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빨갱이
    2025-07-19
    검색기록 지우기
  • 합의추대
    2025-07-19
    검색기록 지우기
  • 작곡가
    2025-07-19
    검색기록 지우기
  • 문재인
    2025-07-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69
  • 제주4·3연구소, ‘4·3과 여성2 그 세월도 이기고 살았어’ 출간

    제주4·3연구소, ‘4·3과 여성2 그 세월도 이기고 살았어’ 출간

    “살아야 했기에 삶을 이겨야 했다.” 제주4·3연구소가 4·3 시기를 살아낸 여성들의 구술집 ‘4·3과 여성2, 그 세월도 이기고 살았어’를 펴냈다.지난해 4·3여성 생활사를 처음으로 기획, 주목을 끌었던 ‘4·3과 여성, 그 살아낸 날들의 기록’에 이은 두 번째다. 4·3속에서 여성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했으나 거기에 머물지 않고 주체적인 삶의 시간을 살았고, 오늘을 일궈낸 빛나는 존재들이다. 이 책은 10대 소녀시절 4·3의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거나 겪었던 6인의 여성들이 어떻게 그 삶을 뚫고 나갔는지를 날 것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직접 겪었던 4·3과 당시의 삶, 이후의 생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4·3이 남긴 트라우마, 고통을 이겨낸 삶의 시간들 속에 그들의 정신사를 추출해 볼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은 가장의 부재, 가족의 부재 속에 자신들이 삶의 주체로 나서 그 공간을 감당하였다. 살아내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작은 배움의 기회마저 멀었던 그들. 시국 탓이었다고 하면서도 70여년 동안 묻어두었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빨갱이”, “폭도” 누명을 벗기 위해 여자도 군인을 가야 했다는 한 여인의 삶에서는 또 하나의 4·3 여성사를 읽을 수 있다. 정봉영(1934년생)은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해 해방 직후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귀향. 마을 이장이던 아버지를 1950년 예비검속으로 잃었다.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고문 후유증으로, 막내 동생은 굶어 죽었다. 6남매의 맏이였던 그는 소녀가장의 삶을 살아야 했다. 가난보다 힘들었던 폭도 가족’이라는 누명. 아버지의 ‘빨간 줄’을 벗기 위해 19살에 여군에 지원했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아버지 ‘빨간 줄’ 때문에 이미 우리 가족은 ‘폭도’ 가족이 돼버린 거야. 나는 폭도 가족이라는 소리도 듣기 싫고.‘내가 군인으로 가서 빨갱이 누명을 벗어야지!’ 그 생각뿐이었어.” 김을생(1936년생)은 제주읍 영평리가 고향으로 4·3당시 열네 살. 집에 불이 붙고 마을이 초토화된 현장을 자신도 겪어야 했으며, 와중에 농사짓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참혹한 고문을 마주해야 했다. 이후 아버지는 대구 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됐다. 4·3 피난처에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는 가장 아닌 가장이 되어 남동생을 보살펴야 했다. 2021년 아버지에 대한 4·3행방불명인 재심 재판을 신청,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가시나물서 고지는 멀지 않거든. 긴 소나무들을 비어서 지고 오다보면 억새에 걸려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몸이 이리저리 돌아가면서 왔어. 어떤 날은 장작해 오면 누가 보면 창피할까봐 집 뒤로 돌아가서 팰 정도였지. 집 뒤에는 큰큰한 토종 복숭아나무 세 개가 있고, 아무도 못 봤거든. 시집가기 전까지 장작 해다 말려서 팔았어.” 양농옥(1931년생)은 제주시 정실마을에서 살다가 9살에 부모가 일하는 일본으로 건너가 16살에 귀향. 4·3시기 아버지 언니 형부 조카를 잃었다. 아버지가 남긴 항아리에 감춘 돈을 밑천 삼아 소녀가장으로 여동생 둘과 삶을 꾸렸다. 60년 대 말 제주를 떠나 성남개발단지 천막생할을 하며 노점 야채상을 시작으로 하숙, 공장 하청 일 등을 하며 자식 4명을 공부시켰다. “살면서 뭐가 제일 부러웠냐면 나는 남이 ‘너 잘못 했어’ 그런 말 듣는 게 소원이었어. 그렇게 부럽더라고. 사람들마다 잘 한다 잘 한다 하는 말, 그게 싫었어. 부모 같으면 잘못한 거 잘못했다고 할 텐데….” 송순자(1938년생)는 4·3당시 용강리에서 살았고, 큰 아버지, 아버지가 행방불명되고 삼촌 등 친인척 여럿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다. 6남매가 흩어져 삶을 살았고, 어머니는 만삭의 몸으로 성담 쌓기에 동원됐으며, 어머니와 함께 가족의 삶을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피난과 굶주림에 대한 세밀한 기억을 풀어놓고 있다. 스스로 새끼 꼬아 팔기, 양복점 기술자 등 온갖 일을 하며 생활을 꾸려나갔다. “부잣집 사람들이 쌀 항아리에 막대기를 놔두면 쥐가 그걸 타고 들어가는 거라. 그럴 때면 옆집 어른이 그 쥐를 잡아줬어. 식탈이 난 동생한테는 그 쥐가 약이었어. 배가 차츰차츰 가라앉는 거라. 4·3 때문에 먹을 거 없고 피난 다닐 때 제일 생각나는 게 이 쥐 먹은 거야.” 임춘화(1947년생)는 대정 출생으로 4·3당시 행방불명된 아버지와 어머니의 재가로 인해 어린시절 친척집에 맡겨졌다. 자신의 이름 대신 “양옥이 사촌 누이”라고 불리며 “감자떡 비누가 고구마로 보이는” 애달픈 삶을 살아야 했다. 2021년 ‘징역7년, 목포형무소’ 수형인명부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아버지의 군법회의 재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엄마도 나도 먹고 사는 일이 이렇게도 힘들 수 있을까요? 우리 외할머니 말씀처럼 시국을 잘못 만난 탓이겠죠. 아버지를 잃은 것도… 어머니와 헤어진 것도… 우리 남편이 보안대에 끌려간 것도… 모두 다 시국 탓이겠죠.” 고영자(1941년생)는 해방 전 어려서 일본에서 가족과 함께 귀향. 4·3을 만나 7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70여년 동안 아버지의 유해를 찾지 못해 애태우던 그는 지난 2020년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굴된 유해 가운데 유전자 감식을 통해 아버지와 상봉했다. 아버지의 부재로 9살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평생 노동 속에서 살아야 했다. 열네 살에 모슬포 신영물에서 부추, 갈치장사, 열여덟 살에 등짐지고 동네 여인들과 옹기장사에 나서기도 했다. “열여덟 살 나니까 할망들하고 옹기 장살 다닌 거라. 난 옹기 지고 다니고 할망들은 다니면서 팔고. 사람 하나만 보이면 꼭 짐 하나를 팔고 나왔어. 일 못하는 사람은 써주지 않아. 일을 잘해야해. 무조건 일만 잘하면 살 수 있어.”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은 “죽을 것 같은 세월을 버티고 견뎌낸 제주4·3의 여성들은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말없이 보여준 존재들이었다.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혹한을 이겨내고 살아낸 당당하고 위대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41년 만의 사과와 용서, 우리와 미얀마에 던진 교훈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41년 만의 사과와 용서, 우리와 미얀마에 던진 교훈

