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이런 우스개가 있다. 체르넨코가 죽고 고르바초프가 새 서기장으로 선출되어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얘기. 미국 기자가 질문했다. 『서기장은 당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분이라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료를 정할 때는 당신을 지배하는 강력한 지지자와 상의는 하겠지요』. 서기장의 대답『여보쇼 기자 양반,이런 자리에서 내 안사람 얘기는 끄집어 내는 게 아니오』. ◆「아내 무섬쟁이」라는 뜻일까. 미소 짓게 해준다. 하여간 라이사여사는 「새 역사」를 만든 여성.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아내는 공개석상에 나타날 수 없다는 크렘린의 터부를 타파해 버렸기 때문이다. 11살짜리 손녀까지 있는 57세 할머니이건만 「미인」. 공식석상에 함께 나타나기로 한 것은 「서기장대통령」의 뜻이었을까. 「강력한 지지자」의 뜻이었을까. ◆바늘 가는데 실이 가는 건지 실 가는데 바늘이 가는 건지 서방지도자 부부같은 고르비라이사.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이 된 해인 85년,제네바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때부터 그랬다. 그 때의 상대 퍼스트 레이디는 낸시 여사. 그 후로도 세계 각지의 외교행에 부군과는 「빛과 그림자」가 되어온다. 이번 미국에서의 미소 정상회담에도 물론 동행. 이번의 상대는 바버라 여사다. ◆사치가 지나치다는 비난도 더러 듣는 모양이지만 미모와 독특한 패션감각으로 해서 가는 곳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켜 온 라이사 여사. 그것은 지난해 5월의 베이징 나들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신문·방송은 「미인 라이사」의 쾌활한 성격과 지성을 찬양했던 것. 「라이사 패션」이 미국에 상륙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다. 이번 미국 나들이에서도 라이사 여사의 동정은 관심의 대상. 러시아 고문서 전시회 리셉션에도 고문서보다 라이사를 보러온 사람들이 많았다지 않은가. ◆퍼스트 레이디도 외교를 함께 하는 시대. 지난번 노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우리 퍼스트 레이디의 잔잔한 웃음이 떠오른다. 품위있는 모습이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