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가작/ 복숭아꽃 살구꽃(II)
(최 영감,하인을 데리고 등장.)최영감: 내가 오는 줄 알았던 겨? 나 와 있게.
어머니: 오셨어유.별 일 읍으셨지유.
최영감: 와! 내가 별 일 이라두 있었으면 하구 바라는 겨.
어머니: 안유.그랄 리가 있남유.그람은 천벌을 받지유.
최영감: 아,쓸데읍는 소리는 집어 치우구.어쩔 거여? 준빈 된겨.
어머니: (조아리며) 내년 거정 여유를 줌 주시면 어떨까요.
최영감: 이 사람,보게 아주 멋대루내.여지껏 참았으면 고맙다구는 못 할 망정,또,아예 멀찌감치 밀어? 어머니: 돈 구녁이 있어야 지유.
최영감: 그람,남이 돈 빌려 갈 땐,돈 구녁이 빵 뚤려 있었남.
어머니: 참는 김에 주금만 더 참아 주셔유.
최영감: (화를 낸다.) 이 보게 더 기인 야기 할 것 읍내.나 자네랑말시름 할라구 온 것 아닐세.오늘은 결정을 지러 온 거내.이 달 보름 안으루 이 집 이라두 비워 주게….물런 과수원거정 포함 해서데이.
어머니: 증말루 너무 하십니다유.이 엄동 설 안에 쫓아내는 법이 어디 있대유….
최영감: 나! 그람,이만 간데이….(퇴장.)어머니: (넋 나간 사람처럼 서 있다.)(달자 약초 들고 등장.)달자: 엄니! 어디 불편 하시남유.와,그릇케 힘이 하나두 읍시 서 계세유?어머니: 이 일을 어쩐 다냐? 방금 최 영감이 왔다 갔는디,보름 까정이 집을 비우구 과수거정 달란 데이.
달자: 설마유.우리가 이자두 못 갚으니깐.화가 나서 그런 말을 한 거겠지유.
어머니: 그 냥반이 말 따루 행둥 따루 하는 사람이 절대 안여.
달자: 그렇다구 너무 걱정하지 마세유.무슨 방법이 있겠지유.
어머니: 영,맘이 게운 하지가 안는 걸….
(이때,이우,상빈,등장.)이우: 마침.니,여기 있었냐? 달자: 아직 야학 갈 시간 남았는디.
이우: 그게 아니구 순님이 널 찾길래….
달자: 순님은 먼 순님이 찾는다구.나 같은 걸 찾을 순님이 어딨 다구.
상빈: 지가,달자씨! 한티 볼 일이 있어유.
달자: 지는 유,댁이 누군지두 모루구.볼 이유두 분명치 안 내유.
이우: 야아,아랫마을 김 부자 있잔아….
달자: 그 집 하구 나하구 먼 상관여.먼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간내유.
상빈: 지는 유,고모 집에 처음 왔을 때 부텀.달자씨를 그림자처럼 지켜 왔내유.
달자: 이 사람이,시방무슨 건방을 떨구 있는 겨.
이우: 말이 너무 거칠데이….
달자: 니,누가 시키지두 안은 일 하구 다니구 글여.
상빈: 화 나셨다면 푸세유.고모님이 먼가 크게 실수하신 게 있다구혀서,사과두 드릴 겸 어려운 부탁 하나 청하구 싶어 왔내유.
달자: 그 댁 마님이 실수하신 것 없내유.큰 실수는 이 구데기가 득실득실한 가난이 실수지유.그란께,사과 할 건더기두 없구유.받아야 할건더기는 더욱 없내유.그리구,청이 있다구 했는디,지가,그 쪽 청거정 책임져야 할 조건은 더 더욱이 읍는 것 같은 디유.볼 일이 다 끝났으면….
상빈: 달자씨는 누구 한 티나,그릇케 자신에 할 말만 하구.무작정 내 팽겨 치시남 유….그건 크나 큰 실내 지유.지는 유,여기에 동냥을온 사람 아녀유.비록,부모 형제 없는 고아나 다름 없어두,처음 대하는 사람 한티거정.지옥 같은 무시당할 수 읍내유.
달자: 이 사람,먼 말이 이다지두 많데이.상대가 듣기 싫다문 싫은 거지.자꾸 이럴거문….더 이상은 못 바 준게.다른 사람 찾아 가세유.좋은 말 나 올 때.후딱 가세유.
상빈: 지는 유,하늘에서천둥 벼락이 떨어 진 대두,이대루는 절대루못 가 내유.아니 갈수 읍내유.맘대루 하세유.끌어내던지….패어 죽이던지.여기서 한 발짝두 움직일 수 없내유.맘대루 혀세유.
달자: 아주,무식이 절절하구먼.이 것,똥 바가지를 뒤 집어 써야 정신이 바짝 들 난 가배.증말루 사람 환장하게 만들어 버리는 기술 가졌는 가배….
