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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촌경제 비상구가 없다](1)무너지는 소도시 상권

    농촌 경제의 어금니였던 읍내 상권이 무너졌다.구매력의 원천인 농민들은 호주머니가 비었다.농협 빚이 자라나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자 비율이 회원농협별로 조합원의 8∼20%를 웃돈다. 대목 중의 대목인 설이 코앞에 닥쳤지만 읍내 거리는 썰렁하다.경기(景氣)라는 말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물좋다는 다방·모텔 매물 홍수 이농에 따라 인구가 줄면서 관공서들도 하나 둘 떠났다.자석처럼 손님을 끌고 다니며 읍내 경제를 쥐락펴락 하던 공무원들도 철수하거나 구조조정으로 그 수가 크게 줄었다. 또 읍내 우회도로나 국도 주변에 들어선 대형 할인마트들이 주차시설과 값싼 가격,편리함을 내세워 수백명이 북적거리는 시장을 대신하고 있다.여기다 고속도로 등 도로 확장·포장과 개설로 접근성이 좋아지자 읍민들도 시 단위 시장을 찾아간다.경북에서는 2001년 이후 대구에서 왜관,김천∼구미,구룡포∼포항 국도가 4차로로 확장되면서 군위·의성·청도·칠곡군 등 대구권역 군들은 개발 기대와는 달리 지역상권이 오히려 위축됐다.특히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인근 군 지역의 인구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으며,시가지 상가매출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군청과 가장 번잡하다는 중앙로·버스터미널·5일시장 주변 등 이른바 황금상권도 수천만원을 웃돌던 권리금이 없어졌다.상인들은 “경기침체라는 홍역에다 농촌붕괴로 상가마다 링거를 꽂고 연명하는 중환자 신세”라며 하소연이다.“하던 일인데다 마땅히 할 것도 없고 내 집이어서 하루하루 장사한다.”며 더 묻지 말라고 손사래다.읍내마다 내려진 셔터나 출입문 위에 ‘휴·폐업.임대.건물 세놓음.몽땅세일’ 등 부도난 건물에나 붙어 있을 법한 종잇장이 나붙어 있다.2000년대 이후 ‘물좋다.’는 다방이나 모텔도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의성군 1년새 100여개 문닫아 가장 큰 문제는 농촌에 현재 소득원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불확실성에 있다.이 때문에 고향을 지키던 젊은이들이 도시로 도시로 흘러들고 있다.날품을 팔고 노점상을 하더라도 도시가 낫다는 생각에서다.하루라도 빨리 고향을 뜨는 게 당대는 몰라도 자식을위해서라도 밑지지 않은 장사라고들 말한다. 특별취재팀 대전 이천열 광주 남기창 대구 김상화기자 농도인 전남도는 어느 지역보다 심각하다.전남도민(206만명)의 25.3%인 52만명이 농민이다.도내 22개 시·군 중 5개 시를 제외한 17개 군의 경우 전체 주민의 절반이 농민이다.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 군민의 20%를 넘는 곳도 있다.강진군의 경우 관내 130개 중소기업 가운데 최근 2년 새 11개가 휴업하고 5개가 폐업했다.읍내 상가번영회 김병완(60) 회장은 “군민 전체라야 5만명도 안되는데 무슨 장사가 되겠느냐.”며 “읍내 600여개 상가 가운데 지난 2년 동안 100여개 업체가 휴·폐업했다.소규모의 구두가게·양복점·식당·옷가게 등이 손들고 나갔다.”고 말했다. 마늘과 사과·고추 주산지로 돈이 돌았던 경북 의성군을 비롯해 군위와 예천,영양,청송군의 읍내도 폐업과 매물로 넘쳐난다.의성군의 경우 1800여개 업소 가운데 1년 새 100여개 업소가 문을 닫았다.800여개가 가게를 내놨으나 거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가게당 1000만∼5000만원씩하던 권리금이 공중에 떴다.문을 연 가게들도 매출이 지난해의 50∼80%선으로 격감했다.수개월째 임대료를 못내는 경우도 적잖다.종업원 해고 등 자구책을 쓰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식이다.세입자들은 주인의 독촉에 사채와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버티고 있다.부도 위기설로 술렁거린다.옷가게를 하는 김모(43·여)씨는 “농촌경제 붕괴로 읍내 상가가 줄줄이 쓰러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이제 상권붕괴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충남에서 군세가 가장 작은 청양군 읍내는 휴·폐업중인 점포수가 전체 80∼90개 가운데 10여개를 넘었다.부동산업을 하는 이상선(58)씨는 “10년 전만 해도 5일장이 서면 버스 안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차 장날 분위기가 났는데 요즘은 서너명만 내리고 장날도 썰렁하기만 하다.”고 말했다.예전에 손수 가꾼 농산물을 바리바리 이고 와 팔던 농민들 대신 트럭에 물건을 가득 떼온 떠돌이 장사꾼들이 장터 곳곳을 메우고 있다. ■무너지는 소도시상권 르포 지난 9일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30분여만에 도착한 경북 의성군 의성읍내는 날씨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했다.사람들로 붐벼야 할 점심 시간인 데도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눈 앞에 보이는 몇몇 상가들은 문이 잠기거나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7만 군민들의 중심 상권이라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상가 임대·매각 딱지만 ‘더덕더덕' 필름을 사려고 들른 한 사진관에서는 난방을 하지 않아 한기가 돌았다.한참만에 밖에서 들어선 주인에게 “장사하지 않고 어디 다녀 오세요.”라고 묻자 “손님도 없는 점포를 지키면 뭐 해요.인근 가게 주인들 대여섯이 모여 매일 고스톱이나 치고 놀죠.”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한다.건너 편에서 부동산을 하는 이성민(60)씨는 “전체 점포 중 절반 정도가 휴업하거나 세로 내놓았지만 거래는 전혀 없다.”며 “그동안 점포세로 재미를 봤던 건물주들도 세입자들이 불황으로 세를 연체하자 건물 관리가 안돼 매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생활정보지도 태반은 건물 임대·매물란으로 채워져 있었다..군청앞에서 식당을 하는 김종우(59)씨는 “요즘 손님을 받지 못하는 날이 다반사”라면서 “식당한 지 1년이 지났으나 때려치워야 할 판”이라고 씁쓰레한 표정이었다.의성농협의 한 직원은 “예전 같으면 상가 주인들이 평균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하루 매상을 들고 왔지만 요즘에는 그 분들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구 3만 8000여명으로 충남도에서 가장 적은 청양군 읍내는 산사(山寺)와도 같았다.9일 점심 때,외관상 그럴듯한 식당에 들어섰으나 주인과 종업원인 듯한 여자 4명만이 식사중이었다.주인은 “장사,말도 말아라.하루종일 파리만 날린다.어디 밥먹고 살겠느냐.”고 푸념부터 늘어놓았다.문 닫은 상가와 ‘무조건 1만원’이란 딱지가 붙은 가게도 듬성듬성 보였다. ●군청직원 월급일부 상품권으로 곡창지대인 예산군 읍내는 초저녁인데도 서너집 걸러 한집씩 불이 켜지지 않았다.급기야 예산군은 지역상권 활성화를 내걸고 직원들의 월급 가운데 실·과장은 10만원,6급 이하는 5만원짜리 상품권으로 대체해 지역상품을 의무적으로 사도록 했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은 탐진댐 건설에 따라 읍내 식당(523개)과 유흥주점(36개) 등이 한동안 특수를 누렸으나 겨울해는 길지 않았다.식당을 하는 이동철(43)씨는 “주민들 보상이 마무리되면서 식당이고 술집이고 썰렁해 졌다.”고 말했다. 국도 2호선(부산∼목포)이 왕복 4차로로 뚫리면서 목포시와 20분거리로 좁혀진 강진읍은 상권 붕괴가 가속화했다.읍내에서 비교적 목이 좋은 매일시장이나 5일시장이 가장 먼저 손님을 빼앗겼다.5일 시장에서 20년 넘게 옷가게를 해온 구연호(65)씨는 “이러다간 굶어 죽겠다.하루 3만∼4만원어치 파는 게 고작”이라며 “하루 매상 30만원씩 올리던 80년대 시절이 그립다.”고 회고했다.이 시장 내 장옥(점포) 120개 가운데 20%는 비었다.윤천식(63) 시장상가번영회장은 “23년째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7∼8년 전부터 매상이 뚝 떨어져 부부 인건비나 건지는 셈 친다.”면서 “시장에 오는 사람 찾기가 힘든 판이니….”라면서 혀를 찼다.군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억여원을 들여 장옥을 현대식 건물로 단장했고 주차장(70대)도 짓는다.입점 상인들도 친절과 청결 등 소비자 만족을 위한 자체 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시장통에서 만난 주민들은 농협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할인마트가 그나마 있는 손님까지 몽땅 훑어갔다고 불평불만이다.시장안에서 40년도 넘게 콩나물과 두부·대파·시금치 등을 팔아온 할머니 세분은 “오늘은 아직 개시도 못했다.저쪽에 있는 마트에서 두부나 콩나물을 여기보다 100원씩 더 싸게 판다.”며 성질부터 냈다. 특별취재팀 ■러브호텔 불황 직격탄 농촌에서 불황을 비웃으며 현금을 거머쥐던 모텔(러브호텔)이나 다방도 2000년대 들어 맥을 못추고 있다.우후죽순 격으로 늘던 모텔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또 웬만한 읍내마다 50여개를 웃돌던 다방도 여종업원들이 티켓비(일명 봉값·시간당 2만∼2만 5000원)를 못 채우는 불황에 휴업이 속출하고 있다.읍내 소재 다방마다 아가씨 4∼7명을 두고 장사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러브호텔로 통칭되던 여관이 충남 연기군 50개,금산군 55개에 이른다.그러나 농촌경제가 결딴나면서 회전율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기름값도 안 나오고 매매가마저 폭락해 이중고다.금산읍 H모텔 종업원은 “모텔 손님들이 1997년 외환위기 전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연기군내 다방은 140개에서 112개로 줄었다.조치원읍내의 한 다방 여주인은 “아가씨 구하기도 어렵고 장사도 잘 안돼 일부 티켓다방 등은 노래방으로 업종전환을 하는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40여개의 러브호텔이 몰려 있는 팔공산 자락인 경북 칠곡군 동명면에는 매물 10여개가 나왔다.20∼50여개의 객실을 갖춘 러브호텔 가운데 최근에 지은 10∼20%만 그런대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20억원을 호가하던 매매가는 13억원으로 내려갔다.임대기간이 끝난 D모텔 등도 올 들어 임대료를 30∼40%가량 낮췄다.군위군 동산리 10여개의 러브호텔 가운데 2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는 개점휴업 상태다.의성군에는 다방 161곳이 등록돼 있지만 영업중인 곳은 100여곳이다.군위군 61곳,영양군 43곳도 20%가량 휴업중이고 나머지도 도산위기다. 전남 보성군도 99년 하루에도 서너개씩문을 열던 다방이 한때 120여개였으나 지금은 87개다.이 가운데 정상영업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인근 장흥군도 다방 83개가 있으나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여종업원 4명을 둔 P다방 업주 김모(39·여)씨는 “예전에 월 평균 1000만원까지 오르던 매출이 300만∼400만원도 간신히 건진다.”고 말했다.군청 위생계의 한 직원은 “몇 년 전만 해도 다방 아가씨들의 봉값(티켓비)을 둘러싼 실랑이나 신고가 잦았으나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점포 임대·매매 실종 “상가 점포 임대요.더는 말 마이소.불황에 누구 속 뒤집어 놀라캅니까.” 경북 의성군의 ‘명동 거리’로 불리는 의성읍 후죽리에 사는 임모(68)씨는 요즘 화병이 났다. 10여년전에 신축한 건물(4층) 점포 대부분(1∼3층,100여평)이 3년째 텅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1층 20여평을 임대한 것이 고작이다.4층은 살림집이다.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가게 임대문제론 걱정을 하지 않았다.오히려 큰소리 떵떵 치면서 세를 놔 먹었다.‘노른자위’ 점포여서 사람들이 줄을 서세들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가 경기가 주저앉기 시작한 2001년부터 점포세가 슬슬 빠지더니,다시 나가지 않고 있다.1년전부터 점포세를 예전의 절반 정도로 내렸지만,감감무소식이다, 임씨는 “점포세 놔 먹기가 이젠 끝장난 것 같다.”며 “‘애물단지’가 된 건물을 매각하려고 해도 그마저 어렵다.”고 한숨 지었다. 인근 건물에서 점포 20여평을 세 얻어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9·여)씨의 심정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매출부진으로 7000만원을 투자한 점포를 십 수개월전부터 처분하려고 해도 임자가 나서질 않는다.그저 울며 겨자 먹기식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한달에 5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본전치기라도 되지만,30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특별취재팀
  • “희망이 안보여…”/하루16시간 노동 40대도… 100만원 못갚아… 생계형자살 올 676건

