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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환능력 없는 친족 연대보증대상 제외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20일 자영업자와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을 때 세워야 하는 연대보증인 대상에서 단순히 일을 도와주거나,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배우자나 경영과 관계가 없는 친족 등 제3자는 연대보증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이득을 얻는 사람은 연대보증 대상에 포함되지만 단순히 옆에서 거드는 수준이면 세울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은행들이 과도한 연대보증 요구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증 선 사람이 빚더미에 앉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전산시스템 등의 준비 작업이 끝나는 오는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금감원 관계자는 “10월 시행과 함께 신규 대출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알바’로 3억5000만원 빚 갚은 기적의 아버지

    이종룡(49·전북 전주)씨는 ‘알바의 달인’ ‘기적의 사나이’로 불린다. 이씨는 하루에 신문 배달, 떡 배달, 학원차 운전, 목욕탕 청소 등 7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잠을 2시간밖에 못 잔다. ‘뼈 빠지게’ 일해서 월 450만원을 벌지만 지난 10년 동안 집에는 1000원 한장 가져다 주지 못했다. 3억 5000만원이나 되는 빚을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알바 7개 뛰며 10년만에 재기 이씨는 월 매출액이 3000만원인 시계 도매점을 운영하다 1998년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1년을 술로 방황하던 그를 붙잡은 건 다섯 살 연상의 아내 양모(54)씨와 하나뿐인 아들(30)이었다. 아내 양씨는 ‘이씨와 이혼하면 먹고 살게는 해 주겠다.’던 처갓집의 설득에도 꿈쩍하지 않고 지난 10년간 한결같이 이씨의 곁을 지켰다. 이씨는 “얌전한 부잣집 셋째딸을 낚아채 고생만 시켰는데도 끝까지 나를 믿어준 아내”라며 고마워했다. 1998년 당시 고3이던 아들은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꿈꿨지만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고 충격으로 집을 나갔다. 지금은 전남 광주에서 자리를 잡고 부모에게 다달이 용돈 20만원을 보태주면서 성실하게 살고 있다. ●“아내·아들만을 위해 살겁니다” 아들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하다는 이씨에게 아들은 “대학 나와도 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냐.”며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하곤 한다. 이씨는 최근 사글세방을 벗어나 어엿한 전셋집을 마련했다. 이씨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가족이 희망”이라면서 “평생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죽을 때까지 아내와 아들만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 글ㆍ사진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가족이 희망이다] 장애, 빚더미, 우울증… 절망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가족사랑

    [가족이 희망이다] 장애, 빚더미, 우울증… 절망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가족사랑

    가족은 애증의 존재다. 사랑하는 만큼 밉기도 하고 한없이 고맙다가 야속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인생의 동반자인 가족이 있어 사람들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 경제적 위기나 우울증 등 살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이유로 한때 생의 의지를 포기했다가 가족의 사랑에 힘입어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입을 모아 “가족이 날 일어서게 했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의 한 화훼농장에서 일하는 조성규(54)씨는 지금도 힘이 들 때면 막내딸 우리(18)양의 사진을 들여다 본다. 지적장애 1급인 우리양은 조씨가 살아가는 전부나 마찬가지다. 우리양이 7살 때인 1998년, 조씨 부부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우리양이 다니던 유치원 교사가 “아이에게 장애가 있는 것 같다.”며 소아정신과 상담을 권했던 것이다. 행동이 굼뜨고 말을 잘 못해 그저 다른 아이보다 좀 늦된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조씨 부부였다. 결국 우리양은 장애 판정을 받았다. ●아내 가출 뒤 똘똘 뭉친 네 부녀 그 때부터 조씨 가족에겐 웃음이 사라졌다. 조씨 부부는 우리양을 데리고 병원과 학교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러던 중 설상가상으로 조씨의 타이어 대리점도 문을 닫게 됐다. 사업 실패에 아이의 장애까지 겹치자 아내는 집을 나갔다. 조씨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극단적인 생각도 해봤지만 나만 바라보고 있는 세 딸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며 지난 세월을 아프게 떠올렸다. 아내의 빈 자리는 세 딸들이 대신했다. 장녀와 차녀는 수업을 마친 뒤 서로 번갈아 가며 집으로 곧장 와서 혼자 집안 일을 하고 있는 막내를 보살폈다. 우리양 또한 언니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빨래와 청소 등 혼자 하기 버거운 집안 일을 스스로 도맡아 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조씨도 딸들이 먼저 서로 똘똘 뭉치는 모습에 힘을 얻어 트럭운전, 가구설치, 퀵 서비스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힘든 시기 막내가 구심점” 지금도 조씨의 고단한 삶은 끝날 줄 모르지만 점점 좋아지는 우리양의 몸 상태가 조씨의 보람이자 낙이다. 그는 “남 앞에 서는 걸 극도로 꺼려했는데 요즘은 우리가 교회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도 연주하고 있다.”면서 “환하게 웃으며 클라리넷을 부는 우리를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우리양의 두 언니도 더 이상 동생의 장애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씨는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에 막내딸 덕분에 중심을 잃지 않았다. 살면서 딸 아이에게서 받은 사랑의 빚을 갚아 나가겠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글ㆍ사진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가족이 희망이다] 실직→빚→이혼 ‘사라진 울타리’

    [가족이 희망이다] 실직→빚→이혼 ‘사라진 울타리’

    “가족이 모여 앉아 저녁 밥을 먹는 일상이 그렇게 소중한지 미처 몰랐습니다.” 한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A(39)씨는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 그는 지난해 겨울부터 제조업 시장이 무너지면서 아내에게 월급을 거의 갖다주지 못했다. 제조업의 특성상 기본급보다는 초과근무 수당으로 밥벌이를 한다. 그런데 불황으로 초과 근무가 거의 없어지면서 월급이 100만원도 채 나오지 않았다. 생활비는 카드빚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는 “아내가 10년 전 결혼할 때만 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 희망이 없다며 절망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아내와 다툼이 부쩍 잦아진 A씨는 별거를 고민 중이다. 1998년 당시 외환위기와 지난해 몰아닥친 금융 위기는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놨다. 경제적 위기는 가족의 안녕을 위협하는 최대 요소로 떠올랐다. 생계를 책임진 남녀 가장들이 실업자 신세가 되면서 그들이 책임진 가족 구성원들도 동반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GM대우, 쌍용자동차 등 최근 정리해고 바람이 불고 있는 제조업 분야 종사자들이다. 최근 2646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한 쌍용자동차 직원의 가족들은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우리 가족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며 길거리에 나섰다. 대책위 대표인 이정아씨는 “남편이 쌍용자동차에 입사한 날 첫 딸을 낳았다. 둘이 힘을 합쳐 살면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희망을 품은 지 10년도 안돼 법정관리니 정리해고 같은 말을 듣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자영업 종사자들 중에는 ‘부부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 과일 노점상을 운영하던 최모(48)씨는 2년 전 장사가 되지 않아 돌려쓰던 너댓 개의 카드가 정지되자 부인과 합의이혼을 했다. 부인까지 채무불이행자로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20대 초반인 아들은 아내가 키우고 있다. 최씨는 “돈이 없어서 파산 신청도 못하고 있다. 돈 때문에 채권추심회사 수십곳에서 빚독촉이 오니 죽고만 싶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인한 가족 해체가 이제 시작이라면 11년 전 외환위기로 파탄 난 가족들의 아픔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1998년 6월 금융감독위원회의 퇴출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충청은행 등 5개 은행 전 직원들이 그런 케이스다. 장준배 충청은행 재건동우회 회장은 “실직 후 빚더미에 오른 직원들은 재산을 부인 명의로 돌려놓고 서류상 이혼을 했는데 거의 실제로 이혼을 했다. 퇴출은 가정파탄을 알리는 경고음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가장의 실직은 이혼뿐 아니라 가족들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했다. 퇴출 은행원인 김모(47)씨는 현재 부인과 합의이혼을 고려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자신의 이름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11년 전 해고를 당한 뒤 아동복 장사, 슈퍼마켓 운영 등 안해 본 일이 없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고단한 삶을 사는 동안 아내는 스트레스로 2004년 갑상선암에 걸렸다. 병에 걸린 아내와 대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인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혼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김씨는 “가난하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있다. 자식들에게 부모의 이혼이라는 상처는 절대로 주고 싶지 않은데 고민이 많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사설] 여야 슈퍼추경 합의도출 서둘러라

    ‘슈퍼추경’ 편성을 둘러싼 여야의 힘 겨루기가 본격화됐다. 정치권은 어제부터 상임위별 심의에 들어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추경 규모와 내용 등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려면 정부가 제출한 28조 9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13조 8000억원 규모의 독자적인 추경안을 제출한 민주당은 정부안을 ‘빚더미 추경’ 으로 규정하고 적자국채 발행 최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여당과 민주당의 추경안이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세수결손 보전분 11조 2000억원을 제하면 차이는 4조원에 불과하다. 정부·여당은 임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저소득층의 생계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양질의 일자리 확보에 예산을 집중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구호’를 뺀다면 모두 지원대상이 저소득층이다. 따라서 머리를 맞댄다면 얼마든지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4대강 살리기 및 하천정비에 추가로 배정한 7595억원은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반발을 감안하면 여권의 양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 정치권 역시 대규모 추경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성장률 추락에 따른 일자리 증발을 막으려면 정부가 적극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추경 심의는 적정성과 효율성, 시급성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정부가 1조 9950억원을 투입해 6개월간 40만가구에 월 83만원을 지원하겠다는 ‘희망근로’의 경우 벌써 지원기준을 변경하는 등 적잖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 심의는 바로 이런 부분에 맞춰져야 한다. 경제살리기 추경 심의가 정국 주도권 다툼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 윤증현 재정 “경기 좋아지면 증세”

    윤증현 재정 “경기 좋아지면 증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제적인 경기 부양과 외화 유동성 확보로 2차 금융 위기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1가구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또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세금을 더 거두는 증세 등을 통해 재정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9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2차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느냐.”는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양면성을 가지고 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하지만 2차 위기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대단히 양호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이후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 비율이 당초 예상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38.5%에서 35.6%로 내려갔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 비율은 82%다. 1가구 다주택 양도세 문제와 관련해서는 “필요하면 세제상 규제를 좀 더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양도세를 전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들어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하겠다는 방침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대해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윤증현식 방법으로 하면 큰일 난다.”고 비판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대규모 추경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문제와 세수 부족으로 직결되는 감세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이번 추경은 빚더미 추경”이라면서 “부자 감세로 부족해진 재정을 전체 국민의 몫으로 돌리는 지금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도 “현 정부 재정 운용의 최대 잘못은 ‘가진 자를 위한 감세 정책’으로, 부자만 혜택을 보는 감세는 소비진작 효과가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경영 비용을 줄여 투자를 촉진하고, 소득세 인하는 가계 가처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유도할 것”이라면서 “이를 부자 감세로 호도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시키고 국민 정서에 편승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맞받았다. 같은 당 나성린 의원 역시 “지난해 감세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투자와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주현진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빚더미’ 공항철도 코레일이 인수

