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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정책 Q&A] 겨울철 자전거 안전 이용법

    [생활정책 Q&A] 겨울철 자전거 안전 이용법

    몸을 얼어붙게 하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운동으로, 여가로, 생활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광팬’으로 불러야 하겠습니다. 이제 차차 날씨가 풀리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자전거 타기가 ‘독약’으로 바뀌지 않도록 즐거운 이용을 위해 지켜야 할 점을 알아보겠습니다. Q. 자전거를 탈 때 추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A.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직접 외부에 노출되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는 게 먼저입니다. 손과 발, 얼굴과 머리 부분은 특히 취약합니다. 손에는 주행 중 브레이크와 변속기 조작 등 돌발 상황에 신속하면서 부드럽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방풍용 장갑을 끼고, 혹한기 땐 안에 면장갑이나 스키 장갑을 착용하는 게 좋답니다. 버프는 목부터 머리까지 감쌀 수 있는 것을 추천합니다. 장시간 주행 땐 발 전체를 감쌀 수 있는 등산화를 신는 게 좋죠. 또 신발을 벗어 자주 주물러 주는 것은 동상을 막는 데 필수입니다. 면 소재의 내의를 입으면 땀이 금방 마르지 않아 오히려 독이 되기 쉬우니 기능성 내의나 타이즈를 착용해야 합니다. 최후의 방풍 수단으로 우의를 챙기는 것도 좋습니다. Q. 주행에 앞서 알아둘 것을 손꼽자면. A. 실내와 바깥의 온도 차가 큰 경우 실내에서 몸이 따뜻한 상태가 될 때까지 충분히 몸을 푼 뒤 바깥으로 나가는 게 좋습니다. 준비운동은 부상 방지와 운동 효과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스트레칭을 할 땐 머리, 어깨, 팔, 허리, 다리, 발목 등 머리 위에서부터 발끝까지 충분히 워밍업을 해 줍니다. 브레이크와 기어를 감싸는 케이블이 얼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출발 전 브레이크와 기어를 여러 번 작동해 이완시켜 주세요. 겨울철엔 외부 온도가 낮아지면 공기의 밀도가 높아지고 체적이 줄어들게 되므로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집니다. 공기압이 낮아지면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는 면적이 넓어지므로 페달 돌리기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 평소보다 20% 정도 공기압을 높여 주입하는 게 좋습니다. Q. 안전주행을 위한 팁이 있다면. A. 햇볕이 없는 이면도로나 다리 아래를 지날 땐 주의하며 천천히 주행해야 합니다. 일단 빙판 위에 진입했다면 브레이크 조작보다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게 안전합니다. 브레이크를 조작할 경우 미끄러지므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금물이며 멈추기보다는 직진해 통과하는 게 좋습니다. 부득이 멈춰야 할 경우엔 브레이크를 여러 번 나눠 잡습니다. 눈이 내릴 때 자전거 주행은 피하는 게 좋지만 필요하다면 자동차용 스프레이 체인을 이용하기 바랍니다. 주의할 것은 분사되는 액이 끈적끈적한 스프레이 접착제이므로 브레이크에 묻을 경우 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눈길이나 빙판에는 제동거리가 평소보다 2~3배 길어지므로 다른 계절에 비해 속도를 20~30% 낮추는 게 안전을 위한 지름길입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탕! 탕! 탕! 쫓고 쫓기는 새들과의 전쟁

    탕! 탕! 탕! 쫓고 쫓기는 새들과의 전쟁

    ‘탕! 탕! 탕!’ 지난 13일 오후 3시쯤 인천국제공항에는 긴박감이 흘렀다. 20마리의 기러기떼가 공항에 출몰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소속 조류퇴치팀(BAT) 요원들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엽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3시간째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기러기떼는 공항에서 멀리 벗어나기는 커녕 점점 더 가까워졌다. 지난 9일 김포공항에서 진에어 여객기 엔진에 쇠오리(추정)가 빨려들어가는 ‘조류충돌’(버드스트라이크)이 발생했던 터라 요원들은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조류 63호 응답하라! 기러기떼가 북측으로 횡단 중이다.” 인천공항 1활주로 남측에 있던 조류 62호 요원이 무선으로 기러기떼 이동경로를 알렸다. 조류 63호 요원은 즉시 “분산하겠다”고 답했다. 분산이란 새를 공항 밖으로 내쫓는 것을 의미한다. 관제탑도 숨죽이며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다행히 기러기떼는 활주로에 내려앉지 않고 그대로 공항을 통과했다. 공항에서 기러기는 조류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새로 분류된다. 덩치가 크고 경로가 일정치 않은 탓에 비행기와 충돌할 확률이 높다. 2009년 미국 항공사 US에어웨이 여객기가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한 것도 기러기떼와 부딪치면서다. 김진현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관리소장은 “2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기 때문에 공항 안으로 새 한 마리만 들어와도 신경이 곤두선다”면서 “겨울철 오리떼, 기러기떼와 한바탕 추격전을 벌이고 나면 진이 빠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국내 대표 공항답게 조류퇴치팀 요원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30명이다. 김포·제주공항 인력의 두 배가 넘는다. 이들은 모두 총기 면허를 가지고 있다. 각자 한 대씩 총기도 소지하고 있다. 공항에 출근하면 사무실에서 15분가량 떨어진 공항지구대에 가서 맡겨 놓은 총기를 찾는 게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14일 오전 8시 30분쯤. 공항 야생동물통제관리소에 주간조 요원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이들은 직전 근무조인 야간조로부터 밤사이 상황을 보고받았다. 전날 눈이 많이 내려 활주로 주변 곳곳이 빙판이니 조심하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이후 총을 찾아온 요원들은 간이 무기고인 탄약고에 들러 60~70발가량의 탄약을 충전한 뒤 2인 1조로 팀을 이뤄 활주로로 향했다. ‘새들과의 전쟁’을 치르러 전장에 나가는 것이다. 탄약은 총 세 종류다. 새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경기용탄부터 살상이 가능한 실탄과 공포탄 등이다. 1년에 9만~10만발가량을 쏜다. 김진현 소장은 “새가 활주로에서 꿈쩍도 안 해 비행기와 충돌이 확실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포탄을 주로 쏜다”면서 “우리의 임무는 ‘살상’이 아닌 ‘퇴치’”라고 강조했다. 공항 밖으로 내몰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새들에게 공항은 매력적인 서식지라는 것이다. 사방이 탁 트여 먹이를 찾기가 쉽고, 상위 포식자인 천적의 출현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는 점에서다. 총알이 멀리 날아오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도 있다고 한다. “총소리는 우렁차지만 30~40m 밖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걸 새들도 안다”면서 요원들은 혀를 내두른다. 조류퇴치 전문가인 남재우 인천공항 에어사이드계획팀 과장은 “공항 환경에 적응한 새는 아무리 총을 쏴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주변을 맴도는 경향이 있다”며 “새들이 조류퇴치 차량과 다른 차량을 직감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신기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항 주변에 논밭이 있고, 강이 흐른다면 새들에게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밖에 없다. 김포공항이 딱 그렇다. 김포평야 옆으로 한강이 흐르다보니 파리목, 메뚜기목, 노린재목 곤충 등 새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 지천에 널려 있다. 기러기들이 자주 드나들고, 황로, 백로, 흰뺨검둥오리도 ‘단골손님’이다. 홍미진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 연구원은 “조류 퇴치 못지않게 공항 주변 서식지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배수로에 새들이 서식하지 못하도록 살충제를 뿌리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포공항에는 인천공항에서 볼 수 없었던 폭음기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폭음기는 폭발음을 내는 장치로 새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는 효과가 있다. 천적 소리를 녹음해 놓은 경보기도 10대가량 확보해 놨다. 그런데도 완벽한 조류 퇴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공항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연과의 싸움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발생한 조류 충돌 건수는 연평균 148건이다. 전문가들은 비행기 이착륙 시에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한다. 항공기 엔진이 최대로 가동된 상태에서 새가 가까이 접근하면 진공청소기처럼 빨려들어간다. 다만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새가 항공기 엔진에 들어가면 엔진을 파손시켜 항공기를 추락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항공기 설계 초기 단계부터 조류 충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제작했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정창목 한국공항공사 항무계획팀장은 “우리나라 새는 외국 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며 “비행기 1000대에 1번꼴로 충돌이 발생하지만 타격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조류 충돌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은 이견이 없어 보인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새가 엔진에 부딪쳐 엔진 앞쪽에서 공기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회전 날개가 파손된 경우 교체 비용만 약 3만 달러다. 고속활주 중 이륙 중단으로 브레이크나 타이어가 닳거나 손상되면 수리 비용은 10만 달러 선까지 치솟는다. 운항 지연에 따른 연료비, 지상 조업비 등도 추가로 들어간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조류 퇴치가 원시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한다. 선진국은 레이더망을 도입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류 경로를 파악하는 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육안에 의존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일부 공항은 반경 10㎞ 내에 들어오는 새의 움직임을 파악해 관제탑에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 대당 20억원이 넘는 장비다. 이에 인천공항 측은 “도입하지 않는 이유가 비용 상의 문제는 아니다”면서 “관제탑에 보고가 되더라도 기존 (이착륙) 정보와 접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조류 퇴치 로봇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방위산업 전문업체 LIG넥스원이 음향 송출기와 레이저 방사장치를 탑재한 반자동 로봇을 만들었다. 공군 비행장에서 1년 동안 시범 테스트도 거쳤다. 조류 퇴치 성공률은 90% 이상이다. 다만 무인기라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도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활주로에서 기기 오류 등으로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당 가격이 20억~30억원에 달하는 점도 해결해야 될 숙제다. 남재우 에어사이드계획팀 과장은 “조류 퇴치에 첨단 기술과 장비를 도입한다고 해도 새를 완벽히 쫓아낼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라며 “기계는 사람을 보조할 수는 있어도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전국 공항에 조류 퇴치 요원이 7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체계적인 훈련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겨울추억, 집 근처서 만들자