    지난 27일 저녁 서울 상계동의 40대 가장이 집에서 목을 매 목숨을 끊은 사실이 29일 뒤늦게 밝혀졌다.유서는 없었다. 부인에게 “희망이 없고 막막하다.죽고 싶다.”는 말을 남긴 게 전부였다. 숨진 최영찬(40·가명)씨는 ‘투잡스족’이었다.새벽엔 신문배달원,낮에는 전자제품 출장기사로 쉴 틈 없이 일했다. ●어느 40대 투잡스족의 죽음 동료들은 그에게 “돈 독이 올랐다.”고 놀렸다.하지만 최씨에게 두 개의 직업은 ‘선택’이 아닌 ‘강요’였다.하루 16시간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150여만원의 월급은 고스란히 은행빚을 갚는 데 들어갔다. 그는 6년전까지 서울에서 작은 전자제품 상점을 운영하던 ‘사장님’이었다.간호사로 일하는 부인의 수입까지 더하면 단란한 네 식구 살림을 꾸려가기엔 부족함이 없었다.하지만 지난 97년 찾아온 외환위기로 가게가 넘어갔다.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13평 반지하 방으로 옮겼다.어떻게든 빚은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투잡스족’이 됐다.하지만 은행빚 5500만원은 끝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영안실에서만난 부인 김모(38)씨는 “3년만 더 노력하면 빚도 갚고 재출발할 수 있다더니…”라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빈곤의 덫…탈출구가 없다 빈곤을 비관한 ‘생계형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생계비관형 자살은 676건.지난해 1년 동안 집계된 600건을 훨씬 넘어섰다. 29일 오전에는 대리운전사 한모(27)씨가 빚독촉을 견디다 못해 서울 중구 소공동 원구단 공원에 있는 나뭇가지에 목을 맸다.한씨가 남긴 유서에는 “빚 100만원을 빨리 갚으라는 사채업자의 전화 때문에 정상적 생활이 힘들다.”고 적혀 있었다. 앞서 지난달 9일에는 카드빚 독촉에 시달리던 실직자 김모(46)씨가 여의도 대로변 승용차 안에서 극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3개월전 직장을 잃은 김씨는 카드빚 1200만원을 갚을 길이 없어 고민해오다 자살을 선택했다. ●“절망과 분노가 자살 부른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빈부격차와 이에 따른 빈곤층의 박탈감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모두가 고통을 겪었고,처음이니까 차차 나아질 것이란 희망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위기극복의 열매가 소수의 상류층에만 집중되고 나머지 계층은 경제사정이 오히려 악화되면서 박탈감과 절망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근로자의 소득불균등 정도를 나타내는 ‘임금소득 지니계수’도 계층간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올해 6∼8월 평균 임금소득에 대한 지니계수는 0.32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0.319보다 크게 높아졌다.이는 지난 99년 통계청이 임금소득에 대한 지니계수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지니계수는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낮다는 것을 뜻한다. 가톨릭대 심리학과 정남운 교수는 “생계형 자살은 개인이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사회적 행위”라면서 “사회 내부적으로 갈등의 요소를 증가시키고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하는 등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세영 유지혜기자 sylee@
  • LG, 왜 금융업서 손떼나/“증자보다 터는게 남는 장사” 계산

