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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7) 리콴유 싱가포르 前총리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7) 리콴유 싱가포르 前총리

    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를 아시아의 용으로 키운 이는 리콴유(李光耀·85) 전 총리다.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간 싱가포르를 이끌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그를 가리켜 “수에즈 운하 동쪽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시대가 인물을 만드는지, 인물이 시대를 만드는지의 오랜 의문에 후자라는 해답을 준 이”라고 극찬했다. 광둥 하카(중국대륙을 떠나 다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주민)에서 ‘건국의 아버지’가 된 리 전 총리. 그는 지난해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래서 살아남는 데 필요하다면 무조건 오케이였다.” ‘리콴유 개혁’의 핵심은 다름 아닌 ‘국가 생존’이었던 것이다. ●국가생존 전략 ‘12345 비전´ 서른여섯에 그가 총리가 된 1959년, 싱가포르자치령의 1인당 국민소득은 400달러(40여만원)에 불과했다. 실업률은 13%를 넘었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 여러 인종이 뒤섞여 툭하면 폭동과 파업이었다. 그나마 자원이 있는 말레이시아에 기대 살아보려고 1963년 말레이시아연방에 가입했지만 이내 인종 갈등으로 쫓겨났다.‘원치 않는 독립’이었다. 1965년 싱가포르공화국을 세운 변호사 출신의 젊은 엘리트 총리는 ‘12345비전’을 내걸었다.1명의 부인,2명의 자녀,3개의 침실,4바퀴 달린 승용차,500달러 주당 소득이라는 야심찬 청사진이었다. 당시 싱가포르는 아내를 네 명까지 둘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을 연상시킨다. 문제는 비전을 현실화시킬 수단이었다. 당시 싱가포르는 돈도 자원도 없었다. 마실 물조차도 없어 말레이시아에서 사다 먹는 형편이었다. 리 총리는 ‘없으면 오게 하자.’고 생각했다. 돈, 물건, 사람을 끌어 모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면 유인책이 필요했다. 규제부터 대폭 풀었다. 외국기업이라도 사업설명서를 제출한 뒤 승인만 받으면 국가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했다.2차 오일쇼크의 와중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국제공항을 지었다.1981년 개항한 창이 국제공항이다. 정부 주도의 투자회사(GIC)와 국부펀드(테마섹홀딩스)도 만들었다.GIC는 훗날 우리나라의 한국투자공사(KIC) 모델이 됐다. 의사소통(영어)이 되는 인력자원,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시장, 편리한 교통, 빗장 푼 규제 등은 싱가포르에 돈과 사람을 가져다 주었다.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나던 1990년,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1만 2200달러)은 취임 당시보다 무려 30.5배나 불어났다.‘(말레이시아에서)버림받은 작은 섬’이 아시아의 금융·물류 허브로 변신한 것이다.2006년 싱가포르의 외국인 투자 유치액(242억달러)은 우리나라(112억달러)의 두 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도 지난해 싱가포르(2위)는 우리나라(29위)보다 훨씬 앞섰다. ●강력한 리더십 근간은 실용·반부패 리 총리가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단행했던 것은 부패 척결이다.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신설,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최측근이자 절친한 친구에게도 예외는 없었다.2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을 받던 테체앙 당시 국가개발부 장관은 오랜 동지였던 리 총리의 단호한 태도 앞에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청렴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리 총리는 공무원 월급을 파격적으로 올렸다. 지금도 싱가포르 총리의 연봉(132만달러·13억원)은 미국 대통령(약 44만달러)의 3배, 한국 대통령(2억 4000만원)의 5배가 넘는다. 대신,‘파인(벌금) 공화국’ ‘태형의 나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인구 450만명의 작은 도시국가가 거대 미국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공공기물을 파손한 미국인 청년(마이클 페이)에게 기어코 곤장 6대를 때린 일화는 유명하다. 리 총리는 포커게임으로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 때문에 도박을 지독히 혐오했다. 그러나 “세계경제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2005년 싱가포르 정부의 카지노산업 허가를 지지했다. 이같은 실용주의와 원칙주의는 그가 퇴임한 후에도 강력한 ‘그림자 리더십’을 발휘하는 근간이 됐다. 물론 정치 인생을 둘러싸고는 논란이 따른다. 그는 부유한 중국계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 유학(영국 케임브리지 법대)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이후 노동운동가로 변신, 좌파와 연대해 권력을 잡은 뒤 좌파를 몰아내고 화교자본을 끌어들여 정권을 지켰다. 그의 통치철학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섞여 있는 것은 이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런 그도 벌써 여든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나라의 위대한 거인’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90년대 DJ·리콴유 사상논쟁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90년대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벌인 사상논쟁이다. 리 전 총리는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거부하고 자주적 정치체계를 만들려 애썼다.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 박정희 전 한국 대통령과 ‘닮은꼴 리더십’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 근간이 바로 유교적 철학에 바탕을 둔 ‘아시아적 가치’였다. DJ는 아시아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의 폐해에 눈돌렸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지도자들간의 이례적 사상논쟁이었다. 당시에도 국제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지만 지금도 종종 국제 심포지엄 화두로 오르내린다.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리 전 총리가 자유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몰랐다거나 평가절하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길고 고통스러우니 도달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아시아적 가치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리콴유 업적’ 빛과 그림자 정호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익에 도움되면 누구와도 손잡는다는 실용주의 표방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외국인 고문을 영입한 MB(이명박 대통령)정부는 리콴유 정부와 여러모로 닮았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1950∼1960년대 일반 대중이 무지하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 것이 리콴유 개혁이었다.”며 “지금은 사회수준이 높아지고 이해관계도 복잡해져 (우리나라에)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경계했다. 그는 “(리콴유의)강력한 리더십과 부패청산 의지 등은 MB정부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이지만 지나친 엘리트주의, 국익 앞에 개인을 희생시킨 전제주의 등 부정적 유산도 많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소수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주는 엘리트주의는 가뜩이나 작은 도시국가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었다. 엘리트와 열패자 사이의 위화감이 심각하다. 국내 금융계조차 싱가포르투자청(GIC) 사람들의 엄청난 엘리트의식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탄압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나친 원칙주의는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을 억압하기도 했다. 청렴했다고는 하지만 독재자란 굴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2001년 홍콩 중문대가 리콴유에게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주려 하자 학생들이 “독재자”라며 거세게 반대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권력 세습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싱가포르 현 총리(리셴룽)는 그의 장남이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테마섹의 최고경영자(호칭)는 그의 며느리다. 그 자신 지금도 싱가포르투자청(GIC)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의 싱가포르 열풍이 요즘보다 더 극심했던 적이 있다.YS(김영삼)정부 출범 초기 때다.‘리콴유-권력과 리더십’ 책을 쓴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싱가포르를 배운답시고 어찌나 많이 갔던지 싱가포르 정부가 대사관을 통해 ‘업무에 지장이 많으니 자중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였다.”고 비화를 소개했다. 양 교수는 “리콴유는 사회주의적 가치관에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가부장적 철권통치를 휘두른 사람”이라며 “작은 도시국가이기에 리콴유식 개혁이 가능했던 대목도 있고 우리나라와는 사회구조의 틀도 다른 만큼 옥석을 가려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지속 성장에 주목했다. 양 교수는 “서방의 많은 학자들이 싱가포르 경제가 1987년에 과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싱가포르는 견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MB정부가 배워야 할 대목은 바로 이 점”이라고 환기시켰다. 소유는 국가가 하고 경영은 민간에 맡기는 싱가포르식 공기업 민영화 모델도 ‘노사정위원회 위상 강화’라는 전제조건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GIC와 테마섹이 꼭 잘한다고는 볼 수 없는 만큼 (싱가포르식 모델 도입에)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선부론(先富論·능력껏 부자가 돼라)/던컨 휴잇 지음

    중국 남부 광둥성의 지난해 1인당소득은 8900달러, 서부 닝샤후이주 자치구의 소득은 176달러.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곳의 소득격차는 무려 50배에 이른다.1978년 덩샤오핑이 ‘선부론(先富論·능력껏 부자가 돼라)’을 앞세우며 개혁·개방을 실시한 지 30년을 맞은 지금, 도농간 빈부격차는 중국의 가장 큰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그런 배경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2005년 균부론(均富論·다같이 부자가 되자)의 기치를 올린 것. 그렇다면 선부론은 어떤 현재적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선부론이 물론 빈부격차의 한 원인이 됐지만, 그래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은 중국 5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절대 기아에서 해방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점이다. ‘선부론’(던컨 휴잇 지음, 김민주 등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은 중국 시장경제의 키워드가 된 선부론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영국 BBC의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거시적인 틀에서 다루기보다는 경제발전에 따른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라오바이싱(老白姓·일반인)’의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베이징에서 만난 여든 두 살의 자오 노인은 내전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용케 견뎌온 자신의 집이 재개발로 헐리는 것을 모습을 지켜 봐야 했다.1990년대 말까지만해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던 조용한 회색도시였던 베이징은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 대규모 토목 공사가 한창이다.2∼3년 전만 하더라도 막힘없이 달리던 베이징의 5개 순환도로는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허덕이고 있다. 서유럽이 1세기 만에 이뤄낸 것을 한국은 20년동안, 중국은 10년 만에 이룩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중국의 고도성장에 찬사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서구 언론인 특유의 중국에 대한 ‘삐딱한’ 시선은 여전하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경제발전을 이끄는 도시의 모습을 소개하는 한편 실업·빈부격차 등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1만 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하숙생’ 최희준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하숙생’ 최희준

