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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 (페르디난트 자입트 지음, 차용구 옮김, 현실문화 펴냄) 중세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에서 도드라지는 두 가지. 하나는 중세를 공정하게 보려 한다. 일단 ‘중세=암흑기’ 공식을 부인한다. 널리 알려진 이 관념은 근대를 선취한 서유럽이 중부유럽을 내려다보는 관점이 반영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중세를 찬양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쨌든 후진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사의 복원이다. 아날학파 이후 역사의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거대한 추동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인간 사이의 관계에 깊은 영향을 주는 것은 정치 권력의 문제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두 가지 관점으로 1000년 중세사를 관통하고 있는데 파란 눈 서양인들의 옛 중세사를 현대의 동양인이 왜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중세 중부유럽 이야기는 오늘날 유럽연합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고 답하겠다. 3만 2000원. 딕시 (안수훈 지음, 서해문집 펴냄) 미국 보수의 본산, 남부에 대한 관찰 기록이다. 미국 남부 지역이라면 독실하다 못해 지나친 신앙, 엄연한 인종주의 등 ‘촌동네 꼴통’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런 미국 남부가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인식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고 이 때문에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딕시란 노예주(州)와 자유주를 구분하기 위해 그었던 선에서 유래한 개념인데, 노예해방전쟁 당시 북군에 맞섰던 남부 11개 주를 지칭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1만 5000원.
  • 힐링, 드라마엔 없다

    힐링, 드라마엔 없다

    드라마들이 다시 복수와 치정, 살인이라는 고전적인 ‘막장’을 답습하고 있다. 예능과 다큐멘터리가 ‘힐링’과 ‘가족’을 들고나와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는 가운데 시청률 무한 경쟁에 내몰린 드라마들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 가운데 MBC ‘백년의 유산’, SBS ‘야왕’ ‘돈의 화신’ 등이 벌써부터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설정으로 시청률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는 것과 동시에 뭇매를 맞고 있다.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시청률 20.5%를 찍었고, 같은 시간대 방영되는 ‘돈의 화신’도 4회 만에 시청률 10%를 넘겼다. 월화드라마 ‘야왕’은 방영 10회 만에 17.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보는데 어떡하느냐며 은근히 시청자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서울 변두리에서 3대째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백년의 유산’은 따뜻한 드라마일 것이란 기대를 여지없이 저버렸다. 첫 회부터 극단적인 ‘시월드’의 모습을 과도하게 그리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시어머니(박원숙 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며느리(유진 분)에게 폭행과 막말을 일삼는다. 시어머니는 이혼을 결심한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감금한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던 며느리는 사고를 당해 기억까지 잃는다. 그런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불륜이란 누명을 덧씌운다. 이후 시어머니를 상대로 며느리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고부 갈등을 한 차원 넘어섰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달 초 첫 전파를 탄 SBS ‘돈의 화신’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돈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검사 이차돈(강지환 분)을 주인공으로 독극물 살해, 불륜, 살인이 잇따르고 있다. 비리로 얼룩진 세태를 풍자한다던 제작 의도와는 한참 엇나갔다. 주인공 이차돈의 아버지 이중만(주현 분) 회장은 내연녀 은비령(오윤아 분)이 부하인 지세광(박상민 분)과 밀애를 즐기자 그들을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계획이 노출되면서 오히려 독살당한다. 이 회장의 아내는 살인 누명까지 뒤집어쓴다. 은비령과 지세광이 밀애를 즐기고 함께 샤워를 하며 키스하는 등 적나라한 노출 장면은 선정성 논란까지 불러왔다. 살인과 불륜, 치정, 복수 등 막장 코드의 집합이란 평가다. ‘돈의 화신’ 못지않게 ‘야왕’도 선정성 논란에 빠졌다. 극 초반부터 자살, 미성년자 성추행, 의붓아버지 살해 후 암매장까지 극단적인 설정이 이어졌다. 주다해(수애 분)를 공부시키고 유학까지 보내기 위해 남편인 하류(권상우 분)가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모습도 그려졌다. 지상파 TV에서 이례적으로 19세 시청 등급을 내걸고 방영됐지만 호스트바에서 오가는 노골적인 ‘은어’와 반라의 남성들이 연기하는 접대장면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원래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부분을 뜻한다. 터무니없는 설정으로 갈 데까지 간 드라마를 부를 때 흔히 쓰인다.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배신과 복수 등이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사실 막장 드라마는 한 장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설정이 태반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스토리의 진화 없이 선정성과 자극만 강해지는 추세”라며 “(지적받은 드라마들은) 막장의 종합세트 같다”고 평가했다. JTBC 등 종합편성채널까지 가세한 다채널 시대에 드라마 시청률 경쟁이 부른 결과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케이블, 종편과의 드라마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안정적으로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독한 소재’가 필요하다”면서 “시청자를 뺏기지 않으려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다급함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유행의 결핍을 보완하기 위한 주기적 흐름이란 해석도 있다. 1~2년 간격으로 불거지는 막장 논란이 그렇다. 지난해에는 MBC ‘빛과 그림자’ ‘해를 품은 달’ ‘닥터진’, SBS ‘추적자’ ‘유령’ ‘신사의 품격’, KBS ‘각시탈’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이 각기 다른 색깔로 ‘고퀄’(고퀄리티) 드라마 열풍을 몰고 왔다. 시대물, 로맨틱코미디, 수사물, 타임슬립 등 장르가 다양해지자 한석규, 장동건, 이범수 등 충무로 스타들의 안방 나들이도 잦아졌다. 방송가에선 “왜 욕하면서 보던 막장 드라마가 불현듯 자취를 감췄냐”는 얘기까지 돌았다. 반면 2011년에는 SBS ‘신기생뎐’ ‘당신이 잠든 사이’, MBC ‘애정만만세’ ‘천번의 입맞춤’, KBS ‘웃어라 동해야’ 등이 상식 밖의 스토리로 막장이란 비판을 받았다. 평론가 김어준은 저서 ‘닥치고 정치’에서 “세상의 모든 큰 유행(메가트렌드)은 반드시 이전 유행의 결핍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이를 설명했다. 예컨대 꽃미남이 유행하면 다음은 꽃미남이 갖지 못한 근육을 가진 짐승남, 이후에는 지적이면서 근육도 적당히 가진 차도남이 대세를 이룬다는 것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막장 드라마는 주기적인 패턴을 보이면서 강화되거나 주춤거리는 양상을 띤다”면서 “앞으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쑥 들어가고 새로운 패턴의 드라마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광장] ‘상시 접속’ 그리고 사립문/정기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상시 접속’ 그리고 사립문/정기홍 논설위원

    미국 동북부에서 문명사회를 거부하며 농경생활을 하는 아미시(Amish)족의 청년들은 19살이 되면 ‘럼스프린가’(Rumspringa)라는 의례를 치른다. 이들은 공동체를 떠나 바깥세상을 경험한 뒤 세례를 받고 공동체 생활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공동체를 선택하는 비율이 90%를 넘는다. 아미시족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못 쓴다. 유선전화는 이용하지만, 들판 헛간에 설치해 두고 공동으로 사용한다. 집안에 전화를 두면 수다를 떨거나 남의 흉을 본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 같은 삶을 고집하는 것은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가족, 이웃과 접촉을 많이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첨단 기기에 몰입해 자신마저 잃어가는 요즘, 미국사회에서 이들의 생활상이 주목을 받으며 연구가 한창이다. 지금은 농익은 ‘스마트 세상’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20억 세계인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무려 1조 시간에 달한다. 이 시간의 1%만 창조적으로 활용하면 한 해에 100개 이상의 위키피디아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새로운 대중’의 탄생을 적시한 ‘많아지면 달라진다’를 쓴 클레이 셔키의 주장이다. 이처럼 우리는 스마트한 세상에 깊숙이 들어섰고, 첨단 기기를 이용하며 하루를 보낸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연결되고, 무엇이든 찾을 수 있다. 유비쿼터스적인 검색 기능은 즉석에서 궁금증을 풀어주고, 구름처럼 떠다니는 ‘빅 데이터’(big data)는 어디서든 연결만 하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스마트한 세상은 ‘마하 속도’로 달음박질을 치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쉽게 다루는 인간인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란 말이 오르내리더니, 듣기에도 생소한 ‘호모스마트쿠스’(지능인)란 신인류도 어느새 등장했다. 화장실 좌변기에서도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경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모든 사물이 지능을 가져 사람과 교감하는 통신시대도 열린다니, 통신기술의 발달이 경이로울 뿐이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상시 접속시대에 더 이상 은둔의 장소가 없어졌다는 우려로 야단이지만 말이다. 한국사회도 스마트한 세상의 ‘빛과 그림자’에서 비켜서 있지 않다. 더 요란스럽고 앞장서 있다. 스마트폰 도입 3년 만에 3000만대가 작동 중인 ‘올웨이즈 온’(Always On·상시 접속) 상황을 우리는 접하고 있다. 우리의 농경사회에는 애당초 스마트한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디지털 유전자(DNA)가 내재돼 있었다. 농촌마을에서 옹기종기 살면서 이웃집 사립문을 내 집같이 드나들었고, 토담 너머로는 보리쌀 한 톨이라도 주고받으면서 지내왔다. 이것은 소소하지만 소담스러운 ‘소통’이었다. 이와 반대로 마을 간에는 산과 계곡으로 가로막힌 지형적 특성으로 교류가 단절돼 있었다. 산 너머 동네 사람이 궁금하고 그리웠을 것이다. 이웃 마을로 마실을 가는 것은 교류하고픈 ‘욕구의 표출’이었다. 우리 민족의 이 같은 양면성은 스마트 기기에 보다 빨리 접목하게 만들었고, 소통으로 이어진 동인(動因)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을 처리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허접스럽든, 요긴하든 너무 많은 디지털 물건을 접하고 있으며, 이에 치이고 끌려가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디지털 소비시대의 그늘이다. 인터넷 검색창이 모든 지적 욕구를 해결하는 세상이니 ‘지식노동자’(knowledge worker)도 설 땅을 잃었다. 스마트폰의 터치 기능이 숫자를 잊게 하는 ‘무뇌인간’을 만들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졌다. 무엇보다 책에서 얻은 지식보다 활용 방법을 조합하는 ‘짜깁기’가 요구되는 시대라니, 우울한 우리의 자화상을 본다. 무한한 권력이 된 스마트 기기의 이면에 우리가 더 멍청해진 게 아닌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 스마트 기기의 속도전에서 한 발 물러선, 사람 중심의 스마트한 정책을 준비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도 활발해져야 할 시기가 됐다. hong@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잊혀진 꿈의 동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잊혀진 꿈의 동굴’

