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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드 배치, 정치권부터 초당적 협력하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서조차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공공연히 ‘보복’을 시사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주변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정치권의 모습에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북한 미사일에 맞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자위 조치가 필요 없다는 뜻인지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사드 정국에서 국민의당 처신은 특히 미덥지 못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앞서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기도 했다.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동영 의원은 한 걸음 더 나간 무리수를 두었다. 그는 ‘야당외교’를 강조하면서 “미국에는 왜 사드를 한국에 갖다 놓으면 안 되는지 설득하고, 중국에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새 정권이 사드를 철회하겠다고 말해 우리 국익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외교를 말하지만 국내 정치적 반사이익을 겨냥하는 의도가 너무나도 뻔한 발언이 설득력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은 의원총회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4·13 총선에서도 사드 배치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당시에는 “북한이 보유한 다수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고려할 때 군사적 효용이 낮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며, 주변국과의 안보 딜레마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사드가 패트리엇 미사일과 함께 다층방어 체계를 구축하면 당연히 요격성공률은 높아진다. 여기에 6조~8조원이 들어간다는 국민의당 주장과 달리 사드는 주한미군이 보유하는 만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일도 없다. 상황이 바뀌고 전제가 달라졌음에도 요지부동인 것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정국에서 아예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이제는 원내 제3당이 의도적으로 벌이는 선명성 경쟁에 ‘전략적 신중론’마저 흔들리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어제 열린 사드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한 더민주 의원 가운데는 당론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더 많았다고 한다. 사드 배치 지역이 아직 공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반발은 당연할 것이다. 그럴수록 주민의 불안감에 정치적으로 편승하겠다는 의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보유한 1000발 안팎의 탄도미사일 가운데 85% 이상은 대한민국을 겨냥하고 있다. 대비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유사시 우리 국토 어디에도 안전지대란 있을 수 없다. 안팎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사드를 배치한다고 모든 국민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드 배치는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사드를 반대한다면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지금은 국내 정치의 유불리는 잠시 접어 두고 초당적 협력으로 주변국을 설득해야 할 때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말은 행동의 그림자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량한 말 한마디의 힘을 뜻하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말이 항상 복만 안겨 주지는 않는다. 잘못된 말 한마디가 화를 불러올 때도 가혹한 힘을 발휘한다. 동서양의 많은 현인들이 신중한 언사와 때로 침묵의 가치를 강조한 이유다. 로마 시대의 그리스인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도 ‘모랄리아’에서 혀를 통제할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적시의 침묵이 지혜로운 일임을 강조했다. 적정한 때에 침묵을 지키면 아무도 딱한 처지에 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못한 말은 나중에 쉽게 말할 수 있으나, 뱉은 말은 쉽게 주워 담을 수가 없다”고 했다. 아테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BC 460~370)도 “말은 행동의 그림자”라며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인들이 침묵을 지키는 습관을 들인 좋은 예를 들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엘레우시스 비의(秘儀)는 신비로운 의식으로 이름이 났다. 아테네 북서쪽 20㎞ 정도 떨어져 있는 엘레우시스에서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를 경배하며 사후 세계를 영적으로 체험하는 의식이 행해졌다. 이 의식에 입회한 사람들은 의식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외부에 철저히 침묵을 지켰기에 엘레우시스는 신비로운 종교 성지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플루타르코스는 이 비의 입회 의식에서 침묵을 지키는 습관을 들인 것을 일상에서도 잘 실천해 나갈 것을 권고했다. 플루타르코스는 또 입을 가벼이 놀려 큰 불행을 당한 대표적인 예도 들었다. 소피스트인 테오크리토스는 알렉산드로스(BC 356~323)가 그리스인들에게 동방 원정에서의 승리를 위한 감사제를 올릴 수 있도록 진홍색 예복을 갖추고, 모든 도시국가들에 인두세를 현금으로 낼 것을 요구하자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그는 알렉산드로스의 적이 되었지만 다행히 거기까지는 포용되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의 사후 마케도니아의 왕이 된 안티고노스(BC 382~301)를 외눈박이라고 흉을 보았다가 왕의 분노를 사 결국 죽임을 당했다. 다변보다 침묵이 더 큰 울림을 가질 때가 있다. 또 건전한 비판은 상대를 아프게 하지만 성찰의 계기를 준다. 하지만 신상의 약점을 조롱하는 공격은 치졸한 것이다. 또 아무리 좋은 말도 때와 상황에 맞게 가려야 한다. 잘못된 인식과 오만에서 나오는 막말은 대중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자신에게 파멸을 안겨 준다. ‘민중은 개·돼지’라는 고위 공직자의 막말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독선에서 나온 인식의 오류다. ‘말은 사고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계파와 지역으로 당직 나누지 않겠다…원내대표에게 원내 문제 전권 위임할 것”