    겨울추억, 집 근처서 만들자

    한파는 괴롭지만 따뜻한 겨울도 썩 달갑지는 않다. 서울시 자치구가 다양한 겨울 놀이터를 구상했지만, 얼음이 얼지 않아서 개장하지 못한 곳도 있다. 겨울다운 추위가 오면서 겨울 놀이터를 여는 자치구가 하나둘 늘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은 자녀와 하루 나들이로 제격이다. 14일 서울 25개 자치구에 따르면 구로구는 안양천 오금교 아래 인라인스케이트장을 눈썰매장으로 만들었다. 7600㎡(2300여평) 규모로 조성된 눈썰매장에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일반용 슬러프(최고 높이 7m, 길이 90m)와 완만한 경사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아용 슬로프를 설치했다. 충돌 시 충격이 적은 튜브 썰매를 눈썰매로 사용한다. 눈썰매 외에도 바이킹, 설국열차,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와 빙어를 잡아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빙어체험장, 다양한 눈 체험을 할 수 있는 눈놀이동산 등 가족 모두가 즐기는 부대시설도 마련했다. 구로의 발전사를 담은 사진과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지낸 쪽방을 보는 ‘그때 그 시절’ 체험 부스, 간식을 파는 먹거리 부스도 준비했다. 기본 입장료는 8000원, 체험별로 4000~5000원을 받는다. 영등포구는 양평유수지 생태공원에 ‘기부하는 얼음썰매장’을 열었다. 휴지기에 들어간 논을 얼음썰매장으로 새롭게 꾸민 ‘논두렁 썰매장’으로, 규모는 1188㎡(359평)이다. 구는 썰매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하루 두 번 이상 빙판을 정비하면서 안전사고에도 신경을 썼다. 구는 애초 썰매장의 썰매 대여료를 무료로 할 계획이었지만, 기부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로 썰매를 빌리는 데 1000원씩 받기로 했다. 구 관계자는 “자연 결빙으로 조성된 썰매장이기 때문에 날씨가 따뜻해져 얼음 두께가 얇아지면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 방문 전에 꼭 구청 홈페이지에서 개장 여부를 확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달 31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노원구도 상계근린공원에 얼음썰매장을 열었다. 썰매장은 분수대 주변에 450㎡ 규모로 조성됐다. 중계근린공원에도 얼음썰매장을 조성하려고 했지만, 날씨가 따뜻한 까닭에 상계공원만 운영하게 됐다. 이용료는 무료다. 송파구는 썰매와 팽이치기 등 겨울철 자연생태까지 체험할 수 있는 ‘방이습지에서 놀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동식물 600여종이 사는 방이습지에서 썰매, 팽이치기, 사방치기, 제기차기 등 신나는 자연놀이를 즐길 수 있다. 겨울철 텃새·철새를 관찰하는 시간도 준비했다. 매주 수요일 오전에는 허브 향주머니, 립밤 등을 만들어보는 허브 체험교실도 열린다. 서울시청팀 종합
  • 아슬아슬 빙판길

    아슬아슬 빙판길

    한 시민이 14일 서울 용산구 주택가의 비탈길에 만들어진 빙판길 위를 조심스레 내려오고 있다. 기상청은 15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7도에서 영상 1도, 낮 최고기온은 2도에서 9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봅슬레이 세계 2위·스켈레톤 4위 … 과학, 한국 썰매 바꿨다

    봅슬레이 세계 2위·스켈레톤 4위 … 과학, 한국 썰매 바꿨다

    한국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이 종목 역사를 다시 쓰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한국 봅슬레이의 ‘간판’ 원윤종(30)-서영우(24·이상 경기도연맹)는 지난 9일 미국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2015~1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4차 대회에서 합계 1분51초12로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 랭킹 2위로 도약했다. 둘은 1차 시기를 2위로 마치며 금메달을 기대했으나 2차 시기 스타트 부분에서 다소 주춤하며 아쉽게 3위를 차지했다.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22·한국체대)도 10일 4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4위로 올라섰다. 특히 윤성빈은 이날 이 경기장의 스타트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 치웠다. 윤성빈은 4초70의 기록으로 2006년 작성됐던 4초74를 크게 앞당겼다.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3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맬컴 로이드(캐나다) 코치를 추모하는 스티커를 헬멧과 썰매 등에 부착하고 경기에 나서 시선을 끌었다. 무엇보다 기록에 의미가 있었다. 원윤종-서영우 팀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랭킹 1위인 독일 팀에 불과 0.01초 뒤진 기록으로 3위에 올랐다. 윤성빈과 세계 랭킹 1위 마틴스 두쿠스(라트비아)와의 격차도 0.48초에 불과했다.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만 해도 썰매 불모지였던 한국이 2년도 채 안 돼 최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운동선수가 한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정도의 훈련 기간이 소요된다. 더군다나 동계스포츠 선진국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이 종목에서 짧은 시간에 세계 최정상급 수준에 이른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2년간 한국 썰매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0.01초를 줄이기 위한 이들의 사투를 과학적으로 파헤쳐 봤다. ●BMW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서 동체 제작 얼음으로 만들어진 1200~1300m 활주로를 평균 120~150㎞의 속도로 질주하는 봅슬레이 스켈레톤은 올림픽 종목에서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빙판 위의 ‘포뮬러원’(F1) 경기다. 0.01초 차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장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썰매로 속도를 겨루는 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당연히 ‘썰매 동체’다. 대표팀 주코디네이터 민석기(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원) 박사는 좋은 썰매의 핵심은 “공기저항을 최소화시켜 최대한의 속도를 내도록 하는 데 있다”며 “독일이 썰매 강국인 이유 중 하나는 공기마찰을 최소화시키고 추진력을 얻는 장비가 특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봅슬레이 제작에는 첨단 과학기술이 동원된다. 유명 자동차 업체인 BMW, 맥라렌, 페라리 등이 봅슬레이를 제작하는 이유도 유체역학을 고려해 스피드를 올리면서도, 최대한 안전하고 빠른 장비를 만드는 것이 자동차 기술과 직결돼서다. 2·4인승 봅슬레이는 자동차처럼 운전대는 없지만 조향장치가 있는데 썰매 하부에 4개의 날(러너) 중 전방 2개의 날로 좌우 방향조정이 가능하다. 맨 앞에 앉은 파일럿이 썰매 날과 연결된 로프를 당기며 방향을 조정한다. 맨 뒤에 앉은 브레이크맨이 제동수 역할을 한다. 스켈레톤이나 루지도 평균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긴 트랙을 내려온다. 한국 대표팀은 2012~13시즌만 해도 유럽산 중고 썰매를 빌려 대회에 나가야 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했다. 봅슬레이 썰매 한 대 가격은 평균 1억~1억 2000만원으로 고가다. 2013년 대한체육회의 지원으로 네덜란드의 ‘유로테크’ 썰매를 처음 구입해 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은 지난해 2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직전 라트비아의 ‘BTC’로 썰매를 교체했다. 현존하는 봅슬레이 썰매 중 가장 빠르다는 명성을 듣고 과감히 투자한 것이다. 연맹 관계자는 “지난달 월드컵 대회에서 봅슬레이가 사상 최고 성적을 낸 데는 썰매 덕도 무시할 수 없다”며 “썰매가 얼음 위에서 가속이 붙는 과정에서 본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데, 본체가 이 진동을 얼마나 잡아 주느냐가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선수들이 새 썰매가 전보다 진동이 덜하고 안정적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2014년 대표팀과 후원 조인식을 맺고 본격적으로 썰매 제작에 뛰어들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 대표팀이 실제로 타고 경기를 할 썰매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7월 평창 알펜시아 스타트 경기장에서 스타트용 봅슬레이 썰매를 처음 공개한 현대차는 같은 해 12월 8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봅슬레이 독자 모델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전달한 봅슬레이 썰매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것으로, 탄소섬유와 강화 플라스틱을 활용해 썰매를 경량화하고, 동체의 진동을 최소화하는 등 자동차 개발에 들어가는 최첨단 과학 기술들을 접목해 만들어졌다.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썰매 제작이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테스트할 때마다 선수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며 “지속적인 테스트를 통해 평창에서 대표팀이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썰매를 제작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은 1년에 두 번 현대차 봅슬레이를 테스트하고 현대차에 직접 피드백을 주고 있다. ●개개인의 체질까지 분석… ‘강철체력’ 만든다 기록 단축을 위해서는 썰매를 끄는 사람도 썰매만큼 중요하다. 8~15%가량 경사도의 내리막 코스에서 썰매의 가속을 이용해 속도 경쟁을 펼치는 경기 특성상 기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곳은 가속이 시작되는 스타트 구간이다. 이 스타트 구간에서 선수들은 스 프린터 못지않은 폭발적인 파워로 최대한 빨리 썰매를 끈 뒤 올라타야 한다. 또 썰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곡선 구간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려가야 하는데 상당한 원심력을 받게 된다. 1G(중력가속도)가 평상시 사람 한 명의 체중에 해당한다면 썰매는 최대 5G가 발생한다. 높은 G값에 장시간 노출되면 정신을 잃게 된다. 민 박사는 “지난 시즌에 열린 대회를 모두 분석했는데 1위부터 10위 팀 중 9개 팀이 스타트 기록이 빨랐을 때 최종 기록도 단축됐다”며 “코스를 주행하는 드라이빙 능력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스타트다. 스타트 기록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즌 전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인 체력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타입부터 분석해 선수별 맞춤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각자 체질에 맞게 짜인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은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는 근육인 속근섬유를 강화시킬 수 있었다. 또 모든 선수들의 스타트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선수 개개인의 발이 어느 쪽으로 쏠려 있는지 확인한 뒤 교정하도록 했다. 동시에 심리영상학 박사들은 엄청난 속도를 체감해야 하는 선수들의 공포도를 조사해 멘털 훈련에 집중했다. 윤성빈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우린 왜 열심히 하는데 안 될까라고 생각했다”며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 덕분에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민 박사는 “썰매종목은 썰매 동체와 체력 훈련뿐만 아니라 헬멧, 복장까지 사소한 장비도 공기저항에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처럼 과학적인 분석으로 훈련에 접근한다면 평창에서 메달이 아니라 메달 색깔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2016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노인과 바닥-김주원