    스피노자는 스스로 ‘왕따 철학자’였다.46세 폐병으로 죽을 때까지 집을 떠나 홀로 ‘하숙생’과 ‘나그네’로 전전했다. 하지만 주위의 어떤 비난과 찬사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삶을 살았다.‘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을 폈다. 그래서 헤겔은 “철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스피노자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 곳곳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 대부분 철학자나 다름없다. 부모를 뒤로하고 고향집을 떠나 ‘하숙생’으로, ‘나그네’로 다들 살고 있을 터이다. 모진 비바람이 닥쳐도 ‘나름대로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며 하나 둘 꿈의 벽돌을 쌓고 있다. 이름을 떨치든 아니든 ‘나 태어나 열심히 잘살아 보겠노라.’고 고민하고 다짐하면서 고군분투한다. TV가 아주 드믈었던 1964년,‘하숙생’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미스코리아 출신의 애인을 구하려다 화상을 입고 버림받은 남자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을 그렸다. 사람들은 비운의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럴 때마다 허스키한 저음의 음성이 미치도록 나지막이 깔렸다.‘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이랑 두지 말자 미련이랑 두지 말자/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어가듯 정처 없이 흘러간다∼’ 전파를 탄 지 불과 10일도 안돼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 경향각지 선술집에서는 너도나도 젓가락 반주에 ‘인생은 나그네길∼’을 불렀다. 그럴듯한 ‘철학적 깊이’에 다들 심취하는 모양이었다.‘그래, 인생이 뭐 별거냐, 벌거숭이로 왔다가 벌거숭이로 가는 것을’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서민들의 지친 삶을 어루만지는 노래로 대표되는 ‘하숙생’이다.1960년대 톱가수 최희준(72)씨가 불렀다.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다. 왜? 이 노랫말을 직접 쓴 고 김석야 선생이 생전에 답했다.“교통 요충지인 천안삼거리를 오가는 길손들의 애환을 어릴 적부터 보면서 드라마로, 노래로 만들어 보겠노라.”고. 40대 이상의 팬들은 물론 30대의 젊은 층도 가수 최희준을 아는 사람이 많다. 전무후무하게 서울대 법대를 나온 가수이자 전 국회의원, 그리고 학사 출신 가수 1호로도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일흔을 넘긴 지난해 그는 ‘대한민국 연예예술상대상’과 ‘화관문화훈장’을 받으면서 ‘영원한 하숙생’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2008년 그에겐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1936년 쥐띠생인 그가 쥐띠해를 맞아 노래인생 50년을 기념한다.‘우리 애인은 올드 미스’‘진고개 신사’‘빛과 그림자’‘하숙생’‘종점’‘팔도강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모아 올가을 특별한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되도록 추억의 팬들을 많이 만나려고 대극장을 물색 중이다. 그를 서울교육문화회관 커피숍에서 만났다. ▶노래 인생 50년을 맞는 소감은 어떠신지요? “벌써 그렇게 세월이 흘렀네요. 예나 지금이나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마구 떨려요.‘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로 데뷔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 봤을 때 ‘올드미스’라는 제목이 쉽게 나왔을까요? “제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른 것은 서울대 3학년 때인 1958년입니다. 지금 동숭동 문리대 교정에서 법대 대표로 저와 가야금 하시는 황병기 선생이 출전해 입상을 했지요.6·25이후 미군의 영향이 많았을 때였습니다. 군복을 염색해 입고 다니기도 했거든요.1959년 대학졸업 후 미8군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데 손석우 선생님이 저를 부르더니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내사랑 주리안’‘그림자’‘목동의 노래’ 등을 주시더군요. 그러면서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부를 수 있는 밝은 풍의 노래를 보급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하셨지요. 이른바 ‘홈송’입니다. 여전히 꼬장꼬장하신 손 선생님은 나이가 90인데도 건장하게 잘살고 계십니다. 지난해에 한번 만나 뵈었지요.” ▶데뷔 당시 같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여럿 되지요? “패티김, 이미자, 남일해, 한명숙, 박재란, 위키리 등 많습니다. 미8군에서 노래를 같이 부른 사람도 많고요.” ▶서울대 법대를 진학했다면 당연히 법관 지망생이었겠네요? “원래는 상대 입학원서를 들고 다녔는데 아버님께서 무조건 법대를 넣으라고 했어요. 장차 법조인이 되라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노래로 빠졌으니 아버지가 많이 속상해하셨습니다.‘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를 발표하고 나더니 당시 대한일보의 임영웅(현 산울림극단 대표)씨가 ‘대기만성형 학사가수 1호’ 어쩌구저쩌구 대문짝만 하게 기사를 쓰는 바람에 아버님이 알게 됐습니다. 보름 동안 아무 말씀도 안 하셨지요.” ▶법대를 진학했는데 고시공부는 안 했습니까? “대학 3학년때 제8회 고등고시에 응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지를 받아봤더니 ‘이건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습니다.” ▶대학 동기들은 누구입니까? “서울대 법대 12회 출신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이한동 전 총리, 남재희 전 국회의원, 김용태 전 내무장관 등입니다. 동기들 중 저 혼자 노래를 부르다 보니 모임에 가면 제 주변에 다들 앉으려고 했는데 나중에는 정치실세들 주변에 모이더군요, 하하하.12회니까 매년 12월12일날 송년회 겸 만납니다.” ▶가수에서 국회의원도 했습니다. 재선에는 왜 도전을 안 하셨는지요?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로 안양지역구에서 출마해 다행히 당선이 됐습니다. 문화관광위를 맡아 입법을 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재선도전은 공천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 관뒀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하숙생’의 가사가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인생이 뭐냐 하는 것은 항상 화두가 됩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때로는 묵상을 하게 만들고, 철학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들리지요. 종교계에 계신 분들도 ‘생각할수록’ 의미가 깊다는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저도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래 과연 인생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또 가사처럼 부담없이 인생을 살다 보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해병대에서 복무하셨지요? “121기입니다.1961년 9월에 입대해 64년 2월에 제대했지요.‘해병 연예대’의 모병 광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한 달에 두세 번 나가는 모병선전과 전국 위문공연을 많이 다녔습니다. 여자 가수도 동행했는데 박재란, 이금희, 한명숙, 현미, 이춘희 등 당대의 스타들이었습니다. 해병 연예대의 멤버는 도미, 남백송, 박일호, 방태원, 박경원, 코미디언으로는 임희춘 등이었지요. 우리의 뒤를 이어 남진, 진송남, 박일남, 오기택 등이 해병 연예대의 전통을 이었습니다.” ▶요즘 노래를 들으면서 격세지감을 느끼시지요? “옛날에는 생각도 못 했던 깜짝 놀랄 만한 노래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이 정규대학의 과목으로도 채택되고 있고 노래를 참 잘 부르는 후배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지요. 한류가 힘을 갖는 것도 실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 근황은 어떻습니까? “아들 둘, 딸 하나 두었는데 다들 결혼해 잘살고 있습니다., 안사람과 단둘이 오붓하게 살고 있지요. 일주일에 두어 번 헬스클럽에서 안사람과 같이 운동을 합니다. 좋아하던 술은 3년 전에 딱 끊어 버렸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저작권료를 얼마 받느냐고 하자 “가수는 받는 게 별로 없다. 그런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돼야 되는데….”라고 했다. 노래는 무엇이냐고 했더니 “말만 들어도 사춘기 때처럼 여전히 가슴이 뛴다.”며 웃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6년 서울 출생 ▲54년 경복고 졸업 ▲59년 서울대 법대 졸업 ▲58년 가요계 데뷔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 ▲64∼66년 10대가수왕 ▲70∼72년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장 ▲96∼2000년 새정치국민회의 안양동안갑지구당위원장.15대국회 문화관광위원 ▲01∼04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근감사 ▲02년 최희준 가을밤 콘서트(정동극장) ▲03∼현재 한국대중음악연구소 이사장 ●주요 히트곡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 하숙생, 팔도강산, 빛과 그림자, 종점 등 200여곡 발표
  • PL의 빛과 그림자

    신세계의 주력인 이마트의 최우선 과제는 일명 PL(Private label)로 불리는 자체 브랜드 매출을 강화하는 것이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업체의 마케팅 비용을 빼서 원가를 떨어뜨리고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한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구매파워를 무기로 제조사의 팔을 비틀어 자기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아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최근엔 PL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수 제조사의 브랜드 이름 그대로 이마트 내에서만 판매하는 이른바 JBP(조인트 비즈니스 플랜) 제품군을 늘리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PL만으로는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PL이 기존 제조사 제품보다 20∼40% 싸더라도 농심의 신라면, 맥심의 커피믹스 등 1등 제품 매출을 따라잡지 못한다. 이마트는 최근 풀무원과 LG생활건강을 JBP 파트너로 잡았다. 연내 이같은 파트너를 1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의 PL이나 JBP가 확대되는 만큼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수 업체가 이마트의 JBP 파트너가 되는 데에는 매출이 많은 이마트와 손잡고 다른 경쟁사 제품을 이기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자체 브랜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마트의 JBP파트너로 나서는 것은 PL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쓰기 위해서는 건실한 제조 업체가 경쟁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면서 “제조사와 상생의 마인드로 유통 질서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물가 시름을 덜어주는 이마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생필품 가격을 20∼40% 낮추겠다며 PL을 본격화했다. 신선식품, 생활용품, 가전, 패션 등 부문에서 현재 18개 브랜드 1만 5000여개 PL상품을 갖고 있다. 전체 매출 가운데 PL 비중을 지난 연말 11%에서 올해 13%로 늘리고,2010년 23%,2017년 30%까지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특별법 빛과 그림자] F1 자동차경주대회법 폐기에 실망…전남 “낙후 언제까지”

    낙후된 전남 지역을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됐던 특별법안이 국회 통과를 못해 물거품이 되거나 통과돼도 알맹이가 빠져 도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27일 전남도와 영암군 등 주민들에 따르면 도의 역점 사업인 영암·해남 관광레저기업도시 건설사업(J-프로젝트)의 선도 사업인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지원특별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도는 이 특별법을 근거로 자동차경주장의 진입로 조성비(500억원)와 도가 부담할 대회 개최권료(1700억원)의 절반(900억원)을 국비로 지원받을 계획이었다. 나아가 2300억원대 경주장 건설 비용을 민간투자로 끌어모은다는 전략도 구멍이 생겼다. 도는 지난해 말 경주장 건설을 위해 지반 다지기 공사에 들어갔다. 이번 특별법은 한나라당이 경주역사문화도시 지원특별법과 연계 처리를 주장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전남도청 안팎에서는 “두 특별법의 제정 취지가 맞지않고 국비 지원 규모도 자동차경주대회는 800억원인 반면 경주 특별법은 1조원대여서 연계 처리는 합리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전일령(64·영암군 삼호읍 나불리) 영암·해남 기업도시추진위원장은 “지역민들은 이번에 특별법 제정으로 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열어 지역발전을 기대했으나 무산 소식에 무척 낙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오는 6월 새 국회에 다시 이 특별법안을 상정한다. 또 목포와 무안군, 신안군 등 서남권 낙후지역 발전특별법이 신발전지역 육성을 위한 투자촉진특별법으로 이름을 바꿔 임시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특별법에서 특정지역 명시가 안 되고 사전 환경성 검토 간소화 등 핵심이 빠졌다. 때문에 지역민들은 지난 1월 정부가 확정한 서남권발전종합계획안 추진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서남권발전종합계획안은 목포·무안 등에 2020년까지 인구 60만명, 산업생산 23조원, 고용 19만명의 자족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사업비 9조 8000억원 중 민자 부담 9조 5000억원으로 충당한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특별법 빛과 그림자] 도청이전법 임시국회 통과에 신바람…경북 “국비 지원 기대”

