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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세 상승기” “너무 올랐다”

    “대세 상승기” “너무 올랐다”

    주식시장이 대세적 상승과 장기 하락의 운명적인 갈림길에 섰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난주 중반부터 시작된 ‘단기 조정’을 서둘러 마치고 다시 반등한다면 상승세가 역대 최고점을 깨뜨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는다면 하락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 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부터 3개월 넘게 200포인트 이상 상승세를 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2일 1118.83까지 오른 뒤 3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 1994년 11월 8일의 역대 최고지수 1138.75를 불과 19.92포인트 남겨두고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지수상승을 이끌던 외국인들은 지수가 빠지자 슬며시 매도세로 돌아섰다. 반면 지수가 오를 때에도 팔기만 하던 국내 기관은 외국인이 내놓은 매물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3개월간의 주가 상승에 원동력이 기관이라는 점에서 매수세 전환은 긍정적이다. 지난 4일 외국인이 426억원을 순매도했을 때 기관은 무려 2057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하락의 원인에 대해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배럴당 60달러 이상의 고유가 ▲원화의 강세(원·달러 환율하락) ▲이번주 예상되는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상 우려 등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른바 유가·원화·금리의 ‘신 3고(高)’가 과열을 식히고 싶던 국내 증시에 시원한 소나기를 안겨준 셈이라고 설명한다. ●신3고, 장기악재 아니다 하락장 속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주식형펀드 등의 자금유입이 계속되는 데다 외국인의 매도세도 단기 차익 실현으로 해석됨에 따라 유동성 수급 구조가 여전히 탄탄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도 2·4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더 이상 악재는 없다.”는 말도 나온다. 주식형펀드의 수탁고는 지난 4일 13조 9270억원으로 올들어 5조 5756억원 늘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정을 받더라도 1080선에서 1차 저지를 받으며, 더 밀려도 1050선에서 2차 저항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고점을 1250선까지 예상했다. 대체로 중·장기적인 상승세가 유지되면서,1110선 안팎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외국인의 움직임에 주목 전문가들은 국내외적인 외생 변수보다도 최근 증시에서 외국인의 투자 패턴에 더 주목하고 있다. 신 3고는 이미 증시에 상당 부분 반영돼 위협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는 지난 2년 4개월 동안 상승장을 유지하면서 4차례 의미있는 조정을 받았는데, 그 조정의 핵심 원인이 외국인의 매도 전환과 미국 증시의 하락이었다.”고 지적했다.2001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대세장 속에서 조정을 받았던 경우 평균 하락기간은 7.3일, 하락률은 7.03%에 이른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그러나 달러당 원화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강력한 돌출 변수가 발생한다면 증시 불안과 조정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최인호의 저력…‘유림’ 한달새 15만부 팔려

    최인호의 저력…‘유림’ 한달새 15만부 팔려

    유교사상을 다룬 최인호씨의 장편소설 ‘유림’(전 3권, 열림원)이 출간 한달 만에 15만부(출판사 자체 집계)가 팔려 나가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저력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4일 열림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시중에 나온 ‘유림’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중고생까지 폭넓은 독자층의 지지를 얻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7월 넷째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유림’은 종합 6위, 국내 소설 1위를 차지했다.‘상도’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단체 주문이 몰리는 것도 특이한 현상. 김이금 열림원 주간은 “고려금강화학, 휠라코리아 등 여러 기업에서 300질 이상의 책을 다량으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4일 KBS ‘TV, 책을 말하다’ 프로그램에 ‘유림’이 소개된 이후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인호씨는 “‘상도’보다 반응이 더 빠르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뺨을 때리고, 방송에서 옷을 벗는 등 도덕이 땅에 떨어진 요즘 세태에 유교적 전통의 가치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중고생 독자들을 겨냥해 애니메이션, 랩송 등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서울신문에 연재중인 ‘유림’은 전 6권 가운데 3권이 먼저 나왔고, 연재가 끝나는 내년 말 나머지 3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손범수부부 후쿠오카 로맨스