    [2016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노인과 바닥-김주원

    >> 등장인물 노인(77) 소년(12)-아역이 아닌 성인 배우가 연기할 경우 의상으로 소년다움을 표현 노인의 아들(50세) 노인의 며느리(40대 후반) 노인의 중년 시절 목소리와 친구 목소리-1인 다역 가능 무대 불이 켜지면 단출한 방이 보인다. 정면 벽면에 가족사진이 비스듬하게 걸려 있다. 노인 부부의 중년 시절 모습으로 가운데에 12살 아들이 있다. 아들의 모습은 극 중 소년과 일치. 구석에 오래된 소형 냉장고. 그 옆에 환경미화원들이 사용하는 커다란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기대어 놓여 있다. 우산 통에 우산이 하나 꽂혀 있다. 가난한 분위기보다 가구가 없는 느낌으로 표현. 정면을 보며 방바닥에 앉아 두 손으로 낚싯대를 잡고 있는 노인. 낚싯바늘에 미끼도 없다. 배우가 손으로 낚싯대를 들고 연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낚싯대를 받칠 수 있는 탁자가 있어도 무방하다. 낚싯줄은 힘없이 바닥에 축 늘어져 있다. 노인은 사뭇 진지하다. 시간 비 오는 밤 노인의 방 빗소리 점점 거세지는가 싶더니 천둥소리. 노인: (폭우 소리에 주위를 돌아보며) 꼭 그놈 울음소리 같군. 낚싯대를 잡고 다시 집중하며, 노인: 놈은 모를 게야. 이 늙은이가 여기서 자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개나리 진달래 핀 봄에 오려나. 햇살 따뜻한 여름이려나. 낙엽 뚝뚝 떨어지는 가을, 하얀 눈 푹푹 날리는 겨울에 올까. 근데 딱 오늘 같은 날이었군. 비 오는 이런 밤에 누가 와도 모르지. 아무렴, 누구 하나 죽어도 모를 날씨야. 빗소리 잠잠해지고 똑똑, 노크 소리. 소년 목소리: 저예요. 또 문밖에 왔어요. 노인: 비 맞을라. 얼른 들어오너라. 소년 목소리: 전 이 정도 비바람엔 끄떡없는걸요. 노인: 다행이다. 아까 그놈은 울부짖더구나. 소년 목소리: 전 안 울어요. 약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노인: 사람이 약하기만 한 건 아니란다. 소년 목소리: 때에 따라 날씨처럼 바뀌죠. 노인: 어서 그놈이 와야 할 텐데. 소년 목소리: 또 그놈을 기다리나요? 노인: 그래. 아무래도 오늘은 놈이 올 것 같다. 소년 목소리: 도대체 언제 저랑 함께 가실 거예요? 노인: 얘야, 난 그놈을 기다려야 한다. 만나야 해. 소년 목소리: 그럼, 전 그놈이 올 때까지 기다려요? 노인: 바쁘면 먼저 가려무나. 소년 목소리: 그럴 수 없으니 문제죠. 노인: 늙은이가 된 후부터 그놈을 기다려 왔지. 소년 목소리: (웃으며) 늙은이요? 언제 늙은이가 되셨는데요. 노인: 기다리면서부터. 여기 이렇게 낚싯대 앞에서. 낚싯대를 쥔 노인의 손이 슬쩍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고기 입질이 온 듯. 노인: 쉿. 소년 목소리: 왔나요? 그놈이? 노인 일어나 낚싯대를 쥐고 크게 좌우로 휘청댄다. 큰 물고기 움직임에 따라가듯이. 노인: 그런 것 같구나. 노인 어떻게든 낚싯대를 끌어 올리려고 한다. 빗소리 거세지고 노인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다 낚싯대를 놓치며 뒤로 넘어진다. 암전 무대 불 켜지고, 노인 허탈하게 앉아 있다. 곧 방문 열리고 소년 들어온다. 노인: 그놈이 아니었어. 소년: 저 왔어요. 노인: 오늘도 보여 줄 게 없구나. 소년: 할아버지만 있음 돼요. 노인: 오늘도 오지 않으려나 보다. 그놈이 아니었어. 소년: 대신 이렇게 제가 왔잖아요. 노인: 하지만 방금 엄청난 놈을 놓쳤다. (일어나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적어도 이만 한 놈이었는데. 아니 훨씬 클 거다. 소년: 저도 알고 보면 엄청난 놈인데. 알면 깜짝 놀랄걸요? (낚싯대를 주워 와 굽히며) 와우 굉장한 놈이었나 봐요. 휘어졌어요. 할아버지 허리처럼. 노인: 어쩔 수 없어. 시간이 쾅쾅 밟고 가는데 별 수 있나. 소년: (한 손에 낚싯대를 들고) 다시 보세요. 멀쩡해요. 노인: 내 허리도 멀쩡하다. 이 바닥에서 낚시하는 덴 지장 없지. 얘야, 그걸 이리 다오. 소년, 낚싯대를 노인에게 건네며 그 옆에 앉는다. 노인, 정면을 바라보며 다시 낚시를 하고 소년: 다시 기다리는 건가요? 노인: 그놈은 온다. 소년: 놈이 알까요. 할아버지가 이렇게 기다리는데. 노인: 그냥 기다려야 하는 거야. 서두르면 안 돼. 소년: 알아요. 저도. 그래서 밤마다 그냥 여기 앉아 있잖아요. 노인: 놈은 온다. 꼭 와. 오늘 밤이 가기 전에. 소년: 어휴,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저도 빨리 할아버지와 여길 떠나고 싶거든요. 노인: 아까 놈이 울었단다. 창에 찔린 것마냥 고통스런 비명이었다. 결국 여기로 올 수밖에 없어. 살기 위해서 나를 찾아올 게다. 소년: 죽기 위해서가 아니고요? 노인: 죽을 거면 저렇게 비명도 지르지 않았어. 계속 나한테 신호를 보내는 거야. 놈은 알아. 내가 자기를 살려 줄 불빛이라는 걸. 소년: 과연 그럴까요. 노인: 그런 장면이 꿈에 나왔어. 요즘 매일 그놈 꿈을 꾼다. 그놈은 피를 철철 흘리며 나를 찾아와. 붉은 피는 보이는데 그놈 모습은 희미하지. 소년: 치, 할아버지는 바로 옆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빗줄기 소리 다시 들리고, 낚싯대가 꿈틀거린다. 소년: 어? 그놈인가요? 노인: 이놈은…, 이놈은! 노인 일어나서 낚싯대를 끌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빗줄기 소리 점점 거세지고 노인은 낚싯대를 붙잡고 버둥댄다. 소년: 도울게요. 노인: 아니다! 소년: 제 허리는 멀쩡해요. 제 팔 힘은 어마어마하죠. 한 손으로 그놈도 때려눕힐 수도 있어요. 노인: 얘야, 비켜라. 이건 나와 놈과의 일이다. 소년 뒤로 조금씩 물러나며 퇴장 무대 조명, 낚싯대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만 비추는 가운데 빗줄기 소리 점점 거세진다. 방문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문 열리며 며느리 등장한다. 며느리 노인을 보고 놀라며 조심스레 주변을 맴돈다. 노인이 낚싯대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며느리가 한 손으로 잡는다. 노인 비로소 며느리 바라보고 빗줄기 소리는 점점 약해지며 꺼짐. 며느리: (낚싯대를 뺏어 뒤에 들고) 아버님도 제정신이 아니군요. 노인: (정신 차려 며느리 바라보며) 누구신지…. 며느리: 저를 못 알아보시겠어요? 상태가 더 악화되셨군요. 저예요. 아직까지 아버님 아들하고 이혼 안 하고 같이 사는 여자. 노인: 그래, 내 아들 결혼식 때 봤구나. 20년 만인가. 며느리: 10년 만이에요. 아버님. 노인: 아하, 그래 오랜만이구나. 며느리: 전혀 반가운 표정이 아니시네요. 노인: 아니다. 네가 올 줄 몰라서 당황스럽긴 하다. 하지만 방금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나서 그래. 며느리: 무슨 일이죠? 지금 저희 집안 돌아가는 것보다 더 당황스런 일이 있겠어요? 노인: 아깝게 놓쳤어. 네가 들어오는 바람에 그놈이 달아났다. 며느리: (히스테릭하게) 어딜 가나 제 탓! 아버님도 제 탓이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올걸 그랬어요. 아버님마저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노인: 네 탓이라고는 안 했다. 며느리: 방금 제가 와서 잘못됐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요. 저는 잘못됐어요. 그런데 제가 뭘 잘못했나요? 며느리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한다. 노인, 한 손으로 며느리의 어깨를 다독여 준다. 노인: 얘야, 잘 왔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기다렸단다. 며느리: (고개 들며) 저를요? 노인: 그놈을 가장 기다렸지. 하지만 네가 와도 좋구나. 여기에 너무 오랫동안 사람이 오지 않았어. 며느리: 맞아요. 그 애는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어요. 노인: 그 애라니. 내 아들 말이냐. 그 애가 혼자 있니? 며느리: 아니, 아버님 손자요. 그이는 애가 아니잖아요. 노인: 나한테는 애로만 보이는구나. 그 애가 안 온 지 꽤 됐지. (가족사진을 보며) 저 사진을 찍을 때 참 좋았다. 그때는 몰랐지. 저 때 그 애가 몇 살인 줄 아니? 며느리: 아버님의 그 애가 사진 속에서 몇 살인지, 그런 게 뭐가 중요하죠? 노인: 열두 살이란다. 저 때 저 애를 데리고 바다 여행을 그렇게 다녔다. 며느리: 과거잖아요. 중요한 건 현재라고요. 노인: 현재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게냐? 며느리: 문제투성이죠. 아버님도 저도. 아버님의 손자까지도. 그 애는 잘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뭐하는지 아세요? 대학 실패하고 방에서 게임만 해요. 노인: 나도 방에서 낚시만 한다. 며느리: 아버님은 노인이잖아요. 그 앤 팔팔하다고요. 노인: 기다려 봐라. 다 때가 올 게다. 그 애도 기다리고 있을 게야. 자, 낚싯대를 다오. 지금 나는 낚시를 해야 할 때야. 며느리: (낚싯대를 더 뒤로 감추며) 그럴 때가 아닐 텐데요. 노인: 넌 모를 게다. 내가 여기서 얼마나 오래 낚싯대를 붙잡고 있었는지. 얼마나 애타게 그놈을 기다려 왔는지. 어서 낚싯대를 다오. 며느리: 그보다 허리는 어떠세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오년 전 새벽 청소하다 빙판길에 미끄러지셨다면서요. 노인: 참 일찍 묻는구나. 며느리: 저도 정신없었어요. 그 애는 저하고 한마디도 말을 안 해요. 전 혼자 상담받으러 다니느라 힘들었어요. 노력할 만큼 했다고요! 노인: 내 허리는 좋다. 낚시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 며느리: 솔직히 망가졌잖아요. 그 후로 일을 못 하시죠. 노인: 낚시는 할 수 있다. 낚시하며 기다리는 일도 할 수 있지. 