    “엘지가 어떻게 울게 됐지?” LG는 17일 “금융시스템 붕괴 위기를 막고 LG의 신용 및 브랜드 훼손 방지 등을 위해 금융사업을 포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로써 LG는 금융사업 진출 30년만에 금융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그럼 재계 서열 2위인 LG그룹이 어쩌다가 금융업에서 손을 떼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을까.LG카드는 채권단이 부도를 막아주는 등 내용적으로는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이렇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LG카드의 절박한 자금 상황 때문이다. 한 때 업계 1위로 잘나갔던 LG카드는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연체자를 양산했다.그 결과 지난 3·4분기 말까지 1조 168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이렇듯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시장에서는 LG카드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LG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가 팔리지 않으면서 이내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차환발행이 안돼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급기야 LG카드는 지난달 실질적으로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는 처지가 됐다.자금운용의 일거수일투족을 채권단이 감시하는 것이 공동관리다.LG카드는 채권단에서 2조원을 지원받은지 한 달도 채 안돼 1조 5000여억원을 끌어다썼다.외국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에 대한 환매 요구가 쏟아지면서 빚 독촉에 시달렸다.채권단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버티겠지만 다음달부터는 추가 지원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LG카드의 기업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은 LG카드에 ‘LG투자증권 끼워팔기’라는 묘안을 짜냈다.우리은행 이종휘 부행장은 “우량회사인 LG투자증권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라도 LG카드의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LG카드 매각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채권단의 LG투자증권 포기 요구를 의외로 빨리 받아들였다.LG투자증권으로서는 그룹의 부실 계열사로 인해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그룹측이 금융업을 포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LG카드에 집착하다가 자칫 전자·화학 등의 주력업종마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채권단도처음에는 이들 계열사를 통해 LG카드의 채권 8000억원어치를 인수토록 압박을 가했었다. 그룹측으로서는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금융 부실을 터는게 남는 장사라는 계산을 했다는 얘기다.현행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예전처럼 자금줄이나 계열분리 창구로서 금융계열사의 몫이 크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실제로 LG그룹은 LG화재를 이미 계열분리했다.결과론적인 얘기지만 LG그룹은 금융업에서 손을 뗌으로써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라는 정부 정책에 호응한 셈이 됐다. 박홍환 김유영기자 carilips@
  • 카드 대환대출 연체 20%대로 급증 부실 부메랑

    겉으로 드러나는 연체율 수치를 낮추기 위해 신용카드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집중적으로 적용해온 대환대출이 급기야 더 큰 부실로 폭발할 조짐이다.대환대출 연체율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면서 애초부터 우려됐던 미봉책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냄비 밖으로 철철 넘쳐 흐르는 연체율을 대환대출이라는 뚜껑으로 가까스로 눌러 닫아놓았는데,시간이 흐르면서 그 뚜껑마저 언제 ‘펑’하고 터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환대출 연체 급격한 증가 LG카드는 지난 10월말 현재 대환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금융감독원 통계)이 25.94%로 9월(19.74%)보다 6.2%포인트나 상승했다.삼성카드도 9월 15.3%에서 10월에는 17.3%로 2%포인트가 올랐다.우리카드 역시 10월 대환대출 연체율이 9월보다 2%포인트가량 높아지면서 2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대환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전체 연체율도 덩달아 크게 높아지고 있다.9월 말 현재 카드사들의 신규 연체(1개월 미만) 금액은 1조 1584억원으로 전분기 말의 1조 7863억원보다 35.2%나 줄었지만 일반연체(1개월 이상) 금액은 9월 말 11.7%로 전분기 말(9.4%)보다 오히려 2.3%포인트 올랐다. ●‘언발에 오줌 눈’ 카드사들 대환대출은 카드사들이 단기 연체자들에게 보증인을 세우거나 연체액의 일부를 갚는 조건 등을 달아 카드빚을 장기로 나눠 갚을 수 있도록 부채의 형태를 바꿔 주는 것이다.연체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빚 독촉에서 벗어날 수 있고,카드사들 역시 평균 연체율 감축 등 이점이 있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지난해 말 7조원에 불과했던 대환대출 잔액은 올 9월 말 15조 3000억원으로 2배를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환대출로 처리한 연체금은 부실채권이 아닌 정상채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표면 연체율을 떨어뜨려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고,채권 회수에도 여유가 생겨 좀더 많은 빚을 받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덕에 카드사들은 연체율을 10% 안팎으로 유지할 수 있었지만 대환대출을 감안한 실질 연체율은 올 9월 말 29.6%에 이르고 있다.허울만 바뀌었을 뿐,곪아가는 알맹이는 그대로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일반 연체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은 자산이 감소한 영향도 있지만 카드사들이 대환대출로 유도한 부분이 다시 연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환대출 지뢰 폭발하나 대환대출 연체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은 카드사들이 LG카드 사태 등으로 잇따라 신용결제·현금서비스 등 이용 한도를 줄이면서 연체자들의 자금결제가 힘들어진 게 가장 큰 이유다.또 일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원금탕감을 계기로 연체자들 사이에 돈을 안 갚아도 된다는 식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확산된 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환대출을 통해 신용불량을 유예받았던 사람들이 대거 신용불량자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특히 가뜩이나 어려운 카드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돼 업계 전반에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이런 시각에 대해 LG카드 관계자는 “대환대출은 보증을 통해 신용을 강화하면서 상환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카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 [대한포럼] 카드 위기의 시작과 끝