    베르너 헤어조크의 영화를 설명하려면 종종 ‘불가능’이란 단어를 동원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낯선 세계를 순례하는 탐험가가 되었다. 단순히 대륙을 넘나드는 정도였다면 ‘불가능’이란 표현을 썼을까. 칠순의 나이가 무색하게 무시무시한 창작욕을 발휘 중인 그는 ‘세상 끝에서 조우한 것들’에서 남극 대륙에 도착했다. 남극에서도 오지를 찾아 물속으로 직접 몸을 던져 수중 미생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간 의지의 한계가 어디인지 탐구하는 그는 신의 손길이 거친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야 말겠다고 투지를 불태운다. ‘잊혀진 꿈의 동굴’은 ‘세상 끝에서 조우한 것들’ 이후 두 편의 극영화를 마친 그가 곧장 뛰어든 다큐멘터리다. 그해 수많은 평자가 최고의 영화로 꼽았으며, 3D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헤어조크가 새롭게 카메라를 들이댄 미지의 공간은 프랑스 남부에 있는 ‘쇼베 동굴’이다. 1994년 12월에 3명의 탐험가가 발견한 쇼베 동굴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로 유명하다. 2만 년 전에 입구로 떨어진 거대한 바위 덕분에 동굴은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채 잘 보존됐다. 프랑스 정부는 동굴의 훼손을 막고자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으니, 소수 학자만이 연구 목적 아래 출입하는 게 가능했다. 2010년 헤어조크는 이례적으로 동굴 내부 촬영을 허가받는다. 대신 엄격한 조건을 따라야 했다. 촬영팀은 4명으로 제한되며, 아무것도 만질 수 없고, 60㎝ 너비의 발판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4시간의 제약 시간 동안 한 줄로 이동해야 했기에 촬영팀과 감독이 화면에 잡히는 건 다반사다. ‘잊혀진 꿈의 동굴’은 접하기 어려운 구석기시대 예술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것으로 첫 번째 목적을 다한다. 쇼베 동굴의 벽화는 그림 솜씨가 좋고 보존 상태가 훌륭하다. 비전문가용 장비를 이용해 촬영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동굴의 맨몸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물론 헤어조크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을 터, 그는 3만 2000년 전에 예술가가 남긴 이야기와 소통하기를 원한다. 옛날 예술가의 영혼을 읽을 때 영원의 시간을 건널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헤어조크의 뜻이 통한 것일까? 말의 벌린 입에서 울음소리가 들리고, 힘껏 싸우는 코뿔소의 몸에서 분노가 느껴지고, 암사자에게 구애하는 수사자의 애틋한 마음이 전달되고, 바이슨(들소)과 결합한 여체에서 신화가 흘러나오고, 질주하는 바이슨의 말발굽이 동굴을 뒤흔드는 듯하다. 구석기시대 예술가는 왜 동굴을 택했을까. 게다가 입구 대신 어두운 곳에 집중적으로 벽화를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입체적이고 연속적인 동굴 바위의 환경은 2차원의 그림을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표현하게끔 돕는다. 그리고 어두운 동굴에서 횃불을 밝힐 경우, 그림자 효과에 힘입어 거대한 벽화 전체가 살아 움직이게 된다. 바로 그 점에서 헤어조크는 이 영화의 3차원(3D)이 정당성을 획득한다고 생각한다. 무열판 조명에서 나오는 빛과 그림자의 조화, 느리게 움직이는 카메라, 최면을 거는 헤어조크의 내레이션이 합쳐져 ‘잊혀진 꿈의 동굴’은 사라진 꿈과 기억의 세계로 초대한다. 3D 안경 앞에 펼쳐진 스크린 위로 동굴벽화는 3만 년 전의 비밀을 열어 보인다. 동굴의 정적과 심장의 박동소리가 만나는 순간 숨이 멎을 것이며, 눈앞에 어른거리는 비경을 향해 손을 뻗을지도 모른다. 10일 개봉. 영화평론가
  • ‘마의’ 조승우 MBC 연기대상 수상

    ‘마의’ 조승우 MBC 연기대상 수상

    ‘마의’의 조승우(왼쪽)가 올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조승우는 지난 30일 밤 서울 여의도 MBC 공개홀에서 생방송된 ‘2012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안았다. 조승우는 드라마 데뷔작으로 대상을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마의’는 조승우가 1999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후 13년 만에 처음 도전한 드라마다. 조승우는 특별기획 부문 최우수 연기상까지 받으며 2관왕에 올랐다. 이 밖에 최우수상은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한가인(미니시리즈 부문), ‘신들의 만찬’의 성유리(특별기획 부문), ‘메이퀸’의 김재원·한지혜(연속극 부문)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올해의 드라마’로는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연출 김도훈)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보고싶다’의 박유천, ‘더킹 투하츠’의 이윤지(미니시리즈 부문), ‘오자룡이 간다’ ‘신들의 만찬’의 서현진, ‘메이퀸’의 재희(연속극 부문), ‘신들의 만찬’ ‘마의’의 이상우, ‘빛과 그림자’의 손담비(특별기획 부문)가 차지했다. 또한 신인상은 ‘닥터 진’의 김재중, ‘아이두 아이두’ ‘오자룡이 간다’의 이장우, ‘마의’의 김소은, ‘오자룡이 간다’의 오연서가 받았다. 황금연기상은 ‘메이퀸’의 이덕화, ‘빛과 그림자’ ‘보고싶다’의 전광렬, ‘해를 품은 달’ ‘메이퀸’의 양미경, ‘신들의 만찬’의 전인화가 안았다. 공로상은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한 고(故) 조경환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에서는 최불암이 대리 수상했다. 올해 신설된 지상파 방송 3사 드라마 PD가 뽑은 올해의 연기자상은 ‘골든 타임’의 이성민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이 빈손으로 돌아간 점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한편 같은 날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센터에서 진행된 SBS 연예대상에서는 유재석(오른쪽)이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SBS에서 대상을 받은 그는 2005년 KBS 연예대상을 거머쥔 이래 통산 아홉 번째 방송사 연예대상을 품에 안았다. 올해 유재석은 일요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20%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프로그램을 동시간대 1위에 올려놓은 공을 인정받았다. 최우수상은 버라이어티 부문에서는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토크쇼 부문에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이경규, 코미디 부문에서 ‘개그투나잇-미안한데’의 홍현희·정현수가 수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넝쿨당? 해품달? 추적자? 누가 웃을까

    넝쿨당? 해품달? 추적자? 누가 웃을까

    ‘연말 시상식의 꽃’인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 해의 드라마를 결산하고 안방극장을 수놓았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기대상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하지만, 해마다 변별력 없는 나눠먹기식 공동 수상으로 ‘집안 잔치’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 연기대상은 30일 MBC가 김재원·손담비의 진행으로 포문을 열고 31일 윤여정·유준상이 진행을 맡은 KBS와 이동욱·정려원이 MC로 나서는 SBS가 맞불 경쟁을 펼친다. 주말극의 초강세 속에 미니시리즈에서도 선전한 KBS는 쟁쟁한 대상 후보감들이 많다. 드라마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는 여주인공 차윤희 역으로 열연해 ‘국민 며느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주말극 ‘내 딸 서영이’의 타이틀롤을 맡은 이보영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KBS는 올해 젊은 남자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주원은 주말극 ‘오작교 형제들’에 이어 미니시리즈 ‘각시탈’의 남자 주인공으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 강마루 역으로 열연하며 치열한 수목극 시장을 1위로 이끈 송중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상반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자존심을 지킨 MBC는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인 김수현을 비롯해 한가인, 정일우 등 출연진의 대거 수상이 예상된다. 시청률 면에서 성과를 거둔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도 대상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막판 뒷심을 발휘한 주말 드라마 ‘메이퀸’의 주인공 한지혜, 김재원도 비중있는 상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월화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의’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남녀 주인공 조승우와 이요원이 수상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있다. 의학 드라마로서 배우들의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 월화극 ‘골든 타임’의 이성민도, 이선균과 시청률 면에서 선전한 주말극 ‘신들의 만찬’의 이상우, 성유리 등도 빼놓을 수 없다. SBS는 화제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다소 저조했다. 그러나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TV판 ‘부러진 화살’로 인기를 모은 드라마 ‘추적자’의 손현주와 김상중, ‘샐러리맨 초한지’의 이범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 드라마 시청률 10위에 유일하게 오른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 출연자들의 대거 수상이 예상된다. 꽃중년 4인방 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이 대표적이다. ’패션왕‘의 유아인과 이제훈, ‘옥탑방 왕세자’의 박유천 등의 수상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2012 안방극장 총결산] 시청률 품은 중장년 KBS 연속극에 넝쿨째 굴러왔네