    “죄송합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 저의 사과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아 망설였다.”(A씨) “정말 저는 이제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 이런 마음으로 용서를 하고 싶다. 동생도 이제 (하늘에서) 편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의 아픔을 다 잊어버리고 떳떳하게 마음 편히 살아달라.”(고 박병현씨의 형 박종수씨) 지난 16일 국립 5·18 민주묘지 접견실에 들어선 A씨가 41년 전 광주에서 자신의 총격으로 숨진 고(故) 박병현(당시 24) 씨의 유가족을 만나 사죄의 눈물을 흘리고 박씨의 형 박종수(73)씨와 얼싸안으며 오열하는 모습을 18일 종일 되풀이 봤다. 역사적 장면이다. 5·18 총격 가해자가 잘못을 고백하며 유가족에게 직접 사과하고 묘역을 유족과 함께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사에서도 이런 장면은 흔치 않다. 지금 미얀마 군부의 무차별 총격에 수많은 이들이 스러지고 있지만 이들 군경이 A씨처럼 무릎 꿇고 사죄하고 유족들이 용서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는가 묻게 된다. 그의 용기도 대단하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 이들이 여전히 살아있을지 모른다. 배신자라는 옛 동료들의 시선도 의식될 것이다. 잠시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고교 2학년 때 광주를 경험한 기자가 대학에 진학했더니 광주에 공수부대원으로 투입됐던 형님 둘이 뒤늦게 입학해 함께 수업을 듣게 됐다. 한 형은 늘 조용했는데 다른 형은 “광주 빨갱이 새끼들 다 죽이지 못한 게 한”이라고 말하곤 했다. 광주 출신보다 더 피가 끓던 학과 선배들과 그 형은 주먹다짐도 서슴지 않았다. 광주가 고향인 아이들은 무서워 숨을 죽여야 했다. 벌써 40년 전 일이다. 회사에 들어오니 한 선배가 자신도 하필 그 때 광주 상무대에 있어 계엄군으로 투입됐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하며 허공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고백하는 용기를 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민간인을 학살한 자란 오명을 얻을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로 5·18 민간인 학살 사건 중 대표적인 주남마을 버스 총격 사건과 관련됐던 공수부대원 출신 최영신 씨는 양심 고백 후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A씨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7공수여단 33대대 8지역대 소속으로 광주에 투입됐다. 그해 5월 23일 광주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을 차단하라는 명령을 받고 민간인을 향해 총을 쐈다. 그 바람에 농사 일을 도우러 보성 고향집으로 향하던 박씨가 변을 당했다. 박씨 주검은 저수지 인근에 암매장됐다. 같은 달 31일 7공수여단이 철수했고 열흘 뒤 시신은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이후 선산에 안장됐다가 1990년 광주 망월묘역으로 이장됐고, 1997년 다시 국립5·18민주묘지로 옮겨졌다. A씨는 2000년대 이미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고백을 한 적이 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최용주 조사1과장이 7공수여단의 행적을 추적하다 A씨가 총격을 가했다고 털어놓은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A씨를 만나 보니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A씨는 사과를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유가족들이 사죄를 받아 줄지, 잊고 있던 아픈 기억을 꺼내게 해 또다시 상처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지만 용기를 내 이날 함께 박씨의 묘에 무릎 꿇어 절하며 사죄하게 됐다.사죄와 용서는 그것만으로도 값지지만, 5·18이란 불행한 과거를 치유하는 시작점이 된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또 다른 공수부대원, 계엄군의 고백과 증언, 사죄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낳는다. 실제로 조사위는 조사 활동 과정에 A씨와 비슷한 사례를 두 건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해서 앞으로는 계엄군과 피해자나 유족이 동의하면 조사위가 적극적으로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했다. 어렵사리 용기를 내준 가해자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지원하는 등 어려움을 나눠 짊어지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계엄군 병사들이 고백하고 증언해주면 여전히 미완인 5·18 진실의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있다. A씨는 박씨에게 방아쇠를 당겼을 때 “주변에 총기나 위협이 될만한 물건이 없었다. 대원들에게 저항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겁을 먹고 도망가던 상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시위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위권’을 발동한 것이란 신군부 주장이 허구임이 드러난 셈이다. 발포 명령자를 규명하고 행방불명자, 암매장지를 찾는 데도 계엄군의 용기 있는 고백이 절실하다. 나아가 지금 미얀마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이들은 반드시 깨달아야 할 일이 있다. 그 죗값의 무게에 짓눌려 평생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군부 지도자들은 전두환(90) 일당이 부당하게 확보한 권력으로 한때 떵떵거리며 살았지만 다수의 민간인을 희생시킨 죗값을 돌려받아 지금도 역사의 심판에 짓눌려 살아간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A씨와 박씨 유족이 사과하고 용서한 날, 광주고법 형사1부(이승철·신용호·김진환 고법판사)는 5·18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전두환 씨가 항소심을 앞두고 낸 관할 이전 신청을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곳이 광주 시내이고, 증인 대다수가 광주나 인근에 거주해 실체적 진실 발견과 효율적인 재판 진행을 위해 광주지법에서 재판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신청인 주장처럼 호남 일부 정치인, 시민단체 등의 반발과 부정적인 지역 정서가 존재한다고 해서 재판부가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판의 진행과 결론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전씨는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뻔뻔하게 굴다 지리멸렬 살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민주 발전에 광주의 희생이 값진 원동력이 됐다는 점을 처절히 깨달아야 한다. 이제라도 계엄군으로서 과오를 저지른 이들이 진정 참회하고 무등산 자락보다 너른 광주 시민들의 용서를 받길 바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70여년 만에 빨갱이 굴레 벗은 ‘제주 4·3’ 수형인 335명