    흔히들 ‘소비는 미덕’이라고 말한다.그러나 이 때의 ‘소비’ 앞에 ‘건전한’이란 형용사가 생략돼 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건전한 소비’는 미덕이지만,‘불건전한 소비’는 재앙을 불러온다.지금 한국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카드 위기가 그런 경우다. 외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길 무렵 재벌들은 앞다퉈 카드업으로 몰려들었다.카드사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더니 카드를 남발했고,여기에 소비자들까지 가세해 마구 카드를 긁어대기 시작했다.카드사들은 연간 수천억원의 떼돈을 벌며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착각했지만 그러나 그것은 거대한 거품이었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서울 대치동으로 몰려들어 일시에 부동산 거품을 만든 것과 다를 게 없다.거품이 꺼지자 곳곳에서 문제가 터졌다.최대 희생자는 가계였다.가계도산이 속출해 360만명이 신용불량자가 됐으며,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카드빚만 남은 ‘깡통계좌’를 안고 빚독촉에 시달리며 범죄와 일가족 동반자살의 유혹을 견뎌내고 있다. 카드 위기는 건전한 소비의 주체로서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가계를 마비시키고 있다.게다가 LG카드 구제금융과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에서 보듯 가계의 위기가 이미 카드사와 투신사를 거덜내고 은행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카드 위기의 발원지를 찾아 좀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DJ정부의 경제팀이 추진했던 ‘소비확대 정책’이 있다. 당시의 정부는 카드사들에 길거리 ‘좌판 영업’을 허용했다.이에 따라 카드사 직원들은 손뼉 장단에 맞춰 ‘골라 골라’를 연호하며 싸구려 물건을 파는 남대문 시장 좌판상인들처럼 길거리 판촉활동을 벌였다.1000만원짜리 돈다발을 길거리서 아무런 신용조회도 없이 마구 빌려주었다.또 신용에 무지한 카드 이용자들이 카드사 돈을 내 돈 쓰듯 하다가 무더기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데도 정부는 손을 쓰지 않았다. 금융인의 몰상식,금융이용자의 무지,금융사의 불법·변태영업을 정부는 왜 방조했을까? 그 해답을 DJ정부 경제팀이 펼친 소비확대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이들은 ‘건전한 소비만이 미덕’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그런 설명 없이 그냥 ‘소비는 미덕이다.소비하라.’고만 외쳤다.외환위기 이후의 위축된 경제를 살려내는 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 부작용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들에게 카드는 소비 캠페인을 위한 최상의 도구로 인식됐다.이렇게 해서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카드흥행사업’이 전개된다.재경부는 카드를 많이 쓰면 세금을 깎아주고,국세청은 카드복권까지 만들어 카드사용을 권장했다. 처음에는 거래 투명화와 탈세 방지라는 좋은 목적으로 출발했지만,금방 ‘건전한 소비’의 한계를 훌쩍 넘어섰다.카드사 난립·카드 남발·카드 남용·신용불량자 양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오로지 ‘소비가 늘어야 경제가 산다.’는 일념으로 밀어붙였다.브레이크 없는 소비확대 정책은 카드 위기를 향해 치달았다. 소비에는 마약과 같은 강한 중독성이 있다.소비확대 정책은 처음에는 건전 소비 활성화로 시작되지만 소비가 늘면서 경제성장률이 조금씩 올라가면 거기에 금방 도취되고 만다.그래서 계속 소비를 부추기다 보면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을 불러들이게 된다는 것이 DJ정부의 소비확대정책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다. 투자는 에너지(자원)를 축적하면서 열(경기 회복)을 내지만,소비는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열을 낸다.경제정책이 소비확대에만 매달리면 에너지원이 금방 고갈되고 그 이후에는 경제에 무리를 주게 된다.DJ정부 경제팀의 소비확대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팀이 누려야 할 소비의 몫을 미리 당겨 쓴 것일 뿐이다.현재의 심각한 카드위기와 소비 부진은 그 후유증이다.이 점에서 DJ 경제팀은 현 경제팀에 큰 빚을 지고 있다.소비확대 정책의 시작은 달콤하지만 그 끝은 매우 쓰다. 염 주 영 논설위원 yeomjs@
  • [대한포럼] 119조원의 딜레마

    추수가 막 끝난 요즘 농촌에는 일가족 야반도주가 속출하고 있다.지난봄 영농자금을 받아 피땀 흘려 농사를 지었건만 추수를 해놓고 보니 인건비는커녕 빚 갚을 길조차 막막해서다.추수가 끝나기가 무섭게 빚독촉에 나선 농협이 야속하기만 하다.농협에 따르면 빚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밤 봇짐을 싸는 농가들이 단위조합별로 5∼10곳은 족히 될 것이라고 한다. 전국의 350만 농민들이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있다.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지난 1998년 이후 정부는 모두 6번의 농가부채 대책을 내놓았다.하지만 농가부채는 갈수록 늘고 있고,지난 2월 들어선 노무현 정부도 또 다른 부채 대책을 준비중이다.그러나 이번 조치로 빚을 털고 자립경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농민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그래서 성난 농민들이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농민시위에 나선다고 한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정부는 지난주 허겁지겁 초대형 ‘농정 로드맵’을 발표했다.향후 10년간 각종 농업 투융자 사업에 119조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그동안 허송세월하다가 도하개발 어젠다(DDA)협상과 쌀 재협상으로 개방이 눈앞에 닥쳐서야 농민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 10년 전의 우루과이 라운드(UR) 때와 너무도 흡사하다.그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정부는 지난 10년간 농업에 무려 62조원을 쏟아부었다.그런데도 왜 농촌은 갈수록 피폐해지고,농민들은 빚에 억눌려 있어야 하는가? 정부는 농민 달래기에 급급한 나머지 119조원짜리 돈 보따리를 내놓기에 앞서 지난 10년의 농정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그 실패의 원인은 아무리 농업 투자를 늘려도 농업의 생산성은 늘지만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수요 감소와 개방의 확대로 그냥 둬도 농산물 값이 하락할 판에 과잉생산을 유발해 가격폭락을 자초하기 때문이다.쌀이나 축산이나 유리온실 사업 등이 모두 증산일변도의 정책을 강행하다 실패한 예다. 필자는 한국농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즉,관념적 농업보호론과 쌀 자급론만으로 잘사는 농촌,빚없는 농촌을 만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350만 농가인구를 먹여 살리기에 농업은 너무도 작은 밥그릇이다.전체 인구중 농가인구는 7.5%인데 전체 소득중 농업소득은 4%도 안 된다.게다가 더 큰 문제는 한정된 시장으로 인해 농업투자를 늘려도 소득은 못 늘리고 부채만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는 데 있다. 농촌에 투자하지 말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농가의 밥그릇을 키우려면 농업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일본 농가들은 전체 소득중 쌀에서 얻는 소득의 비율이 3%에 불과한데 우리는 이 비율이 33%나 된다.또 일본 농가들은 농외소득 비율이 87%나 되는데 우리는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방화 시대의 농정은 ‘농업 살리기냐,농민 살리기냐’의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농민의 살 길은 농외소득을 확대해 탈농재촌(脫農在村)을 유도하는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그러려면 농정의 기본 방향을 농업에서 농촌·농민으로 전환해야 한다.산업 중심에서 지역·사람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이를 위해 농림부의 이름을 ‘농업농촌부’로 바꾸는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더 욕심을 낸다면 유럽 국가들처럼 ‘농업농촌식품부’로 확대 개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다시 119조원의 돈 보따리를 농민들에게 내밀고 있다.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빚쟁이를 만들어낼지 걱정이 앞선다.농민들에게 농가부채주의보를 울리고 싶다. 염 주 영 논설위원 yeomjs@
  • 카드사, 밤9시 이후에도 채권추심 허용 요구/ 채무자 인권 침해 논란

    ‘채무자의 모럴해저드’‘카드사들의 무리한 빚 받아내기’-금융감독위원회가 채무자의 인권과 카드사의 효율적인 채권추심이라는 상반된 주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현재 밤 9시 이전까지로 된 채권추심시간 연장여부가 쟁점이다.카드사들은 “채무자들의 모럴해저드를 이유로 밤 9시 이후에도 채권추심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카드연체의 원죄는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행한 카드사에 있다.”면서 “채권 추심을 강화해 채무자를 너무 궁지로 모는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채무자의 모럴해저드 금융감독위원회와 8개 신용카드회사 사장들은 4일 오찬 모임을 갖고 연체율과 수익성 등 카드사들의 경영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모럴 해저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카드사 사장단은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연체율 증가,일부 한계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등의 우려를 제기하며 “채권 추심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이에 대해 금감위는 즉답은 피했지만 “고의적으로 채무상환을 회피한다고 판단되는 채무자에게 한해 채권추심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전제조건은 달았지만 현재 9시까지로 제한된 채권 추심시간을 9시 이후로 연장하겠다는 복안이다.금감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밤 9시 이전에 일정 횟수 이상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 밤 9시 이후에 연체 고객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카드사에 의해 악용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의 무리한 빚독촉 카드사의 채권추심 강화가 지나쳐 감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재환(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채무자들이 빚독촉에 시달린다고 당국에 호소한 건수는 LG카드가 1360건으로 가장 많았다.이어 삼성카드(1010건),국민카드(725건),우리카드(397건),외환카드(212건) 등이 상위 1∼5위를 차지했다.카드사들이 연체율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채권을추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이에 비해 은행은 조흥은행(69건 11위)과 한미은행(32건 19위) 2곳만 20위권 이내에 들어 제2금융권에 비해 부당 채권추심이 적었다. 금감원에 접수된 신용불량자들의 불만은 카드사들이 채권 추심을 할 수 없는 밤 9시 이후에 연체 고객에게 연락하거나,연체 고객의 부모 등 가족에게 변제를 강요하는 등 금융 당국이 금지한 행위들이 대부분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빚을 잘 받아내겠다는 효율성만을 생각하지 말고 채무는 갚지 않으면 안된다는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동형기자 yunbin@
  • 금융사 횡포 잠재운 나홀로 소송/본인 확인않고 발급해 피해 회유 뿌리치고 2심서 승소