    [2012 안방극장 총결산] 시청률 품은 중장년 KBS 연속극에 넝쿨째 굴러왔네

    2012년 TV 드라마는 한마디로 주말극의 초강세와 미니시리즈의 침체로 요약할 수 있다. 중장년층이 위력을 과시하면서 안방극장에서도 ‘노령화’가 심화됐다. 인터넷과 DMB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드라마를 보는 젊은 시청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대신 톡톡 튀는 드라마는 케이블TV 덕에 약진했다. ●KBS 연속극 시청률 TOP 10 중 6개 차지 주말 밤 8시에 방송되는 주말극은 그동안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올해는 미니시리즈 못지않은 빠른 전개와 젊은 감각에 현실적인 소재를 잘 버무려 전 연령층에서 사랑을 받는 장르로 거듭났다. 시집살이를 풍자한 ‘시월드’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KBS 2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대표적이다. 평균 시청률 33.1%로 올해 방영된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미니시리즈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주말극에 접목시켜 다양한 시청층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주말극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고부 관계를 며느리의 관점에서 신선하게 풀어가며 공감대층을 넓힌 것이 주효했다. 40~6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시청했지만 40대 남성의 시청률도 높게 나타났다. 시청률 3, 4위도 KBS 2TV 주말연속극 ‘오작교 형제들’과 현재 방영 중인 ‘내 딸 서영이’가 차지해 주말극 초강세를 입증했다. 반면 시청률 10위 안에 든 밤 10시대 미니시리즈는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과 월화극 ‘빛과 그림자’ 등 단 두 편이었다. 두 작품은 사극과 시대극으로 중장년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장르다. 시청률 5, 6위도 KBS 일일극 2편이 차지했고 40대 꽃중년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이 공동 9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시청률 1위를 비롯해 10위권 내에 주말 및 일일극이 7편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시청률 20위권에 미니시리즈가 9편 올랐지만 올해는 6편에 그쳐 안방극장의 노령화를 뒷받침했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인터넷과 DMB 등 다변화된 매체 환경으로 젊은 시청자가 이탈했고 TV 주시청층이 중장년층으로 올라가면서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드라마에 적극 반영하는 등 내용이 노령화되고 있다.”면서 “안방극장의 노령화는 자칫 타성에 젖은 상투적인 통속극을 양산해 장기적으로 드라마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KBS 측은 노하우가 쌓이고 주말극의 성격에 변화를 주면서 나타난 성과라고 설명했다. KBS ‘내 딸 서영이’의 제작을 맡고 있는 문보현 책임 프로듀서(CP)는 “KBS는 단막극 때부터 긴 호흡의 연속극에 적합한 작가나 연출자를 꾸준히 육성해왔고 최근 작가의 연령대가 대폭 젊어지면서 주말극에도 젊은 바람이 불었다.”면서 “기존의 원초적 선악 대립 구조에 기댄 복수극이나 막장 드라마에서 벗어나 딜레마적인 상황을 강조하고 캐릭터를 강화해 주말극 성격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판타지 드라마 시들… 현실형 미니시리즈 인기 ‘드라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밤 10시대 주중 미니시리즈는 시대극이나 감수성 짙은 멜로, 시대상을 반영한 정극, 전문직 드라마 등이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유행했던 판타지나 타임 슬립(시간 이동) 장르의 인기가 시들해진 대신 현실에 천착한 묵직한 드라마가 대세를 이뤘다. 올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청률 1위는 평균 시청률 32.9%를 기록한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이다.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김수현)과 비밀에 싸인 무녀 월(한가인)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는 멜로와 사극이 결합된 로맨스 사극으로 젊은 층과 중장년층을 동시에 매료시켰다. 신인이었던 김수현은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리며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2위는 1970년대 엔터테인먼트업계를 조명한 MBC 월화극 ‘빛과 그림자’로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드라마로 주목받았다. 주인공 강기태 역의 안재욱은 오랜 부진을 씻고 재기에 성공했다. 3위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시대의 영웅 각시탈의 활약을 그린 KBS 수목극 ‘각시탈’이 차지했다. KBS 수목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는 정통 멜로의 부활을 알리며 4위에 올랐다. 선악을 오가며 섬세한 연기를 펼친 강마루 역의 송중기는 하반기 안방극장의 최대 스타로 떠올랐다. 의학 드라마는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며 전문직 드라마의 자존심을 지켰다. KBS 월화극 ‘브레인’(5위)과 MBC 월화극 ‘골든 타임’(9위)이 대표적이다. 생명의 존엄성의 가치, 생사의 기로에 선 긴박감, 배우들의 호연은 이들 드라마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스타 캐스팅보다 웰메이드 드라마에 환호 샐러리맨의 애환을 그린 SBS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6위)와 TV판 ‘부러진 화살’로 불렸던 ‘추적자’(8위)는 현실 시대상을 반영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추적자’는 억울하게 딸을 잃은 한 형사를 통해 거대 권력에 대항하는 소시민의 눈물겨운 복수극을 그려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사회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반향이 더욱 컸다. 반면 지난해 ‘시크릿가든’의 인기로 촉발됐던 판타지물은 올해 인기가 시들해졌다.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한 SBS ‘신의’와 MBC ‘닥터진’ 등은 시청률이 저조했다. 부부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의 코믹 판타지극 ‘울랄라 부부’도 초반에 배우들의 명연기로 눈길을 끌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성적이 부진했고 신민아, 이준기, 유승호 등이 출연한 판타지 사극 MBC ‘아랑사또전’의 시청률도 기대에 못 미쳤다. 대신 케이블에서는 tvN이 ‘로맨스가 필요해2’, ‘응답하라 1997’ 등 젊은 시청자를 겨냥한 트렌디 드라마로 지상파 드라마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김영섭 SBS 드라마국장은 “올해 미니시리즈는 현실적으로 공감을 이끌어낸 진정성 있는 작품과 콘셉트와 색깔이 분명한 작품들이 성공했다.”면서 “매체 환경의 변화로 시청률과 화제성이 점점 별개로 돼 가는 만큼 내년에도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소재와 감성, 이야기를 담은 미니시리즈를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교수는 “복수와 치유가 올해 미니시리즈의 화두였고 정치적 이슈로 현실을 자각할 수 있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면서 “올해 케이블 TV에서 지상파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장르적 성격이 강한 드라마들이 틈새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보완 역할을 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Biutiful Spain 비우티풀 스페인 <비우티풀Biutiful>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뷰티풀Beautiful을 스페인식으로 받아 적은 것이다. 다른 유럽과는 달리 독자적인 길을 걸으며 발달해 온 스페인 사람들의 직관성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역사를 관통하며 무엇이든 스페인식으로 소화해 버리는 그들의 당당함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800년 이슬람이 남긴 것 Sevilla 세비야 Cordoba코르도바 Granada그라나다 유럽에서 몇년을 살 수 있다면 그 선택은 당연히 스페인이다. 언젠가 긴 여행의 중반에서 스페인에 눌러 앉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을 정도다. 당시 스페인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한달 반 정도였지만 마드리드 이남의 도시들은 가보지도 못했었다. 어느 도시를 가도 그대로 머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회가 왔을 때, 선택은 당연히 스페인의 남쪽이었다. 세비야Sevilla, 코르도바Cordoba, 그라나다Granada. 이슬람 세력이 지배했던 800년 동안 가장 번성했던 도시들, 스페인 친구들도 꼭 가봐야 한다고 추천했던 그 도시들이었다. 눈을 부시게 하는 것이 태양인지 파란 하늘인지 알 수 없었다. 세비야의 강에 뜬 유람선도 오후의 난반사 때문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도시의 유람선이야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풍경이지만 세비야는 내륙으로 무려 87km나 들어와 있는 과달키비르강江의 상류 도시다. 그래도 배가 다닐 수 있을 만큼 강이 깊고 넓었기 때문에 도시는 중요한 무역항으로 부를 누릴 수 있었다. 강변 산책을 하다 보면 어디서나 눈에 띄는 황금탑Torre del Oro도 13세기에 이슬람교도들이 배를 검문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시작한 기점도 이곳이었고, 콜럼부스가 머물면서 항해를 준비했던 곳도 세비야였다. 그렇게 중요한 도시를 이슬람에게서 되찾은 스페인은 그 세를 과시하고 싶었다. 1248년 모든 부와 권력을 집중해서 지은 세비야 대성당은 지금도 세계에서 3번째로 크고, 고딕양식의 성당으로는 가장 크다. 성당에 안치된 크리스토퍼 콜럼부스의 무덤은 그 어떤 왕의 무덤보다 화려하다. 에스파냐의 옛 왕국인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관의 네 모서리를 메고 있는 모습이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평생 아버지의 업적을 정리하고 연구했다는 아들 페르난도 콜럼부스의 무덤도 성당 안에 있다. 고딕양식,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을 헤아려가며 성당을 둘러보느라 지친 사람들은 오렌지 나무가 도열한 정원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 모스크의 연못이 있던 곳이었다. 아직 여력이 남은 사람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이슬람 사원의 탑을 개축한 히랄다 종탑Torre de la Giralda에 올라갔다. 땀 흘려 쟁취한 98m 높이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전경은 그만큼 달콤했다. 세비야 대성당에 비하면 코르도바의 대성당Cordoba Mezquita은 모스크의 원형에 더 가깝다. 코르도바를 수도로 삼은 이슬람 제국은 6세기에 지어진 성 빈센트 바실리카를 허물고 그 자리에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모스크 ‘메스키다’를 세웠다. 4,000여 개의 기둥이 시야를 가리고 천장도 낮지만 사실은 세비야 대성당보다 면적이 넓다. 한번에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성당으로 용도가 바뀐 이후에도 큰 훼손 없이 사용되다가 카를로스 5세에 이르러 200개의 기둥을 뽑아내고 돔을 설치하는 대대적인 공사를 했다. 정교한 아랍 문양에 푹 빠져 있다가 뒤로 돌아서면 화려한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이 펼쳐진다. 이슬람 세력의 마지막 거점은 그라나다였다. 알바이신의 언덕 위에 거대한 아랍인 주거지역이 먼저 형성되었고 1238년에 왕과 귀족들의 거주지로 아람브라Alhambra궁전이 만들어졌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도 한 아람브라궁전은 아랍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되는데 이름만 듣고 우아한 하나의 건물을 기대했다가는 낭패를 맛보게 된다. 평균 관람 시간만 무려 3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은 요새이자 수천명의 귀족들이 살았던 주거지였다. 아람브라는 사실 건축학적인 가치보다는 치수의 지혜, 높은 지대까지 물을 끌어 사용했던 아랍인들의 발달된 관개 기술이 돋보이는 장소다. 지금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궁전 곳곳의 분수와 샘, 연못은 이슬람세력이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아람브라를 찾는 관광객이 워낙 많다 보니 나스리드 궁전Nasrid Palaces은 재입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일행을 따라 종종걸음을 치다 보니 군주의 별장이자 정원인 헤네랄리페Generalife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지칠 때로 지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꽃향기가 전달되는 높이까지 계산해서 디자인했다는 그 정원에서 아름다운 알바이신을 바라보고 있자니, 언젠가 스페인에 살게 된다면 바로 저 마을을 선택하게 될 것만 같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아람브라 궁전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관개기술의 발달이다. 고지대에 세워진 요새임에도 항상 물이 풍부했다 2 <아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하고 있던 코르도바의 거리 음악가 3 투우와 플라멩고로 유명한 세비야의 투우장 돈키호테로 살어리랏다 Toledo톨레도 Consuegra 꼰수에그라 성서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은? 답은 우기기 나름이다. <이솝우화>, <그림 형제 동화집>이 단골로 언급되고 <안네의 일기>나 <영웅문>도 유력한 후보인데다가 지인 중 한 명은 쥘 베른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스페인에 오니 그 ‘정답’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1547~1616년가 지은 <돈키호테Don Quijote>로 모아지고 있었다(원제는 <재기 발랄한 향사鄕士 라만차의 돈키호테>다). 그러면 또 하나의 질문. <성서>와 <돈키호테>의 공통점은? 끝까지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돈키호테>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캐릭터 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탐독하던 ‘키호테’라는 사람이 급기야 자신을 기사라고 착각하며 볼품없는 말 로시난데, 시종 산초 판자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그의 착각 속에서 벌어지는 일.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슈렉>처럼 반전의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유쾌한 풍자소설이다. 하지만 이 스토리는 사실 52장의 전편 중에서 초반에 불과하고 속편까지 출판됐다. 저자 세르반테스의 삶은 키호테의 ‘착각일지라도 행복했던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레판토 해전에 참가해 부상을 입은 그는 귀국길에 해적에게 잡혀 5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하는 우여곡절 끝에 마드리드 근처의 고향으로 돌아왔다가 1605년 소설 <돈키호테>를 발표했다. 작품이 전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인세 계약을 하지 않아 돈을 벌지 못했다. 후에 그는 74장 분량의 돈키호테 속편을 발표했으나 이듬해인 1616년에 기구한 생을 마쳤다. 그가 죽은 4월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인데 우연히도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같은 날 사망했다. 소설 <돈키호테>의 주 무대는 지금의 ‘카스티야라만차’ 지역이다. 도시를 이동하다 보니 우연히도 ‘루타 데 돈키호테’, 즉 ‘돈키호테의 길’이라는 테마여행코스를 지나가게 되었다. 