럴 것이, 음식물 쓰레기는 부패 단계를 넘어 이미 굳어 있었는데 부패된 오물과 음식물 쓰레기에 온 몸이 빠져 그 습하고 더운 여름을 견뎠으니 개들의 피부가 온전할 리 없습니다.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뼈마디가 앙상한 그 개들의 몸이 오히려 우리 손길에 부서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우린 그 덩치 큰 개들 하나하나의 몸을 매일 약을 푼 물에 담가 목욕을 시켰습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일은 밥을 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것까지 해서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일해도 할 일이 산더미라, 약욕 차례가 오지 않은 개들을 남겨둔 채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그곳을 나오곤 했습니다. “내일은, 너부터 씻겨줄게” 미안한 약속만 하고 돌아서야 했던 나날들. 37도가 되는 폭염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개들의 피부병이 옮은 것인지 우리 몸 구석구석에도 발진이 나고 가려웠습니다 7월 초부터 시작된 봉사활동을 우린 단 하루도 쉴 수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깨끗해 보이고 예뻐 보이는 녀석들은 먼저 임시보호나 입양을 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런 녀석들을 보면서 우린 더 치열하게 매달렸습니다. 워낙 끔찍한 사건인지라, 하남의 개들 소식은 전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삼삼오오 전국에서 밀려든 도움의 손길로, 작은 개들과 품종을 가진 순혈종의 개들은 모두 입양을 갔습니다. 그리고 남은 누렁이와 진도믹스 80여 마리. 우린 이 녀석들을 순화시켜 해외로 입양보내는 계획을 세웠고, 매일 매일 줄에 묶어 산책 훈련까지 시켰습니다. 줄이 뭔지도 모르는 개들은 처음에 껑충껑충 이리 저리 뛰며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생전 처음 자신들을 애정으로 돌보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는지 우리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여 마리가 또 입양을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남시청이 현장을 직접 관리해 온 동물권단체 케어와 봉사자들 모르게, 남은 개들 60여 마리를 ‘묻지마 입양’ 처리를 했고, 우여곡절 끝에 13마리는 도로 찾아 와 입양을 보내고 있지만 47마리 이상의 개들은 여전히 애니멀 호더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 대표로 있는 단체에 입양 가 어떻게 관리 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제 남은 떠돌이 개들. 처음 개들이 집단으로 아사하며 죽어나가던 그 당시, 용감하게도 철장을 뛰쳐나와 돌아다녔던 이 녀석들은 아직도 하남 현장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점점 생활터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눈에 띄게 LH 개발 공사는 진척을 보여 아파트 모습을 한 시멘트 골조들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구조하지 않으면, 굶주릴 것이고, 아파트가 다 들어서기도 전, 떠돌이 개들은 이곳을 떠날 것이고, 어느 날 로드킬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를 일입니다.그도 아니면, 새끼를 낳고 낳아 군집을 이루며 이주한 지역에서 몰려 다니겠지요. 그러면 또 들개라고 취급하며 지자체가 포획자를 동원해 쏜 마취총을 맞고 쓸쓸히 눈을 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벌써부터 돌아다니는 개들이 새끼를 한 둘 낳아 또 다시 개체수가 불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하남시청에 공문을 보내 떠돌이 개들의 안전포획을 요구했지만 시청 측은 묵묵부답입니다. 결국 마음 약해 마지막까지도 외면 못하는 우리와 케어가 계속 남은 떠돌이 개들을 잡아야만 할 것입니다. 개들끼리 싸움이 나서 약하고 어린 강아지들은 다리를 절거나 하반신이 마비되어 발견되기도 합니다. 녀석들은 고맙게도 우리 시야에서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매일 밥 주는 우리 주변을 맴돌며 아직은 곁에 있어 줍니다. 제 몸을 숨길 곳도 없이 벌판에서 잠을 청하는 녀석들, 그리고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 오늘은 추워지는 날씨 만큼이나 우리들의 마음도 덩달아 조급해집니다. ‘어서 좀 잡혀 주라. 너희들 큰일나면 어쩌려고 그래...' 국내 동물권 역사 상 가장 끔찍했던 사건인 하남 개지옥 사건 속에서 끝까지 현장에 남아 개들을 구조하고 치료하고 해외 좋은 입양처를 찾아 입양을 보내고 있는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썼습니다. 심정연, 이지영, 애니, 이시은, 고경돈, 박소현, 최은영, 강혜경, 이은영 봉사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 연말, 케어는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soyounpark@fromcare.org
  • [월드피플+] “현실로 이어진 게임 우정”…희귀암 친구위해 뭉친 게이머들