    손범수부부 후쿠오카 로맨스

    아나운서 커플 손범수(40)·진양혜(36)씨가 둘만의 오붓한 여행을 떠났다. 가까운 일본 후쿠오카(福岡)로. 결혼 10년차인 이들은 모처럼의 부부 여행을 위해 아들 둘을 시댁에 맡겼다. 30분 단위로 시간을 관리하는 이들 부부가 바쁘고 바쁜 방송일정을 쪼개고 또 쪼개 겨우 짬을 냈다. 부부 모두 스케줄이 비는 주말은 ‘밧줄을 바늘귀’에 꿰기보다 어렵단다. 금요일 오후 인천공항을 출발, 일요일 밤 늦게 돌아오는 밤도깨비 여행이었다. 스타 부부의 일본 여행을 따라가봤다. 후쿠오카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밤도깨비 여행의 시작 후쿠오카 공항을 도착하니 오후 7시30분. 택시로 후쿠오카에서 가장 좋다는 시호크호텔에 15분만에 도착했다. 한국의 스타부부를 호텔 지배인 곤도 미쓰히사가 곧바로 안내한 곳이 6층 일식당 바라몬(波羅門). 갑오징어회·대구요리 등의 하카타지역의 정통 일식 코스요리 가이세키가 나왔다. 정종과 일본 소주가 서너순배 돌았다.(시호크호텔 0120-58-2586·www.nikkohotels.com) #도심 조망은 역시 전망대 짧은 여행일정, 한꺼번에 많이 보려면 전망대가 제격이다. 달려간 곳이 후쿠오카에서 가장 높은 후쿠오카타워. 타워는 높이 234m이지만 123m의 전망대에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외관은 8000장의 반투명 유리로 된 것이 특징. 때문에 ‘미러 세일’로도 불린다. 후쿠오카 니시진(西新)역에서 걸어서 20분. 입장료는 800엔.(후쿠오카타워 092-823-0234·www.fukuokatower.co.jp) #옛날의 후쿠오카로 가려면 이전엔 무역항으로 하카타(博多)가 더 알려졌지만 시와 현의 이름이 후쿠오카로 바뀌었다. 통역 겸 안내를 맡은 고가 다케시는 “하카타가 1개 구로 남았지만 후쿠오카의 뿌리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찾은 곳은 하카타 마치야(町家)고향관. 하카타와 후쿠오카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민속촌 같은 시설이다. 하카타인형과 하카타직물의 제작과정을 보고, 기념품을 살 수도 있다.3개 건물을 들어가는 데 200엔이며, 중학생 이하는 무료. 지하철 기온(祇園)역에서 내리면 된다.(하카타마치고향관 092-281-7761) 바로 옆 구시다( 田)신사에 들렀다.757년 세워진 구시다신사는 불로장생과 상업번성의 신이 있다는 곳이다. 온갖 인형이 매달린 높이 3m의 호화로운 수레가 전시돼 있다. 고가는 “전염병이 창궐하자 조텐지(承天寺)의 쇼이치 고쿠시(聖一國師)스님이 큰 가마에 올라가 물을 뿌렸더니 전염병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소개했다. 이를 기려 해마다 7월15일 열리는 축제인 기온(祇園) 야마가사(山笠)가 시작됐다. #개화기의 현관문 모지코(門司港)레토르지구 후쿠오카가 속한 규슈(九州)와 본섬인 혼슈(本州)를 연결하는 가교인 간몬(關門)해협에 조성돼 있다. 여기서도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려면 메카리(和布刈)공원 전망대를 찾으면 된다. 모지코는 일본 근대역사의 산실로서 150∼100년 전의 건물과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20세기초 국제무역항으로서 번창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인력거를 타고 한바퀴 도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3000엔. 간몬의 역사와 문화, 자연 등을 소개한 배모양의 해협드라마십도 들를 만하다. 대한 스크린과 종이인형이 간몬 해협의 역사를 재연하고 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JR모지코역에서 지하철로 1시간가량 걸린다. 모지코역에서부터 메카리 공원이 5분거리다. 공원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산책코스로 알맞다.(해협드라마십 093-331-6700·www.dramaship.jp) #밤문화는 역시 캐널시티 건물 가운데 인공 운하가 흐르는 캐널시티는 언제나 쇼핑객과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곳이다. 호텔과 백화점, 극장과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밤늦게까지 하는 식당도 많다. 괜찮은 음식점의 1인당 가격은 보통 3000엔.1500엔만 추가하면 소주·맥주·정종 등의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대표적으로 4층 우마야(092-263-2340)가 있다. 우리의 돌솥비빔밥도 정식 메뉴로 내는 집이 많다. 지하철 나카스 가와바타(中洲川端)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캐널시티 092-282-2525·www.canalcity.co.jp) 포장마차도 후쿠오카의 밤문화 가운데 하나. 덴진과 나가하마, 나카스 지구에 포장마차가 많다. 하타카라멘을 비롯해 닭꼬치 등 다양한 메뉴와 여러 종류의 술을 내놓고 있다. #망중한의 강유람 야나가와 다음날 아침, 가방 하나 달랑 차에 싣고 1시간 거리의 고색창연한 작은 도시 야나가와(柳川)로 향했다. 아기자기한 일본의 옛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야나가와 관광의 백미는 강유람이었다. 강은 야나가와 성의 주위를 둘러흐르는 해자를 따라 조성됐다.4㎞를 한바퀴 도는데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승선료는 1인당 1500엔. 배에서 내리면 기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1885∼1942)의 생가와 기념관도 필수코스. 근대 일본의 ‘시성’으로 추앙받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1985년 개관됐다. 시에서부터 일본 단가 와카(和歌·일본 가요의 한 형식), 동시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약했다.‘물의 고향’ 야나가와를 자신의 시가의 모체로 삼았다. 생가엔 당시의 모습과 그가 쓰던 물건들과 책자, 육필원고 등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야나가와의 향토역사 박물관도 겸하고 있다. 출출할 때 야나가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장어구이 덮밥(2100엔). 뱀장어를 가볍게 양념한 다음 찹쌀을 섞은 밥과 함께 찜통에 넣어 쪄냈다. 그위에 계란 노른자를 고명으로 올렸다. 장어는 특유의 냄새가 없으며 밥은 고소하고 찰지다. 이런 음식을 대표적으로 하는 곳은 오하나(御花). 오하나는 식사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1697년 야나가와의 영주 다치바나(立花)가문의 별저로, 자연을 그대로 축소해 옮긴 듯한 7000평에 이르는 쇼토엔(松濤園)이 무척 아름답다. 일본의 3대 풍광으로 꼽히는 미야기(宮城)현의 마쓰시마(松島)를 축소 모방한 정원이다. 메이지시대에 세워진 서양관은 지역과 가문의 역사자료관으로 쓰이고 있다.(오하나 0944-73-2189·www.ohana.co.kr) 한적한 시골 같은 정취를 살린 거리를 걷다 보면 오하나 바로옆의 쓰무라(0944-72-8148)도 빠질 수 없다. 여자 아이를 위한 작은 인형을 많이 판다. 작은 인형을 매달아 모빌처럼 보이는 사게몬 장식이다. 해마다 3월이면 장식품(사게몬)으로 여자 아이들의 첫돌을 축하한다.500엔부터. #학문의 신 덴만궁(天萬宮)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다자이후(太宰府)시의 덴만궁(天萬宮)은 한국사람들도 많이 찾는 일본 신사다. 학문의 신 스가와라 마치자네(菅原道眞)를 모시고 있다. 합격을 기원하는 수험생과 부모들이 많아 찾는단다. 서기 901년 우대신인 그가 권력다툼에 밀려 다자이후의 관리로 좌천됐다. 학문과 후학 양성에 힘쓰다가 그가 죽자 소가 그의 관을 끌고갔다. 하지만 현재의 자리에서 소가 가지않고 누워 여기에 묘를 썼다고 전한다. 화려하고 호화로운 본전은 1591년 건축됐으며 일본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교토에서 하룻밤만에 날아왔다는 ‘도비우메(飛梅)’가 명물이다. 관광객들이 우메가에모치(매화가지떡)를 사서 먹기도 한다.(덴만궁 092-922-8225) 뒤로는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를 통해 일본 4번째인 규슈국립박물관으로 바로 연결된다. 오는 10월16일 개관하는 박물관의 1층 어린이관은 어린이들이 세계 각국의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옷을 입어볼수 있는 체험식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개관기념으로 50일간 ‘미의 나라 일본’전을 연다. 입장료는 1300엔. 후쿠오카(덴진)역에서 승차, 후쓰카이치(二日市)역에서 다자이후선으로 갈아탄 다음 다자이후역에서 내리면 된다.20분 가량 걸린다.JR하카타역에서 가고시마 본선을 탄 다음 후쓰카이치역에서 내려도 된다.15분쯤 걸린다.(규슈국립박물관 092-918-2807·www.kyuhaku.cpm/pr)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6시.8시20분 서울 도착. 짧지만 감미로운 스타 부부여행 동행취재는 이렇게 끝났다. ■ 진양혜의 ‘10년전 일기를 꺼내어’ 무작정 설다. 사실 후쿠오카는 여행객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유명한 휴양지도 아니고, 세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미항도 아니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문화를 꽃 피운 곳도 아닌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도시다. 그러나 내게는 한 낮 숲에서 즐기는 휴식같이 특별한 곳이다. 입사 1년 만에 ‘유부녀 아나운서’가 되고, 결혼 1년 만에 아이 엄마가 된 내 신입사원 시절은 늘 롤러코스터를 타고 다니는 것처럼 정신없고 분주했다. 숨 돌릴 틈이 없었다. 남편 범수씨도 마찬가지였다. 쏟아지는 방송 스케줄에 비명이 터질 지경이었다. 아이 때문에, 일 때문에 바쁜 내 얼굴을 보기조차 쉽지 않았다. “떠나자!” 그래서 간 곳이 후쿠오카였다. 신기하게도 남편과 내가 모두 일이 없던 주말-그 당시로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8개월짜리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특별한 계획도, 여행지의 정보도 없이 가장 짧은 비행시간과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무작정 떠났던 곳. 비 맞으며 걷기, 히히덕거리며 주전부리하기, 계속해서 또 걷기, 같이 소소한 물건사기, 전철 타고 교외로 나가 또 걷기, 배고프면 라면 먹기, 그리고 강가의 조그만 카페에서 맥주 마시며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하기.“우리 이렇게 사는 거 사랑하며 열심히 사는 거 맞지?” 서로 확인하고 인정하고 눈물 찔끔 웃음 피식 났던 곳. 우리 부부의 추억이 서린 그 곳을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찾은 것이다. 여전히 후쿠오카는 조용하고 깨끗하고 맑은 공기로 우리를 맞았다.‘정말 다른 나라에 왔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운 곳이지만 타지에서 느껴지는 낯설음과 약간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동시에 익숙함을 느끼면서. 이번 여행의 백미는 야나가와에서 즐긴 가와쿠다리였다. 가와쿠다리는 야나가와의 수로를 사공이 젓는 돈코부네라는 배를 타고 한 시간 10분 정도 유람하는 것인데 은근히 낭만적인 데가 있다. 주위의 경관도 아주 잘 가꿔져 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고, 사공 아저씨가 불러주는 단가도 들을 만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배에 몸을 싣고 남편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시간을 거슬러 마치 ‘80년대식’ 연애를 하는 것 같다. 뺨까지 살짝 달아오르는 듯하다. 남편은 사공의 단가에 우리의 가요로 답해 흥을 돋웠다. 야나가와는 거리나 상점이나 전통적인 일본의 모습과 현재의 삶이 어우러져 있는 곳으로 일본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특히 여러가지 작은 박물관이 많았는데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것들을 소중하게 정리하고 포장해 가꾸고, 또 그곳을 찾아 관심있게 자료를 보는 일본인들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번 여행은 참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속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사실 후쿠오카에서의 멋진 2박은 근사한 스카이라운지에서 가진 술자리나 후끈후끈 옆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야타이(포장마차)에서나 최근 자꾸 문제가 된 일본의 신사참배나 독도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을 피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문화를 둘러보면서 ‘우린 참으로 다르구나!’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해의 폭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거창하게 국가와 조국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결국은 개인의 삶이 모여 역사를 이루는 것! 그동안의 내 삶의 모습이 너무 불성실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반성을 거듭하게 된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더니 촌스럽게 2박3일의 짧은 일정동안 ‘애국 관광’을 한 것 같다.
  • 방송위, ‘알몸사건’ 제재 11일 최종결정