    경북도와 충북도가 공동 추진 중인 ‘도청이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경북도청의 이전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27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청 이전을 위한 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 26일 제271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도청 이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법적·제도적인 지원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도청 이전 특별법은 ▲국비지원 근거 ▲신도시 건설 인·허가 절차 간소화 ▲신도시내 학교·병원과 같은 인구 유입 시설 입주를 촉진 등이 핵심 내용이다. 도는 특별법 통과로 도청 이전 추정비용 2조 500억원 중 청사 신축비 등 7000억원 이상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청이전특별법은 앞으로 정부로 이송돼 15일 안에 대통령의 공포를 거쳐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게 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번 특별법 추진으로 청사 신축비 이외 기반조성 비용 등 최소 수천억원의 추가 확보가 기대된다.”면서 “새 도청 이전에 따른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어 도시개발 계획 수립 기간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최근 신도청 도시 규모를 인구 10만명 이상, 면적 12㎢ 이상 등을 내용으로 한 ‘도청이전 후보지 입지 기준(안)’을 최종 확정하는 등 도청 이전 작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김도연 교육호 어디로

    김도연 교육호 어디로

    조각 명단에서 거론되지 않다가 막판에 전격 발표된 김도연(56) 교육인적자원부(교육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면면은 생소하다. 그래서 ‘김도연 교육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2005년 9월부터 서울대 공대 학장을 맡아온 김 내정자는 개혁성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는 자율·경쟁주의자로 분류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자율·경쟁주의 교육관과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내정자는 2005년 한 언론에 기고한 시론에서 “대학입학시험의 논술시험조차 자율적으로 치르지 못해서야 헌법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을 우리나라 대학들이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대학별 고사 자율화를 주장했다.‘자율과 경쟁’을 주창하는 김 내정자는 인수위가 제시한 특목고 확대, 대입 자율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평준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초·중등 교육의 빛과 그림자를 분석하고 개선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평준화 교육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어 수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2006년 서울대 공대는 외국인 학생 한 명이 듣더라도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를 개설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인수위의 영어교육 강화 방침과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김 내정자는 취임하면 대학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로스쿨 문제 등과 맞부딪혀야 한다. 공학자인 데다 이공계 교육 경험밖에 없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장관 내정 과정에서 과학계 대표인물을 찾은 것은 이주호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 내정자가 교육계를, 교육부장관 내정자가 과학계를 맡는다는 역할 분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로스쿨, 초중등 교육 등 교육계 현안을 다루는 데 있어 ‘입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열린세상] 영어는 영어일 뿐/김형태 변호사

    [열린세상] 영어는 영어일 뿐/김형태 변호사

    40년전 시인 신동엽은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고 하는 고장’을 부러워하는 산문시를 썼다. 그 고장에서는 광부들의 뒷주머니마다 하이데거며 러셀, 장자가 꽂혀 있다. 삼등열차 대합실 뙤약볕 아래 휴가 여행 떠나는 총리가 기차표 끊으려 서 있는데 역장은 그저 ‘기쁘시겠오.’ 인사 한마디 던지고 지나친단다. 40년 전 ‘그 고장’보다 지금의 우리가 더 잘산다. 하지만 시인의 꿈은 아직도 그저 영원한 꿈으로만 남아 있다. 대통령 자리에 앉지도 않았건만 당선자 말 한마디에 전봇대가 뽑히고 모든 아이들이 영어에 목을 매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사랑은 나의 천국, 사랑은 나의 지옥’하는 유행가 가사는 정확히 이치를 알아본 거다. 좁은 땅덩어리에 가진 것은 사람뿐이니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이 부동산이 급등하자 은행에서 돈을 마구 빌렸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우리 주가지수도 덩달아 급락했다. 잘못은 미국이 했는데 그 손해는 내 주머니에서 충당된다. 그래도 여전히 세계화의 그림자는 못 보고 빛만 따라가는 이들이 많고도 많다. 총리가 휴가여행 가려고 뙤약볕 아래 줄서 있는 나라는 못 되더라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수천만 국민들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건 분명 아니지 싶다. 사람의 살림살이뿐 아니라 수억년 내려온 한강과 낙동강이며 백두대간 산줄기까지 바꾼다는 데는 할 말이 없다. 나라가 온통 영어 때문에 법석이다. 공용어로 삼자는 이까지 있다. 말과 글은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선다. 그 말과 글을 쓰는 사회의 사고방식, 제도, 관습, 문화 그 자체다. 수천년 이어져 온 우리 문화에 서구의 유일신 사상은 없다. 놀라운 일을 겪으면 대개 ‘세상에 이럴 수가’나 ‘아이구 어머니’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영어 쓰는 이들은 ‘오 마이 갓’, 신을 찾는다. 어느새 우리 주변에도 ‘오 마이 갓’을 외치는 이들이 늘어간다. 도봉산 포대능선을 힘겹게 올라 건너편 눈 덮인 산을 바라보며 ‘야’하고 감탄하는데 옆의 젊은 처자는 ‘와우’하고 좋아한다. 일본이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내세워 일본말만 쓰도록 강요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우리의 사고방식, 문화를 바꾸려 안달이다. 요즈음은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해서 새로운 정보가 너무 많고 어렵다. 보통사람들은 우리말과 글을 통해서 이해하고 내 것으로 삼기에도 벅차다. 서울대 영어강의에서조차 우리말 강의 때에 비해 20%도 못 가르쳤다는 이야기를 교수로부터 들었다. 망치 찾다가 도둑 놓치는 격이다. 최첨단 과학계의 성과들은 한국에서도 거의 동시에 번역 출판된다. 일반인들이 우주 양자론이며 진화생물학, 뇌 과학을 알기 위해 영어원서를 뒤적일 필요는 없다. 영어가 실제로 필요한 이들은 국민들 중 극히 일부다. 학자, 연구자들과 외교, 무역 등 국제업무관련 종사자 정도다. 이 소수의 필요 때문에 우리나라의 모든 아이들을 영어에 목매게 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학교 영어수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또다시 학원에서 과외를 받아야 하는 아이며 학부모들이 참 딱하다. 아이들을 외국에 조기유학 보내는 것도 영어 습득보다는 끝없는 경쟁위주 교육에 지친 것이 더 큰 이유 아닌가.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고 하는 고장에서는’ 대학도 평준화되어 있고 청소년기 1년은 학교 안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래도 학업성취도며 대학 평가는 세계 1위다. 그곳에서는 광부가 러셀을 읽고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리길 시인의 집을 놀러가더란다. 김형태 변호사
  • [新 인디아 리포트] (1) 뭄바이의 빛과 그림자

    [新 인디아 리포트] (1) 뭄바이의 빛과 그림자

    언어와 인종, 종교가 다른 11억여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8%대의 경제성장을 수년간 이어가며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신형 엔진으로 떠오른 나라. 거지와 부자, 슬럼가와 고급 아파트 단지, 과거와 미래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신비한 나라. 인도를 복잡하고 미묘한 나라로 만들고 있는 모자이크 조각을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하나 둘씩 들어내 본다. |뭄바이(인도) 최종찬특파원|인도의 관문인 뭄바이의 차트라파티 시바지 국제공항은 생각보다 큰 규모였다. 하지만 공항 내부는 한국의 시골 간이역사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검사대, 비좁고 낡은 수화물 찾는 곳. 시큼한 냄새가 콧구멍을 간질거렸다. 공항게이트엔 총을 어깨에 멘 경찰 두 명이 서 있었다. 마하라슈트라 주정부 의전담당 미틴 신데(40)는 “최근 잦아지고 있는 테러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출입국장 보안선 바로 너머엔 새벽부터 인도사람들이 어깨싸움을 벌이며 마중 나온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한글로 이름을 쓴 쪽지를 내보이는 인도인도 있었다. 새벽부터 소란스러운 인도인들의 그림자 속에서 뜀박질하는 인도 경제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11억 인구 ‘종교·인종·언어´ 포용하는 나라 인도 최대의 도시인 뭄바이의 북부 안데리는 교통인프라가 가장 열악하고 땅값이 비싼 지역이다. 거리를 둘러본 박영서(42)씨는 “이 지역은 70년대 서울 영등포구 구로동과 같다.”고 평했다. 주변 도로는 아침부터 자동차와 택시, 오토릭셔(삼륜 오토바이), 버스, 오토바이, 소떼, 인력거, 사람들이 뒤엉켜 교통지옥을 만들고 있었다. 차도는 차선도 없고 중앙선도 없었다.2차선 도로엔 3개 차량이 함께 달렸다.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하기도 했다. 도로를 먼저 건너는 것이 임자였다. 차량 경적도 끊이지 않았다. 소리가 너무 커 귀가 멍멍했다. 하지만 교통지옥 속에서도 질서가 있었다. 사람이나 차량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다. 도로 중간에서 입씨름하는 운전자도 없었다. 접촉사고도 나지 않았다. 무질서 속의 질서가 있었다. 고풍스러운 중세풍 건물이 많은 뭄바이의 노점에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댔다. 밀크홍차(2∼3루피)인 차이와 야채햄버거인 와다 파브(5루피·약 117원)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안데리 업무단지 초입에서 신문 판매대를 운영하는 사만다 라지프(44)는 “샐러리맨을 상대로 일간신문과 잡지를 팔고 있는데 한 달에 1만루피(약 23만원)는 거뜬히 번다.”고 자랑했다. 다리를 저는 전파상 주인 리브(32)는 “두 평짜리 가게지만 한 달에 3900루피를 번다.”고 말했다. 호텔 종업원 제니타(18)는 “이 도시에 온 지 두 달이 채 안 됐다.”면서 “내 밝은 미래만큼 이 도시는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뭄바이는 가난한 도시란 이미지를 벗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단지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인프라가 없어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할 뿐이었다. 인구가 1700만명인 뭄바이를 가로지르는 미티강에는 악취가 풍겼다. 아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 옆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땟국에 전 사리를 입고 맨발인 아낙이 열매를 깨뜨리며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을 끼고 곳곳에 슬럼가가 있었다. 시 인구의 60%인 1000만명이 곳곳에 산재한 슬럼가에서 산다. 하지만 슬럼가 바로 옆엔 30∼40층짜리 고급아파트들이 여러 동 들어서고 있었다. 땅값이 비싸 한 채당 가격이 우리 돈으로 20억∼30억원에 달한다. 슬럼가들이 하나둘 고급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또한 남부 나리만포인트에서 초파티해변을 거쳐 말라바 언덕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고급주택들과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했다. 뭄바이의 현대화 아이콘을 보았다. ●“노력하면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는 기회의 도시” 인도의 대표적인 상업도시인 뭄바이에서 자주 본 것은 거지였다.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면 책 파는 어린이가 어김없이 나타났다.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구걸하는 할머니도 보았다. 인도(人道)는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도 갈 곳은 많은 거지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지저분한 돗자리 하나 깔면 그곳이 바로 자기 집이 됐다. 벽도 지붕도 문도 없지만 거지들은 이곳에서 아기들을 키우고 밥도 해먹고 잠도 청했다. 하지만 행인들은 이들을 보고 통행에 방해된다고 호통을 치거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거리 미관 해친다고 이들을 내쫓는 경찰이나 공무원도 물론 없었다. 거대한 인도를 하나로 굴러가게 만드는,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과 포용력을 보았다. 이렇게 뭄바이는 가난과 절망의 그림자를 털어내고 풍요와 희망의 빛으로 거리 하나하나를 채워가고 있는 중이었다.“이 도시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의 도시이며 언제나 깨어 있는 도시다.”라는 히만슈 요기(47)의 말 속에 뭄바이의 현재와 미래가 녹아 있는 것 같았다. siinjc@seoul.co.kr ■“고국 발전하는 모습에 뿌듯 축제 ‘디왈리’ 꼭 보러오세요” “2∼3년에 한 번씩 고국에 올 때마다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느낀다.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 마천루들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 인도 뭄바이행 대한항공 여객기 기내에서 만난 미국 거주 인도인 아툴 켈레카르(43)는 고국이 발전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 세크라멘토 IT업체에서 소프트웨어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그는 지금 고향인 뭄바이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2년마다 한번씩 가는데 작년에 부모님이 미국을 찾아와 이번엔 3년 만에 고향땅을 밟는다. 그는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끌고 있는 모범적인 가장이다. 닮은꼴 귀걸이를 한 부인 슈방기(41)와 딸 아우아니(9)의 얼굴엔 근심거리가 없다. 행복한 표정이 가득하다. 무남독녀인 아우아니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해서인지 환한 얼굴이다. 아주 귀엽다고 칭찬하자 아이는 얼굴을 붉히며 고맙다고 대답했다. 아빠와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어린이 영어책인 ‘Homework Machine’을 읽기도 하며 미국에서 인도까지 장거리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아이는 하나면 충분하다며 더 이상 낳을 생각이 없다는 그는 “인도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 인종이 섞여 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라며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이니만큼 볼거리도 많다.”고 강조했다. 타지마할과 라지스탄 사막의 밤하늘, 아잔타석굴을 꼭 둘러봐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만인 그는 같은 자티(하위카스트) 출신의 부인과 결혼했다. 인도에서의 결혼은 대부분 중매로 이뤄지며 자티가 같은 집안끼리 혼인관계를 맺는다. 이것이 인도의 카스트를 오늘날까지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는 “퇴직하면 고향에 와서 살겠다.”고 강조했다. 부모와 형제자매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4주 동안 고향에 머물 예정이라는 그는 인도 최대 축제인 디왈리를 반드시 구경하라고 추천했다. 삼촌이 방갈로르 IT업체에서 일한다는 그는 “뭄바이, 델리 등 대도시에서는 돈지갑을 조심하고 택시요금은 부르는 대로 주지 말고 깎아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디왈리 인도의 새해맞이 축제. 힌두음력 기준으로 10월말에서 11월 중순 사이에 시작해 5일간에 걸쳐서 진행된다. 디왈리는 산스크리트어로 빛의 무리라는 뜻. 부의 여신 락슈미가 와주기를 기원해 불을 켜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축제 전날 기도를 시작으로 인도인들은 가족 친지들에게 ‘해피 디왈리’라고 외치며 인도식 케이크인 스위트를 돌리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거리에선 축제 14일 전부터 폭죽을 터트리기 시작해 디왈리 때 절정에 달한다.
  • 전성기 맞은 아이돌 그룹…‘빛과 그림자’