푸른 기와를 이고 있는 하얀 회벽집들이 인상적인 작은 마을 푸에르토 라피세Puetro Lapice에는 돈키호테가 주인과 실랑이를 벌였던 여관 ‘벤타 델 키호테Venta del Quijote’가 있다. 벽에는 ‘돈키호테가 이곳에서 묵고 나서 투구와 갑옷 차림으로 만족스럽게 걸어 나왔다’라는 구절이 붙어 있었다. 돈키호테는 이곳에서 ‘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동물의 내장을 넣은 달걀부침’를 시켜 먹었다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라만차 와인을 즐긴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바닥을 깊게 판 넓은 저장고와 대형 와인통을 발견할 수 있다. 더 이상 묵어 가는 손님은 없지만 돈키호테에 대한 팬심으로 기념품을 구입하는 손님들로 마을 전체의 생업은 세르반테스에게 단단히 빚을 지고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돈키호테가 거인으로 착각해서 싸움을 벌였던 그 풍차들은 콘수에그라Consuegra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낡은 풍차일 뿐이지만 주변의 광활한 평원과 어우러져 스페인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 풍경이다. 실제로 돈키호테 소설의 배경이 된 풍차는 다른 곳에 있다고 했지만 풍차의 모양은 거기서 거기인 반면, 풍경은 콘수에그라가 최고인지라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훼손된 상태로 오래 방치된 듯한 이슬람의 콘수에그라 성은 한창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라 더 멋진 그림을 기대해도 좋다. 돈키호테가 로시난데를 타고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던 그 ‘카스티야라만차’주의 주도는 톨레도다. 우리로 말하면 경주쯤 될까, 8~15세기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던 도시다. 현대식 건물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는 아랍 군주의 거주지였던 알카사르를 정점으로 고깔 모양으로 층층이 퍼져 있고, 타호 강Rio Tajo이 그 주변을 휘감아 돌면서 천연의 요새를 만들고 있었다. 도시로 들어가기 전 멈춰선 전망 포인트에서 한참이나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풍경에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고딕성당이라고 불리는 톨레도 대성당도 포함되어 있었다. 스페인을 점령한 이슬람 세력은 종교를 강요하거나 문화를 파괴하지 않았기 때문에 톨레도는 ‘스페인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릴 만큼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유적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고 성당은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귀중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 출신이지만 스페인에서 주로 활동했던 엘 그레코의 작품은 물론 고야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으며 화려한 제단 장식이나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성체현시대는 이미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새로운 스페인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갱신되는 흥분이 모험에 나선 돈키호테의 마음이었을까. 끝없는 메세타이베리아 반도 중앙부의 대고원를 원 없이 달리고 싶은 충동이 더 깊어지기 전에 라만차를 떠나야 했다. 타호 강으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 도시 톨레도 ▶travie info 벤타 델 키호테 세르반테스가 이용했던 여관으로 소설 <돈키호테>의 무대가 됐다. 소품과 인테리어 등으로 당시 분위기를 재현했고, 직접 만드는 와인과 돈키호테 관련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2층은 객실이었지만 지금은 투숙객을 받지 않는다. 주소 EI Molino, 4 Puetro Lapice(Autovia de Andalucia) 문의 926-57-6110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바), 오후 1시∼오후 5시, 오후 8시∼밤 12시(레스토랑) 찾아가기 마드리드 남부 버스 정류장 Estacion de Autobus Sur 역(지하철 Mendez Alvaro 역)에서 Jaen 방면으로 가는 버스 이용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Puetro Lapice에서 하차. 버스 시간 문의 91-530-4800 1, 5 돈키호테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관 ‘벤다 델 키호테’의 오래된 나무 대문과 와인저장고가 있는 바bar 2 푸에르토 라피세 마을에서는 다양한 돈키호테 기념품을 구입 할 수 있다 3 톨레도 대성당의 성모상 4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소 모양의 대형 간판들을 종종 스쳐 지나간다 6 돈키호테가 괴물로 착각하고 결투를 벌였던 꼰수에그라의 풍차들 고야의 빛과 그림자 Madrid마드리드 Zaragoza 사라고사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허락된 시간은 단 한 시간. 마치 단거리 경주에 나서듯 신발끈을 동여매고 속사포로 설명을 난사하는 가이드 수피아씨를 따라다녀야 했다. 그곳의 수많은 보물 중에서 나를 사로잡은 그림은 고야Francisco Goya, 1746~1828년의 <개The dog>였다. 고야의 다른 그림과는 다른 화풍으로 의혹을 사기도 했던 이 그림에는 모래 언덕 위로 목만 빼꼼이 내놓은 휑한 눈의 개 한 마리가 등장한다. 마치 노년의 고야 그 자신처럼 말이다. 최후의 고전주의 작가이자 최초의 현대작가로 불리우는 그의 예술적 전이는 프랑스 군인들이 스페인 민군을 총살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 <1808년 5월3일The Third of May 1808>에서 시작된다. 초상화를 잘 그려서 왕실 화가로 이름을 날린 고야는 이 작품을 계기로 민중 화가로 추앙받게 된다. 하지만 노년에 고야의 삶은 암울했다. 마흔 중반에 청각을 상실했으며 노후에 마드리드 근처의 집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고야가 자신의 집에 그린 벽화들은 마치 귀신을 본 듯 공포에 질린 표정의 검은 군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블랙 페인팅’이라고 불리는 그림들이다. 그중에서도 <자기 아들을 먹어 치우고 있는 새턴Saturn devouring his Child>은 끔찍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후기 작품 중 가장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 고야의 고향이 바로 사라고사다. 사라고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시내에 들어가자마자 돌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태풍이라도 왔나 싶을 만큼 퍼붓던 비는 10분 후 거짓말처럼 개이더니 하늘이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고야의 삶처럼 빛과 어둠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그런 날씨였다. 사라고사에 있는 고야의 생가, 사라고사 뮤지엄, 이베르카 카몬 아즈나르 뮤지엄Ibercaja Camon Aznar Museum에서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거대한 바로크 스타일의 필라르 대성당Basilica del Pilar에 있는 레지나 마티럼Regina Martyrum돔의 천장화 역시 고야의 작품이다. 이 성당에는 기도를 이루어 준다는 옥으로 된 성모상이 있는데, 그 앞에서 깊은 슬픔에 잠긴 한 노부부를 만났다. 그 처연한 표정은 사연 모르는 이방인들까지 숙연하게 만들 만큼 날카로운 슬픔을 담고 있었다. 그 감정이 지금 내 방에 걸려 있는 고야의 <개>를 볼 때마다 오버랩되곤 한다. 사라고사의 랜드마크이자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가톨릭 순례지 중 하나인 필라르 대성당. 고야가 그린 천장화를 볼 수 있다 가우디에게 영감을 준 산 Montserrat 몬세라트 Barcelona 바르셀로나 누군가 볼 때마다 시루떡이 연상된다고 했던 몬세라트Tot Montserrat는 톱니바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바위산이다. 4,000만년 전에 융기된 해발 1,200m 산의 모습은 한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바위투성이 산의 정상부에 베네딕트수도원이 만들어진 이유는 이곳이 유서깊은 기도장소였기 때문이다. 1,000년 전부터 시작된 순례의 행렬은 12세기에 만들어진 검은 성모상 ‘라 모레네타’가 발견되면서 더욱 길어져서 지금까지도 끊어질 줄 모른다. 두어 시간 거리인 바르셀로나에 살았던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 Cornet, 1852~1926년도 틈만 나면 모세라트를 찾아왔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몬세라트에 와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는 아예 바르셀로나의 중심에 몬세라트를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바로 바르셀로나의 명물 사그라다 파밀리아가족대성당 Basilica de la Sagrada Familia다. 스페인 교회 건축 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 건축가 프란시스코 데 폴라 델 빌라르Francisco de Paula del Villar에 의해 시작되었다가 1년 반 후에 안토니 가우디의 손에 넘겨진다. 그후 43년 동안 가우디는 역사에 길이 남을 독창적인 성당을 완성하기 위해 일생을 쏟아 부었다.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성당 내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마치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로 뻗어 올라간 듯한 모습의 기하학적인 기둥들이다. 직선이 아니라 자연물의 형상, 그 곡선만을 사용한 가우디 원칙들이 반영된 결과다. 라 페드레라La Pedrera, 구엘 공원Pavellons Guell 등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에 남아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에서 그 고집스러운 독창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기업체의 도움 없이 오로지 신자들의 헌금으로만 세우기 원했기에 재정 문제는 언제나 발목을 잡았다. 결국 그는 완공을 보지 못하고 사고로 죽고 말았지만 성당은 아직도 그의 청사진에 따라 무려 130년 동안 여전히 ‘공사 중’이다. 전체 공정 중 절반 정도가 완성되었을 뿐이라지만 몇년 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내부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 지난 2010년 7월에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모시고 축성식을 가졌다. 15년내에 완공하는 것이 바르셀로나 시의 계획이다. 1 가우디는 직선을 배제하고 자연물의 형상과 곡선만을 사용했다.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있는 구엘 공원 2 몬세라트 산에서 내려온 기운이 한데 모여 정점을 이룬다는 성당 안뜰 3 가우디는 몬세라트의 기괴한 모습에서 착안해 사그리다 파밀리아를 디자인했다 취재협조 에미레이트항공 www.emirates.com 페가수스 코리아 02-733-3441 ▶travie info 1 아람브라 안에 있는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 2 스페인식 애저 바비큐 요리 ‘코치닐요’ 몬세라트Tot Montserrat 몬세라트로 올라가는 꼬불꼬불 산악도로의 전면 도로는 10km, 후면도로는 13km다. 주말에는 주차장이 만원이 경우가 많으므로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훨씬 빠른 방법. 수도원에는 뮤지엄, 레스토랑과 기념품점 그리고 호텔까지 있다. 베네딕트 수도원은 에스꼴라니아라는 소년합창단Cor de I’Escolania으로도 유명한데 미사 시간을 맞춰서 가면 합창을 들을 수 있다. 문의 (0034)93-877-77-77 www.montserratvisita.com Travel to Spain 항공편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면 두바이를 경유해서 포르투갈의 리스본이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지로 여행할 수 있다. 인천-두바이 구간을 운행하는 에어버스 A380 기종은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최첨단, 초대형 기종. 인천-두바이 구간은 9시간 30분, 두바이-마드리드 구간은 8시간, 두바이-바르셀로나 구간은 7시간 가량 걸린다. 문의 02-2022-8400 www.emirates.com 두바이 시티투어 두바이에서 스톱오버를 신청해서 두바이 시티 투어(42달러), 사막 투어(99달러) 등을 경험하는 것도 색다른 여행이 된다. 에미레이트항공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정보와 스톱오버 안내책자를 다운받을 수 있다. 투어 문의 아라비안 어드벤처 +971-4-303 4888 aadops@emirates.com 스페인 일주상품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는 ‘스페인·포르투갈+바르셀로나 일주 10일’ 여행패키지 상품이 10월부터 10개 여행사 연합으로 시판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출발하는 이 상품은 11월 말까지 239만원의 특가로 한진관광, 투어2000, 레드캡투어, 투어몰, 자유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하나투어, 온라인투어, 롯데관광에서 예약할 수 있다. 야디네스 알베르토Jardines alberto 그라나다의 유서 깊은 카르멘(정원과 채소밭이 있는 별장식 하우스)을 개조한 레스토랑으로 야외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기 좋은 곳이다. 커피 한잔과 함께 피오노노Pionono라는 그라나다의 전통 디저트도 별미다. 아람브라 궁전의 아름다운 정원 헤네랄리페 입구 쪽에 위치해 있다. 3가지 코스에 와인이 곁들여 나오는 세트메뉴는 30~45유로. 주소 Paseo de la Sabika nº 1, 18009 Granada 문의 (0034) 958-221-661 www.jardinesalberto.es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Parador de Granada 그라나다의 아람브라 궁전 안에 있는 성프란치스코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로 스페인 국영 호텔 중 최고로 알려져 있다. 그라나다 수복 후 세워진 수도원 건물의 고풍스러운 멋과 특별한 위치 때문에 여행자들이 꿈꾸는 숙소지만 객실이 40여 개밖에 되지 않아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아람브라와 그라나다의 야경을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주소 Real de la Alhambra, s/n, 18009 Granada, Spain 문의 (0034) 958-22-1440 www.parador.es 팔라시오스Palacios 5kg 정도의 크기으로 자란 새끼 돼지로 만드는 애저 바비큐 요리 코치닐요Cochinillo를 먹을 수 있는 곳.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다. 팔라시오스는 레스토랑뿐 아니라 호스텔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싱글 요금은 30~45유로, 더블룸은 50~80유로 사이다. 주정강화와인인 셰리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계란 노른자를 이용한 디저트인 플란Flan도 맛볼 수 있다. 주소 C/Navarro Ledesma, 4 45001 Toledo 문의 (0034) 925-28-0083 www.hostalpalacios.net 안달루 라 토레 데 오로Andalu la Torre de Oro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에 있는 투우 테마의 바Bar. 가게 안에는 스타 투우사들의 사진과 희생된 소의 머리 박제 그리고 스페인 생햄인 하몬이 같이 걸려 있어서 묘한 느낌을 준다. 주소 Er 26 de la Plaza Mayor Calle del Arcode Triunfo, 28012 Madrid 영업시간 오전 10시∼새벽 2시 문의 (0034) 913-66-5016 La Torre del Oro 타블라오 엘 팔라시오 안달루스Tablao El Palacio Andaluz 세비야 최고의 플라멩고 디너쇼를 감상할 수 있는 곳. 공연은 하루 두 차례, 매일 저녁 7시와 7시30분에 시작되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며 와인이 곁들여진 코스 정찬이나 타파스를 선택할 수 있다. 오페라 카르멘의 일부 장면도 플라멩고로 선보인다. 문의 (0034) 954-534-720 www.elpalacioandaluz.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기업 뺨치는 美 영리대학의 명과 암