    방송위, ‘알몸사건’ 제재 11일 최종결정

    알몸 노출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MBC ‘음악캠프’와 관련, 방송위원회 연예오락심의위원회는 1일 긴급회의를 열고 사건 관련자로부터 제재조치 의견진술을 청취키로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방송법에 따른 절차로 방송사에 대한 제재조치 이전에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 등 당사자들에게 의견진술권을 주는 절차다. 연예오락심의위는 8일 의견진술을 청취한 뒤 바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며,11일 방송위 전체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방송법상 방송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시청자 사과 ▲해당 프로그램 정정·중지 ▲방송편성책임자 또는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등 3가지다. 그러나 MBC가 이미 사과방송을 내고 프로그램을 중단시킨데다 MBC 자체적으로 이르면 이번 주내에 관련자 징계를 마무리짓는다는 입장이어서 방송위의 징계가 무엇이든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는 또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방영한 KBS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 대해서도 같은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한편 PD연합회,MBC PD협회 등은 잇달아 성명서를 내고 “생방송시 돌발상황에 대해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의 계기가 되어야 하지만, 단순히 검열과 징계 만능주의로 생방송을 위축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태성 홍지민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알몸 노출’ 生放, 방송사 책임져야

    TV 켜기가 겁난다. 며칠전 KBS 드라마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방영돼 큰 물의를 빚더니 지난 토요일 낮에는 MBC의 생방송 가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둘이 바지를 벗어내리고 무대를 휘젓는 일이 벌어졌다. 이래서야 어찌 가족이 둘러앉아 마음 편히 TV를 보겠는가. 생방송 중인 쇼 프로에서 출연자가 고의로 하체를 노출한 짓은 세계 방송사상 유례가 없다시피한 일이다. 따라서 방송 관계자 누구라도 미처 예상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이번 사고의 궁극적인 책임이 MBC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친 팀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이다.MBC는 대중음악평론가 등의 추천을 받아 출연팀을 선정했다고 해명하지만 그 그룹이 지상파 방송에 적합한지는 제작진이 최종 결정했어야 했다. 또 출연시키기로 한 다음에는 방송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을 가르쳤어야 했다. 그런데 사고후 나온 발언들을 종합하면 이같은 사전관리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고가 난 뒤 화면을 즉시 바꾸지 못하고 노출 장면을 수초간 방영한 것 또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MBC는 어제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제작 관계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키로 하는 한편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발빠르게 수습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MBC는 이번 일을 계기로 생방송에 따른 돌발사고 발생 가능성을 제로화하는 정교한 제작 매뉴얼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다른 방송사에도 해당되는 주문이다.
  • 이번엔 MBC ‘알몸노출’ 막나가는 TV

    이번엔 MBC ‘알몸노출’ 막나가는 TV

    생방송 도중 남성성기가 그대로 방영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7일 KBS TV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방영돼 물의를 빚은데 이어 30일 MBC TV에서 성기노출 장면이 4초 가량 전파를 타는 방송 사상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송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관련자들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합방송법의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시청자들 비난 쏟아져 지난 30일 오후 4시15분쯤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음악캠프’에서 인디밴드 ‘럭스’가 노래를 부르던 중 백댄서로 무대에 오른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 신모(27)·오모(20)씨 등 2명이 갑자기 무대 위에서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한 채 춤을 췄던 것.MBC는 즉각 이들 두명과 ‘럭스’의 리드보컬 원모(25)씨를 경찰에 고발하고 당일 오후 ‘뉴스데스크’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는 한편,31일 오전 최문순 사장이 주재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6일부터 ‘음악캠프’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MBC측의 발빠른 진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KBS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패륜방송’ 파문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시점이어서 위험수위를 넘는 방송에 대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MBC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돌발)상황을 대처할 능력이 없다면 방송을 하지 말라.” “카메라 화면을 재빨리 전환하지 못했다.” 등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런 돌발 방송사고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방송사의 엄격한 규제와 철저한 제작 준비가 없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김영희 MBC 예능국장이 나서 “그들의 행동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사전 모의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MBC측이 일차적인 책임 선상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출연자들에 대한 관리는 방송사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돌발 사고 관련자들에게 제재를 가할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김 국장 스스로 “재발방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방안은 찾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다. 방송위원회 김양하 공보실장은 “2000년 통합방송법 시행으로 출연정지 등 강력한 제재조치 조항이 삭제돼, 현재로선 방송사고 재발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법적 장치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는 외설적 내용을 방송한 방송사 외에 출연자나 진행자에게도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성동규 교수는 “방송매체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인 만큼 매체의 속성에 맞는 규제안 개발 등 통합방송법의 수정·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악캠프´ 방송 중단하기로 방송위원회도 1일 긴급 심의위원회를 열고 시청자 사과 및 프로그램 정정·중지 등의 제재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실질적인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편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성기를 노출해 공연음란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신씨 등 2명과 리드보컬 원모씨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마약검사를 의뢰키로 했다. 경찰은 “1차 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정확한 검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검사를 의뢰키로 했다.”면서 “옷을 벗은 신씨 등 2명은 물론 함께 고발된 럭스의 리더 원씨의 모발을 1일 국과수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영규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구한말 황실비화 책으로

    “몰락해가는 조선 왕조의 끝자락, 그 급박했던 상황을 후세에 전해주고 싶습니다.” 대한 제국 마지막 황세손 이구씨의 별세로 ‘500년 사직’의 적통이 긴 가운데 한 70대가 집안에 전해오던 황실의 ‘비화’를 책으로 엮어내고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정낙평(79·광주시 북구 두암동)옹. 그는 “내가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고종을 가까이 모신 두 분의 선조로부터 들은 얘기를 통해 주요 사건의 날짜, 시간까지 정확히 복원해낼 수 있다.”면서 의욕을 과시했다. 그는 ‘눈물의 황실-잃어버린 역사’를 제목으로 붙인 ‘야사’를 올 연말쯤 펴낼 계획이다. 정 옹의 이런 자신감은 증조부가 고종황제 시절 의금부 도사(검찰청 차장급)로, 큰할아버지가 궁내부 주사(공보비서)로 일하는 등 고위 공직자를 낸 가문의 배경이 바탕이 됐다. 특히 큰할아버지가 1932년까지 광주에서 함께 살면서 가족들에게 들려준 ‘궁중 얘기’는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사료(史料)가 됐다고 털어놨다. 3·1운동 직전 돌아가신 증조부가 아버지에게 직접 전해준 ‘그때 그 시절’ 얘기도 그는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겨놓았다. 정 옹은 “몰락해가는 조선의 마지막 상황에서 극적인 얘기가 너무 많아 젊어서부터 이를 정리 해왔다.”면서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책으로 엮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별세한 마지막 황세손 이구씨의 아버지인 영친왕이 어린시절 볼모로 일본으로 건너가던 날, 고종이 일본통감에게 뺨을 맞은 사건, 이완용과 이토 히로부미가 교분을 맺는 과정, 을미사변 때 일본 낭인들에게 명성황후가 숨은 벽장을 가르쳐준 궁녀에 대한 얘기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야사를 담고 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사설] 인륜도 팽개치는 TV드라마

    KBS-2TV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지난 27일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과 이를 하소연하는 어머니에게 아들이 맞을 짓 했다고 면박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큰 충격을 받은 시청자들은 사흘째 이 드라마 제작진과 KBS에 격렬한 분노를 보이고 있다. 참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드라마상 설정이라고 해도 이처럼 인륜을 짓밟는 패악무도한 짓거리가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TV에서 버젓이 방영되었으니 KBS 관계자들은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담당PD는 세태의 한 단면을 나타내고자 현실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해명했다. 현실에서는 물론 그보다 더한 패륜 행위도 저질러진다는 사실을 이 사회의 성인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서 벌어지는 반인륜적·비인간적 범죄를 시청자 앞에 제 입맛대로 까발릴 권리가 TV 제작진에게 주어진 것은 아니다.TV는 속성상 연령구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드라마는 가족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둘러앉아 보는 일일 시트콤이니 제작자의 구구한 해명이 통할 상황이 아니다. KBS가 그동안 드라마를 제작해온 행태를 보면 상업방송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시청률에만 매달려 선정적인 소재에 비상식적인 이야기 전개, 저급한 대사 등으로 눈길 잡는 데만 급급했다.KBS는 스스로 공영방송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시청료를 받는 대가로 시청자인 국민에게 어떤 화면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다신 없어야 한다.
  • 아이~ 쪽 팔려! 아이 부끄럽게…