    금융회사가 신원도 확인하지 않고 카드를 발급,자신도 모르게 신용불량자가 된 30대 여성이 1년4개월간 홀로 소송을 벌여 위자료를 받게 됐다.간호사 송모(36·여)씨는 2001년 5월 주민등록증과 통장,도장 등을 도난당했다.함께 살던 친구 김모씨가 송씨 몰래 훔쳐 송씨 명의의 카드를 만들었던 것이다.송씨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고,S캐피탈 직원도 주민등록상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승인했다. 지난해 5월 송씨는 자신도 모르게 S캐피탈 대출카드의 대금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실을 알게 됐다.S캐피탈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친구가 명의를 도용한 사실도 확인했다.결국 금융회사는 모든 사실을 인정,‘앞으로 빚 독촉을 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제공하고,신용불량 등록에서도 삭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송씨의 K카드는 여전히 사용 정지된 상태였고,신용불량 등록도 1년2개월이 지난 7월에야 해제됐다.S캐피탈과 금감원에서 신용불량을 해지해도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타사 카드의 사용은 계속 제한되기 때문.신용불량 등록을 한 금융기관이직접 해지요청을 해야 되는데 S캐피탈이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무성의에 분노한 송씨는 남편 조모(36)씨와 함께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금융기관의 잘못은 인정되지만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한 판례가 없고 피해사실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S캐피탈은 “150만원에 합의하자.”고 제안해왔다.하지만 송씨는 “피해를 입은 사실이 분명한데 그냥 포기하면 금융회사의 횡포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배상금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항소하기로 결심했다. 서울지법 민사항소3부(부장 조용구)는 17일 “금융회사 직원이 카드 발급시 본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원고를 신용불량자로 등록,큰 피해를 안겨줬다.”면서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했기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금융기관이 신속히 오류를 수정하지 않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해 법원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정은주기자 ejung@
  • [관가 돋보기] 청사주변 식당주인 ‘속앓이’

    “손님이 북적대도 고민입니다.” 공무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주변 A음식점 주인의 푸념이다.단체 외상 손님 비율이 높은 만큼 제때 갚지 않는 외상값도 쌓여만 간다는 얘기다.하지만 불경기 속에 그마저 찾는 단골손님의 발길이 끊길까봐 빚 독촉 한번 제대로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벙어리 냉가슴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근처 음식점에서 삼삼오오 점심·저녁 식사를 가질 뿐 아니라 부서 회식 등 단체모임도 자주 갖는다.‘고정 고객’이 확보된 만큼 주변 음식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겠지만,실제상황은 생각 같지 않다. 단체회식 등의 경우 음식값을 현장에서 현금이나 카드로 지불하기보다는 외상을 하는 비율이 더 높다.이럴 경우 부서의 회계 담당자들은 음식점 장부에 서명을 한 뒤 나중에 외상값을 치른다.하지만 외상 가운데는 결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몇 년이 지나버린 ‘장기 외상’도 적지 않다. B음식점 주인은 “단체 모임의 경우 해당부서 이름으로 예약을 한 뒤 나중에 지불하겠다며 외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공무원들은 자주 보직을 바꾸기 때문에 전임 근무자가 진 외상값을 후임자가 갚지 못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그는 “외상을 한 당사자가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갚지 않으면 빚독촉을 하기도 어렵고,마땅한 해결책도 없다.”고 푸념했다. C음식점 주인은 “외상값이 많이 밀린 부서에 대해서는 카드나 현금 결제를 미리 못박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울며 겨자먹기 청사 한 부서의 회계담당 공무원은 “일부 부서는 외상값에 대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후임자가 알아서 외상값을 갚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차일피일 결제를 미룬 외상값이 늘어나면 제한된 부서 비용에서 갚아나가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다른 곳으로 이전한 음식점은 전체 매출액의 20%를 차지한 외상값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D음식점 주인은 “손님이 다시 찾지 않을까봐 드러내놓고 외상값 독촉도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외상 가운데 상당 부분이 떼일 것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외상 손님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
  • 청소년 신용불량 해결책 없나 / 한복환 신용회복위 국장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경제활동에서 퇴출되고 있습니다.그보다 훨씬 많은 수가 금융기관의 연체독촉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아갑니다.잘못에 대한 책임은 묻되 우선 이들의 생활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게 중요합니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 한복환(韓福煥·사진·49) 사무국장은 적정수준의 부채탕감 등 청년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도움’을 강조했다.‘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니까 절대로 봐줘서는 안된다는 식의 사고로는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없다고 했다.금융감독원 소속인 그는 지난해 10월1일 위원회 출범 이후 신용불량자 회생 지원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다. ●청년 신용불량 문제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다고 보나. 돈 쓰는 법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었다.저축을 강조하던 사회 분위기가 88올림픽 이후 급속히 쇠퇴했다.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했다.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올바른 교육이다.규모있게 돈 쓰는 법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이미 일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회생 지원이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빚을 오랜 기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도록 금융기관들이 나서야 한다.가능한 한 빚을 탕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경제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조건 빚독촉만 해 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아울러 금융기관도 신용대란을 발생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1차적인 책임은 신용불량자 본인들에게 있지 않나. 모럴 해저드나 형평성을 너무 강조하면 해결책에 접근할 수 없다.실질적인 도움을 줘서 생산활동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무수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직장이 있는 사람들도 신용불량 사실이 알려지면서 쫓겨나고 있다.빚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사람도 많다.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현 시점에서 청년층의 경제활동이 약화되는 것은 국가적인 위기상황이다. ●부모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녀들의 돈 씀씀이가 헤퍼지는 등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자녀와 함께 금융기관에가서 신용상태를 확인해 봐야 한다.신용정보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자녀의 부채나 연체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나중에는 집을 팔아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이 온다. 김태균기자
  • 청소년 신용불량 해결책 없나 / 실태 분석