    전성기 맞은 아이돌 그룹…‘빛과 그림자’

    아이돌 댄스그룹이 장악한 2007년 한국 가요계. 관계자들은 10여년만에 돌아온 아이돌 그룹 최고의 전성기라고 말한다. 1990년대 하반기까지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H·O·T, 핑클,S·E·S,god, 신화 등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던 아이돌 그룹은 2000년대에 들어서 동방신기를 제외하곤 세력이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 빅뱅, 원더걸스, 슈퍼주니어를 필두로 한 아이돌 그룹은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은 대형기획사의 지원과 디지털 음반시장의 영향력이 맞물린 결과다. 가요계에 다시 열린 아이돌 그룹 전성시대의 명암을 짚어본다. ●디지털 음반시장 활성화로 다양한 시도 가요계를 이끌고 있는 JYP,YG,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히트 아이돌 그룹을 하나씩 배출했다. 가수 박진영이 프로듀서로 있는 JYP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여성그룹 원더걸스는 복고풍 댄스곡 ‘Tell me’로 하반기 가요시장을 강타했고,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양현석이 대표로 있는 YG엔터테인먼트는 남성그룹 빅뱅이 ‘거짓말’을 히트시키며,10대에 국한됐던 팬층을 20∼30대까지 끌어올렸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아이돌 그룹의 산실인 SM엔터테인먼트는 ‘소녀시대’를 무난히 안착시키며 여성 아이돌의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이렇듯 올해 아이돌 그룹이 쏟아진 것은 그동안 최소 2∼3년, 길게는 5∼6년 동안 대형기획사들이 훈련시킨 연습생들이 한꺼번에 데뷔했기 때문. 톱가수들을 기본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형기획사들은 가수 발굴은 물론 홍보 마케팅에서도 노하우를 갖고 있다. 홍승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0대라는 확실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20∼50대까지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세계시장 진출을 생각하면 습득력이 빠른 10대 그룹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올해 아이돌 그룹의 활동이 두드러진 것은 디지털 음반시장의 활성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휴대전화 벨소리 수요가 커지고, 음반 구매가 아닌 인터넷 다운로드 등 음악의 소비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신인가수라 하더라도 온라인에서 대중들의 귀에 들면 오프라인까지 인기가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데뷔한 FT아일랜드는 아이돌밴드라는 컨셉트도 특이했지만,‘사랑앓이’,‘천둥’ 등이 온라인에서 먼저 인기를 끌면서 유명 선배가수들 틈새에서도 선전했다. 때문에 최근 신진 아이돌 그룹은 정식 음반을 내기 전에 많게는 몇 장씩 싱글 앨범을 내고 음악과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곤 한다. 빅뱅은 ‘거짓말’이 히트하기까지 싱글과 정규·미니 앨범을 합쳐 모두 5장의 앨범을 발매했고, 원더걸스 역시 올초 ‘아이러니’가 실린 싱글앨범으로 데뷔한 뒤 하반기에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 8월 싱글 ‘다시 만난 세계’를 냈던 소녀시대도 석 달 만에 다시 1집 앨범을 냈다. YG 박재준 이사는 “아무래도 신인들이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은 들인 노력이나 비용면에서 위험이 많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요즘은 디지털 음반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만큼 신인들은 기성 가수들에 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만 좇으면 생명력 단축 하지만, 대형기획사의 노하우와 마케팅을 등에 업은 아이돌 그룹이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제2의 신화’로 불리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배틀’이나,‘제2의 핑클’을 표방했던 ‘카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음악적 능력에 기초하지 않고, 기획사에서 만들어 내다시피 한 아이돌 그룹의 자생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회사의 색깔이나 프로듀서의 입김이 너무 강하게 작용하다 보면 진정한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방송용 엔터테이너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10대가 좌우하는 가요시장에서 아이돌 그룹은 가뜩이나 좁아진 음반시장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시청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공중파 방송 등의 미디어는 이들을 주목하지만, 그밖의 세대는 점점 더 소외되어 ‘반시장’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자라야 할 10대들에게도 획일적인 음악패턴과 일부 배타적인 팬문화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서나 아이돌 그룹은 있어 왔지만, 한국에서는 구조적으로 미디어와 제작사들이 이들의 단기적인 흥행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문제”라면서 “음악적 고민보다 각종 트렌드의 결과물로 가공된 아이돌 그룹은 음악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의 생명력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신세계 이마트 PL제품 판매 한달…빛과 그림자

    신세계 이마트 PL제품 판매 한달…빛과 그림자

    신세계 이마트의 자사 브랜드(PL)제품이 출시된 지 꼭 한달이 됐다.PL제품은 현재 꾸준한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골든존(눈에 가장 잘 띄는 판매대)이 PL로 도배되는 등 제조업체와의 상생은 외면하고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마트,2012년이면 울트라 ‘영갑’(영원한 갑)으로 등극 이마트측은 16일 “PL제품 출시 한달 동안 PL이 전체 이마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로 PL출시 첫주의 12.5%보다 약간 줄었다.”면서 “그러나 PL출시 첫주에는 론칭 할인행사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PL제품 판매는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신세계의 이날 주가(종가 기준)는 71만 5000원으로 PL 출시 첫날인 지난달 18일(67만원)보다 6.7%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평균 5.9% 올랐다. 유통업체가 잘나갈수록 제조업체에 대한 유통업체의 장악력은 더 세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대형 할인점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1등 제조 브랜드의 하나인 농심도 대형 할인점 매출 비중이 10년전(1997년) 5%에서 올해 21%로 4배 이상 커졌다. 이마트는 오는 2010년까지 국내 점포수를 108개에서 143개로 올해 보다 32%, 매출은 10조원에서 12조 6000억원으로 26%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마트측은 “현재 9개인 중국 점포수를 2012년까지 50개로 늘릴 계획”이라면서 “2012년이면 국내 제조업체의 물건을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대거 팔아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제조업체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강화된다는 얘기다. ●‘상생경영 실종’ 비판에 눈 감아 대형 할인점의 힘이 세지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IMF사태) 이후다.1993년 출범한 신세계 이마트가 외환위기 이후 점포수를 대대적으로 확장하자 홈플러스(1997년), 롯데마트(1998년)가 뒤를 따라왔다. 지금은 사라진 까르푸(1996년), 월마트(1998년)도 외환위기 전후로 생겨나면서 대형 할인점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됐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제조업체가 물건을 주네 안 주네 하며 유통업체에 큰소리쳤다.”고 말했다. 제조업체가 ‘갑’이라면 유통업체는 ‘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형 할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처음엔 물건 팔 곳이 많아져 좋은 듯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갑과 을의 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이번 이마트의 PL제품 출시로 유통업체 우위 구조는 고착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PL 출시 이후 유통업체의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예컨대 ▲골든존 판매대는 모조리 이마트 PL제품으로 도배해 제조사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고 ▲제조사 제품과 거의 차이가 없는 내용의 제품을 이름만 바꿔 싸게 PL로 내놓으라고 압력을 넣기도 하며 ▲브랜드는 이마트지만 불량품에 대한 책임 및 재고, 마케팅 비용 등은 제조사에 떠넘기는 등 PL을 불공평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않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대형 할인점의 추가 출점은 한계가 있는 만큼 대형 할인점의 PL 출시는 불가피한 성장 전략”이라면서 “그러나 1등 제품을 그대로 베끼거나 골든존을 모조리 PL제품으로 까는 등 비양심적으로 PL을 운영하기보다 중소 제조업체들과 상생하는 마인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깊은 계곡, 물그림자는 신비의 누드

