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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타닉호 침몰 해안…집 앞으로 떠밀려온 ‘거대 빙산’

    타이타닉호 침몰 해안…집 앞으로 떠밀려온 ‘거대 빙산’

    사진작가 마크 그레이는 집 앞 해변에 떠다니는 빙산의 일각을 보며 여름이 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캐나다 남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뉴펀들랜드와 래브라도 해안에는 매년 이맘때면 크고 작은 빙산들이 흘러든다. 오죽하면 ‘빙산 골목’이라고 불릴 정도다. 특히 인구 400명 남짓의 페리랜드는 지난해 타이타닉호가 마주친 빙산의 3배에 달하는 거대 빙산이 흘러들어오면서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곳도 바로 이 뉴펀들랜드 해안이다. 타이타닉호는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만난 15m짜리 거대 빙산에 부딪혀 선장과 승객 등 1,500여 명과 함께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빙산은 페리랜드에서 약 350km 떨어진 뉴펀들랜드주 항구도시 보나비스타에서도 볼 수 있다. 그레이는 이달 초부터 심심찮게 보이는 빙산을 촬영해 SNS에 공유했다. 보나비스타 해안에는 요즘 아이스크림은 물론 코끼리를 연상시키는 빙산까지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빙산이 목격되고 있다. 그레이는 “보나비스타 등대가 이쑤시개처럼 보일 정도로 거대한 빙산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면서 몇 년 새 가장 많은 빙산이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곳으로 유입되는 빙산의 90%는 그린란드 서부의 빙하에서 나온 것으로 1만 년~1만2000년 된 얼음들이다. 매년 400~800개 정도가 흘러들어오는데 1984년에는 2000개가 넘는 빙산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빙하 유실이 가속화되면서 빙산이 해안가로 진입하는 시기도 앞당겨지고 개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빙하 연구가 아드리안 화이트가 조사한 결과 2000년~2016년 사이 캐나다 북극권 지역의 빙하 면적은 1천700km2 이상 줄어들었다. 전체의 약 6%가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에는 높이 100m, 무게 1100만톤에 달하는 거대 빙산이 그린란드 해안가로 떠밀려 오면서 쓰나미를 우려한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처럼 빙하 유실로 인한 각종 재앙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빙하에서 떨어져나온 빙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2017년 아랍에미리트는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빙산으로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지난해에는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남극 빙산을 견인하는 방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코 앞까지 빙산이 흘러 들어오는 뉴펀들랜드는 빙산을 깨 진이나 보드카를 섞어 만든 ‘빙산 칵테일’과 ‘빙산 맥주’ 등을 관광상품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진=마크 그레이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日‘빙하기 세대’, 아베 정부에 “빛좋은 개살구냐” 분노 폭발

    日‘빙하기 세대’, 아베 정부에 “빛좋은 개살구냐” 분노 폭발

    일본 정부가 과거 ‘잃어버린 20년’을 대표하는 ‘취직 빙하기 세대’라는 명칭을 ‘인생 재설계 제1세대’로 바꿔 부르기로 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빛좋은 개살구”, “빙하기 세대를 갖고 노는 것”이라는 등 분노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취직 빙하기 세대는 1990년대 초 일본의 ‘버블(거품) 경제’가 붕괴되고나서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을 말한다. 역대 최악의 장기불황 속에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동결하다시피 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선배들과 달리 정직원 입사에 실패하고 졸업과 동시에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또는 실업자로 전락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가 돼 스스로 세상과 결별했다.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심각하게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채용을 대폭적으로 줄였던 1993~2004년 사이의 졸업자들, 즉 현재 30대 중반~40대 중반인 약 1700만명을 빙하기 세대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빙하기 세대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317만명으로 집계됐다. 1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인생 재설계 제1대’라는 말은 지난달 10일 경제재정자문회의(의장 아베 신조 총리)에서 처음으로 제시됐다. 나카니시 히로아키(히타치 회장) 게이단렌 회장 등 민간위원 4명이 제출한 취업 지원방안에서 ‘취직 빙하기 세대’를 ‘인생 재설계 제1세대’로 규정한 뒤 재도전 지원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불안정 취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향후 3년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내걸고 공공 직업안정소에 전담 부서나 전문가를 두고 인생 재설계나 취업에 대한 조언, 지방으로의 인력이동 촉진 등을 추진하자고 했다. 정부는 이를 올 여름에 내놓을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 기본방침’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뒤늦게 이런 대책을 내놓게 된 것은 취직 빙하기 세대들이 수입이 불안정한 상태로 고령화하면 향후 생활보호 대상자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사회보장비가 늘어날 것이란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런 명칭 변경 방침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분노의 폭발했다. “이 명칭을 주창한 사람의 거만한 태도, 정말 대단하다. ‘너희들의 인생 재설계해. 우리가 베풀어 줄테니까’라는 잘못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디든지 좋으니 취직을 해야 한다’라는 선택 밖에는 주어지지 않았던 세대, ‘미설계 세대’인데 대체 어떻게 재설계를 하라는 거냐”와 같은 반응들이었다. 자신이 취직 빙하기 세대로 그들의 생각을 대변해 온 작가 아마미야 가린(44)은 “재설계라고 하지만 빙하기 세대를 파괴해 온 것이 대체 누구인지를 묻고 싶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 강화를 내세운 데 대해 “직업훈련 등이 좀더 일찍 적극적으로 이뤄졌어야 한다. 정사원 취직이나 결혼·출산 등을 포기한 사람이 많은 가운데 정치에 기만당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아케노 가에루코(39) 작가도 “거품경제 붕괴 이전 세대로부터는 ‘(취직을 못하는 것은) 너희들 책임이야’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실제로는 그 세대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희생됐던 것”이라며 “이제 와서 향후 생활보호 대상자가 늘어나면 곤란해지니까 빙하기 세대의 취업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에 기가 찬다”고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제가 탈 자리가 있을까요?’

    ‘제가 탈 자리가 있을까요?’

    관광객이 탄 자동차 안을 슬그머니 들여다보는 곰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달 16일 캐나다 앨버타주(州)에 있는 밴프 국립공원에서다. 밴프 국립공원을 방문한 관광객이 특별한 경험을 했다. 자동차 안에 타고 있던 관광객들이 커다란 곰과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두발로 선 곰은 차 안에 자신이 탈 자리가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듯 자동차 안을 들여다보다가 조용히 현장을 떠났다. 영상을 게재한 이는 “밴프 국립공원을 통해 이동 중이었다”며 “갑자기 곰이 튀어나왔다. 녀석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보라”고 재치 있게 소개했다. 한편, 1885년 개설된 밴프 국립공원은 캐나다 최초의 자연공원으로, 대규모 빙하와 호소(湖沼), 고산 목초지·온천·야생동물 등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영장·숙박시설·트레일러 주차장 등이 갖추어져 있다. 사진 영상=ViralHog 유튜브 채널 영상부 seoultv@seoul.co.kr 
  • 한차례 멸종한 날지 못하는 새, 3만 년 만에 부활…그 이유는?

    한차례 멸종한 날지 못하는 새, 3만 년 만에 부활…그 이유는?