    기업 뺨치는 美 영리대학의 명과 암

    고등교육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첨단 미국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대학이 있다. 규모가 큰 영리대학은 월가(街)에 상장되기도 한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우려도 터져 나온다. 매년 연방정부로부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지원받지만, 교육의 질이나 학생의 장래보다는 수익에만 몰두하기 때문. 미국 대학을 모델 삼아 생산성(?)이 떨어지는 학문 단위는 폐쇄 혹은 축소하고, 건물과 강의실은 기업가치를 홍보하는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는 등 기업화를 추구하는 국내 대학과 이를 방조하는 교육당국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22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되는 EBS의 ‘다큐10+: 대학주식회사-미국 영리대학의 빛과 그림자’에서는 기업 뺨치는 미국 영리대학의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본다. 미국 영리대학의 아버지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신의 인문학자 존 스펄링이다. 1976년 스펄링은 피닉스대학을 세우고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2009년 연간 매출액은 40억 달러, 순수익은 5억 9800만 달러에 이른다. 그 자체로 하나의 기업인 셈. 물론, 상장도 돼 있다. 공식적으로 학사, 석·박사 등의 학위를 수여하기 때문에 학위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이 등록한다. 학부생 약 42만명에 대학원생은 7만 8000명이 등록돼 있다. 학생 수로 볼 때 미국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대학으로 꼽힌다. 학기가 시작하는 때는 정해져 있지 않다. 강사는 단기계약으로만 채용한다. 다양한 교과과정을 제공하고, 새 강좌 개설이 쉽고, 온라인 강좌도 적극 활용한다. 간호나 정보통신(IT), 경영 등 기업들의 인력수요가 많은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한 덕에 빠르게 성장했다. 최소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피닉스대학의 성공 이후 미국에는 많은 영리대학이 생겨났다. 현재 이런 종류의 대학만 200개가 넘고, 그 숫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문제점도 적지 않다. 영리대학의 학비는 평생교육기관인 지역사회대학보다 5~6배, 주립대보다는 2배 이상 비싸다. 수입의 20~30%는 마케팅 비용으로 쓴다. 입학이 결정되면 연방정부의 학자금 지원과 대출을 알선해 준다. 하지만 비싼 학비와 마구잡이식으로 학생을 유치한 탓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비율이 일반대학보다 훨씬 높다. 교육 내용이 광고보다 부실한 대학도 적지 않다. 오바마 1기 행정부는 미국의 대졸자 비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지만, 지역사회대학과 주립대학이 막대한 고등교육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이라 영리대학에 대한 규제와 감독은 쉽지 않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후진타오 10년의 명암] (상) G2시대를 열다

    [후진타오 10년의 명암] (상) G2시대를 열다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8일 개막하는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전대)를 끝으로 사실상 물러난다. 2002년 16차 전대에서 그가 총서기직에 오른 이후 중국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며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주요 2개국) 반열에 올라섰다. 굴기하는 경제·우주과학 기술, 강경해진 외교·군사의 목소리, 숙제로 남겨진 정치·사회개혁 등 3차례에 걸쳐 ‘후진타오 10년’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본다. 지난 9월 11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개막된 제6차 하계 다보스포럼(WEF) 개막식장. 세계 86개국에서 온 1600여명의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단상을 주목하고 있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개막 연설을 듣기 위해서다. 원 총리는 연설을 통해 “중국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0.7%의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1000달러(약 109만원)에 불과했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432달러로 늘어나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면서 “중국은 이제 세계 2대 경제국가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원 총리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표현한 것처럼 후 주석의 집권 성적표는 무엇보다 ‘경제 성장’으로 장식된다. 지난해 중국의 GDP 총액은 47조 1564억 위안(약 8256조원)이다. 집권 이듬해인 2003년(13조 5823억 위안)보다 무려 3배 이상 늘었다. 이 덕분에 중국의 GDP는 2008년 독일을 따돌리고 세계 3위로 올라선 데 이어, 2010년 일본마저 제쳤다. 경제 규모 면에서 미국과 함께 이른바 ‘G2 시대’를 연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4.6%에서 2011년 10% 이상으로 확대됐다. 중국의 1인당 GDP도 지난해 3만 5083위안을 기록, 중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2000년대 초 100만대에 불과했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에는 1600만대를 돌파하며 미국을 추월했다.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면서 중국의 곳간도 빼곡히 들어차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1811억 달러로 집계됐다. 2006년 2월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이 된 중국은 같은 해 6월 1조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09년 2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 3월 3조 달러의 벽도 깨뜨렸다. 2002년 12월 2864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10배 이상 폭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침체로 올 들어 중국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주기적인 것이지 구조적인 것은 아닌 만큼 10년 후의 중국 경제는 여전히 밝다고 내다봤다. 폴 블록스햄 HSB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1인당 GDP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면서 “이 점이 바로 중국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우주과학 기술도 발군의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무인우주선 선저우(神舟) 8호와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1호가 300km 우주 상공에서 무인 도킹에 성공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이다. 총알보다 10배가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는 두 물체를 결합시키는 것은 초정밀 제어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지난 6월에는 유인 도킹에도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92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이 유인우주선 개발에 나선 지 20년 만에 우주정거장 시대를 열었다. 현재까지 우주개발에 투입한 예산은 400억 위안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여세를 몰아 2020년쯤 우주인이 상주하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우주인이 달 표면을 밟게 하고, 8년 뒤에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위치확인시스템(GPS)도 구축한다는 목표다. 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장은 “중국의 우주 굴기는 원자폭탄·수소폭탄 개발과 인공위성 발사를 의미하는 ‘양탄일성’(兩彈一星)부터 ‘프로젝트21’까지 우주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디자인으로 만나는 핀란드 Helsinki Style