    “어린애한테 성인주간지를 팔아?” 인천 부평경찰서는 6일 초등학생인 딸에게 누드사진이 실린 주간지를 팔았다는 이유로 편의점 주인을 때린 권모(43·회사원)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지난 5일 오후 9시50분쯤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A편의점에서 “누드 사진이 실린 주간지를 초등학생에게 팔 수 있느냐.”며 편의점 주인 최모(33)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이 주간지로 최씨의 뺨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권씨의 딸(11·초등학교 4학년)은 신문 내용의 일부를 스크랩해오라는 학교숙제를 하려고 며칠 전 이 편의점에서 성인용 주간지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영규기자whoami@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 (7)나는 탐미주의자

    [마광수의 섹스토리] (7)나는 탐미주의자

    나는 탐미주의자이고, 또한 성에 있어서는 미식가이다. 나는 성적 잡식가들을 혐오한다. 그들은 질보다 양을 더 따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혼(1990년) 후 한번도 여자와 육체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 이혼 후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1992년)이 터져 쓸데없는 시간의 ‘소모전’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나의 탐미적이고 페티시즘적인 취향에 맞지 않는 여자하고는 절대로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 나는 돈을 주고 여자를 사서 같이 자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 나에게 최근 어떤 여성이 하나 다가왔다. 그래서 짧은 기간이나마 멋진 유미적 섹스 관계를 갖게 되었다. 그녀를 나는 내가 20년째 단골로 다니고 있는 이대 앞의 카페 ‘볼 앤 체인(Ball and Chain)’에서 보게 되었다.‘볼 앤 체인’(이름이 얼마나 에로틱한가! 죄수가 차는 족쇄와 사슬을 가리키는 말인데, 사도마조히즘을 연상시켜 주어 무척이나 도착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에는 긴 바(bar)가 있어 혼자서 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어느날 거기에 혼자 갔다가 역시 혼자 와 술을 마시고 있던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정말 신비롭게 아름다웠다.170㎝쯤 되는 적당한 키에 전체적으로 약간 마른 듯이 보였지만 앙상하게 마른 것은 절대 아니었다. 왜…. 골격이 작은 여자들이 있지 않은가? 비교적 큰 키에도 불구하고 자그마한 골격에 적당히 살이 붙어서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그런 ‘여성스러운’ 몸매를 가진 여자들 말이다. 그녀는 칠흑같이 숱 많은 머릿단을 등의 날개뼈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물론 요즘에는 블루블랙이니 하는 색깔을 인공적으로 넣는 여자들도 많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이 천연의 것인 것만은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얼굴은 정말로 조각만 했는데, 귀 아래서 턱으로 이어지는 선이 깨질 것처럼 너무도 가냘퍼서 그만 두 손으로 감싸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나는 한참동안 진을 빼야 했다. 너무나 투명해서 그 안이 다 비칠 것만 같이 새하얀 피부는 칠흑같은 머릿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뺨 아랫부분은 싱그러운 청록빛을 띤 핏줄들이 관능적인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보통 아이섀도를 짙게 칠한 여자들을 ‘어색하다’고 보는 편이었는데, 그녀는 화장을 완벽하게 잘 해 화려한 아이섀도가 정말로 잘 어울렸다. 그녀의 눈은 앙증맞은 고양이의 그것 같았다. 눈동자는 흑옥(黑玉)처럼 까맣고, 흰자위는 푸른빛이 돌 정도로 하다. 눈 모양도 단순히 둥그렇기만 한 게 아니라 마치 송편 모양처럼 기묘한 곡선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또 그렇게 도발적으로 보일 수 없었다. 입술에는 간단히 누드 핑크빛이 도는 립그로스를 발랐을 뿐이었는데, 약간 작은 듯한 입술은 그대로도 완벽한 모양새를 이루고 있어 입술선을 교정하기 위해 립라이너를 할 필요가 없었을 터였다. 내가 그녀에게 온 정신을 다 빼앗기게 된 이유는 이렇게 신비롭고 이국적인 얼굴 탓도 있었지만, 역시 길고 가느다란 목과 자그마한 어깨가 보여주는 지극히 아름다운 곡선미 때문이었다. 물론 어두운 조명 때문에 확실히 볼 수는 없었지만, 옷 위로 드러난 어깨의 맵시하며 가끔씩 보이는 하얀 목선으로 미루어보아 내 상상은 틀림없었을 것 같았다. 그녀는 패션감각 또한 너무나 뛰어난 것 같았다. 그녀는 온통 보라색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었는데, 보라색이 이토록 사람을 매혹적으로 보이게 하는지는 여태껏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상의는 니트로 된 반코트쯤 되어 보였다. 목 주위의 여밈새와 손목 주위는 온통 보라색 깃털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었고, 풍만해 보이는 깃털 장식은 그녀의 정말로 가는 허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거지만, 그녀의 허리는 한 20인치쯤 되었나 보았다. 20인치만 돼도 이렇게 인간의 허리가 아닌 것처럼 가느다란데,‘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유명한 여배우 비비언 리의 허리가 17인치였다는 건 말짱 거짓말일 것이다. 그녀의 화려한 반코트 아래에는 발목까지 오는 긴 스커트를 입었는데…. 그게 또 몸에 몹시도 착 달라붙어 있는 게 아닌가. 살짝이 난 트임 사이로 살짝살짝 엿보이는 그녀의 날씬한 다리 또한 몹시도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신발에 신경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녀의 패션은 완벽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이 얇싹한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15㎝의 ‘울트라 하이힐’을 신은 여자를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소위 명품이니 뭐니 해서 샤넬이나 구치, 겐조, 셀린 같은 옷으로 쫙 빼입고 다니는 여자들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 하지만 요즘 유행은 ‘울트라 하이힐’은 아닌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큼직한 리본이 달린 단화를 신고 다니는 게 보통이다. 하여튼 나는 말 그대로 그토록 높은 굽의 ‘뾰족구두’를 실제로는 처음 보았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래서 높은 하이힐이 오히려 그녀의 다리 전체에 위태위태함을 더해줘서 아이로니컬하게도 금세 부러질 것만 같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구두 앞모양도 너무나 뾰족해서 분명 안에 있는 발가락들이 짜부라들지 않고서는 걷지도 못할 구두였지만, 전체적으로 그 위태위태한 아름다움은 정말 사람을 오싹하게 할 만큼 치명적이었다. 구두 앞은 깊게 파여서 발가락만 간신히 가릴 정도였고, 그 발등 위를 가느다란 금색 메탈 줄이 사선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와인 잔을 질금거리면서 긴 시간 동안 숨을 멈추고서 그녀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서 그녀 바로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난 진짜로 ‘야한’ 여자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쓴다. 나는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장(腸)이 다 꼬일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도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걸로 봐서 나한테 쬐끔은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서로의 반응을 염탐하던 중에 다시 눈이 마주친 그녀는 내게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기회는 이 때다 싶어 나는 그녀의 오른쪽 허벅지에 손을 갖다 댔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든가 하는 식의 촌스러운 반응을 나타내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손을 빼어 그녀의 두 가랑이 사이로 찔러 넣었다. 그래서 내 손바닥은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에 포근하게 갇혔다. 내 손에 전달돼 오는 맨살의 따스한 온기와 ‘노 팬티’로 인한 음모의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나는 너무나 너무나 행복했다. 나는 더욱 용기를 내어 그녀의 귓바퀴에 혀를 갖다대 보았다. 그래도 그녀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그녀의 귓바퀴와 귓불, 그리고 귓속을 철부덕 철부덕 핥았다. 그래도 그녀는 조용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그런 야한 매너에 진심으로 감복했다. 여느 여자 같으면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가만히 있다손쳐도 조금씩 폼을 잡거나 생색을 냈을 것이었다. 나는 그녀와의 ‘이심전심’이 가능하다는 것을 즉발적(卽發的)으로 느꼈다. 그래서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대 보았다. 퍼들거리는 그녀의 혀가 금세 내 입안으로 쳐들어왔다. 혓바닥과 혓바닥의 부딪침, 그리고 타액과 타액의 섞임. 나와 그녀는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않고 은밀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얼싸 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몸과 내 몸을 밀착시켰다. 그녀의 몸뚱어리는 따스했다. 나는 몸이 차가운 소음인(少陰人)인지라 몸이 뜨거운 소양인(少陽人) 여성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바로 소양인인 것 같았다. 카페의 음악이 바뀌었다. 올리비어 뉴턴 존이 부르는 ‘Phisical’이었다. 그 노래 속의 가사인 ‘Let Me Hear Your Body Talk’가 우리 두 사람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했다. 나와 그녀는 조용한 걸음걸이로 카페를 빠져나왔다. 역시 아주 높은 굽인지라 그녀의 걸음걸이는 우아하게 느렸다. 달리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어느 장소로 이동했다. 멀리서 명멸하는 붉은 색 네온사인이 ‘장미호텔’을 표시해주고 있었다.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악당 남사장역 신해철 인터뷰