며느리: 그런 건 일이 아니에요. 돈이 나와야 일이죠. 지금 집에 일하는 사람이 없어요. 다들 불량품이 됐다고요. 그래도 아버님은 멀쩡하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제정신이 아니실 줄이야. 노인: 나는 멀쩡하다. 낚싯대를 다오. 며느리: 제발 그만하세요. 노인: 내 집이야. 뭐든 할 수 있다. 내 맘대로. 며느리: 하지만 명의는 그이 앞으로 되어 있잖아요. 확인하고 오는 길이에요. 노인: 그래서 낚시를 하지 말라는 거냐? 이 집은 내가 청소해서 겨우 마련한 거야. 그 애 앞으로 해 놓은 것도 나다. 며느리: 이런 곳에 아버님을 방치할 수 없어요. 노인: 방치라니, 여기서 난 일을 하고 있다. 며느리: 무슨 일요? 노인: 그놈을 기다리는 일. 오늘처럼 비바람이 불었다가 잔잔해지면 심장이 뛴다. 이 나이에 심장이 뛰다니. 두근두근 누가 북을 치는 것마냥. 이게 다 그놈 때문이야. 얘야(귓속말하듯 가까이) 이 바닥 아래에 깊은 바다가 있어요. (정면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넓기도 하단다. 며느리: 정신 차리세요. 우리는 바닥에 있어요. 아버님! 빗소리 들리는 가운데 노인 천천히 바닥에 누우며 노인: 그날도 비가 왔어. 밤이었다. 새벽이었나. 뭐 늙은이 혼자 있는데 밤인지 새벽인지가 뭐가 중요하겠어. 이러고 바닥에 귀를 대고 있는데 들리는 게야. 그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나지막하게) 왜에 왜에 왜에 로오옵 로오옵 로오옵 다아다아다아. (천천히 일어나며) 뭐지. 빗소리를 뚫고 깊은 데서 신음처럼 올라오는 이 소리는 뭘까. 다음 날 바닥에 귀를 대고 있으니 파도소리가 들렸어. 이 바닥 깊은 곳에 바다가 있는 게야. 그놈은 거기에서 혼자서 울고 있던 거고. 상상이 안 가지? 나도 허리 다치기 전에는 몰랐단다. 며느리: 그때는 새벽부터 이 일 저 일 나가셨잖아요. 깊이 주무셨을 텐데. 노인: 그래, 일을 안 나가고 바닥에 누워 있으니 들리더구나. 며느리: 다 일을 못해서 생긴 병이에요. 노인: 병이 아니다. 며느리: 그이는 병에 걸렸어요. 노인: 뭐라고? 며느리: 네, 아버님 아들이 병에 걸렸어요. 보증까지 서더니 결국 사기당했어요. 백세시대라는데 인생의 절반까지 모은 재산을 날렸어요. 노인: 그 애는 어디에 있니. 며느리: 사기꾼 잡겠다고 전국을 이리저리 다녔죠. 올 초에 빈손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바닥에 누워 헛소리를 해요. 노인: 그 애도 바닥에서 바다를 발견한 거니? 며느리: 뭘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그이는 제정신이 아니에요. 3년 전, 회사 정리해고 명단에 그이가 포함됐죠. 처음부터 제가 그 친구 조심하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돈을 빌려주고 순진하게 낚인 거예요. 친구가 아니라 사기꾼이죠. 그래도 걱정 마세요. 이 집은 안전하니까요. 노인: 마침내, 너희에게 이걸 줄 때가 왔구나. 며느리: 이제 말이 통하네요. 아버님. 그래서 십년 만에 아버님을 찾아온 거예요. 노인 냉장고에서 오래된 책을 한 권 꺼내 가져온다. 책 제목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노인: 헤밍웨이란 작자가 쓴 노인과 바다란다. 이걸 읽으면 견딜 수 있다. 내가 그랬거든. 며느리: 작자가 아니라 작가예요. 아버님은 제정신이 아니시네요. 노인: 난 멀쩡하다. 봐, 낚시도 하잖니. 아직 귀도 멀쩡해서 저 밑바닥에 있는 바닷소리도 듣는다. 며느리: 방금 책을 냉장고에서 꺼내셨잖아요! 노인: 이건 내 꿈이었다. 꿈은 싱싱해야 하니까. 상하면 안 되지. (책 냄새를 맡으며) 다행히 아직은 괜찮구나. (책을 들어 휘리릭 넘겨 보이며) 자 바다가 보이지? 며느리: 우린 바닥에 있다니까요! 노인: 네 나이 때 길바닥 청소를 하다가 주웠지. 성탄절 새벽이었다. 버릴 수 없었어. 바다, 라는 두 글자 때문이었다. 젊어서는 배를 타고 멀리 나가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 수 없었지. 바닥이 날 잡아 끌었으니까. 가족이 먹고살 만해지면 바다에 나가려고 했는데…. 어느 날 눈 떠 보니 나는 노인이 되어 바닥에 누워 있더구나. 하지만 이 바닥 깊은 곳에 바다가 있을 줄이야. 자, 어서 낚싯대를 다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노인: (천장을 두리번거리며) 그놈이 올 것 같아. 그놈이 오기에 딱 좋은 날씨군. 자, 빨리 그걸 달라니까. 며느리: 아뇨. 그이도 아버님도 치료가 필요해요. 노인: 병원은 필요 없다. 며느리: 병원이 아니에요. 주변에 푸른 나무들이 있을 거예요. 공기도 상쾌할 거예요. 무엇보다 아버님은 혼자가 아닐 거구요. 이런 낚시는 거기서도 맘껏 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이 집을 팔아야 해요. 천둥소리! 며느리 깜짝 놀란 틈을 타 노인 낚싯대를 뺏어 온다. 대신 며느리 품에 책을 안겨 주며 노인: 자, 이걸 그 애한테 전해다오. 며느리: (책을 한 손에 들고 어이없어하며) 우리가 봐야 할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이 집이 필요해요. 현실을 똑바로 보세요. 며느리 퇴장. 문밖에다 책을 홱 버린다. 노인 정면 보며 낚시를 한다. 빗소리 점점 줄어들며 똑똑 노크 소리 들리고 소년 목소리: 들어가도 돼요? 노인: 또 비가 오는구나. 추울 테니 어서 들어오너라. 소년 목소리: 추위 따위가 제 일을 방해하지는 못해요. 그리고 전 추위 같은 건 아무렇지 않아요. 노인: 젊었을 땐 나도 그랬지. 너만 한 아들이 있었을 때 말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두렵지 않았어. 아들이 쑥쑥 크고 있었으니까. 가진 게 없는 이들에겐 견디는 힘이 필요하지. 어느 날 바닥 청소를 하다가 허리가 아파 고갤 들었을 때 알았나. 아들은 이미 지 애비 키를 훌쩍 뛰어넘어 있었어. 그리고 내 몸에서 젊음이 빠져나갔더구나. 소년: 아 참, 누가 이겼어요? 노인: 모르겠다. 며느리하고 나 둘뿐이라서. 우리 둘 중 누가 이겼다고 할 수 있겠니. 소년, 문 열고 들어와 노인의 옆에 앉는다. 소년: 아이 참, 그놈하고 한 판 승부 말이에요. 노인: 안 왔다. 소년: 아까 왔다고 했잖아요. 노인: 그놈은 늘 올락 말락 한 곳에 있지. 그리고 난 그놈과 승부를 하려는 게 아니야. 소년: 그럼요? 노인: 그냥 만나고 싶구나. 놈을 억지로 여기 데려올 수는 없어. 정말 올 마음이 있다면 놈 스스로 낚싯줄에 걸려들 거야. 그럼 난 힘들이지 않고 들어 올리기만 하면 돼. 소년: 그놈이 올까요? 오늘이 가기 전에. 노인: 올 거야. 소년: 할아버지는 왜 그놈을 기다리죠? 노인: 그게 내 일이란다. 마음이 끌리는 일. 소년: 어서 그놈이 왔으면 좋겠어요. 노인: 너도 그놈이 보고 싶니? 소년: 전 그놈을 기다리는 할아버지를 기다려요. 노인: 오늘은 특별한 날이구나. 오랫동안 낚싯대를 들고 있었지만, 이런 날은 처음이야. 하루에 두 명이나 여길 왔어. 그중 한 명이 가족이라니. 소년: 오랫동안 가족이 안 왔군요. 노인: 한때 내 가족은 셋이었다. 아내와 아들이 함께 있을 때. 까마득한 일이야. 소년, 일어나 벽면 뒷면에 비스듬하게 걸린 가족사진을 본다. 소년: 아들이 엄마를 닮았네요. 노인: 깊은 데는 날 더 닮았지. 사람 말을 잘 믿는 거. 저 애가 친구한테 돈을 빌려줬다더군. 친구 사정이 딱했던 모양이지. 나도 그랬던 적이 있어. 그때 돈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어. 기억이 안 나. 가끔 이럴 때 답답하지. 바닥에서 뭔가를 끌어 올리고 싶은데 아무것도 안 걸리는 게야. 소년: 도와드릴까요? 노인: 네가 말이냐? 소년: 비키라고 안 하시면. 소년, 양반다리로 앉은 다음, 자연스레 노인의 머리를 제 다리에 눕힌다. 노인, 소년의 다리를 베고 옆으로 누운 모습. 소년: 자, 눈을 감아 보세요. 기억이 떠오를 거예요. 영화의 되감기 장면처럼. 노인:(눈 감고) 그래, 그때 친구 놈 말을 끔찍하게 믿었지. 아니 믿고 말고 할 게 없었어. 당장 어린 아들이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어쩌겠어. 친구 놈은 내가 적금 타는 걸 알고 있었거든. 퇴직금을 받는 대로 준다고 했는데. 소년: 못 받았나요? 노인: 안 받았지. 소년: 사람들은 돈이라면 다 좋아하지 않나요? 돈 싫어하는 사람 못 봤어요. 자식이 돈 때문에 집에 불 질러서 부모가 한날한시에 죽는 경우도 많아요. 부모가 돈 타려고 어린 자식을 보내는 경우도 있고요. 근데 왜 그 돈을 안 받았나요? 노인:(침울한 목소리로) 그 돈을 내가…어찌 받나. (사이) 친구 놈이 영영 떠났어. 차 사고로. 아들을 따라간 게야. 아들이 수술 도중에 먼저 갔거든. 무대 어두워지고, 허공에서 40대 중반 노인과 친구 목소리 들린다. 노인 목소리: (40대 중반) 자네 아들 수술, 이번에는 성공할 거야. (사이) 돈 꼭 돌려줘야 하네. 친구 목소리: 고맙네. 내일모레 퇴직금 들어오니까 걱정 말고. 내가 무슨 일을 해서라도 줄 테니까. 노인: 그건 친구 목숨 값이었어. 뒤늦게 친구의 편지를 받고 알았지. 그 친구가 저세상으로 갔다고 하니, 아내가 깜빡했다며 등기 우편을 하나 내밀더군. 편지에 사망 보험금 수령인을 나로 해 놨다고 쓰여 있더군. 더 일찍 읽었더라면…. 소년: 뭐가 달라졌을까요. 노인: 아내에게 화를 내지 않았겠지. 그때부터 아내의 뇌에 고드름이 생긴 것 같아. 내 머리에 흰머리가 군데군데 쌓일 때 아내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 아내의 뇌에 녹지 않을 고드름이 크게 자리 잡았거든. 아내의 종양은 고드름 모양이었어. 아내는 고통스러워했어. 아내가 떠났을 때 난 이렇게 말했어. 축하해, 여보. 노인, 태아처럼 몸을 웅크려 본다. 소년, 낚싯대를 바닥에 내려놓고 노인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노인: 왜 나만 이러고 있지. 친구도 아내도 떠났는데. 소년, 노인을 일으켜 앉히며 소년: 할아버지, 눈 뜨세요. 노인, 눈 뜨고 낚싯대를 잡는다. 소년: 지금은 아들과 둘이 남은 건가요? 노인: 나 혼자란다. 그놈이 오기 전까지. 소년: 저도 끼워 주세요. 그럼 다시 셋이 되잖아요. 노인: 너는 가족이 아니잖니. 소년: 그럼, 그놈은 할아버지와 가족인가요? 