    디자인으로 만나는 핀란드 Helsinki Style

    헬싱키 대성당이 바라다보이는 골목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 사진 김병구 디자인으로 만나는 핀란드 Helsinki Style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북유럽 디자인에 빠져 있는 이즈음 헬싱키 출장에 나섰다. 유독 ‘좋은 디자인’을 고르고 따지는 적극적인 선택자의 입장에 있지만 작금의 디자인 환경은 왠지 지나치고 넘친다는 생각에 뭔지 모르게 불편하던 차였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유레일 www.EurailTravel.com/kr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핀란드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인 마리메꼬는 원색의 과감한 패턴을 사용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2, 3 헬싱키 아라비아 팩토리에서는 아딸라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 도자기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4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선정되었음을 나타내는 스티커 매사에 디자인이 들먹여지는 세상이다. 디자인을 기준으로 세상 천지의 물품들이 고품격과 저품격으로 나뉘고 디자인을 논하는 사람의 품격까지 그가 내린 판단을 기준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형태를 가진 모든 것들을 디자인하다 못해 이젠 삶을 디자인하라고 외치는 세상이다. 점차 나도 모르게 자신의 디자인 선호 취향을 스스로 탐색하고 눈치보고 검열하게 돼 버린 이즈음, 눈에 보이는 디자인 만사형통의 세상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예술 디자인과 상업 디자인, 더 나아가 공공 디자인까지 자극적이고 모든 것을 이겨먹으려는 강렬함을 앞에 내세우고 유효기간조차 알 수 없는 1회성 디자인까지 출몰을 거듭하는 상황이라면 만성 디자인 피로가 쌓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헬싱키 이전에 ‘세계 디자인수도’였던 서울의 디자인 행정은 또 얼마나 많은 논쟁거리가 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가. 디자인 피로가 쌓이는 데는 어디엔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디자인 떠나기 전부터 짧은 헬싱키 여행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유독 ‘디자인’이라고 했다. 한 가지 주제를 유심히 봐야 한다는 강박은 자유로운 여행을 방해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으른 여행자를 생각하게 만든다. 기차에서 내려 푸르스름하게 어스름이 내려앉은 헬싱키로 들어서니 깔끔한 도심의 건물과 초록색 트램이 오가는 거리 위로 하늘이 시원하게 내려앉았다. 북유럽의 대표 복지 국가의 안정감이란 화려한 네온사인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다소 초딩스러운 자각이 우선적으로 드는 저녁 무렵이었다. 오랜 세월,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 아래 있었던 역사와 추운 겨울이 오래 계속되는 혹독한 자연환경 등은 핀란드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건축물은 물론, 디자인 분야 도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런 핀란드 특유의 역사와 자연을 통과한 디자인 결과물들이 어떤 이유로 전세계 사람들에게도 보편적인 기호로 자리잡게 된 것일까? 헬싱키 아라비아 팩토리Arabia Factory 안, 매력적인 생활 도자기들 앞에서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구매욕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과도한 캐리어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처지라 출장길에 가능하면 쇼핑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곤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묵직한 그릇 몇 점을 주섬주섬 싸들고 계산대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딸라Iittala의 그 오묘한 잿빛 블루에 홀딱 빠진 탓이다. 세일 중인 스프 접시 네 점을 득템, 돌아오는 길 내내 따로 고이 들고 다니다가 무사히 집으로 모셔 오기까지, 그 과정을 곰곰이 따져 보면 번거롭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대만족. 그릇 안에 담기는 샐러드나 파스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때로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은 라면까지 일관성 없고 무원칙한 내용물에도 불구하고 식탁 위에 오르면 그 어떤 경우에도 흡족하게 입맛을 돋워 주었다.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고 몸이 먼저 반응하게 하는 그 끌림은 무엇인지 그것의 정체를 찾아 짧은 헬싱키 여정을 마치고 찾아 든 책이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시벨리우스 기념비이자 시벨리우스 공원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파이프 오르간 2 바위와 빛의 조화로 감동을 이끄는 템펠리아우키오 암석교회 3 핀란디아홀 건물 위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가 주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4, 5 핀란드 디자인은 자연과의 소통을 특히 중요시한다 핀란드를 품은 핀란드 디자인 핀란드 디자인에 대한 탐색을 앞에 내걸고 있지만 저자는 한 나라의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명상가의 자세를 취한다. 먼 나라 핀란드에서 이방인은 조심스레 그곳의 자연과 분위기를 탐색한다.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빛과 공기, 스산할 만큼 정갈한 주변 풍경 속에서 반짝이는 일상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들여다보고 그 진심과 가치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내고 있다. 그곳, 그 시간이 머금은 특유의 빛깔과 삶의 방식을 디자인을 통해 발견해 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 스스로 말했듯 이 책은 객관적인 관찰과 비평의 산물이기 이전에 저자 개인의 취향이 십분 반영되어 있는 문화 에세이다. 그의 취향과 합일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삶의 원칙들을 디자인이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의 책은 핀란드 디자인에 오롯이 들어앉은 핀란드의 사계절, 핀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 새, 순록 등 핀란드의 자연풍광과 그곳 사람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작업이다. 더불어 핀란드의 풍광과 대비시켜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들을 이해하기 쉽게 함께 나열해 놓은 도록이기도 하다.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공 시설물들 소개는 물론 핀란드 대표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부터 유명한 공예가인 사미 린네Sami Rinne, 오이바 또이까Oiva Toikka, 펭귄 유리공예로 잘 알려진 아누 뺀띠넨Anu Penttinen, 재활용 디자인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베 호프Globe Hope 브랜드와 마리메꼬Marimekko까지, 저자가 책에 소개하고 있는 디자인 안에는 자연과 사람을 우선시하는 핀란드 디자인의 원칙이 절절히 흐르고 있다. 책을 보다 보면 자연과 사람을 이어 주고 일상 속에서 이용자의 편의와 안정감을 최대한 고려하는 디자인, 자연을 들여다보고 자연과 소통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그런 방식으로 자연을 고스란히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핀란드식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친환경적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자연훼손의 세상에 사는 이 시대 사람들의 고통에 어떤 해답과 위안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핀란드 디자인의 향취만큼이나 담백하고 순한 디자인 단상과 더 나아가 마땅히 그래야 할 삶의 모습들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처해 있는 디자인 환경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서다. 내가 느끼는 막연한 불편함의 원인은 무엇인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한없는 부러움과 함께 잔잔한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핀란드 디자인 입문서이면서 핀란드 문화 입문서이기도 한 <핀란드 디자인 산책>은 헬싱키 여행을 떠나기 전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일’ 헬싱키 여행과 보다 단순하고 조촐하게 나 스스로를 디자인하기 위하여. ▶travie book 핀란드 디자인 산책 Design Finland in My Perspective 핀란드 디자인의 힘은 단연 소통에 있다. 자연과 사람, 이웃 개개인에서 이웃 지역 및 물자에까지 소통을 확대하고 있는 그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은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디자인 취향과도 잘 부합되고 있다. 이렇게 핀란드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핀란드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핀란드 문화를 꿰뚫고 있는 저자가 핀란드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준다. 저자는 상업적인 디자인 제품들부터 공공 디자인까지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심성과 삶의 태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유도한다. 핀란드 사람들이 자연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통해, 단순하고 효율적이며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과연 무엇을 담아내야 가능한 것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핀란드 사람들의 환경과 일상이 반영된 디자인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100년을 내다보고 추진하는 헬싱키 도시계획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는 핀란드 공공 디자인이 지향하는 사람 우선, 약자 배려의 원칙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우나, 크리스마스 등 핀란드의 생활 문화를 조망하는 마지막 장에서는 핀란드 특유의 자연과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핀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 소개한다. 이에 더해 우리의 자연과 전통과 문화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디자인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걱정 또한 빼놓지 않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마켓스퀘어가 자리한 헬싱키 항구에서는 멀리 우스펜스키 성당이 바라다보인다 2 깔끔하고 단정한 헬싱키 기차역 주변 풍경 3 키아즈마 현대미술관 벽면에 그려진 까마귀 4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서 더욱 엄숙하게 느껴지는 헬싱키 대성당 내부 5 헬싱키의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디자인 포럼은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자리하고 있다 매력적인 헬싱키 명소들을 거닐다 2012년부터 2년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헬싱키. 그곳에서 디자인 트렌드를 탐색하기 원한다면 먼저 에스플라나디Esplandi 거리 근처에 자리한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Helsinki Design District로 찾아 들어가면 된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의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200여 개의 갤러리와 숍 그리고 레스토랑들이 자리해 있어 그중 몇몇 곳만 둘러보아도 현재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이끄는 핀란드 디자인의 힘을 느껴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디자인 제품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디자인 포럼Design Forum을 비롯해서 특유의 텍스타일 패턴으로 많은 사람들의 잇아이템으로 자리잡은 마리메코, 알바 알토의 디자인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아르텍Artek, 핀란드의 자작나무로 만든 공예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아리까Aarikka 등, 디자인 탐색을 떠나 저절로 군침을 흘릴 만한 숍 산책이 끝날 줄을 모른다. 헬싱키 도심에서 20분 정도 외곽에 자리한 아라비아 팩토리는 또 어떤가. 넓은 매장을 가득 채운 생활 도자기와 각종 물품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생활 도자기로 유명한 이딸라, 정원용 삽과 가위 등으로 잘 알려진 피스까스Fiskars, 핀란드 대표 캐릭터 무민Moomin을 이용한 도자기에, 유머가 뚝뚝 떨어지는 유쾌한 생활 도자기까지. 절제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발길을 돌리는 편이 낫다. 하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문화와 역사와 자연이 그 모든 디자인의 모태라면 헬싱키의 대표적인 명소들 또한 놓칠 수는 없는 일. 20세기 실용 디자인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헬싱키 디자인 박물관과 키아즈마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Kiasma, 핀란드 국립미술관인 아테네움 미술관Athenaeum Art Museum은 물론,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핀란디아 홀Finlandia Hall과 시벨리우스Sibelius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시벨리우스 공원 또한 꼭 챙겨 보아야 할 명소들이다. 헬싱키를 돌아다니다 발길이 닿게 되는 마켓스퀘어와 마켓홀. 그곳에서는 푸른 하늘과 바다, 싱싱함을 뽐내며 탐스럽게 쌓여 있는 야채와 생선 등, 자연의 색깔이 눈부시게 빛나는 핀란드의 일상을 읽어낼 수 있다. 교회 건물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붉은 외관이 아름다운 우스펜스키Uspensky 성당과, 성당 앞 너른 원로원 광장과 인상적인 계단, 그 위로 높고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더욱 돋보이는 헬싱키 대성당은 회당 내부의 모습이 간결하고 정갈해 오히려 더욱 엄숙해 보이고 바위 아래 자리잡은 템펠리아우키오Temppeliaukio 암석교회는 바위와 지붕 사이를 덮고 있는 천장 유리를 뚫고 실내로 떨어지는 은은한 빛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선물한다. ▶travie info 헬싱키로 가는 또 다른 선택, 터키항공 헬싱키로 가는 다양한 항공편이 있지만 이번 헬싱키 여행에는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터키항공편을 이용했다. 이스탄불 경유편을 이용할 경우 환승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짧지 않은 대기 시간에 이스탄불 시티 투어 등, 또 다른 도시를 잠깐이나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이다. 더구나 지난 3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터키항공의 컴포트 클래스Comfort Class를 이용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넉넉하고 여유 있는 좌석에서 최신 기내 설비와 비즈니스 클래스급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장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컴포트 클래스는 이코노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의 중간 개념으로 현재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운항 중이다. 운항 기종은 B777에 좌석 수는 63석으로 넓은 터치 스크린이 구비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USB, I-POD 이용도 가능해 더욱 편리하다. 더구나 컴포트 클래스의 기내식은 식전 타월 서비스부터 애피타이저, 메인요리와 디저트 및 각종 음료까지 정성껏 제공해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켜 준다. 마일리지는 클래식 플러스 마일 & 스마일 멤버의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의 1,24배가 적립되고 비즈니스 클래스의 트래블 키트도 제공된다. 동절기 운항은 미정. 문의 터키항공 02-3789-7054~6 www.turkishairlin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영화프리뷰] ‘나이트폴’ 연쇄살인범과 형사의 숨 막히는 대결…홍콩판 ‘추격자’