    날지 못하는 멸종한 새라고 하면 도도새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이뿐만은 아니다. 알다브라 흰눈썹뜸부기라는 날지 못하는 새 역시 오래 전 해수면 상승으로 멸종했다. 그런데 이 새가 수만 년이 지난 지금 되살아난 셈이 됐다. 이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새로운 형태가 반복해서 출현하는 이른바 ‘반복진화’라는 보기 드문 진화 과정 때문이다. 영국 포츠머스대와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공동 연구진이 수행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흰멱뜸부기 아종인 이 새는 약 3만 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두 차례에 걸쳐 인도양의 외딴 섬 알다브라 제도에서 서식했다. 원래 흰멱뜸부기는 마다가스카르섬에서 그 수가 늘면서 점차 다른 섬으로 서식지를 넓혀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쪽과 남쪽 그리고 서쪽으로 날아간 개체들은 모두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히는 등의 이유로 사라졌다. 하지만 동쪽으로 향한 개체들은 모리셔스나 레위니옹 또는 알다브라 등의 섬에 상륙했다. 알다브라 제도는 약 40만 년 전 형성된 고리 모양의 산호 섬이다. 특히 알다브라 제도에는 포식자가 없어 이들 뜸부기는 점차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들처럼 날 수 없게 진화했다. 그런데 약 13만6000년 전 일어난 대규모 해수면 상승으로 알다브라 제도는 완전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따라서 날 수 없게 된 이들 새를 포함해 이 섬에 있던 모든 동식물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후 빙하기가 다시 찾아와 해수면이 낮아져 드러난 알다브라 제도에는 다시 마다가스카르섬의 흰멱뜸부기들이 날아와 모여 살았다. 연구진은 약 3만 년의 시기를 두고 해수면 상승 전후 알다브라 제도에 살았던 뜸부기들의 뼈 화석을 비교해 날개와 발목의 뼈가 두 시기 모두 날지 못하는 상태로 진화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마다가스카르섬에서 날아온 하나의 종이 두 차례에 걸쳐 알다브라 섬에서 살며 날지 못하는 서로 다른 종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자연사박물관의 줄리언 훔 박사는 “외딴 섬에서 서식할 수 있는 뜸부기의 특이성과 수차례에 걸쳐 날지 못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반복한 뜸부기의 독특한 능력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린네 학회 동물학 저널’(Zo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츠머스대/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하! 우주] 화성은 지금도 물을 잃고 있다?

    [아하! 우주] 화성은 지금도 물을 잃고 있다?

    화성은 오늘날 춥고 건조한 행성이지만, 30-40억 년 전에는 지구처럼 바다와 강이 있는 따뜻한 행성이었다. 과학자들은 화성 탐사선과 로버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다수 발견했다. 화성이 지금처럼 건조하고 추운 행성이 된 것은 단순히 태양과의 거리가 먼 것만이 아니라 지구보다 약한 중력과 자기장 때문에 대부분의 물과 대기가 우주로 달아난 데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화성에 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화성이 본래 가진 물의 80%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상당한 양의 물이 지표 아래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화성의 극지방에는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물의 얼음 역시 존재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화성의 낮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이 물의 일부는 수증기로 변해 결국 우주로 달아난다. 독일과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화성 대기 중 수증기 분포를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실제 관측 데이터와 비교해 그 과정을 규명했다. 통상적으로 화성의 대기는 너무 건조하기 때문에 대기 상층부까지 올라가는 수증기는 극소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화성 대기 중 수증기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와 장소가 있다. 바로 남반구의 여름이다. 화성 역시 지구처럼 사계절이 존재하는데, 지구와 다른 부분은 궤도가 더 길쭉한 타원형이어서 남반구의 여름이 훨씬 북반구의 여름보다 훨씬 기온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2년마다 화성의 남극에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수증기가 방출된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지구 대기에 비해 여전히 춥고 건조하지만, 대기권 상층까지 도달하는 수증기는 증가한다. 화성에는 지구 같은 강한 자기장이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 도달한 물 분자는 수소와 수산기(OH)로 분해된 후 우주로 쉽게 탈출한다. 만약에 모래 폭풍이 발생하면 미세 입자가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해서 이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화성의 남극에 있는 얼음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미래의 화성은 점점 더 건조해질 것이다. 하지만 화성의 지표 아래 상당한 양의 빙하나 혹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래 화성 탐사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 물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화성 생명체에 대한 단서와 미래 인류를 위한 귀중한 자원이 숨어 있을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우즈 식당 바텐더로 일하다 음주운전 사망, 우즈가 책임져야”

    “우즈 식당 바텐더로 일하다 음주운전 사망, 우즈가 책임져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바텐더로 일하다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20대 남성의 부모가 아들의 음주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우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매체 TMZ의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우즈가 운영하는 식당 ‘더 우즈’의 바텐터로 근무했던 니컬러스 임스버거의 부모들이 우즈가 아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즈와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다는 임스버거는 지난해 12월 10일 근무를 마친 후 식당에 남아 술을 마셨고, 만취 상태로 차를 몰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를 내 숨졌다. 사고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법적 허용치의 세 배가 넘는0.256%에 달했다. 우즈와 더 우즈의 매니저이며 우즈의 여자친구인 에리카 허먼이 임스버거의 알코올 중독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고 며칠 전에도 셋이 어울려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즈의 식당이 임스버거에게 과하게 술을 서빙한 데에는 우즈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다. 임스버거의 부모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다 “우즈는 식당 직원이나 관리자들이 식당 직원 또는 손님들에게 과도하게 술을 서빙하지 않도록 할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적시하면서 의료비와 장례비는 물론 “적절한 손해에 대한” 배상도 요구했다. TMZ의 보도는 우즈가 올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01회 PGA 챔피언십 연습 라운드에 나서기 몇 시간 전에 터져나왔다. 이번 대회는 뉴욕주 롱아일랜드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 컨트리클럽에서 16일 막을 올린다. 우즈는 지난달 매스터스 대회를 우승하면서 11년째 이어진 메이저대회 무승 수모를 끝냈다. 그리고 지난주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의메달을 수여받았는데 이번 PGA 챔피언십에서 통산 16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와우! 과학] 곰만한 덩치가진 ‘자이언트 비버’는 왜 멸종됐을까?

    [와우! 과학] 곰만한 덩치가진 ‘자이언트 비버’는 왜 멸종됐을까?

    동물세계에서 최고로 꼽는 '건축가'가 있다면 바로 비버다. 하천 등지에 서식하는 비버는 이빨로 나무를 잘라와 돌, 진흙 등으로 자신 만의 댐을 만들고 그 중간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지금의 비버는 몸길이 60∼70cm 정도로 작고 귀여운 모습이지만 1만 년 전에는 놀랍게도 곰만한 크기의 거대한 '자이언트 비버'도 존재했다. 최근 캐나다 웨스턴 대학 연구팀은 자이언트 비버의 멸종위기를 밝힌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최신호에 발표했다. 몸무게가 무려 100㎏이 훌쩍 넘는 자이언트 비버는 약 260만 년 출현해 1만 1700년 전 신생대 가장 마지막 단계인 플라이스토세에 멸종됐다. 거대 포유류인 매머드와 비슷한 시기 같은 길을 걸은 셈이다.관련 학자들 사이에서의 관심은 자이언트 비버의 멸종 이유다. 대부분 기후변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번에 연구팀은 과학적으로 이를 풀어냈다. 연구팀은 과거 발굴된 자이언트 비버의 화석화된 이빨과 뼈에 있는 질소와 탄소의 동위원소를 분석해 식단을 알아냈다. 그 결과 지금의 비버가 나무를 갉아먹는 것과는 달리 자이언트 비버는 수생식물을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이는 곧 자이언트 비버 멸종 원인의 단서로 이어진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후 기후가 훨씬 건조해지면서 점점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진 것. 이는 현재의 비버 능력과 대비된다. 조상뻘인 자이언트 비버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된 반면 비버는 특유의 건축능력으로 자신이 살만한 습지 서식지를 직접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 저자인 테사 플린트 연구원은 "자이언트 비버가 나무를 베거나 먹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자이언트 비버는 현재의 비버같은 생태계 엔지니어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이언트 비버와 비버는 오랜 시간 북미에서 함께 공존했는데 건축 능력의 차이가 운명을 바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정은, 심상찮은 도발… ‘비핵화 시계’ 2년전 빙하기로 되돌리나