    깊은 계곡, 물그림자는 신비의 누드

    ‘붕괴되고 있는 계곡 그 아름다움 화폭에라도 남기겠다. 비경의 계곡들이 파괴되고 있다. 아니 이미 붕괴되었다. 도시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살아야 하니 집을 지어야 하고 길을 내어야 하지만 깊은 산속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까지 망가뜨려야만 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이것은 인간의 허황된 욕심이 불러오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다.’ 골수 산꾼인 배종호(裵宗鎬.58) 화백은 스스로를 ‘산과 계곡’을 그리는 화가임을 자임한다. 그렇지만 옆에서 엄밀하게 살펴보면 그는 ‘산과 계곡’이 아니라 ‘계곡과 산’을 그리는 화가다. ‘산보다는 계곡이 먼저’라는 뜻이다. 산행의 형태에 비유를 한다면 그는 ‘등정주의(登頂主義)’가 아니고 ‘등로주의(登路主義)’다. 산행길, 그의 직관에 포착된 계곡의 표정은 맑고 깨끗하고 건강했다. 화가의 길에 오르기 전 그는 대구시가지 도심의 빌딩과 상가, 소음공해 속에서 생업으로 상업미술을 했다. 이러한 환경이었기에 산과 계곡이 더욱 그리워졌을지도 모른다. 주말이면 산을 찾았고 산행길, 계곡의 물가에 앉아 때묻은 일상을 훌훌 털어 버리고 캔버스 위에 계곡의 아름다움을 담기 시작했다. 미술대학에서 정규 미술공부를 한 바가 없다.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하고 상업미술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하다가 마흔 살, 불혹의 나이가 되어 화가의 길로 뛰어 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입문한 화가의 길에는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 그 산속의 계곡들이 무궁무진 펼쳐져 있었다. 지리산을 찾았다. 지리산 북쪽자락, 경남 함양군 마천면 - 이곳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계곡, 셋 중의 한 곳인 칠선계곡이 있다.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에서 발원한 급류가 절벽을 뚫고 깊은 계곡을 이루는 곳으로 지리산 10경 중 하나로도 꼽힌다. 화백은 이 골짜기에서 한번 더 꺾인 더 깊은 광점동 계곡으로 들어가서 진을 쳤다. 그림 한 점 담아 오는데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이 때부터 그의 계곡그림산행은 이어졌다. ‘운문산학소대’에서 ‘가야산홍유계곡’으로, 또 더 멀리 ‘설악산천불동계곡’으로, 그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고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1997년, 드디어 ‘계곡의 선경’들이 담긴 그림들로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제1회 개인전 - 대동은행 본점) 이 그림들을 보고 어느 시인은 ‘계곡은 그 자체로 자연의 가장 은밀한 처소, 깊은 협곡과 맑은 물이 어우러져 빚어낸 신비로운 누드’라고 했고 ‘물은 때로 희게 부서지며 급하게 굽이쳐 흐르거나 폭포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한없이 느리게 흘러 내리다가 깊은 소(沼)를 만들기도 한다. 배화백은 이러한 계곡의 신비로운 자태를 정감어린 눈으로 어루만지며 정교한 필치로 캔버스에 옮겼다’고도 했다. 제1회 개인전에서 각계 각층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은데 힘을 얻은 배화백은 2000년 제2회, 2004년에는 제3회 개인전을 열었고 2005년에는 현대미술 체코프라하전, 한일작가 교류 아오야마 초대전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배정숙(바르나바수녀) & 배종호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의 이 전시회는 1956년에 문을 연 대구파티마병원 개원 50주년의 기념전이었다. 바르나바수녀는 배화백의 친누님이시고 남매전의 성격이었던 이 전시회에서 누님은 양초공예가로 양초작품을 전시했다. 네 차례의 전시회를 여는 동안 배화백은 미술평론가와 시인들 그리고 여러 언론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배종호, 그를 보면 자연이 떠오른다. 그의 손을 거치면 또 하나의 자연이 된다. 버려진 들녘의 풀 한 포기도, 이름 모를 들꽃과 산야에 나 뒹구는 돌맹이조차도, 그를 만나면 자연의 생명력을 가진다. - 정인열(매일신문정치부장) 화가 배종호는 산수(山水)의 초상화가(肖像畵家)다....늘 그의 그림 산수속에서 등산복 차림으로 불쑥 나타날 것 같은, 즉 자연의 내밀(內密)함을 매우 조심스럽게 표출하는 그에게 ‘산수의 초상화가’라는 말을 붙이는데 대하여 어느 누구도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다. - 김태수(시인) 바위와 물의 흐름, 그리고 수면에 비친 정경 등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내는 그의 필치는 범수(凡手)가 아니다…그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숨겨진 계곡을 그리러 자주 산을 오른다. 비경을 감추고 있는 그 계곡들처럼 배종호의 그림 세계 또한 신비한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는 숲으로 우거져서 우리 화단을 더욱 풍성하게 할 그날을 기다려 본다. - 박원식(미술평론가) 황금분할, 수평적 구도의 캔버스, 그 위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의상을 두르고 떠오르는 산과 계곡, 넉넉한 모성애로 그 맑은 계곡을 어루만지며 흐르는 맑은 물…, 그는 아직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원시적 살결을 지니고 있는 계곡을 편애하는 소박하고 감성적인 리어리즘 화가다. - 김선굉(시인) 찬사를 보낸 분들은 ‘아직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원시적 살결을 지니고 있는 계곡’이라는 표현들을 했지만, 막상 계곡 현장에서 배화백이 보고 있는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는데서 배화백은 가슴 아파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억만년 동안 간직되어 온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이 비극을 어떻게 막아야 하나. 그리고 화가인 자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100년, 200년 후, 후손들이 추하게 망가진 계곡만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화백의 등에는 땀이 흐른다고 했다. 그래서 산으로 계곡으로 향하는 그의 발길은 더 바빠지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살아 숨쉬고 있는 계곡의 아름다움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은 그림을 많이 남겨야겠다고 했다. 칠곡미협 회원이자 한국미술전업작가협회 회원이기도 한 배종호 화백은 대구광역시산악연맹 부회장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글 박재곤《산따라 맛따라》《이렇게 사는 인생》저자, www.sanchonmirak.com     월간 <삶과꿈> 2007.09 구독문의:02-319-3791
  • [신당 대선후보 정동영] 범여 단일화 나설 3인 비교

    [신당 대선후보 정동영] 범여 단일화 나설 3인 비교

    1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주자로 정동영 후보가 선출되면서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 국면에 본격 진입했다. 신당의 정 후보,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인제 후보, 그리고 창조한국당(가)의 문국현 후보간 기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세 후보 모두 단일화 필요성과 ‘한나라당 집권 저지’에 공감한다. 나머지는 교집합을 찾기 어렵다. 대권 도전 경력으로 보면 정 후보는 재수생, 이 후보는 삼수생, 문 후보는 신입생이다. 지지 기반과 성향도 다르다. 단일화의 시기와 방법을 따지고 들면 신경전은 더 치열해진다.‘한지붕 세 가족’이라 할 만하다. 정 후보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 패배했다. 두 번째 대권 도전인 셈이다.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직후 두 번의 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을 거치며, 뼈를 깎는 ‘재수생활’을 했다.15·16대 총선에서 연거푸 전국 최다 득표 의원이라는 영예를 누렸지만,17대 총선 직전 ‘노인 폄훼 발언’으로 비례대표직을 내놓는 시련을 겪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대권 삼수생이다. 한번은 본선에서, 한번은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두 후보에 비해 대선 경험이 풍부하다. 대권 도전사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세 번의 출정 동안 내공과 조직을 다진 것이 ‘빛’이라면, 두 번의 경선 불복종과 탈당 경력은 두고 두고 ‘그림자’로 작용했다.4선 의원으로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문 후보는 정치 신입생이다. 대선 도전도 처음이다. 유한킴벌리의 평사원으로 입사해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환경운동과 반부패운동 관련 20여개 시민사회단체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범여권 잠룡으로 일찌감치 주목받던 문 후보는 지난 14일 창조한국당을 창당하며 유력한 제3후보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세 후보는 서로 다른 정치적 기반과 노선을 갖고 있다. 이념적 기반에서 정 후보는 중도개혁을, 이 후보는 중도보수를, 문 후보는 중도개혁 성향을 띠고 있다. 지역적 기반에서도 호남권, 충청권, 수도권을 각자 진지로 삼고 있다. 현재 지지율 격차도 크지 않아 단일화 협상에서 우위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세 후보 가운데 어느 누구도 단일화 주도권을 쥐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지표들이다. 범여권 대표정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 후보 입장에서 볼 때 이 후보보다 문 후보와의 단일화에 더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문 후보의 지지층 상당수가 수도권의 30∼40대와 화이트칼라, 진보층이다. 정 후보가 본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타깃 지지층”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와는 ‘단일화’와 ‘세력 통합’을 동시에 결론지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신당과 민주당은 각자 경선에서 전통 지지층인 호남의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세력통합이 전제되지 않은 단일화는 범여권의 대선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교훈이다. 구혜영 나길회기자 koohy@seoul.co.kr
  • [인도통신] 선종 10주년 마더 테레사의 빛과 그림자

    [인도통신] 선종 10주년 마더 테레사의 빛과 그림자

    가난하고 버려진 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테레사 수녀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인도 콜카타(Kolkata)를 비롯 세계 곳곳에 그녀의 사랑의 흔적은 아직도 여전하다. 선종 10주기인 지난 5일 콜카타 시내 빈민가에는 콜카타 대주교가 주관하는 미사를 비롯 ‘빈자의 성녀’를 추모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현재 테레사 수녀가 콜가타에 세운 사랑의 선교회는 여전히 ‘마더 하우스’로 불리우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테레사 수녀의 선종 후 선교회가 제대로 운영될 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사랑의 선교회는 더 확대돼 더 많은 국가에 병원이 지어졌으며 소속된 수녀도 4천800명에 750개 이상의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편지형태로 된 그녀의 심경고백론이 공개되면서 마더 테레사가 생전에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과 고민으로 가득했었다는 충격적인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생전 그녀가 가난한 자 중에서도 가난한 자를 돌보라는 신의 부름을 들었다고 고백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테레사 수녀가 생전에 자신의 심경을 나누었던 서한 40통을 모아 출간된 내용 가운데 ‘주께서 제 안에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둠, 냉담, 공허의 현실이 너무도 커서 제 영혼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라고 고백한 부분 등이 언론의 집중 화살을 받았다. 이같은 내용을 출간에 앞서 입수한 일부 언론들은 테레사 수녀가 신의 부재로 번민했으며 드러난 그녀의 신앙관 때문에 성녀 반열에 올리는 절차에도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고까지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테레사 수녀의 번민에 대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일 젊은 가톨릭 신도 30만명에게 한 연설에서 “깊은 신앙으로 자선활동을 폈던 테레사 수녀조차 하느님의 침묵으로 고통 받았다.”며 “때때로 모든 신자들은 이런 하느님의 침묵을 견뎌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을 일축했다. 1929년 콜카타에 온 알바니아 출신인 테레사 수녀는 아그네스 곤자 보와쥬라는 본명보다 ‘가난한 자의 어머니’, ‘빈자의 성녀’로 더 알려져 있다. 1997년 9월 5일 밤 인도 캘커타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2003년 교황청에서 시복(교황이 성덕을 인정해 복자로 선포함)돼 시성(성인 또는 성녀로 추대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숱한 난관에 부딪치면서도 가난으로 죽어가는 사람들과 나병 환자, 버려진 아이들, 노인들에게 끈질기게 사랑을 전했던 테레사 수녀는 선종 10주년을 맞아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받고 있다. 나우뉴스 인도통신원 김대석 redarcas@gmail.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지구촌 식량대란 오나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지구촌 식량대란 오나