    9개 민간 건설업체가 투자해 운영해온 인천공항철도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인수한다.국토해양부는 30일 인천공항철도의 민자 지분 88.8%를 코레일이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국토해양부(9.9%), 현대해상(1.3%)지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인천공항철도는 2001년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민자협약을 체결한 후 2007년 1단계 인천공항~김포공항 40.3㎞를 개통해 운영 중이며, 올 10월 개통을 목표로 2단계 김포공항~서울역 20.7㎞ 구간을 건설하고 있다.인천공항철도는 30년 운영기간 동안 예측수요를 기준으로 수입의 90%를 미달할 경우 차액을 보장받도록 계약됐다. 그러나 이용률이 저조해 예측수요의 7%밖에 되지 않아 지난해에만 1666억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등 금전적 손실이 컸다. 2007년 5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금융권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고 국토부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국토해양부는 “금융권에 지분을 매각하면 수입 보장률을 일부 낮출 수는 있지만, 정부 부담을 줄이기 어렵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도 불가능해 공공부문인 코레일이 인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한편 코레일은 인천공항철도 지분 인수로 인해 빚더미의 사업체를 떠안게 됐다. 국토부는 추후 코레일과의 협상에서 보조금 지급 기준을 현재 예측수요 수입의 90%에서 58~60%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누드파문’ 진관희 빚더미...부친 사업실패로 파산신청

    ‘누드파문’ 진관희 빚더미...부친 사업실패로 파산신청

    진관희가 빚더미에 앉을 위기에 봉착했다. 진관희는 지난해 홍콩 톱스타 여배우들의 누드사진 유출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중국 북경 일간지 ‘신경보’는 진관희의 부친 진택민이 사업실패로 금주 중 홍콩 재판소에 파산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진택민은 부동산 사업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90년대에는 연예계에도 진출해 홍콩 최대 연예기획사인 ‘영황오락집단’(EEG)의 사장은 물론이고 성룡과도 친교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증권과 무역에 손대며 사업가로서 정상의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지주회사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작년 5월에는 부채총액만 1,900만 홍콩달러(한화 약 33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진관희는 지난해 누드사진 유출 사건으로 홍콩 연예계를 은퇴한 상태. 현재는 소속사의 급여와 자신이 프로듀스하는 패션 브랜드의 수익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관희의 부친은 “비지니스 문제는 오로지 내 책임이다. 아들에게 부채 인수를 부탁 할 생각은 없다. 지금 아들에겐 그럴 여력도 없다”고 답했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닷컴@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열린세상] 어느 나라 은행들인가/이필상 고려대 교수 경영학·전 총장

    [열린세상] 어느 나라 은행들인가/이필상 고려대 교수 경영학·전 총장

    정부는 4월 임시국회에서 정상적인 금융기관이라도 자본 확충을 위해서라면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자산을 매입하고자 4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장기 불황이 본격화함에 따라 부실자산이 폭증할 경우 금융기관과 기업의 동반 부도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긴박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버팀목인 수출 기반이 무너지고 내수가 얼어붙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5% 이상 떨어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해외 언론과 신용평가사들이 국내은행의 건전성과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피치는 국내은행들에서 내년 말까지 발생할 손실규모를 42조원이라고 분석했다. 또 단순자기자본 비율이 4.0% 수준으로 떨어져 동 비율이 6.6%인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 비해 위기에 대한 내성이 크게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자본 확충을 충분히 하지 못할 경우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경제가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진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부실화 위험이 큰 은행들에 선제적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은행건전성 확충, 대출과 투자 확대, 경기회복의 선순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는 정부 의도대로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한마디로 은행의 내부개혁과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은행의 핵심적 기능은 산업금융을 건전하게 하여 기업과 공동운명체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러한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환란 때 은행들은 방만한 대출과 비리경영으로 경제위기를 불러와 많은 국민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다. 이후 은행들은 정부가 16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덕분으로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번에 산업발전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했다. 투자와 창업을 지원하는 기업금융 대신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하여 가계 부문을 빚더미에 올려놓았다. 그 결과 경제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부동산과 증권시장은 거품으로 들떴다. 또 환위험을 관리해 준다는 명분으로 키코상품을 대량 판매하여 수많은 중소기업을 경영위기에 몰아넣었다. 더 나아가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 하에 예금 대신 펀드 판매에 매달려 국민의 주식투자 가치를 반 토막으로 떨어뜨리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종사자들은 임원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등 돈잔치를 벌였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자 은행들은 스스로 경제를 안고 쓰러지는 위험을 초래한 것이다. 어느 나라 은행들이기에 국민경제를 돈벌이 희생물로 만드는 것인가? 정부는 이런 은행들에 공적자금과 구조조정기금을 다시 대규모로 지원하려고 한다. 현행 경영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부가 자금을 지원할 경우 결국 은행들은 지원자금으로 부실을 해소하고 다시 단순 돈벌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풀어도 기업대출을 안 하고, 건설과 조선업의 구조조정을 맡겨도 부실기업 퇴출을 회피하며, 자본확충 지원을 해도 경영간섭을 이유로 거부하는 행위 등에서 은행들의 이기적 속성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정부는 은행에 구조조정을 과감히 요구하고 경영을 감시 감독하거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4월 임시국회에서 공적자금을 사전에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 아니라 부실이 예상되는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법조항부터 마련해야 한다. 다음 은행자본 확충 펀드와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하여 은행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위기로 치닫는 경제에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부는 임기응변적 자금지원 정책을 지양하고, 은행의 경영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산업발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금융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 경영학·전 총장
  • 전북개발공사 빚더미

    전북개발공사 빚더미

    전북혁신도시 건설에 참여한 전북개발공사가 공공기관 이전 지연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개발공사는 혁신도시 건설에 참여하기 위해 최근 2년 동안 농협과 전북은행에서 6차례에 걸쳐 2433억원의 보상채권 교부채를 발행했다. 교부채는 혁신도시 개발부지를 분양해 갚겠다고 약정하고 자금을 빌려쓰는 것이다. 개발공사는 이 자금을 모두 혁신도시 토지보상비로 사용했다. 앞으로 고압선로 지중화 공사비 등으로 433억원을 추가 차입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전북개발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채무는 원금 2866억원과 이자 687억원 등 모두 3553억원에 이른다. 하루 4000만원, 매월 12억원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올해 내야 하는 이자만 147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혁신도시에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은 빨라야 2010년부터 부지매입 예산을 마련하기 때문에 금융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북혁신도시 면적의 65%를 차지하는 농촌진흥원의 경우 이전비용이 1조 5000억원에 이르지만 올해 반영된 예산은 겨우 297억원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전북혁신도시 이전 기관인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 등으로 이전 여부가 불투명해 부지 판매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공과 주공이 통합된 기관이 오지 않으면 전북혁신도시는 알맹이가 없는 혁신도시로 전락하게 된다. 현재 정부는 10월까지 토공·주공 통합공사를 출범시키려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은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반용지는 분양이 어려울 것 같아 투자설명회 등을 개최해 분양률을 높일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북혁신도시는 총사업비 1조 5423억원을 들여 전주시 중동, 만성동, 상림동과 완주군 이서면 일대 10.15㎢에 조성된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창작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 17일 첫 무대

    창작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 17일 첫 무대

    창작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에 대해 오해하기 쉬운 두 가지. 자살이 테마이니 우울하고 칙칙하진 않을까, 외국 소설이 원작이라 문화적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을까. 결론은 둘 다 아니다. 올해 창작 뮤지컬 기대주인 ‘기발한 자살여행’이 1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첫선을 보인다. 개막에 앞서 연습실에서 미리 만난 리허설 공연은 우울함보다는 유쾌함이, 한숨보다는 웃음의 파동이 훨씬 컸다. 핀란드 대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남북통일이 이뤄진 가상의 미래 시점이란 것 말고는 현재 한국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매끈한 각색은 원작의 존재를 의심할 정도다. 발단은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중소기업 사장과 통일 이후 대기발령 상태가 된 육군장교가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자살을 시도하면서 비롯된다. 목을 매려던 전깃줄이 길어서 어이없게 살아나고, 권총 자살에도 실패한 이들은 동반 자살을 결심하고 자신들과 똑같은 처지의 자살 여행단을 모집한다. 이렇게 해서 삶의 모든 의욕과 희망을 잃은 채 오직 죽음만을 갈구하는 12명의 자살 희망자들이 자살버스에 탑승한다. 실연당한 여인, 기러기아빠, 시한부 노동자, 매맞는 아내, 추락한 스타 여배우 등 저마다 피할 수 없는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이들은 최후의 목적지인 백두산 천지를 향해 힘껏 달린다. 이들의 절박하고, 야심찬 시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 공연은 국내 초연이면서 세계 초연이다. 제작사 쇼팩의 송한샘 대표는 2006년말 원작소설에 대한 전세계 독점 뮤지컬 저작권을 따냈다. “소설을 읽자마자 뮤지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송 대표는 “스토리가 재밌고, 기발할 뿐만 아니라 삶이 아무리 힘들고 비참해도 살아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향후 핀란드 공연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해외 라이선스 수출을 염두에 둔 작품인 만큼 창작에 참여한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연극 ‘보이첵’으로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임도완 연출이 작품 전반에 유머 코드를 적절히 배치했고, 극작가 이수연은 원작의 배경인 핀란드와 유럽 대륙을 통일 한국과 중국,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로 각색해 공감대를 높였다. 뮤지컬에서 드라마 못지않게 중요한 음악은 영화 ‘실미도’ ‘올드보이’로 유명한 작곡가 이지수가 맡았다. 40인조 체코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음악들은 장중하면서도 경쾌하고, 긴장감 넘치는 등 다양한 정서를 자유자재로 뿜어낸다. 임도완 연출은 “자살이란 무거운 주제를 위트와 유머로 따뜻하게 그려낸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음악은 웅장하게, 드라마는 코믹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객석쪽을 바라보던 버스가 양옆으로 갈라져 방향을 바꾸는 등 재치있는 무대 전환도 눈길을 끈다. 4월19일까지. 4만 4000~7만 7000원. 1544-155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2030] BMW는 기본… 절묘한 카드깡에 빌붙기 넉살까지