    김정은, 심상찮은 도발… ‘비핵화 시계’ 2년전 빙하기로 되돌리나

    올 군사 활동 7회… 2017년 수준 육박 통상적 행보→미사일 ‘도발 패턴’ 유사 金, 북미협상 판 갈아엎고 주도권 쥐려 ICBM 발사 ‘벼랑끝 전술’ 시도할 수도 한미, 北 도발 경시… 상황 오판 가능성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에 이어 닷새 만인 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의 발사를 현지 지도하는 등 공개 군사 행보를 부쩍 늘려감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수준으로 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공언한 대로 올해 말까지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상의 도발을 추가로 감행하면서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된 협상의 판을 갈아엎고 자신이 협상 주도권을 쥐려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12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올해 공개 군사 행보는 수치상 같은 기간 대비 지난해를 상회해 2017년에 육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올해 공개 활동은 12일까지 33회이며 이 가운데 군사 분야 활동은 7회로 전체의 21.2%에 해당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 공개 활동(30회) 중 군사 분야 활동(1회) 비율이 3.3%에 그친 것에 비교하면 7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특히 지난해 1~5월까지 수행한 군사 행보는 그해 2월 인민군 창건 70돌 경축 열병식에 참석한 것이 전부였다. 반면 2017년 같은 기간 전체 공개 활동(37회) 중 군사 분야 활동(10회) 비율은 27%였다. 도발 패턴 역시 2017년과 비슷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7년 1월부터 군 부대 시찰과 정기 군사훈련 지도 등 통상적인 군사 행보를 진행하면서 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여갔다. 김 위원장은 그해 2월 12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급 북극성 2형 시험발사 현지지도를 시작으로 5월 중거리 탄도미사일급 화성 12형,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11월 ICBM급 화성 15형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한 뒤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6일 인민군 항공·반항공군 전투비행사 비행훈련을 지도하며 올해 군사 행보를 개시했다. 지난 4일 강원 원산 호도반도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발사를 현지 지도했고, 9일 평북 구성에서 닷새 전 발사체보다 사거리를 2배가량 늘린 발사체를 다시 쏨으로써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지난달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비핵화 협상의 판을 유지하겠다고 한 만큼, 도발 수위를 높이더라도 2017년처럼 ICBM 수준까지는 가지 않고 그 언저리까지 아슬아슬하게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아직은 우세하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레드라인인 ICBM 발사를 감행해 ‘몸값’을 완전히 2017년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벼랑 끝 전술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런 관측이 맞다면 식량 지원 정도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한미 정부의 전략은 북한의 의도를 경시한 오판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으로서는 대북 제재 해제나 일괄타결식 완전한 비핵화 철회 등 근본적 해법을 원하는데 한미는 최소한의 ‘당근’으로 북한을 유인하려는것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12일 “주변 환경에 얽매여 선언 이행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그 무슨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북남(남북) 관계의 새 역사를 써 나가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최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는 것은 향후 북한의 무력 시위에 대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하에 신경을 덜 썼던 군사·안보 분야를 확실히 챙김으로써 내부를 결속시킴과 동시에 미국에 자신이 먼저 양보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군사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의 강도가 세진다거나 미국이 양보할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하반기 들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상의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펭귄의 ‘똥’…알고보니 남극 생태계에는 ‘연료’

    [핵잼 사이언스] 펭귄의 ‘똥’…알고보니 남극 생태계에는 ‘연료’

    펭귄의 '똥'이 남극대륙의 균형 잡힌 환경을 위한 생물의 다양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연구팀은 펭귄과 물개 배설물이 '싼 곳'에서 1㎞ 떨어져 있는 지역까지 생물 다양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잘 알려진대로 극한의 추위를 가진 남극대륙에도 수많은 동식물이 존재한다. 특히 이들 지역 중에는 작은 벌레를 잡아먹는 진드기, 원시 곤충인 톡토기, 곰벌레 등이 풍성하게 살고있는 이른바 '핫스팟'이 많다. 연구팀은 주목한 것은 펭귄과 물개똥이 이들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연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의 배설물은 얼어붙은 남극대륙에 생명을 주는 '연료'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른 포유동물이 없는 지역과 비교해 펭귄과 물개 서식지가 있는 지역에서 자라는 모두 유기체에는 생명체에 필수적인 '질소-15'라고 불리는 질소 동위원소가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연구를 이끈 스테프 보그호스트 박사는 "이들 지역 유기체의 질소-15 수치가 너무 높아 펭귄과 물개똥 외에는 달리 나올 때가 없었다"면서 "펭귄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 때문에 질소-15를 다량 배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설물에서 나온 증발된 암모니아 가스가 바닷바람을 타고 1㎞ 내륙까지 날아간다"면서 "펭귄의 똥으로 비옥해진 면적이 집단 서식지에 비해 최대 240배"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렇게 퍼진 질소가 남극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유기체인 이끼류를 풍성하게 만들었고 이를먹는 진드기나 독토기로 이어지는 균형잡힌 생물 다양성을 만든 것으로 풀이했다.   보그호스트 박사는 "펭귄과 같은 동물에게서 나온 질소는 생물 다양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결과적으로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펭귄 등의 서식지가 변화면서 지역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안녕? 자연] 온실가스 못 줄이면 21세기 안에 ‘아름다운 빙하’ 절반 녹는다

    [안녕? 자연] 온실가스 못 줄이면 21세기 안에 ‘아름다운 빙하’ 절반 녹는다

    만일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에 실패하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속하는 아름다운 빙하 중 거의 절반이 21세기 안에 사라진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4월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새로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알레치빙하, 그린란드의 야콥스하븐빙사, 히말라야산맥의 쿰부빙하 등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 46곳에 있는 빙하 1만9000개 중 21곳의 빙하가 2100년까지 소멸한다. 이런 결과는 IUCN 세계유산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위스 로잔대(UNIL)의 장바티스트 보손 박사와 스위스 취리히공대(ETH 취리히)의 마티아스 호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각종 자료와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해 최악의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해 나왔다. 즉 2015년 세계 196개국(미국에서 시리아로 바뀜)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정) 체결을 통해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2도 이하, 가능하면 1.5도 밑으로 유지한다는 목표에 실패하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빙하 소실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자연유산 지역은 아르헨티나의 로스 그라시아레스 국립공원과 미국과 캐나다 두 나라에 걸쳐 있는 워터턴글래시아국제평화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스페인 피레네산맥 몽페르뒤산에 있는 소규모 빙하는 2040년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만일 각국이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한 최상의 시나리오(RCP2.6)라고 하더라도, 이번 분석 대상이 된 세계자연유산 지역 46곳 중 8곳에서는 2100년까지 빙하가 사라질 것으로 이번 연구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피터 세이디 IUCN 세계유산프로그램 선임자문위원은 “이런 상징적인 빙하를 잃는 것은 비극인 동시에 수자원 이용 가능성과 해수면 상승 그리고 기후 패턴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기후과학저널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 최신호(4월29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온실가스 못 줄이면 ‘세계자연유산 빙하’ 절반 사라진다 (연구)

    온실가스 못 줄이면 ‘세계자연유산 빙하’ 절반 사라진다 (연구)

    만일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에 실패하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속하는 아름다운 빙하 중 거의 절반이 21세기 안에 사라진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4월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새로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알레치빙하, 그린란드의 야콥스하븐빙사, 히말라야산맥의 쿰부빙하 등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 46곳에 있는 빙하 1만9000개 중 21곳의 빙하가 2100년까지 소멸한다. 이런 결과는 IUCN 세계유산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위스 로잔대(UNIL)의 장바티스트 보손 박사와 스위스 취리히공대(ETH 취리히)의 마티아스 호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각종 자료와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해 최악의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해 나왔다. 즉 2015년 세계 196개국(미국에서 시리아로 바뀜)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정) 체결을 통해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2도 이하, 가능하면 1.5도 밑으로 유지한다는 목표에 실패하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빙하 소실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자연유산 지역은 아르헨티나의 로스 그라시아레스 국립공원과 미국과 캐나다 두 나라에 걸쳐 있는 워터턴글래시아국제평화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스페인 피레네산맥 몽페르뒤산에 있는 소규모 빙하는 2040년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만일 각국이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한 최상의 시나리오(RCP2.6)라고 하더라도, 이번 분석 대상이 된 세계자연유산 지역 46곳 중 8곳에서는 2100년까지 빙하가 사라질 것으로 이번 연구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피터 세이디 IUCN 세계유산프로그램 선임자문위원은 “이런 상징적인 빙하를 잃는 것은 비극인 동시에 수자원 이용 가능성과 해수면 상승 그리고 기후 패턴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기후과학저널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 최신호(4월29일자)에 실렸다. 사진=지구의 미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조선족, 허드렛일 하는 ‘바닥 인생’ 인식 안타까워…우린 최첨단 광학렌즈 생산”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조선족, 허드렛일 하는 ‘바닥 인생’ 인식 안타까워…우린 최첨단 광학렌즈 생산”