    ■ 유럽-바이오 연료 확대…곡물값 최대 25% 오를 듯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 맑음, 아프리카 흐림’ 유엔 농업식량기구(FAO) 분석에 따르면 올해 유럽 곡물 생산량은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아프리카 특히 북부 아프리카는 생산량이 급감해 식량 위기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올해 곡물 생산량은 4억 2230만t으로 지난해보다 4.3% 늘어날 전망이다. 재배면적이 2% 늘어났고 재배 조건이 점차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옥수수값 2배나 ‘껑충´ 그러나 변수도 있다. 예상대로 생산량이 증가하려면 북부·중부 유럽에서는 강수량이 더 필요하다. 지난 4월 한달여 계속된 고온으로 강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역내 주요 곡물 생산국가인 프랑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는 지난해 가뭄이 적었고 밀 재배면적이 소폭 늘어나 생산량이 늘어났다. 최근 2년 동안 가뭄으로 수확량이 줄었던 이탈리아의 경우도 저수 시설 개발과 경작지 비옥도 개선으로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부 유럽권도 가뭄이 심했던 헝가리·불가리아를 제외하면 평균 수확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생산량이 소폭 늘어도 곡물 가격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바이오 에너지 비율을 점차 늘린다는 EU방침 때문이다.EU는 2010년까지 수송연료의 5.75%를 에탄올 등 바이오연료로 대체하고 2030년에는 25%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4일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유채, 피마자 등 각종 식물의 씨앗을 연료로 하는 바이오디젤 생산이 향후 10년 동안 1000만t에서 2100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럽 농가들도 생산 곡물을 대량 바이오 에너지로 전용하고 있어서 가격 상승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영국 등 EU회원국 곡물가격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바이오 에너지용 원료로 각광받는 옥수수의 경우 지난해 2배나 인상됐다. 이밖에 우유(60%), 버터(40%), 돼지고기(20%), 밀(11%) 등의 가격도 상승했다. ●아프리카 생산량 급감 예상 반면 아프리카는 식량 수급상황이 전반적으로 심각해 곡물가격 상승이 겹칠 경우 ‘식량 대란’이 우려된다. 북부 아프리카의 경우 주요 생산지역의 가뭄과 홍수로 밀·보리·옥수수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밀의 경우 올해 예상 생산량이 1450만t인데 지난해보다 22% 줄어든 것이다. 보리도 320만t으로 2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모로코의 경우 밀 수확량이 50% 정도 감소할 전망으로 5년내 최소치다. 수확량 감소에 일부 지역은 내전이 겹쳐 식량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FAO가 진단한 원조 필요 국가 33개국 가운데 아프리카는 25개국이다. 수요 급증에다 바이오 에너지 개발 열기가 겹치면서 최근 곡물가격은 대폭 상승했다. 이런 추세가 향후 10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FAO·OECD의 분석 결과다. 이에 따르면 바이오 에너지원 개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곡식과 종자 등 곡물가격은 10년간 20∼25%까지 오를 전망이다. vielee@seoul.co.kr ■ 미국-내년부터 곡물수확량 30% 에탄올 생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은 세계 1위의 경제대국, 군사대국일 뿐만 아니라 농업·식량대국이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 단순한 식량 부족은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 에너지 생산 증가와 기상악화로 인한 식량 생산 감소 ▲중국 등 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식품의 안전성 ▲식품을 통한 테러 가능성 등이 식량과 관련한 현안이 되고 있다. ●식탁의 옥수수, 연료 공장으로 미국에서는 몇년전부터 농산물을 식용이 아니라 연료용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른바 바이오 에너지 열풍으로 옥수수와 콩, 사탕수수 등이 가솔린과 디젤에 첨가되는 바이오 연료로 가공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이런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내년부터 곡물 수확량 중 30%가량을 에탄올 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식량 생산은 줄어들고 식품 가격은 오르고 있다. 미국의 식료품 물가는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에 6.7%나 올랐다. 지난해(2.1%)에 비해 상승폭이 세 배 이상 커졌다. 또 미국의 옥수수 생산지인 아이오와 주의 땅값이 지난해 35%나 오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미국의 식량 생산 감소에 대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환경프로그램(UNEP) 등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UNEP의 아킴 스타이너 행정책임자는 4일 기자회견에서 “식량 생산과 바이오에너지 생산이 경쟁하는 체제가 되면 매우 중대한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기상악화로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올해 미 동남부 지역은 100여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농작물 수확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내 옥수수 재배면적의 88%, 콩의 85%, 목화의 74%가 발육이 부진한 상태로 파악됐다. 한편 미국 정부는 ‘식품을 통한 테러’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인의 식수원인 저수지나 농장, 식품가공 공장 등에 테러리스트들이 대량의 독극물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이에 대비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대책팀을 만들고 웹사이트(www.foodsaftey.gov)까지 설치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dawn@seoul.co.kr ■ 파벨 바브라 OECD 농무국관 “연료용 곡물 신중한 접근 필요” |파리 이종수특파원|“올해는 물론 당분간 곡물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생산량과 곡물 비축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옥수수·사탕수수 같은 곡물이 바이오 에너지에 이용되는 것도 큰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2007∼2017년 세계 농산물 가격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의 한 축을 맡은 OECD 농무국 무역 및 정책담당관 파벨 바브라(38)를 지난달 29일 파리 16구 농무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곡물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바이오 에너지 개발의 ‘빛과 그림자’를 강조했다.“바이오 에너지용 농작물 사용 확대는 화석 연료를 대체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반면 국제 곡물값 인상이라는 역기능도 낳고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는 한 예로 최근 1년 동안 국제 곡물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이 60% 오른 것을 들었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현재 OECD나 FAO, 유럽연합(EU) 등은 당분간 바이오 에너지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그는 바이오 에너지용 곡물의 집중 재배에 따른 문제점을 연구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브라 담당관은 이어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 원인으로 바이오에너지 개발 열기 외에도 ▲곡물 재고량 감소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난해 가뭄 ▲신흥 경제개발국의 식량 수요 급증 ▲달러화 약세 등을 꼽았다. 구체적 수치를 묻자 보고서 발표 예정인 4일 이후 보도를 전제로 “특히 브라질과 미국·중국의 바이오연료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인데 브라질은 10년 뒤 440억ℓ를 생산할 예정으로 현재보다 2배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흥 경제개발국의 식량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곡물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중국·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물론 EU 회원국이 된 폴란드·헝가리 등은 빠른 경제발전으로 식량 수요가 늘어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 인구가 많은 중국·인도 두 나라의 인구 증가율이 급증해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적지 않은 요인으로 들었다.“중국 인구 증가로 돼지 수요가 늘어 지난해 가격이 20% 상승한 것이 한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OECD 입장에서는 이런 곡물 가격 상승이 반드시 ‘부정적 현상’이 아니라고 귀띔했다. 지구촌 차원에서는 그늘이 드리우지만 OECD 입장에서는 곡물 가격이 낮은 경제개발 국가의 농가에 지원하던 보조금 부담이 덜어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경제개발국가 농가는 수출 가격 인상으로 혜택을 본다는 논리다. 체코 프라하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 몬태나 주립대학원에서 응용경제학을 전공하고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뒤 6년 전부터 OECD에서 일하고 있다. vielee@seoul.co.kr ■ 일본-식량자급률 73%→40%… 새 보조금정책 ‘개혁’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은 지난 4월부터 농업·농촌 구조개혁의 하나로 새로운 농업보조금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모든 농가에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생산가격 보조정책을 바꿔 일정 규모 이상의 농사를 짓는 농업경영인을 대상으로 한 소득보조정책인 ‘품목별 횡단적 경영안정대책’이다. 농업에 시장원리를 도입, 농업경영의 안정·집중·중점을 꾀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집중과 선택이다. 개인 및 법인은 경영면적이 4㏊ 이상, 집단영농은 20㏊ 이상을 기본으로 ‘의욕적인 농업인’이라는 조건을 달아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당시 “농업인들의 적잖은 반발에도 불구, 생산의 효율성과 함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 차원에서 ‘식량 안보’라는 용어를 곧잘 사용한다. 식량수급이 세계의 인구 증가와 더불어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 변화에 따라 불안정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에서의 식량은 쌀·밀·옥수수와 같은 주식용 곡물과 함께 가축 등의 사료도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농촌의 체질 개선에 우선 일본의 종합식량자급률은 1965년 73%에서 현재는 40%로 떨어졌다. 주요선진국 중 최저 수준이다.8년째 40%에서 변함이 없는 상태다.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 중 25위, 인구 1억명 이상의 국가 가운데 최하위다. 식생활 문화의 변화와 함께 농업의 경쟁력 약화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농산물 수입액은 지난해 5조 41억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식량자급률을 45%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농업 구조는 취약하다. 농업인의 감소와 고령화, 유휴지 증가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령별 농업인은 1990년 61.0%를 차지했던 40∼65세가 2005년에는 37.6%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65세 이상이 90년 26.8%에서 57.4%로 두배 이상 늘었다. 경작을 포기한 농지도 90년 22만㏊에서 2005년 39만㏊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총경지면적 역시 90년 524만㏊에서 469만㏊로 55만㏊나 줄었다. 결국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2005년 쌀의 자급률은 95%, 생선은 57%, 쇠고기는 43%, 돼지고기는 50%, 채소는 79%, 콩은 5%, 과일은 41% 등이다. 때문에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11월 경제재정자문회의 산하에 ‘경제연대협정(EPA)·농업 실무단’을 설치,‘21세기 신농정’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농업의 체질 강화에 나섰다.99년 제정된 ‘식료·농업·농촌기본법’을 기초로 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 확보 ▲농업의 지속적 발전 ▲농촌의 진흥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개방과 보호, 두 마리 토끼 쫓는다 일본은 ‘품목별 횡단적 경영안정대책’ 이외에 내년부터 ‘농업재생기구’를 설립해 대규모 농지를 조성한 뒤 효율적인 농업 경영을 위해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법인기업 등이 농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될 전망이다. 나아가 EPA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식량자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와 멕시코·말레이시아·필리핀·칠레·태국 등과는 EPA 또는 FTA를 체결했으며, 베트남·인도·호주·스위스 등과는 협의 단계에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는 개방을 통한 식량의 안정적 확보에 더 비중을 두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hkpark@seoul.co.kr ■ 중국-1인당 농지 958㎡ 불과… 세계곡물시장 위협 |베이징 이지운특파원|개혁·개방이후 지속적으로 식량 증산에 힘써오던 중국은 마침내 지난 1998년 역사상 농산물이 가장 풍부한 시기를 맞게 된다(표 참조). 공급이 수요보다 많게 되는 경험을 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기쁨도 잠시,1999년 이후 생산량은 하락을 시작해 2003년에는 1990년대 초기 수준까지 떨어진다.2000년 이전 1억 1000만㏊ 이상 수준으로 안정돼 있던 식량 파종면적도 계속 줄어들어 2003년에는 1억㏊ 아래로 떨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는 2004년부터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시행, 지난해 2003년보다 6676만t을 증산하는 성과를 거두며 자신감을 다소 회복하게 된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누가 중국을 먹여살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농경지 감소 등 몇 가지 요인들이 식량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농지, 더딘 증산속도 중국의 농경지는 1996년 1억 3000만㏊였던 것이 2003년에는 1억 2340㏊로 줄어들었다. 매년 평균 950만㏊씩 줄어든 셈이다. 과거 개간지를 다시 삼림 또는 초지로 환원하는 이른바 ‘생태 귀농’이 62%로 상당하긴 하지만 건설부지로 14%, 재해훼손으로 6%가 줄었다. 농업구조조정으로도 18%가 감소됐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전역의 1인당 평균 농경지는 958㎡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평균의 45%에 불과하다. 더욱 큰 문제는 다른 용도로 전용된 농경지는 대부분 비옥한 것들인데, 보충된 농경지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변방지역이나 전혀 개간이 되지 않은 땅이 상당수다. 우량 농지의 전용 가속화가 중국의 실질적인 고민이다. 여기에 중국 농업은 식량 증산의 기술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다. 뛰어난 식량증산 품종이 많지 않아 증산효과가 낮다. 중국은 농업기초시설이 빈약해 재해방지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중국의 식량 총수요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2020년이면 전체 인구는 14억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민수입이 증가,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육류·수산물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도시화가 소비구조를 변화시켜 식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식량증산, 산 넘어 산 현재 중국은 식량안보의 평가기준을 ‘식량자급률 95% 이상’으로 잡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90% 이상이면 안전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1인당 3개월 평균 식량 보유량이 400㎏보다 낮아서는 안 된다는 자체 기준도 있다.350㎏ 미만이면 식량위기가 도래한다. 중국은 현재 두 가지 기준을 간신히 유지하는 선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국의 식량 증산은 앞으로 많은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식량을 많이 생산하는 지방 정부일수록 재정이 부족해 기초시설에 대한 투자가 부실한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식량 증산의 한계비용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구가 많고 경작지가 부족해 식량의 자급자족을 실현하기 위한 경제적 비용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04년 중국 정부는 전년도보다 2400만t의 식량을 증산하긴 했지만, 농가에 대한 직접 보조와 품종개발 보조 등 2가지 항목으로만 우리나라 돈으로 2조원을 훨씬 넘는 돈을 썼다.1t의 식량 증산에 8만원이 넘는 돈이 든 셈이다. 중국의 식량 안보가 흔들리면 국제 곡물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식량사정은 안정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국 식량 위협론’ 주장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jj@seoul.co.kr
  • [20&30] 해외봉사활동 붐