    [2030] BMW는 기본… 절묘한 카드깡에 빌붙기 넉살까지

    ‘국민성공시대’가 열렸지만 국민들은 빚더미 아래 허덕이고 있다.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 직장인은 전세금 및 주택담보 대출, 주부들은 생활자금 대출 등 이른바 ‘대출시대’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빚을 지게 된 사연이 제각각이듯 부채 탕감을 위한 노력도 각양각색이다. 봄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지만 지갑 속 사정은 여전히 한 겨울인 2030들의 부채 탕감 프로젝트, 그들의 ‘빚테크’ 전략을 들어본다. #1. 때 아닌 고시생 백수 옥죄는 등록금 상환 독촉장… 은행 취업 뒤 눈물의 고시원 생활 지방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한모(26)씨는 아직 졸업 전인데 벌써 빚이 1000만원이 넘었다. 그의 빚은 다름 아닌 등록금 대출이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피부로 느끼고 사는 한씨는 등록금을 학비가 아닌 ‘빚’이라고 표현한다. 한씨는 매년 700만원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방학이면 어김없이 서울로 떠난다. 그에게 방학은 ‘부채탕감 총력전’이 펼쳐지는 시간. 3개월 동안 ‘한몫’ 챙겨야 한다. 한씨는 서울에서 홍익대 주변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거나 미대 입시 준비생의 과외를 찾아다니지만 이마저도 하늘의 별따기다. 장학금으로 등록금 빚을 갚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실무 경험도 쌓으면서 돈도 버는 방법을 택했다는 한씨는 “사회로 나가면 집 장만한다고 또 빚을 지게 될 텐데, 결국 ‘빚쟁이 사회’가 아니냐.”며 씁쓸해했다. 학자금 대출의 위력은 졸업 후에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은행원 박모(30)씨는 은행에서 일하지만 ‘대출’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학 때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졸업 후 고생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입사 동기들은 모두 행원들의 특혜인 저금리로 돈을 빌려 재테크를 시작했지만 박씨는 당분간 은행에서 돈을 빌릴 계획이 없다. 박씨는 대학 3학년 때부터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진 빚이 1000만원이 훌쩍 넘었다.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됐지만 박씨를 기다린 것은 학자금 상환 고지서뿐.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자를 갚아 나갔지만 원금 상환은 꿈도 못 꿨다. 박씨가 원금을 갚기 시작한 것은 졸업한 지 6개월이 지나 은행에 취업하고 나서부터다. 남들은 돈 많이 버는 직장에 취직했으니 이제 돈 걱정 없겠다고 부러워했지만 박씨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월급이 많아도 빚을 갚아야 했고, 지방에 사는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드려야 했다. 결국 고시원에서 1년간 지내며 아낀 덕에 대출금을 다 갚을 수 있었다. “학자금 대출은 금리가 낮아 괜찮을 줄 알았지만 하루 이틀 쌓여가는 이자가 무섭게 불어나더군요. 빚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회사원 김모(29)씨 역시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대학 등록금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다. 3학년 2학기 때부터 세 학기 동안 받은 학자금 대출의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 갚을 길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대출받은 학자금만 800만원이 넘고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 6만원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지금은 회사에서 받는 월급으로 숨통이 트였지만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아르바이트로 이자를 채워야 했다. 그러나 곧 결혼도 해야 하고 집 장만 등 목돈이 필요할 일만 남은 김씨에게 대출금 800만원은 심리적 족쇄다. 김씨는 ‘그래도 학자금 대출 덕분에 무사히 대학을 졸업했는데 열심히 일하면서 차근차근 갚아야겠다.’는 생각에 입사와 동시에 학자금 대출 전용 통장을 만들었다. 매달 6만원씩 이자를 입금해 날짜에 맞춰 빠져나가게 하는 동시에 원금도 10만~20만원씩 갚아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의 채무탕감 도전은 아직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차곡차곡 모으면서 부담감을 줄여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2. 철판 깐 짠돌이 친구 대신 카드결제 뒤 현금받기… 보양식 먹고싶을 땐 “선배니~임” 대학생 김모(28)씨는 매달 지방에서 부모님이 보내주는 집세와 용돈을 포함해 80만원으로 생활한다. 새로 나온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산악자전거 등을 보면 참지 못하고 바로 사야 직성이 풀리는 전형적인 ‘얼리 어답터’인 김씨에게 월 80만원의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 고가 물품이다 보니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씨는 산업기능요원시절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3~12개월씩 할부를 끊어 일단 물건을 사고 본다. 매달 용돈 40만원으로 제때 카드값 막기가 벅차지만 3년째 할부금을 연체한 적이 없다. 비결은 속칭 ‘카드깡’이다. 김씨는 3년 전부터 대학 동아리 회장을 하며 동아리에서 쓰는 모든 돈을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친구들과의 점심값 1만~2만원, 100만원짜리 동아리 컴퓨터 구매까지도 모두 그의 카드로 결제한다. 김씨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카드를 이용해 무이자 할부로 결제하고 현금을 받는 방법으로 통장에 월 평균 잔고 100만원 이상을 유지한다. “동아리나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 카드로 결제하면 잘 돌려막을 수 있으니까 매달 할부금 걱정은 없습니다.” 대학원생 김모(27)씨는 학교에서 소문난 짠돌이다. 교통비, 전화비, 식비 등 1개월 생활비를 단돈 20만원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학부 4년간 학비를 직접 벌면서 생활하다 보니 알뜰함이 몸에 배었다. 피자 배달, 편의점, 술집 서빙 등 각종 아르바이트로 한 달 140만원을 벌었지만 한 학기에 400만원이 훌쩍 넘는 등록금과 10만원의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막상 손에 쥐는 돈은 20만원에 불과했다. 김씨는 ‘보양식’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을 땐 취업한 동문 선배들에게 주저없이 전화를 한다. 눈물로 고학생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후배 앞에서 선배들은 지갑을 열었다. 김씨는 비싼 전공 수업 교재도 선배들에게 얻어냈다. 옷은 친구들 몫이다. 유행에 민감한 친구들의 철 지난 옷을 받아 옷값을 아꼈다. 그는 “힘들다는 친구, 후배를 모른 척하는 사람들은 없더라고요. 나중에 경제적으로 어려움 겪는 후배들에게 저도 도움을 준다면 그게 빚 갚는 법이 아닐까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3년차 직장인 박모(31)씨는 지난해 11월 4년간 교제한 여자친구와 결혼하면서 전셋집을 장만했다. 월세로 살자니 돈을 모으기 힘들 것이라 판단해 은행에서 전세대출 3000만원을 받아 7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해 신혼살림을 차렸다. 월수입 200만원인 박씨는 앞으로 3년간 매달 이자 5만원에 원금 상환 대신 은행 적금 50만원을 넣어야 한다. 현재 아내의 수입은 없다. 하지만 박씨는 ‘신혼가정 꾸리면서 빚 3000만원이면 양호한 편’이라면서 빚테크의 제1전략으로 ‘BMW 이용’을 꼽는다. 대출금 상환 전까지는 차 구입을 포기하고 버스(Bus), 지하철(Metro), 도보(Walk)를 이용하기로 했다. 제2의 전략은 카드의 효율적 사용이다. 세금 공제를 위해 되도록이면 카드를 사용하고 현금을 사용할 때는 꼭 현금영수증을 받고 있다. “결혼하면서 3000만원의 빚부터 떠안게 됐지만 이 돈은 빚이 아니라 우리 부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먹고 살기 팍팍하지만 아직 젊으니까 열심히 살아 봐야죠.” #3. 잡초가 된 화초 펑펑 쓰며살다 갑자기 끊긴 용돈… 일주일 세탕 과외알바에 파김치 대학 4학년 임모(26·여)씨는 지난 학기 카드빚을 막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하다. 풍요로운 가정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임씨는 남부럽지 않게 돈을 펑펑 쓰며 살았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친한 친구들과 ‘명품계’를 하면서 돈을 몰아주기도 했다. 상황이 바뀐 건 지난해 10월. 퇴직한 아버지가 “미안하지만 네 용돈은 이제부터 네가 벌어라.”고 말하는 순간 임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카드로 사놓고 매달 35만원씩 빠져나가던 명품 가방과 선글라스, 구두 값이 3개월이나 더 남은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용돈까지 벌려면 아무리 아껴도 한 달에 60만원 이상 벌어야 했다. 올해 등록금도 고스란히 임씨의 몫이었다. 임씨는 등록금과 카드빚 해결을 목표로 월·목, 화·금, 수·토로 나눠 일주일에 3개의 과외를 했다. 도곡동과 대치동, 목동을 오가며 월 95만원을 벌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과외 2시간을 하고 나면 임씨는 파김치가 됐다. 지난해 12월5일. 카드 할부가 끝났지만 임씨는 여전히 ‘과외머신’이다. 임씨는 300만원이 넘는 통장 잔고를 자랑하며 “돈을 벌어보니까 그동안 얼마나 낭비하면서 살았는지 알게 됐어요. 마지막 남은 한 학기 등록금도 제가 내야 하는데 이젠 할 만하네요.”라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와 함께 사는 대학생 이모(27)씨는 지난 2006년 여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언니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최소 6개월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언니의 치료비는 500만원 가까이 나왔다. 이씨는 치료비를 댈 여유가 없었고, 언니 또한 작은 무역회사에 취직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저축해 놓은 돈이 적었다. 결국 이씨는 지인들로부터 500만원을 빌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씨마저도 림프구 종양이라는 진단을 받고 입원하게 됐다. 이번에는 이씨의 언니가 복직해 동생의 병원비를 냈다. 3개월간의 요양을 끝낸 이씨는 6개월간 ‘부채탕감 대작전’에 돌입했다. 번역 아르바이트를 4곳에서 시작해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생활비도 만만찮았다. 그래서 편의점 주간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그러기를 6개월. 이씨는 580만원을 모았고 빌린 돈 모두를 갚을 수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아 해낼 수 있었어요. 이제 다음 학기에 복학해야 하는데 등록금도 만만치 않잖아요. 더 열심히 벌어야죠.” 안석 최재헌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최성국 “ ‘구세주2’ 무시당해도 포장하고 싶지 않다”

    최성국 “ ‘구세주2’ 무시당해도 포장하고 싶지 않다”

    배우 최성국이 영화 ‘구세주 2’로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17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구세주 2’(감독 황승재·제작 (주)씨와이 필름)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성국은 ‘구세주 2’를 촬영하면서 그간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최성국은 “ ‘구세주 2’를 촬영하고 주변 감독님들이나 아는 분들의 반응이 ‘또 그 영화 해?’였다. 심지어 언제 개봉하는지를 물어보지도 않았다.”며 “ ‘구세주’ 영화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관심 밖의 이야기였고 그런 부분을 잘 알기 때문에 ‘올해 최저 기대작’이라는 솔직 마케팅에 대해 속이거나 포장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여기 앉아 계시는 기자분들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구세주1’을 만들 때도 최성국, 신이 주연이라는 말에 똑같이 무시를 당했었고 3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기 때문에 굳이 좋게 보일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장면 하나하나에 다 쏟아냈다는 최성국은 “연기를 하면서 섭섭한 부분이나 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그는 “영화를 열심히 홍보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걸 모르고 지나가시는 관객들이 안타까워 할 수 있는 한 홍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성국은 ‘구세주2’에서 사채 빚을 갚기 위해 택시기사가 된 택시회사 아들 역을 맡아 전편에서 호흡을 맞춘 신이 대신 이영은과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말 뮤지컬 ‘색즉시공’에 캐스팅됐던 최성국은 다리 부상으로 하차했다. 한 달 넘게 치료를 받은 최성국은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상태다. 한편 ‘구세주 2’는 지난 2006년 개봉해 19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구세주’의 속편으로 택시회사를 물려받은 아들이 사채 빚더미에 오르자 택시 운전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2월 26일 개봉.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m / 사진=유혜정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안문숙 “연기에 목말라 있었다”

    안문숙 “연기에 목말라 있었다”