    “계파와 지역으로 당직 나누지 않겠다…원내대표에게 원내 문제 전권 위임할 것”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정현 의원은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의 시각으로 민생을 살피고, 여당의 책임감으로 해결 방안을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남의 이정현’(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대권을 향하는데, ‘호남의 김부겸’(이 의원)은 왜 당권에 도전하나. -대권에 대한 꿈은 없다. 내 그릇은 내가 잘 안다. 당 대표로서 시대적 소명을 다하려고 한다. →왜 이정현이 당 대표가 돼야 하나. -여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2번 승리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국민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존재인지,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뼛속에 새겨 왔다. 섬김의 정치를 전국화하면 당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 →말단 당직인 간사부터 시작해 16단계를 거쳐 당 대표에 도전하는 첫 사례다. -감동과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대표 경선 과정에서 ‘3대 빚’(돈, 공약, 자리)을 지지 않을 것이다. 원내 문제는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할 것이다. 현역 의원들은 원내 문제에 전념하고, 당 운영은 대표를 비롯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주도하도록 하겠다. 계파와 지역으로 (당직을) 나누진 않겠다.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지 않고, 100만원 이상 고액 후원금(한도 500만원)도 거부한다는데. -특권 내려놓기를 직접 실천해 왔다. 후원금 모금을 위한 홍보를 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이 후원금을 보내줘 감사할 따름이다. →정치인 이정현을 언급할 때 박근혜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당·청 관계는. -당·청 소통만 잘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답은 간단하다. 당 대표가 대통령을 가장 잘 알고, 당내 문제를 잘 전달하고, 청와대 의중을 잘 파악하면 된다. 그러면 소통해야 한다는 말 자체가 불필요해질 것이다. →대선 경선 관리는.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빈곤한 상태다. 대선 후보 경선을 ‘슈퍼스타K’ 방식으로 할 생각이다.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지역을 순회하면서 공개 토론회를 진행한 뒤 4월부터 차례로 후보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다듬어진 정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 →공천 제도는 어떻게. -후보 등록 하루 전날 공천을 주는 폐단은 없애야 한다. 4년 내내 상시 공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당 인재들을 분야별로 분석하고 정책 개발에 참여시킨 뒤 훌륭하다는 판단이 되면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지역구 공천을 주는 방식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 개입 의혹을 사고 있는데. -국방부가 해군의 잠수를 막은 것이 아니었는데, KBS 뉴스에 내용이 정정되지 않아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고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한 것이다. 그게 홍보수석으로서의 역할이라 생각했고 충실하려 노력했다. 어쨌든 물의를 빚어 무조건 죄송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中 ‘남중국해 영유권’ 패소 판결] 中 남중국해 1급 전쟁준비태세… 판결 후 더 거세진 분쟁 파도

    [中 ‘남중국해 영유권’ 패소 판결] 中 남중국해 1급 전쟁준비태세… 판결 후 더 거세진 분쟁 파도

    中 UNCLOS 탈퇴·ADIZ 선포 가능성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12일 내린 남중국해 분쟁 판결이 분쟁에 종지부를 찍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분쟁을 몰고 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당장 “판결을 수용하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왕이 외교부장은 “법이란 미명 아래 만들어진 정치적 광대극”이라고까지 했다. 서태평양에서의 미·중 대결이 최고 수위로 치닫게 된 것이다. 중국은 즉각 무력행사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중화권 매체 보쉰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에 전투준비태세를 명령했고, 남중국해를 관장하는 남부전구(戰區)는 1급 전쟁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해군과 로켓군은 퇴역 장병들에게 소집령을 내렸다. 베이징 시정부는 산하기관에 ‘전시상태’에 돌입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군권을 장악한 시 주석의 첫 시험대이기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로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큰 압박을 받게 됐다. 소송을 제기한 필리핀을 비롯해 분쟁 당사국과 마찰을 빚을 경우 국제법 질서를 무시하는 ‘무법 국가’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기보다는 ‘국익 수호’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서 탈퇴하거나 필리핀이 실효 지배하는 또 다른 섬을 강제로 점유할 가능성이 있다. 난사군도의 다른 암초를 매립할 수도 있다. 남중국해 전역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항행의 자유’를 주장해 온 미국은 명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필리핀을 대신해 여론전을 벌여온 미국은 더 많은 군함을 남중국해에 보내 해저자원의 보고이자 전 세계 해상무역의 길목인 이 해역에서의 군사 장악력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남중국해에 ‘존 C 스테니스’와 ‘로널드 레이건’ 등 2척의 항공모함을 출동시킨 상태다. 로스앤젤레스급의 핵잠수함 4척도 배치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신형 무인 수중드론(UUVs)의 배치를 포함한 수중전력 확충에 80억 달러(약 9조 182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자위대의 전투 능력 증강을 꾀하는 일본에도 날개를 달아 줬다.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일본은 당장 중국을 압박하는 G20 공동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국제법정의 판결도 따르지 않는 중국이 어떻게 세계 지도국이 될 수 있겠느냐”며 아시아 각국을 중국의 품에서 떼어 놓을 태세다. 판결 결과는 향후 중국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중국이 필리핀 등에 대해 압박을 강화할 경우 이웃 약소국을 괴롭힌다거나 국제법 질서를 무시하는 ‘무법 국가’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견고한 응집력을 보여 왔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사분오열의 기로에 섰다. 중국과 가까운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PCA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이번 판결에 힘입어 중국에 맞서는 유사한 소송을 낼 채비를 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필리핀 손 들어준 헤이그재판소 “남중국해, 中만의 것 아냐”