    악당 남사장역 신해철 인터뷰

    “짧은 단편이지만 구석구석 눈여겨볼 것이 많습니다. 기대해도 좋을걸요.” 올백 머리에 커다란 선글라스, 거기에다 뺨에 도드라진 사마귀-본인의 설정이란다-까지. ‘거들먹+파렴치 악당’ 남 사장을 연기하고 있는 가수 신해철의 모습이다. 최근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앙드레 대교주로 막바지 불꽃을 태우고 있으니 본의 아니게 겹치기 출연하고 있는 셈. 4일 전주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안면도에서 있었던 ‘프란체스카’ 촬영을 마치자마자 쉬지 않고 달려온 길이었다. “프란체스카에 나가지 않았더라도 이번 단편을 함께하자는 제안은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남궁연) 형이 싱크로나이즈를 하자고 했으면 도망갔을 겁니다.”라고 농을 던진다. 이번 남 사장역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평소에 한 번쯤은 비열하고 잔인한 캐릭터를 연기해보는 일이 즐거울 것 같았다. 좋아하는 배우도 악당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크리스토퍼 월킨. 자신의 연기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내려달라고 했더니,“팀플레이에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촬영에도 언제나 진지하게 임했고, 그때그때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이런 설정은 어떨까.”하며 감독과 상의를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특유의 입담으로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를 맡기도 한다. 이러다 연기자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이제 ‘출연작 다수’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으니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면서 “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아 잠시 외도했을 뿐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껄껄 웃는다.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프란체스카’ 3시즌에는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프란체스카’를 찍을 때 “우리 연기자들은 말이야….”하고 이야기를 꺼내면 주변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연이어 연기를 하게 되니까 같은 말을 하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더 란다. 아차 싶었다. 반면 “음악과 영화는 창작이라는 동일선상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연기를 통해 배운 것도 많았다.”고 말해 영상에 관심이 있음을 넌지시 전하기도 했다. 그동안 노래로 쌓아올린 카리스마가 최근 연기 활동으로 ‘붕괴’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해철은 “카리스마라는 것은 대중이 쌓아준 이미지”라면서 “실제로 ‘풀어진’ 색다른 면도 많다.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이제 본격적인 ‘넥스트’ 활동을 기대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음악은 언제나 하고 있다.”면서 “새 음반은 내가 자신 있게 준비됐다고 판단할 때 바로 알려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메카닉이 등장하는 SF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신해철. 주루룩 땀이 흘러내리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 다시 대본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전주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세상에 이럴수가] 철딱서니 없어 쏘니?

    |시카고 연합|시카고에서 한 아버지가 아이들 싸움에 개입했다 세명을 총으로 쏴 다치게 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카고 웨스트 사이드에 사는 남성은 지난 1일 밤 10시쯤 자신의 딸과 다투던 자키라 심스(10)와 에보니 윌리엄스(13)라는 두 이웃 소녀와 윌리엄스의 이모인 스테파니 로빈슨(33)에게 총을 쏴 부상을 입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이로 인해 심스는 목에, 에보니는 왼발에 그리고 로빈슨은 오른쪽 허벅지에 각각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사건은 가해자의 10대 딸이 다른 두 소녀와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를 데려오면서 총격 사건으로 발전했다. 이 남성은 자신의 딸과 다투던 에보니의 뺨을 때렸고 이에 에보니의 이모인 로빈슨이 경찰을 부르겠다며 항의하자 집에서 총을 들고나와 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들에 따르면 이 남성의 딸은 평소에도 이웃 아이들과 자주 싸웠고, 그때마다 아버지가 개입해 딸의 편을 들며 아이들 싸움을 어른 싸움으로 비화시키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美 뿌리찾기 열풍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최근 유전자 검사 결과 자신의 몸 속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줄루족 피가 흐르고 있음을 확인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윈프리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을 포함,1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고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11일자)는 전하며 그 과학적 허상까지 짚고 있다. 검사는 간단하다. 면봉으로 뺨 안쪽 세포를 긁어내 DNA를 추출,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된 DNA와 비교해 일치 정도를 알아낸다. 같은 성(姓)을 가진 사람들과 어떤 혈연관계가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비용은 99∼199달러까지 다양하며 주로 사설 연구기관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 검사를 원하는 이들은 대체로 다른 피부색 때문에 주위의 눈길을 의식해야 했던 이들이나 입양아 출신과 그 자녀들, 아프리카 출신 노예의 후손이며 일부는 의문이 많거나 복잡한 집안 내력을 규명하기 위해 찾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대학로 사이코드라마 배우 체험