    빚더미에 절망하는 20대 청춘들이 무더기로 양산되고 있다.미래를 설계해야 할 청년들이 무절제한 과소비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요즘에는 실업난 등으로 생계형 신용불량자도 늘어나는 추세다.지난 8월말 현재 20대 신용불량자는 67만여명으로 전체 20대 12명 중 1명꼴에 달했다.청년 신용불량의 실태와 해결의 실마리를 알아봤다.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사무국 6층 상담실.개인워크아웃(상환기간 연장,부채 감면 등 금융기관과 신용불량자간 채무 재조정을 통한 경제적 회생)을 주선하는 이곳은 시장터나 다름없다.18개 상담창구는 꽉 들어찼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대기실은 물론,복도와 비상계단까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30분간의 상담을 받으려면 꼬박 4∼5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최모(24·충북 청주 출신·서울 C대 휴학중)씨도 3시간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카드빚 3000만원을 안고 신용불량의 멍에를 쓴 것은 올해 초.집안이 가난해 대학 첫 등록금부터 카드빚을 내야 했다.처음 서울에 올라올 때만 해도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하숙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뜻대로 안됐다.몇백만원의 카드빚이 순식간에 두배,세배로 커졌다.최씨는 지금 신용카드사에서 연체자에게 빚 독촉하는 일을 하고 있다.자기와 똑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상대로 빚 받아내는 것이 미안하지만 그나마 돈벌이가 제일 쏠쏠하다.그는 마음이 급하다.취직을 하려면 졸업 전까지는 신용불량 딱지를 떼어야 하기 때문이다. 5300만원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된 김모(28·여·대전시)씨는 서울대 공대 출신의 재원.2년 전 부친이 큰 병에 걸린 뒤 병원비를 대느라 카드빚을 졌다.다니던 대기업 연구소는 그만둔 지 오래고 지금은 학습지 방문교사를 하고 있다.회사로 연체독촉이 빗발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주부 박모(53)씨는 신용불량자인 딸(26)을 데리고 왔다.“딸이 살을 뺀다며 다이어트 식품을 마구 사들이기에 무슨 돈으로 저러나 싶었지요.그게 다 카드로 긁었던 거였죠.나중에 보니까 갖고 있던 옷이며 핸드백이며 모두 몇십,몇백만원짜리 명품들이더군요.” 박씨는 이미 2000만원씩 2차례에 걸쳐 딸의 빚을 갚아줬지만 이제는 능력이 없는 상태다.딸의 빚은 현재 8000만원이 넘는다. 20대 청년 신용불량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통계수치가 말해준다.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차 신용불량 증가기간에는 30∼50대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의 2차 신용불량 증가기에는 20대가 다른 연령대를 압도하고 있다.올 8월말 현재 20대 신용불량자 수는 67만 2000명.20대 전체 인구 795만 4000여명(통계청 추계)의 8.4%다.전체 신용불량자 수(341만여명)가 지난해 8월에 비해 43% 가량 늘어난 데 반해 유독 20대는 70% 이상 증가했다.특히 20대 여성 신용불량자의 증가율이 가파르다.올초 20만 8600여명에서 31만 100여명으로 48.6%나 증가했다. 잠재 신용불량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했던 ‘20대 소비·금융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3명 중 1명꼴인 34.1%가 카드 결제대금이 모자라 애를 먹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4명중 1명(24.5%)은 카드빚을 갚기 위해 돌려막기를 경험했다.국민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이 더욱 심각해진 지금은 연체 위기에 빠진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 김승덕 홍보팀장은 “과소비로 인한 신용불량이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경기침체와 빈부격차 심화 등으로 생계를 꾸리려다 잘못되는 20대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한국금융연구원 이건범 연구위원은 “경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야 할 청년들이 대거 신용불량자가 돼 경제활동에서 이탈함으로써 성장잠재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1년만에 바뀐 카드대책/신용불량자 양산 우려

    정부의 ‘9·27 카드 완화책’은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가장 손쉬운 ‘카드 부양’을 선택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이에 따라 가계부실과 신용불량자 처리를 오히려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불과 1년만에 정부의 카드 대책이 냉탕·온탕을 드나든 것도 문제이다. ●카드 규제완화 왜 나왔나 신용카드사들의 카드자산(현금대출+신용판매)은 지난해 말 91조 4000억원에서 올 8월말 65조 9000억원으로 무려 25조 5000억원이 급감했다.전체 카드자산에서 현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7.9%.정부는 ‘본업’(신용판매)보다 ‘부업’(현금대출)의 비중이 높은 것은 문제라며 내년 말까지 현금대출의 비중을 50%로 낮추도록 지시했다.그러자면 카드사들은 앞으로 현금대출금을 20조원 이상 회수해야 한다.정상적인 대출금까지 회수해야 한다는 얘기다.무리한 빚 독촉으로 신용불량자들도 다시 쏟아져 나올 수 밖에 없다.재경부측은 이같은 부작용과 카드사들의 급격한 영업기반 악화를 막기 위해 현금대출 비중축소 시한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예상보다 소비회복이 지연되는 데 따른 위기감도 크게 작용했다. ●급한 불 끄기 위한 미봉책 이번 조치로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를 확대하며 돈을 더 벌자고 나설 경우 ‘카드사용 남발→가계부실 심화→신용불량자 양산’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정부가 대환대출(기존의 빚을 갚기 위한 대출)을 현금대출로 간주하지 않기로 한 조치도 부작용이 우려된다.정부는 연체자들의 숨통을 터주려는 의도지만 자칫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대환대출로 이어져 오히려 가계부실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대환대출의 20%는 이미 떼이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정부가 급한 불(소비 침체)을 끄기 위해 가장 손쉬운 처방전을 선택했다.”면서 “차라리 리볼빙 결제(카드구매대금을 일부씩 갚아나가는 방식) 활성화를 통한 카드사 수익기반 확충에 정책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고 지적했다.서강대 김준원 교수도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한계 카드사와 한계 경제주체들을 퇴출시킬수 있는 절호의 구조조정 기회였는데 놓쳤다.”면서 “결국 곪은 상처를 방치해 더 큰 고통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경부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은 “급격한 소비위축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려는 것이지,인위적으로 소비를 부양하려는 조치는 결코 아니다.”면서 “카드사들의 유동성이 넉넉지 않은 데다 한번 혼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무분별한 현금장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개월 앞도 못 내다봤다” 카드사들은 이번 규제완화 조치를 크게 환영하면서도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카드정책을 비판한다.가계부실의 ‘주범’인 카드사들이 ‘공범’인 정부에게 책임전가를 하는 양상이지만,정부가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세제혜택 등을 통해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해오던 정부는 지난해부터 카드사들을 옥죄기 시작했다.부작용이 심화되자 정부는 지난 3월 현금대출 비중축소 시한을 2005년말로 1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이 정도 조치면 충분하다던 정부는 불과 6개월만에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며 3년 연장으로 물러섰다. 안미현기자 hyun@
  • ‘같이 살인하실 분~’/인터넷서 공범 모집… 사채업자 살해 2명 영장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이어 인터넷에서 공범자를 구해 살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5일 빚을 독촉한 사채업자를 살해한 백모(22·사채업·광주 서구 화정동)씨와 공범 류모(23·영업사원·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씨 등 2명에 대해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24일 오후 10시쯤 광주 서구 농성동 사무실로 찾아가 사채업자 황모(45·광주 서구 화정동)씨의 온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카드를 훔쳐 589만원을 인출한 혐의다. 더욱이 공범 류씨는 지난달 백씨가 인터넷에 올린 ‘인생 끝자락에 서신 분,돈이 필요하면 연락달라.’는 광고를 보고 찾아와 범행을 모의했고,빼앗은 황씨의 돈 가운데 40%를 받는 조건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조사 결과 백씨는 황씨가 빌려준 돈 1100만원을 독촉받은데다 사채놀이와 신용카드 등으로 진 빚 1억 3000만원을 해결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효심’ 덮친 ‘티켓’/부친치료비 구하던 자매에 윤락