(어머니 부엌에서 함지박 들고 온다.)어머니: 부엌에서 다 들었는디.유난 떨 것 읍데이.말 들어 보는게 머 어립것냐? 들어나 보구 미주를 쓰던가? 장을 담그던가? 하면 될 것아닌 가배.어??거나 저??거나 순님은 순님 아닌 가배.
상빈: 어디 까정 순님 맞아유.
달자: (방백) 어메! 이것 진짝 괴물 중에 증말루 상 괴물 만났는디.
상빈: 엄니! 지가유,장모님으루 모시겄어유.(무릎을 꿇는다.) 달자씨! 지를 줌 구재해 주시면 안 될까유.만일에 거절하신 다면 이길루 곧장 가서 머리를 까겠내 유.
달자: 아,글씨,와,내가 거기를 구재구 나발이 구를 하냐구유.
상빈: 아까두 말했지만,지를 물에서 건져 줄 사람은 달자씨! 뿐이 내요.더 이상 고모 집에서살아 갈 힘이 읍서유.사춘들에 등살에 더는….머던지,허기가 져서 유….
달자: 그람,고모 집에서 나와 살면 간단 하내유.지는 유,지푸라기가아니라,물에 빠진 사람 건질 인심도 읍내유.
어머니: (방백) 아무리 내 자슥이지만,으라지게 차단게….
상빈: 막상,고모 집에서 나오문 있을 때가 있어야 지유.
달자: 그람,안- 나오시면 되구유.
상빈: 그란게,달자씨가 지와 혼인만 허락 하시문 날개를 달구 날아가는 거지유.다시 한 번 애원 하내유.지발,지를 불쌍히 여기 신다문….
어머니: 보다시피,우리 집 구석은 억망 인디.그라구,저 애가 워낙에고집이 쌔 나서….
상빈: 그런 걱정은 하시지 마세유.지유,고모 집에서 눈치 밥에 콧물을 빠뜨려 먹구 살었지만 두,전쟁 통에도 오루지 달자씨! 만을 생각하며 껌두 팔구,담배두 팔아.울마 안되는 돈이지만 남 몰래 악착같이 모았어유.(안 주머니에서 돈 뭉치를 꺼내 보인다.) 자유.보세유.이놈에 돈이 사람에 간이랑 쓸개두 뺏는다는 돈…! 여유.
이우: 엄메….호박이 넝쿨채 굴러 왔데이.
달자: 시방 머 하는 겨.돈이면 다들 눈이 돌아 버릴 줄 아는 가배….
상빈: 달자씨! 지발,지를… 지와,힘을 모으면 저 과수원도 금방 갤거구만유.희망을 주세유.그려서,온 천지가 복숭아꽃 살구꽃으루 흐드러지게 만들어 바유우.
달자: …….
어머니: 난 모르겠네.(퇴장.)상빈: 달자씨! 지발유.(매달린다.)달자: 이러지 말 아유.(저 만치 물러선다.) 사흘 동안 생각 하구…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상빈: (야호! 야호…) 만새,만새,만만만새…! (모두 퇴장.)(안방,달석,학교 갈 채비를 하며 종지를 구석에 놓는다.)아버지: 핵교 가는 겨? 달석: 야.와-유.요강 비워 오까유? 아버지: 근디,이게 먼 냄새여?달석: 야,농약 여유.쥐새끼가,지,딱지랑 교과서를 다 찢어 놓구 극성 대서유.쥐약이 읍어서,엄니랑 누이 몰래 헛간에서 농약 쪼금 딸아왔어유.우리 집 같은디,머 먹을 것이 있다구.….오늘,어디,혼 줌 나바라.핵교 댕겨 오께유.(퇴장.)아버지: 공부 잘 혀야 뎌.
아버지: (방백) 내가 너무 호강에 지쳐 오래 살았구먼.처 자슥 고상시켜 가며,집 안 기둥 까정 뽑아 놓구 말여….더 살아서 멋 하겠나.이 만큼 산 것두 다 처 자슥 열성 여….두 딸년거정 팔아 묵는 꼴이니…? 먼,염치루 이 시상을 더 살겨….(인기척 소리 들린다.)아버지: (종기에 담긴 농약을 들어 마시다.)어머니: 이게 먼 남사여 (종기에 담긴 농약 냄새를 맡는다.)종기 깨지는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 같다.
어머니: 이게 먼 일여! (아이구.) 이 인간아,이렇게 갈라면 그 동안와! 고상을 사서 한 거래유.(시체 위에 엎드려 통곡한다.)달자: 엄니 먼 일 여유.
어머니: 니그,아부지가….
달자: (시체 얼굴에 뺨을 대며 오열한다.) 아부지! 이게 왼,일 여유.
찌끔만 더 있으면….뒤겉,과수원에 복숭아꽃 살구꽃이 필 틴디….여짓거정두 고상고상 했는디.와! 그러셨슈.와,와! 지두,함께 대려 가셔유……지두유.
(모녀의 자그락 거리는 울음,울음,울음.소리,소리… 하늘과 땅을 맞닿게 하면서… 차츰차츰… 암전.) 박광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