    필리핀 손 들어준 헤이그재판소 “남중국해, 中만의 것 아냐”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던 중국과 필리핀. 결국 국제법정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국제법정이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12일 AP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이날 남해구단선 내 자원에 대한 중국의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남해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U자 형태의 9개 선으로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차지한다. 이 선 안에는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등 대표적인 분쟁 도서가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갖고 있으며 뒤늦게 체결된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이 이를 무력화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중국은 남해구단선을 근거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공섬을 조성해 군사시설화에 나서고 필리핀과 베트남 어민들의 조업을 단속했다. 남해구단선은 필리핀과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 200해리와 겹친다. PCA는 결국 중국이 남중국해 미스치프 암초의 EEZ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PCA는 “다른 국가의 어민들과 선박들도 중국과 함께 역사적으로 남중국해의 섬에서 활동을 해왔다”면서 “중국이 역사적으로 남중국해 해역의 자원들을 독점적으로 이용해 왔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필리핀 어민들이 이 해역에서 어로작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중국은 판결 수용을 거부하기로 천명한 바 있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필리핀은 2013년 1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15개 항목으로 나눠 PCA에 제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일가족 3명, 빚 때문에 동반자살 시도 아버지와 아들 사망

    경남 김해서부경찰서는 12일 김해시 한 빌라 안방에서 지난 11일 오후 10시쯤 A(40)씨와 A씨 아들(10)이 나란히 누운 채 숨져 있고 A씨 아내(36)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장인은 “딸이 지난 10일 오후 9시쯤 ‘죽으러 간다’는 등의 전화 통화를 한 뒤 연락이 되지 않아 11일 오후 집으로 찾아갔더니 문이 잠겨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현관문을 강제로 연 뒤 집안으로 들어가 A씨 일가족과 집안 베란다에서 연탄 화로와 타다 남은 연탄 10여장 등을 발견했다. 경찰조사결과 화물기사로 일하는 A씨는 평소 카드빚 등에 시달리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A씨 부부가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할 예정이다. 김해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강서구, 580명 삶 옥죄던 부실 채권 소각

    강서구, 580명 삶 옥죄던 부실 채권 소각

    노현송(가운데) 서울 강서구청장이 11일 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서구·주빌리은행 빚 탕감 프로젝트 협약체결 및 부실채권 소각식’에 참석해 유종일(왼쪽 두 번째) 주빌리은행장과 함께 부실채권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강서구는 서민들의 빚 탕감 운동을 추진하는 비영리단체 주빌리은행과 함께 채무자 580명, 45억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소각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오후에야 얼굴 내민 나향욱 “죽을죄 지었다” 읍소 작전

    오후에야 얼굴 내민 나향욱 “죽을죄 지었다” 읍소 작전

    “민중은 개·돼지”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나 기획관은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그 말은 제 본심이 아니었다”면서 “제가 그렇게 생각을 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나 기획관은 또 “그날 과음하고 과로한 상태였다”면서 ‘우리나라에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했던 발언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사회가 미국처럼 신분사회로 고착화되어 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 기획관은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의 해명 요구 발언에 “죽을죄를 지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고향인 경남 마산에서 요양 중이던 나 기획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교문위 회의에 불출석했다가 교문위가 자신의 문제로 파행되자 오후에 뒤늦게 참석했다. 교문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2015년 결산 등을 처리하면서 나 기획관의 발언에 대한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나 기획관을 비롯한 이승복 대변인 등 문제의 중심에 선 당사자들이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나 기획관의 출석을 요구하다가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지난 금요일에 사실을 접하고 주말에 수차례 간부회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나 기획관에게 최고 수위의 징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공무원법상 중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이다. 이 가운데 파면과 해임이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현장 블로그] ‘국장의 셀프 해명’ 논란까지… 미래부, 제 식구 감싸기만

    산하기관 직원에 대한 ‘갑질’ 파문, 롯데홈쇼핑 재승인 연루 의혹, 소속 서기관의 성매매 사건…. 미래창조과학부가 안팎으로 시끌벅적합니다.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한 국장이 소속 직원들을 동원해 ‘셀프 해명자료’를 작성하고, 공보팀에 압력을 넣어 이를 배포한 사실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롯데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해 롯데홈쇼핑의 방송채널 사업권 재승인과 관련해 로비 의혹이 제기된 미래부 간부급 공무원들에 대해 금융거래 내역 추적 등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6일 우정사업본부로 전보 발령된 A국장, 민간근무 휴직으로 논란이 됐다가 최근 본부에 돌아온 B서기관, 미래부 산하 센터의 C과장(감사원 감사 당시 사무관) 등이 수사 대상입니다. 이에 대한 본지 보도<서울신문 7월 1일자 1·5면>가 나가자 미래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배포해 “금품 수수 및 로비 의혹 중 어떠한 사항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 자료의 작성과 배포를 주도한 사람은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A국장 본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국장이 셀프 해명자료를 작성, 배포하는 과정에서 미래부 차원의 조직적 지원을 받았다”고 11일 밝혔습니다. 박 의원이 최근 미래부로부터 제출받은 ‘롯데홈쇼핑 재승인 수사 관련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해명자료에 대해 “담당 국장과 소속 과장 등이 작성했고 국장의 결정으로 배포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한 부처의 해명자료를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이 작성하고 출입기자뿐 아니라 국회에까지 배포를 지시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태라는 것이 정관계의 반응입니다. 박 의원은 “지난달 미래부 업무보고에서 의혹을 받는 직원들에 대한 수사 의뢰를 촉구했으나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롯데홈쇼핑에만 책임을 떠넘겼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판받을 것은 비판받고 밝혀질 것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겁니다. 다만 국민이 바라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로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신뢰를 주는 일 아닐까요.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나향욱 국회 출석…여야 “즉각 사퇴하라”, 장관 “중징계 요청”