    [안동환기자의 현장+] 대학로 사이코드라마 배우 체험

    조명이 꺼지자 과거와 현재, 꿈이 교차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 응어리진 상처와 고통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단 한번만이라도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갖고 있는 인생의 아쉬움은 ‘잉여현실’이라는 전문용어로 표현된다.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하거나 상처받거나 깊은 분노로 인해 인생의 생채기를 남긴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까. 서울 혜화동 대학로극장.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이 되면 이 극장의 시계는 멈춘다.20여명의 관객이 어우러지는, 대본도 리허설도 없는 즉흥 ‘사이코드라마’의 막이 오른다. 지난 13일,20일 기자는 대학로의 그 무대에 섰다. #장면1 떠나보내기… 주인공은 최근 간암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20대 여학생. 그녀와 언니는 아버지의 간이식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차도를 보이는가 싶더니 아버지는 3주일 만에 숨을 거뒀다. 두 딸의 간을 이식받고도 끝내 떠난 아버지가 원망스럽기 짝이 없다. 수술 후 몸조리를 하느라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한 죄책감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빈 의자에 주황색 조명이 들어오자 연출을 맡은 정신과 전문의가 “의자에 누가 앉아 있냐.”고 묻는다.“아빠.”“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웃고 있어요.”“자, 아빠와 대화를 나눠 보세요.”“잘 지냈어?이제 안 아파? 많이 보고 싶었어. 아빠가 아파하는 거 보기가 싫어 쌀쌀맞게 대한 거 너무 미안해.”울음이 터져 나오자 객석은 숨소리조차 멈춘 듯하다. 연출자의 지시로 아빠 역을 맡은 ‘보조 자아’가 곁에 앉았다. 그녀에게 건네는 아빠의 목소리.“아빠는 네가 더 클 때까지 지켜주고 싶었는데…. 벌써 가야 하는게 미안해.”“아니야, 아빠.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게 너무 가슴이 아파.”연출자는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 차례로 엄마, 언니 역할을 할 연기자를 뽑았다. 무대는 집과 병실, 장례식장으로 바뀐다. 그녀가 용기를 내 엄마에게 고백한다.“엄마. 언니랑 내 몸에 난 상처에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빠를 위해 수술한 건데 우리에게 그렇게 미안해하지마.”그녀는 역할 바꾸기를 통해 아빠, 엄마, 언니의 입장이 된다. 연출자가 “임종 순간으로 돌아갑니다.1분 후에 아빠는 저 문을 열고 나갈 거예요. 마지막 말씀을 하세요.”라며 종을 울린다. 작별의 시간.“이제 더이상 아프지마. 아빠 사랑해.” 그녀는 비로소 아빠를 떠나 보낼 수 있는 듯 평온한 표정이다.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드라마는 그녀가 꿈에서 깨어나며 끝난다. 그녀는 “화창한 여름날 숲속에서 온 가족이 물장구를 치며 놀던 어린 시절을 꿈꾸었다.”면서 “기억을 재생하면서 억눌렀던 아픔으로 가득 찬 가슴이 환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장면2 숨고르기… 34살의 6년차 직장인.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보이는 삶. 사내는 그러나 “난 누구일까.”라고 자문한다. 어느날 문득 다가온 사춘기적 증상.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불 꺼진 무대 위를 서성이는 사내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그는 “마치 페달을 멈추면 금방 쓰러질지도 모를 두발 자전거 위에서 달리지도 내려서지도 못하는 느낌”이라고 독백한다. 녹색 조명이 켜지자 무대 저편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온다.“이제 떠납니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은가요?” 독백의 주인공은 기자였다. 연출을 맡은 김수동(47·용인정신과 전문의) 박사는 정체성의 혼란과 실패에 대한 강박증을 호소하는 30∼40대 직장인이 많다고 설명한다. 일명 ‘3·6·9’증후군. 입사한 지 3년,6년,9년이 지나면서 몰려오는 상실감과 일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일컫는 말이다. 대기업 직장인에서 전문직 종사자까지 직종을 가리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궤도 이탈을 허용하지 않는 목표지향적인 풍토가 고스란히 스트레스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김 박사는 “최고가 아니면 꼴찌라는 이분법적인 인식이나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로 인한 낙오의 두려움,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도 정체성 혼란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부딪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조언은 의외로 단순하다.“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퇴행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 일종의 숨고르기인 듯싶다. ●사이코드라마는 내면의 갈등과 상처를 밖으로 끌어내 해소하는 일종의 치료법이다. 환자를 대상으로 했던 김 박사의 사이코드라마에는 지난 99년 10월부터 일반인도 참가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스태프로 일한다. 처음 보는 낯선 관객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는 웜업(Warm up)-공연(Acting In)-셰어링(Sharing)이라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 모든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원을 그린 뒤 1명씩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신뢰감을 갖는 과정이 웜업이다. 그 과정이 끝나면 주인공이 선발된다. 늘 사이코드라마가 성공적이지는 않다. 극에 지나치게 몰두한 주부가 남편 역을 맡은 보조자아의 뺨을 때리기도 한다. 마지막은 셰어링. 관객 모두가 무대에 올라 주인공과 나누는 소통의 시간. 따뜻한 위로와 공감, 숨기고 싶었던 경험담마저 술술 풀려나온다. 입소문으로 찾아온 주부부터 직장인, 경찰, 사회복지사, 대학생, 비행청소년까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이다. 스트레스 과잉 시대, 혹 삶에 지친 당신이라면 가면을 잠시 벗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그 무대 위에서 한때 열살이었던 당신을, 한때 다른 꿈을 꿨던 당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sunstory@seoul.co.kr
  • [책꽂이]

    ●중세 천년의 침묵을 깨는 소리, 단테(R.W.B 루이스 지음, 윤희기 옮김, 푸른숲 펴냄)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단테 평전.‘최후의 중세인이자 최초의 근대인’으로 평가받는 단테의 개인적 삶과 정치활동, 유랑, 문학적 성취 등을 섬세하게 그렸다.1만 4000원.●유럽통합과 프랑스(임문영 등 지음, 푸른길 펴냄) 유럽통합의 제반 분야,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어 교육 등 에서 제기된 공동체적 주요 쟁점에 대해 프랑스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떠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한다.1만 5000원.●북녘 일상의 풍경(리만근 사진, 안해룡 글, 현실문화연구 펴냄) 90년대 이후 10여년간 북한에 머물렀던 사진작가가 북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 103점을 담았다. 감시와 통제를 피해 몰래 촬영한 사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2만 8000원.●곤충 쉽게 찾기(김정환 지음, 진선출판사 펴냄) 우리나라의 산과 들, 물가에서 볼 수 있는 998종의 곤충을 세분화된 픽토그램(개체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을 나타낸 그림)을 이용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한 곤충길라잡이. 야외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3만 3000원.●지식과학사전(스기야마 고조 등 지음, 조영렬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일본 과학기술대학원(JAIST) 교수진 20명이 자연과학에서 인문사회 및 정보과학에 이르는 모든 지식에 대해 64개의 키워드로 설명하고, 새롭게 재창조되는 지식창조의 메커니즘을 제시한다.1만 7800원.●목간과 죽간으로 본 중국 고대 문화사(도미야 이타루 지음, 임병덕 옮김, 사계절 펴냄) 중국과 일본의 100년 연구 성과를 담은 국내 최초의 목간·죽간 개설서.3∼4세기 중국 진나라의 목간에서부터 현재까지 발견된 목간·죽간을 통해 중국 고대사의 수수께끼들을 들여다본다.1만 5000원.●사마천, 애덤스미스의 뺨을 치다(오귀환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애덤스미스보다 1000년 앞서 ‘국부론’을 주장한 사마천, 콜럼버스보다 71년 앞서 아메리카를 발견한 정화 등 시상천외한 삶을 살아간 동서양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1만 2500원.●최초의 현대 화가들(디카시나 슈지 지음 권영주 옮김, 아트북스 펴냄) 현대미술의 개척가로 평가받은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르네 마그리트,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 등 12인 예술가들의 대표작들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 감상법을 제시한다.1만 5000원.
  • 뻔뻔한 교사

    노래방에서 학부모를 성추행해 교육청의 감사를 받고 있는 울산의 모 초등학교 교사(60)가 성추행 외에도 학부모가 준 촌지가 적다며 돌려보내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은 이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음담패설을 하는가 하면 가정형편이 나은 학부모들에게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접대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16일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교사는 지난 봄소풍 때 학부모들이 회식비로 20만원을 모아 봉투에 넣어주자 “(돈이)적으면 내일 아이를 통해 돌려보내고 많으면 받지.”라고 한 뒤 다음날 아이를 통해 돈을 돌려 보냈다. 이 교사는 또 돈이 많고 형편이 낳은 학부모들을 임원으로 반강제적으로 선정해 수시로 이들 임원 학부모들을 불러내 식사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았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이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남자아이 낳은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만져 주겠다.”는 등 교사 자질이 의심되는 음담패설을 하고 급기야 노래방에서 한 학부모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했다. 이 교사는 이밖에 사소한 일로 학생의 뺨을 때린 뒤 학부모가 크게 항의하자 “(때린 사실을)인터넷에 올려봐야 (아이가)졸업할 때까지 꼬리표 달고 간다. 선생님들끼리 전산으로 다 주고 받는다.”는 등의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학부모들은 말했다. 학부모들은 “이 교사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교육청이 이 교사를 하루빨리 중징계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교사는 강북교육청 감사에서 감사반이 성추행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술에 취해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꼭꼭 숨어라 과학 보인다”