    [영화프리뷰] ‘나이트폴’ 연쇄살인범과 형사의 숨 막히는 대결…홍콩판 ‘추격자’

    영화 ‘도둑들’에 출연해 강한 남성미를 선보이며 한국 관객과 한층 친숙해진 중국 배우 런다화.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나이트폴’은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숨 막히는 대결로 홍콩판 ‘추격자’로 불리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지난 3월 중국에서 개봉해 홍콩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홍콩 스릴러영화의 부활을 알린 작품답게 초반부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촘촘하고 빠른 전개로 눈길을 끈다. 극 초반 잔인한 샤워장 난투극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시작된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가 부각되며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는 유명 피아니스트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21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왕원양(장자후이)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겉은 살인범과 형사의 추격전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영화는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이게 될 관객과의 두뇌 게임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세상에 버림받은 뒤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21년간 감옥에서 버텨 온 왕원양의 미스터리한 정체에 대한 의문점을 유발하면서 피아니스트 서한림과 딸 서설의 관계에 관한 비밀, 미제 사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자살한 아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람 형사(런다화)의 사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짜임새 있게 버무린 감독의 연출 감각이 뛰어나다. 잔인하고 어두운 소재지만 중간중간에 흐르는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세련된 카메라 워크로 영화의 완급을 조절한다. 전체적으로 1990년대 홍콩 누아르의 비장미와 미국 드라마의 치밀한 구성미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면 다소 결말이 예측 가능하고 한꺼번에 사건의 비밀이 맥 빠지게 풀려 버리면서 영화의 뒷심은 조금 달리는 편이다. 런다화와 장자후이가 홍콩의 관광 명소인 옹핑360 케이블카에서 펼치는 고공 격투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바닥 면이 크리스털 재질로 되어 있어 발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케이블카 안에서 두 배우가 벌이는 육탄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엇보다 두 연기파 배우의 내공 있는 연기 대결이 볼 만하다. 영화 ‘비스트 스토커’의 주연을 맡으면서 홍콩영화계의 부활을 이끈 장자후이는 대사 없는 벙어리 역을 자처해 강렬한 눈빛과 표정만으로 수십년간 맺힌 주인공의 고독감을 표현했다. 런다화 역시 홍콩 누아르를 대표하는 배우답게 카리스마 넘치는 노형사와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지닌 아버지를 오가며 호연을 펼쳤다. 오는 27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OECD 34개국 통계로 본 한국의 고용·과학기술의 현주소

    OECD 34개국 통계로 본 한국의 고용·과학기술의 현주소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취업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7번째로 많이 늘어났지만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하위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역시 가장 길지만 임금은 중간 정도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고용의 ‘빛과 그림자’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통계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최장’ 기획재정부가 16일 내놓은 ‘한국 고용의 현주소: OECD 국가와 주요 고용지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4.6시간으로 34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었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1년 취업자 증가 수는 41만 5000명으로 터키, 멕시코, 독일 등에 이어 7번째였다. 우리나라보다 생산가능인구가 많은 일본이나 영국, 프랑스 등보다 증가 폭이 더 컸다. 실업률(3.5%)과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의 비중(6.8%)은 OECD 회원국 중 낮은 편이었다. 연평균 실질임금은 3만 5406달러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중간 정도다. 반면 2010년 기준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은 23번째에 불과했다. 바꿔 말하면 ‘긴 노동시간으로 낮은 생산성을 메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66.2%로 OECD 평균(70.6%)에 못 미쳤다. 특히 청년층과 25~54세 여성의 참가율이 저조했다. 경제성장률 대비 취업자 수 증가율을 뜻하는 고용탄성치도 0.29로 독일(0.93), 호주(0.86), 프랑스(0.47) 등보다 낮았다. ‘고용 없는 성장’ 추세가 선진국들보다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과학기술 질적역량은 낙제 과학기술산업 평가에서는 전자정부와 무선 브로드밴드 가입자 수에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국제공동연구나 국제공동특허 등에서는 최하위권으로, 질적으로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OECD가 지난 13일(현지시간) 공개한 ‘2012년 OECD 과학기술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중 한국과 프랑스만이 연구개발(R&D) 투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기업 R&D 지출은 2001년부터 10년간 연간 9.5%씩 증가했다. 한국은 22개 지표 중 전자정부와 무선 브로드밴드 가입자 수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5개 지표에서 OECD 회원국 중 상위 5위 안에 포함됐다. 반면 해외 공동연구 논문 비율은 39위, 해외 공동특허 비율은 42위, 총고용 중 과학기술직 비율은 33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두걸·박건형기자 douzirl@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미술·전시

    ●김영남 개인전 ‘알려지지 않은 일상’ 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안국동 갤러리175. 영화적 영상어법을 통해 현대 한국에 스멀스멀 번져가고 있는 상실과 불안에 대한 얘기들을 한다. (02)958-2772. ●권대훈 개인전 4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화동 갤러리비원. 그림자를 입힌 페인팅 조각을 통해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의 두 번째 한국 개인전이다. (02)732-1273.
  • [24일 TV 하이라이트]

    ●미지와의 조우(KBS1 밤 12시 20분) 미확인 비행물체(UFO)가 세계 곳곳에 남긴 흔적들이 발견되고, 과학자들이 추적에 나선다. 그 가운데 인디애나에 사는 로이는 정전사고를 조사하다 우연히 UFO를 목격한다. 로이 혼자뿐만이 아니라 아들과 함께 사는 질리안도 같은 경험을 한다. 그후 로이는 UFO에 관한 기사 모으기와 UFO 형상을 찰흙으로 빚기도 하는데…. ●사랑과 전쟁 2(KBS2 밤 11시 5분) 어느 날 부부클리닉 위원회에 한 부부가 찾아왔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재혼부부. 하지만 아내는 남편과 아이만 가족이라고 여기고 혼자 사는 시어머니를 홀대한다. 서러운 마음에 과거 며느리를 그리워하는 시어머니. 몰래 과거 며느리와 왕래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자신의 아들과 다시 이어주려 한다. ●중국의 빛과 그림자 1부(MBC 밤 11시 10분) 세계의 진정한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경제성장을 최우선 순위에 둔 중국은 그 정책을 다시 고려하기 시작했다. 사회 경제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인구 0.4%가 중국 전체 부의 70%를 소유하고 있으며, 중국 최상위층 10%와 최하위층 10%의 소득차이는 무려 23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행의 기술(SBS 오후 5시 35분) 새 앨범 준비와 신인가수 프로듀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완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그와 함께한다. 학창 시절 이후 처음 타보는 자전거 타기와 물을 무서워해 혼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스노클링 등 평소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진솔한 모습을 만나본다. ●헬스 투데이(EBS 오전 6시) 60세 전후에는 체지방이 증가하고 근육량이 감소하여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당뇨 환자는 일반인보다 근육 감소증의 위험이 3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따라서 당뇨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근육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당뇨 예방 마지막 시간에는 하체 부위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배워본다. ●대뜸토크(OBS 밤 7시 5분) 고무신과 한복, 그리고 수염하면 떠오르는 통합진보당의 강기갑 대표.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농민출신 국회의원으로 법이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서민을 위한 정치철학을 실천하고 있다는 그다. 진보정치를 실현하는 그의 정치철학과 소소한 일상이야기를 들어본다.
  • 아버지와 아들의 ‘일자리 전쟁’ 해법은

    #“‘정년 연장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정년을 앞둔 50대라면 ‘예’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반면 취업준비생이라면 ‘아니요’라고 할 가능성이 높지요. 하지만 이 취업준비생에게 다시 ‘퇴직을 앞둔 아버지의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찬성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예’로 바뀔 수 있습니다.” 한 기업문제 전문가는 이처럼 정년 연장이 지닌 이중성을 예로 들었다. 12일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는 사회가 공감하면서도 완전한 사회적 합의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일자리를 놓고 아버지와 아들의 세대 간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정치권은 청년 일자리 확대와 중·장년층 정년 연장이라는 공약을 동시에 쏟아냈다. 이에 대해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저성장 기조 속에서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공약이 ‘부자(父子) 동시 실업시대’에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근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일자리 나누기와 ‘청년고용할당제’ 도입을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정년 연장이 적용되면 기업은 임금 비용을 늘리지 않기 위해 신규 고용을 꺼리게 될 것”이라며 “이는 청년실업 문제로 이어지게 되고 세대 간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하거나 대기업의 청년고용할당제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정년 연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금 박사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고령자 고용의 증가와 청년고용 감소는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년 연장을 강조했다. 금 박사는 “기업이 정년 연장에 부담을 갖는 이유는 비용 부담과 청년실업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고 삭감한 임금만큼 청년 일자리를 늘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산업별·기업별 특성을 고려한 뒤 탄력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기업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GS칼텍스·현대중공업 등 제조업은 정년 연장을 하고 있지만 서비스 업종은 그게 쉽지 않다.”면서 “다양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중·고령자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우선 정년 연장을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피크제나 워크셰어링 등 임금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SBS ‘신사의 품격’ 작가, MBC 맹비난하며