    나향욱 국회 출석…여야 “즉각 사퇴하라”, 장관 “중징계 요청”

    “민중은 개·돼지” 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나 정책기획관에게 “당장 사퇴하라”고 질타했다. 이날 회의는 결산 심사를 위한 자리였지만 야당 의원들이 나 기획관이 출석하기 전에는 회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오전 한때 파행을 빚었으며, 나 기획관이 오후 출석한 후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나 기획관 출석에 앞서 “어떤 상황과 이유에서든 부적절했고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나 기획관에 대해선 중징계를 포함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 국가 교육을 담당하는 수장으로서 직원의 불미스런 일로 국민 마음에 큰 상처를 드리게 돼 참담하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우여곡절끝에 나 기획관이 이날 오후 회의장에 출석하자 의원들은 본격적으로 비판을 퍼부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돼지 국민을 대표하는 신동근 의원”이라고 운을 뗀 뒤 “정말 해괴망측한 발언이다. 쿠데타를 일으켰던 권위주의 정권조차도 국민을 위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말을 공연히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여론조사 추이를 얘기해다가 ‘개·돼지’ 발언이 나왔다고 나 기획관이 해명을 했는데, 그 답변이 오히려 국민 공분을 산다”며 “과음으로 인한 실수였다고 해명하는 것도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나 기획관이 국민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가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사실도 지적, 교육부가 선발 과정을 재조사해 부적합하게 선발됐다면 학비를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엔 친서민 교육정책을 홍보했던 사람이 어떻게 그런 발언을 했느냐”며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이다. 당장 사퇴하세요”라고 소리쳤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도 “약주로 말실수를 했다고 하지만 파면을 요청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본인이 직을 사퇴하겠다는 생각은 안하느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다그쳤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도 “고위공무원이 기자들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에서 어떻게 그런 얘길 하느냐. 어떻게 이런 자세를 갖고 그동안 공직생활을 했느냐. 국민을 섬기는 대다수 공무원을 깎아내렸다”고 지적했다. 질타 속에 나 기획관은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울먹이며 연거푸 사과했다. 나 기획관은 “국민께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고 정말 죄송하다”며 “제가 한 말이 본뜻은 아니고 취중 실수였다. ‘개·돼지’ 발언은 영화 대사를 인용한 것이고 신분제 공고화 등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조사를 성실히 받고 어떤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과거 나 기획관을 발탁한 것과 관련해 “유능하고 능력있는 공무원이라고 해서 정책기획국장으로 임용을 했다”고 답하면서도 의원들이 질타가 이어지자 나 기회관에 대한 징계 요청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사안의 엄정함을 고려해 최고 수위 징계 요구까지 고려하고 있다. 파면까지 포함되는 중징계를 요청하겠다”며 “인사혁신처장의 협조를 구해 빨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원들의 말에는 “모든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포토] “민중은 개·돼지” 막말 파문 나향욱…뒤늦은 사과

    [서울포토] “민중은 개·돼지” 막말 파문 나향욱…뒤늦은 사과

    최근 한 언론사 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다가 “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나향욱(오른쪽)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교육부는 나 기획관이 ‘과음한 상태에서 기자와 논쟁을 벌이다 실언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판단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우상호 “‘민중은 개·돼지’ 발언 공직자 퇴출해야”

    우상호 “‘민중은 개·돼지’ 발언 공직자 퇴출해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11일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 “공직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국민을 개·돼지라고 했던 분을 공직자로 볼 수 있는가”라며 “(이에 대해) 길게 말하기도 민망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사람이 자신의 주인을 개·돼지라고 말하는 공직자”라며 “박근혜 정부는 이 분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미 양국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공식화에 대해서 “배치 결정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를 받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사드 배치 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야당으로서 심각하게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홍보 동영상을 무료로 제공받은 혐의로 새누리당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 “왜 선관위는 (국민의당과) 다른 잣대로 접근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씨줄날줄] 美와 中의 결투장, 남중국해/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美와 中의 결투장, 남중국해/오일만 논설위원