    中동포 ‘롤모델’ 남기학 회장이 말하는 ‘조선족 경제’“우리 회사가 만든 초정밀 광학 렌즈는 삼성이나 LG, 소니, 화웨이 등에 들어갑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와 플래시 렌즈에 들어가는 거죠. 우리가 공급에 차질이라도 빚을라치면 이런 세계적 대기업들도 공장 가동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겁니다. 우리 광학 렌즈는 TV를 비롯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은 물론이고 독일, 일본, 미국 자동차 제조회사에도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중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도 우리 기업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를 만나고부터 첨단 기술로 창업을 꿈꾸는 중국 동포 청년들의 ‘롤 모델’이 된다는 이유를 알 듯했다. 중국 첨단산업의 심장부인 광둥(廣東)성 선전시에서 예지아(燁嘉)기술그룹 이끄는 남기학(南基學·58) 회장. 창업 18년째인 그의 회사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눈인 광학 렌즈, 귀이자 입인 음향기기 및 스피커 부문을 선도하고 있다. 그가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세계한인무역협회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개최한 제21차 세계대표자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빼곡한 일정 탓에 서울에서 만나기는 어려워 24일 행사장으로 무작정 차를 몰았다. 조선족 사업가인 그를 인터뷰하면서부터 중국 동포들은 가난하고 힘들게 살 것이라는 편견은 여지없이 깨어졌다. “창업 18년에 9개 계열사…올매출 8천만 달러4차산업의 ‘눈’ 초정밀 광학렌즈…‘中톱5’ 들어삼성·화웨이 공급…美日·유럽車 제조사도 공급”- 한국말이 사투리도 거의 없이 유창하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헤이룽장(黑龍江)성 지시(鷄西)시 융핑(永平) 조선족 마을에선 한국말로 다 이야기합니다. 물론 학교에선 중국말을 하지만요. 어릴 때 같은 동네에 사는 어떤 분의 말은 쉽게 알아듣겠는데 옆집 다른 할머니 말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알고 봤더니 그 할머니가 사투리를 심하게 써서 그랬던 겁니다. 8도 사람들이 다 모여 살았기에 제 말투에는 전국의 사투리가 조금씩 섞여 있을 겁니다.” 그의 말투는 나긋했고, 조심스러웠다. 목소리도 높이지 않았다. 전직이 교수여서인지 말하는 스타일도 설명하듯 했다. 선비형 최고경영자(CEO)로 느껴졌다. 그는 자신을 거리낌 없이 ‘조선족’이라고 칭했다. - 주력 사업은 무엇인가. “말씀드린 대로 최첨단 정밀 광학 렌즈를 생산하는 광학사업부가 가장 큽니다. 최근 5년간 3억 위안(516억원 상당)을 투입해 초정밀 광학 렌즈 가공기계와 전자설비 및 전자동 라인 시스템을 스위스, 독일, 일본에서 도입했습니다. 중국에서 ‘톱5’에 꼽히는 광학 렌즈공장일 겁니다. 음향기기 및 스피커 사업부, 실리콘사업부, 전자사업부, 자동차전자사업부, 헬스케어 사업부 및 플라스틱 공장도 있습니다. 계열 자회사가 9개로, 전체 종업원은 1500명 정도입니다. 공장은 선전, 동관, 절강에 있습니다. 차량에도 들어가는 광학 렌즈는 차량 조명이 LED와 레이저 램프로 바뀌면서 우리 제품이 많이 들어갑니다.” “지시대학 교수생활 10년…日기업 ‘러브콜’ 받아안정된 교수 그만두고 中남쪽 끝에 내려가 도전가방 하나 딸랑 들고 선전 도착…풍토병에 고생”- 언제, 어떻게 창업했나. “제가 일본 기업에 7년째 다니던 2001년 3월 창업했습니다. 당시 프린터기와 복사기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해 전량 일본 회사에 납품했습니다. 초창기엔 일본 회사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저녁 9시부터 새벽 두세 시까지 휴일도 없이 일했습니다. 처음 7~8달간은 적자에 시달렸습니다만 그 고비를 넘기자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우리 4형제와 친척의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들여서 시작했습니다. 3년 뒤 일본 회사를 그만두고 완전히 독립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혁신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14년부터 광학 렌즈 사업에 주력했습니다. 4차산업 혁명 시대가 온다는 것을 예감하고, 광학 렌즈에 집중투자한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았던 겁니다.” - 2년에 한 개꼴로 회사를 만들었다. 승승장구 비결은. “늘 위기감을 가지고 긴장하면서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잘 될 때 다음 사업, 또 그다음을 준비하는 것이죠. 또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고 육성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을 좌우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인재가 있으면 세계 어디든지 찾아가 모셔 옵니다. 현재 일본에서 스카우트한 직원이 회사에 많이 있습니다. 회사에는 조선족과 한국인, 일본인, 대만인이 있고, 물론 중국인이 제일 많이 있습니다.” “日기업 다니던 2001년 창업…새벽 두세시까지 일해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혁신사업 절감…광학렌즈 투자” - 매출은 얼마나 되나. “아직은 적습니다. 작년에 60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고, 올해는 8000만달러(930억원 상당)는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봅니다. 내년에는 1억달러 달성과 함께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참, 한국에 공장은 없지만, 회사는 있습니다. 한국은 땅값이나 인건비 등에서 제조업 경쟁력에서 중국에 비교되지 않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세계화에선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한국 브랜드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 전략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 상장하면 정부의 간섭이 많아지지 않나. “중국에선 기업 상장 자체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현재 중국에 4000만개가 넘는 회사가 있는데, 상장된 회사는 3800여개에 불과합니다. 상장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지만, 기술력과 성장잠재력 등을 제대로 평가받는다는 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어떤 면에선 국가가 기업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이고, 정부가 그만큼 보호도 해줍니다. 그래도 우리만의 기술을 위해 설비투자와 함께 연구개발(R&D) 투자도 늘리고 있습니다.” “한국 전통문화 너무 변해 원형 찾아보기 어려워조선족들, 항일운동 지원한 독립 투사들 후손들中정부, 항일투쟁 무시 못해…韓도 잊지 않았으면”- 거래 업체는 어떤 곳이 있나. “협력사는 일본의 캐논, 소니, 도요타, 파나소닉, 교세라, 닌텐도, 샤프 등 15개사입니다. 한국은 삼성, LG, MOLEX 등이 있고, 미국은 IBM, GM 등 5곳입니다. 중국 내에선 화웨이, 샤오미, 오포, 하이센스 등 많은 회사가 있습니다. 현재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와 지역으로 한국, 일본, 대만, 미국, 유럽 순으로 최근에는 중국 내수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루는 제품은 정밀광학렌즈, 인공지능 가전제품,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VR/AR)제품, 프린터, 게임기, 건강관리제품, 생활용품, 음향기기, 자동차전자제품, 자동차부품, 핸드폰과 복사기 부품 등입니다.” - 창업 전에는 무엇을 했나. “1994년 광둥성 선전에 있는 일본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갔습니다. 일본 회사에 취직했을 때 임원들이 더럽고 힘든 일을 앞장서서 하고, 세밀히 체크하면서도 단합심과 러더십을 발휘하는 등의 경영관리를 많이 배웠습니다. 나중에 제가 경영할 때 이 경험이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일본회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지시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10년간 있었습니다. 그에 앞서 1984년 7월 하얼빈공업대학 동북중형기계학원(현재의 옌산대) 자동제어 학부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유학하려고 틈틈이 일본어 공부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일본어도 되고, 중국어도 되는 저를 일본 기업이 영입했던 겁니다. 당시 안정된 교수 직업을 버리고 일가친척 하나 없는 중국 대륙 최남단인 선전까지 내려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사실 고민스러웠습니다만 후회는 없습니다.” “내년 매출 1억달러 돌파…거래소 상장도 동시 추진인공지능 가전제품, AR/VR 제품, 음향기기도 생산” 남 회장은 중국에서 대학입시가 부활한 지 2년 만인 1980년, 지시 지역에서 손가락에 뽑힐 정도의 고득점으로 명문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지시대학에 배치되면서 컴퓨터, 전력분야 지식도 더 쌓고 석사과정도 마치며 10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일본 기업에 들어가면서 유학의 꿈을 접었다고 했다. - 당시 중국에서 남방붐이 불지 않았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1번지인 선전경제특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외자 기업들도 그만큼 많았습니다. 당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나가지 않고 선전을 비롯한 연해도시의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갔습니다. 이들이 성장해서 지금은 그 회사의 경영인이 되거나 독립해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가방 하나 딸랑 들고 내려갔습니다. 춥고 건조한 북동쪽 끝에서 태어나 자란 저는 무덥고 습한 남쪽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기후 차로 습진 등 피부병에 걸려 온몸에 물집이 생기고 가려워 긁으면 또 터지면서 상처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북방에서 온 사람 누구나 첫 한두 해에는 풍토병을 겪습니다.” 남 회장은 2009년 전 세계 76개국에 147개 지회 7000여명의 최고경영자(CEO) 회원을 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회장 하용화)에 가입해 중국심천지회 1, 2대 회장을 지냈다. 2014년부터 부회장으로 활동하다 작년 10월에 수석 부회장이 됐다. 중국아시아경제발전협회 해외무역위원회 회장, 중한일기업연의회 부회장, 광둥성조선민족연합회 부회장 등 다양한 직무도 맡으며 민족 사회에 기부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민족사회에 좀 더 많이 헌신하려고 합니다. 한국은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졌거나 너무 변해서 원형을 알아보기 어렵지만 연변에 가보면 우리 민족의 풍속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조선족 동포 사회에 좀 더 헌신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韓서 조선족, 3D 일하는 ‘바닥 인생’ 인식 안타까워식당서 허드렛일하는 아주머니가 조선족 전부 아냐한국 오면서 문화차이로 적응애로에 거칠어졌을 뿐조선족 경제력 급성장…이제 누구도 무시못할 공동체”- 중국 동포들, 경제력 얼마나 되나. “동북 3성이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혜택을 늦게 보지만 요즘 무섭도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족들 역시 경제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조선족 기업들이 다수 있습니다. 2014년 한국의 유명 유아패션용품업체 아가방을 인수했던 신동일 랑시그룹 회장, 북한에 호텔 등을 다수 건축한 길림천우건설그룹의 전규상 회장, 건축·무역·부동산·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자회사를 많이 거느린 요녕신성그룹 표성룡 회장…. 이런 분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젊은이들에겐 서울의 음식점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서빙하는 아주머니를 보고선 조선족들이 3D 일을 하는 ‘바닥 인생’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소양도 안 갖춰져 있고, 거칠게 사는 조선족도 일부있지만 그들이 우리 중국 동포를 대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 오면 문화도 생활습성도 일하는 방식도 달라서 조선족들이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많이 겪으면서 거칠어진 사람도 있겠지만 …. 조선족은 이제 누구도 무시못할 커다란 경제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포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국과 우리 조선족, 그리고 중국과도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 - 북한 진출 관심은. “북한에 생필품 공급이나 부동산과 광산 개발 등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2500만명이나 살고 있으니깐요. 우리에게 휴대폰 공장 제의가 왔습니다만 IT는 당장 유엔 감시 대상이어서 조심스럽습니다. 북한에 500만명이 휴대폰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유엔 눈치를 보는 요즘 중국인들은 정말 많이 북한에 드나들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편이나 단둥에서 넘어가는 기차편은 항상 거의 매진이라 들었습니다. 북한과의 물밑 움직임이랄까 접촉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죠. 대북 제재 해제와 동시에 북한에 진출하면 늦다는 것을 우리 같은 사업가들은 직감적으로 압니다.” “北진출?…베이징~평양행 항공티켓 매진이라 들어물밑 접촉이 많다는 방증…재제 해제후 진출은 늦어우리에겐 휴대폰 공장 제의도…UN 제재 탓에 조심”- 어떻게 해서 중국에 살게 됐나. “돌아가신 제 아버지가 11살 때인 1927년, 경기도 이천시 율면 월포리에 사시던 할아버지가 만주로 건너왔습니다. 3대 독자였던 할아버지가 당시 일제로부터 엄청난 유뮤형의 정치적·경제적 압박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왔던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생계 때문에 항일운동에 직접 나서지 못하고 농사를 지으셨지만 독립지사들을 물심으로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들었습니다. 어머니 고향은 강원도 철원입니다. 아버지는 우리 마을의 촌장(지부 당대표)를 지내면서도 밤에는 이불 속에서 KBS 라디오를 몰래 듣곤 하셨습니다. 흘러간 옛노래라도 나오면 눈물을 훔치며 따라 부르거나 가사를 적어 외우시곤 하였습니다. 수교되기 이전의 일입니다만 아버지가 고향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게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이천에 가봤지만, 할아버지가 3대 독자여서 친척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천에 가면 가슴이 뭉클한 묘한 감정이 일어납니다. 이게 피붙이인가요.” “3대 독자 할아버지, 1927년 일제 압박 피해 만주行선친, 이불 속에서 KBS라디오 몰래 들으며 눈물 훔쳐이천 갔지만 친척 못찾아… 뭉클한 ‘피붙이’ 감정 느껴” 남 회장은 조선족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보존하는 이유와 관련해 일제의 압박을 피해 만주로 건너간 선조의 항일운동에서 찾고 있다. “중국의 항일운동에 우리 조선족 선조가 많이 참여했습니다. 중국 정부도 이를 결코 무시하지 못하죠. 그래서 조선족 학교에 대해 중국 당국이 어려워도 지원을 끊지 않았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보존할 수가 있었던 겁니다. 올해가 항일운동 100주년이라고 하는데 우리 할아버지들도 많이 참여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글·사진 정선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성남시의료원 개원일정 6월에 윤곽…“연말 개원 목표“