    영화 ‘구세주 2’에 출연한 안문숙이 영화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4일 오후 서울 청담동 루카 511에서 열린 ‘구세주 2’(감독 황승재·제작 (주)씨와이 필름)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안문숙은 “이번 영화에 출연하길 잘했다.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기 보다 즐기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연기에 도전하는 안문숙은 택시회사 여사장에게 충성하는 열혈 택시 기사로 정환(최성국 분)의 모든 일을 사사건건 간섭을 한다. 안문숙은 영화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라디오에 올인을 하다가 성대결절이 와서 6개월 정도 쉬었다. 연기에 목말라 있었는데 ‘구세주 2’의 작품 섭외가 왔다.”며 “중간에 못할 뻔했는데 다행히 출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장르보다는 천직이 코미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편이다. 이번 영화에 출연할 수 있게 돼 여러 가지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세주 2’는 지난 2006년 개봉해 19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구세주’의 속편으로 택시회사를 물려받은 아들이 사채 빚더미에 오르자 택시 운전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2월 26일 개봉.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m /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최성국 “홍보 위해 안문숙과 스캔들 내려했다”

    최성국 “홍보 위해 안문숙과 스캔들 내려했다”

    영화 ‘구세주 2’로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지기 위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도전한 최성국이 깜짝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4일 오후 서울 청담동 루카 511에서 열린 ‘구세주 2’(감독 황승재·제작 (주)씨와이 필름)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최성국은 “영화 홍보를 위해 영화에 함께 출연하는 안문숙과 스캔들까지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최성국은 “사실 영화 홍보 기간이 급박하다. 그래서 노이즈 마케팅까지 해볼 생각까지 했었다. 제작진과 고민 끝에 안문숙 선배와 스캔들을 내려고 했다.”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그는 “전편이 얼마나 잘 됐는지를 떠나 전편보다 더 잘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때문에 ‘구세주’라는 제목을 쓴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번 비슷한 연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져 1년 동안 연기를 쉬고 싶었다고 털어논 최성국은 “‘구세주’는 남자이자 배우로서 처음으로 책임감을 준 작품이기 때문에 속편에도 적극 참여했다.”고 전했다. 최성국은 ‘구세주2’에서 사채 빚을 갚기 위해 택시기사가 된 택시회사 아들 역을 맡아 ‘구세주’에서 호흡을 맞춘 신이 대신 이영은과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말 뮤지컬 ‘색즉시공’에 캐스팅됐던 최성국은 다리 부상으로 하차했다. 한 달 넘게 치료를 받은 최성국은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상태다. 한편 ‘구세주 2’는 지난 2006년 개봉해 19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구세주’의 속편으로 택시회사를 물려받은 아들이 사채 빚더미에 오르자 택시 운전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2월 26일 개봉.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m /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최성국 “비슷한 연기에 매너리즘, 우울증까지”

    최성국 “비슷한 연기에 매너리즘, 우울증까지”

    배우 최성국이 부상을 털고 영화 ‘구세주 2’로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4일 오후 서울 청담동 루카 511에서 열린 ‘구세주 2’(감독 황승재·제작 (주)씨와이 필름)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최성국은 그동안 해온 비슷한 연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져 우울증을 겪었다고 전했다. 최성국은 “그동안 내가 해온 비슷한 연기에 매너리즘에 빠졌고 우울증도 왔었다. 그래서 지난 1년 정도 연기를 안하고 싶었다. 1년 동안 많은 작품이 들어왔지만 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 ‘구세주2’의 경우는 저한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고 이 캐릭터는 나 아니면 안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부담감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부담감 없이 즐겁게 촬영했다. 기대감과 부담감보다는 자신감이 더 있다.”고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성국은 ‘구세주2’에서 사채 빚을 갚기 위해 택시기사가 된 택시회사 아들 역을 맡아 ‘구세주’에서 호흡을 맞춘 신이 대신 이영은과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말 뮤지컬 ‘색즉시공’에 캐스팅됐던 최성국은 다리 부상으로 하차했다. 한 달 넘게 치료를 받은 최성국은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상태다. 한편 ‘구세주 2’는 지난 2006년 개봉해 19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구세주’의 속편으로 택시회사를 물려받은 아들이 사채 빚더미에 오르자 택시 운전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2월 26일 개봉.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m /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자영업자 대출 연대보증 폐지 추진

    자영업자(소호·SOHO)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연대 보증인을 내세워야 하는 부담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금융감독원은 1일 은행의 소호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담보가 없는 자영업자에게 배우자나 지인 등 제3자의 연대보증을 요구하는데 이를 없애 보증 선 사람이 빚더미에 앉는 피해를 막고 신용대출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금감원은 은행들과 협의해 이 달 중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앞서 은행들은 지난해 7월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제도를 전면 폐지했다.금감원은 소호 대출에 이어 기업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제도의 전반적인 개선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5월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업대출의 경우 부작용이 적고 실행 가능한 부분을 발굴해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연대보증제도가 없어지면 은행들은 고객의 신용에 따라 대출 여부와 대출 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신용 관리가 더 강화될 수 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청구서/안재승