노인: 모르겠구나. 오래전에 이 바닥에서 그놈의 숨소리를 들었다. 놈은 심해에서 혼자 버티고 있었지. 그 소리를 계속 들으며, 고통스러웠어. 여기 가슴이 아팠다. 왜 나도 아플까. 저 밑바닥에서 놈을 끌어 올리기로 했지. 그때부터 놈은 남이 아니었다. 소년: 그놈이 올 때까지 할아버지는 여기를 안 떠나겠네요. 노인: 올 거야, 놈은. 소년: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벌써 밤 열한 시예요. 노인: 이 방에는 시계가 없단다. 빛과 어둠만 드나들 뿐이지. 소년: 그래도 저는 알아요. 전 남들과 다르다니까요. 노인: 쉿! 빗소리 들리기 시작하고. 입질이 온 듯 노인 낚싯대 쥔 손을 움직인다. 소년: 빗소리예요. 노인: 저 밑바닥에서 뭐가 이리로 왔어. 얘야, 봐라. 이 줄의 움직임을. (낚싯대 움직임을 크게 하며) 노인 일어나 낚싯대를 크게 움직이며 버둥거린다. 큰 물고기를 끌어 올리는 듯. 소년: 도와드려요? 노인: 아니다. 소년: 이번에도 놓치면 어쩌시려고…. 노인: 정말 그놈 같구나! 소년: 전 정말 힘이 세다니까요. 숨을 들이마시면 (관객석을 쭉 가리키며) 여기 있는 영혼까지 죄다 빨아들일 수 있는데. 노인: 얘야, 부탁이다. 뒤로 물러나 있으렴. 무대 불 꺼졌다 켜졌다 하는 도중에 파도 소리, 거센 빗소리 들린다. 바다 한가운데서 혼자 큰 물고기를 잡아 올리려는 듯이 노인 무대 위에서 사투를 벌인다. 점점 폭우 소리 정점을 향해 가다 절정에서 무대 불과 소리 동시에 꺼짐. 그와 동시에 소년 퇴장하고 문이 열리고 아들 던져진 듯 노인 옆에 등장. 아들은 책 ‘노인과 바다’를 가슴에 끌어안고 있다. 무대 불 켜지고 쓰러진 노인 옆에 아들이 앉아 있다. 이 와중에도 노인은 손에 낚싯대를 쥐고 있다. 아들: (노인을 부축해 앉히며) 아버지, 왜 바닥에 쓰러져 계세요. 노인: (두 손으로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어디서 온 게냐. 얼굴이 상했구나. 아들: (고개를 돌리며)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어요. (관객 중 한 명을 가리키며) 저 자 보이세요? 저 사람이 아까부터 저를 쫓아다니고 있어요. 노인: 안 보인다. 내 눈엔 너밖에 안 보인다. 아들: 아버지, 작게 말씀하세요. (빗자루를 가리키며) 여기에 도청 장치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혹시 누가 오면 절대 문 열어 주지 마세요. 여기 들이면 안 돼요. 높은 곳에서 아버지를 잡으러 올 수 있어요. 노인: 높은 곳에서 왜 나 같은 늙은이를. 아들: (비밀을 말하듯이 은밀하게) 그들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우리 같은 사람을 쥐도 새도 모르게 잡으러 오는 일당이죠. 노인: (아들의 품에서 책을 꺼내 들고) 이건…. 아들: 문 앞에 떨어져 있었어요. 일당이 일부러 놓고 간 거죠. 노인: 내 정신이 깜빡깜빡하지만 이건 기억난다. 내가 며느리한테 준 거야. 아들: 아내가 떨어뜨린 건 맞겠죠. 문제는 그걸 조종한 게 그 일당이라는 겁니다. 노인: 잘 이해가 안 가는구나. 아들: 그럼 알기 쉬운 얘기부터 할게요. 예전에 아버지가 주워 온 책이잖아요. 밤에 아버지는 술 한 잔 마시며 이 책을 읽었죠. 전 그때 아버지가 신기했어요. 책을 읽다니. 그것도 저런 지루한 책을 진지하게. 낯설었어요. 노인: 난 바다에 가고 싶었다. 꿈이었다. 넓은 바다를 보며 한 가지 일만 하고 싶었지.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그런데 저 책에 나오는 늙은이는 그러고 살더구나. 심심하지 않게 말 걸어 주는 손자 같은 녀석도 있고. 아들: 지금도 그런 삶을 꿈꾸세요? 노인: 모르겠구나. 여기서 나도 한 가지 일을 하고 있지. 네가 발길을 끊은 후부터였나. 아들, 침묵 노인: 여기서 그놈을 기다렸단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아까만 해도 간절했는데. 순식간에 산 정상에서 내려온 것 같으니. 아들: 잠깐 그놈이라니요? 설마 그놈이 여기에 왔었나요? 아버지 조심하세요. 놈은 아버지를 데리러 왔다구요. 절대로 들여보내지 마세요. 노인: 그놈은 해가 되지 않아. 어디서 무슨 말을 들은 게야. 아들: 그 사람이 찾아왔다면서요. 노인: 그놈 말이냐? 아들: 아니, 이번에는 기찬이 엄마요. 아버님 며느리. 노인: 미안하다. 3년 만에 만나 그런지 아까부터 네 말을 한번에 못 알아듣겠다. 아들: 그 사람 말로는 아버지가 제정신이 아니래요. 노인: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구나. 아주 익숙해. 아마 나한테도 네 아내가 그 말을 수차례 하고 간 모양이다. 아들: 상처받지 마세요. 저도 매일 들어요. 노인: 얘야, 너야말로 상처받지 마라. 용서하고 기도해라. 아들: (욱 하듯이) 어떤 용서요? 무슨 기도를 하라는 거죠? 저는 된통 당했어요. 평생 모은 돈을 그놈이 들고 튀었다고요. 보통 사람이 할 짓이 아니죠. 아, 사실 그놈은 보통 놈이 아니었어요. 알고 보니 국가정보기관에서 일하는 놈이었죠. 저랑 사업 얘기를 할 때 만년필 머리를 꾹 누르곤 했는데, 실은 그게 녹음기였던 거예요. 노인: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아들: 그걸 들으며 어떻게 하면 저 같은 사람을 속일 수 있을까. 등쳐 먹을 수 있을까. 박사들이 연구를 하는 거예요. 노인: 국가에서 너한테 사기를 쳤다는 게냐. 왜 하필 너를. 아들: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괴로웠죠. 왜 나한테 이 일이 일어났을까. 전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회사가 하라는 대로 했고 세금은 월급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갔죠. 그런데 아들 녀석은 대학에 떨어지고, 친구는 저한테 사기치고. 아내는…… 밤에 제 옆에 오지 않아요. 딜도와 함께 있죠. 노인: 딜도? 그게 높은 사람 이름이냐? 아들: 아니에요, 아버지. 여기서 딜도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전 국가에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어요. 물론 제 가족에게도요. 노인: 내가 보증하지. 넌 잘못하지 않았어. 아들: 아, 그 말씀은 안 들은 걸로 할게요. 아버지, 절대 보증은 서면 안 돼요. 제가 아들이어도 안 되는 거예요. 노인: 너는 착한 아이였다. 개근상을 꼬박꼬박 타왔지. 아들: 바로 그게 문제였어요. 전 만만한 사람이었어요. 일부러 저 같은 사람을 찾아내는 거죠. 국가기관에서 사람을 보내 저 같은 서민한테 사기를 치는 거예요. 그렇게 세금을 확보하는 거죠. 노인: 그럼 서민한테 사기 치는 사람들이……. 아들: 실은 특수 공무원들이죠. 노인: 아니야. 너는 만만하지 않다. 재수도 하지 않고 대학에 붙었잖니. 아들: 네, 그 점도 문제였어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걸. 올 봄까지 전국 바닥을 돌아다녔어요. 경찰에 신고해도 그놈을 잡을 수 없었어요. 그때 알았죠. 모두 한통속이구나. 이 비밀 시스템을 알아 버린 거예요. 순전히 촉으로 말이죠. 그 뒤부터 저한테 감시자가 붙었어요. 제가 이 사실을 터뜨릴까 봐 감시하는 거예요. (노인의 손을 잡으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버지도 조심하셔야 해요. 노인: (아들의 뺨을 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얘야, 너야말로 조심해라. 아들: 우리는 표적이 됐어요. 제가 아버지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어요. 일당은 저를 협박하기 위해 아버지를 납치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 아내 말대로 (가까이 귓속말하듯) 일단 요양원에 들어가세요. 시간이 지나면 제가 아버지 꿈을 이루어 드릴게요. 노인: 내 꿈? 아들: 바다에 보내 드릴게요. 노인: 괜찮다. 낚시는 이 바닥에서도 할 수 있다. 아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이 바닥은 위험해요. 노인, 비로소 낚싯대를 내려놓는다. 다음, 아들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아들을 안아 주며 노인: 얘야, 걱정 말아라.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한다. 무엇도 널 망가뜨리지 못해. 너는 잘못하지 않았다.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아니? 네가 훌훌 털고 일어나는 거다. 나는 이 바닥에서 버텨 왔다. 너도 여기에서 다시 시작해 봐. 아들, 두 손으로 아버지를 꼭 끌어안는다. 빗소리 들린다. 포옹을 풀고 아들 문 쪽으로 간다. 노인, 아들에게 ‘노인과 바다’ 책을 건넨다. 그 다음 우산 통에서 우산을 꺼내 아들 손에 쥐어 주며 노인: 바닥에서 일어나 보란 듯이 다시 걸어가렴. 그게 그들이 가장 겁내는 일이야. 혼자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마. 아들 퇴장한다. 노인, 무대 중앙으로 와서 바닥에 옆으로 눕는다. 봄비처럼 가느다란 빗소리 들리는 가운데, 소년 목소리:(들뜬 목소리로) 할아버지, 할아버지. 노인: 밖에서 나를 기다렸구나. 소년 목소리: 저 방금 그놈 봤어요. 그놈이 할아버지 집에서 막 나왔어요. 노인: 어때 보이든? 많이 아파 보이든? 소년 목소리: 상처가 크긴 해요. 하지만 바로 죽을 정도는 아니에요. 좀 절뚝거리긴 하겠지만 혼자 살아가는 덴 문제없어요. 노인: 얘야, 네 목소리가 익숙하구나. 많이 들어 본 목소리야. 소년 목소리: 그놈하고 얼굴도 똑같이 생겼는걸요. 가족사진에서 봤어요. 전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로 찾아가거든요. 노인: 그래, 어서 들어오너라. 소년 목소리: 이제 저랑 함께 가실 거죠? 노인: 그러자꾸나. 근데 이렇게 밤이 깊었는데 어디로 갈까나. 소년 목소리: 바다로 갈까요. 노인: 그것도 좋지. 노인, 미소 띤 얼굴로 눈을 감는다. 암전
  • 빙판길 방심하다 쿵! 1월 낙상 사고 주의보