    성남시의료원 개원일정 6월에 윤곽…“연말 개원 목표“

    개원이 지연되고 있는 경기 성남시의료원의 개원일정이 6월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중의 신임 원장이 29일 오전 10시 대회의실에서 부임후 처음 의료원 운영계획에 관한 브리핑을 했다. 이 신임원장은 “의료접근성을 강화하여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성남시의료원의 방향과 포부를 밝혔다. 이 원장은 “응급실 의사로 20년 이상 살아왔다. 주변 병원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서울과 경기 남부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지역사회에서 꼭 필요한 병원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며 “대학병원 수준에 근접하는 응급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권역센터에 버금가는 시설” 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6월에 개원일정을 발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개원계획이 실현될지는 연말쯤 알게 될 것”이라며 연말 개원 목표를 내비쳤다. 이 원장은 “시의료원에 전문의 100여명 이상, 간호사 400∼500명이 필요하다”며 “인력 수급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 전체를 여는 것은 하지 않고 단계적 개원을 한 뒤 차츰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젊고 능력 있는 의사를 초빙하기 위해 접촉 중”이라며 “초빙만으로 해결이 안 되면 공채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응급상황 시 믿고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공공의료기관으로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안전장치 역할을 다하고, 높은 수준의 환자안전과 의료 질을 확보하여 지역주민의 건강수준 향상과 건강불평등 해소 등 공공의료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시민들로부터 신뢰받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지역책임 의료기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성남시 의료원에는 메르스 같은 감염병 환자 격리치료를 위한 음압병상 최대 11개 등을 갖춘 음압병동도 있다. 이 원장은 개원을 준비하던 초대 의료원장이 시와 마찰로 그만두면서 지난 1일 새로 부임했다. 시의료원은 사업비 1691억여원을 투입해 수정구 태평동 옛 시청사 부지 2만4711㎡에 지하 4층, 지상 10층, 연면적 8만5684㎡ 규모로 지어졌다. 509병상을 갖췄으며 24개 진료과목에 1100 여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전국 처음으로 주민 발의로 건립이 추진돼 2013년 11월 착공했지만, 시공사의 법정관리 등에 따른 공사 지연으로 지난 2월 11일에야 준공했다. 현재 원장을 포함해 의사 3명, 간호사 20명, 행정·기술직 56명 등이 채용돼 개원작업 중이다. 글.사진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애니멀 픽!] 불도저 동원된 450㎏ 북극곰의 건강검진…첫 CT촬영