    [월드피플+] “현실로 이어진 게임 우정”…희귀암 친구위해 뭉친 게이머들

    무려 6년 동안 게임 속 가상현실에서만 만나 온 친구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희귀암 판정을 받은 아픈 멤버를 위해서다. BBC 등 해외 언론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남다른 우정을 과시한 이들 6명은 미국 뉴저지 주(州)에 사는 남성들로, 약 6년 전 온라인 게임상에서 만나 함께 게임을 즐겨왔다. 오랫동안 수 도 없이 함께 게임을 했지만 단 한 번도 현실에서 만난 적이 없던 이들을 불러 모은 것은 게임 멤버 중 한 명인 조(Joe, 23)의 투병 소식이었다. 올해 23세인 조는 지난 여름 유잉 육종(Ewing‘s sarcoma)진단을 받았다. 유잉 육종은 뼈에 생기는 악성 종양 중 하나로,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이되었거나 몸통에 있는 뼈에 발생한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는 결국 병원에 입원했고 고통스러운 치료를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접한 게임 멤버 5명은 조의 쾌차를 위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일 것을 약속했다. 그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밀러는 캐나다에 사는 19살 소년으로, 10대 중반 시절부터 조 및 다른 멤버들과 함께 게임을 즐겨왔다. 그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 6년간 항상, 그리고 많은 게임을 함께 해왔다. 언젠가는 다 함께 현실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그러던 중 조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우리는 현실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 지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게임을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에 현실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면서 “처음으로 함께 모인 멤버들을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꿈같았다”고 덧붙였다. 아픈 조의 침대 주위로 모인 5명의 게임 멤버들의 사진은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 올라 화제가 됐다. 레딧에는 조의 건강을 응원하는 메시지와 함께, 이 게임 멤버들의 우정을 지지하는 수많은 메시지가 올라와 감동을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춤이 좋으니까요”…다리 잃고도 꿈 포기 않은 소녀

    “춤이 좋으니까요”…다리 잃고도 꿈 포기 않은 소녀

    골육종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아픔을 겪은 후에도 춤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버리지 않은 12세 소녀의 사연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사는 12세 소녀 딜라니 엉거는 2년 전인 2016년 갑작스런 다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딜라니의 병명은 골육종(osteosarcoma). 소아와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골종양 중 가장 흔한 종류로, 뼈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당시 10살이었던 딜라니는 암세포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평생 안고가야 할 장애만큼이나 어린 딜라니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춤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3살 때부터 춤에 소질을 보여 온 딜라니의 꿈은 프로 댄서가 되는 것이었다. 누구보다도 뛰어난 재량을 자랑했던 딜라니는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 후 다시는 춤을 추게 되지 못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두려웠다. 고작 10살이 갓 넘은 딜라니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꿈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의료진의 헌신적이고 실험적인 치료 덕분이었다. 의료진이 선택한 ‘회전 성형술’은 절단한 다리 부분을 거꾸로 돌려 이식, 무릎 관절 대신 발목 관절을 이용해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이다. 이 수술을 한 뒤 의족을 착용하면 무릎 아래를 완전히 절단한 것에 비해 훨씬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딜라니는 이 시술을 통해 절망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프로 춤꾼’의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모든 수술이 끝난 뒤 의족을 착용하기 시작한 딜라니는 이미 일주일에 5번 댄스 수업에 참여할 정도로 일상을 회복했다. 딜라니는 어린이 암환자를 위한 기금모금 행사인 ‘큐어페스트’(CureFest) 행사에 솔로 댄서로 초청받는 등 자신의 꿈을 향해 매 순간,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성장기 10대의 적 ‘골종양’ 혹으로 착각해 수술 땐 위험