    70여년 만에 빨갱이 굴레 벗은 ‘제주 4·3’ 수형인 335명

    특별법 전부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피해보상·명예회복 특별재심 마련행안부 희생자 보상 기준 용역 착수유족회 “진정한 명예회복 단초 마련”“70년 만에 ‘빨갱이’이라는 굴레를 벗었습니다. 만세~ 만세~ 만세~.” 제주4·3사건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부장 장찬수)는 16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옥살이를 하다 행방불명된 333명과 생존 수형인 2명 등 335명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1948년과 1949년 사이 적법한 절차 없이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군사재판 또는 일반재판에 회부돼 전국 형무소로 뿔뿔이 흩어져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이들은 1950년 전쟁이 발발한 직후 대부분 군경에 끌려가 총살된 뒤 암매장되는 등 행방불명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검찰 역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전원 무죄를 구형했다. 유족회는 “70여년 전 군사재판으로 씌워졌던 빨갱이의 굴레를 비로소 벗고 진정한 명예회복의 단초를 마련한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앞서 행방불명인 유족들은 2019년 2월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20개월 동안 21차례에 걸쳐 유족 진술 청취 등 심리를 벌여 왔다. 4·3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형을 받은 수형인은 2500여명이다. 4·3사건 문제 해결의 중요한 전기가 될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행정안전부는 수형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재심 조항을 신설하고 희생자에 대한 국가 피해보상 근거를 명시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일괄해 유죄판결의 직권재심 청구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하면 법무부 장관이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했다. 또 제16조에 ‘국가는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을 마련한다’고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희생자 피해보상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보수단체 3·1절 집회 철통방어…대형 백화점은 사람들로 북적여

    보수단체 3·1절 집회 철통방어…대형 백화점은 사람들로 북적여

    3·1절을 맞아 집회를 열겠다고 밝힌 보수·우익단체들의 집회가 1일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경찰은 대규모 집회로 커질 것을 우려해 집회 장소 주변에 철제펜스를 설치하고 경찰관들을 집중 배치했다. 집회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됐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초래한 지난해 8·15 집회 때처럼 대규모 인파가 밀집하는 일도 없었다. 법원의 결정으로 20명 이하 규모의 집회가 가능했던 ‘자유대한호국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누각 앞에서 11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고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압살하지 말라”고 밝혔다. 법원이 참가 인원을 30명으로 줄이는 조건으로 허용한 황모씨의 집회는 ‘참가자 전원이 코로나19 음성판정 결과서를 지참해야 한다’는 방역 수칙에 황씨가 부담을 느껴 이날 열리지 않았다.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는 이날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9명이 참석한 기자회견을 연 다음 차 9대에 한 명씩 탑승하여 대법원으로 이동하는 ‘차량 행진’ 시위를 했다. 비상시국연대는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폭정 종식’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경찰은 집회 시작 전부터 집회 장소 주변에 10인 이상이 밀집하지 않도록 했다. 기자회견을 앞둔 보수단체 회원들과 취재진 등 20여명이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있자 현장에 있던 경찰관은 “10인 이상 운집하면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라면서 간격을 벌릴 것을 안내했다. 또 다수의 인원이 모이지 않도록 설치한 질서유지선 안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이 열리도록 조치했다.하지만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엄마부대’가 개최한 집회는 당초 9인 이하의 인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신고됐으나 집회 시작 20여분 만에 시민 6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주변을 통제하던 경찰관들에게 “코로나 핑계 좀 그만대”라며 항의했다.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이 기자회견을 연 동화면세점 앞으로도 수십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자 경찰은 “미신고 불법 집회가 진행되지 않도록 참가자 여러분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해달라”고 안내 및 경고방송을 하면서 경력 100여명을 투입해 주변 통행로를 차단했다. 그러자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손에 든 우산과 거치대가 설치된 휴대전화로 경찰관들을 위협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집회 참가자들은 동화면세점 앞 광화문역 6번 출구에서 방패를 들고 서 있는 경찰관들에게 “우리를 왜 잡아가려고 하냐”, “경찰이 오히려 지금 거리두기를 안하고 있지 않느냐”, “이런 빨갱이들” 등의 말을 하며 거칠게 항의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대규모 집회 차단을 위해 광화문역 7번 출구 앞 골목길의 통행을 차단한 경찰관들에게 “밥 먹으러 가는데 왜 길을 막냐”면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이날 광화문광장과 달리 서울 시내 대형 쇼핑몰은 휴일을 맞은 시민들로 붐볐다. 서울 영등포구 ‘더 현대 서울’ 백화점은 지난달 26일 문을 연 이래 이날까지 4일 연속 인파가 몰렸다. 백화점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50명이 넘는 시민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최소 1m 이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백화점 내 일부 매장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 특히 명품매장과 전자제품 매장 앞은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이날 백화점을 찾은 50대 부부는 “비가 와서 오히려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근처에 있는 또다른 대형 쇼핑몰인 여의도 IFC몰도 음식점, 카페마다 사람이 꽉 차는 등 사정은 비슷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진중권, 검찰 인사 관련 “대통령이 그냥 핫바지가 됐다”