    [애니멀 픽!] 불도저 동원된 450㎏ 북극곰의 건강검진…첫 CT촬영

    북극곰이 CT 촬영을 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미국 일리노이주 브룩필드 동물원에 사는 북극곰 ‘허드슨’이 태어나 처음으로 CT 촬영을 받았다고 전했다. 450㎏을 넘는 무게 때문에 허드슨의 CT 촬영에는 불도저가 동원됐다. 동물원 측은 허드슨에게 진정제를 투여한 뒤 수십 명의 직원이 불도저를 이용해 CT 스캐너까지 운반했다고 밝혔다. 브룩필드 동물원은 이번 촬영을 위해 지난해부터 CT 스캐너 테이블의 무게 제한을 1000㎏까지 늘리는 작업을 진행했다.북극곰은 대체로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 CT 스캐너로 촬영이 어렵고 이같은 사례도 드물다. 동물원 측은 허드슨의 뇌 CT 촬영으로 동물학자들이 보기 드문 자료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시카고 동물학회의 임상의학전문의 마이클 애드케슨 박사는 “이번 촬영으로 얻은 자료들은 북극곰의 의료를 증진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허드슨의 관절, 내장기관 등 전반적인 평가가 가능해졌다. 앞으로 허드슨의 건강 추이를 연구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됨은 물론 미래의 북극곰과 내부기관을 비교하는데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날 촬영은 북극곰 허드슨의 정기 건강검진의 일환이었으며 정액 샘플도 채취했다. 허드슨의 정액 샘플은 미 전역의 동물원에서 북극곰 번식에 사용해 개체 수를 증가시키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은 야생에 사는 북극곰의 개체 수는 2만2000마리~3만1000마리로 추산되며 그 수는 점점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북극곰은 지난 2008년 5월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에 따라 보호종으로 지정됐다. 지구온난화로 빙하 면적이 줄면서 서식지가 사라지고 먹이가 줄어들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 어류야생동식물보호국은 2050년이면 북극곰 개체가 30% 넘게 감소한 1만5000마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시카고 동물학 학회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안녕? 자연] 홀로 700㎞ 떨어진 마을 나타난 북극곰 구조…씁쓸한 모험기

    [안녕? 자연] 홀로 700㎞ 떨어진 마을 나타난 북극곰 구조…씁쓸한 모험기

    얼마 전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나타나 화제가 된 북극곰 한 마리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영자매체 시베리아 타임스 등 현지언론은 캄차카반도의 틸리치키 마을에서 먹이를 찾아 서성이던 북극곰이 구조돼 항공편으로 700㎞ 떨어진 서식지에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이 북극곰은 지난 주 초 러시아의 극동마을인 캄차카반도의 틸리치키에서 발견돼 주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잘 먹지 못한듯 마른 몸매를 가진 북극곰이 갑자기 마을에 나타나자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북극곰은 공격성을 보이기는 커녕 주민들이 던진 물고기를 잘 받아먹으며 굶주린 배를 채웠다. 이에 주민들은 이 북극곰에게 러시아의 인기 만화 캐릭터인 ‘움카’(Umka)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신선한 먹이를 계속 공급하며 보살폈다.움카의 고향행은 러시아 당국이 도왔다. 전문가들이 나서 진정제를 이용해 움카를 포획한 후 철장에 넣어 헬리콥터 편으로 고향인 추코트카의 나바린 케이프에 방생한 것. 현지 당국자는 "비행 중 움카는 의식이 있었으며 두려움에 떠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서식지에 도착해 철장을 열자 작별인사도 없이 곧바로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수의사의 진료결과 움카의 건강상태도 매우 좋은 편이었다"고 덧붙였다.이렇게 북극곰 움카의 모험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사실 그 속에는 씁쓸한 진실이 숨어있다. 그린피스 활동가인 블라디미르 추프로프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이 더 따뜻해지면서 먹이를 잡아먹을 환경은 더 좁아지고 접근하기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곧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녹아 사냥하기 힘들어진 북극곰이 손쉽게 먹이를 찾을 수 있는 민간로 내려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움카 혼자만의 '일탈'은 아니다. 지난 2월에도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 군도 노바야제믈랴 제도에 북극곰 50여 마리가 수시로 마을에 내려와 주민들이 외출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지구 온난화가 북극곰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해빙의 면적이 작아지면서(녹으면서) 영양분이 풍부한 물개 등을 사냥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물개가 얼음 구멍으로 숨을 쉬기위해 올라오는 순간을 기다리다 번개처럼 사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북극곰은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바닷새의 알을 훔쳐먹거나 운이 좋으면 고래 사체를 뜯어먹기도 하지만 허기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 북극과학센터 크리스틴 라이드레 박사는 “만약 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2040년 쯤 북극의 여름에는 해빙이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이는 지난 100만년 동안 북극곰 서식지에서 일어난 어떠한 최악의 기록도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슈퍼컴퓨터로 지구온난화 추이 예측 가능해지나

    슈퍼컴퓨터로 지구온난화 추이 예측 가능해지나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이 국내 세 번째로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과거 기후분석은 물론 중장기 기후변화 추이를 예측하는데 활용한다. IBS는 오는 25일 대전 본원 과학문화센터에서 슈퍼컴퓨터 개통식을 갖고 기후물리 분야는 물론 물리, 화학,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각종 시뮬레이션 연구에 활용하게 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개통하는 IBS 슈퍼컴퓨터 ‘알레프’는 IBS 내 연구단들에서 만들어 내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대전과 떨어진 곳에 있는 연구단들도 국내 초고속 네트워크 인프라인 국가과학기술연구망(KREONET)으로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 받게 된다. 알레프는 국내 공공기관으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누리온’과 기상청에 이어 세번째로 구축됐으며 성능규모도 세 번째에 해당된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는 중단기 날씨 예측에 주로 활용되고 KISTI 누리온은 기업의 신제품 개발, 시장분석, 자연재해, 교통문제 등 국가사회 현안 문제에 주로 쓰이지만 알레프는 기초과학 분야에 특화돼 활용될 전망이다. 알레프는 데스크탑 1560대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과 동일한 성능을 갖고 있으며 연산속도는 1.43페타플롭스(PF)에 달한다. 1페타플롭스는 초당 1000조번의 연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76억명이 계산기로 초당 19만건의 계산을 하는 속도와 동일하다. 저장 용량은 8740테라바이트(TB)로 4GB 영화를 217만편 정도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알레프는 IBS 내 연구단 중 기후물리연구단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게 된다. 기후물리 연구단은 전지구 시스템 모형인 ‘복합지구시스템모델’로 과거-현재-미래 기후변화 연구를 수행 중인데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고성능 슈퍼컴퓨터 활용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 단장은 “기후물리연구단에서는 대륙 빙하, 해수면 상승 등에 대한 다양한 기후변화 분석에 있어서 슈퍼컴퓨터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해수면 상승과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 기초과학 연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설] 노동 착취당하는 10대 노동인권 강화 시급하다

    “일하는 아동·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지만 야간근무나 최저임금 미준수 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적극적인 근로감독 의지가 부족하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우리나라 노동시장 환경에 대해 내린 평가다. 지난해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역대 일곱 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으며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올라섰다고 자화자찬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위원회의 지적은 8년 전 이뤄졌지만 더 많은 이윤을 챙기기 위해 청소년들을 엄혹한 노동 환경으로 내모는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서울신문의 ‘10대 노동 리포트’를 통해 드러났다. 우리 사회에서 ‘10대 알바’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전체 중고생 100명 중 16명은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렇다 보니 최근 3년간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청소년들만 30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셋 중 둘은 비정규직으로 음식점에서 서빙하거나 배달하다 부상을 입고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청소년 알바생 중 다수가 비정규직 신분인 데다 산재에 가입돼 있는 경우가 드문 탓에 실제로 일하다가 다치는 10대는 더 많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계약서를 쓰더라도 근무 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에 나섰다가 각종 사고를 당하는 10대 배달기사 ‘사장님’들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배달기사는 목숨을 건 채 도로를 질주하지 않으면 제 몫을 챙기기 어려운 구조다. 배달 주문을 받지 못하면 한 푼도 벌지 못하는 데다 빠른 배달을 원하는 업체와 고객의 요구를 맞춰야 해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 신분인 이들은 사고가 나면 본인이 수리비와 치료비 등을 감당해야 한다. 어른들이 배달시켜 먹는 치킨이나 피자 등에는 이런 청소년들의 피와 눈물이 섞여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의 노동인권 보호에 나서야 한다. 청소년 노동 착취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사업주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동기본권 교육과 관련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이고, 채용 공고에 임금 조건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부모들이 경기침체로 자녀 뒷바라지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생계를 위해 노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10대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복지 울타리 마련에도 우리 사회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
  • 최저임금?주휴수당?휴게시간?… 세상에 나쁜 사장님은 많다