    성장기 10대의 적 ‘골종양’ 혹으로 착각해 수술 땐 위험

    ‘골종양’은 뼈에 생기거나 뼈와 연결된 연골과 관절에 생기는 종양이다. 모든 뼈에 생길 수 있고 특히 무릎, 어깨 관절 주변이나 골반 뼈에 많이 생긴다. 26일 이재영 부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골종양에 대해 물었다.Q.골종양이 많이 발병하는 연령대가 있나. A.골종양은 주로 성장기 10대 남자 청소년에게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청소년기는 몸이 성장하는 시기여서 뼈를 구성하는 세포가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Q.사망 위험이 높나. A.모두 그렇진 않다. 골종양은 양성 종양과 우리가 흔히 ‘암’으로 부르는 악성 종양으로 나뉜다. 양성이 악성보다 흔하게 나타난다. 양성 종양은 뼈를 파괴할 수 있지만 생명을 잃을 위험은 없다. 악성 종양은 뼈에 생기는 ‘골육종’과 연골에 생기는 ‘연골육종’ 등이 있다. Q.증상은. A.골종양이 생기면 발병 부위에 혹이 만져지거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초기에는 증상을 거의 못 느끼다가 골절, 외상, 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면서 우연히 발견할 때가 많다. 골육종이 많이 진행되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느껴지고 병변 주위가 부어오르기도 한다. 가벼운 외상을 입었을 때 통증이 오래 가고 밤에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심하면 골절이 일어나기도 한다. 골육종은 다른 뼈나 폐 등의 장기로 전이될 가능성도 높다. 근육, 신경, 인대, 혈관 등에 생기는 ‘연부조직육종’은 멍울이 주요 증상이다. 한쪽에만 생긴 비대칭 멍울이거나 갑자기 커진 멍울이라면 연부조직육종일 가능성이 높다. Q.치료는 어떻게 하나. A.양성 종양은 정기적으로 경과만 관찰할 때가 많다. 통증이 있거나 골절이 일어날 때는 수술로 제거한다. 만약 악성이거나 악성이 될 위험이 높으면 수술과 항암 요법, 방사선 치료를 함께 시행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종양이 생긴 부위를 절단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지금은 절단 비율이 5% 이하에 그친다. 주로 병변만 제거하고 팔, 다리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사지 구제술’을 시행한다. 우선 암세포가 퍼진 부위를 절제하고 손실된 뼈와 연부 조직을 재건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악성종양을 단순한 혹으로 판단해 잘못 수술하면 암세포가 몸 여기저기로 퍼져 나갈 수 있으니 골종양으로 의심되면 반드시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월드피플+] 죽음 앞둔 아버지와 미리 결혼식 춤 춘 딸의 사연