    ▶등장인물: 어머니,아들,딸,아버지(1인1역),외교통상부 관계자,무장단체 요원들,기자들,시민들,각 단체 대표들(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시민단체장),동시통역사(이상 1인다역) ▶시간 및 공간: 현대,대한민국 ▶무대: 이 극은 장면의 전환이 많다.따라서 기본적으로 빈 무대를 사용하며,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분위기를 상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품들을 사용한다. 1장 방 세 개짜리 반 지하방의 거실.한밤중.붉은 색,취침등이 켜져 있다.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잠시 후,다시 울리는 전화벨.거실 한 구석에서 토막잠을 자던 어머니,잠에서 깨어 전화기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와 손을 뻗는다.어머니,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인다.전화벨이 끊어진다.잠시 후,다시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딸이 방문을 열고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나온다. 딸 에이 씨! 어머니 그들일까? 딸 시끄러워.빨리 받아. 어머니,쉽게 전화를 받지 못한다.아들,방에서 나온다.어머니,망설임 끝에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 여보세요? 외교통상부 (소리)여기 외교부인데요! 어머니 (말을 자르며)어디요? 외교통상부 외교통상부요! 어머니 무슨 일이시죠? 외교통상부 (소리)조금 전에 주 파키스탄 대사관에 이 전화번호하고,김만수씨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무장단체의 메시지가 전달됐는데요.저희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을 해야 해서요.김만수씨 집에 계시면 좀 바꿔주시죠. 어머니 제 남편요?그럼요.지금 방 안에서 자고 있는걸요.잠깐만요. 어머니,남편의 방 문 앞에 가서 문을 두드린다. 어머니 나와서 전화 좀 받아봐요! 정적.아무런,인기척이 없다.어머니,남편의 방문을 다시 두드린다. 딸 그냥 열어! 어머니 항상 잠겨 있잖니. 딸,아버지 방의 문고리를 거칠게 돌린다.쉽게 열린다.어두운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아버지의 방은 파키스탄 어느 민가로 전환된다.환영처럼,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무장 단체 요원들.무장 단체 요원 중 한 명이 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에서 다른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으려 하는 도중,무대 밝아진다.거실,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머니 언제 없어진 걸까?(사이)너하곤 종종 얘길 하지 않았니. 아들 옛날 얘기예요. 딸 정확히 3년 전이야!내가 연기학원을 그만둔 날이었으니까. 아들 저녁을 먹는데 느닷없이 ‘난 파산했다.’고 말했죠. 딸 처음엔 장난치는 줄 알았지. 어머니 ‘양심적으로 갚으려고 했는데.이젠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랐구나.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얘기했어. 아들 침묵.한참 후에 엄만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살죠?’라고 물으셨죠. 어머니 니 아빤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니?’라고 대답했고. 딸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 아들 그 이후,우리가 있을 땐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어머니 산 입에도 거미줄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딸 우리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을 때도. 아들 절대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죠. 딸 어쩌다 가끔 소리는 들려왔어. 아들 아직 살아 있구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족들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방 너머에서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어머니 한참을 누군가와 애기하는 듯했지. 아들 알 수 없는 중얼거림. 딸 끙끙 앓는 신음소리. 어머니 다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아들 무서운 비명소리. 딸 귀신이 곡하는 소리. 어머니 깊은 한숨소리. 아들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소리가 시작되었죠.우리가 들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어머니 아주 서툰 연기였지. 아들 동정을 바랐겠죠.아니면 자기 역시 힘들다는 걸 알리고 싶었거나. 딸 TV 볼륨을 높이면 더 크게 소리를 내.소리를 죽이면 멈추고.마치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아들 우리의 일과에 맞춰,늘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서 정해진 시간에 끝이 났죠. 침묵.소리,사라진다. 딸 유령 같았어.살아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아들 방 안에서 도대체 뭘 했던 걸까요? 어머니 시간을 죽였겠지. 딸 바깥의 상황을 살피며 어떡하면 더 불쌍하게 보일까 궁리했든가. 아들 우리가 나가고 나면? 어머니 밥을 먹거나,TV를 보거나.살아 있다는 흔적을 남기듯이. 아들 외출은? 어머니 가끔 신발의 위치가 바뀌어 있긴 했는데.먼지가 그대로인 걸 봐서는 멀리 다녀온 것 같지는 않더라. 침묵. 어머니 신음 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였더라? 아들 (사이)이주 전쯤 이었을 거예요.아버진 누군가와 얘길 하고 있었어요.누군가와 비밀스런 대화를 하듯,‘이브라힘!’이라는 말을 반복했죠.미친 게 아닐까 의심했어요.제 인기척이 느껴지자 급하게 전화를 끊더라고요.그러곤 다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죠.늘 그랬던 것처럼.갑자기 짜증이 밀려 왔어요.그래서 제가 한마디를 했죠.(사이)에이! 씨발.조용해지더군요.평화가 내려앉은 것처럼. 어머니 네가 좀 심했구나. 아들 씨발.아버지가 즐겨 내뱉던 단어죠.침묵을 제외한 유일한 단어. 딸 아빤 언제나 화가 나 있었어. 아들 늘 긴장해야 했지요. 어머니 말을 안 하니까 더 불안했지. 딸 그래도 얼굴엔 다 쓰여 있었어.알아서 기어라! 아들 복종과 침묵의 룰.일종의 계약이었죠. 딸 누구 맘대로? 아들 아빠 맘대로. 딸 왜? 아들 그야,이 집의 가장이니까. 사이.어머니,갑자기 하품을 한다. 어머니 이러면 안 되는데….자꾸 졸음이 오는구나. 딸,크게 하품을 한다. 어머니 니 아빠가 지금 잡혀있는 곳이 어디라 했지? 아들 파키스탄요. 어머니 거긴 어떤 곳이니? 아들 끝없는 모래사막 주변으로,깎아놓은 듯한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요. 어머니 경치가 무지 좋겠구나. 딸 이런 홀가분한 기분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아. 아들 신경 써야 할 무언가가 없다는 거. 딸,바닥에 눕는다.하품이 전염된다.아들 역시 하품을 한다.아들도 바닥에 눕는다.어머니도 하품을 한다.어머니,졸음을 참는다.어머니,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뒤진다. 아들 왜요? 어머니 오늘이 이자 내는 날이구나. 딸 에이-씨.기분 잡치게 그딴 소린 왜 해. 어머니 미뤄달라고 사정 좀 해볼까? 아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 하세요! 아들과 딸,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고민한다. 어머니 근데 니 아빠는 왜 거길 간 걸까?(사이)진짜 아버질 죽일까?(사이)이자는 어떻게 마련하지? 무대 천천히 어두워진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밝아지는 무대.그 소리에 잠에서 깨는 어머니.조심스럽게 현관으로 걸어가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애쓴다.누군가 밖으로 난 거실의 창문을 열려는 시도를 한다.어머니,아들의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간다.어머니,아들을 앞세워 걸어 나온다.현관문과 거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이번엔 확실하지? 아들 그냥 아무도 없는 척해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딸,부스스한 모습으로 방문을 열고 나온다. 딸 (소리를 지르며)에이-씨!왜 이렇게 시끄러워! 어머니와 아들,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딸을 바라본다.조금 전보다 더 격렬하게 현관문과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딸 뭐야? 어머니 그들. 딸 아빠,파키스탄으로 도망갔다고 해. 아들 그럼 우리가 갚아야 돼. 딸 왜? 아들 가족이니까. 딸 더 이상은 아니라고 해.아버지는 우릴 버리고 떠났다.그래서 우리도 기억에서 아버지를 죽였다.그러니까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딸,현관문을 벌컥 연다.일제히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아들,딸을 밀쳐내고 문을 닫는다.딸,화장실로 뛰어간다. 어머니 뭐였니? 아들 기자들. 어머니 왜? 아들 인터뷰하러. 어머니 뭘? 아들 우리. 어머니 왜? 아들 테러리스트에게 가장을 인질로 잡힌 가족,극적이잖아요. 딸,화장실에서 나온다.세수를 하고 나온 얼굴이다.급하게 화장품을 바른다. 딸 에이 씨,쌩얼이었는데.인터넷에 엽기사진으로 돌아다닐 게 분명해. 아들 이 상황에 그딴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니? 딸 내 미래가 걸린 심각한 상황이니까. 아들 미친년! 어머니 (소리를 지르며)그만. 아들과 딸,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갑자기 굳게 닫혀있던 창문 틈 사이로 머리 하나와 마이크가 불쑥 들어온다. 기자1 김만수씨는 왜 파키스탄에 간 겁니까? 어머니 (당황해서)몰라요. 기자1 짐작 가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어머니 정말 몰라요.한 달 간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으니까. 기자1 암중모색! 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2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2 와신상담!그렇다면 어떤 큰 결심이 있으셨단 얘기군요.최근 평상시와는 다른 특별한 말이나 행동은 없었나요? 어머니 늘 신음소리와 한숨소리뿐이었죠. 기자2 고뇌에 찬 인간의 탄식!집에선 주로 어떤 생활을 하셨죠? 어머니 유령처럼 살아있다는 작은 흔적만 남겼어요. 기자2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1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1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한 수양!그리고요? 어머니 가끔 TV를 봤어요. 기자1 어떤 프로그램이었죠? 어머니 동물의 왕국. 기자1,안간힘을 다해 버틴다.기자1의 얼굴이 사라지고,기자3의 얼굴이 들어온다. 기자3 저희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이군요.인터뷰를 종합하면 김만수씨는 한 달 동안의 칩거를 통해 생태계의 문제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그 뜻을 펼치고자 파키스탄에 가신 거네요? 기자3의 얼굴이 사라진다.창 밖에서 기자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온다.무대 점점 어두워지고,주변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해 증언한다.증언자의 기억에 따라,아버지의 모습이 다양하게 재현된다. 여성 그 아저씨,특별했어요.전 한 무리의 고양이들이 아저씨네 집 창문 앞에 모여 있는 걸 자주 봤어요.‘야옹!야옹!’고양이들이 선창을 하면,‘야옹!야옹!’아저씨는 화음을 넣었죠.합창하듯이.무언가 교감이 이루어지는 듯했어요.그걸 지켜보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청년 마치 축지법을 연마하는 도인 같았어요.매일 아침,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아저씨의 수련이 시작되죠.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제 창문 앞을 스쳐 지나가요.‘사-삭!사-삭!’지면과 발바닥의 마찰이 없는 것처럼.잠시 후 다시 ‘사-삭!사-삭!’제 창문 앞을 스쳐지나,집으로 들어가면 수련이 마무리됐죠.아저씨 손에는 언제나 수련의 징표가 들려있었죠.요 앞 지하철역에서 나눠주는 무가지요. 무대 밝아오면,거실에 심각하게 앉아 있는 가족. 딸 에이 씨!아빠가 무슨 사이비 교주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대잖아.내 미니홈피는 온통 악플로 도배야.(엄마에게)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들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 되지. 딸 진실이라 해도 안 믿어. 아들 거짓말이라도 해서 믿게끔 만들어야지. 딸 난 결백하다,자살이라도 해야 겨우 믿을 걸? 아들 이런 건 어때?예를 들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서 파키스탄에 갔다고 하든가,국가적 사명을 가지고 갔다고 하든가.그러면 악플 달 이유가 없는 거잖아. 딸 (비아냥거리며)아빠가 틈만 나면 욕을 퍼붓든 두 가지네. 아들 조작하면 어때?직접 확인할 수도 없는데. 어머니 있잖니….아버지 말이다.예전에 교회를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구나.결혼하기 전에.해병대에서. 딸 (화를 내며)그게 뭐 어쨌다고! 아들 해병대와 교회!완벽한 알리바이야!(사이,아들 부산을 떤다)엄마는 아빠 서랍장에서 해병대 군복을 찾으세요.그리고 넌 십자가 목걸이 가져오고.빨리!지금부터 우리 집 가훈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예수천국 불신지옥!’아버진,신의 부름을 받고 귀신을 잡기 위해 파키스탄에 간 거야! 무대 점점 어두워진다,해병대 군복을 입은 해병전우회장(이하 해병)이 성명서를 발표한다. 해병 김만수 해병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호랑이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잡아요.네!김만수 해병은 귀신처럼 숨어있는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기 위해 스스로 인질로 붙잡힌 겁니다.세계 평화를 위한 김만수 해병의 희생을 우리가 헛되이 하면 되겠습니까?테러리스트를 쓸어버리고 김만수 해병을 구합시다,여러분! 이에 질세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띠를 두른 한 기독교 단체 대표(이하 기독교)가 성명서를 발표한다. 기독교 할렐루야!김만수 신도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홀로 미개한 땅 파키스탄에 간 것입니다.배고픔과 병으로 죽어가는 파키스탄을 어린 영혼들을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사탄과 악마의 소굴로 몸소 걸어 들어간 것입니다.김만수 신도,죽으면 천국 갑니다.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다 죽은 자,반드시 하나님의 땅에서 영생을 누립니다.하지만 김만수 신도는 반드시 살아 돌아와서,하나님의 뜻으로 사는 자는 사탄의 총칼 앞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간증해야 합니다,여러분! 암전. 2장 무대 밝아지면,다시 거실.아버지의 방문에는 빛바랜 해병대 군복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군복엔 반짝이는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다.아들과 딸,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들 아버지는 언제나 해병대 정신과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며 사셨지만,단 한 번도 저희들에게 그것을 강요하시진 않았습니다.저희에겐 언제나 관대하셨죠.그래서 저희 가족은 교회에 나가지 않은 거고,저도 해병대에 가지 않은 겁니다.하지만 자신에게만큼은 엄격하셨습니다.항상 먹고사는 문제로 인해 세계평화와 전도에 자기 한 몸을 바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셨죠.(동생에게)그렇죠? 딸 (대답하지 않는다) 아들 감사합니다.여기까지 하죠. 일상의 거실로 되돌아온다. 딸 오빠,거짓말 진짜 잘하더라. 아들 다 우릴 위해서야.(답답하다는 듯)그래,너 연기하고 싶어 했잖아.그냥 지상 최대의 연속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거라 생각해. 