    최저임금?주휴수당?휴게시간?… 세상에 나쁜 사장님은 많다

    10대 알바생 5명 관찰기국내 구직시장은 ‘전쟁터’다. 그만큼 살벌하다는 얘기다. 치열한 각축장에서 10대만큼 만만한 존재도 없다. 서울교육청·여성가족부 등의 조사를 보면 10대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 중 30% 이상은 임금체불, 산업재해, 저임금 등 노동권을 침해받는다. 노동하는 10대가 맞닥뜨린 현실은 정말 시궁창일까. 서울신문은 직접 확인하고자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는 10대 5명과 협업해 이들의 일상을 관찰, 기록했다. 기간은 3월 28일부터 4월 18일까지 3주간이다. 또 노동 전문가 3명에게서 이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겪은 부조리는 없었는지 분석했다. 현실은 어땠을까. 일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김현우 - 공부 포기했어?… 도돌이표 같은 질문 3월 28일 “왜 여기서 고기를 굽고 있어. 공부는 포기했어?” 반주를 걸친 손님이 도돌이표 같은 질문을 또 던졌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경북 구미에 사는 김현우(18·가명)군은 학교를 마치면 곧장 가게로 향했다. 인문계고에 다니는 현우가 알바를 시작한 건 애견미용학원 비용을 보태기 위해서다. 하교 시간은 오후 6시. 가게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터라 숨 돌릴 틈도 없다. 같은 시간 친구들 대부분은 학원으로 향한다. 가게에 도착해 손님 수대로 반찬을 세팅하고, 쉴 새 없이 그릇을 나르다 보면 퇴근시간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전문가 조언①> 3월 29일 ‘금요일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은 손님이 몰리기에 사장님은 웃지만, 알바생에겐 마(魔)의 요일이다. 그래도 이 고깃집 업주는 자애로운 편이다. 금요일엔 현우보다 한 살 어린 알바생을 1명 더 쓴다. 10개 남짓한 테이블을 치우고, 반찬을 담고, 고기 자르는 손놀림이 빨라진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내야 하는 학교 수행평가 따윈 생각할 틈이 없다. 근로계약서도 쓰고, 시급 8350원에 주휴수당까지 꼬박꼬박 챙겨 주는 이만한 알바 자리는 찾기 어렵다.② 주말마다 웨딩홀 뷔페를 다시 전전하긴 싫다. #이기문 - 80군데 연락해 어렵게 구한 주말 알바 3월 31일 광주에 사는 이기문(18·가명)군은 오전 10시 출근해 세숫대야만 한 기름통 3개에 튀김용 기름을 가득 채웠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기문이는 여행 자금을 모을 목적으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 오전 11시가 되자 팔 토시를 끼고, 얼굴에는 기름이 튈까 봐 알로에크림을 바른 채 기름통에 냉동 돈가스 135개를 넣고 튀겼다. 이곳에 오기 전 기문이는 80군데 넘는 가게에 연락을 돌려야 했다. 어렵게 구한 알바 자리다. 석 달간 정들었던 이곳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매주 토·일요일마다 하루 7시간씩 근무하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지만, 손님이 줄면서 지금은 하루 4시간 일한다. #박지연 - 주휴수당 안 주려고 퇴근시간 꼼수 4월 1일 광주의 한 국숫집에서 일하는 박지연(16·가명)양은 월급을 받아들고는 한참을 생각했다. 지난 2주간 일한 시간과 시급을 곱해보니 몇만원이 비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용기 내 “월급을 좀 덜 주신 것 같아요”라고 물었다. 사장은 “수습기간이라 처음 한 달은 시급 8000원이야”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③ 4월 2일 ‘망하지 않을 만큼만 장사가 됐으면 좋겠다.’ 학교를 마치고 오후 6시 가게로 출근한 지연이는 고되게 일하다 이 생각이 들었다.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통장에 꽂히는 최저임금 수준 급여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식당의 전천후 일꾼이다. 반찬을 내어 가고, 주문받고 나서 그 내역을 포스기에 입력하고, 주방에 알린다. 덮밥 주문이면 밥을 퍼서 주방으로 전달하고, 덮밥 위 재료가 완성된 뒤에는 깨나 김가루 토핑을 뿌려 손님 상으로 가져가는 것도 지연이의 몫이다. 손님이 식사를 마치면 테이블도 치운다. 4월 4일 ‘주휴수당은 받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연이는 “저는 그거 자격이 안 돼요”라고 했다. 지연이는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근로계약서를 썼다. 근로계약서에는 퇴근시간이 오후 8시 30분~9시라고 돼 있다. 공식마감이 오후 8시 30분이고 뒷정리를 하면 9시쯤 끝나는데 사장은 지연이를 오후 8시 40분쯤에 보낼 때도 있다. 지연이는 “3시간씩 5일 일하면 주 15시간이 되기 때문에 사장이 일주일 1~2일은 일찍 보내려 한다”고 했다. 10~15분씩 더 일해도 출퇴근카드에 적혀 있는 퇴근시간은 8시 30분이다.④ 4월 5일 지난 주말 돈가스 가게를 그만둔 기문이는 일주일째 알바 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저희는 시급 6000원이에요. 그 이상은 못줘요.” 그나마 시급이라도 알려주는 이 편의점은 친절한 편이다. 공고에 ‘시급은 협의’라고 써 놓고는 막상 전화하면 협의가 아니라 통보하는 가게가 적지 않다.⑤ “이번 가게에서는 밥 먹는 시간을 30분 정도는 줬으면 좋겠어요.” 기문이가 내건 다음 알바의 조건에 주변 친구들은 “눈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⑥ #김원우 - 용역업체 수수료 떼면 최저임금 안돼 4월 7일 김원우(18·가명)군은 지난 주말부터 일주일째 20군데 넘는 가게에 문자를 보냈다. 1년 전 학교를 그만둔 원우는 알바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웨딩홀 뷔페, 전단지, 택배 상하차 등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모두 섭렵했다. 원우는 “하루 8시간 일할 수 있고, 딱 최저임금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 원우는 하루짜리 알바라도 하려고 웨딩홀 뷔페 알바 용역업체 사이트에 신청서를 냈다. 4월 9일 전날 밤늦게 용역업체에서 ‘4월 9일 오전 10시까지 OO호텔로 올 것’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오전 10시에 호텔에 도착하니 뷔페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지부터 묻는다. 원우는 “몇 번 일한 적이 있다”고 했고, 곧장 유니폼을 입고 연회장에서 식기와 냅킨을 테이블 위에 놓는 일을 시작했다.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연회장 음식을 서빙하고, 다시 빈 그릇을 수거한다. 길었던 행사가 끝나니 다시 이전의 연회장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오후 6시 30분. 예정됐던 시간보다 30분이 초과됐지만, 일당은 8시간만 계산된다. 손목이 저리고, 발바닥은 불이 난 듯 화끈거리지만,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알바다. 시급 9000원짜리는 흔치 않다. #최보연 - 주유소 출근 3일간은 한 푼도 못 받아 4월 11일 최보연(17·가명)군이 8개월 넘게 일한 주유소를 그만둔지는 한 달 정도 지났다. 보연이는 일하던 주유소 사장을 노동청에 신고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보연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5시간씩 일했지만,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또 첫 출근날부터 3일간은 아예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교육과 실습이라는 명목에서다.⑦ 4월 12일 보연이는 올해 초 학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휴수당 말을 꺼내면 잘릴까 봐 사장에게 당장 말을 하지는 못했다.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해 아까웠다. 일을 그만두고 최근 주유소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사장은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답장만 보내고, 연락이 없다. 신고를 하자니 절차가 복잡할까 두렵다. 당연히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4월 13일 원우는 운 좋게도 웨딩홀 뷔페 알바를 다시 구했다. 하는 일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예식장 뷔페는 일반 행사 때와 달리 날라야 하는 접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오전 9시 출근해 모두 4번의 예식을 치르고 나면 어느덧 오후 6시다. 400석 규모의 뷔페에서 7명이 일했는데, 이 정도면 알바생을 꽤 많이 쓴 편이다. 일당은 최저임금에 딱 맞춘 6만 6800원. 여기서 용역업체가 2300원(임금의 3.3%)을 수수료로 떼고 원우에게는 6만 4500원이 입금된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셈이다. 4월 15일 원우는 여전히 구직 중이다.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수습 3개월간 시급의 90%만 지급’, ‘학생은 시급 7500원’ 등 대부분 10대라는 이유로 돈을 적게 주는 경우가 많았다. 원우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근로계약서를 쓰고, 최저임금을 준다. 동네 작은 규모의 가게는 ‘근로계약서’라는 단어조차 꺼낼 수 없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알바 자리는 대학생들의 몫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원우는 하루라도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다. 시급은 큰 차이가 없지만, 술집이나 호프집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되면 야간에도 일할 수 있고, 알바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4월 18일 지난 3주간 원우는 웨딩홀 뷔페 등 하루짜리 알바만 3번 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는 결국 구하지 못했다. 수습기간 한 달이 지난 지연이는 이제 최저임금을 받는다. 기문이는 30곳 넘게 전화를 돌린 끝에 이틀 전 면접을 보고 이날부터 피자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번 피자집은 최저임금을 준다고 한다. 보연이는 노동청에 사장을 신고했다. 노동청 공무원이 불러서 나갔는데 사장도 나와 있었다고 한다. 보연이는 “사장을 직접 마주해야 해서 당황했다”며 “돈을 일부 돌려받았지만 사장과 분리해 조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우는 평소처럼 일을 한 뒤 업주와 회식을 했다. 현우는 “최저임금도,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도 지금 사장님이 말해 줘 알게 됐다”면서 “세상에 나쁜 사장님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어떻게 관찰했나 서울신문은 성인인 기자가 직접 체험할 수 없는 청소년 주요 구직 업종의 노동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기사에 등장하는 10대 5명(고교생 3명·학교 밖 청소년 2명)과 협업했다. 10대 섭외에는 특성화고연합회, 청소년 유니온, 특성화고노동조합, 알바노조,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하자센터, 즐거운교육상상 등 청소년 단체와 각 지역의 청소년노동인권센터, 교육청,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의 도움을 받았다. 10대 노동자 5명이 매일 업무 전후 전화와 메신저, 페이스북 메시지 등을 통해 전해 주는 업무 일지를 토대로 현실을 파악했다. 정리된 일지를 토대로 노동 전문가 3명(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이원희 노무사)에게 위법성 여부 등을 자문받았다. 아직도 노동현장에 있는 10대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모두 익명 표기했다. ●제보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10대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겪는 갑질과 임금 미지급, 부당해고 등 부조리한 행태를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지구 온난화, 미국 스키 산업에 직격탄