    진중권, 검찰 인사 관련 “대통령이 그냥 핫바지가 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5일 국민의힘에 “좌파, 사회주의, 종북, 빨갱이 이런 것 빼고 말하는 법부터 배우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모임인 ‘마포포럼’ 강연에서 “그 말을 함으로써 여러분이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의 수신인 범위를 확 좁혀놓는다”고 조언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정당으로 정권 교체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다른 진영으로 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강연을 시작한 진 전 교수는 “손자병법에도 나오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그런데 보수정당은 지피도 안되고 지기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를 객관화하는 능력이 없다”면서 “핀셋으로 공격해야 하는데 엉뚱한 데다가 융단폭격을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여권에 ‘종북 좌파’라고 비판하는 것을 거론하면서 “종북좌파 아니다. 그 주제가 못된다”면서 “제가 보기엔 그냥 잡것”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치권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뜻이 있다면 (정치권으로) 지금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여권은)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두 달밖에 안 됐는데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검찰 자체를 해체해버리려는 것”이라며 “(윤 총장이) 7월까지 임기 채우기보다 ‘이건 아니다’라는 신호를 확실히 주는 게 그림도 좋지 않을까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정치를 한다는 생각이 있어 보이지 않고, 그냥 충실한 검사, 검사다운 검사 하나 있었다는 명예를 갖고 퇴직하는 게 그분의 꿈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 전 교수는 최근 검찰 인사를 두고 청와대 내부의 이견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그냥 핫바지가 됐다”고 했다. 지난 7일 검사장급 인사를 두고 신현수 민정수석이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이견을 빚으면서 사의를 밝혔으나 22일부터 신 수석은 거취를 대통령에 일임하고 청와대에 다시 출근했다. 그는 민주당과 청와대 간 검찰개혁 속도도절 엇박자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은 시민사회에서 우려하는 부분을 전달한 것인데, 그냥 무시를 당하고 있다. 막 가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지만원 “임종석은 지독한 빨갱이”…법원 “200만원 배상하라”

    지만원 “임종석은 지독한 빨갱이”…법원 “200만원 배상하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주사파’와 ‘빨갱이’ 등으로 지칭한 보수 논객 지만원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병철 부장판사)는 17일 임 전 실장이 2019년 지씨와 뉴스타운, 뉴스타운 대표를 상대로 낸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정치적 이념을 놓고 논쟁하는 과정에서 수사나 비유적인 표현까지 금기시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간으로 해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씨는 2017년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임 전 실장을 향해 ‘주사파의 골수요 대부’, ‘지독한 빨갱이’ 등의 표현을 썼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도 임 전 비서실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후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이던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으로 임수경 전 의원의 방북 사건을 주도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이낙연은 간첩…얼굴 보고 찍지마” 허위방송 유튜버 징역 6월

    “이낙연은 간첩…얼굴 보고 찍지마” 허위방송 유튜버 징역 6월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에게 “간첩 빨갱이다”라고 허위 내용을 방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유튜버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3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47)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26일 승용차를 타고 이낙연 당시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실 앞까지 갔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이 후보에게 대책을 물어보기 위해서다. 차 안에서 A씨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개인 방송을 진행했다. A씨는 방송 도중 ‘2018. 9. 26 대한민국 국무총리 이낙연’이라는 글이 적힌 사진을 화면에 보여주며 “이 후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이라고 소개하고 “이 후보는 간첩, 빨갱이, 주사파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얼굴을 믿으면 안 된다, 얼굴 보고 찍으면 안 된다”며 “대선에서 이 자료로 낙선 운동할 수 있다”고 이 후보를 비방했다.그러나 이 사진의 글은 이 후보가 국무총리 재임 시절 호찌민 베트남 초대 주석의 생가에 방문해 남긴 방명록 내용이다. 당시 이 후보는 쩐 다이 꽝 베트남 제9대 주석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이 후보는 방명록에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던, 백성을 사랑하셨으며, 백성의 사랑을 받으신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라고 적었다. 이 후보의 베트남 방문 사실은 당시 많은 언론에도 보도됐다. 그런데도 A씨는 이 방명록이 북한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맹세라고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 결국 고발돼 불구속기소 된 A씨는 법정에서 “시청자에게 제보받아 허위인 줄 몰랐고 낙선시킬 목적도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의 사상적 편향성 내지 이적성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개인 방송을 제작·배포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는 분단국가인 우리 현실에서 유권자를 크게 자극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허위 사실이면 불필요하고 부당한 이른바 ‘색깔론’ 논쟁을 야기해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그르치게 할 위험성이 커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전광훈 “부산 정신차려야…文 북한 보자기에 싸인 사람”

    전광훈 “부산 정신차려야…文 북한 보자기에 싸인 사람”

    전광훈 목사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은 부산을 찾아 “부산은 정신 차려야 한다”고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25일 오후 2시 부산역 광장 앞에서 ‘부산이여 일어나라’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전 목사는 “부산은 정신 차려야 한다. 수령님을 모시고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민은 간첩에 포섭된 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보자기에 싸인 사람”이라며 “북한이 싫어하는 말은 하나도 못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라 찬양하며 그의 일대기에 대한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다가오는 3·1 범국민대회를 통해 대한민국을 이승만 건국 정신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며 “빨갱이, 종북을 한칼에 쳐내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초 행사를 시작할 때는 참석자가 20여 명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던 시민들도 합세하면서 규모가 점점 커졌다. 광장 크기와 비교해 모인 인원은 적었지만 전 목사를 가까이에서 보거나 촬영하려는 이들로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부산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에 따라 100명 이상 집회·시위가 금지된 상태다. 경찰과 지자체는 행사 내내 군중을 지켜보며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8세 이상 유권자 2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월 3주차(18일~22일) 주간 집계 결과 부산에서 민주당이 31.3%로 5.2% 포인트 오른 반면 국민의힘은 23.7%로, 11.4% 포인트 급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딸의 펜 끝서, 우리 기억서… 2021 박완서를 다시 쓰다