    암에 걸린 아버지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던 자매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티켓다방’에 고용,윤락을 강요한 업주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A(16)양은 고교 1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해 4월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를 자퇴한 뒤 아버지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언니(19)와 함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그러나 자매의 수입은 1년 전 간암 판정을 받고 입원 중인 아버지의 치료비를 대기에 턱없이 모자랐다.자매는 고민 끝에 ‘월수입 150만원 보장’이라는 생활광고지 광고를 보고 경기도 안산의 한 다방으로 찾아갔다.그러나 이곳이 이른바 ‘티켓다방’이라는 사실을 자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두달 만에 각각 300여만원의 빚을 진 자매는 “빚은 탕감한다.”는 조건으로 경북 일대 다른 다방 7곳으로 계속 팔려다녔다. 이들이 14개월 동안 팔려다니면서 안게 된 빚은 무려 6000여만원.그동안 아버지 치료비로 송금한 돈은 업주들에게 가불받은 200만원에 불과했고,아버지는 지난달 끝내 병이 악화돼 숨졌다.자매는 업주들에게 빚 독촉 전화를 받은 가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악몽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이영표기자 tomcat@
  • 성폭행후 4년간 17억 갈취

    히로뽕을 먹이고 성폭행한 주부에게 수년 동안 17억여원을 갈취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6일 성폭행 및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이모(39·식당업)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99년 2월 박모(38·주부)씨가 재산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을 접근한 뒤,박씨를 경주의 한 여관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이를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1억원을 빼앗는 등 2000년 4월까지 모두 4억원을 갈취했다. 이씨는 또 2000년 5월부터 박씨 몰래 히로뽕을 먹이고,성폭행한 뒤 또다시 1억원을 빼앗는 등 2002년 6월까지 모두 56차례에 걸쳐 17억여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이씨의 협박에 못이겨 남편과 주변 사람들에게 주식 등에 투자한다고 속이고 거액을 조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로부터 빌린 4억원을 갚지 못해 최근까지 사기죄로 9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으며,지난해 남편에게 이혼당했다. 경찰은 이씨가 주부 김모(40)씨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협박해 수천만원을 빼앗고,이로 인해 김씨의 남편이 빚 독촉에 시달리다 99년 10월 자살했다는 제보에 따라 이씨의 여죄를 캐고 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마을금고 女강도 ‘카드빚 주부’

    충북 청주 내율사 새마을금고 여자강도 사건은 빚에 쪼들리던 가정 주부가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청주 동부경찰서는 31일 주부 김모(24·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씨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 26일 오후 5시10분쯤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내율사 새마을금고에 장난감 총을 들고 들어가 “돈 내놔,안주면 쏜다.”고 여자 직원 2명을 위협,1506만원이 든 돈통을 빼앗아 달아났다. 김씨는 딸 진료를 위해 이 새마을금고 건물의 2층에 있는 소아과를 다니면서 경비가 소홀한 것을 알고 범행을 결심,집에서 아이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 총과 인근 상점에서 구입한 모자 등을 준비한 뒤 오후 1시30분쯤 두딸(5살,2살)을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다.김씨는 3시간 남짓 새마을금고 경비상태를 살피다 두딸에게 병원에서 기다리게 한 뒤 이 새마을금고에 침입,범행을 저질렀다.범행후 김씨는 돈통을 인근 주택 대문 주변에 숨겨놓고 두딸을 병원에서 데리고 나온 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달아났다.범행 당시 김씨는 장갑을끼고 있지 않았으나 지문이 경찰감식 과정에서 채취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해 초 카드사로부터 모두 8490여만원을 대출받아 주식에 투자했다가 날린 뒤 심한 채무변제 독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남편(33)이 막노동으로 생활하고 있으나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현재 친정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에서 “카드빚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결심했다.”며 “빼앗은 돈 가운데 1000만원은 카드빚 등을 갚고 300여만원은 생활비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탐문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이용하는 약국 관계자로부터 ‘방송에 나온 범인의 인상이 고객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고 소아과에서 신원을 파악,지난 30일 오후 8시30분쯤 친정집에서 김씨를 검거하고 생활비로 쓰다 남은 현금 200만원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청주 이천열기자 sky@
  • 신용불량 구제안 내용·파장/“부실 늘면 정부책임” 금융기관 반발 논란

    정부가 신용불량자 구제에 소극적인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경영성적표 반영 등 ‘회초리’를 들었다.개인워크아웃(채무재조정) 신청자수가 14만명을 돌파했으나 실제 구제된 사람은 7346명에 불과해서다.하지만 금융기관들은 훗날 부실여신이 늘어나면 정부가 책임질 것이냐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궁극적인 신용불량자 제도 폐지를 목표로 개인신용평가회사(크레디트 뷰로·CB) 활성화도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세금체납기록 등 공공정보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금융실명제와도 상충돼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신용불량자(335만명) 구제 대책은 크게 두갈래로 나뉜다.우선 1개 금융회사에만 빚을 지고 있는 단일 채무자 104만명에 대한 구제다.이들은 ‘빚쟁이’가 한사람이어서 대출금 만기연장,이자 감면 등 채무재조정 협상을 하기가 훨씬 용이하다.게다가 채무재조정 실적이 미흡하면 감독당국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 만큼,금융기관이 단일채무자 중에서도 1000만원 미만의 소액 연체자 81만명부터 적극 구제할 공산이높다.따라서 단일 채무자들은 빚진 금융기관을 찾아가 다시한번 ‘담판’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2개 이상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 231만명이다.이들 가운데 연체금액이 3000만원 미만이고 연체기간이 48개월 미만인 100만명에 대해서는 금융권이 현재 설립을 추진중인 ‘공동채권추심회사’를 통해 구제할 방침이다.즉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이들 100만명의 부실채권을 공동채권추심회사로 넘겨 일괄 채무재조정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협상 창구가 여러 금융기관에서 공동채권추심회사로 단일화돼 채무재조정이 쉬워지는 이점이 있다.반면,빚을 갚으라는 독촉압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채무재조정이 확정되면 이들은 신용불량자 명단에서 빠지게 되지만 금융기관 전산망에는 여전히 기록이 남아 ‘수치상의 신용불량자 감소’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현재까지 참여의사를 밝힌 금융기관이 12곳에 불과해 확대가 시급하다. 안미현기자 hyun@
  • 연대 보증인도 빚독촉 대항권 추진 논란/贊 “줄파산 폐해 차단” 反 “私금융 위축 우려”

    연대보증인도 일반보증인과 마찬가지로 채권자의 일방적인 빚독촉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주는 법률 개정작업이 추진되고 있다.현행법은 연대보증인에 대해서는 이같은 권리를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현행법이 연대보증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데다,연대보증의 ‘줄 파산’ 폐해가 적지 않아 법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긍정적 의견이 적지 않다.하지만 일반보증과의 차이가 사실상 희미해지고,이로 인해 채권 금융기관들의 대출 기피로 사(私)금융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돼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국회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한나라당 임진출(林鎭出) 의원 등 여야 의원 21명은 지난 13일 현행 민법 437조의 ‘연대보증인은 최고(催告) 및 검색 항변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르면 내년 4월 시행,소급적용 안돼 여야 의원들은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개정안은 ‘공포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어,예정대로 추진될 경우이르면 내년 4월부터 새 민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그렇게 되면 연대보증인은 채권자가 빚을 대신 갚으라고 독촉해올 때,우선 원(原) 채무자에게 재산 가압류 등 빚을 받아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먼저 증명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된다.임 의원은 “지금은 채권자가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연대보증인에게 무조건 빚 변제를 요구할 수 있다.”면서 “연대보증인에게도 대항수단(항변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개정안은 법 시행후 최초 체결된 계약부터 적용한다고 돼 있다.이미 연대보증을 섰거나 기존 보증계약의 연장때는 소급적용이 안 된다는 얘기다. ●경제부처 반응은 긍정적 금융감독원 등 경제부처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금감원 정성순(鄭成淳) 은행감독국장은 “현행 민법은 연대보증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채권자의 채권회수 노력 사전 의무화를 전제로 한 항변권 부여는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금융권 일각에서는 연대보증인에게도 항변권을 인정해줄 경우 일반보증과 사실상 차이가 없어져대출을 기피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사금융이 위축돼 결과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일반 서민들의 자금융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대보증의 본질에도 상충된다는 지적이 있다.국회 법제처는 민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의견에서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 등에도 우리나라처럼 연대보증 제도가 있지만 그 어느 나라도 연대보증인의 항변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를 인정할 경우 연대보증의 본질 자체와 상치되는 문제점이 생긴다.”고 꼬집었다.이에 대해 임 의원은 “연대보증인에게 항변권을 인정해주더라도,채권자가 여러 명의 연대보증인 가운데 재력이 있는 어느 한 사람에게 빚 전체를 갚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분별의 이익 상실)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이같은 권한이 없는 일반보증과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안미현기자 hyun@
  • [데스크 시각] 가난과 함께 오는 절망감