    빙판길 방심하다 쿵! 1월 낙상 사고 주의보

    2010년 12월 26일 대구 수성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황모(63)씨가 눈길에 미끄러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뇌출혈 때문에 1시간 만에 숨지고 말았다. 새해 이틀째인 2012년 1월 2일 서울 중구 필동 주택가 이면도로에선 김모(80)씨가 얼어붙은 길에서 넘어진 뒤 늦게 발견돼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국민안전처는 2012~2014년 아래팔 골절 환자 수를 바탕으로 낙상 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1월 둘째 주말부터는 전국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주의해야 한다. 월별 통계를 보면 1월에 낙상 사고가 14만 687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2월 14만 3190건, 2월 14만 2956건, 3월 12만 7478건 순이었다. 빙판길 낙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눈이 내린 뒤 외출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외출을 해야 한다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추위로 굳어진 근육과 관절을 풀어 주기 위해 외출 전 10분쯤 스트레칭을 한다. 또 등산화와 같이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착용하고 보폭은 평소보다 10~20% 줄여 종종걸음으로 걷는 게 한층 안전하다. 신발 바닥에 눈길용 스파이크를 부착하는 것도 괜찮다. 아울러 넘어질 때 대비할 수 있도록 장갑을 착용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휴대전화 통화는 삼간다. 넘어졌을 때의 대처도 중요하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다음 다친 곳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안전처 관계자는 “환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절반을 조금 밑도는 43%에 이른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60대 22%, 70대 16%, 80세 이상 5%였다. 고령자들에게 흔한 고관절 골절 환자의 경우 1년 이내 사망률이 25%나 된다. 미국에선 노인 사망 원인 중 5위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연말 눈 그치면 맑은 연시

    2015년 을미년의 마지막 이틀은 눈이나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16년 새해 첫날은 전국이 비교적 맑은 날씨를 보여 해돋이를 볼 수 있겠다. 기상청은 29일 “북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30일 오후 중부 서해안부터 눈 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31일 오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31일까지 예상 적설량은 경기 북부와 강원도, 제주 산간 지역은 2~7㎝, 중부지방과 남부 내륙 지역은 1~3㎝다. 그 밖의 지역 강수량은 5㎜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눈이나 비가 내리겠지만 쌓이지 않아 31일 아침 출근길이 빙판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아침 기온은 30일 영하 3도, 31일 영하 1도 등으로 다소 누그러지겠다. 한편 31일 오후 서해상에 구름이 폭넓게 분포하면서 충청 이남 서해안과 제주도에서는 2015년 마지막 해넘이를 보기 어렵겠다. 새해 첫날인 1일 아침은 전국이 비교적 맑은 날씨를 보여 해돋이를 볼 수 있겠지만 동해안의 경우 수평선 위에 다소 두꺼운 구름이 분포해 해돋이 시간이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썰매도 타고 기부도 하고

    영등포구에 논두렁 썰매장이 개장한다. 구는 양평유수지 생태공원에 ‘기부하는 얼음썰매장’을 만들고 내년 1월 4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가을걷이가 끝난 ‘논’을 얼음썰매장으로 새롭게 꾸민 것”이라면서 “어린이들에게는 겨울철 전통놀이의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옛 추억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두렁 썰매장의 규모는 1188㎡(359평)로 꾸몄다. 구는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하루 두 번 이상 빙판을 정비할 계획이다. 다음달 31일까지 운영하는 썰매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구 관계자는 “자연 결빙으로 조성된 썰매장이기 때문에 날씨가 따뜻해져 얼음 두께가 얇아지면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 꼭 방문하기 전에 구청 홈페이지에 운영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기획된 논두렁 썰매장은 단순히 놀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구 관계자는 “당초 썰매장의 썰매 대여료를 무료로 할 생각이었는데,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1000원씩 받기로 했다”면서 “대여료로 받은 금액은 모두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재미와 기부가 결합된 ‘퍼네이션’(fun+donation)을 논두렁 썰매장에 도입한 것이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어린이들이 놀이의 즐거움과 기부의 기쁨을 알 수 있다면 이 사업은 성공한 것”이라면서 “온 가족이 이곳에서 얼음 썰매를 타며 행복한 추억을 만든다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제대로 알자! 의학 상식] 50세 이상 고관절 골절 환자 사망률 17%로 일반인의 7배