    [20&30] 해외봉사활동 붐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중에서)’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과 휴가를 낸 젊은 직장인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비정부기구(NGO), 유엔 등 국제기구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봉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해외 봉사활동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20&30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봉사 활동도 ‘해외로 해외로’ 봉사 시민단체인 지구촌나눔운동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는 권유선(23·여)씨는 2004년 여름 몽골에서 2주 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래 진로를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 활동으로 정했다. 지난해에는 3월부터 8월까지 인도 콜카타 인근 무슬림마을에서 장기봉사활동을 했다. “‘시스(Shis)’라는 인도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봉사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시스는 영화 ‘시티 오브 조이’ 원작자인 도미니크 라티에르가 후원하는 단체로 유명하죠. 그 단체는 결핵병원, 소액금융, 빈곤층 교육활동, 농아학교 등 빈곤퇴치 사업을 많이 해요. 저는 빈곤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일했어요. 결핵병원에서 조수 노릇도 했고요.6개월 봉사활동 하고 나서는 6개월 동안 네팔 등지를 여행했습니다.” 권씨는 해외 봉사활동과 여행을 마치고 대학에 돌아와서 대학가에 새롭게 퍼지는 경향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해외봉사활동과 국제 NGO, 유엔 등 국제기구 활동을 준비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늘었다는 것.“제가 1학년 때인 2003년에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최근에는 붐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죠.” 한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추세는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외국계 기업이나 국제 기구를 지망하는 것을 넘어 국제 NGO에서 일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하려는 젊은이들도 급격히 늘었다. ●각종 프로그램들 생겨나 2005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쓴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2006년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 등은 젊은이들의 눈을 세계로 쏠리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연스레 국제기구와 국제 NGO의 준비단계인 해외 봉사활동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국제기구나 국제 NGO를 지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다는 다음카페 ‘유엔과 국제기구’와 ‘미래를 여는 지혜’는 회원수만 3만명과 9만명에 육박한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국제기아대책기구, 지구촌나눔운동 등 관련 단체들이 운영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도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청년봉사단(KOPION)에서 일하는 오진향씨는 경험으로 치면 권씨의 선배 격이다. 그는 권씨보다 반년 먼저 같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했다.2005년 8월부터 2006년 5월까지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오씨는 지난해 6월부터는 아예 세계청년봉사단에서 정식으로 일하고 있다. “그 전에는 이런 쪽 활동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4학년 때 유엔 새천년개발목표에 대해 공부하는 연합동아리에 참여한 게 계기였죠. 그 동아리에서 해외장기봉사활동을 해 본 선배를 통해 저도 하게 된 셈이죠. 솔직히 그 전에는 시민단체를 곱지 않게 봤어요. 하지만 인도에서 시민단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지요.” 이런 추세를 감안해 대학가에는 해외봉사활동 강의까지 개설돼 있다. 서울대는 ‘사회봉사3’을 개설해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탄자니아(15명)나 몽골(19명) 등에서 보름가량 봉사활동을 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우리도 지도 밖으로 행군한다” 해외 봉사활동을 넘어 직접 세계 각지를 찾아다니는 젊은이들도 있다. 대학 3학년인 윤여정(22·여)씨는 9월쯤 친구 2명과 함께 외국에 나갈 계획이다. 단순한 배낭 여행이나 해외 관광이 아니다. 세계 각지의 빈곤 현황을 몸소 경험하고 빈곤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목적이다.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만든 ‘지구촌대학생연합회’라는 개발 NGO에서 활동하면서 지구촌빈곤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공부도 많이 했고 올해에는 회장으로 선출됐어요. 책이나 영상물로만 접하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을 경험하고 싶어졌어요.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현지 젊은이들과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싶었고요.” 이들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러 단체와 언론사, 여행사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다행히 한 경제신문에서 아시아지역 여행은 후원을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윤씨는 “12월까지 아시아 각지를 여행한 다음에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도 가려고 한다.”면서 “여행을 모두 마치는 데 1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해외봉사활동의 ‘그림자’ “해외 봉사를 하면서 이기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참가자들을 보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말로는 도와준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쌓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정작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인데도 말이죠.” 김경연 월드비전 옹호사업팀 과장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속히 붐을 이루는 해외봉사활동에 대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인성교육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봉사교육을 얘기하곤 하는데 ‘시혜’를 베푼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혀 봉사 ‘투어’를 갔다 오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폐만 끼치는 경우 적지 않아 그가 지적하는 해외봉사활동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런 문제점은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해 본 이들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윤여정 지구촌대학생연합회 회장은 “우리도 해외현장활동 갔다 오면 현지 사람들에게 폐만 끼친 건 아닌가 하는 토론을 벌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학을 준비하거나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2주 일정에 150만원가량 드는데 차라리 그 돈을 현지 주민들에게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도움도 못되고 민폐만 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우려한다. 김 과장은 “해외봉사활동은 잘만 하면 나눔과 성찰을 이룰 수 있지만 잘못하면 ‘쇼’가 돼 버린다.”고 경고한다. “대부분의 해외 봉사활동 참가자들이 저개발국가에 가서 어떤 봉사를 할 수 있을까요. 결국 단순노력봉사밖에 없습니다. 그걸 위해 현지인들의 생활리듬을 임의대로 바꿔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봉사를 위한 봉사’를 하며 민폐만 끼치게 되는 거죠.” 윤 회장은 “해외봉사활동 가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몇 가지 없었다.”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사후 프로그램이 부족해 지속성도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사후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외봉사활동과 함께 국제기구나 국제개발 NGO를 지향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는 게 요즘 추세다. 하지만 정작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조심스럽다.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위한 봉사돼야” 한재광 지구촌나눔운동 사업부장은 “최근 국제문제에 관심을 갖는 젊은 친구들이 늘어난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전문가로 대접받고 명성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꼬집는다. 그는 “국제기구활동을 유엔본부활동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은 안정된 생활과 화려한 외양, 자부심만 좇는 것”이라면서 “각종 고시나 공무원시험 준비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들을 도우면서 함께하겠다는 것보다는 ‘성공한 직업인’으로 인정받으려고 국제기구나 국제개발NGO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시민단체 인턴이나 자원봉사도 이력서에 한 줄 쓰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요. 시민단체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뜨내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 경우를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징검다리’라고 부릅니다.” 한 부장은 “‘거품’은 곧 꺼질 것”이라면서 “그래도 차근차근 배우려는 건강한 젊은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사양 낮춰야 인기 올라간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나 소니의 PS 등 게임기를 이용하는 콘솔게임과 온라인게임의 차이는 뭘까. 그 중 하나는 콘솔게임은 같은 사양을 가진다. 화면 크기만 다를 뿐 어느 곳에서나 동일한 수준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반면 온라인게임은 컴퓨터 사양에 따라 게임수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게임에선 인터넷의 속도가 중요하다. 이에 못지않게 컴퓨터의 CPU, 그래픽 카드, 메모리(RAM) 용량에 따라 게임의 박진감, 몰입도, 임장감(臨場感) 등이 달라진다. 성능이 좋은 그래픽 카드를 쓰면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진다. 빛과 그림자 효과, 배경 등의 그래픽 품질이 한결 높아진다. 또 RAM이 클수록 게임 시작 속도가 빨라진다. 이런 이유로 업체들이 게임을 개발할 때 컴퓨터 사양은 주요 고려 대상이다. 그 결과 개발사들은 게임의 최소사양과 권장사양을 정한다. 최소사양이 말 그대로 게임을 하는 최소한의 컴퓨터 사양을 뜻한다면, 권장사양은 게임을 100% 즐길 수 있는 수준의 것을 말한다. 게임 개발사들은 대체로 최고사양의 게임을 만들었더라도 비공개 서비스와 테스트 등을 통해 최종 사양을 결정한다. 대부분 처음 개발했을 때보다 사양이 내려간다. 업체 관계자는 29일 “온라인 게임의 사양 다운그레이드는 게임 최적화와 더불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또 PC방의 컴퓨터 수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주로 PC방에서 즐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썬’ ‘제라’ 등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도 너무 높은 게임사양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임성이나 그래픽이 훌륭해도 사양이 맞지 않으면 대중화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사양이 낮은 게임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는 컴퓨터 기능이 고도화되는 것과 반대되는 추세다. 한빛소프트가 지난 12일 선보인 FPS 게임인 ‘테이크 다운’은 최소사양이 펜티엄4,1.7GHZ(CPU),256M(메모리), 지포스4MX440(그래픽카드)에 맞췄다. 컴퓨터 수준은 4∼5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한빛소프트 관계자는 “대중 서비스를 위해 두 세대 전으로 돌아가 현재 나온 FPS 게임에서 최저사양에 맞췄다.”고 말했다. 올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플레그쉽스튜디오의 ‘헬게이트:런던’은 아예 최고 사양 버전과 최저 사양버전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스페셜 포스’‘크로스 파이어’‘아바(A.V.A)’ 등 FPS 게임 3종류를 보유한 네오위즈게임즈의 경우 이들 게임이 각기 다른 사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스페셜 포스와 크로스 파이어가 펜티엄3에서도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양이 낮은 게임인 반면 아바의 경우는 최소 사양이 펜티엄4 2.4GH가 필요하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아바는 최신 게임엔진과 그래픽 기술로 만들어졌다.”면서 “최소 사양에서 게임진행에는 무리가 없지만 최고 사양에선 아바에서만 볼 수 있는 최고수준의 그래픽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세상의 모든 지식/김흥식 지음