    [월드피플+] 죽음 앞둔 아버지와 미리 결혼식 춤 춘 딸의 사연

    미국의 한 여성이 불치병으로 아버지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특별한 순간을 마련했다. 아버지는 딸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슴에 새기고 나서야 편히 잠들 수 있었다. 사연에 따르면,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코넬리우스 출신의 메레디스 파넬(35)이 2003년 대학 4학년일 때, 아빠 린은 전립선암(prostate cancer) 진단을 받았다. 12년 이상 암과의 사투를 벌였지만 암세포가 린의 몸 전체와 뼈로 전이되면서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결국 의사들은 파넬 가족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그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당시 미혼이었던 메레디스는 “아버지의 병에 대해 알게 된 순간부터 백만 가지 질문들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특히 결혼식을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했다. 아버지가 없는 결혼식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평소 다른 형제들보다 아버지와 유독 가까웠던 딸은 곧장 웨딩샵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달려가 웨딩드레스 한 벌을 빌려왔다. 그리고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차려 입고 휠체어에 앉은 아버지 앞으로 나타났다. 아버지 린은 웨딩드레스 차림의 딸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딸의 손등에 가벼운 입맞춤을 한 뒤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겨우 일어섰다. 모녀는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존 메이어의 노래 ‘딸들’(Daughters)에 맞춰 한동안 묵묵히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버틸 힘이 없었던 아버지는 결국 휠체어에 기대앉았고, 딸은 그런 아버지의 손을 잡고 마지막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 이틀 뒤 새벽 2시 쯤 아버지는 행복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3년 뒤인 올해 1월 6일 아버지는 딸의 결혼식에 영상으로 다시 나타났다. 가족들은 영상을 배경 삼아 같은 노래에 맞춰 춤을 췄고, 결혼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메레디스는 “나와 춤을 출 때 아버지는 내게 자랑스럽다고,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진짜 결혼식에서 듣고 싶은 대답이었다”고 전했다. 2015년 4월 3일에 촬영한 영상을 최근 공개한 그녀는 “아버지는 체력이 다하기 전까지 온 힘을 다해 나와 춤을 추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춤을 췄던 그 순간이 내게는 아주 귀중하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힘든 시기를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미러캡쳐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월드피플+] 엄마 뱃속에서 늑골 부러지고도 살아남은 아이

    [월드피플+] 엄마 뱃속에서 늑골 부러지고도 살아남은 아이

    약한 뼈를 가진 동시에 누구보다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한 아이의 일화가 용기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에 사는 해리 타이틀리는 2016년 7월 세상에 나오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해리의 병명은 불완전 골형성증(osteogenesis imperfecta). 골의 강도가 선천적으로 약해 특별한 이유 없이도 쉽게 골절되는 희소 질환으로, 1만 5000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며 유전 및 가족력이 강하다. 해리의 아버지인 제이슨(46) 역시 과거 같은 진단을 받았다. 해리가 불완전 골형성증으로 처음 고통을 받았던 때는 무려 태어나기도 전이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재채기나 딸꾹질을 하기도 하는데, 해리는 태아 시절 이 과정에서 늑골(갈비뼈)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부러진 뼈 끝이 장기를 손상시켰다면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엄마 몸 밖으로 나오는 출산 과정에서도 오른쪽 어깨뼈와 양쪽 다리뼈가 골절됐고, 이 때문에 생후 3일 만에 엑스레이 촬영 및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아야 했다. 해리의 아빠는 “아이가 나와 같은 질환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은 50대 50이었다”면서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해리를 기다렸지만 해리 역시 나와 같은 병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해리의 엄마는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를 안아주고 싶지만, 또 뼈가 부러지는 상처가 생길까봐 쉽게 앉지도 못한다”면서 “해리의 늑골이 골절됐다는 사실도 해리가 태어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출산 당시에도 아이의 병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뼈가 부러진 사실에 대해 의료진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지나치게 잦은 부상을 이상하게 여긴 의료진이 검사한 결과 불완전 골형성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두 살인 해리에게서는 또래처럼 걸음마를 떼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쉽게 부러진 뼈가 장기나 근육, 신경 등을 손상시키면 더 큰 부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리는 언제나 밝은 웃음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부모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해리의 엄마는 “다행스럽게도 아이라 그런지 회복력이 빠른 편”이라면서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좋아질 것이라는 의료진의 말을 믿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해리는 주기적으로 뼈를 강화하는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알콜중독 치료제로 암을 치료한다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알콜중독 치료제로 암을 치료한다고?