    지구 온난화, 미국 스키 산업에 직격탄

    미국 스키산업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이 더워지고 적설량이 해마다 줄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콜로라도대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지역 중 하나 곳인 덴버의 2011~2018년 평균 적설량은 41.4인치(약 105㎝)였다. 1971~80년의 66.7인치(약 196㎝)의 60%, 즉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덴버의 적설량은 1981~1900년은 60인치(약 152.4㎝), 1991~2000년은 58.1인치(약 147.5㎝), 2001~2010년은 47.5인치(약 120.6㎝) 등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이는 콜로라도 덴버뿐 아니라 미 전역의 상황이 비슷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10년 적설량은 1980년대에 비해 59% 줄었다. 과학자들은 미국의 적설량이 이처럼 해마다 줄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으로 풀이했다. 콜로라도대 연구팀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가 북극 빙하를 녹이면사 해수 변화뿐 아니라 지구 전체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는 또 미국의 적설량 감소와 잦은 태풍 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적설량 감소는 연간 약 20억 달러(약 2조 2700억원) 규모의 미국 스키산업을 고사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눈이 오지 않으며서 미 스키시즌은 평균 34일밖에 되지 않는다. 스키어들로 11월부터 4월까지 북적였던 덴버 등 미 유명 스키도시들에는 이제 12월에서 1월까지 한두달 정도만 스키어들이 찾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도시는 돈을 뿌리던 스키어들이 줄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키장 주변 주택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높은 지대에 있는 주택이 낮은 곳에 있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산동네’라고 부르면서 꺼리는 한국의 정서와 정반대다. 미국의 속설에 ‘나쁜 공기 등이 낮은 곳에 모인다’며 높은 지대를 선호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같은 도시라도 높은 지대인 스키장 주변의 집값이 비싼 이유다. 그래서 스키장과 주변 주택가를 같이 개발하는 것이 스키장 개발업체들의 주요 수입이었다. 또 스키장 주변 집주인들은 겨울 한철만 렌트하면 1년 주택 유지비를 챙기는 등 개발업자와 미국인의 문화 등이 잘 맞으면서 스키장 주변 주택의 인기가 치솟았다. 하지만 적설량 감소로 스키어 유입이 줄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다시 스키장의 주택 공급으로 인한 스키장 업체의 이익 감소 등으로 이어져 스키산업 전체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워싱턴의 한 스키산업 관계자는 “미 전체 스키시즌이 1990년대 비해 한달 이상 줄었다”면서 “이는 곧 영업기간이 준 것을 의미하며 스키장 주변 도시의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특파원 칼럼] 일본 ‘빙하기 세대’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 ‘빙하기 세대’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김태균 도쿄 특파원

    올여름 일본의 참의원 선거는 아베 신조 총리의 남은 임기 전체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압승의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적어도 참패까지는 되지 않아야 그가 우려하는 ‘조기 레임덕’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겨냥해 유권자의 표심을 향한 선거용 정책들이 속속 정부·여당에서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며칠 전 발표된 ‘취직 빙하기 세대’에 대한 지원이다. 1990년대 초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일본의 취업 적령기 청년들은 이전까지 상상도 못 했던 구직난과 마주해야 했다. 거품 붕괴 직전 80%를 웃돌았던 대졸 취업률은 2000년대 들어 5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어느 회사에 들어갈지 선택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이 막을 내리고, 어떤 회사도 나를 선택해 주지 않는 실업의 공포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많은 청년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정직원 입사’에 실패하고, 졸업과 함께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이나 실업자로 전락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가 돼 스스로 세상과 결별했다. 주로 1970년대생인 빙하기 청년들에게는 오랜 기간 재기의 봄날도 오지 않았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될 것이라는 청년들의 절망감과 패배주의는 가뜩이나 ‘상실의 시대’에 고통받던 일본 사회에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앗아가는 듯 비쳐졌다. 일본 정부는 1993~2004년 사이에 학교를 졸업한 약 1700만명 중 400만명 정도를 지금까지도 비정규직이나 실업 상태에 있는 빙하기의 피해자로 추산하고 있다. 당장의 경제적 여유가 없다 보니 이들 중 대다수는 고작 우리 돈 몇십만원 수준의 국민연금 외에는 미래 노후 대책도 거의 없다. 향후 3년간의 집중 지원을 통해 빙하기 세대들을 정규직 사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이미 실패와 좌절의 긴 터널을 지나 많게는 50대가 코앞인 이들을 상대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높지 않다. 우선 이들을 반길 만한 ‘번듯한 직장’이 별로 없을 것이고, 당사자들 역시 어지간해서는 일할 의욕을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인생이다. 용케 정규직이 돼 새 출근을 한다 해도 사회의 마이너리티로 흘려보낸 20대, 30대는 누구도 보상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청년 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보조지표인 ‘체감(확장)실업률’이 25%를 넘어서 역대 최악으로 나왔다고 한다. 일할 의욕이 있는 15~29세 인구의 4분의1 이상이 제대로 일자리를 못 찾았다는 얘기다. 우리와 반대로 일본은 전후 가장 긴 경기확장 국면 속에 지난해 대졸자들이 통계 작성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높은 98.0%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일본의 고용 사정이 호전된 것처럼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지금보다 좋은 때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언제일지 모르는 그때의 따뜻한 햇발이 지금 취업을 못 해 고통받는 청년들의 몫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불행한 세대의 고통은 그 당사자들이 계속 껴안고 갈 수밖에 없는 탓이다. 민간의 일자리 사정이 나빠지면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지금의 청년들이 시기를 잘못 만난 희생자라고 비관하며 살아가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일자리 문제에 우리나라 정책과 행정의 인적·물적 자산을 쏟아부어 지금 사회에 나서는 청년들의 불행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질곡의 시간을 보내며 중년으로 접어든 일본의 빙하기 세대와 같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한 자기방어적 정책과 행정이 아니라 내 자녀, 내 동생을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정책 당국자들에게 호소해 본다.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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