    빙판길 낙상 사고를 조심해야 하는 겨울이 왔다. 낙상 사고는 특히 노인에게 위험하다. 나이가 많을수록 근력이 약하고 균형감각이 떨어져 젊은 사람보다 쉽게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이 있어 뼈가 약한 사람은 엉덩방아를 찧는 정도의 대수롭지 않은 낙상 사고에도 척추나 고관절(엉덩관절) 주변 뼈가 골절될 수 있고, 손을 짚으면서 손목이 골절될 수도 있다. ●뇌졸중 환자 등 빙판길 주의해야 특히 파킨슨병·뇌졸중·관절염 등 몸의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신경계·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사람, 이뇨제·안정제·항우울제 등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 혈압이 급격히 낮아지는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사람, 시력·청력 장애가 있는 사람 등은 낙상사고의 위험이 더 크다. 넘어지면 척추, 고관절, 손목, 발목 등에 골절상을 입기 쉽다. 가장 흔한 게 척추 골절이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고관절 골절이다. 50세 이상 골절상 환자의 1년 이내 사망률이 무려 17%다. 일반인 사망률과 비교하면 7배 정도 높다. 심한 고관절 골절상을 입으면 잘 걷지 못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보행기, 지팡이와 같은 보조기를 사용해야 한다. 단지 걷기 어려운 것에 그치지 않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낙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팡이·보행기 등 보조기구 사용을 파킨슨병이나 뇌졸중으로 균형 감각이 떨어진 사람은 가벼운 지팡이나 보행기 등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기립성 저혈압이 있다면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것을 붙잡고 일어나거나 천천히 일어나 낙상을 예방해야 한다. 또 여러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약물의 상호 작용으로 어지러움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의사나 약사에게 적절한 복약 지도를 받아야 한다. 시력과 청력이 약한 사람은 이를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낙상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주변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고령자가 있는 집은 조명을 좀더 밝게해야 한다. 문턱을 없애거나 장애물을 치우고, 화장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까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이가 들수록 골다공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 정확한 진단 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골다공증 치료는 칼슘과 비타민D를 보충하는 등 다양한 약물 요법을 쓴다. 전문의와 상담하고서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도움말 윤필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 칼바람 冬冬冬… 출근길 氷氷氷

    칼바람 冬冬冬… 출근길 氷氷氷

    4일부터 다음주 중반까지 영하권의 매서운 겨울 날씨가 계속된다. 지난 2일부터 이틀 동안 내린 눈과 비가 급격히 떨어진 기온 때문에 얼어붙으면서 금요일 출근길은 곳곳에 빙판길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3일 “눈비가 그친 4일부터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되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낮에도 체감온도는 영하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기, 충청, 강원, 경북 북부, 경남 서부 내륙에는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서울도 오전 한때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2013년 12월 12일 이후 2년 만이다. 서울의 경우 이날 낮 12시에 최심적설(하루 중 가장 눈이 많이 쌓였을 때 깊이) 기준 6.5㎝의 눈이 쌓였다. 서울 지역에 6㎝ 이상 눈이 쌓인 것은 2013년 2월 16.5㎝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적설량은 강원도 미시령 15㎝, 경기 여주 14㎝, 강원 횡성 12.5㎝, 경기 수원 7.8㎝, 인천 2.8㎝ 등이다. 경기 남부와 충청 이남 지방은 4일 오전까지 눈이 계속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4도로 시작해 낮에도 최고 3도에 머물겠다. 하루 종일 초속 3~4m의 다소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3~4도 정도 낮겠다. 기상청은 “10일까지 추위가 계속된 뒤 11일부터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파이팅! 빙판 태극전사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태극전사들이 이번 주말 나란히 월드컵에 출전해 금메달 사냥을 노린다. 이상화(26) 등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4~6일 독일 인젤에서 열리는 2015~1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3차 대회에 나선다. 지난달 중순 캐나다와 미국에서 치른 월드컵 1~2차 대회 이후 2주 만에 갖는 국제대회다. 월드컵 포인트 여자 500m 부문 320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상화는 이번 대회에서 1위 장훙(중국·380점)과 진검 승부를 펼친다. 지난 시즌 컨디션 난조에 따른 부진을 털고 새롭게 시작한 이상화는 올 시즌 첫 경기인 지난달 13일 월드컵 1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틀 뒤 2차 레이스와 1주일 뒤 2차 대회 1·2차 레이스는 모두 장훙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금메달리스트인 장훙은 올 시즌 500m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월드컵 2차 대회에선 이상화의 세계기록(36초36)에 0.2초 뒤진 36초56까지 개인 기록을 끌어올리는 등 한창 물오른 컨디션을 과시 중이다. 대표팀은 그러나 1000m를 주 종목으로 하는 박승희(23·화성시청)가 허리 통증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한 데다 장거리 선수 김보름(22·한국체대)도 부상으로 낙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거리 유망주 장미(19·한국체대)가 최근 독일 현지 훈련 도중 팔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어 수술대에 올랐다. 장미는 골절 상태에서 비행기를 타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현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도 4~6일 일본 나고야에서 펼쳐지는 월드컵 3차 대회에 출전한다. 여자부는 1~2차 대회에서 금메달 5개씩을 목에 건 심석희(18·세화여고)와 최민정(17·서현고)이 다관왕을 노린다. 남자부는 월드컵 1~2차 대회 1500m를 잇달아 제패한 곽윤기(26·고양시청) 등이 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편 이상화는 내년 1월 창단 예정인 스포츠토토 빙상단에 합류할 전망이다. 스포츠토토 빙상단의 총감독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레전드’ 이규혁(37)이 맡는다. 빙상 관계자는 2일 “강원도 강릉을 연고로 창단되는 스포츠토토 빙상단의 총감독으로 이규혁이 내정됐다”며 “조만간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코치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규혁과 친분이 깊은 이상화가 팀의 간판선수로 나설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F1과 양대 자동차 경주대회 WRC는

     ‘가장 혹독한 모터스포츠.’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은 전 세계 각 국을 돌며 치러지는 모터스포츠다. F1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경주대회로 꼽힌다.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양산차를 기반으로 레이스를 펼친다는 점에서 F1과 다르다. WRC는 아스팔트와 같은 포장도로는 물론 자갈밭, 빙판길, 활주로, 해수면 높이에서 고지대까지 각종 악조건을 갖춘 13개국 약 1만㎞에 달하는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WRC의 각 랠리는 10~20여개의 스페셜스테이지(SS), 종착점인 파워스테이지(PS) 등으로 구분된다. 각 SS는 20~30㎞의 폐쇄된 도로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모든 SS를 완료한 팀이 우승한다. 랠리는 일반적으로 3일이 소요된다. 시즌 내 각 랠리별 포인트를 합산해 챔피언을 결정한다. 결승점을 끊은 10명의 드라이버들에게 순서대로 포인트가 주어지는데 우승자는 25포인트, 10번째로 진입한 드라이버는 1포인트를 얻는다. 연간 2만 5000대 이상 생산되는 양산차가 참가 조건이다. 현재 1.6ℓ급 GDI 터보엔진에 300마력(최대 출력 규제는 없으나 평균 300마력 초반대)이 기준이다. 티타늄, 마그네슙, 세라믹 등 복합 재료로는 제작이 불가하다. 보조드라이버(네비게이터)가 동승하는 것도 특징이다. 네비게이터들은 메인드라이버 옆좌석에서 각 스테이지 방향과 전략을 전달한다. 연간 360만명이 관람하며 중계 국가만 159개국에 달한다. 미디어 노출 가치는 약 6100억원(4억 8700만 유로). 북웨일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파리의 슬픔을 함께”… 운동장에도 추모 물결

    “파리의 슬픔을 함께”… 운동장에도 추모 물결

    프랑스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예정대로 1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다. 13일 밤 프랑스 파리의 테러 참극에 최소 129명이 묵숨을 잃었고, 프랑스와 독일의 축구 친선경기가 벌어진 파리 외곽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바깥에서 세 차례 자살 폭탄 테러가 있었지만 두 나라 축구협회는 14일 “예정대로 경기를 치른다”고 발표했다. 노엘 르 그레 프랑스축구협회(FFF) 회장은 ‘붉은 수탉들’이 런던으로 원정 갈 것이라고 밝혔다. FFF는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테러리즘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프랑스 국민에 대한 연대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3일 독일과의 평가전에 출전했던 프랑스 대표 라사나 디아라(마르세유)는 테러로 인해 사촌 누이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축구협회는 전날 폭탄 경고에 따라 호텔에서 대피하는 등 자국 선수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17일 하노버에서 열릴 예정인 네덜란드와의 친선경기를 취소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스위스 로잔 본부에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번 일은 프랑스 사람들에 대한 공격만이 아니라 인류와 인도주의, 올림픽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덴마크와의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16 플레이오프가 벌어진 스웨덴 스톡홀름의 프렌즈아레나 외관 조명은 프랑스 국기의 적색과 청색, 백색으로 빛나게 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워싱턴과 캘거리의 경기가 열린 아이스링크도 조명을 조절해 빙판이 프랑스 국기처럼 보이게 했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프로축구 시드니와 멜버른의 경기에 입장한 팬들은 대형 프랑스 국기를 관중석에 내걸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포토] 아이스하키 경기 중 빙판 위에 등장한 미녀에 ‘시선 집중’

    [포토] 아이스하키 경기 중 빙판 위에 등장한 미녀에 ‘시선 집중’

    8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시카고 블랙호크스의 미모의 빙판 정비 스태프이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AFPBBNews=News1/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상주터널 트럭 폭발 사고, 급제동 하던 중 벽면 들이받아 “상황 어땠나 보니?”

    상주터널 트럭 폭발 사고, 급제동 하던 중 벽면 들이받아 “상황 어땠나 보니?”