    성기능 치료제인 비아그라는 사실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개발됐습니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 폐기하려다가 이 약을 먹은 사람들의 성기능이 개선되는 것이 확인돼 다른 방향의 치료제로 쓰이게 됐습니다.의약학 역사를 보면 이렇게 본래 목적 이외의 방향으로 쓰이는 약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알콜중독 치료제가 암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6일자에 체코 팔라키대, 덴마크 국립암연구센터,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스위스 성갈렌병원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알콜중독을 앓고 있으면서 유방암에 걸린 38세 여성환자의 사례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이 알콜중독이 심했기 때문에 암 치료보다 알콜중독이 우선이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알콜 중독이 완치되지 않아 술 취한 상태에서 창문에서 추락사했는데 부검 결과 뼈로 전이됐던 암세포가 거의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복용했던 알콜중독 치료제는 ‘디설피람’이라는 약물로 술을 조금만 마셔도 두통과 호흡곤란, 구토 같은 부작용을 일으켜 알콜을 끊게 만드는 약물이라고 합니다. 그런 디설피람이 암세포를 없앤 것입니다. 덴마크-체코-미국-스위스-스웨덴 공동연구진은 디설피람이 암세포를 죽이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실 1970년대부터 디설피람이 외과 수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는 사례들이 간혹 보고되기는 했지만 작용 메커니즘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과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에 암치료제로서 주목받지 못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제공동연구팀은 2000~2013년 사이에 암으로 진단받은 덴마크 국민 24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디설피람의 항암효과를 최초로 확인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24만명의 암 환자 중 3000여명이 디설피람을 복용했는데 디설피람을 꾸준히 복용한 환자 1177명의 생존율이 디설피람을 중간에 끊은 환자들에 비해 34%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니 디설피람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유방암 뿐만 아니라 전립선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에서 효과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방암을 일으킨 생쥐를 대상으로 디설피람을 투여해서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특히 디설피람의 효과를 향상시키는 구리 보충제를 함께 투여했을 경우 효과는 극대화됐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디설피람이 암세포가 새로운 혈관을 만들고 자신의 세포를 주변으로 확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암세포를 굶겨죽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디설피람의 항암효과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많은 항암치료법이나 치료물질들이 실제로 상용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디설피람의 항암효과도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항암제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걸림돌은 디설피람의 특허권이 만료됐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항암제로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에 참여한 지리 바르텍 덴마크 국립암연구소 박사는 “이미 안전성이 승인된 약물에서 다른 효과를 찾아내는 것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하기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라며 “거대 제약사들이 구식 약물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edmondy@seoul.co.kr
  • “말기가 뭐예요?”…세상 울린 희소암 아들, 뇌종양 엄마 대화

    “말기가 뭐예요?”…세상 울린 희소암 아들, 뇌종양 엄마 대화

    희귀암을 앓는 아들과 역시 암에 걸린 엄마의 슬픈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영국 리버풀에서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재클린 로우리(32)는 7년 전 자신이 뇌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충격과 고통 속에서도 의연히 버텨내던 지난해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또다시 듣고 말았다. 큰아들인 카메론(12)에게서도 치명적인 종양이 발견된 것. 어린 카메론에게서 발견된 것은 결체조직 작은원형 세포암이었다. 생소한 이름의 이 암은 전 세계적으로 200여명에게만 나타난 희소암으로, 주로 복부에 발생한다. 공격적으로 전이되며 폐나 간, 뼈로도 전이될 수 있다.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암이며, 초기 증세가 거의 없고 전이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희소암 선고를 받은 카메론은 이후 또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누구도 카메론과 놀려 하지 않았고, 카메론의 몸 상태가 점차 악화됐기 때문에 언제나 외톨이처럼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둘째 아들이자 카메론의 동생인 에단(10)은 다행히 건강하지만, 말기암으로 고통받는 엄마와 형 사이에서 함께 힘겹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힘든 항암치료가 계속됐지만 카메론의 암 세포를 없애지는 못했다. 그저 삶을 조금 연장해 줄 뿐이었다. 재클린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몇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의료진은 그녀의 뇌에서 암 세포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얼마 전, 아들 카메론은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는 엄마에게 ‘말기’(terminal)의 뜻이 무엇인지 물었다. 재클린은 “그것이 곧 세상을 떠난다는 뜻이라는 것을 설명해야 했다”면서 “나는 아들에게, 네가 말기 암이라는 것은 네가 죽을 때까지 암을 앓는다는 뜻이며, 엄마 역시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이 말을 한 뒤 그 자리에 앉아 울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면서 “이후 나는 최대한 아이 앞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내가 우는 것을 아이가 보길 원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내가 마흔 살 생일을 맞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아들 역시 언젠가는 화학요법도 효과가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엔 우리 두 사람 모두 삶의 질과 삶의 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때까지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많은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재클린과 두 아들을 위한 모금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스포츠&스토리] 희망 슛~ 빛나는 ‘개살구 언니’