    지난해 9월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국가주석을 위해 비공식 만찬을 준비했다. 미·중 간 모든 현안에 대해 터놓고 대화를 하자는 취지였다.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만찬에서 두 정상이 얼굴을 붉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 시설을 설치하는 행위는 중지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고, 시 주석은 “그곳은 우리의 영토이니 상관하지 말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두 정상의 언쟁 한 달 후인 2015년 10월 27일 미국은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에 처음으로 군함을 보내 ‘항해의 자유’를 주장하며 무력시위에 돌입했다. 해군 구축함 라센함이 남중국해 수비환초 12해리 이내를 항해하며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 이익’을 건드린 것이다. 무해통항(innocent passage)으로 불렸던 이 작전 이후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의 패권전쟁은 격렬한 양상으로 번지는 중이다. 난사군도는 100여개의 무인도와 환초 모래톱으로 구성됐지만 오래전부터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6개국이 영토 분쟁을 빚어 온 지역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탓이다.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의 배후에 미국이 갈등을 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충돌은 2011년 미국이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이후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중국은 군사 안보적으로 시시각각 조여 오는 미국의 대중 포위망을 두려워한다. 국경을 맞대는 중앙아시아에는 미군기지가 들어섰고 동남아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군사 동맹 복원이 시작됐다. 태평양을 향하는 길목에는 한·미·일 군사 협력 체제가 가동 중이다. 중국은 미국의 포위망을 무너뜨리는 회심의 전략을 세운다. 바로 인공섬 구축이다. 2010년 초부터 난사군도 내 실효 지배 중인 8개 암초에 인공섬을 세우면서 활주로를 포함한 군사 시설까지 구축 중이다. 해양 물류의 절반, 세계 원유 수송량의 3분의2가 지나는 길목은 물론 미 태평양 함대의 안마당과 같은 요충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12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관련 판결을 내린다. 판결의 핵심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의 법적 지위 여부다. 중국은 1953년 남중국해의 80% 이상이 포함된 해양 경계선(남해 9단선)을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결과를 예상한 듯 “남중국해에 대한 어떤 중재 결정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지난 5일부터 이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미국도 필리핀 인근 해역으로 항공모함을 보내 맞불을 놓았다. 세계 1, 2위의 힘겨루기로 아태 지역의 안보 지형은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됐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글로벌 시대] 꽃과 벌, 전갈과 개구리/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글로벌 시대] 꽃과 벌, 전갈과 개구리/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꽃과 벌은 윈윈의 대명사다. 꽃은 벌을 부르고 벌은 꽃을 찾는다. 서로 끌리는 관계다. 벌은 꿀을 얻고 꽃은 씨를 맺는다. 꽃은 지구를 뒤덮었고 벌은 개체 수를 늘렸다.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는 공생 덕분이다. 지난 30년 미국과 중국이 그랬다. 우선 경제관계. 중국은 미국이 필요한 제품을 만들었다. 미국은 싼값에 사갔다. 중국은 돈을 벌었고 미국은 물가 걱정을 덜었다. 중국은 번 돈을 쓰지 않고 미국 국채를 사 모았다. 미국은 그 덕에 장기 저금리를 유지했다. 꽃과 벌의 관계와 판박이다. 다음은 국제관계. 중국은 미국이 짜 놓은 국제질서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미국은 개입주의 외교정책과 ‘워싱턴 컨센서스’로 유일 패권 국가를 자처했다. 양국은 충돌은커녕 갈등에 빠질 일도 거의 없었다. 역시 꽃과 벌의 관계다. 세상은 나뉜 지 오래면 합치고, 합친 지 오래면 나뉘는 법이라고 했다(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제국의 흥망성쇠와 이합집산을 그려 낸 삼국지의 첫 구절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양국의 경제적 동거를 도마에 올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서 빌린 돈으로 집을 사고팔다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졌다”며 ‘위험한 동거’를 꼬집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빚잔치 문화와 중국의 자린고비 정신이 만들어 낸 비정상적 합작품인 셈이다. 참고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외교정책의 덕목으로 삼던 중국은 이제 “내 몫을 달라”고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표현처럼 “500㎏이나 되는 판다가 계속 자는 척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는 아시아에서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수영장에 불쑥 나타난 코끼리에 비유했다. 그 수영장에는 또 다른 거대 코끼리(미국)가 이미 앉아 있어 충돌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더이상 꽃과 벌이 아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달라졌다고 해서 당장 극한 대립과 충돌을 감수하지는 않으려 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일방적으로 고립시키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에 정면 대응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상호 의존도도 높다. 양국은 이미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있는’ 관계가 됐다. 그럼에도 우려가 되는 것은 프랑스 작가 장 드 라 퐁텐의 우화 ‘전갈과 개구리’ 때문이다. “개구리가 강을 건너려는데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전갈이 나타나 등에 좀 태워 달란다. 개구리는 전갈이 독침으로 자기 등을 찌를 수 있다는 생각에 거절했다. 전갈은 그러면 둘 다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전갈이 개구리 등에 올라타는데 강 중간에서 물살이 거세지자 전갈이 갑자기 개구리를 찌르고 만다. 개구리가 왜 찔렀느냐고 소리치자 전갈의 대답이 이랬다. “미안해. 상황이 급하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본성을 어쩔 수 없었어.” 개구리는 몸에 독이 퍼져 죽었고 개구리가 죽으면서 전갈도 물에 빠져 죽었다. 의도적 충돌보다는 본능적 우발성에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강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며 약자는 자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고통받는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말이다. 약자가 되지 않으려면 미국, 중국과 계속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최선의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까지 모두를 고려한 복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 [새 영화] ‘데몰리션’

    [새 영화] ‘데몰리션’