    ‘극과 극은 통한다.’미술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온 계기로는 16세기 원근법 도입,19세기 카메라 발명,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과학이론의 발달,20세기 후반 컴퓨터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즉 인간 감성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미술작품이 이성의 산물인 과학기술과 맞물려 진보를 거듭한 셈이다. 세계적인 명작 속에 녹아있는 과학을 들여다본다. ●기하학을 모르면 화가도 아니다 15∼16세기 르네상스시대 초기에 활동한 화가 지오토의 ‘죄없는 학살’은 3차원적 깊이감, 즉 원근법을 살린 최초의 작품이다. 기존의 미술작품은 대다수 문맹자들에게 성서의 내용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돼 오로지 신에 대한 신앙심을 표현했을 뿐, 사실적인 묘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오토의 원근법은 초보적인 수준이었으며 자로 잰 듯한 수학적 원근법은 마사초에 의해 제시됐다. 이후 르네상스시대에는 원근법이나 비례법 등 기하학의 원리를 모르고는 화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영향을 크게 미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이같은 기하학적 원리를 절묘하게 활용, 예수와 12명의 제자를 효과적으로 배치해 구성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 ‘모나리자’에서는 기존의 정밀한 선을 활용한 원근법 대신 사물의 경계를 흐릿하게 처리해 원근감을 표현하는 공기원근법이 처음으로 사용됐다. 이 때문에 모나리자의 신비감이 더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원리가 미술작품 전체를 지배한 것은 아니다. 수학적 원근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프란체스카의 ‘성스러운 대화’의 경우 그림 중간에 위치한 달걀이 원근법에 맞지 않게 크게 그려졌다. 이는 성모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됐다는 성스러운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즉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때론 과학을 희생시키기도 한 것이다. ●미술가의 눈은 곧 과학자의 눈 17세기 바로크시대에 접어들면서 화가들은 선과 색채 대신 빛과 어둠이 주는 광학적 효과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바로크의 거장 카라바조는 ‘의심하는 도마’ 등에서 빛을 극적으로 활용해 인간의 심리상태까지 묘사했다. 이어 램브란트의 ‘야간순찰’도 작품에 역동감을 불러오는 매개체로 빛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은 이 작품이 명작으로 손꼽히지만 당시에는 작품 외적인 요소 때문에 램브란트가 곤란을 겪기도 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순찰대원들의 얼굴은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한 후원자들이었으나 그림이 완성된 후 얼굴이 어둠에 가려 제대로 드러나지 않자 후원금을 돌려달라는 소동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모나리자’라는 평가를 받는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 소녀’도 빛이 들어오면서 뺨과 콧날의 선을 투명하게 처리해 해체함으로써 특별한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이처럼 빛을 포함한 외부세계에 대한 세심한 관찰은 18세기말 영국 풍경화에서 꽃을 피운다. 자연의 현장감을 살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과학자의 눈을 빌려 대기의 흐름까지 그림에 표현했다. 영국 풍경화의 대부 컨스터블과 영국 최고의 국민화가로 추앙받는 터너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학이 어려워지면 미술도 어려워진다 그러나 19세기 카메라의 발명은 이같은 화풍을 위기로 몰아넣었으며 동시에 인상주의를 비롯한 근·현대미술을 낳는 씨앗이 됐다. 마네의 ‘오페라 홀에서의 가면무도회’에서는 16세기 이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던 원근법이 파괴됐다. 이는 2차원적인 평면에 3차원의 공간을 표현할 수 없다는 회의에서 출발, 미술의 본질을 추구하겠다는 의도였다. 모네는 ‘노적가리 연작’ 등의 작품을 통해 빛에 의해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모습을 그려냈다. 모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태와 색채가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기 위해 한 장소에 14개의 캔버스를 놓고 동시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또 세잔의 ‘생 박토아르 산’에서는 한쪽에서만 들어오는 빛, 한 지점에서만 바라보는 시점 등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미술에서 고정관념에 대한 의문과 파괴 현상은 20세기 초반 각종 과학이론이 발표되면서 더욱 증가했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달리의 ‘기억의 고집’에서 등장하는 늘어진 모양의 시계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영향을 미쳤다. 즉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시간의 속성을 보다 유연하게 바라보자는 것이다. 또 입체주의 화가인 파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X-레이의 등장으로 안과 밖의 구분이 모호해지자 사물을 기하학적으로 해체, 표현한 것이다. 특히 이처럼 과학의 영향을 받는 미술은 20세기 후반 컴퓨터 등 이미지를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이 보급되면서 과학과 미술의 경계가 사라지기도 했다. 광학적인 착시효과를 이용한 옵티컬아트의 경우 과학이 곧 미술이라는 사조도 만들어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아인슈타인처럼 새로운 과학적 비전을 제시하는 과학자나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이 앞으로 예술가로 성장한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 도움말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국민대 미술학부 겸임교수)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 ③ 나이트클럽에서

    [마광수의 섹스토리] ③ 나이트클럽에서

    나는 희진을 우연히 카페에서 만났다. 나는 그녀와 함께 하얏트 호텔에 있는 나이트 클럽 ‘제이 제이 마호니’에 갔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 홀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왁시글거리는 게 남대문시장을 방불케 했다. 나와 그녀는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며 구석의 스탠드 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녀가 핸드백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향수였다. 코끝에 감도는 독한 향수 냄새와 함께 연노란색의 액체가 호박색의 맥주잔에 섞여 들어갔다. 건배! 멋진 아이디어였다. 왠지 모르게 에로틱한 느낌이 왔다. 블루스 음악이 나오자 우리는 서로의 술잔에 남은 것이 없음을 확인한 후, 춤을 추러 플로어로 나갔다. 그녀가 밍크 코트를 벗지 않고 플로어로 나갔기 때문에 나는 좀 어리둥절했다. 희진이가 내 목에 두 손을 걸고 살며시 몸을 기대왔다. 앞이 여며지지 않는 밍크코트 사이를 헤집고 들어간 내 손에 전해지는 희진의 몸매는, 내가 겉으로만 보고 상상했던 것 이상의 명품이었다. 내 손은 희진의 허리를 감싸안고 있다가 이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내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원피스 안에서 나는 그녀의 팬티를 느낄 수 없었다. 희진의 젖가슴이 내 가슴에 밀착되는 순간, 나는 그때까지 내가 희진의 젖가슴에 신경써서 주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희진의 쫄쫄이 원피스 위로 그녀의 가슴을 감촉할 수 있었다. 희진은 브래지어를 안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맨몸뚱이 위에 한 장의 얇은 원피스만을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매미 허물 같은 얇은 천을 통해 만져지는 그녀의 젖가슴은 정말로 부드러웠다. 그녀의 날씬한 체격에 비해 훨씬 크게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탄력 있는 젖가슴이었다. 그녀의 뜨거운 입김이 내 목에 와닿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나를 쏘아보며 내 목에 감은 팔을 당겨 내 얼굴을 자기의 이마 앞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희진의 이마에 입술을 갖다 댔다. 그리고 이마 다음으로 그녀의 관자놀이, 뺨, 감은 눈, 예쁜 입술 순서로 입술을 가져갔다. 내 입술은 그녀의 입술에서 한참 동안 머물렀다. 나는 내 혓바닥이 희진의 이빨에 부딪치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혓바닥과 엉켰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끌어당겨 내 불두덩과 그녀의 불두덩이 서로 밀착되도록 했다. 우리는 스텝을 멈추고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서로의 은밀한 곳을 느끼고 있었다. 희진은 긴 손가락을 내 머리카락 사이로 미끄러지듯 넣으면서 혓바닥으로는 내 입술을 탐닉하고 있었고, 내 오른손은 원피스 위로 튀어나와 있는 그녀의 유두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왼손은 희진의 엉덩이로 가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살을 계속 어루만지고 있었다. 다음 순간 그녀의 긴 밍크코트 안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희진은 손을 내리더니 내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서 내 심벌을 밖으로 꺼냈다. 내 심벌은 이미 충분히 발기된 상태로 있었고, 심벌에서 흘러나온 점액이 바지를 살짝 적시고 있었다. 그녀가 길디긴 손톱이 매달린 가느다란 손가락들로 내 심벌을 감아쥐자 온몸의 힘이란 힘이 그곳을 통해 빠져나가는 듯했다. 전신을 감싸고 도는 절정감에 가까운 흥분상태가 나를 가만히 못 있게 했다. 나는 희진의 젖무덤을 모두 다 원피스 밖으로 노출시켰고, 그것만 가지고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아 원피스를 아예 그녀의 배꼽 아랫부분까지 끌어내렸다. 그녀의 알맞게 풍성한 젖가슴이 밍크코트에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상태로 내 시야에 들어왔다. 희진의 탄력있는 젖가슴은 도도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었고, 유두 또한 뽈딱 솟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왼쪽 젖꼭지에 반지만한 크기의 링이 꿰어져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더욱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링 때문인지, 그녀가 유방을 애무받을 때 느끼는 쾌감이 다른 여자들에 비해 월등히 민감한 듯했다.   나는 그녀의 유방을 젖꼭지고리를 단 유두를 중심으로 집요하게 애무했다. 그녀의 숨이 가빠옴에 따라 유두가 단단해져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려 원피스 위로 그녀의 불두덩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도톰하게 솟아오른 둔덕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손을 치마 속으로 집어넣어 그녀의 사타구니를 애무했다. 부드러우면서도 상당히 탄력이 있는 피부였다. 나는 그녀의 원피스를 아래에서 위로 훌러덩 올려버렸다. 그녀의 아랫도리가 밍크코트에 살짝 감춰진 채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의 원피스는 골반 언저리에서 돌돌 말려 뭉쳐 있었다. 마치 맨몸에 두껍고 검은 요대를 한 모습이었다. 귀족스러운 얼굴을 가진 희진이가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렇게 벌거벗고 있는 것을 보니까(물론 밍크코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를 못 채지지만), 흡사 순진한 야성녀(野性女)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야릇한 쾌감이 왔다. 정장을 차려입고 있는 나 또한 야(野)한 상태에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심벌이 밖으로 튀어나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희진은 내 심벌을 부드럽게 잡고서 몇 번 왕복운동을 하더니, 자기의 하반신을 밀착시켜 오면서 내 심벌을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안내했다. 페니스에 뿌듯이 전해오는 만복감(滿腹感) 비슷한 느낌과 함께,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는 심벌을 더 깊숙이 그녀의 살 사이로 밀어넣었고, 그녀도 그것을 더욱 은은하면서도 깊숙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희진과 나는 블루스 음악(하필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바버라 스트라이샌드의 ‘Memory’였다)에 맞춰 서로의 하복부를 부드럽게 움직여 나갔다. 스텝에 따라 때로는 좌우로, 때로는 전후로 내 심벌은 그녀의 아랫도리 입술 부근에서 무념무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희진은 나의 미세한 애무에도 가늘게 몸을 떨었는데, 성감이 무척이나 예민한 여자 같았다. 드디어 나는 내 고환 같은 곳에서 정액이 마치 분수의 물줄기처럼 치달아 오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마침 블루스 음악이 끝나고 귀청을 때리는 디스코 음악이 스테이지를 감싸기 시작했다. 음악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일껏 외출 준비를 하고 있던 내 사랑스러운 정충(精蟲)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분수의 조정 장치를 오프 쪽으로 틀었다. 정충 제군(諸君)들이 투덜대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 듯했다. 그녀 역시 빠른 속도로 내 페니스를 자신의 허벅지 사이에서 꺼내어 내 바지 속에 집어넣고 지퍼를 채워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밍크코트 앞섶을 가리고 스테이지를 내려왔다. 우리는 출입구의 계산대로 가서 술값을 치르고 나서 나이트클럽을 빠져나와 주차장 쪽으로 갔다. 나는 정액을 미처 배출시키지 못해 계속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차에 올라타 조수석에 앉자마자 밍크코트를 벗어던졌다. 그녀의 원피스는 또르르 말린 채 여전히 그녀의 허리께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 역시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부풀어 오른 젖꼭지가 아직 그대로 뽈딱 서 있었고, 내 눈에 애교스러운 추파를 흥건히 흘리고 있었다. 조수석과 운전석을 최대한 뒤로 밀고 조수석의 등받이를 젖혔다. 희진은 벌거벗은 채로 누웠고, 실내등이 그녀의 온몸을 샅샅이 비쳐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실내등 덕분에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을 눈으로 읽을 수 있었다. 우단으로 만든 검은색 ‘울트라 하이힐(ultra high heel)’ 구두를 신고 유방과 치부를 모두 드러낸 희진의 모습은, 그녀의 우아한 얼굴과 암팡진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한 언밸런스 자체가 무척이나 도발적이었다. 그녀가 서서히 입술을 벌렸다. 이빨 하나하나마다 중간에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정말 이채로운 페티시였다. 나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나 또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나의 더운 입김이 그녀의 입 안 구석구석에 전해지자마자 그녀의 긴 손가락들이 내 머리를 거세게 잡아당겼다. 나는 희진의 코와 이마에 입을 맞추고 나서, 혓바닥 끝으로 모가지를 부드럽게 마찰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은밀하고 깊은 가슴 속에서 솟아나오고 있는 긴장된 박동의 느낌이 혀끝에 느껴졌다….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 [13일 TV 하이라이트]