    [스포츠&스토리] 희망 슛~ 빛나는 ‘개살구 언니’

    무릎 부상 신음…12년 만에 이적 선택포지션 변경·혹독한 훈련에 눈물도한·일 女농구 대회서 3경기 81득점 “리그 전 경기 출전 목표로 참고 뛸 것”여자프로농구(WKBL) 김정은(30·우리은행)은 팀에서 ‘살구 언니’로 불린다. 물론 동료 선수들이 장난스레 건네곤 한다. 곱씹어보면 의미는 썩 좋지 않다. 시즌을 앞두고 연습게임 도중 키 180㎝인데도 몸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놀리듯 ‘빛 좋은 개살구’라고 부른 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농담이지만 뼈 있는 지적이다. 사실 지난 2년 ‘빛 좋은 개살구’ 신세였다. 2006년 겨울 신인왕을 꿰차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11시즌(2006년 여름·겨울, 2007년 겨울 리그 포함) 연속으로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뽑았지만 이후 무릎 부상에 신음했다. 2015~16시즌 19경기에서 평균 6.53득점, 2016~17시즌엔 16경기 5.13득점에 그쳤다. 암흑기를 보냈던 김정은은 올 4월 12년째 자리를 지킨 KEB하나은행을 떠나 통합 5연패에 빛나는 팀으로 둥지를 옮기는 승부수를 뒀다. 29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우리은행 훈련장에서 만난 김정은은 “모험일 수도 있었다. 무릎 상태도 아직 안 좋은데 엄청난 훈련량으로 유명한 우리은행에 가면 또 아플 것이라며 말리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반드시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2년간 성적이 바닥을 치면서 자존심도 숱하게 다쳤다. 우리은행 감독·코치님들이라면 어떻게든 재기하도록 도와줄 것이란 믿음 하나로 왔다”고 덧붙였다. 악명 그대로였다. 위 감독의 스파르타식 훈련에 매일매일 한계에 부딪혔다. 눈물을 쏟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더군다나 팀 주축이던 양지희(33)가 은퇴하면서 이젠 최은실(23)과 함께 골밑에서 힘을 써줘야 한다. 주로 스몰 포워드를 맡던 김정은에겐 낯선 포지션이다. 김정은은 “프로 10년을 넘기면서 동료들이 과호흡으로 널브러지는 모습을 처음 봤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며 굳게 마음을 먹었다”고 되뇌었다. 이어 “힘들어서 울고 있으면 후배들이 와서 엉덩이를 두들기며 위로를 건넨다. ‘지금 힘들어도 나중에 보상을 받는다’는 격려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곽에서 주로 뛸 때는 센터가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4번(파워 포워드) 포지션은 몸싸움을 너무 많이 해야 한다. 스크린을 받아 보기만 했지 걸어준 적은 별로 없는데 이렇게 힘든 기술인지 몰랐다. 농구를 완전히 새로 배우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위 감독의 ‘마법’ 덕분인지 부활의 기미가 엿보인다. 김정은은 한·일 여자농구 리그 1~2위 팀만 참가하는 ‘여자농구클럽 챔피언십’(9월 16~18일)에서 일본 리그 1위팀 JX에네오스를 상대로 37득점 10리바운드로 폭발했다. 도요타전(25득점·7리바운드)과 삼성생명전(19득점·12리바운드)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해냈다. 적어도 ‘개살구’ 별명에서 벗어나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몸놀림이었다. 다음달 28일 개막하는 WKBL에서 재기를 증명하려는 각오도 다졌다. “일본에서는 저를 잘 모르기 때문에 통했던 것 같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몸이 완전히 나았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딱 참고 뛸 정도인 것 같아요. 시즌이 다가오면서 4번 포지션을 잘 메꿀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네요. 한편으로는 비시즌 동안 이렇게 훈련한 게 있는데 뭐가 두려울까 싶은 마음도 듭니다. 예전엔 다른 선수들이 목표를 전 경기 출전이라고 말하면 ‘왜 저렇지’라며 코웃음을 쳤던 사람 중 하나인데 이젠 제 목표로 삼을래요. 잘 관리해서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글 사진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네안데르탈인·현생 인류, 빈디야 동굴서 동거 안 했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네안데르탈인·현생 인류, 빈디야 동굴서 동거 안 했다”