딸 지상 최대의 사기극이겠지. 아들 사기라니?이건 아버지,어머니,그리고 너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문제라고. 딸 그럼 오빤? 아들 나는 예비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팔고 있잖아.법조인으로서의 내 인생은 오늘로 끝이라고.후회는 안 해.가족을 위해 나 스스로 포기한 거니까. 딸 그토록 바라던 게 이루어졌네. 아들 신문에 니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실릴 걸.졸지에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가 되는 거지.넌 그냥 내 계획대로만 따라와.그럼 모든 게 잘 될 테니까. 딸,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아들,자리에 눕는다.TV를 튼다.TV에선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아들,잠시 웃는다.그때,TV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온다. 소리 뉴스 속봅니다.조금 전 파키스탄에 납치된 김만수씨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입수되었습니다.인질범들의 구체적 협상 조건이 담긴 테이프가 몇 시간 전 알 자지라 방송국에 우편으로 전달되었다는 사실이 알 자지라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무대 어두워지면,어둠 속,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몸엔 폭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매달려 있다.폭탄을 두른 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이 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인질 석방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다.외교통상부 관계자,해병전우회장,기독교단체장,무장단체 요원이 나온다.동시통역사가 진행자의 역할을 수행한다.과장된 무장단체 요원의 몸짓을 따라하며 통역을 하는 동시통역사.가족들도 토론의 장에 불려 간다.이들은 토론에 참여한 방청객으로,패널의 말을 듣고 반응한다. 동시통역사 우리는 김만수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는 탈레반 인질 10명의 맞교환을 요구한다. 외교통상부 인질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철칙입니다.테러리스트의 석방이라니요?국제사회의 비난이 불 보듯 뻔합니다. 해병 일단 교환합시다.교환하고 나서 아예 싹쓸이해 버리자고요.해병 1개 연대면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독교 하나님은 김만수 형제를 사랑하십니다.잘못된 길로 빠진 테러범들도 사랑하십니다.일단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고,테러범들이 하나님 앞에 참회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몸에 감긴 폭탄을 터뜨리겠다. 기독교 오,지저스!당장에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십시오. 해병 저런 사지를 찢어죽일 놈들. 외교통상부 인질 맞교환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미국 정부와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기독교 세계는 모두 하나님의 나라입니다.미국도 하나님의 나랍니다.우리는 형제입니다.형제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면 미국은 어떤 조건도 내세우지 않을 겁니다. 해병 미국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나랍니다.국민들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군사작전도 불사합니다.안보문제라면 해병 전우회라도 특공대로 보냅시다.해병대는 예비역도 귀신 잡습니다. 무장단체 요원,황당한 표정이다.한참을 고민한 끝에 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협상시한은 내일 낮 12시!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무사 생환을 촉구하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손뼉을 치며,찬송가를 부른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우리가 구해옵시다.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반동에 맞추어 ‘팔각모 사나이’를 부른다.) 상대에게 질세라,목청 높여 노래한다.무장단체 요원,어이없다는 표정이다.가족들,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아 제지당한다.무장단체 요원,무언가를 말한다. 동시통역사 다만……. 모두 숨을 죽인 채,통역이 되기를 기다린다. 동시통역사 미화 100만달러를 지불한다면,인질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 ‘와~’,기독교 단체와 해병전우회가 서로 끌어안고 환호한다. 기독교 기적입니다!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해병 저 놈들,겁먹은 거야!해병대의 패기에 얼어버린 거야! 그때,시민단체장(이하 시민단체)이 나타난다.젊은 여성이다. 시민단체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낭비할 순 없습니다! 해병 지금 사람 생명보다 돈이 중요해! 기독교 하나님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명이 중하다 말씀하십니다. 시민단체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마련합니까!외교부 예산에서 마련하시겠습니까?아니면 국방예산에서 마련할까요?종교인에게 세금을 거둘까요? 침묵. 해병 솔직히 100만달러면 바가지 아니야? 기독교 목사님들,항상 베풀기 때문에 배고픕니다. 해병 정부가 나서서 협상금 내려야 하는 거 아니야? 기독교 자,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김만수씨의 협상금을 낮추는 예배를 올립시다.다 같이 일어나십시오!기도합시다! 해병 전우여,해병의 힘을 보여줍시다.김만수 해병 협상금,우리 깡으로 깎아봅시다.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시민단체 잠깐!왜 팔각모 사나이죠?여해병도 있는데!이건 남녀 차별이에요! 서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느라 바쁘다.참다 못 한 어머니,토론장으로 뛰어들어 말한다. 어머니 사람 목숨 가지고 지금 뭣들 하시는 거예요!그 돈,우리가 갚을 테니,일단 살리고 봐요! 침묵. 외교통상부 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해 미화 100만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무장단체 측에 공식적으로 통보합니다.단,추후 김만수씨 가족에게 협상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 일체를 청구하되,도의적 차원에서 이자는 받지 않겠습니다.이상.기자회견을 마칩니다. 가족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다.어머니를 노려보는 딸과 아들. 딸 에이- 씨! 아들 도대체 왜 나서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요! 침묵. 아들 젠장 무덤에 들어가서도 청구서 받게 생겼군. 딸 둘이 알아서 잘 해봐.그 돈 갚느라 내 청춘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아들 니 청춘은 금값이고,내 청춘은 똥값이냐? 딸 오빤 장남이잖아. 어머니 니들은 걱정 말아라.내가 갚으마.일을 하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들 뭐 생명보험이라도 들어놓은 거 있어? 그때,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아무도 문을 열려 하지 않는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마지못해 딸이 현관문을 연다. 딸 에이 씨!누구야! 얼굴을 내미는 검은 양복의 대부업체 직원. 대부업체 여기가 김만수씨 댁이죠? 아들 인터뷰 안 해요.그냥 가요. 아들,문을 닫으려 한다.대부업체 직원,필사적으로 문을 막아서고 안으로 들어온다. 대부업체 (주머니에서 계약서를 꺼내 들이밀며)하지만 계약서상에는……. 아들 약속 취소합시다. 대부업체 그러면 법적인 문제가……. 아들 기자양반.기자 양반이 양심이 있어야지.아무리 특종이 밥 먹여 준다 해도,당사자가 원치 않는 취재를 하면 쓰겠어! 대부업체 기자라니요?전 희망캐피탈에서 나왔는데요,김만수씨 대출금 관계로. 아들의 표정이 굳어진다.대부업체 직원 얼굴에 미소를 띠고,친절하게 말한다. 대부업체 경황이 없을 줄은 압니다만,국가에서 청구한 돈을 먼저 갚으시느라 연체 이자가 산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처하게 되시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찾아왔습니다.상환일은 앞으로 삼일.만약에 그 기한 내에 갚지 못하시면,김만수씨의 협상금 중 일부를 차압할 계획입니다.뭐,확실히 돈을 갚으시겠다는 약속만 해주시면 도의적인 차원에서 일주일정도 기한 연장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암전. 3장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를 하는 아파트의 베란다이다.의자 위에 올라가 창과 창틀을 닦는다.매우 힘겨워 보인다.허리가 아파 쉬는 어머니.크게 하품을 한다.어머니,다시 창을 닦는다.창을 닦는 속도가 느려지고 어머니,꾸벅꾸벅 존다.그 모양이 위태롭다.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어머니.초겨울 낮의 나른한 햇살에 평화롭게 잠든 어머니.잠시 후,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누군가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그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존다.휴대전화가 울린다.휴대전화 소리에 놀란 어머니,균형을 잃고 창문 밖으로 떨어질 뻔한다.다시 균형을 잡고 전화를 받는 어머니. 어머니 여보세요. 아들,무대 오른쪽에 나타난다. 아들 나예요! 어머니 웬일이니.아침밥은 챙겨먹었니? 아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어머니 잠깐만…….누가 왔나보다.조금 있다가 다시……. 아들 문 열면 안 돼요. 어머니 왜? 아들 경찰이에요. 어머니 경찰? 아들 아래를 봐요. 어머니,아래를 내려다본다.무대 왼쪽,고개를 쳐들어 위를 바라보고 있는 일군의 사람들. 어머니 어디 구경거리라도 있니? 아들 엄마. 어머니 나를 왜? 아들 자살하려는 줄 아니까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기요!전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아들 미쳤어요?당장 죽을 것처럼 행동하세요. 어머니 왜 그런 거짓말을 하니. 아들 우리를 살리는 거짓말이니까요.아버지 얘기를 해요.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해서,돈을 모으는 거예요. 딸,무대 왼쪽에 나타난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내려와 제발! 사람들,딸을 쳐다본다. 어머니 (창 밖을 내다보며)저 아래서 소리 지르는 애,미애 아니니? 딸,실신한다.사람들,딸의 얼굴에 물을 붓고,뺨을 때린다. 어머니 어머,쟤 왜 저래.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들 연기하는 거예요. 어머니 내려가 봐야겠구나. 아들 가만히 계세요.제가 그러라고 시킨 거예요.극적 효과를 위해서.모든 게 제가 짠 시나리오예요.얘기를 시작하세요.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사람들 관심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으니까요.일단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세요. 어머니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지. 아들 (화를 내며)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좀 하세요.이게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고 희망이에요.(사이)저는! 어머니 (작은 목소리로)저는. 아들 크게!그래서 저 사람들한테 들리겠어요?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사람들,딸을 내팽개쳐 둔 채,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 파키스탄에 피랍되어 있는 김만수의 아내입니다. 아들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 제발 제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사이.사람들,웅성거린다. 아들 저는 죄인입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저는 죄인입니다. 아들 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어머니 (큰 소리로)협상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차라리 남편이 죽기를 바랐습니다. 아들 이젠 우세요. 어머니 (큰 소리로)이젠 우세요. 아들 (화를 내며)진짜 울라고요! 어머니의 실수에 사람들 동요한다.실눈을 뜬 채 상황을 지켜보던 딸,갑자기 일어나 소리를 지른다. 딸 (비명을 지르며)엄마!죽으면 안 돼! 사람들,딸을 쳐다본다.어머니,우는 시늉을 한다. 아들 더 크게 울어요. 어머니,대성통곡을 한다.사람들,고개를 쳐들어 어머니를 바라본다. 아들 좋아요.사람들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자 이번엔 발을 하나 밖으로 빼세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뭐 하세요!빨리요! 어머니,발을 하나 뺀다.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사람들 웅성거리며,눈을 가린다. 아들 아주 좋아요!어,잠깐….저게 뭐지?큰 일이에요.옥상에서 구급대원들이 내려와요.(사이)그냥,뛰어내려요.안전 매트 때문에 죽지는 않을 거예요! 어머니 여기서? 아들 여기서 끝나면 해프닝이지만,뛰어내리면 충격이 돼요.남편들은 남편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려 한 어머니를 보며 잠시나마 사라졌던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겠지요.주부들은 가슴 속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남편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거고요.그리고 그런 기회를 준 어머니에게 기꺼이 자신들의 지갑을 열겠지요.따지고 보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에요. 어머니,망설인다. 아들 어머니!빨리요!그들이 와요! 어머니,뛰어내린다.딸,비명을 지르며 실신한다.암전. 4장 거실.어둠 속,아들과 딸이 나란히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아들 얼마야? 딸 기다려. 딸,조심스럽게 클릭을 한다. 아들 (손으로 자릿수를 셈하며) 9억 5천 백……. 딸 7십 4만 5천원. 아들 (환호하며)됐어.성공이야. 딸 (아들을 기쁘게 끌어안으며)지금도 계속 들어와. 아들 (감격에 겨워)고생 끝났다. 딸 이게 다 오빠 아이디어 덕분이야. 아들 니 연기가 큰 몫을 했지.(비명 지르며 쓰러지는 흉내를 내며)아! 딸 근데 솔직히 아깝다.협상금을 다 모은 걸 알게 돼도,사람들은 계속 돈을 보내줄까? 아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어?계좌추적 해 보는 것도 아니고. 딸 더도 말고 한 5억만 더 들어왔으면 좋겠다. 아들 우선 집 한 채 사고,작은 가게 하나 내고,남으면 차 한 대 사고…. 딸 왜 집하고 가게야?그냥 똑같이 반으로 나눠. 아들 가게해서 돈 많이 벌면,너 시집갈 때 한 몫 단단히 챙겨줄게. 딸 그럼 가게는 내가 할게. 아들 널,뭘 믿고. 딸 오빤,뭘 믿고? 어머니,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아들,어머니를 보며 반가워한다. 아들 다녀오셨어요. 딸 다녀오셨어요. 어머니,말이 없다.넋이 나간 사람 같다.어머니,외투를 벗어들고 딸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 (은밀하게)어머니한테는 돈 얘기 하지마.괜히 신경 쓰시게 하지 말자고. 딸 남은 돈,모두 돌려주라고 할까봐 그러지? 아들 그렇게 되면 어머니나 너한테도 안 좋은 일이잖아. 어머니,옷을 갈아입고 나온다.아들,어머니를 부축해 자리에 앉힌다. 아들 (어깨를 주무르며)피곤하시죠. 어머니 일은 잘 처리됐니? 딸 아직 많이 모자라요. 아들 그래도 협상금 정도는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 한 시름 놨구나. 딸,조용히 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니 큰일이다.일,그만 나오라는구나.협상금은 해결됐다고 해도,당장 사채 갚을 일이 막막하네. 아들 걱정마세요.이제 일 그만두셔도 돼요.어머닌 이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잖아요.