    딸의 펜 끝서, 우리 기억서… 2021 박완서를 다시 쓰다

    ‘한국 문학의 어머니’로 불린 박완서(1931~2011) 작가가 오는 22일로 타계한 지 10년을 맞는다. 출판업계는 전쟁, 이념, 사랑, 여성의 삶 등을 진실하게 전달한 박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리는 에세이와 소설 개정판 등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다.민음사 출판그룹의 시각문화 전문 브랜드 ‘세미콜론’은 15일 박 작가의 딸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와 얽힌 추억을 기려 펴낸 에세이집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을 발간한다. 호 작가는 이 책에서 박 작가의 산문집 제목이기도 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노란집’에 대한 추억을 되새긴다. 그리고 어머니의 추억이 어린 이 집에서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은 책상이 아니라 부엌이었다고 고백한다. 출판사 측은 “호 작가는 엄마의 부엌에서 삶을 이어 갈 밥을 해 먹는다. 이것은 숭고한 노동이자, 유연한 돌봄이자, 생존에 대한 원초적 의지였다”며 책에 이런 마음을 담아냈다고 소개했다.세계사는 지난달 박 작가가 생전에 집필한 에세이 35편을 엮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출간했다. 1931년생인 작가가 일제강점기에 일본 이름을 써야 했던 학교 생활, 6·25전쟁 이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작가의 어머니, 여류 문인이 드문 시절 40대에 문인의 길에 들어선 사연 등이 담겼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아직도 소설을 위한 권위 있고 엄숙한 정의를 못 얻어 가진 것도 ‘소설은 이야기다’라는 소박한 생각이 뿌리 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웅진지식하우스는 이달 중에 박 작가의 연작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개정판을 낸다. 두 책은 박 작가의 어린 시절과 그 이후를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이번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에는 고 김윤식, 이남호 평론가의 작품 해설과 국내 젊은 소설가 정세랑, 강화길, 정이현, 김금희 작가의 추천사와 서평을 수록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해 작가의 중·단편 10편을 엮은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를 펴냈다. 이 책에는 박 작가의 1975년 초기작 ‘도둑맞은 가난’부터 6·25전쟁을 견뎌 낸 여성의 이야기 ‘공항에서 만난 사람’, 생명의 고귀함을 다룬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2000년대 작품인 ‘빨갱이 바이러스’ 등 10편이 수록됐다. 이 밖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13일부터 15일까지 작가의 단편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작가정신), ‘기나긴 하루’(문학동네), ‘지렁이 울음소리’(민음사) 3종을 리커버 한정판으로 판매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국 문학 어머니’ 박완서 10주기 조명 에세이·소설 잇따라

    ‘한국 문학 어머니’ 박완서 10주기 조명 에세이·소설 잇따라

    ‘한국 문학의 어머니’로 불린 박완서(1931~2011) 작가가 오는 22일로 타계한 지 10년을 맞는다. 출판업계는 전쟁, 이념, 사랑, 여성의 삶 등을 진실하게 전달한 박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리는 에세이와 소설 개정판 등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다. 민음사 출판그룹의 시각문화 전문 브랜드 ‘세미콜론’은 15일 박 작가의 딸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와 얽힌 추억을 기려 펴낸 에세이집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을 발간한다. 호 작가는 이 책에서 박 작가의 산문집 제목이기도 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던 ‘노란집’에 대한 추억을 되새긴다. 그리고 어머니의 추억이 어린 이 집에서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은 책상이 아니라 부엌이었다고 고백한다. 출판사측은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은 엄마의 부엌에서 삶을 이어 갈 밥을 해 먹는다. 이것은 숭고한 노동이자, 유연한 돌봄이자, 생존에 대한 원초적 의지였다”며 이같은 마음을 담아 책을 펴냈다고 평가했다.세계사는 지난달 박 작가가 생전에 집필한 에세이 35편을 엮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출간했다. 1931년생인 작가가 일제강점기에 일본 이름을 써야 했던 학교 생활, 6·25전쟁 이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작가의 어머니, 여류 문인이 드문 시절 40대에 문인의 길에 들어선 사연 등이 담겼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아직도 소설을 위한 권위 있고 엄숙한 정의를 못 얻어 가진 것도 ‘소설은 이야기다’라는 소박한 생각이 뿌리 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웅진지식하우스는 이달 중에 박 작가의 연작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개정판을 낸다. 두 책은 박 작가의 어린 시절과 그 이후를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이번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에는 고 김윤식, 이남호 평론가의 작품 해설과 국내 젊은 소설가 정세랑, 강화길, 정이현, 김금희 작가의 추천사와 서평을 수록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해 작가의 중·단편 10편을 엮은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를 펴냈다. 이 책에는 박 작가의 1975년 초기작 ‘도둑맞은 가난’부터 6·25전쟁을 견뎌 낸 여성의 이야기 ‘공항에서 만난 사람’, 생명의 고귀함을 다룬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2000년대 작품인 ‘빨갱이 바이러스’ 등 10편이 수록됐다. 이 밖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13일부터 15일까지 작가의 단편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작가정신), ‘기나긴 하루’(문학동네), ‘지렁이 울음소리’(민음사) 3종을 리커버 한정판으로 판매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유승준 두번째 폭발 “법무부 마녀사냥…秋, 아들 때문에 불편?”

    유승준 두번째 폭발 “법무부 마녀사냥…秋, 아들 때문에 불편?”