    13일 한국 영화팬과 만나는 ‘데몰리션’은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 제이크 질렌할과 영화를 ‘빚을 줄 아는’ 장 마크 발레 감독이 만난 작품이다. ‘달러스 바이어스 클럽’(2013)으로 매튜 매커너히와 재러드 레토에게 오스카 남우 주·조연상을 안기고 ‘와일드’(2014)로 리즈 위더스푼과 로라 던을 오스카 여우 주·조연상 후보에 올렸던 장 마크 발레 감독은 상실감에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또 하나의 캐릭터를 제대로 창조해 낸다. 아마도 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는 ‘브로크백마운틴’(2005) 이후 11년 만에 제이크 질렌할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장인 회사에서 성공한 투자분석가로 일하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는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는다. 그런데 데이비스는 괴로움에 몸부림치거나 속상해하지 않는다. 곧바로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 출근하고, 아내의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무감각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자신이 어색했는지 남몰래 우는 모습을 연기해볼 정도다. 아내를 잃은 날, 병원 자판기에서 돈을 잃은 데이비스는 자판기 회사 고객서비스센터 여직원(나오미 왓츠)에게 잇달아 보낸 항의 편지에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노라고. “무엇인가 고치려면 전부 분해한 다음 중요한 게 뭔지 알아내야 돼.” 데이비스는 언젠가 들었던 장인(크리스 쿠퍼)의 이 말을 떠올리며 망가진 물건이 눈에 띌 때마다 마치 망가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듯 분해하기 시작한다. 회사 화장실 문, 사무실 컴퓨터, 장인 집 화장실의 전등, 아내가 고쳐달라고 하던 냉장고…. 분해 욕구에 시달리던 데이비스는 마침내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집마저 해체하려고 한다. 사실 관객들은 해체 과정의 끝이 사랑의 확인과 상실감의 치유라는 것을 알고 있다. 데이비스는 결국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다. 알면서도 가슴 저리게, 뭉클하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미덕이다. 장 마크 발레 감독은 내러티브를 음악과 함께 진행시키는 데 탁월한 감각을 뽐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은 눈과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미국 여성 록밴드 하트의 ‘크레이지 온 유’와 1970년대 초 짧지만 강렬한 흔적을 남겼던 영국 블루스 록 밴드 프리의 ‘미스터빅’이 인상적인 장면을 남긴다. ‘투 비 위드 유’ 등의 인기 곡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슈퍼밴드 미스터빅은 이 노래에서 팀 이름을 따왔다. 아내와 살던 집을 해머로 때려 부수고 불도저까지 끌고와 밀어버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나토, 러시아에 ‘강경대응’

    “폴란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나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 “나토는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것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나토가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에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파병을 결정했다. 나토가 유럽에서 러시아 포위망을 강화하면서 서구와 러시아의 갈등이 신냉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28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가진 이틀간의 회의에서 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4개국에 4000여명 즉 4개 대대 규모의 병력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이는 26년 만에 최대 규모이며, 미국이 폴란드에 1000명을 파병한다. 정상들은 또 회원국이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국방비에 미국은 GDP 대비 3.6%를 쓰며, 영국과 폴란드는 2%를 넘게 지출하지만 프랑스는 1.8%, 독일은 1.2%만 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며 각국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통제권을 나토가 갖는 방안을 승인했다. 앞서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하면서 미국 등 서구와 갈등을 빚어 왔다. 유럽연합(EU)은 즉각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단행하며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고통을 겪는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나토는 동유럽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초 폴란드에서 24개국 3만 1000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아나콘다’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 등 서구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결정으로 대(對)러시아 견제를 강화하자 러시아는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알렉산더 그루시코 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는 BBC에 “이번 결정은 새로운 철의 장막을 세우는 것”이라며 “대립의 소용돌이를 부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콘스탄틴 코사초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나토의 결정은 베를린 장벽 이후 두 번째 장벽을 세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나토, 러시아에 ‘강경대응’

    “폴란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나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 “나토는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것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나토가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에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파병을 결정했다. 나토가 유럽에서 러시아 포위망을 강화하면서 서구와 러시아의 갈등이 신냉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28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가진 이틀간의 회의에서 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4개국에 4000여명 즉 4개 대대 규모의 병력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이는 26년 만에 최대 규모이며, 미국이 폴란드에 1000명을 파병한다. 정상들은 또 회원국이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국방비에 미국은 GDP 대비 3.6%를 쓰며, 영국과 폴란드는 2%를 넘게 지출하지만 프랑스는 1.8%, 독일은 1.2%만 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며 각국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통제권을 나토가 갖는 방안을 승인했다. 앞서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하면서 미국 등 서구와 갈등을 빚어 왔다. 유럽연합(EU)은 즉각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단행하며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고통을 겪는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나토는 동유럽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초 폴란드에서 24개국 3만 1000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아나콘다’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 등 서구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결정으로 대(對)러시아 견제를 강화하자 러시아는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알렉산더 그루시코 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는 BBC에 “이번 결정은 새로운 철의 장막을 세우는 것”이라며 “대립의 소용돌이를 부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콘스탄틴 코사초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나토의 결정은 베를린 장벽 이후 두 번째 장벽을 세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민중은 개·돼지” 교육부 공무원 왜