    외환위기 때 파산한 한 기업인은 반지하 17평짜리 셋집으로 이사갔다.그는 첼로를 배우던 딸아이의 레슨을 중단시키면서 가장으로서 큰 절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돈이 없어 절감하는 궁핍감과 절망감은 사실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그는 강조했다.첼로는 사치일 것이다.가난 때문에 아파트 밖으로 아이들을 던지고 동반자살한 어머니나,아들이 진 수천만원의 빚 때문에 목숨을 버린 아버지가 겪었을 절망은 얼마나 깊었을 것인가.실직자로 수만원이 없어 아픈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못했던 빈곤이 주는 절망감,내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불안감,빚 상환 독촉에 시달리는 심적 고통…. 가난은 그저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는 ‘불편함’만은 아니다. 한 방송이 벌이는 빈민층의 집고쳐주기 프로그램을 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천장에서 물이 새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집에서 산다.빛이 제대로 들지 않는 우중충한 집은 아무리 밝은 성격이라도 어둡게 만들 것 같아 보인다.가난이 얼마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가를 보여주는 풍경의 단편들이다.최소한 돈에 아쉬울 것 없는 재벌 회장이 투신자살한 충격에 접하면서 사람들은 ‘그래,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구나.’ 하고 깨달으면서도 사회 다른 일각에서는 돈이 없어 삶의 전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목격한다.이른바 ‘빈곤 자살’이 계속 증가,경찰청은 작년 600명에서 올해는 700명 선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헤매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사실 가난은 단순히 파산했다거나 빚을 진 상태라고 돈의 측면에서만 단정짓기에는 훨씬 더 복잡하다.‘가난의 문화구조’가 있으며 이 구조는 국가차이를 넘어 공통된 점이 있다고 한다.계속되는 생존 투쟁,실업,불완전 고용,저임금,어린이 노동,저축 부재와 만성적인 현금 부족,고리채 의존 등이 그것이다. 빈곤층은 알코올 중독자의 높은 발생률,가족 구타,빠른 성(性)경험,낮은 교육,열악한 주거 환경,파산 가정,여자 가장 등의 사회·심리적인 특징도 여럿 공유하고 있다. 궁핍은 정부 등 공식 기구와 기존 가치관에 대한 가난한사람들의 반(反)사회적인 공격성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가난한 사람들이 절망감을 자학이 아니라 외부로 향할 때 드러내는 파괴적인 행동을 서구 사회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연구하고 대처해왔다.집값 폭등,빈부 격차 심화 등이 초래하는 바닥 계층의 절망감은 깊어지고 있다.이들이 저지르는 사회 범죄의 증가와 이를 막기 위한 안전 산업 등은 이제 본격적으로 치르기 시작한 사회적 비용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과 실수로 가난의 구렁텅이로 빠지기도 하지만 카드 신용불량자처럼 사회와 제도 탓도 있다.부(富)와 마찬가지로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것은 정설에 속한다.따라서 복지정책을 성장에 저해된다는 논리로,단칼에 거부하기에는 가난의 사회적 과제는 크다.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누리도록 돕는 것은 바람직하다.그들의 사회에 대한 분노를 삭이는 길은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자살한 재벌 회장의 측근은 상가에서 “진작 좀 도와주지 그랬어요.”라고 조문객들에게 한탄을 했다고 한다.가난한 주검들을 대변해주는 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여야는 복지정책 논쟁만 벌이지 말고 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정말 좀 도와주었으면 싶다. 이 상 일 경제부장
  • [열린세상] 돈 때문에 죽는 사회

    빚 독촉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생활비는커녕 아이들 병원비도 없어 안 죽겠다고 울부짖는 자식을 껴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주부가 있다.카드 빚을 돌려 막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어머니와 아들의 목을 조른 가장이 있다.아예 궁핍한 삶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온 가족이 자동차 안에서 함께 목숨을 끊는 일도 있다.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너무나 참담하고 슬픈 일이다. 외환 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부실기업들을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기존의 조직과 인원을 대폭 축소했다.이에 따라 수없이 많은 실업자들이 생계수단을 잃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이 과정에서 정부는 경기회복을 명분으로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소비와 투자를 적극 권장했다.그러자 신용카드 발행이 넘쳐나고 나라는 빚 소비와 부동산 투기로 들떴다.하지만 정작 일자리 마련을 위해 필요한 기업들의 투자는 늘어나지 않았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부유층에는 호화 소비와 투기 혜택을 집중시킨 반면 빈곤층에는 생계 불안과 빚더미의 굴레를 씌운 결과를 낳았다.정부의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정책이 남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쫓아낸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킨 셈이다.이렇게 되자 우리 사회는 공동운명체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 부도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그러나 극빈층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 안정망은 절대적 조건이다.이를 무시하고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소비와 투기까지 조장하여 서민들의 삶을 파탄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반사회적 행위이다.침몰하는 배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인명부터 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급해도 빈민층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면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돈 때문에 죽는다는 사람들의 인식은 더 큰 문제이다.아무리 살기가 어렵다고 할지라도 목숨을 스스로 끊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우리 민족은 수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으며 가난과 고난 속에 살아왔다.그러나그럴수록 강인한 생명력을 기르며 정체성을 지키고 꿋꿋이 살아왔다.6·25 전쟁 때 나라가 두 동강이 난 상태에서 1000만명이 가족을 잃고 헐벗은 채 전쟁터를 헤매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어떻게 다니던 직장을 잃거나 카드 빚을 돌려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자살을 하는가? 그것도 자신에 그치지 않고 자식과 부모의 생명까지 빼앗는가? 참담한 죽음의 행렬은 무조건 중단되어야 한다.이를 위해 정부는 극빈층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가를 파악하고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현재 부양자가 없고 최저생계비를 벌지 못하는 공식적 극빈층은 135만명에 이른다.또 극빈층은 아니지만 가족이 실직을 하고 빚이 많아 사실상 생계가 어려운 준 극빈층이 300만명을 넘는다.전인구의 10%가 삶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라며 모든 책임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기업정책은 지양돼야 한다.임금인상 억제,일자리 나누기,기업투자 확대,신산업 발전 등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사는 공생의 전략이 필요하다.더 이상 가난한사람들을 방치하지 말고 재기의 꿈을 안겨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사람들의 의식개혁도 절실하다.돈은 벌어야 한다.그러나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우리는 남을 이기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 약육강식의 경제전쟁 시대에 살고 있다.이 전쟁에서 이기고 사람답게 사는 선진국이 되려면 정신무장부터 새롭게 해야 한다.생활고에 넋을 잃은 나약한 패배자에서 벗어나 세상이 무너지는 전쟁 포화 속에서도 강인하게 일어서는 의지인으로서 우리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이것이 진정 경제동력을 찾고 동북아 중심국가로 가는 길일 것이다. 이 필 상 고려대 교수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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