잡지 인터뷰도 줄을 이을 거고,방송출연 요청도 쇄도할 거예요. 침묵. 어머니 남 속이는 일은 그만하자. 아들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세요. 어머니 나중에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어떡하니. 아들 용서하겠지요.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이면,모두 용서되는 시대니까요. 침묵. 어머니 뉴스에 니 아버지 소식은 없었냐? 아들 만날 똑같은 뉴스의 반복이죠.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침묵. 어머니 니 아버진 벌써 죽은 게 아닐까? 아들 아버진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의지가 강한 분이잖아요.평생을 자기 뜻대로만 살아오신 분이에요.심지어는 우리들까지도 자기 뜻대로 만드셨죠. 어머니 그래서 걱정되는구나.테러범들한테까지 제 고집 부릴까봐. 아들 걱정하지 마세요.(사이)도장 좀 주세요.일단 돈 좀 찾아서 아버지 협상금부터 보내야겠어요. 어머니 네 침대 밑에 있어. 아들 제 침대요? 어머니 거기가 제일 안전할 것 같아서. 침묵. 아들 그럼 쉬세요. 어머니 법아. 아들 네? 어머니 아니다. 어색한 침묵.아들,자기 방으로 들어간다.어머니,자신의 주머니에서 카드 명세표를 꺼내 본다.한동안 아들 방을 쳐다보다,고개를 푹 숙인다.그때,방문을 열고 뛰쳐나온다. 딸 큰 일 났어. 아들,자기 방에서 뛰어나온다.딸,TV의 전원을 켠다. 소리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무장단체에 피랍된 김만수씨와 관련된 새로운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되었습니다.이 동영상은 알자지라에 의해 공개된 테이프의 원본으로 보이는데요.아마도 누군가가 테러범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인터넷상에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무대 어두워지면,눈이 가려지고 양 손이 결박당한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뒤로 소총을 들고 얼굴에 복면을 한 두 명의 무장 단체 요원들. 한 명의 무장 단체 요원,커다란 아랍 칼을 들어 아버지의 목을 베는 듯한 시늉을 한다.옆의 다른 요원,아랍어로 된 성명서를 읽는다.아버지의 목에 칼을 대고 있던 무장단체 요원,칼을 떨어뜨리고,성명서를 읽던 무장단체 요원의 말이 꼬인다.그 순간,아버지가 피식하고 웃는다.갑자기,해병전우회장과 시민단체장이 무대 위에 난입해 설전을 벌인다. 해병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순간에 미소라?이게 바로 해병대 정신입니다. 시민단체 돈 뜯어내려고 연기하다 실수하니까,지들끼리 히히덕거리는 거 아닙니까.이건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입니다.정부가 얼마나 물러 터졌으면,이런 사기를 칩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악입니다. 시민단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아직도 사기꾼을 우상화하실 작정입니까? 해병 해병대는 오로지 깡입니다. 시민단체 속아서는 안 됩니다.어젠 김만수 부인이 국민을 상대로 쇼를 벌이더군요.누가 봐도 어설프지 않습니까?실제 자살하려는 사람은 그렇게 말이 많지 않아요!김만수 부인이 떨어진 건 의도된 거라고요.뒷조사를 해봤더니,김만수씨 빚이 조금 있더군요. 해병 그게 뭐요?요즘 은행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시민단체 다 사채빚이라는 게 문제지요.여기 증거자료가 있습니다. 해병 뒷조사는 불법 아니에요?정의니 어쩌니 떠들어 대더니 다 가식이구먼? 시민단체 (당당하게)어쨌든지 결과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습니까!이건 다 정부의 무능 때문이에요.정부가 일을 확실하게 했다면,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뭐,가족은 진실을 알겠죠.내일 12시,외교통상부에 나와서 가족들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것을 강력하게 건의합니다. 해병 네,해병대 정신으로 당당하게 진실을 밝히세요. 두 사람,사라진다.가족들,둘러앉아 있다. 딸 에이- 씨.좀 어떻게 좀 해봐.다 오빠가 벌인 일이잖아. 아들 (화를 내며)나도 지금 생각중이야. 어머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고,돈 돌려주자. 아들 미쳤어요? 어머니 나쁜 의도로 그런 게 아니니까,용서해 줄 거야. 아들 그럼 나랑 미애는?평생 빚쟁이한테 시달리면서 살라고? 딸 차라리 죽어버리지! 침묵. 아들 일단 아버지가 왜 웃었는지만 밝히면,어머니가 벌인 자살소동에 대한 의심은 사라질 거예요.아버진 도대체 왜 웃었을까? 딸 저번처럼 그냥 모른다고 할까? 아들 오히려 더 의심할걸? 딸 모르는 게 사실이잖아. 아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거짓을 말해야 믿는 게 사람들이잖아.(사이)이건 어때?아버지는 무서우면 웃는 버릇이 있다. 딸 그러면 해병은 겁쟁이가 아니라고 말하겠지. 아들 그럼 이건?아버지는 지금 납치범들의 행동을 비웃는 것이다.웃음은 의지의 표현이다. 딸 그러면 시민단체에서 의심하겠지.그렇게 의지가 있는 사람이 사채를 끌어다 썼느냐고. 아들 (화를 내며)에이- 씨! 사이,가족들 생각한다.딸,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문갑 위,작은 액자를 들고 온다. 딸 이게 언제지? 어머니 아버지 생일파티 같구나. 딸 여기 날짜가….내가 여덟 살 때네? 아들 난 케이크 자르는 칼을 들고 있고. 딸 난 그 앞에서 편지를 읽고 있고. 아들 아버진 웃고 있어. 어머니 얼마 후,니 아버진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지.그 친구를 잡겠다고 전국을 헤매다가 정작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보지도 못했고. 아들 그때부터였어.아버지가 웃지 않은 건.아버진,그때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딸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어머니 마지막으로 웃었던 그때를? 그때,아들 휴대전화의 벨이 울린다.아들,전화를 받는다. 아들 여보세요. 무대 한 쪽,이브라힘의 모습이 나타난다.한국어를 제법 구사한다. 이브라힘 안녕하세요. 아들 누구시죠? 이브라힘 이브라힘이다. 아들 (잘 못 알아듣는다)누구요? 이브라힘 만수형님 같이 일하던 이브라힘이다.집에도 몇 번 갔다. 아들 이브라힘? 이브라힘 그래 이브라힘이다.지금 옆에 누구 있냐? 아들 가족들요. 이브라힘 노 폴리스? 아들 네. 이브라힘 만수형님,나랑 같이 있다. 아들 뭐라고요? 이브라힘 걱정 말아라.만수형님 다 좋다. 아들 무슨 소리예요?아버지가 왜 당신이랑 있죠? 이브라힘 믿어라.내가 만수형님 목소리 들려준다. 이브라힘,수화기에 녹음기를 가져다 댄다.아들,전화를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전환한다. 아버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모든 건 다 내가 꾸민 일이다.대충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구나.협상금이 전달되면,나는 협상금의 3분의1을 이브라힘 몫으로 떼어주고,나머지를 해외 계좌에 송치해 둔 채 한국으로 들어갈 거다.그 돈이면 내가 진 빚 갚고도 넉넉히 남으니까,사업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사이)일단 이브라힘한테 빌린 돈으로 그럭저럭 지낸다.솔직히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잠자리도 불편해 죽겠다.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구나.(사이)메시지 받거든,그곳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이브라힘한테 좀 전해라.꼭! 어머니,전화를 끊어버린다.긴 통화대기음,암전. 5장 외교통상부 내의 작은 방.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가족이 앉아 있다.긴 침묵. 어머니 지금 몇 시니? 아들 7분 남았어요. 딸 시간, 뒤로 미뤄. 아들 무슨 꿍꿍이냐고 더 의심할 걸? 딸 그럼 빨리 결정하든가?뭐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난 아까 결정했어. 어머니와 아들,딸을 쳐다본다. 딸 난 우릴 속였다는 게,용서가 안 돼. 아들 그래서? 딸 협상금 주지 마. 어머니 그럼 아빤? 딸 어떻게 되겠지. 아들 이브라힘이 순순히 보내줄까? 딸 알아서 해결하겠지. 어머니 그래도 그럴 순 없다. 딸 왜? 어머니 니들 아버지니까. 딸 아버지다워야 아버지지.다 늙어서 그나마 엄마 대접 받고 살려면,엄마도 결정 잘해.어떡할 거야? 엄마,충격을 받은 듯 무너진다. 딸 에이-씨!시간 없어.빨리 결정해!아니면 나가서 내 맘대로 말한다! 딸,문을 열고 나가려 한다. 아들 아버지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 딸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가겠지.난 더 이상 그렇게는 못 살아.그나마 아버지한테 빚이 있었으니까,우리가 숨이라도 쉬면서 살았던 거 아니야?아마 빚 갚고 나면 그 빌어먹을 가장의 권위를 내세워서 다시 우리 숨통을 조일 거야.우리가 빚이라도 진 것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청구하겠지. 아들 그래도 아버지는 돈은 잘 벌어 왔잖아.그걸로 우리도 한동안 먹고살았고. 딸 결정적인 순간엔 아버지 편드는 걸 보니까,오빠도 별 수 없는 남자구나. 아들 누구 편을 들어!솔직히 너한테 들어가는 돈이 나보다 몇 배는 많았잖아. 딸 돈을 주니까 그게 사랑인 줄 알았고.하지만 지금은 그게 사랑이 아닌 건 알아.난 그냥 먹이를 주면 반사적으로 꼬리를 흔드는 개랑 다를 바 없었어. 아들 네 허영심을 채우려면 돈이 필요하니까,그래서 꼬리친 건 아니고? 딸 마약이라도 발라 놓으셨는지,끊어버리기엔 너무 달콤하더라고. 아들 그 돈이 아깝다.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장사를 했으면 재벌 됐겠다. 딸 나도 더러워서 진즉에 독립하려 했어.근데 빌어먹을 집구석이 당장에 원룸 마련해줄 돈 한 푼 없는데 어떻게 해!우리 협상금 나눠 갖고,여기서 다 갈라서자.아빠야 그냥 납치범들한테 죽었다고 생각하면 되지.사실 우리한테 아빤 죽은 거나 다름없었잖아.그리고 엄마한테 한 가지 충고하는데,이 새끼한테 밥 얻어먹을 생각 하지도 마.말하는 본새가 아빠랑 똑같아. 어머니,딸의 뺨을 때린다. 아들 그 년 잘 맞았다!계집애가 주둥아리를 함부로 나불대더라고.어디 오빠한테 대들어! 어머니,아들의 뺨을 때린다. 어머니 이놈의 종자들 다 지긋지긋해.애비나 새끼나 다 돈 생각뿐이야.돈이 가족보다 중요해?(사이)그럼 나도 이참에 엄마 딱지 버리고,돈 한 번 밝혀볼까?(사이)앞으로 모든 일은 내가 알아서 해.토 달면 알몸으로 확 내쫓아버리는 수가 있으니까,조심해! 어머니,아들의 전화기를 빼앗아든다.이브라힘에게 전화를 한다. 어머니 여보세요?이브라힘?나야.김만수 아내.남편한테 전해.협상금이고 뭐고 땡전 한 푼 보내 줄 수 없으니까,알아서 오든지 거기서 살든지 맘대로 하라고. 뭐?난 모르는 일이니까,빌려준 돈은 알아서 받아! 무대 한 쪽,단상이 마련되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어머니,아들의 가방에서 협상금이 담긴 통장을 꺼내든다.그리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다. 어머니 우선 제 남편 일과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저희 가족은 남편이 왜 목에 칼이 들어온 순간에 웃었는지 모릅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솔직히 전 남편의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예전에는 먹고사는 게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먹고살 만하니까 더 잘살아 보겠다고 바빠서 얼굴을 볼 시간이 없었고,욕심 부리다 쫄딱 망해먹고 나선 가족 볼 면목이 없다고 방에서 나오질 않아서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남편이 왜 파키스탄에 갔느냐를 두고 말이 참 많았습니다.듣고 있으면 하나같이 다 그럴듯합니다.근데 자기들 맘대로 사람을 살렸다 죽였다 합니다.하긴 그게 직업이니까,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겠지요.그래도 이건 아닙니다.먹고사는 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합니까?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고 해서 다 용서가 됩니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어머니,통장을 단상 위에 놓는다. 어머니 남편은 지금 무장단체에 붙잡혀 있는 게 아닙니다.같이 일하던 파키스탄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대한 대가로 사기극에 가담해 달라고 협박한 모양입니다.네,베란다 사건은 다 쇼입니다.남편이 진짜로 붙잡힌 줄 알고, 사기를 친 겁니다.다들 엄청난 돈을 보내주셨더군요.‘이 끔찍한 땅에도 아직까지 온정이란 게 살아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남편의 협상금에 보태라고 보내주신 돈,여기 그대로 있습니다.한푼도 건드리지 않았으니 다들 찾아가세요.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제가 국민여러분을 기망했으니 책임을 져야죠.저를 사기 미수죄로 처벌하십시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니 욕 하실 분들,실컷 욕하십시오.하지만 저도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욕 좀 해봅시다.자기만 배불리 먹겠다고 돈 떼어 먹은 최동렬,돈 제때 갚지 못한다고 인질 협상금까지 차압하겠다는 희망캐피탈,니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에필로그 어머니와 가족,거실에 둘러앉아 있다.어머니,상 위에 장부를 펼쳐놓고 있다.그 옆에서 아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놓고 있다. 아들 일이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사기 미수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거,정말 기막힌 아이디어였어요. 딸 덕분에 떼인 돈도 받아낼 수 있었고,사채이자도 탕감 받을 수 있었고.정말 연기가 죽여줬어요. 어머니 니들만 잘난 줄 알았지?니들이 누구 배에서 나왔는데! 아들과 딸,웃는다.어머니의 표정은 냉담하다. 아들 근데 아버지는 왜 안 돌아오세요? 어머니 그 인간 고생 좀 할 거야.이브라힘한테 돈 부쳐주면서 그랬지.그 인간 정신차릴 때까지 한 달 정도 파키스탄에서 일 좀 시키라고 했거든. 딸 그래도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어머니 그 인간이 한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야.그건 그거고,계산을 마저 끝내 볼까? 아들 근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어머니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는 거,이게 너희들 사고방식 아니니?싫으면 집 나가시든가. 아들 어디까지 했죠? 어머니 부부생활 항목. 아들 섹스를 하는데 들어가는 노동 비용을 20~24세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 어머니 니 아버진,평균에도 못 미쳤다.최저로 계산해. 딸 (자판을 두드리며)시간당 최저 임금은 삼천 칠백 칠십 원이야! 아들 그럼 반올림해서 시간당 사천원.칼로리 소모가 보통 노동의 10배는 될 테니까 시간당 4만원을 잡고……. 어머니 1시간까지 가본 적은 없는데?보통 30분 안에 끝났어. 아들 그럼 최저 임금의 이분의 일인 이만 원에 한 달 평균 20회 정도 관계를 맺는다고 치고……. 어머니 스무 번은커녕 열 번도 채 안 됐어. 아들 그럼 열 번으로 계산하면 40만원,그 대가로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성매매를 하기 위해 지불하는 최소비용 회당 7만원……. 어머니 내가 칠만 원짜리밖에 안 돼 보이니?십만 원으로 해. 아들 거기에 엄마가 얻게 되는 쾌락의 비용을 오만 원 정도 더하고……. 어머니 난 절정에 다다른 적이 없었어.기껏해야 다섯 번에 한 번 정도? 아들 그럼 쾌락의 비용을 만원으로 계산하고,모두 더하고 빼면 대략 한 달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지불해야 할 돈이 오십만 원,일 년이면 육백만 원.어머니가 결혼한 지 30년이 됐으니까……. 어머니 솔직히 너 중학교 들어간 이후로는 관계를 안 했다. 아들 그럼 14년치만 계산 하면,총 팔천사백만 원. 어머니,장부에 기재한다. 어머니 자,다음 항목은 가사 노동에 대한 미지급분에 대한 피해보상 청구. 딸 (자판을 두드리며)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은 시급 이만 오천 원에서 5만원 사이래. 어머니 시급 사만 원 정도가 적당하겠구나. 아들 하루 평균 15시간의 가사노동을 했다고 가정하고……. 어머니 깨어 있는 동안은 다 가사노동 아니야?난 평균 5시간도 채 못 잤어! 아들 그러면 계산이……. 어머니 이리 내.넌 대학까지 나온 놈이 뭐 그렇게 계산이 느려.들인 돈이 아깝다.이러다 너랑 미애 청구서는 오늘 안에 만들지도 못하겠네. 암전.
  • [학자금 대출 ‘그림의 떡’]전세금 대출 수준으로 낮춰야