    백과사전도 아니고 대용량의 하드 디스크도 아닌데 세상의 모든 지식을 어떻게 한 권의 책에 담을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지식(김흥식 지음, 서해문집 펴냄)’은 모든 지식이라기보다 ‘특별한’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야심찬 제목으로 책을 펴낸 저자는 류성룡의 ‘징비록’을 번역 출간한 경력이 있는 현직 출판인. 책에 소개된 150가지 특별한 지식은 역사, 정치, 지리, 음악, 종교, 과학 등 동서고금의 지성의 역사다. 고양이 한 마리를 산 딕 휘딩턴이 어떻게 600년에 걸친 자선사업의 실마리를 마련했는지, 베토벤은 왜 죽기 25년이나 전에 유서를 써 두었는지,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제자들은 왜 스승이 죽자마자 그 목을 자르고 시신을 솥에 넣고 삶아 버렸는지 등 자못 흥미로운 내용이다. 그림, 사진, 도표, 지도 등과 함께 정리돼 있어 이해를 돕는다. 첫번째 지식으로 소개된 고양이 상인 딕 휘딩턴은 1350년 영국에서 태어난 운좋은 고아소년. 무역상 휴 피츠워런이 그를 거뒀고, 다락방에서 생활하던 휘딩턴은 쥐를 쫓기 위해 어느날 고양이를 한마리 산다. 피츠워런은 동방에 무역선 한 척을 띄우고, 휘딩턴은 고양이를 배에 실어보낸다. 일행을 실은 배는 낯선 항구에서 그곳 지배자가 연 연회에 참석하는데, 산해진미를 망친 쥐새끼들을 없애는데 휘딩턴의 고양이가 큰 활약을 한다. 덕분에 휘딩턴은 일확천금, 이후 런던 시장을 4차례나 지내며 전 재산을 사회에 남긴다.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夜警)’이 사실은 낮 장면을 묘사한 그림임을 밝힌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런 터무니없는 제목이 붙게 된 것은 그림을 의뢰한 국민병 본부 건물에 엄청난 그을음을 내는 이탄 난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추구한 렘브란트의 그림은 갈수록 어두워졌고,100년이 지나자 결국 사람들은 그것을 야밤을 틈타 이뤄지는 기습 장면으로 여기게 됐다. 이 그림의 원래 제목은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의 민방위대’였다. 베토벤은 32살의 나이에 두 아우 앞으로 유서를 남긴다. 그는 귓병뿐 아니라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부터 간경화, 신장질환, 폐질환 등 온갖 질병을 겪었다. 수많은 합병증을 동반한 베토벤의 육체적 고통의 원인은 2000년 그의 모발 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납 중독으로 밝혀진다. 베토벤 유서의 첫 머리는 “너희들은 나를 적의에 차고 사람들을 혐오하는 고집쟁이로 여기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그른 일인지 모르고 있다.”로 시작된다. 육체적 고통 때문에 정신 질환을 겪은 그의 괴로움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각종 도서와 위키디피아를 비롯한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가 ‘세상의 모든 지식’의 참고 자료가 됐음을 밝힌다.1만 95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뮤지컬 ‘캐츠’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

    뮤지컬 ‘캐츠’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

    오페라하우스에 짙은 어둠이 찾아들었다. 어둠에 시야가 익숙해기지도 전에 파열음처럼 배경음악이 터져나왔다. 수런거림으로 들뜬 911명의 관객들은 일제히 숨을 멈췄다. 뮤지컬 ‘캐츠’ 가 제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7월2일까지) 공식초청작으로 사뿐히 내려앉았다.4년만에 한국에서 다시 보는 대작이다. 오리지널 월드 투어로 한국을 찾은 ‘캐츠’팀은 5개월간 대구를 거쳐 서울, 광주, 대전을 누비며 순회 공연을 펼친다. 지난 31일 오후 8시 대구 오페라하우스 무대는 ‘고양이’들의 신비롭고 요염한 움직임으로 달아올랐다. 고양이 그리자벨라의 처연한 눈빛과 ‘메모리’를 부르는 음성이 극장을 메우자 객석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날의 인기는 그림자로 무대를 장악한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와 호기어린 몸짓으로 암컷 고양이들을 사로잡은 럼텀터거에게 모아졌다. 1층부터 4층까지 수시로 객석을 드나들던 고양이들은 휴식 시간에도 쉬지 않았다. 살금살금 기어다니거나 손톱을 세워 할퀴려는 배우들의 장난 때문에 여기저기서 ‘꺅’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관객의 신발을 가지고 달아나기도 해 웃음을 자아냈다. 공연은 순조로웠지만 무대 왼쪽과 오른쪽 위쪽에 마련된 자막이 말썽을 부렸다.2막 초반에는 자막 화면이 멈춰 몇분간 극과 맞지 않는 자막을 봐야했다. 2시간40분 간 무대와 객석을 누빈 고양이들에게 관객은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연을 보려고 서울에서 KTX를 타고 왔다는 배은지(22)씨는 “이번이 브로드웨이 공연의 마지막 순회라고 들었다. 첫 공연을 놓치면 손해일 것 같아 왔다.”면서 환상적인 공연을 보니 오길 잘한 것 같다고 감상을 밝혔다. 음악 수행평가 때문에 극장을 찾은 대구여고 1학년 권혜민(15)양은 “예전에 봤던 DVD보다 동작이 확실하지 않아 실감이 덜 나고 무대가 좁아 움직임이 작았다.”고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캐츠´를 수입한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공연만 200번, 연습까지 합하면 400여번을 봤지만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부분이 보인다.”면서 “캐츠는 여러 얼굴을 가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미스사이공’이나 ‘레미제라블’이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작품이라면 ‘캐츠’는 관객이 앉는 자리마다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연을 관람하고 나온 이필동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은 “캐츠와 같은 오리지널 공연팀이 관객을 늘려줘 반갑다.”면서도 ‘해외 수입´ 공연이 전체 공연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제까지 외국에 비싼 로열티를 주면서 작품을 가져와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대구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블레어 총리 ‘새달 27일 사임’ 공식 발표… ‘집권 10년’ 빛과 그림자

    블레어 총리 ‘새달 27일 사임’ 공식 발표… ‘집권 10년’ 빛과 그림자

    |파리 이종수특파원|1997년 20세기 최연소 총리로 화려하게 등극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영욕의 10년’을 마감하고 10일(현지시간) 사임을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내달 27일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아침 각의에 참석해 퇴진 계획을 밝힌 뒤 지역구인 중부 세지필드에서 “6월27일 여왕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블레어는 새달 초 독일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G8) 정상회의를 마지막으로 국제 무대에서 물러난다. 그의 ‘집권 10년’은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지만 경제적 번영의 길을 닦았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제3의 길-경제 활성화 성공 1994년 노동당 당수에 취임한 블레어는 2년 뒤 5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총리에 취임했다. 이후 기존 노동당의 노선과 달리 중산층을 껴안는 중도노선 이른바 ‘제3의 길’을 선택했다. 분배 위주의 정책 대신 성장 강화에 무게를 뒀다. 특히 1918년부터 노동당 정책의 상징이던 국유화 강령을 폐기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규제 완화, 자본시장 육성,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영국 경제 성장률을 유럽 최고 수준인 3%대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당내 좌파들로부터 ‘토리(옛 보수당) 블레어’라고 비판받기도 했으나 강력한 카리스마로 ‘영국의 케네디’로 불리기도 했다. 블레어에 비판적인 가디언마저 최근 “블레어의 10년은 영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제3의 길이 빈부격차와 사회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있지만, 노쇠한 영국을 활기 넘치는 나라로 변화시킨 점은 분명하다. 또 북아일랜드와 평화협상을 주도하고 영원한 화약고이던 북아일랜드 분쟁을 해결하면서 2001년 6월 재선에 성공했다. ●해외 파병…날개 없는 추락 취임 초기 83%에 이르던 블레어의 지지율은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2003년 이라크 침공 때 군대를 파견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로 ‘부시의 푸들’로 불리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어 2005년 52명이 숨진 런던 시내 지하철 폭탄테러 사건과 각료들의 정치자금 스캔들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했다. 현직 총리 사상 처음으로 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수모도 겪었다.3선 불출마 약속을 깨면서 브라운 재무장관의 지지자들로부터 공개적 퇴진 운동에 직면하기도 했다. 급기야 노동당은 지난주 지방의회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필립 스티븐스는 “블레어는 당대의 가장 성공적인 정치인”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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