    병역 기피로 국내 입국이 제한된 가수 스티브 유(45·한국명 유승준)씨가 자신은 “병역 기피자가 아니라 병역 면제자”라고 주장하며 법무부를 향해 “엄연한 마녀사냥, 인권유린, 인권탄압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법무부는 왜 구경만 하십니까? 언론의 민낯, 손가락으로 사람 죽이는 개념 없는 기레기들의 횡포, 유승준을 둘러싼 모든 루머 거짓 정리’라는 제목의 1시간22분여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유씨는 영상에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 병역을 기피한 것으로 간주돼, 법의 공정한 심판이나 적법 절차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입해 한 개인의 입국을 19년이 다 돼가도록 금지했다. 이 처사가 과연 공정하고 또 정의로운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자신의 미국국적 획득이나 이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은 게 불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유씨는 “당시 병역법 제86조(도망, 신체손상 등)는 병역 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 받을 목적으로 도망가거나 행방을 감춘 사람은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며 “2002년 한 시민단체가 병역법 위반으로 유승준을 처벌해달라고 원했는데 법원에선 ‘혐의없음’으로 나왔다”고 항변했다. 유씨는 “입국 금지 결정은 법무부가 내려놓고, 왜 외교부와 병무청 뒤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찌질한 구경꾼처럼 행동하느냐”면서 “추미애 장관님 한 말씀 부탁드린다. 아드님 일 때문에 불편하냐”며 군복무 중 휴가 미복귀 의혹이 제기됐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출입국관리법상 한국의 공공안전, 안보에 위협되는 외국인은 입국 금지인데, 내가 빨갱이 간첩, 김정은(북한 국방위원장), 김여정(조선노동당 제1부부장)과 같은 사람이냐”면서 “대한민국 사기 떨어뜨리는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이나 추 장관 아들,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등도 추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씨는 “내가 정말 법에 위배되는 행위나 불법을 행했다면 그에 따른 그 죄의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범법 행위가 없었음에도 19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한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하고 침해한 것에 대해 정부는, 특히 법무부는 사과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앞서 유씨는 지난달 17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이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해 ‘유승준 방지법’을 발의하자 ‘지금 장난하는가.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정치인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가’는 제목의 39분여 분량 영상을 19일 공개했다. 그는 당시 영상에서 “내가 정치범이냐, 공공의 적이냐, 아니면 누구를 살인했냐, 아동 성범죄자냐.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유승준이라는 연예인 하나를 막으려고 난리법석이냐”며 “국민들의 분노를 한 연예인에게 뒤집어씌워 시선 돌리기를 하느냐”고 분노를 쏟아낸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유승준, 분노 영상 올린 날 수익 100배 이상 증가했다”

    “유승준, 분노 영상 올린 날 수익 100배 이상 증가했다”

    유승준, ‘분노 영상’ 후 구독자·조회수 증가유튜브 하루 평균 수익 100배 이상 폭증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이 ‘유승준 방지 5법’에 분노를 표출한 영상을 올린 뒤 하루 평균 수입이 10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유승준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유승준 원천 방지 5법 발의안? 김병주 의원 지금 장난하십니까? 그동안 참아왔던 한 마디 이제 시작하겠습니다’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날 영상에서 유승준은 긴말하지 않겠다다더니 40분가량 울분을 토해냈다. 유승준은 해당 영상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승준 방지 5법’을 두고 “세금으로 일하는 정치인이 할 일이 없느냐, 내가 무슨 정치범이냐, 지금 장난하느냐”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또 그는 “내가 청년들에게 허탈감을 느끼게 한다고?”라고 되물으며 “내 입국이 청년들에게 허탈감을 느끼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솔직히 바른말로 추미애 장관의 아들 황제휴가나 조국 전 장관의 말도 안 되는 사태들 때문에 나랏일 하는 정치인들의 비리들과 두 얼굴을 보면서 (청년들이) 더욱 분노하고 허탈해야 하는 것 아닌가”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거론하며 비판했다. 이외에도 유승준은 “나는 좌파들보다 불의를 보고도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우파들이 더 싫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통곡했다” 혹은 “우리의 적은 빨갱이”, “우리나라 대통령 뭐 하느냐. 판문점 가서 김정은 만나 악수하고, 포옹하고, 대통령이 군대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정치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이 영상이 게재됐을 당시 2만 9800여명이었던 구독자는 두 배가 넘게 늘었다. 채널 수익 또한 급증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유승준의 유튜브 채널 하루 수입은 평균 1만원이 안 되는 수준이었나 영상을 공개한 20일 하루 수입은 150만5600~466만 200원으로, 21일은 146만 8000원~454만 3800원으로 추산됐다. 또 다른 사이트 ‘소셜블레이드’는 20일 수입을 298(약 32만8843원)~4800달러(약 529만6800원)로 추정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씨줄날줄] 한진중공업 김진숙/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진중공업 김진숙/임병선 논설위원

    버스 안내양에서 1981년 10월 1일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국내 첫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1986년 2월 노조 대의원에 당선된 뒤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로 세 차례 부산경찰국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당했고 그해 7월 징계해고됐다. 2009년 11월 2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한진중 노조활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며 복직을 권고했지만 회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2010년 12월 한진중공업이 생산직 근로자 400명을 희망퇴직시킨다고 하자 해고를 반대하며 이듬해 1월 6일부터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다 같은 해 11월 10일 노사 합의에 따라 309일 만에 땅에 발을 디뎠다. 당시 농성을 지지한 야당 정치인은 물론 시민들 다수가 수차례 ‘희망버스’에 올라 부산으로 향했다. ‘진짜 노동자’ 김진숙(60)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 이야기다. 그는 무려 34년 5개월을 해고당한 채 살아왔다. 암까지 얻었다. 그는 복직해도 곧바로 정년인데, 지난여름부터 한진중공업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그의 복직을 외면했던 한진중공업은 연내 매각을 목표로 감원을 추진 중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하게 되면 김진숙이 용접공으로 뛰어다니던 현장이 아파트 부지로 전환된다는 소문도 있다. 한진중공업의 모기업과 그 총수 일가가 어떤 일을 했는지 만천하가 알지만 후배 노동자들은 변함없이 나락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자신의 복직 투쟁을 응원하는 희망버스 발대식에서 그가 발표한 소감을 들어 보자. “화장실이 없어 어두운 구석을 찾아 현장을 뱅뱅 돌고 식당이 없어 쥐똥 섞인 도시락을 먹으며 떨어져 죽고 깔려 죽고 끼어 죽고 타 죽는 동료들의 시신을 보며 그 사고보고서에 ‘본인 부주의’라고 지장 찍어 주고 내가 철판에 깔려 두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본인 부주의’에 누군가 또 지장을 찍어 주며 산재 처리를 피하던 현장. 아무 희망이 없어 죽으려고 올라갔던 지리산 천왕봉 일출이 너무 아름다워 1년간 더 살아 보자고 내려와 노동조합을 알게 됐고, 화장실과 식당이 없으면 요구하고 싸워야 한다는 걸 알았다. 유인물 몇 장에 불순분자 빨갱이가 돼 해고된 세월이 35년. 박창수도, 김주익도, 곽재규도, 최강서도 살아서 온전히 돌아가고 싶었던 곳. 현장으로 돌아갈 마지막 시간이 남아 있다.” 한진중공업은 노동자 김진숙의 꿈을 이뤄줘 그를 노동현장에 돌아가게 하면 좋겠다. 국책은행이 한진중공업을 관리한다는데 복직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꿈은 이뤄진다는데, 19일 부산행 희망버스가 꿈 실현 버스가 되길 빈다. bsnim@seoul.co.kr
  • ‘대북전단 금지법’ 與 단독 처리…野 “김여정에 헌법 조공” 퇴장