    ●어여쁜 당신(KBS1 오후 8시25분) 인영은 병원에서 뛰쳐나온 기준을 모질게 대해 돌려보내고, 돌아오던 길에 기준은 술에 취한 채로 쓰러져 재민에 의해 병원에 실려간다. 병실에서 기준이 없어져 걱정하던 기준 엄마는 병원에 온 인영을 보자마자 뺨을 때리고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재민은 고민 끝에 기준을 찾아간다.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SBS 오후 11시5분) ‘내가 애인에게 저질렀던 가장 잔인한 짓’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옛 애인에게 점수 딴 행동을 지금 애인에게 그대로 했을 때, 애인과 싸우다가 홧김에 자해 수준의 행동을 보일 때, 애인에게 못 생겼다고 놀렸을 때 등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세포주의 핵심 보급창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 세포주 은행. 이곳은 무한 분열이 가능한 세포주를 각종 생명공학 연구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분양해준다. 국내 특수연구소재은행의 선두주자로서 생명공학 발전에 기여를 하고 있는 한국 세포주 은행을 찾아가 본다. ●문화센터(EBS 오전 11시) 웰빙바람을 타고 천연바람이 한창인 요즘, 비누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순수 천연재료만으로 만든 천연비누가 각광받고 있다. 천연재료와 오일만을 사용해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비누를 만들어 보고 자신의 피부타입에 맞는 천연비누 만들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연해 본다. ●김약국의 딸들(MBC 오전 9시) 홍섭과 마리아는 결혼하고 용빈은 결혼식을 끝까지 지켜본다. 강극을 찾아간 용빈은 홍섭의 결혼식에 갔다 왔다며 결혼하는 것을 봐야 잊을 거 같았다고 한다. 김약국은 용빈을 불러 강극의 집안사정을 말해주며 지금은 힘들겠지만 시간을 갖고 강극을 남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떠냐고 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지난 5년 간 당뇨와 당뇨 합병증에 시달리고,4번의 수술과 수차례에 걸친 입원에도 불구하고 끝내 시력을 잃고 만 탤런트 홍성민씨. 시력 상실 후, 자신이 찍힌 사진을 모조리 없애고 자살까지 생각하며 절망에 빠졌던 그가 5년이라는 긴 공백을 뚫고 세상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 [씨줄날줄] 철낭자 우이/이목희 논설위원

    우이(吳儀)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우 부총리는 지난 23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회담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귀국해 버렸다. 일본 지도자들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속하겠다는 데 대한 경고였다. 그녀의 행동에 중국 네티즌들은 환호 일변도다. 일본 내에서도 ‘고이즈미의 잘못된 역사인식이 부른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 부총리의 카운터펀치에 고이즈미 총리가 된통 당한 형국이다. 독신인 우 부총리는 일화가 많다. 중국 여성 가운데 남편의 후광 없이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이다.1990년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칼라 힐스 대표를 향해 “날강도”라는 독설을 퍼부으며 ‘철낭자(鐵娘子)’라는 별명을 얻었다. 베이징 부시장 시절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1년 이상 귀가하지 않는 등 독한 일면이 있다.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친화력이 대단하다는 평가다. 우 부총리 파문을 놓고 중국은 느긋한 반면 일본은 초조하다. 명분은 물론 실리에서 일본이 밀리는 까닭이다. 역사왜곡에 찬동하는 세력은 일본 내 보수강경파뿐이다. 게다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면 중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뺨을 맞은 일본 정부가 오히려 “빨리 수습하자.”며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근본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전제를 깔고, 엄밀히 살피면 중국에도 문제는 있다. 질서있고 안정된 사회가 유지되려면 구성원간 ‘에티켓’이 지켜져야 한다. 국제관계에서는 이를 ‘프로토콜’이라 부른다. 양인의 회담은 중국측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 부총리는 고이즈미 총리보다 서열상 낮은 위치다. 몇시간 전에 정치적 이유로 취소를 통보하는 것은 외교의례에 한참 어긋난다. 일단 만나서 공식항의하는 게 상식에 맞다. 이번에는 중국이 득을 봤지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국가 지도자들 사이에 에티켓을 무시하는 사태가 다반사로 일어난다면 서글픈 일이다. 국제관계가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측이 일본이나 미국에 대해 프로토콜을 깨면 한국도 속이 시원하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한국을 향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이미 몇차례 중국의 외교무례를 경험했다. 인접국을 무시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독불장군 외교’에 중국까지 ‘안하무인 외교’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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