    [학자금 대출 ‘그림의 떡’]전세금 대출 수준으로 낮춰야

    최근 각 대학마다 어려운 경제난을 감안해 등록금을 잇따라 동결한 가운데 당초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정작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의 학자금 대출 문턱은 너무 높고,그러지 않는 사람들은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주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이에 따라 내년 3월 새학기를 앞두고 교육당국 등이 불합리한 대출 규정 등을 손질해 저소득층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태 21일 서울신문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실태를 파악한 결과,2005년 2학기부터 올 2학기까지 정부보증 학자금을 지원받은 학생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력이 있는 소득수준 상위 계층(소득분위 8~10분위)에 속하는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전체 대출자 기준으로 최소 35.1%(올 2학기)를 넘었다.반면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대상자,소득 1~2분위) 비율은 많아야 25.2%(올 2학기)에 그쳤다.소득분위는 전국 가구의 소득수준을 10개 등급으로 일률적으로 나눈 것으로,최하위 10% 계층은 1분위,최상위 10%는 10분위가 된다.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는 저소득층 자녀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고등교육 지원을 위해 2005년 2학기부터 도입됐지만 실제로 저소득층이 혜택을 보는 것은 여전히 낮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보증 불구 7% 너무 높다” 국민들은 학자금 대출의 문제점으로 기준금리를 꼽는다. 올 2학기 현재 학자금의 일반대출 금리는 7.8%다.하지만 이를 5~6%선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목소리에 난색이다.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대출을 받을 경우,최소 9%선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는 것이다.지금까지 학자금 대출의 일반금리는 6.59(2007학년도 1학기)~7.8%(올 2학기)다.당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5(2007학년도 1학기)~5.5%(올 2학기)다.교과부 관계자는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중소기업진흥자금이나 국민주택기금에서 저소득층 전세자금을 대출하는 경우 4~5%선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고 소개하고 “하지만 이런 자금은 이미 재원이 마련된 경우로 은행의 시중자금을 활용해야 하는 학자금 대출과 일률적 비교는 어렵다.”고 밝힌다. 교과부측은 일반은행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10% 이상의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한 관계자는 시중의 S저축은행의 경우,학자금 대출금리가 15%라고 귀띔했다.학자금을 실제로 대출해 주는 은행들 입장으로서는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일반 대출상품에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데 굳이 낮은 금리를 감수해가며 학자금을 대출해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상환시점부터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부담 신용카드나 대출연체 현황 등 신청자 본인(기혼학생인 경우)이나 부모(미혼 학생인 경우)의 신용상태가 정부가 정한 기준보다 불량하게 나오면 기본적으로 학자금 대출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이러다 보니 부모를 대신해 생계를 꾸려가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을 제때 못갚아 연체를 하게 된 학생들로서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학업을 계속하고 싶어도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빌린다 하더라도 졸업이후 취직하지 못하면 이자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거치기간은 본인이 자율적으로 최대 10년기간 내에서 정하는데,이후 상환시점부터는 무이자로 빌리든 저리로 빌리든 일반대출자와 똑같은 이자(올 2학기의 경우 7.8%)를 물어야 한다.거치기간내 자녀가 취직을 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학부모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현갑 박창규기자 eagleduo@seoul.co.kr
  • ‘신뢰불황’ 깊은 골

    ‘신뢰불황’ 깊은 골

    경기 불황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신뢰의 축’을 무너뜨리고 있다. 주가와 펀드가 반토막나면서 돈을 모아 같이 투자했던 친구·형제는 물론 지인들의 우정에 금이 가는가 하면, 개인이 사회와 조직을 불신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개인이 은행권을 믿지 못해 철제 금고를 사들이는가 하면 적자에 허덕이는 일부 중소기업은 ‘고의 부도’마저 서슴지 않는다. 쓰레기 비용을 아끼려고 마구 버린 쓰레기가 이웃간 분쟁으로 번져 인심마저 각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간의 신뢰가 붕괴되면서 반목과 질시가 횡행하는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공장 매각에 따른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고의 도산을 택하고 있다. 공업용 비닐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김모(63)씨는 5년간 거래하던 업체의 사장이 지난달 고의 부도를 내고 잠적해 물품대금 등을 받지 못해 7000여만원의 손해를 봤다. 부도업체 사장은 최근까지 어음을 남발했고, 부동산 등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사라졌다. 김씨는 “아무리 불황이지만 20년 넘게 건재했던 회사가 그럴 줄은 몰랐다.”면서 “신용을 담보로 납품했던 다른 업체들도 적잖이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경영하던 K(60)씨도 고의 부도를 택했다.15년째 흑자를 기록했지만, 공장을 매각할 경우 손에 남는 돈은 1억원이 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는 “은행대출도 막혔고, 공장도 안 팔리는 상황에서 계속 회사를 운영하다가는 빚더미에 앉을 것 같아 부도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운영자는 “거래 업체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안타깝지만 내가 망하게 생겼는데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펀드나 부동산에 공동 투자했던 형제나 친구가 앙숙으로 변하는 경우도 흔하다. 최모(59·자영업)씨는 지난해 자신의 돈 3억원과 동생 돈 2억원, 그리고 대출 2억원으로 수도권의 7억원짜리 아파트(161.89㎡·49평)를 분양받았다. 역세권이었지만 미분양이 속출해 아파트 가격은 5억원으로 떨어졌다. 결국 형제는 지난달 부모님 앞에서 큰 싸움을 벌였고, 그 후로 전화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형제 및 사촌들과 월 5만원씩 내는 ‘형제계’를 해왔던 김모(30·보험회사 직원)씨는 최근 펀드 급락으로 형들과 소원해졌다.19개월을 납입했지만 300만원의 투자금은 150만원으로 줄었다.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있던 돈을 펀드로 옮기자고 권유했던 큰 형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결국 계와 우애가 모두 깨졌다. 쓰레기 봉투값을 아끼려는 시민들의 무단투기 때문에 이웃간의 정도 금이 갔다. 서울 관악구청은 최근 보라매동 당곡초등학교 주변에 CC(폐쇄회로)TV까지 설치해 무단투기를 단속했지만 투기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에는 주민들이 아예 감시 초소를 세웠다. 인근 지역도 쓰레기 투기에 대한 주민간의 다툼이 많아 이동식 초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불신이 심각해지면서 자산을 현금이나 금괴 형태로 집에 보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철제 금고를 제작하는 B업체는 “최근 강남 부유층을 중심으로 개인금고 판매가 10% 이상 늘고 있다.”면서 “특히 부부재산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 추가로 금고를 들이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방범용 CCTV나 보안서비스는 호황을 맞고 있다.CCTV를 판매하는 E업체는 주문상담이 월 100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100% 이상 신장됐다. 보안서비스 C업체 관계자는 “2002년부터 매해 10%선이었던 매출 성장률이 올해 20%로 급격히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교수는 “경제위험에 노출된 시민들이 향후 다가올 불안과 위협에서 자신을 방어하려는 경향이 사회적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구조조정도 우려돼 불신은 더 깊어 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생존경쟁이 심해져 불신 사회가 된다는 것은 학계에서 일반적인 견해다.”면서 “한국은 이렇게 형성된 불안심리가 높아지면서 서로 뿔뿔이 흩어지는 ‘난민 사회’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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