    ‘대북전단 금지법’ 與 단독 처리…野 “김여정에 헌법 조공” 퇴장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 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2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위원장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국민의당은 법안 처리에 반대해 모두 퇴장했다.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야권은 이 법안이 헌법에서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반대해왔으나, 민주당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처리가 시급하다며 강행했다. 대표 발의자인 송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는 얼마든지 보장된다. 탈북민들이 광화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욕해도 아무도 잡아가지 않는다”면서 “이것을 제한하는 이유는 군사 분계선 인근 접경지역 주민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낀다고 아우성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며 “야당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법안 처리를 중지해야 한다고 일제히 반발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비난하지 않았다면 이 법을 만들었겠는가. 아니잖나. 이 법안은 명백한 ‘김여정 하명법, 김여정 존경법, 김여정 칭송법”이라고 맹비난하며 “당론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도 “바다 위에서 해수부 공무원이 피살된 참사가 일어난 지 이제 겨우 두 달여가 지났다”며 “북한이 만행에 제대로 사과도 없고 진상규명에 비협조적인 상황에 이 법을 강행 처리하려 하니 ’북한 심기관리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표결 불참 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까지 움직인 초유의 굴종적인 사태”라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북한 김정은 정권유지를 위해 위헌적인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은 기자회견 후 취재진에게 “김여정·김정은에게 상납한 것이다. 조공으로 대한민국 입법을 갖다 바친 것”이라며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에 대해 징역을 보내느냐”고 비판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정승민의 막론하고] 두 개의 미국

    [정승민의 막론하고] 두 개의 미국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것이 ‘명백한 운명’이라고 자부해 왔던 나라가 미국이다. 하지만 작금의 대선을 보면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 연설을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조작됐다며 불복하고 있다. 신성한 민의를 도둑질당할 만큼 자질과 능력이 없다는 고해성사인 것인가. 게다가 지지자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언행은 무책임하다. 반대파까지 포용해야 할 정치인이 적대와 증오를 부추기는 것은 곤란하다. 무엇보다 근거나 물증 없이 내뱉는 막가파식 주장은 공동체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극히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주목할 것은 트럼프의 득표력이다. 당선인 바이든과 나란히 미국 선거 사상 처음 7000만표의 벽을 깼다.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득표율 차이도 근소하다. 미국 사회는 홍해가 갈라지듯 절반으로 나뉘었다. 정치적 양극화가 고착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지만 트럼프 이전부터 사실 미국은 두 개였다. 정치학자 강상중과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공통적으로 미국 사회 내부의 해소하기 어려운 대립 구조에 주목한다. 지역적으로는 남부와 북부, 해안과 내륙이 다투는 구도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남부와 내륙은 대체로 야만과 폭력의 이미지다. 뉴욕의 ‘위대한 개츠비’와 달리 텍사스 카우보이는 주먹이 먼저고 여성을 차별하는 마초다. 록과 컨트리음악이 겨루고 금융과 유전이 맞선다. 마천루와 옥수수밭은 지금도 평행선을 긋고 있다. 19세기 남북전쟁의 후유증이 아닌가 싶지만 뿌리는 한층 깊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건너온 청교도 후예들은 전쟁을 통해 나라를 만들었다. 영국군과 동족상잔을 치른 것이다. 피로 세운 나라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강력한 중앙정부가 필요하다는 해밀턴주의자와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제퍼슨주의자들은 처음부터 각을 세웠다. 인간관의 차이도 크다. 크고 힘센 정부에서 국민은 통치 대상이다. 반면 독립을 쟁취한 시민에게는 자치가 최우선이다. 중도적 입장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갈등 확산을 경고했지만 나중에 내전으로 비화됐다. 두 개의 미국엔 지역뿐만 아니라 대중과 엘리트의 반목도 겹쳐 있다. 특히 동부의 기득권 세력을 경멸하던 앤드루 잭슨의 백악관 입성이 분기점이 됐다. 대통령이 된 ‘촌뜨기’ 잭슨은 권력자, 언론, 지성인과 척을 졌지만 대중은 열광했다. 이때부터 미국 대중은 주기적으로 엘리트 집단에 격렬한 반감을 표출해 왔다. 이 때문에 기성 정치의 때가 덜 묻은 것처럼 보이는 인물에게 마그마처럼 뜨거운 지지를 보내곤 한다. 1992년 대선에서 백만장자 로스 페로가 선전한 것이나 2016년 선거 당시 트럼프의 역전극이 펼쳐진 것은 대중의 에너지가 분출된 덕이다. 1950년대 초 무명의 초선 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대통령급’으로 급부상한 것도 엘리트 관료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전문가와 지식인에 대한 적대감은 요즘 절정에 달한 듯하다. 백악관의 정략적 코로나 정책에 버텨 온 앤서니 파우치 전염병연구소장을 효수해야 한다는 반문명적 선동까지 나오니 갈 데까지 간 듯하다. 이러다가 건국 초기부터 내연해 온 이분법적 모순이 활화산처럼 폭발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미국은 두 개이기 때문에 생산적이다. 남부와 북부, 민주당과 공화당, 대중과 엘리트의 긴장과 갈등이 국가적 생존 능력을 키워 왔다. 양대 세력 간에 빚어지는 혼란에서 질서를 창출하는 파워가 나오기 때문에 다양한 혁신과 창조가 가능한 것이다. 한때는 소련에 패배하고 일본이 추월한다고 했다. 지금도 중국이 앞지른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국이 건재한 까닭이다. 이번 대선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이 드러났다고도 하지만 글쎄다. 거의 반분된 사회가 봉합되려면 패배한 쪽의 살풀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 않을까. ‘분열된 집은 바로 설 수 없다’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유훈이 몸에 밴 미국의 복원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 “김종인은 불만의 온상… 새 출발해야” 등돌린 보수·영남 ‘조기 전대’ 불지펴