    SBS ‘신사의 품격’ 작가, MBC 맹비난하며

    KBS, MBC, SBS, EBS 등 방송 4사 및 외주제작사 시사교양 작가 778명이 MBC ‘PD수첩’ 집필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30일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최근 ‘PD수첩’ 작가 6명의 해고를 결정한 MBC에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보이콧 참여 인원은 국내 방송에 종사하는 시사교양작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작가 전원 해고는 그간 물리적, 정신적 탄압 아래에서도 작가적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며, 이후에 대체돼 들어올 작가들을 향한 사전 경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사교양 작가들을 부당한 조치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동료 작가들의 빈자리에 들어가 사장이나 간부들이 불러주는 대로 쓰는 작가군으로 여겼다면 이는 전체 시사교양 작가들에 대한 모독이며 치욕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사교양 작가들은 또 “작가 6명이 전원 복귀할 때까지 기꺼이 싸움에 함께할 것”이라며 보이콧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인기 드라마 작가들도 앞다퉈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SBS ‘신사의 품격’을 집필 중인 김은숙 작가는 “전원 해고라는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행태에 화가 난다. 양심도 명분도 없는 비겁한 보복”이라며 해고 작가들에게 ‘작가들의 잘못이 아니니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KBS ‘그들이 사는 세상’ ‘거짓말’ 등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는 “해고된 작가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지나간 MBC의 명성이 다시 돌아온다.”고 밝혔다. MBC ‘빛과 그림자’의 최완규 작가는 “여러분의 투쟁이 승리해 잃어버린 공정방송과 무너진 상식이 제자리를 찾기를 기원하며 투쟁을 지지한다.”고 응원했다. SBS ‘뿌리깊은 나무’의 김영현 작가는 “계약도 무시하고, 최소한의 동료의식도 내팽개친 MBC의 이번 행태는 전 방송작가들의 연대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BS ‘싸인’을 집필한 장항준 작가는 “김재철 사장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MBC에서 해고돼야 할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방송 4사 구성작가협의회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이날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작가 전원 해고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편 MBC 측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적합한 배우나 연예인, 작가를 기용하는 것처럼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담당 책임자가 (작가를) 섭외하고 계약한다. (이번 PD수첩 건도) 해고가 아니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종전 입장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SBS ‘신사의 품격’ 작가, MBC 맹비난하며

    SBS ‘신사의 품격’ 작가, MBC 맹비난하며

    KBS, MBC, SBS, EBS 등 방송 4사 및 외주제작사 시사교양 작가 778명이 MBC ‘PD수첩’ 집필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30일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최근 ‘PD수첩’ 작가 6명의 해고를 결정한 MBC에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보이콧 참여 인원은 국내 방송에 종사하는 시사교양작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작가 전원 해고는 그간 물리적, 정신적 탄압 아래에서도 작가적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PD수첩’ 작가들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며, 이후에 대체돼 들어올 작가들을 향한 사전 경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사교양 작가들을 부당한 조치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 동료 작가들의 빈자리에 들어가 사장이나 간부들이 불러주는 대로 쓰는 작가군으로 여겼다면 이는 전체 시사교양 작가들에 대한 모독이며 치욕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사교양 작가들은 또 “작가 6명이 전원 복귀할 때까지 기꺼이 싸움에 함께할 것”이라며 보이콧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인기 드라마 작가들도 앞다퉈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SBS ‘신사의 품격’을 집필 중인 김은숙 작가는 “전원 해고라는 비상식적이고 치졸한 행태에 화가 난다. 양심도 명분도 없는 비겁한 보복”이라며 해고 작가들에게 ‘작가들의 잘못이 아니니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KBS ‘그들이 사는 세상’ ‘거짓말’ 등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는 “해고된 작가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지나간 MBC의 명성이 다시 돌아온다.”고 밝혔다. MBC ‘빛과 그림자’의 최완규 작가는 “여러분의 투쟁이 승리해 잃어버린 공정방송과 무너진 상식이 제자리를 찾기를 기원하며 투쟁을 지지한다.”고 응원했다. SBS ‘뿌리깊은 나무’의 김영현 작가는 “계약도 무시하고, 최소한의 동료의식도 내팽개친 MBC의 이번 행태는 전 방송작가들의 연대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BS ‘싸인’을 집필한 장항준 작가는 “김재철 사장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MBC에서 해고돼야 할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방송 4사 구성작가협의회는 성명서 발표와 함께 이날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작가 전원 해고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편 MBC 측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적합한 배우나 연예인, 작가를 기용하는 것처럼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담당 책임자가 (작가를) 섭외하고 계약한다. (이번 PD수첩 건도) 해고가 아니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종전 입장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준상 “날마다 글 쓰며 위로받고 정신 차리죠”

    유준상 “날마다 글 쓰며 위로받고 정신 차리죠”

    2012년, ‘국민 남편’이란 칭호를 얻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가 있다. 시청률 40%를 넘어서 ‘국민드라마’로 등극한 KBS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의 방귀남 역을 열연하고 있는 배우 유준상(43). ‘넝쿨당’의 인기로 CF 출연 의뢰도 넝쿨째 들어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가 무대 위에 오른다. 뮤지컬 ‘잭 더 리퍼’. 4년 연속으로 출연하는 이 뮤지컬에서의 역할도 4년 연속 수사관 앤더슨이다. 다정다감한 국민 남편 방귀남에서 염세주의자 앤더슨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그를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년 써온 배우일지 엮어 에세이집 펴내 요즘 공연계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한 스타들이 하나둘 방송행을 택한 것을 비교해보면, 유준상의 행보는 완전 반대다. 유준상뿐만 아니다. 뮤지컬 ‘잭 더 리퍼’ 팀의 주연배우들 상당수가 그렇다. 다니엘 역의 안재욱도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SBS 드라마 ‘유령’에서 ‘팬텀’이란 가명으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악랄함을 맘껏 드러내는 배우 엄기준 또한 ‘잭 더 리퍼’에서 다니엘 역으로 활약한다. 하나의 공연으로 뭉치기 어려웠을 법한 이들 배우가 모이게 된 힘은 무엇일까. 유준상은 “다들 작업한 드라마 성과가 좋아서 기쁘다. 얼마 전 시파티(작품을 올리기 전 연습 시작에 앞서 배우와 연출진, 스태프 등이 여는 파티) 때 모였는데 너무 좋더라. 다들 ‘잭 더 리퍼’가 재공연된다고 하니까 흔쾌히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잭 더 리퍼’의 배우들은 다들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하는 레퍼토리의 공연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그와 뮤지컬 ‘삼총사’, ‘잭 더 리퍼’ 등의 작품에 함께 출연한 배우 신성우를 인터뷰했을 때 ‘준상이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있는 아이다. 후배들과 선배 사이에서 중심축을 이루며 질서를 잘 잡아준다. 준상이 덕에 팀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자 유준상은 “팀 분위기는 정말 중요하다.”면서 “공연도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즐겁지 않고 규칙이 없으면 무너진다. 그래서 지킬 건 지키되 재미있게 하자고 후배들을 독려하고 선배들을 잘 모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KBS ‘승승장구’에 유준상이 출연했을 때 몰래 온 손님으로 방문한 뮤지컬 배우 민영기가 털어놓은 일화도 유준상의 동료애를 진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영기가 결혼 자금을 마련하려고 무리하게 공연 스케줄을 잡다 신종플루에 걸렸는데 유준상이 흔쾌히 민영기 대신 무대에 오른 것. 게다가 유준상은 자신이 받아야 할 출연료를 결혼 선물로 민영기에게 선물했다고. ●“쳇바퀴 돌듯 살지 않으려면 극복해야” 유준상은 배우일지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20년간 써온 배우일지를 책으로 엮어 에세이집 ‘행복의 발명’을 발간했을 정도다. 그는 배우로서 살아가며 느끼는 점, 책과 영화, 공연 등을 보며 느낀 점, 고민, 깨달음 등을 매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다. 그는 “일지가 엄청 도움이 된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주로 예전에 쓴 배우일지를 넘겨 보는데 신기한 건 몇 년 전의 고민과 지금의 고민이 비슷한 내용이더라.”라면서 “결국, 쳇바퀴 돌듯 살지 않으려면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더라.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고 정신을 차리게 된다.”고 했다. 기록하고, 채찍질하고, 나날이 발전하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 롱런의 비결이 엿보였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하지만 절대 지쳐선 안 된다고 스스로 주문을 건다. ‘준상이 너 지쳤어? 지친 거야? 아니지? 그럼. 아직은 아니지.’라고 자문자답하며 힘을 낸다고. 긍정적인 생각, 원만한 사회생활, 프로정신의 실천이야말로 배우 유준상이 제2의, 제3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감독님, 킬링 힐킥 보셨죠? 주영아, 이젠 올림픽 킬러다

    감독님, 킬링 힐킥 보셨죠? 주영아, 이젠 올림픽 킬러다

    ‘홍명보의 아이들’이 가장 먼저 런던으로 떠났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이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전날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2-1로 승리한 영향인지 발걸음도 가벼워 보였다. ●흔들리는 수비라인·슈팅 연결도 재점검해야 홍명보 감독은 “한국선수단 중 출발도 가장 빠르고 경기도 개막 전인 26일로 가장 먼저다. 태극전사를 대표해 좋은 출발을 하겠다. 런던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했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하늘을 찔렀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주장을 맡아 온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린 그만한 실력이 있고 더 발전할 수 있는 팀”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감독에게 찬사를 들었던 기성용(셀틱)도 “메달권 진입이 목표다. 영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일만 남았다.”며 웃었다. 뉴질랜드와의 모의고사에서 박주영(아스널)과 남태희(레퀴야)가 나란히 골맛을 봤다.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봤다. 빛은 ‘살아난 킬러’ 박주영이었다. 실전감각 문제로 우려를 자아냈던 박주영은 감각적인 힐킥으로 건재함을 뽐냈다. 태극마크를 달고 득점한 건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박주영은 마무리뿐 아니라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해냈다. 4-2-3-1포메이션의 최전방에서 김보경(세레소 오사카)·구자철·지동원(선덜랜드)과 다양한 공격루트를 만들었다. 다만 몸싸움이나 전력질주 등 체력을 요구하는 부분에서는 미흡한 느낌이 있었다. 박주영을 필두로 한 공격진은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축구화가 닳도록 연습했던 그 패턴,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를 실전에서 구현하며 쉼없이 슈팅을 날렸다. 마무리로 연결된 게 단 두 개였다는 건 아쉬웠다. ●기성용·박종우 수비형MF 활용이 관건 수비라인은 다소 삐걱거렸다. 홍정호(제주)와 장현수(FC도쿄)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는 홍 감독의 최대 고민. 김영권(광저우)과 황석호(히로시마)가 나선 중앙수비 조합은 경험부족을 실감했다. 상대 공격수를 앞에 두고 아찔하게 공을 끌었고, 드리블하다 공격권을 내주기도 했다. 실점은 2선에서 침투하는 선수를 놓쳐서 나왔다. 홍 감독은 “남은 기간 수비의 호흡을 맞춰야 한다. 현재 선수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힘을 실었다. 기성용과 박종우(부산)가 선 수비형 미드필더의 발빠른 압박이 열쇠다. 홍명보호는 20일 세네갈과의 현지 평가전을 통해 메달 색깔을 가늠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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