    상주터널 트럭 폭발 사고, 급제동 하던 중 벽면 들이받아 “상황 어땠나 보니?” 상주터널 트럭 폭발 사고 경북 구미시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안에서 시너를 실은 트럭이 폭발하는 사고가 26일 낮 12시 8분쯤 발생했다.한국도로공사와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시너를 싣고 가던 3.5t 트럭(운전자 김모·54)이 터널 벽면을 들이받아 폭발하며 불이 나 오후 1시 30분쯤 꺼졌다.사고는 경북 상주에서 구미 방향으로 가는 하행선에서 발생했다. 상주터널은 상주와 구미 경계지점에 있다.당시 도로공사는 터널 출구에서 4.5㎞ 앞에 있는 곳에서 차선 도색을 하고 있었다.이에 따라 차들이 밀려 상주터널 중간까지 1차로와 2차로 모두 서행했다.그러나 시너를 실은 트럭은 터널 안 2차로에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급제동하던 중 오른쪽 벽면을 들이받았고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도로공사 폐쇄회로(CC)TV에는 서행하는 차들을 뒤따르던 트럭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중심을 잃어 빙판에 미끄러지듯 벽을 들이받는 모습이 드러났다.이 사고로 트럭 운전자 김모씨가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뒤따르던 다른 차 운전자 19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또 차량 10여대가 일부 또는 전부 탔다.특수물질을 실은 유조차가 사고가 난 트럭을 바로 뒤따라 자칫 큰 사고로 번질 뻔했다. 유조차는 상당한 간격을 두고 멈춰섰다.터널 안에 한동안 연기가 많이 남아 있어 경찰과 소방당국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경찰, 소방당국, 도로공사 등은 현재 터널 안에 남은 연기를 빼냈고 안전 점검을 벌이고 있다.도로공사는 뒤따르던 차들을 우회시키고 있다.사고 여파로 오후 4시 기준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구미방향 하행선 통행은 차단됐고 여주방향 상행선 통행은 정상 소통하고 있다.경찰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상주터널 트럭 폭발 사고, 시너 실은 트럭이 급제동하면서 ‘아찔’

    상주터널 트럭 폭발 사고, 시너 실은 트럭이 급제동하면서 ‘아찔’

    상주터널 트럭 폭발 사고, 시너 실은 트럭이 급제동하면서 ‘아찔’ 상주터널 트럭 폭발 사고 경북 구미시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안에서 시너를 실은 트럭이 폭발하는 사고가 26일 낮 12시 8분쯤 발생했다.한국도로공사와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시너를 싣고 가던 3.5t 트럭(운전자 김모·54)이 터널 벽면을 들이받아 폭발하며 불이 나 오후 1시 30분쯤 꺼졌다.사고는 경북 상주에서 구미 방향으로 가는 하행선에서 발생했다. 상주터널은 상주와 구미 경계지점에 있다.당시 도로공사는 터널 출구에서 4.5㎞ 앞에 있는 곳에서 차선 도색을 하고 있었다.이에 따라 차들이 밀려 상주터널 중간까지 1차로와 2차로 모두 서행했다.그러나 시너를 실은 트럭은 터널 안 2차로에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급제동하던 중 오른쪽 벽면을 들이받았고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도로공사 폐쇄회로(CC)TV에는 서행하는 차들을 뒤따르던 트럭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중심을 잃어 빙판에 미끄러지듯 벽을 들이받는 모습이 드러났다.이 사고로 트럭 운전자 김모씨가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뒤따르던 다른 차 운전자 19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또 차량 10여대가 일부 또는 전부 탔다.특수물질을 실은 유조차가 사고가 난 트럭을 바로 뒤따라 자칫 큰 사고로 번질 뻔했다. 유조차는 상당한 간격을 두고 멈춰섰다.터널 안에 한동안 연기가 많이 남아 있어 경찰과 소방당국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경찰, 소방당국, 도로공사 등은 현재 터널 안에 남은 연기를 빼냈고 안전 점검을 벌이고 있다.도로공사는 뒤따르던 차들을 우회시키고 있다.사고 여파로 오후 4시 기준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구미방향 하행선 통행은 차단됐고 여주방향 상행선 통행은 정상 소통하고 있다.경찰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운전자 ‘의도’ 읽는 로봇…“교통사고 방지 가능”

    운전자 ‘의도’ 읽는 로봇…“교통사고 방지 가능”

    인간이 어떤 움직임을 취하려고 하는지 그 ‘의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예언자 로봇”이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팀에 의해 개발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IT전문지 씨넷 등 외신들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 기계가 향후 빙판길 차량 미끄러짐과 같은 위급상황에서 인간의 의도를 읽어 차량을 대신 운전해주는 등의 안전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발을 이끈 저스틴 호로비츠는 “인물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을 방해하는 요소를 분석한다면 인물이 본래 의도했던 동작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예를 들어 누군가 종이 한 장을 잡으려 손을 뻗는 와중에 그 손이 갑자기 무엇이 다가와 부딪힌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인간이 이러한 예기치 못한 방해에 대응해 손의 방향을 재조정 하기 까지는 120~150밀리초(millisecond, 1000분의 1 초)가 소요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인간이 돌발적 상황에 적응하는 짧은 시간동안 일어나는 신체 반응들을 포착해 분석하면, 어떤 움직임이 '의도'된 것이며 또 어떤 움직임은 외부적 힘에 의해 강제된 것인지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을 통해 결국 인간이 원래 손을 뻗으려 했던 방향이 어디일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 이번 로봇은 인간의 움직임과 생체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 그리고 인간의 반응시간보다 월등히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연산장치 등 이러한 ‘예측’에 꼭 필요한 기능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더 나아가 이번 로봇기술은 인간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다양한 보조 장치들에 활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 로봇을 자동운전기술에 접목시킨다면 위급상황에 차량이 스스로 인간을 대신해 인간의 ‘의도’대로 주행할 수도 있다. 호로비츠는 “차량이 빙판 위로 움직이다가 미끄러지는 경우를 생각해보라”며 “운전자는 차량이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길 바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때 차량은 핸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아니라 운전자가 마음속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다”며 “일단 이런 분석이 이루어지면 그 뒤에는 자동조종을 통해 해당 위치로 움직이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한 손 떨림으로 불편을 겪는 파킨슨병 환자들을 위한 ‘스마트 의수’의 개발에도 응용 가능하다. 호로비츠는 “이번 로봇에 사용된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근육 경련을 일으키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동작을 개선해주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火星에 흐르는 ‘소금물 개천’…외계생명 가능성 시사

    火星에 흐르는 ‘소금물 개천’…외계생명 가능성 시사

    “화성에 물이 흐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화성에 실개천 형태의 염분을 머금은 물이 흐르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화성에 한때 생명체가 존재했거나 오늘날까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매우 뚜렷한 증좌여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2020년 화성 탐사선을 보내 화성 표면에 착륙시킨다는 NASA의 ‘화성 2020 로버 미션’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NASA에 따르면 앨프리드 매큐언 애리조나대 교수와 조지아 공대 박사과정 루젠드라 오지하 연구원 등 공동연구팀은 화성 정찰위성(MRO)에 장착된 분광계를 이용해 화성 표면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일부 지역에서 계절에 따라 어두운 경사면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RSL 현상에서 염화나트륨과 염화마그네슘 등 염류 성분을 확인하면서 이 염류가 물을 흐르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RSL은 폭 5m, 길이가 100m 안팎인 가느다란 줄 형태로 영하 23도(화씨 영하 10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면 생겼다가 그 아래로 온도가 떨어지면 사라지는 것으로 관측됐다. 콘크리트가 물을 머금으면 색깔이 진해지지만 물이 마르면 색이 옅어지는 것처럼 어두운 경사면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RSL 현상이 물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해 왔지만, 그동안 명확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화성 표면에 물이 흘렀던 흔적이 발견된 것은 2000년, 얼음 형태로 물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2008년 각각 밝혀졌지만,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른다는 증거가 제시된 건 처음이다. 화성에 실개천 형태의 염분 성분을 함유한 물이 흐를 수 있는 원리는 눈이 오면 길을 녹이려고 염화칼슘을 뿌리는 과학적 이치로도 설명된다. 화성의 온도와 기압이 낮기 때문에 순수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는 쉽지 않지만, 물에 나트륨이나 마그네슘 등의 염분이 녹아 있으면 빙점이 내려가는 까닭에 화성의 낮은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오지하 연구원은 “무언가가 염분을 수화(hydrating)하고 있으며 이것이 계절에 따라 RSL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화성 표면의 물이 순수하다기보다는 염분이 많다는 뜻인데, 염분이 물의 빙점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된다”고 밝혔다. 마이클 마이어 NASA 화성탐사 프로그램 책임연구자는 “액체 상태의 물이 화성 표면에 존재한다는 것은 오늘날 (화성에) 최소한의 주거 환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와우! 과학] “걸음마 떼듯”…숲길 걷는 구글 ‘휴머노이드’ 로봇

    [와우! 과학] “걸음마 떼듯”…숲길 걷는 구글 ‘휴머노이드’ 로봇

    구글을 모회사로 가진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사가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를 세상에 내놓았다. 아틀라스 로봇은 키 188㎝, 몸무게 150㎏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두 다리로 사람처럼 직립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사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미국의 한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동영상은 아틀라스가 평지가 아닌 울퉁불퉁한 숲길에서 넘어지지 않은 채 균형을 잡으며 걸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떼는 듯한 모습을 연상케 한다. 아틀라스는 구조용으로 연구·개발한 로봇이다. 위험한 사고 현장 또는 핵 원자로 시설 등에 사람 대신 투입하는 용도다. 특히 아틀라스의 경우 인공지능을 탑재했기 때문에 장애물을 피하거나 균형을 잡는데에 더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의 균형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험실 내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벽돌을 불규칙하게 쌓은 뒤 아틀라스가 이 위를 걷게 하거나 좁은 벽돌 위에 한 다리로만 서 있게 하는 실험 등을 수많은 오차를 겪어가며 진행한 이유다. 그간 이 회사가 공개한 아틀라스 실험 영상을 보면 실제 운동선수 또는 갓난아기가 셀 수 없이 많이 넘어지면서 자신을 단련시키는 듯한 모습이 떠오른다. 아틀라스는 이전까지 전력코드를 이용해 동력을 공급받으며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리튬이온배터리팩 장착까지 ‘진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배터리를 장착할 경우 최대 한 시간 동안 운신할 수 있으나 이번 ‘숲길 체험’에서는 전력공급 코드를 이용했다. 한편 아틀라스를 성공적으로 세상에 내놓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일명 ‘빅독’(BigDog)이라 부르는 로봇 개발사로도 유명하다. 빅독 로봇은 4족보행 로봇으로, 발로 차는 충격이나 빙판길에서도 일어설 수 있으며 전시 물품수송 용도로 개발됐다. 빅독 로봇 역시 아틀라스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균형감각과 빠른 속도가 장점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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