    “김종인은 불만의 온상… 새 출발해야” 등돌린 보수·영남 ‘조기 전대’ 불지펴

    “대안 없어… 보수정당인지 의문 들 정도”공정경제 3법 추진 등 보수층 반발 커져‘보수 심장’ TK서 당 지지율 15.4%P 급락주호영 “지도부 흔들지 말라” 퇴진론 제동 金 만난 김택진 “정치에 뜻 없어” 선 그어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중진들의 반발에도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지만 핵심 지지 기반인 보수·영남의 민심을 얻지 못해 ‘리더십 위기설’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영남 지역 의원은 27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당내엔 내년 보궐선거 후보가 없다고 하면서 마땅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정책들을 보면 과연 보수정당인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비대위가 보궐선거 후보를 놓고 뜬구름 잡기식의 발언만 쏟아 내는 건 결국 자신들의 존재감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며 “비대위가 아집을 버리고 당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출범한 김종인 비대위는 보수 재건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최근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김 위원장이 외연 확장을 위해 공정경제 3법 추진 등을 강행하면서 보수층의 반발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9~23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9% 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보수 심장’인 대구·경북(T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2%로, 3주 전 같은 조사(47.4%)보다 15.4% 포인트 떨어졌다. 전날 김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41주기 추도식에서 일부 참석자에게 “빨갱이가 왔다”, “보수를 망치지 말라” 등의 항의를 듣기도 했다. 경남 진주을에서 4선을 지낸 김재경 전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은 물러나라. 빠를수록 좋다. 우리 당의 구심점이 아니라 불만의 온상”이라고 힐난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조기 퇴진론이 불거지자 주호영 원내대표가 직접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의총 마무리발언에서 “원내대표는 언제든 잘라도 되지만 당 지도부는 흔들지 말고, 임기를 보장해 연속성을 갖게 하자”면서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때를 보면 당 대표를 맨날 바꿔서 당이 쪽박 찼다”고 말했다. 의총에선 5선 조경태 의원이 발언대로 나와 “당이 위기이고, 비대위 지도력이 한계를 보였기 때문에 새 출발이 필요하다”며 ‘조기 전대’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중도 공략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보수층과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영입설이 돌고 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만난 뒤 “추가로 꼭 만날 사항은 없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도 “(정치에) 전혀 뜻이 없다. 저는 기업가”라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K-방역은 박정희 덕분”…朴 지지자들, 김종인 향해 “빨갱이”

    “K-방역은 박정희 덕분”…朴 지지자들, 김종인 향해 “빨갱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 열려 “님의 따님의 석방과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다짐하는 발언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의 시작을 알리는 개식사였다. 민족중흥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도식에서 개식사를 낭독한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은 “세월이 하수상하니 세상 물정이 물구나무 선 오늘이다. 형형했던 대한민국의 기상이 볼품없이 시들고 있다”며 개탄했다. 그러면서 “님의 따님(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과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말했다.전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 속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한국의 방역 성공에 대한 공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돌리는 발언도 나왔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것도 박정희 시대부터 쌓아 올린 경제력과 국가재정, 국민건강보험을 비롯한 제도, 그리고 의료 및 통신 인프라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창희 전 의장은 “지금 권력자들은 이 빛나는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세우고 전쟁에서 구해낸 큰 어른들의 묘를 이곳 현충원에서 파내자는 패륜적 언동까지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고 정부 여당을 비난했다. 그는 “우리가 좀 더 지혜로웠더라면, 국민의 생각과 기대의 높이를 더 일찍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이토록 우리들 마음이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가 이토록 뒤집히고 이토록 수모를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이날 추도식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물론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그리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추도식을 전후해 몇몇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을 향해 욕설을 퍼붓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도 있었다. 이들은 “빨갱이 왔나보네”, “보수를 버리면 뭐로 할 거냐”, “물러가라”면서 김종인 위원장을 가로막기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들의 외침에 별다른 반응 없이 차에 올라 식장을 떠났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원웅 “태극기 부대에 ‘빨갱이’ 소리 듣는 사람이 대통령 돼야”

    김원웅 “태극기 부대에 ‘빨갱이’ 소리 듣는 사람이 대통령 돼야”

    “미국은 한국을 친구로 보지 않고 졸개로 봐”“나이 든 사람은 보수 언론 TV만 봐” 주장김원웅 광복회장은 21일 “차기 대통령은 빨갱이 소리를 듣는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광복회장은 이날 오후 경북 구미 독립운동가인 왕산 허위 선생 기념관에서 ‘광복회의 정체성 및 친일청산 과제’를 주제로 특강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족주의를 거론하면 무조건 빨갱이로 매도하는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한다”며 “따라서 ‘태극기부대’로부터 빨갱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다음에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동맹에 대해선 “미국은 한국을 친구로 인정하지 않고 졸개로 보고 있어 한·미 간 수평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면 특정 정치세력과 친일에 뿌리를 둔 언론세력은 빨갱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제 깨어나고 있고,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다”며 “옛날에 이상한 교육받은 사람을 빼놓고 50대 이하는 ‘이게 아니구나’라며 깨어났다”고 덧붙였다. 또 “나이 든 사람은 스마트폰을 모른 채 보수 언론의 TV만 보지만, 젊은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파악하면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 회장은 미군 주둔 국가의 소파(SOFA) 협정과 관련해 불평등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미군과 독일 간 소파협정에는 미군기지에 환경오염이 있을 때 미군이 책임지고, 미군과 독일 여성 간 아이가 태어날 경우에 미군이 부양책임을 진다”며 “그러나 한국과 소파협정에는 환경오염과 신생아에 대해 미군이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 시절에 소파협정을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높이자고 주장했으나 빨갱이라고 매도당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