    “민중은 개·돼지” 교육부 공무원 왜

    한 종합일간지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지난 9일 대기발령을 받은 가운데 그가 왜 이 같은 시대착오적 차별 발언을 했는지, 평소 그의 행적은 어떠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남 마산 출신으로 연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나선 나 정책기획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지냈다. 올 3월에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대학 구조개혁 같은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다른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정책기획관(고위공무원단 2급)으로 승진했다. ●MB때 靑행정관… 올해 정책기획관 승진 교육부 내 행시 동기로는 뇌물 수수 혐의로 현재 수감돼 있는 김재금 전 교육부 대변인이 있다. 김 전 대변인에 비해 승진이 다소 늦었지만 업무 능력은 물론 대인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의 밑에서 일했던 한 교육부 과장은 10일 “나 정책기획관의 발언을 언론에서 접하고 무척 놀랐다”며 “자신의 소신에 대해 고집이 다소 있는 편이었지만 부하를 막 대하거나 평소 언행이 거친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무관 시절부터 그와 함께했던 한 교육부 국장은 “업무적으로는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관료로서도 흠잡을 곳이 없는 사람이지만 술자리 등에서 가끔 수위가 센 이야기를 꺼내 격론이 벌어지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발언은 그의 이런 면이 부각돼 불거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행시 출신이어서 자존심이 다소 세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며 “자신이 꺼낸 말을 기자들 앞에서 주워 담기 싫어 계속 설명을 이어 가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날 술자리에 있었던 한 교육부 관계자는 “초반에 기자들과 학교 이야기라든가 자녀 이야기 등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나 한 시간이 훌쩍 넘어 술이 제법 들어간 뒤로 문제의 발언이 나왔고, 서로 오해가 생기면서 일이 커진 것”이라고 전했다. ●파면 청원 1만 돌파… 중징계 가능성 커 그러나 평소 언행이나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발언의 수위가 센 데다 국민의 분노가 워낙 큰 만큼 나 정책기획관이 중징계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도 나 정책기획관의 발언에 대해 중징계와 함께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부에서도 즉각 파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나향욱 파면 요구 청원’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며, 이미 1만여명 넘게 서명이 이뤄졌다. 교육부 감사관실은 이에 따라 조만간 나 정책기획관을 불러 발언의 경위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장관이 이를 받아 인사혁신처에 징계를 요구하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가 이를 심의해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가운데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 파면·해임·강등·정직은 중징계, 나머지는 경징계로 분류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 고위공무원 가운데 개인적 발언으로 중징계를 받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며 “다만 사안이 워낙 위중한 만큼 나 정책기획관이 중징계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영화 속 ‘조폭 그룹’은 없다… 개인이 우선인 3세대 조폭