    뼈 탄소연대 정밀 측정 결과 생존시기 8000년이나 차이 나 몇 년 전 ‘꽃보다 누나’라는 제목의 케이블 TV 연예프로그램 덕분에 크로아티아가 한국인에게 인기 여행지가 됐습니다. 동화 속 나라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광은 TV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빠져들만 했습니다.크로아티아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고인류학자와 진화학자들에게도 중요한 장소입니다. 다름 아닌 크로아티아 북부에 위치한 빈디야 동굴 때문입니다. 빈디야 동굴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서로 함께 살면서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경쟁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국 옥스퍼드대와 맨체스터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와 과학학술원, 미국 와이오밍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공동연구진은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PNAS’ 5일자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빈디야 동굴에서 데이트(?)를 즐긴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빈디야 동굴은 약 3만 2000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초기 현생인류가 사랑을 나눴던 장소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들의 뼈를 좀더 정밀한 탄소연대측정법으로 측정한 결과 그들은 빈디야 동굴에서 4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생인류가 크로아티아 지역에 등장한 것은 3만 2000년 전이니까 시기적으로 8000년이나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1990년대 말 방사성탄소인 C14의 잔류량을 측정하는 탄소연대측정법으로 빈디야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과 허벅다리 조각 등 뼈들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2만 9000~3만 4000년에 살았던 것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초기 현생인류가 유럽으로 이주하던 때와 비슷했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서로 만나 경쟁하고 짝짓기까지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입니다. 이번에는 뼈에서 추출한 콜라겐 혼합물 내에 있는 ‘하이드록시플로린’이라는 물질을 이용한 정밀 탄소연대측정법을 활용했던 것입니다. 티보 드비에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인간의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유전자를 공유했다는 것은 확실한 만큼 두 종의 인류가 짝짓기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사랑을 나눈 장소가 지금까지 알려진 빈디야 동굴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논문을 보면서 문득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과학을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하지만 과학적 이론은 많은 연구자들의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도전받습니다. 이런 도전과 응전의 과정에서 실험이나 관찰 사실을 더 잘 설명해 주는 가설이 살아남아 이론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창조과학이나 백신반대론 같은 사이비 과학들은 정답에 과학을 꿰맞추는 식입니다. 객관적인 실험과 관찰이 핵심인 과학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창조과학자들은 창조과학은 명백한 과학이라고 주장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주장처럼 창조과학은 종교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20세기와 21세기는 그야말로 합리성과 객관성을 근거로 한 과학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유독 반과학적인 사이비 과학들이 눈에 띄는 이유는 뭘까요.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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