    영화 속 ‘조폭 그룹’은 없다… 개인이 우선인 3세대 조폭

    2000년대 이후 조직보다 개인 범죄 영화처럼 조직이 문어발식 사업 안해조폭 지하경제 자금 규모 121조 추정 “현실에서도 영화 ‘신세계’에 나오는 것처럼 거대 폭력조직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중견그룹을 운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입니다. 조직폭력배(조폭)들이 주가조작이나 기업 간 인수·합병(M&A) 시장에 진출한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조직원 개인의 범죄죠. 최근 활동 중인 3세대 조폭은 조직보다 개인이 우선입니다. 보스가 월급을 주면서 단체 행동에 나서던 시대는 갔습니다.” 지난 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선(50·경위) 조직범죄수사팀 반장은 “과거 1세대 조폭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지역 상권을 갈취했다면 2세대 조폭은 1990년대 카지노와 유흥주점을 운영한 ‘지능화’된 조폭이었다”며 “2000년대 이후 3세대 조폭은 M&A, 부동산, 건설업 등에 진출해 합법을 위장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반장과의 자리엔 고정희(45·경위) 형사, 김도윤(42·경위) 형사 등도 함께했다. 이들 3인방은 수십년간 현장에서 조폭 사건을 비롯해 강력 사건을 담당해 온 ‘베테랑’ 형사들로 현재 경찰 조폭 수사의 핵심 인력이다. 영화 수준은 아니어도 3세대 조폭은 각종 수입원을 새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 원정도박을 비롯해 ‘정킷방’(도박업자가 카지노업체에 거액을 주고 임대한 게임방)을 운영하는 등 국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8월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용된 전현직 조폭 307명에게 설문조사(복수응답)를 실시한 결과 조폭 사업 중 유흥업이 74.9%로 가장 많았고, 오락실·게임장 운영이 61.9%로 뒤를 이었다. 이 외 건축 부동산 개발(54.7%), 사채업·채권추심업(54.4%), 도박장·사설 경마장 개설(50.8%) 순이었다. 조폭들은 중고차 매매상을 운영하며 미끼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차량을 강매하거나 ‘구경값’을 받아 내기도 하고 주류 유통, 다단계 사업, 벤처기업 운영,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등에도 관여한다. 시대마다 사업은 조금씩 바뀌지만 변하지 않는 건 ‘돈이 모이는 곳에 조폭이 있다’는 점이다. 조폭의 자금으로 굴러가는 지하경제 규모만 12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대검찰청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3세대 조폭이 전문 지식까지 갖춘 것은 아니다. 김 반장은 “3세대 조폭들이 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기업사냥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지만 ‘작전’을 주도할 만큼 머리가 좋지는 않다”며 “대부분 조직원 개개인이 기업사냥꾼들에게 투자하고 협업을 하는 방식으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폭력조직 자체가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1세대 조폭은 거대 조직을 거느렸다. 군 상사 출신 신상현의 ‘신상사파’를 비롯해 ‘3대 패밀리’로 불렸던 서방파(김태촌)·양은이파(조양은)·오비파(이동재) 등이 있다. 1970년대 경제성장과 맞물려 막대한 조직력으로 지역 상권을 장악했고 보호비 명목으로 상인들에게서 금품을 갈취했다. 조직끼리 이권 문제로 ‘전쟁’도 벌였다. 그러나 1990년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1세대 조폭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1세대의 몰락을 지켜본 2세대 조폭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군소 조직화의 길을 선택했다. 기존의 ‘갈취형 영업’도 했지만 술집이나 유흥업소, 카지노 등을 운영하며 자립형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3세대에 와서는 군소 조직화·개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경찰이 관리하는 조폭은 214개파 5270명이다. 조직당 평균 조직원은 24.6명에 불과하다. 고 형사는 “영화 ‘공공의 적’에 나오는 ‘거성그룹’처럼 조직원 100여명을 합숙시키며 교육하는 폭력조직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영화처럼 떼로 몰려다니는 게 아니라 자금력 있는 형님이 동생 두세 명을 데리고 다니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 반장은 “조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번 돈을 두목에게 상납하거나 보스가 사업으로 번 돈으로 조직원 전체를 먹여 살리는 일도 없다”며 “양은이파도 경찰 관리 대상자는 10여명 남짓”이라고 밝혔다. 조폭들이 개인화, 소규모화됐음에도 조직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을 벌려면 ‘조폭 신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 식구’라는 이름만으로 다른 조폭을 견제할 수 있고, 이권 다툼이 생겼을 때 조직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김 반장은 “개인화됐어도 조폭들은 단합대회나 간부급 조직원의 경조사가 있을 때 모여 세력을 확인한다”며 “특히 ‘오야지’(두목)의 권위는 돈보다는 강력한 카리스마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사업은 개별 조폭들이 임의대로 진행하지만 갈등이 커질 경우 조직 간에 큰 충돌이 빚어지기도 한다. 2009년 11월 11일에 벌어진 ‘강남 칼부림 대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날 서울 강남 청담사거리에서 범서방파와 칠성파 조직원들이 흉기를 들고 대치했다. 기업 투자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던 두 조직이 대치했으나 다행히 경찰이 신속히 출동하면서 참극은 막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범서방파 간부 8명이 구속됐고 해당 조직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에는 전통시장이나 작은 식당 등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보호비를 걷는 ‘동네조폭’도 늘고 있다. 하지만 고 형사는 “조폭의 경우 하달 명령 체계가 일사불란하고 엄격한 행동강령이 있다”며 “동네조폭은 엄밀히 말해 조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9년 강남 칼부림 대치 사건 이후 조직 간 패싸움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돈이 된다고 여기면 출신 조직과 상관없이 ‘합종연횡’을 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폭 수사는 여전히 가해자든 피해자든 사람을 찾고 진술을 받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피해자들마저 보복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수유리파 조직원 A씨는 2013년 조직을 탈퇴하겠다며 도피 생활을 했지만 조직원들에게 붙잡혀 쇠파이프 등으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A씨는 조직원들이 또 보복할까 우려해 경찰에 알리지 못했다. 김 반장은 A씨를 끈질기게 설득해 진술을 받아 냈고, 지난해 5월 수유리파 행동대장 유모(40)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김 반장은 “A씨도 조직원들이 자신을 찾아낼까 봐 병원에 다니면서도 형 명의를 이용했기 때문에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2006년 1766명에 불과하던 조폭 사범 단속인원은 9년 만인 지난해 2502명으로 41.7%나 늘었다. 조폭 수가 늘었다기보다 단속이 그만큼 강화됐음을 뜻한다고 이들은 밝혔다. 영화에서처럼 조폭이 형사에게까지 위협을 가하는 경우는 사실 극히 드물다. 형사들을 속칭 ‘직원’이라고 부르고 ‘직원과는 싸우지 말라’는 조폭 사이의 암묵적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김 형사는 “동네조폭이나 형사를 위협하지, ‘전국구 조폭’은 소환 조사가 필요할 때 합리적으로 설명하면 자신이 알아서 경찰서에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촌지 460만원 받고도 무죄’…강남 교사 1심 깨고 2심 유죄

    학부모 2명으로부터 460만원가량의 촌지를 받고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논란을 빚었던 서울 강남의 유명 사립초등학교 교사에게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이승련)는 8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서울 계성초등학교 교사 A(48)씨에게 1심을 깨고 검찰 구형량인 벌금 300만원보다 높은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학부모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1심이 이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부정한 청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A씨와 함께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같은 학교 교사 B(45)씨도 2심에서 벌금 100만원 형을 받았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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